매일신문

[건강 플러스] 여성에게 흔한 '섬유근통증후군'

이 모든게 다 꾀병? 통증지수 보면 압니다
'전신 통증' 심할 경우 3개월 이상 지속
검사해도 소견 없어…70대 유병률 8%
피로·기분·증상 따라 총 0-12점 부여
각 점수별 '약물치료' 통해 통증 낮춰

직장인 A(42)씨는 마치 심한 몸살에 걸린 듯 온 몸이 쑤시고 아픈데다, 극심한 피로감, 근육 강직 증상 등으로 몇 년을 고생하다 최근 섬유근통증후군(Fibromyalgia)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팔과 손 저림 증상으로 손목 신경검사도 받아보고, 관절통증에 류머티스관절염이 아닌가 병원을 전전하고, 심한 편두통 증세에 뇌MRI까지 찍어봤지만 좀처럼 별이상을 발견하진 못하다보니 불안감도 심했다.

A씨는 "겉으로 드러나는 병이 아니다보니 꾀병이나 엄살로 취급을 받거나, 마음의 문제라는 지적을 받을 때가 많다"면서 "가뜩이나 일상생활도 힘겨울만큼 통증이 심한데 가족조차도 이해해주지 않는데 따른 마음고생까지 이중고에 시달린다"고 푸념했다.

◆만성 통증 시달리는 섬유근통증후군

섬유근통증후군은 온몸의 뼈나 근육에 통증이 있으면서 뻣뻣한 느낌이 드는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환으로 정의한다. '만성적'이란 표현은 보통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섬유근통증후군은 크게 네 갈래의 증상을 보인다. 첫째는 섬유근통증후군의 정의에서도 등장한 전신 통증이다. 정확한 통증 지점을 찾기 어려워 환자조차도 정확한 설명을 어려워하고 '몸살이 자주 온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통증은 3개월 이상, 거의 매일 있으며 통증 강도도 심한 경우가 많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된다. 전체 환자의 50~80%는 긴장형 두통이나 편두통과 같은 두통을 동반한다.

둘째는 피로감이다. 조금만 무리를 해도 환자는 쉽게 피로감을 느끼며, 평소에 가지고 있던 통증이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는 인지 장애이다. 환자들은 흔히 '머리에 안개가 낀 듯하다'거나 '머리가 맑지 않다'고 호소한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기억력도 감퇴해 예전에는 쉽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능률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이러다 치매가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환자도 있다.

넷째는 기분 장애이다. 전체 환자의 30~50%가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호소한다.

◆통증을 점수로 척도화해 진단

섬유근통증후군은 남녀 성비가 1대 8~9의 비율로 남성 환자보다는 여성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전체 인구의 1~2% 정도가 섬유근통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 20~50대의 유병률은 2%인 반면 70대의 유병률은 8%에 이른다.

그러나 '이 증상이 있으면 섬유근통증후군이다'고 할 만한 특징적인 증상이 없고, 검사를 해도 이상 소견이 없어 진단이 쉽지 않다. 환자들은 진단까지 평균 5년이 걸린다고 하며, 실제 섬유근통증후군 환자들 중 25%만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류마티스 학회는 2010년 전신 통증 지표와 증상 중증도 척도를 이용하는 진단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전신 통증 지표는 몸을 19개 부위로 나누고 통증을 느끼는 부위의 개수를 세어 0~19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증상 중증도 척도는 피로, 잠에서 깨어날 때의 기분, 인지 증상, 일반적인 신체 증상 등 네 가지 항목에 각각 0~3점 사이의 점수를 매겨 총 0~12점 사이의 점수를 부여한다. 전신 통증 지표가 7점 이상이면서 증상 중증도 척도가 5점 이상이거나, 전신 통증 지표가 3~6점이면서 증상 중증도 척도가 9점 이상이면 섬유근통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물론 증상 상당수가 비특이적이다 보니 의사의 자세한 병력 청취와 신체 진찰, 혈액 검사, 영상 검사, 신경 전도 검사 등도 병행되야 한다.

◆약물치료와 운동·인지행동 치료 병행해야

섬유근통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경계에서 통증을 전달하는 물질은 과도하게 증가하고 반대로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은 과도하게 감소해 약한 자극에도 쉽게 통증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치료에는 통증 전달 물질은 감소시키고, 통증 억제 물질은 증가시킬 수 있는 약물치료이 사용된다. 항우울제(삼환계 항우울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와 항전간제 계통이 있다.

흔히 진통제로 사용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아 섬유근통증후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라마돌과 같은 아편 유사 작용제를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최한나 파티마병원 신경과 전문의
최한나 파티마병원 신경과 전문의

약물 외에도 운동 요법과 인지 행동 치료 등 비약물 치료도 중요하다. 운동은 걷기, 자전거 타기, 아쿠아로빅 등의 운동을 한 번에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최소 4주일 이상 지속적으로 해 조금씩 운동량을 늘여가는 것이 좋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고강도 운동을 할 경우 통증이나 피로감을 악화시킬수 있어 약물로 상태를 일부 호전시킨 후 가벼운 운동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지 행동 치료는 우울감이나 자기 효능감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나 통증·피로·수면 장애·삶의 질은 개선하지 못하다보니 약물 치료 없이 단독으로 시도하기는 어렵다.

도움말 최한나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전문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