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민주주의여 만세!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때로는 한 편의 시가 독재 권력에 대항하는 날카로운 무기가 된다. 1933년 5월 10일 나치가 '비독일적' 서적을 불태우자 자신의 책도 불태워 달라고 절규한 독일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분서'(焚書)가 그렇다.

"…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 그렇게 해다오. 나의 책들을 남겨 놓지 말아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한단 말이냐!/ 나는 너희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

브레히트의 '필검'(筆劍)은 동독 공산 정권도 비켜가지 않았다. 1953년 6월 경제난을 규탄하는 동독 인민들의 시위에 정부가 "인민들에 실망했다"고 하자 '해결 방법'(Solution)이란 시를 썼다. "…작가 연맹 서기장은 스탈린가(街)에서/ 전단을 나눠 주도록 했다/ 인민들이 어리석게도/ 정부의 신뢰를 잃어버렸으니/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인민을 해산해 버리고/ 다른 인민을 선출하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가 이런 저항시의 계보를 이었다. 그는 5·18에 대한 정부 공인(公認) 해석을 어기면 형사처벌하는, 이른바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여당이 국회에서 처리하자 '나는 5·18을 왜곡한다'는 담시(譚詩)를 썼다.

"지금/ 나는/ 5·18을 저주하고/ 5·18을 모욕한다/ …그들만의 5·18을 폄훼한다/ 갇힌 5·18을 왜곡한다/ 5·18이 법에 갇히다니/ 자유의 5·18이/ 민주의 5·18이/ 감옥에 갇히다니/ …5·18아 배불리 먹고/ 최소 20년은 권세를 누리거라/ 부귀영화에 빠지거라/ 기념탑도 세계 최고 높이로 더 크게 세우고/ 유공자도 더 많이 만들어라/ 민주고 자유고 다 헛소리가 되었다…."

훌륭하지만 2% 부족하다. 문재인 정권이 울려 대는 우리 민주주의의 만가(輓歌)의 구슬픈 곡조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이런 갈증은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소환해 낸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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