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이혼 다룬 북한 문학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김지석 디지털 논설위원

엄호삼은 아버지가 '나라 앞에 죄지은 사람'이라 자기 앞길이 막혔다 생각하며 살았다. 그러다가 군대에 간 아들이 배를 타던 중 사고를 당한 동료를 구하고 숨지자 '사회주의애국희생증'을 받아 들게 되었다. 충격과 죄의식을 가지게 된 그는 자식들 앞에 떳떳한 아버지로 살아야겠다고 자각하고 늘그막에 물길 공사의 돌격대원으로 앞장서 일하던 중 순직한다. 그는 인생 말년에 인간의 참모습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며 마침내 조직의 인정도 받게 되었다.

북한의 문예잡지인 '조선문학' 2002년 11월호에 게재된 김상현의 실화 문학 '영원한 삶의 노래-한 정치 일군의 수기'의 줄거리이다. 노귀남 북한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는 2006년 7월에 국내 한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북한에서는 수령과 조직사상적으로 결합되어 운명을 같이할 때 영생하는 사회정치적 생명을 지니게 된다고 선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 문학은 예술성보다는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되며 사회주의 의식이 녹아든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는 자신의 저서 '북한의 정치와 문학'을 통해 북한의 문학 작품은 대개 미성숙한 주인공이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소중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과정의 서사 구조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 현대 소설은 부부 이혼, 청춘 연애, 노동자 생활 등 삶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재와 내용들을 선보여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남룡(71)은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가로 그의 대표작 '벗'이 최근 미국 도서관 잡지인 '라이브러리 저널'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세계 문학 작품 10개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1988년에 발표된 소설 '벗'은 북한의 한 예술단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성악가가 남편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면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이 소송을 맡은 판사가 자신의 결혼 생활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렸다. 이 작품은 앞서 2011년에 프랑스에서도 번역 출간돼 주목을 받았다. 체제 선전의 도구로 활용돼 온 북한 문학 작품이 문학 본연의 역할에 나서면서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이채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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