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에 한국어 교사 '큰 언니' 역할…21년차 주부 조선족 출신 서영순 씨

방통대 입학, 인생에 변화 생겨…같은 처지 여성들과 어려움 나눠

조선족 출신 다문화 교사 서영순 씨가 장애인 제자들과 함께 중국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울진군다문화센터 제공
조선족 출신 다문화 교사 서영순 씨가 장애인 제자들과 함께 중국 음식을 만들고 있다. 울진군다문화센터 제공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잖아요. 언어를 알면 문화가 보여요. 함께 어울리려면 그만큼 알아야 합니다."

조선족인 서영순(50) 씨는 21년 차 한국인이다. 한울원자력본부 하도급 업체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1996년 1월 울진군으로 왔다.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처음 밟아본 외국, 한국땅이 이제는 더 익숙하다. 현재 그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문화 여성들을 위한 지도부터 장애인, 아이들, 노인들의 중국어 교사 활동까지 자처하고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나 혼자라면 그냥 그대로 살았을 거예요. 최소한 우리 아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게 제가 공부하고 남을 돕는 이유죠"

조선족으로 자란 덕에 한국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이주 초기에도 글을 읽지는 못했지만 어지간한 소통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한국어 공부에 결정적인 계기를 준 것은 딸이었다. 어린이집 소풍 알림장에 적힌 '우천시 취소'란 글을 읽지 못해, 비 오던 아침 다섯 살 된 어린 딸의 손을 잡고 1시간여를 걸어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고 했다.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한참을 울고 나서 그녀는 바로 학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혹시 졸업을 못할까 봐 그나마 쉬워 보이는 중어중문과를 택했다"며 웃음 지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남편과 상의 끝에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대학을 가면서부터 많은 친구를 만나고 제 인생에도 큰 변화가 생겼네요."

대학에서 그녀는 함께 입학한 울진지역 동기들과 어울리며 한국 사회에 점점 녹아들어갔다고 회상한다. 그중 공무원이었던 친구의 권유로 2008년부터 울진군다문화센터에서 외국인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사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서 씨는 단순한 교육보다 같은 이주여성으로서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대소사를 챙기는 등 '한국에서 만난 큰 언니'로 인기가 높다.

"저도 그랬지만 낯선 땅에 혼자 와서 얼마나 두렵겠어요. 돌잔치나 집들이를 함께하고 고향 음식도 해 먹으면서 정을 나누는 거죠. 한글을 열심히 배워 일자리까지 찾아가는 제자들을 보면 꼭 내 동생이 잘된 것 같아 보람되고 기분이 좋아요."

요즘 서 씨는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기초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칠십을 넘은 노인부터 각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들, 몸이 불편한 장애인까지 제자들도 다양하다. 다문화 여성이 한국에 적응하듯, 한국인들도 외국의 문화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람을 보는 데 편견은 필요 없어요. 열심히 그 나라 말을 공부하고 그 문화에 뛰어들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게 중요하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즐기며 편하게 어울릴 수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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