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를 씻게 하는 민주당의 '귀태' 폭언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박정희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로 규정해 엄청난 파문이 일고 있다. 홍 원내대변인은 11일 기자 브리핑에서 박정희와 태평양전쟁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를 귀태로 묘사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다.

이는 정치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오만이다. 과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까. 무슨 자격으로? 이는 인간의 실존이란 근원적 문제로 돌아가 생각해봐야 할 '철학적' 물음이다. 그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다른 사람을 어떤 이유를 들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라고 매도한다면 그 역시 어떤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똑같이 매도당할 수 있다. 이는 나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이 판을 치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이끈다. 과연 홍 원내대변인은 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해 봤는가.

홍 원내대변인이 '귀태'의 비유를 꺼낸 이유는 뻔하다. 그 아버지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니 그 딸 역시 당연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이다. 비약도 이런 비약이 없고 연좌의 혹형(酷刑)도 이런 혹형이 없다. 연좌의 비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딸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니 그 딸이 대통령인 정권 역시 마땅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행태를 보면 박 대통령은 유신공화국을 꿈꾸고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그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독에 앞서 눈앞에 어떤 현실이 펼쳐지고 있는지 보지 못하는 맹목의 극치다. 과연 지금 이 나라가 유신으로 회귀하고 있는가. 홍 원내대변인과 민주당 내 일부 급진 세력, 이들을 추종하는 '촛불 세력'은 그렇게 우길지 몰라도 국민 대다수는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는가.

난폭하고 자극적이라고 해서 강한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 말은 말초적인 관심을 끌지는 몰라도 결코 민주당을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수권 세력으로 비치게 하지 않는다. 물론 정치인은 반대 세력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은 귀를 씻게 하는 폭언이 아니다. 귀태의 비유는 내면이 다스려지지 않았음을, 얄팍한 지식에 기대 세상 모든 것을 아는 체하고 있음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신 기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 12월 04일 0시 기준 )

  • 대구 90
  • 경북 90
  • 전국 5,352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