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구·삼성 야구로 하나 되자

1991년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준비할 때다. 어떤 가전제품을 구입할 것인가를 묻는 아내에게 무조건 삼성 제품을 살 것을 강요했다. 이유는 단 하나. 프로야구 대구경북 연고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는 야구팬이었기 때문이다. 수년 후 프로야구 담당기자로 취재를 하면서 기자보다 더 삼성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음을 알게 됐다.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만난 관중 등 많은 지역민들이 프로야구를 매개로 삼성 제품만을 고집하는 등 삼성에 충성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이다.

세월이 흘러 몇 년 전, 낡은 가전제품을 새로 바꿀 때였다. 삼성과 LG 제품을 놓고 고민하는 아내에게 "LG 제품도 괜찮지 않으냐"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무의식적으로 던진 이 말 때문인지 삼성 일색이던 우리 집 가전제품은 LG 것으로 일부 바뀐 상태다.

삼성 야구를 사랑하는 올드팬이라면 기자의 마음이 바뀐 이유를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2000년 김응용 감독(현 사장)과 2004년 선동열 투수코치(2005년부터 감독)의 삼성 입성은 지역의 올드팬들에겐 날벼락이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로막았던 두 장본인이 '파란 유니폼'을 입고 대구야구장에 나타난 것이다. 대신 지역 야구팬들이 우상으로 여기던 이만수(현 SK 수석코치)는 미국 땅에서 "내 몸에는 파란 피가 흐르고 있다"며 삼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토로, 올드팬들을 자극했다.

게다가 '국보급 투수'로 선수생활을 한 선동열 감독이 부임하면서 삼성의 야구 색깔도 확 바뀌었다. 삼성이 창단 때부터 자랑하던 타격 중심의 '호쾌한 야구'는 사라졌고, 투수 중심의 '지키는 야구'가 대세가 됐다.

올드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변화를 싫어하는 지역 정서 탓에 더욱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올드 팬들의 외면으로 대구야구장의 관중 수는 급감했다. 1990년대 중반 수시로 있었던 '10경기 이상 만원 관중' 사례는 2000년대 들어 남의 얘기가 됐다. 관중석 의자 등 시설을 개선하면서 경기장 수용 인원이 1만 3천 명에서 1만 명 아래로 줄어들었지만 관중석의 빈자리는 여전했다.

그러나 삼성은 올드팬들의 외면 속에서 큰 성과를 냈다. 1985년 통합 우승이란 힘 빠진 타이틀만 가지고 있던 삼성은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2002년과 2005년, 2006년 세 차례나 일궈냈다. 이는 김응용, 선동열 감독이 만든 합작품이다. 앞서 삼성호의 선장을 맡았던 대구 출신의 기라성 같던 감독들이 모두 달성하지 못한 일이다. 삼성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1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금자탑도 쌓았다.

올드팬들은 이 과정을 경기장이 아닌 매스컴을 통해 접했다. 이들 중 일부는 "돈(자유계약선수 영입)으로 우승을 샀다"고 비아냥거렸지만 대다수는 진심으로 반겼다. 사실 경기장에서 소리 높인 관중들보다 더 삼성을 성원했다.

결과론적으로 삼성의 선택은 맞은 셈이다. 성적으로 말하는 냉엄한 프로의 세계를 정확히 읽고 적절히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선택은 프로야구를 지역 편 가르기 식의 몰입 대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다.

야구를 떠나 큰 틀에서 대구 경제와 삼성 그룹의 현재 모습을 한번 보자. 지역 경제는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난 체하다 나락으로 떨어져 있다. 대구는 지금 미래 경제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지만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대구를 벗어나 전국을 넘어 전 세계 속의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세계인들이 삼성은 알아도 대구는 모른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 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대구시에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폰서 영입'이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칼자루를 쥔 삼성에 여러 차례 구애 작전을 했다.

아쉽게도 현재 대구와 삼성의 연결고리는 프로야구뿐이다.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삼성의 지원을 바라는 대구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깝고도 친근한 프로야구 무대에서 대구와 삼성을 합창하면 되지 않을까. 올드팬들이여, 대구야구장을 찾아 '최강 삼성' '대구 삼성'을 한번 외쳐 보자.

김교성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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