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시시각각·時視角覺] ①달성공원 동물의 눈물

달성공원 동물의 눈물.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달성공원 동물의 눈물.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그의 이름은 알렉스, 올해로 서른네 살 암컷 침팬지입니다.

열한 살 때 외국 어딘가에서 이곳 달성공원 동물원으로 왔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아프리카 숲이 그의 생활 터전이었습니다.

키 큰 나무 위에 잠자리를 만들고, 긴팔로 나무를 타며, 신선한 잎과 열매를 따먹고 사는 본성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열평 남짓한 콘크리트 창살 속.

한번 뿐인 청춘을 감옥 같은 이곳에서 덧 없이 흘려보냈습니다.

그의 임무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일이었습니다.

해가 뜨면 잠자리를 털고 쪽문을 나와 창살 앞에 섰습니다.

한때는 빼곡한 관람객에 둘러 쌓여 인기도 참 많았습니다.

 

이제는 너무 늙었습니다.

서른 넷이니 사람으로 치면 일흔을 훌쩍 넘긴 나이입니다.

무시로 창살을 붙잡고 창밖 너머 세상을 처다보는 눈빛이 애처롭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 그 어디쯤을 그리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 침팬지 뿐이겠습니까?

코끼리는1970년 동물원이 문을 열 때부터 국내 코끼리 사육장 가운데 가장 좁은 시설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우,늑대,너구리,독수리는 하릴없이 맴도는 정형행동을 보인지 오랩니다. 일종의 자폐증세입니다

사육중인 77종의 670여 마리 조류,포유류가 대부분 비슷한 처지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찾았다가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 시민도 많습니다.

 

동물원 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이유는 달성토성 사적지(제62호)에 자리한 탓입니다.

문화재 구역이어서 울타리 하나도 맘대로 손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육사들의 눈물겨운 보살핌도 역부족입니다.

 

반려동물 1천만 시대, 사람 못지않게 동물복지가 중요해졌습니다.

동물원의 존재 이유가 이제는 '관람과 전시'에서 '종복원'으로 옮겨가야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대구시는 수성구 삼덕동에 대구대공원을 만들어 2024년까지 동물원 이전을 추진중입니다.

면적도 현재보다 5~6배 넓힌다니, 이 감옥생활을 조금이라도 벗어던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는 분에 넘는 위안과 즐거움을 받았습니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동물원을 지어 이제는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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