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변신' 런웨이 서는 김재우 대양정밀 대표

"기름 뭍히며 일하는 아저씨, 모델의 꿈 이뤘습니다"
제관용접·환경플랜트 전문업체 경영…30년간 산업현장서 불꽃처럼 일해와
지난해 10월부터 패션모델 본격 활동…주말에는 패션 화보 촬영·광고 출연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 희망 주고파"

28일 대구 북구 3공단에 있는 대양정밀 김재우 대표가 용접 후 그라인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우 대표의 프로필 사진. 28일 대구 북구 3공단에 있는 대양정밀 김재우 대표가 용접 후 그라인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재우 대표의 프로필 사진.

"손톱에 기름때 낀 평범한 50대 아저씨도 멋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습니다."

30년간 불꽃이 튀기는 산업 현장에서 살아 온 50대 남성이 런웨이에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구 북구 3공단 대양정밀의 김재우(56) 대표이다.

지난해 10월 패션모델 활동을 시작한 그는 막 2년 차가 된 새내기다. 28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대구FC엔젤클럽의 소속으로 '2019 대구패션문화페스티벌 앙드레김 옴므 패션쇼'에 우연히 참가했다"며 "그 무대에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 느껴져 모델의 매력에 빠졌고, 본격적으로 런웨이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방송반에서 끼를 발산하던 그는 졸업 후 수도권 한 제조공장에서 근무했다. 영업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그였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현장에서 근무하게 됐다. 이후 김 대표는 2002년부터 용접사업에 뛰어들었고, 2007년 대구의 한 제관용접 공장을 인수했다. 현재 김 대표가 운영 중인 대양정밀은 제관용접과 주조설비, 환경플랜트, 산업기계 설계제작 전문업체다. 김 씨는 "앞도 뒤도 볼 것 없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용접공으로 살다 보니 어느새 50대도 절반 넘게 버렸다"며 "나이는 들었지만 젊은 친구들처럼 멋지게 옷도 입어보고 꾸미며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에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쩌다 보니 모델 계에 발을 들인 데다, 산업 현장에서 수십 년을 살아 온 그에게 런웨이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특히 30년간 산업 현장을 지켜온 그에겐 '훈장'과도 같은 기름때 낀 손이 런웨이에서는 자랑할 수 없는 부끄러운 존재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벗 삼아 최선을 다했지만 잘되지 않아 속상한 일이 많았다"라며 "산업 현장에선 베테랑으로 불렸지만 런웨이에선 그냥 아저씨일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김재우 대표의 모습. 본인제공. 현장에서 근무 중인 김재우 대표의 모습. 본인제공.

여러 차례 오디션에 떨어졌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틈만나면 워킹 연습을 하거나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은 젠틀하고 중후한 자신만의 색깔을 무기로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1년간 '더 룩 오브 더 이어 클래식(The Look of The Year Classic)'의 시니어 모델 본선에 올라 '라인상'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무신사 스튜디오에 입주한 헬로젠틀(HELLOGENTLE) 소속으로 PAT화보촬영·패션리뷰, LF패션, 커버낫, 스파오, 반포래미안, 하이웍스 광고출연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 중이다. 특히 EPSON 프린터광고는 메인을 맡기도 했다. 최근에는 각종 방송과 삼성문화재단,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홍보 영상도 촬영했다.

김 대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현장에서 일한 뒤 주말 동안 모델 일정을 소화하고 거의 쉬는 날 없이 일하고 있다"며 "바쁘다 보니 힘이 들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수많은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르고 갈고닦은 실력으로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시니어 계의 BTS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멋을 내고 자신을 꾸미는 것은 나이와 직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며 "행복한 삶을 위해 많은 사람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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