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상주판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교사가 시험문제 통째 전송

학교측 논란 일자 뒷북 수사의뢰
파알 받은 학생 0점 처리 않고 全학생 재시험 방침 일방 통보
학부모 "상응조치 있어야" 반발…학교 "부정시험 확인되면 정정"

경북 상주 모 여고에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과 거의 유사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경북 상주 모 여고에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과 거의 유사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현직 고교 교사가 학기말 고사를 앞두고 특정 시험과목 문제 대부분의 내용이 담긴 파일을 한 재학생에게 이메일을 통해 통째로 보내준 사건이 경북 상주시에서 발생했다. 해당 파일을 받은 학생은 만점을 받았다.

상주 모 여고 학부모, 재학생 등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 A씨는 기말 고사를 2주 정도 앞둔 지난달 24일 문과 2학년 B양에게 전체 시험문제 23문항 중 20문항의 내용이 담긴 파일을 이메일로 보냈다.

B양은 친구 C양의 태블릿PC에서 메일 내용을 확인한 뒤 로그아웃을 하지 않아 C양 등 동료 학생들도 해당 메일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치러진 시험에서 B양은 만점을 받았고, 메일 내용을 본 다른 학생도 고득점을 얻었다.

학교 측에 이의를 제기한 일부 학생은 파일에 포함된 문제 20문항이 사실상 그대로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실이 지난 10일 교내에 알려지면서 학교 측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파일에 시험문제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부정시험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B양의 점수를 0점 처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1일 문과 2학년 학생 70여 명을 모이게 한 뒤 재시험 방침을 통보했다. A교사가 시험문제가 담긴 파일을 B양에게 제공한 것은 맞지만 문제집 등을 추천해달라는 B양 요구에 A교사가 시험출제에 사용할 문제집을 실수로 보냈다는 이유에서다. B양 역시 평소 성적이 최상위권인데다 시험문제가 이메일에 포함됐으리라고는 전혀 인식 못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 학교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재시험을 치르는 데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부정시험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학교 측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교사와 특정 학생을 두둔하고 있다"며 "학교가 평소에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내신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학교 측은 13일 상주경찰서에 A교사의 업무방해와 추가 유출 여부 등을 수사의뢰하는 한편 경북교육청에 특별감사를 요청키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전적으로 학교 잘못을 인정한다"며 "두 기관의 조사에서 부정시험으로 결론나면 A양 등의 성적을 0점 처리하기로 하고 재시험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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