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억 들여 '칠성이야기길', 주민들 "쓸데없는 공사"…왜?

인근 주민 "상하차·통행 방해…주민 주차공간부터 확보해야"
북구청 "어둡고 낙후된 도로 경관 개선, 보행자 안전 확보"

6일 대구역~칠성지하차도 구간 경부고속철로변에 인도와 화단이 조성돼 있는 모습. 김지수 기자
6일 대구역~칠성지하차도 구간 경부고속철로변에 인도와 화단이 조성돼 있는 모습. 김지수 기자

대구 북구청이 사업비 10억여 원을 들여 시행 중인 '칠성 이야기길' 조성 사업이 정작 인근 주민과 상인들에게는 불편만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양 옆으로 인도와 화단을 조성해 일대 경관을 개선하는 사업인데, 도로 폭 자체가 좁은 데다 애초에 사람들이 찾는 도로가 아니어서 불필요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칠성 이야기길 사업은 북구청이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이다. 사업비 총 10억5천600만원을 투입해 이달 말까지 대구역~칠성지하차도 경부고속철로변을 따라 ▷인도 설치 ▷도로 재포장 ▷조경 식재 ▷조명 설치 등 일대 경관 개선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경관 개선이 썩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물품을 조달하는 1t 트럭이 많이 지나다니고, 이 일대에 상인들이 창고로 쓰는 건물이 많아 경관을 위한 인도나 화단이 오히려 상하차나 통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도로는 폭이 8~10m에 불과해, 차 두 대가 겨우 지나갈만큼 협소하다. 때문에 상인들은 폭 50cm의 화단과 인도가 양 옆으로 자리한다면 양방향 통행은 거의 불가능한 정도라고 지적한다.

더욱이 칠성시장을 찾는 외부 손님들은 도시철도1호선 칠성시장역 방면 큰 길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경관 개선의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근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기는 매한가지다.

해당 지역의 한 상가 건물에서 영업과 거주를 동시에 하고 있는 A 씨는 "주거지역 내에는 별도의 주차구역이 없어서 늘 이 도로에 차를 댔는데, 화단이 생기고나면 차 댈 곳이 없어 걱정"이라며 "이 일대에 주차장도 없는데 화단 조성 전에 주차 공간부터 확보했어야 한다"고 했다.

북구청은 어둡고 낙후된 도로 경관을 개선해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는게 애초 사업 취지라는 입장이다.

북구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매달 주민협의체를 열어 상인과 주민 의견을 들어왔으나, 보행자 안전이나 차량 통행을 위해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진행하게 됐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상가 건물이나 상하차 구간에는 나무를 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6일 대구역~칠성지하차도 구간 경부고속철로변 '칠성이야기길' 조성 공사 현장. 김지수 기자
6일 대구역~칠성지하차도 구간 경부고속철로변 '칠성이야기길' 조성 공사 현장.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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