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피해-가해' 학생 함께 시험 치르게 한 고교

포항 한 고교 A군, SNS서 여학생 4명에 음담패설
가해학생 신원 알고도 등교시켜…"학교가 단호한 대처않아" 비판

온라인 성희롱. 매일신문 DB 온라인 성희롱. 매일신문 DB

경북 포항지역 한 고교가 지난 4월 또래 여학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성희롱한 A군의 신원을 확인하고서도 함께 등교시켜 피해 여학생들이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다.

해당 학교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6월 29일부터 등교를 못하게 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6월 15~19일 시험기간 동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학교생활을 같이 했다. 일부 피해학생은 A군이 학교에 왔다는 소식에 구토 증세를 보여 양호실에서 따로 시험을 치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A군은 지난 4월 중순 여학생 4명의 SNS에 익명 기능이 있는 어플을 통해 음담패설을 보냈다. 이 가운데 한 여학생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 지난달 8일 A군을 특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n번방' 사건이 아니었으면 SNS 운영회사에서 가해자 정보 제공을 꺼려 사건 해결에 어려웠을 것"이라며 "A군을 한 차례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경찰 통보를 받고 A군에게 시험을 치르게 할지를 피해학생 부모들에게 물었고, 모두 동의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관계자는 "4월에 사건 발생을 인지하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와 경북도교육청에 알렸다. A군이 특정된 뒤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며 "시험기간 등교는 피해학생 부모 동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피해학생 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학교 측과 통화는 했지만 A군이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동의한 게 아니라 피해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을 피하기 위해 성추행 사실 확인을 시험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한 피해학생 부모는 "상식적으로 가해학생과 함께 등교해 시험을 치르게 할 부모가 어딨느냐"며 "학교가 성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피해학생들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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