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예천 고평들 태양광발전소 축사 가보니…

"가축 사육시설 없이 뼈대 세워 지붕 그늘은 주변 논 가려 피해"
논밭 밀고 들어서 난개발 우려…편법 보여도 제지할 방법 없어

예천 고평들 내 논 바로 옆에 태양광발전소 축사가 들어서면서 태양광 지붕 그늘이 논 3분의 1일 가리게 된 상황이지만 반대쪽에도 태양광발전소 축사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예천 고평들 내 논 바로 옆에 태양광발전소 축사가 들어서면서 태양광 지붕 그늘이 논 3분의 1일 가리게 된 상황이지만 반대쪽에도 태양광발전소 축사가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25일 오후 찾아간 경북 예천군 고평리 고평들. 멀리서 바라본 고평들은 논밭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태양광발전소 축사로 인해 예전 드넓었던 평야의 모습을 잃은 상태였다. 내성천 물길보다 높고 넓은 들이라고 해서 지어진 고평(高坪)은 이제 없었다.

바둑판식으로 정돈된 들에 한칸은 논밭, 한칸은 지붕 위 태양광이 얹힌 축사가 차지했다. 오히려 칸마다 색이 대비되는 체스판을 연상케했다. 이렇게 논 주변으로 자리잡은 축사는 햇볕이 이동하는 내내 논 3분의 1을 사방으로 돌아가며 그늘로 덮었다.

태양광발전소를 갖춘 축사들이 예천에 논밭을 밀고 우후죽순 들어서면서(매일신문 18일 자 1면)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기존 논밭 사이에 지어진 축사는 주변 농작물에 피해를 줌은 물론 영농 목적이 배제된 태양관 난개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천 고평들에서 모내기 중이던 한 농부가 논 주변으로 들어선 태양광발전소 축사가 농작물 생육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1년 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예천 고평들에서 모내기 중이던 한 농부가 논 주변으로 들어선 태양광발전소 축사가 농작물 생육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1년 농사를 걱정하고 있다. 윤영민 기자

고평들 안은 모내기로 분주한 농부들과 함께 축사 지붕 위에 얹혀질 태양광 관련 설비를 위해 모인 인부들로 뒤섞여 있었다. 인부들은 기존 낮았던 전봇대를 태양광이 설치되는 높이까지 연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었고 농부들은 논 바로 양옆으로 지어진 축사로 인해 논 안으로 그늘이 들어선 모습을 보며 일을 멈춘 채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농부는 "논 바로 앞에 지어진 축사 때문에 농작물 일조량이 확 줄 것 같은데 축사가 뒤에 또 지어지고 있다"며 "태양광은 경사면을 한쪽으로으만 높이 세우기 때문에 보통 축사가 논을 가리는 수준 이상"이라고 한탄했다.

특히 태양광 시설을 갖춰 완공됐거나 건립 중인 축사 대부분은 소를 사육할 만한 시설은 거의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사육 시설이 마련된 축사도 수백평 규모가 무색할 정도로 턱없이 적은 소가 사육되고 있었다. 300평 정도 돼 보이는 한 축사에 소는 20여 마리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런 축사들의 지붕 위 태양광발전소만은 이미 형태를 모두 갖춘 상태였다.

현장을 둘러본 전문가 역시 "여름과 겨울이 뚜렷한 나라는 기온에 따른 폐사 우려가 있어 냉난방 시설을 마련해 신축하는데 이곳 축사들은 한마디로 '축사처럼' 뼈대만 갖추고 그 위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출 준비만 완료한 것 같다" 고 평가했다.

경북 예천군 고평리 고평들 논밭 사이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됐거나 설치 중인 축사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윤영민 기자.
경북 예천군 고평리 고평들 논밭 사이에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됐거나 설치 중인 축사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 윤영민 기자.

이런 상황을 예천군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어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예천군 관계자는 "절대농지에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농지 위 건축물에는 가능하기 때문에 농지 위에 축사 허가를 내고 태양광을 올리는 편법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이런 축사는 내부 시설과 상관없이 건물만 준공되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가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배사 지붕 위에 올려지는 태양광은 재배사의 1년 간 실적이 필요하지만 축사는 이런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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