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서민 주머니 털어가는 온라인 불법 도박장 '성인PC방', 1억원 잃은 피해자도 나와

대구 한 50대 남성 3개월 간 1억5천 날려, 가족은 "피해자 속출 뻔한데도 단속 못해" 불만
적발 회피 꼼수도 날로 진화, 경찰은 "증거 잡기 어렵다"

대구 남구 봉덕동 일대에서 십수 곳의 성인PC방이 사행성 게임 이름을 내걸고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대구 남구 봉덕동 일대에서 십수 곳의 성인PC방이 사행성 게임 이름을 내걸고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홍준헌 기자 hjh@imaeil.com

불경기를 틈타 동네 곳곳에 스며든 온라인 불법 도박장, 성인PC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용돈 벌이 목적으로 발을 들였다가 억대 빚을 지는 피해자가 속출하지만, 경찰은 적발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꼼수를 구사하는 업소를 당해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대구에 사는 50대 전직 회사원 A씨는 지난 3월 친구를 따라 대구 남구 한 성인PC방을 맛본 뒤 최근까지 자산과 가족·지인 돈, 금융권 대출까지 1억5천만원을 온라인 도박으로 날렸다. 하룻밤 새 최대 2천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했다. A씨가 "가진 돈을 다 썼다"고 하면 업주가 게임머니를 외상으로 충전해주며 "나중에 갚으라"고 했다.

A씨 가족은 "업주에게 우리 남편 출입을 막아 달라고 항의도 하고 호소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며 "엄연한 온라인 도박장이 동네 곳곳에 널렸지만 경찰은 방치하고만 있다. 남편 같은 피해자가 속출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호소했다.

실제 12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동 한 도로 주변에는 성인PC방 여러 곳이 줄지어 있었다. 한 상가 1층의 50㎡ 안팎 규모 성인PC방에는 10대 안팎의 컴퓨터와 모니터가 놓여 있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PC방은 특정 게임서비스 개발사가 제공하는 게임에 사이버머니를 충전해준 뒤 이용자가 쓰는 게임 판돈, 베팅비 등으로부터 9%대 수수료를 취한다.

기자가 "처음 방문했다"며 게임비 1만원을 지불하니 눈치를 보던 업주가 잠시 후 인터넷 브라우저로 '적토마 블랙' 사이트에 접속하고서 업소 소유 계정으로 로그인했다. 계정에는 1만원을 게임머니로 환산한 1만 실버가 충전돼 있었고 이를 맞고, 바둑이, 포커, 텍사스홀덤 등 다양한 사행성 게임의 판돈으로 쓸 수 있었다.

이곳 게임이 넷마블 등 일반적 게임 사이트와 다른 점은 게임을 마치고 퇴장할 때 자신이 보유한 사이버머니를 업주에게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분가량 1점당 200원짜리 맞고 게임을 해 사이버머니를 2만 실버로 불린 뒤 자리에서 일어서자 해당 업소 업주가 현금 2만원을 되돌려줬다.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업주가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성인PC방 업주들은 개업에 별다른 자격요건이나 제한이 없다 보니 쉽게 지자체 허가를 받은 뒤 게임머니 환전 등 불법 영업을 은밀히 지속하고 있었다.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따르면 이달 기준 지역 내 성인PC방으로 추정되는 소규모(PC 15대 미만) PC방은 270곳에 이른다. 최근 4년(2016~2019년 5월) 간 매년 전년 대비 20% 이상 늘었다. 관련 업계는 무등록, 무허가 업체를 합치면 더 많은 성인PC방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단속이 엄격한 만큼 적발을 피하는 꼼수도 진화했다. 업소는 처음 보는 손님 출입을 제한하고, 단골에게만 더욱 사행성 높은 게임을 제공하거나 판돈 규모를 무제한 설정할 수 있는 아이디를 빌려주는 것. 또 현금 거래 대신 계좌이체로만 게임비를 주고받고서 업소 소유 스마트폰으로 게임머니를 충전해주며, 단속 즉시 각 이용자 PC를 조작해 게임 판돈을 일시적으로 낮추기도 한다.

대구 한 전직 성인PC방 업주는 "최근에는 업주가 게임머니를 다른 사이트의 현금화 가능한 포인트로 바꿔주면 손님이 이를 환전하는 수법도 나왔다"고 털어놨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경찰이 검거한 성인PC방 업소 등 불법게임장 사범은 모두 1천795명이다. 단속이 어렵다 보니 같은 기간 업소는 늘었지만 적발 건수는 2016년 854명, 2017년 429명, 2018년 374명 등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 횟수를 늘리는 대신 신고를 통해 위법이 확실시되는 곳이나 대형 업소를 중심으로 적발 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환전 정황이 담긴 사진이나 영상 등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전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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