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바보야! 농업은 환경이야!!

이상호 영남대학교 식품경제외식학과 교수 이상호 영남대학교 식품경제외식학과 교수

52조5천198억원, 1.8%. 이 수치는 무엇일까? 답은 2018년 우리나라 농업 생산액, 그리고 농업이 경제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마디로 농업을 통해 생산되는 경제적 가치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의 생산, 고용, 부가가치의 감소를 이야기하며 한국 농업의 쇠퇴를 당연시한다. 1970년 한국 농업은 고용의 50%, GDP의 26%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근본이었다. 하지만 경제 발전 과정을 거치며 농업에서 제조업,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돈이 되는 산업에 인력과 자본이 이동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으로 56개 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수입 농산물이 국내 시장에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다. 이로 인한 공급의 수요 초과로 농산물 가격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산물 가격은 생산 작목과 생산량을 결정 짓는 주요 잣대이며, 이를 통해 농업 생산 체계의 변화가 발생한다.

특히 WTO, FTA에 따른 농산물의 무역자유화는 단일 작물 체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위 10개 작물이 전체 농업 생산액의 58%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품목의 생산 집중도가 높다. 특정 품목의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농촌 환경 및 자원 이용은 단순화된다. 또한 농업 생산 작물의 단순화는 경기 변동 및 기후변화 등 외부 환경 영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농업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이 가진, 농업을 통해 창출되는 다양한 가치들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선진국은 농업을 경제, 사회, 환경, 그리고 생태 측면에서 복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격이라는 경제적 잣대로만 농업을 평가하는 근시안적 태도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시키는 우를 범하게 된다.

농업 생산은 그 자체가 생태 활동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의 첨병 역할을 하는 WTO조차도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 농업의 생태적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 농산물이 값싼 수입 농산물에 밀려 낮은 시장 가치로 평가받고 있지만 농업은 그런 일차원적 잣대로만 볼 수 없다. 경제 이상의 생태적 가치, 현 세대를 넘어선 미래 세대의 생존 문제를 고려한 다차원적 측면에서 농업을 평가해야 한다.

과거 습지는 쓸모 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순천만 습지를 보자. 작년 한 해 순천만국가정원과 습지에 무려 1천3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가 되었다. 순천만 습지는 생명의 보고이자 환경의 파수꾼을 넘어 훌륭한 관광 자원이다. 심지어 순천은 몰라도 순천만은 알고 있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다. 지금 당장 쓸모 없다고 버린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후회한다. 문제는 후회해도 버려진 것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농업은 생태의 보고(寶庫)이자 환경 그 자체이며, 농산물은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상품 그 이상의 다원적 가치를 가진다. 반드시 농사를 지어야만 얻을 수 있는 홍수 조절, 생물 서식지, 탄소 저장 등의 환경 가치가 있는데 한 번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이 불가능하거나 복원을 위해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선진국들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여 농업을 환경과 공동체라는 측면에서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농업은 환경'이라는 진리를 먼저 깨달은 선진국의 길이 우리 앞에 있다. 이제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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