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조국 법무부장관께

트위터 ‘조국 어록’의 키워드는
당파성·편 가르기·언행 불일치
우여곡절 끝에 임명된 조 장관
특정 진영 아닌 국민에 봉사를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한가위는 잘 보내셨는지요. 상투적인 명절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짐작건대 가족들이 모두 모이지도 못했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가족들 거의 모두가 수사대상이 된 상황이네요. 명절 기분은커녕 황망하고 어수선하기만 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생각하면 국외자인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장관 자리가 뭐라고. '검찰 개혁을 위한 소명'이 뭐라고. 가족들이 그 정도 대가를 치를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이 원망 대신 전폭적인 지지를 표해 주었기를 바랍니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조국'이 되었습니다. 무려 66대 장관이더군요. 우여곡절이 너무 심했고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높지만 기왕 취임한 마당입니다. 과거 청문회 등에서 수십 번 나왔던 얘기를 다시 끄집어내지는 않으렵니다. 당부라는 말은 주제넘은 것 같고 장관으로서 기대하는 바를 적으려 합니다.

저는 앞서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이라는 말을 일부러 썼습니다. 그렇습니다. 조국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장관이 아닙니다. 진보진영 장관도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국무위원이 된 것입니다. 장관으로서, 특히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는 법무부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실입니다.

자주 인용하시는 헌법에 공무원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비록 정무직 공무원이지만 장관은 특정 정당이나 정파 혹은 진영에 충성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합니다. 특히 조 장관님에게는 이 헌법 조문이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장관님의 행보에 비추어 그렇다는 말입니다.

1만5천 개가 넘는 트위터 글로 '조국 어록'이 생겼다는 얘기는 아실 겁니다. 극단의 '당파성'과 '편 가르기', 그리고 '언행 불일치'가 조국 어록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일일이 예를 들지 않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념과 지역 등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입니다. 장관님의 청문회와 임명 과정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마음은 더더욱 나누어지고 찢겨졌습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추석 상 앞에서 '조국 장관' 문제로 다툰 가정이 많았을 겁니다. 장관님은 청문회 과정에서 '성찰'이라는 말을 수십 번은 되풀이했을 것입니다. 그 말대로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일개 정파의 전위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으로 말입니다.

고 신영복 교수를 존경하시겠죠? 문재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인물입니다. 진보진영의 이데올로그이기도 합니다. 장관님도 신 교수의 생각을 흠모하고 따를 것으로 믿습니다. '담론'이라는 책에서 신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남철의 여윈 바늘 끝처럼 불안하게 전율하고 있어야 하는 존재가 지식인의 초상입니다. 어느 한쪽에 고정되면 이미 지남철이 아니며? 참다운 지식인이 못 됩니다." '떨리는 지남철'이라는 시를 인용하여 지식인의 역할을 말한 것이지요.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라고 할 수 없는 열린 생각을 가진 지식인의 고뇌와 방황은 지남철의 바늘 끝을 닮았습니다.

지식인은 경계 지점, 회색지대에 살아갑니다. 옳고 그름은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고, 절대적으로 옳은 사상이나 논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는 회색분자,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지식인의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의 말이야 개의치 않아도 좋습니다. 신영복 교수는 무게가 다르지 않겠습니까.

'앙가주망', 즉 지식인의 현실 참여는 의무라고 하셨죠. 사르트르가 그 말을 사용한 맥락은 지식인이 권력의 중심에 서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권력이 엇나가지 않도록 비판하고 견제하는 '나침반'의 역할로서 지식인의 현실 참여를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권력의 핵심에 서게 된 장관님입니다. 험난한 과정을 통한 성찰의 열매가 있기를 바랍니다. 열린 생각을 가진 지식인으로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었기를 말입니다. 그토록 소명으로 여기던 검찰 개혁도 그래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정파의 시각이 아닌 대한민국 법무부장관의 시각에서, 독선이 아닌 열린 생각으로 추진해야만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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