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살아 있는 문화유산-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가시면류관`잔 다르크`나폴레옹…
역사의 질곡을 함께한 프랑스 상징
문화유산은 공동체의 구심적 역할
개인적 존재의 무상함 극복 도와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수정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먼 곳에 떠나가 있다가 고향으로 돌아올 때,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아련한 기분이 들면서 집 근처에 가까이 올수록 마음이 점차 편안해지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느낌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익숙한 풍경과 눈에 익은 건물들, 곧게 뻗은 도로 옆으로 난 좁은 골목, 내가 다니던 카페와 세탁소의 크고 작은 간판들,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사이로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거기 깃든 추억…. 이 모두가 나를 이루는 부분, 즉 나의 '문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생활방식이나 작은 습관 등이 모여서 '문화'가 되고, 자기와 같은 문화에 속해 있을 때 사람들은 서로에게 동질감과 친밀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문화는 다음 세대에도 전해져서 역사성을 띠게 되는데, 이것이 '문화유산'이다.

지난 4월 전 세계를 안타깝게 했던 파리의 노트르담(Notre-Dame) 대성당 화재 사건은 문화유산의 역할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해준다. 파리 중심부의 시테(Cite) 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은 12~13세기에 지어진 이래로 근 860년을 프랑스인들과 함께해 오면서, 최초의 고딕 양식 가운데 하나라는 건축적 가치 이외에 프랑스의 상징이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물이 되었다.

화재 당시,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이 보관되어 있었고, 이 성유물을 구해온 프랑스 국왕 루이 9세의 튜닉(tunic겉옷)도 남아 있었다. 물론 지금은 철저한 정교 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와 교육 등 사회의 모든 공공 분야에서 종교적 색채가 가려졌지만, 5세기 말 클로비스 왕이 세례를 받고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교회의 맏딸'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서구 그리스도교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프랑스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또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삼부회가 열린 장소이기도 하고, 프랑스의 구국(救國) 성녀로 불리는 잔 다르크의 명예 회복 재판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18세기에는 프랑스 혁명의 여파로 건물과 조각상이 훼손되었지만, 나폴레옹 1세는 그 유명한 대관식을 이곳에서 거행하였고, 19세기에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노트르담의 꼽추)의 배경으로서 새삼 주목받게 된 후 대대적인 재건 공사를 거쳐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돌로 쌓아 올린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프랑스의 가장 중요한 문화유산으로서 역사의 질곡을 함께한 프랑스의 상징이기에, 그 화재를 목격한 시민들은 마치 프랑스가 불타는 것처럼 느꼈다고 증언한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성가를 부르거나,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외신을 타고 전해졌고, 성당이 타들어 가는 동안 시민들은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유물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고 한다. 문화유산은 한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그것을 중심으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국민 절반 이상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이전의 모습대로 복원하기 원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건축물이기 이전에 자신들에게 깊은 상징적 의미를 지닌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숭례문 방화 사건 때, 많은 사람이 마치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듯 가슴 아파하지 않았는가? 문화유산은 나의 근원을 생각하게 해준다. 과거와 미래로 나를 확장시키며, 먼 곳으로부터 고향으로 돌아오듯 역사 속에서 나의 좌표를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문화유산은 공동체라는 의미 속에 너와 나를 이어주는 고리 같은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우리'라는 가치는 인간으로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문화유산은 '연대와 일치'의 가치를 일깨워줌으로써, 개인주의의 가벼움 속에 낱낱이 흩어져버리는 존재의 무상함을 극복하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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