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화웨이 사태, 원칙과 일관성 있는 외교 각성 계기로

미`중 대립 양상 보이는 이슈마다
한국은 양측 눈치 보며 우왕좌왕
스스로 외교 사면초가 상태 빠져
시류 편승 대신 원리원칙 준수를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전 주핀란드 대사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전 주핀란드 대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 북핵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사카 G20 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일 정상회담 개최조차 불확실할 정도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어 있다.

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5G, 인공지능, 사이버 등과 같은 기술 분야를 넘어 양국 간의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은 화웨이 사태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외교적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그간 우리 외교는 국제 규범에 입각한 원칙과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미·중 간 대립 양상을 보이는 이슈마다 한국은 양측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다 양국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미·일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한국은 결국 RCEP에 참가한다. 미국이 반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동맹국인 미국을 거슬러가며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과 국제금융체제에 가입하고서도 중국으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태도는 더더욱 실망스럽다.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환경영향 평가 미실시,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 등 제반 이유를 들어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다가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17년 6월 9일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꿀 의도가 없다"고 발표한다. 이후 우리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조건으로 사드를 임시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은 사드 철수를 요구하며 우리나라에 대하여 전 방위적 제재를 가한다. 사드 최종 배치가 지연되자 미국은 미국대로 우리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권유하였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북핵 공조 필요성을 들어 제소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결국 우리 정부는 국제 규범이나 원칙보다는 시류를 선택했다. 이는 2017년 10월 말 국회 국정감사 시 강경화 외교장관의 삼불 발언으로 이어져 주권 포기 논란까지 야기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한 화웨이 사태는 우리에게 더욱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보안 문제를 들어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만 하지 말고 옳고 그름을 잘 따져 판단하라고 겁박한다.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달 초 서울에서 개최된 한 콘퍼런스에서 "신뢰할 만한 5G 공급자 선택이 중요하다"며 공개리에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후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화웨이와 화웨이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를 콕 집어 '안보 위협'을 거론했다 한다. 지난 6월 7일 청와대 관계자가 "(화웨이 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말하자, 해리스 대사는 "나는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면 반박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는 단순한 제품 구매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전초전이다.

사드 사태가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은 주권 사항으로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만 고수하면 되는 2차 방정식이었다면, 화웨이 사태는 경제, 기술, 안보, 국제 전략이 혼재되어 있는 고차 방정식이다. 사드와 화웨이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며 시류에 편승하는 태도를 지속할 경우, 한국은 양측 모두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위기를 잘 극복하면 기회가 된다. 화웨이 사태가 한국이 국제 규범과 원칙에 따른 일관성 있는 외교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보약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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