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브랜드, 그게 뭐라고?

브랜드는 만드는 게 ‘1’이라면
그다음에 있을 과정이 ‘99’
다만 그 ‘1’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99’를 방해하면 안돼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브랜드는 이름이다. 정확히는 세상 유일한 것에 붙는 단 하나의 이름이다. 사람의 이름도 그렇다. 하나의 이름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 내 아이의 이름처럼 말이다. 그래서 둘은 닮았다. 내친김에 나란히 놓고 정리해 보자.

아이가 태어나 이름을 지었다. 즉, 브랜드의 탄생이다. 아이의 부모가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했다. 이건 브랜드 슬로건, 혹은 도시로 치면 정책 슬로건이다. 아이의 할머니가 "어이구! 우리 강아지"라고 했다. 강아지는 어쩌면 이 브랜드의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라 조금씩 '자기만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옷 하나를 고를 때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이른바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이다. 갈수록 아이를 알아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건 브랜드의 확산이다. 훌륭히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 그 이름 하나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세상이 바뀐다. 다름 아닌 '브랜드 파워'다. 이게 전부다.

다시 풀어 보면 이렇게 된다. 맨 처음 브랜드는 단지 하나의 이름일 뿐이었다. 브랜드의 전개, 즉 브랜딩은 부모가, 할머니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브랜드의 비전은 한 가족의 문화와 그 구성원들의 생각과 바람으로 설정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부모의 영향과 아이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지고 '자기다움'을 지켜 가는 것으로 유지된다. 브랜드 파워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면 솟아나고 정체성을 지켜낼수록 세지며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만큼 커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성공한 브랜드의 모든 전개 과정에는 손자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처럼 지극한 사랑이 녹아 있다. 그건 아이디어를 곧 창의성으로 여기는 사이비 전문가들의 얄팍한 기술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브랜드와 그 정체성에 관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대구로 가져와 보자.

지난 2015년 11월 2일, '대구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시민모임'의 출범식이 있었다. 그때, 대구시는 '도시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반영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시민의 집단 지성과 공감을 이끌어내 긍정과 희망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100년 가는 브랜드'를 만들겠노라 천명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건 없다. 설사 있다 해도 이런 정도의 것이 무슨 시민모임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치자. 그게 뭐라고? '로고 타이프'와 '심벌마크', 기껏해야 글자 몇 개에 약간의 이미지가 다가 아닌가! 그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다.

브랜드는 만드는 게 '1'이라면 그다음에 있을 과정이 '99'이다. 다만 그 '1'이 중요한 건 그것이 '99'를 방해하거나 제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그래서 필요한 거다. 전문가는 그 이름이 진짜 '사람의 이름'으로 적합한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다. 전문가는 그 뒤에 올 '99', 즉 브랜드의 운용 및 전개 과정에서 제약이 될 요소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미리 찾아내 고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는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 운용이 가능한 '상징 체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99'에 선행하는 '1'을 만드는 작업, 이건 우주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시민모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아마추어 프로축구선수'가 없듯이 '시민전문가'라는 말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컬러풀대구'를 대신할 브랜드가 필요하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진짜 전문가라면 한동안 미친 듯이 대구를 사랑할 테고 가짜 전문가는 뉴욕은 어떻고 코펜하겐은 어떠니 하며 낡은 이야기를 하려 들 것이다. 진짜 전문가라면 하염없이 시민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할 테고 가짜 전문가는 시민에게 대구의 정체성을 가르치고 일깨우려 들 것이다. 그러니 대구 도시 브랜드, 할 거면 전문가 그룹에 맡겨 제대로 하고 아니면 말아야 한다. 그다음에 진행될 '99'는 시와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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