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의 생각을 읽는 기계

우리는 또 하나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바로 우리 몸 속에 있지만 여전히 신비 속에 감춰진 뇌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첨단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뇌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금씩 엿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내 머리 속뿐만 아니라 남의 머리 속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하니 더욱 흥미로운 기술임에 틀림없다. 요즘 뇌과학자들이 우리 뇌 속을 어떻게 들여다보는지 살짝 살펴보자.

보스턴 과학박물관에 있는 인체모형. 보스턴 과학박물관에 있는 인체모형.

◆누군가 내 머리 속을 보고 있다

이건 악몽이다. 누군가가 계속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악몽인데 심지어 내 머리 속을 계속 보고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무서운 악몽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미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2018년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항저우 중흥전자를 포함한 12개의 공장이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뇌파를 읽는 장치를 사용했다. 그 회사의 근로자들이 출근해서 머리에 쓰는 작업모에 뇌파를 읽는 전극을 넣어서 근로자가 작업을 하거나 쉬는 동안에도 뇌파를 실시간으로 읽어서 컴퓨터에 저장하고 분석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을 했을까? 회사의 입장은 근로자들이 일하는 동안 뇌파를 측정해서 직원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지와 분노나 즐거움을 느끼는 지를 측정해서 분석한 후 적절한 작업 흐름과 업무량을 조정하는 데 쓰기 위해서라고 한다. 국가전략망 저장성 전력공사는 이 장치를 도입한 후 지난 4년 동안 3천220억원 이상의 이익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외신들과 인권단체에서는 사생활 침해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권문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근로자의 작업모에 전극을 붙여서 일하는 동안에 뇌파를 측정하는 장치는 뇌파 신호가 매우 약하고 잡음이 섞여 들어가서 그 신호를 분석해서 정확하게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실제로 근로자의 생각이나 감정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미 다른 사람의 뇌 속을 들여다보고자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뇌의 생각을 읽는 기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바로 옆에 있어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우리 뇌의 생각을 읽어내는 기계가 있을까?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어떻게 뇌에 대해서 연구할까? 실시간으로 뇌 속의 생각을 읽을 수는 없을까? 이러한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영상기기 측정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영상기기 측정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영상기기 연결 컴퓨터.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영상기기 연결 컴퓨터.

사실 우리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면 내 머리 속을 훤히 보여주는 기계들이 있다. 바로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들인데 이 장비로 뇌를 찍으면 뇌 영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굳이 내 머리 뼈를 들어내지 않고도 뇌 속의 혈관이나 조직을 선명하게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의료영상장비를 사용해서 뇌 속에 종양이 있는지 또는 뇌혈관의 어느 부분이 막히거나 파열되었는지 등을 조사할 수 있다. 또한 이런 대형 영상장비를 사용해서 뇌의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보거나 생각을 할 때에 달라지는 뇌의 특정 부위의 활성도도 조사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뇌 영상을 촬영하는 데에는 수 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빨리 변하는 것을 촬영할 수 없고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실시간으로 뇌 속을 볼 수 있는 다른 장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 중에 뇌파 측정기는 뇌파를 측정하는 데에 수 밀리초 정도로 아주 빨리 측정할 수 있어서 실시간으로 연속적으로 뇌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기계여서 많은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뇌파 측정기

뇌파 측정기는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읽으면 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측정하는 뇌파의 신호는 너무 작다. 수술을 통해서 두개골 뼈를 들어내고 뇌의 표면인 피질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측정하면 1밀리볼트(mV) 정도 된다. 그런데 머리 피부에 붙인 전극을 통해서 뇌파를 측정하면 뇌파가 0.1 밀리볼트(mV) 정도로 크게 줄어든다. 바로 머리뼈가 뇌파 신호를 크게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이렇게 약한 뇌파 신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는 어려워서 앰프를 통해서 신호를 증폭한 다음에 분석한다. 앰프를 통해서 전압을 약 10만배까지도 증폭할 수 있다. 따라서 신호는 작지만 안전한 머리 피부에 전극을 붙여서 뇌파를 측정하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이처럼 뇌파를 측정해서 뇌 손상, 뇌전증, 치매 등의 질병 진단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의학적인 이용 외에도 동물이나 사람의 행동과 뇌의 활동을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뇌에 흐르는 전기와 뇌파

뇌파(Brainwave)는 뇌전도(Electroencephalography, EEG)라고도 불리는데 우리 몸의 신경계에서 뇌신경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전기의 흐름이다. 뇌에 전기가 흐른다고? 맞다. 전기가 흐른다. 사실 우리 몸의 구석구석으로 신경을 타고 전기신호가 실시간으로 계속 흐르고 있다. 마치 컴퓨터 본체의 뚜껑을 열어보면 복잡하게 얽혀있는 전자회로 기판의 선들을 따라서 미세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에도 몸의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각종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을 타고 미세한 전기가 흐르고 있다. 온몸의 각 부위에서부터 신호들이 모여서 최종 집결하는 곳. 그곳이 바로 우리 뇌다. 우리 뇌는 발 끝에서 머리 끝까지 각종 장기와 피부에서 수집한 신호들을 받아서 분석하고 명령을 내린다. 마치 슈퍼컴퓨터가 각종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한 후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말이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뇌에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역사를 살펴보면 영국 의사인 리처드 캐튼이 1875년에 토끼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뇌에서 전기가 흐른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 이후 1924년에 독일 예나 대학교의 한스 베르거가 환자의 두개골 피하에 백금전극을 넣어서 뇌파를 읽는 뇌전도(EEG)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한스 베르거에 의해서 사람의 뇌파가 처음으로 측정되었다.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뇌파를 읽고 분석해서 뇌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내는 연구에 뛰어들었다.

뇌종양이나 뇌혈관질환을 검사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의료영상장비를 비롯하여 뇌파를 측정하는 기계와 같이 우리 뇌 속을 들여다보는 기계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장비들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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