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선 긋기, 선 지우기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지난 일요일 저녁, 극장이 떠나갈 듯 우레와 같은 박수와 열렬한 환호 속에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막을 내렸다. 38일간의 대장정 가운데 축제의 성공에 크게 기여한 이를 시상하고, 최고의 성악가들과 함께 마지막 축하의 콘서트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그 축하의 무대는 수상자들만의 것도, 예술인들만의 것도 아니었다. 정작 즐거운 시간을 누린 이들은 객석을 가득 메운 일반 관객들이었던 것이다.

흔히 오페라를 대표적인 고급 예술로 치부하며, 일반 시민들과 경계를 짓기 십상이다. 오페라를 즐기는 사람은 극히 소수이며, 오페라극장은 그들만의 세상 아니냐는 것이다. 냉소적인 느낌마저 밴 전형적인 '선 긋기'이다. 그러다 보니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대중화', '저변 확대'라는 숙제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표현을 수긍하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주인처럼 든든하게 객석에 앉은 저들은 대중 또는 일반 시민이 아니면 누구인가.

이번 축제의 주요 오페라 작품을 아울러 집계했을 때 평균 객석점유율 93%를 기록했다. 공연예술계의 꿈이라는 '전석 매진' 역시 여러 차례였다. 미처 공연 티켓을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혹시 환불표가 있는지 문의가 빗발쳤다. 소수의 애호가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과일까. 미처 알지 못한 사이에 오페라는 시민의 일상으로 성큼 들어서 있었던 것이다. 적어도 우리 대구에서는 그렇다.

물론 시간이 걸렸으며, 노력도 적지 않았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아리아를 배우는 예술교육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공원이나 기차역, 학교에 찾아가서 연주하며, 백스테이지투어를 열어 극장 구석구석을 소개하고, 수시로 강의도 개최하였다. 올해는 시민들이 특히 많이 모이는 장소를 찾아 야외오페라도 선보였다. 오페라 '라 보엠' 중 2막 부분을 광장에서 펼쳐보였는데, 오페라에 반한 시민들은 극장에서 전체 '라 보엠'을 보고 싶다고 했다.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것이 '선 긋기'였다면, 이렇듯 시민들에게 오페라를 알리는 모든 일들은 '선 지우기'였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한다. 그러나 띄엄띄엄 지어진 경계를 찾아보자. 당장 내일 저녁에 대구오페라하우스 소극장에서는 오페라와 함께하는 문화 회식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오페라 회식 한번 거나하게 즐겨보면, 오페라란 뜻밖에 재미있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 다음에는 극장을 찾아 공연을 즐기면 그만이다. 이제 내년도 오페라축제는 나를 위해 준비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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