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하안거 해제날

각정스님 청련암 암주

새벽에 창문을 여니 보름달이 휘영청 밝았다. 이슬이 내린 소나무와 옥잠화 너른 잎에도 달빛이 고였다.

하안거 해제날 이다.

불전에 예불을 올리고 이른 삭발을 했다. 이 날은 출가 수행자에게는 특별한 시간이다. 수행자의 나이가 한 살 더 보태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과 더위로 게으름 속에서도 이미 가을은 와 있었다. 뒤뜰에 상사화가 잎도 없이 백중에 맞춰서 꽃 장엄을 올리고 있다. 백중날 치러지는 우란분재는 선망부모의 왕생 축원과 망자를 위한 천도의식이 베풀어진다.

이때 안거(安居)에 들어갔던 스님들이 수행을 마치고 정진이 끝나는 날이 7월 보름인 것이다. 수행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부처님 제자인 목련 존자가 어머니를 구원했던 내용이'우란분경'과'목련경'에 자세히 전한다.

지금도 대만에서 열리는 공승법회(供僧法會)는 4천여명이나 모여서 대규모의 축제가 된다. 불광산사의'부모친숙일'은 출가한 스님과 그의 부모가 함꼐 상봉하며 축복속에서 행사가 이루어진다. 물론 여기에는 대만에 유학 온 세계의 모든 스님들도 초청되어진다. 이날은 신도들이 정성껏 마련한 보시금과 선물을 스님들 모두에게 공양 올리는 성대하고 장엄한 의식이 된다.

동아시아의 문화전통은 강력한 조상숭배가 으뜸이었다. 조상을 존중하는 제사와 부모에게 하는 효는 불교 안에서 포교의 방편으로'우란분절'이 크게 부각 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효가 강조되어서 남성주의 사회에 가려진 어머니에 대한 역할을 불교가 찾아 낸 것이다. 여기에는 어머니에 대한 효를 강조하는 인도문화가 한몫을 만들어 내었다. 불교의 구원에는 직계혈통이 아니더라도 모든 존재에까지 확대된다. 이는 부계에 한정된 동아시아 전통을 불교포교의 수단으로는 가장 위력적인 코드가 되었다.

우리가 노래하는 양주동 작시, 이홍렬 작곡'어머니의 마음'도 양주동 선생이'부모은중경'을 읽고 만든 노래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창조력을 지닌 사람은 어머니이다. 어머니는 우주의 생명력을 탄생시키며 그 생명을 사랑으로 가꾸어 낸다. 낳기만 한다면 무엇하랴. 기르고 가르쳐야 하기에 어머니는 얼굴에 주름이 지고 근심이 그칠 날이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을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어진 어머니는 백 사람의 교사에 견줄 만하다고 한다. 그 어머니 밑에서 뛰어난 성인도, 흉악한 도둑도, 인류역사의 큰 영웅도 어머니들의 자식인 것이다.

백중날 형님 절에 갔다. 고모와 어머니로 만난 우리는 형님의 권유로 출가하게 되었다. 어머니 1주기에 합동으로 제를 올리고 국수를 함께 먹었다."때를 알고, 때에 맞게 먹고, 때를 따른다"는 것은 자연의 순리에 맞춰서 살아가는 일이다. 어머님 안 계신 지금 어릴 때"때를 거르지 말라"고 하신 목소리를 듣는다.

부처님의 상수제자 가섭 존자에게 출가를 허락하시면서"가섭아 너는 높은 가문에 태어나서 자존심이 큰 사람이다. 그래서 나이가 많은 이거나 중간이거나 적은이거나 같이 지내는 대중에게 크게 부끄러워할 것이 있는 것처럼 수행해야 한다."

시간은 여름의 깊은 시름을 아물리며 대추를 붉게 익게 하고, 담장의 박덩이 꼭지를 마르게 하며, 들판의 곡식을 익게 한다. 7월 보름달 크고 부드러운 달이 떠오른다.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 감사합니다.

청련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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