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꽃이 드니 웃다

각정 스님 각정 스님

여름 장마로 비가 자주 내렸다. '눈물이 없는 사랑의 영혼에는 무지개가 뜨지 않는다'는 인디언의 말처럼 비가 오지 않는 여름을 생각할 수 없다.

7월의 나무들은 비를 먹고 훌쩍 키가 커 버린다. 비 설거지를 마치고 마루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자연 가운데는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하거나 놓치는 것이 많다. 더구나 밤비 오는 소리는 쉽게 들리지 않는다.

계곡 물소리가 높아지면 연잎에 떨어지는 비소리가 일품이다. 소낙비가 지나가며 후드득 두들기는 진동과 여운은 잎의 무게만큼 채우고 비워내는 조화는 감탄과 탄성을 자아낸다.

깨끗한 벗(淨友)으로 불리는 연꽃은 연못에서 자란다. 그래서 꺾어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연못으로 찾아가는 꽃이다.

꽃은 취하지 않고 가슴에 담아야 한다.

원산지가 열대아시아인 연꽃은 관상용으로 즐기지만 약재와 식용으로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장수와 건강 등 종교와 문화의 아이콘으로도 꾸준한 사랑을 이어왔다.

연꽃은 물이 깊지 않은 수심 아래서 잘 자라며 수생식물과 함께 여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수면 위에서 떠있는 작은 연꽃도 있다.

꽃과 잎이 너르며 큰 것은 연꽃이며, 잎이 작고 물 위에 부착된 작은 꽃은 수련이다. 그 밖의 노란색의 자생인 개연꽃도 있다.

한여름 연못에 연꽃이 피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다. 연꽃 위에서 모든 생명이 태어난다. 연화화생(蓮華化生)이다.

연꽃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연화화생이 포현된 것은 불교에서의 창조의 개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관무량수경에 '여래의 몸은 털 구멍마다 빛이 나오고 빛줄기 하나하나의 끝에 연꽃이 피고 그 연꽃마다 화불이 있어서, 이를 둘러싸고 대중에게 설법을 한다.'

하나의 빛이 무수한 부처를 만들어내고 하나의 진리로부터 무량한 빛이 나와서 이 우주를 진리로 가득차게 한다는 것이다. 탄생 주체는 여래이며 진리이며 마음이다. 그래서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든다.(一切唯心造)

연꽃은 염화시중(拈華示衆)에서 비롯되어 불교의 상징이 되었다.

어느날 석가모니가 영산회상에서 많은 대중과 설법을 하던 중 말을 멈추고 문득 연꽃 한 송이를 높이 들었다. 대중이 의아해 하였지만 제자 마하가섭이 미소를 지었다. 부처님께서 "나의 정법안장은 가섭에게 전했다."

이심전심(以心傳心:마음과 마음으로)이었던 것이다.

총림의 방장이나 조실 스님이 머무는 방에는 염화실(拈華室)이라고 현판이 걸려 있다. 연꽃을 예찬한 송대의 주돈이의 '애련설'은 명문장이다. 선비들이 즐겨 외우고 연꽃의 군자다움을 명쾌하게 일곱 가지로 정리한 명문이다.

한자 문화권이 아닌 서양에서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클로드 모네는 연못과 정원을 가꾸며 250여 점의 '수련' 대작을 남겼다. 모네의 정원(지베르니)에는 지금도 세계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학작품에 심복의 자서전인 '부생육기'가 있다. 아침 연꽃이 이슬에서 벌어질 때 전날 꽃 심에 넣어 두었던 차 주머니를 꺼내서 맑고 향기로운 차를 다리는 그녀는 운(雲)이었다. 운부인의 지혜와 재치 있는 맵시는 아직도 중국인에게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임어당은 극찬하였다.

인생의 아름다움과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상황과 연결되어진다. 그대여, 비 갠 날 샘물을 길어 차 한 잔 마시자. 맑고 향기로운 차 한 잔을

각정 스님(청련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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