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뉴스] 이진련 "늦은 생계자금, 정무 판단 못한 것"

이진련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대구시의원, 코로나19 관련 권영진 대구시장 대응 비판
"시민 입장서 행정하지 않고 '정치'했다고 봐…행정시스템 허점 찾고 고쳐야" 지적

지난 3월 대구시가 정부 추경 예산으로 확보한 긴급생계자금을 '총선 이후' 지급한다고 밝혀 한바탕 논란이 됐다. 당시 이진련 민주당 소속 대구시의원이 그 같은 대구시 행정을 전면에서 작심 비판해 관심을 모았다. 최근 만난 이진련 시의원 목소리를 통해 당시 상황을 되짚어 봤다.

이 의원은 "대구시의 행정불통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재확산에 대비한 행정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왜 앞장섰나?…"시민 입장서 행정하지 않았다고 봤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3월 25일과 26일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지역경제 안정화를 목표로 '원포인트 임시회'를 개회했다. 긴급생계자금 지급과 각종 의료·방역기관, 경제적 지원금 지급 등이 논의 대상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대구시는 긴급생계자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같은 달 23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긴급생계자금은 4월 6일부터 신청받아 선거 이후인 16일부터 지급할 예정"이라 밝힌 데 반발한 것이다.

임시회 일정과 이후 절차를 감안하면 4월 초 지급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던 만큼 시민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 처사로 여겨졌다. '특별재난지역'·'긴급생계자금' 표현이 무색하다는 시민 불만이 높았다. 일각에선 '총선에 대비한 정치적 고려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랐다.

임시회 첫날인 25일엔 미래통합당 소속 대구시의원들이 '힘내라 대구'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자고 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는 전날 갑작스레 결정한 것이었다. 반발한 민주당 시의원들은 '즉각 지급' 손팻말을 들었다.

이 의원은 "당시 시민들은 1개월 이상 생계곤란을 겪는다며 대구시 결정에 항의하고 당장 현금을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시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뭘 더 해줄 수 있을 지 하나라도 더 논의해야 했다. 통합당 소속 시의원들과 우리 측 입장이 많이 달랐다"며 집단 의사표명 이유를 밝혔다.

그가 의사진행 발언을 한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당시 이 의원은 '정부가 대구에 3천억원 재원을 내렸으나 대구시장이 '긴급' 정책에 역행, 총선 이후 자금을 집행하라고 했다. 긴급, 시급을 외친 게 시장인데 예산안 의결이 끝나는 대로 지원금을 바로 집행할 준비를 했어야 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나를 포함한 시의원들에게 '긴급생계자금 지급 시기를 당겨 달라'고 요구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다른 본회의 때 늘 그랬듯 의사진행발언으로 시민들 뜻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구시가 시민 입장에서 판단하기에 앞서 '정치'를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구는 재난지역이었다. 제도로 인한 행정 제약을 따져서는 안 될 때였다. 대구시는 시의회가 추경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즉시 사업비를 집행했어야 했다"면서 "긴급생계자금을 총선 이후 지급한다는 건 시민을 기만한 것이다. 행정가가 정무적 판단을 못했다고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 발언을 듣던 권 시장은 중도 퇴장했다. 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은 다급히 산회를 선포했다.

직후 이 의원과 전경원 미래통합당 시의원을 중심으로 양당 간 설전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주당 측에선 '시장이 그러면(퇴장하면) 되냐', '이러니까 시장 2중대 소릴 듣지', '어디서 함부로 저따위 얘기를 하느냐'며 날을 세웠다. 통합당 측은 '저따위 이야기라고? 야!', '손대면 성희롱으로 신고한다'(남성 의원), '웃기고 있네'라며 맞섰다.

이 의원은 당시 권 시장과 시의원들이 모두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우선 권 시장이 회의 도중 퇴장한 것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또 시의원 간 막말과 반말, 위압적 태도를 보인 것은 서로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이 의원은 "의원 간 예의는 갖추되 의견 개진은 자유로워야 한다. '태도 논란' 틀에 가둬선 안 된다"면서 "권 시장이 임시회 끝까지 계셨다면 분위기는 덜 나빴을 것이다. 시의회를 대하는 태도가 그래선 안 됐다"고 주장했다.

◆'즉시 현금 지급하라' 따지던 중 권 시장 실신

이튿날(3월 26일) 임시회 직후 권 시장이 실신하면서, 당시 시장에게 따져묻던 이 의원이 비판받기도 했다. 권 시장을 압박하며 위해를 가했다는 것. 이런 이유로 누군가 이 의원을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선 권 시장이 실신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실신 직후 나 역시 이틀 간 밥을 못 먹었다"면서도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사전 논의 없이 의사진행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26일엔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이에 평소처럼 회의 직후 시장에게 다가가 긴급생계자금 지급 시기를 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신 당일 시의회에 참석한 권 시장이 종종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던 데 대해 "(몸이 안 좋았다는 것은) 핑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전에도 (권 시장이) 시의회 도중 눈을 감고 있거나 고개를 앞뒤로 젖힌 일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일 코로나19를 수습했던 만큼 피로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수장은, 지도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고 한 이순신 장군도, 전국 방역을 통제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의회에서 퇴장한 권 시장은 이 의원이 "대구시는 왜 긴급생계자금을 현금으로 주지 않느냐"고 묻자 "의원께서 좋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물어 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내가 그들을 언급한 적도 없는데 뜬금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대응이 호평받던 때였습니다. 지역화폐로 즉시 지급하거나 지급 시기를 앞당겼기 때문입니다. 권 시장이 그들과 비교돼 평가받는다고 생각한 것인지, 콤플렉스를 느낀 것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대구 집행부가 못하고 있다고 공식 선언한 것입니다."

'이 의원이 권 시장에게 사과했어야 한다'는 일각 주장에 대해 그는 "오히려 권 시장이 시민에게 사과했어야 할 일"이라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의회는 민주주의 산실이다. (권 시장이) 회의 도중 자리를 떠나는 등 행동은 시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시민사회를 책임질 단체장으로, 실신 이후 복귀했다면 수일 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 아니라 즉시 건강 상태를 알리고 재차 브리핑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 요구와 시의회 소동 끝에 각종 재난지원자금 지급 일정이 소폭 앞당겨졌다. 이 의원은 '대구시 공무원들이 지혜를 모으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입장이다.

"왜 (시민과 정치인이) 지적하지 않으면 시정이 빨리 돌아가지 않는 겁니까? 행정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이런 행정시스템의 허점을 찾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한 인물이 그를 두 차례(3월 26일, 27일) 고소한 일을 두고는 "의회 문제가 아닌 개인적 해프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자칫 보수 대 진보의 진영 논리로 비화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그는 위해를 가할 의도나 행위가 없었던 만큼 법적으로 혐의가 성립될 수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칭찬도 비판도 많았다…시민과 가장 소통 잘하는 시의원 될 것"

대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잦아들고 대구시 긴급생계자금도 이달 초까지 대부분 지급되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클럽 발 국내 지역사회 감염이 재개됐고 대구에서도 접촉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더 나오면서 또 한번 방역·행정 마비가 우려되고 있다.

이 의원은 긴급생계자금이나 의료진·지원업체에 대한 수당·임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대구시 행정 허점을 조속히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행정불통이 심각했음에도 권 시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화자찬만 했다. 그럴 때가 아니다. 행정·방역 사각지대는 없는지, 시민들 답답함은 없었는지 꼼꼼히 점검하고, 처음이라 놓친 부분은 현장점검을 거쳐 개선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등교수업을 재개하면 또다시 '헬게이트'가 펼쳐질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대구시는 그간의 일들을 되돌아보고 대구시의회와 시민들 지적을 떠올리며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의원은 최근 일련의 소동을 겪으며 시민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한 보수 성향 시민은 그에게 연락해 "권 시장님이 당신때문에 쓰러졌다. 당신이 대구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소리쳤다.

이 의원은 "대화하다 보니 그분을 이해하게 됐다. 그 시민에게 있어 대구시장은 마을 원님이었다"면서 "시민께 '대구는 지도자 한명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 시장이 쓰러지셔도 공무원들이 잘 운영해주고 계신다'고 말씀드렸더니 울컥하며 '고맙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어떤 시민은 "지금껏 투표하지 않았는데 시민을 위해 힘쓰는 이 의원을 보고 투표를 결심했다. 가족에게도 총선 때 투표할 것을 권했다"고 전해와 이 의원 인상에 남았다.

이 의원은 "칭찬 문자를 200통 넘게 받았다. 저를 원망하던 시민들도 소통 끝에 이해해 주셨다"면서 "집행부와 시의회가 전국으로부터 고립돼 심리적 방어(위로)을 필요로 하던 시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와 대구시가 시민들을 돌보고 있다는 확신을 줬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임기 3년차로, 대구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교육 문제에 대한 학부모 소통, '팔공산 구름다리' 등 환경 관련 사안에 특히 관심이 크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과 가장 소통을 잘 하는 의원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새벽 일찍 전화주시는 시민들도 많은데 매번 꼬박꼬박 전화를 잘 받고 있습니다.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연락해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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