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담뱃세보다 못한 종부세?

이상준 기자 이상준 기자

"종부세가 엄청나게 오른답니다. 18억원짜리 1주택 보유자는 1년에 104만원이라는 살인적인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네요. 어떤 분들은 자살 직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집이 없는 저로서는 큰 다행입니다. 저는 그저 담배 한 갑에 3천318원, 하루 한 갑, 1년에 121만원이라는 푼돈을 세금으로 낼 뿐이라서요."

14일 배우 김의성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시작으로 '담뱃세보다 못한 종부세'가 회자하고 있다.

전날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골자로 하는 '9·13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SNS를 중심으로 "흡연자인 내가 18억원 아파트 보유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게 말이 되느냐?"는 풍자글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9·13 부동산대책을 통해 현행 종부세 과표 체계에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과표 3억~6억원은 시장 거래 가격으로는 18억원에서 23억원의 고가주택들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같은 종부세 강화가 서울발 미친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8억원짜리 집을 가진 1가구 1주택의 세금 부담은 현재 94만원에서 104만원으로 1년에 고작 10만원 오르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과표 12억원 기준으로는 1주택자(시가 34억원) 357만원, 다주택자(합산 시가 30억원) 717만원씩 각각 세 부담이 증가하지만, 2016년 귀속 기준 과표 12억원 이상 종부세 대상자는 전국에 걸쳐 8천895명뿐이다.

'담뱃세보다 못한 종부세'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현재 정부가 종부세로 걷는 돈은 1조5천억원 정도로, 그나마 70%가 기업에서 나온다. 우리나라 중산층이 내는 종부세는 4천500억~5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이번 종부세 강화에 따른 증세 효과도 4천200억원 안팎이다.

이에 반해 2017년 기준 담뱃세는 11조원으로, 2014년 7조원과 비교해 4조원이나 급증했다. 앞서 정부가 흡연율을 낮춘다며 2015년 1월 1일부터 기존 2천500원의 담뱃값을 4천500원으로 올린(담뱃세 2천원 인상) 탓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담뱃세로 서민들에게 걷은 것이 11조원인데, 종합부동산세 강화로 대상자 27만 명에게 4천200억원을 더 걷어 서민주거에 쓰겠다고 한다"고 혹평했다.

무늬만 종부세 강화가 시장에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현장의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규제 정도로는 고가주택자들의 기를 꺾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억대의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고가주택시장에서 몇십만~몇백만원의 세금이 무슨 효과를 내겠느냐는 것이다.

종부세 강화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7월 첫 발표 당시 종부세 강화안 역시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고, 약한 규제가 오히려 서울 집값 광풍의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타초경사'(打草驚蛇)라는 말이 있다. '수풀을 두드려 뱀을 놀라게 한다', 공연히 문제를 일으켜 화를 자초한다는 뜻이다. 이번 정부 정책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우를 거듭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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