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인 "국민의힘, 아사리판" 비난 이유는 주도권 챙기기?

제3지대서 잠룡 윤석열 맞이…'극복 대상'된 1야당 견제구 분석
4선 권영세 "마시던 물에 침 뱉는 격권영세 "마시던 물에 침 뱉는 격" 직격탄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선거를 마지막으로 국민의힘을 떠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나서며 당직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처럼 제1야당에 선거 승리를 안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연인으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이 이끌었던 정당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수(黨首)를 맡을 때도 이런저런 이유로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원만하게 내부불만을 소화했던 김 위원장인지라 갑자기 바뀐 태도에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정치적 미래에 국민의힘이 '극복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은 13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권 다툼이 벌어진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표현하며, "(국민의힘에) 더 이상 애정이 없다. 국민의힘에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소속) 의원들이 정강·정책에 따라 입법 활동하는 것도 전혀 안 보인다"며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볼 도리가 없다"고 혹평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당을 승리로 이끌고 퇴임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 강도 높은 비난이라 국민의힘으로서도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당직자들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성 정치권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 몸담았던 공당을 폄훼하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4선의 권영세 의원은 14일 열린 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이 향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춰 대권도전에 나설 경우 제1야당이 넘어야 할 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정지작업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 참패 후 치러진 재·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력은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지만, 앞으로는 국민의힘을 상대하게 될 것을 예고했다"며 "국민의힘을 깎아내려야 제3지대의 가치가 높아지고, 윤석열 전 총장도 자연스럽게 제3지대로 합류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앞선 인터뷰에서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의원을 (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초선의원의 당권 도전을 응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재임 중 김웅·박수영 의원 등 당내 일부 초선의원과 접촉하면서 사전 교감을 이뤘다는 얘기까지 있다.

다른 해석도 나온다. 한 정치권 인사는 김 전 위원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내년 대선까지는 정계개편에 따른 야권 내 격량이 불가피한데, 김 전 위원장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국민의힘에 빗대면서 이에 맞서는 제3지대 신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고 평가했다.

이런 해석은 기성 정치권에 맞서는 창당 의지를 밝힌 금태섭 전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금주 중 회동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기인한 것이다. 금 전 의원은 1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위원장과 곧 만나기로 했다. 신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이른바 중도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 양당을 대체하는 당"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배제하는 제3의 당 출현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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