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까지…꼬여가는 한국도로공사 사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등 본사 점거 농성 22일째, 잡히지 않는 접점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도로공사 본사 진입을 위해 이달 10일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병용 기자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도로공사 본사 진입을 위해 이달 10일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병용 기자
민주노총과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본사 점거 농성이 30일로 22일째를 맞았다. 전병용 기자 민주노총과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본사 점거 농성이 30일로 22일째를 맞았다. 전병용 기자
민주노총은 16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요금수납원 1천500명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병용 기자 민주노총은 16일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요금수납원 1천500명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병용 기자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수납원과 민주노총 250여명이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지 30일로 22일째를 맞았지만 사태 해결은커녕 점점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이들은 '요금수납원 1천500명'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 판결이 난 요금수납원만 직접 고용을 하겠다는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노동계 양대 산맥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다른 입장을 발표, 노-노(勞-勞)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발단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90%를 넘어 목표를 초과 달성할 정도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환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은 '무늬만 정규직'일 뿐인 것이다. 현장과 맞지 않는 무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낳은 일종의 '후유증'이다.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사태도 마찬가지다.

도로공사는 올 7월 1일 통행료 수납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주)를 설립했다.

자회사 설립으로 6천500여명이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가운데 5천여명이 자회사로 이직했다.

그러나 1천500명 안팎은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며 자회사로 이직하지 않았다. 자회사 이직을 반대한 이들은 지난달 1일 전원 해고됐다.

앞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745명은 2013년 도로공사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이들은 "도로공사와 외주용역업체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사실상 근로자파견계약이므로 2년의 파견 기간이 만료된 날부터 공사가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8월 29일 이들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요금수납원들과 민노총은 해고된 나머지 요금수납원들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가 정규직으로 분류한 무기계약직,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 등은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동반되지 않아 사실상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난 근로자와 달리 1·2심 소송이 진행 중인 1천47명은 직접 고용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1천47명은 민노총이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는 해고된 1천500명 중 대법원 확정 판결로 직접 고용된 430명(745명 중 퇴직 등 자연 감소분을 뺀 수)을 제외한 요금수납원이다.

도로공사는 "1·2심이 진행 중인 요금수납원들은 소송의 개별적 특성이 다르고,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이 병합돼 있다"며 "자회사 전환 동의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대법원 판결까지 받아볼 필요가 있어 확대 적용은 불가하다"고 했다.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이 난 요금수납원 가운데 직접 고용 대상 430명을 지난달 23일부터 인재개발원에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접 고용 노조원들은 요급수납이 아닌 환경미화 업무 등을 하게 된다. 직무교육 대상자 가운데 47명은 교육을 거부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도로공사 극한 대치 사태, 갈수록 태산

한치의 양보 없는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는 도로공사 사태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대결 양상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고소로까지 이어지면서 사태 해결이 난망한 상태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과 함께 본사를 점거 농성하고 있는 노총은 민주노총으로 요금수납원들이 가입해 있는 노조다. 민주노총은 요금수납원들과 함께 '직접 고용 외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며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11~12월 비정규직 철폐를 전면에 내건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한국도로공사 노조는 한국노총 공공노련 산하 단체다. 도로공사 근로자들은 한국노총에 가입돼 있지만, 자회사 전환에 반발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민주노총에 소속돼 있는 탓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실제로 한국노총은 지난달 28일 청와대 앞에서 주최 측 추산 8천여명이 참가한 '도로공사 점거 농성 반대'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도로공사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정부와 관계자를 강력히 규탄했다.

한국노총 산하 도로공사 노조는 지난달 23일 본사 건물 외벽에 '너무 힘들어요! 동료가 될 우리! 농성은 이제 그만!'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걸어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로공사는 본사 건물을 점거한 민주노총 간부와 노조원 6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30일 김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간부 5명과 톨게이트 요금수납 노조원 1명 등 6명에게 다음 달 4일 경찰서에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도로공사는 이들이 본사 점거 당시 출입문 등을 파손하고 무단으로 침입했다며 건조물 침입, 폭행,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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