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나도 미니멀

지난 달 이사 준비를 하며 마음 먹은 것이 있었다. 최소 두 달 이상 꺼낸 적 없는 물건들, 살 빼면 입으려고 간직해두었던 부질없는 옷들, 쓸데없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짐을 싸고 정리하는 동안 미련 없이 덜어내 버리자. 5년, 10년이 된 쓰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잡동사니들을 나의 주변에서 걷어내어 보자. 청소와 버리기를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짐 정리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낀 계기는 아기가 태어나면서부터이다. 집안 곳곳 눈에 띄게 늘어가는 아기용품들을 보며 그리고 여러모로 주변 환경에 취약한 아기를 키우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지낸 다섯 살 골든리트리버 다듬이와 고양이 타미와 같이 살 앞날을 생각했을 때에도 나의 짐을 줄이고 치우는 것을 실천함으로써 매번 느꼈던 청소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어지러운 구석구석을 보며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몇 일 전엔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최근 생활의 변화와 이런저런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멀리 이사를 오게 되면서 대구에서의 활동과 벌여놓은 일들이 걱정이다. 어느 것 하나 해결은 짓지 못하고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지인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일컫는 '미니멀라이프'를 알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인 '미니멀리즘' 도 알 것이다. 단순히 입지 않는 옷을 버리고 짐을 줄이는 차원을 떠나서 삶 전반에 있어 미니멀리즘을 실천해 보는 것은 무척 중요하고 해 볼 만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생활 속 여러 선택 중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천천히 간소화하여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그렇게 신경 쓸 부분을 줄여나가면서 정말 집중해야 할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들으며 너무 일리가 있어 무릎을 탁 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은 버리지도 입지도 못하는 옷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정리해버리면 좋을 일을 우물쭈물하다보면 손톱 밑 가사처럼 때때마다 거슬리고 중요한 집중을 흩트리게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사회적기업 교육을 받을 때 '선택과 집중' 에 대해 배운 것이 기억났다. 여러 보기 중 가장 탁월한 보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에 집중하여 이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서 더욱이 전략적 포기와 단호한 선택이 불가피한 때인 듯도 하다. 지금에 몰입하기 위한 첫 단추를 현명한 포기로 꿰어 보아야 겠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05 15:55:59

정종윤 작 '울림과 떨림'

[내가 읽은 책]'떨림과 울림'(2018), 김상욱 저 , (도서출판) 동아시아. 문학적 과학美의 발견

'우주는 떨림이다. 인간은 울림이다.'마치 시집에 나올 법한 문장이지만 놀랍게도 과학책에 나온 것이다. '온도를 가진 모든 물체는 빛을 낸다. 인간도 빛을 내고 있다.' 아름답다. 평범한 과학적 설명이 극도로 아름다운 문학적 언술로 변화한다. 과학과 문학. 어찌 보면 가장 거리가 먼 두 분야이다.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은 바로 문학으로서 과학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과학이 과연 문학일 수 있을까.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우리가 흔히 이야기하고 알고 있는 과학은 문학적 재미를 조금도 느낄 수 없다. '만유인력, 남중고도'처럼 일상에는 접하기 힘들고 단지 외우기만 해야 하는 개념,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장대하게 따분한 이론의 꾸러미다. 그나마 '빛은 직진한다.'와 같은 설명은 마음에 와 닿는다. 우리가 경험하니까. 그런데 전자와 원자를 설명하는 양자 역학의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과학적 개념인 유체 이탈을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저자의 동기도 여기서 출발한다. 일상과는 거리가 먼 과학을 일상으로 끌어오고자 한 것. 저자가 택한 주요 수단은 바로 '일상적 언어'다. 그가 과학적 개념을 쉽게 설명한 수단으로 일상적 언어를 선택했는지, 아니면 그것으로 문학적 파장을 의도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일상적 언어를 과학으로 끌어오면서 과학의 다른 면모가 드러난다는 사실이다.원자의 본질을 설명하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이론적 언어로 설명한 방식이다. 이론적 배경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볼 때에는 그야말로 외계인의 언어이자 쓸모없는 언술이다. 책은 외계인의 언어를 아름다운 일상적 문장으로 바꾼다. '원자의 본질은 물결과 같은 파동이다.' 간극이 느껴지는가.'떨림과 울림'의 매력은 바로 이런 이론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의 간극에 있다. 과학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일상적 언어가 '은유'처럼 느껴진다. 간극을 좁히고 여백을 메우기 위해 우리는 상상력을 발동한다. '인간도 빛을 내고 있다.'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 파동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만 생각하지 않는다. '빛'이라는 단어를 보며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성을 상상하게 된다. 과학의 언어가 문학적 효과를 드러낸다.우리는 과학을 이런 식으로 음미해본 적이 없다. 학교에서 접하고 배운 과학은 오직 이해해야만 하고 아름답지 않은 지루한 일거리에 불과했다. '떨림과 울림'은 과학의 다른 면모, 일찍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이 응시하는 지점은 과학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과학의 아름다운 파장이자 효과다.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과학을 바라보는 것은 올바른 것인가. 혹시 얄팍한 감각으로 과학을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질문에 대답하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공룡에 열광하던 아이시절을 회고해보면 그때만큼 과학책을 열심히 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과학은 매력적인 상상의 덩어리였다. 이 아름답고 흥미로운 과학의 모습을 음미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는가.정종윤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6-05 15:38:48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호국영령을 기리는 종소리

유사 이래 나라에 헌신한 분을 현충하는 일은 국가의 최고 과제였다. 고려 현종 때는 전사한 병정의 뼈를 수집하여 집에서 제사를 지냈고, 조선도 이들을 극진히 매장했다.조정에서는 농경사회에서 귀한 날인 곡식의 씨를 뿌리는 '망종'(芒種)에 순국 선열들에게 제사를 올렸다. 우리나라의 현충일은 1956년 6월 6일 한국전쟁 전사자를 모신 국군묘지에서의 추도식으로 처음 시작되었다. 이날은 절기상 망종이었다.세계의 나라들도 그들에게 의미 있는 날을 정하여 호국 영령을 추모하고 있다. 미국은 1868년 5월 5일 남북전쟁 전사자의 묘지를 돌보는 '단장의 날'로 시작하였고, 이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전몰 장병의 날'로 정하였다. 1차 대전에서 영연방군으로 참전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1915년 4월 25일 갈리폴리에서 터키군에게 궤멸적 패배를 당했는데, 두 나라는 매년 아팠던 이날을 '안작의 날'로 기억하며 추모한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1차 대전이 종전된 1918년 11월 11일을 '기억의 날'로 결정하였다.전몰자 묘지를 붉은 개양귀비 꽃으로 장식하고 추모객은 가슴에 꽃을 단다. 이 전통은 캐나다 군의관 맥크레가 전사한 동료를 이 붉은 꽃이 만개한 들판에 묻은 뒤에 쓴 '플랜더스의 들판에서'라는 시에서 유래하였다. '며칠 전에는 살아서 새벽을 느꼈고 석양을 바라보았네. 사랑을 하고 받기도 하였건만.지금 우리는 이 들판에 이렇게 누워있네.' 방패 모양의 탁상 종(사진)은 1918년 서부전선에서 전사한 프랑스의 에르비 자코비를 추모하여 만들어졌다. 가족 친지들은 방패에 그의 이름을 새겼고, '땡'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사랑하던 '에르비'를 그리워했다. 경북대 의대교수

2019-06-05 12:18:26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지방상수도 통합운영

수돗물의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수도 급수계통인 취수-도수-정수-송수-배수-급수 단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하천이나 댐 등에서 상수원수를 취수해서 도수관로를 통해 정수장으로 이송하고, 정수 후 송수관로를 이용하여 배수지로 보낸다. 배수지에서는 급배수관망을 통해 각 급수구역으로 공급한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서는 상수원수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급배수관망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현실적으로 개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그러나 급배수관망 관리에는 지속적인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규모가 크고 재정자립도가 높은 특별·광역시와 경기도는 이미 지속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일선 시군 지방자치단체는 열악한 실정이다. 수돗물 품질과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서는 급배수관망에 상수관망 최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블록 시스템 구축이 핵심인데, 복잡한 급수 체계를 대중소 블록으로 분할하여 유량과 수압에 대한 관망 감시 시스템으로, 효과는 수량의 효율적 관리, 안정적인 용수 공급 및 유수율 제고이다.여기서 유수율은 총공급량 대비 요금으로 징수한 사용량인데, 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국 평균 85.2%이다. 그러나 환경부 통계는 단지 지자체의 보고 자료에 의한 것으로 모두 신뢰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실정이다. 블록 시스템을 모두 구축하고, 전문성을 갖춘 기술자가 운영을 하고 있는 서울시는 95.8%, 대구시는 92.2%인 반면, 제주는 45.9%, 경북은 약 70%로 열악한데, 실제 일선 시군 지자체는 환경부 통계보다 열악하여 30~40% 정도인 경우가 많다.유수율이 낮은 것은 상수관망에 재정 투입을 못해, 블록 시스템 구축은커녕 노후 수도관을 그대로 방치한 경우이며, 대부분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21년 이상 경과한 노후 수도관은 약 68만㎞로 총연장 대비 32.4%이다. 이로 인한 누수량은 연간 약 7억t으로 팔당댐 저수용량의 3배 정도이고, 경제적 손실은 연간 약 6천억원에 이른다.지방상수도의 재정이 열악한 이유는 낮은 상수도요금이 원인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 161개 지방상수도의 평균 수도요금은 t당 약 723원 정도인데, 원가는 약 898원으로 요금 현실화율은 80.5%이다. 서울은 80.9%, 대구는 91.7%, 경북은 62.3%이고, 울산과 광주는 100%를 넘어 지자체마다 다른데, 특히 군 단위는 지방상수도 전체 평균에 비해 생산원가가 약 2배 이상 높아 재정이 열악한데도 수도요금은 대도시에 비해 훨씬 높다. 강원도 평창군은 생산원가 t당 4천832원, 요금 1천467원으로 생산원가가 가장 높으며, 요금 현실화율은 30.3%이고, 경상북도 봉화군은 생산원가 3천193원, 요금 496원으로 현실화율이 15.5%로 전국 최하위이며, 군위군은 생산원가가 1천190원인데, 요금은 376원으로 전국 최하위이다.이렇게 부족한 재원은 일반회계 보조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국민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똑같을 뿐만 아니라, 열악하고 제한된 상수도 재정으로는 노후한 정수장과 상수관망 투자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지역 간의 상수도 서비스질과 재정의 격차를 줄여 평등한 대국민 물복지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 동일한 전기요금처럼 수도요금에도 이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동일 요금제도를 도입한 제주도와 같이 최소한 도단위 요금 단일화는 시도해 볼만하다. 또한 상수도 통합운영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충청남도는 도단위 통합운영을 추진하기 위한 용역을 수행하였는데, 일부 지자체에서 요금과 수도시설 격차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양보와 협력이 절실하다. 현재의 열악한 지방상수도를 계속 방치할 것인가,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비록 늦었지만 환경부는 지방상수도 통합운영을 위해 2019년도에 '지방상수도 사업운영 효율성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완료하였다. 환경부는 경영과 조직·인력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와 적극 협력하여 합리적인 통합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대국민 설득과 홍보는 물론 제도 보완뿐만 아니라, 적극 추진 의지를 보여야 한다.

2019-06-05 11:36:03

최대진 경북도 건설도시국장

[기고] 통합신공항과 대구경북의 미래

대구공항 통합이전 계획이 발표된 지 3주년이 다 되어간다.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열망을 모아 순조롭게 추진되던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지난해 3월 이전 후보지 2곳을 선정한 이후, 이전 사업비 산정에 관한 국방부와의 견해 차이로 1년간 큰 진전이 없었다. 다행히 대구경북이 손을 맞잡고 설득한 결과, 지난달 초 정부에서 최종 이전 부지를 올해 안에 선정하기로 발표하여 사업 진행이 재차 활기를 띠고 있다.상반기에는 국방부 장관이 위원장인 이전 부지 선정위원회에서 기존 부지 활용 방안과 이전 주변지역 지원 방안을 심의하고,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전사업 지원위원회도 6월에 구성되어 이전 주변지역의 범위를 결정한다. 이어 하반기에는 지원위원회에서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이전 주변지역 지원계획안을 확정하고, 이와 함께 선정위원회에서 이전 부지 선정 계획을 수립하면, 주민투표와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신청을 거쳐 이전 부지를 최종 선정한다.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별다른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하지만 아직도 지역 일각에서 군 공항만의 이전이나 남부권 관문공항 재추진 같은 현실성 없는 대안을 들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군 공항만 단독으로 받아 줄 지자체는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고 해도 기부 대 양여 방식에 의한 이전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 남부권 관문공항 역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거쳐 김해공항 확장, 대구공항 통합이전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정부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사업을 정치 쟁점화시켜 지역민들에게 또다시 깊은 상처를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대구공항은 전국 거점공항 중에서 시설 여건 및 규모가 가장 열악하고 수용 한계도 이미 넘어서서 확장이나 이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도심으로 둘러싸인 입지 여건상 현 부지에서 확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대구 시민의 10%인 24만 명이 소음으로 피해를 받고 있고, 대구 면적의 13%인 114.33㎢의 고도제한으로 재산권 침해를 당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본다면 조속한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더욱이 통합신공항 건설은 단순히 공항 하나만의 위치 이동이 아니라 산업·문화·관광·주거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대구경북권 발전의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항공물류 경쟁력 확보로 지역 내 첨단산업 유치도 수월해지고,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져 외국인들에게 외면받았던 지역의 매력적인 문화관광 자원들도 새로운 조명을 받을 것이다.물론 우리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가 쉽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공항을 건설하는 과정이나 이후의 활성화 과정에서도 수많은 갈등과 장애에 부딪힐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통합신공항을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구경북 지역민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단합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내외부의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통합신공항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중앙정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통합신공항 건설만이 대구경북 상생 발전을 위한 유일한 길임을 깨닫고 모든 지역민들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2019-06-05 11:25:34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내면의 면역력

요즘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크게 생기게되면서 자칫 자기 관리가 소홀하면 신체의 체온 불균형으로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감기에 걸리기 쉬워진다. 자연적인 치료는 스스로 몸이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면역력을 키워 회복시키는 것이다.여러 자연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자아와 삶에 대한 고찰이 가능하다. 일교차는 자연의 현상일 뿐만 아니라 우리내면에서도 일교차는 늘 존재한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은 모두 나를 자극한다. 그리고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은 나의 내면의 면연력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내면에도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의 상황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힘이 필요한 것이다.외부의 일교차에 대한 내면의 면역력이라면 바로 평정심일 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감정의 기복이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예체능계는 몸의 컨디션도 최상으로 지켜야 하지만 마음의 평정심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좋은 연주자가 되는 일도, 시합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비결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배가 바람이나 거친 파도에 많이 흔들리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배 밑에 실어두는 짐을 밑짐이라한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균형을 잡아주는 밑짐의 무게감과 같은 평정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겠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덕은 곧 행복이다'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마음을 잘 다스려서 지나치지 않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되게 하라고 했다. 중용은 큰 일교차처럼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성에 따라 자신의 능력을 조화롭게 발휘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중용의 덕은 꾸준한 노력에 의해 습관이 될 때까지 실천을 게을리 하지 않는 가운데 갖춰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오랜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자신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나 자신이 밑짐의 중심을 잃지않고 탄력성을 가진 적응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내면의 면역력을 높이는 일 일것이다.몸의 면역력의 높이기 위해 우린 주기적으로 충분한 휴식과 영양분을 공급해주듯이 내면의 면역력을 높이기위해서도 이러한 공급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과 좋은 것을 보고 듣고 즐기는 것 그리고 바쁠수록 차 한잔의 여유를 가지는 것은 또 하나의 내면에 영양공급이 될 것이다. 현동헌 테너

2019-06-05 11:24:10

K팝스타 역사상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우승자가 탄생한 건 단 한 차례이다. 사진: 유튜브 영상 캡쳐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학생이 뛰어난 광고인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사회는 늘 정답이 있다. 정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학생이 학교라는 상자 안으로 들어간다. 상자 안은 이미 경쟁자로 포화 상태다. 모두 다르게 생긴 아이들이 똑같은 정답을 좇아 경쟁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가진 매력은 중요하지 않다. 정답을 찾는 아이와 못 찾는 아이로 구분된다.문제는 수능 시험지 밖의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학교 성적이 부진하면 자존감을 잃는다. 문제는 반대편에도 존재한다. 뛰어난 성적으로 명문대에 진학했지만 대학 졸업 후 사회에 던져졌을 때 비로소 어려움을 만난다. 정답을 찾는 것엔 익숙하지만 사회생활은 그렇지 않다. 회사는 사회 트렌드에 따라 먹거리가 늘 변하며 직원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대한다.취업이 아닌 창업의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하다. 창업은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나무를 심어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이다. 그 열매가 없다면 굶어 죽는다.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생존조차 할 수 없다. 그 힘이 부족한 친구들은 여기서 큰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시험지는 잘 푸는데 시험지 밖의 문제에는 해결 능력이 없는 것이다.오바마 대통령의 기자 회견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나라 기자들이 질문을 하도 많이 하자 오바마는 특별히 한국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한국 기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한국 기자의 질문 없이 기자회견은 마무리되었다.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학생이 뛰어난 광고인이 될 수 있을까? 물론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는 예도 있다. SBS 'K팝스타' 오디션 마지막 회에 박진영이 했던 말이 인상 깊다. 당시 보이프랜드라는 초등학생 2인조 듀오가 우승을 차지한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듀오 중 한 명이 필자랑 이름이 같다.)"K팝스타 역사상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친구가 우승을 한 건 처음입니다"박지민, 악동뮤지션, 버나드박, 케이티 김, 이수정. 정말 그랬다. 그들의 무대는 상자 안에 있지 않았다. 그들은 남들과 경쟁하며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그것을 무대 위로 끌어 올렸다. 어려움에 빠졌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이제 곧 있으면 한국은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떤 분이 대통령이 될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이런 창의적인 친구들이 탄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박진영은 인터뷰를 마쳤다. 벌써 2년 전 일이다.사실 나는 필자가 운영하는 광고 아카데미의 수업 준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 가끔 이론 수업이 있을 때 미리 만들어둔 내용을 훑어보는 정도다. 수업 준비는 대부분 학생이 해온다.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생각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방향 제시를 해주는 게 내 몫이기 때문이다.좋은 아이디어를 매번 가져올 수는 없다. 다만, 크리에이티브 수준을 떠나 '이 친구가 얼마나 생각해봤을까. 이 문제를 얼마나 고민해봤을까'하는 생각의 길이를 확인한다. 그렇게 되면 생각의 근육이 발달한다. (엉덩이 근육 강화는 덤이다.)취업이나 창업은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논하는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 속에 들어올수록 사람의 창의성은 더욱 중요해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창의성이 박스에 갇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박스 밖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왜 한국에서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오지 않느냐?'고 불만을 터트리지 말자. 그들이 한국에서 재미있게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6-05 09:57:38

[종교칼럼 ] 분노의 폭탄

교회 앞에서 주차 안내를 하던 교인이 길 가던 행인에게 폭력을 당해 치아 두 개가 부러지고 몸에 타박상을 입은 사건이 있었다. 둘은 서로 모르는 관계였고, 뚜렷한 폭력의 이유는 없었다. 가해자는 이웃 아파트 주민이었다. 나는 염려가 되었다. '그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이다. 아파트 주민들은 이 사람의 위험성을 알기나 할까?' 그러자 마산의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자기의 억울한 사정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 분하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엉뚱한 말인가? 아니다. 그의 내면에서는 연관성이 있다. 자신의 쌓인 분노를 불특정 다수에게 표출한 것이다.우리 사회는 분노를 키워가는 사회다. 분노를 해소할 메커니즘이 없다. 언제 북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김정은의 핵폭탄보다 우리의 눈앞에서 무수한 분노의 폭탄들이 먼저 터질까 걱정이다.우리 사회의 분노 지수는 매우 높다. 서유럽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3배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그것의 집단적인 원인으로는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사회 구성원들의 냉담, 무관심, 방치 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큰 사고로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책임 회피적인 관료주의, 정치가들의 정치적 이용, 법률적인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무력감, 절망감, 좌절감을 느낀다. 사랑하는 가족이 죽었는데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사회적 위로자도 없고 정치 지도자들의 행동 속에서 진정성을 찾기 어려울 때 좌절한다."운이 나빴군요. 사고네요." 이렇게 회피한다. "사정은 딱한데 내 업무가 아니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이런 말을 들으면 사방에 팔레스타인 장벽 같은 벽이 탁탁 올라오는 느낌이다. 그 벽 안에 고립된다. 이때가 가장 절망스러운 순간이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런 보호나 위로, 보상도 받지 못하면 마음에 쌓인 원망, 억울함, 분노가 평생 얼마나 깊이 쌓이겠는가? 또 "보상 받았잖아요? 돈을 더 달라고요? 자식 죽은 것이 벼슬입니까? 언제까지 계속 우려 먹을 건가요?" 이런 말까지 나오면 피해자들이 느끼는 절망감은 말 그대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분노가 부풀어 올라서 폭발하기 직전이다.세월호 시위 현장에서 사망자 가족들을 빨갱이라 하고 단식 현장에서 음식을 먹은 어버이연합집회에 참여한 노인에 게 "어르신 힘드시죠? 어디서 오셨어요?" 하면서 말을 붙여보니 정치와 상관없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노인이었다. 왜 그는 그 자리에 나왔나? 그 역시 마음속에 쌓인 분노의 표현이었다. 세월호 유가족도 어버이연합도 모두가 분노와 우울의 표현이다.우리 사회에 걸어다니는 분노의 폭탄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분노의 폭탄이 우리 아파트 같은 동에, 우리 아랫집에 살고 있다. 아니 바로 나 자신이 될 수 있다.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이웃을 바라보는 시각, 이웃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반성해보자. 슬픔을 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정치인의 정중한 태도는 그 사회의 상징적 행위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내가 앞장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하는 한마디를 듣고 싶다. 아무리 무능하고, 절망이 깊고, 분노가 터질듯 쌓여도 그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치유된다.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으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있으 면, 함께 울어줄 사람만 있어도, 공감해 주고 같은 편에 서는 사람만 있어도 회복된다. 사람은 그 누구도 사랑받으면 치유된다.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2019-06-05 09:37:57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 칼럼] DGB대구은행파크가 심상치 않다

홈경기 매진 행진을 하고 있는 축구전용경기장 DGB대구은행파크가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 역시 경제 칼럼에서 이 주제를 다루게 돼 기쁘다. 축구라는 스포츠를 넘어 대구라는 도시 경제를 이끌어갈 문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침 패션 및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는 세계적 남성 전문 잡지 GQ 한국어판에 'DGB대구은행파크가 특별한 이유'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쓴 스포츠 칼럼니스트는 DGB대구은행파크가 한국형 스타디움의 정답을 제시했다고 극찬했다. 적은 예산으로 지어진 아담한 규모이지만 도심 한복판의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함성이 주는 웅장함이 압권이라고 평가한다. 스포츠 관람을 위한 최고의 시설이 어떤 것인지 진면목을 보여줬다고도 말한다.사실 DGB대구은행파크가 지어지기까지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대구스타디움을 두고 시내에 축구전용구장을 만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금방 수용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또한 투자 내용과 방법에서 과거 지방자치단체들이 결정해 왔던 것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동안의 투자 행태를 보면 가능한 한 대규모 예산을 중앙으로부터 확보해 크고 넓은 경기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생각만 할 뿐 관객 편의나 운영의 경제성 등은 뒷전이었다. 그 결과 엄청난 국민 혈세의 낭비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한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세계 규모의 축구장 10개를 보유하게 만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도 의정부시, 고양시, 화성시, 용인시, 진주시, 인천광역시 등에서 3만~5만 명 규모의 큼직한 경기장들을 건설했다. 투자 예산이 적게는 900억원에서 많게는 4천억원 넘게 투입됐다. 그러다 보니 총예산 515억원으로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경기장으로 재탄생한 DGB대구은행파크가 모범으로 주목받을 만한 것이다.이렇게 사랑받는 경기장을 기반으로 대구FC는 최근 상위권의 강한 축구단으로 거듭났다. 일찍이 없었던 시민 팬덤까지 생기고 있다. 무엇이 이런 '하루아침의'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성공 요인을 찾아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첫째는 앞에서 살펴보았듯 시내 중심에 위치한 '기념비적' 경기장을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이 물리적 공간에서 선수들의 숨 소리까지 느끼며 시민들은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스스로 강팀으로 만든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비록 지더라도 멋진 경기를 알아보고 열광하는 관객 수준이다. 셋째는 매주 수만 명씩 모이는 해외 리그 수준은 아니지만 1만 명 수용의 경기장을 매주 꽉 채울 수 있는 문화적 수요다. 넷째는 이 세 요인이 하나로 맞물려 작동할 수 있도록 한 정책 이니셔티브다.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대구시 주도로 이뤄낸 창의적 의사결정 과정이다.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제안되는 아이디어들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관여나 과거를 답습하려는 풍토 등으로 중간에 좌절되기 십상이다. 이러한 혁신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리더의 강력한 이니셔티브가 전제돼야 하며 지방의회나 민간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DGB대구은행파크의 성공 사례는 지역 혁신을 위한 바람직한 의사결정 과정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즉 스포츠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생각해 보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컬러풀대구페스티벌, 치맥축제 등 사람들이 모여서 보고 먹고 즐기는 사업이 유독 우리 지역에서 잘 되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뮤지컬 산업만 보더라도 10만원 내외의 작품을 장기 공연할 수 있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대구가 유일할 정도다.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정을 나누며 즐기게 하는 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한다는 미래학자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결론적으로 DGB대구은행파크의 성공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축구라는 장르를 넘어 미래형 도시 경제 구축을 위한 지역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2019-06-05 06:30:00

새끼 길고양이는 누군가의 헌신적인 보살핌 없이는 생존하기 어렵다. 이미지출처: https://www.expatwoman.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길고양이 새끼를 발견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니야~옹" 누구나 한 번쯤 길에서 새끼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어보셨을 테다.중성화 수술(TNR)을 하지 않은 암컷 길고양이는 한해 2, 3차례 임신을 하며 평균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는다. 어린 새끼를 위협하는 개와 인간 그리고 야생동물을 피해 외진 공간에서 분만을 하다 보니 환경이 열악해 태아의 건강을 해치고 어미고양이 또한 새끼를 돌보기 어려워진다.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 정도이다. 새끼 길고양이가 성묘로 생존할 가능성은 20% 정도이다. 범백(FPL) 등의 전염성 질병이 퍼지면 지역 내 어린 고양이들은 대부분 사망한다.성묘가 되더라도 어미 고양이로 부터 전파된 헤르페스 바이러스, 칼리시바이러스, 클라미디아 균은 만성적인 눈병, 호흡기 질환, 구내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새끼 고양이 천사의 탄생이 가슴 아픈 이유이다.이맘때쯤엔 보살핌이 필요한 새끼고양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새끼 고양이를 보살피는 방법을 알아보자.◆생후 2주령 이하 고양이 관리법▷분유 먹이기 : 눈을 뜨기 전의 고양이는 체열을 느끼며 어미에게 다가가 후각을 이용하여 젖을 찾는다. 이 시기 고립된 새끼고양이는 누군가 체온을 유지해주고 분유를 먹여주어야 한다.고양이 분유는 대형용품코너나 동물병원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고양이에게 적합한 분유 제품으로 KMR 분유를 추천한다. 미지근한 물에 분유를 녹여 가장 작은 사이즈의 분유 병에 담아 꼭지 부위를 고양이 입안에 밀어 넣고 혀 위를 부드럽게 자극하면 분유를 빨기 시작한다.4~5시간 간격으로 먹여주고, 분유 급여 전후에 항문 주변을 자극하여 배변과 배뇨를 유도한다.▷배변 유도하기 : 식사 전 후 새끼고양이의 항문 주변을 부드러운 티슈를 이용하여 문질러 주면 배변과 배뇨가 이루어진다.▷체온 유지하기 : 추운 날씨라면 따뜻한 온수팩이나 핫팩을 수건에 여러 겹 감싸 보금자리 안에 비치한다.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열원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난방을 위해 히터를 켜게 되면 새끼고양이는 열이 감지되는 쪽으로 다가가서 오히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마사지하기 : 어미 고양이의 혀는 뾰족한 돌기가 있어 새끼고양이를 그루밍하며 자극한다. 틈틈이 온몸을 긁어주듯이 만져줌으로써 성장을 자극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도한다.◆생후 3주령 새끼고양이 돌보기생후 2주령이면 고양이는 눈을 뜬다. 시각을 이용하여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시기이다. 분유 이외에도 이유식(분유와 불린 키튼 사료를 섞어 급여)을 먹을 수 있다. 이유식을 먹더라도 하루 2회 정도 분유를 급여한다. 조심스레 발톱 깎기 습관을 들이기에 유리한 시기이다. 발톱을 깎기보다는 날카로운 발톱 끝부분을 천천히 갈아주는 습관이 유리하다.◆생후 4주령 이상 새끼고양이 돌보기이유식뿐 아니라 작은 입자의 사료도 씹어 먹을 수 있는 시기이다. 이유식을 잘 먹고 배변이 원활하다면 분유를 줄인다. 행동이 민첩하고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시기이므로 밟힘사고, 낙상, 물림 사고, 교통사고에 유의하여야 한다. 동물병원에 들러 검진을 받고 예방접종과 구충을 시작하여야 한다.◆분양시키기 또는 입양하기생후 6주가 되면 입양자를 알아보자. 호기심이 많고 높은 곳에도 잘 오르는 시기이므로 마음껏 누빌 수 있는 가정이 필요하다. 생후 2개월 정도면 발랄한 몸짓으로 누구와도 잘 친해지므로 새 가족과 인연 맺기 가장 적합한 시기이다.입양을 희망하시는 가족들은 길고양이 새끼가 가정에서 건강관리 받으며 태어난 새끼고양이에 비해 만성적인 질병이 잠복하여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염두에 두고, 더 주의 깊게 고양이를 돌보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한편, 정부는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를 위해 대도시 중심으로 길고양이 TNR 사업(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 후 서식지에 풀어주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정사업)을 수년째 추진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고양이 등록제 시범사업도 실시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길고양이 개체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군·면·읍 지역에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길고양이가 야생고양이화 되면서 생태계를 교란하는 환경문제로 번지고 있다.TNR사업이 군·면·읍 단위에서 시행되어야 하며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를 위해 국가가 주도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또한 TNR사업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길고양이를 보살피고 입양하시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길고양이의 엄마는 사회 공공의 책임을 개인이 짊어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6-04 09:57:32

김동훈 연극배우

[매일춘추] 고전작품에 대한 새로운 고찰

배우로서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저마다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그 중 국립극단 '겨울이야기'(셰익스피어 作)는 배우 혹은 관객의 입장으로서 연극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배움의 과정 속에는 작품을 임할 당시의 개인적 상황과 배역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연출자와 함께 작업한 모든 시간들이 나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배우로서 연극적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흔치 않기에 '겨울이야기'가 가진 의미는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겨울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익숙한 작품들(햄릿,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 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희곡이다. 또한 희극과 비극이 섞여있는 희비극의 형식과 갑작스레 극의 논리를 초월하는 진행방식으로 인해 무대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다보니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을 잃지 않으면서 비현실적 장면들을 무대화하는 작업은 공연 참여자 누구에게도 쉽지 않았다.이에 연출자 로버트 알폴디는 고전 작품이 지닌 일종의 권위의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구체화하였다. 즉, 셰익스피어의 400년 전 세계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지금 우리가 지닌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관객의 수용력을 높였다. 예를 들어 원작 속 왕족을 부유한 가정으로 바꾸고, 셰익스피어의 반복되는 긴 대사를 간략히 압축하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으며 대사 없는 배우들의 움직임을 활용하여 장면을 시각적으로 명확히 하였다. 이러한 그의 접근방식으로 셰익스피어가 지닌 작품의 특징들을 잃지 않으면서 극의 템포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창조할 수 있었다. 그가 작품을 만들어가며 중시하는 가치는 그의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관객들은 400년 전의 삶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 만약 그 시대가 궁금하다면 박물관에 가면 된다. 하지만 연극은 박물관에 전시될 수 없으며 지금 태어나 존재하는 이 순간이 예술이다."그의 관점은 고전작품을 바라보는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한 온전한 텍스트의 재현이 원작에 대한 올바른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했다면 알폴디와 작업한 이후 오늘날을 살아가는 관객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다. 아울러 그의 작업방식을 통해서 고전작품의 현대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전작품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작품에 빗대어 스스로 답을 얻고자 함일 것이다. 이에 따라 연극 또한 과거의 방식을 온전히 재현하기보다는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동시대적으로 삶의 이야기를 밀접하게 제시한다면 고전작품을 감상하는 새로운 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03 18:54:54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종속성의 극복과 자유로운 삶

인간의 독립성은 근본적으로 생각, 즉 사유의 독립으로 보장된다. 정치적 독립도 사상과 사유의 독립이 뿌리다. 지금의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왕조인 과거 조선시대를 들여다봐도 우리는 우리의 사유로 살지 못했다. 중국이란 땅에서 중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산된 주자학을 우리는 우리의 땅에 그대로 적용하려 무던히 애를 썼다.정치 외교적으로도 중화질서를 지키고 수행하는 데에 치중했다. 이것이 당시 세계 질서의 큰 판이었고, 어쩔 수 없었으며, 생존의 한 방식이었고, 형식적으로는 그리 보여도 내용적으로나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이었다는 등의 여러 얘기들을 할 수 있겠지만 총체적으로는 종속적이었다.중화 질서 속에서 형성된, 그것도 긴 시간동안 형성된 종속성은 아직도 다양한 방면에서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것을 자각하고 있는가. 종속성의 끝은 식민지다. 우리는 일본의 식민지로 36년을 살았다. 종속성을 내면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해방 후에 북한은 소련과 중국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했고, 우리는 미국의 그것을 수용했다. 북한과 남한 사이에 서로 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지를 다투곤 한다. 그러나 오십보백보다.종속성에 갇혀 있으면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심리 현상이 주도적인 사고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이 한 생각을 추종하거나 따라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라지고 외부의 어떤 것이 들어와 자기 대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종속성이다. 더 나아가서, 외부의 것에 지배되어 나타나는 종속성에 익숙해지면, 자기 안에 내면화된 기존의 이념이나 신념을 반성 없이 그대로 수호하려고만 하고 세계의 흐름에 맞춰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다.이것도 종속성의 한 표현이다. 종속성은 외부의 것을 추종하는 형식으로도 있지만,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이념을 변화 없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형식으로도 있다. 지금 우리는 이 두 형식 모두에 사로잡혀 있다.독립적이면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종속적이면 뻣뻣하고 경직된다. 독립적이면 주도적인 사고력을 갖지만, 종속적이면 사고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독립적이면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자각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려고 덤비지만, 종속적이면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그대로 들여와 쓴다.종속적이면 자기 필요를 각성하지 못한다. 남의 필요에 의존한다. 자기는 남의 그 필요를 내면화 한다. 독립적이면 자기가 직접 보고 만지는 것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지만, 종속적이면 타인이 좋아하는 것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을 그린다. 독립적이면 '나'를 그리지만, 종속적이면 '남'이나 '우리'를 그린다. 독립적이면 '나'를 노래한다. 그러나 종속적이면 '남'이나 '우리'를 노래한다.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그리지 못하고, 주입된 '관념'을 그리는 것이다. 독립적이면 선례를 만들려 하고, 종속적이면 선례를 찾는다. 독립적이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종속적이면 습관적으로 벤치마킹을 시도한다. 독립적이면 내 언어와 내 문자를 쓰지만, 종속적이면 외부의 그것들로 나의 그것들을 흐트러뜨린다. 독립적이면 지적인 경향을 보이고, 종속적이면 감각과 본능에 더 의존한다. 독립적이면 전략적이 되고, 종속적이면 전술적 단계에 머문다. 독립적인 나라에서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명분이고, 종속적인 나라는 명분을 추구하는 것이 좋은 명분이다. 독립적이면 선진국까지 올라서고, 종속적이면 중진국이 오를 수 있는 최고 높이다. 독립이 습관이 된 나라의 정치는 사실에 의존하고, 종속성이 팽배한 나라의 정치는 도덕에 붙잡힌다.독립적이면 몸이 앞으로 기울어 미래를 향하지만, 종속적이면 뒤로 기울어 과거에 갇힌다. 독립적이면 본질을 선택하고, 종속적이면 기능을 선택한다. 독립적인 나라의 정치는 국가 전체를 조망하며 나아가고, 종속적인 나라의 정치는 극히 편향적이거나 진영을 위주로 한다. 그래서 박정희 비판하다가 김일성을 향하게 되고, 미국 일본 비판하다가 중국으로 기울어 버린다.박정희 비판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김일성한테는 적용하지 않고, 미국 일본 비판할 때 쓰는 기준을 중국에는 적용하지 않는 비이성적 감성에 함몰된다.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다.내 이야기로 내 노래를 하지 않는 일이나, 내가 본 것보다는 다른 사람이 본 것을 그리는 일이나, 내 물건을 내가 만들지 못하는 일이나, 정치가 진영에 갇히는 일이나, 외교가 객관적 사실보다는 심리적 기대에 의존하는 일이나, 실용보다는 이념에 빠지는 일이나, 정치에 협치가 실현되지 않는 일들이 다 같은 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들일 뿐이다.종속적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번영과 생존은 독립을 다시 생각해야만 보장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종속적인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까지 이미 도달했다. 새로운 도전은 종속성을 극복하여 한 번 독립적 단계로 올라서는 일로만 의미를 가질 것이다. 독립성은 독립적 사고와 독립적 생활 방식으로 훈련된다.일상에 가까운 일부터 먼저 돌아보자. 일상부터 독립적인 태도로 살아야 사유의 독립이 가능하다. 일상이 종속적이면 삶이나 공동체가 독립적일 수 없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우리를 외부의 어떤 것과 비교하면서 존재 가치를 확인하려 드는 경우가 많다.송도, 통영, 김포, 부산, 평택이 모두 한국의 베니스라는 간판을 경쟁적으로 앞에다 건다. 송도가 송도면 되지, 왜 꼭 베니스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가. 월악산, 노고단, 대관령이 서로 한국의 알프스라고 한다. 영남에는 아예 영남 알프스가 있다. 대관령이 대관령으로 존재해야 진정한 가치를 부여받지, 알프스에 인정받음으로써만 대관령이 될 수 있다면, 대관령은 위대해지기 어렵다. 걷는 길을 만들어놓고는 서로 '한국의 산티아고 길'로 불리려고 안달이다. 이런 일들은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 한국의 나폴리, 한국의 간디, 한국의 파바로티. 한국의 마돈나, 한국의 퓰리처상, 한국의 센트럴 파크, 한국의 조르바, 한국의 라이온 킹, 한국의 히말라야, 한국의 이치로,한국의 아인슈타인, 한국의 호날두, 한국의 알랑드롱, 한국의 로버트 파커, 한국의 로버트 타우니, 한국의 로버트 드 니로, 한국의 톰 크루즈, 한국의 톰 행크스, 한국의 톰 포드, 한국의 마이클 볼튼, 한국의 마이클 잭슨, 한국의 마이클 조던드버그, 한국의 에디슨, 한국의 슈바이처, 한국의 페스탈로치,한국의 다빈치, 한국의 헐리우드, 한국의 만델라, 한국의 빅토르 위고, 한국의 레이 찰스, 한국의 주윤발, 한국의 테일러스위프트, 한국의 샤론스톤, 한국의 아브라함 링컨, 한국의 MIT.. 등등. 다 셀 수가 없다.자신을 자신의 특징으로 증명하려는 의도가 거세된 종속적 습관이다. 남의 이름에 연관되어야만 비로소 자기가 된 느낌. 자기를 자기의 눈으로만 보면 왠지 부족한 감이 드는 느낌. 모두 종속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에 빠져 있다는 것은 독립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서적 준비가 아직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다.아름답기로 유명한 어느 섬에서 걷기 대회를 하는데 이름이 '슬로우 걷기 대회'라고 한다. '느리게 걷기 대회'라고 못하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지방자치단체도 '옐로우 시티', '판타지아', '국제 슬로 시티' 등의 표어들이 앞에 붙어 있다.공공 기관의 표어치고는 너무 외부 의존적이다. 자주성과 독립성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국방부도 '국방 헬프콜'을 운용한다. '국방 도움전화'는 왜 안 되는가. 어떤 부대는 구호 자체가 필승이나 단결이 아니라 '아이 캔 두'(I can do.)인 것을 보았다.자기가 자신의 언어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면, 자신이 자신의 언어로 확인되지 않을 것이다. 용기는 자기가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자기로 살기 위해 발휘하는 주체적인 활동이다. 자기 언어에서 스스로 소외된 주체가 용기를 발휘할 수 있을까?이처럼 우리나라는 지금 일상의 종속성까지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의 것에 의존해서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는 지경이고, 더욱이 외국말로 포장해야 만 더 권위 있게 보이는 줄 안다. 언어를 다루는 방송도 마찬가지다.프로그램 제목들에서 종속성이 습관이 되어버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마이베이비', '배틀트립', '시니어 토크쇼', '돈워리스쿨', '미스터리 키친', '애니멀 레스큐', '맨인블랙박스', '나이트 라인', '모닝 와이드', '스포츠 다이어리', '해피 투게더', '스포츠 투나잇' 등등. 굳이 이래야만 하게 된 우리는 누구인가.언어가 주체의 독립을 지키는 근본 장치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기 언어를 소외시키는 방송은 또 우리에게 무엇인가?조선 전기부터 중기까지 조선의 화가들은 조선을 그리지 않았다. 산천도 조선의 산천이 아니라 중국 산천을 그리고, 옷이나 집이나 물건들도 모두 중국의 것을 그렸다. 조선의 그림에 나오는 소도 조선의 소가 아니라 긴 뿔이 난 중국 남방의 소였다.그림을 매개로 나를 표현하는 예술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머리 속에 주입된 종속적 관념을 재현하기만 했다. 자기 세계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관념을 그린 것이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남이 주입한 관념을 그리면서도 그것을 보고 감탄을 하고 서로 칭찬을 주고받으며 산 것이다.그런 태도를 주입한 사람들이 볼 때는 얼마나 우스웠을지 짐작이 된다. 조선 후기에 와서야 비로소 조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소위 겸재의 진경산수이다. 외부에서 주입된 관념을 그리는 것도 진경산수가 아니지만, 내게 만들어진 이념을 수십 년 간 바꾸지 못하고 계속 그리던 것만 그리는 것도 진경산수가 아니다.수십 년 간 변한 세상과 호흡하지 못하고, 정해진 자기 이념만을 고집하는 것도 자신의 세계를 그리지 못하고 주입된 관념을 그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독립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그리지 못하고, 장기간 내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정해진 관념이나 외부에서 온 관념만을 그리는 종속적 태도는 본질보다는 기능에 빠진 삶을 살게 한다. "이것이면 어떻고 저것이면 어떤가.멋있게만 보이면 되지."나 "'오마이베이비'면 어떻고 '애니멀 레스큐'면 어떤가. 멋있게만 들리고 시청률만 높으면 되지."라는 경박함에 빠진다. 이것은 "인성이 좀 나쁘면 어떤가, 공부만 잘하면 되지."라고 하는 말과 완전히 일치한다.기능에 빠진 삶으로는 독립적 단계에 오를 수 없다. 기능에 빠진 태도를 가진 사람은 '독립'을 모른다. 독립을 모르면 창의가 없다. 독립과 창의가 없다면, 부강하고 자유로운 삶을 이룰 수가 없다. 이제는 종속성을 자각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건명원 초대원장) ifston@daum.net

2019-06-03 18:00:00

[세월의 흔적] (26)괘종시계…태엽의 힘으로 쉼 없이 '뚝닥뚝닥'

생각난다. 그때가 생각난다. 우리 집 마루에는 괘종시계가 걸려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던 것 같다. '뚝­닥 뚝­닥' 힘차게 시계추가 쉬지 않고 흔들거렸다. 그러다가 '뚜­우­다­악 뚜­우­다­악' 하고 기운 빠진 소리를 내면 할머니가 "시계 밥 줘라"고 하셨다. 어린 나로서는 시계도 '밥을 먹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흔들리는 소리가 느려지고, 기운 빠진 소리를 내면 태엽이 풀렸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조만간 멈출 수밖에 없고, 얼른 밥을 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시계가 멎는다. 그래서 시계 추가 흔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했는데,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일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시계 안에 태엽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이 풀리면 시계가 멈춰 선다는 이치를 안 것은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다.아버지가 밥을 주셨다. 시계의 문짝을 열고 영어의 'T'자처럼 생긴 기구를 구멍에 꽂아서 오른쪽으로 또는 왼쪽으로 돌리셨다. 그러고 나서 시계추를 손으로 흔들어 움직이게 한 뒤 문짝을 닫으셨다. 내가 학년이 올라가자 그 방법을 알려주면서 나더러 시계 밥 주는 일을 넘기셨다. 키가 작아서 의자를 놓고 올라서서 태엽을 감았다.우리 집 괘종시계는 '마림바'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땡­땡­땡' 하고 울리는 소리는 현재 시간을 알리는 음향신호였다. 당연히 공신력이 생명이다. 그러나 우리 집 벽시계는 공신력에 구애받지 않고 살았다. 우리 식구들의 시간관념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우리 식구들은 시계가 정확하게 시간을 대는지 대지 않는지 관심이 없었다.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날이 밝으면 일어나서 움직이고, 해가 넘어가면 저녁을 먹고 자리에 들었다.그 소리가 기다려지는 날이 있었다. 집안의 제삿날이었다. 그때는 열두시가 지나야 제사를 모셨는데, 제사를 모시고 나면 먹을 게 많았다. 평소에 보기 드믄 쌀밥이며 고기며 과일 같은 것을 한껏 먹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땡­땡­땡' 하는 소리를 손꼽아 헤아리면서 '오늘은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려야지' 하고 벼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번번이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져들고 말았기 때문이다.우리 집 괘종시계가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그동안 여러 번 집을 옮겼고, 그럴 때마다 좋은 시계를 선물로 받았다. 또한 세월이 흐르면서 디자인이 예쁜 전자시계가 쏟아져 나왔다. 시계 소리도 다양해졌다. 맑고 고운 새소리, 뻐꾸기 우는 소리, 부엉이 우는 소리, 아름다운 음악 소리… . 그뿐이랴. 색깔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도 나왔다. 뭐니 뭐니 해도 어린 시절 들었던 우리 집 괘종시계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6-03 18:00:00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스승에게 길을 묻다. 과학은 나눔이다.

부모의 교육만큼이나 우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선생님의 가르침이다. 시대가 바뀐다고 부모의 역할과 선생님의 역할이 변해서는 곤란하다. 밥상머리 교육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스승이 평생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을 배우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부모와 스승의 은혜를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잠시 필자의 인생에 큰 가르침을 주신 외국인 과학자 몇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영국의 대표적인 과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필자가 과학자의 길을 가는 데 큰 힘이 되어준 정신적 스승이다. 그는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지만 왕립연구소의 실험 조수가 되는 행운을 얻었고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그는 1831년 전자기 유도라는 세계 과학사에 길이 남을 대발견을 이룩하여 전기를 실용화시키는 데 공헌했다. 또 그는 강연에도 뛰어나서 재능기부를 통한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젊은 날 학업이 순탄치 않던 시기에 그런 그의 일화가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는 모티브가 되었다.2000년 겨울 잠시 미국에서 체류할 때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U.C. Berkeley) 화학부에서 허버트 스트라우스(Herbert Strauss, 1936~2014) 교수님을 만났다. 스트라우스 교수님은 분자동역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셨다. 당시 학장으로 계셨는데 아무런 조건 없이 방문연구원을 허락해주셨다. 배움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셨던 스트라우스 교수님의 배려는 훗날 필자가 다양한 재능기부를 실천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박사 학위 지도교수였던 케임브리지대 화학과의 리처드 램버트(Richard Lambert) 교수님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2007년 당시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학자들 사이에서 있었던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던 명언으로 논문에 그대로 실려 있다. 학생들을 혹독하게 교육시키고 연구에서 완벽을 추구하던 정말 무서운 분이셨다. 학위를 마치고도 연구실 청소를 위해 덴마크에서 영국으로 날아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깨끗한 환경에서 깨끗한 데이터가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도 이 시기에 터득했고 현재 필자의 실험실 운영 방침이 되었다.2018년 타계하신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교수님은 노력하는 천재 과학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법을 몸소 실천하셨다. 그분의 육체적인 불편함이 강연을 통한 소통과 과학 대중화에 대한 열정을 식게 하지는 못했다. 삶에 대한 집착보다는 도전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선택했던 분이다. 한국인 유학생의 방문을 즐거워하셨고 그때마다 시공을 초월한 영감을 주셨다.스승의 엄한 훈육이 사랑의 다른 표현이라는 사실을 교편을 잡은 후에 깨닫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석학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해주신 철학이 '과학은 나눔'이라는 것이다. 좋은 스승을 만나 아침에 깨달음을 나눈다면 저녁 잠자리가 편안하겠다.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 (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2019-06-03 18:00:00

[이은주의 잉여현실] 만남과 이별의 랩소디-문학으로 休(휴) 하다

난생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초여름 금요일 밤, 용학도서관 4층 방에 모여 만남과 이별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며 시를 읽고 썼던 20대에서 70대까지 마흔다섯의 사람들은 서로 낯선 이들이었다.삼삼오오 서로 아는 분들끼리 오시기도 했지만 더러는 혼자 고독의 문을 열고 오신 것이다. 정숙, 이창윤, 이혜리 세 명의 시인이 시를 낭송했고 먼저 시 이야기를 들려줬다."우리 아버지 떠나가실 때 내내 병실을 지켰건만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눈을 감으셔서 마지막 순간을 보지 못한 게 마음 아파요.""이르지도 못하고 포기하지도 못하고 막막함 속에서 그 꿈을 향해 가는 내가 있어요.""외로웠어요. 일본에서 나신 엄마의 딸로 나는 언제나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했죠. 지금은 외로움도 좋아요."세 가지 주제별로 원을 만들었고, 참여자들은 나에게 울리는 말과 떠오르는 이야기를 돌아가며 들려줬다. 그리고 시를 썼다. 누군가는, 이 짧은 시간에 어떻게 시를 쓰겠냐, 시를 써 본 적이 없다, 하시며 난감해하셨다. 치유의 글쓰기는 문맥 상관없이 맞춤법 상관없이 내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쓰는 글이다. 옳고 그름이 없고 좋고 나쁨이 없다. 나에게 진실한 말이면 된다. 다른 분들에게 들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를 했다.그리고 기적처럼 모두는 시를 썼다. 하나의 원으로 다시 모여 앉아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시를 낭독했다. 마지막으로 어느 분의 추억의 노래 '연가'를 부르며 우리는 원무(圓舞)를 추었고 다정한 이별 인사를 나누었다.이 도시에서 낯선 우리가 만나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울고 웃으며 마음에 담긴 사연들을 말하고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춘다는 것은, 마법 같은 일이다.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2019-06-03 18:00:00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何患無辭(하환무사):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

춘추시기 진(晉)나라의 왕비 여희(驪姬)는 헌공(獻公)의 총애를 받았다. 헌공은 이미 신생(申生)을 황태자로 정해 두었으나, 여희는 자기 아들 해제(奚齊)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천방백계(千方百計)로 신생을 모함, 죽게 했다. 해제의 두 형인 중이(重耳)와 이오(夷吾)도 내쫓았다. 헌공은 죽기 전에 신임하는 대신 순식(荀息)을 불러 해제를 잘 보좌할 것을 부탁했다.헌공이 죽자 진나라는 혼란에 빠졌다. 이극(里克)은 원래 신생을 보좌한 부장(副將)이었다. 그는 모함을 당해 죽은 신생의 복수를 노리고 있었다. 이극은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해제를 죽였다. 이어서 해제의 동생 탁자(卓子)도 즉위하자마자 이극에게 죽임을 당했다.진(秦)나라로 망명 갔던 이오가 돌아와 왕이 되었다. 진혜공(晉惠公)이다. 그는 즉위 후 곧바로 이극에게 "자네는 두 임금을 죽였다. 자네를 죽이지 않으면 신하들이 나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자 이극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가 두 임금을 죽이지 않았으면(不有廢也) 그대가 어찌 임금이 되었겠소(君何以興). 죄를 덮어씌우려 하면(欲加之罪), 말이 어찌 없겠는가(其無辭乎)"라고 하면서, 자결했다.중요한 것은 여희가 신생을 모함하거나 이극이 두 임금을 죽인 것이 아니라, '욕가지죄, 기무사호'이다. 흠을 찾으려 하면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라는 뜻이다. 이 둘을 합쳐 '하환무사'(何患無辭)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춘추'(春秋)의 해설서인 '좌전'에 나오는 말이다.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겉으로는 인정이나 바른 이치를 떠들지만, 궁극에 가면 자기 이익을 위한 구실을 찾는다. 진혜왕은 왕좌를 지키기 위해 자기를 왕으로 만든 이극을 죽일 구실을 찾았다. 민생이 어렵다고 하면서 국회를 내팽개치고 있는 정치인에게 어찌 구실이 없겠는가?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6-03 18:00:00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왕릉 답사의 즐거움

조금만 바깥으로 나가면 초록빛의 수목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계절이다. 푸른 수목의 자태를 만끽하면서 역사와 문화의 향기까지 접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조선 왕과 왕비의 무덤인 왕릉이다. 왕릉 주변에는 금표를 설치하고, 나무도 베지 못하도록 했기에 울창한 산림이 보존될 수 있었다. 홍릉수목원이나 광릉수목원처럼 왕릉 주변에 수목원이 조성될 수 있었던 이유다.2009년 6월 조선왕릉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총 42기지만 태조 왕비 신의왕후의 제릉과 정종의 후릉은 북한에 있어 2기는 제외됐다. 조선의 왕은 27명이지만 왕비의 무덤이 왕의 무덤과 차이가 있는 경우 왕릉 숫자는 늘어난다. 예를 들어 중종의 무덤은 정릉(靖陵)이지만 첫째 왕비 단경왕후의 무덤은 온릉, 첫째 계비 장경왕후의 무덤은 희릉, 둘째 계비 문정왕후의 무덤은 태릉으로 총 네 기가 된다.생전에 왕은 아니었지만 사후 익종으로 추숭된 효명세자도 수릉이라는 왕릉의 호칭을 얻었다. 연산군이나 광해군처럼 폐위된 왕의 무덤은 '묘'로 강등돼 왕릉에 포함되지 않는다. 단종은 폐위된 뒤 무덤도 노산군 묘로 강등되었지만 숙종 때 단종으로 복권되면서 장릉으로, 왕비 정순왕후(定順王后)의 무덤도 사릉으로 불리게 되었다.왕릉 조성에는 묻히게 되는 왕이나 왕비보다 왕릉을 조성하는 후대 왕과 정치 세력의 입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태조 계비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릉(貞陵)의 경우 처음 조성될 때는 태조의 각별한 관심 속에 경복궁에서 바로 보이는 현재의 덕수궁 근처에 조성됐다. 그러나 태종은 계모의 무덤을 도성 밖으로 옮기게 했다. 현재 성북동에 있는 정릉이다. 지금도 덕수궁 일대를 '정동'(貞洞)이라 하는 것은 원래 정릉이 있었음을 기억시켜 주고 있다.경기도 고양에 있는 서오릉(西五陵)을 대표하는 왕릉은 숙종의 명릉이다. 명릉에는 숙종과 첫째 계비 인현왕후가 쌍릉으로 모셔졌고 바로 옆에 10세 때 혼인한 조강지처 인경왕후의 익릉이 있다. 명릉의 좌측 언덕 위에는 둘째 계비 인원왕후의 무덤도 조성되어 있다. 숙종에게 사약을 받고 죽은 장희빈의 무덤도 1969년 경기도 광주 오포에 있던 것을 명릉 근처로 이장했다. 결과적으로 숙종은 재위 기간 함께했던 네 명의 왕비를 사후에도 곁에 두고 있다.반면 중종은 생전에 세 명의 왕비가 있었지만 죽어서는 왕비 누구도 그의 곁에 없다. 중종의 정릉(靖陵)은 왕 홀로 묻힌 단릉(單陵)이다. 강남 빌딩 숲 한복판에 있다. 중종과 함께 묻히고자 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 문정왕후의 태릉 곁으로는 아들 명종이 갔다. 명종의 무덤 강릉(康陵)에선 수렴청정을 받았던 생전처럼 사후에도 어머니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아들의 모습이 떠오른다.왕릉이 가장 많이 조성되어 있는 동구릉에는 태조의 건원릉, 선조의 목릉, 현종의 숭릉, 영조의 원릉 등이 조성되어 있는데 왕릉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영조는 50년을 함께 산 정성왕후가 먼저 승하하자 아버지 숙종의 명릉 주변에 홍릉을 조성하고 자신의 왕릉 터로 그 옆자리를 비워 놓았다.그러나 영조가 83세로 승하했을 때 손자 정조는 선왕의 무덤을 동구릉 경역 내에 만들게 했다. 정작 영조의 옆자리는 영조가 66세에 맞았던 15세 왕비 정순왕후의 차지가 되었다. 영조의 원릉은 쌍릉으로 조성되어 사후에도 다정한 모습이지만 혼자가 된 정성왕후의 심정은 어떨까? 영조만 믿고 먼저 시아버지 곁으로 갔다가 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수목이 무성한 이 계절에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는 조선왕릉을 찾아 몸과 마음을 풀어보기 바란다.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2019-06-03 18:00:00

이성환 게명대 일본학과 교수

[세계의 창] 중국몽(中國夢)과 아메리칸 드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 결렬 후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려 한다. 그들에게는 차이나 2025가 있다"고 했다. 중국이 2025를 통해 세계 장악의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이다. 2025(Made in China 2025)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프로젝트이며, 세계 패권 구상으로 알려진 '중국몽'(Chinese Dream)의 핵심이다. 무역협상은 중국의 도전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의 의미가 있다. 미국은 2025의 폐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녹록지 않은 이유이다.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패권이 국가 간의 관계를 지배하며,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신흥 강국 아테네에 불안감을 느낀 스파르타의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 G. 앨리슨(Allison) 교수는 신흥 세력이 기존 지배 세력의 지위를 위협할 때 발생하는 이러한 불안정한 대결 국면을 '투키디데스의 함정'(Tuchididdes Trap)이라 부른다. 이 함정이 불러온 두 나라의 전쟁에서 스파르타는 승리했으나, 오래가지 못해 멸망했다. 근대에 와서는 불멸의 대영제국에 대한 후발국 독일의 부상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독일의 도전은 1차 대전의 원인을 제공했고, 승리한 영국은 미국에 패권을 넘겨야 했다.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시카고대학 J. 미어샤이머(Mearsheimer) 교수는 '강대국 정치의 비극'에서 국제사회에는 국가 간 갈등을 제어할 경찰이 없고, 상대방의 의도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모든 국가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끊임없이 군사력을 키우고 상대를 자기 의도하에 두려 한다. 패권국이 탄생하는 과정이다.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설명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패권국의 불안을 드러낸 것이고, 국가의 존엄을 앞세우며 버티고 있는 중국은 전형적인 도전국의 모습이다.패권국과 도전국은 반드시 전쟁을 할까. 16세기 이후 패권국과 도전국의 대립 국면은 15번 있었으며, 그중에서 11번의 전쟁이 발발했다. 전쟁 확률은 70% 이상이다. 그래서 앨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이라 했다. 미중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디일까. 대만해협이 될 것이라고 하나, 한반도도 그중 하나다.미중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아직 중국은 종합 국력에서 미국을 능가하지 못한다. 중국의 목표는 아직 세계 패권이 아니라 지역 패권 추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또 미국은 스페인, 영국 등 소국이며 자원 빈국이었던 종래의 패권국과는 다르다. 미국은 자원이 많은 대국으로 역사상 거의 '완벽한' 패권국의 조건을 갖고 있다. 미국은 전쟁을 하지 않고도 경제 패권을 넘보던 일본을 굴복시켰다. 군사적 위협을 일삼던 소련(현 러시아)도 붕괴시켰다.그러면 패권국은 안전할까. 킨들버거의 함정이 있다. 킨들버거 전 MIT 교수는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미국이 패권국의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재앙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그것도 고율의 관세로. 지금의 흐름을 단순화하면, 중국은 미국의 유일 패권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미국은 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American First)는 이전투구로 보인다. 시진핑은 중화제국의 부흥을, 트럼프는 미국 백인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고 한다. 중국몽과 아메리칸드림이라는 두 개 꿈의 충돌이다. 거기에는 양패구상(兩敗俱傷둘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의 위험도 있다.두 강대국이 꿈을 좇는 가운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현하려는 한국의 꿈(Korean Dream)이 멍들까 염려된다.이성환(계명대학교 교수, 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2019-06-03 13:38:51

한상규 오너스심리연구소 대표

[기고]조현병 포비아(phobia)를 보며

지난 1월 서울 강북삼성병원 주치의 흉기 살해 사건을 비롯하여 최근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5명을 숨지게 한 안인득의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칠곡 환자 폭행 사망 사건, 대구 40대 여성의 부모 살해 사건, 창원 70대 노인 흉기 살해사건 등.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현병에 대한 국민청원이 빗발친다. 조현병 환자를 국가가 직접 책임지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든가 조현병 살인범죄자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든가, 개정 정신보건법을 재개정해서라도 환자를 강제로 입원시켜야 한다는 등 격앙된 목소리다. 온 나라에 '조현병 포비아(Phobia)'가 확산되고 있다.아프면 치료받으면 될 터인데, 환자와 우리 사회가 병의 증상과 원인을 제대로 알고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정신질환자들이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난 후 가진 인터뷰를 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체로 사건을 직시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면서 "나는 억울하다!" "나는 미친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정신병자다!"라고 말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이는 자기 병에 대한 인식 곧 '병식'(病識)이 없다는 사실로, 스스로가 정신병자임을 자동 드러낸다. 왜냐하면 자기 병에 대한 병식의 유무가 단순한 신경증 환자와 중증정신질환자를 구분 짓는 핵심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저지른 사건에 대한 인식 부재와 자신의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환자 본인에게, 개정 정신보건법에 따라 입원 및 치료 동의를 구하든가 자가 치료를 바라는 게 과연 현실성이 있는 일인가?지금과 같이 정신질환자들의 강제 입원이 어렵게 된 건 정신질환자의 입원 동의 등 환자 인권을 중시하는 개정 정신보건법이 시행된 2017년부터다. 그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예측불허의 행동을 해도 지금으로선 어쩔 도리가 없다. 안타깝게도 안인득의 경우, 과거 폭력 전과가 있었고, 가족들조차 강제 입원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이 이번 참변을 불러일으켰다고 봐야 한다. 그는 조현병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원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입원 치료를 완강히 거부해 왔고 결국 참혹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환자 입장에선 자기 의사에 반한 폐쇄병동의 강제 입원은 억울한 옥살이와도 같이 끔찍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가족에 대한 배신감과 트라우마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또 강제 입원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이것이 그들의 방어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촉발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약을 먹거나 치료를 받는다는 건 자진해서 정신병을 인정하는 꼴이 되니 완강히 거부할 수밖에 없다. 환자 가족들도 온갖 수단을 다 쓰며 이들을 격리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현실적으론 도움이 전혀 안 되는 국가의료시스템의 한계를 절감할 뿐이다.노숙자 중에 조현병 환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끝은 어디인가? 범죄자인가? 자살인가? 이젠 국가와 사회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야 할 때다. 분명한 사실은 '약물투약이다' '강제입원이다' 식의 단편적인 도식만 갖고 지금 얼키설키 꼬여 있는 조현병 환자 문제를 풀려 한다면 실패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되고 만다는 사실이다.

2019-06-03 11:03:01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조물주 위 건물주

떠나보내는 5월을 핑계삼아 술자리를 가졌다. 안주는 경제였다. 건물주인 지인 한 명이 앓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깎아주겠다는데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한 명은 빈 건물에 대한 대출금만 갚고 있다며 침통해했다. 우리 동네만 해도 대문짝만하게 임대라고 붙여놓은 상가들이 한둘이 아니니 이해는 됐다. 하지만 뭐라 해도 가진 자의 푸념 같아서 달래 줄 마음은 덜했다.한 때 초등학생의 장래희망에 '건물주'가 순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애써 일하지 않고도 통장에 매달 찍히는 임대수입을 상상해서일 테다. 슬프지만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인 꿈의 변화다. 건물주가 당당한 직업군이 될 수 있다니. 하긴 '조물주 위 건물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면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다. 나 조차도 몫 좋은 곳에 지워진 상가건물들을 보면 해당 건물주의 월 수입을 합산해주는 수고로움을 대신해보곤 한다. 노후의 안정된 수입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진 채.만인의 부러움을 받는 건물주는 동시에 '있는 놈이 더 하네'라는 말로 손가락질도 받는다.오르는 땅값의 혜택을 오롯이 건물주만 가져간다는 견해에서다. 김광석거리의 사례처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거리를 망쳐놓은 욕심많은 건물주들도 있다. 건물주의 횡포로 억울하게 쫓겨나는 세입자의 하소연 글 또한 포털 사이트에 허다하다. 입주자가 돈 좀 번다 싶으면 바로 임대료를 올리는 건물주도 있을 테다.필자의 세대주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내게 세상물정 모른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세대주는 땅값 상승만큼 세금이나 관리수리비도 비례한다며 핫플레이스에서 싼 임대료로 장사하겠다는 것이 잘못이라고 건물주를 대변해댄다. 세금이나 기타 비용으로 공실도 엄청나다는 주장이다. 하긴 세입자한테 임대료를 팍팍 올리며 갑질을 하는 장본인으로 모든 건물주를 싸잡아 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자영업을 하는 지인은 임대료 보다는 권리금이, 권리금보다는 인건비가 더 공포라고도 했다.창업이나 자영업 시장이 급속도로 나빠진 요즘,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다. 최근 '건물주 상생협약 체결'같은 제도는 바람직하지만 상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래도 세금 안내고 불로취득하는 사람에게서는 반드시 세금을 받아내길 바란다. 미성년자들이 건물을 증여받는 힘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탈세없이 적정하게 세금을 낸다면야 나무랄 일은 아니다.도시의 건물들은 화려하다. 이 건물의 주인은 그저 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를 꿈꾸는 초등학생들도 정작 건물을 사기까지의 방법은 잘 모르고 어쩌면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귀동냥으로 들은 임대업에 막연한 환상만 갖고 선망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다만 건물주가 꿈이라고 답한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자신의 꿈을 찾아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03 11:01:35

김경환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장

[기고]팔공산 구름다리, 반대가 대책은 아냐

지난 5월 16일 '팔공산 구름다리' 관련 대구시민원탁회의가 열렸다. 회의 후 '구름다리 건설' 찬반을 묻는 투표 결과 참석자 180여 명 가운데 60.7%가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에 찬성했고 반대는 31.5%, 유보는 7.7%였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환경단체 및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필자는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결과에 반발할 것이 아니라 시민원탁회의라는 공론의 장으로 나와 구름다리를 건설할 경우 환경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훼손이 되는지, 다른 관광 활성화 방안은 있는지를 충분히 피력했어야 한다고 본다. 시민단체가 회의에는 불참하면서 뒤에서 언론을 통한 여론전만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어 안타깝다.환경단체는 구름다리가 건설되면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구름다리가 건설되면 대부분 등산객이 구름다리에 집중되어 무분별한 수백 개의 등산로 중 상당수가 폐쇄됨으로써 오히려 자연을 복원해 환경과 생태계에 이롭다.팔공산(해발 1,193m)의 면적은 122.1㎢(대구 30.6㎢, 칠곡군 29.7㎢, 군위군 21.7㎢, 경산시 10.6㎢, 영천시 29.0㎢, 총 3천700만 평)이다. 여기에 320m 구름다리를 설치한다고 해서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환경이 파괴될 만큼 작은 산이 아니다.환경이 훼손되면 국립공원 지정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국립공원 중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 산은 설악산, 치악산, 내장산, 덕유산, 한려해상 국립공원 등이며, 구름다리나 출렁다리가 있는 곳은 설악산, 덕유산, 월출산, 통영 만지도의 한려해상 국립공원 등이 있다. 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호주·일본·중국 등도 국립공원 내에 케이블카와 구름다리를 친환경적으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구름다리가 있다고 국립공원 지정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팔공산은 타 지역과 비교 불가한 역사와 문화의 보고가 산재해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제9교구 본산(本山)인 동화사를 비롯하여 갓바위·파계사·부인사·송림사·관암사 등이 있고, 동화사 입구 마애불상, 금당암 3층석탑 등의 보물 9점, 가산산성(架山山城) 등의 사적 2점, 그 밖에 30개소의 명소가 있다.2018년 대구공항 이용객 400만 명 중 국제선 이용객은 204만 명이다. 대부분 동남아 관광을 위해 출국하는 대구경북 사람이고 대구를 찾는 동남아 관광객은 극히 일부다. 이런 상황에서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설치하면 대구시민의 휴식처가 됨과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팔공산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이 되고 대한민국 100대 안에 드는 명산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관광객이 줄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관광 인프라 또한 턱없이 부족한 데다 관광 체류시간이 짧아 관광 후 정작 숙박은 타 지역에서 하는 실정이다.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환경을 지키자는 기본 입장을 지지한다. 하지만 인간과 자연을 무조건 격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팔공산 구름다리 건설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지역경제 발전을 가져오자는 것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무조건 반대는 자연을 해치고 사람을 해친다.

2019-06-02 15:40:29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그건 '멋진 한마디 찾기'가 아니다

일에는 순서가 있다. CI(Corporate Identity, 기업 이미지 통일화), BI(Brand Identity, 브랜드 이미지 통일화)도 그렇다. 먼저 바라보고, 마음을 다해 바라보고, 생각을 다해 바라보고, 그리고 질문하고, 다시 죽을힘을 다해 처음 보듯 바라보고, 바로 그때 보이는 다름에 천착하고, 마침내 본질에 집중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듯 기업이나 단체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브랜드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꽤 까다롭고 엄격한 과정과 절차를 요구한다. 동시에 감성의 몰입과 집중도 필요하다. 이에 더해 CI와 BI 둘 사이의 관계에도 일정한 순서와 규칙이 있다.그리고 어느 정도 '올바른 흐름'이라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법으로 치면 CI는 하나뿐인 헌법, BI는 최상위법인 헌법의 철학과 가치 체계 안에 존재하는 하위법이다. 다시, CI를 성씨나 가문이라 치면 BI는 그 가문을 구성하는 개인 또는 가족 구성원에 해당한다. 그러니 이래저래 CI가 BI의 상위 개념이고 선후로 따져도 먼저가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CI가 튼튼하면 BI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CI가 힘이 세면 BI도 그 덕을 보기 쉽다. 물론 집 나와 독립을 하듯 가끔 모기업 CI와는 별개로 전개되는 브랜드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브랜드 이미지 보호나 리스크의 분산 등 기업의 특별한 의도와 상황에 따른 예외적 사례일 뿐이다.대개의 BI는 CI를 떠나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다. 행여 CI로부터 분리되거나 버림받기라도 한다면 그 브랜드는 살아남기 힘들고 때론 그것만으로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기도 한다. 특히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처럼 비영리 기관의 브랜드는 그럴 개연성이 더 높다. 도시와 분리되는 순간 그 브랜드는 이미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 브랜드가 아무리 돈을 번다 한들 그 돈을 들고 나가 다른 도시를 세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도시 브랜드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와 궁극적인 목적은 도시의 정체성 확립과 지속 가능한 공동체 구현에 있다. 따라서 개별 브랜드는 철저하게 도시의 아이덴티티(CI) 전략과 체계 안에서 도시 브랜드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한다.지난 글에서 브랜드는 만드는 것이 '1'이라면 그다음에 있을 일이 '99'라 했다. 그 '99'는 규칙을 지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규칙이 없으면 디자인이 아니다. 규칙이 없으면 브랜드가 아니다. 즉 브랜드의 힘은 규칙을 지키는 데서 온다. 그것도 긴 세월에 걸쳐 아주 조금씩 온다. 작은 명함에서 큰 옥외광고물까지 CI와 BI의 순서를 지키고 CI·BI의 운용 규칙을 끈질기게 지켜가야 한다. 그게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고 확산하는 일의 모든 것이다. 특히, 도시를 대표하는 사람들의 명함은 CI 프로그램을 헌법처럼 따라야 한다. 그들의 명함은 그 도시를 보여주는 움직이는 간판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1만 개의 명함이 사람들의 생각을, 그것도 정확하게 같은 자리를 1만 번 반복해 두드릴 때 한 뼘씩 도시의 정체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만약 명함에서부터 CI나 BI의 순서와 규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 '1' 다음에 올 '99'는 영영 없다고 봐야 한다.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축구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가로로, 세로로 저마다 다르게 붙이고 있거나 아예 떼고 경기를 한다고 상상해 보시라. 말이 되는가? CI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은 명함은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설령 좋은 의도였다 한들 결국 그 명함에 대한 포폄은 시와 시민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잠재의식의 발로, 또는 무지의 소산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잘되는 기업, 잘되는 도시는 그러지 않고 그런 걸 용납하지도 않는다.대구의 CI처럼 기본이 튼튼한 경우라면, 그리고 필요하다면, CI를 시대에 맞게 얼마든지 리뉴얼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태극기를 함부로 대하면 안 되듯 도시의 상징도 함부로 다뤄선 안 되고 그 체계를 임의로 깨뜨려서도 안 된다. 태극기 없는 붉은 악마가 있을 수 없듯이 CI 없는 도시 브랜드도 있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도시 브랜드는 규칙이다. 도시 브랜드 개발은 CI의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스템 구축이다. 즉, 도시 브랜드 개발은 '멋진 한마디 찾기'가 아니다.

2019-06-02 14:55:02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안전인지 감수성

지난달 15일 호텔인터불고 대구에서 우울증을 앓는 사람에 의해 방화가 일어났다. 다행히 이번 사건에서 직원과 소방대원의 신속한 대처로 중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16년 전엔 우울증 환자로 인한 대구지하철 방화로 340명의 사상자가 났었다. 이번 사건으로 아직도 사회 곳곳에 구멍이 뚫린 것이 드러났으므로 이미 참사를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안전에 대한 심려(深慮), 즉 '안전인지 감수성'(safety awareness)을 높여야 한다.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에 의하면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각종 인재(人災)에 대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업주들, 그리고 시민 모두도 각자의 위치에서 안전인지 감수성을 높여 사람이 있는 모든 곳에서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첫째, 방화혐의자는 시내 주유소에서 20ℓ 휘발유 8통, 총 160ℓ를 별 제지 없이 구입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4ℓ 통에 담긴 소량의 휘발유로 인해 일어났다. 그때 사용된 양의 40배가 넘는 160ℓ를 대도시에서 신분 확인도 없이 사고파는 사회 시스템이 놀랍지 않은가? 인화성 및 유독성 물질의 생산‧유통‧판매에 보다 엄격한 규정을 정하고 감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구매 사유와 구매자 신분을 확인하고, 수상한 느낌이 들면 신고하고, 개인 용기에 판매할 수 있는 양을 제한해야 한다.둘째, 호텔 별관 2층 로비에 8통 중 6통, 총 120ℓ의 휘발유를 혼자서 운반하고, 뿌리고, 불을 질렀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하루가 시작된 아침 아홉 시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중이용시설에 24시간 보안요원을 배치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셋째,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다. 당국은 소방시설 구비 및 작동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호텔 측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넷째, 혐의자는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일을 저질렀다. 여타의 사건에서 보듯이 우리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며 마약류의 불법 거래와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당국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끝으로, 이 사건 혐의자도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건도 최근에 발생한 조현병 환자들의 사건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제도를 혁신해 조현병과 같이 개인과 가족이 감당하기 힘든 병을 사회가 개입해 치료해줄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우리 모두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 병을 앓는 사람이 거리낌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고 주변에서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마음이 만사(萬事)다. 선조들은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을 돌아보라고 했다. 인구 및 교류가 많아진 지금은 일일십성(一日十省)하며 마음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심중(心中)에 잘 잡아매고 돌봐 자신과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겠다.

2019-05-31 06:30:00

소설 '명금' 표지(1920, 신명서림)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영화가 만들어주는 꿈

1910년대 조선사회는 아름다운 서양 여인 '기지꾸레'에 취해있었다. '기지꾸레'는 미국 무성영화 '명금(名金)'의 여주인공 '키티 그레이'의 일본식 발음이다. '명금'이 일으킨 바람은 영화 상영이 끝난 지 수년이 지난 1920, 1930년대에도 여전히 이어졌다. 잡지에는 '명금' 여주인공인 '기지꾸레'의 화보가 게재되었고, 소설에서는 '기지꾸레 놀이'를 하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 묘사되곤 했다.'명금'제 1편이 조선에서 상영된 것은 1916년 6월 23일이다. 당시의 영화관은 일본인 상영관과 조선인 상영관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명금'의 조선인 상설 상영관은 우미관이었다. 제작사는 유니버설 영화사이며 원제목은 'The Broken Coin', 즉 '조각 난 금화'이다. 조각 난 금화에 새겨진 정보로 고대왕국의 보물을 찾는 모험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영화라고 하지만 지금과 같은 영화는 아니고 일종의 연속물이었다. 집에서 TV로 시청하는 연속극을 매주 영화관에 가서 본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단지 다른 것이 있다면 무성영화여서 조선인 변사가 각 장면의 내용을 멋지게 설명해준다는 것이었다. '명금'이 상영된 1916년의 조선사회는 초등교육을 받은 사람이 전체 인구의 5%도 되지 않던 때였다. 그러니 조선인 대다수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붙었는지를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지도 못하는 머나먼 서양나라 사람들의 모험이야기에 수많은 조선인들은 열광하였다. '명금'을 비롯한 미국 무성영화를 두고 저속하다는 비판 글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대중들은 그런 우려 따위 아랑 곳 없었다. 여성의 98%가 한글도 읽지 못하던 때였다. 남성이라고 해서 별로 나을 것도 없었다. 조선어를 못 읽는데 영어를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키티 그레이'라는 영문명을 '기지꾸레'라는 일본식 발음으로만 수용하고 있었다.그렇지만 여주인공 이름의 발음 따위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었다. 화려한 영화화면에 변사의 흥미진진한 해설이 더해지니 글을 읽을 줄 몰라도 되고, 세계지리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명금'의 세계는 식민지의 암울하고 음습한 현실과는 전혀 달랐다. 주인공들은 어떠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모험에 도전하였고, 세계는 그런 주인공들의 노력에 보답하듯 언제나 멋진 보상을 제공해주었다. '명금'에는 조선인들이 꿈꾼 세상의 모든 모습이 들어 있었다. 적어도 '명금'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그들 모두 환상에 취해서 가난한 식민지인으로서의 피곤함, 쓸쓸함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던 것이다.미국 무성영화가 가난한 식민지 조선인의 위로가 되어주던 때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다. 일제 강점기 소설가 박태원은 '명금'을 소설 모티프로 사용할 정도로, 미국 영화 '명금'에 취해있었다. 이제 그의 외손자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을 한국 영화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겨우 백년이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5-30 14:09:55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함께하는 남북협력과 통일교육

지난 20~26일 통일부에서 주관하는 통일교육주간이 마무리되었다. 국민들로 하여금 평화통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올해 7회 행사를 종료하였다니 매우 좋은 발상이 아닌가 싶다. 프로그램을 보니 콘퍼런스, 공모전, 체험 학습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30여 년간 북한과 통일문제를 다룬 교육자로서 볼 때 이러한 프로그램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앞으로 한 가지 보완할 점이 있다면 이러한 프로그램의 지방 확산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지만 서울 못지않게 통일문제에 대한 지방의 관심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남북 교류와 협력의 주체로 올라섰다.그간 지자체의 남북 교류는 중앙부처 차원의 교류의 부차적인 의미로서 기능하였고 규모와 기간 등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지자체는 남북 교류와 관련된 예산과 조직을 대폭 확대하였고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의 대북 교류가 체계를 갖추고 실질적으로 남북 관계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체계가 잡히면 향후 남북 관계 발전과 통일 대비의 관점에서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감안한다면 지방정부를 지지하고 있는 지역민들의 남북 관계, 통일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은 필요성이 더욱 커 보인다.우리와 같은 분단을 겪었던 독일은 전형적인 연방제 국가로 지방자치의 역사가 깊다. 통일 이전에도 주정부의 자치가 확고히 보장되었고 자매결연 등 지자체들이 동서독 교류에 직접 나서기도 하였다. 동독 탈주민들의 수용에 있어서 주정부는 연방정부와 협력해 나갔고 통일 이후 재원 분담에서도 주정부는 고통을 분담하였다. 이러한 일들은 주정부가 지역 주민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적시성 있게 설명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한국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정치교육센터'는 연방센터도 있지만 각 주마다 지역센터가 있어 지방 특색에 맞는 이슈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활동을 해왔다. 분단 시기 정치교육센터는 자유 민주주의 이념에 대한 확고한 전파 역할을 하였고 기본권, 시장경제 등에 대한 교육 홍보활동도 수행하였다. 통일 이후에는 통일에 따른 통합의 가치를 설파하였고 현재는 올바른 정치 체제와 선거제도 등에 대한 정보를 적실성 있게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필자는 수년 전 지방정치교육센터를 가 본 적이 있었는데 실로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놀랐다. 또 한 가지 특색 있는 통일교육에의 합의는 서독에서 추진된 '보이텔스바흐 합의'이다. 냉전이 한창 중인 1970년대 중반 서독의 보수와 진보 진영은 치열한 논의 끝에 이념과 정권에 따라 변하지 않는 정치교육 지침을 마련하였다. 한 번 합의한 원칙은 대체로 지키는 독일의 특성에 따라 이 원칙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교육은 강제할 수 없으며 토론과 논쟁을 통해 독립적인 관점과 사고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체적인 인식의 형성을 위해 다양한 가치와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편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합의를 이뤄나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통일이라는 민족의 명운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이러한 절차가 더욱 긴요하다고 하겠다.지자체는 북한과의 교류 협력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남북 교류에 따른 평화적 효과와 지역경제에의 이득, 나아가 통일 과정에의 기여 등을 지역주민들에게 잘 설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정보가 부족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참여형 방식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통일교육을 담당하는 중앙정부도 그들만의 사업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와 적극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배가해야 할 것이다. 지방에는 지방정부뿐 아니라 민주평통, 민간단체, 지역통일관 등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들이 산재되어 있다. 이들이 각기 따로 수행하는 통일교육 프로그램들을 하나로 엮는다면 더 효과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통일교육주간은 통일문제에 대한 범국민적인 사회적 합의의 장을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9-05-30 11:49:59

박종곤 한국가스안전공사 대구경북지역본부장

[기고]휴대용 가스레인지 부탄 캔 폭발 조심

본격적인 행락 철을 맞이하여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족, 친구들과 야외에서 여가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때 음식물을 조리하기 위해 간편하고 편리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하다가, 부탄 캔이 폭발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한국가스안전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14~2018년 발생한 전체 가스 사고 624건 중 LP가스 사고는 404건, 그중 부탄 캔 관련 사고가 102건(25.2%)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부탄 캔 사고를 분석해 보면 발생 원인으로는 사용자 취급 부주의가 86.3%를 차지한다. 또 사고 유형으로는 부탄 캔 파열 사고가 70.6%, 인명 피해 동반 사고가 68.6%로 사용자 취급 부주의에 의해 인명 피해까지 동반하는 사고가 잦다는 것을 알 수 있다.특히 지난해 부탄 캔 관련 사고는 전년 대비 60%나 증가하였는데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올해 2월 고령에서 부탄 캔 파열 사고로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는 등 연소기 주변에 방치된 부탄 캔 과열, 사용자 취급 부주의에 의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지난해 사고 발생 장소 중 식품 접객업소와 주택에서의 사고가 전체 부탄 캔 사고의 67%를 차지했던 만큼 일상에서 가스 안전 수칙을 확실히 알아두어야 하겠다.먼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에는 삼발이보다 큰 조리 기구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알루미늄 포일 사용도 절대 삼가야 한다. 부탄 캔에 강한 복사열이 전해져 폭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부탄 캔을 장착할 때에는 U자 모양의 부탄 캔 안내 홈을 위쪽으로 향하게 해 정확하게 장착해야 하고, 가스가 새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 후 사용하여야 한다. 조리 중에 부탄 캔을 화기 가까이 두어서는 안 되며, 남은 가스를 사용하기 위해 부탄 캔을 직접 가열하거나 끓는 물에 예열하는 것은 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아주 높은 불안전한 행동이다.휴대용 가스레인지를 구입할 때에는 안전성이 검증된 국가통합인증마크(KC)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용을 끝낸 부탄 캔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서 꺼낸 뒤 뚜껑을 씌워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등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야외에서 사용하기 위해 부탄 캔을 대량 구입하여 자동차에 싣고 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차량 내부 온도 상승으로 인해 부탄 캔이 폭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가능하면 현지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아울러 캠핑 시 텐트와 같이 밀폐된 곳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 가스등, 가스난방기 등 가스 기기를 사용할 경우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 위험이 높으므로 꼭 환기가 되는 곳에서 사용해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끝으로 장기간 나들이를 떠나기 전 LP가스 사용 가정에서는 중간 밸브와 용기 밸브를,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정에서는 가스 계량기 메인 밸브까지 잠그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가스 사고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며, 자칫 방심해 사고가 발생하면 되돌릴 수 없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가스 안전 수칙을 숙지하고 일상생활에서 꼭 지키는 습관이 중요하다. 가스 안전에 대한 작은 관심으로 사고 없는 행복한 가족 나들이가 되었으면 한다.

2019-05-30 11:26:59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망각만이 능사는 아니다

'망각이란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니체는 말했다. 이 때 인간이란, 아마도 고통이나 불행속에 갇혀있는 사람을 말할 것이다.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히스클리프라든지,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라든지, 안나까레니나에 나오는 안나라든지 하는 인물들처럼 고통에 괴로워하는 사람 아닐까. 아니면 사기나 폭행 등의 억울한 경험으로 커다란 상처를 지니고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상심에 빠져 살아가는 의욕마저 잃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나도 젊었을 때는 연인과 이유도 모른 채 이별하고, 나이가 든 지금은 긴 세월을 사랑해오던 가족들을 잃고 너무 힘들 때가 있었다. 산 사람과의 이별도 죽은 사람과의 이별도 힘들었다. 존재를 지우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힘들었다. 오죽하면 돈키호테가 한 말, '시간이 지울 수 없는 기억은 없고, 죽음이 희석할 수 없는 고통도 없다'는 말을 의지하려 했을까? 견디기 어려운 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고통이다. 이런 고통에서 빠져 나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나를 내려놓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망각이 신의 선물이라는 니체의 말이 더욱더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른다.그러나 망각만 믿고 세월을 기다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나(我)라는 존재는 까닭도 없이 우주에 던져진 존재, 즉 피투체라 하고 그런 피투체이지만 그러나 우주(세상)를 향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투체라고도 한다. 즉 본질은 무의미하고 나약하고 고독한 피투체이지만 실존은 의미를 향해 행동하고 그래서 결코 외롭지가 않은 기투체라는 것이다. 억울하기 짝이 없고 부조리한 세상에 대해 실망하거나 두려워 할 수 있지만 그런 세상을 관심을 가지고 애정을 쏟아 따뜻한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까뮈의 소설에 나오는 '시시포스'처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할 수도 있고 '타루'처럼 자신이 옳다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내(我)'가 세상의 중심이고 우주의 중심이 아닌가. 그러니 나와 세상 모두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언제나 우리의 삶은 어렵고 우리의 존재도 어려울 뿐이다. 이해하기도 어렵고 이해시키기도 어려운 존재, 그것이 인간이지만 사랑하는 동안은 모두 숭고한 가치적 존재로 남는다.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이나 타인의 많은 것을 이해하고 삶의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어한다. 우리는 아는 만큼만 인식하고 인식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우리의 인식을 앞서기 때문이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30 11:23:45

김우조 작 '1950년대의 회상' 1968. 대구미술관 소장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김우조, 독학으로 새로운 장르에 도전

대구 시내는 6.25의 전화를 직접 당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대구 인근까지 포화가 날아드는 긴박한 전쟁상황 소식에 불안과 동요가 없기야 했을까. 날마다 불어나는 피난민들과 전상자들이 겪는 힘든 생활고는 목불인견이었을 것이다. 김우조 선생은 대부분 다른 화가들처럼 종군작가단에 가입했는데 그는 특히 피난민들의 행렬을 통해 6.25를 처절하게 기억하게 하는 인상적인 작품들을 여럿 남겼다.작가는 부산으로 피난 내려간 가족들과 재회한 일화를 눈물겹게 회고한 바 있는데 그런 경험들을 포함해 뒷날 수차례 '1950년의 회상' 이란 제목으로 판화작품을 만들었다. 이 주제는 인물 군상으로 다루어진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특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1968년 작 '1950년대의 회상'은 그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폐허를 배경으로 봇짐을 싼 사람들이 배를 기다리는 듯한 광경인데 겨울 추위와 배고픔, 막연한 미래에 지친 처연함이 감도는 분위기를 굵고 단순한 선묘로 목판에 새겼다.1980년대 오윤이나 이철수 등의 목판화 운동에 훨씬 앞서는 이 작품은 1960년대에 기적처럼 탄생한 우리미술의 한 걸작으로 보고 싶다. 일찍부터 한국화단의 주류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의미 있는 현실적 주제와 양식을 탐구하던 그의 작품들이 작년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한 기획전에서 대규모로 공개되어 지역에 큰 감동을 안겼다. 전 생애를 통해 거의 판화 장르에 집중해왔는데 가장 많은 부분이 목판화이고 그밖에 지(紙)판화와 말년의 모노타이프 같은 평판작업들까지 아우른다.판화작업에 있어서 재료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재료의 특성은 바로 제작기법과 완성된 그림의 효과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김우조 선생의 경우 물감이 너무 귀해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찾다 회화에서 판화로 관심을 돌렸다. 그래서 당시 주위에 흔한 송판과 베니어합판을 이용했는데 판목으로 쓰기엔 매우 거친 재료들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가난한 재료를 통해서' 역경의 시대를 더욱 상징적으로 암시하게 되었다. 마치 담뱃갑 속 은지에 그린 이중섭이나 하드보드 위에 많이 그렸던 초기의 박수근처럼. 다만 위의 목판화 경우는 예외적으로 대단히 야심적인 대작에 도전했다.김우조 선생은 달성군 옥포면이 고향이다. 대구 계성중학교로 진학해 거기서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교사로 부임해온 서진달 작가를 만났다. 이 열정적인 화가로부터 미술을 배우며 큰 감화를 받았는데 일생 잊지 못했다. 뒷날 회고하기를 "나의 판화작업은 모두 독학이었다. 정말 힘든 작업이었고, 회화와 비교해 늘 소외되었지만 그래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판화의 스승인 '팔만대장경의 불화'와 조형의 기초를 가르쳐 주신 서진달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미술평론가〈끝〉

2019-05-30 10:57:11

김광웅 작 '고창 청보리밭'

[내가 읽은 책]차이 vs 차별, 편의점 인간/무라타 사야카 지음/김석희 옮김/㈜살림출판사, 2018  

저자의 경력이 이채롭다. 무려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니. 게다가 나오키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 수상식 당일에도 '오늘 아침에도 편의점에서 일하고 왔다'라는 수상소감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 3대 문학상인 군조신인문학상, 노마문예신인상, 아쿠타가와상을 모두 수상한 3명의 작가 중 한 명이라니 마치 '글쓰기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대학을 마친 후 같은 편의점에서 18년간 일을 한다.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거나 연애하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편의점은 그녀의 전부다. 이런 그녀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걱정하지만 정작 그녀는 태평스럽기만 하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며 자신의 일과 삶에 만족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가만 두지 않는다. 비정상으로 낙인찍어 끊임없이 스스로 정상의 범주로 들어오게끔 강제한다. 이에 어쩔 수 없이 후루쿠라도 변명을 만든다."하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면 나를 이상하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이 꼬치꼬치 캐묻잖아. 그런 귀찮은 상황을 피하려면 그럴듯한 변명이 있어야 편리해."(74쪽)후루쿠라는 몸이 약해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만들지만 그래도 자꾸만 주변의 시선이 따갑다. 그래서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기 위해 편의점 동료인 시라하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시라하 또한 비정상으로 취급받는 캐릭터이지만 후루쿠라 만이라도 정상인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보통사람이라는 거죽을 쓰고 그 매뉴얼대로 행동하면 무리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방해자로 취급당하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 속에 있는 '보통인간'이라는 가공의 생물을 연기하는 거예요."(116쪽)"보통사람은 보통이 아닌 인간을 재판하는 게 취미에요."(150쪽)즉, 스스로 정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자기가 얼마나 비정상인지 모른 채 무리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재판 받기 두려워 정상으로 보이게끔 연기를 하는 거란다. 마침내 후루쿠라는 시라하의 권유에 따라 정규직 직업을 가지기 위해 이력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면접 당일 회사에 가지 않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간다.이 책에서 편의점이란 작가적 경험이 투영된 하나의 상징적인 공간일 뿐이다. 정작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다. 후루쿠라는 정말 비정상인가? 그렇다면 정상과 비정상은 누가 정하는가? 사회적 규범의 테두리에 속하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차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작가는 세상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할 수 없고,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할 뿐 모두 사회구성원의 일부이기 때문에 비정상은 없다고 한다. 다만 그들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정상으로 보일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로간의 소통을 강조하고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소수자는 약자라서 보호되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들 또한 우리 사회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구성원이다. 이른바 '인싸'가 되지 못해 전전긍긍 하지 말고 자발적 '아싸'의 삶 또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아쿠타카와상 수상작이란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주제는 무겁지만 얇고 유쾌하게 넘나들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우리가 몰랐던 편의점의 뒷풍경은 덤이다.김광웅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5-30 10:24:56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긍정의 스트레스

잊지 않고 약을 챙겨먹는 일, 공과금을 내는 일, 버스를 놓치는 일, 작업하던 파일이 저장되지 않은 채 날아가 버리는 일, 가까운 주변인과의 마찰 등 우리는 일상에서 사소하고 끊임없이 이것의 영향을 받는다. 또 중요한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일이라던지 고대하던 무대에 서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하며 준비하는 일이라던지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서 엄청난 심적 압박을 받으며 어김없이 이것을 받기도 한다.크게도 작게도 우리의 시간, 우리의 활동영역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이것. 바로 스트레스이다.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린다. 언젠가 필자도 스트레스성 탈모를 겪었고 위궤양이 오기 직전까지 건강이 악화되며 정신도 마음도 괴로운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저 스트레스의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이유를 회피하고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뒤로 미룬 채 다른 처지에 있는 남과 나를 비교하고 부러워하며 지냈던 것 같다. 그럴수록 스트레스의 몸집은 더 커져만 갔고 나는 괴로웠다. 늘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고 잘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짓눌려 언제나 스트레스와 함께였다.그러다 알게 되었다. 내 눈 앞에 있는 이 일들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것을. 그랬던 것 같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스트레스가 되지 못하더라는 것. 그리고 무사히 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스트레스는 사라지고 희열과 보람만 남더란 것이다. 무언가를 지키거나 관철 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에 집중하게 되도 또 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것 아닐까.마감시간이 정해진 서류, 가사와 동선이 뒤죽박죽인 채로 공연 날짜가 다가오는 무대. 예술가로 단체의 대표로 활발히 활동을 하며 지낼 때를 돌아보면 일의 압박, 무대 위의 심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겨낸 경험이 엄청난 뿌듯함과 성취감으로 돌아왔었다. 몇 날 몇 일을 두근대며 견디고 극복해낸 시간을 모두 보상받았던 것 같다. 현재 아기와 보내는 시간과 엄마로서의 결정이 가지는 무게 역시 그렇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기에 스트레스를 인정하고 감내하며 나의 것을 지켜 낼 수 있는 성장의 원동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필자의 논리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받지 않을 수 없다면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보면 어떨까.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가 아닌 되게 하는 에너지, 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이해하고 살아가면 문득 찾아오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누구나 겪어내는 과정' '성장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계기' 로 바라보며 스트레스 덜 받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30 10: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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