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조선수장과 그의 서기('조선 서해안과 류큐제도 발견 항해기'에 수록된 삽화)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한 영국인의 조선탐사기록

1816년 9월 1일. 아직은 여름 기운이 남아 있는 조선 서해안, 한 척의 영국 범선이 소형 군함의 호위를 받으며 나타난다. 이 두 척의 배가 영국을 출발한 것이 2월 9일. 거의 7개월에 걸친 긴 항해였다. 통상을 위해 중국에 갔다가 귀국 길에 지도상에 위치한 미지의 땅 코리아(Corea)의 서해안을 방문한 것이었다. 당시는 대영제국의 새로운 세기라고 불리던 시대가 열리고 있던 때였다. 해양학자, 지질학자를 태운 영국군함이 전 세계 곳곳으로 항해해 가서 식민지 개척을 위한 탐사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조선 서해안 방문도 그 작업의 일환이었다.소형군함 '라이어호'의 함장 바실 홀(Basil Hall)이 쓴 '조선 서해안과 류큐제도 발견 항해기'(1818)는 그 10일 간의 조선 탐사기록을 포함하고 있다. 바실 홀은 차분하고도 객관적 시선으로 미지의 땅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서 기록하고 있다. 육지에 내려서 머리를 풀어헤친 몇 몇 조선인의 모습을 접하고는 '원시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들을 가리켜 '야만적 이양인'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원시라는 용어 사용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조선이나 조선인을 대하는 그의 기본적 태도는 겸손하다. 자신들을 무조건 거부하는 조선인들의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백발의 조선인 관리의 정신적 기품을 알아보고는 그에게 예의를 표하기도 한다.그래서인지 바실 홀의 조선 탐사기록을 읽고 있으면 서양인의 조선방문기에서 어김없이 나타나던 자기우월감과 동양인에 대한 멸시감이 그다지 느껴지지를 않는다. 이 영국인은 어떻게 해서 야만적인 동양 대(對) 문명화된 서양이라는 당시 서양인 일반의 선입견과 나름 거리를 둘 수 있었던 것일까. 책 중간 중간에는 조선 서해안의 토질이라든가, 가옥구조 등을 세밀하게 조사한 기록이 첨가되어 있다. 이 기록은 지질학과 같은 근대 과학적 지식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바실 홀은 토질을 분석하고 땅을 측량하는 과학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미지의 땅 조선을 바라봤다. 모든 과학자가 그렇듯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감정적 판단은 철저하게 배제한 채, 눈앞에 보이는 사실에 기초하여 조선과 조선인을 기록하고 묘사해갔다. 덕분에 바실 홀의 조선 탐사기록을 읽고 있으면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조선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 조선은 문명과는 거리가 먼, 무지함으로 가득찬 야만국이 아니다. 오히려 그 조선은 서양인의 물량 공세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겸양의 도를 지킬 줄 아는 나라이다.바실 홀이 조선을 특별히 좋아해서 그런 발견을 해낸 것은 아니었다. 자신과 사물 사이에 쓸데없는 이데올로기의 막을 두지 않은 채, '사실'을 보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뿐이었다. 토질을 분석하는 지질학자처럼 객관적 시선으로 자기 앞에 놓인 대상을 보기 위해 노력했던 것뿐이었다. 때로는 이처럼 담백하고 단순하게 세상과 인간을 볼 필요가 있다. 이데올로기가 난무하고 혼탁한 말이 난무할 때일수록 그런 시선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4-04 11:09:35

이중섭 작 '벚꽃 위의 새'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이중섭 예술의 진가

만개한 꽃가지에 새 한 마리가 내려앉자 우수수 꽃잎이 떨어진다. 그 앞에 잔뜩 겁먹은 듯 웅크린 개구리와 소동을 피해 날아가는 벌과 나비가 정적 속에 미동하는 세계의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고요와 평화 그리고 생기를 동시에 담아낸 이 그림은 이중섭 회화의 양식적 특징은 물론 화제의 정서적 의취를 너무도 멋지게 보여준다.일제강점기에 수입된 양화를 비로소 민족적인 양식으로 구현해낸 인물로 흔히 이중섭을 꼽는데 그만큼 훌륭한 작품들 때문이다. 분명 유채화지만 그림의 내용도 형식도 작가의 독창적인 해석과 기법이 적용돼 전통의 한 폭 절지화를 방불케 한다.미술평론가 김윤수 선생은 일찍이 이중섭을 모더니즘 예술관에 입각해서나마 그것을 이해하고 그 형식을 자기화한 최초의 작가로 꼽았다. 그가 체득한 표현방법은 서구의 표현주의에 비견되나 전적으로 그 자신의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그의 선묘법은 수묵화나 서예에서 발전시킨 것으로서 작가의 인격이나 높은 정신을 담고 있는 서체를 연상시킨다고 평했다.문인화 같은 그의 통영시절 풍경화들이나 '황소' 시리즈 등에 나타나는 선과 필법은 대상의 리얼리티를 포착하는 기능과 감정을 실은 정서적 기능이 한데 합치되어 더없이 절실한 표현력을 가진다. 게다가 수많은 은지화에 구사한 조형언어는 상감기법을 떠올리게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출현한 그 재료를 충분히 장악할 수 있었던 능력의 결과라는 것이 김윤수선생의 견해였었다. 생전의 이중섭은 자신의 감정표현에 충실한 '정직한 화공'이 되려했고 한국의 전통미감이 발현된 '민족의 화가'가 되기를 소원했는데 과연 그대로 된 것이다.간혹 이중섭에 관한 글들 중에는 극적인 일화들을 열거하는데 치우쳐 소설 같은 그의 편력에 집중하고 마는데, 흥미를 자극할지언정 그의 예술성을 이해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못된다. 공밥을 먹을 면목이 없어했다든가 그림으로 사기를 쳤다는 식으로 스스로 자책에 빠졌던 일은 그의 예술가적 양심과 높은 도덕성을 반증해준다. 그렇다고 예술적 엄숙주의와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진정한 해학을 아는 작가였다.그를 만났던 대구의 권기호 교수나 전선택 화백의 기억 속에 이중섭은 학생의 손에서 비를 뺏어 직접 전시장 바닥을 쓸고, 식사 한 끼 초대에 택시대절을 거듭 만류하고 칠성 굴다리 너머까지 한사코 걷기를 마다않았던 부지런하고 한없이 겸손했던 인간이었다. 그뿐이랴 예술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반 고흐에 뒤질 바 없으리라. 앙토냉 아르토가 고흐의 죽음을 '사회에 의한 자살'이라 했다면 이중섭의 병사는 '인간적 순결성과 고고한 생활태도'가 너무 버거웠던 그 시대에 책임을 지워야 하겠다.미술평론가

2019-04-04 10:52:30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기고]서민들 모두 죽어야 깨닫는 경제정책

착시 현상이라는 게 있다. 중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우리는 분명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고 배웠다. 다시 말해 태양은 가만히 있는데 지구가 해를 중심으로 돌기 때문에 낮과 밤이 있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진짜 해가 뜨고 진다고 한다. 정확히 말해 수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해가 뜨고 진다"고 하는 가설은 착시 현상에 의한 명백한 착각이고 오류이다.마찬가지로 그러한 착시 현상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즉 "경제가 왜 안 돌아가느냐. 일자리가 왜 생기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러한 가짜 경제정책, 착각하게 만드는 좌파적 경제 논리 때문에 그렇다. 다시 말해 소득주도성장론은 엄밀한 의미에서 자본주의의 경제정책이 아닌 좌파적 사회주의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거기에는 나누어 먹기식 분배주의가 우선시되고 국민 모두를 무능하고 게으르게 만드는 요소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능력껏 일하여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이익 동기가 없다는 것이다.그럼 이익 동기란 무엇일까. 그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경제 원리인데, 간단히 말하면 이익이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것을 말한다. 즉 이익이란 쓴 돈보다 많은 돈을 벌어야 생기는 것이며, 이익이 생기면 사람들은 성공하게 되고 자본이 축적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축적된 자본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새로운 사업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들 삶의 질도 높아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익이 없다면 사업은 실패하게 되고 사업이 실패하면 인간의 꿈도 깨지고 사라지게 된다. 바로 인간의 꿈이 있고 없고는 바로 이러한 이익 동기에서 출발한다는 게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라는 것이다.그러면 반대로 사회주의는 어떨까. 한때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피델 카스트로, 마오쩌둥, 흐루쇼프, 그리고 동독·헝가리·폴란드·체코 등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이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혁명군처럼 들어섰다가 지금은 모두 스스로 멸망하고 말았다.그들은 왜 멸망했을까. 사회주의 구조 자체가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원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는 이 지구상의 어떠한 자원도 개인 소유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며 그러한 현상 때문에 일을 할 때 쓰는 도구는 물론, 자신의 몸뚱어리조차 소유하지 못하는 모순된 결과를 만들고 있다. 즉 지금 북한의 경우와 같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사이비 종교집단과 같은 국가의 소유물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그들의 노예로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소유를 전제로 하는 이익 동기가 사라지게 되어 있으며, 그로 인해 경제 전체는 무능하고 게을러지며, 꿈이 없는 자멸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그렇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점은 바로 소유욕을 유발하는 이익 동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이다. 즉 자본주의는 기업 이익 동기로 인해 인간에게 최소한의 꿈이라도 주지만 사회주의는 그 꿈마저 빼앗아 가버린다는 사실이다. 바로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성장론, 이것은 이익 동기가 없는 가짜 경제정책이다. 복지를 가장한 사회주의 정책이며, 착시 현상에 의한 속임수 경제정책이다, 결국 서민들 모두 죽어야 깨닫는 절망의 정책일 뿐이다.

2019-04-04 02:30:00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울지 않고 날지 않는 새처럼

스물일곱 살부터 울지 않고 날지 않는 새처럼 산 시인이 있다. 제주도 4·3의 역사를 가슴에 품고 진실의 폭탄을 제조한 시인은 30여 년 숨죽여 살았다. 시인에게 제주도는 '혓바닥을 깨물 통곡 없이는 갈 수 없는 땅'이고 한라산은 '발가락을 자를 분노 없이는 오를 수 없는 산'이다.해방의 기쁨을 안고 3·1운동 기념식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총을 겨누고 목숨을 앗아가면서 시작된 제주 4·3사건. 시인은 제주 사람 김봉현 씨가 일본으로 밀항한 후 써내려간 '제주도 피의 항쟁사'를 토대로 장편 서사시 '한라산'을 썼다. 그 일로 혜광고 후배인 박종철 열사처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을 당했다. 고교 시절, 안도현 시인과 함께 학생 문사로 이름을 알리고 문학 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갈 만큼 장래가 촉망됐던 시인에게 시집 '한라산'은 '언제나 진실만 말해야 한다는 멍에였고 천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라면 부끄럽지 않고 비겁하지 않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시인은 스물일곱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당시 미국 펜클럽 회장인 수전 손탁 여사의 구명운동으로 석방된 시인은 '한라산' 2집을 준비하기 위해 제주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같은 인간의 짓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만행'이자 '인간이 얼마만큼 인간이기를 포기할 수 있는지를 철저하게 보여준' 4·3의 진실을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확인한다. 시인은 너무 끔찍해서 글을 쓸 수 없다며 절필한다. 그리고 10년 만에 시집 '천둥 같은 그리움으로'를 펴내며 다시 작가의 길에 들어선 시인은 말수를 줄이며 산다. 그의 말처럼 세상은 여전히 모두가 상주여야 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그 가해자들의 죄를 제대로 묻지 않기 때문이다. 4·3특별법 개정안이 부결된 후 맞은 4·3사건 71주년, 시인은 여전히 울지 않고 날지 않는 새처럼 산다.프리랜서 작가

2019-04-03 19:00:00

[같이&따로] 꽃과 상춘가(賞春歌)

꽃이 피었다. 필자의 연구실 앞 벚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경북대캠퍼스에서 가장 예쁘고도 화려하고 흐드러지게 피는 벚나무이다. 매년 봄이 오면 나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활짝 핀 벚꽃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이 시간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그야말로 꽃이 만발한 봄이다. 전국이 꽃축제로 찬란한 봄을 찬양하고 있다. 서울 한강봄꽃축제에서부터 안동의 벚꽃축제, 여수의 진달래꽃축제, 제주의 유채꽃축제에 이르기까지 봄의 아름다움을 누리기 좋은 시절이다. 메말랐던 감성이 촉촉해지면서 꽃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전국 최대의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에서는 36만 그루의 벚나무가 자태를 뽐낸다는 축제 기사를 보면서 '꽃과 사람'으로 생각이 튄다.우리는 유달리 사람을 꽃으로 비유하길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은 꽃과 닮은꼴이다. 화려한 정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는 우아한 장미꽃도 있고, 저 들판에 피었다가 이름 없이 눈길 한 번 받지 못하고 지는 꽃도 있듯이, 장미와 같은 삶도 이름 없는 들꽃과 같은 삶도 있다.'애초부터/ 들국화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월의 장미로/ 우아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어느 바람 부는 날/ 척박한 들판 언저리/ 우연히 앉게 되었을 뿐입니다.' 신두업 시인의 '들국화'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시인은 우아하고 화려하여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장미가 되기를 원했지만 들판의 꽃처럼 바람과 발길에 휩쓸리는 들국화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 준다.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그저 우연히 그렇게 장미와 들국화가 되었다는 말로. 시인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닌 우연적 요소에 의해 어렵고 힘든 현재의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장미꽃과 들꽃을 구별하고 달리 본다. 이름 없는 들꽃이라 무시하고 차별한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짓밟기까지 한다.가냘프고 힘이 없어 스러지지만 아침 햇살에 들녘의 꽃은 희망이라는 빛을 보고 다시 일어난다. 비록 들녘의 이름 없는 꽃이라 어렵고 힘들어서 때로는 슬픔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들꽃은 들과 숲이라는 수채화를 아름다운 색상으로 채우는 물감이다.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에서 이렇게 이름 없는 꽃들을 위로한다.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짙은 숲과 산을 채우는 것은 장미꽃이 아니라 이름 없는 들꽃들이다. 비록 자신이 이름 없는 들꽃과 같은 삶을 산다 해도 그리 무가치한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듯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처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장미꽃이든, 벚꽃이든, 들꽃이든 상관없이 서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도 조금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화사한 벚꽃을 바라보듯이 이름 없는 들꽃도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점차 각박해져가는 세상이 지금보다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꽃은 피었다. 꽃으로 인해 사람을, 삶을 생각하게 된다. 근처의 공원에서, 등산로에서 이름 없는 들꽃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면, 꽃축제에 못 간다 한들 우리 사는 동네가 축제가 진행되는 장소가 아니겠는가. 비록 힘든 현실이지만 만개한 벚꽃 잎이 떨어지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벚꽃 엔딩 한 소절 흥얼거리면서 자신을 위한 상춘가(賞春歌)를 불러보자.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둘이 걸어요.♪♬'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9-04-03 17:30:00

[김경덕의 스타트업 스토리] 아듀! 스마트벤처캠퍼스

5년 전 창업 지원 사업을 운영할 때의 일이다. 저 멀리 캐나다에서 신청서를 제출한 청년 창업자가 있었다. 대학원생인 그는 직접 연구 중인 아이템을 사업화하고자 멀고 먼 대한민국, 그것도 지방인 대구에서 운영 중인 사업에 신청하였다.비싼 항공료를 감안하여 발표 평가는 화상회의 앱으로 진행하였는데 심사위원들의 반응이 좋아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얼마 후, 2주간의 교육을 받기 위해 그는 직접 대구를 방문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가장 먼저 들렀다."캐나다의 어느 기업이 2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준다고 해서 스마트벤처캠퍼스를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참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었는데 죄송합니다." 잠시 당황했지만 먼 길을 직접 와준 그가 고마웠다. "그래도 스마트벤처캠퍼스 덕분에 초기 투자도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네요."대구를 대표해 온 창업 프로그램이었던 '대구 스마트벤처캠퍼스'가 올해 3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이름만 사라지고 다른 프로그램이 이어받는 형태지만 창업 생태계의 불모지였던 대구를 대표해왔던 창업 프로그램 브랜드가 사라진다니 아쉬움 가득하다.마지막까지 함께했던 260명의 청년 창업자들은 883명의 고용 창출과 450억원 이상의 매출, 100여 건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대구 스마트벤처캠퍼스'의 가장 큰 장점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전국에서 최초로 24시간 창업 지원과 기숙사 제공, 졸업 후에도 사업 진행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오로지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대구경북에서 또 다른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질 테지만 '몰입 환경'의 조성이야말로 잊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아듀! 스마트벤처캠퍼스. 김경덕 컴퍼니비 대구경북센터장

2019-04-03 17: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국민체조 시작

1961년 5월 16일 2군 부사령관 박정희 소장이 군사정변을 일으켰다. 군사정부는 "우리도 한 번 잘 살아보자"는 구호를 외쳤다. 근검절약부터 하자며 시범을 보인다고 그해 10월부터 공무원들을 각가지 간소복을 입게 했다. 어떤 곳은 모택동, 김일성이 입던 국민복과 흡사한 모양에다 회색으로 염색된 옷도 입고 어떤 직장에는 골덴 감으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 쌀을 아낀다고 돌솥밥을 못 먹게 했다. 도시락은 반드시 혼식을 싸게 하고 학교와 관공서의 휴식시간에 소위 '재건 체조' 혹은 '신세기 체조'라고도 하는 체조를 했다. 학생들은 수업 두 시간 마치면 운동장에 나가 체조를 했다. 간소복 입은 교사들도 운동장에 같이 나오기는 해도 대게는 어정어정 돌아다니거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몇몇만 체조를 했다.체조는 덴마크, 스웨덴에서 창안되고 독일로 들어와 발전이 된 운동이다. 일본은 1869년 메이지 유신이 시작되면서 유럽의 체조가 수입되었다. 우리나라도 일제시대부터 체조를 하기 시작해 해방 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1953년 12월 30일 서울 시공관에서 김영일의 지도로 체조 발표회가 있은 뒤 KBS 라디오에서 체조 음악이 매일 방송 되었다. 그 후 1968년 경희대 유근림 교수가 '신세기 체조'를 새로 발표하였으나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 대중화에 실패한다. 1970년부터는 정부 주도로 '국민체조' 혹은 '국민보건체조'라는 이름으로 체조하기가 강조되었고 1977년부터 본격적으로 정부가 앞장서서 전국에 보급하기 시작했다.박정희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로 공공기관은 매일 전국적으로 국민체조를 했다. 대구도 예외 없이 모든 관공서나 학교에서 체조를 하였는데 시작 음악이 나오기 전에 "국민체조오- 시이작"하는 우렁찬 구령 소리가 먼저 나온다. 이 멋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키가 163cm의 단신으로 체조선수 출신인 경희대 체육학과 유근림 교수였다. 매일 전국 모든 곳 체조시간에 유 교수의 목소리는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목소리 좋다고 칭찬하노라면 "원래 목소리는 좋지 않는데 녹음이 잘 되서 그렇다."며 겸손의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구령 후 체조 동작에 맞추어 나오던 배경 음악은 40대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흘러간 명곡'으로 기억될 것이다. 배경 음악은 경희대 음대 김희조 교수가 작곡했다.국민체조가 운동 효과는 있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고 있다. 전북대 고영호 교수는 "시대가 변했다고 사람의 신체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근육 이완,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히는 준비운동으로서는 충분히 효과적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유산소 운동으로서는 동작이 부족하다는 게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런 단점을 보충하기 위해 1999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개발한 '새천년건강체조'가 국악 선율에다 태권도, 탈춤을 응용한 체조를 만들어 에어로빅 수준으로 강도를 올렸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도 순서를 기억하기 힘든 어려운 체조가 되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2015년 박근혜 정부가 '늘품체조'를 선보였다. 말의 뜻은 '품격이 늘어난다'는 말인데 체조를 하면 근육이 늘어나지 왜 품격이 늘어나는지 알 수 없다. 동네마다 체육관이 있는 요즘 단체 체조는 더 이상 국민보건에 이바지 하는 운동이 되지 못한다. 매스 게임이나 단체 체조는 옛날 독일이나 요즘 북한에서 쇼를 하기 위한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 차은택 감독이 배윤정 단장에게 늘품체조를 의뢰했고 배윤정은 정아름과 함께 체조 동작을 개발했다.왜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시대착오적 발상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국민보건체조를 장려한 박정희 대통령은 비명에 가고 늘품체조를 창안한 박근혜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일구월심(日久月深) 국민들 건강 증진에 애쓰던 대구경북 출신 대통령 부녀의 불운한 말년에 가슴 아프다.

2019-04-03 14:26:02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난 전셋값 대느라 헉헉거리는데,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초식동물로 살아가는 비애는 도대체 나에게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한다."청와대 대변인 김의겸은 물러났지만, 그가 남긴 말의 여운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가 한겨레신문 기자이던 2011년 썼다는 이 칼럼은 묘하게 문재인 정부의 본성과 잘 버무려지고 있다.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촛불 시위로 생겨난 문재인 정부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 김의겸. 이들의 국가관은 데칼코마니다.그래서 김의겸 사태는 이 정부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청와대에 와 보니 국가란 믿을 수 없고, 결국 내가 알아서 부동산 투기하고 노후 대책을 꾸려야 한다는 냉정한 현실을 본 것이다. 운동권 세력은 국가가 언제나 돈을 뿌려줄 것이라는 환상을 유포해왔다. 김의겸은 그런 환상으로 가득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음을 몸으로 말하고 있다.더 이상 문재인 정부에 속지 말라고. '이게 나라다'가 아니라 '이게 나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환상의 국가는 없었고, 김의겸을 기득권으로 만들어주는 정부만 있었던 것이다. 알았으면 털어먹어야 한다.이 정부가 이대로 끝나게 된다면 우리 국민은 집단 패닉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이게 나라냐'라고 외친 한 무리가 나타나 '이게 나라다'를 보여주기는커녕, 입술에 핏자국도 닦지 않은 채 한탕 해 먹고 사라지는 최악의 육식동물임을 목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대국민 사기극 말이다.무엇이 문제일까. 우선 오만과 부도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 전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것만 지켰어도 악성 종양은 더 번지지 않았다. 김의겸은 떠날 때까지 고개를 바짝 세웠고, 장관 후보자 낙마를 설명하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끝까지 '무슨 문제냐'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대구 칠성시장에서 경호원이 총기를 노출해도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고 변명했다. 불리하면 전 정부가 했다고 한다. 한미동맹을 흔들어대는 이 정부에서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내는 기득권의 이중인격을 유행시키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적폐의 무덤 위에서 탄생한 정부라면 도덕 기준을 더 높여야 할 텐데 온통 전임 정부 탓이거나 세상 탓이다. 청년대표는 청년 정책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면서 대통령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절벽 정부다.오만의 배후에는 비뚤어진 운동권적 선민의식이 있다. 이들이 과도하게 도덕적 우월주의를 내세울 때 크게 불안했었다. 김의겸은 문재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의 DNA가 없다든가, 블랙리스트의 딱지를 갖다 붙이지 말라는 등의 극단적 도덕주의 용어를 즐겨 사용했다. 남과 다르다는 우월주의에서 나타난 차별적이고 선민적 용어 선택이다. 스스로 잘못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말이다. 운동권 꼰대다. 그러니 자신들이 한 잘못된 행위는 온통 이유가 있고 변명이 있다. 구질구질하다. 겸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잘못된 국가관이다. 역사는 통치자의 전지전능을 전제로 하는 플라톤-홉스 전통의 국가주의가 유토피아일 뿐이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다.'(민경국, 국가란 무엇인가. 14쪽)국가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발목 잡지 말고 격려하는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주면 좋겠다. 진짜 초식동물들은 절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다음 달이면 어느덧 3년 차로 접어든다. 역대 정부는 대체로 3년 차에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해왔다. 2년 동안 내세웠던 어젠다가 약발을 다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임기 후반을 이어가기 위한 새로운 동력을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3년 차에도 새 어젠다 없이 배짱 좋게 그냥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희망이 없다.이들은 이미 지난 2년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경영했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말했다. 그래서 묻고 싶다. 2년간 보여준 이 나라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그 나라냐?천영식 KBS 이사·계명대 언론광고학부 초빙교수·전 청와대 홍보기획 비서관

2019-04-03 13:28:48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나의 노래는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는 성악가이자 문화기획자이며 제작자이다. 대기업의 기술연구원에서 음악을 사랑한 나머지 나의 노래를 하며 살겠다는 생각 하나로 안정된 삶보다 행복한 삶을 찾아 지금도 철없이 살아가고 있다. 내가 여기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는 이 화제에서 자유롭기 때문도 아니요 그것이 잘 못되었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하려함도 아니다. 가끔은 이런 생각들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환기의 기회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다.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창의적인 순수예술이라는 분야에서 특히나 음악가들은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간다. 다른 이와 끊임없이 비교하며 나에게 없는 것을 부러워하고 시기하며 그 결핍에 대한 목마름으로 안간힘을 쓰며 사는 것에 익숙해져가는 현실이 가끔 서글퍼지는 때가 있다.송인규 교수가 쓴 '세 마리 여우 길들이기'라는 책에서 그는 인류 역사상 순화되었다는 보고나 기록이 발견되지 않을 만큼 길들여지지 않는 여우에 빗대어 인간 내면에 다스리기 힘든 세 마리 여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야망, 질투, 경쟁심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 속에 비교함과 질투는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평생 모차르트를 시기한 요세프 2세의 궁정 음악장인 살리에르(Antonio Salieri: F. 머레이 에브람 분)가 그럴 것이며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을 죽을 때까지 자신과 비교하며 시기한 사울 왕이 그럴 것이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자신의 장점마저 결국은 잃게 되고 정서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됨과 동시에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반면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인 헬렌 켈러는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주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무엇이 없는지 생각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고 말한바 있다.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어버렸음에도 꿋꿋이 삶을 헤쳐나간 여인 헬렌 켈러, 혹시 내게 주어진 여건과 상황 가운데 없는 데만 마음을 두고 원망, 불평하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말이다.필자도 장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발전시켜나간 결과 내가 하고 싶은 인생의 말들을 음악에 녹여 표현하는 공연들을 제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작지만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가고 있음에 감사한다.고(故) 김광석의 '나의 노래' 라는 곡의 가사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닯은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자그맣고 메마른 씨앗 속에서 내일의 결실을 바라보듯이 자그만 아이의 읊음 속에서 마음의 열매가 맺혔으면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이렇게 나는 오늘도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내가 잘 하는 것에 더 집중하며 나의 노래를 만들어가려 한다. 현동헌 테너

2019-04-03 13:18:14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 목사

[종교칼럼]너는 나에게 누구냐?

랍비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밤이 끝나고 낮이 시작되는 새벽 시간을 어떻게 분간할 수 있겠느냐?" 제자들이 말했다. "멀리서 개와 양을 구분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요." "무화과나무와 포도나무를 구분할 수 있을 때입니까?" 랍비가 말했다. "아니다." "그럼 언제입니까?" 제자들의 질문에 현명한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그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너희 형제나 자매를 알아볼 만큼 너희 안에 빛이 충만할 때다."여배우 장모 씨의 자살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늘상 소속사 대표에게 폭행을 당하고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니 처음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돈 없고 부모 없는 장 씨가 그 마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는 소속사와 계약해지 시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물도록 한 불평등 계약 때문이었다. 이름하여 '노예계약'이다. 돈 벌려고 출근하는 직장에서 손찌검을 당하다니,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성행위까지 강요당했다니, 회사 대표는 기획사의 간판을 걸고 악덕 포주 노릇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참담하다. 우리 법체계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국가가 한 여인을 자살에 이르도록 방조한 셈이다. 사회가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장 씨 한 사람의 자살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도움받을 방법이 없는 우리 사회 약자의 자살이다.이런 사회는 이미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수준으로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파괴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그냥 '동물'이다. 동물은 물리적 폭력으로부터 자기를 지켜야 하는 약육강식의 현실을 산다.사람과 동물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사회성이다. 약한 사람도 사회를 이루면 호랑이도 코끼리도 그 어떤 적도 물리친다. 생존과 문명의 기초가 사회다. 사회가 튼튼해지는 길은 정의를 세우는 것이다. 결국 정의가 생존과 문명의 기초가 되고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이다. 구성원 각자가 사회의 정의로운 판단과 지지를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아야 할 것이다.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타인을 물화, 대상화, 도구화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 이런 폭력이 사라질까? 사람을 바라보는 눈동자부터 바꾸어 보면 어떨까? '너'는 나에게 누구인가? 돈벌이의 이용물인가? 나에게 쾌락을 주는 도구인가? 장 씨의 회사 대표는 설마 자기 가족에게도 그렇게 잔혹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의 사전에 사랑이란 단어가 있었을까?갑자기 귓가에 아이유가 부른 '너의 의미'가 들린다. 감미로운 첫사랑의 설렘이 살아난다. 얼마나 내 가슴을 떨리게 하는 너의 존재인가? 피처링하던 김창완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넌, 나에게 누구냐?" 아, 진정한 '너'가 나타나는 순간이다.유태인 철학자 마틴 부버는 사람의 관계가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 벗어나 '나와 너'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그것'의 관계가 아닌 '나-당신'의 관계로 살아가자. 그리고 '나와 너'의 관계의 절정은 '나와 신'의 관계라고 했다. 예수님의 말씀이다.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하나님이다.만나는 모든 이를 하나님 대하듯 하자.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약자도 가장 높은 하나님처럼 존중받아야 한다.

2019-04-03 11:01:22

루틴(routine)이 있는 삶과 없는 삶은 결과물이 다르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루틴(routine)이 창의성을 만든다

"원래 아이디어는 번쩍하고 나오는 것 아닌가요?"광고 의뢰를 받을 때 광고주한테서 종종 듣는 말이다. 작업 시간을 얼마 줄 수 없으니 번쩍하고 아이디어를 빨리 가져와달라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건 아니지만, 작업 시간이 짧으면 아이디어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어진다.필자에겐 아이디어 강박증이 있다. 백지를 앞에 둔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전 두려움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인데 광고주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내면 어떻게 될까? 아이디어를 보고 실망한 광고주의 표정은 상상하기도 싫다. 그럴 땐 마치 수술을 실패한 의사가 환자에게 따귀를 맞는 듯한 기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디어 공포증이 생겼다.'이렇게 살 수 없겠다' 싶어 묘책을 마련했다. 자기 분야에서 경지에 이른 사람들을 연구한 것이다. 그들을 공부하면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성공 요인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바로 '루틴(routine)'이었다. 일정한 생활 습관을 그들은 마치 종교처럼 믿었다.얼마 전 은퇴 선언을 한 이치로는 혹독한 루틴으로 유명했다. 이치로의 생활 습관은 다음 날의 게임 시간을 역산으로 계산해 정해진다. 취침 시간, 기상 시간, 식사 시간, 운동 시간 등 모든 패턴이 경기를 중심으로 계산된다. 그렇게 한 달, 1년의 계획표가 나오고 이치로는 철저히 거기에 맞추어 움직인다. 아마 그는 정해진 생활 방식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안정감으로 성적 향상을 꾀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루틴의 힘은 강했다. 18년간의 메이저리그 생활 동안 그는 통산 타율 0.311, 3,089안타,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냈다. 철저한 생활 패턴이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이다.JYP 박진영 프로듀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의 순서와 잠자기 전에 하는 일의 순서가 철저히 정해져 있었다. 그중에는 견과류를 몇 개 먹고, 몇 분 동안 발성 연습을 한다는 것까지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 가는 순서까지 말이다. 밤낮이 바뀌어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은 사람들의 루틴이라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그때부터 필자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시고 체중계에 올라간다. 자칫 살이 많이 찌거나 뱃살이 나오면 아이디어 내는 것에 방해가 된다(앉아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으므로). 따뜻한 물에 샤워한 후 회사로 출근한다.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신문을 본다. 오전 업무를 보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약간의 독서를 한다. 필자는 하루 100페이지의 독서를 가장 중요한 루틴으로 두고 있다. 아웃풋을 만들어 내기 위해 머릿속에 인풋을 넣는 것이다.오후 업무를 보고 되도록 정시 퇴근을 하려고 한다. 퇴근할 시간쯤이면 집중도가 낮아져 더 회사에 머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칼퇴근은 저녁을 일찍 먹는 것에 도움을 준다. 저녁이 늦을수록 몸에 좋지 않다. 회사 근처 도서관에서 남은 독서로 100페이지를 완성한 후 카페에 가서 남은 작업을 마무리한다. 집에 가서는 절대 회사 업무를 하지 않고 유튜브와 영화를 보며 머리를 식힌다. 그리고 되도록 밤 10시 50분에는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한다. 자정이 넘어 자는 것과 그 전에 자는 것은 다음 달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필자가 루틴에서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은 '체중'과 '독서'다. 뱃살이 들어가고 몸이 가벼우면 아이디어도 잘 나온다. 이 부분은 물리적인 부분이고 독서는 보이지 않는 지식적인 면이다. 독서를 하며 좋은 광고 카피를 발견하기도 하고 아이디어도 얻을 수도 있다.이런 루틴을 지키니 건강이 좋아지고 컨디션이 유지되었다.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통해 아이디어 앞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독자분들도 두렵고 힘든 일이 있다면 루틴으로 이겨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마지막으로 루틴이 창작가인 필자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 바로 '긍정적인 생각'이다. 건강이 좋아지고 컨디션을 유지되니 머리가 맑아졌다. 그것들이 필자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다준 것이다.빅아이디어는 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만의 일정한 루틴을 만들어서 지켜보자. 그런 일정한 루틴이 당신의 삶을 창의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03 09:48:58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하는 개의 특성상 개에게 마스크 착용은 한계가 있다. 이미지: https://www.pollutionairmask.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봄철 반려견 미세먼지·진드기 노출 ↑…대처법은?

봄철 산책하는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를 짚어보고 대처방법을 알아본다.◆미세먼지 노출동물은 산책하며 운동량이 증가하면 체온이 상승한다. 사람은 땀을 흘려 열을 발산하지만 개는 땀샘이 없어서 열을 낮추기 위해 헉헉거리는 호흡(panting)을 통해 열을 발산시킨다. 그러다 보니 대기 중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개가 사람보다 나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특히 심장 또는 폐 질환이 있는 동물, 비만 동물, 과흥분하는 개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 산책을 피하고, 실내에서 다양한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이 좋다. 동물이 실외 배변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외출을 최소화하기를 권한다.대기 중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실내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기관지 협착 또는 천식이 심한 동물은 미리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 흡기식(Nebulizer) 약물을 준비했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처방해줄 것을 권장한다. ◆진드기 노출4월~10월은 진드기가 활발히 활동하는 시기다. 최근 살인 진드기(작은소참진드기)를 비롯해 아나플라스마, 라임병 등을 옮기는 진드기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과 가족 건강을 위해 진드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진드기는 습기 있는 풀잎에 붙어있다가 지나가는 동물에게 옮겨 가죽이 엷은 얼굴, 겨드랑이 등에 주둥이를 박고 흡혈한다. 흡혈 전에는 깨알 정도 크기지만 흡혈량이 증가할수록 팥알 크기로 자란다. 진드기는 건조한 환경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햇볕에 풀잎이 건조되면 흙 속으로 숨어든다. 그래서 진드기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는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 키가 작은 풀밭을 산책하는 것이 좋다.시중에 판매되는 스프레이형 진드기 기피제는 거의 효과가 없으며, 살충제가 함유된 목걸이 제품은 진드기 예방에는 도움 되나 독성이 강해 소형 반려동물에게 적합하지 않다.이미 진드기에 노출된 반려견은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한다.1. 산책 후 드라이기 열풍과 빗질을 통해 새끼 진드기를 털어낸다.2. 진드기가 피부에 박힌 경우라면 리무버 또는 핀셋을 이용하여 주둥이가 완전히 빠져나오도록 조심스럽게 제거한다.3. 진드기에 노출된 개는 심각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드기 노출이 의심된다면 동물병원을 내원하여 진드기 매개 질환을 검사받는다. ◆동물 간 물림사고체형이 작은 동물은 체형이 큰 동물과의 접촉을 주의하여야 한다. 사회성이 형성되어 있는 큰 개라 하더라도 돌발적인 상황에서는 방어적으로 무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작은 동물에게 매우 치명적인 상해를 끼칠 수 있다. 큰 개의 송곳니는 작은 동물의 몸통을 관통하며 골절, 기흉, 장기 파열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체형이 큰 개를 돌보는 반려인은 산책 시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가족이 함께 가야 하며, 튼튼하고 짧은 리드 줄을 이용하여 산책하여야 한다.개가 물림 사고를 당했다면 보호자는 사고 현장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로 이동하여 개의 상태를 관찰한다. 출혈이 발견되거나, 개가 통증을 호소한다면 바로 동물병원으로 이동하여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물림 사고를 유발한 개의 보호자 연락처를 받아두면 광견병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받을 수 있고, 향후 치료비 보상을 협의할 수 있다.◆자동차 열사병(heat strock)봄철 차량에 갇힌 동물이 열사병(고체온증)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있다. 개와 고양이는 과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하는데 체온 이상으로 데워진 밀폐공간에서는 과호흡이 오히려 급격하게 체온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특히 노령 동물, 비만 동물, 심장 또는 신장 질환 동물, 분리불안이 있거나 과흥분하는 동물들은 매우 짧은 시간에 고체온증과 심장 쇼크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봄철 날씨가 쾌적하다 하여 햇볕에 노출된 차량에 동물을 남겨두어서는 안 되며, 부득이하게 동물을 차 안에 두어야 한다면 사람들의 이동이 적은 그늘진 곳에 주차하고 창문을 살짝 열어두어 환기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이미 고체온증이 발생한 동물을 위한 응급처치를 알아보자.1. 신선한 공기로 환기하고, 차량 에어컨을 켜서 실내 온도를 낮춘다.2. 차가운 물수건을 엉덩이와 네 다리에 번갈아 덮어준다.3. 고체온증은 뇌와 폐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므로 체온을 낮추는 응급처치를 하면서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빠르게 이동하여 집중적인 치료를 받도록 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4-03 09:38:36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경제칼럼] 수소차 대박을 위한 과제

앞으로 수소차와 전기차 중 누가 대세일까? 2018년 말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수소차 누적 대수는 1만여 대가 채 되지 않지만, 전기차는 2018년에만 200만 대 이상이 팔렸다.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소차는 949대로 전기차 판매 대수 3만2천647대의 2.9%에 불과하다. 아직은 전기차가 대세다. 전기차도 2018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9천244만 대의 2.16% 수준이다.올해는 400만 대 이상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전기차의 판매 비율은 매년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수소차 누적 보급 목표를 보면 2030년 180만 대, 2040년 620만 대이다. 2030년에 5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 수소차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30년에는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도 미래차의 한 축을 차지할 것이다.수소차가 대세가 되는 데 장벽은 무엇인가?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다. 수소를 별도로 생산해서 운반해 온 후 탱크에 저장해 둬야 한다. 수소차에 수소 생산, 운반, 저장기술이 중요한 이유다.액화천연가스(LNG)에서 탈수소 공정으로 수소를 제조하거나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생가스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부생가스는 일본에서 수소차의 주요한 수소 공급원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165만여t의 수소 중 대부분이 자가 소비되고, 수소차에 공급 가능한 수소량은 최대 25만 대 정도로 추정된다.이상적인 수소 생산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이다. 전기분해 시스템의 가격 및 수소 생산 단가가 높아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전력 생산을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문제점도 있다.친환경 수소 생산 방법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 발생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9%에 불과한 상태이다.수소 저장을 위한 고압 탱크는 고강도 플라스틱 용기에 탄소섬유를 감아 만든 초경량 복합소재를 사용하므로 가격이 높다. 압력이 증가하면 수소 저장 용량이 증가하지만 약 700기압부터는 압력이 올라가도 저장 용량은 더 늘지 않는다. 주입 압력이 높아지면 수소분자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해 수소 유입을 막기 때문이다.자동차 회사는 고압저장 대신 저장 탱크의 개수를 늘려 주행 거리를 증가시키고 있다. 넥쏘 수소차에는 3개의 탱크가 장착되는데 가격이 약 900만원으로 수소차 원가의 12%를 차지하며, 수소차 가격의 25~30%를 차지하는 연료전지 스택 다음으로 높다.수소차의 문제 중 하나는 연료전지의 방열 문제이다. 내연기관차는 연소 후 발생한 열을 배기가스와 함께 외부로 방출하지만, 연료전지에서 발생한 열은 배출구가 없어 수백 겹이 적층돼 있는 연료전지 내부로 냉각수를 순환시켜 열을 흡수하고 라디에이터를 통해 방출시켜야 한다.동일 출력의 내연기관차보다 4배 정도 큰 라디에이터가 필요한데 구조상 좁은 공간에 탑재하기가 어렵다. 열관리 기술 개발 없이는 수소차의 출력을 높일 수 없으며, 넥쏘의 출력이 준중형차인 아반떼와 비슷한 이유이다.넥쏘는 1시간 주행으로 26.9㎏의 공기를 정화하여 성인 42.6명이 1시간 동안 숨 쉴 수 있는 깨끗한 공기를 공급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수소차 내에 쌓이게 되므로 고가의 화학 필터가 장착되며 필터도 자주 갈아줘야 한다.수소 경제의 중심인 수소차 대박을 위해서는 수소 생산, 수소 저장, 높은 가격, 연료전지 방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학에 전무한 수소 관련 학과 신설도 필요하다.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2019-04-02 15:42:19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무용지용의 예술

무명배우의 글을 기고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는 무대에서 연기를 통해 관객 분들을 만나왔지 지면을 통해 독자(관객)분들과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연극을 하는 무명배우의 사색이 글로써 독자 여러분들께 어떻게 읽힐지 또는 어떤 공감을 불러일으킬지 무척 궁금하기도 합니다.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삶의 흔적을 진지하게 남겨보는 묵상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범람하는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오늘날 신문 지면의 글은 과거와는 다르게 별 볼일 없는 삶의 퇴적물로 남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지하철이나 버스, 길거리에서 각자의 휴대폰으로 의사소통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정보를 파악하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루 주어진 시간동안 우리는 얼마나 직접 글을 쓰고 읽어볼까요? 바로 이러한 점에서 '연극'도 신문 지면의 글과 유사한 입장인 것 같습니다.연극은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대중예술이었습니다. 그러나 연극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와 영상매체가 등장하고 발전하면서부터 연극은 자연스레 관객들의 흥미를 잃어갔고 과거에 비해 극장으로의 발걸음이 현저히 줄어들었습니다.이와 같은 오늘날의 현실을 시장경제와 실용주의 관점에서 연극을 바라본다면 연극은 상업적으로 별 가치가 없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지고 활용하는 재원에 비해 얻어지는 결과가 너무나 비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연극에 도가사상가인 장자(莊子)의 사유를 대입해보려 합니다. 바로 '장자'의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는 말입니다. 지면에는 한계가 있으니 제가 이해하고 있는 방식대로 풀이해보자면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들여다보면 쓸모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산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사람들에 의해 베어지고 뽑혀지지만 못생기고 투박한 나무는 사람들에게 뽑히지 않은 채 나무 본연의 몫을 지녀 자연을 이룬다는 풀이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장자의 사유는 연극이 마주한 작금(昨今)의 현실에 대해 반성하고 비판적 관점을 정립하게 합니다.오늘날 연극이 장자의 사유와 맥을 함께 하는지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연극은 인간과 인간이 한 공간에서 만나 관계를 맺고, 호흡하고, 느끼고, 변화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원시적인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극은 우리가 쓸모없다고 여기는 가치들과 더불어 가는 예술이라는 점에서 숭고함을 지닌 것 같습니다.매일의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쓸모없어 보이는 '무용지물'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일상과 주변을 반추해본다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무용지용'을 발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02 11:09:48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2.4%의 명예혁명

2.4%의 명예혁명2019년 3월 마지막 한 주, 2.4%라는 숫자가 언론 매체의 머리에 자주 등장했다. 시작은 월요일인 25일 아침,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였다. 한경연은 올해 우리 경제가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낮아진 2.4%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투자 예산을 19조 8천 억으로 늘렸음에도, 건설 투자가 지난해보다 5.0%나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다들 울상이다.다음 2.4%는 대한항공 주주총회의 표결 결과에 등장한다. 조양호 한진 회장의 대한한공 등기이사 재선임안이 2.4% 차이로 부결된 것이다. 지레 겁 먹은 아시아나는 회계보고서를 크게 고쳐 작성하고, 박삼구 회장이 퇴진했다. 결과적으로 2.4% 때문에 양대 국적 항공사 총수가 모두 타의로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전경련과 경영자총협회는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기업 총수의) 연임이 좌절된 것은 우려스럽다'는 논평을 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의결권 자문회사들은 '황제식 경영문화를 종식시키는' '자본시장의 촛불혁명'이라고 극명하게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 찾아보니 2016년 이맘때도 2.4%가 대서특필된 적이 있었다.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3부자를 포함하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2.4%라고 발표했다. 불과 2.4%로 재계 서열 5위인 거대 기업 전체를 지배했다는 것이다. 최대 24단계의 복잡한 출자 단계와 67개의 순환출자(신동빈 회장 들어 349개를 '과감하게' 정리한 결과다.)를 통해.2.4%라면 대부분의 통계 조사에서 표본 오차에 불과한 작은 숫자다. 현실에서 2.4%의 위력은 어마어마하다. 웃기고 울리고, 거대 기업을 휘두르고 총수를 내린다. 입헌군주제인 영국에서는 1688년 명예혁명 이후 '국왕은 군림하나 통치하지 않는다(The King reigns but does not rule.)'는 원칙이 확립돼 있다. 우리도 이제 부도덕하거나 무능한 '2.4% 총수'에게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4-01 17:30:00

[박창원의 기록여행] 대구언론계의 불행한 일

'대구언론계 창시 이래의 불행사에 관하여 부녀일보 편집국장 최석채 씨는 공적입장으로 11개 조건에 관한 광범한 반박질문서를 아데어 대좌에게 제출하고 민성일보 편집국장 민영근 씨도 구두로 반박의견을 제시한 바 있어 금후의 기대가 적지 않다'(부녀일보 1947년 5월 7일)부녀일보와 민성일보의 편집국장이 미군정에 항변한 대구언론계의 불행한 일이란 뭘까. 1945년 해방이 되자 대구에서는 9월부터 민성일보를 시작으로 신문창간이 잇따랐다. 일제에 억눌렸던 말할 자유의 간절함이 신문창간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일제잔재의 청산과 새로운 국가건설을 내세우던 언론의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남북과 좌우로 갈라진 이념갈등에다 미군정에 기댄 친일세력이 부활해 도돌이표 목소리를 낸 까닭이 컸다.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 세력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폭력적 시도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구 언론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녀일보 편집국장인 최석채의 구속은 언론 길들이기의 한 사례였다. 시내 만경관 앞에서 경찰이 취재기자를 검문하다 구타‧구금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방기자 구타사건'이었다. 최석채는 이를 비판하다 구속됐다. 또 민성일보는 수시로 테러와 출입금지를 당했다. 이 같은 언론핍박은 대구언론계의 불행한 일로 여겨졌다. 두 신문사의 편집국장이 미군정을 향해 공개적으로 반박한 이유였다.최석채의 구속은 권력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는 경찰의 기자폭행을 이틀에 걸쳐 연거푸 지면에 실었다. 그러자 경찰은 구속으로 대응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신문사의 기자가 아닌데도 분노한 것은 조선인을 못살게 굴던 일제순사의 악습을 다시 봤기 때문이다. 구타당한 기자는 영남일보였다. 그의 반골DNA는 한참 뒤인 1955년 9월에도 되살아났다. 매일신문 주필 때 '학도를 도구로 이용하지 말라'는 사설로 권력의 횡포를 비판하다 구속되었다.언론과 언론인에 대한 테러는 해방공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민성일보의 경우 수시로 공무국이 피습 당했다. 폭탄 테러로 신문 발행을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민성일보는 미군정과 한민당 등에 매우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 이는 신문사가 잦은 테러를 당한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언론테러와 탄압이 계속되자 출입기자단은 제5관구경찰청(경북경찰청)장에게 통고문을 보내고 경찰청의 출입을 중지할 정도였다.당시 경찰은 권력의 입맛에 맞춰 언론자유를 통제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자를 폭행하고 이를 비판한 편집국장을 구속했다. 신문사를 습격하고 활자 케이스마저 부수는 등의 막무가내 테러에도 뒷짐을 졌다. 이런 언론탄압에 기자들은 때때로 검찰·경찰과 대립하면서 해당기관 출입을 중지하기도 했다. 또 미군정을 향해 테러박멸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웠다.이제는 그 때와 꼭 같은 대구언론계의 불행한 일은 없을 듯하다. 그렇다고 지금의 깊은 시름이 봄눈 녹듯 해결되는 건 아니다. 닷새 뒤 맞는 올해 신문의 날 표어는 '신문 보며 배우네 나무도 숲도 읽어 내는 안목'이다. 어찌 나무와 숲을 읽어내는 안목이 독자에게만 필요할까. 박창원(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2019-04-01 17:30:00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영생을 얻고 싶다…미라 제작 풍습

지난 1월 31일 구미시 해평면 안동 고씨 문중 묘 이장 과정에 명종 때 사마시(1549년)와 대과(1561년)에 급제한 뒤, 경주부윤 등을 지낸 두곡 고응척(1531년-1605년)의 미라가 나왔다. 관에 석회를 발라 밀폐시킨 회곽묘(灰槨墓)여서 시신이 썩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곡의 미라나 1972년 중국 장사(長沙)에서 발굴된 B.C2세기 마왕퇴 미라는 밀폐매장에서 생긴 천연미라다. 영생을 목적으로 시신 자체를 미라로 만들던 풍습의 유래를 따라가 보자.◆알타이 파지리크... B.C4-B.C3세기 인공제작 미라 출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그 에르미타쥬 박물관으로 가보자. 시베리아 알타이 공화국 파지리크의 B.C4-B.C3세기 무덤에서 출토한 백인 미라는 무덤 조성과 함께 물이 스며 꽁꽁 언 상태로 2천 4백여 년 전 원형대로 보존될 수 있었다. 러시아 고고학계는 스키타이인으로 본다. 북어처럼 바짝 마른 미라의 배를 보자. 피부를 꿰맨 흔적이 남았다. 인공적으로 만든 미라라는 것을 말해준다. B.C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스키타이인들도 미라를 만든다고 기록한다. 스키타이의 미라 제작 풍습은 어디서 유래했을까?◆스키타이 미라…알렉산더 미라 기원은?스키타이와 접촉했던 그리스 문명권의 테살로니키 근처 베르기나로 가보자. 1977년 발굴된 필리포스2세 무덤에서는 화장해 유골만 담은 유골함이 발굴됐다. 그의 아들 알렉산더도 화장했을까? B.C333년 터키를 시작으로 이집트에서 중앙아시아까지 불과 10년 사이 정복한 알렉산더가 B.C323년 메소포타미아의 역사고도 바빌론에서 숨지자 부하장군들은 이집트에서 기술자를 불러 알렉산더 시신을 미라로 만들었다. 미라는 B.C25세기 이집트에서 본격화된 거다.◆이집트 미라 제작, 건조에 40일, 총 70일런던 대영박물관 2층 이집트 전시실의 B.C7세기 여성미라를 보자. 헤로도투스가 이집트에서 관찰한 미라 제작과정을 6단계로 나눠 이 여성 미라가 어떻게 제작됐는지 살펴보자, (1)세신(洗身). 나일강물로 시신을 깨끗이 닦는다. (2)장기분리. 끝이 구부러진 탐침을 코로 넣어 뇌를 꺼낸다. 이어 왼쪽 옆구리를 절개해 폐, 간, 위장, 창자를 핀셋으로 집어낸다. 심장은 피만 빼고 둔다. 심장에 인생이력이 담겨 저승심판 때 필요하다고 여긴 탓이다.장기는 4개의 용기에 담겨 미라와 함께 안치됐다. B.C16세기 이후 장기 용기 4개의 뚜껑을 호루스의 네 아들(사람, 원숭이, 자칼, 매)로 조각했다. 유전공학으로 불가능한 가족구성이지만, 그때는 그랬다.(3)시신 건조. 나트론(천연소금)에 넣어 40일 동안 체액과 습기를 모두 흡수한다. (4)시신 메우기. 바짝 마른 북어처럼 쪼그라든 시신에 흙, 톱밥, 천을 집어넣어 생전 크기로 만든다. (5)방부처리. 식물기름이나 레바논에서 수입한 송진을 시신에 바른다. (6)붕대 감기. 아마포 붕대를 6단계에 걸쳐 감는데, 연어색 붕대를 맨 마지막에 감아 완성시킨다. 총 70일 걸렸다.◆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파라오 미라 17구이렇게 만들어진 미라 탐방의 핵심은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이다. B.C15-B.C11세기 파라오 미라 17구가 영면을 취한다. 그중 대표적인 미라는 1924년 2월 12일 두께 2cm-3.5cm, 길이 1.87m, 무게 110.4kg의 엄청난 금관 속에서 나온 투탕카몬(재위 B.C 1334년-B.C 1325년) 미라다. B.C 1212년 재위 67년에 92살로 숨진 것으로 보이는 람세스 2세 미라의 경우 자꾸 훼손돼, 1976년 빠리로 옮겨 보수를 받았다. 이때 국빈 대우로 예포 발사 세레모니도 진행됐다. 죽어 3200년 지나서도 태양왕 대접을 받은 거다. 현대 들어서도 미라를 만드는 경우가 있으니... 레닌, 모택동, 김일성... 공산 독재국가 지도자라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문환 세명대 교수

2019-04-01 17:30:00

[세월의 흔적](21)소년야구단

오늘날 야구는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스포츠 종목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1982년 프로야구의 탄생을 계기로 열렬한 애호가들을 확보하고 있는가 하면, 본고장인 미국의 프로야구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도 있다. 우리나라 야구의 오늘이 있기까지를 더듬어 본다.1899년 9월 기독교 선교사 브루엔(H․M․Bruen)이 부산항에 도착하였다. 그의 이삿짐 속에는 방망이,공,포수 마스크,글러브 같은 야구 장비가 들어 있었다. 그는 야구광이었다. 1900년 3월 25일 기록에 따르면, 소년야구단을 만들었으니 이는 한국에서 완전히 새로운 일이라고 적고 있다. 그가 야구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소년들을 처음 만났다. 그 가운데는 이갑성,김학철,김주호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브루엔은 운동복이랍시고 반바지와 헐렁한 셔츠를 입고 모자를 썼다. 그 모습을 본 한국어 선생은 화들짝 놀라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게 무슨 꼴입니까. 맨 다리에다 두루마기도 입지 않고, 체통 없이 모자를 눌러 쓰다니! 제발 집으로 돌아가서 예의를 갖추어 옷을 걸쳐 입으라"며 간곡하게 부탁하였다. 그러나 브루엔은 그대로 야구를 하러 갔다.소년들은 방망이로 공을 치는 데 버거워하였다. 그래도 아이들이 기가 꺾이지 않도록, 몇 가지 기술을 익힐 때까지 방망이 대신 테니스 라켓으로 대체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야외활동으로 주일학교 야구팀을 운영하였다고 밝히고 있다.그 뒤 1915년 이갑성은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였다. 1919년에는 대구에 내려와 3․1운동 계획을 전파하면서 거사에 동참하도록 설득하였다. 또한 그는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33인 가운데 최연소자이기도 하였다.우리나라의 야구는 1920년 7월 조선체육회가 창립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일제의 탄압으로 활동이 일시 정지되었다. 1945년 10월 조선야구협회가 다시 조직되었고, 1946년 9월에는 휘문,경신,배재,중앙 등 4개 팀이 서울운동장에서 리그 부활전을 개최하였다. 1954년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1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팀이 출전하였고, 2008년에는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야구가 들어온 것은 1905년 미국인 선교사 질레트(Gillett)가 황성기독청년회 회원들에게 지도한 것이 그 시초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1900년 3월 대구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소년야구단이 구성되었다'는 사실이 브루엔 선교사의 기록을 통해서 밝혀졌다. 따라서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우리나라 야구의 역사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4-01 17:30:00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紙上談兵(지상담병) - 병서만 읽고 전쟁을 할 수 없다

조나라의 명장 조사(趙奢)에게는 조괄(趙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병서를 많이 읽어 아버지와의 토론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허나 아버지는 아들 조괄이 못마땅했다. 아내가 그 이유를 묻자 "전쟁이란 많은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인데 우리 아들은 전쟁을 너무 쉽게 말하는구려. 장래 저 아이가 군대를 이끌게 되면 나라에 큰 불행이 닥칠 것이오"라고 했다.조사가 죽자 조나라의 효성왕은 그의 아들 조괄을 장수로 삼아 진나라와의 전쟁에 내보내려 했다. 그의 어머니는 왕에게 아들 조괄을 장수로 내보내면 안 된다고 상소를 올렸으나, 왕은 이미 내린 결정을 거둘 수 없다고 했다. 군사를 이끌고 진나라의 공격에 맞서게 된 조괄은 부임하자마자 군령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노장들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병사들의 실력에 맞지 않는 전술을 폈다. 조괄은 정예부대를 이끌고 직접 전투에 참여하였으나, 진나라 병사의 활에 맞아 죽었다. 전의를 상실한 병사들은 진나라에 투항했다. 조나라는 45만 명의 대군을 잃었다. 불행하게도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지상담병(紙上談兵)은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한다는 말이다.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과 같은 뜻이다. 그런데 조괄이 살았던 시대에는 종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중국인들은 지상담병이라는 성어(成語)를 보면 조괄을 제일 먼저 떠올린다. 실전을 모르고 공론만을 하는 자가 요직에 앉았을 때의 피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한국은 정치인이나 교수가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이 없는 요직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외교 지식이 전무한 정치인이 대사나 영사로 임명되기도 한다. 한국의 외교가 세련되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은 이유이다. 병서만 읽은 조괄이 전쟁에서 패하고 병사를 잃은 꼴이 될까 걱정된다.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4-01 17:30:00

장동희 새마을세계화 재단 대표이사

[세계의창] 헬싱키 프로세스와 중재외교

핀란드 공평하고 중립적인 역할동서 진영 모든 국가로부터 신임북핵문제 해결 중재자 역할 자임우리 정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2015년 7월 6일, 헬싱키의 핀란디아 홀이 40년 만에 다시 세인의 주목을 잔뜩 끌었다.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 건축가 알바르 알토가 설계한 이 순백의 대리석 건물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회원국 고위급 대표 3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냉전시대 데탕트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헬싱키 의정서 채택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헬싱키 정신을 회상하며'라는 주제로 개최된 OSCE 24차 총회 개막식에서 핀란드의 니니스퇴 대통령은 "오늘 OSCE가 핀란디아 홀에 되돌아왔다"고 엄숙하게 선언하였다.1975년 8월 1일, 미국'소련을 포함한 동서 양 진영 국가원수 35명이 핀란디아 홀에 모여 서명한 헬싱키 의정서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를 탄생시킨다. 유럽 내 동서 양 진영 간 화해 협력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는 CSCE는 냉전 종식 후 국제기구로 승격되고, 이름도 '회의'(CSCE)에서 '기구'(OSCE)로 개칭된다.흔히 '헬싱키 프로세스'로 명명되는 이 의정서 채택 과정에서 핀란드가 보여준 정직한 중재자(honest broker) 역할은 중재 외교의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은 서방으로부터 전후 새로 형성된 국경에 대한 현상 유지를 승인받고 싶은 마음에 유럽안보회의 개최를 희망한다. 소련은 폴란드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통하여 이러한 구상을 제안하지만, 서방 국가로부터 의혹의 눈초리만 받을 뿐이다. 이때 소련의 시야에 잡힌 것이 핀란드다. 1966년 파시오 핀란드 총리의 모스크바 방문 시 소련은 핀란드가 이 회의 소집에 총대를 메 줄 것을 요청한다.소련과 두 차례의 전쟁(1939년의 겨울전쟁과 1941~44년의 계속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서방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을 절감한 핀란드는 소련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중립 추구를 궁극적 외교 목표로 삼는다. 이를 위하여 소련이 핀란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하여 갖고 있는 의구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한다. 핀란드는 절대 반소 동맹의 전초기지가 되지 않을 것임을 수시로 확약한다. 1972년 동·서독을 모두 승인한 것도 이를 위한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핀란드는 유럽안보회의의 중립적 주창자가 될 경우, 소련의 신뢰를 확보함과 동시에 자국의 중립적 지위를 고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소련이 전 유럽국가에 회의 개최 제안서를 발송하자, 핀란드는 1969년 5월 5일 미국, 캐나다, 그리고 전 유럽국가에 각서를 발송, 핀란드가 유럽안보회의와 그 준비회의까지 개최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그러나 핀란드는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 모두 의심을 받는다. 서방국가들은 핀란드가 소련의 하수인이 아닌가 의심한다. 동구 국가들은 핀란드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의혹의 눈길을 보낸다. 유럽안보회의의 성공 여부는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의 신뢰 확보라는 것을 확신한 핀란드는 이를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다. 본디 대상국가가 아니었던 미국과 캐나다를 초청한 것도 서방의 신뢰 확보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1972년 11월 22일 헬싱키 교외 디폴리에서 개최된 준비회의는 1973년 8월 향후 회의 진행 방법과 절차를 담은 소위 'Blue Book'을 채택한다. 이 과정에서 핀란드는 공평하고 중립적인 개최국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외교적 노력은 진영을 초월, 모든 참가국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이후 제네바 협상을 거쳐 1975년 헬싱키 의정서가 채택되는 데에는 당시 조성된 데탕트 분위기를 도외시할 순 없다.하지만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 확보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핀란드의 정직하고 공평한 중재 외교가 큰 역할을 하였음도 부인할 수 없다.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재자 내지 촉진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우리 정부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2019-04-01 14:52:14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젊은 무용수의 동전 파스

필자가 근무하는 공간과 같은 층에는 대구시립무용단 연습실이 있다. 연습시간 동안에는 문틈 새 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덤으로 주어지는 꽤 괜찮은 사무환경이다. 가끔, 무용단원들과 함께 쓰는 여자 화장실 휴지통에는 한국인이 싹쓸이 해온다는 일본의 동전 모양 파스들이 버려져 있곤 한다. 20, 30대의 젊은 무용수일텐데 벌써부터 근육통에 시달리나 싶어 안쓰러웠다.공연을 볼 때는 몸으로 그려내는 언어들에 취해 무용수들의 신체적 고통은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전방의 무대는 언제나 예술의 고고함만을 전달해 주었다. 무용수들의 몸은 패딩 속 깃털보다 가벼운 듯 펄펄 날아다녔다. 작품에 흡수되는 동안 무용수들이 겪어야 하는 관절들의 통증이 오죽했을까.정하해 시인은 '뼈를 고아내듯 시에 내 전부를 집어넣고 달이는 그 혹독한 날 밤을 숱하게'라며 창작의 어려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성과에는 노력과 인내가 따르겠지만 특히나 예술 분야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이기에 더한 것 같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창작의 고통은 비록 예술가가 아니어도 짐작이 된다.예술 분야만큼은 인공지능에 점령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도 잠시, AI예술가가 속속 등장했다. 유명화가의 화풍을 따라하는 AI 화가가 나타나고 작곡하는 컴퓨터도 있다.지난 해에는 인공지능이 그린 초상화가 뉴욕에서 열린 크리스티의 경매에 출품되어 5억여원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기술인지 예술인지 모호한 AI 예술작품은 계속 업그레이드되면서 예술가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물이 보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지는 의문이다. 가슴을 뒤흔드는 '예술'에는 모름지기 예술가의 스토리와 피 땀 눈물이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아쉽게도, 오랜 반복의 시간으로 발목 인대가 늘어나고 허리가 끊어지는 인고와 노력에 대한 대가는 미비하다. 2012년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어 7년이 지났다. 시립예술단처럼 매월 급여라도 받는 경우는 덜하지만 아직도 창작 환경들은 불안정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밴드를 접고 그림붓을 내려놓는 상황이 낯설지 않다.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 시를 쓰는 것만으로는 생계를 이어 가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직업예술인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 보완은 여전히 문화예술지원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그나마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적잖은 예술인들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음에 안도한다. 이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이 혹독한 담금질을 반복하는 예술인들에게는 고통을 식혀 줄 파스가 되어주리라 믿는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01 10:27:37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

[기고] 혈관 같은 농산물 유통!

혈관은 혈액을 심장과 각종 장기·조직 사이를 순환시키는 통로이며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혈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농정 실무를 책임지는 사람인데 생뚱맞게 웬 혈관 이야기인가 할 거다. 사람을 기준으로 농업을 생각해 보자는 의도다. 인체를 농업인이라고 보면 심장은 농업, 혈액은 농산물이다. 그렇다면 혈관은 어디에 비유될까? 나는 유통(流通)이라 단언한다.농산물 유통은 곧 돈의 흐름이다. 문제는 자연현상에 불가항력적인 작황,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평균 5~7단계를 거치는 다양한 유통 경로와 대외 수출입 기조, 1인 10색의 소비 트렌드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너무 많고 민감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수익 문제이기 때문에 유통 주체 간 이해관계도 얽히고설킨다. 그런 까닭에 누구도 정답을 자신하지 못한다. 그만큼 농산물 유통은 우리 농업인에게 중요하고 쉬이 풀리지 않는 난제다.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조사 결과 국민이 인식하는 최우선 농정 과제 1위는 '가격 안정과 유통 혁신'이었다. 10년 전, 20년 전에도 농산물 유통 구조 개선, 유통 혁신 등의 이름으로 국가정책이나 농업 현장 목소리에서 빠지지 않았던 단골 메뉴다. 문제는 농산물 유통 문제가 농가 경영 악화로 이어져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고령화, 탈이농 촉진 등 농촌 사회 본질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급하고 절실한 해결 과제다.이에 경북도는 민선 7기 이철우호 출범과 동시에 농업 최대 현안으로 유통 혁신을 내세웠고 '농업인은 제값 받고 판매 걱정 없는 농업 실현'이라는 슬로건하에 유통전담기관인 경북농식품유통진흥원의 본격 운영을 앞두고 있다. 혈관의 찌꺼기를 없애 줄 혈전제 같은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아울러 유통 혁신 프로젝트로 5개년 실천 계획과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다. 유통 구조 개선, 판로 확대, 유통 환경 변화 대응, 안전먹거리 공급체계 강화, 민관 거버넌스 구축 등을 골자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선사시대 물물교환이라는 원시적 유통이 시작된 이후 농업 유통 문제는 인간 활동의 숙명적 피조물이다. 경북도는 당장의 작고 피상적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자세로 나아갈 계획이다.야생조류 중 수명이 약 70년으로 가장 오래 산다는 솔개는 40년쯤 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부리가 길어 구부러지고, 발톱은 약해지고 깃털은 두껍게 되어 높게 날 수 없는데 그대로 죽기를 기다리든가, 반년 동안 바위에 부리를 쪼아 깨뜨려 빠지게 만들든가. 그리하여 새롭게 돋아난 부리로 발톱과 깃털을 뽑는 힘든 고통을 이겨내 다시 높이 날아올라 30년을 더 살 것인가.솔개는 결국 후자를 선택한다는 것이 우화의 핵심이다. 우화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핵심은 바로 환골탈태(換骨奪胎)이다.우리 농산물 유통 문제를 지금 이대로 방치하고 안주하면 막힌 혈관이 터지듯 우리 농업에 희망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과 유통 시스템의 혁신, 도전만이 살길임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봄날 새싹의 기운이 온 들판에 가득하길 기원해본다.

2019-04-01 10:24:21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동행을 위한 마음 나누기, 배려 

이틀에 한 번씩 가는 교내 수영장에서 역시나 이틀에 한 번씩 와서 자주 만나는 70대 노인, 평생교육원 서예반 학생이기도 한 그 노인, 오늘도 사우나실에서 만났더니 또 옥상 텃밭 자랑이다.본인의 집 이층옥상에서 가꾸고 있는 대추와 배, 포도, 부추, 그리고 작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방울토마토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한다. 고추는 벌써 몇 근을 땄고, 고구마도 작년에는 두 포대나 캤고, 부추는 베어 이웃에게 나눠주기도 했단다. 지나가는 뭇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이층에서 일층으로 늘어진 덩굴에 달린 호박이나 가을에 붉게 익은 감을 보며 감탄하기까지 한다는 옥상 텃밭 자랑, 흥이 나면 옥상 텃밭을 만들었을 때의 피땀 어렸던 일을 승전보 알리듯 들려준다. 배자못(지금의 복현 오거리 주변에 있었던 큰 연못)에서 퍼 와서 백 번도 더 등짐을 지고 이층까지 올린 흙이란다.(이 무용담은 벌써 몇 번이나 들었다.) 나는 노인의 위업(?)에 고개를 끄덕이며 장단을 맞추어주었고 하루에 텃밭에 들어가는 수돗물의 양에 감탄해주기도 했다.그러나 이따금씩 문제로 제기되는, '도시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이나 중금속 등 각종 오염물질을 식물이 흡수, 축적하고 이를 사람이 섭취했을 때 위험하다'는 말은 해주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진위가 아직 확인이 덜된 상태이며 그보다는 자칫하면 그 노인을 실망시켜 행복을 송두리 채 빼앗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배려) 때문이었다. 노인이 옥상에서 거두는 야채나 과일에 중금속이 없기를 바라지만 정말 중금속이 들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 도시의 옥상에는 먹거리보다는 볼거리인 꽃이나 나무를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배려란 것을 돌아보게 된다.배려란 것이 엄청난 것인 줄 알면 베풀기 힘들게 된다. 배려란 것은 내미는 손을 뿌리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지그시 잡아주는 것이며 머리로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대접하는 마음 나누기인 것이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그가 하고 싶은 말이나 일을 하도록 하고 그가 서 있고자 하는 곳에 서있게 해줌으로서 그로 하여금 잠시나마 행복하도록 해주는 게 배려가 아닌가 한다. 타인의 어려움이나 바람을 이해하고 배려함으로써 상대가 귀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 하나를 마련해 주게 될 때, 우리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팍팍한 삶 속에서도 우리는 상대를 배려함으로써 상대를 기쁘게 하고 나도 즐거워지는 복록을 누릴 수 있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01 01:30:00

김태열 영남이공대 교수

[기고] 공정한 독립유공자 발굴을 위한 제언

100년 전 3·1운동을 계기로 같은 해 4월 11일 중국에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수많은 유·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재산을 임시정부에 헌납하고 가족과 함께 낯선 중국 등 타향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다.얼마 전 모 국회의원의 부친이 보훈심사위원회 심사에서 6번 만에 독립유공자로 인정돼 논란이 됐는데, 공산주의 활동을 한 인물이라 큰 이슈가 되었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에서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김원봉에 대해 국가유공자 서훈을 권고 및 계획한 내용도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김원봉의 약력을 살펴보면 1898년 경남 밀양(密陽)에서 출생하여 1919년 12월 의열단을 조직, 국내의 일제 수탈 기관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등 의열단장으로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벌였다.1942년 광복군 부사령관에 취임하였으며, 1944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을 지내다가 8·15 광복 후 귀국하였다. 치열한 독립운동가의 삶을 살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해방 후 1948년 남북협상 때 박헌영과 같이 월북하여 그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되었고 9월 국가검열상에 올랐다. 그 후 1952년 5월 노동상, 1956년 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1957년 9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주요 시설 테러와 요인 암살을 지시한 총책임자 역할을 맡기도 했다.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 독립유공자 훈장 수여 기준에 의하면 독립운동 기여도에 따라 총 5가지 등급의 건국훈장과 건국포장, 대통령표창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이 규정에 의하면 독립운동에 기여한 공적이 지대하더라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에 기여한 사람은 독립유공자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한다면, 북한 정권에 기여한 남로당수 박헌영과 제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제1차 내각 3인의 부수상 홍영희도 인정해줘야 한다.특히 북한 정권 탄생에 기여한 현존 및 사망한 공산주의계 모든 애국 열사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매월 수십억~수백억원의 보훈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가 형성되는 것이다.북한 공산주의자들의 6·25 남침으로 대한민국 국군과 학도병, 남한의 주요 인사, 무고한 시민 등 수백만 명이 희생을 당했는데, 6·25참전유공자와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가.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에서 만일 김원봉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론을 분열시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더 이상 독립유공자로 거론하지 못할 한계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공정한 독립유공자 심사를 위해서는 보훈혁신위원회와 보훈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을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전문가들로 구성해 대한민국 헌법 이념에 부합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하는 것이 진정한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라 생각한다.

2019-03-31 17:10:05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문 대통령, 직접 분명한 메시지 보내야

'죄송' '반성' 넘쳐난 장관 청문회이런 사람만 일부러 고른 것인가자진사퇴·지명철회로 2명 낙마文대통령이 명확한 사유 밝혀야대통령의 모든 행위는 이유가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국민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언론과 국민은 대통령이 어느 곳을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를 보며 대통령과 정권의 의도를 짐작하려 촉각을 곤두세운다. 때로는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메시지가 더 의미 있는 경우도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에 "마음 한쪽은 서해로"라는 말을 남기고 대구로 향했다. 국민들이 문 대통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을지 발걸음에 주목했을지는 물으나 마나다. 정치인들의 말보다 실제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다는 것을 다 알기 때문이다.대통령의 정치 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로 국무위원, 즉 장관 선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제하의 장관은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최고 참모이다. 대통령과 정권의 이념과 철학을 국정 일선에서 구현할 최전방 지휘관이기도 하다. 당연히 대통령이 가장 신임할 수 있고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 일을 맡겨야 한다. 도덕성도 중요하다.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도덕성을 까다롭게 따질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처럼 굴곡진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찾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안 될 말이다. 한 사람의 과거를 따지는 것은 이른바 신상털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미래는 예측 못 하지만 과거를 돌아보면 장차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이 청문회를 주목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개각 명단에 오른 7명 장관 후보들의 청문회가 끝났다. 어쩌면 하나같이 '죄송'하고 '송구'하고 '반성'한다는 사람들만 있을까. 이념보다 전문성 위주로 찾다 보니 이런 지경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고른 것은 아닌지 의아할 정도이다. 대한민국을 책임질 장관들이 정말 이 정도 인물들밖에 없나 화가 치밀어 오른다. 투기, 탈세, 위장전입, 저질 막말. 청문회의 원조 격인 미국 같으면 모두가 아예 청문회 석상에 오르지도 못할 사람들이다. 자녀 특혜 채용, 특혜 분양 의혹 등은 수사 대상이다. 자신의 말과 행동 등 과거를 깡그리 부인하고, 자리를 구걸하는 면면은 자세히 거론하고 싶지도 않다.어이없는 것은 애당초 청와대의 반응이다. 검증 과정에서 다 알고 있었다고 한다. '춘풍추상'이라는 말의 뜻이 '우리 편에게는 봄바람처럼, 다른 편에게는 서릿발처럼'이란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든다. 가장 궁금한 점은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들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전하려 한 메시지가 무엇일까. 이들처럼 살아야 장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아니었어도 앞으로 이들처럼 살라는 것인지. '정의' '공정' '촛불 정신'은 이제 폐기했다는 말인가. 여권에서는 최정호, 조동호 두 사람의 낙마로 곤경을 모면하려는 모양이다. 내심 '정치 공세' '국정 발목잡기'라고 규정하고 싶지만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은 그렇게 슬그머니 넘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지금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분명한 메시지다. "검증 과정에서는 몰랐어도 청문회를 보니 안 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문제 후보들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다. 자진사퇴 사유, 지명철회 이유를 직접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처럼 명확한 태도 표명은 정치적으로 밀리는 게 아니다. 오히려 여론과 국회를 존중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을 것이다.문 대통령은 과거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일을 더 잘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번에도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여러 장관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많아 보이는 이유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식의 발언은 삼가 주었으면 좋겠다. 청문회 제도와 국회, 국민 여론을 무시하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말했으면 좋겠다."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문제들을 장관들은 잘 알고 있을 줄 압니다. 그런 우려들을 잘 새겨서 몸가짐을 조심하고 국정 운영에 전념하여 국민의 박수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 바랍니다." 이런 대통령의 메시지를 듣고 싶다는 국민의 바람은 누군가의 말처럼 '연목구어'일까.

2019-03-31 17:06:04

김계희 서양 화가

[광장] 재능의 위험

나는 재능이라는 것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선천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도 재능을 향상하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다면 그 재능은 있으나 마나 한 공허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똑똑한 머리 혹은 선천적인 재능은 본인의 노력 없이 저절로 타고난 부분이다. 그런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감각이 탁월해 한 번 본 것을 빨리 외우고, 쉽게 모방하며, 처음 접하는 분야라도 조금만 연습하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된다. 하지만 이러한 재능이 내포한 가장 큰 위험성은, 노력하지 않아도 늘 좋은 결과가 오기 때문에 노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노력이라는 경험을 일찍부터 훈련하지 못한 아이는 재능에 버금가는 성과물을 내지 못하기 쉽고, 그 재능으로 인해 오히려 불행한 삶을 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수월히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힘든 공부도 끈질기게 하지 않을 것이고, 낮은 성적을 받을 것이고 그러므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것이고, 결국 그 재능의 기대치보다 훨씬 낮은 현실에서의 성취가 그를 불행으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다.이른바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 나는 그들의 재능에 주목하지만 그 재능은 그 이상의 노력이 수반될 때에만 확대되고 지킬 수 있는 것이기에, 나는 노력, 집요함, 끈질긴 태도를 재능에 포함하고, 그것을 훈련하려 노력한다. 재능을 가진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것에 버금가는 집요한 노력을 수행하지 않아서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점에 이르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재능'이라는 말 속에는 이미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있다. 자신이 어떤 길을 갈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지를 이미 알고 태어난 사람은 그 길로 가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재능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열망이며, 그 열망은 살아가는 동안 열렬한 노력을 경주하지 못하는 자신과 계속 충돌할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모는 그런 아이들이 그들의 열망대로 살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자신을 극복하는 노력의 습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오래 전, 백건우 씨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다 연주하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정진한 후 개최한 공연에서 악보 없이 몇 시간 동안 피아노를 연주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경외심을 느꼈던 적이 있다. 그의 연주에 감동을 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그의 피아노 연주가 훌륭했기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의 성취에 대한 존경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전곡을 다 연습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지만, 그의 그러한 도전은 나에게 천재와 무능의 경계를 다시금 상기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성취를 위한 노력이 습관을 만들고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게 하고, 결국 인생을 변화시킨다. 성공의 기준은 어디까지 올라갔느냐가 아니라 "자신의 출발점으로부터 얼마만큼 올라갔느냐" 일 것이다. 최선을 다한 경험이 몸에 각인된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는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최고의 자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2019-03-30 02:30:00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5%의 농촌소설

농촌인구 줄며 농촌소설도 씨 말라농촌 소재 예능·다큐물은 전성시대방송서 보이는 농촌, 먹방화'힐링화꾸며진 모습 아닌 진짜 삶 쓰고 싶다 '농촌'은 '농업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사회'다. 각기 생각과 습성을 가진 농민과 '농가인구'(현재 농가로 정의된 개인 농가에서 취사, 취침 등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와 비농업인이 가족끼리 동네 사람끼리 면읍민끼리 군시민끼리 얽히고설켜 살아가는 곳이다.소설은 당대의 사람과 세태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 농촌인구가 마구 줄어들면서 농촌소설도 마구 줄어들었다. 급기야 농가인구수는 242만 명, 농가인구 비율은 4.7%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임촌, 어촌에 사는 인구를 더하면 5% 정도 된다. 신기하게도 21세기에는 농(어)촌소설도 5% 정도 생산되고 있다.5%는 정말 바라보기 나름인 듯하다. '농촌소설 쓰는 작가가 씨가 말랐다'거나, '농촌소설이 멸종했다'고 볼 수도 있다. 씨가 마른 것은 작가가 아니라 독자다. 소설 자체를 읽는 한국 인구가 5%가 될까 말까 한 판이다. 그 소수 정예 독자가 그 많은 소설 중에 농촌소설을 찾아 읽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심지어 농촌소설 좀 쓴다는 작가도 자기만 농촌소설을 쓰는 줄 알 정도로 안 읽는다.읽히는 문제와 상관없이, 농촌소설은 필요한 만큼 생산되고 있다고 봐도 좋을 테다. 5%의 농촌을 5%의 작가들이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5%의 농촌소설이 안 읽히고 안 알아 주는 것 다음으로 섭섭한 것이 '다름'을 알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촌만 나왔다 하면 교과서에서 배웠던 일제강점기 소설 같다고 여기는 분이 태반이다. 그나마 소설을 읽은 분들도 '사투리를 썼으니 이문구 따라 했네'라는 식이다.2000년대에도 여러 작가가 저마다 고유의 문체와 시각으로 5% 농민의 현재와 사상과 세태와 생활을 기록하고 있는데, 그 개별성과 고유함을 알아봐 주기는커녕, 모조리 '이문구 소설' 같다고 매도당하고 있다. 나는 아이돌 그룹 구성원이 다 똑같아 보인다. 나는 농촌소설에 관심이 많고 사랑하니까 농촌소설 쓰는 작가들을 알고 그들의 각기 다름을 아는 것일 뿐이다. 농촌소설에 관심 없는 분에게 농촌소설은 내가 구별하지 못하는 어떤 아이돌 그룹의 1인일 뿐이다. 대중 독자가, 사투리 나오고 농촌 나오면 이문구 소설 같네, 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니, 감사해야 마땅하다. 고(故) 이문구의 '우리 동네'를 읽어본 분도 정말 귀한 세상이다.그런데 농촌소설은 진짜로 왜 안 읽히는 것일까? 상식적으로라면 5%는 읽혀야 되는데 말이다. 5%의 농촌소설이 진짜 농촌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농촌소설은 소설의 속성상 농촌의 이면과 그늘을 묘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중이 듣고 보고 읽고 싶어 하는 농촌 얘기는 예능(藝能) 같은 것이다. 예능이 어째서, 연예인이 일반인 대신 먹어 주고, 얘기해 주고, 웃긴 짓 해 주고, 사연팔이해 주고, 감성팔이해 주고, 사회봉사해 주고, 군대생활해 주고, 세계여행해 주고, 낚시해 주고, 1박 2일 놀러가 주고 하는 프로그램들을 뜻하게 된 걸까?아무튼 예능 프로의 8할이 농어촌 찾아가서 웃다 놀다 먹다 힐링하다 오는 것이다. 한국 농촌이 모자라 전 세계의 오지 농촌을 찾아 다닌다. '시사교양'이나 '다큐'를 표방하지만 결국엔 '예능' 하는 프로도 허다하다. 농어촌에 사는 것이 얼마나 '극한'스러운지 보여주는 '리얼다큐'들도 농어촌이 아니면 제작조차 힘들다.농촌소설은 5% 이하인데, 농촌예능·리얼다큐는 80% 이상인 묘한 시대다. 농촌소설은 지금의 농촌에서 농가인구와 그 외인이 얽히고설켜 치열하게 사는 삶이 기록되어 있다. 영화로 치면 '다큐영화'일 수밖에 없다. 대중이 보고 싶어 하는 농촌은 그런 진짜 농촌이 아니라 먹방화되고 힐링화되고 예능화된 판타지 농촌이다. 나는 농촌예능리얼다큐에서 그려지는 '농촌'은 조작된 농촌이라고 생각한다. 도시 대중이 보고 싶은 것을 담았을 뿐이다. 농촌을 동물원이나 식물원처럼 그린 예능을 볼 때마다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진짜 농어촌을 다룬 소설 또한 5%는 꾸준히 생산되어 대중이 읽어주든 말든 알아주든 말든, 진짜 지금의 농촌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농어촌의 최후까지.

2019-03-28 15:50:01

매일신문에 게재됐던 이중섭의 드로잉.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이중섭의 대구생활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지난 2016년 국립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렸었다. 이 전시는 이중섭 예술의 양식적 발전단계를 연대별로 전개하면서 처음으로 대구에 머문 기간을 별도의 한 시기로 구분해 보여주었다. 작품들이 많지는 않았어도 다만 타이틀이 '1955 대구 좌절의 순간들'로 붙여져 씁쓸했다. 아마도 이중섭의 건강이 대구서 점차 나빠져 실의나 절망에 빠져들었고 결국 이듬해 서울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본 시각이 그런 제목을 택한 듯했다. 월남 후 이중섭이 걸은 도정 중에서 거의 마지막 한 시기를 보낸 곳이 대구였지만 그렇다고 그 기간이 특별히 비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싶다. 전후 시대적 상황과 얽힌 개인의 역경이 깊어진 점은 있어도 대구에서 맺은 우호적인 교유관계나 예술적인 측면들을 살핀다면 그렇게만 요약될 수 없다고 본다.무엇보다 우인들의 배려로 서울 전시를 대구로 가져오게 되었고 전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어려웠던 시기에 어떻게 성공까지 장담할 수 있었으랴. 그때의 전시 후 평은 절친 구상이 주필로 있었던 영남일보가 성실히 보도했으리라 짐작하지만 당시 신문을 찾을 수 없어 확인할 바 없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대구매일신문이 전시 전 이중섭을 취재 보도한 것이 있어 그의 전시에 거는 지역인사들의 기대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시를 알리는 단신 기사와 세 차례나 이중섭의 드로잉을 지면에 컷으로 게재해서 그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전시 후 더 이상의 상보가 없는 점은 아쉽지만 지역에서 그가 남긴 일화와 족적을 제대로 정리해두는 데 얼마나 귀중한 바탕이 된지 모른다.대구서 제작된 작품 중에서 '왜관 성당부근'은 내려온 직후 이른 봄쯤의 것으로 보인다. 역시 계절감과 일기의 표현이 돋보이는 '동촌 유원지' 작품의 배경은 초여름쯤이다. 때문에 그의 성가병원 입원 시점은 이 그림 이후가 분명하다. 그림 속에 군복 남자는 포대령으로 불렸던 이기련일 가능성이 높다. 중섭의 전시를 돕고 자주 어울렸던 인물들 중 한 명인 그와 관련해서 회자되는 소위 "빨갱이 운운" 사건도 지나치게 과장된 일화일 수 있다.캔트지에 그린 '구상 가족'이나 '자화상' 등은 병원 입원 중이거나 이후 작품일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 권기호(경북대 명예교수) 선생이 계성고 3년 때 미술교사인 정점식선생의 심부름으로 이중섭이 입원한 성가병원으로 캔트지와 물감을 전달하러 갔었기 때문이다. USIS 전시 때 매일같이 전시장 당번을 봤던 터라 병실 야전침대에서 자고 있던 그를 깨우자 금방 알아보고 반겼다고 했다. 그의 정신질환에 대한 일화들도 사실에서 많이 과장된 것이라 믿고 싶다.미술평론가

2019-03-28 13:02:40

손창민(위덕대 석좌교수)

[기고] 어머니의 눈물과 '미투' 운동

빅뱅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파문이 일파만파다. 이번 사건은 '몇몇 파렴치한 스타의 범죄'나 '연예계 특수성'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볼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거세게 제기된 불법 촬영물, 웹하드 카르텔, 그리고 단톡방 성희롱 문화 등과 결코 떼어낼 수 없는 문제다. 이런 범죄의 근저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인식하는 문화 때문이다.2018년엔 최고 권력 기관인 검찰 내에서 여검사에 대한 성희롱 및 성추행이 있었다는 현직 검사의 폭로가 있었다. 이후 문화·예술계와 스포츠계에서도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우리를 경악하게 한 것은 고등학교에서도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이 만연했다는 '스쿨 미투'다.'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중 80% 이상이, 남성은 약 50% 정도가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과거에 여성의 'NO'는 'NO'가 아니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만연했던 시절에 여성의 의견은 참조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자기주장이 확실한 여성을 드센 여자라고 폄하하는 등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약자인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을 한 당사자들이 '딸 같아서 그랬다'고 어이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부분이 많다.여성들에 대한 편견은 정치권에서 더 심각하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작성한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요인 분석 및 대응 방안'이라는 보고서에는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편향적인 페미니즘 교육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젠더 갈등으로 진단하는 것은 여성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수준을 대변해준다.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은 집권 여당 국회의원의 말처럼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젠더 갈등 때문이 아니라 현 집권 여당과 정부의 편협한 시각과 정책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어린 시절을 기억해 보면 집 안 한구석에서 울음소리를 삼키며 눈물짓던 어머니를 보며 이유도 모르고 같이 목 놓아 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미투 운동'을 보면서 집 안 한구석에서 눈물을 훔치던 우리 어머니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여성들은 소수의 드센 여성이 아니라 학교직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눈물을 삼키던 바로 우리 어머니이고 누이이고 딸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왜곡되고 그릇된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가족이다. 어린 시절 이유도 모르면서 목 놓아 울던 울음으로 어머니를 위로했다면 이제는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면서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을 우리 사회의 한구석에서 눈물짓게 하는 것은 가족에 대한 의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이 가족의 생계와 생존을 위해 세상 풍파에 맞섰던 아버지들처럼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2019-03-28 11:10:23

이현석

[매일춘추]경북문화재단 출범에 거는 기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으로서 최근 무척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지역문화예술의 컨트롤타워인 문화재단이 없었던 경상북도가 드디어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는 소식이었다.1997년 경기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래 23년 만에 경북을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모든 광역지자체는 지역의 문화재단을 설치하게 된 것이다. 전국 광역시도 중 가장 늦은 출발이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 기다려온 지역의 예술인으로서 경북문화재단의 출범에 거는 기대는 커다.지금의 사회는 빠른 속도로 각 분야의 기능과 특성이 분화와 전문화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절이다. 특히, 창의성과 자율성이 강조되는 문화예술분야는 더욱 그러한 변화의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행정조직은 유연성이 부족한 조직의 특성상 이러한 빠른 변화를 주도하기엔 다소 역부족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러한 상황의 보완을 위해 민간영역의 유연성과 전문성 있는 역량의 활용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문화예술분야에 있어 이러한 필요에 의해 공공과 민간의 연계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관련 분야의 민간 전문가들의 주도적 참여를 보장하도록 만들어진 장치가 바로 문화재단인 것이다.이러한 원론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지역의 문화재단은 재정 확충의 면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지자체로서는 어려움이 있는 후원을 통한 사업비 확보 및 각종 정부의 공모사업을 통한 문화예술의 보조금 형태의 재원 확보 및 메세나(Mecenat), 문화예술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한 재원의 마련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재원의 확대는 온전히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기회의 확대와 지역민들의 문화향유권 신장에 쓰여 질 것이다. 또한, 지역 고유 문화예술의 전문적, 체계적, 지속적인 기획을 통한 지역문화예술의 실질적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는 것이다.새롭게 출범하는 경북문화재단은 그 시작의 단계에서부터 재단의 주인이 도민임을 명심하고 최우선적으로 지역예술인 및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의 요구를 충실히 수용할 수 있는 체계의 구성을 해 주기를 바란다. 또한 타 지역 문화재단의 성패(成敗)를 타산지석(他山之石)삼아 경북만의 특화된 운영을 통해 우수한 경상북도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과 더불어, 지역의 문화브랜드 형성과 다양한 문화기획을 통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경북 관광 인프라로 만드는 중추적 역할도 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재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3-28 10: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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