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건강한 관계맺기- 공격성은 생명력이다

"친구를 때리면 안 돼!"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야 착하지!"이 말이 아이들의 자발성과 생명력을 죽이는 무시무시한 말일 줄 꿈에도 몰랐다. 사이코드라마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원망과 한탄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얼마 전 친구가 울면서 고통을 호소해왔다. 밝고 건강했던 열두 살 아이에게 갑자기 전신마비가 왔다고 했다. 무슨 일이 아이에게 일어난 것일까? 학교에서 욕하고 괴롭히는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었는데 아이는 참고 견뎠다. 이런 상황이 2년 동안 지속되면서 아이 마음속에는 미움이 커졌다. 때리고 욕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왜? 착한 아이였고, 엄마 아빠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으니까! 아이는 일기장에 자신을 나쁜 아이로, 죽고 싶다고 썼다.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들과 싸우며, 부모를 어긴 것에 괴로워하다가 스스로를 처벌하는 것이다.우리 아이는 다섯 살 때 처음으로 동네 미술학원에 갔었다. 처음엔 착하고 똘똘하다며 선생님들이 예뻐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어린 아기들 방으로 가서 안 나온다고 했다. 아이는 친구가 장난감을 빼앗아 가는데 가만히 있었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다른 놀이에도 다 흥미를 잃어버린 것이다.사이코드라마에서는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고 정화에 이르기 위해 소리 지르고 욕하고 바타카(도깨비 방망이)를 치게 한다. 이런 표출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들을 털어내고 소멸시켜 정화하고, 몸의 힘을 다시 회복하게 된다.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몸싸움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온몸으로 한다. 온몸으로 부딪쳐가며 내 몸의 강도를 알고 힘을 조절하는 법도 배우게 된다. 싸움과 다툼은 나무들이 바람과 비를 이기듯 서로를 자라게 한다.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잘 참는 착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화해하고 용서하는 용기를 가르치는 것이다.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2019-07-29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賊反荷杖(적반하장): 도둑이 몽둥이를 든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들고 주인에게 대든다는 뜻이다. "도둑놈이 도둑이야 한다"는 속담과 같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적반하장(賊反荷杖)은 중국의 병서 '삼십육계'(三十六計) 가운데 반객위주(反客爲主)에서 왔다. 이 계략은 동맹군끼리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술수로 쓰였다. 수동적인 상황을 능동적으로 바꾸어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후한(後漢) 말의 군벌 원소(袁紹)는 한복(韓馥)과 함께 동탁(董卓)을 토벌한 동맹지우(同盟之友)이다. 원소는 하북(河北)에 웅거, 패권을 꿈꾸며 세력을 키우다 보니 군량이 부족했다. 곡창 지역 기주(冀州)에 있던 한복이 사정을 알고 식량을 보내 주었다.원소는 군량을 채우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기주를 차지하기로 했다. 먼저 유주(幽州) 군벌 공손찬(公孫瓚)에게 편지를 보내 함께 기주를 치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기주를 노리고 있던 공손찬은 바로 원소의 요구에 응했다. 원소는 다시 몰래 기주에 사람을 보내 한복에게 공손찬이 기주를 노리고 있으니, 같이 대적하자고 했다. 그리하여 원소는 기주에 주둔하게 되었고 중요한 곳에 자기 부하를 심었다. 한참 후에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한복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기주에서 도망 나왔다. 원소는 반객위주의 계략으로 곡창지 기주를 차지했다. 이런 배은망덕도 없을 것이다.요즘 뉴스를 보면 '적반하장'이 많다. '고유정 사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공' 등등이다. 하나같이 도둑이 큰소리치는 꼴이다. 한일은 잘 구성된 분업체제로 서로 이익을 누려왔다. 일본이 더 큰 이익을 가져갔다.그런데 일본이 갑자기 한국에 경제 보복을 가하면서 큰소리치고 있다. 말 그대로 적반하장이다.도둑이 매를 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래는 정도로는 안 된다. 자신이 도둑인 줄을 알도록 더 큰 매를 들어야 한다.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7-29 18:00:00

송필용 작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척박한 땅에서는 거친 풀이 자란다.

매일신문을 붓 머리로 하여 전북일보, 경인일보, 광주일보 등에 "국가란 무엇인가"를 발표하고 나서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았다. 그러나 비난도 없지 않았다. 비난을 받을 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의기소침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생각은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아야 할 생각이 개수가 준 나머지 몇 개의 생각으로 뭉쳐서 활력을 잃는 것이 더 위험하다. 문제는 지지나 비난이 어느 높이에서 일어나는가가 중요하다. 지지가 되었건 비난이 되었건, '곰곰이 생각'하고 하는 것과 그러지 않고 감(감각과 감성)으로만 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생각을 해야 도달할 수 있는 단계가 있다. 거기서는 지적 개방성이 최소한이나마 작동한다. 이리하여 싸움판 같은 논쟁이라도, 그것이 끝나는 곳에는 협치도 자라나고 합의도 피어나서 사회를 앞으로 미는 전진의 기운이 생겨난다. 최소한의 지적 개방성도 보장되지 않은 정도의 수준에서라면, 논쟁은 그저 비난전에 불과하다.여기서는 한 치의 전진도 없다. 그저 제자리를 뱅뱅 돌거나 과거로 퇴행한다. 내가 보는 현재의 대한민국은 불행하게도 감각과 감성의 작동 기재에 갇혀 최소한의 지적 개방성도 허용되지 않는 매우 극단적인 양분 상태이다. 한 나라 두 국민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어느 쪽에서나 '내로남불'을 대놓고 하고 얼굴색도 바뀌지 않는다. 상대방을 비난하는 일에는 마치 활시위를 당기듯이 결사적이다.이젠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차라리 장수하는 비결이 될 지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들어주는 경우가 아주 귀하다. 대개는 어떤 주장을 들으면서 우선 자기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를 결정하고, 거기서 출발한다. '맘'이 과학과 논리를 앞선다. 맘에 들면 맘에 들게 논리를 만들고, 맘에 안 들면 맘에 안 들게 논리를 만든다.그러니 개념의 적용 범위를 무시하거나, 억지스럽거나, 논리적이지 않거나, 인신 공격적이거나, 프레임을 쉽게 씌운다. 국가주의니 획일주의니 패권주의니 하는 등등의 '주의'에 쉽게 갇힌다. 가치가 개입될 여지가 많은 철학이나 정치나 종교의 영역에서는 더욱 심하다.지적인 훈련이 되어 있으면, 논리로 감각을 지배하지만, 지적인 훈련이 되어있지 않으면 감각에 논리를 복종시킨다. 감각에 논리를 복종시킨다는 말은, 논리를 편의대로 만든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정치적 주장에서 이런 경향이 매우 심하게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 지적 독립성이 훈련되지 못한 사람들은 정치의 늪을 피하지 못한다.고도로 지적 훈련을 받은 증명서를 가진 지식인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그래서 정치가 모든 지적 활력을 다 빨아드린 후 소진 시켜 버리는 블랙홀로 기능한다. 정치라는 블랙홀의 흡인력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가가 얼마나 높은 강도로 지적 훈련을 받았는가를 증명할 것이다.이것은 지식인이 정치를 하면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적 훈련을 받은 사람답게 정치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감각과 감성을 이겨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지금 감성이 배제된(완벽한 배제란 인간에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 아니다) 객관적인 대화를 하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남북관계에서나 한일관계에서나 건강한 논쟁을 할 토양은 사라졌다. 논쟁을 통해 무슨 조그마한 소득이나마 산출할 토양이 아닌 것이다. 근본적인 면에서는 경제지표가 하락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이다. 극단적인 이전투구 판에 있으면서도 죽기 전에 바늘 끝만 한 아름다움이나마 거두고 싶은 욕망이 남아 있다면 이 정도까지 천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어버린 내 나라가 나는 너무 슬프고 무섭다.앞에서 '지적 훈련'이라는 말을 듣고 기분 나빠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학벌 좋고 가방끈이 긴 사람들끼리의 말로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다. 지적 태도라는 것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하는 가장 효율적인 한 방식일 뿐이다. 세계를 지적으로 다루는 사람은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접촉한다. 좁고 얕게 접촉하는 사람은 넓고 깊게 접촉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피상적인 수준에서 이기고 지는 승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의미까지도 포함하여 모든 것을 종합한 인생 전체에서의 승리 여부를 말한다. 지구는 평평한가, 둥근가? 배운 것을 즉각적으로 내뱉으며 둥글다고 아주 쉽게 말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자신 있게 말하기란 적잖이 조심스럽다.지구가 둥글다는 것은 전혀 경험되지 않는다. 감각과 본능으로 보면 지구는 평평하기만 하다. 가만히 생각하고 자세히 따져 봐야 둥글다. 지적이라는 것은 지식의 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하고 자세히 따져 보는 능력을 발휘하는지의 여부이다.지구를 평평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세계를 접촉하는 범위는 좁고 얕을 수밖에 없다. 가만히 생각하고 곰곰이 따져 봐서 지구를 둥근 것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세계를 넓고 깊게 접촉한다. 삶의 효율성이 누구에게 더 있을지는 길게 말할 필요 없다.이렇게 보면, 지적 태도는 우선 감각과 본능을 극복하는 태도이다. 감각과 본능을 극복한다는 말은 감각과 본능을 소멸시키거나 제거한다는 뜻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하는 지적 능력으로 감각과 본능을 정련시킨다는 말이다.지적이면 가만히 생각하고 곰곰이 따지면서 반응하기 때문에 덜 감성적이고, 지적이지 못하면 생각을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정련되지 않은 감각이 그대로 튀어나와 훨씬 더 감각적이며 감성적이다. 지적이면 생각을 하고, 지적이지 못하면 생각을 하지 않는다.학력이 아무리 높아도 지식의 양만 넘쳐나고 곰곰이 따지는 능력이 배양되어 있지 않다면, 지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대신 학력이 낮거나 지식의 양이 적더라도 곰곰이 생각할 줄 알면 지적인 사람이다. 이것은 세계와 반응하는 기술이자 태도이다.곰곰이 생각할 줄 알면 세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통제하는 능력이 커지는 데도 인간은 왜 곰곰이 생각하지 않은가? 생각이라는 것은 하나의 정신적인 수고이다. 힘이 든다. 감각과 감성은 정신적인 수고를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자극에 맡겨 본능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면 된다. 특정한 이념에 갇혀도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그 이념만 기준으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념가들이 더 감성적인 이유이다. 분명한 것은 '이념'이란 '미래'가 아니라 '과거'라는 점이다. 이념을 강하게 소유하면, 진실하고 헌신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과거를 지키거나, 거기에 자발적으로 갇힌다는 문제가 있다.'이념적이다', '과거에 갇혔다', '생각이 없다', '감성적이다'라는 표현들은 서로 매우 가깝게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만일 권력을 갖게 되면 쉽게 자기 확신에 빠진다. 자기 확신에 빠져, 자기가 만든 진실에 자기가 도취 되어 역사에 철저한 태도로 헌신한다는 느낌을 스스로 제조한다.그래서 현실을 보지 않고 자기 이념을 본다. 현실에서 이념을 생산하는 수고를 하지 못하고, 이념으로(그것이 낡은 이념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제어하려는 무모함을 행한다. 봐야 하는 대로가 아니라 보여지는 대로 보는 승리의 길을 포기하고 '자아 도취에 빠져 몽환적 정치'를 하게 되는 노정은 이와 같다.'일상'과 '현실'이 아무리 피폐해져도 오히려 그 피폐함을 진실에 접근하는 통로로 간주한다. 곰곰이 생각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점은 이렇게 중요하다. 감각과 감성에 의존하는 태도를 갖느냐 지적인 태도를 갖느냐 하는 점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든다.우리의 근대 역사에는 동학 혁명이라는 불꽃같은 기록이 있다. 우리는 동학의 정신을 잘 살피고 더욱 계발해야 한다. 동학도 없었으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다. 여기서 우선 김태유 교수의 "패권의 비밀; 4차산업혁명시대, 부국의 길"이라는 제목을 단 유투브 영상을 소개해야겠다.모두 꼭 한 번 보시기 바란다. 김태유 교수에 의하면 동학 농민군이 일본군에 의해 3만명 사살될 때 일본군은 한 명 죽는다. 엄청난 격차다. 무기가 달랐다. 일본군은 전설의 소총인 스나이더 소총을 자신들의 신체에 맞게 개선한 무라다 소총을 썼고, 우리는 여전히 화승총을 들었다.무라다 소총은 엎드린 자세에서 장전하며 1분간 15발을 쏠 수 있었고, 사거리는 800미터였다. 반면 화승총은 2-3분 동안 선 채로 1발을 장전하여 쏠 수 있었고 사거리는 120미터였다. 이런 화승총에 죽창을 곁들인 무력으로는 아무리 큰 결기로 뭉쳤다 하더라도 무라다 소총을 든 적을 이길 수 없다.결국 산업화의 결과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무라다 소총과 화승총의 차이는 산업화의 차이를 상징한다. 그럼 왜 누구는 산업화에 성공하고 누구는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하는가?그것은 세계에 반응하는 '태도'가 좌우한다. 무엇을 '제작한다' 혹은 '개선한다'는 것은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소지'하는 태도가 아니라 불편함과 문제를 느껴서 '그 다음'을 '알려고' 하거나 '설명하려고' 하는 강력한 의지가 발현된 것들이다.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소지'하는 태도를 가지면 곰곰이 생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서 주로 감각과 본능이나 감성을 표하는 것으로 자기 태도의 대부분을 채운다.반면에 '그 다음'을 곰곰이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면, 불편이나 문제를 발견한 후 그것을 붙들고 늘어지는 수고를 스스로 감당한다. 이것이 지적인 태도이다. 스나이더 소총을 무라다 소총으로 개선했다는 것은 일단 감각과 본능을 극복하여 지적인 태도로 문제를 대했음을 알 수 있다. 있던 화승총을 별 개선 없이 계속 썼다는 것은 우선 '곰곰이 생각'하는 지적인 태도로 세상을 대하지 못했음을 뜻한다.곰곰이 생각하는 지적인 태도를 우리보다 먼저 혹은 더 철저히 발휘했던 일본은 우리보다 더 인간적으로 살았고, 상대적으로 그러지 못했던 우리는 우리의 '인간성'을 그들에 의해서 짓밟히는 치욕을 살았다.이런 의미에서 헤르만 헤세도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했는지 모른다; "세계를 그냥 자기 속에 지니고 있느냐 아니면 그것을 알기도 하느냐, 이게 큰 차이지. 그러나 이런 인식의 첫 불꽃이 희미하게 밝혀질 때, 그때 그는 인간이 되지." 알려고 하는 태도는 머무르려는 것이 아니라 다음을 향한 욕망이다. 그것이 바로 지적인 태도다.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해주는 근본적인 힘이다. '알려고 하면'(곰곰이 생각하면) 인간의 주체성을 지키며 살 것이고, '알려고 하지 않으면'(곰곰이 생각하지 않으면) 그것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동학 농민 혁명이 일어나기 약 20여 년 전, 지금 일본의 기초를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한 후쿠자와 유키치는 여러 저술을 통해 일본을 근대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한다. 그의 성공은 바로 우리의 고통이었다.'네이버 열린논단'에서 한 미야지마 교수의 강연 내용에 의하면, 1872년에서 1876년 사이에 후쿠자와 유키치가 출간한 "학문의 권장"이라는 계몽서가 300만부나 팔렸다. 당시 일본의 인구가 3500만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조금 과장하여 당시 일본인 10명 가운데 한 명은 이 책을 읽었다고도 할 수 있다.후쿠자와 유키치가 우리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하는 평가는 뒤로 하고, 그의 시대에 그가 300만의 독서 인구를 가졌다는 그 사실이 부럽고 놀라울 따름이다. 독서는 '곰곰이 생각하는' 훈련이 아주 잘 된 사람들이 남긴 결과(그것이 책이다)를 접촉하여 자신도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이다.우리는 '무라다 소총'과 300만 독서 인구의 존재가 같은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300만 독서 인구와 후쿠자와 유키치는 따로 존재하는 두 개가 아니라 하나다. 300만 독서 인구를 가진 당시 일본 사회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토양이다.우리가 일본에 패배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능력'의 차이 때문이었다. '곰곰이 생각' 해야 지식이 나오고, 또 거기서 산업이 나오고, 국력이 커지는 이치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곰곰이 생각'하는 지루한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는 미덕이 사라졌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그 대신 생각하는 수고를 포기한 감성의 배설과 감각적 판단이 요즘은 난무한다. 이미 소지한 각자의 신념을 지키는 일로만 세월을 보낸 지 이미 수십 년이다. 이제는 프레임 씌우기가 더 자연스러워져 버렸다. 빨갱이라는 프레임 씌우기로 고통받은 적이 있던 사람들은 위치가 바뀌자 친일파라는 프레임 씌우기에 바쁘다.이런 토양에서 건설적인 정치와 외교와 정책이 실현될 수는 없다. 척박한 땅에서는 거친 풀이 자란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더 나은 사람이란 '곰곰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감각과 감성보다는 숙고와 사실에 기대는 사람이다.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건명원 초대원장) ifston@daum.net

2019-07-29 18:00:00

인수일 교수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에너지 안보

현재 진행 중인 국가 간 무역 갈등은 한국에 심각한 경제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이 기업과 국가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다양한 정책과 전략들이 나오고 있다. 그중 반가운 소식은 대성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성에너지가 지난 25일 적정기술 혁신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수소에너지 등 5개 분야에 8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했다.수소에너지 분야, 환경에너지 분야, 신재생에너지 분야, 에너지 신산업 분야 , 도시가스 분야 등 5개 분야다. 5개 분야에 위촉된 자문위원은 모두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들이다. 필자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합류했다.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출범식에서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 출범은 대성그룹의 종합에너지 솔루션 기업 비전 달성을 위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자문위원단과 태스크포스 간 유기적 협업과 정보 교류를 통해 지속 성장의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대성그룹은 1947년 고 김수근 명예회장이 대구시 칠성동에 연탄 회사를 창업한 것을 시작으로 1957년에는 서울 마장동에 대성연탄을 설립하였다. 김영훈 대성홀딩스(옛 대구도시가스) 회장이 이끄는 대구 지역 대성 계열은 도시가스,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매립가스 자원화(LFG), 생활폐기물 고형연료화(SRF), 바이오가스 등의 사업과 IT, 영화, 방송 콘텐츠 등 문화 콘텐츠 개발 및 보급 사업 등을 한다. 지역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기술과 에너지 안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지난 6월에 대성에너지 신성장본부 기술개발팀에서 필자를 직접 찾아와 전략위원회의 취지와 비전을 설명하고 자문위원직을 요청했다. 평소 기업 경영은 물론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으로서 국제사회를 이끄는 리더십으로 유명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미중, 한일 무역 갈등에서 촉발된 한국 기업의 위기와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과학기술로 풀어가는 데 미약하나마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자문위원을 수락했다.대성에너지는 우중본 사장을 팀장으로 5개 분야를 망라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자문위원과 각 태스크포스 간 사업 분야별 핵심기술 및 지속 성장 로드맵 수립을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필자의 역할은 학문적 범주를 넘어서 한국의 대표 에너지 기업에 도움이 되는 시각으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글로벌 현안을 분석하고 응용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이다.한반도를 위시한 강대국들의 무역과 기술 경쟁에서 에너지 안보는 모든 산업의 근간이기 때문에 이번 '적정에너지 전략위원회' 출범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경영철학과 과학기술을 산업화하고 기술 안보를 전략적 무기로 키워나갈 수 있는 산학협력이야말로 현재 어려운 국제 정세를 대비하는 일이라 하겠다.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2019-07-29 18:00:00

이성환 계명대 교수(일본학전공·국경연구소 소장)

[세계의 창] 한국은 '조선'이 아니고, 고통은 탈(脫)일본을 촉진한다

유치원생 손자가 "할아버지, 일본이 왜 우리나라를 못살게 해요" 했다. "한국이 미운가 봐"라고 하자, "왜 미워하는 데?" 더 이상 대화를 잇지 못했다. 어린아이 눈에도 일본의 급작스러운 수출규제 조치가 걱정스러운가 보다. 일본은 왜 이럴까. 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 때문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이나 일본 정부는 아니라면서도 정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외교로 풀어야 할 과거사 문제를 경제력으로 덮으려니 대답이 궁색하다. 아베 총리는 한일 간의 신뢰 문제라고 했다. 신뢰가 없어도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장사인데, 일본은 아예 가게를 걸어 잠갔다. 물건을 팔지 않겠다니 누가 그 가게를 믿을까. 이제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만은 '신뢰'라는 단어를 쓰지 못한다. 어쨌든 쌓인 불만을 못 이긴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서의 군사 침략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왜 물건을 팔지 않는가. 안 팔아서 생기는 손해보다 고객의 손실이 더 클 터이니 백기 투항할 것이라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필요한 물건이 그곳에만 있다면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그런 물건은 없다. 발품이 들고 질이 조금 떨어질지 모르나 못 구하지는 않는다. 가게는 어떻게 될까. 손님이 다시 찾지 않으니 폐업하게 될 것이다.(일본 전체는 아닐지라도 그 물건을 파는 가게는 그럴 것이다)일본을 분노케 한 불만은 무엇일까.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어제오늘의 것이 아니다.위안부 문제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의 책임이 인정되었고, 강제징용에 대해 일본은 중국과 미국에 책임을 인정했고, 개인 청구권이 살아 있다는 점은 일본도 인정해 온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과거사 문제는 이번 사태의 빌미이지 본질이 아니다. 한마디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불만은 총체적이다. 식민 지배의 연장선에서 과거에 말 잘 듣던 한국이 언제부터인가 자기 목소리를 내니 얄밉고, 분통이 터진다. 한국도 되돌아보니 과거에 당한 것이 너무 부당하고 억울해 따져야겠다. 1876년 강화도조약 이래 수직적인 한일 간의 역학(力學)이 수평적으로 바뀌고 있는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한국을 '조선'이라 여기고 과거의 잔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본질이다.게다가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일본은 한반도가 언젠가는 통일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에 물결이 더 빨라졌다. 그런데 자기 '관할'이었던 한반도 문제에서 일본은 닭 쫓던 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에게까지 러브콜을 보냈지만, 욕설만 돌아왔다. 일본은 핵무장을 한 통일 한반도, 그리고 중국에 경도된 통일 한국이 두려워진다. 일본에 대해 역사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통일 한국과 중국이 스크럼을 짜면 일본은 어떻게 될까. 존재감이 커진 한국과 중국이 버티는 아시아에서 일본은 미국에만 매달려 생존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본은 한국을 계속 말 잘 듣는 '착한 조선'으로 두고 싶어 한다. 75년 전에 소멸한 '대일본제국'을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말하는 영광의 일본이다.미중 무역전쟁에서도 가격을 올리겠다고는 해도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는 하지 않는다.그래서 일본의 이번 조치는 경제 행위가 아니고 '침략'이다. 물건을 팔지 않으면 고객은 잠시 힘들지 모르나 고객을 잃은 가게는 문을 닫는다. 지금 한국의 기업과 국민은 힘들다. 그러나 지금의 고통에 비례해 한국의 탈일본화가 촉진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은 '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혹자는 지금의 한일 관계가 최악의 위기라고 한다. 기존의 한일 관계 틀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최악도 위기도 아니다. 과거의 조선과 일본제국의 관계가 현재의 한국과 일본의 관계로 바뀌는 산통일 것이다. 견디면 반드시 이기고, 새로워진다.

2019-07-29 11:11:51

이예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학장

[기고]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육적 책무

언어학을 전공한 필자는 사회적 통합이 결국 언어적 통합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집단, 집단 대 집단은 말할 것도 없고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 언어적 소통이 미비하면 큰 갈등을 겪게 되고 그 갈등은 필연적으로 폭력을 몰고 온다. 근래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서의 폭력 또한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이러한 인식 아래 지난 12일 대구경북 지역 6개 사범대학 학장들은 경북대학교에 모여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계층 자녀들의 의사소통, 학력 증진을 위한 노력에 상호 협력한다는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우리 지역의 모든 사범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계층 자녀들의 학력 증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첫째, 현재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 기관이나 민간단체가 소외 계층, 특히 다문화 가정을 돕고 있지만 여전히 자녀들의 학업 성취도는 매우 낮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학습 부진의 정도가 일반 가정 자녀들보다 2.5배나 더 높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기초학력 미달의 비율을 보면 국어가 13.0%, 수학이 13.5%, 영어가 8.5%인데 비해, 일반 가정의 자녀들의 비율은 국어가 2.0%, 수학이 5.7%, 그리고 영어는 3.3% 정도이다. 이를 보면 국어 때문에 다른 교과 학력도 떨어진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둘째, 학교에서 실패(school failure)할 경우, 졸업 후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력 미달은 단순한 소통을 넘어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의 저하로까지 이어진다.셋째,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적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된다. 사회적 배제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연결망에서 소외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정치 참여 기회와 교육 기회에서도 배제되어 결국은 사회의 낙오자가 된다는 의미이다.넷째, 사회에서 배제되면 누구든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못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반사회적 경향을 띠게 되어 이것이 잠재적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외부 노동력 유입으로 인해 이미 오래 전에 사회적 문제가 된 독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를 교육의 문제와 연결시켜 훌륭하게 해결한 바가 있다.선진국이 겪은 사례를 외면하고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그들에게 교육과 소통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방치할 경우, 이것은 반드시 사회적 비용으로 우리 사회와 국민 모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이에 대구경북 지역 6개 사범대학이 먼저 힘을 합쳐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기초학력 증진을 도우려고 한다. 우리는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을 위한 언어교육과 문화 교육을 실시하고, 나아가 다른 소외계층 가정 자녀들의 학력 증진을 위한 사업도 펼칠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도 엄연히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이고, 그들에 대한 교육도 대한민국의 교육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업에 많은 교육자들과 대구시교육청, 경상북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동참을 기대한다.

2019-07-29 11:11:37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벌써 올해도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로구나.' 생각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7월도 막바지다. 지난 5월 올해 하반기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나름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보았다.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도 좀 해야 할 것 같고, 예정된 공연들도 무사히 잘 진행해야 하고, 책을 읽으면서 공부도 하고.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마련하고, 새로운 충전을 위해 여행도 좀 다녀오고. 전시도 챙겨 보고, 현대 무용이나 음악회 같은 공연들도 관람을 하고.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적고 나니 한 달이 60일쯤 되거나 하루가 50시간쯤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하자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잠을 줄여볼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필자에게는 불가능한 선택지이다. 일단 잠이 줄여지지 않는다. 12시만 넘으면 아무 것도 재미가 없고 오로지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잠을 줄여서 무언가를 해도 전혀 즐겁지 않고 신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잠을 줄이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이 방법은 탈락이다.시간을 쪼갠 뒤 집중력을 발휘하여 밀도 있게 시간을 쓰는 것은 어떨까? 상당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러한 기술을 연마하고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낭비되는 시간을 줄이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고,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기른다면 더욱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으로 살다보면 이 일을 왜 하는지는 잊은 채 그저 일을 처리하는 것 자체에 함몰되어 버릴 위험이 있다. 분명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 일을 한다는 기쁨은 사라지고 해내야 한다는 의무만이 남게 될 수도 있다. 그런 건 싫다.그래서 필자는 하고 싶은 일들 중에서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가장 중요하게 고민한다. 모든 걸 다 해내는 것이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고민하게 되면 동시에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하게 된다. 삶의 우선순위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고민한다. 하반기에는, 내년에는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7-29 11:09:58

이강호 (사) 한반도 통일연구원 고문

[기고]편향과 편견은 재앙을 부른다는데…

중국 현대사 3대 문호의 한 사람인 루쉰은 '한 모퉁이만을 알아서는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멸한다'고 하였다.한 모퉁이는 편향, 편견과 같은 무리이다. 이 무리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중심을 잃는다. 지진, 해일,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이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인간계에도 마찬가지다. 사물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되돌아온다.극단이 되어 투쟁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재앙으로 이어진다. 편향, 편견, 한 모퉁이는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어느 한쪽만 본다. 편향과 편견은 다른 것을 수용하지 않고 자기 것만 고집한다. 흉기와 다르지 않다. 오늘날 이전(以前) 사람들이 남겨 놓은 것을 계승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데 때로는 이를 전면 부정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한다.자기 생각에 갇혀 있지 않아야 한다. 갇혀 있지 않고 고여 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물 안에서 우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편향, 편견으로 내달리면 파멸이 오기 때문이다.권세와 이익에 대한 생각이 가슴에 가득하면 시비(是非) 판단이 흐려지고 일 처리나 주장도 제대로 되지 않을 뿐인데 하물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중심을 잡아야 한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편향과 편견, 한 모퉁이에서 벗어나 근원을 좇는 일이다. 나라의 생명은 미래를 이루는 데 있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정치인이고 그들의 생명이자 본분이다. 정책의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과거에 매달리는 것이 국정의 우선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미래는 허물어지는 것이다.루쉰이 경고한 것처럼 한 모퉁이만을 알고 하는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가장 큰 용기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해야 할 일이 있다. 정당의 역할이다. 정당이 제대로 되었을 때 희망이 온다. 정당이 무기력하다. 더군다나 야당이 무기력하면 안 된다.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의 길로 가야 한다. 비판도 큰 비판을 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제도권 정치가 불신당하면 나라가 낭패를 당한다. 백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동서고금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모든 정치인들이 이를 깊이 통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의 우리나라는 과연 어떠한가? 역사에서 보기 드문 혼란기 중의 혼란기이고 난세 중의 난세이다. 고려시대 말, 조선시대 말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국민은 훌륭한 지도자의 출현을 갈망하고 있다. 지도자는 과연 어떤 덕목을 갖춰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도자는 높은 애국심과 역사 인식, 그리고 용기,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 도덕성, 도전 정신, 창조적 정신, 개척 정신, 통찰력, 지도력, 결단력, 관찰력, 실행력, 국민 동원력을 높이 갖춘 사람을 말한다.중국의 유방, 모택동, 등소평, 일본의 하루노리, 도쿠가와 이에야스, 미국의 워싱턴, 링컨, 루스벨트, 영국의 처칠, 프랑스의 드골, 독일의 아데나워, 우리나라의 박정희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여기에다 지혜와 의(義)와 도(道)를 겸비하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 이러한 덕목을 가진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 앞으로 위의 기준에서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편향과 편견, 한 모퉁이가 아닌 크게 보고 넓게 보고 깊게 보고 높이 보는 큰 인물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2019-07-28 15:36:41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우리가 자초한 일인가?

'배가 고파요.' 홋카이도의 한 탄광에서 발견된 한글이다. 삐뚤삐뚤하면서도 또박또박한 글씨가 까까머리 소년을 떠올리게 한다. 어두운 벽엔 '고향에 가고 싶다'와 '어머니 보고 싶어'란 글귀도 함께 써져 있다. 그는 어머니를 다시 만났을까?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8년, 일제는 이른바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했다. 말 그대로 국가는 무엇이든 동원할 수 있고 그래도 된다는 파시즘식의 전시통제법이었다. 이를 토대로 39년엔 '국민징용령'이란 걸 공포했다. 전시노동력 확보를 겨냥한 보다 구체적인 시행령이었다. 이때부터 수많은 한국인이 강제로 동원당하거나 일제의 획책에 속아 각지로 끌려갔다. 서울 사는 어떤 이의 아들은 홋카이도의 탄광에서, 또 대구 사는 어떤 이의 아버지는 오사카의 철공소에서, 그리고 또 경북에 사는 어떤 이의 남편은 사할린의 한 공장에서 노예처럼 일해야 했다. 모두 일제의 군수산업 현장이었다. 그곳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혹독한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리다 죽어갔고 그 시신마저 불태워지고 버려진 이들은 죽어서조차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여운택, 신천수 두 할아버지는 지옥 같은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지도록 일했지만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지난 1997년, 두 사람은 일본 오사카의 지방재판소를 찾아 자신들을 감시하고 부렸던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보상금이 아니라, 미지급 임금이 아니라, 회사가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받아야 했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달라는 거였다. 내용으로 보나 소송 주체로 보나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갈음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 양국이 맺은 청구권협정에 의해 개인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확정했고 이들은 결국 최종 패소했다.터무니없는 판결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지금의 일본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수긍되지 않았지만 한 나라의 사법부가 내린 민사소송에 관한 판결을 두고 '행정부가 나서라' '중재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식의 내정간섭에 가까울 뿐만 아니라 반민주적이기까지 한 발언을 한 적도 없다. 물론 다른 식의 보복도 가하지 않았다.2018년, 일본의 사법부가 그들의 판결을 한 것처럼 우리의 사법부는 우리의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한·일 간 청구권협상에 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법적 근거도 조목조목 밝혔다. 뭐가 잘못되었는가?1991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 있고 참여정부 시절 민관공동위원회가 발간한 백서에도 '강제징용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남아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더구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했다.일본인들이 우리 땅에 두고 간 재산을 돌려 달라며 소송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해도 된다. 단, 그 대상은 남의 땅이 제 것이라도 되는 양 자신들을 기망하고 오도한 그들의 황실과 정부가 되어야 한다. 만일 한국 기업에 강제로 끌려와 노동을 착취당하거나 죽임을 당한 일본인이 있다면 당연히 한국과 한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게 맞다. 그런 일이 있다면 말이다.2005년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낼 땐 김규수, 이춘식 할아버지까지 원고가 모두 4명이었다. 그러나 3명이 세상을 뜨고 이젠 이춘식 할아버지 혼자만 남았다. 지난 1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이 있은 다음 날 일본은 기습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키겠다며 요식행위에 불과한 절차를 일방적으로 밟고 있다. 아베 총리는 급기야 '한국은 제대로 된 답변을 가져와야 할 것'이라며 일성을 날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정도면 거의 윗사람이 아랫사람 꾸짖는 모양새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그래도 생존이 먼저이니 일본을 달래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쪽에선 이번만큼은 물러서선 안 된다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나라가 온통 난리라도 난 듯 들끓자 이춘식 할아버지가 '나 때문에…'라며 미안해 했다고 한다. 열일곱의 나이에 그 고통을 당하고도 자기를 지켜주지 못한 나라에 다시 미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순 없다. 95세의 할아버지를 다시 고개를 숙이게 해선 안 된다. 할아버지를 지켜내야 한다. 나라가 왜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2019-07-28 15:36:07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남북 관계에서 지자체 역할의 중요성

동서독의 경우 분단 시기 상호 방문에 있어 제약이 많지는 않았다. 동독 내 서베를린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독 주민의 왕래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를 갖추었다. 1970년대 초반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을 전후하여 교통조약이 체결되고 우편 통신 관련 조약들도 체결되었다. 서독의 동방정책은 당장의 통일이 어렵기 때문에 분단으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 해소에 목표를 두었다. 동독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독을 대화와 협력의 파트너로서 인정했다. 동독은 정상 국가로서 인정받기 위해 주민 간의 왕래와 접촉을 허용하였다. 서독인들의 동독 왕래에 따른 통행료를 받을 수 있었고 동독을 찾는 서독인들에게 강제적인 환전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경제적 이득도 챙길 수 있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서독인들은 안전하게 동독을 여행할 수 있었고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국가가 나뉘어도, 이념이나 제도가 달라도 자유롭게 왕래하고자 하는 의지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공산권 해체 시기 독일인들의 외침은 국가의 통일이 아니라 여행의 자유였다. 인위적인 장벽에 의해 개인의 이동과 만남이 제약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반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분단의 장벽 속에 갇혀 있는 남북 주민 간의 이동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남북은 동서독보다 상황이 훨씬 좋지 못하다. 정전 체제가 존재하는 데다 군사적 대치는 여전하다. 아직 한반도에는 남북 갈등, 남남 갈등, 북북 갈등 등 중층적 이념 대결 구조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 간에는 왕래와 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남북 간 교류 협력이 장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그러한 계기를 마련하기 어려워졌다. 지금 북한과 새로운 협력을 도모하려 해도 대북 제재로 인해 쉬운 상황이 아니다. 남북 경제협력에 있어서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개성공단이 폐쇄된 이후로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북 제재로 인해 벌크 캐시의 이전이 허용되지 않고 있고 대북 투자와 전략 물자의 이전 금지에 따라 공단은 재개조차 하지 못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완료 전까지 이러한 대북 제재의 예외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늦추면서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는 한국 정부를 오히려 비난하고 나섰다. 지난해 남북 관계에 비해 올해 남북 관계는 매우 소극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그러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북중 관계이다. 최근 북한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북중 경제협력 확대를 모색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이고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이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후 두 나라 정부 간, 민간 간 교류도 확대 일로에 있다. 대북 제재 국면에 남북 관계도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북중 관계는 보다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교류협력의 대안적 기제를 중국에서 찾는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응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답답한 상황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 동서독의 사례처럼 어렵더라도 남북 교류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우선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산가족들의 북한 방문과 왕래, 자유 관광을 허용해야 한다. 당국 간 이것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여행사와 민간이 자율적으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성공단 재개는 무조건 주장할 것이 아니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초기 이행 조치로서 검토되어야 한다. 즉 포괄적으로 대북 제재를 해결하기 어려운 미국은 개성공단을 제재의 예외로 하여 북한의 초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 내는 협상 칩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방안을 미국에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북한은 남한을 개혁 개방의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우리와의 접촉면을 넓힐 수 있어야 한다. 중국과의 협력도 중요하지만 중국이 북한의 대부분 시장을 선점하면 남북한 통합은 더욱 어려워진다. 우리도, 북한도 100년을 앞서서 남북 관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또 다른 방안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 막히면 지자체 간 교류 확대를 시도해야 한다. 이벤트 행사보다는 자치단체 간 교류의 큰 플랜을 만들고 계속 북한을 교류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통일부와 시도지사협의회가 이러한 취지를 담은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한다.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지방의 이해와 지자체의 역할이 이래저래 중요한 시점이다.

2019-07-26 06:30:00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때때로 자유를 갈망하오

자신에게 물어본다. 누군가를 의식하며 글을 쓴 적이 있는가? 그 누군가는 자기검열이라는 이름의 억압된 자의식과 왜곡된 시각을 이르는 말일 터. 소설 속 인물의 원형이 가까운 곳에 있을수록 천사화하거나 표현이 위축될 가능성이 많다. 작가의 영혼이 온전히 자유로울 때 자유로운 글이 나온다.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이는 자신밖에 없으니,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해서라도 자기통제의 틀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첫 번째 소설을 발간하고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때 평론가 김양헌 선생님이 참석하셨다. 그분이 지금껏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이미 병고가 깊을 때였는데도 선생님은 어려운 걸음을 해주셨다. 선생님은 유언인 듯 진실한 글을 쓰라고 말씀하셨다. 그날의 마지막 포옹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진실한 글. 자신을 기만하지 않는 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글.자기검열의 틀을 벗어던지기 위해 나를 뚝 떼어서 벽장에 집어넣는다. 자기애보다 큰 훼방꾼은 없다. 무슨 글을 어떻게 쓰건 요점을 분명히 파악해야 길을 잃지 않는다. 소설 속에는 내비게이션도 없고, 표지판도 없고, 길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끝이 보이지 않는 황무지에 홀로 서 있는 게 소설이다. 여전히 버겁고 뜻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대지만 오래 가까이하다 보니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 같다. 때때로 보이지 않는 힘으로 나를 토닥여주기도 하고 틈을 보여주기도 한다. 글의 위로를 받다 보면 든든한 친구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잘 써보자는 각오도 생긴다. 아이들이 자라는데 시간이 필요하듯이 글도 마찬가지, 자라는 것도 늦되고 글도 늦되어서 늘 혼자 달리는 기분이었다. 글을 쓸 때도 그런 기분을 자주 느꼈다.질문을 바꾸어본다. 누군가를 위해 글을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때때로 머리에 떠오른 사람이 있긴 하지만 까뮈의 어머니 같은 절대적인 인물은 없었다. 힘들여 쓴 글을 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까뮈의 유고작에 씌어 있는 헌사처럼 생애를 통틀어 단 한 사람이라고 손꼽을 수 있는 이에게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기도 했다. 귀가 어둡고 글까지 몰랐던 어머니, 까뮈 소설의 원형은 바로 그 어머니의 침묵이었다. 내 영혼을 촛불처럼 밝혀줄 원동력이 무엇인가 돌아보니 그것은 바로 희망을 추구하던 희망 없음의 절대적 고독이었다. 어둠에 갇힌 자신에게서 자유롭고 싶었던 갈망. 어쩌면 나는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정옥 소설가

2019-07-25 11:37:50

모리사키 가즈에(1927- 현존)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우리가 모리사키 가즈에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조선이 자신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일본인이 있다. 바로 작가 모리사키 가즈에(森崎和江)이다. 그녀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서 1944년 일본으로 귀국하기까지 17년간을 조선에서 살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대부분을 조선에서 보낸 셈이니 조선을 고향이라고 부를 만하다.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는 한국인치고 모리사키 가즈에의 이 발언을 달가워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그렇지만 모리사키 가즈에는 조선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이루는 원향(原鄕)이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라고 말한다. 모리사키 가즈에의 에세이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는 고향으로서의 조선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그 기억은 어린아이답게 담백하다. 중국인 식당과 러시아인 상점을 지나서 아버지를 만나러 대구공립고등보통학교로 뛰어가던,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는 열 살 소녀의 마음, 딱 그만큼이다. 그 마음에 제국과 식민지 간의 경계가 있을 리 없다. 글 속의 소녀는 아버지와 함께 강변을 산책하고, 어머니와 조선인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는가 하면, 어머니가 만들어 준 치킨라이스를 먹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워 오면 어떤 선물을 받을 것인가를 기대한다.또한 그 소녀는 조선인과 일본인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고, 조선인 학생은 학교에서 일본말을 사용하며, 일본군인들이 대구 땅을 마음껏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별다른 이질감이나 의문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태어나면서부터 봐온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조선인 여자와 일본인 남자 간에 태어난 혼혈 아이를 보면서 불쾌감이나 저항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안온한 일상에 감추어진 식민지 조선인의 증오와 분노, 슬픔, 조선인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겨우 열 살을 넘어선 어린 소녀가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가 이처럼 어린 소녀의 천진난만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는 것만은 아니다. 거기에는 어른이 된 모리사키 가즈에가 유년기의 기억에 가하는 차가운 비판이 함께 들어있다. 일본인들이 조선에서 누린 안온한 일상을 두고 "우리들의 생활이 그대로 침범인 것이었다"고 말한다. 식민지 조선 땅을 거쳐 간 일본인 그 어느 누구도 내뱉은 적이 없는 말이다. 또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죽어간 수많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 땅에서 태어난 일본인 그 어느 누구도 내비친 적 없는 감정이다.이러니 모리사키 가즈에에게 있어서 조선을 기억하는 일이 어떻게 행복하기만 할 수 있었을까. 그 기억의 과정은 따뜻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이었음에 분명하다. 일제 강제 침탈로부터 백 년도 더 지난 이 시기, 모리사키 가즈에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그 침탈의 역사를 기억하며, 글을 통해서 속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것 그 자체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원죄(原罪)라고 말하는 그녀의 마음은 암울한 한일관계에 작지만 강한 빛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7-25 11:36:10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뫼비우스의 띠

작가 조세희가 1970년대 후반에 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열두 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며 첫 번째가 '뫼비우스의 띠'이다. 이것은 첫 단편의 제목일 뿐만 아니라 나머지 단편들을 관통하는 주제를 나타내며 세상사 많은 시시비비가 이 띠의 성격을 닮았음을 시사하고 있다.종이를 잘라 띠를 만든 후 띠의 양 끝을 한 번 꼬아 붙이면 뫼비우스의 띠가 된다. 뫼비우스의 띠에선 어느 지점에서나 띠의 중심을 따라 한 바퀴 이동하면 출발한 곳에서 정반대 지점에 도달할 수 있고, 계속 나아가 두 바퀴를 돌면 출발점으로 되돌아온다.우선 뫼비우스의 띠 각 지점에서는 안팎이 구분된다. 안이 없이 밖이 있을 수 없고 밖이 없이 안이 있을 수 없듯이 이들은 서로 다르면서도 공존한다. 이처럼 선과 악, 긍정과 부정, 옳고 그름처럼 가치가 대립되는 것들도 야누스의 두 얼굴같이 서로 다르면서도 공존함을 시사하고 있다.연작 중 두 번째 단편 '칼날'의 주인공인 주부 신애는 난장이를 불러 수도꼭지를 교체시킨다. 이때 펌프가게를 운영하는 사나이가 나타나 자신의 사업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난장이에게 심한 폭력을 가한다. 이를 제지시키기 위해 신애가 식칼을 휘둘러 사나이의 팔에 상처를 입힌다. 여기서 난장이가 수도꼭지를 교체해 주는 행위는 신애 입장에선 선이고 사나이 입장에선 악이다. 그리고 신애가 칼을 휘두르는 행위는 난장이에겐 선이지만 사나이에겐 악이다. 이처럼 어떤 행위가 보는 관점에 따라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띠고 있는 것이다.또한 뫼비우스의 띠에선 특정한 지점에서 이동함에 따라 안이 밖이 되고 밖이 안이 된다. 이동, 즉 시간의 경과에 따라 선과 악, 옳고 그름, 강자와 약자의 역할이 뒤바뀔 수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연작 중 네 번째 단편은 연작소설과 이름이 같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재개발 지역에서 집을 팔아도 아파트 입주권을 살 형편이 안 되는 난장이 가족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결국 난장이가 집을 판 날 막내 영희가 가출을 한다. 영희는 자기 집을 산 사나이를 따라 가서 그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때때로 성적 유린까지 당한다. 남자로부터 신임을 얻은 영희는 잠든 남자를 마취시키고 자기 집 관련 서류와 아파트 입주에 필요한 돈을 챙겨 달아난다. 지금까지 영희는 약자이며 피해자인 선을 나타냈고 사나이는 강자이자 가해자인 악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날 밤엔 두 사람의 역할이 바뀌었다. 영원히 약자나 강자로 살 수 없고 영원히 선하거나 악하지도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그때로부터 40여 년이 흘렀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시비비가 넘치고 있고, 옳고 그름에 관한 가치관조차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립은 발전을 위한 지난한 몸부림이다. 몸부림이 긍정의 열매를 맺기 위해선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인정하고, 소통하고, 곡진하게 설득해야 한다.그러함에도 자기와 자기 집단만이 선이라고 우기는 사람들, 자신이 바라보는 동굴 밖 세계만 인정하는 사람들, 권력에 취해 '완장'(윤흥길 작)의 주인공 종술처럼 공격적이지만 없는 것은 대책이고 있는 것은 무능인 사람들도 있다. 오늘 하는 행위가 선하게 보일지라도 절대선(絶對善)은 아니며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있을 수 있음을 통감(痛感)해주길 바란다. 오늘 선을 행하여도 내일은 어쩌다 악을, 그리고 훗날엔 다시 선을 행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그래서 동과 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서로 견제하며 보듬어주는 세상을 꿈꾼다.

2019-07-25 11:23:17

김평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기고]웅비하는 대한민국을 위하여

미·중·일·러 4대 강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남한을 흔들어서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또다시 남북한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하고 있다.특히 2차대전 전범국인 일본은 전범국의 멍에를 벗어 보려고 발버둥치다가 이제 공공연히 한국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대면서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결 없이 우리나라 대법원의 징용자 판결을 문제 삼아 경제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징용자 판결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말이다.우리 정부 관계자는 7월 17일 외신 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삼성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삼성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글로벌 기술 기업들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철회하라고 밝혔다. 또 "반도체 생산라인 조업 중단으로 끔찍한 결과를 상기시키고 싶지 않다. 세계 수십억 명 소비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을 비판하며 미국이 중재자로 나서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오늘날 대일관계가 한국으로선 난제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것이 아니라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함이 더욱 바람직하다.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나 독도 문제 같은 과거사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에는 온 국민의 슬기를 모아 대처해 나가야겠다.오늘날 일본을 있게 한 메이지유신도 도쿠가와 막부를 몰아낸 뒤 시작됐다. 19세기 당시 서로간 앙숙이었던 사쓰마번과 조슈번이 적과의 동맹을 맺어 메이지유신을 탄생시켜 오늘 일본 발전의 모태가 된 것이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도 글로벌시대에 걸맞게 서로 적으로만 대할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으로 손을 맞잡고 서로가 윈윈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최근 일어나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볼 때 국가와 국가 간 영토선이나 주권은 힘 있는 나라의 것임을 새삼 명심하고 국가의 힘, 즉 실력을 기르는 데 더욱 매진해야겠다. 도산 안창호 독립투사께서도 "나라를 독립시키려면 실력, 곧 힘을 길러라"고 강조하셨다.이러한 힘, 국력을 바탕으로 이승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명언을 온 국민이 가슴에 새기고 하나로 뭉칠 때 웅비하는 대한민국은 바로 우리 모두의 것이 되리라 본다.우리는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정보화, 나노화 및 4차 산업화 시대로 너무나 빨리 한꺼번에 달려온 나머지 그 후유증 또한 있게 마련이다. 이제 온 나라가 월남 패망 때처럼 부패하고 일본 제국주의에 나라를 침탈당할 때처럼 사분오열로 분열되어 있고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치고 세기말적 현상이 난무하고 있음을 볼 때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이러한 국가적 난제 앞에 우리 모두는 가슴에 손을 얹고 겸손히 반성하며,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국가와 민족 앞에 헌신하는 길만이 바로 자기 자신도 잘사는 길임을 명심해야겠다.풍전등화처럼 국가가 어려울 때는 이스라엘 민족처럼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굳은 신념과 실천이 웅비하는 대한민국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처럼 지금이 바로 영웅이 출현해 웅비하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리라 믿고 확신한다.

2019-07-25 11:05:43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연극 재미없다! 재미있다!

어떤 아주머니 두 분이 어디선가 연극 초대권을 받았나보다. 이 두 분은 연극이란 것을 처음 보기에 들뜬 마음으로 극장으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난 후 이 두 분은 "연극은 너무 어렵고 지루해서 재미없다"고 말한다. 이와 반대로 연극 공연만 올라가면 대극장이든 소극장이든 가릴 것 없이 연극을 관람하는 아주머니 한분이 계신다. 이분은 연극 관람하는 것이 자기의 행복이요 기쁨인 것이다. 그리고 이분은 "연극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다.왜 똑같은 연극을 보면서 너무나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일까. 필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연극은 가장 대중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예술이면서도 가장 철학적인 모습을 담고 있는 예술이라는 것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관객의 일반적 두 유형 중에서 전자는 부조리극이나 실험극 혹은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연극을 관람한 것이고 후자는 가족 드라마나 보기 편한 리얼리즘극 혹은 유명한 고전의 감동을 순차적으로 느끼면서 관객으로서의 훈련이 되어 진 것이라 여겨진다.연극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뽑으라면 바로 무대에서 표현하는 배우와 무대에서 관람하는 관객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더해져 바로 연극예술이 성립 되는 것이다. 관객은 연극예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관객이 존재하지 않는 연극은 연극으로서 성립되지 않는다. 그리고 연극은 지금! 이 순간! 표현하는 자나 관람하는 자가 같이 교감하고 느끼며 동화가 되어 갈 때 비로소 성취감을 맛보는 예술장르이기에 관객도 배우와 마찬가지로 보는 것에 훈련 되어져야 하며 연극을 알고 봐야지만 연극의 매력에 빠질 수 있다.예술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첫 느낌은 평생을 간다는 어느 광고의 말처럼 관객으로서 전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전자의 유형처럼 그저 연극을 보러 갔을 때 그 실망감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연극은 보기 싫다로 귀결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바로 연극도 영화처럼 알고 봐야 된다는 것이다. 연극은 영화보다도 더 많은 형식과 장르가 존재하기에 극단들도 관객들로 하여금 자기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 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하며 연극을 한번 본 관객이 연극 마니아가 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작품에 임해야 할 것이다.대중화 시대에서 연극이 살아남으려면, 관객을 존재시키려면, 상업화와 같이 상생하려면, 연극예술만이 가진 현장성과 객석과 무대 사이의 교감 그리고 극장 문을 나서고 잠자리에 들어도 가시지 않는 그 묘한 여운을 관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현장예술인들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한편의 잘 본 연극을 통해 한명의 관객이 열 명이 되고 열 명의 관객이 백 명 천명이 되는 그 날을 꿈꾸어 본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7-25 11:04:50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김경덕의 스타트업 스토리] 배드 블러드

명문대 중퇴, 거침없는 말솜씨, 혁신적인 기술을 앞세워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비전 제시. 20대 여성 창업가 엘리자베스 홈즈가 설립한 의료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는 2013년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검사가 가능한 혁명적인 아이템 '에디슨 키트'로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며 단숨에 기업 가치 1조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의 대열에 올라선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스타 창업자들의 뒤를 이어갈 차세대 리더가 되기 직전이었다.하지만 엘리자베스 홈즈는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 존 캐리루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거대한 사기극의 주인공으로 타락해 현재는 11건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검은 터틀넥을 즐겨 입는 '여성판 잡스' 엘리자베스 홈즈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투자금 중에는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의 1억달러도 포함되어 있다.'테라노스'의 전무후무한 스캔들을 다룬 '배드 블러드'가 최근 출간되었다. 단돈 50달러의 마법에 의문을 가지고 추적한 존 캐리루가 써내려 간 '배드 블러드'는 결말을 미리 알고 읽게 되지만 잘 만든 스릴러 장르를 만난 것처럼 읽는 재미가 상당하다.'인보사' 사태와 맞물려 우리들에게 뼈저린 교훈까지 던져주는 이 책을 창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이유는 단 하나이다. 재능 있는 혁신가가 도덕적 양심을 내다 버리고 영욕만을 추구한다면 어떠한 경로를 거쳐 철저히 파괴되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도 능력이며 재능이라고 착각하는 '나쁜 피'가 창업자의 몸과 마음을 뒤덮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할리우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주연으로 영화화도 이미 진행 중에 있다. 4년 전 전설적인 여성 창업자 조이 망가노를 연기했던 그녀가 표현할 스타트업 사기극이 벌써부터 기대된다.(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2019-07-24 18:00:00

권미강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인디언의 기도문

인디언들은 스스로 자연이 되어 살아온 사람들이다. 만물의 영장이라며 산을 깎고 물길을 바꾸고 강을 막아서는 사람들에게 "자기 조상이 묻힌 대지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들짐승보다 못한 자이다"고 꾸짖었다. 대지는 어머니의 품이고 그 위의 모든 것이 책이며 스승이고 선한 세계로 인도하는 성직자라고 믿는 그들은 자연 앞에서 늘 겸허했다.인디언이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열두 달 이름이다. 부족마다 다른 이름으로 붙인 달 이름은 그 자체가 자연에 순응하고 어울리겠다는 인디언들의 철학이다. 아리카라족의 1월인 '마음이 깊은 곳에 머무는 달'에서 아라파호족의 4월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과 5월 '오래전에 죽은 자를 생각하는 달', 크리크족의 7월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퐁카족의 12월 '무소유의 달'까지 그들의 삶은 지구촌의 빛나는 시였다. 시처럼 빛나던 인디언들은 땅따먹기 하듯 깃발을 세우고 자신들만의 문서를 주고받으며 자본의 탑을 세운 사람들에게 짓밟혔다.인디언 호피족 추장이었던 케웬합테와는 '얼굴 흰 사람들을 위한 기도문'을 통해 백인 침략자들을 영적으로 굴복시켰다. "할아버지 위대한 정령이시여, 얼굴 흰 사람들을 축복하소서. 그들은 당신의 지혜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들은 너무도 오랫동안 우리 인디언들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들은 힘이 주어졌을 때만 안심을 합니다. 그들을 축복하소서. 그들에게 우리가 이해하는 평화를 보여주소서. 겸허함을 가르치소서.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언젠가는 그들 자신과 그들의 아이들까지 파괴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니까요."36년간 이웃나라를 무력으로 지배하고도 뉘우침 없이 다시 경제 전쟁의 서막을 여는 일본 아베 정권과 반일 감정을 위험한 것으로 치부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인디언의 기도문을 전하고 싶은 날들이다.작가

2019-07-24 18:00:00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같이&따로] 이성과 감성 사이…그 어딘가

이성과 감성으로 인간은 살아간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살아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성적으로만 산다면 인간미 없는 고지식한 인간으로, 감성적으로만 산다면 기분에만 이끌리는 즉흥적 인간으로 인정될 것이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감성과 이성을 조화시켜 사는 것이 가장 덜 손해 보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그럼 개인들이 모인 국가는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도 어느 한쪽에 치우친 시기는 파시즘, 국수주의라는 광풍에 휩쓸려 큰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서론이 좀 길었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계속 일본에 대해 국제 기준에 따르라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일본은 꿈적도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보면서 우리의 '감성과 이성'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지난 4일 일본은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를 겨냥한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자유무역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항의했다. 일본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이 다음 단계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되면 1천100여 개 품목 수입에 차질이 생겨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국내에서는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났다. 정부의 대응을 두고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각자의 입장에서 내부의 갈등이 격화되었다. 지난 19일 일본 외무상은 주일 대사를 초치해 일본의 중재위 불응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주일 대사의 발언도 중간에 자르고 자신의 말만 하는 외교적 결례까지 보란 듯이 방송으로 내보냈다. 이에 앞서 12일에는 한국의 국장급 협의 제안도 거부하며 실무자급 회의를 받아들여 경제산업성 청사의 창고 같은 사무실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국을 대놓고 홀대하였다.그리고 지난 21일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며 안정적 국정 운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언론에서는 한국 때리기는 계속될 것이며, 개헌 발의선까지 확보하지 못했지만 군대를 합법적으로 보유하는 개헌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일 갈등이 쉽게 끝나지 않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미국과 교감 없이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3대 품목 발표에서부터 아베의 참의원 선거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두고 한국 내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주장도 은연중에 나오고 있다. 가장 약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는 비판이다. 더 나아가 사법부 판결로 인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주장까지 SNS상에서 돌고 있다. 이순신, 서희 등 역사 속 인물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소환되고 친일파, 일본팔이, 이적 행위 등 원색적 비난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자는 주장에서부터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주장, 애국주의, 국수주의, 신중론, 실익론, 무능론 등 너무 많은 감성과 이성이 혼재하고 있다.감성적으로는 일본의 행위가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이성적으로는 감성적 대응만이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일본과의 문제는 감성적으로만 혹은 이성적으로만 대응해서 해법을 찾기 어렵다. 23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의제 논의, 24일 일본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관련 의견 수렴 등 이번 주가 한국과 일본의 경제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은 확실하다. 이성과 감성 사이, 그 어딘가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제강점기의 역사로 인해 아픈 사람을 감성적으로 위로해주고, 앞으로 국익을 위해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19-07-24 18:00:00

상추쌈

[추억의 요리산책] 상추 쌈

여름철 반찬으로 쌈이 으뜸이다. 아침 밥상에 쌈이 올랐다. 어머니는 담장을 타고 오르는 호박잎, 텃밭에서 따온 우엉잎과 깻잎을 가마솥 밥물이 자작자작 잦아들 때 쪄냈다. 밥에 푸르뎅뎅한 푸성귀 물이 배었다. 빡빡하게 끓인 된장과 간장양념장이 상에 올랐다. 부드러운 쌈밥이었다.상추는 이른 봄부터 밥상에 올라 입맛을 돋우었다. 아버지는 담배 모종 기르는 비닐하우스 한편에 상추씨를 뿌렸다. 들판에는 싹이 자라지 않았으나 비닐하우스 속에는 상추, 아욱 등 몇 가지 채소가 파릇파릇 자랐다. 어린싹일 때는 솎아서 고추장, 들기름을 넣고 비볐다. 손바닥만큼 자라면 쌈으로 먹고, 양념장을 끼얹어 무침으로도 먹었다.점심에는 주로 상추쌈을 즐겼다. 식은 밥과 상추 한 소쿠리만 있으면 한 끼 반찬으로 거뜬했다. 양념을 넣은 쌈장도 좋으나 된장독에서 막 퍼온 된장을 곁들여도 짭짤한 맛이 일품이다. 간혹 돼지고기가 상에 오르면 상추쌈은 주가가 오른다. 상추에 깻잎 곁들이고, 실파 한 줄기 얹은 후 돼지고기 한 점 올린 후 양념장과 마늘・고추 한 조각씩 올린다. 아앙, 입을 최대한 크게 벌린다. 눈까지 커진다. 볼이 불룩거린다.쌈이 입안에 꽉 차면 제대로 씹을 수 없을 정도이다. 그렇다고 쌈을 조그맣게 쌀 수는 없다. 구색은 갖춰야 할 게 아닌가. 어른들은 상추쌈이 크면 먹을 때 볼썽사나우니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먹는 모습은 흉하지만 물리치지 못하는 쌈밥이다. 그만큼 쌈은 우리 밥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상추에 대한 기록은 무수하다. 이집트벽화에 상추가 그려져 있고, 중국의 고서(古書)에도 고려에서 가져온 상추 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하여 '천금채'라 불렀다.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상추가 역수출되었던 것이다. 당나라 때의 "천금식치"에는 '상추가 정력을 더해준다(益精力)',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에도 상추는 생식능력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이집트 신화에도 생식의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상추였다. 우리나라 민간에서도 상추 줄기에서 나오는 우윳빛 진액을 생식능력에 결부시켰다. 고추밭 이랑사이에 심은 상추는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는데 믿거나 말거나이다.'집집마다 상추를 심는 것은 쌈을 먹기 위한 것'이라는 기록을 보며 상추쌈을 마련한다. 풋고추 다지고 멸치 손질하여 고추다대기를 만들었다. 쌈장도 준비했다. 양배추와 케일도 쪘다. '눈칫밥 먹는 주제에 상추쌈까지 먹는다'라는 속담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난다. Tip: 상추 줄기에서 나오는 액체에는 락투세린·락투신 등이 들어 있어 진통 또는 최면 효과가 있다. 상추 먹고 졸음이 쏟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상추는 찬 성질을 가진 식품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 냉해질 수 있다. 수유하는 산모가 상추를 먹으면 아기가 푸른 변을 볼 수 있으니 주의한다.

2019-07-24 18:00:00

이은영 작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내가 읽은 책]소크라테스의 변명/플라톤/황문수 옮김/문예출판사/2015

"위대하고 강력하며 현명한 아테네 시민인 그대, 나의 벗이여, 그대는 최대한의 돈과 명예와 명성을 쌓아 올리면서, 지혜와 진리와 영혼은 최대로 향상하는 것을 거의 돌보지 않고 그러한 일은 전혀 고려하지도 주의하지도 않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p.34)생전에 단 한 권의 저서도 남기지 않은 소크라테스에 관한 유일한 책,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 일어난 일을 쓴 플라톤은 기원전 427년경 그리스에서 태어난 철학자다. 소크라테스를 통해 맹목적인 삶이 아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매우 높아서 철학 중심의 종합대학인 아카데미아를 창설하고 뛰어난 수학자와 높은 교양을 갖춘 정치적 인재를 배출하였다.플라톤의 저서가 거의 대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과 주인공이 소크라테스인 것을 보더라도 소크라테스의 사상이 그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일을 플라톤이 쓴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날마다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며 오류와 모순, 무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그 일을 소피스트들과 보수주의자들이 소크라테스를 무신론자, 청년들을 타락시킨 자로 고발했고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 받는다는 내용이다.1장은 '변명'의 서론으로 말하는 자는 진실을 말하고, 재판관은 정당하게 결정하도록 부탁하는 내용이다. 2장은 문제 제기로 최근에 나를 고발한 이들과 예로부터 나를 고발한 이들이 있는데 그것은 문제가 있으며 거기에 대해 변명을 시작하겠다는 내용이다. 3장부터 28장까지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으로 소크라테스는 나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어 자신이 현명하지 못함을 입증하려고 했다.그러나 정치가, 시인, 장인들을 찾아갔지만 그들 모두 현명하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고 오히려 부족한 자신을 알고 있는 자신이, 부족함을 알기에 더 현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유로 많은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고 고발당했다. 또 소크라테스는 유신론자이며 청년을 타락시키지 않았음을 변명하고 자신은 무보수로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하고 깨우치기 위해 실천했다고 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선고 받는다.29-33장은 에필로그로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진술이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의 회피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의를 피하는 것이 어렵다고 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사형을 받아들인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각기 자기의 길을 갑시다. 나는 죽기 위해서,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느 쪽이 중요한가 하는 것은 오직 신만이 알 뿐입니다." 라는 비장미가 가슴을 싸 흘러내리는 말을 남기며…….소크라테스의 실천과 신념과 진정성에 고개가 숙여진다. 소크라테스가 거리에서 사람들을 붙들고 깨닫게 해주려고 했던 것은 정의와 용기가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한 뒤에야 비로소 참으로 정의로운 판단과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질문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모순된 것이며 사실은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런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논박술, 산파술이라고도 한다.나도 지식은 소유하고 있으면 되고, 인문학은 공부하여 자신을 성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기만 하는 것은 진정 아는 것이 아니었다. 아는 것을 행하고 느끼는 것을 공유하는 일, 그것이 진실로 아는 것으로 향하는 것. 이것이 인문학의 지향점이며, 우리를 지켜줄 진리가 되는 것이다. 나를 아는 열쇠는 지혜와 진리와 영혼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바치며 돌보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아! 그런데, 나는…….이은영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7-24 16:24:43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파산 직전의 KBS 위기, 대한민국 운명 예고편

2019년 7월 말 현재 국민들의 KBS에 대한 불쾌지수는 장마철 꿉꿉한 날씨 이상이다. KBS 이사이기에 받아야 하는 항의와 욕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KBS 경영진 견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다. 당장 옷을 벗으라는 사람도 많다. 날개 없이 추락하는 KBS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그런데 최근에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KBS 위기가 대한민국 위기, 더 정확히 문재인 정부 위기의 본질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점이다. 우선 KBS와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똑같은 복합 위기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와 외교안보가 뒤엉켜 무너지고 있고, KBS는 경영과 신뢰도, 시청률,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한꺼번에 사선을 넘고 있다. 어느 한 부분의 문제가 아니다. 손바닥으로 가릴 수 있는 구멍은 더더욱 아니다.둘째, KBS와 문재인 정부 위기의 몸통은 리더십 위기이다. KBS는 전임 사장까지 흑자를 보다가, 사장 교체 이후 무서운 속도로 추락했다. 배가 서서히 침몰한다는 침몰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불과 7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6일 KBS 이사회에서 2019년도 예산을 통과시킬 때, KBS 사장은 균형 예산을 달성하겠다며 큰소리를 뻥뻥 쳤다."2019년 균형 예산을 짰는데…그게 뜻대로 굴러갈지 걱정되는 게 상당히 많다."(천영식 이사)"예산 통과시켜 주신다면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그런 경영을 하도록 하겠다…중간 광고와 더불어 광고 수익을 늘리고 그것을 통해서 콘텐츠 수익을 늘려야 되는 그런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KBS 양승동 사장)헛공약이다. 7개월 만에 KBS는 올해 1천억원대 적자를 낼 것이라고 실토하더니, 갑자기 비상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틀거리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도 그렇다.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측했다. 그런데 지금 예측치를 2.2%로 낮췄다.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그 1년 새에 한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세계 경제위기가 있었나. 다른 나라들은 멀쩡하다. KBS와 대한민국의 무능력한 정치 기득권 세력들이 실력을 드러낸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셋째, 위기를 환경 탓으로 돌리는 방식도 똑같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위기의 책임을 일본에 돌리는 기회를 움켜잡았다. KBS는 지상파 시장 전체의 어려움 탓을 하고 있다. 5월까지 통계를 보면, 같은 지상파인데도 SBS의 광고 감소는 10% 정도이지만, KBS는 30% 안팎이다. 그 20%포인트(p)의 격차는 분명한 리더십의 결과물인데도 계속 외부 탓만 하는 것이다.넷째, 대응 방식의 유사성이다. KBS는 향후 5년간 매년 1천억원 이상의 적자를 예고하고 있다. 그건 문을 닫겠다는 선언만큼이나 충격적이다. 그런데도 자기 반성은 없다. 올해 예상되는 1천억원대 사업 손실도 비상 경영으로 1천억원 안팎을 쥐어짜야 가능하다. 세 끼 중에 두 끼만 먹으라 하고, 그래도 빚은 계속 늘어난다는 최악의 '굶자 적자 경영'을 선포한 것이다.국채보상운동 등을 운운하며 백성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 극복 방식도 마찬가지다. 국민에게 책임을 떠안기고 있다. 정부는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후 일본의 대응이 나오기까지 8개월간 손 놓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선제적 대응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뒷북 대응조차 허술하다.다섯째, 정치 과잉의 문제이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적폐, 친일, 과거 등 모든 걸 프레임 전쟁으로 몰아가는 게 신기하게 닮았다. KBS는 특정 이념의 전파 도구가 아니다. KBS 뉴스에서 안 뽑을 정당으로 자유한국당을 적시한 그래픽이 나간 게 우연이라고 볼수 있나. 미래는 어떻게 될까. KBS 직원들 중에는 이대로 가면 KBS가 5년쯤 후에 공중분해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기득권 세력은 국민의 세금을 더 쏟아붓는 방식을 꿈꾸고 있다. 막연히 국민의 호주머니만 노리며, 속수무책 세월을 보내는 게 오늘날 KBS 위기의 진짜 얼굴이 아닐까.대한민국 역시 막연한 환상 속에서 일자리는 줄어들고,경제성장률은 떨어지며,국민들의 갈증과 갈등은 더욱 커져 갈 것이다. 비상 경영에 들어간 KBS가 보여주는 암울한 현재는 대한민국 미래의 예고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멀쩡한 공영방송과 지극히 상식적인 정부를 가지는 일이 이렇게 힘이 드나.

2019-07-24 11:41:40

신순식 독도재단 사무총장

[기고]독도재단 10년, 그리고 일본

일본과의 관계가 심상찮다.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된 갈등이 경제 문제로 번지더니 급기야 외교, 안보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무례와 오만에 화가 나지만 한편으론 국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하다. 경상북도 독도정책관을 역임하고 독도재단에 몸담고 있다 보니 그 긴장감은 배가 될 수밖에 없다.독도재단이 출범 10년을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재단이 생긴 것도 일본의 도발 때문이었다. 일본 시마네현의회가 2005년 소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2006년 2월 22일 제1회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1905년 2월 22일 일본제국이 독도를 시마네현에 강제 편입·고시한 것을 기념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하기 위한 속셈인 것.경상북도와 경상북도의회는 이에 시마네현과의 자매결연 파기, 10월 '독도의 달' 조례 제정, 독도지킴이팀(현 경상북도 독도정책과) 설치 등으로 맞섰고 민간 차원에서 독도 교육과 홍보 등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안용복재단(2014년 독도재단 개칭)을 설립한 것이다.재단 출범 10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다시 일본과 마주하게 되니 부담감과 책임감에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독도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일을 해왔다. 연간 1만 명에 가까운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독도 교육은 이미 전국의 학교, 교사들로부터 정평이 나 있다. 전국 유일의 찾아가는 독도홍보관인 독도홍보버스는 전국 축제장 행사장의 러브콜 1순위다. 국내 체류 외국인 독도 탐방 사업은 정부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국비 사업이다. 대학교에 독도 동아리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시작한 전국 대학 독도 동아리 네트워크 구축 사업은 40여 개의 동아리를 탄생시켰다.해외 활동도 활발해 일본 내 양심적 시민단체인 '다케시마의 날을 다시 생각하는 모임'과 결연을 하고 매년 2, 3회씩 정기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미국의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미국 내 1천여 주말한글학교 모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차세대 한인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독도의 진실을 전파하고 있다. 이처럼 총량적인 면에서 독도재단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21일 재단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독도 영토주권 강화와 독도재단의 역할' 학술 행사는 앞으로 재단이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제시해 주었다.이날 단연 주목을 끈 것은 독도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 점의 고지도 가운데 일본학자 나가쿠보 세키스이의 지도와 그 유사 지도 등 10점을 공개한 것. 일본이 그토록 주장해 온 고유영토론이 허구임을 밝히는 쾌거였다. 또 현재 일본 외무성 등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있는 지도는 막부의 허가를 받지 못한 해적판이라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일본은 시기가 문제일 뿐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억지를 부려 분쟁화하고, 국제사법재판소 등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 자명하다. 일본의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거와 명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독도재단은 이를 위해 독도 자료 아카이브 구축 사업을 강화하면서 국내외 기관,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일본의 주장이 허구임을 밝히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하겠다. 국제법 전문가 등 신진 학자 육성 및 지원도 시급하다.

2019-07-24 11:16:59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매일춘추] 건강과 웰빙의 예술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빅데이터, IT,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정보의 교류 및 통섭이 지배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대중들은 지갑이 없어도 휴대폰에 내장되어있는 카드 정보로 물건을 사고, 입출금 카드를 소지하지 않아도 현금인출이 가능한 심플하고 편리한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로봇과 같은 인공지능에 익숙해진 우리는 간혹 드러내지 못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고통과 상처가 있고, 그 상처는 곪아터져가고 있을지도 모른다.필자가 포스터닥터 과정 중에 하와이 커뮤니티칼리지에서 개설된 표현예술치료 과정을 담당교수의 동의를 얻어 청강하게 되었다. 직장인부터, 노인, 주부를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자가 수업에 참여하였고 그들은 분노와 배신, 좌절, 학대, 폭력에 의한 상처로 치료받고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모래치료로 과거에 대한 기억을 흐트러지게 하고 악기를 이용한 아름다운 소리는 그들의 귀를 회복시켰고 마음의 분노와 좌절은 그들이 그린 그림 한편으로 공감이 되었으며 신체를 움직여 표현되어지는 해방은 심리적 안정을 가져왔다. 그들은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곪아터진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 새 삶을 살아가는 기쁨과 감동을 조심스레 소개했다.최근 우리 사회는 정신적 건강이 점차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예술치유의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현재 예술치료계, 문화예술계, 예술교육계 등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여러 예술 치유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지난 6월 필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통합예술치료학과 석·박사과정에서 주최·주관한 다학제적 표현예술치료 접근의 주제로 4차 혁명시대가 대신 할 수 없는 인간중심·신체중심·감성중심의 통합예술치료 학문을 소개하는 워크숍과 학술제에 참가하였다.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 치료사들이 오래도록 연구한 예술치료이론에 입각한 임상사례가 소개되었고 참여자들이 직접 임상에 적용한 예술치료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예술체험에 따른 개인의 인식 변화에서부터 실질적인 사회변화를 촉매하는데 기여하는 바를 객관적 사실과 지표로 드러내는 지방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심도깊은 연구의 장이였다.예술의 발견, 탐색, 공유의 활동은 인간의 몸과 마음이 자생적이고 자아실현을 통한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가져다주며, 예술치료는 치료를 위한 진단 및 상담과 같은 치료의 개입이 아닌 회복에 대한 믿음을 근거로 한다. 가치관의 혼란과 인간성 상실의 시대로 표현되는 현대에 와서는 메마른 인간성을 회복하는데 예술의 치유적 효과가 집중되기를 기대해보며 필자는 오늘 건강한 웰빙을 꿈꾼다.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2019-07-24 11:15:32

전헌호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누가 종교인인가?

지구의 평균 반지름은 6천370㎞이고, 표면적은 5억1천10만㎢인데, 이 중 육지 면적은 1억4천940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이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행성이다.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1969년 7월 21일 달에 도착한 이래 아폴로 17호까지 여러 명의 우주인이 다녀왔다. 그 후 화성에 가려는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도조차 못 하고 있다.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성공하지는 못 할 것이다.이것은 인류가 살아갈 수 있는 땅은 유일하게 지구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나아가 온 우주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와 같은 생명체는 지구 외의 어떤 천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까지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에 최적화된 생명체인 것이다.우리의 유일한 보금자리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종류는 인류의 인지범위에 와 닿은 것만도 1천만 종류가 넘고 각 종마다의 개체 수는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 인류가 아직 모르고 있는 종류도 대단히 많아서 호기심이 강한 인류가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지구촌에서 살아가는 엄청난 수의 생명체들이 살아 있는 신비에 대해서는 놀라움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 그런데 이 놀라움이란 오직 우리 인간만의 감정과 인식이란 사실이 또한 흥미롭다.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식물, 동물 등 모든 생명체들이 있어서 우리가 이들과의 교류로 삶을 유지해 나가고 있는데 이들은 이 모든 현상에 대해 묻지 않는다. 외부 세계에 대해서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도 묻지 않는다. 묻지 않고 알지 못 하고도 살아내는 것 또한 신비롭기 그지없다.우리 사람만이 이 온 세상의 존재 자체와 그 안에 든 물리, 화학, 생물학적 온갖 법칙들에 대해 묻고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묻는다. 자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외부 세계에 대해 "이 뭐꼬?" 하고 묻고, 나는 무엇이며 누구냐?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삶은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인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진선미는 무엇이며 이 모든 존재 세계의 근원은 무엇인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 중에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자의식이 트이고 이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 깨어난다.묻지 않겠다는 저항을 하지도 않지만 묻겠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지도 않는 데에도 이러한 물음은 나이와 더불어 점점 더 강하고 명료하게 내면의 세계에 자리 잡고는 대답을 요청한다. 이러한 물음으로부터 해방된 존재는 사람이 아닌 존재뿐이다. 사람이 아닌 모든 생명체는 이러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살아 있고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강인하게 실현해 나가지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 한다. 그러고도 살아가는 것 자체는 참으로 경이로운 현상이다.종교인이란 이러한 물음에 답을 구하는 존재다. 필자는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종교인이라는 주장을 하고 싶다. 각자 선택한 삶의 형태에 따라 이 문제와 좀 더 많은 시간을 씨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이 문제에서 해방될 수는 없다. 명료한 인식에 도달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19-07-24 09:45:16

종이에 담채, 97.5×30㎝, 학강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진만(1876~1933) '기명절지'

연꽃이 받침대 위에 올려놓은 큼직한 항아리에 꽂혀 있다. 뒤쪽으로 역시 전용의 받침대 위에 물을 담은 그릇이 놓여있고 작은 숟가락이 걸쳐져 있다. 이것은 수중승(水中丞)으로 연적과 같은 용도인 문방구이다. 벼루에 먹을 갈 때 이 숟가락으로 물을 조금씩 떠 넣는 고식(古式)의 연적이다. 화면 제일 아래쪽에는 열매가 달린 비파 가지가 놓여 있다. 골동품 그릇인 기명(器皿)과 꺾은 꽃가지인 절지(折枝)를 같이 그린 그림인 기명절지이다. 누구나 책상 위에 한두 가지 장식품이나 기념물을 두게 되는데 그것을 옛 사람들은 청공(淸供)이라고 했다. 서재의 물건을 그린 정물화인 기명절지는 문방 생활을 하는 주인의 고상한 취향을 나타낸다.이 그림은 근대기 대구의 독립운동가이자 서화가인 긍석(肯石) 김진만 선생이 그렸다. 선생은 1916년 8월 일본 경찰에 '대구권총강도사건' 주모자로 체포 되었다. 독립군 군자금 마련을 위해 벌인 일이었다. 이듬해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아 대구형무소에서 8년 3개월 18일을 복역했다. 40대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것이다. 선생의 세 아들과 동생이 모두 항일 운동을 한 독립운동가 집안이다.선생이 그림을 그린 것은 1924년 출옥한 이후 쉰여덟의 많지 않은 나이로 작고하기까지 10여 년간이다. 감옥에서 나왔어도 여전히 일본 제국주의의 통치 하에서 살아야 했던 선생은 자신을 일체 드러내지 않는 화은(畵隱)의 삶을 살았다. 기꺼울 수 없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삶의 태도를 '은(隱)'이라고 했다.'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는 '향원익청(香遠益淸)'은 연꽃의 대명사가 되었는데 세간에는 멀리 전해지는 향기를 3가지로 꼽는 여러 버전의 경구가 있다.난향백리(蘭香百里) 묵향천리(墨香千里) 덕향만리(德香萬里)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아무리 짙다고 한들 꽃향기가 백리까지 날아올 리는 만무하지만 여름 연꽃을 보러, 이른 봄 매화를 보러 차를 타고 달려가니 이 말은 턱없는 과장이 아니다. 좋은 그림을 보러 해외까지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가고, 전국에 퍼져 사는 친구들이 동창회에 모여 '주향천리'로 건배사를 하니 둘째 구절도 사실이다. 셋째 구절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다. 어찌 공간적 거리만 따질 것인가. 예술의 향기, 사람의 향기는 시간을 뛰어 넘어 역사가 된다. 7월 30일부터 8월 11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김진만 선생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미술사 연구자

2019-07-24 09:40:00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부조화 속의 조화

'시나위'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위 음악을 들어 봤는가 또는 기억나는 선율이 있는가라고 하면 별로 기억나는 것이 없을 수 있다. 흔히 '시나위'를 두고 '부조화 속의 조화', '혼돈 속의 질서'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는 오롯이 연주자들의 즉흥성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때 그때마다 다른 음악이 연주되기 때문이다.시나위는 무속음악에 뿌리를 둔 즉흥 기악합주곡인데, 대금, 피리, 해금, 아쟁, 가야금, 거문고 등의 악기가 타악기의 일정한 장단(박자) 안에서 즉흥적으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음악이다. 어떠한 악기가 선율적 길을 잡아 연주해가면 다른 악기들이 같이 받아주며 따라 가다가 또 다른 악기가 길을 잡아가면 나머지 악기들이 길을 따라 함께 가주기도 하고, 또 어떠한 시점에서는 각기 다른 선율들을 연주해감으로써 즉흥적인 다성 선율이 진행되기도 하기에 '부조화 속의 조화', '혼돈 속의 질서'라고 일컬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재즈와 흡사한 부분이 많기도 하다. 연주자들 간의 개인적인 실력과 서로 간의 호흡으로 그 음악의 예술성이 결정된다.사람이 살아가는 현실에서도 '부조화 속의 조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자기와 잘 맞는 사람 즉, 상성이 잘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반면 아닌 사람도 있는데, 아닐 경우라도 같은 일을 하게 될 때가 많다. 서로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기 나름의 생각으로 일을 진행하면 어긋나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무조건 친하고 가까운 사람들끼리만 한다고 늘 그것이 좋은 결과만 얻게 되는 것도 아닌 듯하다. 다른 사람들이 모였어도 각자의 개성으로 자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마치 시나위 음악처럼 다양성과 그 속에서 뜻밖의 조화로움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나의 음악 시나위를 위한 실내악 '영원'은 민속 기악합주에 피아노가 등장하여 새로운 음색을 보여준다. '혼돈 속의 질서'로 각각의 국악기들의 스스로의 연주를 뽐내며 진행하는데 피아노는 그들의 중재자 역할을 하여 모두가 더욱 조화롭게 들려질 수 있도록 돕는다.어떠한 일을 할 때 중재자 역할이 있다면 모두의 개성을 받아들이면서 효과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그렇게 하였을 때 그 개성을 뽐낸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더욱 좋은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 시나위 음악에서는 장구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악기들이 각자의 선율로 음악을 진행할 때 장구는 그 뼈대를 지키며 다른 악기들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러다가 가끔씩 음악을 꾸며주면서 악기들을 북돋아주고 힘을 실어주는데, 이것이 중재자 혹은 리더의 여러 덕목 중 하나 아닐까?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7-23 11:27:10

여름철에는 겨울 대비 사료 급여량을 20% 정도 줄여주여야 한다(사진출처: www.shutterstock.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여름, 개와 고양이가 살찌는 계절

여름은 개와 고양이가 살찌는 계절이다.천고마비란 가을철 말이 살찌는 형상을 의미하는데 겨울을 대비하여 살을 찌우고 체내 지방을 축적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본능이다. 하지만 실내 생활하는 개와 고양이가 유난히 여름에 살이 잘 찌는 이유가 있다.첫째로 겨울이면 개와 고양이는 체온 유지를 위해 상당량의 열량을 소모시키지만, 날이 더워지면 대사량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또 더위는 개와 고양이를 나른하게 하며 낮에도 자는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살이 찌기 쉽다.더불어 열대야가 오면 가족들의 야식 타임이 잦아진다. 이에 따라 개와 고양이도 간식 먹을 기회가 늘어나기도 한다.사람이나 동물이나 하루 에너지 소모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영양 공급이 비만의 원인이 된다. 여름철 개와 고양이의 체중 증가를 예방하려면 겨울에 비해 사료와 간식의 급여량을 20% 이상 줄이실 것을 권장 드린다.반면에, 개와 고양이가 여름에 갑자기 살이 빠진다면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개와 고양이도 더위를 먹는다. 개와 고양이는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하는데 환경 온도가 높으면 체온이 급상승하는 고체온증이 발생한다. 오랜 시간 더위에 노출될수록 탈진과 식욕부진, 체중 감소가 나타난다.여름철 풀밭에는 진드기가 많다. 수풀이나 그늘진 풀밭을 다니다 진드기에 노출되어 SFTS(중증 열성 혈소판감소증), 아나플라즈마 감염증 등의 심각한 질병이 전파될 수 있다. 이때 무기력해지고 체중 감소가 나타나기도 한다.특히 노령견, 허약견, 비만견은 더위로 인해 탈수가 동반되는 급성신부전이 올 수 있다. 여름철 반려동물이 식욕이 줄고, 무기력하고, 살이 갑자기 빠진다면 더위 질병을 의심하고 수의사의 검진을 받으시기 바란다.겨울에는 조금 통통한 몸, 여름에는 가벼운 몸이 사계절에 적합한 체형임을 기억하자.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7-23 09:55:22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 어여쁜 대구능금 행복하여라!

'거친 폭풍과 장마가 끝나고 맑은 7월 창공에 뜨거운 여름빛이 진주알같이 반짝이는 능금을 비추어 방실방실 웃음을 띠우게 한다.명산 대구능금 금년엔 일천일백 만관의 생산이 예상된다. 상점에 나란히 갖춘 능금은 궁춘에 초하에 걸쳐 한산하던 대구상계도 홍옥, 국광 등 반년 간 각종 과실의 출하로 활기를 찾고 있다. 어여쁜 대구능금 행복하여라!'(남선경제신문 1948년 7월 9일)7월 땡볕에 대구사과는 진주알같이 반짝이며 결실을 손짓했다. 오죽했으면 '어여쁜 대구능금 행복하여라!'고 끝을 맺었겠나. 보릿고개인 4, 5월에서 초여름까지는 상점엔 팔 물건도 사러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춘궁기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홍옥이나 국광 같은 사과가 나오면 시장도 단연 활기를 띠었다. 그만큼 사과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게다가 대구사과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외화벌이가 되는 농산품이었다.일찍이 대구사과는 명성이 자자했다. 대구에 지금의 품종과 유사한 개량종 사과가 들어온 것은 구한말 이전이었다. 당시의 신문은 1891년쯤 대구에 사는 미국인 선교사가 사과를 퍼뜨린 것으로 보도했다. 자신의 남산동 자택에 사과나무를 심은 것이었다. 정원수였던 사과나무는 몇 해가 지나면서 상업적 재배로 바뀌었다. 일본인들이 사과의 경제적 가치를 알았던 때문이었다.그 이전에도 사과는 있었다. 능금과 사과는 품종이 달랐다. 하지만 개량종 사과가 들어온 이후 일일이 구분하지 않고 능금이나 사과로 번갈아 불렀다. 대구에서는 동촌을 중심으로 사과밭이 퍼졌다. 사과 농사가 본격화되자마자 대구의 대표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당시의 대구특산품으로는 사과 외에도 된장, 간장, 청주 등이 꼽혔다.대구가 사과 생산을 주도하다 보니 해방 후에는 경상북도가 매기는 가격이 곧 전국적 기준이 되었다. 가격 산정은 생산비를 포함한 원가계산서와 업자 측의 가격신청서를 기준으로 했다. 시장 가격보다는 공정 가격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더라도 가게에서 소비자가 사 먹을 때는 이미 산지 가격보다 크게 오른 뒤였다.해방 이듬해 설날을 앞두고 시장물가를 조사했다. 사과 한 개가 3원50전이었다. 당시 미나리 한 속이 10원, 두부 한 모는 1원50전이었다. 한 속은 채소 등의 작은 묶음을 일컫는다.과일 중에는 국내서 재배되지 않았던 밀감이 한 줄에 150원으로 꽤 비쌌다. 지금의 감귤이다. 제철을 지나서 먹는 사과는 어땠을까. 밀감만큼 비쌌다. 생기가 없고 우글쭈글해도 한 개 200원을 넘나들었다. 그때의 사과는 군것질거리가 아니라 끼니보다 나은 보약이나 다름없었다. 배탈 난 아이에게 주스로 갈아 주거나 회복기 환자의 영양식이었다.한국의 명물이었던 '어여쁜 대구능금'은 이제 온난화 등으로 대구를 떠났다. 한때 일본은 이런 대구사과를 대량 구매하겠다고 나섰다가 통관 직전에 취소했다. 625전쟁 직후였다. 남 덕분에 돈은 벌어도 남이 잘되는 걸 그때도 보기 싫어했다.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2019-07-22 18:00:00

김문환 세명대 교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한글, 인류사 알파벳 발달과정의 최신 버전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 영화 '나랏말싸미'한글이 우리사회의 화두다. 빌미는 경상북도 '상주'와 영화 '나랏말싸미'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하며 전국을 8도로 나눌 때 상주에 경상감영이 들어선다. 경상도가 '경주'와 '상주'를 합친 말이라는 데서 상주의 위상이 묻어난다. 상주는 임진왜란 중 경상감영의 지위를 대구에 내준다. 상주 사는 배모 씨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갖고 있다고 해서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라 불린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상주본은 국가 소유로 최종 확정돼 논란을 일단락지었다.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조철현 감독의 영화 '나랏말싸미'가 24일 개봉한다. 세종과 신미대사라는 스님의 관계에서 이야기가 풀린다. 산스크리트 문자, 티베트 문자, 파스파 문자를 깨우친 신미대사가 세종에게 한글 창제의 영감을 안겼다는 게 골자다. 한글 창제의 독창성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터라 웬 산스크리트 문자? 웬 파스파 문자? 하고 놀랄 법도 하다.▶훈민정음 창제과정 적은 해례본"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서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새로 28자를 만드니…." 한글 창제 동기를 세종이 직접 밝힌 대목으로 '훈민정음 예의'라고 한다. 이런 좋은 뜻을 갖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담은 내용을 '훈민정음 해례'라고 한다. 간송미술관에 보관 중인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 간송본'이 그렇다. 상주본은 이 간송본과 함께 제작됐지만, 내용이 더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례는 한글 자음을 발음기관인 입과 목구멍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모음을 천지인(하늘, 땅, 사람)의 철학적인 내용을 기초로 획을 더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당사자들이 제작 동기와 제작 방법(발음기관 상형설+가획설)을 설명해 놓았으니 이보다 더 정확한 고증은 없다. 하지만, 독창적인 형태라고 해서 부호를 합쳐 소리 나는 대로 적는 '알파벳'의 보편적인 발달사에서 한글이 동떨어진 별개의 문자라는 의미는 아니다.▶성현 용재총화 '산스크리트 문자', 이익 성호사설 '파스파 문자'조선 초기 문신 성현은 1499~1504년 사이에 지은 '용재총화'(慵齋叢話)에 훈민정음이 산스크리트 문자, 실학자 이익의 사상을 1740년경 집대성한 '성호사설'(星湖僿說)에 한글이 파스파 문자를 참고했다고 나온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역사 기록을 근거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세종의 작은 형인 효령대군이 승려로 있던 양주군 회암사로 가보자. 고려시대 거대 사찰이자 유교국가 조선에서도 왕실 사찰로 번성하던 절이다. 폐허 위 전시실에 부호 같은 게 새겨진 기와 여러 점이 탐방객을 기다린다. 기원전 7세기경 인도의 인도유럽어족 계열 백인들이 만든 산스크리트 문자다. 불경을 적은 문자다. 산스크리트 문자는 이웃 티베트로 가 티베트 문자로 변한다. 티베트 문자는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의 명으로 1269년 티베트 승려 파스파의 손에 의해 파스파 문자로 진화한다. 파스파 문자는 쿠빌라이가 세운 대원제국의 공식 문자였다. 동쪽 고려부터 서쪽 킵차크-한국의 우크라이나까지 모든 외교 문서는 파스파 문자였다. 1270년부터 대원제국의 속국 고려 왕족이나 고귀 관료, 승려들은 파스파 문자를 해독할 수 있었다.▶페니키아 문자가 지구촌 알파벳의 모태지중해 해안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로 가보자. 높이 1.4m, 길이 2.97m 아히람왕 석관 뚜껑에 170글자 38개 단어의 기원전 1000년경 문자가 새겨져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가장 오래된 알파벳이다. 페니키아 문자는 서쪽 그리스 문자-로마의 라틴 문자로 전파된다. 이 라틴 문자가 오늘날 지구촌 영어를 비롯한 모든 서양 언어를 적는 알파벳이다. 그리스 문자에서 갈라진 러시아 문자도 마찬가지다. 페니키아 문자가 동쪽으로 움직여 기원전 8세기 시리아의 아람 문자-인도의 산스크리트 문자-티베트 문자-파스파 문자로 발전한다. 중국 자금성 전각의 명패마다 보는 한자 병기 만주 문자도 티베트 문자에서 나온 알파벳이다. 태국과 인도네시아 문자, 유대인의 히브리 문자, 이슬람 문자도 모두 페니키아 문자에서 갈라져 나왔다. 15세기 등장한 한글은 인류 알파벳 발달사에서 가장 최신 버전인 셈이다. 뜻글자인 한자와 달리 부호를 연결해 소리 나는 대로 모든 것을 적을 수 있다는 알파벳의 기본 원리는 이미 고려 말 이후 우리 사회에 전파됐다. 이를 바탕으로 독창적 형태의 과학적인 최신 버전 알파벳, 한글이 등장한 거다.

2019-07-22 18:00:00

추어탕으로 유명한 상주식당

[세월의 흔적] <32>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부 보양식…추어탕

동성로 2가, 옛 한일극장 동쪽 골목 안에 소문난 추어탕집이 있다. 1950년대 초반, 상주가 고향인 천대겸 할머니가 가게를 열었다. 처음에는 봉산동 학사주점 입구에서 막걸리․청포묵․돼지고기를 팔았으나 1960년부터 추어탕으로 바꾸었다. 그 뒤 지금의 자리로 옮겨 영업을 해 오다가, 1993년 세상을 뜨자 딸인 차상남이 물려받았다.이 집은 대구의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맛집으로 널리 알려졌다. 대문을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오래된 한옥이 아늑한 분위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문간에 신선한 배추가 차곡차곡 쌓여 있고, 마당을 거쳐 대청마루로 올라서면 이쪽저쪽에 방이 있다. 자리에 앉으면 곧장 음식상이 차려지는데, 추어탕 한 가지뿐이라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간편하다. 오다가다 들려서 한 그릇 먹고 갈 수 있어서 좋다.뚝배기에 담은 추어탕 한 그릇과 밥 한 공기가 상차림의 전부이다. 미꾸라지를 삶아서 으깬 뒤 채로 걸러낸 진국에다 사골로 우려낸 국물에 배추를 넣고 끓인다. 기름진 자연산 논 미꾸라지만을 고집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통 간장만으로 간을 맞추고 있다. 그동안 곱창을 넣고 끓였으나 광우병 파동이 일어난 뒤부터 넣지 않는다. 또한 반찬으로 양념김치와 백김치가 나오는데, 배추를 소금에 싱겁게 절인 백김치가 입맛을 개운하게 해준다. 기호에 따라서 초피가루며 풋고추며 마늘 다진 것을 넣어서 먹는다.추어탕은 오래된 우리네 토속음식이다. 문헌에는 고려 말 서긍이 쓴 "고려도경"에 처음 등장하지만, 미꾸라지는 논이나 강에 흔하므로 그 이전부터 민서들이 먹어 왔을 것으로 짐작된다. 추분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논에 물을 빼고 둘레에 도랑을 판다. 이를 두고 '도구 친다'고 하는데, 이때 진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려고 논바닥으로 파고 들어간 살찐 미꾸라지를 손쉽게 잡을 수 있다. 그것으로 국을 끓여서 동네잔치를 열었으며, 마을 어른들께 감사의 뜻으로 대접하였다.미꾸라지는 보양식 또는 강장식으로 즐겨 먹었다. 예부터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촌 사람들에게는 요긴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 가운데 필수 아미노산이 절반 정도가 되고,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 아주 중요한 라이신도 풍부하다. 그와 함께 무기질과 비타민, 그리고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서 동맥경화증․고혈압․당뇨병 같은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밝혀졌다.동성로 골목 안에 자리 잡은 이 집은 소문난 맛집이다. 고인이 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구를 지나칠 때면 거르지 않고 들렸다는 일화가 있는가 하면, 지금도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나 문화 예술인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일체의 술을 팔지 않을 뿐더러 신선한 배추가 나지 않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는 가게 문을 닫아걸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진 주인은 늘 웃는 얼굴이다.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7-2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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