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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컬럼

 
낚싯바늘을 삼켜 수술을 받은 개 '강복이'.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물고기 잡으려다 개 잡은 낚싯바늘…"호기심에 킁킁대다 꿀꺽"

개들은 호기심이 많아 처음 보는 물건이 있으면 코를 킁킁거리며 입을 대는 습성이 있다. 특히 어린 강아지, 식탐이 강한 개는 무심코 이물을 삼키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이런 사고로 진주에서 급한 수술 의뢰가 왔다. 낚시 바늘을 삼킨 개 '강복이'의 엑스레이 사진에는 복강에 3개, 흉강에 1개의 낚시 바늘이 확인됐다.일단 날카로운 이물질이 입안에 걸리게 되면 개는 캑캑거리며 뱉으려는 행동과 삼키려는 행동을 반복한다. 다행히 이물이 뱉어지면 좋겠지만 이물질을 삼키는 경우, 날카로운 이물이 흉부 식도를 통과하며 식도를 찢고 흉강으로 침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흉강은 심장과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들이 밀집돼있어 흉강 내에 날카로운 바늘이 돌아다닌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강복이의 경우 식도 내에 낚싯바늘이 존재한다면 내시경으로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낚싯바늘이 흉강으로 침투되었다면 흉부를 절개하여 폐와 심장, 대동맥을 헤집으며 바늘을 찾아야 한다.수술에 앞서 여러 검사가 진행되었고 내시경과 복강 수술 뿐 아니라 개흉 수술까지 준비됐다. 마취 후 바로 내시경이 식도로 삽관됐다. 다들 모니터를 바라보며 낚싯바늘이 식도 안에 남아있기를 바랐지만 낚싯바늘은 보이지 않았다. 굵은 낚시줄 매듭이 식도 점막에 박혀진 채 연장선이 위를 향해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이미 낚싯바늘은 식도를 뚫고 흉강으로 들어간터라 수술팀은 서둘러 좌측 늑간 사이를 절개하고 폐를 밀쳐 올리고 심장을 피해 대동맥 주변에 낚싯바늘을 찾기 시작하였다. 엑스레이 사진과는 달리 흉강 내에서 작은 바늘 찾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낚시 바늘은 대동맥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고 주변의 혈관과 심장에 상처를 입히진 않았다.흉강 내 낚싯바늘이 제거되고 찢어진 식도를 봉합 후 복강 내 낚싯바늘 제거하기 위해 장 절개수술을 했다. 장내에 존재한 낚싯바늘은 어렵지 않게 제거됐으며, 식도부터 장까지 하나의 줄에 연결된 낚싯바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친 강복이는 빠른 회복을 보여 6일 뒤 건강을 찾아 퇴원했다.그렇다면 강복이는 왜 낚싯바늘을 먹었을까? 강복이네는 진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인근 하천에는 낚시꾼들이 자주 들렀다. 사고 당일 강복이는 여느 때처럼 하천을 탐색하다 무언가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입을 댄 것으로 보인다. 먹을거리라 판단했지만, 줄줄이 엮인 낚싯바늘이 입안에 걸리며 이미 뱉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보호자가 처음 강복이를 발견했을 때는 입안에 바늘이 보여 제거하려 했지만, 통증과 불안감이 가득한 강복이는 주인의 손길을 허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낚싯바늘은 목구멍을 넘어 사라지고 말았다.순하디 순한 강복이의 눈빛을 바라보니 화가 났다. 낚시인의 취미 생활은 이해한다. 하지만 낚싯바늘이 달린 낚싯줄을 하천에 방치하면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실까? 지난해 창녕에서 낚싯바늘이 목에 걸려 구조된 자라는 낚싯바늘 제거 수술을 받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경산에서 구조된 백로는 발과 날개에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엉켜 외상과 탈진으로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무심코 방치한 낚싯줄과 낚싯바늘은 동물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살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낚시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취미 활동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추어야 한다. 낚시 후 남겨진 쓰레기와 낚시도구들을 깨끗이 챙기는 등 동물들을 배려하는 낚시인의 에티켓이 널리 퍼지기를 소망해 본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SBS TV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알려진 박순석 수의사는 개와 고양이, 조류, 파충류, 특수동물,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들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0-22 09:29:38

청고 이응문 동방문화진흥회장

[기고] 대구 종로의 야산 이달 선생 석비

지난달, 대구 근대골목거리를 대표하는 중구 종로 49-5(풍류골목 '피어나길')에 야산(也山) 이달(李達· 889~1958) 선생의 학문과 정신을 기리는 뜻깊은 석비가 세워졌다.지난달 21일에는 풍류골목 '피어나길' 개막 행사가 종로골목 '무아' 주차장에서 성황리에 열렸다.근대 일제의 만행에 국채보상운동으로 저항한 의기(義妓)들을 추모하는 정자,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식당과 주점들이 함께 어우러져 대구의 새 관광 명소로 각광받는 종로의 중심 골목이다.세인들이 '주역의 달인(達人)' '역학의 종장(宗匠)'으로 일컬은 야산이 태어난 곳은 김천의 구성상원(龜城上院)이다. 야산은 서경 홍범(洪範)과 역경(易經)에서 이름을 딴 홍역학(洪易學)을 제창했다. 유학의 근원이 태극의 음양오행에 바탕을 두었다고 봤기 때문이다.야산은 양력과 음력의 장점을 수용한 주역 책력인 경원력(庚元歷·1944)을 창제했다. 지구의 공전 주기인 6주(周), 360역(易)을 기본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실용 책력으로, 경원(庚元)의 경(庚)은 미래를 여는 후천을 뜻한다. 달력(태음태양력)이 세상에 전해진 이래 주역 원리로 역법을 고정(考定)한 이는 야산이 유일하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에 남긴 대학착간고정(大學錯簡考正·1957)도 야산이 남긴 불세출의 역작이다. 유학의 관문인 어긋난 '대학'의 글 순서를 완벽히 바로잡아 놓았기 때문이다.종로골목의 중앙 거석에는 대둔산 석천암(石泉庵)에서 108 제자를 양성할 당시 홍역학의 취지를 쓴 333자의 부문(敷文)이 새겨져 있고, 대학의 착간을 마친 후 감회를 읊은 시비가 있다."건곤개합종방편(乾坤開闔從方便) 묘재기신갑재경(妙在其神甲在庚) 강령덕지어선(綱領德之止於善) 조목물내급어평(條目物乃及於平)."해석을 하면, 방편 따라 여닫는 천지건곤의 신묘함이 갑(씨앗)이 경(열매)으로 바뀜이며, 대학의 공부 목적인 3강령(명명덕·친민·지어지선)과 실천 단계인 8조목(격물치지성의정심 수신제가치국평천하)과 상통한다는 뜻이다.천지인(3재)이 열리는 3변 과정을 거쳐 8괘를 펼치는 태극의 도를 동방의 삼팔목도(三八木道)로도 일컫는데, 무궁화 태극기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이 3천리 8도 강산이다.그 뒤에는 "무사설야월(無思雪夜月) 무위조창생(無爲照蒼生)".이 10자 한자는 "티 없이 깨끗한 설야의 달빛이 세상을 비추듯이 진실한 마음으로 백성(국민)을 도우라"는 시문이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대구경북에 첫 도지사가 취임할 당시, 축하연에 초대받은 야산 이달 선생이 써준 축시로 전한다. 이 시문에 감동한 관응(觀應·전 직지사 조실) 스님이 불교 법회에서 소개하면서 알려진 시이다.대구의 관광 1번지, 종로 근대골목에서 야산 이달 선생의 석비를 보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옛 선사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색다른 현장 체험학습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18-10-21 14:57:35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상보 반의어

반의어는 서로 반대되거나 대립되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반의어는 어휘의 의미를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두둑'이라는 말을 의미에 대해 '논이나 밭'에서 '흙을 쌓아 올려서' '주변보다 높은 부분'이라고 두둑이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정의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랑'의 반대말이라고 해도 간단하게 의미의 영역을 파악할 수 있다. 반의 관계는 보통 의미 요소들을 나누어 보았을 때 다른 모든 요소는 같고, 단 하나의 요소만 다른 경우에 성립한다. 처녀와 총각은 '결혼 적령기' '미혼'이라는 의미 요소는 같고 성별이라는 요소 하나만 다르기 때문에 반의 관계가 성립한다. 총각과 아저씨는 반의 관계가 될 수 있어도 처녀와 아저씨를 반의 관계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반의어를 유형화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상보 반의어, 등급 반의어, 관계 반의어로 나눈다. 등급 반의어는 '춥다-덥다'처럼 판단이 주관적이고 두 말 사이에 다양한 정도가 있을 수 있다. 관계 반의어는 앞에서 이야기한 '두둑-고랑' '오른쪽-왼쪽' '주다-받다'처럼 상대적인 관계에 의해 형성된다. 상보 반의어는 '처녀'와 '총각'처럼 공유하는 의미 영역이 없기 때문에 동시에 긍정하거나, 부정하면 모순이 일어나는 말이다. 처녀이면서 총각인 경우는 없고, 결혼 적령기에 있는 미혼 중 처녀도 아니고 총각도 아닌 경우는 없다. '죽다'와 '살다'의 경우를 보면 두 개가 동시에 성립할 수는 없지만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다.' '죽었지만 살아 있다.'와 같은 표현도 제법 쓰인다. 이 경우는 역설법이라고 하는 문학적 수사이다.어린 아이들이 반대말 놀이를 할 때 보면 "소고기의 반대말?" "돼지고기!"라고 답하는 경우가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같은 상위 항목 안에 속하는 말로 반의 관계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자기들이 아는 고기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밖에 없기 때문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상보 반의어로 생각한다.(닭고기는 조리법이 달라서 다른 고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상보 반의어를 익히면서 반대, 대립을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세상에는 소고기도 있어야 하고, 돼지고기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상보'(相補)라는 말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여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관계를 말하는데, 아이들이 익힌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대표적인 상보 반의어는 남자와 여자이다. 둘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세상을 완전하게 만들 '상보'의 관계이다.

2018-10-21 14:47:55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가짜 뉴스 대책, 진짜 뉴스가 답이다

디지털 사회 불명확한 사실의 방치가짜 뉴스가 찾고 있는 좋은 먹잇감가짜 뉴스가 파급력을 상실하도록진짜 뉴스 제대로 생산되게 지원을#사례1: 이낙연 총리가 김일성 주석을 찬양했다? 처음 단체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방명록 사진과 함께 이 총리의 김일성 주석 찬양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반박이 이어졌다. 9월 26일 고(故)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조문차 베트남을 방문한 이 총리가 호찌민 전 국가주석 거소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이라는 설명이었다. 구체적인 증거 앞에 처음 사진을 올린 친구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다.#사례2: 북한에 쌀을 지원해서 쌀값이 폭등했다? 시중의 쌀값이 많이 올랐다. 쌀이 남아돈다는데 쌀값이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쌀 몇백만t을 북한에 퍼줘서 그렇다는 얘기가 돌았다. 정부가 미곡 창고를 언론에 개방하고 쌀 유통 과정을 설명했다. 창고에 보관된 비축미를 반출하려면 창고주, 운송회사, 도정공장, 곡물협회까지 동시에 4곳에 연락해야 한다. 몇백만t 쌀을 운송하려면 차량만 수천 대, 관련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비밀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사례3: 북한 유류 지원 사실을 감추려 저유소에 불을 냈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짓이라는 의심은 든다. 문제는 사실관계에 틈새가 있다는 점이다. 화재 초기 불붙은 탱크에 400만ℓ 혹은 260만ℓ 이상의 유류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화재를 신고한 저유소 직원은 4천ℓ라고 말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이처럼 불명확한 사실의 방치는 가짜 뉴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기존 언론의 게으름이 가짜 뉴스의 원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사례4: 최순실의 해외 도피 재산이 300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가짜 뉴스 단속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선 허위 여부를 절대 알 수 없다. 일부에서 아무리 가짜 뉴스라고 신고해도 검경이 단속에 나설 리도 없다. 현 집권층에 불편한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가짜 뉴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명하다. 집권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다. 과거 정권의 '유언비어 단속'이나 현 정권의 '가짜 뉴스 대책'은 결국 같은 맥락이다.표현의 자유 등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위의 사례는 효과적인 가짜 뉴스 대책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시민과 언론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사례는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바로잡은 경우이다. 쌀값의 경우는 정부와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함께 전달한 사례이다.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free market of ideas)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정부가 나서 처벌, 정보 삭제 등의 방식으로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디지털 사회에서 모든 채널의 봉쇄는 불가능하거니와 진짜 뉴스로 가짜 뉴스를 치유할 기회를 상실했을 것이다. 가짜 뉴스가 파급력을 상실한 것은 진짜 뉴스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집권 여당과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이 끝나기 전까지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새누리당이 7건이나 되는 가짜 뉴스 대책 법안을 냈지만 하나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부 여당은 또다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기존 언론들이 진짜 뉴스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도이다. 한마디로 가장 좋은 가짜 뉴스 대책은 진짜 뉴스이다.#사족: '최순실 해외 도피 재산'은 모쪼록 사실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경제도 어려운데 300조원이 국고로 환수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말이다.

2018-10-21 14:47:00

[종교칼럼] 집은 사랑이다

17평 아파트의 1년 임대료가 1천300원이다. 정말 이런 아파트가 있을까? 있다. 독일 바이에른주 아우크스부르크라는 도시에 '푸거라이'라는 사회주택이 있다. 1521년 거부였던 야콥 푸거가 빈민 구제를 목적으로 설립한 세계 최초의 사회공동주거시설이다.푸거가 운영했던 푸거 은행은 중세 말 유럽의 최대 은행이었다. 주요 고객은 황제, 교황, 영주, 추기경, 주교, 상인계층이었다. 푸거 은행에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카를 5세에게 빚 독촉 편지를 보낸 것이 공개되어 있다. 황제가 은행 빚 독촉장을 받고 안절부절못했을 장면을 상상해보라. 당시 은행의 부와 권세를 짐작할 만하다.그는 그렇게 번 돈으로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건물이 67개, 거주 공간이 142개로 150명 정도가 이곳에 살고 있다. 이곳은 워낙 넓어서 도시 내지는 마을처럼 보인다. 1만5,000평 면적의 대지 위에 8개의 골목과 7개의 대문이 있고, 교회, 정원, 분수대, 레스토랑 등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으며, 과거에는 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증조부인 '프란츠 모차르트'가 이곳에서 살았다. 모차르트도 푸거의 도움을 받은 셈이다.설립 당시 1년 임대료가 1굴덴이었던 전통을 이어받아서 오늘날에도 1유로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500년 전 당시로서도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푸거라이가 설립된 이래 5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푸거 가문에서 대를 이어 운영 및 관리를 감당하고 있다니 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금도 푸거라이를 유지하는 푸거라이 재단이 수익성을 내면서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처럼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다.우리는 가을의 한가운데 서 있다.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내가 외우는 시가 별로 없어서인지, 가을에 한 번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란 시를 떠올린다. "주여,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집을 짓지 않습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리면,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라는 구절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가을날 누구는 풍성한 추수를 거두고, 누구는 새 포도주의 향기를 기뻐하는데, 집 없는 사람은 바람 부는 가로수 길을 헤맨다. 가을날 집 없는 이의 아픔이 눈앞에 그려진다. 점점 더 서늘해져 가는 날씨의 변화를 나날이 느껴가며 겨울의 추위까지 걱정이 된다.우리 청년들의 처지가 걱정이다. 인생의 가을까지 집 없이 지내고, 집을 소유하는 것을 완전히 포기해 버릴지도 모를 많은 청년들의 아픈 삶이 오버랩된다.집은 인생이다. 집은 삶이다. 삶은 사랑이어야 한다. 그래서 집은 사랑이다. 사랑이 있는데 집이 없다면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랑할 공간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출산할 것이 아닌가?푸거는 자본주의 이전의 자본가였지만 집만큼은 시장 논리로 보지 않았다. 사랑의 논리로 보았다. 집은 사랑이다. 집은 사랑이 머무는 공간이다. 이제 집에서 재산, 소유권, 투자, 시장이란 단어를 떼어내자. 집은 삶, 인권, 사랑임을 강조하자.가진 것이라곤 집 한 채밖에 없어서 집값이 오르길 소원하는 부모의 평범한 기대가 이제 막 직장을 구하고 결혼을 하려고 발버둥 치는 자식에게는 저주라는 것을 아는가? 부모의 집값이 오를수록 자식 세대는 고생을 할 것이다. 집값의 고공행진이 민족 최대의 저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저주다. 집을 자산으로 보는 시각이 사랑의 시각으로 바뀔 때까지 우리 시대의 저주는 풀리지 않을 것이다.청년이 지금은 사회적 약자이지만 미래는 기성세대의 후원자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노년의 후원자의 싹을 눌러버리면 극심한 손해다. 우리 시대의 푸거는? 거기 누구 없소?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10-19 10:51:51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김영호의 글로컬 과학토크] 질병을 치료하는 뇌파 게임

게임은 참 재밌다. 그냥 재밌다. 중국의 장기와 유럽의 체스를 비롯하여 신라시대 주령구처럼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게임을 즐겨왔다. 요즘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삼차원 영상의 화려한 게임을 즐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혼자 즐기거나 몇 사람이 모여서 즐기는 정도의 게임 수준을 넘어서 'e스포츠'라고 하는 조직화된 문화로 자리잡았다. 이뿐만 아니라 뇌파 게임을 이용해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생각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뇌파 게임 속으로 들어가보자.◆e스포츠 대회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의하면 일반인 1200명을 대상을 조사한 결과 취미로 e스포츠를 즐긴다고 대답한 사람이 45%나 된다. 또한 OGN e스타디움, 아프리카TV, 넥슨아레나 등의 관련 업계에 따르면 e스포츠 경기현장을 찾은 사람이 2016년에 16만 명에서 2017년에는 21만 명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8년 7월에 제주도에서 '2018 서귀포 e스포츠 한마당 대회'가 열렸다. '리그오브레전드', '던전앤파이터', '클래스로얄', '피파온라인4', '스타크래프트', '온라인장기' 등 6개 종목으로 경기가 진행되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들에게 '제10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본선에 참가할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다. 이처럼 혼자나 몇 사람이 모여서 즐기는 게임에서 스포츠 경기처럼 대회로 진행되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또한 이 대회에서 제주도에 있는 기업체가 개발한 뇌파 게임을 체험하는 코너도 마련되었다. 게임을 할 때 컴퓨터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손으로 움직여서 조작하는데 뇌파 게임은 말 그대로 뇌파를 사용해서 게임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뇌파 게임에는 손으로 잡고 조작하는 마우스나 조이스틱 등이 필요 없다. 뇌파를 읽는 헤어밴드를 하고서 집중해서 생각하면 모니터 화면 속 게임이 진행된다.◆뇌파로 게임하기뇌파를 이용한 게임은 국내외에서 이미 십여년 전부터 개발되어 오고 있다. ㈜락싸의 자동차 경주 게임과 활쏘기 게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볼링핀 쓰러뜨리기 게임, 이스라엘 인터랙티브 인스티튜트의 마인드볼 게임 등이 10년 전에 개발된 뇌파 게임이다. 또한 서울대학교 차세대융합기술원에서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뇌파 게임을 2010년에 개발했다. 이러한 뇌파 게임은 머리에 헤드셋을 쓰고 생각만으로 게임을 한다.그리고 2016년에는 세계최초로 스위스 취리히에서 '사이배슬론(Cybathlon)'이라는 사이보그 올림픽 경기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뇌로 제어하여 달리기 시합을 하는 종목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장애인 선수가 머리에 뇌파를 읽는 장치를 착용하고 앉아서 컴퓨터 화면 속 선수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경기다. 즉 생각만으로 화면 속 선수를 달리게 하고 장애물을 피하도록 점프하게 하는 식이다.이처럼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뇌파로 생각하는 대로 게임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최근에는 뇌파와 연결된 가상현실(VR) 게임도 개발되었다. 세계 최초로 생각만으로 조작하는 가상현실 게임을 미국 보스턴에 있는 뉴러블 기업에서 2017년에 개발했다. 이 게임은 가상현실 속에서 로봇과 전투를 벌이는 내용인데 다른 가상현실 게임처럼 컨트롤러가 없이 단지 생각만으로 제어해서 게임을 한다.◆질병 치료하는 뇌파 게임뇌파 신호를 읽어서 게임을 즐기는 기술은 단지 재미를 위한 게임에만 머무르지 않고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뇌파 게임은 뇌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치매와 같은 뇌질환자에게 도움이 되며 우울증 치료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ADHD) 아이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공부를 할 때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것을 하는 주의력이 결핍된 증상을 보인다. 그리고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며 충동적이며 과잉행동을 한다. 미국정신의학협회(APA)에 따르면 어린이 중 5% 정도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의하면 미국에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가진 어린이가 6백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에 어린이와 성인 모두를 포함해서 5만8천명 정도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았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했다.이러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뇌파 게임으로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핀란드 정신의학센터에서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뇌파를 이용한 게임을 통해서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치료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어서 아직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장담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이 발전하여 뇌파 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증후군을 치료할 수 있다면 많은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뇌파로 게임을 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세상에 우리는 이미 살고 있다. 지금까지 몸의 장애가 있어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이러한 뇌파를 이용한 첨단 기술 덕분에 하나 둘 점점 더 가능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0-18 14:39:58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학생'의 참 의미

학생(學生)은 '배우는 사람'이고 영어의 student는 '공부하는(study) 사람(-ent)'이다. 인간은 배움과 공부를 통한 앎·깨침을 사랑하는 동물이다. 길을 가면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저기 왜 사람들이 몰려 있지?" "저 강아지는 종(種)이 뭐지?"와 같은 의문을 던지게 된다. 연구와 사색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하는 일이며, 그것을 통한 깨침은 열락(悅樂)을 준다. 이런 뜻에서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모두가 학생이다.학생의 본래 뜻이 이러하지만 보통은 학생을 '학교에 다니는 사람'으로 본다. 이러한 정의는 좁은 의미의 학생이다. 넓은 의미의 학생은 우리 모두이다. 교육자도 학생이다. 학자로 불러도 마찬가지이다. 학자(學者)도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에서 깨침의 경험을 더 쌓았기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깨침의 길로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정리하면 많은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된다.첫째, 배웠느니 못 배웠느니 하는 심리적인 차별이 없어질 것이다. 넓은 의미의 학생 개념으로 보면 살아온 세월만큼 누구나 학생이었다. 더불어 노인들에 대한 존경심도 자연히 생길 것이다. 지나온 세월만큼 지혜가 켜켜이 쌓인 분들이 아닌가?둘째,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자가 수업 내용과 방법에서 어떻게 사교육자에게 뒤처질 수 있는가? 임용되는 순간부터 공교육자의 지위만 누렸고 학생·학자의 신분임을 망각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공교육자도 갈고닦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학생·학자이기 때문이며 갈고닦음 없이 수업과 강의의 질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셋째, 교실의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수업과 강의는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깨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들을 깨닫게 하는 행위 예술이다. 깨치는 과정과 깨친 것을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앎을 사랑하는 인간의 또 다른 욕구이다. 깨친 것을 자랑하는 아이의 신난 눈망울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수업은 신명나는 잔치판이 될 것이고 수업이 힘들다거나 학생의 태도가 나쁘다는 푸념도 사라질 것이다.넷째, 대한민국을 초일류 국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학생·학자의 자세로 연구와 사색을 한다면 최고의 문화·문명국가가 될 것이고 부강한 나라도 될 것이다. 앞선 나라의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면 책을 읽고 있는 시민들을 더 많이 목격할 수 있지 않은가? 끝으로, 졸업과 퇴직을 이유로 책을 놓아서도 안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평생교육, 독서의 생활화 등도 자연히 실현되며 노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시험의 계절이다. 수험생 누구나 깨침의 환희를 체험하기 바란다. 작든 크든 새로운 것을 스스로 깨쳐보라. 세상이 잠든 시간에 홀로 깨어 연구와 사색을 해보라. 깨친 기쁨의 눈물을 흘려보라. 눈물이 당신의 책장을 적시면 문을 열고 새벽을 맞아보라. 신선한 공기가 밤의 피로를 씻어주는 순간, 이 길을 가다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두려워말고 나아가라. 가다 죽어도 된다는데 어떤 장애가 당신을 막겠는가? 꿈은 이루어진다. 힘이 들거든 기억하라. 시련이 크면 당신의 깨침도 커지고, 따라서 꿈도 커진다는 것을.

2018-10-18 13:17:24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편리한 제품 사용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거의 모든 것에 환경호르몬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제품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줄이는 노력은 해야 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샴푸나 세안제를 쓰지 않는다. 얼굴에 화장품도 바르지 않는다. 일회용 컵이나 플라스틱 빨대도 사용하지 않는다. 조금 불편한 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바깥 활동을 할 때는 미세먼지 흡입을 가능한 줄여야 한다.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고,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사용한다.음식물에 들어가는 첨가물에도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다. 혹자는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권유하는 허용량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허용량에는 2가지 헛점이 있다. 많은 연구결과, 지금은 괜찮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현재 괜찮다는 것이지 또다른 연구결과에는 위험성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오늘까지 괜찮다고 얘기한 것들이 내일은 위험하다는 발표도 나온다. 한가지 물질에 대해 괜찮다는 것이지, 여러 가지 물질이 섞일 경우까지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접촉하는 물질이 하루에 수백 종류가 넘는다.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데, 가장 중요하고 우리가 쉽게 조절 가능한 부분은 음식이다.지구상의 환경호르몬은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고, 흙에 쌓이고 가축이나 생선의 지방에 쌓인다. 그런데 이런 지방의 최종 소비자는 인간이다. 인간이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방법은 지방을 먹지 않으면 된다. 이것이 채식을 해야 하는 이유다.'채식이 좋으냐, 육식이 좋으냐'의 영양학적인 논쟁은 더이상 불필요하다. 내 경험상 살아가는데 영양학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을 뿐더러 중요한 것도 아니다. 가축을 키우기 위해 몇배나 되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굶어서 죽어가는 다른 인간들을 생각할 때, 피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농산물이 남아돌고 값이 폭락하면, 밭을 갈아 엎어버리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지는 않는다. 영양학적으로나 관념적인 접근이 아니라 채식은 단지 환경호르몬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지금까지 얘기한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줄 알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들이다. 이제까지는 선택의 문제였지만, 이제는 필연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환경호르몬 속에는 우리가 깨닫지 못한 더 중요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2018-10-18 13:10:38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 두류공원의 단풍진 낙엽길

무라카미 하루키의 행복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가을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에서 찾아온다 했다.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가을을 느끼는 쉼이야말로 이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닐까?가을은 삶의 쉼표 같은 역할을 한다.10월 중순의 쌀쌀하면서 청량한 느낌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완연한 가을'은 지친 마음을 풀어주는 바람과 신선한 날씨를 제공한다.푸른 가을 하늘이 그리워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오랜만에 느끼는 맑고 청명한 가을의 상쾌함은 눈 안에 들어온 대구 83타워를 따라 하늘을 뚫어버릴 듯이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가을은 이월드와 대구 83타워가 있는 두류공원으로 대구 사람들을 이끈다.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공원은 멀리 단풍놀이를 떠나지 못한 도시민들로 북적거린다. 돗자리를 깔고 와인잔에 젊음을 이야기 하는 청춘들이 머물다간 자리는 이내 또 다른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대구의 가을은 공원을 품고 공원은 사람들을 살포시 안아준다. 낭만적인 단풍과 낙엽이 휘날리는 두류공원의 가을이 뉴욕 센트럴파크의 가을 못지 않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유일까?10월은 축제의 계절이다.10월이면 전국 각지에서 가을의 쉼을 만끽하기 위한 다채로운 축제가 열린다. 젊은이들의 열기가 가득한 대학교 축제부터 가을 가을한 꽃축제까지 하루도 쉴 날이없다.대구도 예외가 아니다. 10만평 핑크빛 물결 '하중도 코스모스 축제', 83타워에서 펼쳐지는 로맨틱한 맥주 축제 '옥토버 페스티벌', 산 전체 오색빛깔 물결 '팔공산 단풍축제' 등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들이 가을을 수놓는다. 축제라는 일상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 속에서 사람들은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한다.행복은 여유에서 나오고 여유는 삶의 쉼표다.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뭇가지 사이로 곱게 물든 가을빛을 눈에 담는다. 대구 도심 전체에 따스하게 내리쬐는 가을 햇살이 금세 사라질세라 연신 눈도장을 찍으며 가을을 예찬해본다.날씨도 하루 하루 사뭇 다르다. 어느새 시월 중순이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때'에 나오는 뉴욕의 가을 센트럴파크 산책 장면을 떠올리며 대구의 가을 두류공원 단풍진 낙엽길을 걸어봐야겠다.

2018-10-18 11:59:25

이헌태 민주당 대구북구갑 위원장

[기고] 4차 산업혁명 대구가 선제대응하자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관심을 갖느냐와는 무관하게 점점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기반으로 물리학과 생물학 등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융합되는 기술혁명이 곧 4차 산업혁명인데, 이 혁명은 지금 셀 수 없이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자율주행 자동차, 3차원 프린팅, 클라우드, 모바일, 블록체인, 유전공학 등이 모두 4차 산업혁명에 속한다.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진행의 속도와 범위, 파급 영향면에서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만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물론 4차 산업혁명이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 전체의 후생 증가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지만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그룹(개인, 집단, 국가)과 뒤처진 그룹 사이의 빈부 격차 확대,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함에 따라 생기는 직업의 감소와 노동시장의 근본적 변화 등은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부작용이다.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부정적인 면이 크다고 해서 우리가 이 물결을 무시하거나 미룰 수 없다는 데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다른 나라에서 앞서가면 우리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실제로 현재 4차 산업혁명은 미국과 독일 중국 등 경제 강대국들이 선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 준비에 있어 세계 25위로 조사되었는데 경제규모 12위에 비교하면 준비가 아주 부족한 상태다.필자는 우리 대구에서도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전략을 수립하고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대구에서도 지금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움직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수성알파시티 안에는 '스마트 시티 허브 모델'이 구축되고 달성 국가산업단지에는 '자율주행차 시험운행단지'가 지정되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사양화되고 있는 섬유산업은 정보통신기술과 접목시켜 '헬스 케어' 분야로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뇌연구원'을 거점으로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분야를 발전시키고,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통해 최적의 새로운 교육환경을 모색할 수도 있다.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처럼 대구시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조직은 '교육의 도시' 대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육성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4차 산업을 선도하고 취사선택할 리더를 양성하는 포럼 및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고 활발한 토론의 장을 열 수도 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는 조례 제정을 주도할 수도 있다.이렇게 각론에 들어가면 의견은 다양하겠지만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대구시와 8개 구군, 지방의회의 관심과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018-10-18 11:33:58

서용선 작.

[지상갤러리]신라갤러리 서용선 개인전(11일~11월 9일)

서용선 '도시를 향한 현상학적 시선'展미국 팝가수 빌리 조엘이 1977년에 내놓은 'The Stranger' 앨범은 거기에 실린 모든 곡이 다 좋다. 그래도 한 곡을 꼽자면 'Just The Way You Are'다. 하루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녁 7시에 이 노래를, 그것도 이 계절에 듣는 건 멋진 일이다. 퇴근길에 반월당 풀하우스에 들러서 저녁 먹는다. 식당에서 나와 코트 깃을 올리고선 차에서 듣던 노래를 이어폰으로 또 들으며 시내를 걷는다. 문 닫을 시간이 된 서점에서 책을 골라 집에 가는 게 내 흔한 하루다. 이렇게 밋밋한 일상을 사는 나를 지켜줄 사람이 있더라도, 막상 하루를 같이 하자고 말하는 게 눈치 보인다. 노래 제목처럼 '있는 그대로 당신'은 심심하지 않을까?서용선의 작품 속 인물의 얼굴에도 권태가 뚝뚝 흘러내린다. 그들의 얼굴은 퉁명함과 화난 표정이 겹쳐있다. 이 이미지는 그 옛날 야수주의의 거친 붓질과 색감을 현현시킨다. 하지만 내 눈에 그의 전시는 어느 사이인가 옛날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민중미술을 지금 이 장소에 레퍼런스로 끌어오는 효과가 더 커 보인다. 나는 그 시간대를 논리적으론 몹시 엉성하나 '가장 최근의 옛날'이라고 이름 붙여보겠다. 빌리 조엘이 인기 가수가 된지 10년도 더 된 시점인데도 옛날이 아니라곤 할 수 없는 그때 말이다. 그 시절의 민중미술 화풍과 지금 그의 그림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작업을 알게끔 하는 인식의 문 열쇠일 뿐이지 그리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그림 한 귀퉁이에 자리한 숫자의 배열이 눈에 들어온다. 정작 그 설정을 듣고 나면 별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일련의 기호는 '가장 최근의 옛날'이 아닌 바로 지금 작가가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장치다. 또 하나, 몇 년간 그의 그림이 보여주는 장소는 많은 사람이 모인 대도시다. 그 안에 이 글을 쓰는 나같이 그저 그런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한 명의 관찰자로서 화가조차 다 알지 못할 줄거리가 화면에 담겨 있다. 서사 예술이 아주 옛날에는 신의 이야기을 다루다가 중세에는 왕과 기사, 근대에는 각별한 운명을 지닌 주인공으로 점점 하향평준화 되어왔지 않나? 이젠 소시민의 이야기만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평범한 시대에 숨겨진 비범함, 어쩌면 작가가 자기 그림 스타일과는 맞지 않은 소재를 택한 것 같은 시대 착오성. 이 어색함이 작품의 매력이다.윤규홍 (갤러리 분도 아트디렉터)

2018-10-18 11:16:21

조영래 대구보훈병원 원장

[특별기고] 축사행정 현실에 맞게 바꾸어야

축사 미세분진 악취 인체에 악영향분뇨 살충제 등으로부터 질환 초래악취 측정 공기 희석 관능법만 인정주관적이고 원시적이며 非현실적축사에서 발생하는 미세분진과 악취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단순히 농촌 냄새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대규모 축사에서 사육하는 동물의 피부 박편, 털, 사료, 분뇨, 살충제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고농도의 부유분진은 호흡기 질환과 눈과 귀 그리고 피부 등에 염증 및 알레르기성 질환 등을 직접적으로 초래할 수 있다.더욱이 먼지에 함유된 중금속 등은 신장과 조혈장기, 그리고 신경계 등에 급성 및 만성 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며, 부유분진은 가축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 항원과 바이러스 및 세균 그리고 유해가스 등의 운반체로 질병 전파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도 있다.현재 우리나라는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배출되는 가스나 연기 등은 환경법의 적용을 받고 있지만 축사에서 24시간 환기통으로 뿜어내는 분진의 경우 관련 규제가 없다. 동물에서 인체에 전파될 수 있는 여러 질병 등을 고려할 때 보건 및 환경 당국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이러한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규모 기업형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현실에 맞는 악취방지법으로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대규모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는 주로 유기물질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생기며, 특히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분해될 때 많이 발생하게 된다. 혐기성 상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악취 물질로는 유화수소와 암모니아가 주류를 이루는데 이들 물질은 대기 중에서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비휘발성 유기물, 유기탄소 등으로 바뀌어서 초미세먼지를 만든다.초미세먼지는 2013년 세계보건기구에서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초미세먼지 제거를 국가 시책의 최우선으로 놓고 있다. 그러나 현행 악취방지법에서 정해 놓은 악취의 기준은 일반적이어서 축사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규제에는 적용이 현실적이지 못한 데 문제점이 있다. 실제 주위에서 견딜 수 없는 악취가 발생해도 현행 악취방지법의 기준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지금까지는 축사 악취로 인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행정기관에서 공기를 채집해 악취의 정도를 측정하는 공기 희석 관능법만이 환경법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측정 방법은 너무나 주관적이고 원시적이며 현실적이지 못하다. 악취는 풍향과 축산주의 눈가림, 그리고 밤과 낮 등에 따라 상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자 측정 장비를 이용해 24시간 측정하는 것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로 대규모 축사로부터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주위 4~5㎞까지 영향을 주게 된다.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현실에서 국민소득 300달러 시대에나 통할 법한 축사 환경 정책은 이제는 개선돼야 한다. 관련 법 미비로 축사에서 감당할 수 없이 불어대는 초미세먼지와 미세분진을 참고 살아야 한다면 대한민국이 어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동참할 수 있겠는가.과거에 농촌 냄새 등으로 포장되었을 축사의 악취가 초미세먼지가 되어 우리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보건 및 환경 당국은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8-10-18 10:23:30

이민규 중앙대 교수·한국언론학회장

[릴레이 기고] 모바일 개편안에도 실종된 지역언론

세계적 권위 신문인 '뉴욕타임스'도 사실 본연의 역할은 뉴욕지역의 뉴스를 전하는 지역언론이다. 뉴욕지역을 기반으로 정론직필의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모바일을 필두로 하는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여 온라인 뉴스 유료화에 성공한 '지역언론'이다.올 여름 탐사보도 총회 방문차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언론인 '뉴스 앤 옵서버'(News & Observer)를 방문하여 그들만의 성공 비법을 접했다. 날씨와 교통 그리고 사건사고 정보를 모바일 플랫폼과 결합하여 그들만의 지역뉴스를 특화하여 새로운 온라인 수익 창출과 퓰리처상을 비롯한 다수의 권위 있는 수상작을 내고 있다고 하였다.이제는 뉴스 소비에 있어서 모바일이 대세임을 직감할 수 있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가 아니라 '모바일 온리'(Mobile Only) 시대를 맞이하여 모바일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임이 드러났다.하지만 지난 10일 '네이버'가 공개한 모바일용 베타 버전에서 지역언론은 볼 수 없었다. 모바일 네이버에서는 '메인 뉴스'가 사라진 첫 화면에 선택할 수 있는 44개 언론사 가운데 지역 소식을 살갑게 전달할 지역언론은 한곳도 없었다.네이버가 PC기반의 서비스에서는 '뉴스 스탠드'를 통해서 일부 지역언론의 기사를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에서는 메인화면에 지역언론이 제공하는 뉴스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대한민국 뉴스 이용자의 70% 이상, 3천만 명이 항상 접하고 있다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서울 소재 신문, 통신, 방송매체 44개만 접속할 수 있고 심지어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뉴스 추천시스템인 '에어스(AiRS)' 추천에도 지역언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모바일을 통한 뉴스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와 다음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포털은 지역언론이 생산하는 뉴스를 단순 구색 맞추기 용으로 생각하고 있어 뉴스의 다양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역사적으로 볼 때도 지역과 지역언론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사회통합과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지역과 계층이 평등한 나라일수록 빠르게 성장한다. 더욱이 뉴욕타임스와 같이 품위 있는 지역언론은 선진사회의 바로미터이다.선진국일수록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노력에 심혈을 기울인다. 왜냐하면 불평등이 심화되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의욕이 상실되어 사회의 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이다.현재 국회에는 지역언론 발전을 위한 입법 발의가 돼 있다. 구체적으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일명 포털)가 일정 비율 이상의 지역언론 기사를 홈페이지 첫 화면에 게재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다.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법안은 네이버의 PC와 모바일의 상이한 편집방향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포털 플랫폼 첫 화면에 게재하는 법안으로 수정 발의되어야 할 것이다.또한 지역정보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언론 발전을 위해 포털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일정 비율 지역언론의 기사를 게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프랑스같은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와 국회는 지역언론의 정상화가 균형개발과 선진사회로 도약하는 핵심 아젠다라는 점을 인식하여 관련법 제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또한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은 중앙언론에 편향된 뉴스 서비스를 벗어나 우리 사회 곳곳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공론장을 형성할 수 있는 지역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생법안 제안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18-10-17 16:23:54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양동마을을 다녀오면서

10년만에 경주 양동을 방문했다. 다른 인연이 있기도 했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서 기대가 컸다. 산책길로 좋았고 잘 보존된 고택도 잘 정비된 산책로도 좋았다. 경상도 반촌(班村)-양반마을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아쉬움도 컸다.우선 안내가 턱없이 부족했다. 인물 소개는 벼슬 나열이 고작이고, 마을과 고택 소개는 공학적 설명으로 끝난다. 회재 이언적 선생이 왜 거유(巨儒)로 불리는지, 성리학의 기초라도 소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주리론, 주기론, 이기일원론이니 이원론이니 말만 들었지 제대로 아는 한국인도 많지 않은데, 설명다운 설명을 찾아 볼 수 없다. 마을과 고택에 얽힌 풍수사상에 대해 영어 안내판은 '토폴로지(Topology...)'로 시작한다. '풍수지리'의 영어 번역이 '토폴로지'긴 하지만, 영어권 사람들은 이를 '위상수학(位相數學)'으로 읽는다.양동을 대표하는 인물, 회재 선생의 이름, 호, 시호도 소개할 가치가 있다. '언적(彦迪)' 선비 언, 큰 인물 언, 나아갈 적, 이끌 적, 그래서 '언적'은 '이끌어가는 큰 스승'이란 뜻이 된다. 아호 '회재(晦齋)'는 '반성하는 집', 시호 '문원공(文元公)'은 '글, 정신문화의 원천'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원래 이름은 외자 '적(迪)' 이었지만, 임금의 명으로 언적이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얼마나 재미난가?'숭례문(崇禮門)'이 무슨 뜻이며 '덕수궁(德壽宮)'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몇이나 될까? 왜 임금의 정전은 근정전(勤政殿)이며 왕비, 태후의 거처는 교태전(交泰殿), 자경전(慈慶殿)인가? 요즘 아무나 입에 달고 다니는 스토리텔링이 별건가? 이런 게 스토리텔링인데. 이런 해석이 없다면 '양동'에서 우리 미래 세대가 무엇을 자랑할 것이며,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무엇을 깨달을 것인가?근대 이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칼 휘두르던 자들이 권력 잡고 국정을 주물렀다. 그 후손이 명문 귀족이 되고, 귀족의 아들은 사관학교를 다녔다. 돈많은 상인들이 무인 귀족에 대항해 궐기한 것이 이른바 시민혁명이다. 우리나라처럼 중세 이전부터 독서계급이 국정을 담당하고 권문세가를 이룬 나라는 극히 드물다. 우리에게는 정신문화, 소프트파워가 군사문화, 하드파워를 통제한 유구한 전통이 있는 것이다.양동을 비롯한 전통 마을에서는 정신 문화를 우위에 놓은 자랑스런 우리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세계문화유산 양동에는, '양동의 추억'을 되새길 책자 한 권, 기념품 하나 없다. 우리야 그렇다 치더라도 일생에 단 한 차례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인류문화유산 '양동'을 기념할 게 아무 것도 없다.이집트에 가면 작은 은판에 이집트 상형문자로 이름을 새겨 목걸이 명찰로 사게 만든다. 고대 이집트 역사의 한 장면을 모티브로 한 파피루스와 면 티셔츠를 판매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양동도 기념품 소재는 쌔고도 넘친다. 무첨당(무첨당이나 향단, 수졸당, 관가정같은 고택의 모형이나 사진, 선비의 갓이나 문방 사우, 기념비의 탁본이나 문헌의 사본, 고지도 형식으로 제작한 양동 마을 조감도...간식조차 여느 서구 관광지마냥 각종 커피와 아이스크림 일색이다. 입구 매점에서는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판다. 외국인을 위해 샌드위치는 그렇다 치고, 인류문화유산의 품위가 있지 컵라면이라니... 한입에 들어갈 작은 크기의 양반가 떡과 다양한 전통차를 설명 곁들여 내놓으면 좋지 않을까?마지막, 마을 입구의 벽화, 꼭 콘크리트로 급조해야 했을까? 어차피 시간 여행인데. 초입의 초등학교도 전통 서원의 건물 배치를 참고했으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

2018-10-17 12:07:01

윤진원 대구시 규제개혁추진단장

[기고]규제개혁,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그동안 여야 간에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많은 논란을 빚었던 규제개혁 관련법이 지난달 20일 국회를 통과하여 정부에서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데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은 지역특구법, 정보통신융합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등인데 모처럼 여야가 서로 입장차를 좁혀서 합의하고 입법에 이르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규제란 행정기관이 국민들에게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모든 것이다.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민원 처리에서도 늘 행정기관이 부과한 규제를 피부로 체감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러한 규제가 사회 전체의 일반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할지라도 새로운 기술의 진보나 서비스의 출현을 막아 기업들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시민들의 삶을 불편하게 하면서, 특정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울타리로 작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얼마 전 대통령께서도 언급한 19세기 말 영국의 적기조례(Red Flag Act)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영국은 당시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마차의 기득권을 위하여 자동차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한 이 조례를 31년간이나 유지함으로써 산업혁명의 선두를 달리고 있던 영국이 독일과 미국에 비해 자동차산업 육성이 뒤처지게 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대구시는 2014년부터 규제개혁추진단을 만들어 그동안 크고 작은 규제타파 작업을 추진해 왔다. 예를 들면 신체 장기이식 범위에 그간 포함되지 못했던 손·팔 이식을 포함해 수술의 위법성을 해소하고, 수술환자들이 관련 보험급여를 받도록 했다. 또 전기차 에너지 소비효율 개선을 통해 화물차도 전기차 도입을 수월하게 함으로써 대구가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가 높다. 이에 따라 정부도 혁신성장을 위하여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우리 시에서도 미래형 자동차, 의료, 에너지, 물, 로봇에 스마트시티를 더하여 5+1 미래신산업 육성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신산업의 성장과 안착을 위하여 규제개혁이야말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이를 위하여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입법방식의 전환이다. 이는 기존 법령에 요건이나 기준이 지나치게 한정적이면 이를 포괄적으로 다시 정의하거나 분류체계를 유연하게 가져감으로써 신산업이나 신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다.두 번째로는 규제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샌드박스(sandbox)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만든 안전한 놀이터다. 이처럼 규제샌드박스 안에서는 기존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이나 임시허가와 같은 형태로 해당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신기술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규제개혁은 이제 선택이 아니다. 혁신성장을 통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관문처럼 되었다.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있듯이 모처럼 규제개혁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금 우리 시도 이 호기를 잘 살려가야 할 것이다. 자칫 변화하는 현실을 읽지 못해서 영국의 적기조례와 같은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8-10-17 11:32:22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매일춘추]무용, 대구의 자존심

10년 만에 대구에서 무용교류전이 있었다. 6대 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 7개 도시가 참여한 가운데 대전, 광주, 인천, 울산, 부산, 제주, 대구의 춤을 16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해마다 지역을 돌아가며 주최하는 교류전은 무용을 통해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의 공감대를 만드는 행사다. 공연을 통하여 지역적 차이와 다름을 이해하고, 그 차이를 통해 지역적인 문화가 가지는 또다른 힘을 확인했다.대구는 공연문화 중심도시다. 전국적으로 무용학과가 없어지는 상황 속에서 대구지역은 4개 대학교 무용학과에서 매년 배출되는 인재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공립 무용단 최초의 대구시립현대무용단이 있으며, 올해 20주년을 넘긴 대구국제무용제가 열리고 있다. 대구시내 큰 극장마다 무용공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지난달에는 청주에서 열린 제27회 전국무용제에서 대구 대표팀이 대통령상인 대상과 최우수 지회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전국무용제란 지역 무용의 활성화를 위해 매년 서울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무용단체가 참가하며, 그 해 행사가 개최된 지역에서 경연을 통해 우수 단체 및 개인를 선발하는 전국 단위의 큰 행사다.전국무용제가 열리는 기간 내내 극장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폐막 공연, 해외 초청공연, 시·도별 야외 축하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이러한 전국무용제에 출전하기 위해서 지역에서는 매년 경합이 벌어지는데, 대구지역의 예선전인 대구무용제는 다른 어느 시·도와 견줄 수 없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2019년에는 제28회 전국무용제가 대구에서 열린다. 1995년 대구에서 개최된 이후 24년 만이다. 물론 유치까지는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구무용협회의 오랜 노력이 있었다. 내년 9월에 전국 단위의 수준높은 무용팀들이 대구를 방문할 것이다. 전국무용제 준비위원회는 남은 1년 동안 잘 준비해서 성공적인 대회를 만들어, 대구 무용의 저력을 다시 한번 전국의 모든 무용인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대구시민 역시 전국무용제를 통해 무용과 더욱 친해지며 나아가 대구무용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국무용제에 나오는 각 지역의 팀들은 적게 잡아도 6~7개월은 연습을 하고 출전한다.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 땀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무대를 대구에서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보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다. 대구는 문화예술로는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 최고라 자부할 만하다. 제2의 도시 부산에도 밀리지 않는다. 무용 역시 대구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2018-10-17 10:04:41

이쾌대의 이여성초상화(연도미상)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숫자로 조선을 읽은 사람, '이여성'  

일제 강점기 화가 이쾌대의 그림 중에 친형 이여성을 그린 것이 있다. 그림 속 이여성은 작은 좌탁 위에 책을 펴 놓고 앉은 모습이다. 한 손은 턱을 괴고 있고, 다른 한 손은 책 위에 놓여있으며 시선은 책을 향해 있다. 그를 둘러싼 벽면은 모두 검은 색이며 군데군데 거미줄까지 보인다. 이처럼 어두운 배경과는 대조적으로, 책 읽는 이여성의 모습이나 그가 앉은 방바닥 색은 밝게 처리되어 있다. 그의 머리카락은 한 올 흐트러짐이 없으며 의복은 정갈하다. 그래서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여성이 만들어내는 강하고 밝은 기운이 어두운 배경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이여성은 식민지라는 깊은 어둠 속에서 빛을 만들어내려 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바로 '숫자조선연구'(數字朝鮮硏究)(1935)이다. '숫자조선연구'란 말 그대로 조선의 현 상황을 숫자, 즉 통계수치로서 나타낸 것이다. 일제는 조선 강점 후 조선의 모든 상황을 수량화, 즉 통계수치로서 나타내는 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전체 인구 중 문맹률은 얼마인지, 농업 종사자의 비율은 얼마인지 등 사회 전반에 관한 수량화가 이루어져야 통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울러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선전하는 데에 숫자로 조선발전 정도를 제시하는 것은 참으로 유효한 방법이었다.이여성은 '숫자조선연구'에서 이처럼 일제가 만든 방대한 통계조사를 재활용하여 일제의 조선통치의 문제점을 비판하였다. 책은 총 5권이며, 집필에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전 인구의 80프로가 문맹으로, 그나마 글을 읽을 줄 아는 20프로 중 한글만 아는 사람이 16프로를 차지하고 있던 조선이었다. 이런 조선에서 한문과 한글을 섞어서 표기한 재미없고 어려운 통계 분석표를 읽을 사람은 극소수 밖에 없었다. 읽을 독자가 별로 없으니 책을 만들어 돈이 될 리도 없었다. 숫자조선에 정통한 이여성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여성은 묵묵히 책을 만들었다.한 명이 읽건 백 명이 읽건 독자 수는 그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책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한 명의 조선인이라도 그 책을 읽고 조선의 현실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책을 읽은 한 명의 앎이 다른 한 명에게도 전해지고, 그렇게 전해지다 보면 그 앎이 모여서 변화의 힘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그 책 한 권이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당장 바꿔줄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않았다. 오히려 긴 시간을 내다 본 작업이었다. 식민지의 깊은 어둠 속에서 이여성은 그렇게 빛을 밝혀가고 있었다.일제강점기를 연구하는 연구자 상당수가 '숫자조선연구'의 통계분석을 참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수 십 년 전 이여성이 남긴 조선 상황에 대한 기록이 후대 연구자들에게 과거 역사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긴 시간을 내다본 경제학자 이여성의 투자는 적중했다. 그의 투자가 적중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투자 목적이 개인적 이익 창출이 아니라 공공의 선(善)의 실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0-17 09:55:31

김민정 작 '무제'

[내가 읽은 책]"뭘 해도 잘 할 거예요."

"너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치는 사람이니까" -23p바쁜 일상에 지쳐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사람에, 사랑에 상처받아서 마음의 병이 생겨 힘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작가는 때론 감성적으로 다가와 따듯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에세이로 현대인의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저자 하태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팔로워 수십만 명을 지닌 'SNS 인기작가'로, 바쁜 일상에 지친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안을 주는 에세이로 유명하다. 전작 '너에게'와 '모든 순간이 너였다' 두 작품 모두 SNS에서 구독자와 활발한 소통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며 큰 영향력을 보여주었다.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생각이 많은 밤을 지닌 나에 대해 위로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랑에 웃고 울고 하는 이들에게는 조언과 방법들을,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이별에 슬퍼하는 사람들에게는 문제점들을, 소소하고 사적이지만 중요한 삶의 순간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한다.독자들을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너, 당신이라고 나오는데 이는 여러분, '그대' 라는 3인칭 대명사와 다르게 친밀하면서 존중받는 느낌으로 전달되어 온다. 또 '뭘 해도 잘할 거예요.', '본 적 없지만 멋있는 사람일 것 같아요.' 같은 말들은 신뢰와 믿음으로 든든한 지원군이 응원 하는 느낌을 받는다."너와는 영원한 여름에 살고 싶어, 차갑지 않은 햇볕이 내리쬐고, 퍽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여름 식고 싶지 않다는 말이야···, 가끔은 봄이나 가을도 괜찮은 거잖아, 언제까지 뜨겁기만 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니까." -113p사랑할 때 설레는 감정들을 사계절인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빗대어 은유적인 표현을 사용하는데, 색다른 것은 계절의 첫 시작이자, 설레는 의미인 봄이 꼭 따뜻하고 싹 틔우는 계절이 아닌 쓸쓸하게 끝나는 이별과 가까운 계절이었으며, 오히려 뜨겁다 못해 타오르는 여름을 정열적인 사랑에 가깝게 표현한 것이 감정에 따라 변화되는 것으로 새롭게 다가왔다."오늘 수천 번 넘어졌다고 해서 나에게는 멋진 순간이 평생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자책하지 마세요. 넘어진 자리에 상처가 생겼더라도 그 상처가 아물고 나면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나아가면 되는 일이에요···. 할 수 있을 거예요. 다시 한 번 일어나기로 해요." -205p책은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잘될 거야', '힘내' 라는 겉치레 형식의 위로보다 '괜찮아', '고마워', '잘할 거야' 라는 긍정적인 말로 순간순간을 격려하며 지난 일들을 차분히 돌아보게 하고, 모든 순간은 결국 나였다.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순간을 함께했던 사람들에게는 감사하는 마음을 갖으며 괴롭고 힘들었던 감정들에 얽매이는 것보다 장면들에 솔직한 감정으로 바라보라고 이야기해준다.지친 밤, 힘들어서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과, 순간에 후회하는 사람들, 걱정이 많아 괴로운 사람들이 책 한 권하며 감정들을 추스르고, 오늘을 정리하고 차분히 내일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김민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0-16 19:00:15

화살이 몸통을 관통해 긴급 구조한 고양이.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제공

화살 관통한 고양이 극적 구조…"혈관·장기 파열 없어 기적"

병원으로 고양이를 구조해 달라는 다급한 전화가 왔다. 먼저 보내진 영상을 보는 순간 소름이 일었다. 화살이 고양이 배를 관통한 채 박혀 있었으며 고양이가 움직일 때마다 화살은 크게 흔들렸다.구조 현장에 도착해보니 고양이는 주택가 슬레이트 지붕 틈새에 숨어 있었다. 학대를 경험한 고양이들은 학대와 도움의 손길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저 인간들이 다가오는 자체가 두렵고 그래서 사력을 다해 피하려 했다.기력이 약해진 고양이는 강하게 맞서지 못하는 상태였으나, 뜰채로 고양이를 포획하는 건 조심스러웠다. 자칫 무리한 포획과정에서 몸통을 관통하고 있는 화살이 격하게 움직일 경우 내부장기나 혈관의 파열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화살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고양이를 포획하려다 보니 한참의 실랑이 후에야 포획이 이루어졌다.포획된 고양이의 몸 상태를 확인하였다. 레포츠용 굵은 화살은 고양이의 우측 옆구리로 들어가 척추 아래 복강을 관통하고 좌측 허벅지를 관통하면서 대퇴골이 부러져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그저 놀랍고 안타까울 따름이었다.진정제를 투여하고 화살대의 깃털 달린 윗부분을 자르고 화살이 덜 움직이도록 조치했다. 이동 중에 고양이가 흥분하여 발버둥 치면 몸통에 박혀있는 화살이 크게 움직여 주변 장기나 혈관의 파열을 심화시킬까 매우 염려됐기 때문이었다.무사히 동물병원에 도착하였고 대기하고 있던 수의사들이 급하게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우와..." 예상은 했지만 다들 놀랐다. 화살은 우측 갈비뼈 뒤편을 관통하여 척추 아래 콩팥과 동정맥을 지나 복강을 관통하고 좌측 후지 대퇴골에 부딪혀 대퇴골이 파쇄 골절된 상태였다.화살이 얼마나 강하게 관통되었는지 상상할 수 있었고 혹여 좌측후지 대퇴골에 화살이 부딪치지 않았다면 화살의 깃털 부분까지 복강을 관통하며 복강 내 장기와 혈관 등을 칼로 베듯이 치고 나갔을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이 장기와 혈관이 밀집된 부위를 화살이 지나가며 혈관이나 장기의 파열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고 대견할 따름이었다.다행히 화살촉이 뭉텅한 형태여서 화살이 몸에 박히는 순간 주변 장기를 밀쳐내어 장기가 파열되지 않은 기적적인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몸통을 관통하고 대퇴골이 부러지는 충격과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수술이 시작되었고 화살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혹시 주변의 장기와 혈관이 추가 손상되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복강 장기들은 크게 손상되지 않았으며 부러진 좌측 후지 대퇴골도 골절수술이 이루어졌다."다행이야... 견뎌줘서 고마워..." 고양이는 빠르게 회복되었고 경계심이 적은 성격의 고양이는 간호사들과도 곧잘 어울리기 시작했다.SBS TV동물농장에서 고양이 사연이 방영된 직후 가해자는 경찰에 자수했다. 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가해자에게는 가벼운 벌금형이 구형됐다.가해자가 고양이에게 화살을 쏜 이유는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고양이 울음소리에 가해자가 화를 참지 못하고 고양이를 겨냥하고 화살을 쐈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발정기 때 특유의 하이톤의 울음소리는 낸다. 짝짓기 신호이다. 과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생명을 앗아갈 만큼 혐오스러운 소음이었을까?피해자가 동물이라는 이유로 한국에서의 동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은 관대한 편이다. 2015년 미국의 FBI는 동물학대범을 사회 중범죄로 규정하고 일선 경찰들에게 동물학대범에 대해 사건 경위와 신상 정보를 FBI에 철저히 보고하도록 조치했다.FBI는 동물학대범을 사회 중범죄로 규정한 이유를 살인, 테러, 반사회범 등의 중범죄자들의 심리적 특성이 말 못 하는 유약한 동물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동물학대범은 우발적 행위라 선처를 주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유약한 동물에 대한 경시와 상대적 우월감이 깔렸다.동물을 학대하고 감정 해소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유약한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범해지는 성범죄, 아동학대 행위와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 사회도 동물학대 행위를 보다 엄중하게 처벌하여야 하며, 생명 존중 문화가 유아 청소년기 교육을 통해 사회의 기본 윤리관으로 정착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SBS TV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알려진 박순석 수의사는 개와 고양이, 조류, 파충류, 특수동물,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들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0-16 16:55:19

임용규 국제레포츠협회장

[임용규의 골프명언] <7>말의 품격

골프를 칠 때, 같은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하는 지는 동반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유쾌한 유머를 즐기되, 너무 과하면 좋지 않다. 상대를 실수를 너무 비웃거나, 욕설 섞인 언사는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다. 매너가 중요한 신사스포츠 골프에서는 말의 품격이 곧 그 사람의 품격이 된다.#1. 말의 품격=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2. 논어=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해 버리면, 덕을 버리는 것이다.#3. 삶이…=세상을 아름답게 살려면 꽃처럼 살면 되고, 세상을 편안하게 살려면 바람처럼 살면 된다.임용규(사진) 국제레포츠협회장

2018-10-16 15:36:09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경제 칼럼] 지역 혁신가들을 뛰게 하라

지역민 상상력과 창의력 고취시켜개인 아이디어 성장동력으로 활용혁신 성장 모임 단기 성과에 급급해정작 풀뿌리 혁신그룹 빠지기 쉬워21세기 들어와 산업화를 이끌어낸 대규모 조직들의 경쟁력과 효율성이 쇠퇴하였다. 이에 따라 위로부터의 낙수 효과에 의존해 왔던 많은 지역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현상으로서 이미 후기 산업사회의 쇠퇴기에 접어든 유럽과 일본 등이 경험한 바 있다. 물론 그 해법도 어느 정도 제시되어 있다.역사적 경험을 통해 볼 때 산업 경쟁력 쇠퇴, 실업자 문제, 지역인구 감소 등 후기 산업화 단계에서의 과제는 경제 주체들의 창의와 혁신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그 핵심에는 분권과 지역 혁신이 있다. 즉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생산력의 핵심은 사람이고 사람의 창의와 혁신성을 극대화하는 지역과 도시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지역과 도시가 기존의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발전 모델에서 벗어나 창의와 혁신의 길로 나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첫째,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혁신가들을 일깨우고 뛰게 하는 일이다. 혁신과 창의는 결국 사람으로부터 비롯되며 지금은 과거와 달리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이들을 움직여야 종래 방관자적 수혜자에 머물러 있는 지역민들을 적극적 참여자로 바꾸어 혁신 성장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둘째, 다양한 분야별 하위 부문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분권화해야 한다. 정보와 자원을 포함한 권력이 중앙과 지방정부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와 일반 사회, 그리고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이 수평적 관계에서 공동의 문제를 찾아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셋째, 혁신의 네트워크와 문화 형성이다. 다양한 혁신가들과 하위 기관들이 상호 신뢰 속에서 서로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활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일구어낸 성과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고유한 혁신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쇠퇴한 산업화 경제구조를 극복한 선진국들은 대부분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경제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지역과 도시들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핵심에는 지역민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취시키고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강점을 살리며, 결국에는 새로운 문화·지식 산업까지를 창출함으로써 지역 전체를 거듭나게 하는 혁신 과정이 존재한다. 한마디로 21세기형 지역 혁신에 성공하려면 개인의 작은 아이디어를 큰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이것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져서 개인은 물론 지역 사회와 국가 수준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요즈음 부르짖고 있는 혁신 성장도 똑같은 맥락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창업 촉진, 지역 발전,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한 정책 모임에 가보면 예산 배분과 단기 성과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혁신가들과의 소통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작 혁신가는 빠진 채 정책 이론가나 행정가들만 모여 탁상공론에 빠지기 쉽다.지난 반세기 동안 전통적인 국가운영 체제와 관습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부와 시장, 그리고 정부와 시민 간의 관계가 하향적이고 계층적이기 마련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역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일방적 예산집행과 권위적 결정에서 벗어나 혁신가와 민간 참여자 간 자율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창업가, 1인 창조기업, 메이커스, 청년 장사꾼, 전문 프리랜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비영리 시민단체 등 다양한 풀뿌리 혁신그룹들과 함께 지역의 미래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2018-10-16 13:48:14

장하빈 시인

[장하빈의 시와 함께] 오독(誤讀) 구석본(1949~ )

TV 자막에서'미녀'를 '마녀', '회장실'을 '화장실','사건'을 '시간'으로 읽었다. 가을날,수목원 나무에 걸린 명패에서'수액'(樹液)을 '추억'(追憶)으로 읽는다. 오독(誤讀)이다. '고목나무'를 '고독나무'로 읽은 날,비로소 알았다.오독이 아니라비워진 마음의 중심에서울려온 말씀인 것을. 이 가을 수목원에는고독나무가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시집 '추억론' (지혜, 2015) * * * 우리는 종종 오독(誤讀)을 한다. '미녀'를 '마녀'로, '회장실'을 '화장실'로, '사건'을 '시간'으로 읽는다. 어디 그뿐인가? '사람'을 '사랑'으로, '사랑'을 '사탕'으로 읽고, '고요'를 '소요'로, '미망인'을 '이방인'으로 읽고, '짝꿍'을 '짝퉁'으로, '모델'을 '모텔'로 읽는다. 즐거운 오독이다. 이처럼 오독은 입가에 미소를 번지게 하는 순간을 낳기도 한다.오독이 왜 생기는 걸까? 흔히,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이 언어의 미로 위에 숨겨놓은 코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한다. 그 과정은 지성적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성적이어서 오독이 생겨나는 법이다. 시인이 '고목나무'를 '고독나무'로 잘못 읽은 까닭은 "비워진 마음의 중심에서 / 울려온 말씀"때문이라 했다. 그렇구나! 오독은 단지 시력 탓이라기보다는 자기 내면의 시선과 삶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서 기인하는 것이리라.'고독나무'가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수목원으로 가 보자. 아마도 지금쯤 '숲'이 '金'으로 활활 타오르고 있으리라.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0-16 13:26:02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뷰티 인사이드(Beauty inside)

여고시절 어느 날, 친구는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만약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법같은 일이 생겨서 그의 영혼과 육체가 다른 사람과 바뀌어 버렸어. 그 때 너는 그 사람의 영혼이지만 다른 육체를 가진 남자랑 살아야 하거나, 외모는 같지만 영혼이 다른 사람이랑 살아야 해. 어느 쪽을 선택할거야?"참 엉뚱한 질문이다. 마흔이 넘은 이 나이에 그 때의 질문이 생각나는 것은 '뷰티 인사이드'라는 드라마의 방영소식 때문이다. 매일 아침 새로운 육체로 태어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이미 같은 제목의 영화로 상영된 바 있다. 그 때도 주인공의 사연이 흥미로웠지만, '우리는 상대방의 무엇과 사랑하고 있는 걸까'라는 다소 진지한 자문을 해보았던 기억이 있다. 정말 인간에 대한 관심은 심장의 두근거림과 같은 육체일까. 육체의 움직임을 관할하는 내면일까. 시원한 답은 없다.개운치 못한 이러한 질문은 최근 생명존중 강의를 의뢰받은 후, 더욱 진지하게 다가왔다. 생명존중 강의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율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몇 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자살에 대한 이해와 예방 등의 정보공유 외에 뚜렷한 성과를 못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생명존중이란 것을 알고는 있지만 존중의 대상인 '생명'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의 주인공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이 육체인지 내면인지 모르는 것처럼, 우리도 어쩌면 존중해야 할 대상을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 마치 영어단어나 문법을 정확히 모른 채, 문장을 해석을 하려는 오류처럼 말이다.존중의 대상인 '생명'의 사전적 정의는 '목숨'을 가진 존재를 뜻하기도 하고, 생명체로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남자는 의리가 생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의리가 목숨을 가진 존재라는 뜻이 아니라, 의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생명은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한 번 끊어지면 재생이 불가하고, 누구나 한 번밖에 가질 수 없는 목숨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있는 상태에서 발견되는 생명력으로 보는 것이다. 험한 세상을 꿋꿋히 살아갈 수 있는 저력, 그것이 바로 생명의 또 다른 의미다. 풍선은 공기가 빠진 상태보다 풍선 가득 공기를 갖고 있을 때, 두둥실 하늘로 떠오를 수 있다.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은 단순히 코로 숨 쉴 때가 아닌, 숨이 턱에 차 오르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강렬한 내안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낄 때다. 앞으로의 생명존중은 목숨을 유지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생명력을 갖는다는 관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이제서야 내 친구에게 말할 수 있다. 매일 변해가는 외모보다 늘 변화시킬 수 있는 내면을 택하겠다고 말이다. 하늘에 떠 있는 풍선의 풍만한 아름다움은 풍선 안에 가득 고인 공기가 만들어 낸다는 '뷰티 인사이드'의 대답처럼.

2018-10-16 11:29:41

[권영재의 대구음악 유사]기생 춘도(春桃)

어느 해 동해의 작은 포구를 산책하다가 '춘도 집'이라는 옥호를 붙인 목로주점을 발견했다. 가슴이 뛰었다. 그 집에 춘도(春桃)가 살고 있는 것일까?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춘도라는 기생이 살았다. 관사(官舍)촌인데 그런 사람이 살았으니 그녀는 죄인처럼 동네를 출입했다. 남의 눈을 피해 행동을 해 그녀를 본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춘도는 의성군 금성이 고향으로 입하나 덜 욕심으로 어릴 때 식모살이하러 우리동네로 왔다. 그 때는 명자였다. 장작불을 땔 때도, 빨래를 할 때도, 나물을 다듬을 때도, 설거지를 할 때도 늘 노래를 불렀다. 어느 날부터 그 명자가 보이지 않았다. 소문에 기생학교로 갔다는 말이 들렸다. 당시에 대구에는 권번(券番)이 두 곳이 있었으니 그 중 어느 한 곳이 갔으리라 생각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연예인 양성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들어간 셈이다. 몇 년 뒤 식모살이 하던 그 명자가 춘도가 되어 기둥서방과 함께 우리 동네에 살려왔다.명자는 모든 노래를 다 잘 부를 수가 있었다. 그 중 소위 '18번'은 '화류춘몽(花柳春夢)'이었다. "꽃다운 이팔소년 울려도 보았으며, 철없는 첫사랑에 울기도 했더란다. 연지와 분을 발라 다듬는 얼굴 위에, 청춘이 바스러진 낙화신세, 마음마저 기생이란 이름이 원수다/ 점잖은 사람한테 귀염도 받았으며, 나 젊은 사람한테 사랑도 했더란다. 밤늦은 인력거에 취하는 몸을 실어, 손수건 적신 연이 몇 번인고, 이름초차 기생이면 마음도 그러냐?/ 빛나는 금강석을 탐내도 보았으며, 겁나는 세력 앞에 아양도 떨었단다. 호강도 시들하고 사랑도 시들해진, 한 떨기 짓밟히운 낙화신세, 마음마저 썩는 것이 기생의 도리냐?"-노래 이화자, 작사 조명암, 작곡 김해송.이화자는 신민요의 대표 격이다. 춘도와 이화자의 삶은 똑 같았다. 1934년까지 인천권번에 이화자의 이름이 있다. 아마 그 후 대중가요계로 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그녀가 부평 '니나노 집'에서 술집 접대부로 있을 때 '눈물 젖은 두만강'을 부른 김정구의 형인 김용환(작곡가)이 노래 잘 부르는 작부가 있다는 말들 듣고 부평으로 갔다. 주근깨 많은 이화자가 젓가락 두드리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렇게 스카우트된 그녀의 노래는 날아 갈수록 인기를 얻어 돈도 제법 많이 모았으나 방탕의 길을 걸었다. 아편을 맞기도 하고 문란한 성적 행각을 하며 살다 젊은 나이에 추운 겨울밤을 헤매다가 삶을 마감한 비극의 여인이다.춘도는 이미 노파가 되어 있었고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나에게는 그녀의 옛 얼굴이 보였다. 옛날 이야기를 한 참 하니 그제야 세삼 반가운 만남이 되었다. 그 후 가끔 그 술집에 가면 춘도는 항상 술에 절어 살고 있었고 경찰관 출신인 기둥서방 영감이 가게를 그럭저럭 꾸며나가고 있었다.춘도에게 왜 기생 때 이름을 옥호로 달고 있었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권번 출신의 자부심일까 아님 우리 동네서 받은 설움을 바닷가에서 날려 보내려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그 포구를 가지 않게 되었다. 꼬불거리던 옛길은 곧은 신작로로 바뀌고 동네의 헌집들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두가를….“춘도집 작부들과 수작(酬酌)하며 젓가락 장단에 같이 불러보던 '선창'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2018-10-15 13:48:17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라라를 지나쳐간 남자들

선이 지나치면 악이 되는 것 같다고 했지요? 자기 옳음이 강한 사람이 부담스런 이유입니다. 자기 방식이 아닌 것은 무조건 '악'으로 규정하면서 정의의 이름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인간이 용감한 사람일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이 가까운 사람일 때 가까운 사람은 치명적 상처를 입습니다. 닥터 지바고의 라라처럼 말입니다.라라는 지바고의 소울 메이트라 할 수 있지만, 소용돌이 멈추지 않는 돌물목 같은 그녀의 운명은 그녀를 혁명가 스트렐니코프의 부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적 공간도, 둘만의 시간도, 둘만이 나눌 언어도 없는 남자가 남편일 때 삶은 얼마나 각박할까요? 더구나 상대는 라라인데.라라의 남편 스트렐니코프는 정의와 평등과 민중의 빵을 위해 싸우는 대단한 혁명가지만, 라라에게는 없는 남편, 삶을 흔드는 위험한 남편이었습니다.아마 스트렐니코프가 라라 곁에서 오손도선 정붙이며 살아간 시간의 두께가 있었다면 그렇게 무표정하게 비인간적인 정치인으로는 죽지 않았도 되었을 것입니다. 혁명을 하든, 정치를 하든, 사업을 하든 자기 표정이 없는 자의 세상은 자기 세상이랄 수가 없어서 자꾸 세상을 두려운 곳으로, 무서운 곳으로, 지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그래서 그보다는 코마로프스키가 낫다는 친구가 있습니다. 코마로프스키가 누구냐구요? 라라를 사랑했으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라라에게 다가가고 모욕적인 방식으로 라라와의 관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개혁의 대상이었을 법한데 전쟁과 혁명의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수완 좋은 사업가 말입니다. 그는 끝까지 라라의 생존을 책임지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글쎄요, 생존보다 중요한 것이 자존감인 라라에게 그것이 통할까요?어쨌든 세상을 믿지 않고 사람을 믿지 않아 세상이나 사람에 대한 기대도, 실망도 없는 그는 세상이 지옥인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며 자기 힘으로 지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익힌 능구렁이이니 어쩌면 자기 옳음이 강한 사람보다는 현실적일 수 있겠습니다. 그가 라라가 파샤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의 말은 정말 적확했으니까요. "그래, 그는 고매하고 순결한 남자야. 세상의 존경을 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멸시를 받고 있지, 불행을 잉태하는 남자야, 특히 여자에게는."젊은 날 그저 싫기만 했던 코마로프스키의 매력을 발견했다는 친구의 말에 '닥터 지바고'를 다시 보는데, 내 눈에 여전히 그가 역겹네요. 나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 지도, 얼마나 불행한 지도 모르는 파샤도 싫지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손에 넣고마는 코마로프스키의 탐욕도 그만큼 싫습니다.젊은 날 나는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경험하면서도 엄살떨지 않고 꼿꼿하게 인간의 길을 가는 아름다운 라라를 사랑했는데, 이제는 남자들이 보이네요. 역시 '의사 지바고'의 매력은 지바고에 있습니다.지바고에게는 엄마가 없지요? "진흙은 검게 변하고 그릇은 깨어졌도다." 엄마를 차가운 흙속에 묻는 날 사제가 읊는 노래를 소년 지바고는 어떻게 들었을까요? 그 엄숙하고도 슬픈 자리, 무서운 노래가 그에게는 묘하게도 생에 대한 감수성이 된 것 같습니다.지바고에겐 채워지지 않은 공허가 있습니다. 거기에 그리움이 깃들고 그리운 것들이 시가 된 거지요. 그는 엄마가 남긴 발랄라이카의 선율을 듣고, 현미경 위에서 노는 세균들의 춤을 봅니다. 모독당한 사랑에게 총을 겨누는 여자의 행위에 대해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혁명의 와중에서 피 흘리는 사람들을 적군, 아군 가리지 않고 싸매줍니다. 의사로 살든, 혁명의 시대를 살든 그는 시인입니다. 수완 좋은 사업가의 눈에 그는 현실을 모르는 몽상가고, 혁명가의 눈에는 민중적인 삶을 외면하는 부르주아지만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내면의 소리를 듣는 거지요? 그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소문과 상식의 세상을 살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으로 듣습니다.당연히 그는 생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답을 갖고 있다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라라와의 사랑을 따라가겠습니까, 라라의 영상을 따라가다 쓰러져 죽겠습니까?"우리 모두는 어머니로부터 태어납니다. 모든 인간은 동일한 심연에서 유래합니다." 헤세가 '데미안' 서문에서 한 말인데 바로 지바고를 두고 한 말 같습니다. 지바고에게는 심연이 있고, 그 심연은 헤세가 말한 대로 바로 '어머니'에게서 유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똑같은 운명을 살고 잇는 것은 아닙니다. 헤세가 지적했듯이 제각기의 심연에서 건져내는 운명은 고유합니다. 시인은 바로 그 고유한 운명을 따라가는 자인 거지요?

2018-10-15 13:40:58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축적의 시간, 70년

지난 여름, 국립창극단의 '흥보씨'를 보기 위해서 서울 명동예술극장을 찾았다. 우리말, 중국말, 일본말이 뒤섞여 와글와글 정신없는 명동 한복판에서 침착하게 존재를 드러냈던 그 공간이 새삼 기억난다.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시공관, 국립극장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운영되다가 수십년 공백기를 거친 후 몇 년 전 명동예술극장으로 재탄생한 역사적 장소다. 한때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심장이었던 그곳에서 지금으로부터 70년 전, 무슨 일이 있었을까.때는 1948년 1월 중순. 기세등등했던 추위에도 불구하고 여러 날 동안 명동 시공관 일대에 멋쟁이들이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몰랐던, 음악인도 잘 모르고 관객은 전혀 몰랐던 오페라 때문이었다. 조선오페라협회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椿姬, 라 트라비아타)'를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는데, 닷새동안 10회 공연 전석매진이라는 진기록이 만들어졌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이 펼쳐졌던 것이다.7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오페라 관객수는 한 해 42만 명 정도로 집계될만큼 외연이 커졌다. 국제콩쿠르에서, 해외극장에서 한국 성악가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이제는 번듯한 오페라하우스도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 성남아트센터에 각각 오페라하우스가 있고, 단일건축물로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있다. 그 중 실제로 일년 내내 오페라공연을 선보이며, 16년째 국제오페라축제를 펼쳐오고있는 오페라하우스다운 오페라하우스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유일하다는 평이다.일찍이 한국서양음악이 뿌리를 내린 곳, 박태준과 현제명 같은 걸출한 작곡가들을 키웠으며 1952년 이후 각 대학에 신설된 음악과에서 전문음악인들을 배출한 도시가 우리 대구다. 대구시립오페라단 창단,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민과 관이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는 전문가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관심과 열정을 보탠 결과라고하겠다. 결국 7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 오페라를 중심으로 축적된 시간의 힘이다.다가올 19일과 20일,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제16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을 올린다. 물론, 대한민국 오페라 70주년 기념작이다. 명실상부 오페라의 메카답게 일찌감치 전석매진을 알렸다. 훗날 대한민국 오페라 100주년의 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부터 함께 축적해나갈 또다른 시간들이 자못 기대된다.

2018-10-15 10:25:38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가을에는 연서

그냥 참 좋았습니다. 우리가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 뒤를 따라 걷고 있을 때, 당신은 모르는 척 혼자 걸었습니다. 가을볕 가득히 떨어지던 그 교정, 그 나무. 그늘을 키우던 나무 아래서 우리는 그저 까르르 웃음을 키웠고, 꿈도 키웠습니다. 당신은 그런 우리를 그저 모르는 척하셨지요.옛날이야기군요. 시간은 어느덧 이토록 멀리 와 버렸네요. 이제야 고백하지만 그때 우리들은 온 밤을 숱하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설익은 시절이었다고 말씀하신다면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저무는 거리를 걸을 때, 깊은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 혹은 어느 성악가의 노래를 들을 때, 가을볕 내리는 어느 교정에 서 있을 때, 당신이 문득문득 떠올랐습니다. 오늘처럼 노을이 짙거나 혹은 청명하게 맑은 날엔 누군가에게 연서를 쓰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는 바람에 띄우고 싶습니다. 시간 지나고 나면 설령 이런 감정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할지라도 꼭 한 번은 그래 보고 싶습니다. 저무는 거리를 바라보며 어느 찻집 구석에 앉아 누군가가 읊어주는 시도 듣고 싶습니다.어느 시절, 내가 그토록 즐겨 읽던 시집의 한 페이지에 집을 짓고 있는 당신. 그 페이지에서 나는 영원히 살고 있으니, 기록된 시처럼 당신은 허공의 연인 되어 영원히 내 가슴에 살고 계십니다. 나는 매 순간 세상의 언어를 엮어 그대에게 화답하고 싶으나 아직은 내 언어 한없이 서툴러 그저 벙어리가 되었습니다.계절이 무르익는 오늘, 가을볕 쏟아지는 교정에서 조금은 어색해도 좋으니 뒤돌아보지 않는 그대를 따라 나도 걷고 싶습니다. 행여 우리 눈이 마주친다면 내가 먼저 수줍어 고개부터 숙일지 모르나, 꼭 한 번은 그리해 보고 싶습니다.바라건대, 내가 그대를 연모하는 마음, 평생 그대는 알지 못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들꽃 흐드러지게 피는 금오지 둑길 다시 걸으며,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나는 차마 고백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우리들의 여고시절은 고백하지 못해 더 아름다웠습니다. 누군가의 뒤에서 연모하는 마음으로 따라 걷는다는 건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설령 설익은 사랑이었다 할지라도 그때는 최선이었고, 실로 어마어마한 떨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살면서 그리워할 누군가가 있다는 건 아름다운 일입니다.지금도 계절은 깊어지고 있고,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설렘이 일어납니다. 운동장 저만치에 꼭 당신이 서 있을 것만 같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못한 이 말, 그저 당신이어서 그랬습니다.

2018-10-15 10:19:19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세계의 창] 스웨덴식 사랑법(Swedish Theory of Love)

스웨덴 체제 핵심 개인 독립·자율성어떤 형태로든 의존하는 것 싫어해온정주의 벗고 사회 보편 관계 조성한국도 보수·진보 통합 가치 모색을스웨덴의 민물가재 파티(crayfish party)는 북반구의 여름 절정에서 만나는 축제다. 스톡홀름대학의 한 파티에 초청받아 그들의 놀이 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민물가재 그득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왁자하게 먹고 마시던 중 누군가 술잔을 스푼으로 부딪쳐 주목을 끌더니 짧은 인사에 노래 한 소절을 선창한다. 참석자들이 일제히 다음을 받아 멋진 합창이 되었는데 노래가 끝나 건배를 하고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잠시 후 다시 누군가 선창을 하고 합창을 일궈내고 서너 시간의 파티는 그렇게 이어졌다.하지축제, 성탄시장, 가족모임에서도 스웨덴 놀이의 공통점은 합창과 군무이다. 부모와 아이, 모르는 사람끼리도 함께 어울려 100년, 200년도 더 된 전통 민요와 동요를 부르며 기막히게 율동을 맞춰낸다. 이쯤 되면 개들도 주인을 따라 들고 뛰며 대동사회 분위기에 동참한다.우리의 놀이 문화를 새삼 짚어본다. 명절 가족모임에서 아이들이 '곰 세 마리'를 부르면 어른들은 손뼉을 치며 흥을 돋운다.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는 공연하고 어른은 관객으로 남는다. 아이로서는 평생 치르게 될 개인 플레이를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랄까.노래방에서 만나는 어른들의 놀이 문화를 보자.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로 어깨동무하는 순간은 마지막 곡이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는 개별 독창의 연속이다. 탬버린과 춤으로 흥을 맞추는 이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조연 내지 관객이며 주인공은 분명 마이크를 잡은 사람이다. 재미를 위해서지만 화면의 점수를 확인해가며 내기를 하는 건 역시 성과주의 경쟁에 익숙한 우리의 모습이다.북유럽은 어느 나라보다 사회 중심의 공공가치에 강하다. 연대성과 협력은 이들에게 절대 덕목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북유럽의 사회공공가치가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에서 출발하고 개인주의와 밀착되어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역설이다.역사학자 트래고드(Trägårdh)가 명명한 '스웨덴식 사랑법'은, 진정한 사랑과 우정은 의존하거나 불평등한 관계가 아닌 독립된 주체 간에서만 가능함을 의미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어떤 형태로든 의존하는 것을 싫어한다. 한 세기를 거쳐 스웨덴이 추구해온 정책과 제도의 핵심은 개별 주체가 모든 형태의 종속과 의존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은 자선으로부터, 노동자는 고용주로부터, 아내는 남편에게서, 아이는 부모로부터, 노년의 부모는 장성한 자녀에게서 독립하는 것." 법과 정책의 기본 목표는 개별 주체가 주변의 사적 의존에서 벗어나 사회 일반의 보편적 관계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었다.가까운 이들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심리적 의존과 부담이 없다는 건 어떤 뜻일까? 가족 친지에게 대하듯 타인에 대해서도 배려, 칭찬, 평가, 비판 등을 공정히 동등하게 할 수 있는 사회. 특별히 챙기고 봐줘야 할 이유도, 잘 보이고 비굴해야 할 이유도 없는 관계. 내 가족, 내 친구, 내 사람이라는 온정주의와 배타주의에서 벗어나 개인주의에서 공동체주의로, 사회중심가치에서 개인주의가치로, 확장과 수렴이 유연한 체제-일단의 사회학자와 인류학자들은 정반대일 것 같은 개인주의와 사회공공가치가 북유럽에서는 실제로 긴밀하게 결합되어 온 점을 흥미롭게 주목하고 있다.이를 보면, 한국 보수세력의 자유주의론과 진보세력의 민주주의론이 스웨덴식 통합의 길을 함께 모색해보는 건 어떨까. 합리적 개인가치와 공동체 사회가치를 결합한 한국식 사랑법이 나올 법도 하다.

2018-10-15 10:12:10

조규택 계명문화대 교수

[기고] 필리핀의 희망, 애국 조회

지난여름 필리핀 동 네그로 지역(Negros Oriental Division)의 주도인 두마게티 근처 한 초등학교에서 약 2주간 노동과 교육 봉사활동을 수행했다. 필리핀은 오랜 기간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미국의 통치를 받았으며, 제2차 대전 때는 일본의 침략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유엔군으로 참전한 16개국의 일원이었다. 그만큼 자유 우방으로서 높은 의식을 가졌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필리핀을 보면서 70여 년 전 우리를 도왔던 그 나라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수도 마닐라를 비롯한 필리핀의 전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산업시설을 거의 볼 수 없었고 도청 소재지 규모가 우리나라 소도시 정도였다. 경운기 수준의 탈것에서 최고급 세단에 이르는 자동차들이 거리를 달리지만 매연을 걱정하거나 단속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주민들의 생활상은 천태만상으로 빈부의 격차가 지나쳤다. 으리으리한 대저택은 3m 정도의 높은 담으로 둘러 있지만, 코코넛 잎이나 대나무로 지어진 허름한 민가에선 텔레비전은 고사하고 선풍기조차 없었다. 게다가 노동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원자재에 비해 가장 싼 것이 인건비였으며, 종일 일을 해서 버는 돈이라야 우리의 시급에도 미치지 못했다.그럼에도 필리핀의 희망을 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소위 '애국 조회'란 전체 모임을 통해 매일 아침 교사와 학생들은 정규 수업 전에 국민체조와 같은 몸풀기와 나라를 생각하는 의식을 수행한다. 내가 초등학교 때 경험했던 전교생 조회와 같은 것이었다.우리도 30~40여 년 전, 전체 조회를 통해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기도 하고 운동장에서 국민체조를 했다. 국가 정체성을 담은 국민교육헌장을 맹목적으로 외웠지만, 철이 들면서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고 실천하고자 애썼던 기억이 새롭다.또한 틈만 나면 축구나 달리기를 하거나 철봉이나 미끄럼틀 같은 기구를 이용하면서 신체를 단련했는데 필리핀 초등학생들이 그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본다.지금 필리핀이 비록 가난하고 어려운 경제상황에 처해있지만 그들의 애국 조회를 보면서 곧 크게 발전할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1억 명이 넘는 인적 자원이 필리핀의 미래 자산일 것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중등과정을 4년에서 6년으로 확대하면서 교육의 밀도를 높였고, 대학 진학률은 65%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나는 25명 전후로 이루어진 학급에서 한글 교육을 했다. 학생들은 영어와 따갈로그어, 그리고 지역 방언을 동시에 사용해서인지 상대적으로 언어 감각이 뛰어났다. 1시간의 한글 교육으로 자음과 모음을 읽고 쓰고, 각자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학생들의 놀라운 이해력을 통해 필리핀의 밝은 미래를 보게 되었다. 봉사활동을 통해 확인한 애국 조회와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필리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임을 확신하면서 우리나라 어린이들도 몸과 마음을 더 튼튼히 하고 나라를 생각하고 사랑하는 애국정신을 키웠으면 한다.

2018-10-14 19:51:51

광주대 류한호 교수

[지역외면 포털] 지역언론-포털의 상생을 위하여

네이버가 뉴스서비스를 개편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지역신문의 뉴스 공급기회가 축소되고 있다. 이제까지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를 통해 지역뉴스를 비교적 폭넓게 제공해 왔다. 하지만 최근 PC인터넷의 뉴스스탠드에서 지역신문은 구석으로 밀렸다. 네이버 모바일의 첫 페이지에서는 지역미디어가 제공하는 지역뉴스를 아예 볼 수 없다. 네이버라는 뉴스유통의 메인스타디움에서 지역언론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이다.'네이버일보'와 '다음신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의 '2018 포털사이트 이용 행태 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포털서비스 이용 경험 조사에서 네이버는 71.5%를, 다음은 16.3%를 차지한다. 네이버는 경쟁자 없는 독점적 지배자인 셈이다.뉴스는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기능이 있다. 뉴스에 보도되면 그 존재를 인정받게 된다. 같은 사건이라도 뉴스로 보도되면 중요한 사건이 되고, 보도되지 않으면 묻힌다. 뉴스포털이 서울에서 발행하는 신문이나 방송만을 서비스한다면 지역이 뉴스 주제로 등장할 가능성은 낮다. 즉 뉴스에서 서울과 수도권만 남고, 지역은 사라진다. 나아가서 지역언론도, 지역 자체도 사라진다.이처럼 시장지배적 뉴스포털 네이버에서 지역언론이 홀대받는 상황은 개선되어야 한다. 네이버 뉴스서비스 개편을 계기로 이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지만, 차제에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지난 4월 '포털-지역언론 상생법'으로 불리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역언론의 활성화 및 독자의 편의를 위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하여금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의 기사를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게재함으로써 지역뉴스에 대한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도록 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외부적 방법도 효과적이지만 네이버 스스로 나서서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서울에서 발행하는 신문이나 방송도 일정 분량의 지면과 시간을 지역뉴스에 할애한다. 인구의 절반, 국토의 90%를 차지하는 지역의 독자와 시청자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뉴스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도 자신의 뉴스공간에서 지역뉴스가 일정부분 이상 차지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네이버 의존적 뉴스유통질서는 한국사회에 이미 정착되었다. 이 공간이 사적 이윤추구동기에 따라 움직이면 공공질서에 심대한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네이버를 민주적이고 포용적인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대두된다. 네이버는 형식적으로는 사기업이지만 그 위상과 역할로 봐서는 이미 공공적 매체이기 때문이다.네이버도 네이버 뉴스가 가지고 있는 공공적 성격을 감안하여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가 자발적으로 이 기구를 확대하여 뉴스유통과정에 대한 시민 참여와 의견반영을 확대하는 방안을 권장할 만하다.국가불균형발전이나 지역소멸같은 부정적 현상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나라와 민족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언론이 살아 숨쉴 수 있어야 한다. 포털에서 이윤추구적인 시장논리에 따라 지역언론이 소외·배제당하지 않고 일정한 생존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지역언론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18-10-14 1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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