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권영재의 대구음악 유사] 취침 나팔소리

부대 철조망 밖은 유신(維新)으로 죽네 사네하며 한참 떠들썩했지만, 민통선 북쪽 임진강의 겨울 병영생활은 한가롭기만 했다. 물론 얼마 뒤 동계 훈련이라는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다가 올 때까지만 그랬다는 이야기다.한 병사가 막사에 기대 앉아 하루 종일 나팔 부는 연습을 한다. 말이 연습이지 피스톤 없는 군용나팔은 소리조차 나지 않는다. 청송 산골짜기에서 약초 캐다 입영한 농투성이 병사는 악기라고는 버들피리 밖에 불지 못한다. 어느 날 중대장이 나팔하나를 던져주며 기상나팔과 취침나팔을 불라고 명령을 했다. 이 병사는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혼자 아무리 불어도 소리조차 나지 않는 이 군용악기와 며칠을 씨름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악기를 반납하고 만다. "까라면 까야지" 명령 불복종한다며 중대장한테 흠씬 얻어맞았다. 1968년 한국 공군조종사 16명이 미국으로 건너가 혹독한 훈련을 받고 1969년 8월 29일 오후 3시 대구 비행장으로 팬텀기를 몰고 왔다. 8대의 팬텀기는 3번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건너와 오키나와 미공군기지에 착륙한다. 그 곳에서 성조기를 지우고 동체에 태극 휘장을 새긴 뒤 다시 이륙해 제주도 상공에서 마중 나온 우리 공군 전투기들과 합류하여 대구로 오게 된 것이다. 1969년 9월 23일 한국 최초의 팬텀기 비행부대가 '제151 전투비행대대'라는 이름으로 대구 공군비행장에서 창설식이 거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팬텀기를 조종해 태평양을 건너 온 위대한 보라매들을 표창한다. 대령 전치범(공사2기), 중령 김인기(공사3기), 중령 강신구(34회-조간6기,), 중령 김재수(공사5기), 중령 이재우(공사5기), 중령 이원순(공사 5기), 중령 한증근(공사5기), 소령 박근태(공사6기)에게 공로표창장을 수여한다.이 행사에 참여한 강신구 중령은 배우 강신영(신성일)의 형으로 나중에 소장까지 승진하였다. 팬텀기 인수 계획에 참여했던 대구 출신 조근해, 이광학 소령 등은 나중에 공군참모총장과 공군사관학교 교장까지 진급을 하고 전역한다. 이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대구 공군비행장이 가장 컸다. 금상첨화 격으로 그 비행장에 세계적인 최신예 팬텀 전폭기가 주둔하게 되자 대구 시민들의 공군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빨간 마후라 들보다 더 깊고 컸다. 당시 불로동은 뒤는 고분군이요 앞으로는 불로천이 흐르고 그 주변은 능금나무로 뒤 덥힌 동화 같은 마을이었다. 요즘도 그 길은 남아 있는데 불로동 재래시장을 통과해서 동화사 가는 버스가 다녔다. 이 꿈같은 마을이 전투기들 때문에 시끄러웠다. 소음은 밤이면 더 견디기가 힘들었다. 공군들이 비행기 엔진을 정비하느라 굉음(轟音)을 내다 말다하는 바람에 불로동의 밤은 괴로웠다. 낮의 소음은 비행기가 검단동 쪽으로 이륙하면 이내 조용해진다. 잠깐만 참으면 된다. 하지만 야간 엔진 테스트는 지상에서 기약 없이 악을 쓰니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밤 10시가 되면 별빛 교교한 동촌의 밤. 공군 비행장에서 취침 나팔소리가 흘러나온다. 사위(四圍)는 적막강산, 새벽 예불의 목탁 소리 같은 한 밤의 트럼펫소리에 비행장 공군 장병들의 가슴은 축축해지고 눈꺼풀은 무거워진다. 종일토록 전투기 조종연습 했던 빨간 마후라들, 이를 통제하던 관제사, 비행기에 폭탄을 장착하던 병사, 보급품을 나르던 병사, 비행장을 경계하는 육군병사들, 주민들 고달팠던 하루를 마감한다. 임진강변 GOP부대 병사들은 듣지 못하는 취침 나팔소리를 대구 11전투 비행단 병사들은 꿈속의 자장가 삼아 단잠을 이룬다.

2019-01-03 06:30:00

임성호한의원 원장

[매일보감] 확실한 치료의 첫걸음은 발병 원인 제거

연말연시 모임이 매우 많습니다. 제 직업이 한의사이므로 사적인 모임에서 건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대다수가 당시 유행하고 있는 보조 식품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걸 먹으면 어디에 좋은가?' 또는 '나는 이러한 만성적인 병이 있는데 도움이 되는가?' 등 모른다기에 민망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기에 모호한 상황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분이 많을 것입니다. '처방을 쓸 때 어떤 관점으로 쓰는가?'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정답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드시는 분의 현재 상태가 병을 예방하는 차원이라면 기혈음양(氣血陰陽)의 균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설명합니다.현재 병을 앓으신다면 그 원인이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 중 어느 곳에 속해 있는지를 우선 생각해야 합니다. 이 보조 식품을 복용해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떠한지가 중요합니다. 즉, 만성적인 병에 있어서 무엇을 복용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나의 성격, 직업, 한열(寒熱)에 맞는지 생각하시고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지금 지상파, 케이블, 개인 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보면 세상은 넓고 먹을 수 있는 약이 많다고 할 정도로 새롭게 유행하는 보조 식품이 나타납니다. 먹지 않으면, 부모님께 사 드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저처럼 타인의 건강을 일부 책임지는 사람은 정확한 발병 원인에 입각한 권유가 드시는 분의 재정과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병이 왜 걸렸는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 방법이 병을 낫게 하고 재발률을 낮추는 확실한 치료법입니다.유행하는 보조 식품을 선택하기보다 환경, 성격, 기후 등을 고려하여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재정, 건강 등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변하지 않는 정법입니다.

2019-01-02 19:30:00

김현남 철학박사·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

[행복한 풍속 인테리어] 기해년 행운을 가져다주는 색깔

일명 황금돼지해인 기해(己亥)년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컬러는 붉은색과 흰색, 그리고 골드색이다.붉은색은 적극성과 동기부여를 가져다주는 색으로, 주로 '건강 운'이나 '사업 운'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흰색은 느낌 그대로 정화나 리셋(reset), 재생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또한 흰색은 오행(五行)에서 '금(金)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색으로, 심기일전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골드색은 재운을 상승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색으로 '부' '명예' '번영'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골드색은 재운뿐만 아니라 재능을 향상시켜 주거나 매력을 이끌어주는 컬러이다. 이를 분홍색과 함께 사용하면 연애 운이 상승하고, 붉은색과 함께 사용하면 기회를 잘 잡는 능력을 가져온다.생활공간인 사무실이나 집 안에 세 가지 색이 포인트로 들어간 소품을 장식하거나, 혹은 매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지갑과 핸드폰, 수첩의 액세서리로 목적에 맞게 행운의 컬러를 사용하면 좋다.풍수적으로 지갑은 재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나 사업 운을 상승시키는 매우 중요한 아이템이다. 일반적으로 지갑은 3년마다 한 번씩 바꿔 주는 것이 좋다. 지갑은 컬러에 따라서 재운뿐 아니라 좋은 인연, 업무적인 파트너나 직장 내에서의 인간관계 등에 영향을 미친다.골드색의 지갑은 재운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뛰어난 색상이지만, 수입과 지출이 들쭉날쭉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영향을 미치고, 낭비나 충동구매를 하는 성향의 사람에게는 그다지 좋지 않다. 흰색 지갑은 가계가 '적자'로 이어지거나 대출을 하는 등 '마이너스' 상태가 지속되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컬러이다. 새로운 기회를 다시 설정하고, 운기를 플러스로 변화시켜 준다. 그렇지만 불(火)을 상징하는 붉은색의 지갑은 풍수적으로 그다지 추천할 만한 아이템이 아니다. 즉 불이 돈을 태워버린다는 의미가 있다.

2019-01-02 19:30:00

강판권 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나무와 창의성]1월의 나무: 버드나무

창의성은 모든 생명체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창의성은 태어나면서 갖는 천성, 인성, 정체성, 자존의 다른 이름이다. 모든 생명체의 삶은 곧 창의성의 구현 과정이다. 예수와 석가와 공자 등 성인들이 남긴 말씀의 본질이나 중국 고전 '대학'과 '중용'의 핵심 내용도 창의성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창의성의 실현은 개인의 삶은 물론 국가의 장래에 큰 영향을 준다.창의성을 구현하는 방법은 아주 많지만 자세하게 살피는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관찰은 사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얻게 할 뿐 아니라 상상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관찰은 통찰력의 단서를 열어준다. 관찰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관찰의 대상도 중요하다. 관찰의 대상 중 나무는 창의성을 구현하는 데 유용하다. 창의성은 대부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나무의 다양한 종류와 모습은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지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서도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다.유사 이래 나무의 관찰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낸 사람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두부를 발명한 중국 한나라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가 여러 사람들과 공동 편찬한 '회남자'(淮南子) 중 제5편 '시칙'(時則)에는 1년의 특징을 나무로 이해한 정보가 담겨 있다.잎의 가장자리 톱니 귀신 막아'회남자·시칙'의 나무 정보는 태음력에 기초한 중국 하(夏)나라의 역법에 따른 중국 고대인들의 나무에 대한 인식에 불과하지만, 세상의 이치를 읽는데 적잖은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나는 '회남자시칙'의 기록에 따라 매월 한 그루의 나무를 선정해서 창의성의 문제를 고민하고자 한다.'회남자·시칙'에서 언급한 1월 맹춘(孟春)의 나무는 버드나무다. '회남자·시칙'에 따르면 1월의 방위는 동쪽이다. 동쪽은 중국 고대 삼황(三皇) 중 한 사람이자 '역경' 중 팔괘를 만든 복희씨(伏羲氏)가 나무의 덕으로 다스린 곳이다. 그래서 복희씨는 목덕(木德)의 천제(天帝)라 불린다. 버드나무를 1월의 나무로 삼은 것은 봄이 오기 전에 가지가 돋기 때문이다.버드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버드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유(柳)와 양(楊)이다. 버드나무는 탁월한 부드러움과 강한 생명력을 갖춘 나무다. 잇몸을 닦는 양치의 기원인 양지(楊枝)와 미인의 허리를 의미하는 유요(柳腰)는 버드나무의 부드러운 특성을, 이별할 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준 것은 이 나무의 강인한 생명력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특히 버드나무는 사악한 기운을 없애주는 벽사력(辟邪力)을 갖고 있다. 그래서 중국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勰)이 편찬한 중국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종합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따르면, 정월 초하룻날 아침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문간에 달아두면 100가지 귀신이 들어오지 못했다. 사람들이 버드나무에게 벽사의 힘을 믿었던 것은 이 나무의 강한 생명력과 양기를 가진 힘, 그리고 잎 가장자리의 톱니 때문이었다. 만주족은 버드나무의 이 같은 힘에 끌려 이 나무를 천지개벽 및 인간 창조의 여신으로 받들었다. 양류관음(楊柳觀音)이 버드나무 가지로 중생의 고통을 들어주는 것도 버드나무의 부드러움 때문이다. 이 같은 버드나무에 대한 인문학적인 이해와 놀라운 상상은 모두 이 나무에 대한 관찰의 결과이다.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많은 사람들이 버드나무를 사랑한 것은 버드나무가 부드러움이라는 타고난 창의성을 밖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버드나무는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유승강'(柔勝强)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나무다. 버드나무는 중국 고대에 봉분조차 없는 피지배층인 백성의 무덤에 심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명대 이시진(李時珍)이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버드나무는 그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거뜬히 살아남을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버드나무의 이 같은 삶의 태도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할 때 아름다운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9-01-02 19:30:00

각정 스님 청련암 암주

[종교칼럼] 계림에 뜬 달

새해가 되었다. 겨울바람이 한랭전선을 몰고 와서 물기 있는 것들을 꽁꽁 얼게 하였다.계림은 신라의 다른 이름이며 경주에 다녀왔다.삼국유사는 온통 신라 이야기로 기록되었다. 우리는 여행길에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일은 옳은 일이다.원효, 혜초, 일연 스님도 길 위에서 만났다. 길 위에서 가르치며, 배우고, 꿈을 만들었다. 길 위에 올라서면 최선을 다하고, 과정을 즐기면 된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나는 연기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배려와 친절이 서툴렀음을 자각하게 되는 것이다.자비가 생명에 대한 헌신인 것처럼 대구의료원 호스피스에 다녀와서도 사랑은 생명에 대한 무한 존중이며, 두려움 없이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가라고 축원을 올렸다."당신이 이 세상에 들어온 것 같이 세상에서 빠져나가라." 우주 질서의 하나인 삶과 죽음은 계단을 건너 밖으로 빠져나간다. 깨어 있으라. 깨어 있지 못하면 잠자고 있는 것이다. 버릇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습관을 이길 수 없다. 행동이 바뀌면 깨어 있게 될 것이다.왕오천축국전을 펴들고 읽으며 혜초를 생각했다. 아리나, 혜업, 현태, 구본, 현각, 혜륜, 현유 등은 신라를 떠나 인도로 갔으나, 현태 스님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돌아오지 못하였다.유학길에서 원효가 해골 물을 마시고 발길을 돌린 일, 그 먼 오천축까지 고독을 견디고 걸었다. 토굴 안에서 스스로 몸을 가누고 몇 년을 두문불출하며, 마르크폴로나 이븐바투타처럼 평생을 떠돌게 하는 힘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오지 못했다는 타클라마칸 사막. 지금이야 카슈가르에서 쿠처까지는 열차로 15시간이면 된다.낯선 곳의 고통들은 갈라 터진 발바닥과 주린 배를 안고 걷고 또 걸었다. 혜초는 단 한 번의 불평도 없이 담담하게 길의 방향과 기간만 적고 있다."다시 소륵에서 동쪽으로 한 달을 가면 구자국에 이른다."혜초가 간 행로는 기적의 실현이다.요즈음이라면 비행기나 자동차로 간다지만 혈혈단신 굳센 믿음 하나로 이역만리를 통과했다. 그만큼 고향 계림이 멀어질수록 슬픔도 감추기 어려웠다."남인도 가는 길에 달 밝은 밤에 고향길을 바라보니 뜬구름은 너울너울 돌아가네. 일남에는 기러기마저 없어서 누가 소식 전하려 계림으로 날아가리."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것은 다시금 생각해봐도 맞는 말이다.우리들 역사도 시간과 공간의 부침이 만들어 왔다.스스로 돕는 용기와 의지가 없었다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니체가 고통을 통해 초인이 되었듯이 우리들도 희망을 자기 안의 영토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한다.붓다의 고행은 나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세상의 별이 되었다. 다른 길이 없다.사람만이 희망이며 길을 만든다.

2019-01-02 13:02:48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돼지 똘똘이♡원숭이 몽이, 우정의 비결은? 돼지의 너그러움

SBS 'TV동물농장'에서 시청자가 뽑은 가장 인기 많았던 사례는 '아기원숭이 몽이와 단짝 친구 미니돼지 똘똘이'편이었다. 몽이가 껌딱지처럼 똘똘이 몸에 매달리는 앙증맞은 모습과 엄마 잃은 아기 원숭이를 품어주는 똘똘이의 의젓함이 잘 어울리는 우정 스토리였다.호기심 많은 몽이는 주변 물건에도 관심 가지지만 똘똘이가 한 발짝이라도 멀어진다 싶으면 냅다 똘똘이 등에 올라탔다. 똘똘이의 털을 꼭 움켜쥔 작은 손이 귀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반면에 몽이가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고 킁킁거리며 바닥을 탐색하는 똘똘이의 무던함에 보는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몽이가 똘똘이에게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몽이뿐 아니라 모든 새끼원숭이가 이러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원숭이는 수컷 우두머리가 무리를 지배하고 암컷들을 독점한다. 자신의 혈통을 더 많이 남기려는 번식 본능이 강하다. 그래서 수컷 간의 서열 다툼은 언제나 치열하며 수컷들은 호시탐탐 암컷들을 차지하려고 기회를 노린다.이 과정에서 수컷 우두머리가 바뀌거나 수컷들의 호전성이 심해질 경우 자신의 혈통이 아니라고 의심되는 새끼들을 해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원숭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가슴 털을 콱 움켜잡고 어미 품을 절대 벗어나지 않으려는 습성은 유전자 속에 각인된 생존 본능인 셈이다. 몽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림받았다. 원숭이의 모성애는 여느 동물 이상으로 애틋하다. 하지만 어미 원숭이가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인공 사육장에서 불안증이 심해지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새끼를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여러 이유로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원숭이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놓이며 자연 생태계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새끼원숭이들이 어미에게 버림받게 되면 사육사가 어미를 대신하여 새끼원숭이를 24시간 품어야 한다.하지만 365일 24시간 사육사가 새끼원숭이를 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동물원에서는 어미 원숭이를 대신해 인형을 이용하거나 느긋하고 안전한 동물 파트너로 미니돼지를 곁에 두기도 한다. 새끼원숭이의 비명과 짓궂은 장난질에도 화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곁을 지켜주는 똘똘이 덕에 몽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방송에서는 몽이의 귀엽고 애틋한 모습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사연의 이면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똘똘이의 대견스러움을 더 칭찬했다.수의학을 전공한 나는 인간은 지혜롭고 도구를 활용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에 공감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은 동물의 본능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인간 세상에도 미니돼지 똘똘이처럼 누군가에게 무덤덤하게 도움 주는 존재들이 있다. 태어나 무한정 의지하다 성인이 되면 살짝 자만해지는 자식을 언제나 품어주시는 부모님이 생각난다. 또 티 내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제 역할을 다 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우리 사회는 이런 분들 덕분에 유지되고 행복해진다. 그런 분들께 이 글을 계기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 미니돼지 똘똘이가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1-02 10:34:42

김대봉 법무사

[기고] 비례대표제, 아예 폐지하라

2019년도 정부 예산안 통과를 앞두고 일부 야당 의원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하는 등 투쟁을 벌였다. 연동형을 도입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정수를 300명 이상으로 증원하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도입하자고 한다. 각 정당이 주판알을 튕겨 본 결과이리라.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 과정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기 어려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입법 과정에 참여시키고, 정당 중심의 투표가 가능하도록 해 정당 정치를 활성화하며, 국민의 지지율을 될 수 있으면 의석수에 반영하자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사표(死票)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비례대표제의 완전 폐지를 주장한다. 먼저, 우리나라의 비례대표제도는 516 이후인 1963년 11월 26일 제6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도입된 것이다. 제헌의회부터 존재하였던 것은 아니다. 정당 수뇌부가 작성한 명단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것은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자가 국민의 대표가 되는 것이다. 민주적이지 못하다. 이것은 국민에 의한 정치가 아니다. 부정한 정치자금의 유통 경로로 활용되었다. 국민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발제도를 비하하여 말하기를 '전국구'(錢國區)라고 부른다.또한, 선거의 대원칙인 직접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 국민들은 정당이 차려놓은 밥상에 절이나 하라는 얘기다. 이런 사고방식은 정당 수뇌부의 결정이 국민의 다수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 수준을 무시하는 발상이다.권력자와 기득권 세력이 늘 국민을 보고 자기들만 바라보고 따라오라고 그렇게 설득해 왔다. 국회의원이 반드시 전문가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전문가는 언제든지 불러다 자문을 하면 되지 국회의원이 스스로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국회의원은 다양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능력이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면 충분하지 그들 스스로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가 전문가인지 아닌지는 국민도 판단하고 선택할 능력이 충분하다.정당 수뇌부가 유권자보다 더 똑똑하다고 할 수 없다. 전문가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이지 무사통과는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의 지도자를 뽑는데 선거라는 시험을 거치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니 되는 것이다. 국민의 선택이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고가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뽑는 제도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가 국민이 선택한 정당 구조가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비례대표제 의원 수의 증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든다.전국구는 지역구 경선을 회피하고 의원 상호 간의 교통정리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는 않으며 설사 채택한 나라라도 실패한 나라가 더 많다. 누구를 비례대표 후보로 선택할 것인가가 전적으로 정당 수뇌부에 달려 있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다.그러므로 국회가 진정한 민의의 전당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직접 뽑은 의원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2019-01-02 10:17:33

김주영 소설가

[새론새평] 그 많았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반딧불이 한 번 짝짓기 위해 1년 변신온몸 풍찬노숙 마다 않고 경륜 쌓아몽골인은 세 살 때부터 말타기 배워전사 되면 마상재 달인으로 거듭나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를 마라….30여 년 전 대중들에게 회자되었던 이 가요의 노랫말 중에 반복되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를 마라"의 가사에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별에 대한 가슴 저미는 듯한 아픔과 숙연함이 배어 난다.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해줄 법한데도 자신이 지닌 보석 같은 지혜와 눈부신 성과를 숨긴 채,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가 잠이 든다는 대목에는 목이 멘다.그 대상이 바로 캄캄한 밤중에 혼자서 불을 밝히며 어둠 속을 날아가는 반딧불이다. 애벌레일 때는 늪에서 물달팽이를 먹고 자란다.그리고 약 250여 일이라는 길고 긴 기간 동안 허물을 벗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늪에서 벗어난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60여 일 동안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드디어 어른벌레가 된다.그러나 수명 2주의 짧은 기간 동안 낮에는 습하고 어두운 개똥이나 소똥 밑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식음을 전폐하고 불을 밝히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짝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른벌레가 되어도 몸길이 불과 1센티미터, 그 작은 벌레가 짝짓기 한 번을 위해 장장 일 년에 걸쳐 여섯 번 이상의 허물을 벗는 변신과 고통을 감내한다.이것이 그 벌레가 온몸으로 겪는 몸서리치는 경륜이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기슭을 끼고 있는 크레모나 지방은 이미 17세기부터 명품 현악기 제작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특히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가문이 만들었던 바이올린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값어치를 더한다. 얼마 전 경매에 부쳐진 그 바이올린의 출품가는 70억원이었다. 그 현악기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재료인 나무들이 가졌던 뼈저린 경륜에서 비롯된다.스트라디바리 가문은 빙하기의 알프스 산록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거센 비바람과 천둥소리,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혹한과 눈보라를 견디느라 무릎을 꿇고 옆으로 자라는 나무들을 베어다 담금질해서 이른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올린을 제작해 냈었다.무려 백 년 동안이나 이어진 냉해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나무로 악기를 만들었을 때, 연주장이 아무리 넓어도 객석 구석구석까지 온전하게 퍼져 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공명을 얻을 수 있었다.몽골인들은 세 살 때부터 말타기를 배운다. 그 아이가 자라서 전사가 되면 말 네 마리를 한꺼번에 몰고 황야를 달릴 수 있는 마상재(馬上才)의 달인이 된다. 안장도 없이 달리는 말 위에서 자고, 달리는 말 위에서 먹고, 달리는 말 위에서 활 쏘고 창을 던져도 과녁에서 빗나가는 실수를 볼 수 없다. 그들은 하루 160킬로미터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말의 담력과 질주력에 힘입어 드디어 거대한 유럽 땅을 삽시간에 정복할 수 있었다.내 편만을 찾을 게 아니다. 반딧불이가 태어날 때처럼 그 분야에서 풍찬노숙을 마다 않고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를 삼고초려를 해서 모셔 와야 한다. 경륜은 위험 부담을 극소화시킨다.그것을 쌓지 못한 사람은 걸핏하면 원망이 많고 핑계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실패할 경우 권력자의 등 뒤에 숨어서 대중을 향해 화를 내고 비난을 퍼붓는다. 빗물을 받을 그릇이 삐뚤어지게 놓인 걸 깨달았다면, 똑바로 놓을 줄도 알아야 바라는 만큼의 물을 담을 수 있다. 돌에서 물을 짜낼 수는 없다. 인생은 한 닢의 동전, 어디에서나 쓸 수 있지만, 한 번밖에 쓸 수 없다.

2019-01-02 06:30:00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제 칼럼]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중)

출연硏 지역본부 대형 과제만 수주지역 기업들에게 너무 먼 존재일 뿐연구원, 기업 기술 전문성 확보 위해적어도 1년 현장 파견 근무 어떨까지난 지면에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 중 기업과 대학의 역할에 대해 기술하였다. 이번 지면에는 산학연관의 역할 중 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고, 마지막 지면에는 산학연 협력 효율화를 위한 관의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대구·경북에는 지역기업을 위해 많은 연구소가 설립되어 있는데 왜 지역기업의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고 있을까?지역 연구기관은 출연연 지역본부와 지역 기반 연구소로 양분된다. 출연연 지역본부가 지역기업을 위한 연구에 관심이 적은 이유가 있다. 인건비를 연구과제로부터 100% 충당하는 지역 기반 연구소와 달리 국가에서 일정 부분 예산을 지원받는 출연연은 연구과제 수주가 그렇게 절실해 보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은 출연연 지역본부 연구원은 3책 5공(과제 책임자로 3개, 동시에 수행하는 과제 5개) 제도 때문에 연구비가 많은 대형 과제 수주에만 매달리게 된다. 지역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설립한 출연연이 지역 기업들에는 가까이하기에 너무 먼 존재일 뿐이다. 출연연 지역본부는 본원과 다른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지역본부는 지역 주력산업 위주로 연구 분야를 선택하여 집중을 통해 지역 기업을 리드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규모가 작은 백화점은 잡화점에 불과하지만, 작아도 전문 분야가 확실한 전문병원이 되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해결책으로 지역본부에 국가가 지원하는 인건비 부담액을 늘리고, 그 대신 연구과제의 일정 비율을 지역 기업을 위한 과제로 수행하게 하는 '지역 과제 할당제' 실시를 제안한다.출연연 지역본부와 달리 지역 기반 연구소는 지역 기업과 함께 많은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나, 기업에 도움되는 연구 결과가 없는 게 문제다. 연구소 이름은 전문화되어 있는데 연구비가 있는 곳이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연구비가 적으니 인건비 확보를 위해 과제가 많아지고, 부실한 연구 결과가 수반되는 구조에서는 연구소 간 과제 따기 경쟁만 심해지고 세월이 흘러도 전문성이 확보될 수 없다. 지역 기반 연구소는 작지만 강한 연구소가 되어야 한다. 전문 분야를 두고 지역 연구소가 연구 분야의 빅딜을 하면 연구원들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기업을 리드할 수 있다.필자는 대학으로 오기 전 포스코에서 12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입사하자마자 8개월간(3개월 교대 근무 포함) 생산 현장에 파견되어 현장기술과 설비, 현장 엔지니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학습하였다. 4M(Man, Machine, Method, Material)을 학습한 것인데 이 짧은 시간은 나를 과학자로부터 기술자로 바꾸어 주었다. 1973년 포항제철소에 용광로가 설치된 후 국내 최고의 용광로 전문가인 모 교수가 학생들을 데리고 견학을 가서 안내하던 직원에게 우뚝 솟은 용광로를 보고 저게 무어냐고 물었다는 얘기가 있다. 책에서는 용광로가 10㎝도 안 되는데 처음으로 본 용광로 높이가 110m나 되었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포스텍 철강대학원 김성준 교수는 철강 분야의 대가로 대학에 오기 전 출연연에서 20년 이상 철강 연구를 했다. 포스텍에서 포스코와 함께 몇 년간 기술개발을 해 보더니 "출연연에서 했던 내 연구는 허상만 좇았던 것 같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위 세 가지 사례는 이론과 현장기술 사이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출연연 지역본부나 지역 기반 연구소의 연구원은 기업 기술에 대한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적어도 1년은 기업에 파견되어 기업 기술을 학습하면 어떨까? 공학자로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이다.(하편은 이달 30일 게재합니다)

2019-01-01 16:32:21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도…

文대통령에 대한 평가 급전직하'소통' 아이콘서 '고집' 상징으로디지털시대 사공 많은 우리나라힘 합쳐 노 저을 수 있는 새해를몇 년 전 나름의 노후 대책(?)을 마련한 게 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입니다. 퇴직 후 강의 경험도 살리면서 봉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아직 본격적인 교습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외국인 대상 우리말 교육에서 느끼는 애로와 보람 등은 들을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것은 속담을 가르칠 때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속담을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뜻을 설명하는 것은 더 난제입니다. 말은 알아들어도 배경 지식 없이 그 속뜻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한 가지 예를 들지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 무슨 뜻인지 우리는 다 압니다. '어떤 행동을 당장 해치우지 못하여 안달하는 조급한 성질을 이르는 말'이라거나 '행동이 매우 민첩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서 설명하고 있군요.외국인들에게도 말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뭘 뜻하는지 물어보면 난감해 합니다. 한참 생각하다 이런 답을 내놓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죽으려고 별짓을 다한다.' 재미있지 않습니까?이런 속담도 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우리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주관하는 사람이 없이 여러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자기주장만 하면 일을 이루기 어렵다.' 사공이 노 젓는 사람이라는 걸 설명해 주어도 금방 그 뜻을 이해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런 대답을 합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노를 저으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생각일까요?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웃고 말았습니다.그런데 요즘 그 뜻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으면 될 일도 안 된다? 그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게 더 좋은 의미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 공감 가는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워낙 말들이 많아진 주변을 돌아보며 의식적으로 그렇게 관점을 바꾸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것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입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급전직하는 너무 뜻밖입니다.포용과 소통의 아이콘에서 불통과 고집의 상징이란 평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정부에 대한 혹평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경제는 물론이요, 장기로 여겨지던 남북관계도 부정 평가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정책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만은 역대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성향 여부를 떠나 많은 국민이 그런 기대를 했던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사실 중구난방은 민주주의의 특징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주권자인 국민이 자기 할 말을 하겠다는 데 누가 막겠습니까.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목소리를 크게 증폭시킬 수 있는 수단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사공이 많은 것이지요. 그만큼 어려운 게 민주주의입니다. 자칫하면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가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걸 낭패라 생각하면 민주주의는 불가능한 제도입니다. 많은 사람이 힘을 합치니 불가능한 일이 없더라는 쪽으로 생각합시다. 수많은 목소리가 결국 화음을 이루도록 하는 게 지도자들의 지휘 역량입니다. 소리가 음정을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국민 각자의 몫이겠고요.새해에는 모쪼록 사공들이 즐거이 힘을 합쳐 노를 저을 수 있는 한 해가 되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18-12-30 15:44:07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자유로운 말

나는 불교에서 계율을 전해주는 의식인 수계를 두 번 받았다. 첫 번째는 어릴 때 어머니 따라 절에 가서 받은 것이었고, 두 번째는 군대 훈련소에서 초코파이에 이끌려 간 것이었다. 군대에서 받을 때 법사는 수계식을 마치면서 "오늘 계율을 받았으니 계율에서 자유로워지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율을 지키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바르게 살겠다는 마음 하나만 가지라고 했다. 계율을 의무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고 자유롭지 못하게 되지만, 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면 모든 행동이 저절로 계율에 맞게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군량만 축내는 사람 같았던 법사가 부처님처럼 보였었다.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계율을 지키지만 어긴 경우도 있고, 계율을 어겼지만 지킨 경우도 있다.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켰지만 입시 부정, 취업 청탁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노력한 것 이상의 이익을 가지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표면적인 계율을 지켰다고 할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 가야 할 것을 가로챈 것이므로 계율을 지킨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고하는 말로 다른 사람의 삶을 파괴한 사람은 살생을 하지 말라는 계율을 지킨 것이 아니다. 반면 생명들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모두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를 즐길 정도의 절제된 음주를 하는 것은 계율을 어긴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계율은 그 말뜻을 곧이곧대로 지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계율이 나오게 된 이유를 생각하는 데 참뜻이 있다.우리말을 사용하는 것도 종교적인 계율을 지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문 규정을 잘 지키는 것이 바른 말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쓰는 말 하나하나를 불편해 한다. '플래카드'가 맞는지 '플랜카드'가 맞는지, '십상이다'인지 '쉽상이다'인지 헷갈릴 때는 일일이 확인해 보고 맞춤법에 맞게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굳이 '플래카드'라고 할 필요 없이 '현수막'이라고 하면 되고, '권력은 타락하기 십상이다'라고 할 필요 없이 '권력은 타락하기 쉽다'라고 하면 된다.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표현이다. 맞춤법을 몰라도 아는 사람보다 더 나은 표현을 할 수 있다.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는 어법에는 맞지만 바르지 않은 말들이 참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가족, 동료, 학생들에게 했던 바르지 못한 말을 반성한다. 내년에는 바른말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다짐해 본다.'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는 오늘 자로 연재를 마칩니다. 독자들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018-12-30 14:57:07

게티이미지 제공

[알쏭달쏭 생활법률]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다음 양육비 청구는?

이혼 당시 양육비 부담에 관한 협의를 하지 않았다면 소멸시효 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나요?Q : 갑은 을과 이혼을 하였습니다. 갑이 미성년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권자로 지정이 되었으나, 양육비부담에 관한 협의는 하지 않았고, 갑이 혼자 양육비를 부담하였습니다. 이후 경제적 사정이 악화된 갑이 을을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하였는데, 을은 양육비 청구 채권이 소멸시효로 완성되어 지급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 경우 갑은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A : 대법원은 양육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당해 양육비의 내용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되는 것이므로,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의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대하여는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1. 7. 29. 자 2008스67 결정)는 입장입니다.양육비청구권은 추상적인 법적지위가 당사자의 협의나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되고 그때부터 양육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하여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므로, 이혼 당시 양육비 부담에 관하여 협의나 가정법원의 결정이 없었던 갑과 을 사이에서는 갑의 을을 상대로 한 과거의 양육비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진행될 여지가 없습니다.따라서 이 사안에서 갑은 을을 상대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김판묵 변호사

2018-12-28 06:30:0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모든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시간의 흐름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쇠락·소멸을 보는 일은 참으로 쓸쓸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여백을 남겨창조와 생명이 넘치는 새해 되기를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즈음이 되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이 밀려온다. 인류의 역사 자체가 생성과 소멸의 과정이다. 그렇게 수천 년을 반복해온 일이지만 여전히 사라지는 것들은 아쉽고 슬프며, 새롭게 태어나는 것들은 벅차고 기쁘다. 우리는 매일 맞이하는 밤과 낮처럼 그 둘 사이에서 살아가지만, 문제는 그 둘의 균형이 흔들릴 때이다.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근처 골목에는 오래된 동네슈퍼가 있다. 정확하게는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지금은 물건을 팔지 않고 낡은 간판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무 간판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쓴 '봉다리슈퍼'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담겨 있다. 원룸이 많은 대학가 주변이라 장사가 될 법도 하지만, 10여 년 전 바로 옆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이 작은 가게는 판매 물품을 조금씩 줄이면서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마지막 들렀을 때 팔고 있는 품목으로는 생수가 유일했다. '봉다리슈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낡은 간판으로 마지막 호흡을 연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도시의 공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류 문명의 힘으로 세운 도시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면서, 다시 새롭게 만들 것인가 아니면 조금씩 다듬고 고쳐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넘어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순간이고, 새롭게 조성된 매끄러운 편의 공간에 금방 익숙해지고 만다.자본의 특징은 '탐식'이다. 서울의 사례로만 보자면, 홍대에서 삼청동으로, 가로수길로, 서촌으로, 성수동으로,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현재로서는 이 포식자를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는 곳이 '공공'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공공의 이름으로 '주인 행세'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공이나 개인의 소유 개념을 넘어 '공유'(commons) 개념의 확장을 통한 새로운 공간의 확장이다.단계적으로 '공공의 공간'을 '공유의 공간'으로 어떻게든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을 혹은 동네라는 이름의 지역에서 주민과 예술가, 청년 등 다양한 주체들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의 경험을 막연하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편리하고 기분 좋게 드나드는 공간일수록 자본이나 공공 등 소위 '주인'의 행세가 가장 적은 곳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지난가을 한 연출가와의 대화에서 "연극인들(예술가들)은 공간을 잃는 일에 익숙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한 슬픔이 밀려왔다. 그는 공공의 공간에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공간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그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일종의 체념이자 현실에 대한 인정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공간을 잃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절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잃는 일' 너머를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원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입니다'라는 태도가 있었다. 그 태도는 단순한 결심이나 의지의 표현이 아니라 오랜 시간의 축적으로 만들어낸 삶의 표현이었다.시인 고정희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 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여백을 남긴다' 중).우리는 시간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쇠락하고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볼 뿐이다. 그것은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그렇지만 시인이 노래하듯이, 사라지는 것들이 남긴 그 여백에서 새로운 탄생을 기대한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은 파괴와 죽음이 아니라 창조와 생명이 넘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2018-12-27 12:16:52

무용가 최승희(수림문화재단 소장)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최승희와 가와바타 야스나리

1933년 5월 20일 도쿄의 일본청년회관에서 '일본여류무용대회'가 개최되었다. 공연을 관람한 사람 중에는 훗날 소설 '설국'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있었다. 참가한 수 십 명의 신진 여류 무용수 중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조선인 최승희였다. 이 날 최승희는 모던 댄스 한 편과 조선 춤 '에헤라 노아라'를 공연하였다. 최승희는 스물 세 살이었고 그녀의 춤은 아름다웠으며, 강했다. 최승희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던 듯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년 후 개최된 최승희의 첫 개인 무용발표회도 관람하였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조선의 무희 최승희'(1934)는 이 공연에서 받은 감흥을 적은 글이다.이 글을 발표 한 시기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이미 일본 문단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던 소설가였다. 그런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식민지 조선의 무희 최승희 소개서를 일본 문예잡지에 발표한 것이다. 참으로 열성적인 '팬'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열광적 '팬'心은 글에서도 흘러넘쳤다. 그 마음은 단순한 환호를 넘어 최승희의 예술 세계를 지키려고 하는 깊은 배려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그 한 예가 최승희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뜬금없이 오빠 최승일의 친구인 '북만철로호로군 사령부 육군보병 중좌' 이양이라는 사람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북만철로호로군'은 만주를 수비하는 일본제국의 군인이었다. 최승희가 일본에서 활약하기 직전, 남편 안막이 조선독립음모사건으로 체포된 바 있었다. 남편의 불온한 이력으로부터 최승희를 보호하기위해서는 일본제국의 신임을 받을만한 인물과의 연결고리가 필요했고 여기에 '북만철로호로군 사령부 육군보병'중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맥이었던 것이다.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왜 이처럼 최승희에게 열광했던 것일까. 최승희는 언제나 조선적 전통을 담은 춤을 추고 있었다. 서구문화가 쇄도하고 일제가 위압을 가해도 최승희는 조선 춤을 추면서, 조선인으로서의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굳건하게 지켜갔다. 그것은 서구중심주의로 흘러가던 근대일본이 상당부분 잃어버린 것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자신의 뿌리를 지켜낸 자가 지니는 정신의 아름다움과 강함을 최승희에게서 발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일본의 서양무용가에게 민족전통의 강력함을 가르쳐주기'를 바란다고 하는, 당시 정치적 현실에서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한 당부를 최승희에게 남기며 글을 마친다.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최승희의 무용에서 강함, 즉 힘을 봤다고 하고, 또 다른 일본 문인은 최승희의 무용에서 레지스탕스적 기운을 느꼈다고 한다. 어느 쪽이건 모두 최승희 예술세계가 민족전통에 뿌리를 둔 것을 판단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최승희 기념사업회 추진과 관련해서 최승희의 친일전력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레지스탕스 최승희와 친일파 최승희, 어쩌면 진실은 그 중간쯤에 있지 않을까. 역사에 대한 판단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인 듯하다. 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2-27 11:36:21

최은혜의 설치작품.

[갤러리 탐방]021갤러리 최은혜 '기억의 온도'(2019년 1월 25일까지)

1980년대 말에 등장해서 몇 년간 세계 팝팬들의 감성을 휘어잡았던 밴드가 있다. 심플리 레드다. 이들의 몇 곡 없는 히트넘버 가운데 '지나간 해를 붙잡고' (Holding back the years)는 한국에서도 꽤 알려졌다. 이 무렵이면 누구나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감정이 복잡해진다. 누가 사교적인지 아닌지를 알려면 제야의 종소리를 어디서 듣는지 살펴보면 된다. 난 컴컴한 집에서 혼자 새해를 맞는 일이 많았다. 몇 번의 예외가 있긴 했는데,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어울려 시내 술집에서 포도주를 마신 적이 있었다. 새해맞이 카운트다운도 없던 그곳은 한 없이 지루했다. 친구들 이야기는 집중 안하고 내가 물끄러미 봤던 조명등은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이젠 딱히 신기할 것도 없지만, 색이 계속 바뀌는 등을 본 건 난생 첨이었다. 그때 흘러나오던 음악이 '지나간 해를 붙잡고'란 건 당연한 사실이고.최은혜의 작업도 미묘한 색의 변화를 짚어낸다. 정육면체로 된 상자 더미 속에 LED로 짐작되는 광원이 색을 발하는 입체작업은 사랑스럽다. 또박또박 잘 쓴 글씨체를 볼 때 드는 쾌적한 느낌은 몬드리안이나 홍승혜가 재구성한 세계의 질서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하지만 입체 작업도 그렇고, 회화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색의 부드러운 대비와 나열은 상당히 독특하다. 하늘의 무지개와도 비교할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은 색과 빛이 미세하게 바뀌는 찰나의 포착에서 비롯된다. 색의 파장이 길고 짧거나 온도가 높고 낮거나 그 물리적인 상태가 우리를 환기시키는 기억은 다양하다. 이 모든 경이로움은 작가의 시각과 인지 속에서 생긴 몽환적이고 강박적인 이미지에서 시작된다.그냥 혼자 생각인데, 최은혜가 펼친 '기억의 온도'는 나처럼 이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이미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설명으로 방어하는 것 같은 전시다. 작가노트를 읽으면 의미는 추측이 되는데, 중복되는 수식과 중립적인 명제는 많은 미술이론가들의 안쓰러운 글처럼 좋은 작품 해석을 방해한다. "아니, 이렇게 감각적인 작품과 논리적인 설명 앞에서 눈만 껌뻑이는 윤규홍 당신은 자격미달이군요."라고 작가가 내게 뭐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몇 가지 원칙은 작가가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더 단순하고, 더 힘을 빼고, 운율에 감각을 싣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줄 것.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2-27 10:29:21

최복준 경일대 창업지원단 창업중점교수

[기고] 청년실업, 창업선도대학이 해법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0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천267억원(60.4%) 많은 6천19억원이었다.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의 수도 같은 기간 8만1천 명(25.4%) 늘어난 40만1천 명으로 집계됐다.고용탄성치도 올해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을 토대로 11일 올해 취업자 수 증가율(0.3%)을 경제성장률(2.7%)로 나눈 고용탄성치는 0.11로 나타나 지난해 기록한 고용탄성치(0.39)의 3분의 1 수준이다.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과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으나 그중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창업의 장기 고용 효과'의 연구 결과를 분석해보면 근거가 확인된다.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내 제조업 창업률이 1%포인트(p) 상승하면 10년에 걸쳐 역내 고용증가율은 3.3%p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창업 초기에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창업이 1%p 증가하면 창업 후 1~3년까지 지역 고용은 4.63%p 늘어난다. 창업 후 3~6년이 되면 지역 고용은 늘지 않다가 7~10년이 지나면서 다시 2.34%p의 고용 증대 효과가 나타났다.한국은행의 연구 결과는 제조업 창업이 살아나야 고용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경제의 창업 생태계가 서비스업 중심에서 지식기반형 창업을 통해 시장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그러므로 지식기반형 창업은 일부 사람만이 누리는 지식재산을 누구나 쉽게 공유하게 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권장되고 장려될 일이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창업 활성화가 가장 효과적이며, 지식재산이 함축되어 있는 대학, 특히 창업선도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식재산을 많이 보유하고, 전문인력과 연구장비 등 우수한 창업지원 인프라를 갖춘 대학을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하여 대학이 창업교육부터 창업 아이템 발굴 및 사업화, 사업화 완료 제품의 성능 개선 지원과 마케팅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창업 인프라가 부족한 대구경북으로서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창업선도대학은 전국 40여 개 대학이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 지역은 경북대, 경일대, 계명대, 대구대 등 4개 대학이 지정되어 있다. 2011년 창업선도대학 사업이 처음 시작할 때부터 참여한 경일대는 2016,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성과평가에서 유일하게 2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은 창업명문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다.새로운 것에 도전할 각오가 되어 있는 창의 혁신적 마인드의 소유자나 기술을 통해 세상을 편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진 대구경북 지역의 청년이라면 창업선도대학의 문을 두드릴 것을 권한다.창업중점교수를 비롯한 경영컨설턴트, 선배 벤처기업인 등 다양한 경력과 노하우를 보유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가슴에 품은 꿈을 현실로 바꾸어보자. 청년실업의 문제를 창업을 통해 우리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2018-12-27 10:19:27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광장]回(돌아올 회)

어영부영 많은 시간이 지났다. 앞마당 채마밭엔 뭐가 자라고 있었는지, 뒤꼍 앵두나무 옆에는 김장독이 몇 개나 묻혀 있었는지 이젠 기억나지 않는다. 마루 밑에는 감 따는 장대(전짓대) 말고 또 뭐를 쟁여두었는지도 역시 세월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다만 그 겹겹의 시간에도 한 가지, 반질반질 윤기 나던 툇마루만큼은 여전히 또렷하다. 하루 한 번씩 꼬박꼬박 햇살이 찾아와 쉬고 가던 그곳은 네댓 살 남자아이에겐 무척 특별한 공간이었다. 어른들이 없을 때, 거기에선 요새가 생겨나고 진지도 만들어졌다. 섬돌 위 난간 따라 곧게 뻗은 찻길도 있었는데 트럭이 아슬아슬 잘도 달렸다.어느 가을날이었다. 마당 건너 신문지 조각 하나가 바람을 타고 툇마루로 날아들었다. 그걸 주워든 아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다 엄마를 찾았다. "엄마 이것도 글자가? 네모 안에 네모가 있다." "아 이거 한문이다. 돌아올 회자다." "돌아올 회?, 뱅글뱅글 돌 거면 동그라미를 하지 와 네모를 하노?"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툇마루로 돌아오다 생각을 했다. "우리 엄마는 참 모르는 게 없다니까!"그게 아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물음이었다. 그리고 '回'(회)자는 태어나 알게 된 첫 번째 한자였다. 그 후로도 아이는 궁금한 게 생길 때면 엄마를 찾았고 그때마다 답을 얻었다. 그런데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다. '난 엄마가 낳고 엄마는 엄마의 엄마가 낳고 그렇게 계속 올라가면 시작은 누구며 그 사람은 또 누가 낳았느냐?'고 물었다. 놀랍게도 엄마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곤 잠시 머뭇거리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물어보라고 했다. 아이의 마음 가득 섭섭함이 일었다. 엄마가 모를 리 없는데 알면서도 안 가르쳐 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께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잊었다. 어차피 학교에 가면 알아야 할 것들과 외워야 할 것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학년이 올라갈수록 엄마에게 묻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대신 가끔 옛날이야기, 정확히는 옛날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몇 백 년 전의 조선 사람부터 더 멀리 삼국시대의 사람들까지, 그리고 가깝게는 조봉암과 해공 신익희를 들었고 시인 한하운도 이야기로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들이 재미있긴 했어도 궁금한 게 단박에 풀렸을 때처럼 그런 알싸한 맛은 없었다. 게다가 엄마의 이야기는 크게 실익이 없었다. 그런 건 학교 숙제에도 시험에도 잘 나오지 않았다.돌아보면 그때, 세상이 참 조용했다. 매미가 잠시 울음을 멈추면 적막한 여름소리가 들렸다. 겨울에도 눈 내리는 날이면 이불 속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도 늘 그대로였다. 길가의 풀꽃도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피었고 돌담 사이 구멍도 더 커지거나 줄지 않았다. 틀림없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몰랐던 거다.엄마는 영원할 줄 알았다. 더는 물을 수 없는 날이, 더는 들을 수 없는 때가 올 줄 몰랐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어른이 된 아이는 엄마만큼 나이를 먹었다. 그땐 아주 천천히 왔던 연말이 이젠 순식간에 돌아온다. 새해도 많이 새롭지 않다. 대신 이맘때가 되면, 아무도 없을 때면 가끔 혼잣말을 한다. '돌아올 回(회)'자처럼, 햇살 들던 그 툇마루도 좋고 아니라도 좋으니 '엄마, 언젠간 어디서든 우리 꼭 다시 만납시다'.

2018-12-26 14:21:50

[권영재의 음악유사]대구시민의 노래

해방된 이듬해 10월 1일 대구에서 '남조선 노동당' 주도로 무장 공산폭동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폭동은 동서남북 다른 도시로도 확산되어 공산폭도들이 공무원과 부자들을 총을 쏴서 혹은 얼굴 껍질을 벗기거나 몽둥이로 때려 무참하게 죽였다.4년 뒤 '북조선 노동당'들의 본격적 남침이 시작되었다. 1960년 2월 28일 반독재 대구학생운동이 방아쇠가 되어 고려대학교 4.18. 그리고 하루 뒤 전국 대학생들의 4.19학생 혁명이 일어났다.대구경북은 시대를 앞장서는 진보적인 도시였다. 일제시대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쪽 양반들 중 독립운동의 수단으로 새 이데올로기인 공산주의에 의지한 사람들이 많았다. 경주 내남 사람 수운 최제우 선생이 창시한 동학이 전라도에서 꽃을 피운다. 대구경북이 이런 혁신적 도시인 줄도 모르고 수구 꼴통의 도시라고 이름 짓는 무식한 사람들이 있다. 이승만 정권 때는 대구 국회의원 전부가 야당인 민주당 출신이었고 전라도 사람 조재천이 경북도지사를 하다가 나중에 남구 국회의원까지 지냈다. 유신 18년 동안 대구경북인들이 수구의 보신과 우물 안 개구리적인 사상을 타파하여 이룩한 개혁적 업적을 단순하게 독재에 부역한 것으로 치부하는 무지한 인간들도 많다.조선의 거대한 인물 서거정(호 사가정)선생은 대구 사람이다. 어릴 때 서울로 갔지만 고향의 잊지 못해 '대구 10경'이란 시를 남긴다. 서울 면목동에 사가정 공원이 있다. 사가정로가 있고 사가정역도 있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사가정 선생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빙허 현진건 선생은 계산동에서 태어나 살다가 서울에 갔다.대구는 판소리의 고장이었다. 전라도 전주 대사습의 예선을 거쳐 대구 감영에 온 판소리꾼들이 본선의 심사를 받았다. 이곳에서 합격이 되어야 정식 가수가 되어 서울 무대로 진출할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판소리는 전라도 전유물이요. 색향 하면 진주, 평양, 강경이라고 한다. 대구가 권번이 두 군데나 있었던 그야말로 당시 아이돌의 고장임을 모른다. 음악의 도시 대구 출신 유행가 가수만 소개해본다. 대구 최초의 유행가 가수는 1930년대 활약한 장옥조다. 39년 백년설, 42년 나화랑, 46년 강남달, 47년 고화성, 신세영, 53년 방운아, 56년 도미, 58년 남일해, 손시향이 초기 가수들이다.후기 가수들은 1964년 생 김광석부터다. 65년 장호일, 70년 배금성, 서진필, 71년 이지연, 72년 이한철, 79년 양파, 79년 박규리, 83년 김미, 86년 민효린, 베이식, 87년 이센스, 88년 Jun. K , 91년 Key C, 샤이니, 레이즈, 92년에 가은, 이승현, 94년에 이승현, 94년 동호, 95에스쿨스, 98년에 송유빈, 2000년에 예나, 2018년 방탄소년의 슈가(민윤기), 뷔(김태형)가 활약 중이다.운동장에서 조회를 기다리며, 동네서 고무줄 놀이를 하면서, 치자 물들인 교실 나무 바닥에 초칠을 하여 광을 낼 때, 창문에 걸터앉아 유리창을 닦을 때 대구 아이들이 부르던 노래가 있었다. 그 중에 가장 많이 불리던 노래를 함께 부르며 일 년 동안 연재되었던 대구음악유사의 대미를 장식해본다."팔공산 줄기마다 힘이 맺히고/ 낙동강 굽이 돌아 보담아 주는/ 질펀한 백리 벌은 이름난 복지/ 그 복판 터를 열어 이룩한 도읍/ 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 들어라 드높으게 희망의 불꽃." -대구시 제정, 백기만 작사, 유재덕 작곡.(1955년 12월 20 채택)- 대구시민의 노래.

2018-12-26 13:41:42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자주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국가·민족의 자주를 명분으로 독재세계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된 모습북한 정권의 군사 도발 '자주적 악행''악행' 눈감고 '자주'만 떼어내 찬양자주 혹은 주체성이란 일반론적으로는 좋은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주체성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주나 주체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주가 악행이나 우행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국가 혹은 민족의 자주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독재를 하고 독재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도 민족 자주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가족 독재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인류사적 대발명이라고 선전하는 주체사상도 독재의 명분으로 내세운 자주를 억지로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대한민국에서도 자주가 독재의 명분으로 이용된 적이 있다. 유신 시기의 집권 세력은 서양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옷은 한국인의 체격에 맞지 않은 것이며, 한국에서는 한국인의 체격에 맞는 한국식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이 한국식 민주주의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을 민족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말했던 한국식 민주주의란 곧 유신 독재를 말하는 것이고 민족 주체성이란 민족 자주를 말하는 것이다.개인이나 집단이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을 자주적으로 실행하게 되면 재난을 당하게 된다.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자주가 좋은 것이라 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주적으로 물에 뛰어들면 '자주적 익사'로 귀결된다.악행의 구실이 되는 자주나 우둔으로 연결되는 자주는 비판되어야 할 '나쁜 자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자주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가족 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북한 정권을 우리 민족의 자주적 전통을 계승한 집단으로 미화하면서, 북한 정권의 자주성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우긴다.그 사람들은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핵무기를 만들고 대남 군사 도발 책동을 계속하는 북한 정권의 '자주적 악행'에서 '악행'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주'만을 따로 떼어내서 찬양하고 있다. 그리고 '악행'마저도 '자주'의 불가피한 파생물로 감싸준다. 그 사람들의 행태는 자주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에 대해 그의 살인 행위는 눈감아 주고 '자주적 인간'이라고 칭찬하며 그 범인의 살인을 '자주'의 불가피한 파생물이라고 변호하는 것과 동일하다.그 사람들은 또 우리가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권을 수행할 역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을 위해서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주는 전쟁에서의 패배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자주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한반도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역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한반도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주는 한반도 당면 문제들의 효과적 해결을 저해하는 어리석은 자주이다.우리 민족은 매우 오랫동안 강대국에 눌려 살아왔기 때문에 민족 자주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 국민의 이런 심리적 경향은 북한 정권의 '나쁜 자주', 범죄적 자주를 민족의 기상을 살리는 자주로 왜곡하는 북한 정권과 남한 종북 세력의 책동이 사기라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또 한미연합군의 작전권을 한국이 행사하게 되면 한반도의 전쟁 발발 시 한미연합군의 패배를 초래할 것이며, 한반도가 당면한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면 당면 문제들의 해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 올바로 대처하고 한반도가 당면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국민들이 '자주=항상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2018-12-26 11:30:36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2018년 연예계 화제의 인물들

2018년 한 해 동안 연예계에는 어떤 이슈들이 있었을까. 먼저, 방송계는 단순 채널 경쟁 시대를 넘어 콘텐트 경쟁 체제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몇 안 되는 지상파가 헤게모니를 가지고 업계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과거의 채널경쟁 체제가 유력 채널의 기준이 바뀜과 동시에 무의미해졌고, 이제는 우수한 콘텐트를 생산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공략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전략적 접근법에 방송계 전반이 공감하게 됐다. 영화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신과 함께' 후속편이 천만 관객을 모으며 시리즈 영화로 국내 첫 '쌍천만' 스코어를 기록하는 사례를 남겼다. 저예산 공포영화 '곤지암'의 성공과 함께 비용 대비 영리한 기획에 대해 환기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83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 관객의 취향과 콘텐트 선택 흐름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게 흘러나왔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또 한 번 장외홈런을 날리면서 '적수가 없는 아이돌 그룹'으로 떠올랐다. 짚고 넘어갈 부분은 많지만 이번 지면에서는 2018년에 화제가 됐던 '인물'을 중심으로 연예계를 돌아보기로 한다. #정해인-박서준-이병헌 등 돋보인 남자스타들2018년, 가장 독보적인 인기를 얻은 남자스타를 꼽아보라면 단연 정해인이다. 상반기 JTBC의 히트작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남자 주연으로 나서 단번에 '원톱 급 주연배우' 대열에 합류했다. 이 드라마 이전에는 '가능성 있는 유망주' 정도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 정해인을 두고 유망주라는 단어를 쓰는 이는 없다. 명실상부한 톱스타다. 멜로 드라마의 주연으로 나선 것이 처음이라 방영 전에는 우려의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드라마 첫 회가 방송된 직후부터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란 호평을 자아내며 승승장구했다. 대선배 손예진의 상대역으로 나서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으며, '연하남' 캐릭터에 어울리는 참신한 외모까지 한 몫을 해 차세대 청춘스타로 손색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지난해 영화 '청년경찰'로 연기력과 인기를 입증했던 박서준은 2018년 한 해 동안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특히 안방극장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했다. 연초에 방영된 tvN '윤식당2'에서 세련된 매너와 성실한 태도를 보여줘 대중 호감도를 높였으며, 이어 같은 채널의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주연으로 나서 또 한번 홈런을 쳤다. 특히 주목해야할 점은 성비나 연령대 면에서 팬 층의 폭이 넓다는 사실이다. 리얼리티 예능에서 자연스러운 매력이을 드러내고 드라마의 캐릭터를 통해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그러면서도 여성들의 마음을 자극할만한 로맨틱한 눈빛을 동시에 보여줬다. 과장된 코믹 연기와 진지함을 무난하게 넘나들 수 있는 배우로 각인되면서 활동 폭 역시 넓어진 만큼 향후에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평가된다.이병헌 역시 2018년 연예계에서 화제가 된 남자스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김은숙 작가의 화제작 '미스터 션샤인'의 남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후 과거의 스캔들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이 모든 단점을 연기력 하나로 커버하며 안방극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불미스러운 스캔들 이후에도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톱배우의 자리를 유지하며 연기력으로 호평을 끌어냈는데 안방극장용 드라마에서 로맨스 연기를 펼친다는 건 사실 전혀 다른 얘기다. 이 때문에 '이병헌이 주연을 맡으면 드라마를 보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속출했으나 이병헌이란 배우의 존재감은 사생활의 문제점까지 덮어버릴 정도로 강렬했다.방탄소년단은 2018년을 가장 뜨겁게 달군 보이그룹이다. 2017년에 이어 2년 연속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했고, 제32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음반 부문 대상,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상, 멜론뮤직어워드 올해의 아티스트상 등 국내외 주요 시상식을 휩쓸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애초 빌보트 차트를 석권했을 때 '반짝 스타'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말을 듣기도 했지만 또 한번 정상에 오르며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었다. 멤버들 역시 2017년의 큰 성공 이후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멋지게 극복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K-팝 그룹으로 탄탄하게 입지를 다졌다. #손예진-김태리-김남주 등 존재감으로 압도2018년 드라마-예능계에는 돋보이는 여자스타들이 많았다. 특히 오랜만에 드라마에 모습을 보인 톱스타들의 존재감이 눈에 띄었는데, 대표적인 예가 손예진과 김남주다. 손예진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타이틀롤을 맡아 5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해 여전한 미모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화제몰이를 했다. 남자배우 위주로 돌아가는 영화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몇 안 되는 여배우인데 로맨스 드라마는 꽤나 오랜만의 선택이기도 했다. 게다가 연하의 남자와 펼치는 사랑 이야기라 적당히 부담이 될 법도 했을 터. 하지만 데뷔 후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사랑스러운 매력은 여전했고 세월 만큼 쌓인 연기력이 빛을 발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공신으로 활약할 수 있었다.JTBC '미스티'로 6년 만에 연기 활동을 재개한 김남주는 극중 압도적인 눈빛과 목소리로 화면을 장악하며 단번에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야망으로 똘똘 뭉친 앵커 고혜란을 연기하며 실제 뉴스 앵커 못지 않은 발음과 몸짓을 보여줘 몰입도를 높였으며 미세한 감정의 변화까지 능숙하게 표현해 베테랑 답다는 호평을 끌어냈다. 김남주가 입고 나온 의상이나 헤어스타일까지 화제가 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영화계에서 존재감을 알렸던 배우 김태리도 2018년에는 드라마로 안방극장 진출에 성공했다. 데뷔 후 첫 드라마였는데, 마침 이 작품이 이병헌과 함께 한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이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감독 박찬욱의 '아가씨'로 영화계에 데뷔하더니 업계 최고의 작가 김은숙의 작품으로 드라마계에 발을 디뎠다. 이 정도면 '운이 좋다'고 표현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다. 주인공을 연기하기에 손색이 없는 외모와 연기력을 갖춘, 거기에다 트렌드에 적합한 이미지까지 가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봐야 한다.아이유는 음악과 연기 두 개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여전한 정상급 스타의 위치를 사수했다. 데뷔 10주년 발매곡 '삐삐'를 내놓고 차트 1위를 휩쓸며 '음원 강자'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위상을 과시했으며, 이선균과 함께 출연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화제작으로 만들어 연기자로서도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최근 tvN '남자친구'로 복귀한 송혜교와 JTBC 'SKY캐슬'의 염정아도 2018년 연예계를 말할 때 후미에 세울 수 없는 여자스타들이다. '연하의 남자' 박보검의 상대역을 맡아 로맨스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송혜교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귀엽고 여성스러운 외모로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염정아는 사회적 지위를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고자 안간힘을 쓰는, 야망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꽉 묶어두고 있다. 'SKY 캐슬'이 화제성 순위 1위를 차지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정상에 오른 데다 회를 거듭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어 염정아의 인기도 신년 초까지 상승세를 탈 것이라 예상된다.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2018-12-26 11:22:54

남지민 작 '겨울 제주 들판'

[내가 읽은 책]그 겨울의 시집

이 시집, 빈 속지에는 '1994년 1월 22일, 24일에 눈이 내렸다. 대구에 태어나 살아오면서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세상은 화려하고 눈부신 것들로 가득 메워져 있는데 이 시집에는 먼지 낀 간이역과 삶에 지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라고 적혀 있습니다.1983년 5월 초판 발행한 이 책을 만난 것은 출간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1994년이었습니다. 발간된 지 10년이 지난 그때도 시인이 노래하던 시 속의 팍팍한 사람들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었나 봅니다. 시집을 처음 만난 후 24년이 지나 다시 시집을 펴보니 지난 20여 년 동안의 사회 변화와 개인사가 파노라마처럼 스칩니다. 다섯 명의 대통령이 바뀌었고, 사회는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사회 경제적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고, 저는 어느덧 중년이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취업이라는 어렵고도 큰 무게를 짊어지고 고된 삶을 살아가고, 죽음의 위험 최전선에 서 있는 하청 노동자들,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힘든 여성들, 인종차별과 불평등에 여전히 내몰린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주민, 난민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사평역에서'를 읽은 후 해마다 겨울이면 이 시 속의 풍경이 마음속에 떠올랐습니다."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중략-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중략-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시집 '사평역에서'는 사회의 부조리,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인간의 순수함과 사랑으로 쓰다듬으며 때로는 침묵의 무게가 더 큰 저항으로 느껴지는 시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정권이, 사회가 변했어도 언제 서민이 살기 좋았던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춥고 외롭고 시린 겨울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면서 시인이 돌아보았던 농민, 도시의 소외된 이웃들 그리고 도시 팍팍한 삶 속에 우두커니 선 '나'를 발견합니다. 세상을 잘 몰랐던 그때,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는 그냥 눈으로만 읽었습니다. 20여 년 세상을 더 살고나니 시 속에 담긴 울분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마음 깊이 새기게 됩니다.곽재구 시인은 1954년 전남 광주 출생으로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문학을 전공했습니다. 1981년 시 '사평역에서'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고 '오월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토착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는 시를 써왔습니다. 초기 그의 시 세계는 현실의 거대한 폭력에 대한 분노와 그 아래서 고통 받는 민중들에 대한 사랑을 추구했고 도시 노동자들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그는 비루한 그들의 삶에 피어 있는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서정은 현실을 무시하고 내 마음의 마냥 아름답기만 한 말의 나열이 아님을, 분노와 폭력, 항거의 감정까지 부드러운 언어의 물결로 잠재우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에 부딪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것임을 곽재구 시인의 시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오늘, 누렇게 바랜 그 겨울의 시집 '사평역에서'를 펴고 난로 속에 톱밥을 던지듯 삶을 지피기 위해 눈물 한 줌 훔쳐 넣고, 좀처럼 오지 않는 삶의 희망 열차를 다시 기다려 봅니다.남지민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2-26 10:28:30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기고] 탈원전 정책과 대통령의 행보

얼마 전, 나는 내 눈과 귀를 의심하였다.즉 문재인 대통령이 체코에 가서 원전 세일즈를 한다고 해서다. 다시 말해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고 탈원전을 선포한 대통령이 "원전을 세일즈 한다(?)"라고 하는 기사는 나의 가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도저히 믿기지 않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포기해버린 원전 정책을 외국에 수출하겠다는 주장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체코 국민들까지 우롱하는 기만행위이다. 더욱이 이러한 발상은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노릇이다.쉽게 이야기해서 악덕 식당 주인이 불량 식품을 만들어 자기 가족에게는 "먹으면 안 된다"고 해놓고 손님들에게는 그것을 파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하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건이 청와대와 그들 주변, 나아가 대통령까지 나서 행한다면 우린 언젠가 체코 국민들에게 사기꾼 소리를 들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정말 답답하다. 결론은 빌어먹을 탈원전 정책, 그놈의 정책 때문이지만 말이다.사실 에너지와 원전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이념과 진영의 문제도 아니다. 오직 국가 경제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 먹거리 산업 개발이란 관점에서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토론과 철저한 검증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했던 과제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원자력 산업에 대해 막을 내려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기술 집약과 같은 복합 원전 산업은 반드시 개발해야 된다고 했다. 즉 원전은 이념과 진영이 아니라 과학과 경제에 기초해야 된다고 했던 것이다.그렇지만 문재인 정권은 그들만의 기준과 가치관으로 원전 산업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쳐 버렸다. 사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 시작되면 전기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기차의 발전은 물론이고 드론이나 각종 자동화 시스템의 원천은 모두 안전한 전기 공급에서 출발한다. 특히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환경 친화적인 원전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태양광과 같은 고비용 재생에너지를 장려한다 하더라도 원전으로 그 고비용을 상쇄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어쨌든 그동안 한국은 반도체와 휴대전화, 자동차와 조선 등으로 먹고살아 왔다. 그러나 자동차와 조선은 이미 사양 산업이 되었고 반도체와 휴대전화도 언제 사양의 길로 들어설지 모른다. 원전이나 의학, 혹은 생명공학 등이 새로운 먹거리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도외시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 후손들의 미래와 성장의 기회를 모두 상실하게 만드는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특히 세계 5위권 이상의 기술을 가진 우리 원자력 산업계의 수만 개 고급 일자리를 소멸시킨 것뿐 아니라, 원전 수출을 통한 수백조원의 국부 창출 기회까지 날려 버린 정책, 그리고 그 사이 중국을 포함하여 후발 경쟁 국가들의 등장을 보노라면 너무나 안타까운 좌파적 가치의 탈원전 정책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결론은 좌파적 감성주의자들이 만들어 놓은 탈원전 정책, 이 때문에 대통령까지 사기꾼으로 만들어 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이다.

2018-12-26 10:18:44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바주데바, 경청하는 자

그 작가는 창문만 열면 펼쳐지는 정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산 밑의 정원 같은 넓은 뜰이 마치 집에 딸린 마당 같았으니까요. 그래서 얼른 그 집을 계약했습니다. 그 집에서 조용히 살다 보면 도시에서 받은 상처까지 말끔히 아물 것 같았습니다.그런데 이사 오자마자 알게 됐습니다. 그가 처음 보는 순간부터 마음에 들어 했던 그 공간은 그만 좋아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동네 아이들이 매일 거기 와서 놀았습니다. 그 집은 조용하지 않았고, 그는 조용히 거할 수도, 작업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기분 좋게 노는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 내쫓을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아이는 다섯. 그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하며 천 원씩을 주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이 여기 와서 이렇게 즐겁게 노니, 아저씨가 행복하구나. 과자 사먹어라!"그저 노는 것인데 돈까지 생기니 아이들은 이게 무슨 횡재냐며 좋아했습니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다음날도 아이들은 그렇게 천 원씩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차츰 노는 것보다 돈 받는 일을 더 좋아했습니다.일주일을 그렇게 한 후에 작가는 더 이상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저씨가 잊어버렸을 거라며 창가 바로 밑에 와서 더 크게 놀았지만 그는 내다보지도 않았고, 아이들은 돈 받는 일에 대한 기대로 이미 노는 일에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그 다음 날도, 그 다음다음 날도 돈을 주지 않자 한 아이가 결단한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 우리 여기서 놀지 말자, 저 아저씨 이제 돈 안준다!"세상에, 돈 천원에 놀이터를 잃어버린 거지요? 종종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느라 삶을 잃어버린 우리 같지 않으세요? 꽤 오래 전에 저 비슷한 이야기를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그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난 것은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다가,였습니다. 거기 내가 좋아하는 인물 중에 바주데바가 있습니다. 그는 강을 건너는 사람들을 위해 노를 젓는 뱃사공입니다.수많은 사람들이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탑니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결혼식에 가기 위해 혹은 순례를 위해 강을 건너는, 대부분의 그들에게 강은 그저 장애물입니다. 목적이 생기면 때론 엄청난 것을 잊어버리지요? 뜰에서 놀면서도 뜰을 보지 못해 돈 천원에 뜰을 팔기도 하고, 강을 건너면서도 강을 보지 못합니다."아주 소수의 사람에게만 이 강이 장애물이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강에 귀를 기울여 강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입니다."오랜 시간을 강에 살면서 강물을 사랑하게 된 바주데바는 강물의 소리를 듣는 현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면서요?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무상한 세계를 일컫는 말이지만 그래도 강은 또 거기 그대로 있습니다.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 존재하는 강물에서 영원과 순간이 둘이 아님을, 헤라클레이토스도, 바주데바도 본 것입니다. 순간에, 현재에 온전히 거하는 일 없이 영원과 순간이 하나라는 시간의 비밀은 열리지 않습니다.현재에 거하는 자는 과거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현재에 거하기 때문에 잘 관찰하고 잘 듣습니다. 조급한 사람, 목적이 있는 사람,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은 경청하는 척 할 수는 있어도 경청하지 못합니다. 지금 이 순간 느긋하게 오로지 현재에 거할 줄 아는 사람만이 경청할 수 있습니다.싯다르타가 본 바주데바는 경청하는 자였습니다. 축복은 바로 진심으로 들을 줄 아는 사람에게 삶의 고뇌를 털어놓은 일이지요? 그 때 번뇌가 별빛으로 바뀌는 연금술이 일어나니까요."그보다 더 진지하게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자는 거의 없었다. 싯다르타는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은 바주데바가 싯다르타의 말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음을. 한 마디로 놓치지 않고, 조급하게 다음 말을 기다리는 법도 없이, 칭찬의 말이나 비난의 말도 없이 가만히 마음을 열고 듣고 있음을."스스로에게 절망한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그에게 싯다르타가 이렇게 말합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당신만큼 남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을 나는 만나보지 못했습니다."남의 말을 잘 들어주시나요? 무엇보다도 바라는 것이 있으면 경청하지 못합니다. 헤세의 싯다르타가 어느 날 찾아든 보물 같은 아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싯다르타는 아들이 없는 행복보다 아들과 함께 하는 고통이 좋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부와 게으름에 길들여진 아들은 아버지에게 저항하며 바르고 온화한 아버지를 떠날 기회만 엿보고 있습니다. 그 때 바주데바가 나섭니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기는 이치를 아는 싯다르타가 사랑으로 아이를 구속해서 날마다 아이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되묻고 있습니다. 아이를 제대로 살게 하고싶은 마음이 아이의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지 못하는 이유라는 겁니다. "누가 그대를 윤회에서, 죄업에서, 탐욕에서, 어리석음에서 지켜주었나요? 그대 아버지의 훈계가, 스승들의 경건함이, 그대의 지식이 그대를 (그대가 겪어야 할 운명에서) 지켜주었나요? 어느 아버지가, 어느 스승이 지켜서서 그대를 말릴 수 있었나요? ...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준다 해도 그것으로 아이가 스스로 겪어야 하는 운명을 한 치나 덜어줄 수 있을까요?"무서운 진실이지요? 경청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를, 나의 욕심을, 나의 어리석음을 경청해야 하는 거지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사랑할 수 있듯 나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의 소리를 경청할 수 있습니다.타고르가 말했습니다. 왕자의 옷을 입고, 목에 보석줄을 감고 다니는 아이는 도무지 즐겁게 놀 수 없다고. 옷이, 보석이 짐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나의 짐인지, 무엇이 나를 번잡하게 하고 어지럽게 하는 지, 성난 강물처럼 흐르는 맹목적 사랑이 어떤 고통으로 오는 지, 나는 또 그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 지, 버려야 할 것들을 보물처럼 안고 사는 내 욕심은 어떤 탄식 소리를 내는지, 돈 천원에 놀이터를 잃어버린 내 치기는 어떤 분노로 올라오는 지, 사랑이 지나가고 젊음이 지나간 무서운 적막은 어떤 노래를 만드는 지 경청해보지요, 우리!6개월 동안 경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돌아오는 마감날짜에 잠시 옥죄어들었던 적도 있지만 대체로는 행복했습니다. 좋은 인연에 감사드리며 어디서 다시 만나든지 반가운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2018-12-25 16:14:38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겨울 입암  / 김상환(1957~ )

겨울 입암에 갔다어제 같이 내린 대설로발이 빠졌다우리는 한참이나 서서오래된 서원과 나무를 이야기했다마을로 가는 길그 길은 좁고 적막하여 잔기침을 했다토담벽 너머 화들짝 놀란산수유 열매가 눈 속에 한껏 붉었다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퀭하니 비어 있는 마을을서둘러 빠져 나오니까치까치 설날이 이레 남았다 ―웹 사이트 '시사랑, 시의 백과사전' (2003) * * * 포항시 죽장면 입암리의 겨울 풍경을 담았다. '입암'(立巖)이라는 지명이 유래된 것은 마을 가까이 흐르는 가사천변에 선바위가 있어서다. 시인은 눈 속에 발을 빠트리며 왜 입암에 갔을까? 그곳에는 조선 중기 낙중학(洛中學)을 대표하는 여헌 장현광(1554~1637)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입암서원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일행들과 그곳에 오래 서성이며 유서 깊은 입암서원과 향나무의 숨결과 체취를 느껴보았던 것!행여, 여헌 선생의 후손을 만날 수 있을까? 송림 울창한 언덕을 내려와 "좁고 적막하여 잔기침을 하"는 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서는데, "눈 속에 한껏 붉은" 산수유 열매와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마치 여러 차례 관직을 뿌리치고 평생 도학자의 길을 걸어온 선생의 절조를 말해 주는 듯하다. '까치설' '아치설'로 일컬어지는 작은설이 한 며칠 남았는가? 저 선바위처럼 눈밭에 꼿꼿이 선 채로 세모(歲暮)를 보내는구나! 한 해 동안 '장하빈의 시와 함께'를 사랑해 주신 독자 제현께 감사드린다. 시로써 행복한 새해 맞이하시기를….시인·문학의 집 '다락헌'상주작가

2018-12-25 16:03:50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경제칼럼]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와 지속서장

좌편향 인사 포진한 청와대 비서실여당 국회의원 절반도 운동권 출신규제 개혁·혁신 성장 정책 있어도의사결정 구조 벽 넘기 쉽지 않아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여러 경제정책에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적지 않은 갈등을 보여 온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이임사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극복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라는 일반인들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행정부 각 부처가 경제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선 입법부에서 관련 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제정된 법을 토대로 행정부 각 부처는 시행령을 만들고 정책을 수립하게 된다.최근에는 정책 수립 단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단계가 하나 더 늘었다. 각 부처 소속 관련 위원회의 자문이나 검토를 거쳐야 한다. 원래 위원회는 대개 자문기구로서 결정권과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조직이지만 최저임금, 원전 폐기 등 주요 정책에 대해 자문하고 건의를 한다. 현재 중앙정부 소속 위원회만 555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너무 많은 위원회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관련 법률과 위원회의 자문이나 검토 의견을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각 부처는 청와대 정책실과 다시 협의를 거친다. 경제정책의 경우에는 주로 경제수석실과 협의를 거친다. 정책 초안을 가지고 청와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책 조율이 이루어진다. 국회 여당과 당정협의를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책안이 만들어지면 마침내 국무회의를 거쳐 하나의 정책으로 탄생되어 시행된다.그런데 이런 정책 결정 과정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선 국회부터 살펴보자. 입법을 하고 당정협의를 해야 하는 여당 국회의원의 절반은 과거 운동권 출신들이다.출발부터 좌편향 운동권의 시각이 바탕이 된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 각종 위원회도 절반 이상이 친정부 여당 편향적인 좌파 인사들도 채워져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88%, 경찰개혁위원회는 75%, 일자리위원회는 66% 등 많게는 70~80% 정도가 친정부 좌편향 인사들이라는 분석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정책협의를 해야 하는 청와대 정책실 비서관 행정관들도 상당수가 좌편향 인사들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이런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비록 경제부총리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운신의 폭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규제 개혁을 주장하고 혁신 성장을 강조해도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을 하기 위한 대부분의 정책들은 좌편향 인사들의 의사결정 구조 벽을 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점을 알 수 있다.얼마 전 발표된 새해 경제정책 방향에서는 소득주도성장은 뒤로 처지고 경제활력 제고가 제일 먼저 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는 산업정책이 없다는 대통령의 질타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도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이제 실적을 내야 할 시점에 이르러 정책의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그러나 여전히 노동 개혁 규제 혁파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포함돼 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정치적 의사결정 위기'를 엿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실적을 내야 하는 시점에 다시금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극복 없이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2018-12-25 15:59:00

김연실전(문장, 1939. 3.)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신여성을 싫어한 소설가 김동인

소설가 김동인의 대동강 사랑은 유명하다. 김동인이 사랑한 대동강은 지도상의 위치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대동강은 삼월 삼짇날부터 사월 초파일, 오월 단오를 거쳐, 유월 유두에 이르는 시기, 기생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풍류 배들이 강을 메우며 축제가 열리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대한 사랑이 너무 극진했던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여학생을 동경하던 때에도 김동인은 혼자서 기생 예찬론을 펼쳤다. 예찬론을 펼칠 뿐 아니라 몸소 기생들과 수개월에 걸친 동거생활까지 감행했다. 이 깊은 사랑의 후유증 때문인지 기생을 대체하여 시대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등극하기 시작한 여학생, 즉 신여성에 대한 김동인의 증오는 이상할 정도로 깊었다. '김연실전'(1939)은 바로 그 증오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소설이다.'김연실전'의 김연실은 하급관리와 기생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나,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경유학을 떠난 인물이다. 소설 속 김연실은 말로는 자유연애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성적 방탕과 자율적 연애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며,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극도로 남성종속적인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상대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장롱 속에 있던 '베개를 내리는 일'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김동인은 '김연실전'을 통해 모든 신여성을 매춘부로 묘사해내고 있었다. 신여성에 대한 이와 같은 김동인의 판단은 지나치게 악의적이었지만 일면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보수적 조선 사회에서 초기 신여성, 즉 여학생 중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으면서 행동 제약에서 자유로운 기생의 딸이나 첩의 딸이 많았다. 그리고 이들 신여성들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와 갑작스럽게 만나버린 바람에 불륜, 방탕한 연애 등 행동과 의식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들 신여성들은 사회적 제약과 심리적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삶을 향한 강렬한 열정과 집념으로 자신을 채우고 있었다. 김동인은 그 점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기생의 딸 김연실이 당시 사회를 향해 내질렀던 절망적 비명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도,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서 그녀가 들인 처절한 노력을 돌아볼 생각도 없었다.신여성을 향한 이와 같은 편견은 김동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지식인 남성 일반의 공통적 인식이었다. 김동인의 편견은 기생을 향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유라도 내걸 수 있었지만 나머지 지식인 남성 일반의 편견은 그런 이유조차 없었다. 그들은 앞장서서 '평등'의 근대적 의식을 부르짖었지만 그 의식을 지식으로 받아들였을 뿐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 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직 엘리트 여성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 야만적 현실을 보고 있으면 백 여 년 전의 전근대적 조선에서 우리 사회가 과연 한 발짝이라도 진보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2-25 14:37:35

하응백 문학평론가

[광장]대충 살자

1960년대 이후 우리는 '하면 된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살았다. 식민지 시대의 패배 의식과 전쟁의 상처와 절대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신 무장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앞장서서 국민정신 개조에 나섰고, 정주영 같은 기업인은 맨땅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등의 추진력을 보임으로써 '하면 된다'가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하면 된다'의 정신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해, 군대·기업·학교·가정 등 사회의 전 분야에 침투해 주류 이데올로기로 형성되었다. 군대에서는 '까라면 깐다'라는 이른바 'KK정신'으로 미화되기조차 했다.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과 2002한일 월드컵에서 놀랄 만한 성적을 올리면서 '하면 된다'는 정신은 한국인들에게 더욱 내재화된 것으로 보인다. 86아시안게임에서 가냘픈 소녀 임춘애는 중거리 육상 800m, 1500m, 3000m 세 종목을 석권하면서 '하면 된다' 정신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이 소녀는 당시 '라면 먹으면서 운동' 했다고 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라면을 먹고도 세 종목을 석권한 것은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어 가능했다는 믿음이, 온 국민에게 종교처럼 퍼져 있던 시절이었다. 임춘애가 훗날 "코치 사모님이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주셨다"가 한 언론사에 의해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고요"로 둔갑한 것은, '하면 된다'는 신화에 온 국민이 얼마나 몰두하고 있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세상에는 해도 안 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레슬링 선수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발레리노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애초에 안 되는 일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한 개인으로 보자면 안 되는 일은 수없이 많다. 몸치인 사람은 총검술과 태권도, 무용이나 사교춤에는 젬병이다. 음치인 사람은 일류 성악가가 될 수 없다. '갓바위'에서 부모가 아무리 열심히 절을 해도, 그들의 모든 고교 3학년 자녀가 일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자명한 이치다. 모두 부자가, 모두 성공한 기업인이, 모두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면 된다'는 수십 년 동안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어, 해도 안 되는 일이 많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억압을 형성했다. 해도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식에게 혹은 사회 후배들에게 '하면 된다'의 신화를 강요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하지 말라며, 그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이제 젊은 세대들은 '하면 된다'가 거짓임을 깨닫고 있다. 우리 자신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하려 했던 그 사실을, 기성세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은 보다 본격적으로 간파하기 시작했다.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제목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이다. 나이 40세인 저자는 "열심히 살수록 예상과 다른 결과에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대충, 설렁설렁 살 수도 있고,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말한다.절대 빈곤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하면 된다'의 신화에서 벗어나, 해도 안 될 수도 있으니 대충 살자, 또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살자. 좀 편하게 살자.

2018-12-25 14:37:27

김태원 대구시의원

[기고] 대구를 알리는 대중음악의 필요성

대구 하면 떠오르는 대중가요가 있는가. 간신히 한 곡 떠오른다면, 국민가수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정도일 것이다. 다행히 최근 대구를 주제로 한 두 곡이 발표되었다. 가수 현정화의 '동대구역'과 가수 김경민의 '신천대로'가 그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대구를 주제로 한 대중가요는 더 있겠지만, '목포의 눈물' '대전 부르스' 등과 같이 고향을 추억하기 충분한 노래가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유명한 노래 한 곡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수 진성이 부른 '안동역에서'의 팬들은 추억 속 첫사랑을 기억하며 안동역을 찾아가고, 버스커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는 여수를 낭만의 거리로 재탄생시켰다.2012년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문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문화 전문가들은 싸이의 이 한 곡이 가져온 경제 활성화 효과를 1조원에 달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한국을 찾는 상당수 관광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듣고 한국 여행을 결심했다고 할 정도다. 문화의 힘은 사람의 마음을 저절로 이끌어주는 효과를 창출한다.여기에서 대구는 문화 마케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거 중요한 관광지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 수많은 노력과 예산을 들였음에도 대구 대표 관광지는 '김광석 길'이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공연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는 다양한 공연 관련 축제를 추진하고 있다. 매년 야외 공연축제인 '컬러풀 페스티벌' '국제 오페라페스티벌' '국제 뮤지컬페스티벌' '포크페스티벌' '재즈페스티벌' 등이 그것이다. 이에 소요되는 대구시 예산은 매년 수십억원이지만, 과연 그 축제들이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단편적으로 지역 축제를 찾아오는 관광객과, 김광석 길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월등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일정 기간 단발성으로 많은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축제가 과연 관광객 유치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효과성이 있는 것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할 시점이다.이런 가운데, 지역을 소재로 한 두 가수의 노래가 발표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대중가요 한 곡이 대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다면, 서울역 앞 대형 전광판에 대구를 홍보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수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가수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 등의 히트곡으로 오래도록 사랑받는 관광지가 된 사례가 있다. 하루 5만 명이 이용하는 대구역에서 대구역의 노래가 흐르고, 수성못에 가면 수성못의 노래가 흐르고, 서문시장에 가면 서문시장의 노래가 흐른다면, 관광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싸이나 방탄소년단이 한국어로 노래한 것이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국과 한글을 알리는 데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란 것을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수많은 리더들이 대구를 긍정적으로 알린 것보다, 김광석이란 예술가 한 명이 알린 대구가 더 클지도 모른다. 이제 대구를 대표할 만한 대중가요 몇 곡쯤은 있어야 한다. 대구를 떠나 타향에 살면서도 고향을 추억하며 향수를 달랠 수 있는 대구만의 노래가 필요하다. 대구가 진정 인정받기 위해서는 대구 하면 모두가 떠올릴 음악 몇 곡은 있어야 한다.

2018-12-24 13:43:47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우리들의 겨울 양말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의 발바닥엔, 먼 능선을 타고 온 한기가 잔뜩 서려 있습니다. 겨우내 살얼음판 같은 세상 오가며 예쁜 발 얼지 말라고 준비해준 양말은 어디에 두고, 맨발이 발갛게 얼었습니다. 시린 발 내 두 손으로 꼭꼭 만져가며 작고 보드라운 발을 녹입니다.깜깜한 밤, 남편도 큰아이도 집으로 돌아옵니다. 땀이 밴 귀갓길, 온종일 긴장하며 뛰어다닌 발바닥이 좋지 않은 냄새를 풍깁니다. 바깥 냄새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오는 게 미안했던지 현관에서 습관처럼 양말부터 벗습니다. 빨래 바구니엔 양말이 수북합니다. 늘어지고 낡은 양말, 종일 찬 기운이 얼마나 스며들었을까요. 말굽처럼 단단해진 발바닥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남편은 또 얼마나 고단했을까요.대신동 양말 골목을 지나며 오래된 상회 앞에서 걸음을 멈췄던 적이 있습니다. 겨울 양말을 고르며 값이 참 헐하다 생각했습니다. 세월에 무뎌진 발을 얼마나 오랫동안 안아줄지 모르겠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박음질이 참 탄탄한 게, 올겨울은 거뜬히 보내겠다 싶었습니다.지난여름, 어느 골목을 지나다 요란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단독주택 지하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드르르르 드르르르' 재봉틀 소리라는 걸 알았습니다.또 다른 주택에서는 '웅웅웅' 이름을 알 수 없는 기계들이 실 꾸러미 수십 개를 달고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골목 그늘진 곳에는 노인 두어 분이 커다란 돗자리를 깔고 양말 실밥 따기를 하고 있었지요. 도심에서 아직도 가내수공업을 하는 집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값싼 중국산에 밀릴 법도 한데 몇 푼 더 줘도 제값 거뜬히 하니까 'MADE IN KOREA'가 최고라지요.비록 무디고 더딘 걸음이라 할지라도 이 땅에서 내일을 향해 꾸역꾸역 걸어갈 우리들의 발에 성탄절인 오늘만큼은 새 양말 한 켤레씩 선물해도 좋겠습니다. 오늘 일과가 끝날 무렵 내 발 또한 땀에 절어 세상의 온갖 냄새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겠죠. 양말 골목을 지나다 내친김에 두어 뭉치 더 준비합니다. 평소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던 지인들이 생각나네요. 이 차가운 겨울에 도톰한 겨울 양말 한 켤레 선물 받는다면 어떨까요?겨울은 더 깊어질 테고, 내일을 향해 거침없이 걸어갈 당신의 발에 나는 성탄의 아침을 맞아 따뜻한 겨울 양말 한 켤레로 감사를 대신합니다. 이 한 켤레의 양말이 오래도록 당신의 발을 따뜻하게 위로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 먼 길 걸어오신 당신, 수고하셨습니다. 우리의 내일 또한 참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2018-12-24 13:31:52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반성 2018

오래전 어느 날 우연히, 참 재미있는 시를 한 편 읽고는 아예 통째로 외어 두었다. '술에 취하여 수첩에다가 뭐라고 썼는데, 술이 깨니까 알아볼 수가 없었고(괴발개발 필체), 술 몇 병을 마신 다음에(취기 충만하여) 봤더니,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었다'는 내용의 시다. 이 시를 외우고 보니 제법 요긴했다. 어쩌다 가진 술자리에서 은근히 암송해주면, 누구든 자기 얘기인양 공감하고 즐거워했기 때문이다.시의 제목은 '반성 16'이다. 1980년대, 김영승 시인이 『반성』이라는 이름으로 낸 첫 시집에 수록돼 있었는데, 이후로도 '반성' 연작은 이어졌다. 최근에는 '반성 827'도 읽은 적이 있다. 앞으로도 그의 반성은 계속될지 모르겠다.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소박한 이웃들의 모습에서, 심지어 키우는 개의 행동을 통해서 끊임없이 삶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그의 시가 사랑받는 것은 '공감'의 힘이라고 느낀다. 눈꼽 만큼도 반성할 게 없는 사람, 한번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는 누가 읽어도 자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가릴 것도 꾸밀 것도 없이 진솔하게 말이다.오랫동안 사용했던 물건들을 통해서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반성에 이르기도 한다. 한 TV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이 수십년 동안 썼던 낡은 지갑을 잃어버리고 그 지갑과 함께 한 긴 시간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했다. 마치 '고해'처럼 들렸다. 지금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는 푸치니 걸작 오페라 '라보엠'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4막에서 철학자 콜리네가 죽어가는 미미를 위해 한 벌 뿐인 외투를 팔러가면서 부르는 '외투의 노래'라는 아리아.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외투를 벗으며, "낡은 외투야, 그동안 감사했다. 부자와 권력자에게 등을 굽히지 않았고, 동굴 같은 주머니에 수많은 철학자와 시인의 책을 넣게 해주었던 너에게 작별을 알린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내용을 울림이 깊은 베이스의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사람은 누구나 반성을 하며 산다. 필자 역시 감히 시(詩)를 운운할 수는 없지만, 빈 종이에 메모도 하고, 때로는 반성문 같은 일기도 쓴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새해가 시작된다. 책상 위에는 받아둔 새 달력과 다이어리가 있는데, '2019'라는 숫자가 영 어색하다. 남은 며칠이 쏜살처럼 사라지기 전에, 만사 제쳐놓고 지나온 한 해를 되돌아보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반성 2018'이다.

2018-12-24 12: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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