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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남북관계 관련 법률 정비해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법적 제도화 하는 게 정치의 영역애매모호한 남북관계 관련 법률정치권 머리 맞대고 빨리 정비를문재인 대통령이 비준한 평양선언, 남북군사합의서가 발효되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남북관계를 불가역적으로 진전시키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서두른 이유로 보인다.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헌재가 또다시 짐을 떠안게 되었다.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의 사법화가 현재도 진행 중이다. 남북관계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영역이다. 특히 지금은 남북이 전인미답의 길을 가는 중이다.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수시로 불거지고 있다. 정치권이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다.법적인 판단은 다르다. 법에 따라 흑백의 결론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창의적인 상상력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처분 신청은 인용 혹은 기각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 영역으로서 사법 판단에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 내기도 어렵다. 평양선언 등의 위헌 여부를 다투는 게 아닌 가처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치적 문제를 법으로 재단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을 스스로 축소하는 행태이다. 자신들의 숙제를 대신해 달라는 게으름의 소산이기도 하다. 기왕 법의 영역으로 들어왔다면 사실 정치권이 할 일은 많다. 애매모호한 남북관계 관련 법률을 정비하는 게 그것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문제는 수시로 불거질 것이다. 그때마다 법리 논쟁을 벌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우선 남북한 간 합의는 헌법상 조약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이나 일부 학자들의 경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고, 남북합의를 조약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있다. 하지만 북한의 국가성 등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헌논쟁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본질은 제쳐둔 채 논의가 산으로 갈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남북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과 헌재의 기존 견해대로이다. 북한이 국가인지 논란을 벌일 이유가 없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평양선언 등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없다고 밝혔다. 헌법상 조약이 아닌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또다시 불거진다. 남북관계 발전법에 따라 비준, 공포한 남북합의서가 어떤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른 조약이어야 대한민국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반면 남북합의서는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그 같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 남북관계 발전법에도 남북합의서의 법률적 효력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남북합의서는 남한과 북한 사이에 한하여 적용한다'는 '효력범위' 규정만 있다. 구속력을 갖는 법률인지 명령인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남북한 관계처럼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겨진 것이다. 천정배 의원의 지적처럼 평양선언 비준은 '법적 효력은 없는 정치적 선언'인 셈이다.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법적인 제도화는 그 길을 포장하고 탄탄대로로 만들어 누구나 갈 수 있도록 만드는 후속작업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정치가 할 일이다. 법적인 제도 정비에 나서지 않는 것은 정치권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적인 정비에 함께 나서도록 야당 설득에 공을 들여야 한다. 야당 역시 집권할 정당이라면 비난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변화하는 남북관계를 감당할 정당이 아니라는 모습으로 굳어질 수 있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여와 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비난과 다툼 대신 문제를 풀기 위한 고민 말이다. 오늘 청와대 여야정 협의체 모임에 기대를 걸어 본다.

2018-11-04 15:45:52

[종교칼럼]두 가지 질문-원수와 친구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질문을 듣는다. 그중 기억나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학창 시절 설교학 교수님은 늘 질문을 하나 던지시면서 명상할 시간을 주시고 세미나를 시작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당신의 원수는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이다. 나는 늘 원수와 반대편에 서 있는 존재다. 내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적개심의 본모습은 무엇인가? 나는 사춘기 때 아버지를 왜 그렇게 미워했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원수를 만들어낸다. 내 불안을 없애는 방법, 내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일 아닐까? 적이 있어야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지는 않는가? 원수를 악마화하면 쉽게 나를 정당화하고 죄책감을 없앨 수 있다.나는 원수를 갖는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원수가 내 부정적 자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또한 나 역시 누군가의 원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원수상이지만, 진정한 원수를 원수로 볼 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의로운 분노를 가질 수 있다.작년에 국가보훈처장에 임명된 피우진 예비역 중령의 군대 시절 일화다. 1979년 육군 소위로 임관해서 25년간 1천300여 시간 비행기록을 세웠다. 왼쪽 유방이 암 판정을 받아 유방 절제 수술을 하면서 헬기 조종사로서 중요한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멀쩡한 오른쪽까지 절제했건만 전역 명령이 내려왔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남성 군인과 똑같이 가슴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던 남자 상관들은 피 중령에게 예쁜 여군들을 예쁜 옷 입혀서 보내라고 명령했다. 미적거리자 계속 재촉했다. 그러자 여군들을 전투복에 완전군장에 총기까지 휴대시키고 술집으로 출동시켰다. 그녀는 자서전에서 "나의 군인정신은 나라를 위해서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나의 적은 북쪽 어디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주변의 남성 군인들이었다."라고 말했다.박사학위 지도 교수님이 하루는 나에게 "당신의 친구는 누구입니까?"라고 질문했다. 우리 한국 사람들은 학교 동창의 경우 평생을 친밀한 친구로 지낸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당신은 목사니까 당연히 기독교인 친구가 많을 텐데, 그런 친구보다 이론적으로 기독교를 부인하는 사람을 친구로 사귀어 보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심리학자 '프로이트'와 다른 무신론적 철학자들도 친구 삼아서, 그 이야기도 듣고, 응답하면서 지내고 있다.우리 삶에서 친구가 중요하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사람이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진리와 멀어지고 사람과 부대낄 때 진리와 가까워진다.친구는 항상 나에게 유익만 주는 관계는 아니지만, 원수처럼 미워하는 관계가 아닌, 동반자 관계다. 서로 잘 들어주는 관계, 이해하는 관계, 인내하는 관계다. 우리 인생길에 진정한 친구가 있다면 외롭지 않은 인생이다.친구는 주로 유유상종이지만 원수를 친구로 삼기도 해야 한다. 링컨이 한 정치인과 토론을 벌이면서 몹시 분노했다. 참모들에게 "그는 나의 적이다. 내가 꼭 제거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얼마 후 링컨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그와 악수했다. 한 참모가 링컨에게 "대통령님, 그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까?"라고 물었다. 링컨은 "맞다. 하지만 나는 이미 적을 제거했고 나와 악수한 사람은 이제 내 친구다."라고 대답했다.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원수를 친구 삼으라는 말씀이다. 우리는 친구 관계를 통해서 사랑, 자비, 인내, 협력, 봉사, 섬김을 발전시킨다.가장 중요한 질문은 원수와 친구 사이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이다.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11-02 10:47:01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자치분권, 공통 경험을 통한 신뢰에 달렸다

'행정'이 '자치'로 이동하는 과정은각종 권한과 책임의 분배와 이양공공·민간 영역서 공통 경험 축적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에서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 2018'이 열렸다. 총 21만여 명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자치분권의 제도화와 구체화라는 목표를 두고 '중앙권력을 나누면 지방의 역량이 배가 되고 주민 행복이 더해진다'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하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거 참여하는 전국적인 행사로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와 토론회가 열리고, 지방자치단체의 생산성 측정 평가를 통한 수상과 함께 읍면동 기초단위의 우수 사례를 전시하고 시상하는 자리도 있었다.'자치분권'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제라는 점을 넘어 분권이야말로 실제 주민들의 생활과 사고 수준에도 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구절벽과 경제위기 등 우리가 직면한 삶의 다양한 현안들을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중요한 출구전략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비효율성을 제고하거나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등은 어쩌면 부수적 효과일지도 모른다.이번 박람회를 둘러보면서 자치의 가장 기초단위라고 할 수 있는 전국의 읍면동에서 실제로 만들어가고 있는 자치의 핵심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이 '자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권한과 책임의 분배와 이양일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일상을 결정하고 규정하는 많은 권한과 책임이 공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조직과 주민자치위원회를 비롯한 소위 '직능단체'의 몫이었다. 자치는 이러한 권한과 책임을 전혀 다른 주체들에게 분배하고 이양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제도와 규정, 절차와 예산 등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현실의 껍데기는 훨씬 딱딱하고, 과정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렵다. 무엇보다 절실한 요소는 구체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신뢰'의 문제라고 본다. 우리 사회는 이념과 지역 등 오랜 갈등과 반목을 거치면서 신뢰를 상실해 버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신뢰가 없다. 지역사회에서 개인과 개인, 단체와 단체, 공무원과 주민 등 상호관계에서 신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나 욕망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자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예를 들어, 주민이나 예술가가 공무원의 행정을 향해 자신들의 활동을 가로막는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신뢰는 구축될 수 없다. 반대로 공무원이 주민이나 예술가를 행정을 알지 못하는 민원인으로만 대한다면 역시 신뢰는 불가능하다. 성별과 세대, 직업 등 다양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고, 정치와 행정은 이것을 잘 끌어안아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치의 성공적인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 다양한 주체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이다. 행정기관과 중간지원조직, 민간단체 등이 함께 '활동'을 한다는 것인데, 이는 기존의 'OO협의체'와 같은 형식적인 네트워크가 아니라 실제로 지역활동 속에서 새로운 지역문화와 지역경제를 창조하는 영역으로 이어지고 있다.그렇다면 이러한 지역네트워크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의 문제이다. 기관과 단체, 개인과 개인 간에 신뢰를 잘 쌓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신뢰를 이야기할 때 착각하는 것이 있는데, 자기 스스로를 신뢰의 주체로 여긴다는 점이다. 신뢰는 상대방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순간, 신뢰는 불가능하다. 자치는 일종의 혁명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통의 경험과 사례를 축적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제도와 예산, 사람 등 모든 자원을 경험과 사례로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18-11-01 14:57:11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채식도 채식 나름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주위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동물은 위험이 닥치면 심한 냄새를 풍기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가거나, 거꾸로 공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가시를 가지거나 껍질을 아주 딱딱하고 맛없게 만들어 버린다. 약한 풀이나 채소들은 독소를 내는 방법 밖에 없다.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란 'phyto'=식물이 'chemical'=화학물질을 낸다는 뜻이다. 파이토케미컬은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암세포 성장을 늦추고,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등 획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졌다. 그래서 채식 전문가들은 다양한 색깔이 있는 식물마다 각자 다른 물질들을 내기 때문에 5가지 색의 채소를 즐기라는 권고한다.파이토케미컬은 1천 종류가 넘게 있고, 대표적으로는 빨간 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 흰 마늘에 있는 알라신, 노란 당근에 있는 베타카로틴, 보라색 아로니아에 있는 안토시아닌 등이 있다. 우리들이 벌레먹은 채소나 과일을 보면 주위가 딱딱하고 먹어보면 싸한 느낌이 난다. 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방어작용으로 나온 파이토케미컬이다. 황 성분이 함유되어서 그런 맛이 난다.우리가 매일 가게에서 접하는 채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려움이 없이 키운 것들이다.때 맞추어 물주고 비료도 듬뿍 뿌리고,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를 가진 온실에서 자란다. 아주 싱싱하다. 크고 부드럽다. 제철도 없다. 겨울에도 딸기가 나오고, 이른 봄에도 수박이 나온다. 귀하게 키운 자식같이 덩치도 크고 잘 생겼다. 하지만 이런 온실 채소들은 부실하다. 영양분도 적다.동·식물은 자연에서 살아남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식물들은 다른 나무들과 햇빛을 두고 자라는 경쟁을 하고, 수정을 위해 벌과 나비를 두고 유혹해야 한다. 철마다 피는 꽃들이 다른 이유는 자손을 퍼뜨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을 택하기 위해서이다. 겨울이 채 가시기 전에 눈을 뚫고 작은 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고, 다른 꽃들이 전부 시들어가는 늦은 가을에 피는 꽃들도 있다. 자기한테 맞는 시기를 선택해서 그러는 것이다.채소도 마찬가지다. 봄에 올라오는 부추만이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고, 가을 무만이 제대로 자체의 그 맛을 낸다. 키워서 파는 깻잎과 향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기 특색을 가지고 자란 채소만이 강한 파이토케미컬을 가진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정답은 뻔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재배하고 제철에 나오는 벌레먹고 비틀어진 채소만 골라도 절반은 성공이다.

2018-11-01 13:37:29

김윤식 교수(1936-2018)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근대문학 연구자 김윤식 교수를 기억하며

근대문학연구자 김윤식 교수가 지난 10월 25일 82세 나이로 타계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중 한 사람이 96세였음을 감안한다면 연구자로서는 이른 나이에 삶을 마감한 것이다. 김윤식 교수 강의를 처음 접한 것은 1988년 늦봄이었다. 경북대학교 인문대학에서 그의 초청 강연회가 개최되어 그 강연회를 들으러 간 것이었다. 그날 처음 본 김윤식 교수의 모습은 삼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접단(당시 표현 용어로 '가부라') 바지의 회색빛 양복, 앞가르마를 타서 자연스럽게 넘긴 머리카락, 다소 어눌한 느낌을 주는 경상도 억양의 느린 말투.1988년 나는 이십대 중반으로 국문학과 석사과정 3학기 차였다. 한국 근대 소설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그와 관련한 전문 지식은 부끄러울 정도로 얕았다. 그 얕은 지식을 김윤식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메워가고 있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내 선후배 역시 김윤식 교수의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나 '한국근대문학사상'을 손에 들고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 국문학과 대학원생들에게 있어서 김윤식 교수 연구서는 근대문학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통과의례 과정 중에서도 꼭 읽어야 할 책이 '이광수와 그의 시대'(1986)였다.'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읽으면서 나는 참으로 경이로운 경험을 했다. 책을 읽다가 보면 어느 사이엔가 나 자신이 가난한 식민지 청년 이광수가 되어서 근대적 풍물로 가득 찬 1910년대 일본도쿄 거리나 중국 상해의 조차지 혹은 1930년대 일제강점하의 조선 거리를 걷고 있었다. 소설 읽을 때에나 일어나는 감정이입작용을 나는 딱딱한 연구서를 읽으면서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상상력이 특별히 뛰어나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책 내용을 가득히 메운 세밀한 고증자료가 이광수 삶과 그의 시대를 내 눈 앞에 생생하게 재현시켜 준 덕분이었다.그래서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읽는 동안 나는 몇 번이나 이광수의 가혹한 운명에 가슴 저려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광수가 친일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조차도 분노와 비판보다는 안타까움과 연민의 감정이 앞섰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를 통해 나는 인간을 이해하고 시대를 읽는 법을 배워갔다. 그 이해는 내가 살지 않았던 먼 과거의 한 시기와 그 시기를 살았던 인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자신과 내 주변 사람 역시 거기에 해당되었다.자기치유의 힘, 어쩌면 이 것이 어줍지 않은 형태이기는 하지만 이 십 년 이상 내가 문학연구를 지속해오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나는 문학연구의 이와 같은 힘을 김윤식 교수의 연구를 통해 배웠다. 말을 나눠 본 적도 없고, 제자가 되어서 지도를 받은 적도 없지만 내 연구는 언제나 그의 연구를 모범 삼아 진행되어 왔다. 그래서 김윤식 교수의 부재가 내게는 더욱더 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근대문학연구에 손을 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가을, 대부분 나와 같은 쓸쓸함을 느끼고 있으리라. 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1-01 11:49:17

[광장] 새로운 시대는 말씀과 함께 왔다.

새로운 시대는 '말씀'과 함께 왔다. 벼락처럼 느닷없이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온갖 매스컴이 하나같이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즉,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의 '말씀'을 전했지만 선뜻 와 닿진 않았다. 그가 누군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당장의 내 삶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어제도 오늘처럼 살았고 내일도 오늘같이 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처음엔 약간의 저항도 있었다. 진짜 새로운 세상이 온 게 맞는지 한번 따져보자는 거였다.하지만 그런 목소리들은 끊임없이 전해지는 '말씀'에 묻혀 사라져 갔다. 그리고 '말씀'이 계속될수록 사람들은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모르는 게 뭔지,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아야만 했다. 특히나 대한민국은 지난 몇 년간 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느라 온 나라가 들썩였다. 별안간 수많은 전문가가 나타나 4차 산업혁명을 설파했고 지금도 하고 있으며 갈수록 더해질 태세다. 그들의 가르침은 대개 '슈바프'의 '말씀'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서 인공지능, 빅 데이터, 초연결사회 등을 열거한 다음 우리 앞에 다가온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면 살 것이요, 외면하면 몰락할 것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얼핏 결론만 보면 무슨 종교 같기도 하다. 전문가는 사도처럼,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은 믿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낙원처럼 말이다.그런데 이토록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말씀'의 성지가 된 데는 이른바 '리더'라 불리는 이들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컸다. 분야를 막론하고 어찌나 4차 산업혁명을 강조했던지 이젠 4차 산업혁명 없이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어떤 것도 도모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것 같은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그렇다면 잠시 이전 시대, 그러니까 2016년 1월 '슈바프'의 선언이 있기 전으로 돌아가 보자. 그때도 일상에서 지금과 거의 같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지금과 거의 같은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따지자면 우리의 생활에 연결, 공유, 개방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요소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인공지능, 빅 데이터 또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 조금 더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어땠을까?대한민국은 국민 2명 중 1명이 소위 '싸이질'을 했을 만큼 연결과 공유에 있어 세계 최강국이었다. 서드파티(third party)를 창출하는 강력한 플랫폼을 '아이폰'의 등장 훨씬 이전에 이미 만들고 경험한 것이다. 요즘 '말씀'마다 따라붙는 과거 '추격형 인재'(Fast Follower)의 시대가 가고 '도전형 인재'(First Mover)의 새로운 시대가 왔다는 호들갑은 그래서 더 뜬금없다.2000년 한 해 동안 1만 개가 넘는 벤처기업이 탄생했고 그 주역들은 모두 '퍼스트 무버'였다. '말씀'만 넘치는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을 담고 있는 아직은 불확정적인 하나의 용어일 뿐이다. 이것으로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말은 그냥 막연히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적 토양과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라진 '퍼스트 무버'들부터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한다.

2018-11-01 11:40:58

김준현 작 '늦가을'

[내가 읽은 책]포도주와 건축/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유현준/을유문화사/2015/

프랑스 파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에펠탑. 라스베이거스는? 도박, 네온사인. 그렇다. 도시마다 그 도시를 연상하는 랜드마크 같은 상징이 있고, 그 상징은 건축물과 관련이 깊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대학, 방송, 칼럼에서 활발하게 건축을 설파하는 유현준이 도시와 건축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종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횡으로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도시를 분석한다.'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란 부제목에 드러나듯 책은 인문학 관점에서 도시와 건축을 고찰한다. 1~6장은 도시의 발달과 현대 도시 특성, 걷고 싶은 거리, 공간과 권력 위주로 도시를 조명한다. 7~13장은 아파트, 사무실, 교회, 공원 등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과 공간에 초점을 둔다. 14장은 동서양 건축의 배경을 이루는 사상을, 15장은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서술한다. 책 곳곳에 사진, 그림, 스케치를 넣어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준다.책이 말하는 도시는 성장, 발전, 진화하는 유기체와 같다. 상수도 시스템을 만들어 수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고대 로마, 방사형 교통망으로 19세기를 대표하는 도시 파리, 전화 통신 시스템을 구축한 20세기 뉴욕의 사례에서 보듯이 도시는 진화한다. 이 진화는 같은 공간에서도 이루어진다. 뉴욕의 소호, 할렘, 하이라인공원처럼 도시가 형성된 후 사람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생긴 슬럼 지역이나 공터가 재생사업으로 되살아나는 경우를 말한다.저자가 보는 현대 도시는 아름답지 않다. 고밀화된 공간에서 지나치게 규모가 큰 건물에 비하면 인간은 왜소하다. 유리와 벽으로 막고 복도와 엘리베이터로 연결한 건물은 답답하다. 골목과 거리마저 사라지고 있어 삭막함이 든다. '휴먼스케일'에서 벗어나고 사람 냄새를 못 느끼는 건축물로 구성된 현대 도시는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유현준이 말하는 좋은 건축은 '소주'가 아니라 '포도주'다. 공장에서 화학 공식에 따라 대량 생산하는 소주와 같은 건축이 아니라, 만드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 담그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맛이 다른 포도주와 같은 건축. 이런 건축은 그 지역의 개성과 정체성을 보여 준다. 철근 콘크리트 재료에 규격화한 디자인, 틀에 박힌 형식에 익숙한 건축에 변화가 필요하다.책은 건축인이 가져야 할 가치관과 나아갈 방향을 이렇게 제시한다.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지만, 건축가는 건축'물'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건축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고, 건축은 사람의 삶을 디자인해야 한다.저자는 책 중간중간에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거리 대신 도로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경제가 발전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말해 왔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의 질 좋은 공간을 팔아서 물건을 산 것일 뿐이었다."라고 답한다. 이처럼 저자는 도시와 건축을 매개로 독자가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다.'대구'하면 독자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소비도시'란 말이 연상된다. 최근에 유행하는 근대골목 투어, 김광석 거리는 그다음이다. 우리 지역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건축이 더 필요하다. 대구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포도주'를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권한다.

2018-11-01 11:33:24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고]늦가을 불청객, 계절성 우울증

고운 단풍 낙엽 되고, 상쾌한 가을바람 스산한 바람 되는 늦가을, 늘 이맘때면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러한 감성적인 분위기를 넘어 만사가 귀찮아지고 울적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추분을 지나 가을이 오면서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면 일조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햇빛의 양이 급격히 줄어드는 늦가을에 시작해 겨울까지 우울증을 겪고, 햇빛의 양이 많아지는 이듬해 봄, 여름이 되면 회복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사람들, 소위 계절을 앓는 사람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한다.계절성 우울증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흔하고, 여성이 전체의 60~90%를 차지할 정도로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계절성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일조량이 줄면 행복한 감정과 긍정적 사고를 하게 해주는 세로토닌이라는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이 줄어들고, 비타민D가 줄어들고,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전형적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정신운동성 초조, 불면, 식욕저하, 체중감소를 나타내나, 계절성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과 더불어 무기력감과 피로감이 심하며, 정신운동지체가 심하여 팔다리가 마치 납처럼 무거워 몸의 움직임조차 귀찮고, 늘 졸려 잠을 많이 자고, 식욕의 변화, 특히 달거나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과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체중이 증가한다.계절성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햇볕 쬐기와 운동이다. 햇볕을 많이 쬐면 세로토닌과 비타민D 생성 및 멜라토닌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 또한 규칙적인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세로토닌 등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D를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타민D는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게 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억제한다. 다만 비타민D의 복용은 과잉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만약 계절성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계절성 우울증의 치료방법으로는 밝은 빛(2천500룩스)의 광선을 쪼여주는 광선치료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약물치료, 부정적인 인지왜곡을 보다 긍정적으로 인지체계를 바꾸어 주는 정신치료 등이 있다.약을 먹으면 중독된다는 편견, 우울증은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는 편견 등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울증 약은 중독성이 없으며, 약효도 뛰어나 80~90%는 증상이 호전이 된다. 우울증을 방치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 등에 생물학적 변화를 초래하여 후에 심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을 앓는 동안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자살 등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정신의학적 치료가 필요하다.겨울철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진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생각하고 감기에 걸린 사람이 병원을 찾듯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스스로 병원을 찾아 전문적인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자.

2018-11-01 10:25:48

55회 대종상 포스터

[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포복절도 대종상 코미디쇼, 이젠 그만둘 때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0월 22일에 열린 제55회 대종상 시상식이 또 한번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며 놀림거리로 전락했다. 장기간에 걸친 부정부패를 청산하고 공정한 시상식을 진행하겠다고, 그것도 매년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과는 항상 다를 바 없었다. 사고만 안 터져도 그저 다행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이다. 권위의식에 찌든 영화계 원로들이 시상식을 장악하고 제 밥 그릇 챙길 생각만 하고 있으니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만무하다. 해마다 대종상을 소재로 한 비난성 글들이 시상식 전후로 우후죽순 쏟아지는데도 주최 측은 정확히 뭐가 잘못돼 욕을 먹는지 도무지 알지 못하는 모양새다. 그 말이 맞다. 세상이 대종상을 향해 "잘못했다"고 꾸짖는데 주최 측은 왜, 어떤 이유로 얻어맞는지 모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주최 측이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애써 잘못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있다. 그러니 더 난감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이 문제적 시상식을 이젠 없애야 한다. ◇올해 시상식도 코미디쇼로 전락매년 마찬가지였지만 올해도 대종상 주최 측은 공정하고 체계적인 시상식을 만들겠다고 공언하며 영화계 전반의 협조를 요청했다. 간단히 줄이면 '이번에는 제대로 할테니 제발 시상식에 좀 참여해달라'는 말이다.하지만 이번에도 시상식장은 텅텅 비었다. 청룡영화상이나 백상예술대상 등 국내 주요 시상식에 각 부문별 후보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과 달리 대종상 시상식에는 수상이 확실한 후보 한 명이라도 모습을 보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성민과 신인상 수상자 이가섭-김다미만 무대에 올라 직접 소감을 전했다. 이성민과 공동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황정민은 이날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된 나문희 역시 불참했다. 여우조연상을 받은 진서연은 데뷔 후 첫 영화 연기 관련 상인데도 참석하지 않았다.대거 불참은 배우 진영 뿐만이 아니었다. 스태프 진영에서도 당연한 듯 대리수상이 이어졌다. 심지어 대리수상자마저 나오지 않은 경우에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MC 신현준이 대신 상을 받고 "잘 전해드리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MC가 수차례 시상대에서 대신 상을 받아 챙기는 모습은 대종상에만 특화된 '신기한 볼거리'다.끊임없는 대리수상 퍼레이드 중 사고까지 터졌다. 이날 시상식의 음악상이 '남한산성'의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돌아갔는데, 인지도 없는 트로트 가수가 화려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대리수상했다. 본인을 '가수 겸 배우 한사랑'이라고 소개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현장에는 '남한산성'의 제작사 싸이런픽처스의 김지연 대표가 나와 있었으며, 대리수상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무대에 올라간 가수 한사랑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TV를 통해 중계됐다. 이후 김지연 대표는 촬영상을 수상한 김지용 촬영감독을 대신해 무대에 올라 음악상 대리수상에 대해 "진행에 차질이 있었던 것 같다"라며 영화제 측에 이의를 제기했다. '남한산성'은 물론이고 영화 시상식과 무관한 인물을 수상자 측과 상의도 없이 무대에 올린 대종상 측은 오히려 김지연 대표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제작사와 연락이 닿지 않아 한국영화음악협회와 한국촬영감독협회의 추천을 받아 대리수상자를 선정했으며 김지연 대표의 태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다. 음악상 대리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가수 한사랑은 다음날 자신이 논란이 되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누군지 잘 모르며 대종상 간부의 연락을 받고 무대에 올랐다"고 황당한 대답을 내놨다.지난해 TV조선을 통해 방송된 대종상은 중계 과정에서 현장 스태프들의 막말이 그대로 노출돼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올해 역시 음향 등 방송 기술적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건 총체적인 문제다.◇국내 최고 권위의 '꼰대 시상식'지속적으로 매를 맞다보면 맷집이 좋아지고 욕도 자꾸 먹다보면 내성이 생긴다. 운동선수나 자수성가형 기업가라면 이런 상황도 긍정적인 케이스로 활용될 수도 있겠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그런 식의 전개다. 그런데 매와 욕에 내성이 생기고 맷집이 좋아진 상태에서 옳은 길을 찾지 못한다면 이제 문제가 커진다. 눈 감고 귀 닫고 남 탓하며 살아가는, 합리적으로 답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논리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자기 말만 하는 그런 '꼰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이 포인트가 바로 대종상이 가진 총체적 문제의 시발점이다. 영화계에서 사실상 은퇴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원로들이 시상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만 혈안이 돼 매년 행사를 그르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난을 받으면 당장 이 상황을 모면하느라 애쓰고 결국은 문제의 원인은 제거하지 못한다.분명 대종상은 긴 시간에 걸쳐 국내 영화계에 큰 영향을 끼친 시상식이다. 하지만 국가의 지원을 받는 이 행사가 어느 순간부터 각종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으며 심지어 불공정한 심사와 졸속 진행으로 매년 비난 받았다.사실 좀 더 적나라하게 속을 뒤집어보자면 대종상이 영화계 대표 시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당시 경쟁할 수 있었던 행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청룡영화상은 대종상 이후로 한참이 지나 세상에 나왔고, 백상예술대상이 영화를 아우르며 대종상 못지않은 존재감을 드러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외에도 방송 등을 수상 부문에 포함했다는 이유로 '영화 전문'이란 타이틀이 대종상에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지원금도 거의 끊어졌지만 출발 단계에서는 정부 주도 시상식이었기 때문에 정권의 눈치를 봐야했고 당연히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공정한 시상이 이뤄지지 못했다. 그나마 80년대까지는 어영부영 명맥을 유지했지만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대놓고 불공정한 심사를 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종상에 대한 영화인들의 불신이 심해졌고 2000년대로 접어들 무렵에는 대규모 보이콧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여기서 중요한 건, 영화인들의 단체행동이 대종상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한국영화계 발전에 저해되는 등의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건 그동안 대종상을 끌고 온 한국영화인총연합회 등 주최 측의 부실운영에 대한 불만 제기 차원에서의 정당한 시위다. 과거 대종상은 수상후보작 선정 범위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미개봉작에 주요 상을 몰아주거나 흥행과 평가 양 면에서 크게 실패한 영화의 주연배우에게 주연상을 주기도 했다.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이들에게는 상을 주지 않겠다고 공개석상에서 자랑스럽게 떠들고 대종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영화인에게는 눈에 불을 켜고 맞대응하기 바빴다. 대체로 이 경우 대종상 주최 측은 자신들이 영화계 원로라는 이유로 대우받길 원했으며 그래서 후배 잘못을 지적하듯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오래 전부터 대종상은 이 행사를 이끌고 가는 이들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수단, 그리고 영화계에서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편으로 사용됐으며 이미 이들의 행태가 드러나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인들이 대종상의 한심한 장난질에 장난 맞춰줄 이유가 없다.무려 55년에 걸쳐 이어온 대종상의 역사는 사실 그중 절반 이상이 부정부패 및 부실운영 등의 키워드로 설명되는 암흑기다. 주최 측을 사리 분별 능력 갖춘 이들로 갈아치우든지 버티고 있는 이들 때문에 물갈이가 불가능하다면, 이제 대종상의 역사를 여기에서 끝내는 것이 맞다.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2018-10-31 14:32:49

김승수 자치분권위원회 기획단장

[기고] 자치분권 이제 속도를 낸다

올해는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동시에 선출함으로써 본격적인 지방자치 시대를 연 지 23년이 되는 해이다.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밀착형 행정서비스가 확대되고 주민투표, 주민감사청구 등 주민 직접참여제도의 도입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진전이 이루어졌다.지역 실정에 맞는 자치입법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져 1995년 3만여 개에 불과했던 조례는 2018년 현재 7만7천여 개로 증가하였다. 2003년 광주광역시 북구에서 최초 도입했던 '주민참여예산제'는 전국으로 확대되어 지역 살림을 주민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은 여전히 8대 2 수준에 머물러 '2할 자치'로 불리고 있고, 주민소환제도의 경우 2007년 도입 이후 실제 투표가 이루어진 것은 8건에 불과한 등 주민의 참정권 행사도 저조한 상황이다. 자치경찰제와 특별지방자치단체 이관 역시 오랜 논의에도 불구하고 제주특별자치도에서만 한정 실시되고 있을 뿐 전국으로 확대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이러한 성과와 반성을 토대로, 지난 9월 11일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의지를 구체화한 6대 전략, 33개 과제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확정·발표하였다.문재인 정부의 자치분권 종합계획은 과거 정부와 몇 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간의 권한 배분을 넘어 자치분권의 최종 지향점인 '주민주권 구현'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는 것이다.두 번째로, 복지비 지출 증가 등 지방재정 부담의 완화를 위해 국세와 지방세의 구조 개선을 강력히 천명하고 있다. 세 번째로,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중앙-지방 협력기구 설치'운영'을 제도화하는 등 국가와 자치단체 간의 동반자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종합계획의 확정·발표 후 66개 법률의 571개 사무를 지방으로 넘기는 지방이양일괄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을 시작으로 총 23개의 자치분권 관련 법령 제·개정이 곧바로 추진되는 등 강력한 실행력을 담보하고 있다.앞으로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중앙부처별로 종합계획에 대한 실천계획을 제출받고, 자치단체 등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지방이 공감하는 실질적인 시행계획 수립을 위해 자치분권위원회에서는 전 시·도를 순회하며 '권역별 현장 간담회'를 개최하여 주민, 지방의회,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있다. 진정한 자치분권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그리고 활발한 의견 제시와 토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대구는 구한말 국채보상운동, 2·28민주화운동 등 항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던 도시이다. 자치분권과 관련해서도 전국에서 가장 먼저 분권운동을 시작했고, 구·군까지 분권 지원 조례 제정과 분권협의회 구성을 모두 완료한 분권 선도 도시이다.지방의 자율성과 다양성, 그리고 창의성을 미래의 국가 전략으로 삼기 위한 자치분권 운동에 있어서도 대구가 다시 한 번 구심점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2018-10-31 12:03:43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문 정권에 대한 신영복·송기인의 영향

통혁당 투쟁 노선 따라 활동한 신부산 지역 운동권 중심인물인 송文대통령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머지않아 큰 불행 초래될 것 같아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취해 온, 북한과의 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의 대북한 제재를 견제하는 행보를 보고 있으면 문 대통령이 깊이 존경하는 신영복 교수와 송기인 신부의 미국·북한 관련 발언들이 생각난다.신영복 교수는 1968년에 적발된 북한 추종 지하당 통일혁명당의 구성원으로서 20년간의 형무소 복역 후 1988년에 석방된 인사이다. 2016년 1월 작고한 신 교수는 출옥 후에도 통혁당의 투쟁 노선에 따라 활동했다. 문 대통령은 자기가 신 교수를 존경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표명했으며, 신 교수에 대한 존경심이 넘친 나머지 신 교수의 붓글씨 액자를 청와대에 걸어 놓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전 북한 특사 김영남과 김여정이 청와대를 방문하여 문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을 때 배경에 있던 '通一'(통일)이란 붓글씨가 들어 있는 액자가 바로 그것이다.신 교수는 '황해문화' 2003년 가을호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북한은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강화했는 데 반해 남한은 민족적 주체성을 잃고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자본주의 체계의 중하위권에 종속돼 있다, 남북통일이 되려면 한국이 그 종속 구조에서 빠져나와야 하고 북한이 세계 자본주의의 하위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북한은 휴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전환한 후 경제 문제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는 생각에서, 평화 체제를 위한 협상용으로 핵무기를 만든 것이다, 그에 반해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동북아의 새로운 냉전 구조에 대비한, 또는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는 미국의 전통적인 국가 전략과 관련해서 북한 핵을 다루고 있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북한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올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미국은 한국의 은인'이라든지 '한반도 논의는 한미동맹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등의 환상적 미국관을 청산해야 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북한 고립 정책과 미국의 북한 봉쇄 정책을 비판해서 북한이 자력으로 여러 가지 경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도록 돕는 게 필요하다고도 말했다.송기인 신부는 부산 지역 운동권의 중심인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문재인의 정신적 지주'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이 내 생각하고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송 신부는 '월간중앙' 2005년 5월호에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나는 1980년대부터 미군 철수를 주장해 왔다, 미군이 철수하기 위해서는 남북이, 서울 정부와 평양 정부가 먼저 손을 잡아야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우리 민족끼리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있어야 한다, 이것을 6자회담이니 뭐니에 맡길 것이 아니고 우선 서울 정부와 평양 정부가 저 사람들 몰래라도 긴밀하게 결속을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민족의 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대미 관계는 안타까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송 신부가 말하는 '저 사람들'이란 미국을 뜻한다.이상과 같은 신·송 양인의 발언들과 문 대통령의 미국·북한에 대한 행보를 비교해 보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두 사람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는 점과, 북한과의 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미국의 대북한 제재를 견제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가 문 대통령 1인의 판단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핵심 세력의 집합적 판단에 따른 기조적인 정책임을 알 수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신 교수와 송 신부의 영향으로부터 하루속히 벗어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에 큰 불행이 초래될 것 같다.

2018-10-31 11:47:23

보스턴 과학박물관 '과학적 이해의 모델' 그림.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뇌파로 채팅하기

"우리 뭐 먹을까?" 라고 친구에게 말했는데 둘이 동시에 "라면~"이라고 했다면 '찌찌뽕'이라 외친다. 옛날로 치면 '텔레파시가 통했네'라는 말이다. 옆 사람에게 내 입으로 말을 해서 내가 하고 싶은 뜻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에서 옆 사람 머리로 바로 전달하는 방법을 텔레파시라고 부른다.우리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와이파이를 잡아서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열어 본다. 이때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 중에 떠도는 전파를 잡아서 정보를 전송받아 보는 것이다. 이처럼 내 머리 속의 생각을 바로 옆의 친구 머리 속으로 바로 보낼 수는 없을까? 지금까지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다. 그런데 실제로 머리 속의 생각을 읽어서 글자로 적고 저장하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머리로 바로 보내는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정말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페이스북 '브레인 타이핑 기술' 개발최근 페이스북이 머리 속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휴대폰으로 채팅할 때에 내가 손가락으로 글자를 타이핑하지 않아도 내 머리 속의 생각을 읽어서 글자가 자동으로 내 휴대폰 채팅 창에 글자로 입력이 되어 전송될 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에 뇌파가 있다.페이스북은 우리 뇌의 뇌파 신호를 측정해서 그것을 분석한 후 글자로 타이핑해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미션을 가지고 60명으로 구성된 '빌딩8'이라는 연구그룹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사람 뇌의 언어중추를 해독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뇌파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글자를 쓰는 '브레인 타이핑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분에 100단어를 쓰는 속도로 글자를 타이핑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다.◆마비 환자의 생각을 글자로'사람의 생각을 글자로 타이핑한다니 과연 진짜 될까?' 라는 생각마저 드는 신기한 기술이다. 이미 2012년에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뇌파신호를 글자로 바꿔주는 '아이브레인(iBrain)' 장치를 개발했다. 이것은 마비환자가 뇌파를 이용해서 글자를 타이핑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전신마비 환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서 다른 사람과 편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놀라운 것이다.이처럼 뇌파를 측정해서 생각만으로 글자를 타이핑하는 기술을 처음에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개발했지만 최근에 페이스북 기업체가 뛰어들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뉴스는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몇 년 후에는 정말 이 기술이 개발 완료되어서 쓰일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머리띠나 헤드셋을 쓰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도 움직이지 않고 그냥 생각만 하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에 글자가 타이핑되어 입력되고 그것이 상대방도 볼 수 있게 전송될 것이다.◆생각을 저장하고 전송하는 기술한 사람의 뇌의 생각을 읽고 저장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생각을 전송해서 심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기술을 실제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과학자가 이미 10년 전에 나왔다. 그냥 허풍 떨며 큰소리 친 정도가 아니고 지난 10년 동안 진짜 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연구를 계속해오고 있다.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기술설계센터의 시어도어 버거 교수가 바로 그 과학자다. 그는 10년 전에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300억원이 넘는 연구자금을 지원 받아 기억을 담당하는 '인공해마'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역할을 '해마'라는 뇌의 부위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해마를 인공칩으로 바꿔서 넣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인공칩에 기억을 저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팀에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해마가 손상된 쥐의 뇌에 인공해마라고 할 수 있는 작은 칩을 삽입해서 장기기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아직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 사람의 뇌에 실제 사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를 지켜봐야 한다.◆뉴럴링크의 도전최근에 사람의 생각을 저장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회사가 있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하며 '뉴럴링크 코퍼레이션'(Neuralink Corp)이라는 새로운 회사를 2016년에 만들었다. 이 회사는 사람의 뇌에 작은 칩을 삽입해서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실시간으로 읽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 회사는 작은 칩을 통해서 사람의 생각을 읽고 저장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의 뇌로 기억을 보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어떤 기계장치에 광케이블을 꽂아 데이터를 읽고 다운 받아 컴퓨터에 저장한 후에 다른 기계장치로 그 데이터를 보내서 저장하는 일은 우리 생활 속에 흔히 있는 일이다. 이처럼 기계장치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저장과 이송을 사람의 뇌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정말 실현될 수 있을까? 앞으로 뉴럴링크 회사가 어떤 놀라운 개발 결과를 내놓을지 무척 궁금해진다.지나가다 원수같이 미운 사람을 보면 욕이 불쑥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다. 물론 입 밖으로 욕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은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인사하고 지나친다. 그런데 생각을 읽어서 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의 숨기고 싶은 생각은 어떻게 숨길 수 있을까? 전신마비 환자나 장애인을 위해서 뇌의 생각을 글자로 바꿔서 전달해주는 기술은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생각을 해킹하거나 무작위로 전송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인권에 대한 문제도 함께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0-31 11:21:54

장하빈 시인

[장하빈의 시와 함께] 시 쓰다 만 새벽/ 천영애(1968~ )

밤새워 시를 쓰고 난 새벽말장난일 뿐이라고 모조리 지워 버리고밤새워 잡은 것 잡았다고 여긴 것무엇이었던가 절망한다언어라는 것이 고작밤새 지었다 허물어 버리는 집 같은 것이라면밤새 불러 보았던 허명 같은 것이라면있다고 믿은 말들평생 해 온 말들 모두 어디 있는가지어지지 않는 집을 짓고불러지지 않는 호명 하고 난 새벽내 몸조차 어디 있는지 허둥거릴 때한 생애 바칠 거라고 믿었던 시는 어디에 있는가 친구가 전화 걸어 와 슬프다 슬프다 말하고바람은 나뭇잎 스치는 소리 안고 내 귀 흔들지만언어는 어디에도 없고나도 없다가난한 몸 가난한 목숨 가난한 언어 ―시집 '나무는 기다린다' (그루, 2015) * * ** * *하이데거의 말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할진대, 언어-시가 "밤새 지었다 허물어 버리는 집" 같은 것이라면 얼마나 허망하겠는가? 시를 쓰는 것은 자아를 찾아 밤의 사막을 홀로 걷는 일이다. 막막한 사막에서의 바늘 찾기처럼 지난하고 허무맹랑한 작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암울한 시대에 "시가 이렇게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시인 윤동주가 노래하지 않았던가? 시인은 고독한 산책자, 밤의 파수꾼으로서의 한 생애를 언어-시에 바쳐야 한다.오늘은 '시(詩)의 날'이다. 11월 1일을 '시의 날'로 정한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최남선)가 발표된 '소년'지 창간호의 발간일 1908년 11월 1일에 연유한다. "가난한 몸 가난한 목숨 가난한 언어"라는 나의 솔직한 고백은 시인에게 언어-시는 몸이나 목숨과도 같이 비록 가난하나 소중한 생명적 가치를 지닌 등가물(等價物) 아니겠는가? 시인이여! 시의 가난한 등불 켜 들고 참말, 참나를 찾아 새벽길 나서자.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0-31 10:15:59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칼럼] 주가 폭락과 중일 통화스와프

대내외 악재 쓰나미 몰려온 한국외화유동성 위기 가능성 높아져3조달러 외환보유액 중국도 조심외국인 투자자 심리 안정 전력을코스피 2,000선이 22개월 만에 붕괴되었다. 연초 1월 29일에 2,598까지 상승했던 코스피가 29일 정부가 긴급히 내놓은 5천억원 증시안정펀드에도 불구하고 1,996.05로 주저앉았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외국인 투자자의 탈한국 러시다. 이달 들어서만도 외국인 투자자는 4조5천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왜 한국을 떠나느냐다.우선 대외적으로 악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미국 달러 자산 투자 환차익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일부 신흥시장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있는 등 신흥시장국 위기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얼마 전 IMF도 발리 연차총회에서 신흥시장국 위기를 경고했다.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들이 잇따르고 있다.대내적으로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급격한 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정년 연장 등 친노동 정책에다 법인세 인상, 내부거래 금지 강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 등 몰아치기 반기업 정책은 기업 투자를 전방위적으로 옥죄고 있다.원/엔 원/위안 환율도 하락해 수출 기업의 채산성도 악화돼 영업이익이 전방위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설비투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증가하는 등 경기가 추락 일로에 있다. 끝없이 가열되고 있는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중국 경제성장도 둔화되면서 수출의 절반 정도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경기와 밀접한 중간재 비중이 70% 정도에 이르는 한국이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인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니 한국 주식시장이 견딜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주가 하락을 예사로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주식 채권 등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이탈할 경우 외화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주식 채권시장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약 6천억달러 정도 들어와 있다. 과거 위기 때를 보면 위기가 발생하는 경우 대략 30% 정도가 유출되었다. 2천억달러 정도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채도 4천400억달러에 달한다. 이 중 단기외채와 1년 내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를 합한 유동외채 규모도 약 2천억달러에 달한다. 이들은 대개 만기가 돌아오면 만기를 연장하고 있지만 위기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 만기 연장이 어렵게 된다.여기에 한국은 경제를 운용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원유 식량 등의 수입에도 연간 약 1천억달러 정도는 소요되고 있다.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 내국인의 자본 유출 규모도 증가하고 비거주자로 간주되어 외채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한국기업 외국법인들의 현지금융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여서 투자자금이 일시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반기업 친노동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고 영업이익을 추락시키고 있는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 시급하다.최근 중국이 일본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는 점도 예사로 보아서는 안 된다. 3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도 안심할 수 없어 2002년 일본의 센카쿠열도 국유화 이후 냉랭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일본과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것이다.한국도 2008년 위기 때 300억달러 한미 통화스와프로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다가오는 위기를 앞둔 중국의 실리외교를 교훈으로 삼아 한국도 대북 문제 역사 문제로 소원해진 한미 한일 관계를 개선해 하루빨리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를 추진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2018-10-30 11:06:49

천재견 행복이.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우리 개의 IQ는 얼마일까?…가정에서 손쉽게 측정하기

개의 IQ에 대하여 가장 광범위한 연구를 한 학자는 British Columbia대학의 심리학자인 스탠리 코웬(Stanley Coren) 박사이다. 코웬 박사는 훈련사 199명에게 설문 조사하여 품종별 개의 지능을 평가하였다. '새 명령어를 얼마나 빨리 익히는지' '얼마나 명령을 잘 수행하는지' ' 재능을 갖추고 있는지' 등의 평가 관점을 달리하며 품종별 지능 순위를 매겼다. 새 명령어를 잘 이해하고 빨리 익히는 품종으로는 보더콜리, 푸들, 셰퍼드, 레트리버 등이 상위 순위로 평가받았다.이후에도 코웬 박사는 개의 지능이 보호자와의 노력으로 발달할 수 있음을 연구했고, 가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개의 IQ검사 방법들을 제시했다. 좋아하는 간식을 이용하여 감춰진 간식을 찾는 민첩성, 단기 기억력, 장기 기억력, 명령어의 이해와 습득 속도, 주인의 표정 읽기, 새로이 제시된 문제의 해결 능력 등을 시간을 측정하여 점수로 평가하는 방식이다.코웬 박사가 제시한 내 개의 IQ를 가정에서 테스트하는 방법을 소개한다.실험 1. 타올을 머리에 덮고 탈출하는 시간을 측정한다.실험 2. 수건 아래에 간식을 숨기고 찾아내는 시간을 측정한다.실험 3. 머리가 들어가지 못하는 낮은 테이블 아래 간식을 수건으로 덮고 앞발을 이용하여 찾아내는 시간을 측정한다.실험 4. 세 개의 컵 중에 간식이 있었던 컵을 보여준 후 기억에 의해 이전에 선택한 종이컵을 선택하는지를 확인한다. 지난달 SBS TV동물농장에 제보된 천재견 행복이(래브라도레트리버, 3살)의 IQ를 검증하기 위해서 코웬 박사가 제시한 IQ 테스트를 평가하는 동안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다.주인이 화장실에 가면 휴지를 들고 가고, 비가 오면 우산을 건네고, 주인이 잃어버린 물건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행복이에게 기존의 IQ 검사는 너무 초보적인 수준이었기 때문.행복이가 반복적인 습득 훈련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검증을 위해 제시한 돌발 상황에서 행복이가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개의 지능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러워졌다.개의 IQ 검사가 품종별 지능을 평가하는 방법은 될 수 있지만 각 개체가 가지는 다양한 재능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과거 사냥과 농경 문화에 어울리는 우직함과 기민함보다는 감정을 읽고 주인과 공감하는 능력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요즘 시대에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행복이가 지능이 뛰어난 품종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천재성이 발휘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과의 교감과 상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일부 학자들은 개의 지능을 어린아이의 지능과 비교해 개는 3살령 아기의 수준이며 160여개의 단어를 구분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아기들도 과거에 비해 새로운 문명에 적응하는 지능이 감성화되고 다양화되듯 반려견도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점차 더 감성화되고 인간 생활화 되어가고 있다.이제 반려견의 IQ대신 가족과의 상호 교감을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온 듯하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알려진 박순석 수의사는 개와 고양이 뿐만 아니라 특수동물과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0-30 10:00:27

고석봉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

의창(醫窓) 인생 2막

10월은 가을 중에서도 수확의 계절이고 한 해 중 가장 풍성한 계절이다. 대부분의 야외 행사가 10월에 몰려있는 이유인 것 같다. 대구시의사회 의사의 날(체육 대회) 행사도 항상 10월에 개최된다. 인생을 사계절로 나눌 수 있다면 과거에는 50~60대가 가을로 비유되었지만 평균수명의 증가로 요즈음은 60~70대가 가을, 즉 인생에서 가장 풍성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가 본격적으로 인생 2막인 은퇴 후 인생을 보내고 있다.특히 최근 급격한 출생률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 분포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 구조도 과거에 영유아와 젊은이 수요에 집중되었다면 향후에는 노령층 실버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한 사회 구조다.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는 자신보다는 국가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과 열정을 바친 산업화 세대로 은퇴 후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여유가 없이 인생 2막에 접어들었다.은퇴는 인생에서 종착역이 아니라 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눈주름처럼 겉모습은 꾸겨지고 삶의 가치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말처럼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늙음이란 자연 현상 앞에서 젊은 시절만큼의 일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은퇴는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와 지식을 총 망라해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각자 건강과 경제적 여력에 따라 은퇴 후 귀농하는 사람, 취미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 본인의 전문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활동으로 보내는 사람, 일을 더하기 위해 다른 직장을 구하는 사람 등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성현들에게 배울 수 있는 은퇴 철학은 무언가? 공자의 인생삼락은 배움, 인간관계, 그리고 자기수양이라고 했고, 맹자는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사람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간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고,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했다.은퇴 후 분주하고 복잡한 사회 활동에서 벗어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노후의 삶은 물질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교수(산부인과)

2018-10-30 08:06:52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데미안,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

무엇인가를 원해본 적이 있으시지요? 간절히, 마치 전생에서부터 원해온 것 같은 느낌으로 그렇게, 욕망인지, 소망인지, 탐욕인지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간곡히, 원해본 적이 있으세요? '연금술사'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저 말은 그럴 때 의미를 가지는 말입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그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원하는 것을 해 보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하는 것을 해 보라고 하면 힘이 나세요, 당황스러우세요? 혹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모르지는 않으세요? 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해지는데,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 깜깜해지거나 모호해져서 할 수 없는 이유들만 줄줄이 떠오르지는 않으세요? 그렇다면 아직 내 속에서 솟아나오려고 하는 것이 힘이 붙지 않은 겁니다. 헤세도 말했습니다. 내 속에서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 했는데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다고. '데미안'의 가장 유명한 문장은 바로 거기에 닿아있습니다."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아프락사스는 선이면서 동시에 악을 품고 있는 신이지요?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무슨 뜻인지도 모른 채 좋아하고 암기했던 문장이네요. 이번에 다시 '데미안'을 읽는데 단순히 선과 악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새가 되려는 알속 생명의 의지, '데미안'은 바로 그 의지를 아는 자의 책이고, 그 의지를 일깨우는 책이기도 합니다.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징검다리이기 때문입니다. 헤세가 말한 바로 이 이 문장이 '데미안'의 주제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데미안'의 주인공은 데미안이라기보다 싱클레어입니다. 원래 싱클레어는 밝고 선하고 반듯하기만 한 행복한 집안의 아들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 그는 학교폭력에 시달립니다. 악동 크로머가 그의 약점을 잡고 그를 협박해서 집안의 돈을 훔쳐오게 한 겁니다. 거짓말과 도둑질이 반복되면서 괴로운 시절을 보낸 그가 고백합니다. '나의 죄악은 내가 악마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였다'고.'아직 악을 대면하고 다룰 힘이 없었던 어린 시절 그를 구해준 것은 데미안이었습니다. 데미안이 말합니다. "사람은 어느 누구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누군가를 두려워한다면 거건 자기를 지배하는 힘을 그 누군가에게 내줘버렸기 때문이야."데미안과의 인연으로 그는 벗어나고 싶었던 어두운 경험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외면하지도 않고 수용할 수 있게 되어 이렇게 회상하게까지 됩니다. "그렇다, 그때 나는 카인이었고, 그의 표적을 달았던 나는 이 표적은 치욕이 아니라고, 이건 표창이라고 함부로 상상했다. 악의와 불행을 겪었기 때문에 내가 아버지보다 더 높은 곳에,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 더 높은 곳에 서있다고."악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선악을 넘어서 있는 자기열정을 믿고 따르고 돌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내 속에서 솟아오르는 열정은 무엇보다도 선악을 넘어있습니다. 그것이 경험이 되어 나올 때 그 의지는 꿈이 되기도 하고, 모험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기 되기도 하고, 투쟁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합니다. 용기가 되기도 하고 비겁이 되기도 하고 증오가 되기도 하고 인내가 되기도 하고 심성이 되기도 합니다. 그 모든 것을 합쳐 '운명'이라 부르는 거겠지요?데미안과의 대면 이후 싱클레어는 자기 열정을 따라가는 인간이 됩니다. 그때그때 간절히 원하는 것은 그의 성장과 함께 달라집니다. 한 때는 베아트리체라고 이름한 소녀였고, 한 때는 파스칼리아를 연주하는 음악가였으며, 마침내 에바부인이었습니다. 열정은 불꽃이어서 끝없이 변하지만 그 불꽃은 그의 불꽃이어서 그의 성장을 도와주며 그의 길을 인도한 거지요? 사춘기 성적 욕망을 어쩌지 못해 방탕아가 되기도 했지만 단 한마디 말로 나눠본 적이 없는 소녀를 통해 정화되기도 했습니다. 내면의 극심한 변화에 대해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침묵의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 모두가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길 위의 한걸음 한걸음이었습니다.불을 사랑하던 시절 싱클레어의 고백이 인상적입니다. "불을 들여다보는 것은, 내 안에 잠재되어 있었지만 사실 한 번도 보살핀 적이 없었던 내면의 성향들을 강화하고 확인시켜주었다."1919년 이미 유명작가였던 헤세는 '데미안, 한 젊음의 이이기 Demian, Die Geschichie einer Jugend'라는 제목으로 이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때 그는 헤세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을 썼습니다.독문학자 전영애교수에 따르면 Sinclair는 흔치 않은 독일이름으로 원래 "후반생을 굉기에 사로잡혀 살았던 천재시인 횔더린의 친구이름"이라고 합니다. 광기에 사로잡혀 지냈던 천재시인이 마음으로 의지했던 친구 이름이라 하니 자연스레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관계가 겹쳐지기도 합니다. 싱클레어라는 이름에는 자기에 이를 수만 있다면 "광기"라는 징검다리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의 빛이 있습니다.광기와 이성, 밤과 낮, 악과 선,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고통과 행복, 안전과 모험, 모든 대립하는 것은 서로를 거쳐 자기가 됩니다. 서로서로 싸우면서 사랑하고 그렇게 사랑하면서 번뇌를 별빛으로 만드는 거지요? 광기를 모르는 이성, 악을 외면하는 선, 고통을 두려워하는 행복, 모험을 차단하는 안전은 가짜입니다, '나'에게로 이르는 길이 아니라 '나'를 외면하게 만드는 벽입니다.나와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감성은 실체라기보다 모두 나의 그림자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미워하고 증오하는 사람들까지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우리는 그의 모습 속에 바로 우리들 자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 무엇인가를 보고 미워하는 것이지. 우리들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데미안의 입을 빌린 헤세의 이 통찰이 놀랍지 않나요? 인연 있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상황들이나 감성들은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 위의 한걸음 한걸음입니다. 나는 그들을 만나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 하나를 얻은 것이며 그 덕에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데미안이 사라진 자리에서 마침내 싱클레어는 그가 자신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되지요? 헤세가 니체에게서 배우고 자기에게서 확인한 '자기'를 헤세는 데미안의 입을 빌려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은 것을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 그 어떤 사람은 니체가 바로 '자기' 혹은 알려지지 않은 내 속의 현자라고 불렀던 그것입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형제여, 너의 사상과 생각과 느낌 배후에는 더욱 강력한 명령자, 알려지지 않은 현자가 있다. 이름 하여 그것이 바로 자기다."

2018-10-29 17:35:39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능금노래

사과나무는 원래 우리나라 산야에 자생하고 있었는데 '능금'이라고 불렀다. 11세기 말 고려 의종 때 나온 ‘계림유사’에 임금(林檎-능금의 어원) 이란 이름으로 최초로 문헌에 등장한다. 그 외 학설로는 조선 중기 때 중국 청나라 사신들이 올 때 '빈과(蘋果)'라는 이름으로 들어왔다는 기록도 있다.조선 숙종 때 서울 북악산 자하문 일대에 20만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대구에서는 '산 능금'은 알이 작고 맛도 시어서 먹지를 못하는 산과일이었다. 1960년대까지 서울도 세검정 냇가에 가면 산 능금이 여러 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사과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코카서스 지방인데 지금도 카자흐스탄에는 그 후손인 야생의 사과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사과가 비단길을 따라 중국으로 간 것은 '능금'이 되었고 유럽으로 가게 된 것은 '사과'가 되었다.사과의 품종은 2천500여종으로 색깔은 빨간색으로 부터 초록색, 노란색 등이 있으며 크기는 대추만한 것부터 핸드볼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대구서는 사과라는 말은 요즘에나 쓰지 옛날에는 능금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했다.'대구사과'의 원조는 1899년 동산병원 초대원장인 미국인 존슨이 미주리에서 '미주리', '스미스사이다', '레드베아밍' 등 3품종 72그루의 사과나무를 들여와 남산동 병원 사택에 심은 것이다. 대부분 죽고 미주리 품종만 남아 있던 것을 1998년 2월 28일 현재의 동산의료원 자리로 옮겨 심어 놓았다.한편 '대구 능금'은 1905년 무렵 일본인들이 칠성동과 침산동과 그리고 금호강을 따라 반야월에 심은 것이 시작이다. 존슨이 갖고 온 사과는 대구에 본래 있던 산능금과 비슷하여 크기도 작고 먹을 수도 없는 관상용이었다. 꽃이 곱고 열매가 예뻐 대구 사람들은 흔히들 '꽃 사과'라고 불렀다.어떤 이들은 동산의료원 꽃사과를 개량해서 먹는 과일 대구 사과가 되었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동산병원 사과는 화초의 일종일 뿐 유명한 과일인 대구 능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을사늑약 무렵 일본인들이 들여온 능금이 크고 먹을 수 있는 과일 대구능금(소위 대구사과)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1949년 농림부에서 추천 장려하여 능금을 주제로 한 물산장려의 건전가요가 만들어져 토박이 대구인들은 어릴 때 자주 불렀다."능금, 능금 대구 능금 이 나라의 자랑일세. 너도 나도 손을 잡고 힘을 다해 배양하세. 에에헤 좋고 좋다. 에에헤 좋고 좋다. 능금, 능금 대구 능금 능금 노래를 불러보세.-'대구 능금의 노래'. 이응창 작사, 권태호 작곡.불로동에서 불로천을 거슬러 팔공산 쪽으로 올라가면 도동 측백나무 숲이 나오고 도동 약수터가 가까워지면 길을 좁아지고 산은 깊어진다. 막힐 듯한 길을 돌아서면 갑자기 넓은 들이 나온다. 그래서 이름이 평광동(平廣洞)이다. 여기 팔공산 한 쪽 기슭에서 마지막 대구 능금이 남아 숨을 할딱거리고 있다.대구 사람들은 사과와 능금을 구별하지 않는다. 전부 능금이라고 부른다. 능금은 원래 대구에 있었던 나무이고 사과는 외래종이라고 생각해서 통틀어 능금이라고 부른다. 벽창우(碧昌牛) 같은 대구 고집이다. 대구경북 사과협동조합이 아니고 능금협동조합이라고 부른다. 칠성시장의 사과 전문시장도 이름이 능금시장이다. 우리나라가 못 살 때 대만의 바나나와 물물거래해서 전국민에게 바나나를 맛보게 했던 대구능금이다. 생자필멸, 대구능금은 없어졌다.권영재 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0-29 17:24:38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꽃과 보석  

일반적으로 여자라면, 누구나 꽃과 보석을 좋아한다는 게 통념이다. 비유적으로 여성을 가리킬 때도 장미꽃 같다거나 진흙 속의 보석 같다거나 하면서 손쉽게 꽃이나 보석을 끌어다 붙이지 않던가. 막상 보석과 꽃을 두고 하나를 선택하라면 물을 필요도 없겠지만.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떠오른다. 평소 상류사회를 동경하던 말단관리의 아내가 화려한 파티에 초대받아 부유한 친구에게 빌린 목걸이로 치장하고, 그 밤의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기분이 다락같이 고무됐는데, 그만 보석목걸이를 잃어버린다. 엄청난 빚을 내서 똑같은 목걸이를 구해 돌려주고, 이후 십년간 온갖 궂은일을 다하며 빚을 갚아나간다. 쓰라린 세월이 흘렀고, 미모는 간데없어졌다. 우연히 만난 옛 친구가 못 알아볼 만큼. 그런데 사연을 들은 그 친구가 안타까이 말하길, 그때 빌려줬던 그 목걸이는 가짜였다는 것이 아닌가. 분에 넘치는 보석을 탐낸 여인의 허영심, 어리석음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결말로 막을 내린 것이다.보석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사실이든 소설이든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물론 오페라에도 있다. 프랑스 대표 작곡가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에는 보석에 홀렸다가 비극으로 내몰린 여인이 등장한다. 그 이름 마르그리트. 작품 속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젊음을 산 파우스트가 아름다운 마르그리트에 반해서 그녀를 꾈 때 악마의 조언대로 보석을 이용한다. 얄궂게도 보석 옆에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던 청년이 먼저 두고 간 꽃다발도 함께 놓여있었는데, 여인은 보석에만 눈길이 간다. 떨리는 손으로 화려한 보석들을 귀에 걸고 목에 두르며 스스로를 마치 공주 같다고 감탄하는 여인의 노래가 귀에 쏙 들어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 아리아 '보석의 노래'이다.악마는 알고 있다. 여인은 꽃보다 보석을 선택한다는 것을.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이 보석보다 꽃을 선택해야한다고 일러준다 해도 눈앞에 꽃과 보석이라는 선택지가 놓인다면 갈등하지 않을까. 어느 날, 이렇게 하나마나한 공상에 잠시 잠겼다가 서둘러 빠져나왔다. 보석은커녕 꽃 한 송이 받아본 적이 언제이던가. 차라리 오페라 '파우스트'를 다시 보며 작품 속 '보석의 노래'가 좋은가, 청년의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꽃의 노래'가 더 좋은가 재는 것이 알차겠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이번 주말, 구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준비한 렉처오페라 '파우스트'를 기다려본다.

2018-10-29 11:28:51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가을이라서 그래

날이 맑아 시야가 멀어지고, 때로는 한 치 앞도 사라지는 안개의 날이 반복되는 계절이다. 집 안에 있으면 어떤 허허로움이랄까, 이유 모를 감정의 기복이 불안처럼 잠식한다. 불면의 밤이 찾아오고, 그 밤 한가운데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를 앞날을 걱정한다. 소란한 주변을 싫어했으나 불안은 종종 나를 인파 속으로 몰고 간다. 어떤 강연을 찾아 나서고 무기력하게 앉아 강연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행복하십니까?"라는 강연자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예"라고 대답하고는, 그것이 곧 행복을 세뇌당하며 살아온 자의 무의식의 대답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 강연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중견 화가의 전시회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나는 몹시 쓸쓸했다. 우울함과 쓸쓸함의 극치에서도 나는 왜 그토록 그런 느낌들에 강한 동질감과 희열을 느꼈을까. 우리는 왜 마음껏 쓸쓸하면 안 되는지, 우리는 왜 마음껏 외로워하면 안 되는지. 어떤 불경스러운 마음을 가진 것처럼.거리는 온통 쓸쓸함뿐이고, 어떤 고독들은 꿈을 꾼 것처럼 일순간 밀려왔다 밀려난다. 지나가다 들은 말은 쉽게 상처가 되고, 상처가 아물기까지는 너무 더딘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몸서리치도록 어떤 인연을 증오해 보았거나, 어떤 사람을 외면해 보았거나, 어떤 사랑을 훔쳐보았거나, 자학의 날들이 많아지거나. 마치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을 때, 나는 내 안의 차갑디차가운 이중성에 놀라곤 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정갈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어떻게든 매일 인연을 엮고 있다는 것이다.돋아나는 마음들은 늘 새싹 같아서 또 다가서고 다가서는 것이다. 한번 베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누군가와 인연을 엮고, 머지않아 미련 없이 서로 흩어져버리는 것이다. 어느 날, 저 메마른 씨방이 열리고 씨앗들이 와르르 쏟아져 다음 생을 또 잇겠지만 메마른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씨앗을 틔워 하얀 아스타가 피고, 하얀 쑥부쟁이가 피고, 하얀 개망초, 하얀 프록스, 하얀 코스모스, 하얀 부추꽃이 노지에 마구마구 피는데, 쓸쓸한 마음들은 저 하얗디하얀 꽃밭에서도 그저 쓸쓸함만 보는 것이다. 나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서 왜 과잉된 열정을 누르지 못하고 환멸, 권태, 좌절, 절망의 단어들을 떠올리는 것일까.목화같이 따뜻하게 풀어진 억새 숲에서 마지막 힘을 다해 씨앗을 날려 보내는 열정의 노래를 들으며 쓸쓸함 또한 곧 사라질 감정이라는 걸 세뇌하는 중이다.비워진 들판에 이제 곧 긴 겨울이 닥치리라.

2018-10-29 10:17:31

최백영 통합신공항 시민추진단 공동대표

[기고] 통합 신공항 좌고우면할 시간 없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세계 시장은 국경이 무너지고 단일시장이 되어 있다. 21세기 무한 경쟁 시대에는 국가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지만 도시와 도시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같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려면, 그 도시만이 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창출하여야 하고, 국제도시에 걸맞은 기반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우리 대구는 역사·문화·교육의 도시로 영남 내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여 왔고, 나라가 어려울 땐 호국 충절의 도시로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도시다.그러나 각종 경제 지표가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래서 5대 미래 전략산업인 미래형 자동차, 로봇산업, 물 클러스터(Water cluster), 에너지산업, 의료산업 등 희망의 씨앗을 뿌렸고 새싹이 돋고 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수확하여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하려면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하늘길을 열어야 한다.지난 수년간 영남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듯한 국제공항을 갖기 위해 550만 시도민의 역량을 결집하여 정부에 요구하고 투쟁하여 왔지만 정치적 논리에 의해 우리들의 소망은 무참히 짓밟혔다. 우여곡절 끝에 군공항이전특별법에 의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통합신공항 건설을 선택하여 추진하고 있다. 향후 1천만 명 이상 이용객을 수용하고 신속하게 물류를 수송할 수 있는 공항 건설을 위해 대구 경북 여야 국회의원 25명의 동의와 대구광역시의회·경상북도의회가 통합신공항 특위를 구성하여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고 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소수 시민단체 이름으로 '민간 공항 존치 군 공항 이전'이란 명분으로 통합 대구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대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군 공항 이전 문제는 군 공항만 받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을 뿐 아니라 7조, 8조원 소요되는 재원 조달도 할 수 없으며, 또한 대구만 정부 예산으로 이전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실천 가능한 대안도 없이 민간 공항만 존치하자는 것은 무지의 소치로밖에 볼 수 없다. 21세기 공항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터미널 역할을 뛰어넘어 경제 공항을 건설하여야 하고 종합 비즈니스타운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공항 전문가들의 진단이다.현 대구공항 시설 용량은 375만 명이라 그 한계를 넘어 포화 상태로 국제공항의 기능과 역할이 상실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최신예 전투기를 갖고 있는 군 공항의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물론 통합신공항에 대해 이 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되어 있고 예정 부지로 군위의성 2곳이 확정되었으며 최종 부지 선정만 남아 있다. 이전 지역 지원 계획 수립 등 국방부와 조율이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로드맵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팩트다.일부 인사와 시민단체가 우려하고 지적하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2023년 통합신공항 개항을 위해 좋은 의견은 수용하고 차질 없이 진행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통합신공항 결정 과정은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지만 결정된 사업에 대해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영남 내륙의 반듯한 국제공항을 건설하여 지역사회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구를 국제도시로 도약시켜야 한다는 것은 시대정신이며 역사적 소명이다.

2018-10-29 10:15:57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사유재산'과 교육의 공공성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 이라며원아모집 중단으로 학부모 불안모든 아동이 특별히 보살펴지는유아교육 공공성 의미 되새겨야정부 지원을 받는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최근 폭로되기 오래전부터, 필자는 사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유치원 운영은 원장의 가족 모두를 '먹여 살리는' 하나의 사업이고, 원장이 되면 엄청 부자가 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지인의 말에 의하면 영어, 수학과 미술을 가르치는 작은 규모의 한 학원에서조차도 원장이 매우 작고 어두운 공간에 아이들을 앉게 하고 마치 '꿀꿀이죽'과 같은 형편없는 급식을 주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그 작은 학원에서도 아동의 권리와 원장의 교육철학은 온데간데없고 돈벌이가 우선시되고 있으니, 현재 연일 쏟아지는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안 그래도 필자가 길을 걷는데 유치원의 크고 화려한 외관 건물이 눈에 띄었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이었던 최순실도 별다른 자격 없이 유치원 원장이었다고 하지 않는가.필자는 이번 비리 사건으로 모든 유치원 원장의 교육 자격을 운운하고 사립유치원 전부를 포함시켜 사태를 일반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운영을 둘러싼 비리와 아동학대 문제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구조적 문제임을 방증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여러 비리와 횡포는 그간 국가의 감시 밖에 있었던 사립유치원의 운영과 함께 눈덩이처럼 커져 갔고, 더 이상 교육자가 아닌, 스스로 '사업가'로 여기는 원장의 안이하고 무반성적인 태도로 이어갔다.그래서 이번 사태에서도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는 국공립유치원보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학생 수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볼모로 원아모집을 중단한다며 학부모를 불안하게 하고 사립유치원의 공교육화를 당당하게 저지하고 있다. 한유총의 이런 태도는 학부모들의 분노를 더욱 높이고 있다. 현재 정부의 유아교육의 공공성 정책과 회계 감시 시스템 도입에 맞서 한유총이 언급한 '사유재산'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자본주의 시민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념이 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실제로 균열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독일의 교육학자 코네프케는 '사유재산'이라는 말의 의미는 진공에서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봉건사회 지배의 붕괴와 인간 해방과 자유의 이념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중세 봉건사회의 신분질서가 붕괴하고, 자본주의적 시민사회가 형성되면서 누구나 신분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능력과 자유의지에 따라 일할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갖게 되었고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법적 자유를 갖게 되었다. 이렇게 돈을 축적할 수 있는 시민계급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재산을 투자할 수 있었다.즉 신분질서로부터 해방된 사회라 할지라도 자본주의 사회하에서 개인의 자유는 실제로 재산을 자유롭게 소유할 수 있는 사적 소유권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제도권 밖의 교육은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교육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교육과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 그러나 계층, 장애 여부, 피부색, 종교, 출신 등에 관계없이 모든 아동들이 평등하게 자신의 다양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아동의 권리가 실현되는 교육이 필요하며, 이런 차원에서 필자는 유아교육의 공공성 의미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어린이들은 자신의 욕구와 관심에 따라 특별히 보살펴져야 하고, 무엇보다도 국가는 이러한 유아교육에 대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를 목도하며 우리 사회의 시민 모두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2018-10-29 10:15:34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文정권 안보・동맹 해체・경제 붕괴 감당할 수 있나?

70년 동맹 미국과 관계 갈 데까지 가한국 경제 '통치 리스크' 시중에 회자지난주 주가 폭락 외국 자본 대탈출대통령 경제 정책 수립 방향 전환을 평양선언으로 추락하던 지지율을 고공행진시킨 문재인 정권이 최근 전방위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럽 순방에서 가는 나라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외치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로 반격을 받았고 유일한 성과라는 교황 방북 초청도 그 뒤에 들리는 이야기는 청와대의 장담과는 다르게 흘러간다.지난주 있었던 국회 동의 없는 청와대의 평양선언, 군사 합의 비준은 위헌 시비에 휘말리고 그 의도를 매우 의심케 하고 있다. 문제는 70년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갈 데까지 가고 있다는 점이다.청와대는 '상황이 낙관적이고 과정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미국을 돕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애써 강변하지만 미국 측 시각은 이와 정반대이다. 한국 정부가 북중러 반미동맹에 급속히 가세하며 사실상 한미동맹을 와해시키고 나아가 미국의 등에 칼을 꽂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얼마 전 필자가 만난 미국 전 국방부 아태 담당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임계점'(point of no return)을 넘어가도록 미국을 의도적으로 자극시키고 있다는 말까지 하며 결국 반미 행보를 견디지 못한 미국이 먼저 '이혼'(?)에 나서기를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정권은 이 와중에도 대통령이 직접 참모들에게 '상황이 낙관적이다. 걱정 말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북의 입장에 서서 모든 것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기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문 정권 내부만 빼고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지정학적 상황이 낙관적이라고 볼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현 정권은 국민에게 자신들을 뽑아 달라고 대선 유세를 할 때보다 훨씬 친북적, 좌파적이다. 지금과 같은 반미 친북 친중 행보를 보일 줄 미리 알았다면 현 정권이 아무리 탄핵 이후라도 국민적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최근 미국 측은 한국이 미북 사이를 중재한다면서도 남북 간에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내용 일부를 미국 측에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 간에 신뢰가 이렇게 갈 데까지 가서야 어떻게 동맹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지난주 한국 주가지수 폭락과 외국 자본 이탈이 쇼킹한 뉴스로 등장했다. 수출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고 성장률, 수출 둔화가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기존의 투자, 내수, 고용률 둔화에 이어 본격적 경제 위기 신호탄이 켜진 것이다.여기에 부동산 폭락과 가계 부채로 인한 금융 위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이라는 총체적 경제 위기에 빠져들어 가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경제 회생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고작 유류세 15% 인하와 5만9천 명 단기 알바 고용책 등이다. 유류세 인하는 부자 감세라 비난받고 몇 달짜리 국가 재정 투입 단기 알바 고용이 무슨 경제 회생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기는 '통치 리스크'라는 언급이 시중에 회자된다. 기업도 노동자도 아닌 문 정권 그 자체가 가장 큰 경제 위기 요인이라는 것이다. '통치 리스크'는 쉽사리 개선되기도 어렵고 '문 정권'의 속성상 방향 전환도 어렵다. 대통령 스스로가 경제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고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하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하다.외국 자본의 거대한 대탈출이 왜 이 시기에 일어나는지 '문 정권'은 스스로 돌이켜 봐야 한다. IMF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권 핵심의 실수로 인해 고통받았는지, 지금도 문 정권은 되새겨야 된다. 안보가 무너지고 동맹이 해체되고 경제가 붕괴되면 문 정권 지지자가 몇이나 남아 있겠는가? 국민 앞에 겸허하게 더 늦기 전에 반성하고 방향 수정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2018-10-28 14:57:37

이승천 더불어민주당 대구 동구을 위원장

[기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대한 제언

참여정부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국토 균형 발전의 백미(白眉)였습니다.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의해 추진하는 2007년 이후 추가 지정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신서혁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재도약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이에 신서혁신도시를 품고 있는 동구에서 오랜 기간 지역 발전을 위하여 고민한 것을 바탕으로 이번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대응 방안에 대하여 제언합니다.첫째, 부산시와 광주시(전남도), 전북도 등은 금년초부터 2007년 이후 신규 지정된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하여 관련 용역을 발주하거나 특정 기관(KDB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 등)을 유치하기 위한 법제화를 추진하는 등 매우 면밀하게 대비하고 있습니다.따라서 대구시도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등의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하여 이전 대상 공공기관 중에서 대구의 미래 성장을 위하여 추진하는 프로젝트와 연계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 등 전략적 대응이 필요합니다.참고로 부산시와 전북도는 금융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기 위하여 경쟁 중에 있고, 광주시(전남도)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두 지자체의 정무부시장을 단장으로 유관 기관들과 TF를 구성하여 공동 대응하고 있습니다.둘째, 이번에 추진하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제동이 걸려 지지부진하던 것을 문재인 정부에서 관련 법령에 의해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지금부터 대구시와 동구청은 신서혁신도시와 상생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이 훌륭한 공공기관 이전 후보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이는 신서혁신도시의 교육과 교통 등 정주 환경을 개선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혁신도시 시즌2'와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이전하는 공공기관들이 선호할 수 있는 지역의 토지를 복합 개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셋째, 아무리 좋은 공공기관이 지역에 유치된다고 해도 이들 기관들이 지역에 기여하는 것이 낮으면 의미 없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전된 공공기관들과 앞으로 이전될 공공기관들의 지역 경제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모색도 필요합니다.이는 광주시(전남도) 등에서 한국전력과의 상생을 통하여 2022년까지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는 한전공대 설립 등이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하여 이번에 제시한 정책적 방안은 신서혁신도시의 정주환경과 이들 공공기관들의 지역 경제 기여도 향상을 절실히 바라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제시한 것이라는 것을 밝혀 둡니다. 아무쪼록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하여 대구 경제가 되살아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8-10-28 14:51:44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수능 반입 금지 물품

법률이나 규정을 만들 때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안에 대해 일일이 기술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법률이나 규정을 만들 때는 예측 가능한 일들을 포함하기 위해 문구를 다듬고, 예측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는 규정을 해석하여 적용한다. 예를 들어 다 허물어져 가는 다리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승용차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붙였는데 굴착기가 지나가다가 다리가 무너졌다고 하자. 굴착기 운전자는 팻말을 승용차가 아니면 출입 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정된 것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반대 해석'이라고 한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것은 지자체에서 팻말을 붙인 취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용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12년 전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며 6개월 가까이 장외 투쟁을 벌였었다. 이때 쟁점은 한나라당에서는 개방형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기관을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회 등'으로 규정하자는 것이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는 사학 재단이 어용 기관을 동원하지 못하도록 '등'을 붙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 같지만 '등'이 있다는 것은 앞에 제시한 것은 일종의 예시로 보는 것이고, '등'이 없으면 제시한 것만 해당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에 해석이 크게 달라진다.올해 수능 수험생 유의사항 반입 금지 물품에 전자담배와 통신(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이어폰이 추가되었다. 원래의 규정에 휴대전화, 스마트 기기 '등'이 있기 때문에 추가된 규정은 예시를 추가한 것으로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굳이 추가함으로써 '규정에 없는 새로운 기기로 부정행위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자담배는 안 되지만 그냥 담배는 가능하다'는 반대 해석의 논란만 일으킨다.(학교는 금연 시설이고, 수능 중에는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하지만 정작 반입 금지 물품에 담배는 없다.) '부정행위의 소지가 있는 통신 기능이나 데이터 저장 기능이 있는 물품'이라고 간단하게 제시하고 예시를 들었으면 훨씬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데 말이다.수능을 공정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부정행위를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시험을 치르게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담배나 라이터와 같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는 물품, 흉기로 사용될 수 있는 물품, 시험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화학 물질 등에 대한 금지 규정도 필요하다.

2018-10-28 14:46:35

[종교 칼럼] 숨겨진 기도

전쟁 시기였다. 거리는 온통 애국의 물결로 일렁였고, 분연히 일어난 젊은이들은 열의로 충만했다. 전선으로 나가는 군홧발은 북소리처럼 우렁찼다. 그런 가운데 내일이면 전선에 투입될 장병들과 가족들, 막 전장에서 돌아온 영웅들이 이 교회에 모여서 환송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그런데 목사님의 길고 감동적인 기도가 모두의 마음을 뜨겁게 할 즈음, 긴 머리를 늘어뜨린 한 사내가 교회 복도를 조용히 걸어와 설교대에 섰다. 몰입한 목사님은 눈을 감은 채 기도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우리 조국과 국기의 수호자이신 오 주 하느님 아버지, 저희 무기를 축복하시고 저희에게 승리를 주소서!"그 때였다. 형형한 눈으로 교회 안을 흩어 보던 사내는 목사님을 옆으로 물리고 입을 열었다. "나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메시지를 가지고 옥좌로부터 파견되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종, 여러분의 목사님이 바친 기도를 들으셨다. 여러분이 방금 들은 그 기도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내가 설명할 테니, 들어보고 그대로 이루어지길 원한다면 하느님께서 여러분 뜻대로 해주실 것이다. 방금 목사님은 이렇게 기도했다.""늘 자애로우시고 관대하신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여! 우리 귀한 병사들을 지켜주시고, 이들이 조국을 위해 싸울 때 도우시고 위로하시고 용기를 주시며, 이들에게 은총을 내리시고 전투의 날 위급한 순간에 방패로 막아주시고 전능하신 손으로 감싸주시고, 힘과 자신감을 북돋아주시고 잔학한 습격에도 끄떡없게 하시며, 이들이 적을 쳐서 무찌르도록 도우시어 이들과 이들의 깃발과 조국에 불멸의 명예와 영광을 주시옵소서."사내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그 기도 뒤에 당연히 따라올 수밖에 없는, 말해지지 않은 기도도 함께 들으셨다. 여러분이 말로 바쳐 올린 기도 안에 숨겨진 그 기도를 여러분에 알려주라고 주님께서 명하셨으니 들어 보아라.""우리를 도우시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포화로 저들의 누추한 집들을 잿더미로 화하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의 죄 없는 과부들이 비통에 빠져 가슴 쥐어뜯게 하소서. 우리를 도우시어 저들이 집을 잃고 어린 자식들과 함께 흙바람 이는 황폐한 땅을 떠돌게 하소서. 주님, 당신을 경외하는 저희를 위하여 저들의 희망을 말라붙게 하시고, 힘겨운 인생길에 눈물을 흩뿌리고 다친 발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적시게 하여 그 발걸음을 무겁게 하소서. 겸손하고 통회하는 마음으로 도우심을 청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변함없는 피난처가 되어주시는 사랑의 원천 하느님께 사랑의 정신으로 이 기도를 바치옵니다, 아멘!"사내가 물었다. "여러분이 바친 기도의 실상은 이러하다. 그래도 여러분이 바친 기도가 이루어지길 원하는가? 말해 보라. 지극히 높으신 분의 사자(使者)가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대개 동화작가로 알려진, 미국 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의 'The war prayer'를 줄여서 옮겨 보았다. 우리가 기도를 말로 표현할 때, 거기에는 표현되지 않은 숨겨진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오늘 무엇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는가. 그 기도에 숨겨진 부분은 무엇인가. 주어진 일상을 전쟁터로 착각하면서 전사(戰士)의 기도를 바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2018-10-26 11:07:52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장] 케이팝의 고향을 찾아서

한글날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해서 도쿄에 다녀왔다. 지난 6일 태풍 콩레이의 북상 영향으로 대구공항 도쿄행 항공편이 결항됐다. 항공기 결항은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예정보다 하루 늦게 출발은 했지만 미리 계획한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키노쿠니야 서점과 가까운 신주쿠의 호텔을 이용했다. 대구 출신의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서 편리했다. 지난 3월 키노쿠니야 서점 건물 8층에 중고 음반 매장이 문을 열었다. 규모가 크고 음반 가격이 저렴하다. 이번 주말 가수 이은하 콘서트가 열리는 대구에서도 김광석 길 야외공연장 앞에서 제1회 대구 레코드 페어가 열린다.7일 저녁 산토리홀에서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의 피아노 독주회를 관람했다. 폴리니는 아직 한국 땅을 못 밟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객석을 가득 채운 2천 명의 관객들은 다시 보기 힘든 거장의 연주를 숨죽이며 관람했다. 산토리홀은 1986년 개관한 도쿄 최초의 클래식 전용홀이지만 대중가수의 공연도 열리고 있다.2005년 10월 김연자는 도쿄교향악단과 함께 산토리홀 무대에서 아리랑을 열창했다. 김연자의 일본 데뷔 30주년 기념 앨범에는 길옥윤 선생이 88서울올림픽을 위해 작곡한 '아침의 나라에서'가 수록되어 있다.8일 오후 도쿄에서 드라마 '옥중화'의 주인공인 진세연의 첫 팬 미팅과 '더블에스501'(SS501) 출신 가수 김규종의 콘서트가 열렸다. 신주쿠역 가까운 곳에서 열린 김규종 콘서트를 선택했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한국 가수의 공연을 봤다. 관객 대부분이 다양한 연령대의 일본 여성이었다.행복한 표정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옆자리의 20대 일본 여성과 인사를 나눴다. 공연이 끝난 뒤 콘서트홀 입구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할머니와 어머니도 김규종의 팬이라고 했다. 김규종 때문에 최근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자신의 한국식 이름도 지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가방에는 한글로 김규종 이름이 새겨진 명찰이 붙어 있었다. 한국에 가서 김규종의 고향도 꼭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방탄소년단(BTS) 멤버 2명이 대구 출신이라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해외에서 방탄소년단을 특집으로 다룬 서적에는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한국에서 꼭 방문해야 할 성지(聖地)가 여러 곳 소개되어 있다. 대구와 경북도 각각 한 곳이 포함되어 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대구경북에서 자주 열린다면 뷔와 슈가의 고향 방문과 성지 순례를 겸해서 찾아오는 해외 팬(아미)들이 무척 많을 것 같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레드벨벳'의 아이린, '걸스데이'의 소진 등 여성 아이돌그룹 멤버 중에 대구경북 출신이 적지 않다. 2일 SBS MTV '더쇼'에서 '부탁해'라는 노래로 첫 음악방송 1위의 영광을 차지한 '우주소녀'의 보나는 대구 출신이다. 우주소녀 보나는 지난 8월 종영한 KBS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 등 최근 활약이 눈부시다. 우주소녀의 단독 콘서트가 열리면 꼭 관람하고 싶다. 대구경북 출신 케이팝(K-POP) 스타의 공연을 보기 위해 어쩌면 다시 신주쿠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8-10-25 15:55:38

민경석 경북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기고] 폐수무방류 시스템이 해답인가?

최근 과불화화합물 사고로 대구 매곡정수장을 현장 확인차 방문한 환경부 차관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구미산업단지 산업폐수를 완전하게 차단하자는 폐수무방류 시스템 도입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이는 처리 비용, 농축수 처리 등의 어려운 문제가 발생하므로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R&D가 없고, 대규모 시설에 적용한 사례가 없는 실정인데, 전문 기술자들의 경제성 및 기술적 검토도 없이 환경부에서 급조식으로 발표하고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폐수무방류 시스템은 하·폐수를 최종 처리하여 처리수를 하천이나 해역 등 외부로 방류하지 않고, 전량 재순환하거나 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오염물질 배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되어, 방류 수계의 수질 개선과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폐수무방류 시스템에 주로 도입하는 공정은 정밀여과막과 역삼투막으로 대부분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적용하는 막분리 공정은 크게 2가지 어려운 경제적 및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첫째 막분리공정에서의 에너지 사용량이 매우 크고, 둘째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농축수 처리 문제이다. 특히 농축수 처리 문제가 큰데, 무방류 시스템의 원수로 사용하는 하수처리수의 약 20~30% 내외가 발생하는 농축수는 하수처리수 내 처리가 어려운 의약품, 유해화학물질, 분리막 세정에서 나오는 난분해성물질, 질산성 질소, 고농도 용존성고형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생물탈질공정을 비롯한 고급산화공정인 오존, 펜톤산화, 과산화수소 등의 공정이 필요한데, 처리 비용과 에너지의 소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농축수 처리의 완전한 원천기술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형 하·폐수처리장에서는 방류수를 전량 재이용하여 무방류 시스템을 실현한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현재 포항하수처리장 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재이용하고 있는데, 농축수는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져서 처리하고 있다. 이는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고, 처리가 안되는 물질로 구성된 농축수이므로 지속적으로 하수처리시설에 이온물질을 증가시켜 재이용 시설의 분리막에 손상을 주거나 교체주기가 짧아지고, 하수처리 공정에도 악영향을 주게 된다. 현재 포항에서는 재이용 시설로 인한 비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구미산업단지에서는 LG그룹의 공업용수 공급을 위해 생산량 9만t의 재이용시설이 곧 완공을 앞두고 있는데, 발생하는 농축수는 전량 구미시 하수처리시설로 보내진다. 만일 농축수를 직접 처리하게 되었으면, 이런 재이용시설을 계획했을까 하는 의문점이 크다. 구미산업단지에서는 하루 15만t의 산업폐수가 발생하는데, 환경부에 따르면 하수와 폐수를 분리하는 하수관로 시스템과 별도의 하·폐수처리시설을 분리하여 시설을 갖추고 운영하는 것이다. 하수관로 및 분리 하·폐수처리시설의 구축에 필요한 비용과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대책으로 성급히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대구 시민들은 유해화학물질에 상당히 민감하다. 양질의 상수원 확보가 수돗물 품질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므로 정부는 수돗물 생산에 악영향을 주는 유해화학물질 유출과 녹조 발생의 근본적인 사전예방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이 사전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지 일단 수계로 배출되면 대책 수립이 어렵다.

2018-10-25 14:18:12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대구는 맛있다"

지난 밤 내린 비에 뿌연 하늘이 말끔히 씻겼다.비가 내린 뒤 '이 월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대구 야경은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보듯 선명해지고 멋들어지게 보인다. 그런 날 저녁 83타워 회전레스토랑에서 지인과 맛있는 스테이크를 먹게 된다면 음식과 마음은 저절로 풍미(風味)로 채워질 것이다.처음 대구에 둥지를 틀면서 맛집부터 수소문했다. 일의 특성상 푸드 얼리어답터를 자처하고 살아야 하기에 지역 핫플레이스라는 곳은 바로 달려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주변 분들에게 대구의 맛집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다른 곳에 비하면 대구에는 먹을 것이 별로 없어요"라며 제대로 된 맛집을 소개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대구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겸손함에서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5년 간, 나의 맛집 탐구생활을 살펴보면 대구에는 오감을 자극하는 식당과 예쁜 카페가 정말 많다. 대구의 맛집은 대구 음식 특유의 중독성 있는 맛뿐만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인테리어로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서울 강남의 이름난 식당과 비교해도 뒤 떨어지지 않을 만큼 예쁘고 감성을 자극한다. 맛은 멋과 어울려질 때 그 진가를 발휘하고 미각은 시각을 배경으로 완성되는데 그 정점에 대구가 있지 않을까?대구하면 동인동 찜갈비만 있는 줄 알았다. 회사 가까운 곳에 있는 24시간 짬뽕집과 곱창전골 전문점은 적당히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나에게 대구의 맛을 느끼게 하는 첫 계기가 되었고, 동성로, 삼덕동등에서 만나는 베이커리는 빵의 메카는 대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훌륭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메이저급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가 대구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적도 있다.얼마 전 라디오에서 '아메리카노'라는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아시나요? 인구수 대비 카페가 가장 많은 곳이 대구예요.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십센치'도 대구출신이구요"라는 아나운서 멘트가 귀에 들렸다. 한옥 까페, 갤러리 까페등 귀와 입을 즐겁게 하는 멋진 곳이 정말 많은 곳도 대구인 것 같다.발 닿는 곳마다 늘어서 있는 자랑할 만한 맛집들과 멋진 카페들로 '대구의 밥상' 은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대구의 풍미를 즐기고 싶은 손님들을 전국에서, 아니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 수 있도록, 대구의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살거리를 하나의 문화로 엮어야 한다는 책임감 속에 오늘 하루도 분주하게 나의 탐구생활은 계속된다.

2018-10-25 13:05:34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그래서 또 중요한 채식

먹고, 마시고, 숨쉬고, 사용하는 일상용품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태평양 한가운데 8,000m 심해에서도 환경호르몬 발견', '북극 빙하에도 환경호르몬 발견' 등의 외신기사들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건강을 위해서 청정지역에서 나는 유기농, 수산물을 먹고, 일회용품 사용도 줄이고 있었는데 이런 기사들이 올라오면 우리는 당황한다. 도대체 무얼 먹어야 하는가.'햄에서 발암 물질 발견', '모짜렐라 치즈에서 유해물질이 나와서 수입 판매금지', '플라스틱 용기에서 유해 물질 나옴' 등의 소식도 어떤 음식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 지 고민하게 만든다. 표지에 기록된 함유물을 확인하고, 유해물질 허용량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이런 보도들이 나오면 소비자들은 절망한다. 생활용품을 전부 포기할 수도 없고, 지금은 괜찮다고 얘기한 물품이 내일은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우리들이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노력은 해야하지만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 밖에 없다. 우리 몸에 들어 온 환경호르몬을 배출시키는데 신경을 쓰야 한다. 우리 몸에 들어온 환경호르몬은 몸의 지방에 붙어있다가, 혈관을 통해서 돌아다니면서 각종 병을 유발하고 있다.그런데 어떻게 배출시켜야 할까. 우리가 먹는 음식은 소화되고 영양분이 된다. 음식 중 탄수화물, 단백질은 물에 녹으므로 흡수가 쉽게 된다. 하지만 지방은 쓸개에서 나오는 담즙이 중개 역할을 해야 물에 녹고 영양분은 흡수된다. 담즙에는 환경호르몬이 포함되어서 같이 나오게 된다. 그런데 작은 창자에서 영양분을 다 소화시키고 나면, 담즙 안의 콜레스테롤은 몸 속에서 재흡수가 일어난다.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에 나쁘다는 것이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서 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 콜레스테롤은 소화를 시키고나면 작은 창자 끝에서 재흡수가 일어나는데, 이 때 담즙에 붙어있는 환경호르몬도 같이 몸 속으로 재흡수된다. 그런데 식물 속의 식이섬유가 있으면 콜레스테롤은 재흡수되지만, 환경호르몬은 식이섬유에 흡착되어 대변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다시 말하면 환경호르몬 배출에도 식이섬유가 들어있는 채식이 답이다. 환경호르몬 섭취를 줄이는 데도 채식이 중요하고 배출에도 채식이 중요하다. 채소의 이런 신비로운 작용을 하면서,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 고기를 먹더라도,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외과 전문의

2018-10-25 11: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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