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봄이 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해가 중천에 걸려 있는 정오에 산책이라도 할 요량이면 자신을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그림자다. 그림자는 계절이 바뀜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드러낸다. 한겨울에는 축제 때나 볼 수 있는 키다리 아저씨가 된다. 그렇다면 좋겠지만 긴 다리가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입춘이 지나면 그림자는 하반신이 짧아져 아담한 체구로 돌아온다. 날이 슬슬 더워지면 옆으로 퍼져 눈사람이 되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 더욱 짜부라져 오뚝이로 변신한다.그림자는 하지에 가장 짧아진다. 태양의 고도가 그때 가장 높아서다. 만일 그림자가 가장 짧은 날부터 다시 가장 짧아지는 날까지의 날수를 세어본다면 1년이 며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1년은 365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림자의 변화 같은 관측을 통해 알아낸 1년은 365.2422일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1년 하고도 약 6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다. 만일 계속해서 1년을 365일로 정하게 된다면 누적된 오차는 날짜와 계절을 어긋나게 만들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올해같이 4로 나눠지는 해에는 2월에 하루를 더 넣는다.그런데 왜 하필 2월이 그 모든 수고스러움의 대상이 될까. 그것은 고대 로마에서 카이사르가 율리우스력을 제정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달력을 기본으로 만든 율리우스력은 31일과 30일을 섞어 1년이 365일이 되도록 하였다. 문제는 그런 방식으론 1년이 366일이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평년의 경우 2월에서 하루를 뺐다. 이는 당시의 새해가 지금의 3월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카이사르는 집정관으로서 자신의 취임을 앞당기기 위해 3월 대신 지금의 1월을 새해로 만들었다. 그 후 로마의 첫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가 자기 생일이 있는 8월에 자신의 이름(August)을 붙이고 8월을 31일로 만들면서 2월에서 다시 하루를 빼 2월은 28일이 되었다고도 한다.2월은 형제들의 구색을 맞추느라 태어나 이리저리 치이는 집안의 늦둥이 막내 같은 존재다. 그러나 막내는 결코 반짝이는 존재감을 잃는 법이 없다. 봄이 곧 시작됨을 알리는 날과 소망을 담는 달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정월 대보름달을 보았다. 보름달은 마주 본다는 표현이 가장 알맞다. 실제로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달이 놓여 있으니 말이다. 저녁 무렵 동쪽 하늘에 둥실 떠올라 서서히 서쪽으로 움직이며 밤새 대지를 환하게 비추는 보름달은 불 꺼진 창문으로 스며 들어와 달빛에 물든 이불을 덮고 자는 호사를 누리게도 한다. 보름달은 사랑이 충만한 달이다.달이 태양을 마주하는 대신 옆으로 비껴 있는 위치에 있으면 반달이 된다. 이 모든 것이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우리의 주변을 다시 달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달은 매일 조금씩 움직이며 다른 각도에서 태양빛을 반사한다. 상현달은 우리가 흔히 보는 반달이다.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동요처럼 낮에 떠올라 저녁이면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다. 왼쪽이 불거진 하현달은 자정이 지나 떠오르니 우리가 활동하는 시간대엔 눈에 잘 띄지 않는다.퇴근하는 저녁시간 서쪽 하늘에서 잠시 볼 수 있는 달은 초승달이다. 서쪽 하늘에 떠오른다는 건 그것이 지고 있다는 걸 뜻한다. 초승달은 여인의 정갈한 장식품처럼 요람에 누워 있는 가녀린 공주의 모습인 듯 앙증맞은 자태를 하고 있어 눈길을 잡아끈다. 일생에 한 번 보기 힘든 달도 있다. 그믐달이다. 일찍이 소설가 나도향은 새벽에 떠오르는 그믐달을 '정든 임 그리워 잠 못 들어 하는 사람이나, 못 견디게 쓰린 가슴을 움켜잡는 무슨 한 있는 사람, 혹은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볼일 보러 나온 사람, 혹은 도둑놈이 보는 달'이라고 했다. 요즘 같으면 철야 근무 마치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가는 지친 사람도 포함될 것 같다. 아무튼 그믐달은 서럽고 외로운 달이다. 그걸 볼 일이 없는 편이 나은지도 모르겠다.그 어느 때보다 2월이 더디 가는 요즘이다. 무시당하고, 손해 보고, 억울함을 입어도 꿋꿋하게 버티는 집안의 막내 같은 2월. 그들은 알고 있다. 봄이 오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2020-02-24 18:00:00

로힝야 난민, 사포르딥, 방글라데시 2017 .사진 조진섭

[석재현의 사진,삶을 그리다] 만났으되 존재하지 않는 그들, '로힝야'

방글라데시의 조용한 어촌마을 사포르딥, 좁은 둑길을 위태롭게 걷는 이들이 있다. 이른 아침 햇살이 만들어 낸 강한 콘트라스트 조명은, 지난 밤 어둠을 뚫고 나온 행렬의 모습을 비춘다. 그 빛은 마치 이들의 앞날이 환히 빛나기를 바라는 듯 밝기만 하다. 저 멀리 실루엣으로 가늠하는 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어둠을 지나 빛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마실 물이 담긴 물동이를 든 어린 소녀의 눈빛이 '동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렬한 이유는 이들이 바로 '로힝야'이기 때문이다.작년 한 해 집계된 난민의 수는 무려 6천850만 명,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는 난민들은 글로벌 최대 이슈다. 내전과 경제적인 피폐, 가혹 행위 때문에 목숨을 건 엑소더스 행렬은 전 세계에 비극적인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던 아웅산 수치가 작년 12월, '로힝야 집단 학살'로 국제법정에 선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 세계가 강조하던 '인권'이 사라져가는 세상, 조진섭은 2014년부터 그런 난민들을 기록해 오고 있다.프랑스 파리 사진학교 '이카르 포토'를 졸업한 조진섭은 프랑스 칼레의 아프리카 난민, 발칸반도의 아랍 난민, 독일 정착 시리아 난민 등을 취재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다. 사람들이 그를 향해 던진 '넌 행복해서 좋겠다'는 말, 그런데 정작 그에게는 진정한 느낌이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이들을 만나고파 난민 작업을 시작했고,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인권의 황무지 '로힝야'의 실상을 접하게 됐다.육로는 노출이 되어 위험하기에 캄캄한 밤, 동력도 없는 배를 타고 미얀마를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사람들. 요행히 미얀마 군인들의 경비를 피해 해안에 도착하게 되면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신상명세서를 작성한 후 이들은 망명자가 될 수 있다. 어두운 밤 도착한 150여 명의 사람들은 밤새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낸 뒤 이른 아침, 해안에서 체크 포인트까지 단 500m, 마을로 향하는 둑길을 걷는다. 그 위태로운 둑길을 걷는 행렬을 사진가 조진섭이 포착한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 것도 아니다. 로힝야는 그저 다른 미얀마 사람들처럼만 살고 싶을 뿐이다. 사실 로힝야 문제는 소수민족의 학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양곤의 무슬림들과 달리 라킨주의 무슬림은 '로힝야'라 불리며 무차별 총기 살해, 방화와 집단 성폭행, 아동 살해라는 잔혹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평등한 삶으로 내몰리는 그들과 함께하는 일,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할은 메신저다. 한국에도 라이베리아, 말리, 나이지리아 등 난민들이 많이 살고 있기에 최근 조진섭은 이들의 메신저 역할에 열중하고 있다. 사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난민들의 삶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런 우리 마음과 하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2020-02-24 18:00:00

[세월의 흔적] <62> 과거부터 중요한 행사 열리던 '마당'

마당의 본디 어원은 '맏+앙'이다. 여기서 '맏'이란 맏아들이나 맏딸에서 쓰이는 바와 같이 '으뜸' 또는 '큰'이라는 뜻이며, '앙'은 장소를 뜻하는 접미사이다. 따라서 마당은 '가장 큰 으뜸 공간'이란 뜻이며, 전통건축에서 중요한 행사를 치르는 곳이자 평상시에도 가장 자주 사용하는 곳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춘향전'을 통해서 살펴본다.영화의 절정은 암행어사 출두 장면이다. 그날은 마침 본관사또의 생일이기도 하다. 질펀한 잔치기 벌어지는 가운데 사또는 춘향을 대령시킨다. 수청 들기를 요구하지만, 끝내 이를 거부하는 춘향. 사또가 마침내 극형을 명하는 바로 그때 들려오는 '암행어사 출두요' 소리. 그때 대청에 앉아서 생일상을 받는 것은 사또와 양반들이고, 나머지 민서들은 모두 마당에 차일을 치고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다. 흥을 돋우기 위해 기생들이 춤을 추는 곳도 마당이고, 죄인인 춘향이 끌려 나와 곤장을 맞는 곳도 마당이며, 마지막에 춘향이 이도령과 극적인 해후를 하는 곳도 바로 마당이다. 그런가 하면 이도령이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며 월매가 정안수를 떠놓고 비는 곳 또한 마당이다.춘향전에서 마당이 아닌 실내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 하나. 이도령이 춘향과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인데, 이것은 뒷날 사또와 춘향 사이에 중대한 대립항으로 존재한다. 춘향은 이도령과 이미 혼례를 올린 사이이므로 더 이상 사또의 수청을 들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또는 그것은 혼례가 아니라 춘향이 관비의 신분으로 이도령의 수청을 든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춘향과 이도령이 하룻밤의 관계를 맺기 전에 마당에서 혼례를 올렸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TV에서 사극을 통해 왕의 즉위식이나 세자의 책봉 장면을 보여 줄 때가 있다. 근정전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왕과 가까운 측근들뿐이고, 책봉을 받는 세자는 근정전 앞마당에 있다. 왕의 즉위식 때도 왕은 근정전 안이 아닌 그 앞마당에서 행사를 거행한다. 가끔 TV로 방영되는 종묘 제례악을 보아도 악공들이 앉아 연주하는 곳은 건물 안이 아니라 그 앞마당임을 알 수 있다.학교에는 월요일마다 전체 조회를 하는 운동장이 있고, 회사에는 직원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강당이 있다. 운동장은 학생들이 나란히 줄을 서 있는 마당과 교장선생님이 올라가 훈시를 하는 구령대로 구성된다. 강당 또한 연단과 객석으로 구성된다. 운동장의 넓고 좁음을 이야기할 때도 연단의 크기가 아닌 객석의 크기를 더 중요시 한다.이처럼 마당은 중요한 행사장이자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과 관리하는 방법, 그리고 피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풍수지리는 마당을 하나의 혈(穴)로 인식한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좋은 형국을 만들기 위해 마당 주위에 나무를 심었으나, 한가운데는 나무를 심지 않고 비워 두었다. 또한 대문 앞에 큰 나무를 심거나 뜰 가운데 나무를 심으면 그 형국이 한곤(閑困)하여 재앙이 생긴다고 하였다. 서윤영이 쓴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을 참고하였다.김종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2-24 18:00:00

안인술 (사)한국방역협회 대구지회장

[기고] '코로나19' 지역공동체가 함께 이겨내자!

2019년 12월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왔고, 중국 정부가 감염을 막으려는 갖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숙지기는커녕 확산일로를 거듭하고 있다.우리나라는 감염병 예방법을 통해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 예방을 관리하고 있으며, 소독 관련 업무도 이런 감염병 예방법에 의거하여 관리하고 있다. 소독이란 감염성 질환의 유행과 확산 및 예방을 위하여 감염원, 감염 경로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살충, 살균을 통칭하는 용어이다.소독 방법은 물리적·화학적·생물학적 방법과 통합적 방제 방법 등이 있다. 효과적인 소독 작업을 위해서는 구제대상 해충이나 병원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며, 그에 근거한 구체적인 작업 계획을 세우고 소독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소독의 실행은 감염병 예방법에 의해 시·군·구보건소에서 방역기동반을 편성·운영하며, 민간 부문에서는 시·군·구보건소에 신고된 전문소독업체가 맡도록 되어 있다.'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증에 대해 일반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준수하는 것이며, 그 외 개인위생 관리와 에탄올이나 락스 등을 이용해 철저히 소독하는 것이다. 환경부에서는 '코로나19'에 유효하며 살균력이 충분한 28개의 제품을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전문소독업체가 사용해야 할 만큼 사용에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여 사용에 불편함이 따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이 누구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탄올과 락스를 이용하는 것이 대중적인 소독법이라 할 것이다.시중에서 판매되는 에탄올(70%)은 인체 상처소독용으로 안전하며 희석하지 않고 내용물을 스프레이통에 그대로 넣어 인체와 접촉이 빈번한 물체나 좁은 공간에 살포하면 된다. 에탄올의 특성상 곧바로 휘발하기 때문에 닦아낼 필요도 없다. 시중에 판매하는 락스(차아염소산나트륨 4%)도 충분한 효력을 갖는데, 물과 희석하여 수건이나 천에 묻혀 대상 물체를 닦으면 된다. 락스 소독 후에는 충분한 환기가 필요하며, 10~20분 이후 닦아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일반 개인이 소독할 수 있는 장소와 대상은 가정이나 소규모 점포 등의 생활 근거지이며, 주요 소독 대상은 이들 소독 장소의 출입구 손잡이·손 접촉이 잦은 물체·화장실 변기·배수구 등 외부와 연결되는 곳이다. 소독에 앞서 살포 대상에 오염물질이 묻어 있는 경우는 닦거나 제거해야 소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사스와 신종플루, 메르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새롭게 출현한 바이러스성 전염성 질병이다. 학자들은 앞으로도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 계속될 것으로 예견하며, 이로 인한 전염성 질환 또한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전염병들은 비위생적 생활 환경에서 비롯되었던 과거 전염병들과는 달리 발생하는 원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전파 속도와 범위도 인간이 제어할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새롭게 출현하는 바이러스는 특정 국가나 몇몇 개인의 힘으로 근절할 수 없을 정도의 글로벌적 성격을 띤다.지역공동체가 감염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마스크 착용, 올바른 손 씻기 등 개인 위생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더불어 보건당국이 감염병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국가 방역체계를 믿고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2020-02-24 14:54:03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세계의 창] 정보와 신뢰 - 윤봉준 교수

전제적 정권 중국서 터진 대재앙 환자·사망자 수 발표 믿기 어려워현재 우리 사회 신뢰도 크게 악화 공적 정보 차단한 집권세력 앞장중국에서 나오는 큰 뉴스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 1950년대 중공군의 한국전 참전, 집단주의 실험(대약진운동)에 따른 대규모 아사, 1960년대 문화혁명의 광란, 1980년대 이후 1자녀 실험의 악업, 천안문 데모대 학살이 있었다. 21세기에는 2002~2003년에 유행한 호흡기질환 사스(SARS), 2018년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에서 시작되었다.지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형 코로나바이러스병(Coronavirus Disease 2019, 약칭 COVID-19)으로 명명하였다. 라틴어로 코로나는 꽃다발(花環), 바이러스는 독(毒)을 뜻한다. 바이러스의 모양이 둥글게 생겼다고 해서 나온 것이다. 이 '꽃다발 독' 역시 중국(우한·武漢)에서 왔다.중국발(發) 대재난에는 공통점이 있다. 천재(天災)가 아니라 전제적 정권의 정책 실패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중국이 우한시를 전면 격리 조치하고 대규모의 임시 치료 병동을 열흘 만에 건설한 것을 전체주의의 효율성으로 높이 평가할 수는 없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전파 초기에 진화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이미 작년 12월 말에 우한 지역의 안과의사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료인이 중국의 메시지 앱 '위챗'(WeChat) 등을 통해 대규모 전염병의 위험성을 알리려 했지만 경찰국은 이들을 소환하고 유언비어 유포 금지 각서를 쓰게 한 후에야 방면하였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발병 정보를 초기에 함구령으로 차단함으로써 대재앙으로 키운 것이다. 환자 및 사망자에 대한 현재의 발표도 공산당 정권의 고질적인 통계 조작 관행으로 인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신뢰가 없는 사회는 연줄로 엮인 가까운 사람끼리, 특히 혈연관계로 경제적 거래가 제한된다.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에서와 같이 국가의 명령경제에 의존하게 된다. 신뢰가 높은 사회는 모르는 개인끼리라도 서로 믿고 계약을 통하여 거래를 함으로써 자원 이용이 원활히 이루어진다.타인을 신뢰하고 함께 일하는 능력, 즉 사회자본은 경제 번영의 필요조건이다. 사회자본이 결여된 저신뢰사회는 바람직한 기업구조, 재산권, 민주적 사법제도나 선거제도의 착근이 느리고 경제발전도 마찬가지다. 빌린 돈은 떼어 먹고, 갚는 전통이 없던 제정(帝政) 러시아는 금융업이 정착하지 못하고 경제가 정체됨으로써 볼셰비키 혁명의 온상이 되었다.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현재의 국가군을 미국, 독일 및 일본과 같은 고신뢰국가와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중국 등의 저신뢰국가로 나누었다. 2002년 NationMaster 통계표의 인구 1천 명당 사기 건수를 보면 독일(11.24건), 영국(6.04), 미국(1.29), 일본(0.3888), 프랑스(2.31), 이탈리아(0.95), 한국(2.86)으로 후쿠야마의 분류가 정확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미국, 특히 일본에 비해서는 한국이 사기 사건이 월등히 많아 상대적으로 저신뢰국가로 보인다.신천지교회 신도를 포함한 일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진술이 신뢰도가 결여됨으로써 감염의 전국 확산에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사회의 신뢰도 악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집권세력이다. '드루킹' 사건에서 보는 대규모 댓글 공작은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정보 조작이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 공소장의 공개를 국회가 요청했음에도 법무부가 거부하고 있는 것은 정권 비호를 위해 공적 정보를 차단하는 행위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정권의 압력이나 조사기관의 그릇된 충성심으로 왜곡되고 있는지 불신이 높다.정부에 의한 정보의 조작이나 차단은 사회의 신뢰도를 악화시켜 후쿠야마가 이야기한 저신뢰국가의 폐해를 초래할 뿐 아니라 당장 정부 불신을 낳는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국 방문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왜 문재인 정부는 하지 않고 있는지? 여당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인가 의심이 간다. 또 부동산, 노동, 에너지 등 여러 부문의 정책 수행에 국민이 적극 협조하지 않는다. 정부 여당이 높은 지지율에 취한 탈선에서 벗어나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하여 사회 신뢰도 회복에 기여했으면 한다.

2020-02-24 14:41:10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힘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처음으로 마주하는 바이러스라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불안과 두려움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2019~2020년 겨울시즌에만 발생한 독감으로 미국에서만 1만2000명이 숨졌으나 미국독감은 매년 반복되는 일상의 질병이 됐다는 이유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우리 사회와 자연계는 좋든 나쁘든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과 같은 미생물의 활동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버나드 딕슨은 저서 '미생물의 힘'에서 이 세계를 지배하는 미생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일 먹는 김치, 된장, 치즈, 포도주, 요구르트 등은 미생물에 의한 발효식품으로 유용한 미생물은 우리에게 식도락의 즐거움을 선사한다.하지만 수세기에 걸쳐 유행한 천연두, 페스트, 콜레라 등과 같은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원인이기도 한 미생물은 인간의 많은 재난 가운데서도 아주 나쁜 악재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이나 숙주의 기생환경에 변화가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변화가 나타나기만 하면 폭발적으로 불어난다고 한다.유럽에서 대역병이 시작된 1347년, 후에 흑사병으로 불린 이 병은 7천500만 명에 달하는 유럽 전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죽음으로 내몬 페스트균으로 알려진 무시무시한 세균이 일으킨 전염병이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흑사병이 어떻게 중세의 종지부를 찍고 근대를 열었는지에 관한 한 가지 중요한 패러독스를 보여준다.페스트균은 유럽 사회에서 음식, 주거, 일자리와 같은 인간의 기본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경쟁을 엄청나게 줄여주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도 전에 없던 부를 누렸고, 부유한 사람들은 친인척의 재산을 상속받아 더욱 더 부유해졌으며, 이로 인해 르네상스를 위한 훌륭한 조건이 갖추어졌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모습과 특징을 갖춘 계기가 되었다. 1665년까지 지속된 페스트가 이듬해 대화재 이후 발생이 줄었고, 결정적인 원인은 병원성이 매우 강한 페스트균이 점차 병원성이 약한 균주로 변했다는 것이다.무기, 금속과 함께 병균이 인류의 문명을 바꿨다고 주장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시각에서 세균을 바라보면, 인류에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살아남는 것이 최선이다.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은 인간이 죽는 확률, 즉 치사율이 높으면 바이러스의 생존공간도 사라지기 때문에 질병은 새로운 생존 및 번식방법을 진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우리와 공생하며 살아가는 바이러스로 인해 경계심과 불안감이 높아지는 요즘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긍정의 마음과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위생 준수로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2020-02-24 11:41:46

23일 대구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평소 수십만명의 유동인구로 북적이던 동성로가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기고] '대구'를 '도구'로 이용하지 마라

요즘처럼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적이 없다. 눈을 뜨자마자 TV에서 들려오는 대구경북 코로나 확진자 뉴스 때문이다. 무섭게 증가하는 확진자 숫자를 볼 때마다 몰려오는 불안감을 견디기가 힘들다. 이 와중에 중앙언론의 헤드라인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나올 당시의 보도태도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대구시 브리핑을 중계하는 TV 화면에 '대구발 코로나 19 확산'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크게 띄었다. 제목을 뽑은 언론사는 아마도 전염병의 근심으로부터 멀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데' 누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을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침 그 곳이 바로 '고담대구'였다. 대구시가 대형사고와 엽기범죄로 가득 찬 배트맨의 '고담시'와 완전히 다르다는 팩트체크는 중요하지 않다. 중앙언론에게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은 사건사고의 현장이 되어야만 뉴스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대구 폐렴' 'TK 코로나' '한국의 우한' '대구 봉쇄' 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종편의 '서초구 상륙한 대구 코로나'를 보는 순간 TV를 끄고 말았다. 중앙언론이 재난재해가 일어날 때마다 발생 지역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 확산의 주된 원인은 '신천지' 집회임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중앙언론은 지역을 생산의 전초기지가 아니라 재난위험이라는 꼬리표 붙이기를 좋아한다. 아니면 지역을 관광축제의 장소로 소개하며 소비와 휴가의 프레임 안에서 가두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연유로 서울 사람들은 지역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아니라 무기력하고 비활성화된 국토로 생각하는 편이다.서울권 문화는 우수하며 지역의 행사, 오락, 콘텐츠 등은 주변적 위치에 있거나 열등한 것으로 나온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지역의 독창적, 전통적, 고유한 문화적 요소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주의 플랫폼과 통신환경에 일방적으로 종속되거나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라져가고 있다.정보소통의 기반시설에서도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는 심각하다. 통신 3사의 5G LTE 속도는 농어촌이 대도시에 비해서 느리며, 경북은 전국서 가장 느리다. 동일요금 동일서비스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1970년대 허버트 쉴러가 서구 제국주의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제기한 '문화 제국주의'가 또 다른 모습으로 대한민국 내부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서구 국가들이 방송뉴스와 영화 등으로 제국주의를 강화한 과정의 축소판을 목격하고 있다.시청률과 클릭률에 미친 중앙언론이 대구의 안타까운 상황을 수익을 올리기 위한 흥미로운 소재도구로 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들 스스로 중앙언론에 대해서 무한 신뢰를 보내는 반면 지역언론을 냉대해 왔기 때문이다.순망치한(脣亡齒寒)의 의미를 되새겨 볼 시기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 게 이치이다. 지역언론이 망하거나 불행해지면 우리는 서울제국주의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2020-02-23 16:13:01

원성수 (사)독도사랑범국민운동본부 회장

[기고] 독도박물관 건립 시급하다

2월 22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일본이 정한 소위 '다케시마의 날'입니다. 물론 독도의 날은 10월 25일입니다. 고종 황제 칙령 11호로 정한 날이 바로 그날입니다.일본인들은 최근 자기네들이 정한 다케시마의 날을 앞두고 시마네현에 있는 독도박물관을 확장하고, 도쿄에는 정부 운영의 '영토주권전시관'을 종전보다 7배 키워 확장하였습니다. 독도가 자기네 부속 섬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면서 말입니다.독도는 분명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해 있는 대한민국 땅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의심해 온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우리 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들만의 주장으로,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건 옳지 않은 시절이 되었습니다.필자는 2004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교실 벽에 붙여져 있던 세계 전도에 우리나라 동해 바다는 'Japanese Sea'라고 명명되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역사관이 없었던 그 시절 저는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을 가지기는 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얼마나 큰 것인 줄 깨닫지 못했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는 기반을 오래전부터 마련해 놓고 있었다는 증거였는데도 말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일본이 2008년부터 중학교 교과서 학습지도 요령 해설서 등을 개정하면서 역사를 왜곡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 교육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가 어른이 되면 자기네 영토를 찾아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우리도 자라나는 세대에 제대로 된 역사 의식을 심어주고 역사적으로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라는 것을 정확한 근거로 알고 있어서 그 누구에게라도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입니다.(사)독도사랑범국민운동본부는 독도 사랑을 실천하고자 뜻을 같이하는 시민대표 33인이 2008년 10월 12일 발기하여 2010년 2월 법인 체제를 갖추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범부터 10여 년 동안 여러 다채로운 활동으로 국민들 마음을 하나로 모으며 경북 중심에서 이제는 전국으로 독도 사랑 운동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신념에 기초하여 반드시 우리가 지켜내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출범한 단체인 만큼 회장인 필자를 비롯한 여러 회원들의 개인 비용과 상당한 시간이 투자되었습니다. 그러한 노력으로 여러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뜻한 바대로의 성과를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자아성찰하게 되었습니다.일본 시마네현에 있는 '다케시마 자료실'은 일본의 초중고 학생들이 견학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 70% 이상의 일본 어린이들은 독도가 당연히 일본 땅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이러한 현실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에 '독도박물관'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급한 당면 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을 역사적으로 고증할 수 있는 전시관은 물론 미래의 역군이 될 대한민국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의식을 고취시켜 줄 교육장이 한시바삐 마련되어야 합니다.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독도박물관 건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하면서, 오늘도 독도 사랑의 마음을 이어갑니다.

2020-02-23 15:45:34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길 잃은 40대 남자들의 '눈물'

과거 농경사회 40대 가장의 역할은 '삶의 질' 보다는 살기 위해 최소한의 의·식·주 해결을 위한 생사의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사회가 점점 발전하면서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바람이 커지면서 현대사회의 40대 가장은 가족부양에 대한 삶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치열한 경쟁 사회로 변화하였다. 경제적 부가 사회적 지위로 평가받는 사회로 인식되면서 점점 교육열은 높아졌고 우리 40대 가장은 점점 자신의 삶을 상실해 가고 있다.물질적 부의 축적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회에 내몰리는 가속화 현상으로 더 이상 가정이 40대 남성의 삶의 휴식처가 아닌 상황이 되었다. 또한 이로 인한 가정의 기능 상실이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은 인간이 인간다움의 실현을 위해 자신이 책임을 지는 가장 소중한 공동체일 것이다. 가정은 과거부터 '가족애'를 통해 살아가는 삶의 오래된 방식이며 우리에겐 가장 친숙한 인류를 대표하는 단어일 것이다. 그렇기에 가족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을 바라면서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애쓴다.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40대 남성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10, 20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50, 60대 베이비붐 세대의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사회적 이슈 가운데 가장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 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40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우리 40대 남성들의 길 잃은 눈물에 관심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오늘날 40대 남성의 자화상은 가족 부양과 자식 교육을 위해 경제 활동을 위한 기계적 역할을 하고 있지 않는가! 하루하루 변화하지 않는 물질 경제 소굴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절규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는가! 사회와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우리 40대 남성은 점점 가정 내에서 갈등을 키우는 존재가 되고 있지 않는가! 가족 간의 불통으로 점점 소외당하고 있진 않는가!우리나라 40대 남성은 삶의 무게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고 이로 인한 결과로 OECD 40대 사망률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정의 버림으로 결국 40대 이혼율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신을 헌신함으로써 스스로 문화 취약계층을 자처하며 삶의 여유를 점점 잃어가고 있지 않는가!어느 작가는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책을 통해 40대의 남성의 삶에 대한 무게를 얘기했다.또한 2015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40대 대졸 이혼 남자'라고 하였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에 정말 필요한 것은 따뜻한 '관심'과 '위로'의 응원이 아니겠는가.

2020-02-23 14:30:00

종이에 채색, 32.4×36.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전기(1825-1854), '매화초옥'

서른의 나이에 요절한 천재 고람 전기의 그림이다. 오른쪽 아래에 '역매인형(亦梅仁兄) 초옥적중(草屋笛中) 고람사(古藍寫)'라고 화제를 써서 역매 오경석(1831-1879)에게 그려 준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전기가 여섯 살 위였다. 전기는 시서화를 다 잘했는데 서화의 감식에 뛰어나 감정도 하고 거간(居間)도 했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고 진위를 판단하는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오경석은 역관으로 수 십 년 청나라를 드나들며 서화, 금석문, 탁본 등을 대대적으로 모은 수장가이다. 오경석이 수집한 국내외의 풍부한 컬렉션을 물려받은 외아들이 위창 오세창이다. 오세창이 한국미술사에 남긴 위대한 업적은 아버지의 뜻을 잘 계승해 대물림하였기에 맺을 수 있었던 결실이다.오경석은 만년에 회고하기를 "나와 같은 벽(癖)을 갖고 있던 사람이 전기였는데 불행히 일찍 죽어 내가 수장한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죽은 그를 다시 살려내 같이 토론하며 감상할 수 없을까. 이렇게 쓰자니 눈물을 멈추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이들이 서화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주고받은 편지들 중 오경석이 받은 편지를 오세창이 정리해 놓았다. 오경석은 김정희에게 '세한도'를 선물 받은 선배 역관 우선(藕船) 이상적에게 글씨와 시문을 배웠고, 같은 중인 출신인 전기와 함께 그림과 글씨를 뜯어보며 실물을 통해 작품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이상적, 전기와의 인연이 오경석을 대수장가의 길로 이끈 직접적인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전기는 오경석을 '매화초옥(梅花草屋)'의 주인공으로 그렸다. 이 무렵 유행한 매화서옥(梅花書屋)류 그림은 매화그림이자, 설중매를 그린 겨울산수이며, 매화를 사랑한 북송의 임포 이야기인 고사도(故事圖)이기도 하다. 오른쪽 아래 거문고를 어깨에 멘 다리 위 인물은 초옥에서 피리를 불고 있는 오경석을 찾아가는 전기 자신일 것이다.전기는 매화서옥도의 '은거하는 한사(寒士)'라는 주제를 '동호(同好)의 우정'으로 살짝 바꾸었다. 호분으로 점찍은 흰 매화, 청록색 굵은 태점, 붉은 옷 등 색채 감각은 전기의 발랄한 감성을 보여준다. 거문고를 멘 인물은 이백의 시 '산중여유인대작(山中與幽人對酌)'의 마지막 구를 떠올리게 한다.양인대작산화개(兩人對酌山花開)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杯)아취욕면군차거(我醉欲眠君且去) 명조유의포금래(明朝有意抱琴來)두 사람 마주 앉아 술잔 드니 산꽃이 피네한 잔 한 잔 다시 또 한 잔나는 취해 자려하니 그대는 이제 돌아가시게내일 아침 내 생각나거든 거문고 갖고 오게나 미술사 연구자

2020-02-23 06:30:00

박진용 언론인

[2020 세상 읽기] 늙은 쥐의 時事유감(2)

1987년 6공화국 체제가 들어선 이후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거의 예외 없이 험한 말로를 경험했다. 앞선 사람들은 논외로 하고 전전임 이명박, 전임 박근혜 대통령은 소위 뇌물과 국정농단으로 감방 신세를 지고 있다. 왜 이런 불행의 연쇄가 끊어지지 않는 것일까. 일일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자유선진국가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퇴임 이후 철창 신세를 진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우리 대통령들의 험한 말로는 대한민국 정치의 낙후성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정치 낙후성의 문제는 제도와 이념의 두 가지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제도는 헌법과 법률을 의미하는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 관행이다. 헌법과 법률은 대강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 복잡한 현실 문제에 대해 일일이 해답을 해주지는 못한다. 문재인 정권의 폭정처럼 헌법과 법률을 피해가거나, 법치주의를 망가트리는 길은 무한정 널려 있다. 그래서 잘 다듬어진 정치 관행을 존중하는 것이 정치 발전의 요체가 된다. 정치 선진국에서 대통령, 총리의 형사소추가 없는 것은 정치를 잘 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관행이 보조를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사족을 달자면 국가운영이라는 것은 늘 문제의 연속이고, 그 문제를 모두 풀어내는 정권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한두 가지 뛰어난 업적이 있거나 큰 허물이 없었던 것만으로 좋은 정권의 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평가해 줄만 하다. 이런 현실적 한계를 받아들여야(관행) 임기가 끝나는 대통령마다 포승줄에 묶여가는 비극을 피할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뇌물 몇 푼으로 20년 내외 징역의 죄과를 강요당하는 형편이지만 그 전임자들을 생각해보면 오십보천보(김대중 5억 달러 대북 뇌물 등)의 죄과를 만들기도 했다.6공화국 이후 한국 대통령들의 비극은 제도보다 두 번째 요인 즉 이념에 기인된 것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알다시피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공산주의)는 양립이 불가능한 체제다. 양자 간의 70년 전쟁은 자유와 창의를 부정하는 공산주의의 완벽한 패배로 끝났다. 1991년 소련 공산주의의 붕괴를 몰고 온 것이 팬티스타킹 부족(생활물자 결핍) 때문이었다는 에피소드는 공산주의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말해준다.이런 세계사적 추세를 역행한 것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좌파정권이다. 좌파 1, 2, 3기로 넘어올수록 유사 사회주의 증세가 깊어졌다. 3기 좌파정권에서는 사회주의 선언을 노골화하면서(조국, 이인영) 토지공개념,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대놓고 사회주의 개헌을 들먹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같은 반국가적 이념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이들은 사회주의의 투쟁도구인 거짓말(문 대통령 취임사 등)과 폭력(적폐청산, 완장부대 등)을 수시로 동원하고 있다. 요즘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현실들이다.지금의 좌파 정권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보다 사회주의 체제동란에 골몰하는 세력으로 판단된다. 대통령이 진정어린 마음으로 안보나 경제, 일자리 걱정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감 놔라(최저임금, 주52시간), 배 놔라(원전산업 해체, 부동산 폭등) 하며 시장 원칙을 밥 먹듯 허물고, 나라의 기둥인 대기업들을 정권의 종복으로 만들어 국가경쟁력을 추락시키고 있다. 날치기 통과시킨 60조원의 적자국채 발행은 미래세대의 허리를 휘게 하는'진짜'국정농단으로 지목돼야 하지 않을까.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고 했다. 현 정권이 유사 사회주의 세력이라는 것은 중국, 북한에 대한 맹종으로도 충분히 짐작된다. 사드 사태와 관련한 3불(사드 추가배치 불가 등) 보장과 9.19남북군사합의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충성맹세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뿐 아니다.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혼밥을 당하는 수모를 겪고도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고, 국회의장(문희상)이나 주 중국대사(노영민)는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조선시대 사대주의 언사를 스스럼없이 선물로 풀어놓았다. 중국의 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무례한 입놀림에도 꿀 먹은 벙어리다. "중국은 우리의 형제국인 청나라의 300년 속국이었다"며 꽉 막힌 국민 심사를 틔워줄 수는 없었던 것일까. 중국 폐렴 사태에서 보인 정부의 비루함과 망언(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북한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한 번도 국민의 지지의사를 확인한 바 없는 전제적 세습권력집단이고, 세계 최악의 인권침해국이다. 이런 깡패집단에게 삶은 소대가리 대접밖에 못 받으면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좌파 정부의 바닥을 모르는 자존심이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허접한 중국과 가련한 북한에게 이런 수모를 자초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권의 정당성을 허물기에 충분하다.종북 좌파정권은 한국 현대사를 망치고, 평화적 자유통일을 가로막는 집단이라는 것이 자유 지식인들의 관찰이다. 이런 주사파 돌연변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불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퇴임 후 잊히고 싶다는 문 대통령의 소망은 공수처를 염두에 둔 것인지 모르나 이미 달나라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남은 기간, 괴상한 좌파 시책들을 거둬들여 징역 20년의 고리를 끊어주었으면 한다.박진용 언론인/역사저술가

2020-02-22 06:30:00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2·28,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운동'

2·28민주운동(이하 2·28)은 1960년 2월 28일 대구 지역 8개 고교생들이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맞서 궐기했던 운동이다. 28일, 갑일(甲日)을 맞아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에서는 2·28의 세계화를 위해 영문판 '2·28,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운동'을 출간한다.책의 1장은 2·28의 배경, 2장은 2·28의 전개, 3장은 4·19혁명으로의 계승, 4장은 2·28의 의의를 다루고 있다. 필자는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운동'의 뜻을 통해 2·28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해 보고 번역 과정과 의의를 설명하고자 한다.2·28은 12년에 걸친 이승만 독재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난 '민주'운동이다. 그리고 1919년 상해임시정부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쓴 이후 일제가 아닌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일어난 '최초'의 운동이다. 그렇다면 2·28을 왜 봉기나 의거가 아닌 '운동'(Movement)으로 보는가?단체 행동을 운동으로 명명하기 위해서는 집회 참여자들이 집회의 동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집회 주도 세력들이 결속되어 있어야 하며, 목표가 성취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수 있어야 한다. 2·28은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운동'이다.첫째, 2·28의 직접적 계기는 야당인 장면 부통령 후보의 선거 유세에 학생들의 참여를 막으려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등교 지시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등교 지시의 이면에 숨어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직시했고 민주라는 가치와 학원의 자유 및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궐기했다. 그들이 외친 "민주주의를 살리고 학원에 미치는 정치권력을 배제하라"와 "학생의 인권을 옹호하자"라는 구호를 보면 그들이 운동의 동기를 숙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둘째, 2·28의 주도 세력은 학생·시민·언론의 연대였다. 도시인구의 급증에 따른 생활 여건의 악화와 높은 실업률은 정부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켰다. 근대교육의 확대는 시민의식을 고취했고 언론 보급의 확대는 정치·경제적 모순을 부각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연히 일어선 것은 피 끓는 고등학생들이었으며, 그들의 운동을 시민은 지지했고, 언론은 보도했다.끝으로 2·28은 일회적 사건이 아니었다. 이것이 기폭제가 되어 전주, 대전, 수원·충주, 부산·청주에서의 시위로 이어졌으며 3·15마산의거로 귀결되었다. 4월 19일엔 서울·인천·광주에서 시위가 이어졌으며 4월 26일엔 이승만의 하야를 이끌어냈다. '4·19혁명'이란 4월 19일 당일의 항거뿐만 아니라 2월 28일에서 4월 26일까지 일어난 일련의 투쟁을 뜻한다. 그러므로 2·28은 세상이 어둠에 떨고 있을 때, 선봉에서 길을 연 횃불이었다.결론적으로 2·28은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운동'인데 이 사실을 국내외에 더 알리기 위해 영문판이 마련되었다. 필자와 경북대 박사 과정의 로버트 존스(Robert Jones)가 책임을 맡아 작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작업하였다. 그 후 2·28기념사업회 우동기 회장의 주선으로 원어민 교수 세 분이 정밀하게 교정을 보았으며, 또다시 필자와 존스가 원문과 수정본을 대조·분석·취합하여 완성하였다.역사적 사실의 정확한 전달과 가독성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했다. 영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눈 덮인 들판을 처음 걷는' 심정으로 세상에 내놓는 이 책이 2·28의 국제화에 초석이 되길 빈다.

2020-02-21 14:30:00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통합 보수 정당이 나아가야 할 길

통합 잉크 마르기도 전에 불협화음 황교안·유승민·김형오 빨리 만나야반대를 위한 반대 국민 지지 못 얻어 인재 충원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야자유한국당과 새보수당, 전진당이 합당해서 '미래통합당'(통합당)으로 17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보수가 뿔뿔이 흩어진 지 3년 만이다.통합당 지도부는 한국당 체제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되고, 기존 한국당의 김형오 공관위원장 체제도 이어받기로 했다.일단 야권 정계 개편의 가장 큰 축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총선을 두 달 정도 남기고 그동안 파편화된 보수 정당들이 하나로 통합된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보수가 힘을 합치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했다고 볼 수 있다.지난 설 연휴 직전에 KBS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1월 18~21일)에 따르면, "선거 전에 보수 야당 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필요하다'(50.7%)는 응답이 '필요하지 않다' (37.5%)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는 통합 필요성에 각각 59.9%와 55.3%가 동의했다. 통합당은 일단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운 집을 짓고 개혁 보수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그러나, 여전히 넘어야 할 산도 많아 보인다. 통합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벌써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통합의 한 축이었던 유승민 의원은 통합당 출범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지역구 공천을 둘러싼 통합 세력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김형오 위원장이 "갈수록 이상해진다"며 총선 공천 작업에서 새보수당 인사들이 부당 대우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불만을 표출했다. 여하튼 유승민 의원의 '전략적 두문불출'이 길어지면 그만큼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반감된다. 통합의 화룡정점을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황교안 대표, 유승민 의원, 김형오 위원장 간의 3자 회동이 추진되어야 한다.공천을 포함해 정치로 풀어야 할 것은 정치로 풀어야 통합의 강을 건널 수 있다. 단언컨대, 흩어졌던 보수 세력이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확보하고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통합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선 정당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 표출된 국민들의 이해를 잘 집약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고,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들을 충원하고 육성해야 한다. 정파적 이익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민생을 챙기고,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국민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진영의 논리에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과 정책을 갖고 경쟁하는 정책 정당이 되어야 한다. 낡은 이념에서 벗어나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래통합당이 당명과는 달리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과거에만 얽매이거나, 통합에 앞장서지 않고 분열에만 치중한다면 오히려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원내 113석의 통합당 출범으로 이번 총선은 '1여다야' 구도가 아니라 '진보 대 보수' 간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은 본질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통합당이 내세운 정권심판론이 보수 세력 결집과 중도 표심 확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국갤럽의 2월 둘째 주 조사(11~13일)에 따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43%)보다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45%)이 앞섰다. 한 달 전 조사(1월 7~9일)에서는 정부 지원론이 견제론보다 무려 12%포인트 앞섰으나, 이번에 역전됐다. 민주당의 잇단 악재에 불만이 쌓인 중도층에서도 지원론(39%)보다 견제론(50%)이 훨씬 많아졌다.보수 통합으로 지금까지 진보로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이제 겨우 평평해졌다. 선거는 통상 새로움의 경쟁이다. 어느 정당이 더 큰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지가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변화가 최상의 전략이다.

2020-02-20 15:18:15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백지장을 맞드는 것에 대하여

예술인들에게 1월과 2월은 매우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이다. 마치 취업 준비생처럼 각종 공모나 지원사업에 대한 서류와 포트폴리오(자기소개서)를 보내고 면접을 본다. 그리고 최종 합격이 되는 공모 사업으로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반면, 어느 하나 선정되지 않은 예술가들은 나름의 방안을 세우고 활동을 준비한다. 서류 작성과 면접에 익숙하지 않은 신진예술가들이 공모에 떨어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10번 지원해서 1번 선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으로 통하기도 한다.예술가들이 익숙하지 않은 서류 작성에 목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술 이외의 일들을 병행하며 활동을 지속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기관이나 기업에서 주관하는 공모 사업은 예술가들의 활동을 이어감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예술인들의 수에 비해 지원사업의 수가 부족하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사업 중 '융복합'이라는 목적으로 장르 간의 통합을 시도하는 사업이 종종 등장한다.'융복합'의 유행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는데, 과학기술과 인문학, 예술 등이 융합하며 각 분야의 한계를 극복하는 등의 여러 성공적인 사례를 남겼다. 이에 힘입어 교육 분야에서는 스팀(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교육이 새 시대에 부합하는 교육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융복합'은 오늘날의 주요 키워드가 되었다.하지만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예외 지점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뚜렷한 지향점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융복합 형태의 순수예술은 오히려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예술은 각 장르마다 각각의 고유한 특성과 높은 완성도를 가지기에 장르 간 균형을 잡지 못한다면 한 장르가 다른 장르의 서브가 되는 역할에 머물거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될 수 있는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융복합 예술의 지향점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 것일까?사실은 대중매체, 즉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이러한 융복합 예술의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은 문학, 연극, 음악, 미술 등을 포괄하며 여기에 더해 게임 분야는 관객(사용자)의 능동적 역할과 자유도까지 제공한다. 이미 융복합 예술은 20세기부터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조금만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애초에 '융복합'이라는 방식은 '실용성'을 전제로 한다. 이에 반해 순수예술은(보편적으로) 실용성과는 궤를 달리한다. 때문에 유행에 편승하여 순수예술을 억지로 묶는 방법보다는, 심도 있는 연구와 기획을 통해 사업 공모를 하여 예술 간 융합을 이뤄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 않을까.

2020-02-20 11:42:24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불가사의 인도] 인도영어 Hinglish가 본토 영어를 위협하다

필자와 만났다 하면 무슨 논쟁거리든지 들고 나와 토론을 즐기는 인도인 친구 토마스 싱에게 필자는 늘 토론에서 밀렸다. 그 이유는 논리 부족 때문이라기보다 두 사람 간의 공용 언어인 영어 구사력에서 필자가 밀렸기 때문이었다. 명색 영어교육이 주전공인 필자가 동북아시아 역사 전공자인 인도인 친구에게 영어 구사력에서 밀리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 원인을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필자는 영미 본토인들의 정확한 발음과 문법에 맞게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 토론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 취약점이었다.반면에 인도인 친구는 인도식 발음과 인도식 변형 영문법으로 거침없이 지껄이는 배짱 덕분에 늘 토론을 주도했다. 발음을 두고 말하자면, 인도인들은 영어의 'p' 발음을 'ㅃ'로 발음하므로 'pretty pajama'를 '쁘리띠 빠자마'라는 식으로 발음한다. 인도인들이 구사하는 영어 Hinglish에서 한국인들을 당황시키는 더 심각한 요인은 영어 정통문법을 무시하고 인도식 어법을 배짱 좋게 적용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The girl over there is your sister, isn't it?"이라는 표현은 한국에서라면 중학생쯤만 되어도 'isn't she'를 'isn't it'으로 잘못 쓴 문법적 오류를 당장 지적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인들에게는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힌두 언어에는 남녀 구별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그 인도인 친구는 내가 완벽한 본토 발음과 정확한 문법에 대한 강박감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한국어식 발음과 한국 문법과 절충된 영어를 겁 없이 쓰는 배짱이 필요하다는 솔직한 충고를 해주었다. 나는 그 충고가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 애썼지만 생각만큼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인도식 영어를 Hinglish라 칭하듯이 한국식 영어를 Konglish라 칭한다. 인도인들은 Hinglish 구사를 창피스럽게 여기지 않고 거침없이 말하는데, 한국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그 이유는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헤엄은 안 친다'는 식의 옹고집으로 Konglish 구사를 꺼리기 때문이다. 영어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쓰는 영어를 'survival English'라 칭한다. 양반도 물에 빠지면 개헤엄이라도 쳐야 살아남듯이 한국인들이 영어를 쓰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환경에 처해서 한국식 발음 티가 묻어 있고 한국어법 냄새가 풍기는 영어라도 거침없이 쓰는 태도로 바꾸어야 되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실천이 어려웠다. 물에 빠지면 우선 개헤엄이라도 쳐서 살아남아야 하고, 일단 살아남게 되면 저절로 모양새 있는 표준 수영 스타일로 발전하게 되는데 말이다.Konglish를 비하하는 한국인들은 그 고정관념 때문에 한국이 세계에서 영어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이 최대인데 능률은 최하라는 오명을 쉽게 벗어 던지지 못한다. 이런 중에 최근 인도 영어 Hinglish에 대한 평가가 크게 높아졌다. 국제통상이 점차 확대되는 글로벌 시대에 국경 개념이 없는 글로벌 기업들은 Hinglish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 소위 영어권 6개국 인구를 다 합해도 인도 인구에 못 미친다는 계산 때문이다.인도에서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 30%를 제외한 인도 인구만도 영어권 6개국 인구를 합한 수를 능가한다. 이들을 소위 '수동적 Hinglish 구사 인구'라는 것이다. 국제통상용어인 이 말은 'Hinglish로 상품 광고를 하면 본토 영어로 광고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잘 먹혀드는 현상'에 착안해서 생긴 용어이다. 이 점을 간파한 국제전자상거래기업 Amazon은 인공지능 Alex에게 Hinglish를 가르치고 있고, 이에 질세라 Apple도 인공지능 Siril에게 Hinglish를 더 열심히 가르치고 있단다.영어권 6개국은 인구 감소 현상으로 고민 중인데 꾸준한 인구 증가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인도는 이들 나라의 인구 감소분을 채워주기에 서로 찰떡궁합이다. 언젠가는 Hinglish가 본토 영어보다 위세가 강해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싶다.

2020-02-19 18:00:00

김은아 그림책 칼럼니스트

[북돋움] 독서의 겉멋

'세상이 학교이고 만나는 사람 모두가 스승'이라고 했다. 2018년 12월 초, 도서관 수험생 인문학 특강에서 만난 학생이 가끔 생각난다. 고등학교 졸업 후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어 보라고 했는데 이 학생의 답이 독특했다. '세상의 모든 학문 섭렵하기'. 배우는 게 재미있냐는 물음에 "강사님도 그렇지 않냐?"라며 되물으면서 자기는 공부가 즐겁고 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마다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어떤 책이든 정독하는 편이라 읽는 속도가 느리지만 다 읽고 나면 뿌듯하고 책이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덧붙였다.더 놀라운 건 다른 학생들의 반응이다. 자칫 잘난 척으로 비쳐질 수 있는 친구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쟤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표정이었다. 그 학생은 쉬는 시간 10분을 제외한 두 시간 동안 청강자로서 예의를 갖춰 강의 내용에 집중했고, 옆과 뒷자리에 앉은 친구들이 말할 때면 상체를 돌려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말과 행동에서 나오는 진정성과 기품이 웬만한 어른보다 나았다.모 육군부대 특강에 참석한 한 사병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만약 무인도에 유배당한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고 싶습니까? 열 권만 허락한다면 말입니다." 거기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만년샤쓰'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조화로운 삶'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문장 강화' '스무 살 어머니' '체 게바라 평전' '무소유' '그 여름의 끝' '연탄길 1권' 이상 끝."이 열 권은 줄을 긋고 메모하면서 성심성의껏 읽은 책들이다. "역시 강사님은 책을 많이 읽으셨군요"라며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실상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장병은 그중에 자기가 읽은 책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밖에 없는데 기회가 되면 다 읽어보겠다고 했다. 제목을 받아 적은 걸로 봐서 빈말 같지 않았다.장병이 한 질문은 프랑스 대문호 앙드레 지드가 1913년 4월 작성한 목록에 그 연원이 있다. 문예잡지 '누벨르뷔프랑세즈'로부터 당시 좋아하는 소설 10편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드는 고등학교 시절 새 학기가 되면 무인도에 가져갈 책 목록을 작성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을 비롯해서 10권을 꼽았다. 이는 여름 휴가철에 자주 소환되는 놀이이자 독서 활동으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다. 오래전 미국에서도 유행했는지 모티머 J. 애들러와 찰스 밴 도런이 함께 쓴 '독서의 기술'(범우사)에도 그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2018년 11월 7일 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옆 라인에 불이 나는 소동이 있었다. '무엇을 챙겨 대피해야 하나.' 그 찰나에도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가방에 쑤셔 넣고는 냅다 달렸다. 불이 난 집에서 폭발음이 울리고 시커먼 연기가 아파트 벽을 타고 올라갈 때의 공포감은 엄청났다. 소방차 호스가 내뿜는 물기둥이 발코니 창문을 뚫고 들어가는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하지만 한가하게 불구경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정신이 들어 필요한 짐을 제대로 챙겨왔는지 확인하려고 가방을 열었더니 차 열쇠, 지갑, 양말 한 켤레, 다이어리가 전부다. 책은 한 권도 없었다. 도망갈 때 다 버리고 갈 물건인데 지금껏 왜 그렇게 수집에 집착했을까? 제대로 읽은 책이라면 불에 타 없어져도 머리에 남아 있고 제목을 떠올려 다시 살 수 있지만 사 놓고 읽지 않은 책은 제목조차 기억나지 않을 텐데.꽤 오랜 시간 맹목적으로 책을 사 모았다. 사 놓고 읽지 않은 책,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다. '언젠가는 읽겠지' '제목만 봐도 반은 읽은 거나 다름없으니까' 이렇게 스스로 합리화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얼마 전 이사한 연구소에 지인들이 찾아왔다. 보기 좋게 잘 꽂아 둔 책들을 보면서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는 틈새로 삐죽이 나온 질문이 한때 유행한 말을 빌리자면 뼈를 때렸다. "그런데요. 책이 왜 이렇게 깨끗해요? 혹시 안 봤어요?"독서 태도를 돌아보게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자주 있었지만 반성은 잠깐이고 나쁜 습관이 지속됐다. 언젠가부터 책을 대함에 있어 겉멋이 들어 있던 나를 반성하면서 다시금 '독서의 기술'을 펼쳐 든다.

2020-02-19 18:00:00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론새평] 허술한 투표가 불러온 혼란

투표율·찬성률 半 합친 이상한 방식 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 잡음 초래군위·의성 여론 고려 요소들 중 하나대구경북 500만 주민 의사 중요하다국방부가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하 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과 관련해 군위 우보에 대한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의성 비안·군위 소보를 이전지로 선정하는 절차를 4·15 총선 후 진행하겠다고 하였다.(매일신문 2월 10일 자) 국방부가 비안·소보를 이전지로 선정하는 위원회를 열 경우 군위군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한다. 군위군이 투표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다고 비난할 수 있으나 군위군도 논리가 있다. 군위 주민들이 소보보다 우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통합신공항 이전 특별법'에는 지자방자치단체장이 주민투표 결과를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법제처도 후보지가 두 개 이상의 지자체에 걸쳐 있는 경우 하나의 지자체장이 '단독으로' 유치 신청을 할 수 없다고 하였다.통합신공항 이전지 선정을 위한 투표 방식은 시민참여단이 결정하였으나 실제로는 대구시가 의성군과 군위군의 의견을 절충하였다고 한다. 의성 주민들은 비안·소보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하고, 군위 주민들은 우보와 비안·소보에 대해 각각 찬반 투표를 했다.투표율과 찬성률은 비안, 우보, 소보를 단위로 계산하였다. 투표율(50%)과 찬성률(50%)을 합하여서 비안이나 소보가 1위이면 비안·소보를, 우보가 1위이면 우보를 이전지로 선정하기로 정하였다. 이러한 투표 방식은 괴이(怪異)하다. 군위 주민들이 두 번 투표한 것,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군위군이 이전지가 된다는 것, 투표율과 찬성률을 반씩 합한 것은 이상하다.투표 결과는 비안이 압도적인 1위이다. 비안의 투표율이 0.887, 찬성률은 0.904로 양자를 반씩 합한 값은 0.8955이다. 2위는 우보로 투표율 0.806, 찬성률 0.763, 양자를 반씩 합한 값은 0.7845이다. 소보는 3위이다. 투표율은 우보와 동일한 0.806이지만 찬성률이 0.258에 불과해서 양자를 반씩 합한 값은 0.5320이다. 이 결과대로라면 비안·소보가 이전지로 선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공동 후보지인 소보가 큰 격차로 3위이다. 소보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통합공항을 원하지 않았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가? 비안과 소보는 공동 후보지이므로 두 지역을 하나로 묶어서 투표율과 찬성률을 계산해야 한다. 비안과 소보의 투표자 수와 유권자 수가 각각 6만828명, 7만614명이므로 '통합' 투표율은 0.861이다.또한 비안과 소보의 찬성자 수는 4만3천421명이므로 통합 찬성률은 0.714이다. 통합 투표율과 통합 찬성률을 반씩 합한 값은 0.7875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비안·소보와 우보의 총점 차이는 0.003에 불과하다. 총점은 비안·소보가 0.003 높지만 이는 투표율이 0.055 높기 때문이다. 찬성률은 오히려 우보가 0.049 높다. 투표율과 찬성률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찬성률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투표한 주민들 중에는 이전지 선정에 반대한 주민들이 있다. 투표율과 찬성률을 합하면 결과적으로 반대율도 포함된다. 이보다는 투표율과 찬성률을 곱하는 방식이 낫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전체 주민들 중에서 이전지 선정에 찬성하는 주민들의 비율'이 기준이 된다.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의사결정 방식은 '재적 과반수 출석에 출석 과반수 찬성'이다. 이것 역시 출석률과 찬성률을 곱하는 방식이다. 비안과 소보를 하나로 묶어서 투표율과 찬성률을 계산하고 양자를 곱하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나는가? 비안·소보의 투표율과 찬성률이 각각 0.861, 0.714이므로 둘을 곱한 값은 0.6147이다. 또한 우보의 투표율과 찬성률을 곱한 값은 0.6149이다. 우보의 총점이 오히려 0.0002 높다. 물론, 그 차이는 매우 작다.이전 후보지 주민들에 대한 여론조사는 이전지 선정 시 고려해야 하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그것만으로 이전지를 선정해서는 안 된다.통합신공항을 이용할 500만 대구경북 주민들의 의사가 중요하다. 이전지를 선정하는 투표 방식도 보다 정교(精巧)해야 했었다. 향후 군위군과 국방부의 소송이 발생한다면 투표 방식과 그 결과가 쟁점이 될 것이다. 나로서는 법원이 어떠한 판결을 내릴지 알 수 없다.

2020-02-19 17:00:53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도전

TV채널을 돌리다가 반가운 노래에 시선이 멈추었다. 화면에는 휠체어에 몸을 태운 한 남자가 'Don't Cry'(돈 크라이)를 열창하고 있었다. 고음역대의 노래를 샤우팅 창법으로 시원하게 뻗어 올리는 그의 목소리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렇다. 화면속의 주인공은 더 크로스의 보컬리스트 김혁건이었다.과거 교통사고로 인해 사지마비 장애판정을 받았고 어깨 밑으로는 감각이 없어 자력으로 복식 호흡이 불가했지만, 복식 호흡 보조 장치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꾸준히 발성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오래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그가 초고음 노래를 완창하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을까. 기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역경을 이겨내고 기적을 만들어낸 그의 무대는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인생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절망적인 순간에도 삶의 의지를 놓지 않고 음악을 공부하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희망전도사를 자임하고 나선 그의 노력과 도전정신은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좌절과 절망이 더 큰 전진을 위한 힘겹지만 소중한 디딤돌이었던 셈이다.장애를 극복하고 가능성과 희망을 몸소 보여주었던 영웅들이 있다. 특히, 기계체조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하다 목뼈를 다쳐 사지가 마비되는 중증환자가 되었지만 장애를 딛고 재활의사가 된 이승복 박사,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승마경기 도중 경추손상으로 전신마비가 되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재단을 설립하여 전신마비환자들의 재활에 헌신했던 영화 수퍼맨 시리즈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 소아마비와 반신불수라는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4번이나 대통령 직을 연임한 미국 제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힘든 역경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그늘이 되어주고 헌신했던 이들의 감동실화는 인생이 한편의 연극이라고 한다면 그 어떤 연극보다 위대하고 지혜로운 명작이며, 주옥같은 스토리는 인생의 지침서가 되어주는 걸작이다. 절망과 희망의 경계에서 기적을 만들어낸 슬기로운 인생을 통해 얻는 용기와 자신감은 성장에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긍정의 힘으로 끝없이 도전하며 기적적으로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희망의 아이콘이 아닐까.인내심이 고갈되고 끈기가 바닥을 칠 때 서슴없이 늘어놓은 핑계와 푸념으로 인생을 허비했던 시간을 재구성하고 밀도 있는 삶을 위한 비전을 제대로 세워보자.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하면 거둬진다고 했던가. 인생에서 가장 젊을 날인 오늘 가슴 떨리는 도전으로 희망을 채워보자. 강렬한 절박감과 절실함으로 끈기 있게. 어쩌면 진정한 아름다운 인생이란 꽃길이 아니라 시련과 도전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2020-02-19 14:38:00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종교칼럼] 7 vs 3

오래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비엔나에 유학을 갔을 때 그곳에 먼저 와서 자리 잡고 있던 우리 교민들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때 친해진 한 가정의 초등학생이던 꼬마 소녀가 성실하고 예쁘게 자라더니 마침내 비엔나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된 그녀는 날마다 해야 하는 수많은 진료들을 큰 탈 없이 잘 수행해 나갔다.그녀를 눈여겨본 같은 병원 비엔나 태생의 한 동료가 사랑을 고백했고 마침내 나에게 혼인 주례를 부탁해 왔다. 혼인 후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우리는 한자리에 모여 앉아 맛있는 식사와 더불어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다. 그때 그들은 아이를 둔 부모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남편은 자신이 하는 일을 솔직하게 평가해 본다면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서 하는 것은 3할 정도에 지나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7할이나 되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지만 달리 어떻게 할 수도 없어서 계속해서 출근하게 된다고 했다.그가 그런 고백을 하는 동안 나는 묵묵히 듣기만 했지 그에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와 그가 하는 의료 업무에 대해 잘 알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내가 성직자로서 살아가는 세계에서도 먹고사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어린 시절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때가 오자 그중 하나만 선택해야 했다. 집도 짓고 농사도 지으며 때로는 사냥도 하고 아이도 가르치는 전인적인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것은 원시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고, 20세기 중반에 태어난 나에게 그런 삶은 아득히 먼 옛날이야기와 같은 것이었다. 수많은 고려와 고심 끝에 자기희생을 통해 이웃 사랑을 많이 할 수 있는 길로 생각된 것을 선택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그런데 멀리서 바라보고 생각했던 이 길도 막상 들어와 보니 사람들이 모여서 살던 길이고 사람인 나를 받아들인 길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구성원 모두 안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선한 의지가 있지만 천사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길인 것이다.다른 길과 마찬가지로 안정된 의식주가 필요하고 학비가 필요하며 각종 여비마저 필요한 길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했고 공부를 마친 후에도 누군가가 생산하고 벌어 놓은 재화를 나누어 주기를 바라야 하는 상태가 지속되어 답답하기까지 했다.성당, 교회, 절 등 종교단체에 소속되어 신앙생활을 하는 일반 신도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많은 수고를 하고 기도할 뿐만 아니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단체와 봉사는 분리할 수 없는 이미지로 묶여 있다. 이러한 종교단체의 일에 전적으로 투신한 성직자와 수행자들은 이웃 사랑과 봉사를 일반 신도들보다 훨씬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실천한다. 좀 더 헌신적으로 살아가고 좀 더 많이 봉사하려는 의지로 살아가지만 자신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에 드는 수고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날마다 경험한다.종교단체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종합하여 정리해 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자신을 위한 분량이 7할이고 진정한 봉사가 3할이라는 의사의 삶과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을까? 결과가 어떠하든 안정된 의식주가 필요한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던질 수는 없을 것 같다. 서로의 상황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함께 하는 것만이 평화의 길이겠다.

2020-02-19 10:30:15

길고양이를 입양한 가족,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캣맘, 길고양이를 치료하는 수의사와 간호사들은 고양이에게 할퀴거나 물리지 않도록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 고양이할큄병은 상처부위에 고름을 발생시키며 발열, 근육통, 임파절 부종 등의 증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할큄병(CSD)과 그 예방법

건강한 고양이 뚜루(코숏, 2살)가 병원을 방문했다. 뚜루 보호자는 지난 주 고양이가 딸을 할퀴었는데 상처부위가 덧나서 병원에 갔더니 고양이할큄병(Cat Scratch Disease, CSD)이라는 진단을 받았단다. 의사는 고양이 발톱에 존재하던 세균이 원인이라며 고양이를 멀리하라 하셨다. 길고양이였던 뚜루를 입양한 보호자는 뚜루를 다시 파양시켜야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셨다.고양이할큄병의 원인균은 바르토넬라 헨셀라에(bartonella henselae, 바르토넬라)라는 세균이다. 자연에서 벼룩의 배설물에 주로 존재하며 고양이가 벼룩의 배설물에 접촉한 뒤 자신의 몸을 그루밍하는 과정에서 입으로 감염되며 고양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하지만 바르토넬라 균에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을 할퀴거나, 물거나, 보호자의 피부상처 부위를 핥는 과정에서 침 속에 있던 세균이 상처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된다.고양이할큄병은 미국에서도 매년 1만명 이상이 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주로 새끼고양이를 자주 접하는 어린이 환자가 많다. 미국 고양이의 바르토넬라 균 보균율은 집고양이의 15~50%로 알려져 있으며, 바닥을 카펫으로 깔아두는 주거 특성과 고양이가 집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환경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최근 국내에도 젊은 연령의 고양이할큄병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길고양이를 입양하거나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캣맘과 집사들이 할퀴거나 물리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아직 국내 고양이의 바르토넬라 균 감염율은 명확하진 않치만 벼룩이 서식하기 좋은 따뜻하고 너저분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길고양이가 감염율이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반면에 실내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양이들은 벼룩과의 접촉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바르토넬라 균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추정한다. 길고양이를 새로 입양한 가족,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캣맘, 고양이를 치료하는 수의사와 간호사들이 안전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하는 이유이다.새로 입양한 고양이의 바르토넬라 균 감염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혈액을 이용한 PCR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혈중으로 세균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에는 검사가 음성이라 하더라도 감염되지 않았다고 확진하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수의사는 바르토넬라 균 감염을 예상하여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에 예방적 차원의 항생제 처방을 실시하기도 한다. 뚜루도 예방적인 차원에서 항생제 처방이 이루어졌고, 현재는 가족들도 마음 편하게 뚜루를 보살피고 있다.고양이할큄병 에방을 위해서는 고양이가 실외를 배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부득이하게 고양이를 새로 입양하였거나, 가출했다 귀가한 고양이는 항균 성분이 있는 약욕샴푸를 이용하여 목욕시켜 주어야 한다. 실내라 하더라도 너저분하고 구석진 공간을 자주 청소해주고, 고양이가 좋아하는 담요나 옷가지는 정기적으로 건조 세탁할 것을 권장드린다. 고양이발톱은 깍아주고 스크래쳐를 여러군데 비치하여 고양이가 스스로 발톱을 갈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양이이게 물리거나 할퀴었다면 즉시 상처부위를 흐르는 물에 씻고, 과산화수소수를 바른 후 요오드 소독액을 도포해주시기 바란다. 상처가 여드름처럼 고름이 생기거나 열이나고 몸살이 느껴진다면 서둘러 병원에 들러 의사의 검진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2020-02-18 18:10:00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경제칼럼]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총생산

국가 번영 척도는 재화'용역 생산량 많이 누릴수록 경제적 수준 높아져최근 가속화되는 탈기업 현상 우려 기업 없으면 포용적 복지도 불가능한 개인의 경제적 수준은 그 사람의 소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연간 소득수준은 우리의 연간 지출 규모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차입을 통해서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입금은 언제가 상환되어야 하며, 그 상환 시점에는 소득보다 더 적은 금액을 지출하게 될 것이다.혹자는 본인이 구입한 주택의 시장가치가 연간 소득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부자가 되었다고 느끼는 이유도 사실은 그 주택을 매각해 소득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한 개인의 경제적 번영은 그 사람의 소득수준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그렇다면 한 국가의 경제적 수준은 어떤 지표를 통해서 판단할 수 있을까? 국가의 경제 수준은 궁극적으로 그 국가의 국민들이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따라서 한 국가의 경제 수준은 그 국가에서 생산된 재화 및 용역 가치의 총합, 즉 총생산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 물론 개인처럼 국가도 총생산을 초과해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해외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면 된다.그러나 해외 수입을 위해서는 해외로부터 차입을 할 수밖에 없고 언젠가 그 차입금을 상환하는 시점에는 총생산보다 더 적은 혜택을 누리게 된다. 개인의 경제적 번영은 소득 증대를 통해서 가능하고, 국가의 경제적 번영은 총생산 증대를 통해서 가능하다.여러분 중 누군가는 총생산보다 화폐 보유량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반문할 수 있다. 만약 한 국가의 경제적 번영이 화폐 보유량에 의해 결정된다면, 정부는 어마어마한 양의 현금을 찍어 국민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모든 국민이 억만장자가 될 수 있겠지만 그 국가의 총생산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화폐가치는 곧 곤두박질칠 것이다.또한 총생산보다 주가지수 등 금융자산의 가치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가치라는 것도 그 해당 기업이 생산하는 재화와 용역의 가치에 대한 기대에 의해 형성된다. 주가도 결국 해당 기업의 생산 역량에 의해 제약받는 것이다.국가 간의 상대적 화폐가치를 의미하는 환율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이 원화를 보유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생산된 재화와 용역에 대한 구입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생산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국제적으로 원화 수요는 감소하고, 원화 가치는 하락할 것이다. 물론 수출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기 어렵게 된다.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이 하락하는 것이다.결국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한반도에서 많은 재화와 용역이 생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들의 탈(脫)한국 현상은 크게 우려할 만하다.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외로 빠져나가는 직접투자액이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선진국으로 설비를 이전하거나, 원가경쟁력 때문에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면이 있고 한국 경제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다만 정부의 주 52시간 제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원가경쟁력 약화와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가 기업의 탈한국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정부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경제적 번영을 이끄는 최선의 정책임을 이해해야 한다. 이 땅에서 보다 많은 생산활동이 일어나도록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특히 인구 감소로 인해 국내 수요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에 유리한 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국적 기업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도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에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갖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결국 생산은 기업이 하는 것 아니겠는가? 기업이 없으면 현 정부가 꿈꾸는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2020-02-18 14:38:43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The Best We Can)

715 브로드웨이, NYU 2층 공연장. 이 날은 청년의 졸업작품인 뮤지컬 '러브 랭귀지'가 첫 선을 보이는 날이다. 어느새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고 공연 시작이 임박하자 청년도 객석 중앙에 마련해 놓은 창작자 지정석으로 향한다. 담당 교수인 프레드 칼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와 화려한 언변으로 창작진들을 소개한다.흑인 대머리 아저씨 프레드 칼. 인자한 얼굴과는 달리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청년에게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경험하게 만든 사람이었다."캐릭터가 어떤 감정으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그들의 내면을 읽어야 해."며칠 밤을 꼬박 새워 작품을 완성해 가면 대머리 교수는 정답을 알려주기는커녕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었다.창작진의 소개를 마친 프레드가 그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인다. '프레드라면 지금 내 떨리는 마음을 읽을 수 있겠지?' 청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객석의 불이 꺼진다. 그는 두 손을 꼭 모으고 질끈 눈을 감는다. '신이여.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세상에 태어난 지 딱 30년이 흘렀지만 이렇게 신앙심이 깊었던 날은 없었다.뮤지컬 한편 만드는데 꼬박 365일을 쏟았다. 고작 한편을 만들어 리딩 한번 하는 데 짓고 부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한 시간 반이 쏜살같이 흐르고 마지막 곡인 'Best We Can(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가사가 흘러나온다."우린 사랑을 말해. 최선을 다해서"관객석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훌쩍이는 소리가 잦아들자 해설자가 우렁차게 외친다."End Of The Show.(막이 내린다)"객석에 서서히 불이 들어오자 조용했던 객석에서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두가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을 함께 해온 창작진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대머리 아저씨 프레드는 관객들 사이를 비집고 가장 먼저 청년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마치 사랑하는 여인을 안듯 볼을 맞대곤 포옥 안으며 등을 토닥토닥한다."You made it(해냈구나)."긴 말보다, 어떤 칭찬보다, 지금 이 순간 프레드가 하고 싶었던 말이 왜 이것이었는지 청년은 알 것 같았다. 인물의 감정을 리듬에 담길, 인물의 말을 음표에 담길, 인물의 경험을 화성에 담길 바라며, 프레드는 왜 이 학문이 연극이 아닌 뮤지컬인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찾아내기를 청년에게 바랬던 것이다. 청년을 따뜻하게 축하해주는 모든 관객들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지금의 작은 성공을 가슴에 새기고 나아가야겠다고. 그리고 늘 최선을 다하겠다고.*이 뮤지컬 수록곡은 뉴욕뮤지컬페스티벌 트레일브레이저(Trailblazer)부문에 선정되었고, 이후 2019년 대구시립극단 제작으로 초연되었다.

2020-02-18 11:22:16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논리성을 회복하여 민주화 다음을 도모할 때

세계는 찰나의 순간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쉼 없이 달라진다. 인간은 세계가 달라지는 속도와 폭에 적응해야 한다. 세계를 자신이 지배한다고 말들은 할 수 있지만, 변화무쌍한 그 세계에 대한 적응의 효과가 크면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고, 효과가 작으면 지배당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 적응의 효과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거의 모든 인간적 활동의 핵심 기반이다. 가장 효과 있게 적응하는 장면에 우리는 '적중'(的中)이라는 팻말을 건다.스콜라 철학자들이 말하는 '관조'나 동양에서 말하는 '중용'이나 다 사실은 이 '적중'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한 태도이거나 관점일 뿐이다. '조용히 관찰하기'(靜觀)나 '무심'(無心)이나 '무아'(無我) 혹은 '무위'(無爲)도 모두 그렇게 하면 훨씬 더 잘 '적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든 이론과 지식도 다 어떤 특별한 변화 상태를 제대로 포착한 지적 체계이다. 역시 '적중'의 결과물들이다.'적중'은 원래 과녁을 제대로 겨누어 맞춘다는 뜻이다. 한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겨눠야 할 과녁을 정확히 포착한 후 온 신경을 모아 거기에 역량을 제대로 집중시켜야 한다. 근대 초기 일본의 요시다 쇼인은 쇼카숀주쿠라는 조그만 학교를 세워 겨우 2년여 동안 90여 명을 배출한 후, 그들을 앞세워 산업화를 성공시킨다. 같은 시기 조선에는 수백 개의 교육 기관에서 수 많은 젊은이들이 밤을 세워가며 열심히 공부를 했으나 그렇게 조그만 하나의 학교 쇼카숀주쿠 출신들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식민지가 되었다.우리가 식민지가 된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일본은 그 시대에 해결해야 할 실질적인 문제에 적중하여 부강할 수 있었고, 우리는 그 시점에서 해결해야 할 실질적인 핵심 문제에 적중하지 못하고 그냥 하던 대로 주자학을 외우는 데에만 온 힘을 기울이면서 헛발질을 했기 때문이다. 부강한 길을 가지 못하고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 모두 위정척사만 부르짖었다. 지금도 우리는 사실 위정척사의 시절을 살고 있다. 배척과 반동의 시절이다. '적중'한 후에는 적중의 효과가 일정 기간 유지되는데, 그 효과에도 생로병사가 있다. 시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은 어떤 것도 영원할 수 없다는 큰 원칙이 있지 않은가. 당연히 '적중'이라는 성취도 정점을 찍은 후에는 부패와 부식과 권태라는 생명 활동을 피하지 못하고 점점 효력을 잃는다. 여기서 이 사실을 인정하는지 인정하지 않는지부터 스스로 물어보자. 그래야 다음 이야기들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고 논리적으로나 지적으로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새정부 수립)이나 산업화는 우리나라의 성공 사례 가운데 민주화만큼이나 빛나는 봉우리들이다.이 두 봉우리 없이 우리 기적의 역사를 말할 수는 없다. 건국이나 산업화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과는 어떤 대화도 시작하기 어렵다. 건국이 빛나는 성취가 된 이유는 그 시대에 중심 문제였던 건국이라는 시대 의식에 적중하였기 때문이다. 적중하였다고 해서 건국이라는 주제를 계속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 적중한 후에는 어떤 것도 바로 과거가 되어간다. 건국은 빛나는 성취를 완수한 후에 바로 부식되기 시작하여 다음 시대로 이행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이행하여 산업화라는 시대 의식에 적중한 후 우리는 또 빛나는 성취를 이룬다.산업화에 적중하여 성취를 완수한 후에는 그것이 아무리 빛나는 성취라고 해도 부식을 피하지 못하고 또 다음 단계로 이행해야 한다. 우리는 또 다음 단계로 과격한 이행을 해서 시대 의식에 적중하였다. 민주화라는 큰 봉우리를 또 쌓은 것이다. 지금의 시대 의식은 민주화 다음으로의 이행이다. 민주화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말에 기분이 나쁜지 아닌지를 우선 점검하자. 기분이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하면, 당신은 지적이지 않다. 법과 논리보다 감정을 중시하는 인식의 초보적 단계를 지나지 못했다.산업화를 넘어서기 위해서 조금이나마 산업화를 비판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다음을 말하기 위해서 민주화의 부식 내용을 지적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민주화 세력 사이에는 논리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인정해야 다음 대화가 가능하다. 봄은 정점을 찍고 나면 바로 봄 자신을 부정하는 준비에 든다. 이것이 봄의 성숙이고, 성숙한 봄의 격조이다. 여름으로의 이행을 받아들인다. 봄이 봄 자신의 성취와 정당성에 취해 여름으로 넘어가기를 거부하면, 봄 자신이 반동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전체 자연의 진화를 망친다. 산업화 세력이 산업화에 취해 산업화의 정당성만 고집하면 산업화 세력 스스로가 반동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진보를 해치게 되는 것과 같다. 여름도 여름으로 완성되고 나면 바로 여름 자신의 정당성을 고집하지 않고 가을에 자신의 자리를 양보한다.그리하여 여름 자신의 명예를 지킬 뿐 아니라 종내에는 전체 자연의 완성에 기여한다. 가을은 자신의 정점을 찍은 후 바로 자신의 정당성을 겨울에 양보한다. 겨울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이 다 이렇게 성숙한 협력을 하면서 전체 자연을 항상 완성의 단계로 유지할 수 있다. 겨울이 겨울 자신의 정당성에 취해 봄으로 넘어가기를 거부하면, 겨울 자신이 반동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전체 자연의 진화를 망친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화 시대의 세계관에 취해 민주화의 정당성만 고집하면 민주화 세력 스스로가 반동으로 전락할 뿐 아니라 종내에는 나라 전체의 진보를 망친다. 지금 우리는 이 단계에 있다. 민주화는 부식하고, 새로운 아젠다는 세우지 못하고... 요즘 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를 '자기 확신에 갇힌 몽환적 통치'라 비판하기도 하고, 민주화 세력들이 깃발을 찢어 완장으로 만들어 차고 다니는 것을 비판하기도 한다. 민주화의 부식을 지적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름이 자신의 정당성을 고집하느라 가을로 이행하기를 거부하면서 스스로 반동으로 전락하고, 그 결과로 전체 자연의 진보를 가로막는 것과 똑같이, 산업화 세력이 산업화의 정당성만을 고집하며 산업화 다음으로의 이행을 거부하면서 스스로 반동으로 전락하고 역사 발전의 장애물 취급을 받았듯이, 민주화 세력도 과거의 반동 세력들과 전혀 다르지 않게 스스로 반동으로 전락하면서 나라의 진보와 진화를 가로막는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이 시대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나 의식에 '적중'하지 못하고 자신의 성공 기억에 갇혀서 자신과 국가의 시제를 미래화하지 못하고 과거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자신의 성숙과 격조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부끄러움과 염치를 상실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우려의 제일 앞에 대통령이 맹목적 지지자들과 함께 콘크리트처럼 굳건하다. 자신이 자신에게 갇힌 형국이다. 모든 논리와 법은 사회적 활동에 필요해서 나온 생산물들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 아니라면 아무 필요 없는 것들이다.자신이 자신에게 갇혀 고립되어 있다면, 논리도 법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이 자신에게 갇혀서 유기적 사회성을 잃으면 법과 논리는 필요치 않고 오직 감정이나 감각의 정체 없는 심리에 빠져 논리와 법을 무시하거나 거부한다. '내로남불'을 일상사로 삼거나 논리의 환각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면 국가의 진화나 진보를 가로막게 되고, 결국은 내 삶을 피폐하게 한다. 지도층의 피폐한 삶은 전 사회를 피폐하게 한다. 나는 이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비판자들을 제압하려는 논리의 환각 상태는 이미 만연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감정적 악다구니이지 전혀 논리가 아니다. '민주화 투쟁기에 당신은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는 입막음도 있다. 여기에는 그 시기만 우리가 살아야 할 시대라는 자폐적 우월감이 도사리고 있다. 여름에게 절대 양보하지 않으려는 완고한 봄의 기세를 닮았다. 그리고 민주화 시기에 대오를 이루어 힘을 보태던 이름 남기지 못한 대중들을 민주화의 소비재로 격하하고 도외시하는 자폐적 선민의식도 있다. 요즘 현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글을 쓰고 나면 댓글들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때는 아무 소리도 안 하다가 왜 문대통령만 갖고 그러느냐는 내용도 있다.감정을 벗고 논리에 집중하면 사람은 치우치지 않는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사적이지 않고 공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감정은 사적이고, 논리는 공적이다. 그러면, 모두가 '최순실 게이트'라고 말할 때 비교적 빨리 사태를 '박근혜 게이트'로 정리하고 "본질은 '박근혜 국정농단'이다"는 글을 발표할 수 있다. 이렇게 자기가 한 일을 예로 들어가며 글을 써야 하고 자신을 변명해야 하는 공포가 엄습하는 지금은 '문장의 수난 시대'나 '논리의 시궁창' 같은 시대이다. 극복의 대상이었던 '그때 그 시절'이 다시 돌아왔다.어느 코미디언이 전두환 대통령에 대해서 한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는 표현은 논리와 법을 무시하고 감정에 휩싸이다가 불편해지면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말이다. 시험 중 부정행위를 하다가 발각된 학생이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고 반응했다면, 이는 논리보다는 감정에 호소하여 논점을 흐려버리는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단순히 알 권리보다 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권리가 있을 것 같다."는 말로 현 상황을 지배하려 한다. 정말 민주화를 건너온 우리나라의 법무부 장관이 한 말로 상상이 되는가. 이 말이 누가 했는지 모를 때는 화가 났는데, 추미애 장관이 했다는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된다면, 당신은 아직 논리나 법보다는 감정의 단계에서 살고 있다.'조금 있다가 알아도 될 것'은 우리가 정할 테니 너희들은 그냥 가만히 있으라는 독재적 태도이다. "대통령 측근 수사 때 검찰개혁 추진하는 건 수사 방해로 비친다." 이 말은 맞는 말인가 틀린 말인가. 누가 한 말인지 모를 때는 맞는 말처럼 들리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한 말인 것을 알고 나니 듣기 싫어지거나 틀린 말로 들리면 당신은 아직 논리보다는 감정에 빠져 있다. 임미리 교수를 고발하는 일이 정말 가능한 일로 보이는가? 이 일로 화가 나면 당신은 논리적이며 공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상황 논리로 이해하려고 애쓰고, 얼른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싶어지면 당신은 아직 감정을 극복한 정도는 아니다. 논리의 환각 상태에 빠지거나 감정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왜 문제인가. 그것들에 좌우되는 한 우리는 이 시대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에 적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화 다음의 단계는 선도력을 갖는 단계이다. 과학의 단계이며 인문의 단계이며 논리의 단계이며 법의 단계이다. 종속성을 벗어난 단계이다. 더 독립적이고 더 자유스러운 단계이다. 이 시대의 급소에 적중할 수 있는 능력이 감정인지 아니면 논리나 법인지 잘 살필 일이다. 민주화 다음으로 상승하는 진정한 혁명을 꿈꿔야 한다. 감정을 벗어나 논리력만 회복하면 할 수 있다. 최진석(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건명원 초대원장) ifston@daum.net

2020-02-17 18:00:00

김태선 경일대 디자인학부 부교수

[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공공(公空)에서 공공(公共)으로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의사를 만날 일이 잦아지듯, 도시도 시간이 지나면 손볼 곳이 생겨난다. 1960년대 경제 근대화와 함께 탄생한 한국의 근대도시들에선 -사람이라면 40세 즈음이 되던- 2000년대 초 공공디자인 사업이 시작되었고, 60세인 지금은 뉴타운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도시환경 개선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명칭이나 규모, 세부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지역 경제의 회복과 생활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公) 주도의 공(空)간 개발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공공(公共)디자인이라고 불리지만,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는 공공(公空)디자인 사업이다.1980년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한 미국 뉴욕시 지하철 사례를 보면, 공공(公空)디자인의 물리적 환경 개선은 지역의 긍정적 변화 요인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정부 주도의 공간 개발 사업들은 짧은 시간에 반듯한 도로와 쨍쨍한 건물의 별천지를 만들었지만, 변화의 시간을 10분의 1로 단축시킨 한국의 압축성장과 닮았다. 수필집 '삼십 년에 삼백 년을 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에서 시인 김진경은 선진사회를 따라잡기 위해 "한국은 60년대 이래 30년 동안에 서구의 300년을 압축해 따라갔다" 그 맹렬한 속도 속에 스스로를 잃어버린 한국 사회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별천지 개발이 반복되는 동안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거나, 개발의 민낯을 살펴보는 것은 필요치 않았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공공(公共)의 이름으로, 정부 주도의 공공(公空)사업이 진행되어 왔다.공공(公空)사업으로 번듯한 아파트, 잘 가꿔진 공원, 좁은 골목길에 CCTV가 들어섰지만, 우리 주변엔 위험의 징후가 빈번하다. 아파트에서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 고독사,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 대낮 대로변의 흉기 난투극. 개발을 위해 개인이 감수해야 할 우연적인 위험은 사회구조화되어,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현실화되는 사회적 위험으로 진화했다. 압축성장의 그늘 속에 방치된, 잠재된 위태로움은 새로운 형태의 위험으로, 한국 사회가 울리히 벡(Ulrich Beck)이 말한 위험사회와 닮아 있음을 말해준다.이 구조화된 위험의 그림자는 어떻게 걷어낼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근대적 시스템이, 생활 인프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함은 본질적 가치 상실에 그 원인이 있다. 공공(公共)의 이름으로 공공(公空)을 지향해 왔다면, 이제 진정한 공공(公共)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 울리히 벡이 '성찰적 근대화', 시민 참여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듯이 개선된 환경이 공공(公共)을 위한 생활 인프라로 무겁게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선 새로운 설비시설을 넘어 공공(公共)의 가치, '함께'의 가치가 실현되어야 한다.우연일지 필연일지 모르겠으나 최근 시민주도마을만들기, 시민주도디자인, 사회혁신디자인 등의 움직임이 있다. 시민 공조(共助)에 의한 공공(公共)의 이익을 위해 수행되는 글자 그대로 공공(公共)디자인이다. 산업사회의 불확정된 위험 속에서 옆집 아줌마와 아저씨가 이모와 삼촌이 되는 사회, 우리 지역의 문제에 함께 공감하고 생각하는 '너와 내가 함께하는 연대(連帶)의 시대'이다. 시민이 손을 잡고 함께하는 공공(公共)디자인에 의한 새로운 마을을 기대해 본다.

2020-02-17 18:00:00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역사와의 대화] 조선시대의 전염병 공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온 나라, 아니 전 세계가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문명과 과학, 정보가 발달한 21세기에도 전염병의 공포가 이처럼 심각한데, 이보다 모든 수준이 열악했던 전통시대 사람들에게 전염병은 그야말로 죽음을 떠올리게 하는 공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조선시대 전염병 기록은 먼저 실록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조선왕조실록에서 역병이나 역질에 관한 기록을 찾아보면 200여 건 이상 달하는 내용이 나타난다. 최초의 기록은 1393년 3월 태조가 심혈을 기울여 창건한 절인 양주 회암사에서 역질이 유행한 것이다. 회암사의 역질이 수개월 동안 계속돼 스님들이 다수 희생됐고, 왕사(王師) 자초는 급히 거처를 광명사로 옮겼다는 기록이 보인다. 1411년(태종 11) 5월에는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는 동안 서울과 지방에 역질이 돌아 백성들이 많이 요사(夭死)하였다'는 기록이 있다.역질의 공포는 조선 후기에도 계속됐다. 현종 때인 1671년 1월 3일에는 '경상도에 굶주리는 백성이 5천100여 명이었는데 역병이 잇달아 번져 죽은 자가 200여 명이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또 소의 역질이 계속 전파돼 같은 해 8월에는 소 779마리가 역질로 죽었음이 나타난다. 당시 사람들에게도 전염병은 전쟁보다 무서운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현종실록에는 '팔도에 기아와 여역, 마마로 죽은 백성을 다 기록할 수 없는 정도였는데, 삼남이 더욱 심하였다. …늙은이들의 말로는 이런 상황은 태어난 뒤로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참혹한 죽음이 임진년의 병화보다도 더하다고 하였다'라고 증언하고 있다.1733년(영조 9)에는 전라도에 역질이 유행해 2천81명이 사망했고, 1741년 7월에는 관서지방에 역질이 들어 3천700명이 사망했다. 역질이 계속되자, 영조는 즉시 하교를 내려 "죽은 자는 방법을 다하여 거두어 묻어 주고 산 사람은 특별히 구원하여 살려내게 하라"며 사망자 시신 수습과 생존자의 구휼 정책에 나섰다. 그러나 사망자의 수는 급격히 늘어갔다. 경기에서 3천487명, 강화도에서 349명, 영남에서 1천933명, 황해도에서 46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전염병 폭풍이 조선을 휩쓸었다.조선시대 주된 전염병은 콜레라, 두창, 성홍열, 장티푸스, 이질, 홍역 등이었다. 이 중에서도 백성들을 가장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콜레라와 마마라고도 불렸던 두창(천연두)이었다. 마마는 인공적인 인두(人痘), 우두(牛痘)가 생긴 후 천연적으로 생기는 병이라 해서 천연두라 불렀다. 마마가 무서웠던 것은 사망률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겨우 살아나도 병의 후유증으로 얼굴이 얽어서 곰보 자국이 생겼기 때문이다. 워낙 공포의 대상이다 보니 '마마신'이라며, 엎드려 절하면서 제발 가기를 부탁하는 신이 돼버렸다.역병이 유행하면 기본적으로 환자와 격리 조치했다. 한양에 역병이 발생하면 환자나 시체를 도성 밖으로 추방하는 방식이었다. 성 밖에서 역병에 걸린 환자를 전담하던 곳은 활인서(活人署)로, 이들에게는 의원과 함께 의무(醫巫)를 배치했다. 평소 무의탁 병자를 돌보는 일을 맡다가 역병이 유행하면 따로 여막(廬幕)을 설치하여 환자들을 보살폈다. 굿으로 귀신을 쫓아내는 방법도 동원됐다. 무당이 나서서 몸에 악귀가 붙지 않도록 부채와 방울을 흔들고 장구도 쳤는데, '무당내력'이라는 책에는 마마신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이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역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여제(癘祭)가 상시, 또는 임시로 베풀어졌다.1708년(숙종 44) 3월 숙종은 역질이 치열하게 전파되자, 신하들을 보내 산천과 성황당에 제사를 지내게 했다. 굿을 하고 제사를 지내도 역병의 유행을 해결할 수는 없었고, 의학적 방법의 수준이 올라갔다. 허준은 광해군의 두창을 치료해 명의의 반열에 섰으며, 숙종 때 어의 유상은 왕의 두창을 치료한 공으로 종2품직까지 올랐다. 정약용은 홍역과 천연두 퇴치를 위한 이론을 정리한 책 '마과회통'을 저술했다.근대에 들어와서는 지석영이 우두법을 시행해 천연두의 벽을 무너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신종 바이러스가 인류의 의학적 성과와 보건 위생의 철저함으로 인해 완전히 소멸할 것을 기대해 본다.

2020-02-17 18:00:00

우한 화장장의 휴대폰

[일상중국] 우한의 주인 잃은 휴대폰 더미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울림이 더 크다.중국 지인이 보낸 '장례식장 바닥의 휴대폰'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은 주인 잃은 수백여 대의 휴대폰 더미였다. 하루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100여 명이 죽어나가는 우한(武漢) 의 한 장례식장에서 촬영된 사진이었다. '주인 잃은 휴대폰 더미, 휴대폰 주인은 이미 한 줌의 재로 변했다'는 설명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문이 막혔다.휴대폰 주인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도 가족들과 춘절 연휴를 보내며 정을 나누던 우리의 이웃이었다. 그들이 우한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살았더라면, 환자가 집중된 우한시나 후베이(湖北)성이 아닌 곳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더라면, 사진 속 휴대폰으로 여전히 가족들과 안부 전화를 나누면서 다음 춘절을 기약하고 일터로 돌아갔을 것이다.후베이성 작가협회 전 주석인 소설가 팡팡(方方)이 써내려 간 13일 자 우한일기도 이 사진을 언급하고 있다. 팡팡은 의사 친구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내 마음을 부서지게 한 것은 의사 친구가 보내준 한 장의 사진이다. 요 며칠 동안 나를 더욱 비장함에 휩싸이게 했다. 사진은 장례식장 바닥에 쌓인 주인 잃은 휴대폰이다. 주인은 이미 모두 한 줌의 재가 돼 버렸다. 무슨 말을 하리오"(팡팡의 일기 중 발췌)라고 썼다하루에도 수천 명이 확진자로 확인되고 100여 명이 목숨을 잃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스크를 보내고 '우한 힘내라'(武漢加油!)라는 격려 메시지를 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마음이 아팠다.코로나19로 중국 내에서 공식적인 첫 사망자가 발생한 1월 9일부터 2월 16일 오후까지 37일간 6만8천593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1천66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지고 있다. 우한에서만 1천23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많은 사람을 전염병에 노출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람 간에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며 안심하라는 당국의 메시지 탓이라고 하기에는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춘절 연장 연휴가 끝난 10일부터 업무가 재개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에서는 일상 복귀에 따른 인구 이동이 2차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후베이성 내 모든 도시는 업무 복귀는 고사하고 주거지 외 출입을 제한하는 추가 '봉쇄령'이 내려졌다.베이징시 당국은 고향이나 외지 혹은 외국 등 지역을 막론하고 복귀하는 사람들에게 '14일간의 자가격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아파트와 주거지역 관리위가 각 가구마다 1, 2장의 출입증을 배부하고 이틀에 한 번씩의 외출만 허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하철 출입구에서 체온 측정을 하고 발열자는 격리조치한다.연회와 만찬은 물론이고 3인 이상 식당 회식도 허용되지 않는다. '집밥' 개념이 우리와 다른 중국에서 식당 회식을 금지한다는 것은 지금껏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집보다는 바깥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중국에서 회식 금지는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여럿이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대처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게 마련이다. 회식 금지는 이런 민심 이반을 막겠다는 저간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중국의 정보 통제와 은폐는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는 진화를 거듭해 변종에 변종을 더해가면서 다시 인간을 공격할 것이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시스템으로 대응하다가는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와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이웃 나라 중국이 변종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세상이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 두렵다.

2020-02-17 18:00:00

[세월의 흔적] <61> 부엌과 주방

부엌과 주방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주방은 본래 궁중의 수라간을 말하던 소주방(燒廚房)에서 유래되었다. 그것은 음식을 불에 굽거나 조리하는 공간, 즉 취사만을 전담하는 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부엌은 취사뿐 아니라 실내의 난방도 담당하는 곳이다.20세기에 들어서 이른바 입식부엌이 선을 보이면서 부엌 또한 주방으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그로 해서 부엌에서 주방으로의 변화를 여성의 지위 향상과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난방과 취사를 담당하던 부엌이 취사만을 전담하는 주방으로 바뀐 것은 그 기능이 축소되고 위상이 격하된 것이다.구석기시대에는 집 안이 아닌 앞마당에서 불을 피웠다. 그러다가 신석기시대에 이르러 굴뚝을 설치함으로써 집안에서도 불을 피울 수 있게 되었다. 그때 피웠던 불은 취사뿐 아니라 실내의 조명과 난방의 역할도 함께 담당하였다. 그런 가운데 고대 크로마뇽인들이 동굴 속 벽화를 그릴 때 동물기름으로 불을 켜는 돌 램프를 사용함으로써 최초로 불에서 조명의 역할이 분리되었다.난방과 취사의 기능은 분리되지 않고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다. 중세 유럽의 농가주택에는 큰 홀이 하나 있어서 중앙에 난로를 피웠다. 또는 구석에 벽난로를 마련하여 솥을 걸고 수프를 끓이는 것으로 난방과 취사를 함께 해결하였다. 과거에는 불을 그렇게 마음대로 땔 수 없었다. 그래서 하나의 불로 취사와 난방을 겸하는 일이 많았다.그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의 온돌이다. 온돌은 아궁이에 붙인 불로 가마솥의 밥을 짓고, 그 열기가 구들을 통과하면서 방을 데우는 방식이다. 이때 최초의 부뚜막이 만들어졌다. 그 위에 앉으면 따뜻하였고, 저녁에 불을 때면 다음 날 아침까지도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래서 열기가 빠져나가는 통로인 연도를 길게 만들어 여러 사람이 함께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하였다. 그것을 쪽구들이라 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쪽구들의 크기가 넓어지면서 온돌이 되었다.전통부엌은 흙바닥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신을 신고 생활하게 되었다. 옛 고구려시대의 집 내부도 흙바닥으로 마감된 채 방의 일부에 쪽구들이 설치되었다. 그때의 방은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대부분 실내에서는 신을 신고 생활하였다. 그러다가 잠을 자거나 누울 때만 신을 벗고 쪽구들 위에 올라가는 방식을 택하였다. 조선시대에 이르러 온돌과 이러한 생활습관이 한반도 전역에 퍼졌다. 실내에서 신을 벗는 주거문화를 가진 민족은 지구상에서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가까운 중국도 실내에서는 신을 신고 생활하고 있다.이 같은 생활문화로 보아 온돌과 신을 벗는 생활이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온돌이란 부엌의 부뚜막이 점차 넓어지면서 변화 발달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집의 가장 근본적인 공간은 부엌이며, 안방도 여기서 파생 분화된 것에 불과하다. 서윤영이 쓴 "사람을 닮은 집, 세상을 담은 집"을 참고하였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2-17 18:00:00

지난 3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소재지인 용계리 일대에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 공약'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매일신문 DB

[기고] 달성 가창이 만만합니까?

"제발 남의 동네 넘보지 마시고, 거기 동네나 잘 챙겨 주세요. 아직도 이런 정치가 통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얼마 전 대구 수성구 지역 4·15 총선 예비후보들이 달성군 가창을 가지고 놀았다. 해당 지역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가창의 수성구 편입 공약 타당성을 놓고 설왕설래하며 인지도 높이는 데 혈안이 됐던 것이다. 뜨거운 공방을 먼저 시작한 것은 보수 성향의 한 후보다. 그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상생 발전을 위해 가창의 수성구 편입을 선거 공약으로 냈다. 이어 또 다른 보수 성향의 한 후보는 긍정보단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극구 반대했다. 이에 뒤질세라 진보 성향의 한 후보는 주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명분으로 들며 가창의 수성구 편입을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는 앞다퉈 보도 자료를 통해 논박하는 등 힘겨루기를 하며 지역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선 이들의 막말과 상식을 넘는 발언의 배경이 어떻게든 공천을 받기 위한 수단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 지도자의 마음에 들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그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구 기초의원(재선)으로서 이런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쉽고 씁쓸한 생각뿐이다. 아니 답답함을 넘어 창피할 정도다. 주민을 위한 정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후진국 구태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무능과 무사안일 행태가 바뀌지 않으며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이 돼 주지 못하고,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했다며 개탄하고 있다.사실 행정구역 개편과 통합은 수십 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 온 해묵은 과제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물론 시행하면 고비용·저효율의 행정 체계 개선과 지자체 간 불필요한 갈등 감소, 균형발전, 주민 생활 편의 등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방분권화 역행과 사회적 비용 발생, 정치권 및 지자체장의 정략적 이용 등 부작용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분석돼 좀처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그리고 추진 절차와 시간도 만만치 않고 이러한 중요한 결정은 중앙 부처와 일선 지자체, 시민이 협의해 정리해야 할 몫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의 접촉이 어려워 노심초사하는 건 이해하지만, 구시대적 정치 방법인 '아니면 말고' 식의 선거용 이벤트를 끄집어내는 건 지역 주민과 지자체 간에 갈등만 야기시킬 뿐 대구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사람은 누구나 막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공인이다.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막말의 원인이 우리 정치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더 근본은 정치인들의 인격적 결함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막말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또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총선을 앞두고 대구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정치인의 막말이 싫으면 그들을 반드시 심판해 달라. 개헌 또는 통일 등 어려운 해법 말고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유권자가 총선에서 해야 할 일이다.

2020-02-17 15:54:51

이성환(계명대학교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세계의 창] 동물 바이러스와 인류 역사 - 이성환 교수

동물 가축화·조밀한 도시생활 결과 유행성 질병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동물성 세균이 전부 발병 원인 아냐 전염병 발원지 국민 경원하면 안 돼"알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젊은 부부가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고민에 빠졌다. 남자 환자에게 감염을 의심할 만한 행동이 없었는지 물었다. 낮은 목소리로 최근 목장에서 양들과 수차례 성교를 가졌다고 했다. 옆에 있던 부인은 남편의 머리를 내려치고 병실을 나갔다. 의사는 원인을 알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UCLA)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GUNS, GERMS, AND STEEL, 1997)에 나오는 동물과 인간 질병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책에서 그는 인류 역사를 변화시킨 결정적 요인의 하나로 무기, 철과 함께 병균을 들었다.인플루엔자, 홍역, 페스트 등 전염성 인간 질병의 대부분은 농업을 시작하고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발생했다. 동물이 가지고 있던 세균이 진화(변이)하여 인간에게 옮겨왔고, 밀집 생활을 하면서 집단으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중국발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옮겨왔고 조밀한 도시생활이 집단감염을 유발했다. 전염성 질병은 동물을 가까이하고 조밀한 집단생활을 하는 인류에게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인 것이다.동물성 세균이 전부 인간의 질병으로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자연선택의 과정을 거쳐 극소수만 인간에게 옮겨진다. 이 때문에 동물이 가진 세균의 진화 여하에 따라 인간이 새로운 질병에 노출될 가능성은 늘 존재한다. 인간에게 옮겨온 세균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인간에게 기침이나 재채기를 유도하여 새로운 숙주를 찾아가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 인간은 체온을 높여(발열) 세균을 죽이거나, 백혈구 등이 면역체계를 가동해 항체를 형성하기도 한다. 세균에 감염된 인간이 죽으면 숙주가 없어진 세균도 죽게 되는데, 이는 세균이 인간의 몸을 자기 생존에 맞게 개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일 뿐이라고 한다. 세균은 번식을 위해서는 오염된 인간을 더 오래 살려두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최근의 전염병이 독감 치사율보다 낮은 것은 의학의 발달뿐 아니라 번식을 위해 세균들이 진화한 결과인지 모른다.인간에게 진화한 병균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찍이 동물 병원체에 노출되어 항체를 가지게 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갔다. 수렵 채집을 하고 있던 원주민들은 동물 병원체에 노출된 적이 없어 유럽인들에게 묻어온 세균에 대한 면역이나 유전적 저항력이 부족해 몰살을 면하기 어려웠다.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총보다는 그들이 가져온 세균에 의해 죽임을 당한 숫자가 더 많았다. 유럽인의 '사악한 선물'이었다. 같은 논리로 2차 세계대전에 이르기까지 전투보다는 전쟁 중 발생한 세균에 의한 사망자 수가 훨씬 많았다. 전투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기 개발이나 전술보다 질병 예방이 먼저였다. 청일전쟁 중 일본군 사망의 90%는 만주에서의 수인성 전염병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일본은 질병 예방이 부국강병의 지름길이라며 위생에 힘썼다. '깨끗한 일본'은 청일전쟁의 산물이다. 전쟁이 끝나고 귀환하는 선박 687척, 전쟁 종사자 23만 명은 지금 세균의 배양접시가 되어 요코하마항에 격리되어 있는 크루즈선처럼 검역을 마친 후에야 본토 상륙을 허가했다. 러일전쟁 때는 모든 병사에게, 우리에게 위장약으로 잘 알려진 정로환(征露丸)을 의무적으로 복용하게 했다.정로환은 장티푸스, 소독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러시아를 정벌한다는 의미의 정로(征露)는 당시 일본의 유행어였다. 그 후 정로환은 러시아를 이긴 만병통치약으로 국민 상비약이 되었다. 2차대전 후 정벌의 의미를 없앤 정(正)로환으로 표기를 바꾸었으나, 지금도 해외 파견 자위대의 상비약으로 사용한다.유행성 질병은 농경생활, 조밀한 도시생활 그리고 세계화의 필연적 결과로 어디서든 발생하고 감염될 수 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질병명에 발원지명을 쓰지 않는다. 생쥐의 오줌에서 나온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되는 유행성출혈열(E.H.F.)은 한국형으로 알려져 있다.이번 코로나19는 중국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필자가 있는 학교도 곧 1천 명 이상의 중국 유학생들이 돌아온다. 그들을 코로나19의 발원지 국민이라고 경원하면 안 된다.

2020-02-17 15:37:06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할리우드 길을 비추는 별 '메릴 스트립'

지난주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 수상으로 영화 '기생충'과 함께 오스카상이 화제가 되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이는 누구일까? 총 21회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맘마미아', '철의 여인' 등의 작품을 통해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그녀는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으로 노미네이트 된 영화 '더 포스트'에서 메릴 스트립은 당찬 여성 기업인의 모습에 내적 고민과 갈등하는 캐릭터에 인간미를 불어넣는 입체적인 연기력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압도했다. '더 포스트'는 네 명의 미국 대통령이 30년간 은폐해 온 베트남 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기밀문서를 세상에 폭로 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펜타곤 페이퍼 특종보도 실화를 그린 영화다.워싱턴 포스트의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은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미 정부가 금지한 보도를 강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당시 여성 사회진출이 달갑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 투자유치냐, 특종보도냐의 두가지 갈등이 고조에 달하는 순간 캐서린은 저널리즘과 페미니즘의 2가지 모습을 보여준다.법원에서 내린 펜타곤 페이퍼 보도금지를 어기는 특종보도를 하게 되면 회사가 투자유치에 실패하여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걱정하는 법률전문가와, 저널리즘의 자유와 진실을 보도하고자 8시간 동안 모든 것을 걸고 특종자료를 만들어 낸 편집부 사이에서 특종보도를 강행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 최초 여성 발행인으로서 저널리즘의 자유와 그녀만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다.'더 포스트'는 특종보도라는 보도 과정보다 발행인 캐서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결단력 있는 여성리더이자 진정한 언론인으로 거듭난 캐서린을 부각시킨 것이다. 영화계의 여성 리더로 빛나는 메릴 스트립은 할리우드 배우답게 캐릭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분석하여 표현함으로써 그녀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소신 있는 소감으로 예술과 언론의 자유 그리고 책임감을 외치는 여성리더로 당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행복과 성공의 공식은 단순하다. 단지 자기 자신이 될 것,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스스로의 방식을 찾을 것"이라고 메릴 스트립은 말한다. 영화 속 캐서린이 언론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었듯이, 메릴 스트립은 할리우드의 길을 비추는 별이 되었다.

2020-02-17 14: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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