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4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도 해수욕장은 코발트빛 푸른 바다와 야간에 펼쳐지는 매력적인 밤바다 등 다양한 특색과 매력으로 올 여름을 준비한다.

[신팔도유람] 무더운 여름, 각양각색의 제주 해수욕장을 즐겨보자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 개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제주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각 해수욕장마다 다양한 특색과 함께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올여름을 준비하고 있다.검은색 현무암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코발트빛 푸른 바다와 야간에 펼쳐지는 매력적인 밤바다 등 올여름은 제주 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22일부터 제주 해수욕장 개장제주지역 해수욕장들은 22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우선 이달 22일 협재와 금능, 이호, 함덕, 곽지 등 5개 해수욕장이 개장된다.이어 다음달 1일에는 삼양과 김녕, 신양, 표선, 중문, 화순 등 6개 해수욕장이 개장해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해수욕장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지만 협재와 이호, 삼양, 함덕 등 해수욕장 4곳은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야간에도 개장된다.▲가족단위 피서객에 안성맞춤 '함덕해수욕장'함덕해수욕장은 고운 백사장과 얕은 바다 속 패사층이 만들어내는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시내버스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도 즐겨 찾는 대표 해수욕장 중 하나다.특히 수심이 어른 허리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얕고 백사장 주변 커다란 현무암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면서 수면이 잔잔해 가족단위 피서객이 즐기기에 좋다. ▲백사장 대신 검은 모래가 펼쳐진 '삼양해수욕장'흔히들 해수욕장하면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떠올리게 되지만 삼양해수욕장은 햇빛에 반짝이는 백사장이 아닌 철분이 함유된 검은 모래가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이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신경통과 관절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지면서 매년 여름철이면 시원한 해수욕과 함께 모래찜질을 즐기기 위한 도민과 피서객들로 북적인다. ▲은모래와 코발트빛 바다가 절경 '협재해수욕장'제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손꼽히는 협재해수욕장은 조개껍질이 섞인 은모래와 제주 특유의 코발트 빛 바다가 펼쳐지며 마치 해외로 온 듯한 이색적인 절경을 즐길 수 있다.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수영 초보자에게도 알맞은 해수욕장이며 주위에 소나무 숲과 잔디가 있어 캠핑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야경이 아름다운 '이호해수욕장'이호해수욕장은 제주지역 해수욕장 중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시내관광 중 잠시 들러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또 밤바다와 제주시의 야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등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밤 정취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시원한 용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곽지해수욕장'곽지해수욕장은 길이 350m, 폭 70m의 백사장과 평균 수심 1.5m의 해수욕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해수욕장으로 물이 유난히 맑고 모래 속에서 시원한 용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조개가 많아 해수욕과 함께 조개잡이도 즐길 수 있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 현무암 조각들과 절묘한 생김새의 화산절벽도 감상할 수 있다. ▲환상적인 비양도 낙조 '금능해수욕장'넓은 백사장과 투명한 코발트 빛 바다를 갖고 있는 금능해수욕장은 저녁 무렵 붉게 물든 비양도 저편으로 해가 내려앉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주변에 야영장이 있는 데다 바다에 물이 빠지면 넓은 백사장이 이어지는 만큼 어린이가 있는 가족단위 피서지로 이용하기에 좋다. ▲해변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김녕해수욕장'김녕해수욕장은 자그마한 백사장에 깔린 부드러운 모래와 푸른빛의 맑은 바다, 주변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연출된다.특히 해수욕과 함께 갓돔, 노래미돔 등을 낚을 수 있는 갯바위 낚시는 물론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등 레져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해양스포츠의 요람 '신양해수욕장'신양해수욕장은 전국 윈드서핑 선수권대회가 열릴 만큼 해양스포츠의 요람으로 제주의 다른 해수욕장보다 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한적한 편이다.바닥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수심이 얕으며 파도가 직접 들이치지 않아 아이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붉은 화산송이로 이뤄진 해안을 산책하다 보면 해수면의 높이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기암괴석의 절경을 맛볼 수 있다. ▲관광명소와 함께 즐기는 '표선해수욕장'둥그런 호수 같은 모양으로 썰물 때면 백사장이 원형으로 드러나는 표선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부드러워 모래찜질을 하면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해수욕장 남쪽에는 포구와 갯바위 낚시터가 있어 싱싱한 어패류와 회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주변에 성읍민속마을과 섭지코지 등 관광명소가 많아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네 가지 색을 띤 모래와 검은 돌의 조화 '중문해수욕장'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중문해수욕장은 흑색과 백색, 적색, 회색의 네 가지 색을 띈 모래와 백사장 뒤로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제주 특유의 검은 돌이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물살이 조금 거친 편으로 어린이들은 조심해야 하지만 윈드서핑을 즐기기에 좋다. ▲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화순해수욕장'화순해수욕장은 검은색을 띈 고운 모래와 한라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바닷가에서 샘솟는 용천수가 있어 제주에서는 드물게 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특히 담수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관광객과 도민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주변에 제주조각공원과 난대수종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안덕계곡, 하멜기념비 등 볼거리가 많고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도 볼 수 있다.한국지방신문협회 제주신보 김두영 기자

2019-06-19 18:00:00

임성호 한의원 원장

[임성호의 매일보감] 한의학 한류

우리나라 한의학(韓醫學)은 중국의 전통 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조선시대 이후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걷는다. 특히 동의보감이 완성되면서 청나라의 온병학(溫病學), 중서회통의학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후 사암도인의 사암침법, 이제마의 사상의학, 이규준의 부양론, 지산의 형상의학 출현으로 중국의 '변증론치'에 대비되는 한류 한의학의 고유한 부분으로 발전, 계승되고 있다.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한의사 제도가 사라져 한의학이 고사 위기에 있었지만, 현재는 의사들이 한방을 공부해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주로 한방약이고 전체 의사의 74%가량이 한방 처방(보험 적용이 되는 진액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은 산부인과, 피부과에서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들은 정기신혈(精氣神血) 이론보다 독특한 기혈수(氣血水) 이론에 바탕을 두고 특정 질환에 묶어서 처방하는 탕증을 강조해서 진료의 질이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중국은 공산화 이후, 국가 정책으로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을 주창하고 엄청난 투자와 제도 개선을 이루어 중서 결합 의사가 2만여 명이 넘어서며 중의학이 서양의학적 진찰이나 진단기기 사용에 어떠한 제약도 주지 않고 있다.제도적으로 한의사 제도가 사라진 일본과 공산화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실용주의적으로 재편된 중국에서도 한의학 특유의 장점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의학이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동양 철학과 전통 의학의 정신이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다른 국가들은 새로운 치료 영역과 시장의 확대를 목표로 한의학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비교 우위에 있는 한의학에 대한 제도적인 장벽을 없애고 과감한 투자로 한의학 한류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2019-06-19 18:00:00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사진 제공: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대기업 광고 만드는 동네 백수

"10년 고생한 사람은 10년 버틸 힘을 얻고, 20년 고생한 사람은 20년 버틸 힘을 얻습니다."그 말이 나를 버티게 했다. 10년 전 필자는 백수였지만 '10년, 20년 버틸 힘을 얻고 있구나'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돌이켜보면 보이지 않기에 두려워했던 거 같다. 미래에 다가올 행복을 우리는 알 수 없으니 현재의 불행에 두려워했었다. 하지만 문장이 있으면 왠지 두렵지 않았다. 그때부터 문장 수집이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필자의 방이 온통 글로 도배가 되었다. 매일 아침 대구 동성로에 있는 2.28 공원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혼자서 광고를 만들었다. 미국 학교처럼 선생님은 안 계셨지만 혼자서 수업을 이어간 것이다. 매일 브랜드를 정해 새로운 광고를 만들었다. 오늘은 애플, 내일은 나이키, 모레는 삼성. 이런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만들고 회사에 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대기업 광고를 만들 때는 적어도 백수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때는 유학 실패자가 아니었다. 백수 아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하루하루 버텨나갔다. 연필 한 자루, 노트 한 권만 있으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광고에 집착했다.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는지 필자의 광고를 본 기업에서 답장이 왔다.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바로 나이키였다. '당신이 만든 광고를 잘 봤지만, 우리는 이미 계약된 광고 에이전시가 있다. 당신의 앞길에 건승을 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짧은 이메일의 감동은 엄청났다. '세상에! 내가 나이키로부터 답장을 받다니! 그것도 내 광고를 봐줬다니!''나는 이미 대기업 광고를 만들고 있구나. 나도 남부럽지 않은 광고인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느껴보는 성취감이었다.나의 현실은 실패한 백수였지만 상황을 반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 긍정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나이키에서 온 거절 메일 한 통이 내겐 인생의 반전과도 같았다. 내 광고에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것이 거절인지 승낙인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대기업의 광고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반전이었다.'느리게 걷더라도 이렇게 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지만 내 삶을 사랑하지 않는 백수는 아니었다. 아침에 눈 떠서 매일 공원으로 출근해서 온종일 광고 만들고 밤이 되어서야 혼자 하는 수업이 끝났으니 충분히 나를 사랑하는 삶이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도 10년 전 필자만큼 불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하는 이들은 IMF 이후 체감 경기가 가장 얼어붙어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겐 월급날은 급여가 잠시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날에 불과하다. 너도 나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이 불경기를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말과 글의 힘을 믿어보자. 긍정적인 말을 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자. 그렇게 마음을 토해내자.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은 물론이요, 언젠가 유능한 카피라이터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6-19 14:16:51

[종교칼럼] 섬돌 위에 신발을 벗듯이

아침 햇빛이 드리운 들녘에 개망초 흰 꽃 무리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나무와 풀들은 무성하고 뿌리는 깊어진다. 아침에 밭에 나가 호미를 들고 풀을 뽑으며 하늘을 올려본다. 흰 구름이 푸른 하늘을 유유히 흘러간다. 흙을 만지며 밭을 정리한다.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를 뜯어 상에 올린다. 식자재가 오염에서 벗어나니 먹거리가 맑다. 몸도 맑아진다. 농부들은 모심기를 마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성장과 결실을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한 해 중 해가 가장 긴 하지가 지나면 감자를 캐고 수확의 기쁨을 얻는다. 스스로 모종하고 김을 매고 거두는 결실에 만족과 기쁨이 넘친다.만족과 기쁨이 어디 농사뿐이겠는가? 생활과 사회 전반으로 그 행위가 연결되는 것이기에 농자는 그 이치를 공유하라고 한다.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지 않는가? 농사에도 농부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하늘의 도리와 땅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밭농사, 논농사도 이러한데 자식농사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모들도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출가자들이 스승으로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일은 섬돌 위에 가지런히 신발 벗는 일이다. 그 무엇을 가지런히 하려면 마음이 들떠서는 해낼 수 없다. 마음을 모으고 의식이 행위를 따라가야 한다. 벗어놓고 뒤를 돌아보며 확인한 다음에 안으로 들어간다. 수백 명이 모여 생활하는 큰 절에는 신발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반듯하고 가지런하다.신발을 벗을 때 제 자리에 놓았는지, 나갈 때 바로 신을 수 있게 놓았는지 살피는 것이 수행 규칙의 하나다. 반듯하게 신발을 벗는 마음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곳곳으로 연결된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곳으로, 직장과 거친 삶의 일터로, 모두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사회로 연결되기에 하나에서 전체를 본다. 도둑도 남의 집에 들어설 때 신발을 먼저 본다는 말이 있다. 신발이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으면 그냥 간다고 한다. 다실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하면 상품 차를 대접 받는다."발밑을 잘 살펴라." 조고각하(照顧脚下)는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선화(禪話)에 나오는 화두(話頭)다. 훌륭한 삶의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자리를 알아가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이웃에게 끝없이 베푸는 자비의 실천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지금 네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잘 살피고 통찰하라는 뜻이다. 탐욕이 분노로 분노가 어리석음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삶의 과정이나 사업의 길은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주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상황을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들의 가장 주요한 덕목이다. 발밑의 문제는 본원적 출발점이면서 해결책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운영자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국가 위상은 떨어지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언제까지 적폐몰이만 할 것인가?6·25전쟁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거룩한 호국 영령들 앞에서 김원봉을 추어올려 갈등을 부추긴다. 국론 분열과 이념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매번 허둥대는 문재인 정부에 자신의 발밑이 만신창이가 된 국내 상황을 먼저 점검해 보라고 하고 싶다.

2019-06-19 14:02:36

종이에 수묵, 17.4×54㎝, 간송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김정희(1786~1856)지란병분

김정희는 우람한 영지와 날렵한 난초꽃을 짙고 옅은 먹으로 그리고 "지초와 난초가 향기를 함께 하다"는 지란병분(芝蘭竝芬)으로 화제를 썼다. 그림과 화제의 주제는 모두 우정이다. 왼쪽에 공간을 남겨 둔 것은 처음부터 친구 권돈인과 함께 이 부채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권돈인 또한 인생이 비록 백 년이라도 우정은 끊어질 수 없고, 지란이 시들어 없어지더라도 그 향기는 잊을 수 없다고 화답했다. 그들의 우정은 이 작품으로도 남았다. 권돈인이 3살 많았다. 김정희와 권돈인이 모두 작고한 후 이 부채를 본 이하응, 홍우길이 이들의 우정에 공감하는 글을 써 넣었다. 이하응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고, 홍우길은 벽초 홍명희의 증조부이다. 4명이 이 부채를 함께 완성한 것이다.그림부채인지, 글씨부채인지 애매해 보이는 이 작품은 문인(文人) 예술의 한 전형이다. 문인은 '문(文)'을 하는 또는 문이 있는 사람인데, 문은 문자, 문장, 문학, 학문 등 어떤 한 단어로 대응해 번역하기 좀 어렵다. 한문 고전을 익힌 학식을 바탕으로 글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썼던 지식인을 문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문인은 정치가이자 관료로서 또는 그 예비자이거나 은퇴자로서 지도자를 돕고 국민을 이롭게 하는 치군택민(致君澤民)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였다.문인들에게 시서화는 수양의 지표이자, 자아 표현의 수단이었고, 소통하고 교류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마음을 담아 선물하며 주고받기도 하고, 감상을 써 넣고 인장을 찍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념물로 남기며 동류의식을 나타냈다.그래서 문인의 그림인 '문인화'는 화제와 글씨가 그림만큼 비중이 크고, 마음이 일어나게 된 계기가 작품만큼 중요하다. 평소 공부하며 늘 짓고 썼던 글과 글씨가 그림보다 익숙했기 때문이고, 주문을 받아 그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흥에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그림처럼 때로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사실은 그렇게 될 때 문인화는 더 의미가 깊어지고, 가치가 높아진다. '세한도'도 그렇고, '불이선란'도 그렇다.문인화는 친구 사이이건, 사제 사이이건 우정이라는 그들의 스토리가 글과 글씨와 그림으로 융합된 종합물이다. 사람과 사람살이와 예술이 일치된 인문 예술인 것이다. '세한도'에서 오경석을, '불이선란'에서 달준과 오규일을, '지란병분'에서 권돈인과의 우정을 배제한다면 그 의미와 가치가 반감될 것이다. 문인화는 함께 향기로움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06-19 13:43:55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기타와 하모니카와 김광석

"그녀가 처음 울던 날/그녀에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 같애/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날/내 가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내 가슴 내 가슴 답답했는데/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그녀가 처음 울던 날', 김광석의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와 노래.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난 김광석은 어릴 때 바이올린으로 시작해서 성인이 되어서는 기타와 하모니카로 반주하며 노래 부르는 가객(歌客)이 되었다. 그는 '노래 찾는 사람들(노찾사)'과 운동권 활동을 하며 음악을 했으니 오래 살았으면 요즘 추세로 볼 때 밥 딜런에 이어 또 다른 노벨문학상을 탓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의 하모니카는 호네사의 블르스 하프(다이아 토닉)였으며 약 30여곡이 기타와 하모니카로 반주되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일어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불후의 명작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최초로 하모니카를 발명한 사람은 아코디언의 발명가로도 알려진 '크리스천 부시만'이라는 독일인 악기 제작자인데, 사실 비슷한 시기에 하모니카처럼 입으로 부는 리드가 달린 악기를 만든 이들이 많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고, 오히려 최초로 (1857년) 하모니카를 양산한 사람인 독일의 시계공인 '마티아스 호너'를 하모니카의 원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호너는 지금도 세계적인 하모니카 제조사이다. 하모니카는 어떤 악기도 따라올 수 없는 휴대성과 편리한 사용법 덕분에, 군용 악기로도 애용되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남군과 북군 병영 모두에서 병사들이 부는 구슬픈 하모니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2차 대전 때 미군 병사들에게 수많은 하모니카를 지급한 나머지 하모니카의 재료인 동판과 목재가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미국 서부극영화에서도 총잡이들이 들고 다니면서 연주하거나 배경음악으로 많이 깔린다. 하모니카는 '쥬스 하프'와 더불어 서부극의 상징과도 같은 악기다. 영화 음악의 대가인 '엔니오 모니코네'도 60년대부터 이탈리아에서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 주제곡에 하모니카를 많이 사용하였다. 60년대 '리오 부라보'에서 딘 마틴과 리키 넬슨이 주제곡 '에마와 소총과 나"를 주거니 받거니 노래할 때 영감으로 나오는 월터 브레넌의 하모니카 반주 장면은 영원한 서부영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일 것이다. 그외 '서부의 한때(Once upon a time in western)'에서 주인공 찰스 브론슨이 부는 음산한 하모니카곡 또한 명작이다. 웨스턴에서 영향을 받은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의 주제가 전주도 하모니카 곡이다.일본을 필두로 한국, 중화권 등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모니카 국이다. 국내에서도 학교, 학원, 문화센터, 관공서 등에서 흔히 다루는 물건이고 어릴 적 음악 시간에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배워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처음 도입한 일본에서 원본의 음 배열을 변경하여 저음부의 멜로디를 불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반음 하모니카와 마이너 하모니카를 개발하고 3도, 5도, 8도의 중음 주법, 그 응용인 분산화음 주법, 만돌린 주법, 비브라토 주법 등을 창안하여 트레몰로 하모니카의 신기원을 열었다. 따라서 트레몰로 하모니카의 경우 반드시 국산(미화)이나 일제(톰보)를 구입해야 한다. 호너 같은 독일제를 구입했다 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음 배열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술한 것처럼 현재 한국인이 접하는 트레몰로 하모니카는 일본에서 정립한 모델로 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서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각 종 주법들도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 많다. 서구권에서는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아예 아시안 하모니카라고 부를 정도로 아시아에서 발전된 물건이라는 이야기이다. 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6-19 11:54:56

김동읍 작 '마음'

[내가 읽은 책]마음이 무엇인가?/ 마음/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지선 옮김/책 만드는 집, 2012.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4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한때 1000엔 지폐에 얼굴이 새겨질 만큼 일본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다. 영국 유학을 갔다 온 후 도쿄대학 재직 시 첫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를 발표, 호평을 얻고부터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메이지 시대의 대문호로 꼽히며 현재에도 일본의 국민작가로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세상의 모든 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마음으로 세상을 보려 고 한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나 특정한 상황에 따라 보고자 하는 방향으로만 볼 수 없게 된다. 그런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에 그런 현실은 일회성이 아니라 자주 나타나서 마음을 다치게 한다. 삶은 그런 안타까움 들의 연속이다. 만나고 싶지 않지만 만나게 된다. 그것을 헤쳐 나가는 것, 그것이 곧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우리에게는 참, 많은 마음이 존재한다. 소설 '마음'에는 부모와 자식의 마음, 존경의 마음, 흠모의 마음, 사랑의 마음, 우정의 마음들이 순차적으로 여러 관점에서 비춰지고 있다. 그 마음들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내달아 갔다. 소설은 누군가에 대한 존경과 흠모로 시작되어 부모 자식 간, 이성간으로 번져갔다. 친구와의 우정도 아름답게 꽃피웠지만 결국 한 여자로 인해 부딪치게 되고 비극으로 치달았다.소설 속 인물들의 마음은 서로 충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한 여자에 대한 숭고한 사랑을 지켜낸다. 그 여인이 부인이다. 그녀의 삶에 오점하나 찍히지 않길 바라는 순수한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아쉽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살을 선택하기보다는 자기 마음을 다 털어놓고 믿음이 가득한 사랑으로 백년해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게 한다.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는 못 견디는 사람, 그럼에도 자기 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을 두 팔 벌려 끌어안을 수 없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라고 화자(나)는 말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꼬여버린 인생의 굴레와 고뇌 속에서 결국 헤어나지 못하고, 누구를 만나도 자신의 마음 깊은 속에 도사린 외로움이 가시지 않을 거라며, "마음속에서는 밀물과 썰물처럼 차오르고 빠져나가는 감정의 기복이 쉼 없이 반복되었다"(245쪽)고 절규한다.결국 선생님은 점점 염세주의에 빠져들고, 오랜 세월 기억의 밑바닥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가라앉아 있던 순사(殉死)라는 말을 떠올린다. '내가 순사한다면 그건 메이지 시대의 정신에 따라 죽은 것이다. 메이지 천황이 승하한 때를 같이하여 메이지 정신도 끝이 난 마당에 살아서 뭐하겠느냐'는 생각으로 자살을 결심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수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그에게 진실하게 대한 '나'에게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고자 한다."자네는 내게 한 점의 거짓도 없었으니까, 진심으로 내 과거로부터 살아있을 교훈을 얻고 싶다고 했으니까, 내 인생의 어두운 부분까지 거리낌 없이 자네에게 보여 줄 것이네."(157쪽) 라는 내용이 담긴 두툼한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그가 가진 진실한 마음을 편지에 쏟아놓고… '마음'을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탐구한 소설, '마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그'에게 주고 싶다.김동읍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6-19 11:47:42

전상헌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협력관

[기고]연어는 그냥 돌아오지 않는다

먼바다로 나갔다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귀소 여정은 가히 감동적이다. 가수 강산에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노래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산란, 즉 종의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몸부림의 과정이다. 그런데 최근 연어 회귀율이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산란에 적합한 환경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연어 회귀는 정부의 지역 인재 육성 정책이나 청년 일자리, 인구 늘리기 프로젝트에 곧잘 비유된다. 지역에서 태어나 수도권으로 떠나더라도, 학업을 마친 뒤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그간 배우고 경험한 역량을 발휘해 주기를 바라는 지방정부의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학업을 마치더라도, 가능하면 고향에 다시 내려오지 않고 수도권에서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고자 한다. 여기서도 생태계의 교란이 생긴 것이 분명해 보인다.대한민국 인구의 49.8%, 1천 대 기업 본사의 75%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신용카드 전체 사용의 80%와 신규 고용의 65%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전통 제조업은 후발 개도국에 비해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역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농·식품 분야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네덜란드 바헤닝언(Wageningen) 푸드밸리는 인구 4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곳에서 바헤닝언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기업인 하인즈, 하이네켄까지 1천400개 식품기업, 20개 연구소, 70개 과학기업이 클러스터를 구축, 66조원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시는 2008년 일본 미쓰비시 완성차 공장이 떠난 부지에 연구와 생산, 주거와 교육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시는 플린더스대학과 지멘스, 테슬라 등 세계적 기업 그리고 자율주행, 에너지 등 스타트업들을 유치하여 버려진 자동차 공장을 미래형 도시로 변모시키고 있다.경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전략을 살펴야 한다.결국 대한민국 역시 지방정부 중심으로 신산업의 씨앗을 발굴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지식 생태계와 벤처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대학과 연구기관, 테크노파크 등 지역의 고급 두뇌들이 지역의 잠재력과 특성을 분석해 미래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신산업과 관련된 제도와 재정지원 체계를 정비해 지역기업의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정부는 국민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대상을 반영한 현실감 있는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지방정부는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지역혁신 주체들과 새로운 기술과 신산업이 만들어질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연어는 고향으로 그냥 돌아오지 않는다. 지역 활력도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혁신에 모든 주체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2019-06-19 11:38:56

김휘동 전 안동시장

[특별기고] 경북도청 안동·예천 이전 이유를 되새기자

지난 8일은 11년 전 경북도청 이전이 안동·예천으로 결정됐던 날이다. 2008년 6월 8일 오후 7시 40분 경북도청 이전 추진위원회가 '안동·예천'을 도청 이전지로 확정 발표했던 역사적인 날이다.안동과 예천 두 곳 모두 기쁨에 젖은 주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며 환호했다. 마침 내린 축복의 비를 맞으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주민들의 눈물이 빗물과 섞였던 감동의 저녁이었다.당시 경상북도의 절반이 넘는 53%의 면적인 북부지역 11개 시·군은 산업화의 뒤안길로 밀려나 해마다 2만~3만 명씩 떠나면서 180여만 명이던 인구가 겨우 70여만 명을 유지하던 절박한 현실이었다.이 때문에 경상북도 도청을 북부지역으로 유치해 살길을 찾아보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도청 이전 예정지 평가단 83명이 11개 신청 지역을 실사하고 평가한 결과도 1, 2, 3위 모두가 북부지역이었다. '경북 균형 발전'이라는 대명제를 높게 평가한 결과였다.포항, 구미를 잇는 양극 발전 축에서 북부지역으로 도청을 이전시켜 경북을 세 곳의 거점지역으로 연결,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따라서 도청 소재지인 안동·예천을 거점으로 북부지역 전체를 고르게 발전시켜야 할 대명제를 안고 도청 이전의 대역사가 단행된 것이다.이제 도청 이전 결정 11년, 신도청 개청 3년을 보내며 도청 이전을 결정한 정신이 충실히 이행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시간이 된 듯하다.첫째, 경북 북부 11개 시·군의 현재 인구수는 약 62만 명으로 도청 이전 결정 후에도 10만여 명이 감소했다. 감소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매년 1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 것인지?둘째, 도청 이전 결정에 '균형 발전을 하라'는 대명제에 충실하게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 세계와 나란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는지 분석해 보아야 할 것이다.이제는 개인이든 지방자치단체든 세계 무대에서 세계인과 경쟁하고 저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세계 무대에 올려놓을 레저·스포츠·문화·관광, 학교와 연구 과학 지식산업, 학술·세미나 등 새로운 발전 축을 구축하려는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특히 세계 무대에 올려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명소의 신도청 청사를 두고 동해안에 새로운 청사를 마련한다는 것이 당초 도청 이전 결정과는 너무 거리가 먼 것 같아 자칫 경북도 균형 발전이라는 경북도청 이전 취지가 무색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셋째, 경북도청을 중심으로 안동시와 예천군을 함께 아우르는 안동·예천 통합신도시가 바람직할 것이다. 경북도청은 도청 중심 주변의 편익시설 확충에만 급급하고, 안동시와 예천군은 기존 상권 몰락 막기에만 집중하는 꼴이다.인구 문제도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꼴'처럼 안동의 도심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예천 쪽으로 이동하는 '제로섬 게임'에 희비가 엇갈리니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안동시 인구가 줄고 예천군 인구가 늘었다고 하나 양 시군 통합 인구는 10년 동안 오히려 줄었다.신도청 2단계 사업이 조성되면 또다시 인구 이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처럼 안동과 예천 두 곳이 제로섬 게임에 빠져 미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해답은 '안동과 예천 통합'뿐이다. 그 중심에는 경북도청이 있다. 양 도시가 동반 성장하거나 쇠락하는 것은 경북도청과 함께하기 때문이다.지금처럼 경북도청이 도청 청사 주변 신시가지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양 시군 통합에는 소극적이라면 안동 신시장, 구시장, 옥동 상권과 예천 기존 상권의 쇠락은 물론 도농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보듬지 못할 것이다.넷째, 위정자는 언제나 역사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지금 처한 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주민과 지역을 위한 바람직한 가치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2019-06-19 11:38:32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플라시보효과

우린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플라시보(placebo)'라는 단어는 원래 '좋아지게 하다, 만족스럽게 하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가 의학적인 관련을 가지게 된 것은 1785년 발간된 '신의학사전(New Medical Dictionary)'의 기타 의료행위 항목에 수록되면서였다.1794년 게르비(Gerbi)라는 이탈리아 의사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한다. 치통환자 이의 통증에 벌레의 분비물을 발랐더니 환자의 68퍼센트가 1년 동안 치통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별히 그 벌레의 분비물이 치통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었지만, 게르비나 환자 모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결과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플라시보'란 단어는 18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오늘날의 의미와 매우 흡사한 뜻을 갖게 되었다.'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말도 이런 원리일 것이다. 어릴 때 이 말을 들으면서 엄마가 배를 쓸어주면 서서히 복통이 가라앉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은 나이가 든 다음에도 배를 쓸어주었을 때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플라시보효과는 앞으로 일어날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반응할때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오페라에서도 이런 플라시보효과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 있다. 그것이 바로 가에타노 도니젯티(Gaetano Donizetti)의 작품 '사랑의 묘약'이다.한 시골에 수줍음 많고 자존감 낮은 젊은 농부 네모리노는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짝사랑한다. 어느 날 아디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책을 읽어주게되고 트리스탄이 이졸데에게 사랑의 묘약을 먹이는 장면이 나오자 진짜 그런 묘약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그 마을에 찾아온 돌팔이 약장수인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으로 속아 싸구려 포도주를 사게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술기운에 자신감도 생기게되고 마을 여자들이 자신에게 실제로 관심을 가지고 서로 다가온다. 사실은 네모리노의 삼촌이 죽으면서 막대한 유산을 그에게 남겼다는 내용의 유언소식 때문에 여자들이 그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네모리노는 자신이 둘카마라에게서 산 묘약의 약효 때문이라고 굳게 믿었던 것이다.이것은 생각과 마음가짐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자신의 선택에 긍정적인 믿음을 가지고 집중할 때 플라시보의 뜻처럼 우리의 상황들이 점점 좋아지고 만족스운 결과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오늘 스스로에게 사랑의 묘약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 현동헌 테너

2019-06-19 11:36:12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 칼럼] 방만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술 시급하다

최근 불거진 김제동의 고액 강연료 소동은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 단면을 보여주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전 대덕구청의 1천550만원짜리 강연은 결국 취소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산시에서는 2017년 두 차례 강연에 2천640만원을 받았고 2017년 12월 동작구에서 1천500만원, 같은 해 11월 김포시에서 1천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한 연예인에 대한 지방정부의 강연료가 일반인의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고액이라는 점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강연이 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인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하니 어디 이것만 있겠는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기회에 국민 세금이 합당하게 쓰이고 있는지 감시·감독해야 할 야당이 문화 연예계에 지출되는 국민 혈세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청문회나 국정감사라도 해서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알려야 할 정도다.특히 이 돈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나갔고, 교육부가 선정한 혁신교육지구 모델사업을 연말에 시간에 쫓기며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났다고 한다. 지자체장들이 이런 방식으로 지출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정도다. 도무지 국민의 혈세를 이런 식으로 낭비해도 된다는 말인가.그렇지 않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많은 돈이다. 한국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2005년부터 내국세의 20.46%를 무조건 배정하게 되어 있어 세수가 늘면 자동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다.그러나 지방의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2014년 697만 명이었던 유·초·중·고 학생 수는 2018년에는 629만 명으로 68만 명 줄어들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0조9천억원에서 49조5천억원으로 8조6천억원 증가했다. 이러니 방만하게 운용될 수밖에 없다.학생 수보다 교사 수가 많은 학교들이 수두룩하다. 전교생 60명 이하인 통폐합 대상 학교가 2017년 4월 기준으로 전국에 1천831개나 된다고 한다. 교육의 질 개선보다는 교사 처우 개선이나 복지 확대 등에 더 많이 지출하게 되어 있는 구조다.전체 17개 시·도 교육청 예산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4.5% 늘어났다. 하지만 학생 교육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교수, 학습 활동 지원비 비중은 2013년 6.4%에서 2017년 5.9%로 줄어든 반면 처우 개선 등 복지 예산 비중은 같은 기간 9.4%에서 10.5%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무상복지에 방만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매달 20만원씩을 지원하는 선거 공약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교 무상급식도 시행하기로 했다.이런데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금년 가을부터 시행하기로 한 고교 무상교육 비용이 2022년부터는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를 전액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17개 시도 교육감들은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유·초·중·고 교육은 지방교육감이, 대학 교육은 교육부가 관장하고 있고, 지방교육감이 담당하고 있는 비용 지원을 위해 중앙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2018년 기준 50조원 가까운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는 59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학생 수는 줄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복지나 교사 처우 개선 등에 방만하게 쓰면서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예산 낭비를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쓰게 되어 있는 재정 칸막이 구조가 무상교육 관련 복지 예산의 급증을 가져왔다는 비판들도 나오고 있다. 칸막이를 허물어 교육청이 낭비하면서 쓰고 있는 교부금 일부를 대학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교육 예산의 구조 개혁이 필요한 실정이다.

2019-06-19 06:30:00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 극장이 지니는 의미

연극배우로서 활동하다보면 국내에서 유명한 희곡작품을 바탕으로 저명한 연출자들과 작업하기를 학수고대한다. 좋은 희곡은 창작의 욕구를 샘솟게 하고, 실력 있는 창작자와의 만남은 예술적 가치관을 확장시켜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편 이름 있는 연출자만큼이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관객과 어떤 공간, 즉 어떤 극장에서 만나는가이다. 극장이 주는 공간은 배우의 연기를 달라지게 한다. 대극장은 많은 관객에게 극의 내용과 인물의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소리와 움직임을 크게 요구하기도 하며, 소극장은 배우와 관객의 거리가 밀접하기에 세밀한 표정과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여 연기한다. 작품의 유형에 따라 본다면 가볍게 즐기는 대중극은 클래식하고 전통 있는 대극장에서 찾아볼 수 없고, 어둡고 심오한 작품은 아동극을 하는 소극장에서 볼 수 없다. 이처럼 극장은 예술작품과의 관계와 작품의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배우의 입장에서 극장이 지니는 공간은 예술에 임하는 자신의 존재를 정립할 수 있게 한다.뿐만 아니라 극장이라는 공간은 연극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 고대 그리스에는 만 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야외극장이 주를 이루었고, 큰 극장은 국가권력과 종교에 관한 거대담론을 주로 다루었다. 르네상스에는 국가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인간으로 집중하면서 극장의 크기는 감소하고 이로 인한 원근법의 발견과 실내극장이 서서히 생겨났다. 이후 19세기말 현대 연극에서는 인간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사실주의 연극이 발전하였고, 세밀한 감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극장이 발달하였다.오늘날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극장이 존재한다. 명동예술극장(558석)은 주로 고전과 긴 서사를 다루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고, 100석이하의 소극장은 적은 인원으로 진행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소극장이라고 하여 희랍극을 하지 못하거나 셰익스피어 극을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극장의 크기와 작품의 탄생 시기를 짚어봤을 때 희곡이 지닌 에너지는 소극장과 결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희곡작품이 지닌 에너지를 극장의 크기에 따라 적절히 운용하는 것도 창작자에 요구되는 역량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관객의 입장에서도 장소가 지닌 의미는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대극장, 소극장이라는 다양한 크기의 극장이 있지만 크기에 따른 공간과 여기서 탄생하는 작품의 힘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주로 대극장은 볼거리가 많고 긴 서사를 다루기에 적합하며 소극장은 배우의 얼굴을 가까이 볼 수 있어 세밀하고 디테일한 연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극장이 지닌 성격을 토대로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작품을 감상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18 11:03:16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기고]DIMF, 대구를 넘어 세계 속으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이야기할 때에는 '뮤지컬 투란도트'를 빼놓을 수 없다. 뮤지컬 투란도트는 세계 4대 오페라로 손꼽히는 푸치니의 '투란도트'를 바닷속 가상세계로 옮겨와 재해석한 것으로 화려한 무대 장면과 함께 '어쩌면 사랑' '오직 나만이' 등 감성적인 곡들로 사랑을 많이 받은 창작뮤지컬이다. 2011년 초연 이후 상하이, 하얼빈 등 중국 진출을 비롯해 최근에는 한국 대형 창작뮤지컬로는 최초로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동유럽 6개국에 라이선스를 수출하는 성과까지 거둔 작품이다. 그야말로 DIMF가 낳은 세계적 스타인 셈이다.DIMF는 2006년 Pre-축제를 시작으로 올해 13회째 펼쳐지는 세계 최초 글로벌 뮤지컬 축제이다. 그동안 269개 작품을 공연하였고, 국내외 관객 188만 명이 축제를 다녀갔으며 회를 거듭할수록 관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DIMF(6월 21일~7월 8일)는 영국의 웨딩 싱어 등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8편의 공식 초청작 외에 DIMF 지원 신작 뮤지컬 4편과 웰메이드 지자체 창작뮤지컬 3편, 대학생의 열정과 패기를 느낄 수 있는 대학생 뮤지컬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특히 올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청소년 뮤지컬 대상 경연대회를 개최해 차세대 뮤지컬 스타를 발굴하는 한편 일회성 소비형 축제가 아닌 공연·관광·문화산업을 연계해 축제에 참가하는 분들이 뮤지컬의 멋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문화의 향연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대구는 뮤지컬 도시이다. 이는 DIMF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전국 뮤지컬 티켓 판매의 25%를 차지하는 대구 관객들의 티켓 파워, 1천 석 이상 대규모 공연장을 11개나 보유하고 있는 공연 인프라 지방도시 1위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국내 유일 세계 뮤지컬축제인 DIMF 개최뿐만 아니라 다양한 뮤지컬 행사를 개최해 뮤지컬 시장 내에서 대구의 위상을 한층 높여가고 있다. 대형 뮤지컬이 서울보다 지방에서 먼저 공연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는데 위키드, 레미제라블, 아마데우스 등 대형 뮤지컬들이 서울보다 먼저 대구에서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 최고 흥행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인터내셔널 투어가 대구에서 먼저 시작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할 것이다.대구는 아시아 최고의 뮤지컬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 및 뮤지컬 극장 관련 전문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까지 계획 중에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DIMF는 더욱 번성하여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와 같은 세계적인 축제가 될 것이고 뮤지컬 전용 극장에서 DIMF 개막작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뮤지컬 투란도트에는 칼라프가 첫눈에 반한 투란도트에게 "나 그대의 사랑에 도전하겠소!"라며 수수께끼의 벽에 칼을 꽂는 장면이 나온다. 공주 투란도트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왕자가 외치는 사랑의 대사를 들으면 세계적인 축제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DIMF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번 축제 기간 대구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DIMF의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해 보길 권한다.

2019-06-18 10:20:32

과영양대사와 비만이 고양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주원인이다. (사진출처: twocrazycatladies.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도 살찌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길고양이에 비해 집고양이의 비만 경향은 월등히 높다.살찐 고양이를 돌보는 보호자들은 고양이가 많이 먹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상담 후 식사량을 줄였음에도 고양이 체중은 쉽게 줄지 않는다. 그 이유는 중성화 때문에 고양이 성격이 순해진 탓도 있지만 보호자가 제공하는 사료 열량에 비해 고양이가 활동하며 소모시키는 열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살찐 고양이일수록 수면시간은 길며 움직임이 적어져 식사량의 감량 만으로 체중 감량이 어렵다.본원에 내원하는 고양이 중 과영양대사라 할 수 있는 고양이는 전체의 70% 정도다. 이 중 비만고양이는 30% 정도다. 열 마리 중 세 마리가 비만인 셈이다.잘 먹이려는 보호자의 사랑이 고양이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집고양이의 2%에서 당뇨병이 발병하며 이는 과영양 공급과 관련이 깊다.몸무게가 6.4kg인 고양이 구름이(4·코리안 숏 헤어)가 내원했다. 최근 살이 빠지고 무기력해졌으며 평상시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량이 많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 혈당 수치가 400 이상인 심각한 당뇨병을 앓고 있었다. 심각한 고혈당이 지속되면 장기가 손상되고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나며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구름이는 입원 후 시간 당 혈당 수치를 체크하며 인슐린 투약량과 하루 사료 급여량을 처방받았다. 보호자가 처방을 잘 따라준 덕분에 4개월 후에는 약물 투약 없이도 건강하게 혈당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양이 당뇨병의 원인은 과영양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사람의 제2형 당뇨병의 발병 기전과 유사하다. 인슐린이 분비됨에도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져 고혈당이 조절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고양이 당뇨병은 적절한 인슐린 투약 조절과 식사량 조절을 통해 완치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고양이 당뇨병의 주 증상은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다. 질병이 진행될수록 무기력해지고, 구토, 식욕 부진,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케톤산증(Diabetic Ketoacidosis), 신부전(Diabetic nephropathy), 신경병증(Diabetic neuropathy), 지방간증(Feline hepatic lipidosis), 위장염을 비롯하여 전신 장기에 염증을 초래하는 합병증이 발병할 수도 있다.고양이 당뇨병은 혈액검사를 통해 Glucose와 fructosamide 수치를 확인해 진단한다. 일차 고혈당이 확인되었다면 12시간 절식 후 재차 내원하여 검사를 받아야 한다.당뇨병에 걸린 고양이는 입원하여 시간대별 혈당 수치를 체크하며 인슐린 투약량과 식사량을 결정한다. 가정에서는 정해진 인슐린 약물을 정해진 시간에 투약하고 식사량을 잘 지켜야 한다. 검사를 통해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인슐린 투약량을 줄이며 최종적으로 인슐린을 투약하지 않고서도 혈당이 유지된다면 완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양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간식을 주기 보다는 즐겁게 놀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비만과 고양이 당뇨병 예방을 위한 현명한 선택임을 명심하자.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6-18 09:58:08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세월의 흔적](27) 냉면

날씨가 더워지자 냉면집이 부산하다. 냉면은 대구의 전래음식이 아니다. 대구에는 얼큰한 국물이 있는 탕반음식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생활 방편으로 가게를 열고 냉면을 팔기 시작하였다.그 시절 서문시장 주변에는 피란민들이 꾸려나가던 음식점이 많이 있었다. 그 가운데 냉면집도 더러 있었는데, 강산면옥․황해집․남포집․사리원집․대동면옥 같은 가게들의 인기가 대단했었다.그 사람들은 음식 솜씨가 뛰어났다. 뿐만 아니라 경상도 사람들보다 친절하고 사업 수완도 좋았다. 거기다 국말이밥 말고는 먹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서 냉면은 단연코 인기가 높았다.그런가 하면 당시 인기가 높았던 불고기와도 음식 궁합이 잘 맞아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여름철 별미로 냉면만한 게 없다.냉면은 평안도․함경도․황해도 같은 이북지역이 본고장이다. 평양의 냉면은 1910년대부터 '평양조선인면옥조합'이 생길 정도로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평양뿐 아니라 평안도 전체가 '냉면의 나라'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일상 음식이었다. 또한 그것은 겨울철에 즐겨 먹던 시절 음식이었고, 살얼음이 뜬 동치미 국물에다 메밀면을 말아 먹는 것을 최고의 맛으로 꼽았다. 그런가 하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꿩고기를 이용한 고기 육수에 말아낸 냉면도 있었다.함경도에서는 감자나 고구마로 만든 전분 국수가 대중적인 음식이었다. 감자 전분 면발에 식초로 삭힌 가자미회를 얹고 고춧가루나 마늘로 양념을 한 '회국수'는 훨씬 뒷날에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흥남지역에서 회국수를 많이 먹었으나 오늘날 북한에서는 국물이 없는 회국수보다 국물이 있는 '감자농마국수'를 더 즐겨 먹는다.황해도에서는 해주와 사리원이 냉면의 중심지였다. 다 같은 물냉면이라도 황해도 냉면은 평안도 것보다 면발이 굵다. 또한 돼지고기 육수를 많이 사용해 진한 고기 맛을 기본으로 하면서 간장과 설탕을 넣어 단맛이 난다. 사리원의 냉면 가게들은 '면옥노동조합'을 결성할 정도로 크게 번창했었다.나는 동문동에 있는 한 냉면 전문음식점에 단골로 드나들고 있다. 그 집은 구한말부터 평양에서 냉면 가게를 하면서 제분소까지 운영하던 큰 규모의 사업가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피란을 내려와 생계 수단으로 부산에서 가게를 시작하였다.1960년대에 들어서 부인이 대구로 올라와 가게를 차렸다. 그 뒤 부산의 가게보다 대구의 가게가 더 잘되자 부산의 가게는 문을 닫고 대구의 가게와 합쳤다. 냉면 맛이 좋기로 소문났다. 메밀로 만든 냉면인데 면발이 쫄깃쫄깃하고 담박하다. 육수 또한 특이하다. 사골, 잡뼈, 인삼 같은 재료를 하루 동안 푹 우려서 만드는 뜨거운 육수가 일품이다.

2019-06-17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易地思之(역지사지):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처지를 바꿔서(易地) 생각하라(思之)는 의미다. 인의(仁義)로 세상을 다스려야 한다는 '맹자'(孟子)의 이루(離婁) 편 상(上)에 나오는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처지가 바뀌어도 그리 할 것이다)에서 온 말이다.중국 하나라의 시조 우(禹) 임금과, 농사의 신 후직(後稷)은 태평성대에 세 번이나 자기 집 앞을 지나면서도 집에 들르지 않았다. 공자는 그들을 어질다 했다. 공자의 수제자 안회(顔回)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 소쿠리 밥과 한 바가지 물로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겼다. 공자는 안회가 어질다 했다.맹자가 말했다 "우와 후직과 안회는 모두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다. 우 임금은 물에 빠진 이가 있으면 자기가 물에 빠진 것처럼 여겼고(禹思天下有溺者 由己溺之也), 후직은 천하에 굶주리는 자가 있으면 자기가 배곯는 것처럼 생각했다(稷思天下有飢者 由己飢之也). 그래서 이들을 구제하기에 급급했다(是以如是其急也). 우와 후직과 안회는 서로 처지가 바뀌었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했을 것이다(禹稷顔子易地則皆然)." 안회가 태평세월에 살았다면 우와 후직처럼 행동하고, 우와 후직이 난세(亂世)에 살았다면 안회처럼 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역지즉개연'이라 했다. 이 표현에서 훗날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만들어졌다.역지사지는 삶의 모든 관계에 적용된다. 사람의 입장은 모두 같지 않다. 당파 간 경쟁이 극에 달한 것 같다. 서로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소통이 되지 않을까. 맹자는 '이루' 편에서 "남을 예우해도 답이 없으면 자기의 공경하는 태도를 반성하고(禮人不答反其敬),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을 돌아보고(愛人不親反其仁),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반성하라(治人不治反其智)"고 했다. 아집(我執)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려야 한다는 지혜를 이른 말이다.

2019-06-17 18:0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결혼이민여성에게 감사를

지난 4월 말의 일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결혼이민여성 중의 한 분이 갑작스럽게 문자를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은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다. 아무래도 아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아들의 적성이나 관심 분야를 묻고 학년에 맞는 책들을 소개해 주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있는 동안, 언제나 그렇듯이 밝고 당당한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아 명랑한 기운을 전해준다.이 사람은 구미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여성이다. 필자와 함께 베트남 봉사 활동도 여러 차례 갔었고, 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이 베트남의 대학들과 학술교류협정을 맺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더욱이 그녀와 베트남 여행을 가게 되면, 패키지 여행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베트남의 일반 가정집이나 현지인들만 잘 아는 유명한 관광지도 가볼 수 있게 된다. 그녀는 베트남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정말 훌륭한 여행 가이드이다.필자의 대학에도 결혼이민여성이 근무하고 있다. 이 여성은 중국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필자는 2010년 무렵, 이 여성을 대구시교육청의 다문화강사 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처음 만났다. 웬만한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정 업무도 잘하고, 게다가 중국어 통번역에도 뛰어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캠프나 지원 사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다.몇 년 전, 중국의 자매대학 행사에 초청을 받았을 때, 이 여성과 함께 가면서 너무나 큰 도움을 받았다. 양 대학 총장 간의 대화를 통역하는 일은 물론, 교통편에 대해서도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하여 우리 일행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안내하였다. 그리고 작년 말, 필자가 대만 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발표 원고를 중국어로 번역해 주었고, 최근 2년 동안은 주말마다 격주로 진행되는 글로벌 브릿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혼자서 전체 실무를 담당하기도 하였다.우리 지역에는 이러한 결혼이민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필자와 함께 해외 모국봉사활동을 다녔던 많은 결혼이민여성들, 그리고 다문화강사, 이중언어 강사 양성 과정에서 만났던 많은 결혼이민여성들, 글로벌 브릿지 사업이나 여타 각종 자녀교육 사업에서 만났던 결혼이민여성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잊지 않고 연락하고 안부를 묻는 많은 결혼이민여성들은 필자에게 너무나 소중한 이웃이자 언제나 감사를 표해야 할 사람들이다.사실 필자가 우리 지역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유독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바로 이들이 자신의 삶에 기반을 둔 실질적인 조언과 지원을 한다는 점 때문이다. 처음 다문화교육 사업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여느 사람들처럼 다양한 이론 서적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족한 현장 이해의 한계를 느낄 무렵,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연락하여 다문화가정을 위해 진정 필요한 정책이나 사업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알려주었다.이들은 때론 자신들의 정기모임에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때론 지방자치단체 지원 사업에 필요한 인원을 독려하여 결혼이민여성들이 최대한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이들 중에는 유독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있어 필자도, 또 우리 사회도 더 큰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이들은 때론 자신들의 정기모임에 불러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때론 지자체 지원 사업에 필요한 인원을 독려하여 결혼이민여성들이 최대한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특히 이들 중에는 유독 당당함과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생활하는 여성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있어 필자도, 또 우리 사회도 더 큰 힘을 얻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2019-06-17 18:00:00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지금 당신은 기분이 어떠신가요?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 하고 자퇴할 위기에 있는 학생들과 5회기 사이코드라마 집단치료를 진행했다. 마지막 시간에 "지금 기분이 어때?" 하고 물었더니 주인공을 한 수인(가명, 고1)이가 되물었다. "선생님 기분이 뭐예요?" 하고.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수인이는 사물과 자연과 잘 교감하며 영민함이 있는 아이였는데, '기분'이라는 말을 모르다니!지난 회기마다 기분을 물었을 때 "잘 모르겠어요" "그저 그래요" 했었다. 신체 움직임이 적고, 긴 체육복을 입고 담요를 들고 있고, 다른 친구와의 접촉을 꺼리는 것으로 봐서, 솔직한 기분을 말하고 싶지 않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었다. 그건 오해였다. 그보다는 기분이라는 말이 뭔지 몰랐던 것이다.기분은 나를 둘러싼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직관적으로 일어나는 내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좋고 나쁜 기운이다. 심리학에서는 감정, 정서, 느낌이라는 말을 쓴다. 기분을 잘 알아차리는 것은 의식이 깨어 있음과 관련이 있다. 수인이는 살아오면서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에 대해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기분이나 감정을 강하게 느끼기도 하고, 서로를 통해서 표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관계 맺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정서가 풍부해지고 자기 기분을 잘 알아차리고 표현을 잘하게 된다. 관계 맺기를 잘한다는 것은 처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으로 타인과 만나는 것을 말한다.내가 진실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수만큼 나를 비춰볼 거울이 많다는 것이다. 또 내가 속을 드러내는 깊이만큼 배움도 깊어진다. 수인이가 편안한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과 동물이었다. 수인이의 거울은 자연과 동물인 셈이다. 그래서 인간적인 자신의 기분에 대해 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2019-06-17 18:00:00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나무와 창의성] 7월의 나무: 멀구슬나무

공평무사(公平無私)는 사람 관계는 물론 모든 조직의 경영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자의 핵심 사상인 충(忠)과 서(恕)도 공평해야 가능하다.충은 자신의 마음을 다하는 것이고, 서는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서 다른 자에게 미치는 것이다. 충서를 하면 남 보기를 자신처럼 보기 때문에 공평할 수밖에 없다. 중국 당 태종은 중국 왕조에서 공평한 정치가로 유명하다.태종이 위징, 방현령, 두여회, 왕규 등과 나눈 얘기를 엮은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이후 왕조의 제왕서로 각광을 받았다. '정관정요 권5 공평(公平)편'에서 "옛날 제갈공명은 소국의 재상이었는데도 '나의 마음은 저울과 같아서 사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더구나 지금 대국을 다스리고 있는 나의 경우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라고 말할 만큼 태종은 공평을 국정의 철학으로 삼았다.공평과 공정은 사사로운 욕심을 없애야만 가능하다. 사사로운 욕심을 없애야만 인간의 본성이 세상에 드러나고, 본성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정치를 해야만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성리학에서는 사사로운 욕망을 걷어내면 누구든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사로운 욕망을 걷어내는 과정이 곧 공부다. '회남자 시칙 7월편'에 멀구슬나무와 함께 공평을 언급하고 있다.입추가 드는 날에 천자는 삼공·구경·대부들을 거느리고 서쪽 교외에서 가을을 맞는다. 돌아와서는 조정에서 병사와 무사들에게 상을 내린다. 그리고 장수에게 명령해서 군졸을 선발하고 병장기를 갈게 하며, 뛰어난 병사를 뽑아 훈련시키고 공을 세울 수 있는 자에게 임무를 맡긴다.그리해서 불의한 나라를 정벌하고 거만한 자를 잡아 죽여 천하를 복종케 한다. 관리에게 명령해서 법 제도를 정비하고 감옥을 수리하게 해서 간사한 자를 잡아 가두고, 재판을 신중히 해서 송사를 공평하게 한다. 이 시기에는 천지가 살기를 펴는 때이므로 만물은 더 이상 자랄 수 없다.멀구슬나뭇과의 갈잎큰키나무 멀구슬나무는 주로 제주도와 전남 등 난대림 지역에서 자란다. 멀구슬나무는 열매 속의 딱딱한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었기 때문에 '목구슬나무'라 불렀다. 멀구슬나무는 바로 목구슬나무에서 유래했다.이 나무의 한자는 연(楝) 혹은 고련(苦楝)이다. 북한에서 이 나무의 이름을 고련수(苦楝樹)라 부른다. 나는 멀구슬나무를 전남 송광사 우화각(羽化閣)과 중국 복건성 무이산에서 만났다. 이 나무는 예부터 줄기는 구충제나 피부병 치료제로, 잎은 화장실에 넣어 구더기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즙은 살충제로 썼다.또 인도에서는 멀구슬나무의 작은 가지를 칫솔로 사용했다. 이 나무의 가지가 치석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멀구슬나무의 꽃은 가지 끝의 잎겨드랑이에서 핀다. 잎 위에서 피는 연보라색의 멀구슬나무 꽃이 바람에 흔들리면 메마른 마음이 한없이 흔들린다.중국 당송팔대가 중 한 사람인 북송시대 왕안석(王安石, 1021-1086)의 '종산만보(鍾山晩步)'에서 멀구슬나무의 꽃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작은 비 가벼운 바람에 멀구슬나무 꽃 떨어지니(小雨輕風落楝花)/가느다란 붉은 꽃이 눈처럼 평평한 모래에 수놓네(細紅如雪點平沙).세계 최초의 종합 농서인 중국 북위시대 가사협의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따르면, 이 나무는 빨리 자라는 속성수이기 때문에 5년 정도면 큰 서까래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민가에서 많이 심었다. 중국 강소성의 '무석현지(無錫縣志)'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호랑이가 나타나 어린아이들이 낮에도 밖에 나갈 수 없었다.그래서 이 마을 사람들은 멀구슬나무를 엮어 성을 쌓아 호랑이의 출현을 막았다. 이곳 사람들은 성의 이름을 '멀구슬나무성', 즉 '연성(楝城)'이라 불렀다. 그 이후 마을에는 대문을 열어놔도 호랑이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처럼 멀구슬나무는 사사로운 욕망이나 우환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서 공평하게 살도록 하는 수호신이다.

2019-06-17 18:00:00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 교수

[세계의 창] 스페인 문화를 만드는 디자인의 힘

스페인 빌바오(Bilbao)는 유럽의 철강, 화학, 조선 산업, 무역의 중심이었으나 1980년대 경제 불황을 맞으면서 쇠락하기 시작하였다. 지역의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자 빌바오시는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쇠락한 도시를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다. 스테인리스가 춤추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기 위해 한 해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도시를 찾으면서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스페인의 디자인은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가우디의 성가족성당과 같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스페인 사람들의 생활 속에도 스며들어 있다. 문화가 주도하는 도시의 공공디자인에서도, 또 일상의 생활용품 디자인에서도 사람에 대한 배려가 묻어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처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스페인 문화가 담겨 있고, 강렬한 색상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일상 속에 함께하는 것이 특징이다.음식 문화에도 디자인을 입혔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막대 사탕 츄파춥스 로고를, 디자이너 마누엘 에스트라다는 후추통의 이미지를 디자인했다. 스페인 와인 레이블과 병 모양 디자인은 독특하면서도 아름답기까지 하다.영화배우 페넬로페 크루스와 축구 선수 박지성 같은 유명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와인으로 잉크를 만들어 레이블 작업을 한다거나, 여러 병의 그림이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그림이 되기도 한다. 병이 갖고 싶어 와인을 사게 할 만큼 와인 품질은 물론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감으로써 와인 소비뿐만 아니라 와이너리를 찾는 관광객의 수도 늘었다.음식과 결합한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감각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주방용품에서도 볼 수 있다. 팔레트 모양의 개인용 스탠딩 뷔페 접시, 음식이 묻은 채 식탁에 놓아도 바닥에 닿지 않아 위생적인 포크와 스푼, 식재료를 분쇄하는 데 쓰는 핸드믹서기도 스페인에서 탄생했다. 주방용품 디자인은 음식을 예술로 만들어 스페인을 미식의 나라로 알려지게 하였고, 또 스페인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식품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음식과 디자인의 상호 영향은 전통시장을 살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전통시장이라는 본래의 공간적기능적 원형은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디자인 요소를 도입한 것인데,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전통시장의 기능에 주차장과 음식점 등 편의시설을 추가하여 관광객 유치에도 나섰다. 이제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유명한 전채요리 타파스(tapas)를 맛보기 위해 레스토랑보다 전통시장을 먼저 떠올릴 만큼 시장은 가고 싶은 곳이 됐다. 1800년대 중반 문을 연 마드리드의 산미겔(San Miguel) 시장은 2009년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하여 다시 문을 열었는데 기둥, 철재 골조는 그대로 남기고 사면을 외벽 통유리로 마감해 안쪽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했다. 마드리드시가 이 건물을 유적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을 만큼 건축적 가치를 보존하였고, 연간 400만 명 이상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2008년 경제 위기 이후에는 의류, 음료수, 핸드폰, 침구류 등과 같은 일반 소비 제품에 젊은 디자이너의 작품을 삽입하여 시장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라이선싱 판매 수입뿐만 아니라 생산 기업의 매출 확대로 이어졌다. 한국의 한 화장품 회사가 스페인에 진출하면서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화장품 용기에 프리다 칼로의 그림을 삽입하였을 만큼 스페인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디자인 혁신을 강조하며 세계 패스트 패션을 주도하는 패션기업 인디텍스도 스페인 기업이다. 이렇듯 스페인의 독창적인 디자인은 경제 불황을 녹이는 원동력이었다.

2019-06-17 11:28:06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폰을 든 유목민

월요병을 견디며 출근하니 '어디일까요'라며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비오는 한적한 바닷가를 배경으로 커피 한 잔이 놓여있는 감성 사진이었다. 친구가 딸이랑 둘이 무작정 떠난 첫 여행의 기록물이었다. 전업주부로 '나'보다는 '가정'을 위해 살아 온 친구가 얼마나 행복했을지 느껴졌다.여행이라는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한다. 지난 주에는 징검다리 연휴에 맞춰 사무처 직원들과 사진작가 두 분과의 번개여행이 이뤄졌다. '어디로'보다는 '누구와'가 더 중요한 조건이라면 감사한 4일간이었다. 서로가 배려해 누구하나 투덜대는 일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좋은 곳에서 자고 인증샷을 찍고 알뜰소비라는 위안으로 꽉꽉 가방을 채웠던 나의 여행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지난 달 도용복 오지탐험가의 강연을 들은 이후 여행에 대한 정의를 다시 갖게 됐다. 130여 개국을 다니며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수첩과 카메라, 여벌 옷 하나만으로 단촐한 가방을 꾸린다는 말씀에 뜨끔했었다. 비록 이번에도 큰 가방은 포기하지 못했지만 낯선 길을 걷고 이동하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증명해댔다.여행은 폐쇄적인 나를 열어 준다. 필자는 겁쟁이 쫄보라 혼자 잘 다니지도 못한다. 게다가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서 왔던 곳도 잘 못 찾는 길치다. 하지만 튼튼한 다리와 구글 지도가 있으니 '까이꺼' 못 할 것도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 길이 내 길인가. 아니면 돌아가면 된다는 너그러움과 용기도 마법처럼 생겨난다.잘 짜여진 일정대로 관광지를 돌아보는 여행도 나쁘지는 않지만 불확실하고 낯선 환경 속에서 점점 적응해 가는 나를 발견하는 것은 더 큰 매력이다. 집 떠나면 고생을 체험하는 게 여행이라지 않았나. 나는 왜 살며 어떻게, 어디로 향해 가는가하는 인문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덤으로.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누워 폰을 보는 걸로 휴식을 취한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라며. 대부분은 정작 시간과 돈이 있어도 안 할 확률이 많다. 그때는 또 다른 일을 해야 하며 다른 데 또 돈 쓸 일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든 국외든, 기간이 길든 짧든지를 떠나서 일단은 떠나보라고 부추기고 싶다.일찍이 프랑스의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도시를 이동하며 자유를 누리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라는 단어로 신 인류의 출현을 예고했었다. 디지털 노마드는 기존의 유목민처럼 도시를 이동해가며 일과 레저를 함께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여행으로 자신을 리셋해 보자. 무릎연골이 다 할 때까지. 나 또한 양 떼 대신 폰을 들고 계속해서 낯선 길을 걸을 참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17 10:50:39

김은총 미국 에모리대학 신학대학원 입학예정

[기고]하양무학로교회가 보여준 어우러짐

신학생으로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지원 에세이에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가 'Pluralism'이다. 미국 신학교의 주된 연구 주제 중 하나인 Pluralism, 즉 종교 다원주의라는 말을 듣고 그에 대한 나의 지식과 관심을 피력하기 위해 '타 종교에 대한 개방성' '수용적 태도' 따위의 말들로 에세이를 구성했다. 그러나 종교 다원주의를 이야기하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상상해 보거나 경험해 본 적은 없었다.지난달 26일 하양무학로교회 성전 봉헌 감사예배에서 여러 종교의 공존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었다. 스님과 신부와 수녀, 지역 유림계 원로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한데 모여 개신교식의 예배를 드렸다. 예배에 함께하는 이들의 표정에서 어색함과 불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종교 화합을 선전하기 위한 의례적인 '참석'이 아닌,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이러한 '어우러짐'에는 새롭게 건축된 교회 건물의 역할이 컸다. 승효상 '대한민국 대표 건축가'의 설계로 지은 새로운 교회는 시골 마을의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모습이었다. 교회를 나타내는 두드러진 상징물이 없기에 다른 종교인들이 그 공간에 있어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승효상 건축가는 설계 의도를 설명하며 "지극히 검박하고 단순할수록 교회 본질에 다가간다"고 말했다. 모두가 화합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목회자의 의도와 단순성을 추구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제대로 들어맞은 것이다.하양무학로교회는 역설적으로 최근 우리 사회에 어우러짐의 풍경이 부족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보지 못했기에, 이날 예배에서 마주한 풍경이 너무나 생경하면서도 참석한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감동을 주었다.비단 종교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와 타인을 구별 짓는다. 다른 종교라는 이유로 배척하고, 취향, 경제력, 지식 수준 등 무수히 많은 기준으로 나와 타인 사이의 경계를 세우고 있다. 이렇게 구별 짓는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계급이 생겨나기도 하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사라졌다.어우러지면 정체성이 사라질까 두려워한다. 기독교인은 불교인과 만나면 기독교 신앙을 잃을까 걱정한다. 물론 그럴듯한 두려움이다. 특히 종교 간에는 분명 구분이 있다. 각자가 믿는 신도, 추구하는 진리도 다르다.하지만 지금껏 각자의 정체성을 사수하고자 노력해 왔으니, 조금 어우러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불교이건 기독교이건 유교이건 구애받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경험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이 경험이 함께하는 가운데 각자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길을 찾기 위한 하나의 단계가 될 것이다.하양무학로교회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하면서도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날의 이미지는 앞으로 있을 긴 유학생활 동안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원주의라는 미국의 흐름에 주체성이 결여된 채로 바삐 쫓기기보다, 그날의 구체적인 풍경을 떠올리며 한국 사회의 미래를 고민하고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그냥 한자리에 모여 모두가 편할 수 있는 것, 거기서 사회 통합과 화합이라는 거창한 목표가 실현된다. 하양무학로교회가 보여준 어우러짐의 풍경이 종교의 영역을 넘어 사회로 확장되길 기대한다.

2019-06-17 10:18:18

수필가 곽흥렬

[기고] 명심보감로를 아십니까

어떤 발견이든 발견은 늘 우연한 기회에 찾아오는가 보다. 이날도 그랬다. 화원 명곡지구 아파트 단지에 면한 오솔길로 산책을 나선 걸음이었다. 초입에 들어서자 '명심보감로'라 적힌 안내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이 산길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였던 '명심보감'과 무슨 연관이 있기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여간 의아심이 들지 않았다. 안내문에는 여말 충렬왕 때 문신인 추적 선생이 중국 원말 명초 시절 학자인 법립본이 편찬한 원본을 참고해 증보판으로 펴낸 책이라 기록되어 있었다. '마음을 밝히는 보배로운 거울 같은 책', 이 훌륭한 수신서를 우리 지방 옛 어른이 지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생각하며 생각한 만큼 누릴 수 있다 했던가. 지금 산책하려는 이 길이 어찌하여 명심보감로란 이름을 얻게 됐는지 그 까닭을 까마득히 몰랐으니 순전히 내 무지의 소치였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내친걸음에 보물찾기하는 마음으로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가보면 분명히 의문을 풀 정보를 만날 수 있으리라.산자락으로 들어서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노라니 군데군데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명심보감 구절을 새기고 한글로 뜻풀이까지 곁들여 놓았다. 그중 두 구절만 옮겨본다."黃金滿籝(황금만영)이 不如敎子一經(불여교자일경)이요 賜子千金(사자천금)이 不如敎子一藝(불여교자일예)라"-황금이 상자에 가득해도 자식에게 경서 한 권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고,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주는 것이 기술 한 가지 가르치는 것만 같지 못하다. "薄施厚望者(박시후망자)는 不報(불보)하고 貴而忘賤者(귀이망천자)는 不久(불구)니라"-조금 베풀고 크게 바라는 사람에게는 보답이 없고, 몸이 귀하게 되어 천했던 때를 잊는 자는 오래 가지 못한다.하나같이 가슴에 고이 간직해 두고서 새기고 되새길 만한 귀한 글귀들이, 혼자서 나선 산책길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그렇게 한 시간쯤 걸었을까. 마침내 인흥서원에 이르렀다. 남평 문씨 세거지만 몇 차례 갈 기회가 있었을 뿐, 거기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자리한 인흥서원을 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여태껏 명심보감이 무슨 내용을 담아놓은 책이라는 것 정도만 알았지 언제 누가 지었는지는 까마득히 몰랐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이 귀한 책을 지은 사람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제학을 지낸 추적이며 그 어른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 인흥서원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추적 선생은 고려 후기 성리학자인 안향 선생과 함께 이 땅에 유학을 정착시키고 동방예의지국의 기틀을 다진 선비로 추앙받고 있다. 명심보감은 여말 선초 이후 가정과 서당에서 아동교육의 기본 교재로 널리 쓰였으며, 수백 년간 즐겨 읽히면서 우리의 정신적 가치관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했으니 얼마나 값진 책인가. 나는 이 책이 우리 지방 출신의 유학자에 의해 지어졌고 그래서 명심보감과 얽혀 있는 인흥서원과 명심보감로를 세상에 널리 알려 뜻있는 이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느낀다. 여태 몰랐던 사실 하나를 깨닫고 돌아오는 길, 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진다.

2019-06-16 14:58:24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 대표

[이른 아침에] 짝퉁 '컬러풀 대구'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짝퉁 '컬러풀 대구'라니?" "그것도 대구시가 주최하는 행사에!" 그게 지난 5월 1일이었다. '2019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을 광고하는 신문 지면 한가운데에 색상이 제멋대로 바뀐 '컬러풀 대구' 엉터리 로고 마크가 버젓이 찍혀 있었다. 무심코 신문을 넘기다 뭔가 엉성하고 조악한 느낌이 들어 다시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순간, 멍해졌다. 그건 분명 유사 상표와 다를 게 없었다. 의법 처리되어야 할 사안이었고 신고를 할까 하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나 마나 단순 실수였을 텐데 너무 요란을 떠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았고 어차피 또 일어날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서였다.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말이지 그 짝퉁을 다시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11일, 그 엉터리 로고 마크가 이번엔 광고가 아니라 뉴스로 등장했다. 「'컬러풀 대구' 디자인 색상 2개만 바꾸기로」라는 헤드라인 아래, 무려 '도시 브랜드 개선안'이라는 신분으로 기존안과 나란히 실렸다. 충격이 지난번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지난 5월 함부로 등장했던 그 짝퉁 '컬러풀 대구'는 실수도 착오도 아니었다. 대구시가 작정하고 내놓은 도시 브랜드 '컬러풀 대구'의 리뉴얼 버전이었던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도저히 리뉴얼이라 할 수 없는, 단순한 브랜드 사용 규정 위반 행위로 보일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바뀐 도시 브랜드를, 즉 바뀐 대구의 상징을 개정에 관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공표도 없이 세상에 먼저 내놓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건 일종의 불법행위였다. 얼얼한 뒤통수를 만져가며 찾아본 관련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하나, 대구시는 지난 2015년부터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개발하겠다며 3억5천200만원을 썼다. 둘, 그 과정에 5차례의 시민토론회 등을 열었고 170여 개의 안을 도출했으며 '핫플레이스 대구'(Hotplace DAEGU) 등으로 후보군을 압축했다. 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보니 새롭게 제시된 브랜드보다 기존의 '컬러풀 대구'가 훨씬 더 좋다는 결과가 나왔다. 넷, 결국 대구시는 기존의 브랜드 디자인에 일부 색상만 변경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다섯, 변경 내용은 5개의 동그라미 중 검정과 분홍을 빨강과 보라로 바꾸는 것이고 그 이유는 빨강과 보라가 열정과 창의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시민과 함께한 개발 과정 그 자체도 의미가 있다는 대구시의 설명과 3억5천만원을 들여 동그라미 색깔 2개를 바꾼 건 예산 낭비라는 일각의 지적을 덧붙였다.다시 이걸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가운데 있는 까만 동그라미는 그림이 아니라 문자다. 즉 대구시는 동그라미 2개를 바꾼 게 아니라 'Colorful'에서 첫 번째 알파벳 'o'를 없애 버린 것이다. 브랜드는 유기체다. 작은 점 하나, 0.1㎜의 간격에도 존재의 이유와 고유한 기능이 있다.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짝퉁 '컬러풀 대구'는 기존 브랜드를 무지막지하게 부러뜨렸다. 그래서 'Colorful' 대구가 'C'와 'lorful' 대구가 되었다. 중심이 무너진 것이다. 둘, 빨간색 원으로 열정을 표현했다니? 그런 식이면 아마 세상의 모든 브랜드는 거의 다 똑같아질 것이다. 셋, 시민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 시민의 기호와 동떨어지게 나온 건 모순이다. 그건 그걸 만든 시민모임이 시민을 대의(代議)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사실, 브랜드를 비전문가가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게다가 그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적도 없다. 새로운 슬로건을 만드는 시도를 했을 뿐이다. 넷, 성과가 있든 없든 브랜드위원회가 무려 4년 가까이 활동했으니 3억5천만원은 쓸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 브랜드 개발 취지의 순수함도 믿는다. 문제는 이게 통과된 다음이다. 돈을 들여 '컬러풀 대구'를 하나씩 파괴하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행될 것이다. 양쪽으로 뚝 부러진 짝퉁 'Colorful DAEGU'가 대구의 상징이 될 판이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당장 멈춰야 한다.

2019-06-16 14:51:12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지역문화와 생활문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조건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SNS와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는 개인의 일상을 더 이상 개별적인 수준으로 남겨 두지 않는다. 사회의 모든 단면을 모두 접하게 되면서 대중들은 자신의 일상을 구성하는 계기나 동기를 발견하는 훈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생활단위의 실제적인 삶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여전히 우리 삶과 관련한 많은 영역이 생활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특히 아동과 노인 등 직접적인 복지제도와 개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은 생활단위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는 중요한 지점에 위치한다.바야흐로 '지방 소멸' 담론이 회자되는 시대에 지역문화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지역문화는 지역을 왜곡시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라는 단어는 '경제 프레임'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적 효과 등 산업의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지역문화는 가장 객관적으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생활환경, 기타 자원 등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다. 물론 지역의 토착 권력과 같은 왜곡된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프레임 차원에서는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그다음으로 지역문화야말로 무너져 가는 지역사회와 지역경제 등 모든 것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관점을 제공한다. 지역 붕괴에 이르는 작금의 현실은 우리의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분절적이고 개별적으로 바라보면서 생겨난 결과이기도 하다.그렇다면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그중 하나로 생활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생활문화는 말 그대로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현재 정책 용어로는 '생활문화'가 통용되고 있으나, 보는 관점에 따라 생활문화와 생활예술 등 용어가 혼용되기도 한다. 핵심은 자신의 일상적인 삶과 문화(예술)를 연결 지을 수 있는 개념이 바로 '생활문화'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 차원에서 생활문화를 어떻게 구성하고, 담아내고, 풀어내는가에 따라 지역문화의 지형도가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생활체육과 독서동아리 활동을 포함한 생활문화 영역은 모든 세대를 아우를 뿐만 아니라 그 영역이 앞으로 더 확장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바라볼 지점이다.생활문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개인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역문화는 특정 권력과 개인에 의해 좌우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율적인 주민활동 영역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문화 정책 또한 생활문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이때 두 가지 정도 고민해야 한다. 하나는 생활문화가 동아리 중심으로 활동하다 보니 자신들의 활동을 펼쳐 보일 수 있는 무대나 공간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개별적인 민원이 아니라 지역문화 정책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생활문화가 장르나 분야에 따른 구분이 명확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별적인 활동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장르와 분야 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이들이 함께 만나는 장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러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광역과 기초 지자체에서의 생활문화 관련 조례 제정 또한 시급하다.생활문화 활성화가 지역문화를 바꾸고 지역사회를 살리는 데 기여할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방적인 문화예술 진흥 정책이 아니라 구체적인 일상으로부터 출발하는 문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의 문화 정책뿐만 아니라 기초 지자체 차원의 문화 정책이 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는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복제하고 확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만들어가는 과정 그 자체이다. 이 부분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면 지역문화를 통한 지역사회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것이지만, 이를 간과하게 되면 지역사회와 지역문화는 더 이상 미래를 꿈꿀 수 없을 것이다.

2019-06-13 11:32:05

다방의 푸른 꿈 광고(동아일보, 1939. 10. 27)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다방에서 꾸는 꿈

언제부터인가 다방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다방은 도시 변두리 후미진 지역이나 시골 직행 버스 정류장 근처에 초라한 팻말을 걸고 자리해있을 뿐이다. 어쩌다 '다방'이라는 팻말을 발견하고는 그리운 마음에 다가가서 출입문을 열려고 하다가도 쇠락하고, 음울한 외관에 그냥 손을 내리게 된다. 시화전이라거나, 음악 감상회가 이미 역사적 유물이 되어버린 시대, 그들과 함께 한시대의 문화를 이끌었던 다방이 명맥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대중 찻집으로서 '다방'이 처음 등장한 것은 대략 1920년대, 일제강점기 때이다. 이후 일제강점기가 끝날 때까지 다방은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모여 문화를 이야기하는 최고의 모던한 공간이었다. 문제는 '돈'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문학과 철학을 논하기 위해서는 최소, 커피 한 잔을 마실 돈, 10전이 필요했다. 1930년 초반 일반 여자 사무원의 하루 임금이 60전 정도였으니 결코 싼 가격은 아니었다.특히나 다방이 일반화되던 1930년대를 넘어서면서 세계적 경제대공황의 여파로 식민지 조선 청년들은 취업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다. 여기에 만주침략을 시작으로 일제가 중국과의 전쟁에 들어가는 통에 경제는 더욱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만 어려워진 것이 아니었다. 일본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서 목숨까지 내놓아야하는 상황이 조선청년들에게 몰아닥쳤다. 꿈조차 꿀 수 없을 정도로 우울한 시절이 계속되었다. 갈 곳 없는 청년들이 다방으로 모여들었다.가수 이난영이 부른 '다방의 푸른 꿈'(1939)은 바로 이런 식민지 청년들의 우울한 삶을 담고 있다. '내뿜는 담기 연기 끝에/흐미한 옛 추억이 보인다./고요한 찻집에서/커피를 마시며/가만히 부른다./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부르누나./흘러간 꿈은 찾을 길 없어/연기를 따라 헤매는 마음/사랑은 가고/추억은 남아/블루스에 나는 운다.' 블루스 음률과 퇴폐적 가사, 이난영의 코에 약간 걸린 듯한 목소리를 통해서 1930년대 다방의 우울한 풍경이 전해져 온다.1930년대 조선의 젊은이들은 그들 인생의 푸른 꿈을 아이러니컬하게도 다방 구석에 앉아서 꾸고 있었다. 일할 직장도, 꿀 꿈도 없었던 가난한 식민지 조선 청년들에게 다방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커피 값 10전이 없어서 외상 달기 일쑤였지만 인정스러운 다방 주인은 청년들의 가난과 고달픈 마음을 이해하고 참아줬다. 다방에 모여앉아 그들은 종일,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시대를 견뎌갔다.가난을 비관한 대구사범졸업생이 낙동강 교량교에서 투신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 또래의 조선 청년 이인석이 멀고 먼 중국 땅에서 일본을 위해 싸우다가 전사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귀에 들려오는 것은 모두 우울한 소식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다방에 서로 모여 앉아 시대를 견뎌갔다. 무력감과 절망감, 분노, 좌절감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갔다. 그 삶의 중심에 다방이 있었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6-13 11:25:24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대한민국의 교육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때 초등학교 과목을, 초등학교 때 중학교 과목을, 중학교 때 고등학교 과목을 다 뗀다고 한다. 학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그래서 그렇게 배우게 된단다. 이래서야 학교 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저절로 학교수업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도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공부를 하고 가르치는 재미가 없고 저절로 의욕이 떨어진다. 천직으로 알고 교직에 들어선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경쟁사회에 살다보니 학원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그래서 아이 낳기도 두렵고 하니 출산율은 해마다 떨어진다. 출산율 올리려고 세금을 수십조씩 쏟아 부어도 효과가 없다. 출산율을 올리려면 세금을 풀어 유인해서는 별무소득이고 교육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 최선책이다.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적성과 능력에 맞게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될 것이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을 모른 채 경쟁에만 내몰려 허덕이다가 대학에 들어가서 능력과 적성을 모르고 졸업하니 취업도 안 되고 대학시절 등록금만 날린 꼴이 된다. 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선행 학습으로 누적된 지식과 그걸 위해 낮밤 가리지 않고 쌓인 스트레스가 엄청나서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청소년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심신이 약한 학생들이 성장해서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수 있겠는가.얼마 전,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정·관·재계의 엘리트를 배출해온 국립행정학교(ENA)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1945년 설립 이후 4명의 대통령과 7명의 총리를 배출시킨 명문 학교다. 마크롱 자신도 정작 이 학교 출신이면서 동문들의 거센 저항 속에서도 이 학교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유인즉, 프랑스 정·관계의 상층부를 지탱하며 국가의 재건과 발전에 기여했지만, 사회의 권력과 자본을 소수의 졸업생이 독식하면서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비판 때문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프랑스는 엄청난 저항에도 불구하고 교육 개혁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우리도 나라의 미래를 열어줄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하여 일관성 있게 펼쳐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자녀들을 제대로 키워내고 있는 프로그램을 국내외에서 찾아내어 공영 방송을 통해 정기적으로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구문제와 맞물려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라도 나라를 구할 교육정책을 펼쳐야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교육 담당기관들이 제 역할을 다하는 교육만이 담보한다. 교육개혁, 절체절명의 과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13 11:16:06

장상수 대구시의회 부의장

[기고]엑스코 제2전시장 확장과 대불공원

2021년 6월 개최하는 세계가스대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추후 대형 국제전시회 유치를 위해 대구시는 엑스코 제2전시장을 건립(사업비 2천400억원, 2021년 5월 완공 예정)할 예정이다.대구시가 2021년 세계가스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되면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에 이어 에너지 관련 3개 총회 중 2개를 개최하게 돼 대구시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에너지 중심 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엑스코는 전 세계에 세계에너지총회, 세계물포럼, 세계가스총회 등을 개최, 국제 전시컨벤션센터로 더욱 알려질 것이다.하지만 엑스코에서 국제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대구 엑스코 주변에 내방객들이 머무를 수 있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이에 엑스코 맞은편 대불공원에 '한국의 문화'와 '대구'라는 도시의 스토리를 입히는 것은 효율적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우선 대불공원을 '대구시'와 '대구 정신'을 알리는 장소로 활용하자. 대구는 동방성리학이 처음으로 뿌리를 내렸던 본고장으로 명예를 중시하고 실천하는 선조들의 기풍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사재를 털어 신천에 제방을 쌓아 홍수 피해를 막은 대구판관 이서와 사재를 털어 금호강 팔달진에 돌다리를 놓아 주민이 쉽게 통행하게 한 대구판관 서유교(徐有喬)의 이야기는 '대구 정신'을 말할 때 회자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불공원에는 서양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의미가 상통하는 '대구 정신'의 스토리를 가진 세 분의 공덕비가 있다. 수리 시설이 없어 가뭄이 들 때마다 흉작으로 주민들이 굶주림에 고통받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이돈수 당시 산격수리조합장은 자신의 가죽제조공장을 처분하고 가족의 생계수단인 전답까지 팔아 배자못의 수리 공사를 완공했다.주민들은 이돈수의 숭고한 공적이 지역민들에게 귀감이 되어 그 뜻을 기리고자 유공비를 세웠다.서정도는 '능금왕'으로 불릴 정도로 큰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신기동 주민 100여 가구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전기시설, 도로 확장, 쉼터를 마련해 주는 등 지역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서상호는 유통단지가 순조롭게 조성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이들의 공덕비는 대구가 국채보상운동 발상지답게 기부문화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또 엑스코를 방문하는 국내외 내빈들에게 대구가 따뜻한 도시, 품격 높은 도시라는 것을 보여줘 지역경제 발전의 촉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또 하나는 대불공원 산책로를 명품 '가볼래길'로 조성하는 것이다.대불공원 내 산책로에 선진화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가로를 조성한다면 엑스코를 방문한 국내외 내빈들에게 대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만들어줄 것이 기대된다. 대구의 기술력과 관련한 정책 및 산업에 대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3명의 공덕비에 누구나 걷고 싶은 명품 가로에 대구의 지역색을 더한 정감어린 어감의 '가볼래길'로 스토리텔링한다면 대구의 또 다른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19-06-13 11:04:52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순간이 만드는 평범한 기적

몇 주 전 옮긴 집 창문을 열면 앞으로 뒤로 온통 논이며 밭이다. 그리고 사방으로 둘러싼 굽이굽이 산은 이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무척 기대하도록 만든다. 하루하루 다른 해와 바람이 보여주는 주옥같은 창밖 하늘 캔버스, 계절을 거스르지 않고 땅을 일구는 사람들의 모습, 하루에도 몇 번씩 창밖을 내다보며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든 것을 신기해하기도 했고 크게 심호흡하며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지금의 시간과 나의 삶에 마음 놓고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어느새 뜨거운 여름에 접어든다. 온도가 바뀌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고 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층을 지어 가지런히 정리된 마른 농경지에 몇 날을 살피며 물이 채워지고 하루 이틀은 하늘이 도와 비가 쏟아지고 나더니 그렇게 마른 땅은 얕은 물로 찰랑이며 하늘을 담는 그릇으로 변해있었다. 땅에 물이 차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리고 한 곳 한 곳 가지런히 줄 지은 초록의 모로 채워지는 변화를 보며 그저 곱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빽빽하게 자라 싱그러운 물결로 일렁일 모습을 그리고 샛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풍성하고 풍요로운 금빛으로 춤출 땅의 새 모습을 기다리며 자연이 만드는 시간의 마법, 순간의 기적들을 가슴 설레며 지켜볼 것이다. 너무나 기대가 된다.그러다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있는 생명 중에 영원히 같은 모습인 것은 없구나. 순간순간, 찰나의 짧은 시간동안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찰나의 순간을 살고 다음 찰나에 의해, 그 다음 찰나를 위해 계속 바뀌어가며 살아가고 혹은 죽어가고 또다시 살아가고 있구나하고 말이다. 그 속에 수도 없이 많은 움직임이 존재하여 마른 땅이 비옥한 논이 되고 그 결실을 맺은 뒤 다시 겨울을 맞아 다음 봄의 기지개를 기다리는 것을 보자면 아무리 짧은 시간도 무의미하지만 않고 결코 찰나의 순간일지라도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키가 지라고 뽀얀 첫니가 올라오고 잘자고 잘먹고 엎드리는 법, 앉는 법을 깨우치며 1분 1초가 다르게 자라는 딸이 보여주는 기적 역시 이 순간들이 모여 만드는 기적일 것이다. 어찌 무의미하고 소중하지 않을 수가 있으랴! 나 역시도 그러할 것이다. 대지의 흐름에 충실한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생명의 이클에 맞추어 무한 성장 중인 딸처럼 나 역시 지금에 집중하여 일도 휴식도 온전한 결실을 맺기를, 그렇게 미련 없이 새롭게 만나게 될 순간에도 집중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오늘은 어떤 순간들이 만드는 하루가 될까. 크건 작건 사소하건 대단하건, 중요한 건 그게 아닐 것 이다. 그저 순간순간이 선사하는 기쁨을 만날 수 있기를. 그 평범한 기적으로 하여금 보다 유쾌하고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못난 미련과 후회로 낭비하지 않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13 11:04:40

작가 권미강

[권미강의 생각의 숲] '개'만도 못하다는 말

'똥을 먹는다고 똥개가 아니다.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는 개가 똥개다.'문장 하나가 머리를 세게 후려칠 수도 있다는 경험을 살면서 몇 번쯤이나 할까? 가슴이 뜨거웠던 젊은 시절이야 무수했다. 더구나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중후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소신 있는 작가들의 일갈도 많았으니 말이다.요사이 김훈 작가의 소설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을 다시 읽으면서 새삼 '개만도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미 전작 '칼의 노래'에서 한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이순신을 포착해낸 바 있는 작가는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에서도 여지없이 삶의 다양한 질감을 담담하게 성찰해냈다.수몰 지역에서 태어나 어촌에서 살아가는 수컷 진돗개 '보리'를 통해 본 세상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특히 '보리'가 그려내는 '개'답게 사는 법과 어떤 모습이 인간다움의 모습인지 인지하는 통찰력의 깊이는 대단하다.사람들이 말하길 '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은 사람의 도리를 알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본능에 충실한 짐승들이야 배고프면 먹고 똥이 마려우면 누가 보든 아무 데서나 싼다. 나쁜 것이 아니다. 삶의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새끼가 어미를 잡아먹는 살모사의 생태적 본능을 인간의 시각으로 판단해서 나쁘고 잔인하다고 하는 것도 사실 자연의 이치에는 맞지 않다.똥개가 똥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똥개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주인집에 침입한 도둑이 던져주는 고기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도둑이 들었다는 신호를 주인에게 알려야 한다. 목청이 터지도록 우렁차게 '컹컹' 짖어야 한다. 그리고 으르렁거리며 도둑질을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사람이든 개든 지켜야 할 도리가 있는 건 분명하다. 정치인들의 막말 릴레이, 종교인의 도를 넘어선 행보,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힘겨루기에 빠진 국회 등등 일련의 일들로 울화가 치밀 때 한 소설가의 빛나는 문장을 만났다. 그 속에 녹여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막혔던 속이 뻥 뚫린다. 제발 인간의 도리와 예의는 지키며 살자.작가

2019-06-12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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