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운명이라 하여도 

어떤 개는 집 밖에서 집을 지키는 일을 하면서 밥을 얻어먹고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힘들게 지내야한다. 어떤 개는 재롱만 떨면서도 좋은 밥을 얻어먹고 여름 겨울이 있는 줄도 모르며 호사를 누리며 산다. 어떤 개는 호사를 누리다 주인에게 버려져 골목길 쓰레기통을 뒤지며 산다. 태어날 때는 그냥 어미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왔는데 살아가는 길은 너무나 다르다. 이런 개팔자를 알 수 없어 그저 그 개의 운명이라고 한다. 운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냥 세상으로 나왔는데 어떤 사람은 부유한 집에 태어나고 어떤 사람은 가난한 집에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뭐든지 해도 잘 되고 어떤 사람은 죽어라 해도 일이 잘 안 풀린다. 운명이라고 하지만 그러나 운명이라고만 하기도 어렵고 운명이라고 하며 포기하기도 어려운 게 인생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로 이어지면 운명이라고 방관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서글픈 운명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비록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하더라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운명에 기대거나 굴복하는 것보다는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이 더 의미롭다.요즘 들어 주변 사람들이 더욱 힘들게 사는 듯하다. 나라에서는 로켓을 쏘아 올리고 아이들은 값비싼 스마트 폰을 수시로 바꾸는 풍요하기만 한 세상에 힘들다는 말이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힘들게 사는 듯 보인다. 지독하게 경쟁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어른들은 가족을 위해,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무엇인가를 밤늦도록 해가면서 바쁘기만 하다. 그래서 '느리게 사는 법'이라든지, '마음의 치유(힐링)'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사는 게 힘이 든다는 말은 지금에 사는 사람들에게만 통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고, 사람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물들도 그렇고, 식물들도 그럴 것이다.무릇 생명 있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롭고도 처절한 존재방법을 언제나 찾을 것이다. 그래서 힘들게 살아가는 모든 것이 부처이고, 이들의 삶이 법문이요, 경전이라 나는 믿는다. 고달픈 존재들의 처연한 삶 자체가 종교라 믿는다. 천 길 낭떠러지 같은 세상의 길을 살아내면서 운명을 이겨내는 존재들을 보아라. 시지프스를 따로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얼마나 대견하고 위대한 그대들인가. 고통 속을 살아가는 그대가 부처다.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4-18 13:48:08

[기고]4차산업혁명시대의 교육

어느 날 베트남 호찌민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에게 "나도 거기에서 일본어나 가르치면서 한번 살아볼까" 하니 그녀는 "너는 여기 오면 수학 가르쳐야 할걸"이라고 했다. 호찌민의 한국 엄마들 사이에서도 수학이 그렇게 인기라니. 한국 교육의 힘이란 물리적인 장소와 상관없이 이국에서도 꿋꿋이 이어지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친구는 '스카이캐슬'이 너무 재미있다며 이제 시청할 시간이란다.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시사하며 열풍을 일으켰다. 현 교육의 실태를 낱낱이 드러낸 이 드라마를 본 시청자 대부분의 리뷰는 우리 아이가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라고 한다. 과연 대한민국 부모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어떠한 자세로 우리 아이를 이끌고 교육해야 하는지 난감해지는 시점이다. 입시 경쟁이라는 교육 구조 속에서 사교육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부모들의 일그러진 욕망으로 지나치게 학벌에 집착하고 나아가 특정 직업을 부추기는 사회, 과연 이대로 교육을 이어가도 좋은 것인가. 부모로서의 입장과 교육자로서의 입장 차이가 내 안에서도 너무나도 큰 괴리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세상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이다. 정부와 교육부는 그 나름 발 빠르게 교육 개정에 반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융합'을 반영한 협동과 협력이라는 형태로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5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도 등장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교실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보다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려 한다.일본에서는 동아리 활동을 의미하는 '부카츠'(部活動)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독특한 학교 문화가 있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부카츠가 학교생활의 일부이며 자녀의 참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일본의 학생들은 부카츠라는 단체 활동에서 협력과 융합을 자연스레 몸에 익힌다. 한편으로 일본 교육계에서는 부카츠의 어두운 면, 블랙 부카츠에 대한 지적이 계속돼 개선 보완하자는 분위기이다. 어찌 되었든 이것이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이 아닌가 한다.그러나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실제로 동아리 활동이 일본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 일본 학생의 70%가 중고교 시절을 보내면서 부카츠 활동에 전념하는 데 비해 우리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일본의 한 여행사는 나가사키의 하우스텐보스와 지바에서 운영하는 '이상한 호텔'을 소개하고 있다. 로봇이 프런트에서 4개 국어로 대응하며 피곤을 모른 채 24시간 가동된다. 이 로봇들이 호텔 경영을 얼마나 효율화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대응 과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의 진화로 일도 일하는 방법도 급속히 바뀌기 시작했다.2000년대에 PC가 OL(Office Lady) 의 삶을 바꿔 놓았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아이들에게 AI 혁명 속의 교육, 즉 지금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변화의 가속도를 생각하면 학교 선택의 기준도 지금까지와 크게 달라진다. 이미 일본에서는 2년 전부터 AI 시대에 강한 중고교 선택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2019-04-18 13:41:11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손을 씻는 일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우리 훌륭한 사람이 되지 말자'는 거예요. 성실한 연구자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해야 하는 걸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고려대 교수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회역학 연구를 통해 탁월한 결과물을 내고 있는 저자의 생각이 흥미로웠다. '훌륭한 연구자'가 아니라 왜 '성실한 연구자'일까?의사이자 저술가인 아툴 가완디 역시 성실함을 강조한다. 그는 다양한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로서 필요한 덕목을 담은 책 '어떻게 일할 것인가'(곽미경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8)에서 우선적으로 '성실함'을 강조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매년 미국인 200만 명이 병원 입원 중에 감염되고 그중 9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감염 예방 측면에서 의사들이 지켜야 할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손을 씻는 일'이다. 그런데 많은 의사들이 이 단순한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언제부터인가 성실함의 가치는 폄하되거나 부정되어 왔다. 자본주의가 심화되는 노동 중심의 사회에서 성실함은 자본과의 관계에서 볼 때 긍정적일 수 없었다. 아울러 독재 정권과 같은 비정상의 사회에서 역시 개인의 성실함은 기존 체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부정적 결과를 낳기도 했다. 어쩌면 성실함은 본래 갖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국면과 현실에 맞게 그 가치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우리의 삶은 평면적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실에 접근하지 못하고 그 사이에 떠 있는 수많은 추측들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실'이 있다는 것마저도 망각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증거'와 '증언'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편에서는 비방과 비난, 혐오와 저주의 언어가 난무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기쁨과 행복과 쾌락을 이야기한다. 둘의 공통점은 뿌리가 없다는 것이다.우리는 더 이상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말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왜 구분해야 하는지, 구분할 필요가 있는지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혼돈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구분과 갈래가 없는 상태에서 남는 것은 발악 아니면 침묵뿐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고등 교육을 통해 우리가 듣고 배운 지식은 구체적인 현장과 사실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수단이 아니라 타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한동안 사회적으로 성실함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데에는 성실함을 지극히 개인적 차원의 노력이나 자질 정도로 폄하한 탓이 크다. 사실 성실함의 가치는 지극히 사회적인 것에 있다. 앞에서 지적한 우리 사회의 한계와 문제점은 성실함의 공백을 보여준다. 성실함은 '사실'에 입각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다.1595년(을미년) 4월 29일 이순신은 일기에 '새벽 2시부터 비가 내렸다. …노윤발이 미역 99동을 따왔다'고 썼다. 김훈 작가는 100동이 아니라 '99동'이라는 숫자에 주목한다. 이순신의 정신이 바로 이 사실에 입각해 있으며, 그 사실의 힘으로 전쟁을 치른 것이라고 했다. 고문과 감옥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서 "적어도 신에게 아직도 12척이 남아 있다"고 보고한 것도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이순신의 언어와 행동은 사실에 기초한 성실함에서 나왔다. 성실함은 이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하지 않은 삶을 잘 살아내는 태도와 관련되어 있다. 성실함은 사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사실은 곧 데이터이다. 데이터를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꾸준함을 통해 드러낸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을 알아가고 그곳에서 내가 할 일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빠뜨리면 안 되는 일을 잘하는 것이다. 그것은 '손을 씻는 일'과 같다.

2019-04-18 11:54:35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다듬이 방망이 소리

해방 뒤 한동안 야경꾼들이 밤 중에 대구 시내 주택가를 순찰 다녔다. 그러나 야경꾼이 도둑을 잡았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사람들은 나무 막대기 두 개를 딱딱 소리 나게 두드리며 다녔으니 도둑이 잡힐 리가 없다. 도둑 예방이 목적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나 도둑이 무서운 집들은 밤 중의 딱딱이 소리는 반갑고 정다운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에 도둑들이 훔치는 것은 기껏해야 댓돌에 벗어둔 신발이나 줄에 널어 논 빨래. 부엌의 냄비나 식기, 장롱 속의 옷가지나 금반지 등으로 요즘 보면 돈도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뭘 그렇게까지 방범에 신경 썼는지 모르겠다. 이제 야경꾼들은 없어졌다. 요즘은 고관대작이나 갑부들 집에 가면 물방울 다이어, 금 괘, 달러 등 훔칠 것이야 많겠지만 간 혹은 그들 자신이 도둑인 경우도 있으니 야경꾼이 누굴 지켜야 될 지 모르는 탓에 그런 직업이 없어진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야경꾼 소리는 한밤중 밖에서 들리는 소리였지만 초저녁에 집에서 밖으로 울리는 소리도 있었다. 다듬이 방망이 소리다. 옛 어른들이 세 가지 기쁜 소리는 '어린애 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 그리고 '다듬이 소리'라고 했다. 요즘은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는 바로 끄집어내어 입는 시대가 되었다. 빨래 기술도 좋아지고 옷감도 좋아지니 풀 먹이고 다듬질할 겨를이 없다. '빙허각 이씨'가 가정 살림에 관한 내용을 쓴 '규합총서(1809년)'에 '도침법'이 나온다. 비단은 대왕 풀을 먹이고 무명과 모시는 오미자 물에 풀을 풀어 섞어 먹어야 되며 명주는 달걀흰자를 녹말풀에 섞어 쓰라고 나온다. 이렇게 풀을 먹이는 것을 '푸새' 또는 '푸답'이라고 하는데 풀은 주로 쌀풀이나 밀가루 풀을 썼다. 쌀이 귀해 감자 풀이나 피쌀 풀을 쓰기도 했다.다듬잇돌은 화강석, 남석 같은 단단한 돌을 주로 썼고 방망이는 박달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야문 나무로 만들었다. 다듬이질은 옷감의 구김살을 펴고 부드럽게 하기 위한 방법인데 옷이 촉촉할 때 걷어서 손으로 대강 만져 편 다음 우선 발로 밟는 발 다듬이를 한다. 그렇게 한 뒤 옷감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린다. 다듬이질은 한 사람이 양손에 방망이를 잡고 두드리는 솔로와 두 사람이 양손에 방망이를 쥐고 마주 앉아서 맞다듬이질을 하는 듀엣이 있다. 듀엣으로 방망일 질을 하는 것을 옆에서 보노라면 그 유연한 몸짓과 음악적 가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려치는 속도와 강도의 일정함과 방망이가 서로 부딪치지도 않고 고르게 내려치는 모습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섬세한 연주를 보는 것과 같다.다듬이질은 가을이나 겨울의 겹옷이나 솜옷 등의 옷감과 이불 홑청을 간수 하기 전에 다듬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다듬이질은 주로 늦가을 한철과 겨울철에 하였다. 야문 돌위서 연주되는 빨래 방망이의 연주는 울안에서 골목으로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어린 애들은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취객들은 그 소리에 귀가를 재촉하였다. 다듬질할 때 부르는 민요는 별로 없다. 거제도 동부면 가배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다듬이 소리 정도가 전해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또닥또닥 다듬이 소리/그 다듬이 듣고 나나/요내 귀가 짱짱하네. 또닥 닥 다듬이 소리/골골마다 울려 퍼져/ 우리 님 간장을 다 녹인다."대구 북구청에서 금호강 가다 보면 침산(오봉산이라고도 부른다)이 있다. 그 침산의 '침(砧)'자는 다듬잇돌이라는 뜻인데 타지인들 중에 엔간히 한자를 안다는 사람이라도 그 글씨를 잘 읽을 줄 모른다. 오래전 기자들이 써준 육필 원고를 아나운서들이 읽던 시절 텔레비전 뉴스 시간에 침산동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나운서가 "점산동에서…."라고 발음하는 것을 보았다. 한문으로 원고를 휘갈겨 써준 기자나 읽을 줄 모르며 대충 발음하는 아나운서나 둘 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기자 쪽이 더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4-18 11:40:06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내일로 가는 전통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그렇다. 사랑도 변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그렇다. 그래서 오늘날의 국악도 변하고 있다.변화하는 국악의 모습은 오래된 미래, 젊은 국악이라는 키워드로 기획되는 수많은 컨텐츠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동네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시도와 도전, 고군분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혁신, 융합, 창의 등 동시대를 대표하는 단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선대로부터 전통을 물려받은 후예들이 그 변화를 만들고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참으로 지루하다' '역시 국악은 고루하다' 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누가 들어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지향했고 충분히 배우고 펼치며 그 시기를 잘 보냈다. 듣기 좋고 누구나 함께 부르고 즐길 수 있는 친근함이 바탕이 되는 작업에 포커스를 맞추었고 그러다 언젠가 공연 속에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순간 '아차' 싶었다. 재미를 쫓으며 놓친 것이 있지 않았을까. 다시 고민했다. 내가 선 자리와 앞으로의 방향에 비추어 이제 어떤 작업을 해야 좋을까. 템포가 빠르지 않아도 괜찮아. 주제가 무거우면 어때. 알려지지 않은 노래라도 괜찮아. 그렇게 국악밴드에서 6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함께 하며 역시 배우고 깨쳐가며 시기를 잘 보내오고 있다.돌아보며 생각한다. 아차 싶었던 때의 무대도 그 후에 또 다른 무대들도 모두 나름의 의미가 있었고 변화를 고민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충분했었다고.변화를 거쳐 다다른 지금도 고민한다. 하고 싶은 노래와 무대에 대하여, 더불어 즐겁고 재미있는 무대에 대해서도, 창작이라는 압박과 틀을 조금 내려놓고 보다 전통의 재료 고유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무대는 어떤 무대일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고민의 결실을 실현시킬 역량과 열정을 가지고 있나.나의 경험이 전체를 대변한다 보긴 어렵겠지만 우리음악을 마주하는 대중들의 시선과 이 시대를 사는 젊은 국악인들이 있는 한 아마도 과거로부터 걸어온 우리음악의 발자취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고 되돌아가기도 하고 전혀 다른 장르와 동행을 하기도 하며 어찌 하였건 계속 변화에 변화를 거듭 할 것이다.우리의 전통은 과거에 뿌리를 묻고 현재로 자라나와 내일로 꽃을 피우고 있는 듯 하다. 그 꽃이 빨간 꽃이건 노란 꽃이건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중과 지금을 함께 살며 시대에 맞추어 생겨나고 사라지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변화에 보다 많은 눈과 귀가 주목해주기를,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라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4-18 11:32:08

계성고가 소장한 정점식의 1956년 작 '상황' 합판에 유채, 98.8x55.4cm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궁핍한 시대의 모더니스트

풍족한 생활에서 창작된 작품보다 역경에서 빚어낸 작품이 더 감동적일 때가 있다. 더구나 물질의 바탕 위에 이루어지는 미술작품에서 시대와 환경의 악조건을 무릅쓴 놀라운 성취를 거두는 것은 아이러니이자 예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예술작품이 물질적인 것이라는 사실에 반하여 특히 가난과 곤경이 오히려 예술정신과 감각을 벼려서 빛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일깨우기도 한다.1953년 대구 USIS에서 열린 정점식의 개인전에 당시 지역 인사들이 보인 반응 속에 그런 자각과 찬사가 담겼다. "작품의 예리한 지성! 화가적 소질도 훌륭하지만 위축과 퇴폐와 괴멸의 복판에서 불안과 초조와 절망의 막바지에 서 있던 시대적 상황에서 그의 성취가 가능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눈물 날 일인가."(유시원) 일제 강점기의 굴욕과 억압 그리고 6.25의 참상을 겪은 뒤라 이런 감격들이 나올 만했다. 당시 30여 점의 출품작들을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토르소'(1952), '계성고 풍경'(1953) 등 그 무렵의 작품들로 독특함과 새로움을 짐작은 해볼 수 있다.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56년에 만든 이 작품에서는 매우 지적이고 세련된 화풍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선으로 만든 평면적인 추상작품인데 율동적인 리듬감과 간결하고 축약적인 구성이 사뭇 매력적이다. 마치 두 사람이 부둥켜안은 모습 같은데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암시하는 듯하다. 한 가닥의 선으로 모두 이어진 독특한 창안은 종이 위의 한 점에서 출발하여 어떤 형상을 만들어내는 '그리기 놀이'에서 착안했거나 혹은 유년의 '실뜨기 놀이'를 연상케도 한다.1917년생인 정점식선생은 시대적 환경적 빈곤을 견디고 승리한 대표적인 예술가다. 화가로서의 활동 경력은 스무 살 경 1936년 대구 조선민보사가 주최한 제1회 남조선미술전람회에 '어느 못가(池畔)에서'를 출품한 무렵부터다. 그 후 1937년 자동차 드로잉 한 점과 1939년 8월 토함산과 석굴암 일대를 여행하며 남긴 스케치들이 전한다. 그리고 1941년 겨울 북만주로 가 1946년 5월까지 6년 가까이 하얼빈에 체류했다.미국공보원 전시는 모더니스트로서 귀향해 거둔 첫 번째 개가였다. 이듬해 계성학교 교사가 되어 화단의 관행적인 화풍에 저항하는 참신한 지성은 더욱 예리해졌고 모더니즘 작가로서 한층 촉망받는 화가가 되었다. 그는 훗날 "사방의 공격으로부터 추상을 지키며 이해시키는데 진력했다."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추상을 옹호한 것만으로야. 1950년대의 그를 본다면 차라리 '식민주의를 극복할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화가로 평가될 일이다.미술평론가

2019-04-18 10:16:28

[권미강의 생각의 숲]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

어른들이 말씀하셨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20대를 거쳐 30대가 되고도 그 말의 진심을 파악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거기에 더해 말씀하셨다. 불혹이 되었을 때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길을 알 수 있다고. 그 말을 미국인이 가장 존경한다는 링컨 대통령이 했다는 것을 아셨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살아오면서 느꼈던 경험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누구의 생각이든 얼굴에는 그 사람의 궤적이 담겨 있고 그의 삶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그래서 잘 살아야 하고 잘 살아내야 한다.잘 산다는 건, 부와 명예, 권력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가진 게 없어도, 사회적 지위가 변변치 않아도 존경받는 사람이 있다. 흔히들 그런 사람을 덕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귀천 없이 사랑할 줄 알고, 지위를 떠나 누구든 공경할 줄 알고, 어려운 이를 돌볼 줄 알고, 타인의 아픔을 함께 아파해줄 줄 아는 사람. 사람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는 사람은 얼굴에서 빛이 난다. 눈은 맑고 선하며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입가에 담고 있다.얼굴은 타고났지만 마음은 살면서 만들어 간다. 얼굴이 도화지라면 마음과 행동은 물감과 붓이다. 그게 인상(印象)이다.416이라는 숫자만 봐도 먹먹해지는 날인 4월 16일. 얼굴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분노했다. 소중한 자식과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그들은 총과 칼보다도 더 무서운 무기를 던졌다. 낫지 않은 상처를 도려내는 그들의 행태를 보면서 얼굴에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은 국민의 대표자로 선출해서는 안 된다는 당연한 다짐을 했다. 덕이 부족한 사람, 부끄러움의 깊이를 모르는 사람은 국민도 책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로소 '얼굴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겠다. 프리랜서 작가

2019-04-17 18:00:00

이숙현 동화작가구미금오유치원 원장

[책마담] 삶을 돌보는 글, 쓰기

지난달 어느 아침, 유치원 책상 위에 낯선 종이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신문에 실린 글, 잘 읽으셨다며 어떤 분이 다녀가셨어요." 마음에 불이 댕겨졌습니다. 둘레가 환해졌어요. 새봄, 여린 잎 맑은 연둣빛처럼 싱그러운 기운이 솟았습니다. 찰나, 마감 직전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며 낯빛이 파리한 여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지요. 웃음이 번졌습니다. 이어 입안에 맴도는 한 문장. "삶은 글을 낳고/ 글은 삶을 돌본다."얼마 전, 지역 내 독립책방 '책봄'에서 만난 은유 작가가 자신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에 선물처럼 적어준 글이었지요. 두 줄짜리 한 문장은 책을 읽는 내내 소리가 되어 가슴에 메아리쳤습니다.여든 앞에 글과 그림을 배운 순천 할머니들의 그림일기인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를 만났을 때도 그랬습니다. 오랜 시간 삶으로 품은 말들이, 또박또박한 글씨로 종이에서 걸어 나와 읽는 이의 가슴에 콩콩콩 발자국을 새기는 것 같았어요.-김명남 씀.공부를 하니 젊어졌다고 합니다/ 글을 읽어도 쏙 들어오고 숙제도 재밌습니다/ 문자 못한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합니다// 성격도 활달하게 변하고 말도 잘하고/ 공부가 나를 달라지게 했습니다// 생전 처음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가 살아온 인생도 글로 썼습니다/ 책이 나오고 서울에서 전시를 했습니다/ 갑자기 방송, 신문, 잡지에도 나왔습니다/ 내가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자식들한테 보냈습니다/ 자식들은 우리 엄마 대단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식들하고 대화도 많아졌습니다/ 나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인 것 같습니다연필과 사인펜, 색연필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그린 할머니들의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색도 힘도 구성도 조화도 남다릅니다. 처음 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정겹고 멋진' 그림들. 일주일에 한 번씩, 왕복 여섯 시간이 넘는 먼 거리를 오가며 그림 수업을 이끈 김중석 그림책 작가는 최근 이 책을 널리 알리려 볼로냐 아동도서전에 다녀왔다지요. 이 놀라운 여정이 당신과 닿고 닿아서, 또 어떤 시간들로 이어질지 새삼 궁금해집니다.미지의 시간 헤아리는 마음에 떠오른 책 제목, '나오니까 좋다'. 백 권도 넘는 책에 그림을 그려온 김중석 작가가 쓰고 그린 반가운 그림책, '나오니까 좋다'. 책을 만난 아이들 말이, 책 이름을 잘 지었답니다. 책 보니까 좋다! 노니까 좋다! 먹으니까 좋다! 깔깔거리며 말놀이 즐기는 아이들. 마침, 지역에 처음 생긴 그림책방 '그림책 산책'에서 작가를 초대했다는 소식을 듣고 늦은 오후, 아이들과의 짧은 만남을 부탁드렸어요. 기꺼이 마음 내어 유치원에 와 주신 작가님. 그 덕분에 책 속 매력적인 주인공, 고릴라 이야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릴라는 하루아침에 뚝딱, 태어난 것이 아니었어요. 이제껏 작가가 그려낸 고릴라 그림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대학생 때 그린 첫 번째 고릴라에서 달라지고 달라진 수많은 고릴라 그림들을 마주하며, 은유 작가의 한 문장을 새롭게 떠올렸습니다. "삶은 그림을 낳고, 그림은 삶을 돌본다."'마감은 힘들지만, 당신에게 닿으니까 좋다'라고 써봅니다. '삶을 돌보는 글 쓰니까 좋다'라는 문장을 살아내고 싶다 바라봅니다. 마음 나누는 이들과 함께 쓰고, 쓴 글 자박자박 소리 내어 읽으며, 글이 몸을 거니는 순간들 누리는 분들 많아지면 좋겠습니다.간절한 '글이 삶을 돌보는 시간들' 바라고 꿈꾸며, 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 타일에 여럿이 더불어 쓰고 그린 마음 불러봅니다. 그리고 다시, 힘주어 한 글자 한 글자 씁니다. 잊.지.않.을.게.요. 기.억.할.게.요!

2019-04-17 18:00:00

[전영평의 귀촌한담] 산골 소통의 즐거움

꼭 말을 해야만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을 전하는 것이 소통이다. 눈빛, 미소, 몸짓, 주고받기 모두가 소통 수단이다. '왜 사냐면 웃지요' 하는 시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마을 어르신들은 산골 사투리로 재미난 말씀을 많이 하신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단축형 사투리다. 그런데 대부분 귀가 약해서 소리 지르지 않으면 잘 알아듣지 못하신다. 그래서 억세고 시끄럽게 들린다.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할머니끼리 얘기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때가 있다. 알아듣기는 하시는 건지. 옆에 계신 할머니들도 그 광경을 보면서 '저 둘이 뭐 하는 거냐' 하시면서 깔깔대신다. 나도 우습지만 도와 드릴 방법이 없다. 통역 재주가 없어서다.눈빛은 은근한 마음 주기이면서 통제 수단이다. 맛난 것을 권하거나 지나친 언동을 삼가게 한다. 몸짓은 감정의 표현이다. 학계마을이라는 핑계로 나는 마을회관을 드나들 때 날개춤을 출 때가 있다. 서로를 기분 좋게 만드는 몸짓이다. 할머니도 가끔 따라 하신다. 나더러 주책바가지라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마을회관에서는 나이 어린 내가 재롱을 떠는 것이 맞다. 즐겁게 놀기 위해서는 체면을 잠시 내려놓고 쉰 소리도 하는 게 좋다. 귀가 잘 안 들려도 한바탕 큰소리로 떠들고 놀면 스트레스가 풀리게 마련이다.검정 비닐 봉다리는 매우 유용한 소통 수단이다. 내용물이 안 보이게 하면서 서로 성의를 표하는 '주고받기 소통'이다. 공장댁이라는 아지매가 있었다. 남편이 도자기 공장을 했기에 공장댁이라 불렀다. 다소 어눌해도 '주고받기 소통'은 매우 확실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솔직히 달라고 했고, 그래서 조금 싸주면 반드시 검정 비닐 봉다리에 뭔가를 싸서 갖다 주었다. 그녀는 늘 주변 사람 눈치를 보며 살았기에 검정 봉다리에 물건을 넣어달라고 했다. 주고받는 소통의 일인자였다. 작년에 진영으로 이사 간 공장댁의 기지에 감탄하는 바이다. 가끔 학계마을에 올 때는 꼭 집에 들러서 인사하고 간다. 이젠 검정 봉다리가 그녀의 손에 들려 있지 않다. 도시 사람이 다 돼 가는가 보다. 부디 건강히 잘 지내시길. 대구대 명예교수

2019-04-17 18:00:00

권혁도 산단114 행정사사무소 대표

[기고]서대구산단, 새 디자인이 필요하다

서대구산업단지는 지금 큰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서대구산단에 바로 인접한 서대구 KTX 역사 기공식이 그 신호탄이 될 것이다. 서대구역을 기점으로 흩어진 산업단지와 연결하는 산업선 철도 건설 사업이 얼마 전 정부로부터 예타 면제 결정을 받았으며, 앞으로 서대구~광주 초광역권 철도가 건설되고 향후 K-2 통합 신공항과 연결된다면 교통의 중심지로서의 위상이 크게 높아져 동대구역세권에 버금가는 각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서대구산단은 필자가 서대구산단협회 재직 당시인 2009년 국토교통부로부터 노후공단 재생사업 시범지구로 선정되어 2016년 재생산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재도약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컸으나 막상 산업집적법과 산단관리기본계획에 의한 다양한 법적 규제와 행위 제한으로 인해 입주업체들의 불만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현재 입주업체들로부터 자주 듣는 민원 사항이 공장 취득 후 5년간 처분 제한과 나대지 분할 금지, 그리고 입주업종 제한, 양도양수 자격 문제 등이다. 물론 공직자 출신인 필자로서는 대구시의 난개발 방지와 친환경 정책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입주업체들이 겪고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공감할 수밖에 없다.이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성 원가로 분양받은 땅도 아니고 아무런 혜택을 받은 것도 없는데 업종제한 규정 때문에 사업 확장도 할 수 없고, 분할해 팔려고 해도 맘대로 안 되고, 또 외부에서 신규 입주하려 해도 입주 자격과 양도양수 자격이 문제되어 계약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개발사업자를 원천 봉쇄하다 보니 신규 입주할 작은 필지를 쉽게 구할 수 없게 되었다. 정작 큰 필지를 유지함으로써 입주를 기대했던 대기업들은 땅값이 비싼 도심공단을 외면하고 국가산단 등 외곽지역을 선호한다. 대구시 전체로 보면 공장 부지는 남아도는 데 정작 공장하려는 사람은 산단에 입주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재생산단 지정이 오히려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잘나가던 산단을 슬럼화시키고 사유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큰 변화의 기류는 자영업체는 줄어 임대 비율이 60%에 육박하고 있고, 임가공 중심의 제조업종은 지가 상승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통과 물류 등 비제조업도 60%를 점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서대구산단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다.단기적으로는 불필요한 각종 산업 규제를 대폭 완화해서 다양한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제조업과 뿌리 산업들은 단지 내에서 오염의 확산이 덜한 지역을 정해 이전을 유도하면서 점차 도심형 산업으로 바꾸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중·장기적으로는 현실에 맞도록 도시계획을 재검토하여 일부 지역을 산업단지에서 제외시켜 상업, 유통, 금융, 서비스 등 비즈니스 거점 기능을 부여하고, 도심에 가까운 장점을 살려 전기자동차, 수소차 충전 시설과 튜닝, 정비, 전시 판매시설과 시민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시설 등 소프트한 4차 산업과 성장유도 산업을 중점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국가적 당면 과제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과 일자리 창출에도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2019-04-17 17:55:1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리셋 필요한 문재인표 대북 정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 등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를 설득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을 앞에 두고,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목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이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심하고 그 결심을 실천할 때까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속할 것이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는 현 시점에서는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비슷한 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행한 시정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남조선 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윽박질렀다.워싱턴과 평양에서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온 트럼프와 김정은의 이 같은 발언들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진행되어온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는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확인해준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발언은 두 사람이 모두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거부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려는 문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그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대한민국 또는 문 대통령이 미·북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사람들 사이에서나 국가들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중재에 나선 주체가 최소한 다음 3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중재 대상들에 대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처지에 있어야 한다. 둘째, 중재 대상들로부터 신뢰 내지 존경을 받아야 한다. 셋째, 현안 문제에 관한 정확한 정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실상은 어떠한가?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독립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처지에 놓여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북한은 대한민국의 적이고 미국은 대한민국의 존립에 필수적인 동맹국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의 우정이 아무리 돈독해진다 해도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대해 반역을 자행하지 않는 한, 이러한 3국 간의 객관적 관계는 변할 수 없다.대한민국은 북한과 미국으로부터 존경은 고사하고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가지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납치해 놓은 상태이다. 북한은 납치범이고, 대한민국과 국민은 인질이며, 미국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납치 상태로부터 구해내려고 노력하는 구조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질인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가 납치범과 구조대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일이다.문 대통령은 지금 트럼프와 김정은으로부터 자기의 처지를 깨닫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고 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에게 "당신은 나의 인질이니 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라"고 강요하고, 트럼프는 문 대통령에게 "납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구조대의 구출 노력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게다가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그리고 김정은의 의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들에 관한 정보가 빈약한 문 대통령과 대한민국이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북한 및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이 대학생들의 갈등을 중재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은 웃기는 일이다.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뭔가 기여하고 싶으면, 이제부터라도 중재자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갖추거나 아니면 중재자 역할에 대한 미련을 갖지 말고 자신의 대북한 정책을 원점에서부터 새로이 판을 짜야 할 것이다.

2019-04-17 14:41:15

[종교칼럼] 4월의 신록은 찬란하다

4월의 숲은 점점 신비롭다. 산과 들은 연둣빛으로 눈부시게 아름답다. 유백색의 산벚꽃과 새로 움트는 연둣빛, 기존의 초록빛 나뭇잎들이 교향곡처럼 연주하며 몽글몽글 하늘로 피어오른다. 평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새로운 풍경에 감탄한다.멀리서 보면 늘 같은 색, 같은 나무로 보였는데 조금씩 다른 나뭇잎들이 생명의 윤기를 머금고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렇게 숲길에 초록 향연이 펼쳐지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마음은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나뭇잎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뜬구름이 그림을 그린다. 풍경화를 보는 듯 맑고 아름답다. 비록 가진 것이 없다 할지라도, 이러한 때 모든 것을 가진 듯하고 넉넉하다.신록은 우리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준다. 봄비가 그친 청명한 날이면 또 얼마나 신선한 잎들이 솟아날까. 연녹색으로 물든 새싹들은 꽃보다 아름답다. 아기의 웃음처럼 깨끗하고 명랑한 4월은 이렇듯 곱게 채색돼 간다.식물도 동물도 봄에 새싹이 돋고 새끼를 잉태한다. 4월은 한 해를 열고 출발하는 생명력이 가득하다. 자연의 섭리는 인생의 한 해 한 해에 꿈과 활력을 불어넣으며 삶의 출발과 성숙을 돕는다.4월을 맞으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옷깃을 여미고 낙화담 둑길을 걸으며 유익종의 '들꽃'을 듣는다. 피아노곡으로 뉴에이지 '벚꽃엔딩'과 에피톤 프로젝트의 '봄날, 벚꽃, 그리고 너'를 듣는다. 이 곡들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봄날의 풍경과 사랑만으로 행복했던 어느 날을 떠올리게 한다.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졌고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생기가 느껴진다. 봄바람이 평온하다. 만물이 소생하고 꽃들의 잔치가 시작되면 지역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연다. 4월은 5월보다 겸손하고 부드러워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봉오리를 열며 피는 야생화도 생명력으로 가득하다. 금낭화, 제비꽃, 매발톱, 할미꽃, 냉이꽃, 민들레가, 정원엔 목단, 작약, 라일락, 불두화, 명자나무꽃들이 피어난다. 4월에 핀 고운 꽃처럼 마음속에 자리한 사랑과 기쁨과 감사의 마음이 꽃과 함께할 때 아름다운 존재가 된다.주변의 연한 빛에 둘러싸인 청산을 보라. 청량한 산들바람을 눈을 감고 느껴보라. 온몸이 열리는 듯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이 신선하니 계곡물처럼 맘도 맑아진다.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질문의 답은 자연에 있다"고 했다.숲에 나뭇잎들이 돌아오니 며칠 전부터 밤이면 뒷산에 소쩍새가 운다.진실이 뭐더라 아픔이 뭐더라 홀로 물으며 솟~쩍 솟~쩍 운다.자연은 이렇게 찬란한데 최저임금제로 자영업자 영세업자 실직자는 아프기만 하다. 그들에게도 꽃이 피고 소쩍새 우는 소리를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한다. 청문회만 보면 이렇다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도덕성 문제가 수준 이하다.한 세상 청렴하게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신록의 계절이 일깨워 주지 않는가?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2019-04-17 13:06:55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긴장과 이완의 원리

노자는 도덕경에서 인생의 지혜를 자연의 법칙에서 배워야한다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강조하며 인간이 닮아야 할 대상을 물과 갓난아이에 비유하여 설명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 않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유연성이 있는 물과 갓난아이를 닮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없을 무(無)'자와 '할 위(爲)'자는 무엇인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는 것이 없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긴장이 없는 이완의 원리만을 강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적당한 긴장감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함으써 위험을 미리 예방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인간을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한다. 이는 모든 만물을 움직이고 지배할 수 있는 영들의 장 어른이란 뜻이다. 이러한 인간이 누리는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바로 문화일 것이다. 삶이라는 가치를 향유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 속에 우린 살고 있다.그 중에서도 음악은 인간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언어 중 하나이다. 그 언어인 음악의 구성은 바로 긴장과 이완(Tension and Relaxation)의 연속성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건강한 음악적 요소이다. 계속된 잔잔한, 협화음의 코드만 가득한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부터 하여금 따분함과 무료함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좋은 음악은 이완을 향한 긴장감을 만드는 요소들의 역할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대표적으로 모차르트의 걸작품인 교향곡 40번 g단조 1악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곡은 전체를 누가 들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멜로디의 주제로 모차르트의 완벽한 긴장과 이완의 컨트롤로 음악적 연속성을 띠도록 작곡된 곡이다.긴장과 이완은 적절한 배치와 타이밍도 중요하다. 노래의 발성에서 성대에는 적당한 긴장(Tension)이 요구되며 다른 근육들은 이완(Relaxation)되어 있어야 좋은 발성을 가질 수 있다. 반대로 성대는 너무 이완되어 있고 근육은 오히려 긴장되어 있다면 좋은 소리를 내기 힘들다.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쪼잔한 자랑과 과시로 어깨와 목이 뻣뻣한 사람처럼 엉뚱한데 긴장되어 있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이완성보다는 자신에게 관대한 이완성을 가진 사람들은 화를 부를 수 있다.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을 함부로 내세우는 자는 도리어 인정받지 못하고 자기만 옳다고 고집부리면 따르는 자가 없어 나설 수 없고 자기 잘난 맛에 취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고 조금 능력이 있다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사람은 외면당하게 된다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이처럼 우리는 적재적소의 긴장과 이완의 원리로 천재 음악가인 모차르트처럼 나만의 걸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현동헌 테너

2019-04-17 11:17:13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세 가지 방법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당신은 어떻게 기록하는가? 필자는 아이디어를 적어둔 쪽지를 잃어버려 낭패를 경험한 적이 많다. 그럴 때는 마치 적금 통장이 날아간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는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했는데 그 노하우를 독자와 공유하려고 한다.첫째, 디지털 기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용하라. 필자는 학생 시절,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기록했다.예를 들어 학교에서 생각난 아이디어라면 노트에 적어두었다가 이면지에 그림을 그려서 보관했다. 하지만 이면지는 묶음이 되지 않아 보관의 어려움이 있었다. 더군다나 언제 낸 아이디어인지 알 방법이 없었다.그때부터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니 시간의 흐름이 보였고 2권, 3권 쌓아가는 맛이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좋아지는 것이 눈에 보여 좋았다. 하지만 이 방법도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실효성이 없어졌다. 생각나면 전화기에 바로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필자는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여러 앱을 사용해봤다. 그중 최고의 앱은 바로 에버노트다. 에버노트의 장점은 연동 기능에 있다. 휴대전화에서든 회사 PC든 연동되기 때문에 기기에 따라서 데이터를 옮길 필요가 없다. 비밀번호 잠금장치도 있어 아이디어 노출 확률도 낮다.하지만 이렇게 휴대전화 타자기만 치니 쓰는 맛이 없었다. 그때부터 의도적으로 펜이 있는 휴대전화를 구입했다. 그리고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로 써 기록했다. 즉, 디지털 기계에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둘째, 미팅 때 수첩보다 노트북을 활용하라. 대개 클라이언트 미팅은 수첩이나 다이어리를 활용한다.하지만 이 경우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노트북은 조금 다르다. 양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치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다. 고객의 니즈를 기록하는데 더 수월하다.지금 독자는 조금의 의문이 들 것이다.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방법에 얘기하는데 왜 고객과의 대화를 적으라고 하지? 고객과의 대화에 많은 아이디어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그렇다. 광고주와 얘기할 때 사실 많은 아이디어를 얻는다. 고객과 대화를 하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민하게 기록해라. 의외로 괜찮은 아이디어를 만나게 된다.셋째, 기록할 것이 없을 때는 주변 사물을 활용하라.필자에게 아이디어가 우르르 쏟아지는 시간이 있는데 바로 아침에 샤워 시간이다.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하루 중 인간이 유일하게 휴대전화와 떨어지는 시간이 아닌가. 그럴 때는 주변 사물을 이용해 기록하곤 했었다.필자의 경우 습기가 찬 유리에 아이디어의 키워드를 써서 기억을 도왔다. 예를 들어, 신호등에 아이스크림을 합성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신호등 아이스크림'이라고 적어두는 것이다. 그리고 샤워가 끝나면 휴대전화로 달려가 에버노트에 아이디어를 기록한다.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아이디어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물어 젖지 않는 종이와 펜을 구입해 샤워기 옆에 비치해두었다.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시간에 이것보다 좋은 상품이 없다.아이디어를 잘 내는 재능은 누구에게나 큰 축복이다. 하지만 그런 재능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지 마라. 아이디어를 잘 기록하는 것으로 좋은 아이디어에 근접할 수 있다. 기록하는 것에 부지런하라. 탁월한 아이디어가 아니어도 생각나는 대로 기록하고 표현하라. 좋은 광고가 될 씨앗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4-17 10:32:53

권용덕 경남도의회 전문위원

[기고]농업의 사회적 기능 활성화를 기대하며

최근 사회적 농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제361회 경남 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과소화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사회적 농업 활성화가 제안되었다. 이에 집행부는 주민참여예산과 마을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 등을 통해 사회적 농업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경제영역 관점에서 농업이 가지는 기능을 구분하자면 시장경제에서 작용하는 시장적 기능, 공공경제에서 작동하는 공공기능, 사회적 경제에서 움직이는 사회적 기능, 교환경제에서 적용되는 물물교환을 들 수 있다. 대규모화와 기계화 논리는 농업의 시장적 기능을 강조하는 농정철학이고, 직불제은 농업의 공공적 기능을 대표하는 농정철학이다. 북측에 곡물을 제공하고 광산물을 받아 온다면 그것은 교환경제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사회적 농업은 농업의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농정철학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까지 농정철학의 흐름을 본다면 유럽의 경우는 시장적 기능에서 공공적 기능과 사회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미국은 시장적 기능이 중시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시장적 기능이 강조되면서 공공적 기능을 중시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사회적 기능은 매우 낮다.사회적 농업은 학자마다 나라마다 부르는 것이 다르다. 이탈리아는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 네덜란드는 돌봄 농업(care farming) 또는 녹색돌봄농업(green care), 일본은 농복연계, 우리나라에서는 치유농업(agro-healing)으로 통칭되고 최근에는 사회적 처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용도와 활용목적에 따른 구분이겠으나, 일괄하면 지역이 가지고 있는 농업과 자연자원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재난피해자, 장애인, 노숙자, 정신질환자 등)가 지역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데 관련된 활동(교육, 복지, 치유, 일자리 등)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다. 사회적 농업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교육의 경우는 대안교육이나 특수시설, 복지는 치유농장과 의료기관과의 연계, 치유는 사회적·치료적 원예, 일자리는 취약집단 지원이나 직업훈련 등을 예시할 수 있다.경남 지역에도 사회적 농업을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은 충분하다. 특히 서북부 지역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풍부한 농생명자원을 갖고 있어 잠재력과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 그러나 높은 잠재력과 가능성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흩어져 있는 구슬을 꿰어 보물로 만들 수 있는 바늘(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고, 혼자 빨리 가는 것보다는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사람을 교육하고 조직을 육성하는 일도 놓쳐서도 안 될 부분이다. 필요하다면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길게 보고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면서 하나 하나 챙겨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이제 농업이 가지는 정책기능이 경제 4영역(시장경제, 공공경제, 사회적경제, 교환경제)과 상호 유기적이고 조화롭게 추진되고 연계를 품어 볼 수 있는 출발선상에 와있음을 느낀다. 사회적 농업이 농업의 사회적 기능을 불러 일으키고 촉발하는 신호탄이 되길 기대해 본다.

2019-04-17 10:14:12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리디노미네이션 논의의 올바른 의미

최근 한국은행 총재가 화폐 액면가를 낮추는 화폐 개혁, 이른바 리디노미네이션 논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새삼 경제계의 관심을 모았다. 자본시장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 관련주'가 벌써부터 언급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내지 발권은행이 기점이 되어 화폐 개혁의 본질에 접근한 개혁 시도가 이뤄질 태세다.해방 후 국내의 화폐 개혁은 '원'을 '환'으로, '환'을 다시 '원'으로 바꾸는 화폐단위의 변경을 수반해 2차례 있었다. 1차 화폐 개혁은 1953년 광복과 전쟁을 거치면서 발생한 악성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100대 1의 비율로, 2차 화폐 개혁은 1962년 경제개발계획 실행을 위한 산업자금 조달 목적에서 10대 1의 비율로 시행하게 됐다고 한다.어느 경우에나 통화 발권 기능을 가진 한국은행이 금융정책적 측면에서 관여한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경제 사정하에서 정부가 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특수한 방편으로 시작됐던 것이다.이런 점에서 보자면, 최근의 리디노미네이션 논의는 그 세련된 용어만큼이나 한층 발전된 방식이라 하겠다.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 즉시 국회가 화답하고, 각계각층이 다양한 파생적 논의를 시작하며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된 지위와 권한 보장이 절대가치로 인정되는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보자면 금융 민주화에 부합하는 당연한 절차를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리디노미네이션의 여러 논거들, 통용되는 화폐의 사용 단위가 너무 커지고 환율의 교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수긍할 만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지적되듯이 화폐단위의 변경에 소요될 사회적 비용과 화폐 개혁 뒤 예상되는 상대적 인플레이션 등이 더 염려된다.원래 작금의 화폐 개혁은 화폐단위의 교환 비율을 대폭 낮추자는 것이므로 고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경기 국면에 더 어울리는 대책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힘겹게 저수준 임금을 올리고, 양극화의 단면에서 저소득 근로자나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수준은 과거 10년 동안 별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따라서 화폐 개혁 후 따라올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한다면 자연스레 화폐 개혁 뒤 저소득자들이 맞이할 박탈감이나 상실감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은 어쩌면 통화당국이 의도한 화폐 개혁의 수혜를 그대로 누릴 공산이 크다.오만원권이라는 고액 단위 화폐가 탄생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다. 고액권이 필요한 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어쩔 수 없겠으나 이미 고액권으로서의 가치는 나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본다.참고로 '환'으로 벌금 단위가 기재된 형법전에서 '원'으로 벌금형 단위를 개정한 때는 비교적 최근인 1995년이고, 2차 화폐 개혁 후로는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다. 고액권을 발권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리디노미네이션이 논의된다 하니 그 사이 강산이나 경제 지평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새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중앙은행이 발권은행으로서의 독립된 기능을 화폐 개혁을 통해 제대로 행사하려는 노력에는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금번 화폐 개혁 시도는 서방 강국의 경제 사정이나 정책 변동의 추이까지 두루 반영하려는 노력일 수도 있다.그러나 화폐 금융에 관한 이론에만 입각하여 경제에 미칠 당장의 파장과 비용, 개혁 뒤 생성될 경제 환경에서 오히려 소외될 경제 주체의 입장을 도외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개혁이라는 이름을 달고는 있지만 적어도 화폐 개혁은 지금보다 진일보한다는 개선의 측면보다 화폐단위의 숫자 조정에 그치는 몰가치적이고 한시적인 대책일 수 있기 때문이다.최고 통화당국으로서의 순수성을 버리고 정부의 실물 경제정책에 훈수를 두려거나 훈수를 두려는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어서도 안 된다. 화폐 개혁의 목적과 득실에 관하여 발전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또 그 결실이 정책 결정에 잘 반영되길 희망한다.

2019-04-17 06:30:00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애도의 봄

꽃은 그 성질과 설(說), 역사적 배경 등에 따라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데, 이를 '꽃말'이라 한다. 꽃말이 담긴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면 빨간 장미는 '사랑'을 상징하고, 개나리꽃은 '희망'을, 벚꽃은 '순결'을, 민들레는 '행복'을, 프리지아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응원'을 나타낸다. 이처럼 여러 꽃말이 가진 의미를 통해 우리는 아이가 탄생하는 축복의 순간이나 학교의 졸업, 중요한 시험의 합격, 결혼을 하는 기쁨의 날, 죽음에 대한 애도의 표현에도 꽃에 담긴 꽃말을 통해 마음의 진심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꽃들이 만개하는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발걸음을 내딛는 길목에 핀 들꽃조차 우리에게 설렘과 기쁨을 선사한다. 때문에 4월의 따뜻한 날씨와 어우러진 꽃은 많은 이들에게 주로 사랑의 고백 혹은 축하 등의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 꽃이 지닌 아름다움과 의미를 '애도'하는 의미로 담아보고자 한다. 금일은 '세월호 참사'(4월 16일)가 일어 난지 5주기가 된 날이다.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많은 꽃들이 안타까운 인재(人災)로 인해 영면한 날이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사회 전반적으로 비극적 슬픔에 잠겨있었다.당시 나는 연극 공연을 하고 있었다. 300석을 두 달 동안 가득 채울 수 있는 공연임에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관객은 절반에 절반도 안 되는 텅 빈 객석을 보며 공연한 기억이 있다. 객석이 비어 있는 모습은 공연의 참여자 입장에서 아쉬울 수 있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비극적인 아픔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고, 공연을 하고 있는 나 자신조차 무력감에 가혹한 시간이었다. 그때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비극적인 슬픔에 함께 아파하며 눈물 흘렸음을 기억한다. 극장의 객석과 번화가의 거리나 술집에서조차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고, 회사와 학교를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는 평소와 다른 적막함과 비통함이 감돌았다. 오직 하루 빨리 구조되어 가족들 품에 돌아가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애타게 기도할 뿐이었다.그리고 5년 후. 시간이 제법 흘렀다. 우린 언제 그랬냐는 듯 비극적인 아픔은 뒤로한 채 꽃피는 봄에 막연한 설렘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인재(人災)에 의해 차가운 바다에서 잠든 이들에게 각자 꽃 한 송이 헌화해보면 어떨까. 또한 '세월호 참사' 뿐 아니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대구지하철참사' '대구상인동 가스폭발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등 인재로 인한 비참한 사건들의 아픔을 떠올려보며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그들을 추모하고 꽃 한 송이 헌화하고자 한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4-16 11:22:08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갑작스러운 맹안 - 개와 고양이의 시력 테스트

귀여운 크리스가 보호자와 함께 내원하였다. 두 달 전 사고로 머리에 충격을 받고 갑자기 앞을 보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시력이 좋아지고 있다며 시력 평가를 의뢰했다. 개와 고양이가 벽에 부딪히거나 다가오는 손길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맹안일 가능성이 높다.동물의 시력을 약화시키는 일반적인 원인은 각막 손상, 녹내장, 백내장 등 안구의 앞부분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이러한 질병은 보호자가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안구의 충혈과 혼탁, 눈곱이 늘고 눈을 비비는 행동을 통해 예측이 가능하다.안구의 이상이 관찰되지 않음에도 시력을 잃는 경우라면 망막 또는 뇌 신경계의 이상이 의심된다. 급성망막변성증후군(SARDS·sudden aquired retinal degeneration syndrome), 진행성 망막위축증(PRA·progressive retinal atrophy), 뇌진탕, 뇌출혈, 뇌종양이 원인일 수 있다.개의 PRA(진행성 망막위축증)는 유전병으로 어미 중 한쪽이 유전자를 물려주는 경우 맹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번식을 고려하는 개는 반드시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가정에서 개와 고양이의 시력을 간단히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1. 위협 반응(menace response)개나 고양이의 눈 가까이 손을 갖다 대고 눈을 깜박이거나 고개를 돌리는 반사 행동을 관찰한다. 눈 양쪽을 번갈아 테스트한다. 2. 솜 볼을 이용한 테스트(cotton ball test)소리와 냄새로 인지할 수 없는 가벼운 재질의 솜뭉치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지를 관찰한다. 솜뭉치의 크기를 점점 줄이면서 테스트한다.3. 테이블 위에서의 착지 시각 테스트(visual placing postural reaction)보호자가 동물을 안고 있다가 테이블 방향으로 동물의 몸을 기울이면 앞발로 바닥을 디디려고 행동하게 된다. 이때 테이블 표면을 시각적으로 인지하는지 관찰한다.4. 미로테스트(maze test)종이박스나 물병을 이용하여 미로를 만들어 물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는지를 관찰한다.5. 허들 넘기 테스트(hurdle test)굵은 봉을 이용하여 장애물을 시각적으로 인지해 허들처럼 넘을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비교적 쉽게 인지한다면 장애물을 가는 실로 바꾸어 잘 인식하는지 확인한다.6. 어두운 곳에서의 재평가(dark adaption)1·2·3·4·5항의 테스트를 조명이 어두워진 상황에서 다시 평가한다. 대부분의 시력 악화는 어두운 곳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7. 동공 반사 (pupillary light reflex)어두운 공간에서 눈동자에 빛을 비추면 홍채(눈조리개)가 축동된다. 축동되는 반응속도와 지속상태를 관찰한다. 동물에게 시력의 저하는 불안과 과민행동의 원인이 된다.가정에서 시력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반복한 결과 시력의 이상이 의심된다면 동물병원에 눈 검진을 의뢰하시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에서는 망막검사, 안구 초음파, 안압검사, 각막검사, 눈물분비량 검사 외에도 내과적인 질병과의 관련성을 감별 진단할 수 있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4-16 10:10:20

[뷰티라이프] 내 친구 얼굴에 가장 좋은 화장품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서 우리는 살아온 환경이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때로는 업무나 관심사와는 관련 없는 대화를 나누는 일도 있다. 어떤 때는 조금도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한참 듣기도 하고,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과 마주 앉는 경우도 있다.일반적으로 우리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내게도 꼭 좋은 사람인 건 아니다.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모든 기준은 나 자신이다.필자에게 좋은 사람이란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고,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을 주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말투와 배려로 서로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내 기준에 맞는 좋은 사람을 찾기가 어려우니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빠를지도 모른다. 나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자면 내가 실수했을 때,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 때조차 나는 내 편에 서야 한다. 다른 사람들 대다수가 나를 저평가할 때조차 나는 나를 높이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부정적이거나 악하거나 못된 말을 내게 하지 않아야 하며 어떤 경우에라도 나를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나에게 좋은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원만한 인간관계는 행복의 기본조건이다. 하지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때때로 자기 본성, 자기 주체성, 자기 평가를 무시하거나 훼손하는 경우도 흔하다. '원만한 인간관계'라는 이름 아래 정작 자신은 없어지고 사회 혹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철저하게 종속되는 것이다. 내 뜻이나 내 취향, 내 평가보다는 남들이 이러니까 나도 이러고, 남이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렇게 해야만 불안과 소외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이처럼 타인의 시선, 타인의 기호, 타인의 판단에 맞추어 살아가자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마음에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 나를 잃어버리고, 내 모든 것을 타인의 판단이나 평가에 맡기는 바람에 깊은 상처를 입는 것이다.뷰티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다 보니 외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자기 외모를 더 깨끗하게, 더 밝게, 더 아름답게 가꾸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고 그런 마음과 노력은 타인을 향한 예의이자 배려심이기도 하다.어떤 사람이 누군가와 중요한 만남을 약속해 놓고 세수도 않고 더럽고 해진 옷을 입고 나간다면 그는 소탈한 사람이 아니라 배려심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다. 하지만 외모 콤플렉스가 강해 최대한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미고도 스스로 어둡고 불편한 마음에 휩싸이는 사람이라면 외모를 가꿀 것이 아니라 내면의 주인공을 키워야 한다.외출하기 위해 알뜰히 외모를 가꾸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투덜대는 사람, 남들과 마주 앉으면 외모 때문에 주눅 드는 사람, 한두 번 얼굴 성형을 하고도 불만족스러워 또다시 얼굴 성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면을 바라봐야 한다. 마음 안쪽에 도사리고 있는 마음의 흉터를 치료해야 한다. 주변에 아름답지 못한 외모 때문에 주눅 들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외모 관리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을 다해 그의 외모를 칭찬해 주자."세상에, 이렇게 꾸미니까 몰라보겠는걸! 너 정말 예쁘다(멋있다)!"성형보다, 비싼 돈을 주고 하는 메이크업보다 주변 사람들의 공감과 감탄이 내면의 상처가 깊은 사람들을 훨씬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진정한 행복으로 안내할 수도 있다. 고가의 화장품이나 뛰어난 메이크업 기술은 외모를 바꾸지만 진정 어린 이해와 교감은 마음 깊은 곳의 상처를 치유한다.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2019-04-15 18:00:00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狗彘不若(구체불약) - 개돼지보다 못하다.

인간을 개돼지로 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돼지라는 단어가 갑자기 유행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민중을 개돼지로 비하했다가 공공의 적이 된 사건도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공직자가 이런 망언을 한 것이 지금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제왕 시절에도 민중은 군왕이 잘 보살펴야 할 대상이지 개돼지는 아니었다.춘추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왕제'(荀子'王制) 편에서 "군왕은 배요, 백성은 물이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나라의 태종은 늘 이 말을 되새기면서 대신들에게 백성을 잘 보살피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성군으로 남았다고 한다.한중일의 동아시아에서는 인간과 짐승의 구분은 도덕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을 동물에 비유한 것은 순자가 처음이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생각하고, 그 악한 것이 동물적 본능이라 봤다. 인간은 원래 동물적 본능이 있으니, 사회적 존재가 되면서 교육과 감화를 통해 선한 행위를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인간을 순자는 '영욕'(榮辱) 편에서 구체불약(狗彘不若)이라 했다. 개(狗)나 돼지(彘)보다 못하다(不若)는 뜻으로, 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개나 돼지는 원래 그렇다지만 인간이 제구실을 못하면 사실은 개돼지보다 더 못한 것이다.최근 버닝썬 사태와 관련된 뉴스들을 접하면서 구체불약이 떠오른다. 인간이 되는 교육과 감화를 받지 못하고 쾌락의 동물적인 생활을 한 일부 연예인들의 이야기이다. 순자가 일부러 거의 쓰이지 않는 체(彘)자를 사용한 것은 개돼지 같은 인간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리라.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4-15 18:00:00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김차진의 분필과 지우개] 중2병, 때가 그런 때이다

필자는 매년 3월이면 고등학교 신입생들을 새로 맞이한다. 그런데 한 달 정도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저 학생들이 정말 중 2 과정을 거쳐 온 학생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복장이 단정하고, 행동거지도 바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1, 2년 사이에 학생들이 의젓하게 자란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기까지 하다.사실 모든 학생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이 자라오면서 행동 장애가 있거나 부적응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중학교 선생님들께서 온종일 학생들과 씨름을 해보지만 연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개최되고 있는 실정이다.생각을 잠시 바꿔보자. 그러면 아이들이 거친 행동을 하거나 부적응 행동을 한다고 우리 사회가 그 학생들을 포기할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이런 학생들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학교, 가정, 사회가 철없는 아이들을 함께 보듬으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사춘기는 생각이 봄처럼 피어나는 시기이므로 오히려 그들의 왕성한 사고 활동을 인정하고 조장하는 교육적 노력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그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전두엽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른들처럼 조리 있게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이 미약할 뿐이다. 생각보다는 손발이 앞서나가는 시기이다. '때가 그럴 때'라고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이해가 안 될 법도 없다. 어른들이 여유를 가지고 연약한 화초를 들여다보듯이 잘 가꾸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투박한 그 꽃도 예쁘게 보이는 법이다.앞으로는 중 2병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따뜻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자. 그러면 거친 행동, 폭언을 일삼던 아이들도 조금씩 바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준다면 그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두엽이 성장할 것이고, 차츰 철이 들 것이다. 이맘때쯤 고등학교에 와서 신입생들을 살펴보면 그 증거를 확실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은 발달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을 뿐이다.필자는 평소에 중학교 선생님들께 정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요즘은 학생들의 발달 속도가 빨라서 그런지 예전에 중학교 2학년생이 보이던 부적응 행동을 초등학교 5, 6학년생들이 겪는다고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고학년 담임을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럴수록 한 발짝 더 물러서서 학생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게 본다면 고 2라고 해서 성장통이 없겠는가! 자라면서 발달 시기에 따라 겪는 아픔이 다를 뿐이다. 그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어른들이 잘 이해하고 그들의 성장통을 감싸주려고 다 같이 노력하는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학부모님과 시민들께서도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선생님들의 노고를 함께 격려해주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지금은 철없이 부적응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하고 멋진 신사, 숙녀로 자라나게 될 것이다. 필자는 매일 이런 성숙하고 예쁜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아침마다 학교에 출근하는 일이 즐겁다.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2019-04-15 18:00:00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블랙홀 촬영 인간, 신의 영역을 들여다보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우주의 모든 사건이 끝나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지점. 이 사건의 지평선 뒤를 들여다보는 일은 불가능한 일로만 여겨왔다. 2019년 4월, 드디어 인간은 신의 영역으로 일컬어지는 사건의 지평선에 발을 디뎠다. 블랙홀의 영상을 잡아낸 것이다. 전 세계 9군데 천문대와 과학자 200명이 참여하고 정보를 분석, 정리하는 데만 2년이 걸렸다. 1919년 천문학자 애딩턴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입증한 지 꼭 100년 만에 다시 한번 아인슈타인이 예측이 증명됐다.블랙홀 영상 촬영을 위해 수집한 데이터 총량은 3천500테라바이트(TB), 영화라면 전송에만 8천 년 걸리는 분량이었다. 하버드 대학으로 모은 하드디스크의 무게만도 t 단위였다 한다. 어마어마한 정보를 정리하고 분석해 영상으로 구현하는 알고리즘은 케이티 보우만이라는 젊은 여성 과학자가 개발했다. 보우만은 3년 전 MIT 대학원생 시절, 여러 곳에 흩어진 전파망원경을 동시에 가동해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 표면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번 성취는 자연 과학상의 진보만이 아니라, '여성 리더십'이라는 인문사회의 진보에서도 의미가 크다.인간이 극소의 영역에서 신의 영역에 발을 디딘 지는 시간이 꽤 흘렀다. 유전자 조작에 성공했고 퀘이사와 미자(微子) 등 극미 개체들의 존재도 파악해냈고, 인체의 정보 전달체계도 규명해 가고 있다. 그러나 알면 알수록 알아야 할 새로운 것들이 더 많아지는 법, 인간이 신의 영역을 곁눈질했다 해서 오만해져서는 안 되겠다. 과학계는 이번에 발견된 블랙홀을 '포웨히'라 명명했다. 하와이 원주민 언어로 '장식의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의 창조물'이란 의미라 한다. 블랙홀의 존재를 브리핑한 셰퍼드 도엘레만 교수도 '새로운 출발일 뿐'이라고 규정했다. 잊지 말자. 사건의 지평선 너머를 볼 수 있게 해 준 200명의 과학자를. 특별한 경의를 표하자. 위대한 예언자 아인슈타인에게. 내일 모레 18일이 그의 기일(忌日)이다.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4-15 17:30:00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특별한 손님 아이돌

보는 사람이 있어야 예술도 있다. 영국의 철학자 로빈 콜링우드는 혼자서 하는 예술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행사를 준비할 때면 늘 어떻게 관객들을 모을까 고심한다.대구예총이 5월에 마련하는 청소년무대예술페스티벌은 예비예술인인 청소년들을 위한 경연 무대이다. 이 행사를 통해 대구지역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무대 예술을 보여주려 한다. 볼거리 중에는 아이돌을 개·폐막식에 초청해 지역청소년들의 흥을 돋워 주는 것도 해당된다. 이 특별한 손님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몸값이 오르고 '빡센' 스케줄로 섭외에 난항을 겪기 일쑤다.아이돌팀을 초청하면 집객에 대한 고민은 접어도 된다. 개막 전 날부터 진을 치고 있는 열성팬들을 보면 엄마의 마음으로 심히 걱정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해에는 아이돌 멤버가 공연 중 던져 준 생수병을 일본인 팬과 한국인 팬이 서로 갖겠다고 실랑이를 벌인 경우도 있었다. 언어의 다름은 문제도 아니었다. 대구를 찾은 아이돌팀은 행사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떼창에 감동해 "역시 대구"라며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지인 중에는 아이돌 스타들이 기획사에서 사육되는 상품처럼 노래하고 춤춰 측은하다고 말한다. 잘 만들어진 이미지를 팬들은 소비하며 팬덤을 만든다. 최근 핵폭탄급 뉴스를 만들며 추락한 몇몇 아이돌 스타에서 커피 찌꺼기같은 허망함을 느낀다. 사생팬도 문제이지만 비뚤어진 스타의 특권의식은 더 위험한 부분이다.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팬들의 충성심에 범법 행위를 해도 넘어갈 것이라는 자만심이 생겼던 걸까. 팬사인회 응모비에 선물비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시간과 마음을 준 팬들이 우스운 모양이다. 인성이 받쳐주지 않는 성공은 지속되기 어렵다. 기업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성 교육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중 연예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은 현실이니 그들의 올바른 영향력이 요구된다.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을 만든다 했으니.내 두 딸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원하면서도 그에 맞는 교육은 했나 자신이 없다. 지적인 교육만 강조하며 학교에, 사회에 교육을 떠넘기지는 않았나 싶다. 프랑스에서 30대 장관 아들과 하원의원 딸을 키운 오영석 전 카이스트 교수의 인터뷰는 인상적이었다. 오교수는 장래는 부모 책임이 아니지만 자식의 인성은 부모 책임이라고 말했다. 후에 뒷목 잡으며 쓰러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신경써야겠다.오랜 연습생을 거쳐 아이돌로 데뷔해 성공할 확률은 로또보다 낮다고 한다.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면죄부로 이어질 수는 없다.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낙마의 수순은 당연하다. 버들치가 용이 될 수 없다. 내 '최애(最愛) 아이돌'만은 바르게 예술하고 예쁘게 연애해서 나이 들기를 바란다.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4-15 11:10:44

김태선 경일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기고]28년 후 오늘도 감수하시겠습니까?

지난겨울 우리를 TV 앞에 잡아둔, 대한민국의 불평등 상황을 입시를 통해 비추었던 드라마에서 상징적인 사물을 하나 뽑으라 하면 나는 피라미드를 말할 것 같다. 그 드라마에서 피라미드와 관련된 대사가 생각난다. "피라미드에서 미이라는 요기 요쯤에 있대, 여기에 무게중심이 있대, 그니까 여기가 제일 좋은 자리, 중간이 최고야." 가장 좋은 자리, "요기 요쯤"은 피라미드의 중간 지점이었다.이 지점을 벨커브(bell curve)라 불리는 정규분포곡선에서 찾으면, 볼록하게 솟은 곡선의 중간 영역 중에서도 가장 가운데, 평균점일 것이다. 벨커브는 이름처럼 좌우대칭이면서 양끝에서 가운데로 올수록 볼록하게 솟은 종 모양의 그래프이다. 수능시험 성적분포, 키나 몸무게 분포 등 많은 것들이 이 곡선을 통해 설명될 수 있다. 이 그래프는 평균에 근접할수록 해당하는 사람이 많음을 보여준다.일상의 물건은 이 평균점에서 가장 멀리 있는 사람들, 즉 극단치를 배제한 신체 기능 측면에서 '정상인' '일반인'이라 불리는 집단을 기준으로 한다. 전체 인구에서 5~95퍼센타일 범위로, 전체 인구의 약 90%를 차지한다.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속에 전체의 90%를 대변한다고 하니 '참! 괜찮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90%는 배제된 10%의 존재를 암시한다. 이 10%에는 선천적으로 또는 후천적(사고나 질병)으로 장애가 있거나, 또는 노화로 인해 기능이 손상·저하된 사람 등이 포함될 수 있다.90%를 위한 일상은 10%의 누구에겐 불편함 또는 그 이상이다. 생수병을 여는 것, 울퉁불퉁한 인도 위를 지나는 것, 무인판매대에서 주문하는 것이 별일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불편함의 정도가 증가하면, 불편함은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없는 장애(disability)'가 되고,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장애(handicap)' 상태로 확대된다. 개인적 불편함이 신체기능적 제약으로, 사회적 역할의 불능 상태로 이어진다. 이처럼 사물의 불편함은 개인의 신체 문제보다는 기능적 장애(functional disability) 즉 개인의 사회 참여와 활동이 제한되는 불평등에 방점을 찍는다. 디자인 불평등이다.90%의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일까? 아니면 인구 피라미드가 항아리형으로 변하면서, 우리 모두 배제된 10%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 높아진 것일까? 90%가 아닌 100%를 지향하는 디자인에 전보다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보편적 디자인(universal design),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등 신체적 약자를 배제하지 않는 디자인은 고약한 일이 빈번한 세상에서 너무나 '착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배려와 착함은 배제한 자의 시선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현실적인 실천은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이익을 위해 일반인과 장애인,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배제해왔다.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 있고, 아플 수 있고, 노인이 된다. 하지만 나 역시 '젊음'을 예찬하되 '늙음'은 내 일이 아니었고, 신체적으로 '할 수 없음' 또한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노인이 되었고 나도 중년이 되었다. 의학의 발전으로 내가 사랑하는 그들을 더 오래 이 세상에서 볼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감사의 시간만큼 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신체적 기능 약자로 살게 된다. 그들이 느끼는 세상의 불편함과 불평등은 점점 더 크게, 더 오랫동안 다가올 것이다. 비배제의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한민국의 평균 나이는 42.1세이다. 노화는 약 70세 즈음부터 급격해진다. 그렇다면 28년 후 오늘, 여러분은 아직도 이 불편함과 불평등을 '감수하시겠습니까'?

2019-04-15 10:16:20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세계의 창] 브렉시트: 영광스러운 고립주의가 낳은 예견된 혼란

브렉시트(Brexit)란 영국의 EU 탈퇴(British+Exit)를 뜻하는 말이다.우리와 특별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이 말이 신문의 국제 면을 차지하는 단골 뉴스가 되었다. 브렉시트를 두고 영국은 심각한 정치사회적 갈등과 혼란에 빠져 있고,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2016년 6월 23일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예상을 깨고 51.9%의 영국민들은 EU 탈퇴에 찬성했다. 그로부터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영국은 EU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무슨 이유로 브렉시트라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까. 영국 특유의 고립주의와 유럽회의주의에서 그 본질적 이유를 찾을 수 있다.전통적으로 영국은 "유럽 대륙의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며, 유럽의 어느 나라와도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고립주의에 의거한 대외 정책을 취하고 있다. 2차 대전이 끝날 때까지 유럽 대륙에는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멀리 떨어져 있는 영국은 고립주의에 따라 대륙의 복잡한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영국은 독자적인 정치제도와 대외 정책을 실시하여 영연방국가를 통합하는 대제국을 건설하였다. 이 관점에서 보면, 고립주의는 영국에 빛과 영광을 안겨준 훌륭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1950년대에 접어들어 유럽 통합이 본격화되면서 영국의 고립주의는 위기를 맞는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의 6개국은 1953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필두로 1958년 유럽경제공동체와 유럽원자력공동체로 이뤄진 유럽공동체(EC)를 설립하였다. 그 후 EC는 발전과 심화를 거듭하여 28개 회원국을 거느린 거대 통합체인 EU로 확대되었다.유럽 통합이 국가 체제에 미친 영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EU의 설립으로 물리적 국경이 철폐됨으로써 '국가의 퇴각'을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유럽 당국은 회원국들에 끊임없이 주권의 제한과 양보를 요구했다. 이에 회원국들은 농업과 통상 정책 등 일부 산업 부문에 대해 자발적으로 자국이 가진 주권을 공동체로 이전했다. EU 체제를 제외하고 근대 역사에서 국가가 자국의 주권을 자발적으로 이전하거나 양도한 사례는 없다. 오랜 세월 국가주의에 빠져 있던 영국은 이를 영토 주권의 침해로 받아들였다.영국 특유의 고립주의는 유럽 통합 과정에서는 그 모습을 바꿔 유럽회의주의로 나타났다. EC가 출범할 당시 영국은 대륙 중심의 유럽 통합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영국의 이러한 태도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영국 침공에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은 탓도 있지만 고립주의가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영국은 197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EC에 가입한다.회원국이 되고 나서도 영국의 회의주의적 태도는 변하지 않는다. 영국은 유로존 가입을 유보하는 등 유럽 당국이 추진하는 통합 정책에 줄곧 미온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최근에는 리비아 난민과 테러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영국과 유럽 당국은 다시 심하게 부딪쳤다. 영국은 유럽 통합의 적극적 협력자라기보다는 줄곧 반대자나 회의주의자의 입장에 서 있는 셈이다.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보고 프랑스의 어느 언론인은 말했다. "유럽인들은 한배에 타고 있다." 그의 말대로 영국은 EU를 탈퇴하지 않고 유럽인들과 운명을 같이할까? 아니면 EU를 버리고 다시 '영광스러운 고립주의'로 돌아갈까?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영국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21세기는 모든 국가와 민족이 고립이 아니라 연대를, 폐쇄가 아니라 결속을 통한 평화로운 사회를 원한다. 이를 위해 영국은 전근대적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버려야 한다.EU와 이혼 혹은 혼인 유지? 세계의 이목이 브렉시트에 쏠리고 있다. 이제 영국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2019-04-15 09:58:06

최영조 경산시장

[기고]경북도민체전 큰 잔치에 초대합니다

신록이 짙어가는 4월. 원효 설총 일연이 태어난 삼성현의 고장 경산에서 19일부터 22일까지 경산에서 제57회 경북도민체전이 열립니다. 경북도 내 23개 시·군을 대표하는 1만2천여 명의 임원·선수들이 '희망도시 경산에서 하나 되는 경북의 힘!'이라는 대회 구호 아래 저마다 고장의 명예를 걸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경산시는 10년 만에 다시 개최하는 경북도민체육대회를 '300만 도민과 함께하는 스포츠 융복합 체전'으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우리는 300만 도민들의 화합과 자긍심을 높이는 화합 체전, 체육인의 강인한 열정으로 꿈과 희망을 나누는 희망 체전, 스포츠와 문화 경제가 조화를 이루는 스포츠 융복합 체전,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민과 함께하는 참여 체전, 4차 산업혁명과 청색기술 산업의 선도도시로 힘차게 도약하는 체전을 만들고자 합니다.경산시는 이번 도민체전을 통해 '참여와 화합'의 가치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대회 상징물 '싸리'와 개·폐회식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초청 가수도 설문조사로 선정했고, 자원봉사자와 시군 선수단과의 자매결연, 성화봉송 주자 등은 공개 모집해 많은 시민들과 함께합니다.특히 이번 도민체전에서는 개회식 때 내빈석을 그라운드에 내려 설치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주요 내빈들이 차지했던 단상의 본부석은 배려석으로 운영해 소외계층에게 양보하는 등 화합 체전을 만들고자 합니다.이 대회에서 보여 줄 또 다른 가치는 '미래'입니다. 개회식 공개 행사에서는 '놀라운 미래 경산'이라는 주제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경산시가 추구하는 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대회 기간 중 주경기장 앞 콘텐츠누림터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경산시만의 차별화된 특별체험부스로 VR체험관을 운영해 어드벤처 게임과 복싱 양궁 축구 등 스포츠 게임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남매지에서는 경산콘텐츠누림터 앱을 활용한 낚시게임을 할 수 있고, 천연기념물 368호인 경산의 삽살개를 모티브로 한 이번 도민체전 마스코트 '싸리' 대형풍선이 눈길을 끌 것입니다.도민체전을 통해 경산의 '문화'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도민체전 기간 중 경산시의 맛과 멋을 느끼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경기장 주변에는 농특산물 먹거리 부스를 설치하고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주경기장 앞 어귀마당에 상설 공연장과 체험 행사장을 마련해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도민체전 성공축하 뮤지컬 '용궁체육대회'와 경산 출신 원로화가인 조규석 화백 특별 초대전도 열립니다.이번 도민체전에 참가하는 선수 및 임원과 도민 여러분들이 경산을 방문하시면 여유 시간에 경산의 문화관광 명소를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정성껏 빌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전설이 있는 갓바위와 사진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진 반곡지, 자인계정숲, 경산시립박물관, 영남대박물관과 민속촌, 임당동 조영동고분군 등을 다녀 가시길 권합니다. 또 10개 대학의 캠퍼스도 투어 코스로 손색없는 풍광과 볼거리를 자랑합니다.경북도민 여러분! 경산에서 열리는 제57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28만 경산시민들이 따뜻하고 친절하게 모시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2019-04-14 09:58:08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인사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소선(小船)은 난감중재(難堪重載)요, 심경(深逕)은 불의독행(不宜獨行)이라."(명심보감) "작은 배는 무거운 짐을 감당하기 어렵고, 으슥한 길은 혼자 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앞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감안해서 행동하라", 뒷부분은 "어려움이 예상되면 미리 그것을 피할 줄 아는 지혜를 가져라"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른바 '인사 참사'로 시끄러운 정국을 보며 떠오른 말이다. '소선은 난감중재', 자신이 어느 정도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전혀 가늠하지 못하는 공직 후보자들이 우선 문제다. 말 그대로 작은 배에 무거운 짐을 싣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 결국 배가 침몰하거나 파선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제 분수에 넘치는 과욕을 부리면 망하기 십상이다.아무리 좋은 옷도 자기 몸에 맞아야 입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지위도 자기에게 버거우면 실패하거나 견디지 못하는 것은 자명하다. 공직에 적합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버젓이 심판대에 오르는 일이 많다. 용감한지 무모한지 모를 일이다. 침몰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살아온 인생 전체가 난파한 줄도 모른 채 고위직에 오른 것만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보인다. 검증자들이 새겨야 할 경구가 '심경은 불의독행'이다. 으슥한 길을 홀로 가면 험한 일을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 길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가야 한다면 봉변당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어두운 길을 혼자 가다가 문제에 봉착하면 지혜롭지 못하다. 함량 미달인 후보를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은 으슥한 길을 홀로 가려는 것과 비슷하다. 길을 막고 시비 거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음을 예상하고 대비했어야 한다.7명 후보자 모두에게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던 장관 인사 추천이 그랬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 자체야 문제될 것 없다. 액수가 많은 것도 비난의 대상일 수 없다. 문제는 당사자가 판사, 남편도 판사 출신 변호사라는 사실이다. 거래 과정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것을 예상하고 더욱 면밀하게 점검했어야 한다. 뒤늦게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해명하도록 하는 것은 자신들의 직무를 소홀히 했다는 방증이다. 무능했거나 알고도 강행했다면 오만한 것이다. 어느 쪽이든 책망 받아 마땅하다. 청와대 인사 검증이 허술하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오죽했으면 정홍원 전 총리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젖 먹을 때부터 지은 죄가 다 생각나더라"는 말까지 했겠는가.'우리 편'은 적당히 넘기려는 동무 의식이 문제다. 유독 문재인 정부만도 아니다. 과거 정권도 다를 바 없었다. 우리 정치에서 인사 문제야말로 여야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갈등과 파열음은 증폭된다. 고위공직자의 철저한 검증을 위해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정쟁의 주 무대가 된 느낌이다. 신상털기식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종종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이쯤에서 필요한 것은 인사 검증과 청문회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우리가 도입한 미국식 공직자 검증과 인사청문회는 애초부터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좋지 않은 사람'이 고위 공직에 임용되는 것을 막으려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잘된 임용'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임용'을 방지하는 게 더욱 긴요하다는 인식이다. 문제 인사에 의한 국가적 손실이 유능한 사람에 의한 이익보다 더 크다는 게 인사 검증과 인사 청문 제도의 본질적 존재 이유이다. 미국에서 인사 대상자에게 보내는 수많은 질문 마지막에 꼭 포함되는 게 있다. '(그 외에) 당신의 지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진술하라'는 것이다. 무거운 직책을 맡길 만한 사람인지, 으슥한 길에서 봉변을 당할 일은 없는지 묻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좋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는 게 인사 검증이다.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본인이나 검증자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19-04-14 09:53:25

최경규 행복강연가·작가

[광장] 오늘을 제대로 살면 더 행복할 수 있다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하지 못하는 차이, 즉 괴리감에서 오는 부분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현실과 자신이 바라는 기대의 차이가 클수록 행복감도 낮아지며, 자존감도 점차 떨어질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누가 들어도 단기간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애착을 우리는 욕심, 과욕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욕심이 때로는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동기 유발과 지속적인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점은 언제나 그러하듯 네거티브한 부분, 성취에 대한 작은 자기 보상도 없는 끝없는 욕심은 지금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이란 감정조차 메말라가게 한다.행복에 대한 강연과 상담을 하다 보면 행복의 기준점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라 답한다.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과 식사할 때나 가족과 여행을 할 때이다. 비싼 세계 여행도, 최고급 스포츠카를 갖는 것도 아닐진대, 우리가 행복을 지금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그 이유는 바로 남들과의 비교, 경쟁의 마음에서 비롯된 자기만족 불감증 때문이다. 이웃이 해외여행을 가고 비싼 수입차를 타더라도, 가까운 바다라도 갈 수 있고 오래된 차라도 있으면 행복하다고 느끼면 된다. 그런데 수많은 시간들을 남들보다 더 잘하고자, 내일의 행복이란 명분 아래 오늘을 희생하고 살아간다. 좋은 차, 해외여행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행복을 무시한 채 내일을 위하여만 살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인생의 황혼기에 든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생의 정답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디에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같이 있고 싶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행복한 삶이라 그들은 자신있게 말한다.최고급 양주를 마시며 일등석에 타는 사람이나 맥주를 마시며 이코노미석에 앉은 사람이나 도착 시간과 도착하는 장소는 같다. 100평의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20평에 사는 사람보다 삶의 외로움을 덜 느끼는 것은 아니다. 삶의 기준을 사랑하는 이와 함께 정을 나누고 추억을 만들어가며 인간답게 사는 것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그리 영원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은 무엇이고 오늘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것을 할 수 있는가? 여러 가지 변명과 이유들로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의 가치를 잊고,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기쁨의 권리를 억누르고 있지는 않은가?자신을 소중히 생각하고 내일이 아닌 오늘을 소중히 생각할 때 행복의 씨앗은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이 작은 사고의 전환은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 행복하게 한평생 즐기다 간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2019-04-13 01:30:00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위한 통치 연합이 필요하다

민심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4·3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작년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전례 없는 압승을 거두었지만 불과 10개월 만에 민심이 판이하게 돌변하고 있다.범여권은 단일화를 하고도 영남에서 진보 성향 유권자가 가장 많은 경남 창원성산 선거에서 504표 차이로 신승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통영시장과 고성군수 선거에서 모두 싹쓸이했지만 통영·고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선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23.5%포인트 차이로 완패했다.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4월 첫째 주(4월 2~4일)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41%로 추락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부정 평가는 49%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영업자층에서 긍/부정률은 37%/54%, 저소득층에서는 31%/60%였다. 현 정부 핵심 지지층이었던 학생(33%/56%)과 서울(38%/52%)에서도 긍정 평가가 30%대로 급락했다.문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왜 이런 엄청난 민심 이반이 발생했을까? 경제 위기, 인사 참사,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다. 선거를 치르듯이 통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셀리그맨(Seligman)과 카빙톤(Covington) 교수는 '선거 연합과 통치 연합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위기를 분석했다. 그들은 새 대통령이 대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선거 연합을 깨고 다른 세력으로 통치 연합을 만들면 필연적으로 리더십의 위기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992년 대선 당시 선거 연합인 3당 합당의 한 축이었던 충청의 김종필 총재를 집권당에서 쫓아냄으로써 선거에서 패배했다. 그 후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총재와 김종필 총재의 DJP 연대에 정권을 빼앗겼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역주의 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호남 세력에 등을 돌리고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무너졌다.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선거 연합과 통치 연합의 부조화가 아니라 두 연합의 비정상적인 유착으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민주노총, 참여연대를 포함한 진보 시민단체, 그리고 운동권 세력과 거대한 선거 연합을 만들어 집권했다. 그런데 집권 후 이들 선거 연합 세력들에 대한 부채 의식과 지나친 유착으로 국정 운영의 동력을 스스로 상실하고 있다.민주노총은 그동안 친노동 정부를 등에 업고 오만의 극치를 보이며 안하무인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가령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서에서 취재 중인 기자를 집단 폭행했다. 공권력이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면서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야권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노총 공화국이다"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는 극도로 정치화되면서 정부의 각종 인사에서 혜택을 보고 있다. 행정부, 청와대, 사법부, 공공기관의 핵심 인사가 진보 시민단체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공정해야 할 인사가 오로지 '정치 공학'에 의해 움직인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이렇다 보니 인사 참사가 끊이지 않고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 정부에서는 운동권 인맥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해 핵심 요직에 포진되었다. 그런데 이들의 강한 이념적 편향성으로 경제 정책은 현실성이 무시되고 외교 정책에서는 오랫동안 다져온 동맹이 흔들리고 있다.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용단을 내려야 한다. 법치 훼손, 인사 참사, 정책 실패를 몰고 온 파행적인 선거 연합을 깨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을 만드는 새로운 통치 연합을 만들어야 한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2019-04-12 03:30:00

하득숙 대구 동곡초교 교사

[기고] 학생과 선생님 모두가 행복한 '1수업 2교사제'

지난해 3월, 새 학년을 맞은 교실에 커다란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복병은 바로 과잉행동장애로 수업 진행을 어렵게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수시로 폭력을 가하는 범수(가명)였다.협력학습을 통해 서로 돕고 배려하는 학급을 꾸려나가고 싶었는데, 협력학습은커녕 범수에게 기본적인 학습 태도조차 가르쳐줄 수 없었다.범수는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들의 학용품을 가져가고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수업을 방해했다. 모든 학생들이 범수를 위해 양보하고 참아야 했다. 마음이 아픈 아이니까. 교직 경력 20년이 넘었지만 정말 낯선 수업 분위기였다.더욱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범수의 폭력성이었다. 친구들에게 가위나 우산으로 불쑥불쑥 위협하는 행동은 결국 다른 학부모들의 원성을 샀다.학부모들은 우려 끝에 번갈아가며 담임인 내게 전화를 해왔다. 범수의 병은 안타깝지만, 우리 반 친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그 어떤 노력도 범수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우울하고 답답한 날들이었다.행복한 소식은 2학기에 찾아왔다. 1수업 2교사제를 시범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학교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운영 계획서를 냈고, 하늘의 별 따기만큼 구하기 어렵다는 협력교사가 우리 반에 배정됐다.우리 학급에 온 협력교사는 참 노련하신 분이었다. 30년 넘게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2년 전 명예퇴직을 한 분이었다.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뒤 그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내가 범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학생이 변하지 않으니 보람을 못 느끼겠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른 부진 학생들도 도와주면서 협력교사로 남아 주십사 간절히 부탁드렸다.범수에게 변화가 온 것은 협력교사가 온 지 한 달쯤 지나서였다. 무엇이 범수의 변화를 가져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협력교사와 담임교사의 협력수업, 말 그대로 '1수업 2교사제'였다. 매일 범수에 대해 의논하고 관찰한 결과를 서로 나누고 다음 날 적용해 볼 생활교육 전략을 짜며 방법을 모색했다.내가 전체 수업을 진행할 때는 협력교사가 범수를 붙들고 가르쳤고, 내가 범수와 상담하고 생활교육에 매달릴 때는 협력교사가 나머지 학생들을 인솔해서 급식 지도를 했다.둘이라서 가능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으니 범수의 수업 태도가 갈수록 좋아졌다. 줄 서기의 규칙을 이해하게 됐고 틱 증상으로 인해 어려웠던 글쓰기를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지 않고 모둠활동에도 참여했다.물론 아직 완벽하지 않다. 과잉행동장애는 단시간에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작은 변화가 너무 고맙고, 교사로서의 행복감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협력교사가 없을 때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협력선생님이 계셔서 어떤 점이 제일 좋니?" 아이들은 선생님께서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좋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작은 일에도 크게 감사하고 감동하며 큰 액션으로 칭찬해주셨다. 그분이 다시 그립다. '1수업 2교사제'는 교사로서 보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고마운 교육정책이라 생각하며, 함께 마음 모아 지도해 준 협력교사께 감사드린다.

2019-04-12 0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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