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배지훈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

[기고] 예천군의회 사태와 정당개혁의 필요성

예천군의회의 해외연수 사태의 파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해외연수까지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나아가 지방의회 폐지론에 이르기까지 분노에 가득 찬 다양한 여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하지만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정당개혁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의식 없이 피상적으로 정치혐오와 반정치의 감정적 결과물만 내놓는다면 지방자치는 물론 지방분권 실현에도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번 사태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해당 의원을 공천한 정당이다. 공천권을 쥔 무소불위의 제왕적 당협위원장 체제하에서 인성과 자질에 상관없이 해당 지역의 당협위원장에게 가장 충성도가 높은 인물이 밀실에서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 공천된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정당의 공천과정이 투명하고 민주적이었다면 인성과 자질, 의정활동 능력에 문제가 있는 인물들은 아예 공천을 받기가 어려웠을 것이고 의회 입성도 힘들었을 것이다.당협위원장에 대한 어떤 견제도 작동하지 않는 이러한 비민주적 공천 시스템에서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 공천되기도 어렵고 나아가 지방의회, 지방자치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지방의회 의원은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가방 심부름꾼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자치와 분권은 관계에 대한 독립과 주체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다. 이런 식의 수직적으로 예속된 관계에서는 오히려 자치와 분권에 역행하는 인물만 공천될 확률이 높다. 공천 시스템의 개혁 없이 해외연수만 없앤다고 과연 지방자치가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 상황에선 이런 일이 앞으로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정당의 정치인뿐만 아니라 남 앞에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은 권한과 권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권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이 부여한 힘이지만 권한은 오로지 남을 위해서만 쓰도록 법이 보장한 힘이다. 전직 대통령들의 불행도 따지고 보면 권한과 권리를 혼동해서 처신한 결과이기도 하다. 무릇 세상의 모든 정치인들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이라 권한만 있는 것이지 권리는 없다. 만약 대통령이나 정치인에게 권리가 주어진 사회라면 그건 왕조국가나 독재국가와 다름 없다.공천권도 마찬가지다. 공천권이 당원의 권리가 아닌 각 정당들의 당협위원장의 권리라고 인식하는 당 구조에서는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인물보다는 당협위원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인물이 공천될 가능성이 많다.이번 사태에 대해 충격을 받은 예천군민들이 이사를 가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눈앞의 정치를 회피해서는 오히려 정치가 타락할 수 있다. 만약 지난 지방선거에서 예천군민들이 예천군의회의 구성을 좀 더 다양하게 했더라면 의회 내부적으로 각 정당들 간 견제와 감시도 있었을 것이고 이번과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었다.해외연수 실시 여부에 매몰되면 정치개혁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 똑같은 물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지만 젖소가 먹으면 우유가 된다. 의원 연수도 제대로 된 인물만 공천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쓰일 수 있는 문제다.실제로 달서구의회는 지난해 독일의 환경정책들을 보고 배워 온 덕분에 성서 바이오SRF 열병합발전소 문제를 풀어 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와 지방자치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각 당은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절차부터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분권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각 당은 상향식의 민주적인 정당 시스템으로 정당개혁부터 해야 한다. 정말 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인물이 공천된다면 지방자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

2019-01-20 16:11:43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그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니 간 고등어 머어 봤나?"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전라도 음식에 대한 폭풍 찬사가 쏟아지는 자리에서 떡하니 내지른 한마디, 저자는 이것을 가리켜 '안동의 자존심'이라 했다. 하긴 그곳의 음식은 명실상부한 그곳의 문화이니 안동 사람이 어찌 문화로 꿀릴까? 설령 바다와 떨어진 입지 조건에서 비롯된 때문이라 해도 세월 지나 이름 앞에 '안동'이 붙는 순간, 소금에 절인 고등어는 새로운 의미의 특별한 무엇이 되었을 것이다.고등어 하나로 산해진미와 대적하고 대세를 거슬러 외로이, 그러나 당당하게 고향을 외치게 하는 '안동의 자존심'처럼 말이다. 이처럼 안동 사람이 '안동의 것'을 대하는 태도에는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이 있다.그런데 찾아보면 이러한 조합이 어디 안동과 간고등어뿐이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고향의 것'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마을마다 도시마다 자기만의 이야기와 색깔이 있고 그것이 빚어낸 '자기만의 것'이 있다. 우연히 만나면 반갑고 오래 잊고 살다가도 한 번씩 생각나는 것들, 떠올리면 애틋해지고 까닭 모를 힘을 샘솟게도 하는 '고향의 것', 즉 '우리만의 것'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함께 느끼는 공통의 정서이다. 그래서 그 '우리만의 것'이 주는 특별함, 그것을 대하는 남다른 시선과 뿌듯함이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어지는 건 어쩌면 인지상정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옆옆이 자리한 마을과 이웃한 도시들이 모여 경북이 되고 대구가 되었으니 대구경북의 사람들 또한 이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그걸 가리켜 일명 'TK 정서'라 일컫든 아니면 다른 뭐라 부르든 '따로 또 같이' 공통의 정서가 생겨난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따라서 다양한 지역 정서를 대함에 개인적 취향과 성향에 따른 호불호는 있을 수 있겠으나 어느 한 지역의 정서만을 따로 떼어 보편성을 부정하거나 시빗거리로 삼는다면 그건 가당찮은 일이다.그런데 요즘 들어 대구경북의 이 'TK 정서'가 마치 미풍양속을 해치는 나쁜 습속이라도 되는 양 치부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더군다나 이것이 빌미가 되어 대구경북 사람, 특히 대구경북의 청년들이 타지, 특히 수도권에서 무단히 눈총이나 면박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끔 툭하고 던져지는 적의(敵意) 섞인 질문 "거긴 왜 그래요?", 이 한마디의 근저에는 대구경북에 대한 얕고 편향되며 부실한 인식이 깔려 있다.질문을 풀어보면 대강 이렇게 된다. '당신네 지역은 왜 그렇게 수구적이며 정치적으로 한쪽으로만 편향되어 있는가?', 여기에 더해 '그 동네 사람들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 부른다면서?'라는 힐난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이건 사실이 아닐뿐더러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 이렇게까지 답을 해야 하나 싶지만 일단, 대구경북 사람들은 장인어른을 영감탱이라 부르지 않는다. 알고 보면 정치적 지형과 색도 무척 고르고 다양하다. 그리고 다 떠나서,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그냥 그들의 삶을 살고 있을 뿐이다.그럴 리 없겠지만 서울에 살고 있는 현 정권의 주류세력들, 그리고 그 줄에 닿은 사람들의 대구경북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 질문처럼 얕고 편향되어 있다면, 그래서 저 높은 곳에서 중앙과 지방이 서로 잘해보자며 그들끼리 악수와 덕담을 주고받을 때 정작 대구경북의 청년들은 어디 몹쓸 곳에서 온 사람처럼 눈치를 봐야 한다면 이건 이만저만 잘못된 일이 아니다.조금만 상기해보자. 경북은 동학의 발원지이다. 또한 항일의병의 본거지이며 혁신유림의 본향이다.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에서 알 수 있듯 시대의 부름에 늘 앞서 응답을 한 곳이다. 그리고 대구경북은 대한민국에서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그러니 누구든 대구경북에 마뜩잖은 시선을 보내고 싶다면 먼저 오늘 자신의 삶이 대구경북에 빚진 건 없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시라. TK 정서는 시비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대구경북의 청년들이 출신지로 인해 주눅 들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그들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2019-01-20 15:40:51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광장] 새해에는 '꼰대 탈출' 합시다

인터넷에서 '꼰대'라고 검색하면, '꼰대 테스트', '꼰대 6하원칙' 등 젊은이들이 '꼰대'를 풍자한 글과 이미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만큼 '꼰대'는 이미 '꼰대 문화'로 우리 생활 속에 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꼰대'는 '늙은이'를 뜻하는 은어 혹은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현대적 의미의 '꼰대'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을 근거 없이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이다. "나는 꼰대가 아냐!"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꼰대 테스트'를 먼저 추천한다.청년들에게 '꼰대 문화'는 직장을 떠나게 하고, 도시를 떠나게 하는 청년들이 탈출하고 싶은 갑갑한 문화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이 입사 후 1년 이내 퇴직하는 비율은 2012년 23.6%였던 것이 2014년 25.2%, 2016년 27.7%로 꾸준히 늘고 있다. 어렵게 입사하고도 4명 중 1명이 1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조직이나 일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업 문화로 인한 이직이나 퇴사가 53.9%로 나타났는데, 남성보다 여성, 직급이 낮은 사람일수록 비율이 높았다.이미 기업에서는 '꼰대 문화'를 '꼰대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꼰대'는 사고의 경직성으로 인한 조직의 비효율을 발생시키고, 공감력 부족으로 인한 조직원의 몰입 저하와 이탈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또 업무의 자율성을 저하시켜 직장인 10명 중 4명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도시의 '꼰대 문화'는 청년이 떠나는 도시를 만든다. 산업화를 이루고, 민주화를 성취한 기성세대의 눈에는 청년세대가 나약하게만 보인다. "우리 때는 말이야…,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어서…"라며 기성세대가 왕년을 이야기할 때, 청년은 미래를 말한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청년세대와 소통이 불가능한 꼰대세대가 되었다. 꼰대들의 조직 문화는 많은 젊은이들이 보수적인 대구의 직장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도시를 떠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2016년 대구청년실태조사에 의하면, '좋은 취업 기회를 얻기 위해서(43.0%)'뿐만 아니라, 보수적폐쇄적인 지역 분위기(19.4%)도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주요한 이유로 나타났다. 그만큼 '꼰대 문화'가 강하단 말이다.지난 11월, 대구경실련에서 흥미로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른바 '꼰대 탈출 프로젝트'다. 청년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청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는 취지였다. 많은 기성세대 참석자들이 처음에는 '꼰대 문화' 지적에 약간의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때와 태도'가 중요함에 공감하게 됐다. 토론시간 이후에는 세대 간 '시간과 경험의 격차'를 인식하면서 우선 자신의 자녀부터 새로운 자세로 대해보겠다는 이들도 많았다.'꼰대 탈출'은 떠나는 청년을 위해서도, 외로운 기성세대를 위해서도, 우리 도시의 역동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청년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새해에는 '꼰대 탈출'에 함께 동참해보자. 2019년 새해, '꼰대 탈출' 준비되셨습니까?

2019-01-18 20:19:10

이철우 경북도지사

[기고] 통합신공항으로 대구경북 비상의 날개를 달자

10여 년 전 경상북도 부지사로 일하면서 외자 유치를 위해 국외로 많이 다녔다. 국제선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에 부지런히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또 인천공항으로 가야 했다. 거기에 더해 긴 비행을 거쳐 외국 기업가와 투자자를 만났다.하지만 긴 여정의 수고로움은 번번이 퇴짜로 되돌아왔다. 간곡한 투자 요청에도 '공항이 없다'는 넘사벽에 가로막혔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오가는 불편을 감내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구·경북이 힘겨워진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 시대에 관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경 중심의 1960년대까지는 우리 지역이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가장 컸고 산업화 및 정보화 시대에도 선전했다. 하지만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반면 영종도에 국제공항을 세운 인천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 외국의 학교와 병원, 국제기구 등을 끌어들이면서 질주하고 있다.이미 인구 규모는 대구를 추월해 3위로, 지역내총생산(GRDP)은 부산을 추월해 2위 도시로 성장했다. 그런 인천을 보고 있자면 우리 시·도민은 속이 쓰리다. 하지만 마냥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구, 포항, 구미도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해 하루하루 계속 뒤처지고 있다. 만사를 제쳐 두고라도 세계로 나가는 하늘길부터 열어야 하는 이유다. 항공은 여객도 중요하지만 물류가 핵심이다. 현재 우리 지역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 상품을 무진동 차량으로 수송하는 데 들어가는 물류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항공 물류 수송기를 통해 곧바로 운송할 수 있다면 우리 지역의 산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3천500m가 넘는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대구공항으로는 불가능하고 통합신공항을 건설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처럼 작은 지역에 그런 공항이 필요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 대구경북 520만 인구는 싱가포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선진국들과 비슷한 규모다.GRDP도 약 150조원으로 핀란드의 절반에 육박하고 웬만한 나라 규모를 넘어선다. 대구경북이 하나로 뭉쳐 경쟁력을 만들면 얼마든지 하나의 나라처럼 운영할 수 있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싱가포르는 세계적 관문공항인 '창이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역시 통합신공항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한편 부산경남에서 김해 신공항을 가덕도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공항 입지를 둘러싼 10년의 대립과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부적절한 처사다. 그러나 우리는 공항이전특별법에 의해서 진행되는 통합신공항을 신속하게 건설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김해 신공항 문제에 끌려 들어가면 우리가 해야 할 일까지 발목을 잡힐 수 있다.두 번째 시도지사 교환근무의 날인 16일 대구시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통합신공항 이전후보지 두 곳을 둘러봤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10여 년 후에는 세계 각국으로 오가는 비행기가 분주하게 뜨고 내리는 멋진 국제공항으로 변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쯤 대구와 경북은 새로운 경제에 대한 기대로 들썩일 것이다. 대구시민들과 경북도민들이 통합신공항에 뜻을 모아 주셔야 한다. 함께 손잡고 세계로 향하는, 미래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2019-01-17 16:09:57

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매일춘추]무용한 것들을 사랑하오

한때 이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항일을 하자니 몸이 고단할 것 같고 친일을 하자니 마음이 고단할 것 같고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말이오."라는 대사가 유행하면서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바람이나 별, 꽃, 웃음, 농담 같은 무용한 것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위무해 준다. 돈벌이에, 아이들 교육에, 인간관계에 지치다 보면 이런 무용한 것들이 우리를 위로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 준다. 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런 무용한 것으로 살겠다고 나서는 것이 예술이다.따지고 보면 예술이 언제 무용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예전에는 자식이 예술을 하겠다면 부모들은 가난하게 산다고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말렸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예술가들이 굶어 죽기까지는 아니어도 여전히 가난한 생활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술은 성행하고 앞으로 더 성행할 것이라고 본다. 바로 그 무용성 때문에.예술은 '즐긴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돈벌이를 '즐긴다'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일상적인 생활을 즐긴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부처가 생노병사를 고통이라고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는 것을 고통까지는 아니어도 힘겨워한다. 나는 바로 그 고통 때문에 예술이 여전히 명맥을 이어갈 것이며, 미래에 더욱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통을 겪으면 회피하고 치유하려는 본능이 있는데 예술에는 고통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숨 막히는 교통체증을 감수하면서 도시를 떠나는 이유는 바로 이 바람이나 별, 꽃, 나무, 햇살 같은 무용한 것들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이 무용한 것들을 화가는 화폭에, 작가는 책에, 배우는 스크린으로, 음악가는 노래로 옮겨 놓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예술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창작한 예술작품을 향유하고 스트레스를 풀며 즐긴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현상인가. 생활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예술로 치유하면서 예술은 여전히 무용한 것으로 치부한다. 예술이 당장 의식주의 기본적인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 이래로 예술 없는 생활을 상상해 보라. 건축물은 실용적인 뼈대만으로 단조로울 것이며, 옷은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는 역할로도 충분할 것이며, 생활은 먹고 사는 일로만 영위될 것이다. 죽고 사는 일에 예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에는 예술이 필요하다. 인간은 동물처럼 먹이와 잠자리만 구하지 않아서 인간이고, 사유와 예술이 있어서 인간이다.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는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무용한 것들이 정작 인간의 영혼에는 가장 유용한 것임에도 불구하고.천영애 대구문인협회 사무국장

2019-01-17 11:58:07

정화섭 작 '겨울 연밭'

[내가 읽은 책]삶의 여정 /우리 읍내/손톤 와일더 지음/오세곤 옮김/예니 펴냄

새해다. 동녘 하늘에 햇살이 퍼지듯 일상의 소중함을 팽팽하게 당겨본다. 살아가면서 삶의 허무를 버티게 해주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도 생각해 본다.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는 총 3막으로 일상생활, 사랑과 결혼,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평범한 일상이 지니고 있는 탁월한 가치를 우리에게 환기시켜 주는 작품이다.미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작가 손톤 와일더(1897∼1975)는 소설과 드라마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1927년 '산 루이스레이의 다리', 1938년 '아워타운', 1942년 '위기일발'등을 발표했다. 작가는 소설과 희곡에서 본성에 내재하고 있는 보편적인 진리에 대한 견해를 많이 다루었다.1막에서는 일상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침이면 우유와 신문이 배달되고 늦은 오후가 되면 아이들과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다. 너무나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이다. 2막에서는 조오지와 에밀리의 결혼장면이 펼쳐진다. 결혼식이 과거로부터 되풀이 되어온 보편적인 것임을 설명한다. 3막은 공동묘지와 죽음이 주제이지만 죽음을 통해서 삶이 재인식된다. "안녕, 이승이여, 안녕. 우리 읍내도 잘 있어. 엄마, 아빠, 안녕히 계세요. 째깍거리는 시계도, 해바라기도 잘 있어. 맛있는 음식도, 커피도, 새 옷도, 따뜻한 목욕탕도, 잠자고 깨는 것도. 아, 너무나 아름다워 그 진가를 몰랐던 이승이여, 안녕. (눈물을 흘리며 무대감독을 향해 불쑥 묻는다.) 살면서 자기 삶을 제대로 깨닫는 인간이 있을까요? 매 순간마다요?" 117쪽.죽은 에밀리가 다시 무덤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일상과 이별하는 독백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운다. 모성적 부드러움과 무(無)의 신비가 공존한다. 우리 모두는 마지막이 우아한 죽음이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승의 마지막 이별일 때 이 대사를 떠올리면 위로가 될 것만 같다.우리에게 들려주는 읍내 이야기는 언덕 너머의 목소리로 겸허하게 젖어온다. 만물이 지닌 본성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도 한다. 내면에 숨겨진 욕망을 통해서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목소리가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아가는 구심점은 무엇인가? 자신의 삶을 음미하듯, 당기는 인연의 고리 속에서 엄숙함과 익살스러움을 엿본다.삶을 적극적으로 살라는 '카르페디엠'의 메시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간의 빛깔, 자연의 빛깔을 외면한 채 장님으로 세상을 사는지도 모른다. 무지의 구름 속을 헤매맨서, 괜히 주위 사람들이 감정이나 짓밟고, 마치 백만 년이나 살 듯 시간을 낭비한다.'우리 읍내'는 엘리엇의 말을 빌리면, "미래의 시간은 과거의 시간 안에 포함되어 있는"것이기도 하다. 우리 안의 신화처럼 탄생과 죽음은 끝없이 반복된다. 긴 여운 속의 단면들이 참으로 소중하게 다가온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듯, 삶이 피곤한 시계처럼 맥이 풀일 때 이 책을 권한다.정화섭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1-17 11:56:01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눈보라 속 꽃망울을 터뜨렸더냐?-왕유

그대 고향에서 여길 왔으니 君自故鄕來(군자고향래)응당 고향 소식 알고 있겠군 應知故鄕事(응지고향사)오던 날 비단창 앞 매화 한 그루 來日綺窓前(래일기창전)눈보라 속 꽃망울을 터뜨렸더냐? 寒梅着花未(한매착화미) 소한은 이미 지났지만, 대한이 아직 딱, 버티고 있다. 참 춥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남쪽나라에서는 매화가 벌써 꽃망울을 펑펑 터뜨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작년 겨울 차규선 화백이 손수 그려서 내 서재에다 걸어놓고 간 통도사의 홍매화를 바라보는데, 당나라의 시인 왕유(王維:699?-759)가 지은 이 귀여운 한시가 불쑥 떠오른다.고향을 떠난 지 제법 오래된 작중 화자가 이제 막 고향에서 온 사람을 만났다. 반갑고 나니, 고향 소식이 울컥, 궁금하다. 궁금한 것이 물론 한둘이 아니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족들 소식이 제일 궁금할 게다. 그런데 화자는 정말 엉뚱하게도 비단창 앞에 있는 매화 소식 하나만을 달랑 묻는다.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매화가 펑펑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더냐고? 화자가 매화를 아주 각별하게 사랑하는 사람임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눈보라 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매화를, 그것이 향긴 줄도 모르는 채로 향기를 내뿜고 있는 매화를, 이토록 사랑하고 있다는 데서 작중 화자의 고매한 품격과 드높은 절조가 느껴진다.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그렇지는 않다는 견해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 매화가 위치한 곳이 비단창 앞임을 간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거처하는 방에는 창호지 대신에 비단으로 창을 발랐기 때문이다. 화자는 매화 소식 하나만을 달랑 물었지만, 실상 매화 소식 속에 아내 소식이 은밀하게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내의 안부가 아무리 궁금해도 만약 이 대목에서 '우리 마누라는 잘 있더냐?'라고 물었다면, 얼마나 싱겁고 멋대가리 없을까. 그렇게 물었다면 이 시는 산통이 와장창 깨졌을 게다. 요컨대 고향 소식을 물으면서 엉뚱하게도 매화 소식을 묻고, 매화 소식 속에 은근하게 아내의 안부를 묻는, 이 낯설고도 오묘한 수법이 이 작품을 그윽하고도 깜찍한 시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김용택 시인의 '봄날'이다. 나 찾다가 서재에 먹물이 덜 마른 몽당붓만 있거든, 난데없이 어느 화가를 따라 통도사 홍매 보러 간줄 알그라. 선암사 백매 보러 간 줄 알그라.

2019-01-17 11:50:18

이현석

[매일춘추] 이 시대의 베리즈모(Verismo)를 꿈꾸며..

'왜 사람들은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할까?' 이런 저런 여러 고민을 하던 끝에 그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아냈다. 그건 오페라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상 그러하다, 오페라 연출, 제작하는 사람으로서도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오페라를 접할 때가 있다.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로 오페라는 음악 외에도 미술, 문학,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지는 말 그대로 종합예술인 것이다. 이런 뻔한 오페라의 자랑을 늘어놓는 이유는, 그만큼 제작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수의 오페라를 작곡한 작곡자는 그만큼의 막강한 후원자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의 반증(反證)이 되는 것이다.오페라라는 장르의 시초로 알려진 16세기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다프네(Daphne)부터 바로크시대, 고전파, 낭만파를 거치며 많은 수의 오페라가 등장을 했다. 이러한 시대를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아마, 주요 관객층과 후원 층은 귀족이나, 왕족, 종교계가 아니었을까. 대부분의 부(富)와 재력(財力)이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구미(口味)에 맞는 왕족, 귀족, 영웅, 신화, 종교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하지만, 오페라는 그렇게 어려운 귀족의 전유물로만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 18세기 산업혁명(産業革命)으로 시민계층의 경제적 성장이 가속화 되었으며, 이로 인해 여러 경제활동을 통해 부(富)를 축적한 일반 시민계층 중 일부가 재력가(財力家)층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점차 귀족들의 향유문화인 오페라의 강력한 후원자로 성장하였다.오페라는 전(前) 시대와 마찬가지로 후원자들과 주요 관객층들의 구미(口味)에 맞는 시민계층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그 소재로 하여 제작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나타난 오페라가 바로 베리즈모 오페라(Verismo Opera)이다. '베리즈모'라는 말은 사실, 진실의 뜻인 이탈리아어 베로(Vero)라는 말에서 나온 사실주의 진실주의라는 뜻이다. 낭만주의의 시대의 비현실적인 신화적 주제를 거부하고, 평범한 배경의 시민계층의 인물이나 그들의 일상사(日常事)에서 가능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음악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비제(Bizet)의 카르멘(Carmen)이 대표적인 작품이다.지난해 70주년을 맞은 우리의 오페라 제작은 어떠한 모습일까. 어느 계층의 구미(口味)에 맞는 소재로 제작되고 있는 것일까. 강력한 후원자와 주요 관객층은 과연 누구이기에 왕족이나 귀족, 신화 영웅의 이야기에 이처럼 목을 매는 것일까. 이 시대의 베리즈모(Verismo)를 꿈꾸는 것이 아마도 이 시대의 오페라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2019-01-17 11:49:43

차계남 작.

[갤러리탐방]대구문화예술회관 차계남전 (26일까지)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가 내가 최애하는 오페라는 아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작품이 많기도 하지만, 1막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가 내 귀에는 지겨운 탓도 있다. 하지만 향락과 낙천성이 깃든 이 곡도 끝난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을 강조하려는 큰 그림의 일부일 거다. 베르디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무겁다. 인생과 사랑의 이율배반성은 라 트라비아타의 주제다. 줄거리는 클래식 팬이라면 다 알 법하다. 주인공 매춘부 비올레타에게 반한 알프레도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신하지만, 곧 남자의 아버지가 둘의 사랑을 가로막는다. 다시 파리의 화류계로 돌아온 비올레타는 병에 걸려 뒤늦게 찾아온 알프레도에게 안겨 숨을 거둔다.이 오페라가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가. 베르디가 아내를 잃은 후 새로 사귄 연인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스캔들에 넌더리 나있던 커플이 파리에 비밀여행을 갔다가 본 연극 '동백꽃 부인'이 라 트라비아타의 원본이다. 어쩐지, 사랑의 아픔에 대해 이처럼 세세히 묘사된 오페라도 드물다. 이 오페라에서 노래 부른 가수라면 많은 사람들이 현 시대에서는 안젤라 게오르규를 꼽는다. 사실, 최고다. 그렇긴 한데, 안나 네트렙코가 비올레타 역을 맡은 작품을 난 더 좋아한다.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발매한 영상을 보면 빨간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미니멀의 극을 보여주는 무대가 펼쳐진다. 내용은 전통을 담았지만, 형식은 첨단이다.난 대구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차계남의 전시를 보면서 라 트라비아타의 현대적 변용을 또 한 번 즐길 수 있었다. 이 무대 또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벌어졌던 그 공연처럼 대단한 파격을 선 보였다. 오페라 무대로 쓰인 전시 공간의 열기는 이제 함께 올랐던 작품만이 그 곳에 남아 있다. 작품들은 악극 순서에 맞게 동선을 잡아 설치되었다. 벽에 걸린 흑과 백의 평면 회화는 공간 가운데 간격을 맞춰 자리 잡은 검은 사각기둥 형태의 구조물과 조화를 이룬다. 한지와 천과 먹을 사용해서 펼쳐낸 흰색과 검은색과 회색의 구성은 작품 크기나 높이의 변화에 따라 라 트리비아타의 기승전결을 나타낸다. 여기에 포인트가 된 짙은 적색은 동백꽃을 표현한 것인가. 관객들이 그저 감탄을 뱉을 수밖에 없는 규모의 축적은 하나하나 손을 거친 작가의 고통을 실감하게 한다. 그의 그림을 구성하는 획이 글씨를 쓴 한지를 실처럼 꼬아서 이룬 단위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이것이야말로 미술가 차계남의 작업 또한 춘희 비올레타의 삶처럼 공공연함과 은밀함을 동시에 품은 열정의 핵심이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9-01-17 10:36:22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보수의 재건과 통합은 가능한가?

'반기문 2' 연상시키는 황교안 행보보수 재건 '쾌도난마식' 메시지 없어계파 청산·새 가치로 지지 끌어내고늘 변화무쌍한 민심에 귀 기울여야 보수 진영의 유력 대권 후보로 꼽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황 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현재 나라 상황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자유한국당이 국민에게 시원한 답을 드릴 때"라고 입당 배경을 설명했다. 애석하게도 그의 메시지는 울림이 없었다. 무엇보다 "왜 황교안인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 하지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쾌도난마식으로 밝히지 못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국정 농단 책임에 대해 소신 있는 고뇌에 찬 답변도 없었다."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잘못됐다고 보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우리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국민 통합이라 생각한다"고 동문서답을 했다.이제 첫발을 내딛는 정치 신인인 황 전 총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적기에 할 수 있어야 정치인의 메시지는 생명력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황 전 총리의 첫 행보는 '반기문 2'를 연상할 정도로 준비가 약했다. 황 전 총리의 입당은 한국당 당권 경쟁의 판도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향후 한국 보수의 미래와 관련해 몇 가지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다.첫째, 보수 재건의 가능성 여부다. 한국 보수 세력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그리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작년 지방선거 직후 진보 언론매체의 한 기자는 보수는 "비겁하고 교만하고 무지했기 때문에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단언컨대 보수는 용기 있게 참회하고 겸손하며 실력을 쌓아야 재건될 수 있다. 무엇보다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국민 70%, 국회의원 78.3%(234명), 헌법재판관 전원이 합의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인정하고 참회해야 한다. 권력 사유화와 국정 농단으로 치욕적인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 감싸서는 안 된다. 보수 궤멸의 책임을 물어 비판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투쟁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보수 우파 정당들은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는 대안 정당으로 거듭나야 재기한다. 대한민국 헌법 81조 ②항에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됐다면 황 전 총리는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고 볼 수 있다. 황 전 총리는 이를 정치적 업보로 삼아 '도로 친박당' '박근혜 시즌2'로 회귀하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야 보수가 산다.둘째, 보수 통합의 문제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가치를 통해 국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국민들은 자유, 성장, 경쟁, 효율, 안보와 같은 보수의 가치 못지않게 평등, 분배, 투명, 분권, 평화 등 진보의 가치를 중시한다. 따라서 보수는 진보의 가치를 무조건 배격하지 말고 보수의 시각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포용적 진보 우파'의 길을 가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의 지지를 이끌어내 외연을 확대할 수 있다. '반문 연대'는 보수 통합의 가치가 아니다. 전략에 불과하다. 통합은 전략이 아니라 정신으로 하는 것이다. 통합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통합은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향해 가는 것이다. 통합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셋째, 계파 청산 여부다. 김무성 전 대표는 황 전 총리의 전당대회 참여를 반대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전당대회에서) 대선 전초전을 앞당겨 치를 경우 그 결과는 또 분열의 씨앗을 잉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당 전당대회가 친박과 비박 간 골육상쟁의 내전으로 치닫지 않기 위해서라도 홍준표, 김무성, 오세훈, 황교안, 김태호 등 모든 후보들이 출마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승리한 새 당 대표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고 내년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국민은 아직 무능하고 무책임해서 실패한 보수에 대해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민심은 늘 변화무쌍하고 두렵고 무섭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2019-01-17 10:21:15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 서대구 역세권개발과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한꺼번에 묶어서 체계적으로 개발대구시 균형발전·새로운 성장 동력노후산단 재생·방천리 매립장 연계에코타운 조성·도시철 연결 추진을국토교통부는 2015년 12월 서대구 고속철도역 추진 계획을 확정하고, 2017년 12월 설계를 완료하였으며, 2018년 11월 한국철도시설공단 입찰공고를 거쳐, 금년 2월 서대구역을 착공하게 되었다.이에 따라 대구시에서는 서대구 역세권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는데, 2018년 4월부터 체계적인 개발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TF를 구성, 운영하고 있으며 개발 방향, 개발 범위, 도로·교통대책 등의 종합적인 추진 방향을 검토하기 위한 기본구상 용역을 금년 2월에 완료할 예정이다.서대구 역세권 개발은 서대구 고속철도역을 중심으로 복합환승센터 등 서대구역 주변 핵심지역 개발,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및 이전터에 대한 상부 개발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체계적인 개발을 위해 전체를 한꺼번에 묶어서 추진할 계획이다.서대구 고속철도역 주변에는 달서천 및 북부 하수처리장과 염색폐수처리장이 있는데, 지금까지 검토한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은 노후 하수처리장의 개선, 처리 용량, 이전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현 북부하수처리장 위치에 통합하여 지하화하는 것이다. 상부는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시설로 가능하며, 현 달서천 하수처리장과 염색폐수처리장은 이전이 완료되면 역세권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민간자본이 투자되는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은 대구시비 절감 및 역세권 개발의 조기 추진을 위해, 지난해 PIMAC(공공투자관리센터)에 접수하여 우선적으로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이를 바탕으로 서대구 역세권 전체 개발에 대한 평가를 병행하여 대구시 정책 방향에 적합한 최적의 역세권 개발 사업자를 공정하게 선정하여 추진할 계획이다.서대구 역세권은 염색산업단지, 서대구산업단지 등과 하·폐수처리장이 집중적으로 위치하고 있어, 대구시에서는 정주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이다.본 개발이 조기에 추진되어 대구시 균형발전과 새로운 경제성장동력이 되어야 하는데, 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는 핵심 사업이다. 하·폐수처리장은 지하화 및 상부 이용, 처리공정 집적화, 물재이용, 에너지 자립도 향상을 목표로 저에너지 및 저비용 구조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선진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에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하'폐수처리장 통합지하화 사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적용하여야 한다. 우리나라 하수처리장의 에너지 자립도는 10% 이하인데, 선진국의 경우 100%를 넘는 곳이 많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전과는 다르게 폭넓은 국내외 전문가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대구시는 물산업 허브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안정적 정착이 중요한데, 고도핵심기술개발, 선진국 수준의 검인증 능력 확보는 필수이고, 이를 위해서는 클러스터 입주 기업에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본 사업이 이러한 역할을 반드시 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말 시행된 '물산업진흥법'에서 제도화한 우수제품 등의 사업화 지원, 시범사업의 실시, 혁신형 물기업의 지정과 지원을 본 사업에서 선도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본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수익형 사업모델 개발을 통한 민간기업 투자가 필요하며, 대구시 중장기 핵심사업인 3공단·염색·서대구 등 노후산업단지 구조고도화, 방천리 쓰레기 매립장 중심 에코타운 조성, 도시철도 연결사업 등과 충분히 연계하여 추진하여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대구시 물 관련 행정조직을 정부의 통합물관리 정책에 부응할 수 있도록 통합 일원화하고 전문화하여야 한다.

2019-01-17 04:30:00

곽흥렬 수필가

[기고] 미세먼지, '자업자득'

연막탄을 터뜨린 듯 온통 시야가 흐릿하다. 하늘은 잿빛으로 잔뜩 내려앉았다. 희뿌연 대기가 숨을 답답하게 한다. 거대한 그물로 옥죄어 오는 것 같은 이 공포스러운 상황이 마음까지 우울하게 만든다.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다. 게다가 걸핏하면 초미세먼지 경보까지 발령되는 바람에 집 바깥으로 나가기가 겁이 난다. 예전에는 아예 용어 자체도 들어보지 못했던 미세먼지 이야기가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근래 들어 해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현상에 앞으로가 더욱 걱정스럽다.가만히 하늘에다 눈길을 주고 있으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미세먼지라는 괴물이 세상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온다. 그러면서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한 장면이 그려진다. 소설에서는 안개가 작품 속 무대인 무진(霧津)을 휘감고 있는 상황을 두고서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고 표현했지만, 지금은 그 안개 대신 미세먼지가 사람들을 어디론가 유배시켜 버릴 듯한 기세다.불현듯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는 말이 뇌리를 스친다. 여기서 업이란 것이 무슨 뜻이던가. 불가(佛家)에서는 우리가 순간순간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하나하나의 행위들로 인해 우리 자신이 받게 되는 결과라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자업자득은 자연 해석이 분명해진다. 내가 지은 업으로 인연하여, 내가 받게 된 과보라는 의미가 되지 않는가.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탓이다. 뒷일은 생각지도 않은 채, 그저 편리한 것만 알아서 노상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필연적으로 매연을 내뿜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이들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생필품들을 만들어 내느라 수많은 공장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에 나도 너도 함께 질식해 간다. 그렇다고 아예 쓰지 않고는 일상생활 자체를 영위하기가 어려우니 참으로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대기오염으로부터 그다지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지만 않을 뿐, 어차피 그로 인해 모두가 피해자다. 단지, 그 죽음이 얼마간 유예되어 있을 뿐이다. 직접적인 위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매연을 뿜어대는 짓이 한편으론 얼마나 이기적이고 다른 한편으론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 이 업이 분명히 가르쳐준다. 인과법이야말로 절대 불변의 가치를 지닌 영원한 진리라고 믿는다.우리가 지금 생활 여건이 풍족해졌다고, 과연 예전보다 삶의 질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한번 냉정히 물어보고 싶다. 그렇다고 일단 편리를 맛본 사람이 그런 달콤한 생활을 포기하기란 건초 더미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다. 아니,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머잖아 천길 낭떠러지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 번연히 예견되는데도,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달리는 열차를 멈출 생각을 않고 가만히 앉아 서로 바라만 보고 있다.이제 앞으로 어쩔 것인가. 브레이크 고장 난 열차처럼 이대로 계속 질주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이 상황이 몹시도 답답하고 너무도 두렵다.

2019-01-17 04:30:00

허영철 공감씨즈 대표

[북한 들여다보기] 북한은 변하고 있다

2016년 북한 여행 중 억류로 인해 안타깝게 사망한 미국인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정부에 보낸 고소장이 최근 평양에 전달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고소장이 어떻게 전달되었을까 궁금하여 찾아보니 세계적 물류회사인 DHL을 통해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DHL은 무슨 자격으로 평양에 고소장을 전달할 수 있었는가. 혹시 DHL은 물류서비스 회사라 대북 제재 조치와 상관없이 북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궁금한 적이 없었을까? 한국 전기솥 中 사이트로 주문사실 독일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종합물류기업인 DHL이 평양에서 물류사업을 시작한 지가 20년이 넘었다. 또한 2008년 평양국제영화제 후원을 시작으로 북한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해외 직구로 상품을 구입할 때 우리 국민들도 애용하고 있는 DHL은 어떻게 북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6년 전 서울에서 있었던 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DHL 평양지사장의 얘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당시 북한의 내부 사정을 알려주는 이야기 중 한 가지는 평양의 중산층들이 중국 사이트들을 통해 한국의 유명 전기밥솥을 주문하면 3일 안에 평양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한의 변화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알아보던 일이 생각난다. 우리에게는 핵 개발, 대륙간탄도미사일, 3대 세습, 깡패국가라는 단어로만 익숙한 북한이 자본주의의 최대 물류회사를 20년 전부터 이용해왔다는 사실에는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 것인가.북한 이야기의 핵심은 아주 더딘 속도였지만 북한도 지난 20년간 변화해왔다는 점이다. 김정일 시대인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조치를 통해 음성적으로 발전하던 시장을 처음으로 합법화를 진행하는 경천동지할 일이 이미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규모가 커진 지하경제의 돈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전격적인 화폐 개혁을 2009년 박봉주의 주도하에 진행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년 북한 사회를 되짚어보면 북한은 마치 과거 남한의 경제발전 때와 조금은 유사하게 조금씩 단계를 거쳐 경제제도를 변화시켜 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필자는 바로 그러한 지난 시기의 변화가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평양의 모습을 이끌어 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평양뿐만 아니다. 작년 5월 방문했던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 너머 바라본 신의주의 확 달라진 풍경에서 북한 사회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북한에는 이제 확인된 장마당(우리의 시장, 큰 장마당의 경우 시장이라고 쓰기도 함)이 5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경제학적으로 이제 북한은 배급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주의국가가 아니라 시장에 의해 물건과 화폐의 교환이 일어나는 자본주의 경제라고 감히 정의 내릴 수 있다. 아무리 구호로 사회주의 강성대국이라 이야기하더라도 이제 그것은 정치적 수사와 대내적 구호일 뿐 제도적 측면에서는 중국, 베트남과 같이 사회주의공화국을 내걸고 있는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 들어선 나라라고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장마당 500개 자유 시장 경제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북한은 머지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소망적 관념에서 우리 지역사회도 변화의 인식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최근 미국 최대 곡물회사 카길, 그리고 독일에 본사를 둔 에너지 광물 다국적기업 관계자들이 북한을 다녀왔다는 뉴스가 나왔다. 대북 제재 국면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큰 기업들은 이미 할 준비는 다하고 있는 것 같은 허탈한 느낌은 필자만의 생각인 것일까? 북한의 변화를 정확히 바라보고 분석하고 지역사회의 경제와 대구경북의 미래를 연결시키는 것이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될 지역의 과제인 듯하다. 북한을 잘 들여다보고 궁금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2019-01-16 19:30:00

이창호 행복한 찻집 대표

[찻잔을 씻으며]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는 차나무

차나무는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고 하여 열매가 가지에 오랫동안 매달려 있어 다음 꽃이 필 때 함께 만난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하여 효심을 상징하는 나무다.조마조마 곧 있을 대입 정시 발표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고등학교 동기들의 고3 자녀들이 모두 수시에 합격하여 부부 동반으로 차 한잔 하는 자리를 만들었다.정말 힘들 수도 있었던 고3 부모로서의 한 해를 다들 무탈하게 잘 보냈다. 딸이 일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일본과 관련된 진학을 하겠다고 하였을 때는 무척이나 고마웠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라고 여겨져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까지 생각되었다. 그렇지만 지방대학을 나와서는 좋은 직업을 가지기 힘들 것이고 사회에서 뒤처지는 것이라는 주위의 걱정을 듣자면 정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어떠한 형태의 삶의 방향이라도 본인이 한 결정이라면 스스로의 책임이겠지만, 자식 교육에 대한 문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항상 후회와 반성이 따르기 마련이다. 스스로의 선택을 중시하는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녀의 선택을 기다려야 할 것이고, 또 자녀와 함께 열심히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본인의 고3 시기보다 100배는 더 힘들게 보낸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많은 고민 속에서 부모로서의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차나무의 꽃과 열매가 함께하듯이 부모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도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다. 부모들끼리 모여 자식 걱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다가오는 설 연휴에는 친구들 모두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같이 차 한잔 하기로 하였다.

2019-01-16 19:30:00

라스푸틴

[세상속의 종소리] 누구를 기억하는가?

인류가 지구에 존재한 30만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명멸했으나, 우리는 극히 일부만을 기억한다. 예술품에는 많은 인간들의 모습이 남아 있다. 국가는 정통성과 국민 통합을 주장하기 위해 영웅들의 동상을 세운다. 탁상종에도 사람들이 남겨져 있다. 모두 그 시대의 위인들이다. 그러나 언급하는 것조차 불쾌한 인물도 등장한다.코가 유난히 강조된 제정 러시아 말기의 요승 라스푸틴의 청동종(사진)이 그렇다. 그는 정규 교육 없이 수도원을 전전하며 세상을 배웠으나, 환자 치유 능력과 미래 예언 능력이 있다고 소문이 났다. 혈우병을 앓던 황태자를 호전시키며, 니콜라이 2세 황제 부부의 신임을 받는다. 최면술로 일시적으로 통증을 호전시킨 것뿐이었으나, 이 일로 황실의 비호하에 국정에 관여하며 각종 농단을 부린다. 그는 방탕했으며, 농민들에게는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여 자신의 탐욕을 채웠다. 저항 행진에는 총탄을 퍼부었다. 1915년 황제가 직접 전장에 출전하자 황후 섭정인 그의 폭정은 더 가혹해졌다. 결국 귀족들마저 등을 돌렸고, 1916년 12월 황족들에게 암살당하여 겨울 강물에 던져졌다. 6개월 후 제국은 무너졌고, 황제 일가는 총살되었다. 그는 '청산가리를 먹고도 죽지 않아 권총 세례를 받았다' '물속에서도 죽지 않고 두꺼운 얼음에 손톱자국을 남겼다'는 괴담이 돌 정도로 무서운 존재였다최순실이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비유되면서 그는 우리에게도 알려졌다. 20년 전 그를 탁상종으로 만든 작가 말리브의 의도가 궁금해진다. 러시아인들은 라스푸틴에 대해 '싫다. 관심 없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크 투어리즘'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작가의 귀여운 보복이다.경북대 의대교수

2019-01-16 19:30:00

박용욱 대구가톨릭대 의대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종교칼럼]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

기원전 18년,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정식 결혼에 관한 법'(Lex julia de maritandis ordinibus)을 통해 결혼과 가족제도를 법으로 규율하고자 했다. 여기에는 계급 간 결혼을 막는 금령과 함께 상류층과 중산층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조항이 있는데, 말하자면 저출산 대책인 셈이다.이 법에 따라 25세부터 60세까지의 남자와 20세부터 50세까지의 여자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았다. 사별한 부인도 1년 내에 재혼을 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았고, 독신자나 자식이 없는 이는 공직 진출에 제한을 받았다. 이 법의 효과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도미시아누스 황제의 명으로 강화된 결혼법이 3세기까지 시행되었다는 사실은 아우구스투스 사후 200년이 되도록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요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가 우리 시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이다.그렇다고 제국 시절 로마의 중상류층이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을 꺼릴 만큼 곤궁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집트의 곡창지대에서 염가의 밀과 면화가 거의 무한정 공급되었고, 공공 건축 사업이 진흥되어 돈푼깨나 가진 로마 시민들은 노예들과 서민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호화로운 생활을 향유했다.기본적인 생필품이 염가에 공급되어 싼 임금으로 서민들과 노예들을 부릴 수 있게 된 전주(錢主)들에게는 아쉬울 것이 없는 시절이었다. 심지어 아우구스투스는 "벽돌로 지어진 로마를 발견해 대리석의 로마로 남겼다"고 자부했는데, 이는 로마 시민들이 민생고를 벗어나서 사치와 향락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서곡(序曲) 같은 것이었다.그러니까 이집트 같은 속주(屬州)의 희생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외면한 로마의 중상류층들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그들의 현세적인 욕망에 충실하기 위해서 미래 세대를 포기했던 것이고, 이들이 만들고 시행한 출산 장려법이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지난 몇 년간 대구의 청년 실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지역내 1인당 총생산 역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역 총소득 증가율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 폭을 보였다. 경제가 어렵다는 아우성이 헛말은 아닌 셈이다.하지만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통계도 동시에 존재한다. 수입차 등록대수로 보면 전국 229개 자치구 가운데 외제차 수입 상위 10곳 중 3곳이 대구에 있고 지역 백화점 판매액 또한 전국 최상위권이다. 수성구 아파트값이 부산 부촌 해운대구를 넘어선 게 벌써 두 해 전의 일이다.이런 현실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말은, 별 아쉬울 것 없는 이들이 입에 올릴 말은 아닐 것 같다. 나눔도 미래의 희망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사람들이 여론을 부추기고 정책을 조율하며 법을 만드는 자리에 있는데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는 대책들이 나올까. 타인의 희생을 모른 체 하면서 끝없이 현세적 욕망을 채우려는 풍조를 방치한 채로 미래를 논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성찰해 볼 일이다.

2019-01-16 13:25:04

김은혜

[매일춘추]단 한사람

좋아하는 동화책 중 미야니시 타츠야 작가의 '고 녀석 맛있겠다'시리즈가 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처음 이 책을 읽고는 주인공이 희생을 통해 죽거나 다치게 되어 '무슨 동화책이 이렇게 슬프지...' 싶었고, 다시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하고 읽었을 때는 내가 살아오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은 나에게,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사람이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다.동화는 사납고 포악하기 이를 데 없는 육식공룡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믿어주는 약하고 작은 공룡에 의해 변해가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모습인 '희생'의 가치를 보여주며 오히려 행복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계의 법칙을 따른다면 이 동화의 내용은 마땅히 약자는 늘 두려움에 떨거나 죽고 강자는 살아남아 계속해서 포악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야하지만, 이 동화 속에서는 그 강자 역시 사실은 굉장히 외로웠고, 친구가 필요했으며, 때로는 슬프고 괴로웠지만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작은 한 공룡을 만나 그의 삶이 새롭게 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사람마다 책을 읽고 느낌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단 한사람, 나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생태계의 법칙을 무시하고 천적관계에 있으면서도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희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희생을 오히려 기쁨으로 느끼게 된다는 내용은 내 주위에서 힘들어하는 그 누군가를 살펴볼 겨를이 없이 경쟁이 빗발치고, 서로 밟고 일어서야 살아남는다는 우리 삶에서 '진짜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상담실에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도 세상에 아무 기댈 곳이 없고 허망하여 무너지려고 할 때,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주고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한 사람 앞에서 새 희망을 가지고 다시 탄력성을 회복하여 나가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단 한사람이 필요할지도 모른다.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 중 이런 시가 있다.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 한 생명의 아픔 덜어 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오늘 하루 내 삶이 가치 있게 빛날 수 있도록 누군가를 알아주는 단 한사람이 되어 보면 어떨까. 그것은 돌고 돌아 또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삶은 경쟁에서 이길 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때 비로소 살아남게 된다.김은혜 이화아동연구소 연구원

2019-01-16 11:47:28

이정호 변호사

[경제칼럼] 바둑 문화와 산업에 대한 인식의 전환

사고력·인문학적 감성 기르는 바둑4차 산업혁명 고급 인재 양성 거름IT 강국 부상 중국 '이유 있는' 투자게임산업처럼 범국가적 지원 필요새해 경제계 빅 뉴스 중 하나는 국내 기업인이 소유한 세계적 게임 회사 넥슨의 M&A 소문이다. 대한민국 IT 산업 성장의 한 축을 맡으며 PC 게임 시장을 선도한 기업의 창업주이자 오너가 어떤 이유로 매각을 결정한 것인지에 대한 여러 분석도 나오고 시장의 궁금증도 크다. 예상대로 M&A가 이뤄진다면 최고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온 게임 산업의 세계 지배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하고, 그 산업적 공과 역시 재평가될 것이라 짐작한다. 흔히 게임이라 하면 넥슨의 예에서 보듯이 누구나 컴퓨터나 모바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떠올린다. 그러나 가장 전통적인 게임이라면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바둑이 아닐까 한다. 단연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바둑은 게임의 대세였고, 최고의 바둑 기사에게는 국수, 명인과 같은 타이틀과 함께 그 이름에 부합하는 명예와 부가 생겼다. 바둑 또한 컴퓨터 게임의 소재가 되고, '인터넷 기원'이라 할 만한 온라인 게임망도 갖춰져 있어 시대 변화에 부응하고는 있으나 예전처럼 폭넓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전 국민적 관심 대상에서 약간은 벗어나 있다.최근 바둑계는 바둑 기전의 감소, 위상이나 인기의 하락 등에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바둑 기사의 패배는 '호모데우스'를 자칭하고자 하는 인간의 자존감에 상처를 주었다.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력으로 인공지능을 앞서길 기대했던 대결에서 인간이 굴욕적으로 패하고, 인간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가치만 돋보인 것이다.더불어 바둑 기사의 권위나 지위가 예전 같지 않고, 바둑계 내의 갈등까지 겹치면서 한국기원 총재의 사퇴라는 파국을 맞기도 하였다. 그나마 지난해 이른바 바둑특별법이 제정되어 국가의 역할이나 지원에 대한 근거는 마련되었으나, 근본적으로는 바둑계가 스스로의 힘으로 산업적으로 성장하고 대중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추동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럼 어떻게 하면 바둑과 바둑계가 발전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바둑 기사들의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 뛰어난 바둑 기사가 나오고 명성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때 자연스레 팬들이 늘어나고 보급이 확산되어 후학도 성장한다.이 점은 체육계 전반에도 적용되어, 엘리트 체육이 선도하고 생활 체육이 보급을 책임질 때 종목과 산업 모두가 발전한다. 바둑 기전을 후원하는 기업들은 당장 기업에 부담이 되더라도 바둑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기전 후원을 통한 장기적 광고 효과를 신뢰하여야 한다.다음으로는, 보다 근본적 방안이 되겠지만, 바둑이 갖는 교육적 장점, 곧 바둑을 익히는 과정에서 생겨난 사고력 향상이 우수한 인재 양성의 보조 수단이 된다는 점이 널리 홍보되어야 한다. 바둑을 두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수많은 분석적 사고는 엄청난 지적 트레이닝이다.이는 게임 산업의 사회적 가치와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점차 IT 강국 반열에 오르고 있는 중국이 한중일 바둑계에서 바둑에 대한 투자나 관심이 가장 높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바둑이 가진 특유의 장점을 생각한다면 바둑은 21세기에도, 아니 향후 천 년 이상을 인간의 지적 호기심과 승부 욕구를 충족시키고, 합리적 이성에 전략적 사고나 인문학적 마인드까지 더할 수 있는 최고의 도구로 남아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당연히 요구된다. 19단이라는 뛰어난 국민적 연산 능력을 기초로 인도가 수학과 IT 강국으로 성장하였듯이, 쉽게 접하고 재밌게 익힐 수 있는 바둑은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를 기회로 살리는 지적 소양이자 밑거름이 된다 하여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2019-01-15 15:55:38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알쏭달쏭 생활법률]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Q : 갑은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중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갑은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많은 거래를 해왔기 때문에 여러 채권, 채무를 가지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상속인인 갑의 아들은 아버지가 가진 재산과 채무를 파악하기 힘들어 상속 자체를 받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갑의 아들은 상속포기를 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유리할까요.A : 상속이란 사람이 사망한 경우 그가 살아있을 때의 재산상의 지위가 법률의 규정에 따라 특정한 사람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속인이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하지 않는 이상 피상속인의 재산은 포괄적으로 상속인에게 승계됩니다. 상속포기란 상속개시에 따라 피상속인에게 속하던 재산상의 권리·의무의 일체가 상속인에게 당연히 이전되는 상속의 효과를 거부하는 행위를 말하고,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을 승인하려는 의사표시를 말합니다. 따라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서 채무가 더 많은 경우라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상속인에게 유리합니다.그런데 상속포기를 할 경우 포기를 한 상속인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후순위 상속인이 상속인의 지위를 가지게 되어 피상속인의 채무를 승계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후순위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채무를 상속받지 않기를 바란다면 상속포기를 할 때 후순위 상속인들도 모두 함께 상속포기를 하거나, 애초에 선순위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한도로 하여 피상속인의 채무를 변제하는 한정승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한편 상속인은 상속의 승인, 포기를 결정하기 전 상속재산을 조사할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상속재산을 파악한 후 승인 또는 포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박선우 변호사(sunnnw@nate.com)

2019-01-15 09:46:55

고양이 양치 습관 들이기.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가아제로 이 닦이기→면봉 끝에 가아제로 이닦이기→ 실리콘 칫솔로 이 닦이기→ 고양이 칫솔로 이 닦이기 순이다. 사진 제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고양이 장수시키고 싶니? 비결은 양치질…"단계적으로 적응시켜 습관들이자"

미국 동물병원 협회에 따르면 동물병원을 내원하는 고양이의 80% 이상이 구강 질환을 앓고 있다고 한다.대표적인 고양이 구강 질환은 만성 잇몸구내염(FCGS·잇몸과 구강 점막의 만성 염증과 궤양), 치아흡수성병변(FORL·치아의 표면층 소실 후 치아가 자가면역반응으로 급속히 녹아내리는 질환)이 있는데 둘 다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수술이 반복되어야 하는 심각한 질병이다.국내도 상당수의 고양이가 구강질환을 앓고 있으며, 특히 길고양이는 만성 잇몸병과 치주질환의 발병 정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고양이 치아 구강질환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는 육식동물인 고양이가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사료와 사람이 남긴 음식물을 섭취하면서 치아 주변에 치태(plague)가 형성되면 세균 증식이 용이해져 치아 주변의 잇몸 세포와의 면역학적 염증 반응이 격렬해지기 때문이다.그래서 고양이의 치태를 깨끗이 양치해주는 것이 구강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하며 일주일 3회 이상 양치를 권장한다.고양이 구강 관리는 가족들의 위생을 위해서도 꼭 이뤄져야 하며 양치 관리는 어릴 적부터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고양이 양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고양이 양치 습관들이기▷준비물: 고양이용 치약. 고양이용 칫솔, 버터, 기호성 높은 오일, 가아제, 화장솜, 유아용 실리콘 칫솔 등1단계. 몸과 얼굴을 쓰다듬는 과정에서 손가락으로 입안과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2단계. 손가락 끝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버터, 통조림 기름 등을 소량 묻혀 놀이 과정으로 적응시키기3단계. 고양이용 치약을 손가락에 소량 묻혀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고양이용 치약은 먹어도 건강에 해가 없으며 대부분의 고양이가 핥아 먹는다)4단계. 면봉 끝에 가아제 또는 화장솜을 작게 감아서 고양이용 치약을 묻힌 후 잇몸 터치 적응시키기5단계. 치약을 묻힌 칫솔, 가아제, 화장솜 등으로 양치 습관 들이기중요한 것은 식사 시간과 상관없이 일주일 3회 이상 양치하는 습관을 유지하는 점이다.고양이 양치는 칫솔, 유아용 실리콘 칫솔, 가아제, 화장솜을 등을 이용하여 송곳니, 어금니, 앞니 순으로 치아의 바깥면을 닦아준다. 고양이 양치는 입을 벌릴 필요가 없다. 고양이는 혀를 이용해 치아의 내측면을 충분히 관리한다.양치 전 간식을 주는 것보다는 양치 후 칭찬과 즐거운 놀이 운동을 통해 양치에 대한 긍정적 인식 형성에 도움 된다.그러나 생후 6개월 전후 이갈이 시기에 출혈이 있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다. 또 고양이 잇몸이 광범위하게 부어있거나, 출혈이 보일 경우 수의사와 상의하여야 한다.치아 표면에 노란 치석이 있거나, 심한 통증을 보이거나, 식사를 거부하고 침을 흘리는 경우, 혈관이 치아를 감싸는 상황은 이미 구강질환이 심각해진 상황이므로 치료해야 한다.경계심이 높은 고양이는 양치를 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단계별로 1주일 이상 천천히 적응시키려 노력하여야 한다. 일단 고양이의 신뢰를 얻게 되면 양치 과정은 매우 협조적이다.고양이 양치에 대한 필요성과 집사님들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치가 불가능한 고양이들이 있다. 이미 구강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트라우마가 되어 보호자의 손길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다. 안타깝게도 이 경우는 3개월 간격으로 수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하며 수의사는 필요하면 스케일링 등의 치료와 약물을 처방하게 된다.고양이 구강질환 예방은 고양이의 장수를 위해서도 필수이며, 가족들의 위생 건강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예방이 되지 못하고 구강질환이 만성화될 경우 고양이는 평생 고통받으며 치료받아야 하고 보호자의 심적·경제적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해진다.어릴 적부터의 양치 습관은 고양이와 집사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보장하는 유일한 방법임을 명심하시기 바란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1-15 09:44:17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부(富)의 비밀 수학] 'K-이론' 마이클 아티야 경의 죽음

K-이론과 마이클 아티야 경의 죽음20세기말 가장 위대한 수학자생애 마지막 시도, 리만 가설 증명리만 가설 증명되면 암호체계 바꿔야 지난 주말 언론에 'K-이론'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요즈음 대세인 BTS(방탄소년단)의 K-팝, K-패션, 그 계열인가 했더니 수학 이야기란다. 기하학과 위상수학, 대수학, 수론과 관련 있다는데, '공간을 표현하는 새로운 이론' 정도로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자. 바로 이 K-이론을 개척한 공로로 1966년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은 영국 수학자 마이클 아티야 경이 13일 별세했다.아티야는 20세기 말 가장 위대한 수학자다. K-이론과 함께, 타원복합체의 지표를 위상학적 데이터로 계산할 수 있다는 아티야-싱어 지표 정리가 그의 대표 업적이다. 미분기하학의 게이지 이론, 최신 분야인 초끈 이론, 양자장 이론 연구에 기여하고 도널슨, 히친, 커원 등 큰 제자도 여럿 길러냈다. 영국수학학회장, 왕립학회장,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학장을 지냈고 기사 작위도 받았다.(공식호칭은 '아티야 경'이다)지난해 9월 말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수상자 포럼에서 리만 가설의 증명을 발표해 마지막 열정을 불태웠다. 만 89세, 생애 마지막 공식 석상에서까지 난제 해결을 시도하다니 타고난 수학자다. 앞으로 2년간의 검증을 통과하면, 아티야는 100만달러의 클레이연구소 상금을 받을 수 있다. 리만 가설은 독일의 천재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이 남긴,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함께 수학계 양대(兩大) 난제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영국의 앤드류 와일즈가 1994년 해결했고, 리만 가설만 남았다. 리만 가설이 증명되면, 우리의 암호 체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한국에도 아티야 경같은 위대한 수학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학문의 나라 영국의 자존심 아티야 경이 남긴 '수학자의 길'을 인용한다."수학자는 한낮의 밝은 빛 속에서는 방정식과 증명을 확인하고 엄밀성의 추구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보름달 밤에 그들은 꿈을 꾸고 별들 사이를 떠다니며 우주의 기적을 탐구한다. 그들은 영감이 넘친다. 꿈이 없다면 예술도 수학도 삶도 설 자리를 잃는다."

2019-01-14 19:30:00

김차진 수성고등학교 교장

[분필과 지우개]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OECD 주요 국가는 교육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나라도 과거 내용 중심,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두 차례나 개정하면서 학생들의 앎과 삶을 결부시키기 위해 학교 교육의 변화를 유도하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교육의 속도가 중요한지, 아니면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2018학년도부터 고등학교 1학년에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본래 문·이과 통합형 교육을 강조하면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목을 신설함으로써 올해 고1은 범사회과, 범과학과 과목을 주제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주제 중심으로 수업을 하게 되면 분과적 학습의 폐단을 방지하고, 새로운 미래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주제를 중심으로 교과 간의 통합적 사고를 연습하는 이점(利點)이 있다.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학생이 수업의 주변부에서 맴돌다가 이제 수업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학생의 주도적인 학습 태도가 있어야 문제를 끈기 있게 해결할 수 있다. 평생학습 시대에 많이 학습하기보다는 학습을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학습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도움이 된다.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그동안 인류가 축적해온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모두 암기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AI(인공지능)는 전 학문 분야에 걸쳐 방대한 자료들을 기억회로에 담아 놓고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따라 즉시즉시 자료를 가공해 낼 수 있기 때문에 암기 실력이 부족해서 공부를 못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모라백의 역설(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게는 쉽고, 컴퓨터에게 어려운 일은 인간에게 쉽다)처럼 인간이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계는 감정을 읽을 수가 없으니 인간만이 가진 장점을 잘 계발하여 즐겁게 삶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학교 수업에서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민소득이 3만5천달러를 넘어서는 시점에 기존의 사회 진화 속도를 조절하면서 방향을 재정립하여 왔다고 한다. 이제 우리도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으니 학교를 공동체로 보는 경향, 지식-능력-태도를 통합하는 교육과정의 재구성,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변화 등 교육의 방향 재정립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미 교육계에서는 창의융합 교육으로 방향을 틀었으며, 대구 교육은 학생들이 탐구하고, 토론하고,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 내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조금씩 새로운 물결이 우리 교육계를 적셔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올바른 방향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2019-01-14 19:3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狐假虎威<호가호위>, 김정은 위원장은 왜 중국에 갔을까

여우가 굶주린 호랑이한테 잡혔다. 먹혀버릴 위기에 처한 여우가 당당하게 말했다."넌 날 잡아먹으면 안 돼. 나는 하늘의 뜻을 받들어 모든 짐승의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 왔단다. 내 말을 못 믿겠으면 나를 따라와 봐. 나를 보고 도망가지 않는 놈이 있는지 보라고."호랑이는 여우의 뒤를 따라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짐승들은 모두 죽어라 도망을 쳤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전국책'(戰國策전국시대 책사의 변설과 권모술수를 기록한 책략서) '초책'(楚策)의 처음에 나오는 우화이다. 짐승들이 도망을 간 것은 여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호랑이 때문이었다. 호가호위의 유래이다. 지금은 강자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린다는 나쁜 뜻으로 쓰인다.나는 어렸을 때 이 우화를 감명 깊게 읽었다. 기지를 발휘하여 절체절명의 위기를 벗어나는 여우처럼 침착하고 총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우는 살기 위해 임기응변한 것뿐, 남에게 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쁜 의미로 쓰일까. 짐승들이 도망간 이유를 여우는 알고 호랑이는 몰랐다. 호랑이가 왜 여우의 뒤를 따르는지도 모르고 짐승들은 줄행랑을 쳤을 뿐이다. 여우는 한 번의 '성공'을 착각하여 자기를 진짜로 대단한 존재로 여기고 호랑이를 끌고 다니면서 짐승들을 위협하고, 괴롭혔을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가 늙어 이빨이 빠져버리거나 여우의 곁을 떠나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호랑이를 두려워했던 숱한 짐승들의 공격을 받아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 것이다.무엇이든 적당히 해야 한다. 과하면 해를 입는다. 유교에서 말하는 중용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을 찾았다. 중국의 위세를 등에 업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남한 역시 미국을 자기를 지켜주는 호랑이쯤으로 여길까. 여우의 지혜로 우리 힘으로 뭔가 해볼 수 없을까.

2019-01-14 19:30:00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이 대표

[뷰티 라이프] 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망울

애니메이션 '장화 신은 고양이'의 주인공 고양이 푸스의 눈망울은 찬탄을 자아낼 만큼 사랑스럽다. 만약 어떤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고 그런 눈망울로 나를 바라본다면, 꾸중하려던 마음이 나도 모르게 사라질 것만 같다.아름다운 외모가 강한 경쟁력이자 권력이 되는 경우는 많다.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는 모나코 왕국의 왕비가 되면서 신데렐라 같은 러브스토리를 만들어 냈다. 양귀비, 포사, 서시와 같은 여성들은 미모로 중국의 역사를 흔들었다.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름다운 외모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추천장"이라는 말을 남겼다. 美는 성형·다이어트로 한계 외모가 남녀 관계에서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당나라는 관리 채용 때 '신언서판'(身言書判) 이라는 기준을 적용했는데, 미모가 조정을 통솔하고 백성을 돌보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물론 여기서 '신'(身)은 단순히 잘생긴 얼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신수'(身手)를 의미한다.성형외과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연예인이 아니라 평범한 남자들 중에도 여성처럼 피부를 가꾸고 매일 화장하는 사람이 드물지 않은 세상이다. 그러니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다.우리가 쓰는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에는 말 그대로 외모가 우열의 최고 기준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외모에만 치중하느라 내면 가꾸기를 등한시하는 세태에 대한 조소와 일침이 내재되어 있다. 아름다운 외모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세태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똑같이 크고 빛나는 눈이지만 어떤 사람의 눈은 예쁘게 보이는데, 다른 어떤 사람의 눈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다. 눈, 코, 입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잘생겼는데, 호감이나 신뢰를 느낄 수 없는 얼굴도 있다.백화점에서 판매할 때는 같은 핸드백, 같은 옷, 같은 모자였는데, 각자가 몇 년 쓰고 나면 전혀 다른 물건이 되어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핸드백과 옷, 모자가 그것을 쓰는 사람의 생활을 닮아가기 때문이다.사람의 외모도 이와 다르지 않다.아기 때는 누구나 맑은 심성과 부드러운 피부를 뽐내지만, 살아오는 동안 햇빛과 세상살이의 풍파를 견뎌내느라 심성과 피부는 거칠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일부러 시간을 내고, 돈을 투자해서 피부를 가꾼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과 태도 역시 일부러 애를 써서 가꾸지 않으면 쉽게 망가진다는 점에서 쌍둥이처럼 닮았다.장화 신은 고양이의 눈망울, 고승의 편안하고 기분 좋은 미소, 어린아이의 천진한 얼굴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이런 아름다움을 성형이나 다이어트 식품만으로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정신·생활·말씨 더해져 완성 최종적으로 아름다운 외모를 완성하는 데는 맑은 정신, 번뇌와 욕심 없는 마음, 담백한 생활, 반듯한 행동과 부드러운 말씨가 더해져야 한다."매력적인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고,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아야 할 것이며, 날씬한 몸을 갖고 싶으면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배우오드리 헵번의 말이다.기해년 새해 우리 모두 아름다워지자.

2019-01-14 19:30:00

세한도(歲寒圖) 단상

얼어붙은 한겨울. 초라한 집 한 채를 사이에 두고 앙상한 고목이 가지에 듬성듬성 잎을 매단 채 떨고 있는 한 폭의 그림은 바라보기만 해도 으스스 한기가 든다. 조선조 후기 명필가이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가 그린 '세한도(歲寒圖)'다. 그는 이 그림을 통해 무슨 말을 남기고자 했을까?'세한도'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너무도 단조롭고 살벌한 그림의 배경에 의아해 하며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이 그림은 궁중 도화서(圖畵署) 전문화원의 그림도 아닌 선비가 그린 단순한 문인화(文人畵)에 불과하지만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추사는 1840년 54세 무렵 사색당파에 희생되어 바다 멀리 외딴 섬 제주도에서 혹독한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었다. 조강지처를 잃고 절친한 친구의 부음까지 전해 듣었으나 갈 수 없는 죄인의 몸이었다.그 무렵 제자 이상적(李尙迪․1804-1865)은 역관(譯官)으로 사신을 따라 중국에 오가며 경세문편(經世文編) 등 귀중한 서적을 구해 추사에게 보냈다. 홀로 힘든 유배생활을 보내고 있는 스승을 위로함이었다. 권력자에게 이 서적을 상납했더라면 출세길이 여릴 수도 있었으나 그는 결코 스승을 잊지 않았다. 이에 감동한 추사는 무언가 선물로 보답하고 싶었지만 유배된 신세라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전하는 것 뿐이었다.하여 문득 떠오른 것이 공자의 논어 한 구절. '歲寒然後知 松柏之後凋(세한연후지 송백지후조), 즉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이 구절을 떠올리며 붓을 든 그는 자신의 처지와 제자 이상적의 변함없는 의리를 절감하며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여기에 '歲寒圖'라는 화제(畵題)를 덧붙이고 혹한에도 시들지 않는 늘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비유해 '長毋相忘(장무상망), 즉 나는 그대의 마음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니 그대 또한 나를 잊지 말게나'를 일필휘지(一筆揮之)했다.유난히 추운 올 겨울, 새삼 '세한도'가 생각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절박한 나랏일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연연하려는 자들에게 한겨울을 맑은 정신 하나로 견뎌내는 선비의 절개와 의리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14 11:43:50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세계의 창]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전쟁 위험 없는 한반도는 헛꿈일까모범 사례 유럽연합서 찾을 수 있어새해 평화 염원 꽃 한송이 품어보자남북 모든 경계 무너지길 기원하며당신은 어떤 모습의 국가를 원하는가? 이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까?만일 누가 이 질문을 하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국가를 원하오. 혹자는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전쟁을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으며, 누군들 평화로운 국가를 원하지 않겠는가고. 그들은 이렇게 반박할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전쟁을 하더라도 국익을 지켜야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냉정한 현실이 아니겠는가.해방 이후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남북이 분단되었고, 급기야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전쟁까지 겪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남북은 극한의 군사적 대립을 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험 속에서 살아왔다.다행히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어 한반도에도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 비로소 우리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통일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시금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전쟁 위험 없이 살 수는 없을까?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삼지 않고 사랑과 평화의 정신으로 포용하고 연대하며 살 수는 없을까? 하지만 보수와 진보의 정치 이념에 따라 한반도 미래를 바라보는 입장은 서로 달라 그 간극이 너무 크다.또한 미국'중국'러시아'일본 4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충돌하고 있는 형국이니 남북이 넘어야 할 산은 높고도 험하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 없는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그저 허황된 꿈이나 이상에 불과한 것인가. 우리는 그 모범 사례를 유럽연합(EU)에서 찾을 수 있다.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1952년 프랑스와 독일 양국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설립하기로 정치적 합의를 한다.이에 따라 1953년에는 ECSC가, 1958년에는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공식 출범하였다. 유럽공동체가 출범한 날부터 오늘날까지 60년 이상 EU 회원국 사이에는 한 번도 전쟁이나 내전이 일어나지 않았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유럽대륙의 역사에서 이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최근 브렉시트로 영국의 이탈 논란이 있지만 EU는 28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의 지역공동체이다.국제사회에서 EU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막강한 지위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EU가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유럽 대륙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없앤 지역공동체를 만든 것이다.오늘날 EU로 대표되는 유럽연방을 통한 평화체제의 건설은 '유럽 통합의 아버지'로 불리는 장 모네의 구상에서 비롯한다."만약 국가주권의 기반 위에 국가를 재건설한다면 이 땅에 평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유럽 국가들은 자국 국민의 번영과 발전만을 보장하기에는 지리적으로 너무 인접해 있다. 따라서 유럽의 국가들은 공동경제를 중심으로 한 단일통합체를 건설해야만 한다."단일 유럽 건설이라는 장 모네의 구상은 그저 허황된 꿈에 그치지 않았다. 그 꿈은 현실이 되어 EU에서는 사람과 상품, 자본과 서비스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함민복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노래한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시인의 바람대로 남북을 경계 짓는 철책이 무너지고 삼천리강산을 화려하게 수놓는 무궁화 꽃이 피어날까. 그 꽃이 활짝 피어나는 날 남북을 가르는 모든 경계가 무너져 내릴까.기해년 새해다. 우리의 가슴에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꽃 한 송이를 품으면 어떨까. 100년 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유관순 열사도 같은 꿈을 꾸었을 것이다.

2019-01-14 11:42:06

김용진 대구 서부소방서장.

[기고] 소확행의 전제 조건, '확실한 예방'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새해 첫날 뜨는 해를 보면서 계획한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지난 한 해 '소확행'(小確幸)이라는 말이 최고의 유행어로 꼽혔다. 소확행이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아파트 청약 당첨 등 크지만 성취가 불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작지만 실현 가능한 행복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소확행에 아이디어를 얻어 소확방(小確防)이라는 말을 만들어봤다. 소확방이란 '작지만 확실한 예방'의 줄임말로 평소에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예방을 하자는 뜻이다.첫 번째 소확방은 가정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국적으로 연평균 339명으로 집계됐다. 그중 약 38%가 단독주택에서 발생하는데 연평균 127명에 달하는 수치다. 단독주택 화재의 사망자가 많은 이유는 일반적인 주택에는 소화기와 같은 기초 소방시설조차 구비되지 않은 곳이 많아 화재 발생 시 초기 진압이 어렵기 때문이다.대구소방안전본부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촉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서부소방서에서는 지난해 지역 금융권과 복지관의 도움으로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소외계층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많이 설치할 수 있었다. 올해도 체계적인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기부 대상이 아닌 주택은 인터넷 매장 또는 대형마트에서 주택용 소방시설을 구매할 수 있다. 소확방을 실천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다. 화재가 발생하는 원인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부주의, 전기적 요인, 기계적 요인 등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대구에서 발생한 약 1천440건의 크고 작은 화재 중 46%인 약 669건이 부주의에 의한 것이었다.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312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음식물 조리 중 화재(76건), 불씨 방치(103건), 쓰레기 소각(33건) 등이다.두 번째 소확방은 이처럼 사소한 부주의를 없애는 것에서 출발한다. 담배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우고, 담뱃불은 확실히 끈 뒤 버려야 한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로 화재가 발생, 시민들의 소중한 재산에 피해를 입혔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은 전자제품, 콘센트에 먼지나 이물질 등이 있는지 살펴 누전이나 합선의 위험을 예방하자. 특히 전기장판 등 전열기는 장시간 사용할 경우 열 배출이 어려워 화재가 나기 쉬우니 타이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온도조절기 고장 여부도 수시로 확인하고 사용한 전기기구는 반드시 플러그를 뽑아 놓고 외출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가 발생하면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법칙이다. 1명의 중상자가 나오기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법칙이다.올해는 그동안 지나쳤던 300개의 잠재적 위험성들을 하나하나씩 '작지만 확실하게' 예방해야 한다. 300개의 소확방 실천은 하나의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소확방이 소확행에 이은 2019년 새로운 유행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9-01-14 10:19:3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하려면

공약 파기된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현안 있으면 수시로 기자회견 열고구체적 질문 응답으로 소통 나서야지난 대선 당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조명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다. 번잡한 경호 등을 고려할 때 대통령 광화문 집무실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당선 후 사흘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대신 여민관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기 전까지 여민관에서 업무를 볼 계획이라는 소식과 함께였다.문 대통령이 1호 공약을 실제로 이행하겠다고 무리수를 둘까 걱정스러웠다. 공약 포기를 권하는(?) 칼럼을 쓰고 싶었다. 내심 생각한 제목은 이랬다.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합니다." 여민관은 참여정부 시절 완공된 비서실 건물이다. '광화문 대통령' 공약의 취지는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국민이 '광화문 대통령'에 주목한 것은 소통하는 대통령에 목말라 있었기 때문이다.실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구중궁궐과 같은 청와대를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늘 소통하겠다"는 문 후보 자신의 말 속에 답이 들어 있다. 청와대 본관 대통령 집무실은 거대한 공간에 홀로 떨어진 섬 같은 존재이다. 참모들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청와대 본관 집무실은 그래서 단순한 공간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비서진과도 그런데 하물며 국민의 목소리가 들리겠는가라는 불통의 상징이었다. 대통령과 비서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국정을 논의한다면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하다.광화문 대통령 공약 파기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금 따져보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 과연 문 대통령이 '소통하는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며칠 전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예년처럼 거창한 '행사'로 치러졌다. 취임 3년 차를 맞는 문 대통령이지만 제대로 된 기자회견은 세 번째이다. 말 그대로 연례행사이다. 수시로 국민을 만나겠다는 다짐과는 거리가 멀다. "소통 강화라는 이념적 취지에서"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만들었다는 설명도 무색하다. 국무회의나 수석'보좌관회의 등에서의 대통령 '말씀'은 소통이 아니다. 과거 익숙하게 보아온 일방통행이다.문 대통령은 참모들과는 밀접한 소통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현안에서 대통령과 비서진의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가 드러난다. 국민 여론이나 인식과 거리가 먼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론을 야당과 언론이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일축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하려면 그래서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수시로 기자들을 만나야 한다. 매월, 아니면 현안이 있을 때 수시로 회견을 해야 한다. 심금을 울리는 음악과 영상을 준비하는 등 '행사'로 치르는 것은 이제 그만해도 된다. 항상 대기하는 청와대 기자실에 서면 된다. 특별한 격식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현안을 몰아서 하다 보니 문답이 수박 겉 핥기로 그치는 것이 사실이다. 특정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추가로 이어지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도 있어야 한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도 자주 해야 한다.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외신과 인터뷰는 수시로 있었지만 국내 언론과 제대로 된 인터뷰가 한 번도 없었다.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언론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과도 만날 필요가 있다. 상임위별로 여야 의원들을 함께 초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부쩍 소통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장관들도 유튜브에 출연하라는 독려도 있었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하면 총리, 장관 등이 다투어 나서지 않겠는가. 그럴 때 국민들은 비로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민관 대통령으로 충분합니다."

2019-01-13 15:43:49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기고] 대한민국 단단히 탈이 났다.

박정희 시대 경제 관료 김용환 전 장관. 그는 2012년 12월 말, 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를 만나기 위해 서울 삼성동 어느 호텔로 갔다. 그리고 국가 운영에 대한 제안서를 전달하고 이제 "최태민의 그림자는 지우는 게 좋겠다"고 직언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이런 말씀 하시려고 저를 지지하셨나요"라고 했다. 이에 분위기는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 듯 싸늘해져 버렸고 김 전 장관은 그렇게 헤어진 후 아직 박근혜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그렇다. 강한 신념은 사람을 경직되게 만들고 사리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바로 삼라만상 만물의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특히 대통령의 자리란 많은 것을 담고 갈 수 있는 유연한 생각을 가지지 않으면 소통을 할 수가 없는 자리다. 그래서 예부터 통치란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고 했다. 박근혜의 그 한마디로 주변에선 최순실과의 관계를 언급하는 사람이 사라져 버렸고, 결국 박근혜는 그 최순실 때문에 자멸하고 말았다.어쨌든 대통령의 자리란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유연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반드시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한 대목이라는 것이다.지금 세간에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청와대를 흐려 놓는다"고 한다. 그리고 청와대는 그 흐려 놓은 불순물이 정화되기를 기다리며 미꾸라지와 같은 것들은 모두 적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적폐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디까지 적폐이고 무엇을 청산해야 되는지도 모른다. 아니 모른다기보다 오히려 그들의 그러한 경직된 사고가 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즉 그들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편견, 어쩌면 한쪽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경직된 그들의 사고가 과거 경직된 박근혜를 보는 것 같아 배알이 뒤틀리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쪽만 옳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틀린다는 논리, 그건 어거지가 아니면 독재의 발상이다. 나아가 그러한 경직된 사고는 경험상 반드시 화를 부른다는 것이다.이에 문재인 정권의 면면을 보면 대한민국이 탈이 나도 아주 크게 탈이 나게 생겼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이 그렇고, 최저임금 인상이 그렇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좌파적 가치의 나누어 먹기씩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자리 창출은커녕 경제성장과는 모두 정반대의 모순된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모든 것이 경제와 관련한 통계수치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통계를 발표하자 이번에는 통계청장을 바꾸어 버렸다.그래서 탈이 났다.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 온수관이 파열하고,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숨졌으며, 강릉 펜션 보일러 가스누출 사고로 고교생들이 숨지고, KTX 열차가 선로를 이탈하는 등 곳곳에서 탈이 나고 있다.경제 불안, 안보 불안, 생활 불안까지 대한민국은 지금 탈이 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지지율 끌어올리는 데엔 김정은이가 최고였는데, 광화문네거리에서 '김정은 만세' 소리가 나더라도 그 김정은의 바짓가랑이라도 잡아야 할 형편이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탈이 나도 단단히 나버린 것이다.

2019-01-13 14:45:35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현재, 과거의 지배자

우리 아파트의 승강기는 느려서 17층까지 43초가 걸린다. 관리실에서 주민들을 위해 승강기에 좋은 글귀를 붙이곤 한다. 한번은 "세상에서 제일 비싼 금(金)은?"이라는 퀴즈를 붙여 놓았었다. '황금' '백금' 등을 생각하며 답을 보니 '지금'이다. 지금(只今)의 '今'을 '金'으로 바꿔치기한 솜씨가 놀랍다. 지나간 과거나 불확실한 미래보다 현재가 더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현재 중심의 이러한 관(觀)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에 잘 반영되어 있다.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지배하는 당의 슬로건인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라는 말 속에 잘 압축되어 있다. 여기서 '지배한다'는 말은 '조절·조작한다'(control)는 말을 의역한 것인데 원문의 의미를 살리면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조절'조작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기록국 직원이다. 빅 브라더가 공언한 약속이 실현되지 못했을 때 약속을 했던 과거의 기록(신문, 서적, 사진 등)을 모조리 찾아 과거의 약속과 현재가 일치하도록 조작하는 것이 임무이다.가령 내년도 초콜릿 배급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해가 바뀌고 4월쯤에 30그램을 20그램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치자. 그러면 '줄이지 않겠다'는 작년의 기록을 모두 찾아 '내년 4월경엔 배급량을 20그램으로 줄인다'라고 조작하여 과거를 현재와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빅 브라더는 공약을 완벽하게 지켜내는 지도자로 우상화된다.비슷한 맥락에서 황보영조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기억의 정치와 역사'에서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고, 그 기억마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렇게 보면 역사 바로 세우기와 역사 조작은 종이 한 장 차이이며 현재 권력이 완벽한 도덕성을 갖추지 않았다면 조작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에 황보 교수의 지적은 긴 여운을 남긴다.이처럼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미화 또는 폄하할 수도 있다는 것은 문제다. 미화나 폄하의 대상이 개인의 주관적인 호불호에 따라 달라지고 개인의 호불호는 개인의 이념, 출신 지역 및 계층에 따라 좌지우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는 이념, 지역 및 계층 간에 생각의 편차가 큰 편이라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우호적인 사람이나 단체의 과(過)는 무조건 감싸며 편들고 공(功)은 역사적인 업적이라며 선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적대적인 사람이나 단체의 공은 무조건 깎아내리고 과는 부풀리는 사람도 있다. 이런 무조건적이고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문제다.새해는 왔고 무술년은 기억 공간에 저장되었다. 과거를 재단할 수 있는 힘을 현재가 지녔지만 현재도 곧 과거가 됨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래서 현재를 사는 우리는 현재가 과거가 된 후 그때의 현재도 우리를 재평가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념, 지역 및 계층에 바탕을 둔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어떤 것을 미화하거나 폄하하는 일이 새해엔 없길 바란다. 잘하는 정책엔 박수를 보내고 잘못하는 정책엔 회초리를 드는 객관적 대한민국 시민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2019-01-1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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