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종교칼럼] 생존과 궁극적 관심

수백 년 지속되었던 신(神) 중심적인 삶에서 서구인들은 르네상스 시대로 접어들면서 관심을 인간에게 돌렸다. 그 이후 계몽주의, 낭만주의, 이성주의를 거치면서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인간의 지성으로 산업화의 물결과 더불어 보다 나은 삶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희망했던 것과는 달리 1차 세계대전에서 약 2천만 명, 2차 세계대전에서 약 6천만 명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이 참담하게 파괴된 것이었다.이런 엄청난 비극을 겪고는 생철학, 실존철학이란 사조로 불리는 생각과 글을 쓴 철학자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속한 철학자로부터 유래한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는 말은 제법 오랫동안 대학의 강단과 여러 책들에 소개되고 한동안 지식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누군가가 '던져진 존재'라는 내용의 말을 '피투된 존재'라고 번역하여 '우리가 무슨 야구공이냐?'라며 빈정거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하여간 우리는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땅에 태어났다. '이 땅에 던져졌다'는 표현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같은 의미다. 내가 갓난아기였을 때 생존, 성장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들을 필사적으로 했다는 것을 부모는 기억하겠지만 나는 모른다. 의식이 없으면서도 강력한 생명력으로 그렇게 했을 것이고, 그 이후에도 그 생명력에 힘입어 오늘날까지 이렇게 살아있다. 이 땅에 태어난 이상 무조건 살아야 하고 살고 싶은 것이다. 언제까지 살고 싶으냐? 묻는다면 영원히 살고 싶다는 말로 답하는 것이 내면세계의 욕구를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일 것이다.하지만 우리의 유일한 삶의 장(場)인 지구의 크기는 고정되어 있고 여기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모두 삶에 대한 강력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이 충돌하여 '약육강식'이라는 법칙으로 조절되고 있다. 인간도 큰 시각으로 보면 이 법칙의 지배권 안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도 생존투쟁이었고, 종교전쟁으로 분류되는 이슬람권과의 갈등도 깊이 들여다보면 생존투쟁임이 틀림없다.하지만 인간은 생존권 확보에만 머물러서 인간이 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아는 자의식으로 약자를 보호하고 사랑을 나누고자 하여 인간이 된 것이다. 약육강식 이외의 법칙을 모르는 동물들은 살아있음에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영원히 살고 싶다는 의욕이 무엇인지도 모르기에 일반 동물로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이 살아있음을 아는 것을 넘어서서 그 의미를 알고 싶어 하고 반드시 있을 육체적 죽음을 넘어서는 어떤 영원한 삶을 꿈꾸며 사랑의 삶을 살고자 애쓰기에 인간이다.이 땅에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던져진 존재인 우리는 먼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성심을 다해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의무이고 권리이다. 육체적·정신적 건강, 물질적 조건, 가족 관계, 자연과의 관계, 사회 관계, 절대자와의 관계 등이 어느 정도 균형 잡히고 안정되어야 우리는 안정감을 느끼고 평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런 것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불안정해지고 심하면 생존을 위해 사나워지기까지 한다.인간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그 이후의 과정에서 약자 보호와 이웃 사랑을 위해 마음 쓰고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삶과 죽음의 현상에 대해 알기 위해 애를 쓸 때 인간이 되고 보다 나은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존재다.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2019-08-14 10:18:04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

[경제 칼럼] 사회주의식 경제정책으로는 번영된 국가 못 만든다

1960, 70년대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들은 당시 한국 축구가 버마(현재 미얀마)에 져 큰 국제대회 진출이 좌절되곤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필자도 그런 기억이 있지만 지금 미얀마 축구는 한국 축구의 상대도 되지 않음은 물론이다.그땐 왜 그랬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스포츠 문외한인 경제학자가 보기에는 그때 한국이 너무 가난했던 것이 중요한 이유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 당시 한국은 제대로 먹지 못했던 시절이었다.흥미로운 통계가 하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960년 미얀마가 195달러였던 데 비해 경제개발을 막 시작했던 1962년 한국은 90달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당시 동남아 국가들은 피식민지에다 전쟁까지 치르고 이렇다 할 산업 하나 없이 초근목피하다시피 했던 한국보다 대부분 2, 3배 정도 잘사는 나라들이었다.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은 미얀마가 1천298달러, 한국이 3만3천434달러로 추정된다. 한국은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하는 기적을 이룩했지만 미얀마는 답보 상태를 지속한 것이다. 국민소득 1천298달러라는 것은 국민들이 기초적인 생활 여건도 보장되지 않은 채 정말로 어렵게 살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준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폐쇄적인 공산주의 경제정책이 중요한 원인이다.북한도 1960년대에는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 한국보다 두어 배 정도는 잘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조안 로빈슨 교수가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 경제를 칭송했던 것도 이 무렵이었다. 1960, 70년 전후 한국 경제가 어려웠을 때 한국에서도 북한 정책을 따르는 것이 좋겠다는 주장들이 암암리에 확산됐던 배경도 이러한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북한은 폐쇄적 공산주의 정책을 지속한 데 비해 한국은 1962년부터 대외개방적인 수출 지향 경제개발정책을 추진하면서 1960년 후반에서 1970년 무렵을 전후해서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역전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발전에 위협을 느낀 북한은 1968년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을 내려보내 청와대를 기습하는 사건을 벌이기도 했다.한국은행 추계에 따르면 북한의 2017년 1인당 국민소득은 1천297달러로 미얀마 수준이다. 경제 참상이 어느 정도인지 경제학자로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수준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고난의 행군'을 겪기도 했다.2000년부터 '햇볕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됐던 한국의 대대적인 대북 지원이 없었더라면 북한 경제는 어떻게 됐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그러던 북한은 한국의 지원으로 경제적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자 2016년 1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경제학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남북이 경제체제 경쟁을 하던 시절도 아니고 국민소득 수준이나 모든 경제상황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우월성이 명명백백히 드러났고 국민소득 3만3천434달러로 선진국을 바로 눈앞에 둔 지금의 대한민국에 주사파적 주장이나 사회주의식 정책들이 아직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발전 단계로 볼 때 이 수준이 추락과 도약의 분기점이 아닌가 한다.생산 수단을 공유하는 공산주의가 실패했다는 것은 옛 동구권과 소련의 붕괴,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 개방으로 이미 결론이 난 역사적 사실이다. 큰 정부, 국가 책임, 기간산업 국유화 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도 마크롱 이전의 프랑스, 남유럽, 최근에는 남미 등에서 인정되는 역사적 사실이다.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심지어 왜곡하면서 큰 정부, 반시장, 반기업, 심지어 친노조 반노동정책 등 사회주의식 정책을 확대하고자 하는 경제정책으로는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번영된 선진국을 물려줄 수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다. 재정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작고 효율적인 정부, 경제혁신을 가져오는 친시장, 친기업, 진정으로 민생안정을 가져오는 친노동정책으로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2019-08-14 06:30:00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골목, 멈춰진 시간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직선거리로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일제저항 민족시인이며 자주독립운동가인 이육사(1904~1944) 시인이 1920년부터 한동안 살았던 집 터가 있다. 그 작은 골목 곳곳을 거닐고 있으면 마치 그 시절 멈춰진 시간 속에 있는 듯한데, 좁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있고 오래된 주택들이 각자의 모습으로 오목조목 붙어 있으니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정이 가득한 곳, 따뜻한 골목을 걸으며 이육사의 숨결을 어렴풋이 느끼는 것도 잠시, 곧 주택 곳곳에 빨간 페인트로 철거라고 적혀 있는 길이 나왔다.최근 이 주변이 아파트재개발지역으로 설정되어 곧 철거될 예정이라 그러한 것인데, 어느덧 사람도 다 떠나고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아 더욱 그러한 느낌이 많이 든다. 이육사 생가터도 재개발계획에 따라 같이 철거된다고 하니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아파트가 들어서고 나면 그 부지 안에 이육사기념관이 건립될 예정이라 그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목소리를 내준 덕분인데, 다만 공유지에 따로 새워지지 못해 대구시 차원에서 기념관을 관리할 수 없고 아파트 사유지 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 앞으로도 논의가 계속 진행될 것이니 여러 의견수렴 및 구상을 통해 대구시에서 최선의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 과정이 어찌 되었든 이육사기념관이 건립되어 대구시민들에게 이육사의 저항정신을 알리고 그 얼을 기린다는 것이 반갑고, 또 근처에 있는 근대골목과도 연계되어 대구를 대표하는 좋은 명소가 되리라는 기대도 된다.이육사는 40년 일생 중 청년기 이후부터 17년이라는 긴 시간을 대구에 살면서 한때 약령시 약전골목에 일하기도 하였고, 후에 기자생활도 8년 동안 하면서 일제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사와 평론을 수차례 발표했다. 또한 김원봉이 이끄는 의열단에도 가입해 무장독립투쟁에도 헌신하였는데,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투옥되는 것을 시작으로 대구 격문사건 등 여러 항일운동으로 수차례 체포 구금되었지만, 그 가운데 시를 발표하며 문인으로서도 민족의 얼을 지켰다. 1944년 베이징의 일본 총영사관 감옥에서 옥사하기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끝까지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다.나의 곡 합창을 위한 국악관현악 '초인'이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지난 3·1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초연되었다. (연주:대구시립국악단, 지휘:이현창, 합창:메트로합창단) 합창가사는 이육사의 '광야(曠野)', '교목(喬木)', '절정(絶頂)' 이 3개의 시에 선율을 입혔다. 광야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이 곡은 올 연말에 대구시립국악단 송년음악회에 다시 한번 연주될 예정이다.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8-13 11:20:03

얼룩이라 불리는 유기견이 SBS동물농장 팀에게 구조됐다. 유기견 얼룩이는 마이크로칩이 시술되어있지 않았다. SBS동물농장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동물 등록은 생명을 책임지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얼룩이라 불리는 유기견이 SBS동물농장 팀에게 구조됐다. 나이는 12살로 추정되며 온몸의 털이 엉켜 대걸래를 방불케 하는 비참한 모습이었다. 얼룩이는 안타깝게도 동물 등록이 돼있지 않았다.건강 검진 결과 얼룩이는 나이도 많았지만,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심장사상충에 심하게 감염돼 심장이 나빠져 기침 증상이 나타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치료가 이루어지더라도 건강하게 오래살기는 어려워 보였다.얼룩이는 매우 착했다. 엉킨 털을 깎거나 치료 받는 과정에서도 낯선 간호사들의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고 몸을 맡겼다.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사람을 의지하던 아이임이 분명했다. 다행히 얼룩이는 보살펴 주시던 이웃에게 입양되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얼룩이 사례에서도 보여지듯 반려동물 등록은 이미 5년 전 부터 의무화되었지만 현재까지도 등록율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2019년 8월은 반려동물 등록 유예 기간으로 개를 키우는 모든 국민은 동물 등록을 하여야 한다. 정부는 8월 한 달 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후 9월 1일 부터는 집중 단속하여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시술받지 않은 개는 동물 등록 메달을 목걸이에 부착하고 있어야 한다.동물 등록이 꼭 필요한 이유는 유기견 발생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함이다. 국내 유기견 발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등록이 미진하고 유기견 발생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개를 식용이나 번식 목적으로 사육하는 극소수 사육업자를 두둔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이중적 잣대에 있다.개 물림 사고와 동물 학대 사례들이 이슈화될 때마다 정부는 강화된 처벌 조항을 마련했다. 하지만 엄중한 처벌이 예상되었던 실제 판례에서는 처벌 예외 조항이 고려되어 처벌은 매우 경미하게 판결되었다. 이러한 판례들이 반복되면서 동물보호법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규정이라고 여기며 견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가벼이 여기는 풍조가 형성되어 버렸다.반려동물 등록은 한 생명을 평생 동안 돌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웃과의 약속이다. 예전처럼 강아지를 얻어 키우다 집 밖을 배회하게 방임해서는 안된다.또한 귀엽고 안타까운 마음에 충동적으로 동물을 입양을 하여서는 안된다. 생명은 늙어가며 아프기 마련이다. 15살 그 생명이 다할 때까지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입양을 결정하여야 한다.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동물보호소에서 유기동물 분양을 일시적으로 금지한다. 감성적인 충동으로 유기동물을 입양하거나 반려견을 선물하는 사례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반려인 1천만시대 우리의 자화상과 비교하면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8-13 10:16:47

박소득 경남도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 전문경력관(농학박사)

[기고]컬러시대, 이제 농산물도 컬러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듯이 색은 우리 인간의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 농산물 색의 기능성이 인정되면서 소비자들의 감정을 움직이는 컬러푸드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농산물의 색은 천연적인 기능성으로 인체에 들어가면 항산화 작용 및 면역 증대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오래전부터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하자는 캠페인이 확산되었다. 지금은 시설하우스 재배기술이 발달해 과채류, 채소가 연중 생산되고, 농촌진흥기관 및 민간종자회사의 육종기술의 발달로 식량작물, 채소, 과수에 이르기까지 소비자가 다양한 컬러의 농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또 다음과 같은 색소 계열의 영양학적 기능성 때문에 컬러푸드 열풍이 일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먼저 노란색(Yellow) 계열의 농산물은 카레의 원료가 되는 강황과 살구, 파프리카, 호박, 유자, 황색 양파, 당근, 귤, 감, 황도 복숭아 등이다. 이런 농산물은 베타카로틴, 비타민 A·B2·C 등의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시력 유지를 돕고 뇌졸중이나 치매, 중풍에 대한 예방 효과, 소화기관인 비장, 위장의 기능을 높여 자연스레 면역력을 높인다.붉은색(Red) 계열의 대표적인 농산물은 수박, 토마토, 딸기, 자두, 사과, 고추, 적색 양파 등이며 적색 계통에는 라이코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전립선암, 유방암에 강력한 항암효과가 알려져 있으며, 안토시아닌도 풍부하여 항산화작용이 강해 혈액순환과 노화를 방지한다.또한 보라색(Purple) 계열은 눈과 간에 좋은 루테인 등이 함유되어 있는데 주로 베리류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가지, 자색 감자나 자두에도 안토시아닌이 다량 들어 있어 전립선암, 노화, 통풍의 예방효과가 있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오디 등 퍼플계의 베리는 종류가 많다.녹색(Green) 계열은 녹색 채소로 농산물의 종류가 무수히 많다. 고추, 상추, 시금치, 오이, 셀러리, 브로콜리, 두릅, 냉이, 녹차 등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해당되며 비타민 A·C, 칼슘, 철분, 인 등이 풍부한 대표적인 녹색식품이다. 이들 중 비타민 C는 피로를 풀어주므로 면역력을 증대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항암효과가 크다.흰색(White) 식품도 우리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이 들어 있다. 주로 호흡기에 관여하는데 무, 양배추, 백색 양파, 마늘 등이다. 이들은 각종 비타민과 단백질 분해효소가 들어있고 양파는 날것으로 먹으면 비타민 B1의 흡수가 촉진되어 피로회복이 빨라져 스태미나가 증강된다.검은색(Black) 식품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데 안토시아닌은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검은콩, 검은깨, 메밀 이외에도 흑미, 흑마늘, 흑포도 등 요즘 많은 식품이 유통되고 있다.이렇듯 최근 컬러식품은 영양학적 기능성까지 첨가되어 눈으로 즐기고, 또 맛이 가미되어 우리의 식탁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금후 소비자들은 더욱 기능성이 높고 영양이 풍부한 컬러 농산물을 선호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농업연구지도기관이 앞장서서 육종과 재배기술 개발로 사철 우수한 컬러 농산물을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고, 맛과 기능성까지 더해진 농산물이 현대인의 건강을 추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2019-08-13 03:30:00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갈등하라! 그러면 힘이 커진다.

갈등은 내 안에서도 일어나고 밖에서도 일어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나의 자발성과 고정관념(내면화된 사회문화적 의식과 관습)이 부딪혀 자유를 얻어가는 과정이다. 내적인 갈등은 행위하게 하고 외적인 갈등은 삶을 변화시킨다. 모든 갈등은 에너지이며, 피하지 않고 이겨나갔을 때 우리는 지혜와 힘을 얻는다. 물과 대지의 뜨거움이 바람과 구름을 만들고 구름과 구름이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듯.용기를 내어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하는 순간, 에너지를 불러온다. 잘못된 흐름을 깨고 새로운 물줄기로 내가 사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유진(가명)이는 사촌 오빠한테 어린 시절 4년간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성추행을 당했다. 하지만 말하지 못했고, 사춘기가 지나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유진이의 편에 섰지만, 일은 일파만파로 커진다. 처음엔 일부를 시인하다가, 그냥 거기에 유진이가 있어 스친 것이라고 말하는 당사자의 거짓과 부정, 그 아이는 그럴 리가 없다며, 앞날이 창창한 청년을 범죄자로 만들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말리고 달래는 할머니와 친척들,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을 편안하게 보지 못하는 엄마의 슬픔과 고통들이 유진이를 이중 삼중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이 분란의 원인이 참지 않고 말한 자신인 것 같고, 가해자가 인정하지 않으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증명해내야 하는 분노와 불안함이 있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말한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분란의 시작은 가해자인 사촌 오빠에게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면, 그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자신의 회복과 아이들을 잘 만나고 싶어 평화학교에 온 교사들, 성폭력 생존자들과 여성단체 활동가들. 우리는 함께 갈등과 혼란을 지혜와 힘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했다. 때로는 움직임으로 때로는 분노의 표출로, 경험을 나누고 그림자 속에 빛나는 보석을 캐고 긍정성을 찾아갔다.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2019-08-12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허장성세(虛張聲勢): 허세를 부려 강한 것처럼 보이다

거짓으로 떠벌려 강한 것처럼 위세를 부리는 것을 말한다. 당나라 한유(韓愈)가 하남 회서(淮西) 지역에 일어난 반군을 진압하는 계책을 왕에게 올리는 글인 '논회서사의장'(論淮西事宜狀)에서 처음 쓰였다. 춘추시대 중원의 패권을 두고 각축을 하던 초(楚)나라가 송(宋)나라를 치려 하자, 송은 동맹인 진(晉)나라 문공(文公)에게 도움을 청했다.문공은 초나라의 동맹인 위(衛)와 조(曺)를 쳐서 초의 군사를 유인해 송을 구하기로 했다. 장수 선진(先軫)에게 위의 오록성(五鹿城)을 공격하도록 했다. 선진은 오록성 주변에 수많은 진나라의 깃발을 꽂았다. 그의 부하가 "적을 칠 때는 소리 없이 공격(兵行詭道)해야 하는데, 깃발을 꽂아 적에게 알리면 안 된다"고 했다. 선진은 "약소국 위나라 백성들은 중원의 패권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언제 쳐들어올까 걱정하고 있다. 가장해서 위압감을 주면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위나라 백성들은 펄럭이는 진나라 깃발을 보고 오록성을 비우고 도망했다. 선진은 초나라 유인에 성공하고 송을 구했다.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은 촉나라의 요지인 서성(西城)을 지키기 위해 공성계(空城計)를 썼다. 2천500명의 병사로 성곽에서 태연히 거문고를 치면서 위나라 사마의(司馬懿)의 15만 군사를 맞았다. 제갈량의 태연한 모습을 보고 위나라 군은 물러갔다. 사마의가 속은 것이 아니라 제갈량이 없어지면 자신도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할 것을 염려해 살 길을 찾은 것이라는 평도 있지만, 공성계는 최고의 허장성세술로 남아 있다.허장성세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와 같은 의미로 더 많이 쓰인다. 요즘 한국에 대한 일본의 위세가 대단하다. 일본이 허세를 부리는 것인지(虛張), 한국이 기세(聲勢)에 굴복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허세를 간파하고 역공을 하면 거꾸로 일본이 수세에 몰린다. 그런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는 듯하다. 조금만 더.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8-12 18:00:00

강판권(계명대학교 사학과 교수)

[나무와 창의성] 9월의 나무: 회화나무

나무는 세상의 생명체 중에서 가장 진실한 존재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간다. 나무가 사는 모습을 관찰하면 행복하게 사는 법을 터득할 수 있다. 중국 춘추시대의 공자와 노자는 자신의 핵심 사상인 인과 도를 나무에 비유했다. 그들이 삶의 철학을 나무에서 찾은 것은 나무의 질박한 모습에 감동했기 때문이다.인류의 선각자들이 나무를 보면서 길을 찾은 것은 나무가 자신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공자가 살면서 가장 싫어했던 것은 교언영색(巧言令色)이었다. 교언영색은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공자는 어지러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진실을 얘기하지 않고 거짓을 일삼는 모습에 진저리가 났다. 특히 공자는 권력자 앞에서 자신이 배운 것을 굽혀서 세상에 아부하는 곡학아세 자들에게 질려버렸다.춘추전국시대의 사(士)들이 천하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어떤 권력자 앞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입장을 얘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덕분에 2천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의 스승으로 추앙받고 있다. 사는 천자와 제후 다음의 주나라 봉건시대 마지막 지배 신분이었다.주나라는 나무의 종류에 따라 죽은 자의 신분을 구분했다. 죽은 자를 묻은 무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질 수 있지만 나무는 아주 오랫동안 존재할 뿐 아니라 죽으면 다시 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나라에서는 천자의 무덤에는 소나무를, 제후의 무덤에는 측백나무를, 사의 무덤에는 회화나무를, 백성의 무덤에는 버드나무를 심도록 했다.신분에 따라 나무의 종류를 달리한 것은 나무도 신분처럼 격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자와 제후의 무덤에 심은 소나무와 측백나무는 늘푸른큰키나무라는 공통점이 있고, 사와 백성의 무덤에 심은 나무는 갈잎큰키나무라는 공통점이 있다. 회화나무를 흔히 '학자수'(學者樹)라 부르는 것도 바로 주나라 봉건사회의 유산이다. "회남자" '시칙'에서는 9월의 나무를 회화나무로 삼고,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이달에는 초목이 누렇게 시들고 잎이 떨어지니,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삼게 한다. 또 겨울잠을 자는 생물들이 모두 땅속으로 들어가니, 이에 형벌의 집행을 재촉한다. 그리하여 죄 있는 자는 남김없이 모두 처벌하고, 국가에서 부당하게 받은 월급과 연금을 환수한다. 국경에서 도읍지에 이르는 모든 도로를 정비하고 소통시킨다.콩과의 회화나무는 중국 주나라 및 송·명·청 왕조와 우리나라 조선 왕조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나무다. 주나라에서는 신하들이 천자를 알현하기 전에 나무를 심어서 신분에 따라 그 앞에 대기하도록 했다. 제후 중에서도 가장 높은 삼공(三公), 즉 태사·태부·태보는 회화나무 아래에, 구경(九卿)은 가시나무 아래에 서서 대기하도록 했다.그래서 삼공을 '삼괴'(三槐)라 부른다. 이 같은 사례는 중국 북송의 소식, 즉 소동파가 쓴 "삼괴당명"(三槐堂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창덕궁 내에 8그루의 천연기념물 회화나무가 살고 있는 것도 바로 주나라의 유산이다.경북 성주군 초전면 고산리 백세각 안의 세 그루 회화나무를 비롯해서 우리나라 전국의 성리학 공간에 회화나무가 살고 있는 것도 모두 주나라의 문화유산이다. 성리학 공간의 회화나무와 관련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과 달리 회화나무를 느티나무로 인식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회화나무를 비롯한 성리학의 상징나무는 서원과 향교 및 정자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전공자들조차도 아직 성리학 관련 공간의 상징나무를 문화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9년 7월 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9곳 서원의 상징 나무에 대한 가치는 반드시 높게 평가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예컨대 경북 경주의 옥산서원은 우리나라 서원 중에서도 회화나무가 가장 많은 곳이다. 반면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서광명실에 살던 500살 정도의 회화나무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죽은 회화나무라도 반드시 보존·처리해서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자리에 다시 후계목을 심어 도산서원의 상징나무로 삼아야 한다.

2019-08-12 18:0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배상식의 여럿이 하나] 두 가지 언어 능력

결혼이민여성들을 만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아이에게 우리나라 말(모국어)을 몇 살 때부터 가르치면 좋을까요?" 이러한 물음에는 자녀에게 우리 한국어뿐만 아니라 자신의 모국어도 가르치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사실 엄마나라(모국어)의 언어를 가르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프랑스의 뇌신경학자인 피에르 폴 브로카(P. P. Broca)가 지적했듯이, 만 5세 이전의 유아기에는 우뇌의 발달로 인해 여러 가지 언어를 함께 배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두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을 '이중언어 교육'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이중언어 교육에는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어와 함께 결혼이민자의 모국어를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모국어를 익힌 상태에서 현지어인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다.물론 전자의 입장은 국제결혼가정 중에서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을 경우에 가장 많이 필요한 교육이고, 후자는 주로 중도입국 자녀들이나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이 한국에서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그런데 실제로 우리 지역의 결혼이민여성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자녀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은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여성들이 유독 많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이들 중에서 자녀에게 베트남어를 꾸준히 가르쳐서 외가와 소통하는 일은 물론, 나중에 자녀의 진로에 큰 강점이 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이러한 점을 알리기 위해 벌써 10년 전부터 우리 지역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필자는 해마다 대회를 직접 참관하고 있다. 참가한 학생들의 이중언어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또한 다문화가정 부모들의 인식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도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그동안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 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의 아버지는 러시아 출신이었고, 어머니는 중국 출신이었으며, 부모의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졌다.따라서 이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포함하여 4개국의 언어가 혼재되어 있는 특수한 환경이었다. 이 학생은 첫해에 '중국어'로 참가하여 지역대회와 전국대회에서 모두 대상을 수상하였고 그 다음 해에는 다시 러시아어로 대회에 참가하기도 하였다.이처럼 흔하지는 않지만, 4개국의 언어가 사용되는 특수한 다문화가정도 있다. 따라서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중언어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다문화가정 내에서 모국어 교육은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생각된다. 다음 달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각각 올해의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가 개최된다. 올해는 또 어떤 학생들이 자신의 이중언어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모두를 놀라게 할지 벌써 기다려진다.대구교육대학교 교수

2019-08-12 18:00:00

[세월의 흔적․34] 막걸리

예부터 막걸리를 대구의 술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대구사람들은 막걸리를 좋아하였다는 뜻이다. 밑술을 발효시킨 다음 체에다 뭉개 큰 술지게미를 걸러낸 술이 탁주다. 여기에다 물을 적당량 섞어 다시 한 번 자루나 체에 걸러내면 막걸리가 되는데, 알코올 도수가 6~8도를 넘지 않는다. 도수가 높지 않아서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나 여성들도 마시기에 좋다. 또한 막걸리는 김치 파전 보쌈 같은 음식과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다. 주변의 다른 음식과 어우러질 때 제 맛을 내는 술이 막걸리다.막걸리는 나이 든 사람들이 즐겨 마시던 술이다. 궁핍했던 시절, 허름한 뒷골목 술집에서 마시던 술이기도 하다. 왕소금이나 멸치 따위의 간단한 안주로 대폿잔을 기울이며 울울한 심사를 달래곤 했었다. 또한 가난한 문인들이 피란살이의 시름을 달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술이었다. 그 시절 소문난 막걸리집이 많았다. '감나무집', '말대가리집' ,'도로메기집', '석류나무집'…. 골목마다 자리 잡고 있던 문패도 번지도 없는 허름한 술집들, 그곳에 가면 피란살이에 시달리던 문인과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이제는 막걸리가 나이 든 사람들만의 술이 아니다. 젊은이들도 즐겨 마시는 술이 되었다. 막걸리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도 있지만, 다양한 칵테일의 등장으로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변신이 무궁무진하다. 딸기 키위 포도 블루벨리 같은 과일이 빚어내는 빨강 노랑 보라 등 화려한 칵테일이 젊은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언뜻 보면 주스 같기도 와인 같기도 한데,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색다른 맛을 즐기고 있다.막걸리는 자랑거리가 많은 술이다. 달콤 쌉쌀한 첫맛이나 톡 쏘는 뒷맛이 그저 그만이다. 세계의 어느 술도 흉내 낼 수 없는 개성 있는 술이다. 또한 맛이 진하지 않아 여러 음식과 궁합을 잘 맞출 수 있다. 그리고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효모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건강과 미용에 좋은 술이다. 그뿐 아니라 지역마다 전해 내려오는 풍부한 이야기를 잘 활용하면 세련된 스토리텔링 마케팅도 가능하다.나라 안팎에서 막걸리 열풍이 드세다. 값이 싸고 건강에 좋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막걸리를 찾고 있다. 심지어 여성들이나 외국인들까지 대열에 끼어들고 있다. 어떤 외국인은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나누어 마시다 보면 맛에 취하고, 향에 취하고, 한국의 정에 취한다"고 하였다. 술은 문화다.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다.나라마다 고유의 전통 술이 있다. 영국의 위스키,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 일본의 청주가 대표적인 술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치고 양조산업을 육성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세계적인 명주로 손꼽히는 '보졸레 누보'도 처음부터 고급술은 아니었다. 이제 막걸리도 세계적인 명주로 육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식의 세계화와 더불어 막걸리 또한 한몫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2019-08-12 18:00:00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매일춘추] 여성 등장인물에 관하여

필자는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이자 독립 운동가이신 권기옥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뮤지컬 '비 갠 하늘'에 각색과 조연출로 참여하였다. 이 작품은 2016년 3월에 대구시립극단 정기공연으로 초연되었고 그 후로 매년 작품을 보완하여 여러 차례 공연되었다. 올해 대구시 8·15 기념식에서도 짧은 버전으로 축하 공연이 이루어진다. 한 여성이 주변의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노력과 힘으로 꿈을 이루어가는 이야기. 한국의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 작품들이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에 편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여성이 주인공인 이 작품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점이 필자는 무척이나 자랑스럽고 다행스러웠다.영화나 뮤지컬에서 여성의 배역이 많지 않고 남성 등장인물의 보조적인 역할에만 머무른다는 문제 제기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는 최근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들이 가시화 되고 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 알라딘에서도 쟈스민 공주가 알라딘의 도움을 받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라 여성이지만 술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술탄의 자리를 이어 받는 당당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꼭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필자는 여성이 주인공인 공연에 자주 참여했던 것 같다. 올해 초 시립극단에서 연출했던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도 노라라는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이고, 지난달 공연한 뮤지컬도 안이수라는 여중생이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내년에는 우리가 잘 아는 판소리 심청가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각색한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 아버지를 위해 희생하는 심청이가 아니라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강단 있는 여성으로 심청이를 그려낼 예정이다.좋은 예술은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예술 작품을 보면서 가치관을 정립하기도 한다. 그들이 만나는 이야기 속 여성 등장인물들이 남성을 보조하고 수동적인 역할에만 머무르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잘못된 의식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로서 멋진 여성들이 등장하는 작품을 더 많이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우리 지역에서 더 많은 당당한 여성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손호석 극작가·연출가

2019-08-12 11:12:16

김기수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의 창] 개인적 차이의 인정과 공정한 경쟁에 대한 논쟁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자 육상 중장거리 선수 '캐스터 세메냐'의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 출전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두 번의 올림픽 육상 800m 우승자인 세메냐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테스토스트론 수치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이 대립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메냐가 18세의 나이로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대회 800m에서 우승한 후 IAAF는 그녀에 대한 '성판별 과정'을 진행했고, 2010년 7월 그녀는 즉시 모든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했다.지난해 4월 IAAF는 "선천적으로 테스토스트론 분비량이 많은 여자 선수들은 국제대회 개막 6개월 전부터 약물 처방을 받아 일정 수치(5nmol/L)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국제대회의 제한된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성 발달 차이'(DSD)에 대한 규정을 채택했다. 세메냐는 이 규정을 "그녀를 겨냥한 불평등한 규정"이라고 항의하면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지난 5월에 패소했다. 세메냐는 불복해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스위스 연방법원은 지난 6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IAAF 규정은 한시적으로 효력이 정지되고 세메냐는 제한 없이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했으나 56일 만인 7월 30일, 이전 결정을 번복하고 스위스 연방법원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여자부 400m와 1천500m 사이의 종목에 출전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세메냐 사례는 많은 논란과 관련 기관들의 반복적으로 서로 상반되는 결정을 불러왔다. 이는 근본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개인적 차이에 대한 인정과 공정한 경쟁에 관한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IAAF는 높은 테스토스트론 수치가 여자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AAF는 테스토스트론 수치가 경기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예를 들면 2천127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물을 복용(doping)하여 인위적으로 테스토스트론 수치를 높인 여자 선수들의 경기 성과가 몇 가지 종목에서 현저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한편 지금까지 여성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세메냐에게 이 규정의 적용은 차별적이고, 개인의 인권 침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과학자와 의사들도 IAAF의 규정과 그 기반이 된 연구 방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우선 다른 변수들에 대한 통제 없이 단순히 테스토스트론 수치에만 초점을 맞추어 테스토스트론 수치가 경기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무리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은 농구에서의 큰 키와 수영에서의 긴 팔 등과 같이 어느 정도의 육체적 이점과 유전적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2018년 런던 마라톤대회 상위 10위 이내에 든 남녀 마라톤 선수들은 모두 아프리카 출신이었는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는 어떤 유전적 특성도 찾아내 제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이 규정의 또 다른 문제는 약물을 투여하여 인위적으로 선수의 테스토스트론 수치를 낮추게 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이며 선수의 건강에 미칠 위험은 없는지에 관한 것이다.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공정한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유전적 차이와 같은 다양한 기준에 의한 새로운 구분과 규정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이와 같은 현상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구분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나아가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기준에 의해 인간을 구분하고 개인을 그 틀 속에 가두려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을 어떤 범주로 구분하기 전에 다양한 개인적 차이를 가진 같은 인간으로서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2019-08-12 10:24:17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말 안 듣는 청년이 이긴다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의 로고타이프는 딱 떨어진다. 명확하고 직관적이다. 슬로건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도 한눈에 쏙 들어온다. 적절한 두께와 정직한 서체, 젊고 간결한 데다 확장성까지 갖췄으니 더할 나위가 없다. 시선을 잡고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잇는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만든 사람은 누굴까? 확인해 보니 서울 사는 디자이너 김용길 씨다. 누가 시켰거나 뭘 바라고 한 건 당연히 아니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자신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그랬다고 한다. 강요가 아니라 참여의 메시지를 전하고 시민들의 의사를 담아낼 수 있는 그런 상징을 기획했다고 한다. 보이는 그대로다. 그리고 아베 신조 총리에겐 '후쿠시마산 복숭아 많이 드시라'는 말도 남겼다. 창의성에 시의성까지 갖춘 순발력 있는 재능기부인 셈이다.하나 더, 노노재팬 닷컴(nonojapan.com)은 사용자 중심 UI(유저 인터페이스)의 전형을 보여준다. 군더더기는 다 빼고 방문자에게 필요한 것만 딱딱 눈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기능도 갖췄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공개했다. 지난달 중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접속자가 폭주해 한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운영자 김병규 씨는 일제의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에게 위로와 공감을 표시하려 이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재능과 창의성에 참여 의지가 더해진 결과다.김용길 씨와 김병규 씨는 모두 대한민국의 청년들이다. 이들과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함께하는 청년들에게선 한 가지 분명한 게 느껴진다. 일본에 진다거나 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일본에 위축되지도 않고 그들을 별스레 대단하게 여기지도 않는다. 심지어 위 세대만큼 일본에 대해 한 맺힌 것도 없어 반일 감정도 덜하다. 그러니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혹시 모를 열패감도 있을 리 없다. 어찌 보면 아직 젊어서 그런 거라고, 일본이 얼마나 무섭고 대단한 나라인지 몰라서 그런 거라고, 심지어 철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것만으론 이들의 행동이나 태도가 다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을 옆 마을 가듯 하는 청년이 수십만 명이다. 일본을 직접 보고 듣는 기회도 예전에 비해 훨씬 많다. 일본이 우리보다 인구도 많고 땅도 넓으며 기초기술마저 앞서 있다는 사실 또한 이들도 잘 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년들은 일본에 고분고분 져줄 의사가 추호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역력하다. 수적 열세는 인정하지만 그것이 승부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뜻이다."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다"는 드라마 대사가 있다. 안동에서 촬영한 '미스터 선샤인'에서 주인공 '유진 초이'가 대한제국의 관리에게 한 말이다. 시세를 따라야 할 일과 마땅히 해야 할 일, 이 둘을 짐작보다 훨씬 더 많은 청년들이 이미 구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원칙을 두고 타협하지 않을 때, 믿음이 올바른 방향을 향할 때, 더구나 그 주인공이 청년일 때, 거기서 나오는 힘은 몇 배로 커진다. 그리고 그것에 남다른 재능과 창의성이 더해지면? 이런 건 수치로 설명되지 않는다.돌아보면 지난 30년, 우리는 무서운 속도로 일본을 따라잡았다. 소니 워크맨의 추억은 이미 옛이야기가 된 지 오래고 차세대 통신의 결정판 5G도 우리가 멀찌감치 앞섰다. 이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일본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한국의 청년들이 만든 시스템으로 일본 청년들이 SNS(소셜네크워크서비스)를 하고 한국의 청년들이 만든 MMORPG(다중접속역할게임)로 일본 청년들이 게임을 한다. 일본의 아이돌 AKB48이 '귀엽다는 칭찬'에 안달할 때 한국의 아이돌 '블랙핑크'는 당당하고 씩씩하게 '걸 크러시'를 뿜는다. 연결에 관한 것과 역동성, 창의성이 필요한 건 한국의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잘한다는 이야기다.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 한 달여,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청년들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에 정략적으로 숟가락 얹지는 말자. 그렇다고 말리지도 말자. 고래로 이 땅의 청년들은 고분고분했던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나 득달같이 달려와 맨 앞에서 싸웠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 두자. 말 안 듣는 대한민국 청년이 일본을 이긴다.

2019-08-11 14:55:07

이재하 경북대 명예교수

[기고]신청사의 기본 틀이 선결 과제이다

최근 대구시는 4개 구군의 시청 유치전으로 뜨겁다. 올 4월 출범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는 신청사의 기본 틀을 제시하지 않고, 12월 시민참여단의 객관적 평가를 통해 그 입지를 결정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시청은 공통적으로 도시 역사를 상기시키는 곳에 입지하는 경향이 있고, 시의 행정과 시의회를 포괄하는 지방자치정부 청사로서 기능뿐 아니라 시민에게 문화공간과 광장도 제공한다. 시청의 입지·기능적 공통성은 세계 선진도시에서 잘 확인된다.최초의 근대도시 런던은 유리 구체 모양의 시청 건물로 유명하다. 2002년 개관한 청사는 런던시 혹은 더시티(The City of London)의 것이 아니라 2000년 더시티와 32개 자치구로 출범한 런던광역시 정부(GLA)의 것이다. 시청은 런던 발상지인 더시티에서 타워 다리 건너편 템스 강변 광장에 자리한다. 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행정부처 사무실로 쓰고, 맨 위층은 '런던의 거실'로 불리는 전시회장과 만남의 공간이다. 더시티의 시청은 1441년 현 위치에 설립된 이후 화재에도 중세 양식으로 복원해 여태 시 행정과 의식 행사의 센터로 사용하고 있다.파리 시청은 파리가 기원한 시테 섬의 센 강변 현 위치에 1357년부터 자리한다. 1892년 네오르네상스 양식으로 재건축된 현 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행정 사무실 외에 대형 연회장과 축제 홀도 갖추고 있다. 전면 광장은 시민을 위해 전시회·연주회 등 무료 행사가 정기적으로 개최된다.독일 문화수도 뮌헨의 신시청은 높이 85m 고딕양식 사탑의 인형 시계와 전망대로 더 유명하다. 이는 마리엔 광장 동측에 있던 구 시청이 협소하여 1874년 북측 현 위치로 이전해 확장공사 끝에 1905년 완공되었다. 시청사는 시장실, 행정 사무실, 시의회 외에 법률도서관과 범시민적 축하 연회장 등으로 이용하고, 구 시청사는 장난감박물관으로 변신하였다.뉴욕 시청은 1700년대엔 도시 발생지인 월가에 있었다. 현 시청은 구 시청이 미국의 첫 연방정부청사로 일시 사용된 역사성으로 제기된 신청사 건립 계획에 의해 1812년 북쪽으로 수백m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광장과 함께 있는 시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연회실 등으로 쓰고, 행정 사무실은 1914년 인근에 세운 뮤니시플 빌딩에 배치돼 있다. 미국 골드러시로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의 시청도 역사지구에 있다. 1899년에 완공된 최초의 시청이 얼마 후 지진으로 파괴되자 1916년 두 블록 떨어진 현 위치에 복원하였다. 시청사는 시장실, 시의회, 행정 사무실로 주로 사용하지만 발코니, 원형 홀 등은 매일 특정 시간에 결혼예식장으로 개방한다. 전면엔 큰 광장이 있다.서울 시청도 역사가 깃든 곳에 있다. 서울시는 1926년 건립된 경성부청을 해방 후 시청으로 사용해 오다가 2012년 옛 청사 후면에 전통 건축양식을 살린 유리 건물 신청사를 신축했다. 신청사는 시장실, 행정 사무실 외에 하늘광장 등 시민문화 공간을 다수 할애하고, 옛 청사는 서울도서관으로 개관하였다. 시민들에게 서울광장도 선사했다.이렇듯 대구의 시청도 입지와 기능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건립되길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청사의 세 조건(대구의 역사 중심지, 지방자치정부 청사, 시민 문화공간과 광장)을 아우른 기본 틀에 대한 시민적 합의가 선결 과제이다. 대구시 공론위는 로드맵에 얽매지 않고 글로벌 도시로의 대구 미래상을 그려 가는 대장정에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2019-08-11 14:54:29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동네 워터파크로 변신한 초등학교 운동장

오늘날 도시에서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아마도 공원이나 놀이터, 혹은 쇼핑몰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공원은 다수의 시민이 모이기는 하지만 각자의 목적에 따라 시간을 보낸다는 점에서 공동체를 경험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상대적으로 공동체성이 강한 놀이터는 아이들이라는 특정 세대에 한정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어쩌면 쇼핑몰이야말로 현대 도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공동체 공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공간에서 모든 시간과 경험이 자본과 소비라는 두 가지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공동체 본래의 의미가 발현될 수 없는 구조이다.그 외에 최근 종종 언급되는 공간이 학교 공간이다. 대학은 그 잠재성에 비해 지역과의 연계에 아주 인색하거나 편향되어 있고, 중·고등학교는 입시 위주의 학습 공간으로 치우쳐 있다. 그나마 초등학교는 아직까지 자유로운 활동을 즐기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새로운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실제로 많은 초등학교에서 학교 개방이나 공간을 활용한 실험적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서울시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에서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몰놀이장으로 바꾸는 실험을 5년째 하고 있다. '성북문화바캉스'라는 이름으로 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형 풀장을 비롯해 유아 풀장, 슬라이드,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부스, 공연 등을 준비하여 단순히 물놀이를 즐기는 차원을 넘어 동네 워터파크의 경험을 제공하는 한여름날의 축제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다. 지금은 여러 자치구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북구 고유의 특색을 살려내지는 못하고 있다.애초 '성북문화바캉스'의 취지는 소박했다. 지역사회에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문화와 여가 생활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 짧은 기간이라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휴가를 떠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맞벌이부부나 자영업자, 그 외 소외계층 가정은 제대로 휴가를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에도 할머니와 사는 초등학생이 몇 년 동안 수영장 한 번 가지 못했는데 '성북문화바캉스'에 와서 정말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제 '성북문화바캉스'로 변신한 초등학교 운동장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어우러지는 통합과 교류의 장이 된 셈이다.지역사회에서 학교는 여전히 담장이 높게 느껴지는 게 현실이다. 특히 초등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고유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제 초등학교는 각 지역의 다음 세대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지역사회의 매개와 연결의 공간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교실 및 돌봄교실, 그 외 특화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학교에서 운동장이나 체육관을 개방하여 주민들의 생활체육이나 산책과 운동을 도와주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이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공통의 경험과 자원을 축적하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 교사와 지역예술가, 학부모와 활동가들이 서로 만나야 한다. 형식적인 만남이 아닌, 교육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사업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나서 서로 필요한 사업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청과 자치단체는 이러한 사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성북문화바캉스'처럼 초등학교 운동장이 지역의 공공공간으로서 누구나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된다면, 지역 문화의 쇠락이라는 흐름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아이들에게 멋진 경험과 추억을 남기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경험과 추억이 어떤 것인지는 더 중요하다. 로마제국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파나 노인에게서 원숙미 같은 것을 보고, 아이들의 매력을 순결한 눈으로 본다." 어쩌면 지역의 공공공간에서의 경험은 그러한 시선을 갖도록 하는 출발 지점이 될 것이다.

2019-08-08 16:16:32

모리사키 가즈에의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또 다시 모리사키 가즈에를 기억하며  

"모리사키 가즈에(森崎和江)가 있어서 일본인인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의 일본인 지인, 오카다 세쓰코 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책 두 권을 선물로 줬다. 모리사키 가즈에의 '경주는 어머니의 부르는 소리'(1984) 초판과 최신판이었다. 모리사키 가즈에. 근대문학을 연구하면서 많은 일본 작가들을 접했지만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나의 일본인 지인은 모리사키 가즈에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모리사키 가즈에는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자체가 원죄를 짊어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그녀 삶의 모든 선택과 결정은 바로 그 원죄의식에서 비롯됩니다. 그런 점에서 원죄의식은 그녀 삶이 시작되는 원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모리사키 가즈에는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나 1944년 일본으로 귀국한 후, 지금까지 일본에서 살고 있다. 지인의 말처럼 원죄의식은 모리사키 가즈에 삶의 원점이었다. 모두가 도쿄로 모여들던 1960년대 일본에서, 그녀는 규슈 탄광촌에 정착한다. 그리고 소외된 자, 약한 자들과 함께 '고향'을 만들어가는 운동을 전개한다. 아흔 셋이 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그 삶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일제 강점기 일본 때문에 죽은 수많은 조선인들에 대해서 자신을 대신하여 희생됐다고 말한 모리사키 가즈에이다. 변두리에서 소외된 자들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그녀 삶의 여정에서 그 '원죄의식'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가를 느낄 수 있다. 일본인 지인, 오카다 세쓰코 씨는 다시 말을 이었다. "1960년대 일본 젊은이들은 모리사키 가즈에의 사상에 깊이 공감하고, 영향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그 젊은이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나의 일본인 지인은 일제말기인 1940년대 초, 일본에서 태어났다. 기억에도 없는 나이에 일본의 조선 침략기를 겪었으니 어떻게 보면 한국에 대해서 굳이 '원죄의식'을 지니지 않아도 좋은 세대이다. 그럼에도 지인은 공직에서 퇴직한 후 한국으로 건너와, 대구에서 사재를 털어 학대받은 한국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제 쉬어도 좋은 나이지만 지인의 하루하루는 마음이 아픈 아이들과 보내느라 바쁘다. 여행과 취미활동 같은 여유로운 일상을 포기한 것이 아깝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일본인 지인은 그렇게 답했다. "결국은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는가의 문제입니다. 제 삶의 가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기 이 곳에 있습니다."지난 7월 25일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를 포함한 일본 지식인 78명이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들은 성명서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반성하고 사죄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일본국민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게 '한국은 적(敵)'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쌓아갈 소중한 이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8월 4일 성명 찬성서명자가 6천714명에 달했다. 이들 중에는 나의 지인 오카다 세쓰코 씨도 포함되어 있다. 분노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더 이상 잠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8-08 11:57:44

문차숙 시인

[기고]정치인은 감성지수가 높아야 한다

정치인은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감성이 풍부해야 한다. 타협과 조정이 정치의 중요한 업무 영역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배려하지 않으면서 자기 의견만 주장하고 자기의 뜻만 관철시키고자 하면 거의 아무것도 이룰 수 없는 난관에 직면한다.요즘 사람들은 감성정치를 요구한다. 그렇다고 향수를 자극하며 눈물을 짜내는 쇼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서 어루만져 주고 꿰뚫고 알아서 대신 일을 잘 해 달라고 주문한다.국민들을 가르치고 이끌어 달라는 시대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어울려서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어디가 아픈지 가려운지 서로 긁어가면서 다독이며 동시대를 공유하기를 요구한다. 즉 정치 군단에서도 사람의 향기가 나기를 바란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흔히 국민 정서, 지역 정서와 동떨어지지 말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오늘날 우리 국민이 감성정치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재빠르게 읽고 국민의 감정만 자극하는 정치인들이 있다. 소박하고 정직하며 일상의 소소하지만 진실한 마음을 헤아리고 가슴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극적이고 현혹적인 것으로 대중의 인기만 사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연예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런가 하면 비전과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아, 옛날이여'라며 구태의연한 옛 노래만 부르는 정치인들도 있다. 인기만 생각하는 정치인, 옛 노래만 부르는 정치인은 국민과 나라에 해롭다.우스갯소리로 '정치인은 욕을 많이 먹어서 가장 오래 산다'는 말이 있다. 사랑하고 칭찬하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도 문제지만 존경받고 사랑받는 정치인상을 정립하지 못한 정치문화도 큰 몫을 한다.오랜만에 만난 어느 원로 시인의 말이 걸작이다. 그는 이렇게 건강하고 젊은 비결이 뭐냐는 후배의 질문에 "정치인을 만나지 않고 정치 뉴스를 보지 않고 정치와 멀어져 살면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면서 젊어진다"는 말이다. 헉, 그렇다고 그는 요즘 유행하는 TV 프로그램 '자연인이다'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도회지 한복판에서 현실을 유지하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우리 정치와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요즘 정치 한다는 사람들이 '진실하지 않고 의리도 없고 사랑도 없고, 더더욱 국민은 안중에 없다'고 작심하고 비판했다.오래전 시조 한 편이 떠올랐다.'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하여가(이방원)'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단심가(정몽주)한 사람은 얽힘의 논리로 화해와 협력을 희망하고, 또 한 사람은 죽음도 불사하지만 막말을 쓰지 않고 굳은 의지와 충심을 노래했으니 막말을 쏟아내는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본받았으면 한다. 타협과 조정은 따뜻한 가슴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감성을 지니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서는 아무리 뛰어나고 명석한 지략가이고 정치인이라 하더라도 그의 생명은 짧을 것이다. 권모술수로 요행을 바라면서 진실하지 못하고 윽박지르는 패거리 정치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진실한 마음을 시(詩)처럼 주고받는 느긋하고 온화한 정치문화를 기대해 본다.

2019-08-08 11:31:57

장정옥 소설가

[매일춘추] 아름다운 건축

비가 오는데, 잘 지은 건축물 하나 보겠다고 집을 나섰다. 차를 타고 간 곳은 하양의 작은 교회였다. 고속도로를 30분쯤 달려 시골마당에 차를 댔다. 텃밭에 보라색 도라지꽃이 지천이었다.소박한 느낌의 건물 입구에, 사각형 수반이 물을 담고 있었다. 수반에 자갈이 깔려 있고 한 뼘 높이의 물이 찰랑거렸다. 위에서 넘친 물이 아래로 흐르는 수반이 언뜻 성수를 연상시켰다. 물은 죄의 씻음을 상징하는 것. 때맞춰 내리는 비가 물 위에 동그란 파문을 그렸다. 좁은 통로로 들어가자 성전의 문이 열려 있었다. 문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좌측에 가파른 계단이 있고 우측에 방금 지나온 마당이 긴 사각형의 프레임에 담겨 있었다. 좁은 길은 곧 넓은 길로 나아가는 근원이니.불과 오십 명이나 앉을까 싶은 장의자가 욕심 없는 모습으로 두 줄 놓여 있었다. 엷은 브라운색의 벽에 눈에 띄지 않는 모습으로 없는 듯 십자가가 있었다. 가난한 삶을 죽음과 부활로 보여주신 침묵의 현현. 사람의 아들로 태어나 욕심 없이 살다 가신 예수님의 생애가 그러했다. 설교대 옆에 반원형의 기둥이 서 있었다. '야곱의 사다리'라는 성서의 의미대로 지어진 반원형의 기둥을 쳐다보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단테가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며 천국으로 가듯이, 가파른 계단이 곧 하늘로 가는 길 같았다. 구름 덮인 하늘이 성큼 다가오고 벽돌의자가 놓인 묵상의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백의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에게로 침잠하는 고요와 맞닥뜨린다. 벽에 막대 모양의 홈이 길게 파져 있는데, 그 십자가 형상이 묵상의 의미를 더욱 공교히 해주었다. 비어 있어서 아름다운 곳.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오는 날에도 비어 있을 것 같은 그곳, 작은 토굴을 떠오르게 하는 거기 세상의 모든 신이 한데 모여 있다. 머리와 어깨에 하얗게 눈을 인 채로 등신불처럼 굽은 등을 하고서.옥상 아래로 시골집의 위채 아래채 같은 사무실이 보였다. 예전 건물을 싹 밀어버리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살려놓아 시골교회의 정감을 더한 것이 괜히 고맙다. 최대한 비우되 살릴 건 살리고. 건축가 승효상의 철학을 살짝 엿본 듯도 하다. 마당의 쉼터에 앉아 건물을 돌아보니 미술관에서 명화 한 점을 보고 온 느낌이었다. 삶이 고단한 어느 순간에 그렇게 앉아 있으면 누군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줄 것 같기도 하고. 고흐든 예수님이든 누구면 어떠랴. 장정옥 소설가

2019-08-08 11:10:58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매일춘추] 예술가에게 비움의 미학이란?

어느 술자리에서 왜 예술을 하는가를 두고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기 삶에 보람과 성취를 이야기 하는 이도 있고, 사회에 대한 반응과 변화의 요구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 하는 이도 있고, 암울했던 시대처럼 '요즘 예술은 죽었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그러면서 각자 타인에게 '내려놔야 한다'를 반복하며 자기의 뜻은 굽히지 않는다. 예술행위를 내려놓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왜 자꾸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일까?나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현장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예술에 있어서 현장이라 함은 예술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의 진행형인 환경, 즉 직접적인 예술 행위자의 시 공간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에서 끈임 없는 자기의 성찰과 고민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해 일반 대중들과 소통하고 어느 순간 성취하기도 하고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이러한 긴 여정이나 순간을 통해 현장 예술가는 탄생되고 지속된다.고로 나는 생각한다. 예술에 있어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예술의 형태를 취하면서 정치를 하지 말라는 직접적인 개념과 '무'라는 예술의 철학적 개념을 동시에 수반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는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갈구하는 무언가를 향해 항상 비워두어야 채울 수 있다'로 귀결 시킬 수 있겠다.최근에 들어 현장 예술가에서 예술행정가나 예술경영가로 변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예술가의 삶보다는 예술행정가의 삶이 우대되는 현실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너도 나도 어떠한 자리를 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로 인한 시기와 질투가 반복된다. 현장예술가의 사회에 대한 시선과 비판이 중요시되기 보다는 예술행정가의 시선과 안목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예술에 대한 가치의 삶 보다는 명예와 권력에 대한 줄서기가 우선시 되는 (이는 여느 시대나 똑같지만) 침묵 아닌 침묵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할 텐데 괜히 나서서 낙인찍히는 것, 그것이 두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그래서 모두들 가만히 있다. 모두들 기다리고만 있다.예술은 움직임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향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향함에 있어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예술의 가치에 대한 움직임과 자기의 명예와 권력에 대한 움직임 그래서 내려놓아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분명히 구 분해야 할 것이다. 예술로 정치를 하려면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몇 년 전 한 단원이 나에게 말했다 "대표님! 내려놓으세요. 괜히 나서봤자 누가 알아 주겠어요?" 그때 난 "야! 내가 내려놓을게 있어야 내려놓지!" 몇 년이 지난 지금 난 이 말을 실감한다. 정철원 극단 한울림 대표

2019-08-08 11:03:38

종이에 담채, 21×60.8㎝,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허련(1808~1893) '산수도'

푸른색과 황색을 은은하게 담채로 활용해 장대한 산맥 중의 한 봉우리를 차분하게 한 가운데 그렸다. 그 아래 널찍하게 자리 잡은 집이 대숲과 키 큰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는데 집주인은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참이다. 소치 허련이 59세 때인 1866년(고종 3년) 6월 어느 비 오는 날 그렸다. 진도에서 대흥사 초의스님의 소개로 상경하여 30여 년을 김정희 문하에서 익힌 그림 솜씨와 추사체 서예 실력이 잘 발휘된 부채그림이다. 하늘 가득 써 넣은 화제는 이렇다. 내 집은 깊은 산 속에 있어 봄이 가고 여름이 올 때면 푸른 이끼가 섬돌을 덮고, 떨어진 꽃잎이 길에 수북하다. 문 두드리는 소리 하나 없고, 소나무 그림자 들쭉날쭉한데 새소리 오르내린다. 낮잠이 충분하니 산속의 샘물 길어오고 솔가지 주워 쓴 차를 끓여 마신다. 마음 가는 대로 '주역'이나 '시경'의 '국풍', '춘추좌씨전', '이소', '사기', 도연명이나 두보의 시, 한유나 소식의 글 몇 편을 읽는다. 조용히 산길을 거닐며 소나무, 대나무를 어루만지기도 하고, 높은 나무숲과 무성한 풀밭에서 새끼사슴이나 송아지와 함께 누워 쉬기도 한다. 흐르는 샘물가에 앉아 물장난을 치다가 양치질도하고 발도 씻는다. 대나무 그늘진 창문 아래로 돌아오면 산사람이 다 된 아내와 어린 자식들이 죽순과 고사리나물 반찬에 보리밥 지어 내오니 기쁘게 배불리 먹는다. 창가에서 붓을 놀려 되는대로 크고 작은 글씨 수십 자를 써보기도 하고, 간직한 법첩(法帖)이나 묵적(墨蹟), 두루마리를 펼쳐 마음껏 보기도 한다. 흥이 나면 짧은 시를 읊거나, '학림옥로'(鶴林玉露) 한두 단락을 쓰기도 한다. 다시 차 한 잔을 끓여 마시고 밖으로 나가 시냇가를 걷다 농원의 노인이나 냇가의 늙은이를 만나면 뽕나무며 삼 농사를 묻고 찰벼와 메벼를 이야기 한다. 맑은 날과 비온 날을 헤아려 절기를 따져보고 계산하며 한바탕 유쾌한 말을 주고받는다. 돌아와 지팡이에 기대 사립문 아래 서면 석양은 서산에 걸려 있고, 자줏빛, 푸른빛이 만 가지 형상으로 순간순간 변하며 사람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소잔등에서 피리 불며 목동들이 짝지어 돌아들 올 즈음이면 달이 앞 시내에 뚜렷이 떠있다. 중국 남송 때 문인 학림(鶴林) 나대경이 산중생활의 일과를 쓴 산문 '산거술사'(山居述事) 전문을 써 넣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아예 없는 생활이다. 이렇게 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이런 휴가는 마음먹는다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그림, 곧 산수화는 원래 유토피아(이 세상에 없는 곳)를 그리는 그림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08-08 09:36:25

전영평(가야명상연구원장.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전영평의 귀촌한담] 즐거운 산골 복날

요즘처럼 온 천지가 더울 때는 산골도 예외는 아니다. 계속되는 무더위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뭔가 맛난 보양식을 자연스레 찾게 하나 보다. 지혜로운 조상들은 더위 타임을 셋으로 구분하고 삼복더위라 불렀다. 그러고는 복날 음식을 장만하여 즐겁게 더위를 이겨냈다. 삼복의 기원은 중국 진·한시대부터라고 한다.조상님들은 삼복을 구분하고 때에 맞게 고기 음식을 드시고 목욕을 하고 복날 제사를 지냈다. 중국에서도 개장국은 대표적인 삼복더위 음식이었다고 한다.요즘은 개고기를 피하고 삼계탕으로 대신하는 사람이 많지만 개고기는 천년 넘게 이어온 민속 식품이었고 동의보감에서도 그 약효를 인정할 정도다. 올해는 월복이라 하여 초복과 중복 간격이 10일, 중복과 말복 간격이 20일이나 된다고 한다. 더위가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내가 사는 학계마을에도 한여름 보신 음식을 즐기는 풍습이 있다. 청장년 남자들은 시원한 정자 근처에서 개장국을 먹거나, 닭볶음탕, 민물매운탕을 해서 소주와 함께 맛나게 먹는다. 할머니들은 마을회관에서 주로 닭백숙을 드신다. 80살 넘게 사신 할머니들은 음식 맛 구분을 참 잘하신다. 어린 닭은 살집도 없고 맛도 별로라시면서 늙은 닭이 맛도 좋고 먹을 것도 많다고 하신다. 주변 양계장이나 자손들이 가져오는 닭은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복날 음식이 된다.가마솥에 엄나무, 오가피, 황기, 인삼을 달인 후에 큰 닭 몇 마리를 넣고 끓이다가 녹두, 찹쌀, 마늘을 넣어 닭백숙을 장만하신다. 진정 깊은 맛이 우러난 고급스러운 닭백숙이다. 음식남녀라 했던가. 음식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며 끝이다. 요즘같이 덥고 입맛 없어지는 복날에는 생명 유지 차원이 아니라 웰빙 차원에서 맛난 음식을 드시라고 권한다.마을회관엔 복날이 되면 여기저기서 수박이 들어온다. 마침 할머니가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 썰어주신다. 고마운 마음으로 청정 산골의 기운과 함께 한 입 깨문다. 따듯한 인정의 맛을 더더욱 느끼게 해주는 즐거운 삼복더위가 분명할지어다.가야명상연구원장'대구대학교 명예교수

2019-08-07 18:00:00

권미강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엄마'의 오독(誤讀)

살면서 늘 그리운 단어가 있다. '엄마'라는 말.다 큰 내가 여전히 '엄마' 하고 부르면 고향에 계신 엄마는 한순간 달음박질로 눈앞에 와 계실 거 같다. '엄마'라는 말을 할 때마다 기억은 순간 이동하듯 빠르게 내달린다.그리움으로 소환되는 엄마. '엄마'는 그저 한마디의 말이 아니라 이미 사랑이다. '나'는 사랑의 씨앗을 열 달 동안 정성껏 품고 존귀한 생명으로 키워낸 엄마의 새끼다.'엄마'는 누구에게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그래서 작가들은 그리운 엄마를 작품 안에 담아낸다. 하나의 사모곡이다.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아동문학가 정채봉 작가의 시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엄마에 대한 작가의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새 엄마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게 된다.'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다. 자칭 '엄마부대'니 하며 일본제국주의에 짓밟혀 젊음을 잃고 평화를 잃은 강제징용 피해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생채기 내는 일은 절대 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다.일본의 경제전쟁 선포에 맞서 제2의 독립운동 하듯 전 국민이 애국심으로 똘똘 뭉칠 때, 우리의 대통령 보고 일본 수상 아베에게 사죄하라고 막말하는 얼빠진 그들이 쓸 단어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이 '엄마'라는 단어를 오독(誤讀)하는 것을 이 땅의 '엄마'로서 용서할 수가 없다.작가

2019-08-07 18:00:00

정윤희 작 '유유자적'

인생수업/엘리자베스 퀴브러로스. 데이비드 캐슬러/류시화 옮김/이레. 2014.

"많은 시작의 순간에 있었다면 그것들이 끝나는 순간에도 있게 될 것이다. 자신이 느끼는 상실이 크다고 생각된다면 삶에서 그만큼 많은 것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많은 실수를 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 것보다 좋은 것이다."(p3)"그래, 맞아, 내게 한 말이야"로 첫 문장을 시작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인생수업』은 '웰~다잉' 수업에 참석하면서 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세상은 신기하고 궁금한 것으로 가득했다. 내가 왜 나인지? 꽃은 어떻게 꽃으로 태어나는지? 등 수많은 궁금증과 함께 성장했다. 사람이 살다가 왜 죽어야만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생로병사에 관해 자연스럽게 눈을 돌리게 되었고 이 책이 나의 답답한 마음 한구석을 시원케 하였다정신의학자로서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저자 엘리자베스 퀴브러로스는 192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세쌍둥이 중 첫째로 태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면서 자랐다. 자신의 일생을 임종 연구에 바치기로 결심한 저자는 미국 타임지에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임종 연구 분야의 개척자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 라는 질문을 평생 놓지 않으며 많은 연구 업적을 쌓은 공로다.이 책은 제자 데이비드 캐슬러와 함께 죽음 직전에 있는 수백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여 그분들이 말하는 '인생에서 꼭 배워야 할 것들'을 받아 적어 살아 있는 우리에게 강의 형식으로 전하고 있는 책이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려고 최초의 시도를 합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에 자신이 얼마나 붙잡혀 사는지 알면 놀랄 것입니다.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을 할 것인가?"(p31)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신이 누구인지, 또는 당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라 한다. 하지만 다양한 인생의 수업방식 중에서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만 하는 일'을 택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고단한 삶에 처해있을 때 자기 인생을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이유다. 진정한 자신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인간적인 자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몸과 마음이 다른 곳에서 바쁜 사람들에게는 고상한 말로 들리고 어려운 말일 뿐이다.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인생수업의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삶에 대하여 최선의 길을 가르쳐 주는 좋은 스승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임종을 앞둔 79세 로레인이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한 것은 17세 소녀처럼 열정적으로 춤을 춘 것이었다.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은 지금 뿐이며 내일은 없다." 라고 하는 그녀의 말에서 삶이 얼마나 소중하며 춤추는 것을 호흡하고 있는 이 순간에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암으로 죽어가는 아홉 살 소년의 마지막 소원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것'이다.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지만 파리하고 창백한 얼굴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고는 동생에게 자전거를 물려주고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우리가 죽음의 순간에 느끼게 되는 삶에 대해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고 우리의 무뎌있는 감각을 일깨운다. 살아 있는 자들이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려면,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것과 자기 인생을 살되 모든 날을 최대한으로 살아가라고 『인생수업』 권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땅에서 해야 하는 행복한 숙제이기에 '하고 싶은 일' 은 미루지 말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지금 해야만 하는 것이다,정윤희 학이사 독서 아카데미 회원

2019-08-07 17:48:53

[종교칼럼] 일본제국주의

모든 사람이 탐욕의 종이 되어서 죄를 짓는다. 인간의 탐욕이 집약된 것이 제국주의다. 제국이란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제국이 되려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서로 다른 문화와 민족을 지배해야 한다. 둘째, 제국은 마음만 먹으면 제국의 체제와 정체성 속에 더 많은 국가와 영토를 포함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즉 문화적 다양성의 흡수와 국경의 확장성이다.근대 후기의 제국들은 이것을 위해 과학기술의 힘을 이용했다. 근대 제국주의의 최대 거짓말은 '개발 논리'다. 식민지에 전기시설, 통신시설, 철도, 항만시설, 공장, 원치도 않는 차관까지 주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을 많이 했느냐고 주장한다. 낙후되었던 식민지에 근대문명을 가져다주어 개발을 해주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모든 설비가 식민지 자원을 본국으로 송출하기 위하여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설치되었다. 개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착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국주의는 인류의 가장 암울한 그늘이다. 개발 논리는 탐욕을 정당화하는 거짓말이다. 인류는 탐욕의 죄악성을 고백하고 탐욕에서 돌이켜야 한다.일제는 식민지 재정 기반 확충과 수탈을 위한 토대 구축의 핵심 사업으로 토지조사 사업을 진행했다. 토지의 소유권, 지표의 생산물뿐만 아니라, 지질조사를 통해 지하자원까지 모두 갈취하겠다는 철저한 탐심의 실현이었다. 토지 수탈, 식량 수탈에 이어 금융업, 광업, 군수산업을 통해 수탈했다. 젊은이들을 강제 징병, 강제 징용, 종군 위안부로 몰아세웠다.일제는 자연의 혼까지 죽이겠다고 전국의 산봉우리마다 쇠막대기를 박아놓았다. 민족혼을 말살하겠다고 한글 사용 금지, 일본식 이름 개명, 역사왜곡,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가상의 존재인 드라큘라는 피를 빨아먹지만, 실재하는 제국주의는 드라큘라보다 더 잔혹하게 뼛속도 빨아먹고 그것도 부족해서 영혼까지 빨아먹는 존재였다. 일제의 만행을 나열하면 그야말로 식민지 착취의 백과사전이 된다. 여기에 잔혹한 전쟁 범죄들이 더해지면 인류가 지을 수 있는 모든 죄악의 목록에 근접할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류 아담과 하와를 유혹했던 선악과가 제국주의였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일본이 제국주의적 갑질을 또 시작했다. 역사도 정치도 경제도 힘으로 밀어붙이자는 것이다. 기업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해도 구매자가 있어야 상품화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회사인 한국 회사가 성실하게 구매해주어서 일본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국가가 갑자기 수출에 제약을 준다면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고,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역사학자들은 포용력과 개방성이 있는 나라는 번성하고, 성을 쌓고 방어적이며 배타적인 나라는 망한다고 한다. 가장 가깝고 가장 큰 유익을 주는 이웃을 원수로 여기고,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 오로지 남에게 더 큰 피해를 주려고 하는 것은 분명한 쇠퇴 현상이다. 아시아의 리더십에 변화를 바란다.유럽의 지도자들이 일본을 방문하여 공식연설을 하면 단골 주제가 있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는 내용이다. 정작 일본인들은 이 말이 자신들을 비웃는 조소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우리가 할 일은 일본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다른 수준에서 결정하고 다른 방법으로 반응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2019-08-07 11:32:26

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

[기고] 나라 사랑으로 뜨거운 8월의 대구

대구에서 두 번째 맞는 8월, 걷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폭염은 '대프리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땀이 흐르는 무더위 속에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선 'No Japan'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고 대구 중심가 일본 의류 매장의 한산한 모습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서 문득 역사 속 대구의 역할이 떠올랐다.국채보상운동으로 대표되는 독립 정신의 '대구', 6·25전쟁 당시 나라를 지킨 '대구', 228 민주운동으로 나라를 바로 세운 '대구' 등, 한국 근대사에서 대구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호국 보훈의 도시다. 나는 이 중 폭염의 열기 속에서도 나라를 지켜낸 69년 전 8월의 대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그해 여름도 유난히 더웠을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갑작스러운 전쟁으로 3일 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되고 전선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남쪽을 향하면서 밀려오는 피란민들에 북새통을 이루는 도시를 지켜보면서, 대구 사람들의 마음은 착잡하고 불안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북한군의 공세에 밀리던 워커 장군은 8월 1일 낙동강에 마지막 방어선 구축을 명령하였고, 7월 19일 대전에 이어 상주, 김천까지 함락한 북한군은 8월 15일 광복절 기념행사를 부산에서 치르겠다는 김일성의 독전에 대구를 점령하고자 다부동을 중심으로 5개 사단을 집중함으로써 낙동강 방어선에서 총 55일간의 혈전이 시작되었다. 당시 대구는 "전투는 군인이 하고 전쟁은 국민이 치른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민(民)과 군이 하나 되어 나라의 운명을 짊어진 총력전을 펼쳤다.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투로 부족한 병력은 대구경북의 수많은 젊은이들로 채워졌다. 시시각각 쏟아져 들어오는 부상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양의 혈액은 시민들의 헌혈로 충당됐다. 그리고 풍족하지 않은 식량 사정에도 전쟁을 피해 몰려든 피란민들과 식량을 나눠 결핍과 기아의 고난을 함께 겪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포화가 쏟아지는 전선에서 불과 몇㎞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수십만 명의 피란민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음에도 치안과 질서는 잘 유지돼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8월 18일 새벽에는 대구역까지 박격포탄이 떨어졌고, 정부마저 부산으로 떠났다. 그럼에도 굳건히 지역을 지켜낸 시민들의 용기는 전투 중인 군인들의 정신적 버팀목이 되기에 충분했다. 대구가 없었더라면 낙동강 방어는 불가능했을 것이고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었다. 극일(克日)의 기운이 들불처럼 번져가는 이때, 나라 사랑과 호국의 의지가 차고 넘치는 대구의 8월은 더욱 의미가 있다.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뜨거운 애국정신과 역경을 이겨냈던 모든 분들의 얼이 오늘 우리에게도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8월의 우리는 결코 폭염 속에 매몰되지 말자. 69년 전 여름, 무더위 속에서 용광로보다 더 뜨거웠던 대구인들의 애국심을 기억하자. 이것이 바로 면면히 내려왔고 또 이어져야 할 대구 정신이라는 사실 또한 잊지 말자.대구의 8월은 그때나 지금이나 늘 뜨겁지만 그 열기는 곱씹을수록 자랑스럽다. 고통스러운 세월을 나라를 되찾겠다는 의지로 이겨낸 독립투사의 헌신이, 자유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호국 영령의 희생이 오늘날 우리들의 마음에 꺼지지 않을 불꽃으로 타오르길 소원하며 이분들을 소홀함 없이 기리고 예우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2019-08-07 11:16:07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매일춘추] 지역문화의 공공성

하와이의 5월 1일은 'Lei Day'라 말한다. 레이데이는 하와이 문화 또는 알로하 정신을 축하하는 날이며, 1929년부터 정식 휴일로 지정되어 노동절을 기념하며 남녀노소 즐기는 지역의 축제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레이(꽃으로 엮은 목걸이) 선물을 주고받고, 하와이 지역의 초·중·고등학교는 다양한 공연예술의 장을 펼치는데 특히 전교생이 다양한 종류의 훌라댄스 공연을 선보이는 것이 가장 큰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 형태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지만 전교생이 하와이 전통 춤을 공연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레이데이의 전통이다. 각 학교의 레이데이 훌라댄스 공연 날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특별한 날이며, 학생들과 학부모 및 지역민들은 학교를 방문하거나 지정 공연되는 장소를 찾아가 훌라댄스 공연을 감상하는 축제의 장이다.하와이 지역민들은 영어와 하와이 언어를 혼용해서 사용한다. 특히 하와이 대표적인 인사로 '알로하'는 단순히 오고 가며 인사에 그치지 않고 조건 없이 사랑하고 서로 화합하는 상호간의 존중을 의미하며 인간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랑, 애정, 감사, 친절, 연민, 슬픔, 회의 등의 요소와 상징을 나타내는 화합의 정신을 추구한다. 이처럼 인사말에 담겨진 정신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것이 훌라댄스라고 할 수 있는데, 훌라댄스는 하와이의 전통 춤이지만 춤이 아닌 인간의 삶이라고 상징한다.글자가 없었던 고대 하와이에서 '훌라'와 '챈트'는 하와이의 역사, 계보, 신화와 문화를 이어온 중요한 매개체였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훌라를 통해 대지 그리고 신과 교감했고 손동작, 스텝, 골반 흔들기 등 각 동작마다 이야기가 있다. 서양 선교사들이 들어오기 전에 훌라 춤은 소통의 수단이자 사회적 유희였으며 훌라의 노래와 챈트에는 하와이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훌라댄스는 지역의 문화유산과 전통적 상징이며 공동체 인식과 예술적 발현을 모색하는 지역과 공존할 수 있는 공공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춤을 통한 지역의 이해, 공동체 회복, 역사의식 함양, 지역 문화 계승 및 발전이 동시적으로 가능해진다. 이상적 가치 추구와 목표 설정으로 혁명적 태도와 실천보다는 지역 구성원들 간의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재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다.지자체 및 문화예술 공공기관에서는 지역문화를 활성화 하고 지역을 소재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공연예술 창작품이 창조 할 문화예술단체를 원하고 있다. 필자가 밝히는 지역문화의 공공성은 지역 문화에 대해 인식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이끌어내는 학습적인 효과의 교육으로 개인의 정체성과 집단적 유대감을 모두 강화함으로써 공동체의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본다. 또한 미시적인 사회관계 안에서 공공적인 사회적 이상주의를 실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김정하 공연예술학 박사

2019-08-07 11:13:19

이정호 변호사

[경제 칼럼] 소재 분야 산업정책의 평가와 숙제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분야가 바로 소재산업이다.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의 전방산업 중 하나로만 인식된 소재산업이 원가나 규모는 작더라도 거대한 후방연쇄효과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각인됐다.당장 일본산 소재를 대체할 국산 소재의 개발을 지체한 상황을 절감하면서 기초과학에 입각한 소재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이 시점에서 과거 정부나 기업이 소재산업의 국산화나 기술력 향상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했는지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국내 기술로 제조돼 외관상 그럴듯해 보이는 완성품이라 하더라도 부품이나 소재를 충분히 국산화하지 않았다면 우리 기술이라 평가할 수 없다.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이 제품의 국산화를 평가하는 결정적 기준이 되는 것이다. 예전부터 정부가 부품소재의 국산화에 매진한 것은 제대로 된 국내 기술의 성장을 위한 노력이었다.비교적 오랜 기간 정책적인 부품소재의 국산화 노력이 있었던 것과 비교해 소재 내지 소재부품의 국산화 시도는 역사가 짧다.지난 정부는 핵심소재의 국산화를 기치로 걸고 부품소재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목표로 2010년부터 9년간 1조원을 투자해 세계일류소재(WPM'World Premier Materials) 개발사업을 추진했다.그런데 정책 대상이 된 10대 핵심소재는 스마트 강판, 초경량 마그네슘, 나노복합 소재 등 10개 분야에 걸쳐 있지만, 연구비 지원 대상기관은 대기업으로 국한돼 있었다.최근 일본의 수출규제 시점은 마침 세계일류소재 개발사업의 계획에 따른 성과를 평가받아야 할 시기와 묘하게 맞물려 있다.궁극적으로 수출규제 소재 품목의 국산화라는 숙제가 생겨났지만, 이러한 소재의 국산화 여부는 곧 과거 정부의 산업지원정책의 평가 성적표처럼 됐다.향후 지속적으로 점검이 필요하고 평가 결과도 다양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WPM 개발사업은 몇몇 소재 분야에서는 국산화율을 높이고 세계 최초의 소재를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반면, WPM 개발사업이 시작될 무렵 필자가 접한 어느 LCD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 벤처기업은 거액의 기술금융투자를 유치해 국산 신소재 개발에 혼신을 다했다.그러나 제품의 공급처인 특정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은 데다 뜻하지 않게 해당 대기업이 양산 중단을 결정해 회사가 도산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아쉬운 건 당시에도 해당 벤처기업의 핵심 기술은 일본의 소재 기술자 1인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었던 점이다. 돌이켜 보면, 정부의 WPM 개발사업 정책에 힘입어 해당 대기업은 새로운 소재의 발굴이나 개발에 관심을 갖기는 했지만, 이런 관심이 중소기업으로 낙수효과를 보이지 않은 채 대기업의 개발 실적 한 줄만 더해주는 효과에 그친 것이다.이와 같이 대기업이나 상장기업 위주로 연구기관을 선정하면서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나 연구소에 대한 지원이 누락됐고, 대기업과 연계된 중소기업의 간접적 개발 지원 방안이 부실했던 것도 반성할 일이다.마침 일본이 수출규제라는 카드로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개발지원 성과와 실적을 평가할 기회를 제공했다. 과거의 정책 성과를 토대로 기존 산업정책의 공과를 살피고, 더 높은 목표를 가진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는 것이 당면 과제다.과거 정부에서 시행한 시책이라도 전략과 방향이 옳은 것이었다면 당연히 공을 인정하고 미진한 점은 보완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방향을 담은 2차 WPM 개발사업을 지속해 나가야 하며, 대기업 위주의 정책 지원 방향에서 탈피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나 기술자를 선정하여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또한 대기업이 호응해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고 제품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승적으로 보조해 주는 소재 개발의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중소기업이 소재를 양산할 수 있는 설비나 장비 구축을 지원할 수 있는 실효적인 기술금융혜택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정부의 현명한 정책을 바탕으로 현재의 무역 갈등에서 초래된 위기가 소재산업의 새로운 자양분으로 전환되길 희망한다.

2019-08-06 18:04:05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낡은 옥내급수관 그대로 두고는 수돗물 품질 담보 못해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대구시 일반 거주민을 대상으로 수돗물 인식도 조사를 전화로 시행하였는데, 총 600표본이었다. 그 결과를 같은 해 동일한 설문으로 조사한 전국 상수도 경영평가 대상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평균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대구시 3.3%, 전국 7%였고, 그대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믿을 수 없어서'가 대구시 34.8%, 전국 29.7%로, 대구시가 전국에 비해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식수 이용 형태로 '정수기 사용'은 대구시 47.5%, 전국 45.8%, '끓여서 마심'은 각각 30.7% 및 31.6%, '먹는 샘물 이용'은 각각 17.3% 및 13.6%로 유사하였다. '정수장 및 수도꼭지 수질검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표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까?'라는 설문에는 '전혀 모른다'는 답변이 대구 및 전국 모두 약 80%로 나타났다. 대국민 수돗물 홍보 효과가 매우 저조한 만큼 지금과는 다른 다양한 홍보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대구시민들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약 3%로 저조하고 불신하는 이유는 상수원수의 약 68%를 사용하는 낙동강의 수질문제와 붉은 수돗물의 원인인 상수관망의 노후화이다. 수돗물을 위협하는 낙동강 물 환경 문제는 산업폐수로부터 배출되는 미량유해화학물질, 수온 상승 및 강수량 부족 등으로 발생하는 녹조, 이로 인한 독성물질 및 맛·냄새 문제 등이다. 수돗물의 품질은 상수원수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동강의 유해물질 주요 사고는 1991년 페놀오염사태 이후, 지난해 구미공단 내 반도체 업체에서 배출한 과불화화합물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낙동강은 미량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성 확보, 쾌적한 친수환경 및 수생태계 건강성을 위해 유해물질 유출 사전 예방 대책이 절실하다.대구시의 정수장은 유해화학물질과 녹조로 인한 독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고도정수시설을 갖추고 있고 먹는 물 수질기준 60개 항목보다 훨씬 많은 250여 가지 이상의 유해물질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수질의 안전성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으나, 신규 유해물질까지도 처리가 가능할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한편 정수장의 정수 수질이 아무리 좋더라도, 상수관망을 거치는 수도꼭지의 수질이 좋지 않으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최근 인천시와 서울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상수관망 관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대구시는 수돗물 공급 정수장 간 수계전환용 비상관로를 이미 구축하였으며, 전환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총 28회의 수계전환을 매뉴얼에 따라 시행하였는데, 붉은 수돗물은 발생하지 않았다.대구시 상수관로 총연장은 8천13㎞이고, 2020년 기준 개량대상 노후관은 934㎞이며, 최근 3년간의 노후관 개량 실적은 164㎞로 656억원을 투입하였다. 2018년 말에 노후관 개량 사업 추진 매뉴얼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의 노후관 개량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수질 민원과 누수 발생을 기준으로 노후도가 심한 관부터 우선 개량하고 있으나 관망의 노후도 조사를 확대하고 노후관망 개량 사업을 계획보다 앞당겨서 전면적으로 시행하여야만 대구시민의 수돗물 불신을 해소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붉은 수돗물의 원인은 노후 급·배수관망은 물론 낡은 옥내급수관이다. 옥내급수관은 소비자가 관리 주체이나, 실질적으로 서민 가계의 부담 등으로 개별소비자가 개량하기는 어렵다. 대구시는 낡은 옥내급수관 개량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관 교체 및 갱생으로 구분하여 공사비의 약 60%를 지원하고 있다. 교체의 경우는 가구별 최대 12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홍보를 구·군 소식지와 신문·방송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데, 홍보 효과는 크지 않다. 다양한 홍보 방법을 강구하여 많은 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옥내급수관 교체와 갱생 중심의 개량 지원 사업에 관 수명을 연장하고, 안정적인 수질을 유지할 수 있는 관 세척을 우선하여 야 한다. 관 세척은 단독가구와 아파트마다 사정이 다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세밀한 시행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예산 문제가 따르지만 옥내급수관을 급·배수관망과 같이 공공에서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도 검토할 시점이다. 붉은 수돗물의 원인인 옥내급수관을 포함한 상수관망 관리에 적극 투자하여, 수돗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2019-08-06 11:28:58

이정호 국악작곡가

[매일춘추] 밀양아리랑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개기월식 때, 달이 붉게 보이는 현상을 적월(赤月) 또는 블러드 문(Blood moon)이라고 한다. 이때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서 태양빛을 직접적으로 받지 못하지만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태양빛 중 파장이 짧은 푸른 빛은 대부분 지구를 통과하면서 대기 속에 흩어지지만, 파장이 긴 붉은 빛만이 지구의 대기권을 지나 달까지 다다르게 되어 달이 붉게 보여진다.어떠한 그림자에 가려져 고통으로 사라져버린 의지보다는 더욱 깊이 있는 마음의 힘으로 그 꿈에 닿기를 바라며 적월을 생각한다. 열정의 붉은 빛, 붉은 빛이 되어 달에 닿기를, 이 몸 안의 뜨거운 피로 모두의 마음을 녹일 수 있기를!나의 곡 '밀양아리랑 주제에 의한 국악관현악, 적월(赤月)'의 곡해설이다. 이 곡의 주제가 된 밀양아리랑은 밀양의 명소와 설화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대표적인 우리 민요로서 세마치장단의 흥겨운 장단과 누구나 알고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선율로 인해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다. 얼마전에 머리도 식힐 겸 밀양을 다녀왔다. 그 곳에서 본 위양지라는 연못은 새로운 영감을 얻기에 충분했다. 하늘과 나무와 연못과 그 한가운데에 있는 완재정이라는 정자는 한 폭의 그림처럼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었다.또한 밀양에는 진주 촉석루, 평양 부벽루 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칭송받는 영남루가 있다.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보여주는 이 영남루는 강물 위 절벽에 위치하여 멋진 풍경을 자아낸다. 밀양아리랑은 이 영남루의 비화(悲話)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깃든 아랑의 전설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아랑은 밀양부사의 딸로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에게서 자랐는데, 재주가 남달리 뛰어날 뿐만 아니라 용모 또한 아름다워서 명성이 자자했다. 어느 날 밤 관아의 심부름꾼인 주기라는 남자가 신분도 잊은 채 그녀를 흠모하다가 결국 유모를 꾀어내어 달구경 나온 아랑을 욕 보이려하였고, 그녀는 결사코 항거하다가 끝내는 칼에 맞아 죽고 대나무 숲속에 버려진다. 이에 밀양부사는 딸을 찾다가 결국 마음의 병으로 죽었는데, 그 뒤로 밀양에 오는 신임 부사마다 부임하는 첫날밤 의문의 주검으로 발견되어 모두 그 자리를 꺼리게 되었다. 이는 죽은 아랑이 원귀가 되어 새로 부임하는 부사에게 원수를 갚아달라고 나타났고, 그때마다 처녀귀신에 놀라 그 자리에서 죽고 만 것이다. 그러다가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사람이 밀양부사를 자원하여 왔고 부임 첫날밤에 나타난 아랑은 원한을 풀어달라 간청하였다. 그는 곧 주기를 잡아 자백을 받아내 처형하고 아랑의 주검 또한 찾아내어 장사 지내니 그 뒤로는 원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영남루 밑에는 아랑의 혼백에게 제사 지낸 아랑각(阿娘閣)이 있고, 밀양아리랑 가사로도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남천강 굽이쳐서 영남루를 감돌고 벽공에 걸린 달은 아랑각을 비추네/ 영남루 명승을 찾아가니 아랑의 애화가 전해 오네.' 이정호 국악작곡가

2019-08-06 11:12:24

건성각결막염(DRY EYE)은 견디기 힘든 통증을 동반한다. (사진출처: www.petplace.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우리 개가 눈을 못 뜨고 눈곱이 생긴다면? 건성각결막염

초롱이(17·몰티즈)가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충혈되고 고름같은 눈곱이 생겨 내원했다.초롱이의 눈물 분비량 검사(STT) 결과 좌측 눈은 분당 23mm이었으나 우측 눈은 분당 0mm였다. 초롱이는 오른쪽 눈에 눈물이 생성되지 못해 생기는 건성 각결막염(KCS)으로 진단받았다.초롱이는 17세의 고령으로 간과 신장 기능이 나빠져 있었고, 눈꺼풀 전체가 피부염으로 헐어있었으며 눈물 자체가 생성되지 못하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다행히 내과적 치료와 면역을 억제시키는 안약 처방이 도움 되어 3주 후에는 오른쪽 눈의 눈물 분비량이 정상화(분당 17mm) 되면서 초롱이 눈은 건강해질 수 있었다.반려견의 건성 각결막염은 사람이 경험하는 안구건조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며 심각한 경우 각막이 천공되거나 안구를 적출하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반려견의 건성 각결막염은 대부분 면역매개성 질환으로 면역을 억제하는 안약 처방이 도움 된다. 하지만 눈물 분비량을 조절하는 신경이 이상 있거나, 부적절한 안약 사용으로 인해 눈물 분비선이 위축된 경우에는 평생 동안 안약을 처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반려견은 눈병이 발생하면 눈이 충혈되고 눈곱과 눈 깜박임이 잦아진다. 결막염, 각막염,각막궤양, 녹내장, 포도막염 등의 다양한 눈병들은 증상을 유사하지만 처방은 상이하다.노령견의 경우 내과적인 질병이 있을 경우에도 눈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질환, 신장질환, 당뇨병, 종양질환, 면역 질환이 눈병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안약을 사용하다 보면 눈병이 만성화되거나 눈물 분비선의 위축을 초래하게 된다.반려견의 눈 검진과 눈물 분비량 검사는 반려견이 간단히 받을 수 있는 검사다. 반려견이 눈 깜박임을 반복하고 눈곱이 심해진다면 건성 각결막염을 의심하고 수의사의 검진을 통해 감별 진단 후 적합한 처방을 받으실 것을 당부드린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8-06 10: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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