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er Script 사외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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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건가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론2016년 '혐의 없음' 회신 뒤집어정부 오락가락이 가짜 뉴스 온상국민 냉소와 국가 신뢰 추락 자초지난 14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가 총액 22조원이 넘는 삼성바이오 주식은 즉시 거래가 정지되었다. 상장 폐지까지 거론된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회사 지위 변경 등 회계 문제는 논외로 하자.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내가 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은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태도와 국가의 신뢰 추락에 있다. 금감원은 2016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는 참여연대의 질의에 '혐의 없음'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지금과는 180도 다른 결론이다. 엄청난 사안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거슬러 올라가면 더 어처구니없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회계처리 기준 변경 후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금감원, 금융위, 거래소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두 번이나 문제없다고 한 것이다. 과거 대형 분식회계 사건처럼 몰래 저지른 부정행위도 아니다. 삼성바이오가 회계기준을 바꾼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믿고 투자한 8만여 명의 소액주주 등은 믿음이 배신으로 돌아온 셈이다. 나중에 상장 폐지를 하지 않으면 그나마 고마워해야 할까.삼성바이오에 비해 사소한(?) 소식도 있다. 1979년 설립된 삼우건축사사무소는 삼성의 주요 건축물 설계를 거의 독점했다. 그 덕에 삼우는 국내 최대 건축사 사무소로 성장했다. 2014년 삼성물산이 설계 부문만 인수하면서 삼우는 삼성 계열사가 되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조사 결과 삼우가 설립 때부터 30여 년간 죽 삼성의 위장계열사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계열사 신고 누락 혐의로 당시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한다. 과거 두 차례 조사에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의혹을 '이번에' 확인한 것이다.회계부정을 저질렀다면 처벌은 당연하다. 삼성이든 누구든 마찬가지다. 필요하면 상장 폐지도 불사해야 분식회계를 근절할 수 있다. 위장계열사를 통해 특혜를 누렸다면 이익 환수 등 합당한 처분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능한 탓인지, 조사를 소홀히 했는지, 아니면 기업과 유착한 결과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어지러운 반전은 한두 번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감사원이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여러 차례 뒤집은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검찰이 어제와 오늘 완전히 다른 수사 결과를 내놓는 어이없는 광경도 숱하게 목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수사 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감사나 수사를 맡았던 사람들이 처벌 혹은 징계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제대로 된 설명도 없었다. 그러니 정권이 교체되면 '알아서 긴' 결과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마침 입시 철이다. 선생님들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오답노트'를 만들도록 권장한다. 틀린 문제는 정답만 확인하면 안 된다. 왜 틀렸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금감원, 감사원, 공정위, 검찰 등 이른바 힘 있는 권력기관들에 '오답노트'를 의무화해야 한다. 어제와 다른 정답을 오늘 발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육하원칙에 따라 관련자를 적시하고 과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반드시 설명하게 해야 한다. 고의 혹은 허술한 업무 처리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결과를 양산한 당사자가 책임을 지도록 분명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냉소만 늘어날 뿐이다. 정부의 오락가락이야말로 이른바 가짜 뉴스의 온상이다. 불신이 커지면 대한민국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오늘의 정답이 나중에 또 바뀌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말이다.

2018-11-18 14:48:54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생산적인 댓글

지난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지만 교육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뉴스는 숙명여고 쌍둥이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 기사에는 엄청난 댓글이 달리는데 추천이 많은 댓글은 '수시 폐지, 정시 100%', '어디 그 학교뿐이랴', '아빠가 전교조'로 요약할 수 있다. 더 간단히 요약하면 '교육계에 대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상당 부분은 인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엄중한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댓글들이 좀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현재의 수시 제도는 수능 중심의 결과 평가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었다. 취지는 동의를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에서 이 학생은 이래서 떨어졌고, 이 학생은 이래서 합격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노출되고 있다. 수능보다 더 살벌한 내신 경쟁을 해야 하며, 때로는 학생의 능력보다 학생부에 기록하는 교사의 작문력이 입시에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불만스러운 제도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올바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학교의 교육과정은 수능 중심이 아닌데 입시만 수능 중심이 되면 사교육 광풍과 강남·수성구 쏠림 현상, 학교 수업의 파행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보다는 교육과정 수립 때부터 장기적인 공론화를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서 의심하는 것은 옳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부모와 자식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것만으로 냉소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대신 입시와 관련된 교사의 부정이 있을 경우 파면과 연금 전액 몰수, 교육계에 불신을 초래한 것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벌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요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생산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개인의 일탈을 소속 단체, 지역과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편 가르기밖에 안 되는 비생산적인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립학교에서 전교조 소속 교사가 교무부장을 하고 교감으로 내정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기자들이 팩트 체크를 해 보면 알겠지만 2010년도에는 쌍둥이 아빠가 전교조 소속이었을지는 몰라도 현재는 다른 교원단체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말들은 우리 사회에 독이 되는 가짜 뉴스가 된다. 생산적인 댓글은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길로 움직이는 동력이 되지만, 냉소와 혐오로 이루어진 말들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2018-11-18 14:46:27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걷기, 여섯 가지 감각 운동

동물과 식물의 차이는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움직임은 동물이 생존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이며 움직일 수 없음은 죽음을 뜻한다. 옛날에는 생존을 위해, 즉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일의 대부분이 육체노동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작업은 소수에 국한될 뿐 다수와는 상관이 없게 되었고 다수는 정신노동을 하고 있다. 신체 활동의 부족으로 허약 체질, 비만, 각종 성인병은 물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까지 앓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걷기가 가장 쉽고 경제적이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밖으로 나갈 형편이 안 되는 분들은 실내에서라도 걷기와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인근 운동장, 공원 및 야산으로 갈 수 있는 분들은 거기서 즐기면 된다.더구나 대구는 팔공기맥과 비슬기맥 사이에 위치해 있고 양 기맥 사이엔 신천과 금호강이 흐르는 명품 도시이다.(「팔공산하」. 매일신문사 발행. 2017) 팔공산 인근엔 아홉 개의 올레길이 있고 대덕산엔 앞산 자락길이 마련되어 있다. 신천과 금호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도 많다. 산행을 원하면 가산에서 서봉, 동봉을 거쳐 갓바위까지, 앞산 달비골에서 대덕산 정상을 거쳐 파동까지 산줄기를 향해 열려 있는 수많은 등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걸을 곳이 지천이니 걷기만 하면 된다.걸으면 기초 체력은 물론이고 오감(五感)에 한 가지를 더한 여섯 가지 감각 모두가 좋아진다. 우선 오감이 좋아진다. 펼쳐진 풍경이 눈(視)을 맑게 하고, 새소리, 바람 소리가 귀(聽)를 밝게 하며, 솔향과 낙엽 내음이 코(嗅)를 즐겁게 한다. 땅의 기운이 발바닥으로, 바위의 서늘함과 나무둥치의 따스함이 손끝(觸)으로 전해온다. 반쯤 지쳤을 때 준비된 음식을 먹으면 진수성찬(味)이 따로 없다. 체력과 면역력이 강해지므로 병을 예방하고 치유할 수가 있다.오감을 넘어서는 여섯 번째 감각을 '육감'(六感)이라 부른다. 육감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직감·예감·영감이다. 오감이 받아들이는 정보를 바탕으로 마음에 형성되는 통찰력이다. 결국 건강한 오감이 창의적 육감을 만든다. 통찰력이 좋아지므로 당면한 문제에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혜안(慧眼)을 갖게 된다. 덤으로 마음에 이는 스트레스와 걱정 근심도 씻어낼 수가 있다.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까지, 때로는 한나절, 때로는 온종일 대자연 속을 걸어보라. 자연과 나의 경계가 점점 엷어지고 생의 수많은 시시비비들이 한낱 흩날리는 낙엽임을 절감할 것이다. 고뇌와 번뇌는 용해되고 결국 물아일체(物我一體), 무아지경(無我之境)에 이르게 될 것이다. 돌아와 숙면을 취하고 나면 현안에 대한 뜻밖의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고뇌와 번뇌는 그 자체를 붙잡고 있다고 풀리는 것이 아니다. 던져 놓고 걸으면, 그것들은 흩어지고, 병이 나으며,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고, 사업을 잘하는 법도 떠오르게 된다.퇴계 선생도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이라는 시에서 "사람들이 말하길 글 읽기가 산 유람과 같다지만/ 이제 보니 산을 유람함이 글 읽기와 같구나"라고 하였다. 걸으면 공부도 된다. 걷자! 나와 가족과 나라를 위해! 나태주의 시 '멀리서 빈다'의 끝 행이 생각난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2018-11-17 06:30:00

출고 후 2년 이하 차량의 경우 그 수리비가 사고 직전 차량 가격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보험사는 수리비의 일부를 격락손해의 배상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알쏭달쏭 생활법률] 사고로 인한 중고차 가격하락분, 배상받을 수 있나요

자동차 사고로 인한 중고차 가격하락분(격락손해)의 배상범위Q : 얼마 전 갑은 중고차를 판매하였는데, 2년 전의 사고이력 때문에 같은 사양의 다른 차량보다 200만원 삭감된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동차사고가 일어난 경우 파손부분이 완전히 수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났다는 이력만으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되는데요. 이러한 가격 하락분에 해당하는 손해를 이른바 '격락손해'라고 합니다. 이러한 격락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A : 자동차보험표준약관에 따르면 출고 후 2년 이하 차량의 경우 그 수리비가 사고 직전 차량 가격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보험사는 수리비의 일부를 격락손해의 배상 비용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그 배상 범위는 출고 후 1년 이하 자동차는 수리비의 15%, 1년 초과 2년 미만 자동차는 수리비의 10%입니다.보험사가 지급하는 것 이외에도 소송을 통하여 격락손해를 인정받을 수도 있습니다.최근 하급심 판결은 "보험사는 출고 후 2년이 초과된 차량이면서 그 수리비가 사고 직전 가격의 20%미만인 경우에도 차량의 교환가치 하락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여 보험사에게 약관상의 배상기준을 넘은 손해에 대해서도 그 배상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 외관 손상이나 범퍼 교환 등 파손부위가 중대하지 않거나, 주행거리가 상당한 경우에는 격락손해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류제모 변호사

2018-11-16 11:19:10

[종교칼럼]흔들리는 양심

애매한 낱말에 의한 오류(Equivocation)은 논리학이 다루는 대표적인 논리적 오류(Logical Fallacies) 가운데 하나다. 동음이의어를 엉뚱한 맥락에서 사용함으로써 빠지게 되는 오류를 말하는데, 예를 들면 "청춘의 큰 꿈을 품기 위해서 잠을 자야지!"같은 말이 있겠다. 꿈이 생리적 현상을 뜻하는 한편, 포부와 희망을 뜻하기도 한다는 점에 착안한 말장난이다. 이 오류가 우스개에 쓰이면 꽤나 효과적이지만, 진지한 토론의 장에 끼어들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논란을 둘러싼 논쟁이 딱 그런 경우다. 혹자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만 들어도 벌컥 화를 낸다. "남들 다가는 군대를 안가겠다는 게 어떻게 양심적일 수 있는가? 군대 갔다 온 사람은 양심도 없는 것인가!"하는 식이다. 꽃다운 젊음을 뒤로 하고 속절없이 병역에 응해야 했던 대다수 남성들의 체험은 병역거부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신의 아들, 장군의 아들, 사람의 아들, 어둠의 자식들' 따위의 자조 섞인 농담이 돌던 기억도 오래지 않다. 아직 냉전적 대치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를 보더라도 병역 거부는 국가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몰염치로 간주될 만하다. 그런 판에 '양심적'이라는 말을 어떻게 붙일 수 있겠느냐고 따지는 정서가 잘못된 것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국제법상으로 확립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Conscientious objector)라는 표현에서 채용하고 있는 '양심'(Conscience)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양심'과는 거리가 먼 법률 용어이다. 헌법재판소가 정의하는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는 자신의 인격적인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2002헌가1)을 뜻하는 바, 이는 '선한 마음'을 뜻하는 일상의 양심과는 전혀 다른 뜻을 가지는 것이다.인간의 윤리적 실천은 관습이나 법과 같은 외적인 규범을 강제하는 것만으로 성립하지 않고 내적이고 주관적인 윤리 판단과 의지가 작동해야만 가능하다. 양심은 그런 면에서 인간의 윤리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인 범주에 속하고, 이는 정치나 국가권력 같은 외력에 의해서 강요되지 않을 우선적인 자유를 누린다는 것이 문명국가의 공통된 입장이다. 로마제국의 군인으로서 누릴 특권을 포기하고 참수형을 감수한 성 막시밀리아누스(3세기)로부터 나치 독일의 군인으로 복무하기를 거부하고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복자 프란츠 예거슈테터(+1943)에 이르기까지 그리스도교의 역사에 숱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는 것도 양심의 자유를 확립시키려는 문명사의 발자취를 드러내는 것이다. 대법원이 11월 1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이후, 대체 복무제를 마련하려는 활동과 더불어 대법원 판결에 불만을 터뜨리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나의 정책이나 판결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법률용어가 왜 나오게 되었으며, 그것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용어임을 알만한 식자층에서까지 '군대 안가면 양심이 없다는 말이냐'식의 빈정거림을 내뱉는다면, 그것은 그가 또 다른 의미의 '양심', 즉 '선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 교수

2018-11-16 11:12:08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춘추칼럼] 가짜뉴스·현상왜곡은 모두의 적이다

북한의 삭간몰 미사일 기지 관련된미 연구소 보고서 며칠 전부터 파장한반도 현상 '유지-타파' 세력 충돌사안 왜곡하거나 불신 조장 말아야며칠 전부터 난데없이 미국의 한 연구소의 분석 보고서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한 언론이 이를 북한의 거대한 속임수·기만 등으로 보도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우선 연구소 보고서에 언급된 삭간몰 미사일 기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 군 정보 당국도 파악하고 있는 곳이다. 또한 동 기지가 비핵화 협상의 중요한 축인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연관이 있는지도 분명치 않다. 지금 핵·미사일 관련 북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이며 오히려 앞으로의 협상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지금은 매우 민감한 시점이다. 6·12 센토사 합의 이후 북미 간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북미 간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서 북미 간 초기 조치의 연결점을 찾기도 하였다. 9·19 남북 정상선언에서의 비핵화 관련 합의가 그러한 것이다. 막상 초기 조치로 들어가려니 북한과 미국은 상대방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여전히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를 비핵화 및 제재 해제의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으며 북한은 핵 동결에 따른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국면이다. 얼마 전 개최하기로 한 북미 고위급회담의 연기도 명목상의 이유야 어찌하였건 양측의 입장 차이가 명백히 좁혀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으며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차 정상회담의 준비는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직 내년 초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지난한 협상의 과정에서 경계할 점은 상황의 변화와 뜬금없는 악재이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의 다수를 차지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입지에 변화 가능성이 생겼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잘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북미 협상의 운전자를 자처하고 북한 문제 당사자인 우리도 미국 의회 및 조야에 퍼지고 있는 북핵 해결 무용론에 대해 많은 설명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보다 정말 경계할 것은 이러한 상황의 변화에 편승한 근거 없는 기사들과 어떤 의도가 내포된 주장들이다. 의도를 내포한 주장들은 사안을 왜곡시키고 불신을 조장하며 문제 해결을 지연시킨다.20년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북미 제네바 합의가 체결된 이후 1998년 8월 미국 언론은 갑자기 북한이 몰래 핵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인근의 평북 금창리에 핵 시설을 운용하고 있다는 이른바 '금창리 핵 의혹'이 그것이다. 북한은 이를 부인했지만 미국은 사찰단을 꾸려 금창리를 방문하였다. 그러나 사찰단은 텅 빈 동굴만 발견했을 뿐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북미 간 불신은 더욱 커졌고 제네바 합의 이행은 늦춰졌다. 뒤늦게 페리 프로세스로 북미 수교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1, 2년간 소비한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지금 한반도는 현상 유지 세력과 현상 타파 세력 간의 거대한 기 싸움이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70년 분단 구조에 우리의 삶과 미래를 맞춰 놓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우리 삶의 양식을 바꾸려 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지 잘 살펴보지도 않고 거부하고 경계한다. 이는 미국도, 주변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상을 타파하는 것은 늘 어렵고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러한 고통을 왜곡하고 조장하면서 현상을 유지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계속 그렇게 된다면 우리 한반도는 영속적으로 분단 구조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가짜 뉴스·현상 왜곡은 모두의 적이다.

2018-11-15 19:19:27

나현 설치작품 '바벨탑'

[지상갤러리]대구미술관 2019년 1월 13일까지

늘 그랬다시피 일정이 겹친 비엔날레 관람을 몇 곳 빠트렸다. 그런 곳을 구경 다니는 것도 나의 일이다. 할 일은 해야 되는데 못 그랬다. 그 변명 대신해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비엔날레처럼 큰 전시를 접할 때 내 눈에 밟히는 게 있다. 뭔가 하면 작품 설명이다. 전시장 벽에 붙거나, 인쇄물로 소개되는 그 글들을 보면 참여 작가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인종차별, 노동소외, 권력집중, 미디어횡포 같은 주제는 빠지는 일이 없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사회학 개론을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임을 알게 되는데도, 엄청나게 중요한 척해서 기금을 받고 인력을 동원해 전시를 키우는 뻔뻔함이 하늘을 찌른다.사람들 고민이 그게 전부는 아니다. 키우는 강아지 변이 며칠째 묽다든지, 애인 계정에 누가 댓글로 치근대든지, 이사 온 이웃이 밤마다 음악을 요란하게 트는 게 고민이 아니라면 뭔가. 뭐 고민에도 레벨은 있겠지만, 어느 수준에 올라서면 그건 우리 문제가 아니라 예술가나 정치인의 문제가 된다. 어차피 그들 대부분도 방관자에 머무는 입장인데 말이다.나현 작가는 미술관에 바벨탑을 쌓았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지는 않다. 그래도 아무나 보고 쌓으라고 하면 절대로 못 쌓을 규모다. 그는 한국 최고의 미술상 최종 후보까지 올라가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슷한 작품을 쌓았다가 아깝게 미끄러진 바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간에 그는 굉장한 작가다. 만약 누가 내게 전 재산을 건 내기를 제안한다고 치자. 한 세대가 흐른 후 우리나라 최고 미술가가 누구일지 대답하라면, 난 이 작가에게 배팅할 것 같다. 내가 내기에서 잘 된 적은 별로 없으니까 나현 선생에겐 죄송.작품 겉과 속은 다르다. 밖으로 내보인 스테인드글라스로 화려하지만 동시에 합판으로 짠 속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치밀한 작가가 노출한 엉성함은 어떤 큰 그림일까? 우리와 너희, 둘 사이에 끼인 존재적 고찰은 작가의 관심사다. 이번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지만 전사자도 생환자도 아닌 행방불명된 병사들의 이야기는 외래종 식물에 관한 유사 도감과 통한다. 워낙 방대한 탓에 산만함 직전까지 이른 전시를 다잡아 놓은 작업은 실내 사운드 설치다. 안에서 울리는 독일 말은 히틀러 이전 시대에 독일 민족의 우수성을 웅변한 것이란다. 공허한 말의 울림은 고민하는 시늉에 집착하는 현대 미술의 주제를 꼬집는다. 그 주제란 곧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관념의 탑과 같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1-15 11:34:08

임재양 외과전문의

[매일춘추]집밥이 좋은 이유

직장인들은 밖에서 밥을 먹는 회수가 많다. 대접하는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으니까 과하게 준비하고, 피접대자들은 맛있는 음식이 나오니까 거나하게 먹는다. 하지만 먹을 때는 좋은데, 끝나고 나면 항상 후회한다. 귀가할 때 쯤이면 배가 더부룩하고, 몸도 묵직하다. 그러면서 때가 되면, 건강도 챙기고 건강한 밥을 먹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다짐만 하는 세월이 수십년 지나갔다.'건강한 밥상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 중 중요한 해법 중 하나가 집밥이다. 무언가 딱 정해진 메뉴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단순한 답이다. 하지만 어려운 답이다. 현대인들은 느긋하게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 아이들도 직장인도 다 그렇다. 밥은 그저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배를 채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게 되었다. 과거 우리들의 학창시절, 학교는 늦어도 밥은 꼭 챙겨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밥먹는 일은 제일 뒤로 밀려났다. 밥을 준비하고 느긋하게 밥먹는 일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식당이 MSG(화학 조미료)를 사용하는지, 소금을 많이 넣는지 등에 관심도 많고, 나트륨 적게 먹기 캠페인도 벌이고 관심을 가지지만 이것은 지엽적인 문제이다. 재료가 좋으면 MSG는 넣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보통 소비자들은 좋은 재료 때문에 올라간 음식 가격을 지불한 생각은 없다. 소금을 넣고 맛을 강하게 하는 것은 소비자들 입맛이 점점 강한 것을 요구해서 식당 입장에서는 어떨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소금 양만 관심가지고 소금양을 줄이자고 하면, 다른 첨가물로 맛을 강하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장사하는 식당 잘못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값싸고 맛이 좋은 것을 찾으니까, 음식점은 어쩔 수가 없다. 가격과 고객들 입맛을 생각하니, 음식이 부실하고 건강에 좋을 수가 없다.집밥은 처음 시작이 중요하다. 시작할 때는 고기를 먹어도 되고, 유기농이 아니라도 된다.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맛 위주로 집에서 밥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출발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평생을 가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재료는 문제가 없는지, 요리 방법은 건강한 것인지, 너무 맛 위주로 흐르는 것이 아닌지 등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차츰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는 것이 맛도 있고, 배부르고, 건강한지 알게 된다. 본인이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기본원칙만은 지켜야 한다. 근교에서, 제철에 나는 재료로 간단히 요리해서 주요리로 배불리 먹어야 한다. 그래야 중간에 간식을 먹지않는다. 살이 빠지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게 되어있다. 집밥을 해먹는 것이 시간낭비가 아니라 또다른 재미라고 느껴야 한다. 임재양(외과 전문의)

2018-11-15 11:31:55

화가 이인성이 표지를 그린 장혁주 소설집 '인왕동시대'(1939. 대구문학관 소재)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대구문학관에는 장혁주가 없다

장혁주는 대구 출신 문인이지만 대구에서는 잊혀진 작가이다. 북성로에 위치한 대구 문학관에 가보면 이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대구 신시가지였던 북성로의 역사적 기억과 함께 현진건, 이상화, 이장희 그리고 장혁주의 연애대상으로 심심찮게 거론된 백신애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대문학을 이끈 작가들이 대구문학관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장혁주는 자료실 유리장안에 소설집 한 권만 덩그러니 전시되고 있을 뿐 전시공간 어디에서도 이름을 발견할 수 없다. 대구고등보통학교(現경북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조선인 최초로 일본의 권위 있는 문예현상모집에 당선되었으며 많은 문학적 성과를 낸 이 작가를 대구는 기억에서 완전하게 지워낸 것이다.현대의 대구가 장혁주를 기억에서 지워내기 훨씬 이전, 장혁주 스스로 대구를 혹은 조선을 자신의 삶 속에서 지워내고 있었다. 그는 조선인 장혁주보다는 일본인 노구치 미노루(野口稔)로서 살기를 원했던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동안에는 있는 힘껏 조선인의 열등함을 비판, 공격했다. 해방 후에도 조선으로 돌아오지 않고, 일본에 남아 일본인으로 귀화 했으며 일본어로만 글을 썼다. 그렇다고 그가 조선의 현실에 눈을 감았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어 소설 '아귀도'(1932)나 '쫓겨가는 사람들'(1932)은 일제 침탈로 인해 핍박당한 조선 민중의 현실을 당시 어떤 소설보다도 정확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이육사는 장혁주의 눈빛을 두고 일본 군국주의에 정면대항한 일본 아나키즘 대부 오스기 사카에(大杉榮)의 눈빛을 닮았다고까지 표현했을 정도이다.삶이란 참으로 다양한 변수들로 이뤄진 것이어서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기생과 구한말 관료 사이에서 사생아로 태어난 비극적 출생의 이력이 그로 하여금 조선을 등지게 했을 지도 모른다. 혹은 근대 일본과 근대 일본문학을 향한 그의 과잉된 동경이 조선인으로서의 자신을 부인하도록 했을 수도 있다. 어쨌건 그는 조선인으로서의 흔적을 열심히 지워가면서 조선에서 살았던 날보다 더 많은 날을 일본에서 살았다. 그리고 94세, 일본인 노구치 미노루로 일본 땅에서 죽음을 맞았다. 87세에 걸프전을 취재하여 소설을 썼을 때 이번에는 일본어도 조선어도 아닌 영어로 표기했다는 것을 보면 조선어나 조선은 이미 그의 삶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었음이 분명하다.최근 학회에 참석했다가 장혁주를 연구하려고 하는 이십 대 후반의 젊은 연구자를 만났다. 왜 하필 장혁주냐고 그에게 물었더니 답은 간단했다. "장혁주가 지향했던 곳은 조선도, 일본도 아니었던 듯하다. 그는 자신이 꿈꾼 새로운 이상적 세계를 찾아 헤맸다. 그 곳이 어디였는지, 무엇을 그렇게 찾아 헤매었던 것인지 궁금하다." 이 젊은 연구자는 친일과 반일의 차갑고 딱딱한 잣대로만 한 시대와 인간을 재단해내었던 내 또래, 혹은 내 선배 연구자들이 범했던 오류에서 벗어나 있었다. 친일을 비판하기에 앞서 그런 기형적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의 심리를 혼란스러운 역사 속에서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 사회도 인간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1-15 11:14:04

김병렬 국방대 명예교수

[기고] 울릉도 공항을 조기에 건설해야 한다

지난여름 친구에게 독도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다가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지난번에 갔다가 독도 입도를 못했기 때문에 한 번 더 가보고는 싶지만 시간 낭비와 뱃멀미 때문에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전 9시경에 강릉이나 묵호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를 타려면 서울에서 늦어도 새벽 4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한다.이런 불편에도 매년 30만 명 이상이 울릉도를 다녀오고 있다. 비용도 웬만한 동남아 관광보다 더 든다. 독도를 사랑하는 애국심이 없다면 전혀 불가능한 현상이다.하지만 울릉도에 공항이 없는 한 이 인원은 지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독도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의 오키도에는 1965년에 공항이 건설되었다. 그리고는 10인승 정도의 극소형 항공기를 요나고와 이즈모에서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다가 경제성이 없다고 요나고는 아예 운항을 폐지했다.그런데도 기존의 공항(활주로 1천200m)이 작다고 2006년에 다시 신공항(활주로 2천m)을 건설하였다. 일본 사람들은 경제성분석(B/C)도 안 하는가 보다. 울릉도 입도 인원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소수 인원의 편의를 위하여 공항을 두 번씩이나 건설하였으니.흔히 울릉도를 동해상의 불침 항공모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비행기가 뜨지 않는 항공모함도 있던가?우리는 독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도 예나 지금이나 말뿐이다. 17세기에도 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울릉도 주민을 모두 육지로 강제 이주시키고 섬을 비워두었다가 70년 동안 일본인들이 울릉도를 무단 점거하도록 만들었다. 그런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19세기 말까지 200여 년 동안 계속해서 울릉도를 비워두었다. 그러다가 1905년에는 일본인들이 독도를 시마네현으로 편입하여 러시아 함대를 감시하기 위한 망루를 건설해도 제대로 항의도 하지 못했다.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용 항공기가 독도의 영공을 침범할 때 우리 비행기가 강릉에서 이륙하는 것이 가깝겠나, 아니면 울릉도에서 이륙하는 것이 가깝겠나.일본에는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극우 분자들이 많다. 이러한 극우 분자들 가운데 일부가 고속 보트를 타고 독도에 접근할 경우 강릉에서 이륙한 우리 비행기는 연료 문제로 독도 상공에서 10분 이상의 작전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독도에 해군이나 해경 함정을 정박시킬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우리가 B/C만 따지고 있어야 하는가.현재와 같이 배를 이용하여 울릉도로 들어갈 경우 독도 관광으로 인해 울릉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제한된다. 관광객들이 울릉도에서 돈을 쓰고 싶어도 돈을 쓸 시간이 없는 것이다.울릉도 주민들에게 돈을 그냥 나눠 줄 수는 없지만, 독도를 다녀오면서 최소한의 감사 표시는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울릉도는 다른 섬과 달리 독도와 동해상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수호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전략 도서이다.이처럼 중요한 전략 도서에 B/C가 부족해서 비행장을 건설할 수 없다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고 내년부터라도 공사를 시작하여 빠른 시간 내에 울릉도를 명실상부한 불침 항공모함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18-11-15 11:13:11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영웅과 천재의 도시

1986년 5월 12일 부산고등법원이 문을 열었다. 그 전까지 부산, 경남사람들의 항소심은 대구고등법원에서 했다. 부산고법이 문을 열던 날은 대구가 쪼그라지는 상징적 첫 날이 된다. 한국전쟁 이후 슬슬 기운이 빠지다가 이날 자로 완전히 바람 빠진 도시가 되고 만다. 항구를 낀 도시는 이길 수가 없다. 미국도 수도 워싱턴보다는 뉴욕이 더 큰 도시이며 일본의 제이, 제삼 도시 오사카, 요코하마도 항구도시다. 이제 대구는 부산은 물론 인천에 이어 울산보다도 경제력이 떨어지는 곳이 되고 말았다.부자는 망해도 삼년 먹을 것이 있다고 한다. 대구가 아무리 망했다고 해도 '배지기할 능력'은 남아있다. 대구가 갖고 있는 전통 있는 인프라와 대구사람들의 불굴의 정신 있다. 일본 오이타(大分) 현의 유후인(湯布院,由布院)이 휴양과 온천의 도시로 이름을 떨치다가 어느 날부터 같은 현의 뱃부(別府)에게 손님을 다 빼앗기고 만다. 대형으로, 현대식으로 만든 뱃부 온천들에게 진 것이다. 그러나 유후인은 역발상으로 기사회상을 한다. 작으나 조용하고 아담스런 고급스런 전원도시로 테마를 바꾼 뒤 그들의 명성을 되찾기 시작한다.몇년 전 일본인 교수 한 사람을 대구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안내를 한 적이 있다. 차 속에서 할 말도 딱히 없어 보이는 풍경들을 설명하다 대구공고 앞에 이르러 "저 곳이 전두환 대통령 졸업한 학교"라고 했더니 흠칫 놀라는 시늉을 했다. 사대부고 앞을 지나며 "여기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범학교 때 다니던 건물."라고 하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진짜 놀란다. 손가락을 더 뒤를 가리키며 저 건물 뒤에는 "노태우 대통령의 고교 모교가 있었다."라고 했더니 많이 놀란다. 동성로쪽을 향해 저 곳에는 "박근혜 대통령 출생지"라고 안내하자 공황에 빠진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구는 영웅과 천재의 도시다.대구에 '문화관광' 코스를 만든다. '동부 코스'는 영천으로 가 소설가 하근찬, 가요인 왕평을 소개한다. 이어 경주로 가면서 건천 모량의 박목월 생가를 둘러보고 성건리의 김동리 생가도 소개를 해준다. '북부 코스'는 성주 가서 백년설의 발자취를 본 뒤 김천 대항면을 지나며 가요인 고려성, 나화랑 형제의 생가를 둘렀다가 안동의 이육사, 청송의 김주영 그리고 영양의 조지훈, 이문열 생가를 방문한다. '중앙' 코스는 일단 청도로 가서 이호우, 이영도 남매의 고향을 둘러본 뒤 시내로 들어온다. 김광석(동도), 남일해(대건), 여운(대륜), 신세영(영남), 도미(개성), 손시향(경북), 이상화, 현진건의 발자취를 밟아본다. 향토 출신의 입담 좋은 가요, 문학, 인문 학자를 섭외하여 이 천재들을 소개하면 대구는 세계의 문화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가 있을 것이다.옛 두류정수장 터에 왜 객지 화가를 모시려 그렇게 애를 썼는가? 그곳은 대구 문화인들을 기리고 키우는 공원을 만들어야 된다. 대구문학관을 옮겨 확대하고 미술과 가요기념관을 신설하여 근대화와 피난 시절 대구에서 최초로 있었던 행사와 그 주인공들 그리고 자료들, 그리고 번창기 문화의 모습과 그 흔적들을 하루 종일 공연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원을 반드시 만들어야 된다. 딴 도시는 그런 자료가 없고 역사적 사실이 없어 할레야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계획대로 대면 대구는 큰 돈 벌게 될 것이다.

2018-11-14 11:29:16

김상진 대구 동부소방서장

[기고] 가을철 산악사고, 예방이 최고!

유난히 무더웠던 폭염을 뒤로하고 어느덧 가을 단풍이 팔공산을 뒤덮고 있다. 팔공산은 매년 단풍철이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명산이다. 이 때문에 많은 등산 인파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산악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산악사고의 원인은 자연적 요인도 있지만 판단 미숙과 준비와 정보, 경험과 기술 부족 등 인위적 요인에 의한 사고가 절대적이다. 최근 3년간 산악사고 현황을 분석해 보면 2016년 37건, 지난해 49건, 올해 10월 현재 4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사고 유형별로는 조난 80건(62%), 실족·추락 25건(20%)으로 나타났다.이에 따라 가을철 산악사고 예방을 위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당부드리고자 한다. 산악 안전사고는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간단한 주의사항만 숙지하면 사고 없이 즐거운 산행을 즐길 수 있다.첫째, 산에 오르기 전 기상 파악은 필수다.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 변화가 심하고, 일몰 시간이 빠르기 때문에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다. 날씨가 춥지 않더라도 추위에 대비할 옷이나 장비를 챙겨 저체온증에 대비해야 한다.둘째, 등산화 및 등산 장비를 착용하자. 산에 오를 때는 평지와 달리 경사가 있기 때문에 발을 헛디뎌 다치거나 잘못 걸어 발목을 삐끗하는 경우가 많다.셋째, 뱀과 벌에 주의하고 가을철 3대 열성 질환에 대비하자. 가을에는 뱀과 벌이 활동하는 계절이고 뱀은 나뭇잎 색과 구분이 잘 안 될 수 있어 독사에 주의해야 한다. 또 감염된 들쥐 배설물에 의한 유행성출혈열과 렙토스피라증, 진드기에 의한 쓰쓰가무시병 등 이른바 3대 열성 질환은 원인균은 다르지만 가을철에 왕성히 발병한다.넷째, 휴대전화와 예비 배터리를 챙기자. 산행 중 사고가 발생한 경우 휴대전화는 생명줄과 같다. 등산로 쉼터 및 주변에 설치된 119구조위치표지판 번호를 숙지해 119에 신고하면 119구조대가 사고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산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행 시 2, 3명이 함께 동행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홀로 산행이나 음주 산행은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금물이다. 아울러 본인의 체력에 맞는 적절한 등산로를 선택하고 산행 전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는 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최근 산악사고가 잦고 경미한 사고임에도 헬기가 출동해야 해 정작 꼭 필요한 환자 이송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의 컨디션과 체력을 고려해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달 18일 팔공산에서 다리 통증을 호소한 등산객 권모 씨를 헬기로 구조했으나, 병원에 가지 않고 바로 자택으로 귀가하겠다고 전해 구급대원들의 허탈감을 자아내기도 했다.거안사위(居安思危)란 말이 있듯이 사고는 한순간에 찾아온다. 대비하는 방법은 철저한 사전준비뿐이다. 팔공산을 관할하는 동부소방서에서도 등산로 일대에 '등산목안전지키미'를 운영하고 등산객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과 훈련을 진행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한 현장 대응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2018-11-14 11:17:32

김구철 전 아리랑T V 미디어 상임고문

[새론새평] 강자에 관대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고액 연봉에 갖은 수당과 복지혜택재벌 노조는 '갑 중의 갑, 무궁화 갑''갑에게는 절대 불관용' 국정 원칙을노동계 적용하는 여권 용기에 박수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월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조라고 해서 과거처럼 약자일 수는 없으며,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이틀 뒤 민노총은 "노조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조차 없는 무지하고 오만한 말"이라고 맞받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13일에도 국회에서 민노총에 대해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재차 비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갔다. "한국지엠 노조가 카젬 사장을 감금했는데 미국에서는 그러면 테러"라고 지적했고, 민노총에 대해서는 "말이 안 통한다"고 일갈했다.여권 최고위 인사들의 일련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어떤 이는 "할 말 용기 있게 잘 했다, 시원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겁이 없네? 배은망덕하다"고 한다. 2016년 총선, 지난해 대통령선거, 올해 지방선거, 3년 연속 여권에 표를 몰아준 노조로서는 섭섭하겠지만, "노조가 청구서를 내민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그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여권 인사들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새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노동계에 정부 여당도 서운한 게 많았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반대 ▷민주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거부 ▷한국지엠 노조의 외국인 대표 감금 ▷고용 세습을 지적한 여당 원내대표 고발 등. 그러나 아무리 감정이 쌓였다 해도, 거대 조직인 민노총을 건드리려면 여권으로서는 큰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선거 때 노동계가 등을 돌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앞으로 1년 반 동안 선거가 없으니 한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만일 이런 얄팍한 계산의 결과라면 여권의 발언은 지속적인 지지를 받기 어렵다.반면에 여권이 '이제는 노조의 족쇄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면 그건 다른 문제다. 일시적인 지지율 상승이 아니라, 한두 정책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한국 정치의 지형이 왼쪽으로 몇 클릭 정도는 이동했고 그래서 노조의 몰표 아니라도 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그래서 노동계 특히 민노총과 크게 한판 붙어도 정권 재창출 가능하다, 이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자신감일 수 있다.노조는 원래 약자들의 모임이고, 그래서 힘을 모아야 한다. 노조의 제1강령은 '안으로 단결, 밖으로 연대'이다. 1980년대 폴란드 민주화를 주도한 자유노조는 이름부터 '솔리대리티' 즉 '연대'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 공기업, 금융 노조, 그리고 그들이 중심이 된 민노총은 협력업체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 취업 준비생과의 연대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임종석 비서실장의 말마따나 이미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서일까?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자. 지주-마름-소작농의 전근대적 농경 사회의 완전한 재판(再版)이다. 재벌이 지주, 대기업·공기업 노조는 마름, 협력업체 직원·비정규직은 힘없고 가난한 소작, 취업 준비생은 소작도 떼어 받지 못한 떠돌이 유민이다. 현대판 소작은 험한 일, 위험한 일 도맡지만, 원룸 신세를 벗어날 길 없다.현대판 마름은 고액 연봉에 갖은 수당, 온갖 복지 혜택을 누리면서, 소작 착취에 단단히 한몫한다. 탈법, 불법적으로 마름질을 세습하며 떠돌이 유민들이 마을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한다. 예로부터 지주보다 마름이 더 밉다고 했다. 21세기 마름은 입으로는 재벌 개혁을 부르짖으며 실제로는 재벌 권력에 철저히 기생한다.임종석 비서실장의 말마따나, 노조는 이미 우리 사회의 약자가 아니다. 약자는커녕 '갑 중의 갑, 무궁화 갑'이다. 사실 집권당과 제1야당 원내대표 모두 노조 출신이니, 노동계가 기세등등할 만도 하다. '갑에게는 절대 불관용'의 국정 원칙을 노동계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정부 여권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강자에 관대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2018-11-14 10:31:37

선조를 진료하는 의사 허준(허준박물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레시피] 우리 동네 병원의 인공지능 의사

인공지능 심포지엄에 초청을 받았다.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의 일을 한 지 1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여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인공지능 심포지엄을 2018년 4월에 열었다. 필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의료기술과 만나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인공지능 심포지엄에서 강연하였다.이처럼 인공지능이나 4차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되었다. 4차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유전정보, 정밀의료 등과 같은 핵심 기술들을 앞세워 기존의 기술들을 빠르게 연결하여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사실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 인공지능 의사가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의사의 진료는 얼마나 믿을 만할까? 인공지능 의사가 사람 의사를 대체할까? 인공지능 의사가 잘못해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질까? 등등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의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의사 왓슨의학 전문자료 1,500만 쪽을 공부해서 다 외웠고 의학학술지도 300종이나 읽었다. 그리고 2012년 3월부터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에서 레지던트로 일했다. 이후 MD앤더슨에서 훈련받으며 실력을 키워서 드디어 의사가 되었다. 이것은 어느 젊은 의사의 경험담이 아니라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가 의사가 되기 위해 지나온 과정이다.2016년 12월 'IBM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를 길병원에서 오픈하면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의 일을 시작했다.그런데 왓슨은 어떻게 암을 진단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환자의 성별과 나이를 입력하고 혈액검사, 조직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과 같은 검사결과를 입력한 후에 'Ask Waston'을 클릭한다. 그러면 왓슨이 열심히 분석해서 '강력추천', '추천', '비추천'의 세 가지 치료법을 제시한다. 평균 8초 만에 왓슨은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렇지만 최종 치료법의 결정은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을 참고하여 사람 의사가 내린다.이미 전 세계 90개 이상의 병원에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천대 길병원을 시작으로 건양대병원, 조선대병원, 부산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미국에 있는 병원의 절반 이상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2017년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수가 미국에서만 140개가 넘는다고 하니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다.◆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실력암에 걸리면 어느 의사 선생님이 진료를 잘 하고 치료를 잘 해줄 수 있는지 주변에 물어보고 찾아보게 된다. 인공지능 의사인 왓슨은 다른 의사 선생님들과 비교해서 실력이 얼마나 될까? 2014년에 미국 종양학회에서 전문의와 왓슨의 암진단 결과를 비교했는데 자궁경부암 100%, 대장암 98%, 직장암 96%가 일치한 것으로 발표했다. 또한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1,000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왓슨이 진료했는데 사람 의사와 일치하는 결정이 80%나 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외국에서 인공지능 왓슨과 사람 의사의 암 진단 일치율은 높다.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어떨까? 우리나라에 맨 처음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이 2017년 12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 결과에 대해 공개했다. 2016년 12월 처음 도입되어 2017년 11월까지 인공지능 왓슨이 의사로서 일을 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총 557명의 환자가 왓슨을 이용해서 진단을 받았다. 이 중 대장암 환자 118명에 대해서 왓슨이 '강력추천'으로 제시한 치료법과 사람 의사가 제시한 치료법의 일치율은 55.9%였다. 그리고 왓슨이 '강력추천'한 것뿐만 아니라 '추천'한 것까지 포함하여 사람 의사의 판단과 일치하는 비율을 보면 대장암(결장)이 78.8%, 대장암(직장)이 77.8%, 위암이 72.7% 등으로 나타났다.똑같은 인공지능 왓슨을 사용했는데 왜 외국보다 국내에서 사람 의사와의 일치율이 낮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종류의 암이라 하더라도 인종이나 생활환경에 따라서 양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왓슨이 미국에서 개발되어서 외국 환자들에게 더 적합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 우리나라 환자에 적합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한 후속 개발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1호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1호 인공지능 의사'가 세상에 등장했다는 기사가 2018년 보도되었다. 바로 위에서 몇 년 전에 개발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살펴봤는데 '1호 인공지능 의사'가 등장했다고 하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그 내막을 좀 살펴보면 이렇다.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인공지능 의사가 맞지만 독자적으로 진료해서 진단서를 발급하지는 못한다. 왓슨이 환자 정보를 분석해서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일을 하지만 결정은 사람 의사가 하기 때문에 사람 의사를 보조하는 일을 한다.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사람 의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환자의 병을 진단하고 진단서도 발급한다. 이 인공지능 의사는 미국 아이디엑스 기업이 안과용 인공지능 의료기기로 개발한 '아이디엑스-디알(IDx-DR)'이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018년 판매 허가를 받았다.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개발회사인 아이디엑스의 설명에 따르면 진단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환자의 안구 사진을 촬영하고 망막 이미지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입력해서 인공지능이 기존 환자 자료와 비교해서 당뇨 망막병증을 진단한다. 양성으로 판단되면 안과 전문의에게 치료를 요청하고 음성으로 판단되면 12개월 후 재검사 받을 것을 안내한다. 환자의 망막 영상을 분석해서 진단결과를 내 놓는 데에 1분도 걸리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 의사 아이디엑스는 2017년 미국에서 900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87.4%의 정확도로 당뇨 망막변증 환자를 구분했다고 한다.국내에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처음으로 도입한 길병원은 2016년 12월~2017년 12월 사이에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인공지능 왓슨의 도입으로 인해서 의사 진단과 치료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했다고 대답한 사람이 224명 중에 204명으로 91%나 되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의사 왓슨의 진료에 대해서 환자 51명 중 48명(94%)이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 의사에 대한 호응 속에 앞으로 더 다양한 질병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에 인공지능이 사용될 것이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14 07:00:00

권영희 작 with

[내가 읽은 책]나는 꿈꾼다. 사노요코 글. 그림/김난주 옮김, 『100만 번 산 고양이』 비룡소, 2013년.

태어나서 한 평생을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그 삶이 100만 번이나 주어진다면. 글쎄다. 사노 요코가 지은 '100만 번 산 고양이'는 그림책이다. 작은 그림책 하나가 삶의 기쁨이며 삶의 의미이여 삶의 가치를 알게 해준다. 사노 요코는 베이징에서 태어난 일본 작가이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그림책으로 '아저씨 우산', '하지만하지만할머니', '아빠가 좋아' 등이 있다. 그녀의 작품은 독특하면서도 그 안에 삶의 의미와 깊이 사람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작품을 하나 읽으면 또 하나 읽고 싶고, 또 읽고 싶어지는 아주 매력적인 작가다.그녀는 지금 세상에 없지만 100만 번 산 고양이만큼 다양하고, 매력적인 삶의 방식을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100만 번 산 고양이' 속 고양이는 생각이 깊은 고양이다. 100만 번 죽고 100만 번 살았지만 그는 늘 자신의 삶을 가꾼다. 그림책 표지의 줄무늬 고양이는 100만 번 살아온 만큼 깊은 생각의 눈을 가지고 세상을 마주보고 있다. 그 고양이의 눈을 쳐다 보다 보면 그가 살아온 백만 년의 삶의 깊이가 담겨 있는 것 같다. 그는 그 많은 죽음과 삶속에서 그의 진실한 사랑을 찾아내고 삶의 소중함과 죽음의 가치를 깨닫는다.그 고양이는 언제나 누군가의 고양이였다. 백 만년 동안 왕의 고양이기도 하고, 뱃사공의 고양이기도 하고, 마술사의 고양이기도 하고, 도둑의 고양이기도 하고,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기도 하고, 소녀의 고양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고양이였을 때 고양이는 아무 것도 아닌 그냥 고양이였다. 고양이의 주인은 그 고양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아꼈지만 정작 고양이 자신은 주인을 사랑하지도 않았다. 그가 그들의 고양이로 사는 동안의 삶은 그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그는 그냥 그들의 고양이 일 뿐이었다.그러다 그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닌 그냥 도둑고양이가 되었다. 그는 100만 년 동안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다. 누군가의 나가 아닌 온전히 나만의 나. 얼마나 소중한 삶인가? 100만 번 산 고양이는 100만 번을 살고 나서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찾았다. 자신만을 위한 자신의 삶을 살면서 고양이는 늘 행복했고, 자신만만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 그가 처음으로 사랑을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 유일한 사랑. 그 사랑을 알고 나서 100만 번 산 고양이는 다시 태어나지 않았다.그의 삶은 100만 번째로 끝이 났다. 누군가의 고양이였을 때 한 번도 울지 않았던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가 죽고 나서 100만 번이나 울었다. 그리고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마지막 장의 마지막 문구가 먹먹하게 가슴에 남았다. 자신만의 삶을 꿈꿔왔던 그는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내게 의미 있는 나만의 삶을 살며 꿈꾸며 생각해본다. 지금 나는 나만의 삶을 살며 누군가에게 의미 있을까? '100만 번 산 고양이'의 깊은 눈동자가 우리에게 온전한 나만의 삶을 꿈꾸라 말한다.

2018-11-13 15:58:02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남매지 이자규(1953~ )

수백 살 먹은 오라버니가 불러서 가면 나는 배고픈 노파이고 맨발의 가수이다 내가 발목 담그고 휘저으면 오라버니는 껄껄껄 웃는다 오라버니 앞에서 나는 병든 아가이고 거짓말쟁이다 오라버니 앞에서 나는 개망나니 누나이고 마지막 잎새이다그 못가에 앉으면 지난날 바보 천치의 생이 고꾸라졌다 다시 일어서도 아프지 않다 못은 내 마음 떨어져 나간 모서리를 끼워 맞추는 커다란 손이라서 나는 임종을 앞둔 바람을 써 내려가는 시인이 되고 못은 관의 노래를 물결로 새긴다―시집 '돌과 나비' (서정시학, 2015)* * *'남매지'에 전해오는 슬픈 전설을 아는가? 조선시대 경산현에 아버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부잣집 종살이하던 남매가 있었는데,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누이가 그 부잣집 영감의 첩이 될 위급한 상황에 놓이자 남매가 함께 못에 빠져 목숨을 끊고 말았다는 애통한 이야기!언제라도 그 슬픈 전설 속의 오라버니가 부르면, 아니 내 오라버니가 보고프면 나는 '남매지'로 맨발로 달려간다. 못가에 발 담그고 앉아 못의 겨드랑이 간지럼 태우면 껄껄껄 웃는 오라버니 앞에서 나는 배고픈 노파, 맨발의 가수, 병든 아가, 거짓말쟁이, 개망나니, 마지막 잎새처럼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가여운 존재가 된다. 하지만 어느결에 "내 마음 떨어져 나간 모서리를 끼워 맞추는 커다란 손"으로 부활한 오라버니 앞에서 바보 천치의 슬픈 생도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마는가?이렇듯 삶의 파란곡절(波瀾曲折)이 담긴 '남매지'는 생의 무덤이자 요람으로, 과거와 현재가 엄연히 공존하는 장소다. 오늘도 남매의 가련한 혼을 좇는 바람의 후예들이 저마다 기쁘고 슬픈 생의 보자기 두르고 와서 반짝이는 물결 위에 펼쳐 놓고 가는구나!

2018-11-13 15:48:05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실스마리아를 아세요?

더 이상 젊지 않은데 젊음의 특권에 집착하는 것은 젊은 것도, 젊어 보이는 것도 아니지요? 그저 겉돌고 있는 겁니다. 한 살 한 살 나이 먹음에도 나이 먹지 못하는 이는 젊음에서도, 늙음에서도 소외되어 가고 있습니다. 젊음에 집착하여 젊음을 선망하거나 질투하는 그에게 젊음은 모른 척을 하거나 왕따하고, 나이 들면서도 나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에게 나이는 문을 닫아걸고 받아주지 않을지 모릅니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마리아처럼.실스마리아,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원래 실스마리아는 니체에게 영원회귀(永遠回歸)의 영감을 주었다는 바로 그 산입니다. 그런데 영원회귀라는 게 뭐지요? 회귀이니, 일단은 영원한 반복이겠습니다. 다시 겨울이 오고 봄이 오고, 다시 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그때 그 상황으로 돌아오는 것 말입니다. 그러나 그 반복, 그 회귀는 굴러떨어질 바위를 또다시 언덕 위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그것처럼 고단하기만 한 반복은 아닙니다. 영원회귀의 핵심은 '변환'입니다. 니체의 연인이었던 루 살로메가 지적했듯 영원회귀는 영원한 반복 속에서의 영원한 변환입니다.젊은 날, 맹랑하고 이기적인 역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한 배우의 이야기,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보셨습니까? 니체가 영원회귀의 사상을 깨우쳤다는 그곳이 배경인 영화입니다. 거기에서 펼쳐지는 실스마리아의 풍경은 정말로 아름답다는 말이 무색합니다. 영화는 그곳에서 글을 쓰는 운둔형 작가 빌렘이 거기서 세상을 떠난 소식으로 시작하는데, 죽음 혹은 자살까지도 영원 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은 아닐까, 하는 물음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뒤엉켜 있고, 파괴와 창조가 둘이 아닌 실스마리아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고, 사라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곳이나 영원으로 흐르는 순간의 문 같습니다.실스마리아의 꽃은 말로야 스네이크(Maloja Snake)입니다. 어느 날 말로야 고개로 구름이 몰려오면 구름은 뱀처럼 뭉실뭉실 스멀스멀, 실스마리아 전체를 휘감고 돕니다. 구름이 원형의 뱀이 되어 돌고 도는 겁니다. 영원 속에서 시간이 돌고 계절이 돌듯이.말라야 스네이크는 이 영화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마리아(줄리엣 비노쉬 분)는 18세에 '말로야 스네이크'란 작품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거기서 그녀는 20년 연상의 여상사를 유혹해 자살에 이르게 하면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파괴적인 인물 시그릿을 연기했습니다. 그녀에게 '말로야 스네이크'는 잔인할 정도로 솔직한 젊음의 도발을 그린 작품입니다.20년 후 그녀는 리메이크되는 연극에 출연 제의를 받는데, 이제는 20년 전 그녀가 철저히 무시했던 그녀의 상대역 헬레나입니다. 시그릿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나서 자살에 이르는, 나이 든 여인 헬레나 말입니다.그녀는 어쩐지 헬레나 역이 싫습니다. 헬레나의 대사를 외울 때마다 그녀의 열등감도 터져 나옵니다. "그들이 네 얘기를 하고 네 칭찬을 늘어놓는 건 날 짓밟는 데 널 이용하는 거지." 대사 연습을 하면서 그녀는 못 하겠다고, 거지 같다고 소리를 지릅니다. 대사 연습을 할 때마다 그녀가 잃어버린 것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거지요? 그녀는 자신감의 원천이었던 젊음이 지나간 자리에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불안을 감당하지 못합니다.헬레나의 말을 받는 시그릿의 대사는 뱀처럼 차갑습니다. "얼마나 불안하고 약한지에 대해 내게 털어놓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고. 당신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 그건 욕망, 날 향한 욕망! 채용한 순간 알았지만 재미있어서 내버려뒀어요."아무나 젊음의 시기를 파괴적으로 보내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파괴적인 젊음에 끌리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 맹랑한 젊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 시그릿은 그저 생존을 위해 상사를 이용한 교활한 계집애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마리아는 시그릿에게 휘둘립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시그릿을 이해하고 사랑하니까요. 그녀는 관계를, 사랑을, 사람을 파괴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시그릿의 젊음과 자신감에 흔들려 헬레나가 되지 못합니다. 당연히 헬레나 역에 충실하지 못합니다. 나이 든 헬레나가 매력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기 욕망을 따라가는 젊고 이기적인 시그릿에 집착하고 시그릿에 끌려 다니느라 헬레나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헬레나 역을 해야 하는 마리아에게 헬레나는 그저 시그릿에게 무시당하고 자살이나 하는 못난 인물이지만 헬레나의 매력을 본 사람에게 헬레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마리아의 비서이기도 하고 말동무이기도 한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은 누구보다도 헬레나의 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헬레나는 한순간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사라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말로야 스네이크를 바라보며 사라진 작가 빌렘처럼, 그리고 그곳에서 사라진 그녀 자신처럼.발렌틴은 문득문득 젊음의 특권에 집착해서 헬레나의 매력을 보지 못하는 마리아에게 구역질을 느끼며 마리아와 대립합니다. 글도 물체와 같아서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시그릿은 잔인하지만 헬레나는 인간적이에요…. 그녀는 파괴적이란 것을 알면서도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에요."어쩌면 헬레나가 '교활한 계집애'를 사랑한 것은 파괴의 힘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당신은 관습적으로, 경제적으로, 윤리적으로 사는 게 문제가 없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을 깨버리고 돌연 사라질 수 있는 사람을 이해하십니까? 헬레나가 시그릿을 사랑했던 것은 그녀가 바로 그 파괴의 힘을 알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인도에서 가장 많이 섬김을 받는 신은 시바, 파괴의 신입니다. 파괴는 신입니다. 파괴가 없이는 아무것도 창조되지 않으니까요.'말로야 스네이크', 이 연극은 철저히 마리아를 위한, 마리아의 헬레나를 위한 연극이었습니다. 젊음에 집착해서 영원한 시그릿으로 남고 싶었던 마리아만 그 사실을 몰랐을 뿐입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 헬레나의 매력은 감춰져 있습니다. 그녀가 말로야 스네이크에서 마리아를 떠나며 사라진 발렌틴을 이해하게 될 때까지, 헬레나의 매력을 발견하여 새롭게 변환되기까지 영원의 반복은 계속되겠지요?아무리 좋은 것도 집착하면 병이 됩니다. 내가 집착하고 있는 시절, 사랑, 사람, 거기 나의 삶의 매듭이 있고 숙제가 있습니다. 그 매듭을 풀 때까지 생은 반복을 계속할 것입니다.

2018-11-13 15:43:29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경제칼럼] 구조 전환기에 미래 생존을 위한 다섯 가지 팁

예측 불허 불확실성 진입 우리 미래생각 바꾸고 기존 경쟁 방식 의심을개방적 자세·실패 활용 마인드 갖고새로운 기회 열릴 때 재빨리 잡아야요즘 경제 주체들은 위험한 세상에 직면하면서 안전한 길을 찾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대변혁기에 들어선 우리 미래는 예측 불허의 불확실성 속에 진입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성공 방식, 즉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화를 위해 개발하고 축적해 온 노하우로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기 어렵게 되었다. 한마디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관습을 바꾸지 않고서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용기가 없으면 안전한 길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첫째,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전략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려면, 생각 즉 전략적 의도(Strategic Intention)가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앞서가는 선진 기업이나 잘하는 경쟁자들로부터 배워서 최고(Best)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생존과 번영을 도모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며 최고보다는 '나만의 것'(Only)을 추구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생각을 바꿔 어느 분야에서든지 '선도자'(First Mover)를 꿈꾸어야 한다.선도자의 길이 위험하고 불확실해 보이지만 정보통신 인프라가 완벽에 가깝게 구축된 미래로 갈수록 크든 작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훨씬 쉬워진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대변되는 미래 세상에서는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자유를 준다. 그리고 자유를 가진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물론 그 자유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둘째, 기존 경쟁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심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존 경쟁 전략이 잘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분야가 유망한지를 도무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선택은 자신의 입지만을 좁힐 뿐이다. 또한 꾸준히 스펙을 쌓고 역량을 축적하는 방법만으로 경쟁력을 획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쌓아온 분야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기회가 비켜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셋째, 떠오르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혁명적으로 바뀌는 시장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릴 때 재빨리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역량을 가지고도 실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역량보다는 기회 선점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떠오르는 기회를 잡는 방법을 연마해야 한다. 기회 획득을 위해서는 운도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운을 활용할 줄 아는 기법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계획, 조정, 통제보다 실험, 반복, 통찰 등이 더 중요할 수 있다.넷째, 개방적이고 실패를 활용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아들 세대와도 동업을 할 수 있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 미래는 블록체인으로 분권화되고 민주화되는 세계로 나아가기 때문에 기성 세대가 지시하고 통제해서는 결코 따라갈 수 없다. 소위 '꼰대가 되지 말라'는 충고를 잘 새겨야 하며 젊은 세대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다섯째, 해피엔딩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 번의 성공으로 오랜 기간 이익을 보장받는 시절은 지나갔다.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산업화와 정보화 기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기세이고 여기서 살아남아 새로운 기회를 획득한다 해도 지속 가능한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분주히 움직여야 하는 것이 개인과 기업들의 숙명이 되었다.4차 산업혁명이 열어가는 미래는 기술 자체보다는 경제 주체들의 뜻과 의지로 만들어질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한다'는 소극적 자세로는 기회를 잡을 수 없다. 용기가 있어야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2018-11-13 15:30:06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의창] 사람이 보인다

딸아이가 어릴 적 이야기이다, 의학드라마를 보고 "아빠도 의사에요?" "그래" 하는 답변에 흡족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았다.좀 더 나이 들었을 때이다, 외과의사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아빠도 병원에서 저런 일을 해요?" "아니". "그러면 무슨 일을 하는데요?"'인체로부터 채취되는 각종 검체로 어떤 물질을 검사함으로써 질병의 선별 및 조기발견, 진단 및 경과 관찰, 치료 및 예후 판정에 기여하고 질별의 기전 및 병인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검사를 처방하는 의사들의 자문에 응하여 유효한 성과를 얻게 하는 전문 진료과목이다.' 라는 외우기도 힘든 역할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라'고 귀가 닳도록 들었기에, 고민 끝에 "아빠는 병원에서 환자가 아픈 곳을 알기 위해 소변하고 대변으로 검사하는 일을 해"라고 했고, 딸아이는 적이 실망하는 눈초리였던 것이 생생하다.얼마 전, 딸과 학부에서 미생물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딸의 친구와 식사를 같이 하였다. 의사인 것을 알고, "무슨 과에서 근무하시는데요" 하는 전공 질문이 나왔다. 이번에는 힘들이지 않고, "병원균을 동정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찾아내고, 최근에는 연구실에나 있을 법한 'MALDITOF'를 어떻게 검사실에서 활용할까 고민하고 있단다." 진지한 폭풍대화를 지켜보던 딸이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된 후, 의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생업에 종사한다. 대학에 남아 해부학이나 생리학 등의 기초의학연구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내과나 외과 분야의 임상의가 된다. 그리고 일부는 필자처럼 병원에서 임상의의 진료를 지원하는 병리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되어 봉직한다. 진단검사의학과는 하루가 멀다하고 소개되는 신기술을 활용하여, 몸의 상태에 따라 변하는 현상을 잡아내고, 이들 결과와 질병의 관련성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스포츠 가운데 축구를 특히 좋아한다. 화려한 공격수보다, 중원에서 몸싸움을 하며 빼앗은 공을 공격수에게 전달하는 미드필더가 눈에 더 들어온다. 병원에서 하는 일이 의사를 위한 의사라는 역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화려함은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다수가 빙산처럼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구성원이 서로를 인정하고 고마움을 느낄 때 건강한 조직이 되고,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속도를 멈추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글이 운전하다 보면 눈에 뛴다. '자세히 보면 사람과 조직이 보인다.'로 바꿔 사회를 본다.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

2018-11-13 08:28:58

[세계의 창] 우리가 버린 과거에 미래가 숨어 있었네

100년 넘은 벽난로'조상 쓰던 가구북유럽 가정은 함부로 버리지 않아우리가 매정하게 과거 지우는 동안그들은 건강한 전통을 소중히 보존스웨덴 친구인 폴슨 부인과 덴마크 가정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코펜하겐 역에서 만난 우리는 수수한 종이 포장의 꽃을 한 단 샀다. 그런데 폴슨 부인은 초청해준 부부와 인사하며 그 종이마저 풀어버리고 맨 꽃다발만 건네는 것이 아닌가. "스웨덴에서는 꽃을 선물할 때 포장을 안 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자연 그대로 전하려는 것이겠지요."부인의 설명에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 꽃밭이 떠올랐다. 학급 당번 날 아침이면 할머니는 화단과 뒤뜰에서 꽃을 골라 들려주셨다. 신문지 안의 목단, 붓꽃, 찔레꽃은 소박하나마 진솔하기 그지없는 멋진 꽃다발이었다.향수(鄕愁)로 번역되는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그리스 어원으로 "누군가에게, 어딘가에게 되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채워지지 않아서 겪는 고통"이다. 지난 일이란 그 자체로 그리운 세계이지만 우리가 버린 과거가 실은 귀한 미래였다는 것은 북유럽에 와서야 깨달았다.북유럽 가정에 초대받으면 백 년도 넘은 벽난로, 증조모가 쓰던 주전자와 접시, 고조부의 의자, 외할머니의 손뜨개 탁자보와 조각천 방석보 등 오래된 소품과 가구를 쉽게 만난다. 주인은 집을 안내하며 옛날 물건과 가족사를 함께 소개한다. 스웨덴의 가정 폐기물은 99%가 재생·재활용되고 1%만 매립되는 현실, 도처에 중고품 가게를 두고 활성화시킨 소비생활 등은 함부로 버리지 않는 오랜 관습과 무관하지 않다.물건만이 아니다. 북유럽의 현재 생활방식은 더더욱 우리 옛 모습을 옮겨놓았다. 추위가 떠나는 봄부터 주말이면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나가 산딸기와 블루베리를 따고 버섯을 채취한다. 이는 가장 익숙한 그들의 여가 방식인데 많은 이들이 식용식물에 전문가 수준이다.북유럽의 자연은 사유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오랜 관습법을 거쳐 공식 법으로 인정된 '자연접근권 또는 자연산책권'(Allemansratten) 덕분이다. 상업 목적이 아니면 어디서든 자연의 과실·작물과 꽃을 취할 수 있다. 가옥과 일정 거리만 떨어져 있으면 사유지에서도 야영이 가능하며 주인이 이를 거부할 경우 스스로 기관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물론 여행객이 지켜야 할 자연보호의 규정과 책임은 엄중하다.개인 주택에서는 텃밭이 없어도 씨앗으로 날아와 마당에 절로 자란 식용식물을 그대로 식재료로 쓰곤 한다. 여름이면 사람들은 집 근처 호수, 강, 바다에서 '수영 혹은 목욕(bathing)'을 일상으로 즐긴다. 집에서부터 수영복에 수건만 걸치고 맨발로 아파트 마당이나 동네 골목을 지나 물까지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지금 이곳이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2, 3배 많은 나라의 21세기가 맞나, 초현실주의 그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그러나 이 모두는 한때 우리의 모습이었다. 색동 조각보, 손 수예품, 옛날 그릇과 가구는 어느 집에서든 낯설지 않았다. 봄이면 뒷산 언덕에서 쑥과 냉이를 캐고 여름이면 동네 아이들이 실개천에 모여 멱을 감던 풍경은 오래 전 일도 아니다. 사유지인 산과 들도 지금만큼 배타적 독점권으로 닫혀 있지 않았다. 우리가 개발과 근대화의 이름으로 과거를 매정하게 지우는 동안 북유럽에서는 건강한 전통과 깨끗한 자연으로 살아남았다. 문명이 자연과 과거를 대체하는 것도 아니었고 자본주의가 공유와 반대되는 것도 아니었다.너무 쉽게 떠나왔고 이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지난날에 대한 상실감-이에 더하여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남았다. 전통과 서양화라는 대책 없는 이분법을 넘어 '오래된 미래'라는 창조적 상상력을, 미세먼지에 가려진 푸른 하늘만큼이나 간절히 소망해본다.

2018-11-12 11:05:47

최운백 대구시 미래산업추진본부장

[기고] 시민과 함께하는 스마트시티 대구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됨에 따라 스마트시티가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인구 집중에 의한 기존의 도시 문제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시민들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른바 '똑똑한 도시'를 말한다.최근 추세에 의하면, 스마트시티는 도시 간 경쟁에 필수 요소로 등장했다. 대구는 4년 전부터 '참여형 스마트시티 대구'를 준비해 왔으며, 이제 드디어 그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첫걸음에 바로 '핫(H·O·T) 스마트시티 대구'가 있다. H'O'T는 대구의 뜨거운 기후와 시민들의 열정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사람(Human), 개방(Open), 기술(Technology)의 첫 글자를 따 우리 시의 스마트시티에 대한 비전과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스마트시티도 'H'(사람)가 먼저다. 대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앞으로도 전통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기반이 될 도시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시민의 행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스마트시티는 역시 사람을 배제하고는 생각할 여지가 없다.혁신은 'O'(개방)에서 나온다. 수집된 데이터, 가공된 데이터는 개방되어야 한다. 지자체 내 부서 간에도 자료를 개방해 공유하고, 협업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중앙정부,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모두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나아가야 한다.지난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T'(기술)를 도시에 접목해 왔다. 버스 도착 시스템을 도입했고, 도시철도 3호선을 무인화로 운영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날짜별로 사고에 대비한 안전 예보를 소방서에서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는 IoT, 블록체인, 인공지능, 5G 이동통신, 전자화폐 등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다양한 기술들이 시민들의 의견과 필요에 의해 도입될 것이다.최근 우리 시는 '스마트시티 혁신성장 동력 연구개발 공모사업'에 '도시문제 해결형' 실증도시로 선정되면서 대구시 전역을 스마트시티로 조성해 신기술 실증, 창업 활성화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구축된 자가 광통신망, 3D 공간정보, CCTV 통합관제, 수성알파시티 플랫폼 등 도시 기반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중교통 분담률 향상, 교통 밀집지역 주차난 해소, 재난 발생 시 골든타임 확보 등 교통·안전·도시행정 분야의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 또 미래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적인 비전을 가진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현재 우리는 누구도 가보지 못한 4차 산업혁명의 기로에 서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한걸음 나아갈 때마다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좀 더 편리한 도시, 안전한 도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민과 함께 준비하고, 고치고, 바꾸어 가야만 우리가 꿈꾸는 스마트시티를 실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작은 하나까지도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대학·기업·연구기관과 협업 체계를 구축해 2030년 아주 핫한 스마트시티 대구를 향하여 뚜벅뚜벅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2018-11-12 10:23:09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이내 가을이 기운다

새벽을 걷는다. 아침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 도시는 고요와 적막으로 젖었다. 나는 가로등 불빛을 피해 어두운 도시를 배회한다. 우러러 풍성했던 것들은 모두 바닥으로 내려와 뒹군다. 바스락이 말랐던 낙엽도 이슬에 젖어 무거워졌다. 어둠은 때론 가벼운 것을 무거워지게 한다.나는 목적할 수 없는 목적을 향해 어둠 속으로 몸을 민다. 스스로 어두운 것을 즐기니 나는 어둠과 다를 바 없다. 또한, 어둠과 내가 서로 합일을 도모하니 어둠을 모른다, 말할 수 없다. 감정의 과잉과 결핍 사이에 나는 어느 밤 국경을 넘어도 보고, 어느 계절과 깊은 통정도 해 보았으니 또 다른 어둠을 손꼽아 기다릴 줄 아는 것이다.내가 뜬 눈으로 새벽을 걷는 일은 어둠이 가지는 어떤 습성 때문이다. 그것도 바싹 마른 어둠이 아니라 오래오래 눅눅해져 무거운 어둠. 나는 천 개의 메마른 생각보다 한 개의 눅눅한 느낌을 동경하고 갈망하니 이 물기 머금은 낙엽과 내 눈과 그리고 사방의 눅눅한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몽롱한 의식으로 오래오래 바라본 날들은 이제 잠시 뒤로 물리고, 이 늦은 계절만이 지닌 눅눅한 어둠을 오래 경험하고 싶은 것이다.동공 속에 서서히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것들. 내 의식 속에 저것은 어느 산이고, 저것은 어느 빌딩이고, 저것은 그 누구와 앉았던 나무 아래라는 것을 의식할 때, 나는 비로소 원치 않는 아침을 맞는다. 어두워서 더 많은 소리를 듣고, 더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내가 통역할 때 어둠은 비로소 내가 되고 나는 어둠이 된다. 번잡한 도심의 새벽이 이토록 고요하고 차분한지를 새벽이 일러 주듯, 쇠락해가는 계절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초연할 수 없는 어둠을 덥석 건져 올린다. 눈 끝으로 밀려오는 외로움과 허허로운 마음들을, 물러가는 계절만이 위로해 준다.내가 무모하게 새벽과 통정하는 일은 몽롱하게 밀려오는 어떤 허접스러운 의식이 아니라 결국 나를 찾아가는 오래된 순례이니 매일 새벽이면 나는 나를 깨워 거리로 내모는 것이다. 걸음마다 천 개의 손이 천 개의 이야기로 다가올 것이니, 나는 어두운 내면을 열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번안하고 통역할 것이다. 날이 밝고 나는 걸어갔던 길을 되돌아온다. 해가 뜨면 낙엽들은 더욱 바스락하게 말라 부서질 테고, 이내 가을은 홀연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국경도 없이 멀리 날아갈 것이다. 쇠락의 이야기를 나는 어떻게 통역할 것인가를 두고, 초연할 수 없어 오래오래 고민할 것이다.수필가

2018-11-12 10:22:03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미북 고위급회담 취소 후 한반도 정세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8일 뉴욕에서 예정됐던 '폼페이오-김영철' 미북 고위급회담이 전격 취소되었다. 사실 이는 놀랍기보다는 어느 정도 예측된 사실에 가깝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든 중간선거가 끝날 때까지 북한이 사고를 치지 않고 조용히 있어 주기만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지난 10월 초 폼페이오 방북이나 10월 말 유럽에서의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최선희 부상 간의 접촉 시도, 중간선거 이틀 뒤인 8일 미북 고위급회담 등은 모두 북측이 중간선거 전에 사고(?)를 쳐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신경 쓴 '미끼'로 보인다.선거가 끝나자마자 "someday"라고 말하며 "내년 초 언젠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둘지는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는 트럼프를 보면 그는 이제 미북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별로 없을 거라는 현실적 인식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그래서 북한이 지금껏 협상전술로 써먹던 '살라미 전술'을 역차용해서 미국 또한 천천히 진을 빼며 북한이 하는 만큼만 대응하겠다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한국 '문재인 정권'의 현실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9월 말 평양 방북 직후 미국에 가서 '일단 종전선언을 해주고 북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다시 취소'라는 말을 했고 10월에는 EU와 유럽 여러나라를 순방하며 '대북제재 완화'를 외쳤다.또 지난주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미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비핵화 문제보다 미북 싱가포르 합의의 4개 기둥인 '미북 신뢰 회복 평화체제 구축' 등에 먼저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을 했다가 미북 고위급회담이 취소되자 할 말이 없어진 상황도 발생했다.연말까지 종전선언, 남북 철도 도로 연결 착공식, 김정은 방한 등 문제를 큰소리쳐오던 '문 정권'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우려된다. '문 정권'은 북한 비핵화 문제는 마치 남의 일처럼 미뤄 놓고 오히려 북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양 종전선언, 남북 철도 도로 연결, 경협 등과 대북제재 완화를 외쳐왔다. 이 과정에서 비핵화의 진전에 맞춰 남북관계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미국 측과 심각한 충돌을 빚어왔다. 오죽하면 미국 언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수석대변인' 같다는 소리까지 나왔겠는가?문 정권이 미국도 혀를 내두르는 신뢰하기 어렵고 노회한 북한을 상대로 뭘 믿고 판문점선언에서 '연말'이라는 기한을 박아 종전선언을 언급하고 철도 도로 착공식을 확인해 줬는지 이해가 불가하다. 협상에서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을 맞바꾸는 내용도 없이 기한을 박아 합의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지금 북한 관련 가짜뉴스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 청와대라는 항간의 소문을 이 정권은 되새겨봐야 한다. 실질적 비핵화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데 11월 1일 자로 남북군사합의는 실천되고 있고 이 와중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남북합의 이행점검위원장 자격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국정원장, 장관들을 대동하고 헬기를 타고 지뢰 제거 현장을 방문하고 이를 청와대 홈페이지에 동영상을 올렸다가 호되게 지탄을 받았다.며칠 전 광화문에서는 김정은 방한을 환영한다는 친북 단체들이 '백두 칭송 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북한식 꽃다발을 백주에 서울 한 도심에서 흔들며 김정은 찬양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이제 이 나라는 친북이 자랑거리이고 반북은 친일처럼 수치 거리가 되고 있으며 탈북자에 대한 공공연한 친북세력의 협박이 자행되는 적색테러가 난무하고 있다.경제난, 혼란한 정책, 채용비리 등으로 평양 방문 덕에 올린 지지율을 이제 거의 다 까먹은 문 정권은 김정은 이슈가 아니면 지지율을 만회할 방법이 없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에서 '핵 리스트를 제출 않겠다'는 김정은의 말을 듣고도 9월 말 미국에서 '선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10월엔 유럽 정상들에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이런 대통령을 보면 과연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2018-11-12 05:00:00

배재은 군위군 축산경영담당

[기고] 주민-축산인 상생하는 축산

보릿고개의 추억이나 값비싼 건강식으로 보리밥을 찾게 되는 요즘에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랑스러운 역사와 더불어 청정한 자연은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내세우고 싶어 하는 자랑거리다.군위군 또한 삼국유사의 고장답게 인각사와 삼존석굴 등 유서 깊은 역사유적이 도처에 산재해 있고 팔공산이 감싸고 있는 석산리 산촌생태마을과 한밤마을은 군위군이 자랑하는 자연유산이다.근래 들어서는 인근 대도시에서 군위로 이주하는 귀농·귀촌인이 늘어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무엇보다 주거환경의 질이 주민들에겐 최우선 가치로 떠올랐다.이 때문에 그동안은 별다른 민원이나 갈등 없이 축산업을 해왔지만 악취 발생 등 주거환경 문제로 공동체 내 갈등과 반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축산인들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한다'며 이주한 이웃 탓으로 갈등의 원인을 돌리지만 세상인심이 변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주거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뀐 것임을 알아야 한다.이제 축산인들이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려고 노력해야 할 때다. 축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기존의 축사가 주거환경에 위해를 가하는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축산인 스스로 축사 시설을 개선하고 관리를 철저히 해서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웃의 축사를 반대하겠는가.알려진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경우 소 4마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자동차 한 대가 배출하는 양과 맞먹고 축산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14%에 이른다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로 봤을 때 축산은 더 이상 인간과 공존하기 어려운 유해산업이 된 것이다.이에 군위군에서는 가축사육 제한에 관한 조례 개정으로 '청정 군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가축 방역과 축사 환경 개선 등 축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군이 지원하는 예산과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축산인 스스로 변화된 환경을 절감하고 축산 환경 개선과 철저한 관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변화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도태됐고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은 시대를 앞서 왔다. 축산인들이 언제까지 이웃의 민원과 원망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내가 아니라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웃과 상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생물을 활용한 친환경 축산으로 축사 환경과 가축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진 축산기법에 눈을 떠야 한다. 축사 시설도 현대식으로 개선하고 관리방식도 바꾸어야 한다.농업은 생명산업이자 21세기 4차 산업이다. 그 중에서도 축산은 농촌경제를 지탱하는 고수익 산업이다. 이제 축산인들은 주거환경과 건강한 식탁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지혜로운 길로 나아가야 할 때다.혹자는 악취 때문에 군위에서 살 수 없어 인구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한다. 더 이상 이런 말이 통하지 않도로 축산인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친환경 축산 구축에 주도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2018-11-11 15:43:19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보수의 아이콘

요즘 일부 언론에서는 거친 말로 정부를 비난하는 젊은 정치인들에게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 말을 보수에 대한 오해와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어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保守)에 대해 사전에는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의는 합당하지 못한 데가 있다.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데 사전에 등재된 정의처럼 변화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대응하지 못한 것들은 도태되기 마련이다. 진짜 보수는 과거의 제도와 습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시대에 뒤떨어진 '수구'(守舊)와는 다른 것이다.예전에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를 하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보수를 현실에 맞게 재정의하자면 '급격한 변동보다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는 원리나 태도' 정도가 될 수 있다. 경주 최부잣집이 집안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탐욕에 대한 경계,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새로운 것에 대한 포용력, 그리고 품격 있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오늘날의 보수주의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좀 더 벌자고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거나,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며 일의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를 외면하는 것은 올바른 보수주의자의 태도가 아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판'이라고 하고, '독재'라고 거칠게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성을 의심받는 이유는 일단 말의 품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뉴스거리는 될 수 있지만 생산적이지는 못하다. 정부에 대한 비난은 경제 관료들보다 더 나은 지식과 통찰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보다 나은 대안을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런 과정이 없는 말은 사회에 불필요한 논란만 만드는 것이다.사람들의 감정에 영합하는 말은 통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은 말로 감정을 배설하지 않는다. 자신이 전적으로 옳고 반대편이 전적으로 그르지 않는 이상 그 말들은 불쾌감을 유발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대신 말 한마디를 무겁게 생각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 나라가 개판이라면 국회의원으로서 잘못된 부분을 하나씩 바로잡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진짜 보수의 아이콘이 되는 길이다.

2018-11-11 15:42:30

하응백 문학평론가

[광장] 정조 임금의 양어장 낚시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낚시를 좋아했다. 창덕궁 규장각 앞 연못에서 신하들과 낚시를 하였다는 기록이 실록에 여러 번 나온다. 정조의 낚시는 고기를 잡는 단순한 낚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연출이었다.정조는 1795년, 꽃이 한창인 창덕궁 내원(內苑)으로 영의정을 비롯한 신하 54명을 초대해 연회를 열었다. 정조는 "올해야말로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사스러운 해이다. 그러니 이런 기쁜 경사를 빛내고 기념하는 일을 나의 심정 상 어찌 그만둘 수 있겠는가"라는 말로 서두를 연다. 천 년에 한 번 경사스러운 해라고 말한 연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 전달에 수원 화성으로 행차했던 '을묘원행'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화성 건설이 진행되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이 성대하게 치러졌다. 내밀하게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추모 사업이 정점을 찍은 해이니 정조로서는 그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는가. 그런 심정을 감격적으로 말하지만, 그 말에는 화성 건설이나 아버지 추모에 토를 달지 말라는 경고도 포함되어 있다.이어서 정조는 내원에서의 연회는 원래 임금의 친인척만 참여하는 것이지만, 자신은 친인척을 멀리하고 어진 사대부를 가까이하기에 특별히 신하들을 초대했음을 밝힌다. 생색을 있는 대로 다 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발언을 한다."필경 귀근(貴近)의 폐단이 일어나더니 요즘에 이르러서는 그 극에 달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아오면 물러가게 되고 느슨해지면 펼쳐지게 되는 것이야말로 정상적인 이치라고 할 것이니, 척신(戚臣)이 이 뒤를 이어 나아오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귀근이란 왕의 최측근 인물을 말한다. 정조는 즉위 때부터 정동준(鄭東浚)을 가까이 두면서 신임했다. 하지만 정동준은 권력 남용과 부정 축재 혐의로 탄핵을 받았고, 조사도 시작되기 전에 자살해 버렸다. 정조는 정동준 사건을 환기시킨 것이다. 자신은 신하를 가까이 해서 궁궐까지 불러서 낚시를 같이 할 정도로 총애하지만, 그렇다고 임금의 총애를 믿고 신하의 도리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는 경고를 날린 것이다.신하들은 등골이 서늘했을 것이다. 이때 영의정 채제공이 대표로 발언을 한다. 예로부터 밝은 임금의 성덕(盛德)은 친인척과 척신을 배척하는 데서 나온다고 하면서, "신들로 말하면 직접 성대한 이 기회를 만나 특별한 은혜를 입고 있으니, 어찌 감히 스스로 순결한 마음을 지니고 만분의 일이라도 성상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답한다. 충성 맹세이자 청렴 서약인 셈이다. 정조 치세(治世)의 바탕에는 이토록 철저한 측근이나 관료 관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물고기들도 정조의 양어장 낚시 연출에 협조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신하도 많았지만 이날 정조는 네 마리나 잡았다. 임금이 낚시할 자리에 미리 밑밥을 듬뿍 뿌려 놓았을 것이다. 임금이 물고기를 잡을 때마다 뒤에서는 풍악이 울렸다. 출연한 물고기는 도로 놓아주었다고 한다.

2018-11-10 05:00:00

[종교칼럼]메멘토모리

출가하지 않고 불교를 신행하는 남성 신도를 거사(居士)라고 한다.거사를 손꼽으면 3대 거사가 있는데 인도의 유마힐과 중국의 방온, 그리고 우리나라에 부설거사가 있다.방 거사는 처자를 이끌고 오두막을 전전하며 모든 재물과 재산을 배에 싣고 동정호에 내다 버렸다. 짚신과 죽제품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였으나 가족 누구도 불만을 말하지 않았다. 아내와 자식은 모두 수행자가 되었다.거사는 가족 자랑을 노래로 말했다."아들 있어도 장가 안 들이고, 딸은 시집 안 가니, 온 식구 이렇게 둘러앉으면, 무생(無生)의 이야기로 시간을 잊는다."무생은 생기거나 없어지는 세계가 아니다. 변화 없는 불생불멸의 진리를 말한다. 세속에 있으면서도 청정한 가정생활을 이루며 도인의 삶을 살았다.마침 방 거사가 임종을 앞두고 딸 영조에게 유언을 남겼다."인생이란 꿈과 허깨비 같은 것이다. 너는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도록 해라." 그리고 지금이 몇 시진 쯤 되었나 밖에 나가 알아보도록 일렀다. 밖에 나갔던 영조가 돌아와 말했다. "벌써 정오가 돼야 하지만 일식 중이어서 확실치 않으니 아버님이 직접 나가 보시지요." 라고 하였다. 그래서 거사가 밖에 나가 보았으나 일식도 아니어서 이상하게 여겨 방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딸이 합장한 자세로 숨을 거둔 뒤였다. 이를 보고 방거사가 웃으며 "내 딸이지만 민첩하군"방 거사는 딸의 장례를 위해 죽음을 연기했다. 그가 죽을 때 마침 그 고을 양양태수 우적이 찾아왔다. 우적은 그의 친구이자 사법 제자였고 '방거사어록'을 편찬한 사람이다.사람을 보내 어머니에게 딸의 죽음을 알렸다."늙은이의 장례도 안 지내주고 먼저 가다니" 딸을 원망한 방 거사 아내가 아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부음을 듣자마자 아들은 '앗'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 괭이로 땅을 짚고 선 채로 숨을 거두었다.며칠 뒤에는 노파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취를 감추었다."앉아서 죽고, 서서 죽는(坐脫立亡)것을 자유자재로 해낸 방 거사 가족의 사례는 선문에 회자되는 드문 이야기이다.어느 날 방거사가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어렵고 어렵구나 불법이여"그의 부인이 이 소리를 듣고"쉽고도 쉽네, 백가지 조사의 뜻"이번에 딸 영조가 거들었다."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구나. 허기지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는 것"깨달음을 구하는 수행은 어렵고도 어렵다고 한다. 모두 그것에 발목이 잡힌다. 그때마다 무엇을 얻었다는 생각이 방해가 된다.쉽고도 쉽다는 것은 세수하다 코만지는 것처럼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온갖 사물에는 무상의 진실이 그대로 드러나서 진리 아닌 것이 없다. 자기의 본래 모습이었기에 쉽고도 쉽다고 말 한 것이다.허기지면 밥 먹고 곤하면 자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이다. 셋으로 갈리기 이전의 원점에서는 분별과 차별이 없음을 선언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사실 세 사람은 한통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생(無生)임을 드러낸 것이다.죽음과 생은 존재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니 그런 이치가 우리의 삶과 죽음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다.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자각에 장자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대지는 육신을 주어서 나에게 짐을 지우고, 그리고 삶을 주어 고달프게 한다. 늙음을 주니 나는 편안하고, 죽음을 주리니 나는 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삶이 좋은 것이라면, 죽음 또한 좋은 것이다."스토아 철학의 거장 미셀드몽테뉴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자유를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죽음은 죽는 법을 배우는 가을이다.청련암 암주

2018-11-09 09:11:51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소중한 기록자들  

십대에 아무리 잘해도 대우 못받는우리나라 딱 한 분야가 바로 문학계조기스타시스템 폐해 없어서 다행풋풋한 소설 쓰는 중학생 기대감 커모 학생문학상 덕분에 반년 넘게 풋풋한 소설들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여러 달 동안 학생들이 온라인에 작품을 올리면, 소위 멘토 작가가 조언을 해주고, 학생들이 퇴고하고, 최종 투고하는 방식이었다. 입상 학생들과 직접 만나 1박 2일 동안 문학을 나누기도 했다. 나는 주로 중학생의 소설을 만끽했는데, 지도했다기보다는 외려 느끼고 배웠다.다 같은 소설이 아니다. 소비 행태로 나누면 가장 널리 사랑받는 웹 소설 혹은 인터넷 소설, 과거에는 대중 소설로 폄훼당하기도 했지만 지금 대세인 장르 소설, 교과서에서 배운 소설과 유사한 클래식 음악 같은 본격 소설. 이야기 방식으로 나누면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듯한 리얼리즘, 마음의 풍경을 그리는 모더니즘,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그럴듯하게 다루는 판타지, 여러 경향을 짬뽕한 퓨전….그 밖에도 얼마든지 소설을 나눌 수 있다. 전문가들이나 그런 쓸데없는 분류를 하는 줄 알지만, 실은 모든 사람이 하고 있다. 자기가 좋은(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설정한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맞으면 좋은(재미있는) 소설이고 안 맞으면 소설도 아닌 것이다. 대개의 소설가들은 평생 소설을 읽고 평생 소설을 써 온 사람들로 소설에 관한 한 최고로 잘 아는 자들이기에, 자기가 최선을 다하여 쓴 소설에 대해, 문외한들의 몰이해와 몰인정이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한 것이다. 독자는 자기만의 소설관에 따라 소비할 뿐이니까.실은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도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쓰는 존재라는 걸, 천진난만한 중학생들이 잘 보여준다. 정말이지 천재의 향연 같았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때, 그토록 할 것도 제약도 많고 즐길 것도 넘쳐 나는 시대에 그처럼 정성껏 긴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한 학교에 한 명 있을까 말까. 우주를 날아 다니고 미래 세계를 넘나들고 헛것에 집착하는 판타지가 주류였지만, 역사로부터 성실히 배우려는 알레고리도 있었고, 지금의 학교 문제를 정면으로 고발하는 리얼리즘도 있었고, 마음의 파동을 치열하게 포착한 모더니즘도 있었다. 편의상 억지로 분류한 것일 뿐, 공들여 쓴 소설들에는 저마다의 음색과 재능과 감각이 물씬 배어 있었다.그렇게 천재적인 작품들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덜 배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교과서 소설이 문제인 것은 소설이 문제가 아니라 배우는 방식이 문제다. 소설 한 편을 해체하여 부속품 설명서 외우듯 한다. 그렇게 배우면 당연히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 같은 본격 소설은 무조건 재미없는 것으로 고정관념처럼 박힌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중학생은 자기만의 문체로 뭔가를 열정적으로 썼다. 아직 소설이 뭔지 모르지만, 자기가 소설이라고 믿는 글을 썼다. 내 방식으로 소설들을 분류하고 평가하고 순위까지 가렸지만, 그들의 글은 꼰대들이 모르는 새로운 차원을 두드리는 새싹인지도 모른다.이 소중한 천재들은 무사히 성장할 수 있을까? 십대에 아무리 잘해도 국가대표급은커녕 어른 취급도 받지 못하는 분야가 우리나라에 딱 하나 있다면 문학계다. 아무리 잘 써도 구상유취하다는 평가를 받을 테다. 이건 상당히 다행한 일이다. 만약 올림픽 금메달 같은 거라도 걸려 있다면 문학도 스포츠계와 예능계에서 흔히 보는 조기스타시스템의 폐해로 꼴이 말이 아닐지도. 암튼 읽고 싶은 책 읽고 쓰고 싶은 글 쓰는 생활은 쉽지 않을 테다. 소설을 알면 알수록 자기가 가졌던 음색과 재능과 감각을 잃어버리게 될 테다. 훌륭한 스승들이 제시한 잣대로 자신의 생각과 글을 재단하는 자기 검열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평준화되는 것이다.희귀종들이 고맙다. 진지하게 소설을 쓰는 학생들이 이만큼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름대로 튼튼하다는 증거다. 이 소중한 기록자들 중, 어른들이 흔히 스마트폰 게임 중독자 취급하는 요즘 학생도, 저마다 다양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며 서로 존중하며 어른을 비판적으로 응시하며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세대의 대표로서 증명해준 것이다. 몇몇은 미래에도 자기 세대의 기록자 노릇을 맡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2018-11-09 05:00:00

[내가 읽은 책]작은 영웅들이 간절해진다/양철곰/이기훈/리잼/2012/최유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커피를 주문하니 빨대가 따라 나온다. 잠시 망설여진다. 쓸까, 말까? 빨대 하나 쓰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면 너무 예민한 반응일까? 올해 8월부터 정부가 외식업소에 대해 일회용 컵 규제 정책을 시행했다. 별 생각 없이 쓰던 일회용품들이 어느새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불편한 뉴스들도 눈에 띈다. 한국의 15배 정도 크기라는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90%이상이 플라스틱으로 된) 보도에는 충격을, 빨대가 코에 박혀 아파하던 바다거북에 대한 보도에는 미안함을 느낀다. 『양철곰』 이야기 끝에 눈물이 핑 돈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가해자의 길에 합류했던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은 아니었을지.『양철곰』은 그림책이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전하는 이 책의 작가 이기훈은 2009년 CJ 그림축제, 2010년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그린 책으로는 『오바마 대통령의 꿈』, 『라니』 등이 있다.그저 표지그림에 이끌려 『양철곰』을 집어 들었다. 무채색에 가까울 만큼 색은 절제되어 있고 섬세한 선들이 곳곳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적막하고 황폐한 느낌마저 든다. 무심히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장에 다다라 있었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칸칸이 끊어진 듯 이어진 장면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머릿속에서 빈 공간이 채워지며 영상이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림만 있으면 뭔가 부족할까 싶었지만 음향, 대사까지 오히려 제약 없이 내 안에서 더욱 풍성해졌다.책의 첫 장면. 도시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 집들이 빈틈없이 들어서있는 삭막한 도시 풍경. 그 사이로 두 팔을 벌린 채 서 있는 양철곰이 조그맣게 보인다. 클로즈업 된 장면을 보니 사람들과 대치중이다. 얼마 남지 않은 숲 앞을 막고 서 있는 양철곰과 항의하는 사람들. 결국 남은 숲마저 개발되고 도시는 점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모해갔다. 사람들은 새로 발견한 황금별로 이주했고, 버려진 도시에는 이제 떠나지 못한 사람들과 양철곰만이 남겨져 있다. 그런데 양철곰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 강물을 제 몸에 계속 끼얹는다. 양철로 만들어진 기계 곰. 물을 끼얹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다.왜 그런 행동을 할까? 한 아이가 양철곰에게 다가가 같이 떠나자고 설득하지만 양철곰은 도리어 자신의 몸을 부숴버린다. 외면당한 아이도 등 돌린 양철곰도 슬픔의 무게는 같아보였다. 녹슨 양철은 결국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아이의 눈물처럼 비가 쏟아져 내렸고 무채색의 도시와 부서진 곰의 기계 잔해들이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런데 무언가가 꿈틀댔다. 부서진 양철곰 사이로 새싹이 돋기 시작했다.감동이 밀려옴과 동시에 여러 감정이 뒤엉켰다. 현대의 환경문제와 오버랩 되며 씁쓸해진다. 우리가 미래의 양철곰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자서 고집스럽게 한 길만을 걸어 간 양철곰. 위대한 영웅이다. 그러나 영광이 가득한 영웅이 아닌 쓸쓸한 영웅이다. 우리 스스로에게 죄책감과 분노마저 일게 한다. 위대한 영웅보다 한사람, 한사람 작은 영웅들이 더욱 간절해지는 지금이다.최유정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1-09 05:00:00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교도소에서 온 편지

1993년 11월 한강을 바라보는 노량진동의 산기슭 낡은 슬레이트 집에서 만난 80대 노모는 집안 청소 자원봉사를 와 준 것이 고맙다며 찌그러진 노란 양푼에 삶은 감자를 내어왔다. "56살 먹은 우리 아들은 동경대를 나왔는데, 간질로 취업도 못하고 폐인이 됐어. 나도 움직이기가 힘들지만 내가 없으면 안돼!"라며 갈라진 손으로 껍질을 벗겨 건네어주던 감자를 두 손에 쥐고 먹지도 못하고 목메 하던 생각이 난다.내가 대구에 내려온 지 10개월쯤 지나고, 총무팀장이 한통의 편지를 가져 왔다."대표님. 교도소 제소자가 우리 쪽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한번 읽어 보셔야겠습니다."편지를 보낸 사람은 순천교도소에서 약 3년의 형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인, 6살난 아이를 가진 아빠였다. "제가 아이들에게 여름에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지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먼 외국에 돈 벌러 가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교도소로 오게 되었는데, 우는 아이의 얼굴과 고생하고 있을 아내 생각에 너무나 괴롭습니다. 어느 날 신문에서 놀이동산 축제기사를 보고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게 되었는데, 아이가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자유이용권을 보내 주시면 나중에 갚겠습니다."라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그의 가족들에게 놀이동산 이용권과 왕복 교통비, 식사를 외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가 보낸 선물로 포장하여 제공하였다. 그런 작은 이벤트가 지나가고 그 제소자 분은 진심이 담긴 감사의 편지와 전화를 해 왔다. 아마 지금쯤은 진작에 출소하여 한 가족의 가장으로써,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정당하게 이익을 내어 바르게 쓰는 것이다.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해서 일한다는 회사의 기업 이념을 배우며 실천하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 사회적 나눔에 대한 고민을 늘 하게 된다.작년부터는 저소득층 청소년, 다문화가족, 지역주민들 약 4만여 명을 초청하고, 대구시 교육청과 지방 경찰청, 달서구청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에서 나눔의 크기를 조금씩 키워가는 중이다. 기업이 내는 이윤의 10%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꿈과 사랑, 축제를 제공하는 테마파크로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해 주는 것이 당연한 역할이지만, 우리 사회의 소외된 계층들에게 먼저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 또한 중요한 의무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진정한 놀이공원은 놀이기구나 축제를 통해서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지역과 상생하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따뜻한 꿈의 동산 이어야한다.

2018-11-08 11: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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