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정우창 대구가톨릭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경제칼럼]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하)

산학연 각각의 환경 이해하고 학습기업 돕는 효율적 리드가 관의 역할혜안 있는 전문 공무원 체계적 육성시너지 높여나가는 정책 수립 필수지난 지면에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 중 기업과 대학의 역할, 연구소의 역할을 두 차례에 걸쳐 썼다. 이번 지면에는 산학연 협력 효율화를 위한 관(官)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1월 중순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오토모티브 월드에 다녀왔다. 자동차 경량화, 스마트 팩토리, 웨어러블 디바이스, 로봇, 전자 등 12개 분야의 기술전시회와 세미나가 동시에 진행됐다. 넓은 전시 공간에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전시장은 '모노즈쿠리'로 무장된 제조업 강국, 일본의 잠재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모노즈쿠리는 물건과 만들기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의미한다.행사가 진행되는 사흘 내내 방문객 숫자가 줄지 않고, 주말이자 마지막 날이었던 금요일에도 끝나는 시간까지 줄지 않는 전시장 방문객을 보고 경이로운 생각과 함께 왜 일본의 제조업이 강할 수밖에 없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방문객은 설계개발연구 같은 전문 분야가 적힌 배지(badge)를 목에 걸고 다녀야 하는데, 전시장에선 관공청이라 적힌 배지를 건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어떤 분이 전시장 부스에 장시간 머물면서 두툼한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어 다가가 보았더니 전시된 기술의 개념을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마치 학생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듯이. 공무원인 것 같은데 무엇을 그렇게 적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지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술 분야라서 '열공' 중이라 했다. 이런 열정으로 관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공무원들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을 것이다.우리는 산학연관이라는 용어에 익숙하다. 그런데 바람직한 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관은 산학연이 처해진 각각의 환경을 잘 이해하고 학습한 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을 효율적으로 리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 기술을 멀리하는 교수와 연구원들을 기업 가까이로 유인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학연관으로부터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기업이 산학연 쌍방 협력에 적극 참여하여 시너지를 높이도록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관의 몫이다.내년부터 본격화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 위기에 함께 대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으로 대부분 채워지는 지역 기업의 생존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관은 산학연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를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석사 위에 박사 있고, 박사 위에 주사가 있다고 한다. 예산을 지원하고 숙제만 안기는 역할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지역에서 산학연 업무는 잘나가는 공무원이 맡는 분위기가 아니다. 쉽지 않은 기업 기술은 물론 교수와 연구원이 하는 연구 분야를 이해하고 지역 산업의 미래를 기획해야 하는 산학연 업무는 넓고 지식과 깊은 전문성, 미래를 보는 혜안이 요구되는 자리다. 산학연 전문 공무원은 의도적으로 육성되어야 하며, 끊임없는 학습과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연속성이 있도록 순환 보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쇼인 'CES 2019'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기업 입장에서 CES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CES를 방문한 우리 지역의 공무원들이 무엇을 학습했는지 그들의 출장보고서가 궁금하다.필자는 이 글이 끝나면 오토모티브 월드 출장에서 받아온 100여 개 기업의 기술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 예정이다. 이 자료는 세미나를 통해 지역 기업에 전파될 것이고, 학생들 수업시간에도 활용될 것이다.

2019-01-28 15:25:42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 말로써 말 많은 나전칠기

고려조 500년의 전통미술품으로 알려진 나전칠기(螺鈿漆器)가 최근 설화(舌禍)의 중심에 놓여 수난을 당하고 있다. 나전칠기란 칠공예의 장식기법으로 얇게 간 전복이나 소라 등 형광 형태의 조개류 껍데기를 오려 내어 옻칠 기물(器物)의 표면에 입히는 '자개박이'를 말한다. 대구․경북의 유명 가구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값비싼 자개농이나 화장대, 문갑 등에 많이 쓰이는 공예기법이기도 하다.그런 나전칠기가 정치권력의 입김에 따라 문화재로 둔갑하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비로 사들이라는 구매 압력까지 받았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다. 게다가 전통미술의 대표성을 자랑해온 나전칠기가 부동산 투기의혹에 휩쓸리고 대통령의 휘장이나 선물용 시계와 영부인의 손지갑에도 장식돼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떠올리는 얘기까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물론 나전장인(螺鈿匠人)의 반열이나 제조기법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전칠기가 마치 자신의 전유물인 것처럼 정치권력이 내뱉는 '말'의 성찬(盛饌)이 문제를 더 키운 게 아닐까? '말'이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인 언어의 체계이다. 때문에 사람은 누구나 말을 하지 않고 잠시도 살아갈 수가 없다. 하지만 말도 가려서 해야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그래서 말을 함부로 하면 자칫 말꼬리를 물고 설화를 자초하기 마련이다.말에도 맛이 있다고 한다. 쓴맛, 단맛, 쓴소리, 단소리… 남이 듣기 싫어하는 말을 함부로 내뱉는 사람도 있지만 툭, 한마디씩 던져도 유머와 위트가 넘치고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말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있다. 말이 많지만 조리정연하게 물 흐르듯 청산유수(靑山流水) 같은 말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남의 말을 무시하고 듣는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막말까지 쏟아내는 것은 탁수난류(濁水亂流)다.새삼 조선조 영조 때의 선비 김천택의 가집(歌集)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실린 글이 생각난다.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말이란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과 오해를 낳아 문제를 더 키울 수 있으니 아예 입을 닫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내남없이 말조심하며 살아야겠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28 11:33:52

장동희 새마을 세계화재단 대표/전 주 핀란드 대사

[세계의 창] 기해년 새해 아침에 바라본 한반도 풍향계

북핵 해결 없이 한반도 평화는 없어北, 中·러와 관계 공고히 해가는데한국은 美·日과 사사건건 불협화음신뢰 회복·협상 과정 긴밀한 협의를2차 미북 정상회담이 2월 말 개최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친서 교환과 스웨덴 미북 실무회담 개최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는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는 김정은의 방남에 대한 기대와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올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진다.그러나 기해년 새해 한반도 풍향계는 그렇게 녹록해 보이지 않는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였다.그러고는 미 대통령과 회담할 용의가 있으나, 미국이 제재를 계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협박성 발언도 덧붙였다. 즉, 핵확산금지조약(NPT)상 핵 보유국 지위를 천명하며, 미국에 핵 군축 협상을 제안한 것이다. 김정은은 또한 "외세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 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반도 비핵화'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국의 핵우산 철폐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한편, 4차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 이후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거론되던 지난 1월 초 김정은이 방중함으로써 북중 간 사전 조율이 정례화되는 모양새다.김정은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은 "조선이 주장하는 원칙적인 문제들은 응당한 요구이며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 사항이 마땅히 해결돼야 하는 데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북한에 대한 지지를 확실히 하였다. 2017년 후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던 중국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김정은은 또한 러시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외무성 부상을 파견한 데 이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서 러시아와의 실무 협상도 진행했다.이에 반하여, 우리 측 사정은 여러 면에서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한미 동맹도 옛날 같지 않다.사드 배치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정부의 대북 접근 방식에 미국 측이 수차례 불만 표시를 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서에 대해서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직접 항의까지 하였다. 방위비 분담 협상이 타결되지 않고 12월 말 시한을 넘기면서, 방위비 분담 협상과 주한 미군 철수 연계설까지 나돌고 있다.일본과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다. 위안부 합의 파기로부터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자 배상 판결과 뒤이은 강제집행 판결, 해상에서의 레이더 조준 논란과 우리 해군 함정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근접 비행 등으로 양국 관계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다.과거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형성된 구도는 일반적으로 3(한·미·일)대 3(북·중·러)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북한이 잇따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하고 9월에는 6차 핵실험까지 감행하자, 중국과 러시아까지 대북 제재에 적극 가담하면서, 이 구도는 1(북)대 5(한·미·일·중·러)로 바뀌었다. 그러나 3차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4차에 걸친 김정은의 방중을 거치면서 북한과 중, 러의 관계는 공고화되는 반면, 한·미·일 관계는 삐꺽거리며 각개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미 조야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CBM 폐기와 핵 동결 수준에서 북한과의 핵 협상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리로서는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신뢰 회복과 협상 과정에서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운명공동체다. 북핵 문제 해결 없는 한반도 평화는 허구다. 한·미·일 간의 긴밀한 공조 관계가 한반도 평화에 긴요한 이유다.

2019-01-28 11:28:17

전창록 경북경제진흥원장

[기고] 이미 와 있는 미래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해 열리는 CES(국제 소비자 가전 전시회)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CES는 세계 최대 전시회 중의 하나로, 이번에는 4천500개가 넘는 업체와 18만8천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올해 CES 기조연설이 미국 버라이즌 CEO인 한스 베스트 베리의 '5G로 활성화될 새롭게 바뀔 미래'일 정도로 이번 CES의 큰 화두는 5G였다. 5G가 만드는 초연결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현장에서 확인한 3가지 방향성에 대해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첫째는 5G로 인해 '인공지능(AI)은 이제 놀라울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기본이다'라는 사실이다. 5G는 800M 동영상 다운로드 시간이 0.8초로, 기존 4G LTE의 16초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빠르다. 데이터 전송 속도의 증가는 축적되는 데이터양의 증가로 인해 AI의 의사결정이 최적화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CES는 그 어느 때보다 AI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삼성(빅스비), LG(씽큐)는 맥락(Context)을 능동적으로 인지하는 AI를 선보였고, 구글(어시스턴트)은 어느 기기에나 들어가 있었다. 아마존(알렉사)은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만들 정도로 가히 Ubiquitous AI 시대라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였다.둘째는 자율주행차의 본격화이다. 4G 대비 응답속도가 10배 빨라짐으로써 5G시대는 자율주행차량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구현했다. 그래서 기술을 넘어 단순한 이동수단에서 생활·업무 공간으로 확장될 자동차의 변화, 특히 사용자 관점의 자동차 내부,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에 대한 전시가 많았다. 기존 자동차 업계뿐 아니라 삼성, LG 등 주요 업체가 다 선보일 정도로 자율주행차의 대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업 서비스를 통해 실생활에서의 데이터가 축적되고 미묘한 상황에서의 경험들이 축적된다면 자율주행차 시대는 곧 올 것이다. 이번 CES에서는 다가올 자율주행차 시대 기술을 넘어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경쟁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셋째는 5G의 강화된 연결에 의한 스마트시티 개념의 진화였다. 연결을 넘어선 대규모 재난 사태에 대비한 도시 자체의 복원력(Resilience)이라는 개념이 많이 얘기됐다. 그러나 실제 구현에서는 아직 기대와 현실 간 차이가 있어 보였다.그리고 전통적인 CES의 주인공들인 디스플레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LG의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제품의 혁신성으로 인해 관람객으로부터 가장 큰 주목을 받았고, 삼성은 미래 디스플레이로 초소형 LED 소자가 박힌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였다. 특히 삼성 TV에 애플의 아이튠즈를 탑재하는 등 모든 기업들이 개방형 생태계를 지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는 롤랜드 버거의 책 제목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이미 와 있는 미래를 보고할 뿐이다"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을 초연결에 의한 초지능의 혁명이라고 한다면 5G에 의한 연결성 강화로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옆에 와 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는 것을.

2019-01-28 10:22:2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자유한국당은 대안 정당인가

조롱거리가 된 한국당 릴레이 단식계속해야 하는 의원들이 안쓰러워대통령과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전략 전술 부족한 한국당에도 갸웃요즘 아이들 말대로 '빵 터졌다'.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 시간표를 보고서다. 곡기를 끊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단식은 목숨을 거는 것이다. 정치적 단식은 투쟁 가운데서도 특히 엄중한 의미를 가진다. 극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택하는 방법이다. 상대가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수단이다. 그런 만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명분과 시기가 중요하다. YS와 DJ의 단식이 그랬다. 가혹한 군사독재 시기, YS의 단식은 '재야인사의 식사 문제'로 거론되면서 민주화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되었다. 헌법에 규정된 명목상의 지방자치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게 DJ의 단식이었다. 최근에는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단식도 있었다. 여야가 마지못해 '연동형 비례대표' 합의서를 쓴 것은 두 대표의 단식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자유한국당의 단식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역사를 말하기 전 국민 여론은 이미 낙제점을 주고 있다. 한국당의 투쟁 계획은 거창하다.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안)'. 총 110명의 의원들이 1월 24일부터 2월 1일까지 릴레이로 단식에 참여한다. 단식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혹은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 의원 1인당 각각 '5시간 30분' 동안 곡기를 끊는다는 계획이다. 의원들 앞에는 '조해주 임명 강행 즉각 중단하라', '선거 승부조작 즉각 중단' 등의 피켓이 보인다. '5시간 30분' 단식으로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딜레이 식사'라는 촌철살인의 댓글, 쇼라도 제대로 하라는 댓글들을 일별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조롱거리로 전락한 단식을 계속해야 하는 의원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국회 보이콧 전략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국회가 야당의 무대라는 것은 상식이다. 국회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부여당은 곤혹스러워진다. 국회가 안 열린다고 조바심 낼 정부도 아니다.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대안 세력에 대한 목마름도 커지고 있다. 그런 기류를 감지한 한국당 등 야당은 내년 총선에 큰 기대를 거는 듯하다. 스스로를 "총선 효자"로 규정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속내가 그런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 역시 비슷하다. 자신이 한국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쉬운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만 하면 실망한 국민이 저절로 한국당 지지자가 될까. 떡 줄 국민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이른바 보수 세력 저변의 기류는 냉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마땅치 않지만 한국당도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단식 관련 한국당의 행보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인가가 첫 번째 고려 사항이어야 한다. 전략도 전술도 없는 '무작정' 행보는 한국당을 향해 고개를 젓는 국민만 늘어났을 뿐이다.가뜩이나 인물도 비전도 없는 한국당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비상한 대책'을 결국 만들어 내지 못했다. 변죽을 울리며 시간만 죽인 셈이다. 새롭지도 않고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나선 전당대회도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누가 이를 대안 야당이라고 볼까.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긴장하는 법이다. 집권 세력이 야당과 국민을 의식하는 것은 선거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한국당의 주장처럼 집권층이 독주하고 있다면 다름 아닌 대안 세력의 부재가 이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바탕 역시 같은 맥락이다. 더 바닥을 쳐야 한다는 말 외에 충고할 만한 대안 부재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2019-01-27 15:55:23

김순재 전 매일신문 편집부국장· it's 편집위원

[기고] 지역 시사종합잡지 it's가 탄생 합니다

나는 대구 토박이 중에 토박이다. 학교도 모두 이곳에서 나왔고 60년 가까이 수성못 부근을 서성대며 살아가고 있다. 어딜 갔다 동대구역에만 들어서면 푸근하고 편했던 대구가 어느 날부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그들의 미래를 생각할 무렵부터였다고 기억한다.그 후로 대구는 바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변화의 대구'를 기획하고 칼럼을 통해 그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필력이 모자라서인지 늘 메아리는 신통찮았다. 여전히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구호는 따분했고, 자리를 차지하는 인물은 지루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그냥 흰소리요, 한가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지역 정서에 기대어 대구는 그렇게 서서히 늙어갔고 젊은이들은 대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끼리끼리 살아가는 '섬'이 되고 말았다.대구에 대한 관심을 접기 시작했다. 짝사랑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지역 출신 언론인들이 모여 시사종합잡지를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누가 얼굴을 내고 싶어 하는구나'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일 하나 더 만드는구나' 정도로 짐작했다. 더구나 돈을 받고 파는 유가지라니….뒤늦게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첫날, 책을 만들려면 새로운 시각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접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대구의 답답함을 덜어주고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대구의 담론'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잡지의 존재 이유가 없었다. 창간호에 '대구를 발가벗겨 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대구 정신은 사라지고 '꼰대의 도시' 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 보자는 기획이었다. '우리'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며 '새로운 길'의 모색이었다.창간 특집에서 보듯, 이 잡지의 목표는 대구를 바꾸려는 노력에 있다. 그리고 대구경북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나 오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능력 있는 인물에게 기회를 주고, 창의력이 살아 움직이고, 아이디어가 펄떡펄떡 뛰는 뇌가 섹시한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당연히 능력 없는 인물은 꿈을 접게 하고, 안주하는 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고, 지역 정서와 학연 등으로 자리 보전하는 이들은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또 지역의 장점은 아주 살리고 잘못된 점은 고쳐 나가는 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잘못된 결정은 바로잡고 방향성까지 제시할 수 있으면 더 좋겠다. 나아가 세련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도시, 안목이 성장하는 도시를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대구의 귀중한 자산인 혁신의 정신, 애국의 정신을 살려나감은 물론이다.퇴직 언론인들이 모여 'its'라는 시사종합잡지를 만든다고 하자 많은 이들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잡지, 선배들에게는 '역시~'라는 소리를 듣는 시사종합잡지 its를 만들고 싶다. 대구경북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잡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분명한 것은 이 잡지가 또 하나의 쓰레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켜봐 주길 바란다. 그런데 솔직한 마음은 응원받고 싶고 관심 얻고 싶다. 그것도 아주 많이.

2019-01-27 15:49:52

김남이 작 '문경 김룡사 소나무'

[내가 읽은 책]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 이종인 옮김/ 흐름출판/ 2016)/다시 묻는 인생의 의미

짧은 생애지만 매순간을 의미로 채운 삶이라면, 그의 생이 짧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못다 이룬 열망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짧은 생을 말해준다. 책의 제목 앞에 붙은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전제는 이 책을 설명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의사이기도 한 마종기 시인, 이해인 수녀, 이국종 교수 등 저명한 많은 이들이 한국어판 이 책에 추천의 글을 실은 것도 그런 까닭일까?폴 칼라니티. 그는 아버지, 삼촌, 형이 모두 의사였음에도 의학보다는 문학과 언어의 힘에 매료되어 대학에서 영문학을 선택했다.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뇌의 역할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물학과 신경과학도 파고들었다. 영문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을 내려놓을 수 없던 그는 의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레지던트 과정을 거의 끝내가고 있었다.따뜻한 감성과 탁월한 손기술로 최고의 뇌신경 전문의가 되려는 인생의 정점을 앞두고 선고받은 죽음.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뭘까를 생각하며 그는 이 책을 썼다. 프롤로그와 본문인 1부, 2부를 그가 썼지만, 에필로그는 그의 아내 루시가 그가 떠난 뒤에 썼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삶을 가꿔온 그가 마지막까지 가족과 수술실 환자에게 집중했고, 마침내 존엄한 죽음을 용기있게 수용한 이야기.그는 학생들에게 삶의 깊은 의미를 깨우쳐주는 영문학 교수로, 혹은 방사선과나 피부과 같은 덜 고된 분야의 느긋한 의사로, 육체적으로 조금은 덜 고단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것 없었다.(66쪽)"는 생각이 의학을 택하게 했고, "신경외과는 가장 도전적으로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 정체성, 죽음과 대면하게 해줄 것(96쪽)"이라는, 소명 의식이 남달랐다."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그런 책무를 감당하려면 철두철미한 책임감과 함께, 죄책감과 비난을 견디는 힘도 필요하다.(141쪽)"는 문장은 의사로서의 그의 철학적 고뇌와 소명 의식을 잘 보여준다. 시체해부실이나 수술실의 생경하지만 생생한 장면도 의사 작가의 글이 주는 경이로움이다."연애 시작 때의 팔팔하고 눈부셨던 그 남자가 아니다. 뭔가에 집중하는 아름다운 남자였던 투병 말기의 폴, 이 책을 쓴 폴, 병약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던 그 남자가 그립다.(258쪽)"라고 루시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우리는 이제 이 책 속에서 만날 것이다. 자기 인생의 의미를 겸손하게, 소중하게, 감사하게 돌아보고 싶은 이라면, 그가 어떤 상황에 있든 이 책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김남이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01-26 05:30:00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살고 싶은 대구

필자는 대구에서 태어나 줄곧 살아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대구를 제대로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대구에 대한 좋지 않은 얘기를 들을 때면 이성을 차리기 전에 흥분부터 되는 거 역시 대구 사람이기 때문이다.과거 대구경북이 잘나가던 시절에는 타 지역민들로부터 적잖은 시샘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잘나간 것은 일부 기득권층에 한정될 뿐 보통의 대구 사람은 득은 못 보고 욕만 함께 얻어먹기 일쑤였다.사실 대구는 한국사에서는 다루어지지 않는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다. 대구 지역에 대한 학문을, 이른바 지역학의 범주로 본다면, 학창 시절 우리가 배워온 한국사는 중앙학이지 지역학이 아니다. 중앙의 권한이 절대적인 현재의 사회제도에서 지역학은 늘 무시되어 왔다.이제 우리 지역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약 2만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 이래 인류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삶의 터전이 지속되어온 대구는 오늘날 인구 250만에 이르는 거대 도시로 발전했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신문왕 9년(689년)에 왕은 통일신라의 수도를 경주에서 대구로 천도하려고 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대구로의 천도가 성립되지 못한 구체적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새로운 천도지로 대구를 택했다는 것은 삶터로서의 대구가 매우 길지였다는 얘기다. 아마도 경주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탓에 자연재해가 거의 없으면서도 넓은 평야를 가진 대구가 천도지로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고려 현종 때는 합천 해인사에 보관돼 있는 팔만대장경(1236∼1251년 제작)보다 200년가량 앞서 제작을 발원한 호국의 초조대장경이 팔공산 부인사에 보관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는 승병 총사령관인 사명대사가 대구 팔공산 동화사에 주둔하면서 승병사령부를 지휘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군 이여송과 함께 참전한 풍수 전문가 두사충은 대구가 좋아 이곳에 둥지를 튼 이래 지금까지 많은 그의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다.한편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휘하 부대 좌선봉장이었던 사야가(沙也可 혹은 沙也加, 김충선) 역시 아름답고 인심 좋은 대구에 반해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왔다. 조선시대 성리학의 거두 한강 정구 선생을 비롯해 많은 선비들이 강학을 하고 충효를 다짐하고 동기 간 의리를 지키며 살아온 곳이 대구다.1601년에는 경상도의 중심인 경상감영이 경주, 상주, 안동을 거쳐 대구로 옮겨와 대구는 명실상부 영남 최고의 도회(都會)로 자리 잡았다. 1907년 서상돈 등의 제안으로 일본에서 도입한 차관 1천300만원의 채무를 민족의 힘으로 갚아 주권을 회복하고자 결의했던 국채보상운동의 발상지도 대구였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지켜낸 낙동강 방어선이 구축된 곳도 대구다. 4·19의거의 도화선이 된 2·28민주학생의거가 일어난 곳도 대구다.인구 250만의 대도시 인근에 1,000m가 넘는 세계적 명산 팔공산과 비슬산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 대구 말고는 세계 그 어디에도 없다. 인문과 자연이 조화로움을 이루고, 정의감과 의리가 넘치는 대구야말로 최고의 인문적·자연적 환경을 갖춘 삶의 터전이다.

2019-01-25 06: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군악대

그날은 '대구 시민위안의 밤'이었다. 텔레비전은 커녕 라디오만 몇 집에 있던 시절, 그나마 낮에만 방송하던 그런 때었다. 공회당과 대구역을 같이 쓰는 광장에는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들었다. KBS대구방송국 전속가수 박재란과 대구출신 가수 도미, 손시향의 실물을 보겠다고 모여들고, 2군 사령부 군악대 연주를 감상하겠다고 모여들고, 장소팔 고춘자의 만담을 듣겠다고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그 때는 극장 쇼도 라디오로 중개를 자주하던 시절이었으니 가수, 군악대, 코메디언이 직접 나오는 시민위안의 밤은 대구 시민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큰 행사가 아닐 수가 없었다.빨리 군악대 연주가 보고 싶었다. 지루한 전반이 끝나고 군악대가 등장하였다. 국방색 버스가 광장에 도착하자 단원들이 차례차례 절도있게 하차했다. 재빨리 헤쳐모여 무대 아래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군악대라면 단연코 '수자 폰'이다. 거대한 달팽이의 속살을 빼어 놓은 듯한 모양새를 갖춘 악기로 민간인들의 악단에서는 볼 수없는 악기다. 1854년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난 수자는 10세 때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음악을 시작했다. 16세 때 극장 전속 관현악단의 수석을 지내다가 26세 때 미국 해군 군악대 악장으로 취임한 음악수재다. 수자가 만든 악기는 군악대에 필수다.연주 시작 전 '스타마치(관악)'가 울려 퍼졌다. 해군군악대장을 지낸 이교숙이 작곡한 이노래는 군인들의 행사가 시작되면 임석한 장군에게 경례할 때 연주되는 음악이다. 이 날은 대구시민들 전부를 장군으로 모신다는 의미로 이 음악을 서비스한 것 같았다. "밤빠라 밤빠라 바 빰빠바". 이 소절을 들으면 심장이 뛴다.2군사령부 군악대가 처음에는 트럼펫이 앞서 수자 작곡의 '성조기여 영원하라', '워싱턴 포스트 마치'와 '보기대령행진곡' 등의 신나는 행진곡들을 연주했다. 대구시민들의 흥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흐느끼는 색소폰 소리와 함께 비 내리는 고모 령', '단장의 미아리 고개', '연분홍 치마'가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지휘자도 아예 객석으로 돌아서서 지휘봉을 흔들었다.비가 오기 시작했다. 군악대장은 성재희의 '보슬비 오는 거리'를 연주했다. 너와 내가 하나 된 음악회가 우중에 펼쳐지고 있었다. 보슬비는 억수로 변했다. 사람들은 광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군악대는 계속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나는 폭우 속에서도 연주를 하는 군인들이 멋있어 더 보고 싶기도 하고 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나를 잡아당기고 있어 연주가 끝날 때 까지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이윽고 밤 광장은 텅텅 비었고 나만 어느 건물 처마 밑에 홀로 서 있었다.텅 빈 광장에서 우중(雨中)의 연주는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원수의 적을 향해 밀어나가자/굳세인 우리 앞엔 가랑잎이다/겨누는 조준 속에 몰려드는 ./우리는 무찌른다, 추한 가슴들/우리는 보병이다, 국군의 기둥/우리는 보병이다 국군의 자랑/우리는 보병이다, 국군의 자랑."'보병의 노래'가 마지막으로 연주되고 공연은 끝났다. 예의 국방색 버스가 광장안으로 들어 왔다. 군악대원들이 처음처럼 각을 세워 승차를 했다. 마지막으로 군악대장이 차 입구로 올라가려다 좌향좌를 하였다. 처마 밑에 있는 소년에게 거수경례를 하였다. 버스가 떠난 땅바닥에는 도회(都會)의 오색 네온이 물감처럼 풀어져 빗물에 흐르고 있었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1-25 04:30:00

아사카와 다쿠미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조선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은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

내게는 일흔이 훨씬 넘은 일본인 지인이 한 사람 있다. 그 지인의 부친은 일본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던 중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회사가 일본의 전쟁범죄에 적극 가담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 그는 사직서를 낸 후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한다. 내 지인의 부친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 동안 많은 일본인들이 조선을 다녀갔고 그들 중에는 침략자로서의 잔혹한 태도를 보인 사람들도 있었지만, 조선 문화를 사랑하고 일본의 조선 침략 행위에 대해서 속죄의 마음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 중에는 아사카와 다쿠미(浅川巧)라는 사람이 있었다.아사카와 다쿠미는 1914년 조선총독부 산림청 하급직원으로 조선 땅을 밟았다. 이후 마흔 한 살을 일기로 세상을 뜰 때까지 조선 문화에 매료되어 조선집에서 조선식 생활 방식을 지키면서 조선인들과 어울려 살았다. 그는 특히 조선의 공예품에 심취했다. 그래서 황폐한 식민지 현실 속에서 소멸되어 가고 있던 목공예품의 흔적을 기록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조선인의 생활용품인 소반과 관련한 사항을 기록한 '조선의 소반'(1928)은 조선과 조선 예술을 향한 아사카와 다쿠미의 애정과 열정의 결과물이다.소반이란 쉽게 말해서 밥상이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수많은 조선의 목공예 중 왜 하필이면 흔하디흔한 밥상을 조선 공예의 표본으로서 선택한 것일까. 그가 내린 답은 간단하다. '조선인들이 가난 때문에 정든 집도 팔고, 소도 팔고, 있는 것 다 팔고, 일가친척과 헤어져 머나먼 이역 땅 간도로 떠나면서도 결코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간 것이 늘 사용하던 소반'이었기 때문이다. 소반은 특권층의 예술품이 아니라 조선 민중의 삶 속에서 완성되어 간 생활예술품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사소한 장식 하나도 제 나름의 역할을 지니고 있던 조선 소반의 실용적 아름다움에 감탄과 찬양을 표한다.아사카와 다쿠미가 사라져가는 예술의 흔적을 쫓아다니던 이 시기는 일제가 조선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열심히 선전하고 있던 때였다. 조선인을 무능하고, 열등하며 게으른 민족으로 매도한 후 그런 조선인을 문명화시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서 일제의 식민통치를 합리화시키고 있던 때였다. 그 선봉에 선 것은 역시나 일본인들이었다. 이들은 지배자로서의 오만함에 휩싸여 조선의 실재를 볼 생각 따위 처음부터 없었다.이들과 달리 아사카와 다쿠미는 편견 없는 투명한 눈으로 사실을 보기를 원했다. 시간 날 때마다 조선 곳곳을 돌아다녔고,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의 작업장에 가서 숙련된 작업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는 '무념무상'에 빠져 소반을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은 '자본이 있어도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인이었던 아사카와 다쿠미가 조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깨달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9-01-24 14:16:42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당신의 정원은 어디입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정원지속적인 투자와 개선으로 유지사회는 우리 행동대로 만들어져팔 걷고 신발 벗고 적극 가꾸어야"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정원은 정원사가 씨앗을 뭉텅뭉텅 뿌려놔 싹이 나온 곳만 뒤엉킨 채 열매를 맺었고 뿌려지지 않은 곳엔 새싹조차 돋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정원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돋아난 열매조차 시들하여 그것을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정원을 제대로 가꾸고 노력할 의지가 없는 정원사는 올해 농사가 제대로 안 되면 다음에 다시 하지 뭐, 라는 막연하고도 안이한 생각으로 임하기에 정원은 제대로 가꿔지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정원'(에릭 리우/닉 하나우어 지음, 김문주 옮김, 2017, 웅진지식하우스)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내용이다. 우리의 '정원'은 어떤 상태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속한 사회의 풍경을 보노라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정원의 곳곳이 심각하게 망가지거나 훼손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2019년 기해년은 '우리의 정원'이 더 황폐하게 될지, 아니면 아름다운 장소로 변모하는 기반을 다질 것인지 흐름이 드러나는 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적 현실을 넘어 보수 정부와 개혁 정부의 중심 이동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와 현안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청년실업과 고령화, 젠더/페미니즘, 입시교육, 부동산, 그리고 이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고 있는 경제위기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누군가는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현재 나와 관련된 문제만을 인식하거나 문제 삼는 데 급급한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사실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리의 인식과는 별개로 개별적인 수준이 아니라 쓰나미처럼 전면적으로 밀려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아무리 외면하더라도 결국 나의 문제가 될 것이며, 내 가족의 문제가 될 것이며, 우리 이웃의 문제가 될 것이다.정원을 제대로 가꾸기 위해서는 '정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원사는 국가와 지역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나 도지사, 시장 등이 그들일 것이고, 국회의원과 시의원, 도의원, 구의원 등도 해당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상당 부분 결정하고 책임지고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동시에 행정의 영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일상의 영역이며 자율의 영역이다. 개인 혹은 커뮤니티의 일상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이 그러한 역할을 하게 된다. 시민정치, 마을활동, 사회적경제, 독서, 교육운동, 인문활동, 문화, 예술 등 그 범위는 넓고 다양하다. 그들이 바로 또 다른 의미의 '정원사'가 되는 것이다."훌륭한 정원사는 절대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정원에 대해 책임을 진다. 또한 날씨와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맞춰 간다. 아름다운 정원은 지속적인 투자와 개선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훌륭한 정원사는 흙을 갈아엎고 여러 식물을 바꿔 가며 심는다."우리의 정원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복합적 관점과 더불어 구체적인 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오늘날 정원사는 '날씨'와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이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건강한 정원사들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건강한 개인이 많아져야 한다. 건강한 개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정원의 다양성과 복합성을 이해하는 역량을 갖추고,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신체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이제 우리는 자문해 봐야 한다. '나의 정원은 어디인가?' 그 정원을 가꿀 생각은 하지 않고 정원사만 욕하고 돌만 던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물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정원'에 쓰레기를 버리고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팔을 걷고 신발을 벗고 그 정원에 들어가서 잡초를 제거하고 돌멩이를 솎아 내는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사회는 당신이 행동하는 대로 만들어진다."

2019-01-24 14:05:58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아첨으로서의 침묵

새해 들어 아부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태초에 아부가 있었다는 말처럼 뛰어난 아부는 탁월한 팔로워십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아부는 배척해야 할 타도의 대상이면서 또 배워야 할 관계의 모델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부에 약하다. 엄격한 도덕주의자는 아니지만 타고난 기질 자체가 독립적이고 이익을 염두에 둔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렇다고 아부 자체를 백안시하지도 않는다. 웃지 않아도 좋을 때 웃어야 하는 작은 아부부터 생존을 위한 아부까지 생활 자체가 아부의 연속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다.힘 있는 쪽으로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생존의 방식이고, 인간은 타인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아부 또한 인정투쟁의 한 속성이라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관철시키려는 아첨 행위이다."까마귀는 죽은 사람을 쪼아 먹지만 아첨은 산 사람을 먹어 치운다"고 했다.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론을 파괴하는 사람을 더러 본다. 그들은 교언영색을 하고 정도가 심해지면 타인을 모략하기도 한다. 아첨과 관련된 유명한 말로는 교언영색과 곡학아세를 들지만 산 사람을 먹어치우는 아첨으로는 연옹지치도 있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첨형 인간이 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치질 앓는 밑을 핥는다는 연옹지치형 인간이 되어서야 되겠는가.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옹지치형 인간보다는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감고 외면하는 침묵으로서의 아첨을 택한다. 침묵함으로써 입을 더럽히지 않고 몸을 숙이는 행태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침묵형 아첨을 우리 사회는 인간관계를 잘 맺어가는 뛰어난 팔로워십으로 오해하기도 한다.아첨형 인간은 조직을 갉아먹고 리더가 상황판단을 잘못하게 만들며 동료들과의 관계마저도 결국은 망가뜨린다. 이런 인간들은 리더의 자질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이 오직 그 리더를 통해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루어내고자 할 뿐이다. 리더를 보려면 부하를 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아첨형 인간과 달리 염치형 인간은 그 이익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복잡다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문동 72현처럼 두문불출까지는 아니라도 노해야 할 때 노 정도는 할 수 있어야 염치가 있다고 하지 않을까. 아첨으로서의 침묵 또한 아첨일 뿐이다.

2019-01-24 13:59:14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문화와 예술의 관계

일반적으로 문화(文化)의 정의는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이 습득하고 영위하는 모든 능력과 습관을 포함하는 말로 한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생각, 행동, 사물을 모두 포함하는 복합적인 체계일 것이다.아마도, 인류가 유인원 단계에서부터 인간으로 진화하면서부터 이루어낸 모든 역사를 담고 있는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정치나 경제, 법과 제도, 문학과 예술, 도덕, 종교, 풍속 등 모든 인간의 산물이 포함되며, 이는 인간이 속한 집단에 의해 공유된다. 이처럼 폭넓은 의미를 지닌 문화라는 말에 비하면 예술은 참으로 보잘것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문화를 얘기할 때 예술을 붙여 문화예술(文化藝術)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신문을 예를 들면 정치, 사회, 경제, 문화라는 카테고리(Category)로 나누어져 있는데, 문화의 본래의 개념으로 본다면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용어 일 테지만, 분명 문화면을 따로 두어, 문학, 예술, 방송, 영화 등의 예술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예술(藝術)이 문화에 있어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기에 현대에 와서 문화의 전반을 대변하는 것처럼 인식이 되었을까. 인류가 언어도 갖지 못해 역사서 하나 남길 수 없었던 당시의 문화는 분명 우리는 동굴 벽화나 무덤에 소장된 도자기, 의복 등 예술 작품을 통해 그 시절의 삶의 양식이나, 조상들의 행동 방식 등인 문화(文化)를 유추하고 알아 왔을 것이다.또한, 일제강점기(日帝强占期) 시절 일제는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고자 우리의 언어도 못 쓰게 했으며, 우리 고유의 생활 방식 하물며, 장례문화까지도 말살하려고 했던 시기다. 우리 일반 백성들의 생각이나 사고가 제대로 전달 되지 못한 시절, 우리는 당시의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을 통해 그 당시의 일반 국민들의 정서인 문화를 알 수 있었을 것이다.이처럼, 예술(藝術)은 인간의 사고나, 내면의 관념을 표현하고 있기에 지난 시절의 문화(文化)를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양식(樣式)이라 생각된다.하지만, 문화와 예술을 동일시(同一視)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는 예술이 가진 고유의 미적(美的) 가치의 기준이 훼손될 수 있기에 분명, 구분 지어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일반적으로 문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을 예술의 단락 안으로 집어넣어 바라보는 예술이라 얘기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게 되기 때문이다.예술(藝術)은 시대의 문화(文化) 표현하는 주요한 부분이지, 문화가 곧 예술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藝術)을 문화(文化)의 일부분이라는 차원을 넘어 예술만이 가지는 가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현석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2019-01-24 11:09:33

이경랑 대구마약퇴치운동본부 상담실장

[기고] 영화 '마약왕'에 나타난 따라꾸미

몇 달 전쯤 한 남자가 마약사범으로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우리 기관에서 상담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단속이 허술하던 1980년대 부산에서는 마약이 유행처럼 퍼졌다고 한다. 그 시절 아침에 사람을 만나면 '어제 한잔했어요?'(마약을 했냐는 표현)가 인사였고 골목마다 주사기들이 넘쳐 났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나 봤던 장면들이 우리나라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라 당시 기사들을 찾아봤던 기억이 있다.대부분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으로 인한 자기 파괴적인 심리 문제를 겪고 있다. 마약은 드러난 문제일 뿐이다. 영화 '마약왕'에서 주인공 이두삼도 그랬다.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밤,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한 남자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이두삼은 그를 죽이지만 견딜 수 없는 긴장감을 이기려는 듯 자신의 팔에 마약 주사를 찌르게 된다. 그는 시달리기 시작한다.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엽총을 장전하는 그의 모습에는 광기가 흐르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총을 들고 쫓기는 듯 바깥을 경계하며 커튼을 치고 집 안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기도 한다. 탁자 밑에 숨어서 '김일성이가 자신을 잡아 오라고 무장공비를 풀어 쫓고 있다'며 전화기에 대고 속삭이는 장면은 이미 현실과 망상이 구분되지 않는 분열증적 상태이다.영화는 주인공이 마약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는 과정과 결국은 약에 취해 자멸하는 과정을 잘 그리고 있다. 이두삼이 겪은 그와 같은 현상을 '따라꾸미'라고 한다. '따라꾸미'란 마약 중독자들이 겪는 증상으로 환각, 환청 등 실제와 망상이 혼합된 미행의 상황을 말하는 그들만의 은어다.최근에 '따라꾸미'라는 책이 발간되었는데 약사인 저자가 20년 동안 마약 중독자들을 만나면서 경험한 실제 사례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왜 마약을 끊을 수 없는지, 중독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실제 마약 중독자들이 경험하는 '따라꾸미'는 영화에서보다 훨씬 심각한 경우가 많다. 어떤 이는 더 강한 쾌락을 찾았지만, 즐거움은 없어지고 불안과 두려움에 빠져 누군가가 자신을 잡으러 오는 것 같은 망상에 사로잡혀 밤새 차를 몰고 도망을 다닌다. 또 어떤 이는 자기를 잡으려고 경찰이 총출동해 있다면서 무언가에 홀린 듯이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필사적으로 문고리를 부여잡고는 '빨리 와 달라'고 애원하듯 상담자에게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 그들에게는 실제인 것이다. 이 영화는 '어떤 이유에서든 마약을 접하게 되면 결국은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어떤 이는 "한 번쯤은 어떤 기분인지 느껴 보고 싶다"고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중독자들도 처음엔 그랬다. 호기심에, '이까짓 것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되고 어느 순간 가족도, 친구도, 일도, 자신의 주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야 이렇게 말한다. "도저히 마약을 끊을 수 없다"고. 호기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은 하면 안 된다고. 마약은 너희의 모든 것을 파멸해버린다고.

2019-01-24 10:23:23

김복연 한복연구원장

[기고] 잊혀 가는 전통 수의

우리민족은 예로부터 관혼상제의 예를 통하여 전통사회의 공동체의식을 높이고 이웃과 가족 간의 상부상조에 힘썼다. 현대에는 모든 의식이 서양화되어가고 있지만, 상례문화에만은 아직까지도 한국적인 관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봉분을 쓰던 장례문화가 수목장, 풍장, 평장 등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고인이 마지막 입고 가는 수의에 대한 관심과 전통은 잊혀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전통문화가 소멸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되어 그 안타까움을 짧게나마 열거함으로써 수의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하고자 한다.전통적으로 가족중심으로 치러왔던 상례문화가 병원 영안실이나 장례식장에서 치러지며 상업화 되어가고 있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잊혀져가는 우리의 상례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마지막 가는 고인의 옷차림에 대하여 그 예와 법도를 알아두는 것도 남은 이들의 도리라 생각된다.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현장에서 한 공부, 수의를 지어온 마음으로 짧게나마 그것을 살려보고자 한다.나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와 침모 밑에서 수놓는 법부터 시작하여 옷 짓는 법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깨우쳤다. 집안어른께서 돌아가시면 집안 여인들이 한곳에 모여 수의를 짓는데, 그 곁에서 도와드리며 수의를 짓는 방법과 지을 때의 마음가짐을 배웠다. 그리고 수의를 입힐 때에는 시신의 좌우로 자식들이 나누어 앉아 입히는데, 종이 하나라도 시신의 위로 넘겨서 주고받으며 쓰지 않고 쓸 도구는 각자 옆에 전부 갖추어놓고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수의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예복이 아니다. 고인에 대한 예와 효를 바탕으로 마음과 정성을 담아 제작하고, 소재는 자연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에 중심을 둬야한다.수의는 남자 열두 가지, 여자 열두 가지, 공통 열 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신의 머리끝부터 발, 머리카락, 손톱, 발톱까지 모두 보이지 않게 싼다. 이는 옛날에 관과 무덤을 만들 수 없는 평민들이 부모를 관도 쓸 수 없이 흙에 묻는 것이 안타까워 흙에 닿지 않게 싸매는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수의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은데 보통 윤달에 준비를 하거나 환갑을 지낼 때 만든다. 요즘에는 꼭 윤달이나 생일이 있는 날이 아니어도 손 없는 날을 골라 수의를 짓기도 한다.수의를 지을 때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데, 미리 만들 소재를 준비하고, 제작하기 위한 날을 받아 하루 전날 깨끗이 목욕을 한다. 제작하는 날 동이 트기 전에 일어나 옷감과 정화수를 떠 놓고 수의를 입고 가실 분에 대한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수의를 제작하면 마무리될 때까지 다른 일감에 손을 대지 않으며, 음주가무를 삼가고, 남과 다투지 않도록 한다.수의는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입고 가는 최고의 성장이며, 본인 또는 가족 중에서 고인께 드리는 최고의 예와 큰 선물이다. 그러므로 이 문화가 잊히지 않고 지켜지며, 수의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이 문화를 계승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육신은 소멸되더라도 그가 살았던 시간에 대한 기억, 마지막 길을 얼마나 경건하게 예를 다해 보내드렸는지, 마지막 자신의 죽음에 대한 숭고한 의식을 생각해 본다면 인간의 존엄에 대한 가장 큰 도리는 수의에 있는 것이라 주장해본다.

2019-01-24 04:30:00

이숙현 동화작가·구미금오유치원 원장

[책마담]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서

벼르던 일을 벌였습니다. 새해니까요. "엄마,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 부쩍 자란 아이는 언젠가부터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익숙해진 공간을 비우고 새로운 시간으로 채우고 싶은 눈치였어요. 날마다 우리가 지내는 집, 이곳을 새롭게 하기. 사실, 아이의 바람은 나의 바람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작은 방에서 침대와 책장을 꺼냈습니다. 거실 여기저기 책 탑들이 생겨나고 온갖 물건들이 바닥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지요."세상에, 여기 있잖아!" 여행을 가서 두고 온 게 틀림없다며 하룻밤 묵었던 먼 거리 숙소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찾아주길 거듭 부탁했던 남편의 흰색 전자펜이, 작은 방 귀퉁이에서 먼지 옷을 입고 누워 있었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없다며 애타게 찾던 양복바지도 찾았습니다. 아무렇게나 얹어둔 다른 옷들에 깔려 맨 아래 숨죽이고 있더군요. 얼마나 정신없이 살아왔는지 깨닫게 하는, 곳곳의 흔적들과 놀라운 발견! 거기엔 시간의 주름이 먼지와 함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사방에서 '나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고 있었어요. 무엇 때문에 이토록 바쁜지 헤아릴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내달리느라 잃어버린 소중한 순간들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먼지를 닦아내고 쓰다듬었습니다. 손끝에서 가슴으로 흘러드는 나의 추억, 나의 생각, 나의 느낌, 그리고 나의 영혼….전자펜·양복바지 여기 있었네그림책 '잃어버린 영혼'(사계절)에서 '현명하고 나이 든 여의사'는 자신을 찾아온 남자에게 말합니다. '누군가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본다면, 세상은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그리고 그들을 놓친 영혼들로 가득 차 보일 거'라고요. 마음에 훅 들어와 버린 첫 문장에 몸이 휘청, 곁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영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아온, 잊어버린 나의 영혼에 대해서요.새해 첫날, 느닷없는 부고를 마주했습니다. 이 세상 소풍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른, 동료 작가의 어린 딸 귀천(歸天) 소식에 절로 두 손 모아지고 입속에서 주문처럼 말들이 되뇌어졌습니다(부디, 고통 없는 그곳에서 신나게 놀기를…). 얼마 전 하늘나라로 떠난 존 버닝햄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 내어주신 그림책들처럼 그곳에서도 어린이 마음으로 어린이들 곁에 함께해 주신다면 참 좋겠단 상상을 했습니다.20년 만에 다시 세상에 나온 책, '윤미네 집'(PHOTONET)은 첫딸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흑백사진으로 담아 놓은 사진집입니다. 결혼 전 데이트하던 시절부터 작가가 하늘나라로 떠나기 직전까지 찍은 아내 사진들도 간추려 함께 묶여 있지요. 책 안에는 흑백사진마다 어려 있는 빛처럼 환하게 따스한 작가의 사랑이 가득합니다. 책장을 넘기는데 코끝이 맵고 가슴이 저리듯 아파왔습니다. 책 뒤편 작가의 글 속, 정현종의 시 '견딜 수 없네'에서 까닭을 알았습니다. 그건 바로,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흐르고 변하는 것들', '아프고 아픈 것들', 그러니까 '시간의 모든 흔적들'이 사진을 통해 너무나 또렷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새삼 일상의 모든 순간이 소중2019 새해가 밝고, 당신과 반갑게 처음 만난 이 순간 역시 어김없이 지나가겠지요. 모래시계 속 모래알처럼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시간들을 거꾸로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새삼 일상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잃어버린 영혼을 찾아서, 거듭 태어나는 새로운 시간으로 순간순간을, 새날로 꾸려가고 싶어집니다.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당신과 함께요. 다시 만날 때까지 책마담('책'으로 '마'음 나눔, '담'소) 누리시길요!이숙현 동화작가·구미금오유치원 원장

2019-01-23 19:30:00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품격의 조건

아프리카 흰개미는 6m나 되는 집을 짓는다. 축축한 땅에 환기통과 배수구, 굴뚝까지 갖추고 먹이인 버섯까지 재배한다. 새끼를 기르는 육아실과 먹이 저장창고와 침실까지 있다. 아메리카 평원에 사는 '프레리도그'는 땅굴을 파고 무리를 지어 산다. 서로 쓰다듬고 털 고르기를 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데 가끔 빈집에는 올빼미가 들어와 살기도 한다. 종족이 함께 살아가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그들의 집은 단 하나도 누군가의 명의로 된 집이 없다. 그저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보금자리다. 진정한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최근 한 국회의원이 특정 지역에 다수의 건물을 사들여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도심공동화로 낡고 버려진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서 도심을 살리려 했다는 그의 주장과 친인척을 끌어들인 투기라는 주장이 연일 맞서고 있다. 특정 언론이 단독으로 터트린 뉴스 뒤에는 언론사 모기업이 건설사라는 뒷말도 무성하다. 사실상 문화재 지정으로 아파트를 지을 수 없게 되자 그런 뉴스를 흘려 여론화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다닌다.야당 대표는 굳이 그 지역까지 내려가 현장을 둘러보곤 엄연한 투기라며 여론 전쟁에 불을 댕겼다. 서울의 강남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되는데 무슨 투기냐며 그를 옹호하는 쪽과 그 지역을 보호하는 입법을 먼저 해야 했다는 쪽이 SNS상에서 논쟁을 벌였다. 여론은 양쪽의 설전을 전파하는 주파수 역할을 하며 새해 벽두부터 설왕설래 시끄럽다.월수입의 3분의 1을 월세로 내고, 1억원이 넘는 전세 대출금을 갚기 위해 밥 한 끼도 맘대로 먹지 못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번 논쟁은 진실과는 상관없이 듣기조차 싫다. 특히 살 집이 없어 결혼도 포기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준다. 함께 사는 터전인 땅에 선을 긋고 집을 짓고 '니 땅 네 땅' 하는 사람들보다 각자의 조건에 맞춰 함께 더불어 사는 동물들이 훨씬 품격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더 많아졌다.프리랜서 작가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2019-01-23 17:28:56

어두운 산책길의 불을 밝혀주는 경찰청 광고판 (사진 제공: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좋은 광고 만드는 법은? '광고를 만들지 않기'

광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유튜브에선 광고를 건너뛰기 바쁘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전단을 돌리거나 마케팅 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애써 피해 다닌다. 조형물 광고는 웬만해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하기 힘들다. 여론이 조금만 부정적이어도 예산 낭비라는 쓴소리가 들려온다. 2년 전 여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계란 프라이 조형물은 대구의 특성을 잘 살린 콘텐츠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보행을 해친다는 민원으로 결국 철거되고 말았다. 광고가 설 곳은 점점 없어지는 듯하다.애석하게도 필자의 직업은 광고인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다. 내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왕처럼 보였고 권력자처럼 여겨졌다. 많은 광고인이 아이디어가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이 직업을 선택한다. 슬프게도 우리가 이토록 사랑하는 광고를 사람들은 싫어한다. 덕분에 나는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과연 무엇이 좋은 광고일까?'◆광고인이여, 광고를 만들지 말라대구지방경찰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새해를 맞아 열심히 뛰겠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광고를 만들지 말자.'대신 '시민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자'라는 아이디어가 스쳤다. 그렇다. 이제는 광고 의뢰를 받으면 어떻게 광고처럼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만들지부터 고민한다. 그것에서 아이디어 작업은 시작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 순 없을까?'광고가 그냥 광고에 머문다면 환경에도,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 광고판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 환경오염을 시키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사람들에게 돌아온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요소가 녹여진 광고라면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어두운 밤 불빛 하나가 있다면 그것이 설령 광고일지라도 사람들은 그것을 쫓아다닐 것이다.조형물을 설치할 곳을 답사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였지만 의외로 밤에는 깜깜했다. 가로수 근처는 밝았지만 유독 가로수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 불빛을 밝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재밌겠단 생각을 했다.대구 경찰은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어두운 산책로에 불빛이 필요했다. 그 두 문장을 섞으니 '빛이 나도록 뛰어가는 경찰'의 모습이라는 답이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대구 경찰은 신속출동의 이미지를 가지고, 시민들은 어두운 산책로가 밝아져 서로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다. 아이디어가 나오니 카피도 쉽게 써졌다. '신속출동으로 세상을 밝히겠습니다'셉테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있다. 범죄예방디자인이라는 뜻인데 이번에 나온 작품도 셉테드 디자인에 기반을 둔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의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행) 발생 건수는 2만 2천155건으로 전년보다 6.3% 감소했다. 앞으로 많은 공공 디자인과 광고가 우리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실제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뒷말도 없고 작품 역시 롱런할 수 있다.'무엇이 좋은 광고일까?'라는 어려운 질문의 답은 의외로 평범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고가 좋은 광고다.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신이 광고인이라면 혹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창업가라면 이 질문을 잊지 마라.'어떻게 하면 광고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장이'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은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1-23 12:06:55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

[귀촌한담] 귀촌이 희망이다.

산골 겨울은 엄동설한이다. '사람은커녕 날아가는 새도 그쳐 있다'는 송강 정철의 묘사가 한순간 떠오른다. 송강의 낙향은 벼슬 싸움에 밀린 타의적 귀촌이다. 추위를 더욱 매섭게 느꼈을 것이다. 명퇴를 하고 가야산 자락 학계마을로 자발적 귀촌을 한 지 4년이 되었다. 농사, 명상, 목공, 잡담으로 일상을 채우는 귀촌생활이다. 80대 할머니가 가득한 마을회관에 가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산골 음식을 맛볼 때가 많다. 자발적 귀촌의 대선배는 도연명이다."돌아가자! 고향전원이 황폐해졌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잘못된 벼슬살이로 고귀한 정신을 망쳤으나 다시 그런 일은 없으리라." 귀거래사 한 구절이다. 도연명의 귀촌은 가난과의 힘든 동행이었다. 스콧 니어링 교수의 귀촌은 신념적 귀촌이다. 반자본주의, 평화주의, 생태주의로 점철된 20세기 미국 최고 지성인의 귀촌이다. 손수 농사를 짓고, 단풍시럽을 만들어 팔며 자신의 사상을 강연하고 백 살까지 살다가 곡기를 끊고 사라져 갔다. 둘 다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려운 귀촌이지만, 귀촌의 핵심은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농사 짓기와 정신적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농사는 지친 마음과 육체를 회복시키는 보약일 뿐만 아니라 장날 국밥값 정도는 보태줄 수 있는 소중한 귀촌 사업이다.농사는 귀촌의 뿌리이기 때문에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농사 중심의 귀촌은 모든 면에서 황폐해져가는 농촌을 되살리는 사회적 공헌 활동이다. 난개발과 무질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의 농촌을 남유럽 같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의 시작을 대도시 은퇴세대가 담당해 주면 좋겠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학계마을에서 겪은 소중한 경험과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한다.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

2019-01-23 11:41:58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건국방해자에게 건국훈장 주기

해방 정국서 공산주의 계열로 활동손혜원 의원 부친은 훈장 자격 없어대한민국의 정체성 파괴한 문 정부재심사 통해 부적절자 즉각 취소를요즈음 정계의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손혜원 의원의 비리 행위 목록에는 손 의원의 부친에게 건국훈장을 수여한 항목도 들어 있다. 손 의원의 영향력 행사로 해방정국에서 공산주의 계열로 활동한 손 의원의 부친 고 손용우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한 것은 손 의원 개인의 비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비리이기도 하다. 손용우에 대한 건국훈장 수여는 대한민국의 상훈법과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상훈법 제2조는 '대한민국 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 국민이나 우방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한다'라고 규정해 놓고 있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제2조는 대한민국이 이룩되는 바탕이 된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공헌이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龜鑑)으로서 항구적으로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이 두 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 그리고 우리와 우리 자손이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항구적으로 존중할 가치가 있는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한 활동을 한 사람들만이 독립유공자로서 훈장을 받고 예우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공산계 항일운동자들은 대한민국 훈장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뚜렷한 공적'을 세운 일도 없고, '우리와 우리 자손이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항구적으로 존중할 활동'을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일제강점기 때 한국인 공산주의자들은 사상에 대한 헌신성이 매우 강했고 코민테른에 대해 맹목적으로 충성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3년 동안은 북한 주둔 소련군의 지령에 복종했다. 그들은 언제나 민족보다 사상을 중요시했으며, 그들에게 있어서 독립운동은 조국의 사회주의화라는 절대 목표를 위한 방편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항일운동세력이기는 하나, 대한민국의 건국독립을 방해한 세력이다.공산계 항일운동자들의 활동은 우리 민족이 해방되기 전에는 대한민국 건국 준비단체인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파괴하려 한 것이며, 해방된 후에는 공산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대한민국을 건국하려는 세력에 반대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을 방해한 것이다. 그들의 활동이 성공했더라면 한반도 전역에 공산국가가 건립되었을 것이며, 대한민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손용우는 8·15해방 전에는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했고 해방 후에는 공산주의청년동맹과 그에 연관된 정당들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그 정당들의 활동은 말할 것도 없이 공산국가 건국을 위한 활동, 곧 대한민국 건국을 방해하는 활동이었다.이러한 손용우에게 대한민국 정부가 훈장을 준다는 것은 건국을 방해한 사람들에게 건국훈장을 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조치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공산계 항일운동자들이 행한 한반도에 공산국가를 건립하려는 투쟁을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것'으로 거꾸로 해석하도록 하고, 그들의 반대한민국 활동을 자손 대대로 '숭고한 애국정신의 귀감으로 존중하라'고 선전한 셈이 된다. 이는 정부가 반역을 장려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문재인 정부가 그와 같은 비난을 피하려면 손용우에게 수여한 건국훈장을 즉각 취소하고, 나아가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공산계 항일운동자들을 모두 재심사하여 부적절하게 수여된 것이 발견되면 훈장을 취소해야 할 것이다. 그런 시정조치를 취할 수 없다면, 차라리 그들에 반대하여 싸웠던 우익 항일운동자들 및 대한민국 건국운동자들에게 수여했던 훈장을 모두 취소하도록 하라. 대한민국 건립에 반하여 공산국가 건립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과, 공산국가 건립에 반하여 대한민국 건립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을 똑같이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들로 존중한다는 것은 정신병자들에게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9-01-23 11:41:17

김은혜

[매일춘추]선의의 경쟁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아간다. 경쟁의 순기능이라면 서로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전체의 능력이 증가되면서 더 발전하는 사회가 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고, 역기능으로 말하자면 경쟁에서 낙오되는 자는 생기게 마련이고, 이들이 기회를 잃고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야기할 수 있는 것, 몰인간화와 온갖 부정과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문제는 너무 이른 시기에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이다. 최근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 드라마에서도 이러한 면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고, 이는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얻고 있다. 학업지상주의에 따른 경쟁이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분별을 잃게 만들고, 무엇을 위해 내가 살아가는가에 대한 깨달음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앞서 경쟁의 순기능이 서로 더 노력하게 되어 함께 발전하는 것이라 했는데, 우리의 10대들의 경쟁에서는 이겨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할 뿐, 함께 발전해나간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물론 경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에 대한 긍정적 자극이 동기부여가 되어 선의의 경쟁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다면 선의의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지금 이 경쟁을 왜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아이들에게는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가에 대한 통찰이 절실하며, 그것은 우리 어른들이 도와줄 몫으로 보인다. 과거의 우리는 남보다 잘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를 빛나게 하고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잘하고 있어도 늘 만족감보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게 되고, 동료는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동지애의 대상보다 높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불안한 경쟁을 되물림할 수는 없지 않을까.경쟁이 없는 사회는 없다. 그러나 경쟁에 앞서 함께 길을 걷는 즐거움을 깨닫는 것,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를 듣는 연습을 할 기회와 상황을 부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는 '이기는 것만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자아정체감이 발달하고 있는 청소년기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스스로에 대한 성찰에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자. 김은혜(이화 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1-23 11:33:07

각정 스님 청련암 암주

[종교칼럼] 일일시호일

사람은 기억을 완성하기 위해서 산다.새로운 시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거기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삶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끊임없이 깨면서 태어나야 한다.오모리 다츠시 감독의 다도를 주제로 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관람했다.75세의 할머니와 스무 살 노리코의 고민이 차 한 잔에 스며들었다. 취업의 문턱과 귀를 막고 싶은 사건들, 사랑한 가족이 밥 한 끼 같이 못 하고 어느 날 봄날의 벚꽃처럼 훅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차 한 잔을 준비하고 만들며 도구를 사용하는 동작과 순서들을 익숙하게 다룰 때까지 반복적으로 진행되어졌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상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자연스럽게 배어나서 마음먹은 대로 행동이 일치되어야 한다.택암 선사가 야규 무사에게 무심(無心)검법을 가르쳤다. 비가 오는 날 선사는 야규에게 "이 비에 젖지 않는 검법을 보여 주게나"라고 말했다. 야규는 밖으로 나가 검을 뽑아들고 빗줄기를 마구 베었다. "비가 몸에 닿기 전에 베는 것이 저의 검법입니다." "그런 게 자네 검법이라고? 내가 무심검법을 보여주지." 선사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냥 우두커니 서서 비에 흠뻑 젖은 뒤 말했다. "자, 나는 비와 하나가 되었네, 자네는 비와 자신을 나누어 생각하니 베려고만 하는 것 아닌가, 내 검법은 바로 이것이네."일기일회(一期一會). 벚꽃이 아름다운 것은 겨우 일주일이다. 그 일주일을 필사적으로 만개하려고 365일 51주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기나긴 준비로 한 번의 기회와 한 번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완전하다는 것은 완전에 이르기 전의 불안전이 아닌, 완전을 한 번 넘어선 불안전이다. 거기에 자신을 보고 호흡하며 간격과 거리를 멈출 수 있어야 한다.중국 남부에 원류를 두고 있는 차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를 뿌리내렸다. 서쪽으로 전해지면서 유럽의 홍차 문화를 이루고, 동쪽으로는 선불교가 맛과 향이 점다(點茶)의 즐거움을 누리며 말차 문화를 녹차와 함께 꽃피우게 되었다. 차 문화는 정원과 건축 그리고 도자기와 음식까지 확장되었다.우리는 시서화(詩書畵)를 통한 감성교육에 공을 들여 자연과 하나 된 주택과 정원처럼 꾸민 보길도 원림, 이언직의 독락당, 한편의 시 같은 소쇄원, 다산 초당 등이 일본의 정원과는 그 모습이 크게 다른 것이다.일본에는 리큐 거사의 다도 7칙이 전해져온다.1. 꽃은 들에 핀 꽃과 같이2. 숯은 물이 잘 끓도록3. 여름은 시원하게4. 겨울은 따뜻하게5.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6. 비가 오지 않더라도 비옷을 준비하고7.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도록 한다.한 잔의 차는 한 잔의 평화이다.리큐는 '차는 마시기 좋게 달여야 한다'고 가르친다.도구를 갖추고 물의 온도를 조절하여 차의 분량을 맞추어 차 솔을 저어서 동산에 달이 떠오르듯 말차가 일어나는 것이다.영화 속에는 일본 최고의 차실인 불심암(不審菴)이 무대가 되었다.중요한 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한다.매일 매일이 좋은 날Every day a good day.

2019-01-23 11:22:53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지방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미국 동부 보스턴에 위치한 버클리 음악대학(Berklee College of Music)은 디테일한 커리큘럼(수업내용)과 실력 있는 교수진을 보유한 학교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그 명성을 믿고 전 세계로 부터 매년 많은 학생들이 꾸준하게 입학하고 있다. 이렇게 입학한 학생들은 잘 짜여 진 커리큘럼뿐만 아니라 우수한 동료들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가늠하고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간다. 학생들의 실력은 매학기 진행되는 레벨 테스트를 통해 1부터 8까지의 여덟 단계로 평가된다. 이 점수로 학생들은 주관적인 판단에서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도 스스로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들의 실력을 최상의 레벨로 끌어 올리게 하기 위해 학교는 각 단계에 맞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이러한 평가는 비단 학생들에게만 향해있지 않다. 방학이면 각 단과의 교수들은 빠짐없이 1주일간의 세미나에 참석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교수들은 한 학기 동안 진행한 강의내용과 수준, 그리고 그 결과를 철저하게 평가받고 책임지게 한다. 또한 학교 시스템에 있어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고 바꾸기에 주저함이 없다. 이러한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교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평가결과는 버클리의 수준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내부적인 잣대로 매우 엄격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매 학기마다 높은 수준의 학교로 과감하게 진화하게 하고 있다.2019년의 우리는 출산 저하로 인한 가파른 인구감소의 결과로 대학 입학정원이 신입생의 수보다 많아지는 시점에 와있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2015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통해 이렇게 예상된 위기에 대비해왔다. 모든 대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일정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지원을 줄이거나 혹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대학평가는 학생정원수를 줄이는데 지나치게 초점이 이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대구와 같이 지방의 대학들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학생들을 유치해야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구조개혁평가로부터 충분히 견뎌낼 수 있는 튼튼한 학교로 스스로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많은 경우 문제가 지속된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광주 인제대 사학과 명예교수는 '대학의 본질과 한국 대학'이라는 강연에서 "대학 개혁 담론의 중심은 대학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바 있다. 그렇다면 그 본질은 외부의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근시안적인 해결이 아닌 내부의 반성과 평가에 치열하게 직면할 때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 믿는다.

2019-01-22 13:33:13

갑상선기능저하증(중형견의 안면 부종에 의한 우울한 표정) 사진출처: https://vetmed.illinois.edu/

개가 추위를 많이 타고 살이 찌며 무기력하다면?

따뜻한 방 안에서도 이불을 덮고 지내는 개들이 있다.많이 먹지 않음에도 살이 찌고 탈모 증상이 있으며 활력이 저하된 개라면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갑상선(샘)은 목의 기관지 양쪽에 위치하는 매우 작은 분비샘이지만 신체 대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갑상샘이 활성화되면 신체 대사가 급상승하여 살이 빠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하며, 반대로 갑상샘이 억제되면 신체 대사가 저하되어 무기력해지고 장기의 기능이 쇠약해지는 갑상샘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이 발생한다.반려동물의 경우 개는 갑상샘기능저하증, 고양이는 갑상샘기능항진증이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개의 갑상샘 기능 저하증개의 갑상샘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은 갑상샘기능저하증에 걸리면 추위를 많이 타고, 얼굴이 붓고, 만성피로, 살이 찌는 증상이 두드러진다.개의 경우도 사람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개는 외관상 가죽과 털로 덮여 있기 때문에 탈모 증상과 피부 병변이 두드러져 보이는 특징이 있다. 개의 갑상샘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은 4~10세령의 중형견(코커스패니얼,.닥스 훈트, 래트리버 등)에서 흔히 발병하지만 최근에는 소형견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해당 질병에 걸리면 활동이 줄어들고 무기력해지며, 잘 먹지 않음에도 살이 찌고 정신적으로 우울해하는 경향이 있다. 외관상 털이 푸석해지고 가늘어지며, 미용 후 털이 잘 자라지 않는다. 피부에 검은 색소침착이 나타나거나, 목줄이 압박된 부위나 꼬리 탈모(Rat Tail)가 나타나기도 한다. 눈곱이 잘 생기고 귀 염증이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증상이 심해질 경우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거나, 걸음걸이 이상, 노령견의 치매 증상과 유사한 무의식적인 배회 활동, 전신발작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원인은 임파구성갑상샘염(Lymphocytic Thyroiditis)이 원인의 50% 정도를 차지하며, 특발성갑상선위축증(Idiopathic thyroidal atrophy)등의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진단은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가능하며, TT4 수치가 낮으면서 증상이 뚜렷하다면 1차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부신피질기능항진증(Cushing's Disease)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물이 일시적으로 갑상샘 기능을 저하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의사는 Free T4, TSH, TgAA 검사를 통해 감별진단 후 확진을 내릴 수 있다. 약을 먹이면 증상은 확연하게 호전된다. 하지만 약물의 급여량이 많을 경우 체중감소와 불안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약물이므로 반드시 수의사의 처방을 통해 급여량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치료의 경과가 좋더라도 한 달 간격으로 혈액검사가 필요하며 증상이 확연히 회복된 이후에도 6개월 간격으로 수의사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한 4살 이상의 반려견이 털이 푸석하고 가늘며 탈모 경향이 있고, 많이 먹지 않음에도 살이 찌는 경향이 있다면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함께 받으실 것을 적극 권장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1-22 09:59:50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필름통] 슈가맨과 지방의원

사람에게 필요한 미덕 중에 진정성이 으뜸이라고 믿고 있다. 가수 빌리 조엘은 'Honesty'라는 노래에서 '그대가 부드러움을 찾는다면 힘들지 않을 것이지만 만약 진실함을 찾는다면 아마 장님이 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진실하지 않고, 정직이란 말도 좀처럼 듣기 어렵다'는 것이다.진실이나 정직, 진정성은 모두 가져야 할 덕목이다. 진실이 거짓 없는 상태라면, 진정성은 참된 성질이다. 그래도 사람이라면 진실된 삶을 위해 애틋하게 나아가는 진정성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예술가든 정치인이든 말이다.197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기를 끈 미국 가수가 있었다. 웬만한 집에는 세 가수의 LP가 있었는데 비틀스와 사이먼 앤 가펑클, 그리고 이 가수 로드리게즈의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알지 못했다. 어떤 이가 그를 찾아 나선다. 다큐멘터리 영화 '서칭 포 슈가맨'이다.그는 밥 딜런을 능가하는 음유시인이었다. '크리스마스 2주 전 직장을 잃고…비가 샴페인을 머금고 에스토니아의 대천사가 날 취하게 했지…내 생애 가장 달콤한 키스는 내가 맛본 적 없는 것이니.' 당시 인종격리정책으로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그의 노래는 희망을 준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그를 기억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음반 판매도 6장이 고작. 고향에서 외면받고, 지구 반대편에서 인기 폭발한 기적 같은 실화다.가수로 실패한 그가 흥미롭게도 시의원으로 출마한 적이 있었다. 평생 벽돌공과 공사판 인부로 살아오면서 성자 같은 삶을 살았기에 뜻밖이다. 물론 그는 당선되지 못했다. 아마 당선됐다면 진정성 넘치는 정치인이 되지 않았을까.최근 한 지방의원의 추태가 혀를 차게 만든다.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아가고, 금방 탄로 날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을 보면 진실, 진정성, 정직은 '물어 보지도 마세요'가 됐다. 누가 그랬다. "한국인들은 다들 똑똑한데, 선거만 되면 왜 그중에 가장 아닌 사람을 뽑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filmtong@hanmail.net

2019-01-21 19:30:00

배상식 대구교육대학교수

[여럿이 하나] 무지개 세상을 꿈꾸며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은 새롭고 더 큰 기대를 갖게 된다. 이러한 기대 중에는 분명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우리 지역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새해 소망을 물어보면, 이들은 하나같이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필자는 작년 11월 말 경북지역에 거주하는 결혼이민여성들과 함께 캄보디아 푸삿(pursat) 지역으로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캄보디아 출신 여성들은 모두 17명이었고 이들은 보웡, 몰리똘왓, 몰리트롤밧 등의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유치원 등에서 땀을 흘리며 다양한 교육봉사 활동을 주도하였다.제법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한 결혼이민여성들의 얼굴에는 다정한 미소와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하는 아쉬움과 모국의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혼이민여성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스태프들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하루하루 계획된 일정을 소화하였다. 특히 교육봉사 마지막 날, 몰리트롤밧 초등학교에서 만났던 맑고 큰 눈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은 아직도 강한 여운으로 남아 있다.그날은 계획된 교육봉사 활동이 모두 끝나자, 교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의 손에 다양한 색깔의 큼지막한 바람개비가 들려 있었다. 곧이어 아이들은 새 가방과 바람개비를 들고서 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함께 뛰어가는 아이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이나 온통 마음은 바람개비에 쏠려 있었고 이들의 마음을 아는 듯 형형색색의 바람개비는 힘차게 돌고 돌았다. 드넓은 들판에 아이들과 바람개비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였다.봉사 활동을 모두 마치고 봉사단장은 주인공이었던 결혼이민여성들에게 이번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물었다. 이들 대부분은 모국 봉사를 하면서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모국의 아이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기를 소망하였다. 이와 함께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더 큰 자신감과 더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다.물론 이번 봉사 활동의 프로그램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마을 주민들에게 제공했던 낯선 음식, 바로 김밥이 당혹감을 주기도 하였다. 마을 주민들은 김밥을 처음 보아서 그런지 잘 먹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김을 벗겨내고 먹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들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민여성들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문화에 적응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되었다.현재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에 대한 용어는 제법 친숙한 편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다문화가정과 그 자녀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은 아직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새해에는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이민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다문화가족들이 우리 이웃으로서 정당하게 존중받고 아무런 편견이나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형형색색의 바람개비가 무지갯빛을 그리며 아름다움을 연출하듯이 다문화가정이라는 차별을 넘어 우리 형제이며 이웃으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무지개 세상을 새해 소망으로 그려본다.배상식 대구교육대 교수

2019-01-21 19:3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三人市虎(삼인시호), 가짜 호랑이가 사람을 해친다

세 사람이 말하면 저자에 호랑이가 나타난다는 말이다.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와 같다. 거짓말도 여럿이 하면 참말이 된다는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역사를 기록한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위(魏)나라 혜왕(惠王)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혜왕은 조(趙)나라와 동맹을 맺고 태자를 인질로 보냈다. 태자를 따라가게 된 신하 방총(龐葱)은 자기가 떠난 후의 모함을 우려해 혜왕에게 말했다."한 사람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으시겠습니까." 왕은 "당연히 믿지 않지"라고 했다. "또 한 사람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겠습니까" 하자, 왕은 "그래도 믿지 않지"라고 했다. "세 번째 사람이 와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외치면 믿겠습니까?" 했다. 왕은 "믿을 수밖에 없겠지"라고 했다. 방총이 말했다.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 없지만,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는 나타난 것입니다. 제가 떠난 후 이런저런 말을 할 사람은 세 명보다 많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잘 헤아려 주셔야 합니다." 왕은 "과인이 알아서 한다"고 했다. 방총이 떠나자 그에 대한 참소가 끊이지 않았다. 얼마 후 태자가 돌아왔으나, 방총은 끝내 복귀하지 못했다. 이 고사는 혜왕의 무지를 풍자한 것이나, 거짓도 여럿이 하면 참이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시장에 나타난 호랑이는 가짜이나, 그 가짜가 사람들을 해친다. 문화대혁명 때 삼촌이 반혁 분자로 10년 옥살이를 했다. 증거는 없었다. 세 사람이 고발한 것이 전부였다. 당시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후에 명예 회복은 했으나, 삼인시호의 상처는 치유할 길이 없었다. 김태우 수사관 문제를 두고 야당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 하자 청와대는 삼인성호의 헛소문이라 반박했다. 실상은 알 수 없다. 바르지 못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바르게 살라고 하는 왕기정인(枉己正人)을 경계해야 한다.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9-01-21 19:30:00

임수진 대구가톨릭대 스페인어중남미학과학과 교수

[세계의 창] 사람 중심의 스페인 스마트시티

기술은 수단…시민이 지속 발전 중심 기존 시설·가치 보존하며 도시 재생농어촌 인구 감소·고령화 문제 해결지역공동체 수평 연대 삶의 질 향상지난주 한국과 스페인 국토부는 스마트시티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스페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시티 선도 국가이자 우수 사례로 손꼽히는 국가로 현재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65개 도시가 스마트시티로 등록돼 있다.스페인 정부는 스마트 국토 전략을 통해 국가의 주 수입원인 관광산업과 스마트시티에 포함되지 않은 농어촌 지역으로도 스마트화를 확산하고 있다. 기술 혜택에서 소외되는 지역과 계층이 없도록 하여 농어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해결하고, 관광객들의 여행 만족도와 현지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그러나 스페인의 스마트시티는 우리 상상 속의 스마트시티와는 다르게 '스마트'하지 않다. 2011년 구축된 스페인 스마트시티 네트워크(RECI)는 65개 스마트시티의 목적과 방향을 명시하고 있는데, 어느 도시도 기술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기술은 스마트시티를 구성하기 위한 당연한 수단이기 때문이다.따라서 스마트시티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하고, 개발은 지속 가능한 발전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지역공동체는 물론 지구적 차원에서 발전 방향을 고려해야 하고, 발전을 주도해 갈 시민적 역량과 자질 향상은 필수적이다.우리에게 스마트시티로 가장 많이 알려진 바르셀로나의 경우 도심으로 진입하는 자동차 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 한복판의 차로를 축소하여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슈퍼블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가 다니던 도로는 시민 공동의 휴식 공간으로 녹지화했다.한편 시 정부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 모빌리티를 도입하여 공공 운송 서비스를 강화하였고, 인터넷 연결 서비스를 확대하여 이를 바탕으로 이동 정보 데이터를 분석하고 버스 노선을 수정함으로써 이용 시간을 단축시켰다.또한 환승 시간을 줄이기 위해 플랫폼으로 자동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바르셀로나의 친환경 정책은 디젤 차량 도시 진입 금지와 공공 자전거 서비스 확대로 이어졌다.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감수하며 삶의 질을 선택한 것이다.스페인에서 ICT 기술 인프라가 가장 탄탄한 북부 공업도시 산탄데르는 대학, 민간기업, 시민단체, 행정기관 등이 스마트시티 운영에 참여하여 기술적으로 협업하고, 소규모 지역 단위로 시민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데 기여하고 있다.이 도시의 스마트시티는 일상생활에서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스마트'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공동체가 수평적으로 참여하고 연대하면서 공동의 문제에 대처할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에 사회적 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순례자의 길'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도 스마트시티다.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 도시는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순례자들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목적이다.따라서 자동차의 도시 진입을 최소화하여 순례자들의 묵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교통 시스템을 정비하고, 전기차 도입을 장려하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시행하는 등 기존의 시설과 가치를 보존하는 도시 재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스페인은 도시의 특징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스마트시티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기술을 매개로 하여 사람이 사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스페인의 스마트시티다.시민이 주도하여 행복을 증진하고, 서로 마주 보고 관계를 맺으며 시민공동체를 복원하는 것. 여기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스마트시티의 목적과 방향이 있다.

2019-01-21 16:11:27

[매일춘추]침묵의 교구를 향한 기도

정적이 감도는 본당에 나란히 배치된 250석 규모의 기구대가 썰렁하게 보였다. 하지만 우뚝 선 제단 중앙에 커다란 켈트형 십자고상이 걸려 있고 스테인드글라스(창문) 틈 사이로 한 줄기 빛이 부서지며 양쪽 벽면에 걸린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의 성신(聖神) 초상화를 훤하게 비출 때 한결 포근한 느낌을 받았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직후 방북단이 돌아본 평양 장충성당의 내부 모습이었다.켈트형 십자고상과 성신 초상화는 만수대창작사가 조각하고 그린 것이라고 했다. 만수대창작사는 '김씨 왕조'를 우상화하기 위해 그림과 기념물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십자고상과 성신 초상화까지 제작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의 유일한 장충성당은 종교의 자유를 가장한 가짜 관제성당에 불과할 뿐이었다. 붉은 종교 외에 다른 종교를 믿으면 목숨을 잃거나 강제수용소로 끌려가기 때문이다.천주교 평양교구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미국 메리놀외방선교회가 교구를 설정한 1927년. 올해로 92주년을 맞았지만 지금은 유서깊은 평양교구가 모두 사라지고 수난의 기록만 전해지고 있다. 1942년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적국 출신인 메리놀외방선교회부터 추방했다. 그 당시 평양교구는 성당 19곳, 공소 106곳에 신자가 2만8천400여 명에 달했다. 이후 일제 강점기에도 교세는 꾸준히 신장해 1945년 8·15 광복을 맞았을 때 성당은 57곳, 신자수는 5만2천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1948년 북한 공산정권이 들어서고 신앙의 자유를 박탈하면서 평양교구를 이끌어왔던 홍용호 주교는 납치,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었다. 6·25전쟁 땐 모든 사제와 수도자들이 납치 또는 순교했거나 월남했고 신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그 무렵 평양교구는 사제도, 수도자도, 신자도 없는 '침묵의 교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는 북한 신자들을 잊지 않고 있다. 평양에서 태어나 사제가 된 황인국 몬시뇰은 북한엔 아직도 신앙을 버리지 않은 동포들이 많이 있다고 확신한다.그는 2015년부터 평양교구 말살 당시의 성당 57곳 중 한 곳씩 정해 매일 묵주기도를 바치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오직 간절한 기도만이 자유와 평화를 싹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주여! 여기 침묵의 교구에 다윗의 힘이 솟게 하여 주시고 등불을 켜 주시옵소서."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1-21 11:32:01

추연창 대구경북동학연구회장

[기고] 적폐 청산의 기술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잘못이다. 오래되고 잘못된 것이라 하더라도 개인 차원의 것은 적폐라고 하지 않는다. 타인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때 그것을 적폐라 한다. 즉 적폐는 장기간에 걸쳐 계속되어온 사회적 해결 과제이다. 적폐를 없애야 사회가 바로 선다. 그런데도 적폐는 계속 생겨나고 또 이어진다. 기득권층 등 누군가가 적폐의 유지를 통해 이익을 누리기 때문이다. 적폐가 기득권층에 이익이 된다는 추정은 역사를 보면 흔히 입증된다. 74세에 창의한 최익현 선생은 고종의 신임을 얻어 호조참판이 된 후 적폐를 바로잡으려다 기득권층의 반발을 사 제주도로 유배됐다.공민왕 때의 승려 신돈도 마찬가지다. 신돈은 공민왕의 신임을 잃자 역모를 획책하다가 발각돼 처형된 인물이지만 그의 몰락도 적폐 청산과 연관돼 있다. 신돈은 고려 내부의 혼탁한 사회적 적폐를 타개해 질서를 잡으려 했다. 전민변정도감을 두고 부호들이 빼앗은 토지를 소유자에게 돌려주고 노비로서 자유민이 되려는 자들을 해방시켰으며, 국가 재정을 정리하고 민심을 얻었다. 그러나 그의 지나친 급진적 개혁은 상층 계급의 반감을 사면서 막을 내렸다.신돈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는 매우 상투적인 인식이 들어있기도 하다. "급진적 개혁을 추진하다가 상층 계급의 반감을 샀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는 점진적인 개혁을 했더라면 기득권층의 반감을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를 깔고 있다. 하지만 점진적인 적폐 청산 정책이 진정으로 개혁의 성공을 낳는다면 기득권층은 처음부터 그 '점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론으로만 가능할 뿐 결코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 '그림의 떡'이다.일찍이 정도전은 왕권(王權)보다 신권(臣權)이 중요하다고 외쳤지만 백성들은 그를 지키지 못했다. 고려 초기 정권을 안정시키는 데 역량을 발휘했던 광종도 개국공신과 호족들을 짓누르는 방법을 썼다. 정도전의 실패와 광종의 성공에는 신하와 임금이라는 신분 차이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면 안 된다. 정도전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노둣돌이 될 만한 세력을 갖추지 못한 반면, 광종은 외세와의 대결을 겪으면서 든든한 군사력을 축적했다. 지지 세력 확보라는 기초적 준비 상태가 너무나도 달랐다.적폐 청산에 들어가기 이전에 적폐 청산 정책을 지지할 백성부터 모아야 한다. 급진적으로 하든 점진적으로 하든 기득권층의 반발과 무산 기도는 집요하고 끈질기다. 인조반정을 기도한 세력은 광해군 15년이 아니라 즉위 원년부터 쿠데타를 획책했다.그렇다면 적폐 청산 지지자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 역시 정도전과 광종이 교훈을 준다. 정도전은 잡은 권력을 분배하는 데 골몰하던 중 몰락했다. 광종은 국민 다수가 대상인 '을'에게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과거 실시와, 부당하게 하층민이 된 수많은 이들을 '보통 사람'으로 돌아가게 하는 노비안검법 제정을 통해 소수 기득권층의 반발을 누르고 승리했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경제적 이익과 심리적 만족을 주는 정치, '나에게도 기회를 주고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주려고 정부가 애쓰고 있구나!'라고 보통의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정치, 그것이 적폐 청산의 기술이다.

2019-01-21 11: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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