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권영세 시장

[기고] 영국 왕실의 대를 이은 안동사랑

1999년 4월 21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안동을 찾았다. 한국의 작은 도시 안동을 향한 영국 여왕의 발걸음에 세계의 언론이 주목했고, 여왕은 이에 화답하듯 아름다운 미소로 안동에 머무는 내내 '원더풀'을 연발하며 감탄했다.'조영수호통상조약'으로 시작된 한-영 수교 116년 만에,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첫 한국 방문이었고 방한 사흘째, 자신의 73번째 생일을 맞은 여왕은 그 특별한 여정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을 택했다.올해는 여왕이 방문한 지 꼭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20년 전 영국 여왕의 방문 이후 안동을 찾는 관광객은 1999년 110만 명에서 240만 명으로, 2018년에는 770만 명으로 증가했다. 영국 여왕이 방문했던 하회마을과 봉정사는 인류를 위해 보전해야 할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여왕의 생일상이 차려졌던 하회마을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마을로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2005년 조지 부시(아버지) 미국 전 대통령, 2009년 조지 부시(아들) 미국 전 대통령, 고 김대중 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했다.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하회마을을 방문하였으며, 2018년에는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방문하기도 했다. 국가의 원수 내지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는 곳이 바로 안동이고 하회마을이다.영국 여왕 방문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월 15일까지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이번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이어 차남 앤드루 왕자가 14일 안동을 찾는다.20년 전 어머니가 걸었던 길을 걷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몸소 체험해 보며, 그 길을 'The Royal Way'로 명명하게 된다. 이를 기념하는 로열 웨이 표지판을 충효당 마당에 설치해 앤드루 왕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안동의 전통문화, 특히 하회마을을 중심으로 한 양반문화는 종가(宗家)를 중심으로 한 주거문화, 접빈객과 봉제사를 위한 음식문화, 지역 공동체의 지성을 담은 유교책판과 같은 교육문화 등이 다양하게 전승되고 있다.영국의 왕실 문화 또한 오랫동안 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로 현재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안동의 양반문화와 영국의 왕실문화는 한국과 영국의 정통성이 연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점을 시사한다.'영국 신사와 안동 선비의 만남'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질 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걸었던 길이 아들에 이어진 영국 왕실의 안동 사랑으로 가장 한국적인 도시 안동의 가치와 브랜드가 세계화된 것이다.과거와의 온전한 대화가 살아 있는 안동. 세계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은 세계유산 도시 안동에 꿈틀대는 수많은 유무형의 자산이 세계의 가치로 구현해 가는 자리가 될 것이기에, 또 다른 20년을 기약할 오늘의 만남이 매우 가슴 벅차다.

2019-05-12 15:35:0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헬렌 토머스. 언론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다 아는 전설적 이름이다. 1961년 여성 최초로 백악관 출입 기자가 되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하며 50여 년간 백악관 기자실 맨 앞줄을 지켰다. 백악관 기자회견의 첫 질문과 마지막 인사는 항상 그녀의 몫이었다.토머스 기자는 특히 직설적인 질문으로 유명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을 집요하게 물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는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사건,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는 이란 인질 사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게는 그라나다 공격과 이란-이라크 전쟁,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는 성추문에 대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질문했다. 이라크 침공에 대한 비판적 질문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출입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복귀 후에도 이라크 전쟁의 부당성을 추궁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토머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실을 캐기 위한 질문과 무례한 질문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물음에 "무례한 질문이란 건 없다"고 답했다. "기자는 질문하는 것이 특권이고,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답할 의무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대통령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대통령이 '왕'이 되기를 원하는가?"2013년 토머스 기자가 별세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했다. "헬렌은 민주주의를 향한 집요한 신념으로 미국 대통령들을 항상 긴장하게 만들었다." 토머스의 일화나 오바마 대통령의 성명이 말하는 바는 같다. 기자는 무례해도 좋은 특권을 누려야 한다는 게 아니다.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권력에 대한 기자의 질문은 기자 개인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묻는 것이라는 확고한 의식이다.지난 9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혹은 대담)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문 대통령의 답변 내용이 화제가 되어야 한다. 취임 2주년의 소회와 향후 국정 운영의 비전이 조명을 받아야 한다. 엉뚱하게도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한국방송(KBS) 기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인상을 쓰며' '답변에 끼어들고' '독재자'라는 표현을 쓰는 등 무례했다는 인신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 본인뿐 아니라 사촌 동생인 가수에게까지 이른바 신상털이가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어이 없는 반응이다. 대담 진행을 잘 했는지, 질문 내용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딜 감히"라거나 "박근혜 시절에는 찍소리 못하더니"라는 식의 비판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그런 '비정상의 정상화'가 문재인 정부의 목표 아닌가 말이다.관점에 따라 지지자들에게 불편해 보일 수도 있는 장면이 물론 있었다. 하지만 송 기자의 다소 공격적인 자세가 오히려 대담을 살렸다고 생각한다. 처음 접하는 방식 때문이었을까. 회견 중반까지 문 대통령은 긴장감을 벗어나지 못해 보였다. 말이 꼬이고 답변은 겉돌기 일쑤였다. 만약 송 기자가 웃음 띤 얼굴로 답변을 그냥 듣고 있었다면 오히려 비난이 빗발쳤을 것이다. 역시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문 대통령이 불쾌해 하지 않았다는 청와대의 전언이다. 좀 더 공세적인 대화가 오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응도 전해진다.해법은 간단하다. 이런 기회를 자주 갖는 것이다. 대통령도 언론도 국민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광경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이다. 문 대통령만이 아니라 그동안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였다. 행사 기획이 필요한 거창한 이벤트 성격이 강했다. 민감한 현안을 놓고 대통령이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먼 나라'의 일일 뿐이었다.대통령이 청와대 기자실에도 자주 들르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언론을 만나야 한다. 자연스레 민주주의 훈련이 되면 '무례' 운운하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 마음속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는 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헬렌 토머스의 말을 상기해야 한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

2019-05-12 15:33:34

최경규 행복강연가·작가

[광장] 행복을 채울 수 없는 욕심의 그릇

욕심(慾心)이라는 그릇은 채워도 채워도 넘치지 않는다. 분명 넘치도록 채웠음에도 채울수록 부족하다. 온전히 이기적으로 채우려 하기에 욕심의 무딘 존재는 채움으로 끝이 없다. 욕심이 없어야 행복이 담긴다. 행복은 소유가 아니다.중국 명나라 시대 묘협 스님은 보왕삼매론에서 10가지 금언을 말하였다.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기를 '병고(病苦)로써 양약(良藥)으로 삼으라'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제 잘난 체하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성인의 말씀이다.그렇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들이 잘되기만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일 뿐 아니라 그것은 정말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살면서 힘든 일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행복하였는지를 깨닫고 그 차이를 느끼고 다시금 내일을 살아간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고통 총량 등가의 법칙이 있다고들 한다. 이 말은 살면서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너무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품고 살다 보면 반드시 좋은 일들이 온다는 말이다.욕심의 반대말은 무엇인가?만남의 반대는 이별이고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행복의 반대말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연히 행복의 반대말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불행이라 쉽게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나는 욕심이라 생각한다. 즉 불행 역시 그 근원은 욕심에서 발원(發源)한다고 볼 수 있다.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취업 분위기에서 입사만 하면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이 시작될 거로 생각하지만 그 생각도 1년이 채 가지 않아 새로운 환경 속에 다른 이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야근에 주말 출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대리, 과장을 지나간다. 쉴 새 없이 자신을 경쟁 사회에 내미는 동안 우리 명함의 직함은 더 그럴싸하게 보이고 통장의 잔고는 더 늘어날지 모르지만 이러한 욕심이란 독이 수십 년 흐르다 보면 그 욕심이란 포장에 감추어진 스트레스는 우리 몸과 마음을 서서히 병들게 한다.지금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보라. 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한번 계산해 보라. 얼마나 될 것 같은가? 10년, 20년 될 것 같은가? 어쩌면 그보다 짧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내일의 성공만을 외치며 오늘의 욕심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사랑하는 이와의 소중한 시간은 점차 사라져가고 심지어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소중함을 깨달았을 때는 그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수 있다.과연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속에 살면서도 정말 무엇이 소중한지를 잊고 사는 듯하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돈을 좇고 명예를 바라다 보면 가장 소중한 자신의 건강과 소중한 사람은 멀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꼭 새겨야 한다. 조건만 보고 살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조건에 갇혀 있지 말고 햇빛을 보러 나와야 한다. 뒤늦게 깨닫는다. 늦게 멀어진 행동에 대해 후회하는 비율이 높고 세상은 내 생각과 다르게 돌아갈 때가 많다. 행복의 볼륨을 높이는 방법을 배우자.

2019-05-10 06:30:00

이정웅 전 달구벌 얼찾는 모임 대표

[기고]국민화가 이중섭·소설가 최태응과 대구

국민화가 이중섭(李仲燮·1916~ 1956)이 대구에 머문 기간은 1955년 2월 24일부터 1955년 8월 26일까지 6개월에 불과했다.하지만 그 짧은 기간에도 대구와의 특별한 인연을 맺었으니 생애 마지막 개인전이 열렸고, 작품 '복숭아밭에서 노는 아이들' '낙원의 아이들' '신문을 보는 사람들' 3점의 은지화가 맥타가트(Mctaggrt)에 의해 세계적인 미술관 '모마'(MoMA) 즉 뉴욕현대미술관에 소장되면서 그의 명성이 서양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곳이다.그럼에도 많은 대구시민들은 경복여관에 묵으며 전시회 준비를 했거나 백록다방에서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거나 정신이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서울로 간 것 정도로 알고 있다.이중섭의 내구(來邱)는 구상의 권유였다고 한다. 서울 미도파화랑의 전시회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대구에서 만회하려 했다고 한다.소설가 최태응, 시인 구상, 화가 정점식 등의 노력과 미국 공보원장 맥타가트의 장소 제공으로 1955년 4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개인전이 열렸다. 이때 맥타가트는 5점의 그림을 구입하여 '싸우는 소' '환희' 2점은 본인이 소장하고 3점은 앞서 말한 것처럼 모마에 기증했다.이 전시회에는 '봄' '아동' '새벽' '달밤' '길떠나는 가족' '닭' '달밤 B' '고기잡이' '그림 조각' '무제 A' '피란민의 첫눈' '바닷가' '실제'(失題), '두 마리 소' '소'(素), '무제' '동'(童), '옛이야기' '씨름하는 소' '제주도' '동심' '무제 C' '씨름하는 소 B' '왜관 풍경 A' '왜관 풍경 B' '이조 때 초롱' 등 26점과 그 이외 대구에서 그린 10여 점, 서울에서 가져온 20여 점을 합하여 모두 60여 점을 출품했다.곧바로 상경할 예정이었으나 외상 그림값을 수금해야 했고, 지친 심신을 추슬러야 했다. 왜관 구상 집과 태전동 최태응 집을 왕래했다. 그러나 왜관에서의 활동은 '왜관 성당 부근' '구상 네 가족' 등 5점의 그림을 통해 드러나 있는 데 비해 태전동의 생활은 특정할 만한 그림도 확인되지 아니하고, 마을 이름도 매천동(梅川洞)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서규수(대구시 중국어문화해설사)의 그동안의 연구와 배석운(팔거역사문화연구회장), 도성탁(대구보건대 교수), 필자 등이 최태응의 아들 최수철의 학적부(매천초등학교 소장)를 살펴보고 현장을 확인한 바 이중섭이 머물렀던 최태응 집은 처음은 북구 학정로 82-52이고, 두 번째 집은 같은 학정로 102였다. 이중섭은 두 번째 최태응 집에서 더부살이했다.북구 태전동은 그때와 달리 상전벽해로 변했다. 최태응과 이중섭이 살던 집도 헐리고 가끔 그림을 그렸다는 연못은 고층 아파트단지가 되었다. 제주도가 이중섭미술관을 짓고 각 도시가 순회전을 앞다투어 유치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데 비해 대구는 너무 무관심한 것 같다.국민화가 이중섭과 한국 휴머니즘 문학의 기수 최태응을 다시 대구(북구 태전동)로 불러들이는 작업을 시도해 봄직하다.

2019-05-10 03:30:00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5무(無) 늪에서 벗어나야 성공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이했다. 5년 단임제 국가에서 국민들은 집권 2년이 되면 초기에 갖고 있던 새 대통령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접고 정부의 능력과 성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고 심판한다.문재인 정부 출범 2년을 맞아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45%로 김대중 전 대통령(49%)에 이어 2위였다. 그러나, 취임 직후 80%대의 높았던 지지가 40%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역대 대통령처럼 처음엔 화려했지만 종반에는 초라하게 전락하는 '시화종빈'(始華終貧)의 정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왜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급락했을까? 치명적인 다섯 가지의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첫째, 약속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 "국민 모두의 대통령의 되겠다"고 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의 지지층만 챙기고 반대층은 배제함으로써 통합과 공존의 길을 잃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아 자신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탕평 인사 대신 코드 인사가 판을 쳤다.둘째, 의욕만 있지 성과는 없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저소득층의 지갑을 채워주겠다고 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73조8천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집행했지만 국민이 원하는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했다. 핵심 노동력인 30, 40대 취업자는 25만 명이나 감소했다. 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계층의 근로소득은 37%나 줄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62%가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잘 못한다'고 평가한 반면, '잘 한다'는 평가는 23%에 불과했다.셋째, 적폐청산만 있고 협치는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적폐) 청산이 이뤄진 다음, 협치하고 타협도 할 수 있다"면서 "살아 움직이는 적폐 수사를 정부가 통제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야당과 보수 세력을 국정농단과 사법농단에 동조한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삼으면 협치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대통령이 '선 적폐청산 후 협치'를 주장하면 이는 정치를 포기하고 힘으로 통치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이럴 경우, 분열과 갈등의 정치는 심화되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넷째, 자기 확신만 있고 책임은 없었다. 현 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것에 대해 무한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의롭고 공정한 자신들만이 국민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잘못된 확신 속에서 '계도 민주주의'에 도취되어 있다. 더구나 도덕적 우월주의에 빠져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 관대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연루,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민주노총의 법치 훼손 방치, 인사 검증 실패 등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또한 '편의주의적 정의'에 매몰돼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는 정의를 내세우고 불리하면 관행을 들먹인다. 이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이고 위선이다.다섯째, 이념만 있고 실용은 없다. 경제, 외교안보, 고용노동에서 현실을 외면한 채 좌파 이념에 치중하면서 실리를 추구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3년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을 과감하게 실천하고, 성과가 없는 경제 정책 기조를 바꾸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삼아 뜨거운 협치를 하고, 내각과 집권당에 책임과 권한을 주어 청와대 중심의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불어 노선과 코드를 뛰어 넘는 대탕평 인사를 단행하고,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실리적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대통령은 민심과 동떨어진 인식을 바꾸고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인정하며 정책과 검증에 실패한 인사들에 대해선 추상같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성과, 실천, 협치, 책임, 실용 등의 가치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정치학)

2019-05-09 13:20:40

손상호 경북대 교수

[매일춘추]정신의 황폐화, 이대로 둘 것인가

지금 우리사회가 얼마나 정신적 황폐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 언론에 오른 것만 간추려 보기로 하자.엄하게 다스리겠다고 해도 좀체 줄어들지 않는 음주운전과 보복운전, 울거나 용변을 못 가린다고 자식을 굶어 죽이거나 때려죽이는 부모, 훈계한다고 부모를 목 졸라 죽이거나 흉기로 찔러 죽이는 자식,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살인, 제 편을 안 들어 준다고 경찰관에게 황산을 뿌려대는 여자, 이별 통보를 받고 분을 참지 못해 여자 친구를 해치는 남자, 자신의 딸을 살해하고도 11개월 동안이나 살아나기를 기도한 목사, 밥을 흘린다고 어린 아이를 내동댕이친 보육교사, 교사에게 욕하고 대들고 주먹으로 때린 초중학생과 학부모, 가출소녀를 꾀어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갈취한 무서운 10대들, 마약에 중독된 연예인, 조현병 환자의 살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의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4명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라니 문제가 대단히 심각하다.정신의 황폐!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전쟁보다도 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개인에게는 불행이지만 가족과 사회 국가에게는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살가운 이웃은 간데없고 사람이 무서운 시대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부모와 사회와 국가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제 역할을 찾아내는 수밖에 없다. 가정과 직장과 국가가 너무 경제적인 것에 매달리다보니 자식이나 직장인이나 국민이 너무 많은 경쟁을 강요받게 되었다. 당연히 스트레스는 나날이 쌓여가서 가슴에 화가 남게 되었고, 살아남기에 급급하다보니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볼 마음(mind)의 여유가 없어 영혼(soul)과 정신(spirit)이 말라버렸다.그러므로 마음과 영혼과 정신을 복원할 수 있도록 국가를 구성하는 모든 조직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아내어야한다. 불통과 무관심의 원인을 찾아내고 잘못된 제도와 교육을 바로 잡아 상처 입은 마음이 치유되고 무너진 정신이 복원되어 우주와 생명과 인간과 나 자신에 대한 가치를 되찾을 때 우리는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사회 구성체가 노력해서 기계적인 삶을 벗고 인간성을 중시하는 따뜻한 세상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가장 행복한 나라는 가난하고도 작지만 국민의 행복을 정책의 제일로 삼는 '부탄'이라는 나라라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09 11:39:20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실패는 없다

될 듯 말 듯. 그만하면 포기 할 법도 하지만 이틀 삼일을 내리 시도한 끝에 마침내 뒤집기에 성공하는 딸을 보며, 그리고 잘했다고 박수치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나를 보며 생각했다. 실패는 없다.아기를 낳기 전이었다면 아기가 눈을 맞추고 엎드리고 기는 일을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쯤으로 여겼을 것 같지만 세상에 나와서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배우고 익히고 또 익히는 아기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일로 그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이지 않는다. 뒤집어질 듯 하다가 도로 반듯하게 누워져 버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다시 일어나려 애쓰던 그 수많은 도전들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경험이고 또 경험이 쌓이고 쌓여 성장에 이르는 것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누구하나 예외 없이 걷고 뛰기까지의 도전을 거듭하며 자라왔고 경험을 쌓아가며 지금의 자리까지 성장해 온 것이다.나의 그 동안을 돌아보면 판소리를 하며 실력이 향상되기도 하고 슬럼프를 만나 한참을 방황하기도 했다. 크고 작은 대회를 경험하며 좌절을 맛보기도 하고 새로운 음악과 무대에 도전하여 스스로에게 실망하거나 가시지 않는 부끄러움에 밤새 이불킥을 날린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들이 결코 실패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겪는 일마다 느끼는 바가 있었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었고 더불어 용기를 얻어 다시 도전할 수 있었다.슬럼프와 방황, 좌절과 실망. 어찌 생각해 보면 나를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든 것은 실패인 것 같기도 하다.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을 대비하고 준비했던 것. 기쁘고 보람된 경험만이 좋은 경험은 아니란 말이다. 받아들이는 이 나름이겠지만 필자는 그랬다. 다행히 좌절과 슬픔, 패배와 분노 속에서도 더 나은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늘 함께 했다. 겪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었다.어른이 된 우리는 다시 도전할 용기와 시간이 없어서 일까. 경험을 통해 얻는 성취 혹은 좌절 등 다양한 모습의 결과와 감정을 그저 성공과 실패라는 이름으로 단정지어 버리는 것 같다. 실수는 목표로 향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실패만 남기는 실패는 없다.미국의 영화감독인 게리 마샬은 "다른 사람의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은 늘 유익한데, 그래야만 다른 사람의 실수가 가치 있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비단 다른 사람의 실수만이 배우는데 유익할까. 나의 실수와 실패도 가치를 가지도록 해주자. 실패의 원인을 탓하지 않고 다음을 위한 기회로 삼자. 도전하는 나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잘하고 있다고 용기를 주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09 11:31:59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기다리는 마음[대인(待人)] 최사립

천수사 절문 앞에 버들 솜이 날리는 봄 天壽門前柳絮飛(천수문전유서비)술 한 병 들고 왔네, 벗이 오면 마시려고 一壺來待故人歸(일호래대고인귀)눈 빠지게 보는 사이 날도 이제 저무는데 眼穿落日長程晩(안천낙일장정만)가까이 와서 보면 다 내 벗이 아니구려 多少行人近却非(다소행인근각비) "가만히 오는 비가/ 낙수(落水) 져서 소리하니// 오마지 않은 이가/ 일도 없이 기다려져// 열릴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앞의 것은 육당 최남선의 시조 [혼자 앉아서]의 전문이고, 뒤의 것은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일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참으로 절묘하게 묘파(描破)한, 기다림 시의 절창들이다. 하지만 앞의 경우는 일방적인 기다림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그만둘 수도 있다. 뒤의 경우도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지나가면 그냥 돌아가도 무방하다. 그런데 약속은 분명히 했지만 약속 시간이 확실하지 않은, 정말 막연하고 하염없는 기다림도 있다. 고려의 시인 최사립(崔斯立:?-?)이 지은 위의 시가 바로 그런 경우다.버들 솜이 이리저리 휘날리는 봄날, 화자는 개성 사람들의 이별과 만남의 현장이었던 천수사 문 앞에서 돌아오는 벗을 기다리고 있다. 오늘 오기로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몇 시에 도착할지는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약속 시간이 하루 종일이기 때문에, 화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오지 않는 벗을 눈알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다. 벗과 함께 마실 맛좋은 술 한 병을 손에 들고서.이제 땅거미가 짙어온다.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들이 죄다 내 벗으로 보이기 시작하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와서 보면 내가 기다리는 그 벗이 아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꽝'하고 닫히는 순간이다. 그래, 그 마음 나도 알 것 같다. 이등병 시절 전방에서 보초를 서다가 보면, 저 멀리 면회 오는 아가씨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면회를 오시는 할머니까지도 내 사랑 '그녀'로 보이지 않았던가.

2019-05-09 11:31:07

장석수 작 '무제', 캔버스에 유채, 204x154cm, 1965년

[김영동 시대와 미술]대구화단의 추상화 과정

1953년 휴전협정으로 전쟁은 끝났으나 물자난으로 인한 생활고는 극심했다. 하물며 그림물감이나 화구재료야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그런 와중에도 예술가들의 창작적 열정은 식지 않아서 전시회는 이어졌고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작품발표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강우문, 정점식, 변종하 등의 개인전이 있었고 함대정, 박동현, 이정구 제씨의 양화 개인전과 3.1 기념전, 6.25 종군작품전, 미국문화원 5주년 기념전 및 제3회 '대구화우회' 전까지 그야말로 전전을 능가하는 많은 전시가 이루어졌다고 화가 백락종은 '문화계 회고와 전망'에 썼다. (영남일보 12월 30일)그는 전쟁을 겪고 난 대구화단에 일어난 변화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비자연주의적 회화의 진출이 자연주의적 매너리즘이라고 부르는 사진적 사실주의 회화를 작년보다 더욱 힘차게 몰아내었다는 것과 중앙화단이 내려와 지방화단과의 교류가 활발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비자연주의'를 "회화사적 시대조류와 진보적인 조형 정신"으로 보고 현대미술이 숙명적으로 계승해야 할 일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표현상의 허영과 무자각한 부화뇌동식의 망동으로써 피상적인 모방은 삼가야 하며 어디까지나 창조의 고뇌와 진지한 노력이 개재해야만 된다"고 일갈했다.1955년 4월에는 이중섭의 대구전과 장석수의 개인전이 연이어 열렸다. 특히 장석수는 '광녀'에서 표현주의 화풍이 분명했는데 그로부터 3년 뒤 1958년 '조선일보 현대미술전'에 초대된 작품 '사정'(射程)은 격정적인 추상화로 바뀌었다. 화면에는 뿌리고 부은 듯 보이는 물감 자국만 남아있어 마치 전쟁터 같다. 화면 위에 얼룩과 두터운 마티엘은 미국의 액션페인팅이나 다른 추상표현주의 보다 유럽의 엥포르멜 작품의 영향이 크다. 비대상 추상작품의 전형을 성취했다. 당시 한국현대미술을 선도하던 조선일보 현대미술전에는 정점식, 서석규, 이복 등도 함께 초대됐는데 이들에 의해 대구화단의 추상화 경향은 더욱 확고해졌다.그러나 대구미술가협회를 결성해 같은 목소리를 내던 작가들 가운데 정점식을 비롯한 일부가 경북미술가협회를 따로 조직하자 장석수는 그 동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들의 창립전 작품들도 "묘사적이며 우리 생활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상도 비판 정신도 없을뿐더러 그 조형화조차 모호하다." 했다. 그는 혼자서 추상 의지를 더욱 가혹하게 몰아세워 1960에 접어들면서는 독자적인 자신의 방법을 개발해 전혀 새로운 화면으로 차별화했다. 회화가 내용 대신 방법을 추구하고 붓의 기능을 신체적 행위로까지 확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던 시대였다. 재료도 방법도 획기적이지 않은 면이 없다.미술평론가

2019-05-09 10:13:26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정책은 바뀌어야

하천 수질을 개선하고 국민 위생을 위해 공공하수처리시설을 보급했는데 도시 지역에 우선했고 농어촌 읍면 단위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다. 농어촌 지역에서도 하수 발생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처음으로 행정안전부가 농어촌 마을의 하수도정비사업을 진행했다.이후 농림축산식품부 및 환경부에서도 부처 간 협업 없이 무분별하게 마을 하수도를 설치해 전국적으로 처리시설이 난립하게 되었다.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각 부처에서 추진하던 마을 하수도 사업인 행안부의 '농어촌 주거환경개선사업'과 농식품부의 '농어촌 정부 생활권개발사업'을 모두 2007년도에 환경부로 이관하였다.환경부 통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500㎥/일 이상 공공하수처리시설은 661개소이며, 500㎥/일 미만의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은 전국에 3천375개소이다.소규모 시설은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고 정확한 운영 현황과 방류 소하천의 수질 개선 효과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지금까지 파악한 주요 문제점으로는 하수 관로 불량으로 인한 불명수 유입, 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오작동, 처리 공법의 난립으로 인한 운영 관리의 어려움, 운영비 과다, 사업의 낮은 효과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비록 늦었지만 환경부는 2018년도에 전국적으로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실태 정밀조사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용역보고서에 의하면, 10년 이상 된 시설은 전체의 약 55%로 시설 노후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도법 규정에 따라 공공하수도 시설은 5년마다 기술 진단을 한다. 50㎥/일 미만 시설은 소규모 시설의 약 45%를 차지하지만 기술 진단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문제점 파악과 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수 관로의 기술 진단 시행률도 약 5%에 불과하다. 소규모 공공하수처리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하수 관로와 처리 시설을 포함한 전체 시설에 대한 전문 기술 진단이 절실하다.전체 평균 운영 비용은 개소당 연간 약 1천800만원으로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이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상당한 부담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하수도요금 현실화를 통한 재정 확보와 같은 지자체 자구 노력에 따라 선별 지원하는 정책으로의 전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농어촌 지역 특성상 축산 분뇨의 유입, 인구 감소로 인한 하수 발생량 감소, 강우 시 유입량 증가, 주말 및 관광객에 의한 일시 유입량 증가 등의 원인으로 유입 유량과 수질 변화가 크므로 이에 맞는 적정 기술을 적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소규모 시설에는 환경 신기술인 60여 가지의 다양한 처리 공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지자체마다 적용한 공법이 난립해 전문가라 하더라도 운영 기술이 제각각인 시설을 적정하게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또한 지금까지는 정부 지원 아래 지자체별로 개별사업으로 추진했는데 공법의 난립으로 운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산재해 있어 하천의 수질 개선 효과도 미미하며 투자 대비 사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웠다.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유역별 통합 물관리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 중 통합오염원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유역별 통합오염원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특히 소규모 시설은 개별사업이 아닌 유역별 통합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전국에 산재해 있는 소규모 하수처리시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유역 단위의 종합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인근 시설의 통·폐합 및 연계 처리 검토, 노후화 시설과 관로 개선, 원격제어 시스템 구축, 정기적인 순회 점검 계획, 적정 운영 인원 관리 계획 등 관리 체계의 제도적 수립도 시급하다.

2019-05-09 03:30:00

[이창호의 찻잔을 씻으며] 행복은 개인취향

차를 마시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다. 건강에 좋다고 해서, 찻자리의 정취가 좋아서, 차 맛에 매료되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즐긴다. 그 즐거움을 찾지 못한 사람에게는 단지 귀찮은 일의 하나일 뿐이지만, 좋아하는 이에게는 찻잔을 준비하고, 마시고, 정리하는 것까지도 취미 생활이 된다. 차를 마시는 것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위생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개취존중'하는 것이 맞다.'인생에 정답이 있는가?'는 질문에 답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듯이, 자신의 답을 기준으로 타인에 대한 지나친 간섭은 나이, 선후배, 기타 여러 관계를 떠나 현대에서는 바른 매너가 아니다. '뚱뚱하다. 운동하라'는 식의 지적은 비록 상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도 올바른 조언이 되지 못한다.삶의 길에는 '입신양명' 공맹의 길도 있고, '무위자연' 노장의 길도 있다. 행복해지는 방법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도 있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는 행복도 있다. 건전하고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태도로 여겨지지만, 누군가가 이타적이지 않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지속적인 행복을 추구하지만, 순간적인 쾌락도 거부하기는 힘들다.대부분 시간을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균형 잡힌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다가도, 때때로 음주가무, 늦잠, 쇼핑과 같은 순간적인 일탈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건전한 삶의 태도는 삶의 보람을 주지만 자칫 지겨워지고 무료(無聊)하여 모두가 항상 그렇게만 살기는 힘들다.아무런 기대 없이 행하는 취미는 우리에게 건전한 일탈이 되어 팽팽한 활의 시위를 잠시 느슨하게 풀어주듯 균형 잡힌 삶의 한 면이 된다. 취미를 가지는 것은 행복에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또한, 개인의 취향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스스로 체면을 깎는 일이다. 행복한 찻집 대표

2019-05-08 22:00:00

전우헌 경북도 경제부지사

[기고]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10월 베트남 하노이 출장 중에 한 대기업 협력업체를 방문한 적이 있다.2천여 명의 현지인과 10여 명의 한국 주재원이 근무하는 전자부품 조립 사업장이었다. 라인 투어 도중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국 주재원에게 근황을 물었다.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베트남에 온 지는 5년 정도 되는데 퇴직할 때까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국의 모기업이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베트남으로 거의 이전해 버린 터라 귀국하더라도 일할 자리가 없어서라고 했다. 법인장으로부터 이면에 숨겨진 현실을 듣고 나니 섬뜩한 생각마저 들었다.법인장의 이야기가 현재 근무 중인 주재원들이 퇴직하면 한국에서 올 인력이 더 이상 없어져 관련된 제조기술이나 노하우가 현지인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게 생겼다는 것이었다.지금까지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의 뿌리가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는 소리이기도 했다. 필자는 대기업 제조 사업장에 근무하면서 제조 라인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완성되는지를 지켜봤다. 그런데 그렇게 애써 쌓아온 기술이 이제 우리 것이 아니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제조업의 공동화 우려는 어제오늘 일어난 일이 아니다. 1987년 6·29 선언 이후 민주화 과정을 통해 급격한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고 많은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다. 당시에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전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국내 생산 비중이 줄어들어 제조업이 무너지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권토중래의 심정으로 이런 제안을 할까 한다.우리나라에 모기업을 두고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총생산 물량 중 최소 10% 이상은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을 법제화하자는 것이다.그렇게 되면 해외에서 근무하다 귀국해도 일자리가 있고 국내 제조 라인에서 새로운 생산기술을 연구하여 해외 법인에 공급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국내에서 양성된 인력들이 새로이 주재원으로 근무함으로써 해외 사업장의 생산성이 올라가게 되고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국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 투자와 인력 양성이 활발해지는 선순환적인 사이클을 형성하게 된다.무엇보다 우리의 최대 강점인 제조기술이 해외로 넘어가지 않게 되고 기술 발전도 이루게 된다.현재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약 300만 명의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다. 10% 국내 생산의 원칙을 지켜준다면 30만 개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10% 국내 생산으로 제조기술도 지키고, 일자리도 늘어나고,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는 제조업의 역할이 컸다.경제의 뿌리인 제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번 기회에 최소 10% 이상 국내 생산 의무화를 법제화하여 국가 경제,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지방 경제를 살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2019-05-08 18:29:07

허영철 공감씨즈대표

[북한 들여다보기] 평양택시

대북 사업가들의 평양 방문 동선을 재구성하면 보통 2개의 루트가 나온다. 첫째는 베이징 공항에서 평양 순안공항까지 가는 고려항공 여객기를 이용하는 것이고, 둘째는 평양행 철도가 연결된 단둥을 통해 평양으로 들어가는 방법이다.이 가운데 고려항공을 통한 방문은 주로 북경 쪽의 사업가들과 유럽인들이 이용하는 북한 입국 루트라고 보면 된다. 단둥에서 만난 대북 사업가들은 대부분 철도를 이용해 북한으로 들어간다.북한으로 향하는 열차는 오전 10시 단둥역을 출발한다. 미리 도착해 단둥세관의 검사를 거쳐 출국 수속을 받고 출발한 기차는 단둥역 인근 압록강 철교를 넘어 북한 신의주역에 도착해 또 한 번 세관의 검사와 입국 신고를 거친다. 이 과정에는 무려 2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이후 오후 1시 조금 못 미쳐 신의주역을 출발한 기차는 평양을 향해 달린다. 신의주에서 평양까지는 약 230㎞, 한국의 고속철도라면 동대구역에서 천안아산역까지 정도의 거리이다. 정차 역들을 고려해도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반면 일반적인 북한 열차의 운행 속도는 시속 40㎞에 불과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특별 열차는 60~80㎞로 운행되지만 그 열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일반 열차는 북한 철도 시설 낙후에 따라 느리게 운행한다.그래서 오후 1시경 신의주를 출발한 열차는 기차역 폭발 사건이 있었던 룡천을 지나, 우리에게 익숙한 평북 정주에 이르고, 또 안주를 거치고, 북한의 과학기술자들을 양성하는 최고의 대학인 평성이과대학이 있는 평성시를 거쳐, 평양역에 저녁 6시 반쯤 도착한다.평양에 도착한 대북 사업가들은 이곳에서 북한 담당자를 만나 함께 숙소로 이동하거나 바로 회의 장소로 이동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평양역에 북한 담당자가 나오지 않고 대북 사업가들이 각자 택시를 타고 호텔 숙소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때 특별 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의 경우도 숙소인 고려호텔에서 평양역과 대동강을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제지하지 않아 택시를 타고 다녀왔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평양에서 택시를 이용한 방문객들에 따르면 평양역에서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데 평양 택시의 기본요금은 2달러라고 한다. 평양역에서 가까운 고려호텔이나 창광산호텔까지는 기본요금이면 갈 수 있고, 조금 먼 청련호텔이나 양각도호텔은 4달러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2013년 3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보도에 따르면 평양시 내 택시는 400여 대가 운행 중이었다. 하지만 최근인 2019년 2월호 위클리공감 북한 전문가 인터뷰에 따르면 6, 7곳 사업소 단위로 총 8천~1만 대의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증가 속도가 놀랍다.이에 따라 평양 중심가인 창전거리와 만수대거리가 만나는 네거리를 비롯해 주요 거리에서는 출퇴근 시간 교통 체증이 심해졌다. 대신 북한 거리의 명물이었던 여자 안내원의 네거리 수신호가 차츰 사라지고 신호등 시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평양 택시를 통해서도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변화를 통해 시장경제로 내딛는 북한 사회의 변화 징후를 알 수 있다. 요즘 북한에서 택시기사가 되는 것은 북한 남성 주민들의 꿈이라고 한다. 그만큼 수입이 좋다는 뜻이다.이런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들이 거대한 변화로 이어지는 그 임계치 시점이 바로 북한이 틀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그날이 될 것이다. 북한이 변화의 임계점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게 만드는 북미 회담의 조속한 재개와 그 회담의 성과를 기대해본다.

2019-05-08 18:00:00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지극한 사랑으로 만든 뉘른베르크 결혼 컵

중세 독일 바바리아 지방의 뉘른베르크 영주의 딸이 금세공사와 사랑에 빠졌다. 영주는 미천한 청년과의 교제를 허락하지 않는다. 딸이 귀족 가문의 청혼을 계속 거절하자, 분노한 영주는 청년을 성의 깊은 동굴 감옥에 가두었다. 단식으로 아버지에 저항하던 딸은 점점 쇠약해갔다.딸의 의지를 꺾을 수 없자, 영주는 매우 어려운 제안을 하여 금세공사 청년이 스스로 포기하게끔 한다. "두 사람이 하나의 잔으로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동시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잔을 만들라. 성공하면 결혼을 허락할 것이나 실패하면 성에서 추방될 것이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제안이었으나 청년은 이를 받아들인다.청년이 혼신을 다하여 만든 것이 뉘른베르크의 결혼 컵이다. 미소를 띤 사랑하는 그녀를 조각하고, 치마 속의 빈 공간은 컵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였다. 들어 올린 두 팔은 자유롭게 흔들리는 작은 컵을 잡고 있다. 전체를 거꾸로 들면 위로 선 통치마 안에 와인을 부을 수 있고, 위의 작은 컵도 상하가 유지된다.아래위 두 잔에 와인을 채워 수평으로 기울이면 양쪽에서 같이 마실 수 있다. 결국 아버지는 두 사람을 받아들였고, 이 컵은 지극한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이후 바바리아 지방의 결혼식에는 남녀가 이 컵으로 와인을 마시며 사랑과 성실한 결혼 생활을 다짐하는 낭만적인 전통이 생겼다. 사진은 19세기 뮌헨 지역에서 만든 금도금 유리컵이다.종 모양이고 치마에 추가 달린 것도 있어 종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사랑이 충만한 가정의 달 5월이면 생각나는 물품이다.경북대 의대교수

2019-05-08 18:00:00

광고 카피 한 줄이 상품의 매출을 좌지우지한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SNS에서 광고 카피 쓰는 6가지 방법-1

우리의 하루는 글쓰기로 가득 차 있다. 회사에 가면 기획서를, 학교에 가면 과제를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영업직이나 자영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고객에게 메일을 쓰며, SNS로 홍보를 하며 글을 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말은 '쓰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말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그렇다면 글쓰기 능력만 좋아져도 우리의 하루가 바뀔 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 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 강의를 다니며 '광고 카피 잘 쓰는 법'에 대한 질문을 157회 정도 들었다. SNS의 카피 한 줄이 상품 매출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숱한 질문에 대한 대답인 만큼 필자는 다음 주까지 2회 분량으로 카피 쓰는 법을 설명하려 한다.첫째, SNS의 사람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이 사실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그들은 철저하게 당신의 브랜드에 관심이 없다. 그런 관계는 당신 역시 마찬가지다. 당신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를 볼 때 관심 있게 혹은 진지하게 보는가? 그렇지 않다. 게시물을 넘기는 손가락이 바쁘기만 하다. 그중 아주 자극적인 이미지나 문장을 봤을 때 멈추게 된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라이크를 누르고 또 다른 게시물을 찾아 떠난다. SNS는 이런 패턴의 반복이다. SNS는 매우 바쁜 공간이다.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의 장이다. SNS에 글을 쓰려면 이 사실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람들은 당신과 당신의 브랜드에 전혀 관심이 없다.둘째, 숫자의 활용은 가독률이 높인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 매출을 올리는 방법들'이라는 글은 위험하다. 그 방법들이 몇 가지인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은 내 시간을 오랫동안 빼앗기기 싫어한다. 숫자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소상공인 매출을 올리는 7가지 방법'이 훨씬 가독률이 높다. 좋은 글은 이미지로 그려지며 예측 가능하다. 7가지 방법이라고 하면 우리의 뇌는 7장의 카드뉴스의 이미지를 그린다. 그리고 뇌는 안심한다.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마찬가지로 '명함 한장으로 대박 매출 올리기'보다 '100원짜리 명함으로 1,000만원 매출 올리기'가 훨씬 더 읽고 싶다. 이미지가 그려지고 측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SNS 마케터가 자주 쓰는 카피라이팅 기술이 있다. 카드 뉴스를 포스팅한 후 "8번째 방법은 정말 팩트 폭행! 7번은 실화냐?" 같은 형식으로 콘텐츠를 읽게 한다. 하지만 너도나도 이런 글을 쓰니 너무 식상해져버렸다. 이제는 이런 방법을 추천하고 싶지 않다. 숫자를 활용하되 담백하게 쓰자.셋째, 타깃을 명확하게 밝힌다. 광고 카피라이팅에는 이런 법칙이 있다. '당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장과 아닌 문장은 천지 차이라고. 예를 들어 '누구나 좋아할 법한 레스토랑'이라는 카피보다 '당신이 좋아할 맛집'이라는 카피가 훨씬 좋다는 것이다. 이유는 바로 '지목 효과'에 있다. 이 지목 효과는 응급처치에서도 빛을 발한다. 길 가다 쓰러진 사람을 만났을 때 "누가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라는 말보다 "파란 티셔츠 입으신 분이 119 불러주세요. 그리고 흰색 남방 입으신 분은 물 좀 가져와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카피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이'라는 단어는 나를 지목하는 것 같다. 더 나아가 '당신'이라는 단어도 좋지만, 더 구체적으로 지목해보자. 예를 들어, '미용사라면 꼭 알아야 할 트리트먼트'라든지 '스타트업 대표라면 꼭 알아야 할 세무 법칙'이라고 쓰는 것이다. 당신이 미용사라면,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 글을 지나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 대상층이 명확할수록 메시지의 흡수율은 높다. (2편에서 계속)㈜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08 15:48:27

[종교칼럼] 부처님 탄생하신 룸비니

오늘도 수많은 순례자가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를 찾는다.룸비니(Lumbini)는 네팔 테라이 지방 남서부에 있다. 인도의 불교 쇠퇴와 함께 15세기 이후 황폐해져 19세기 말까지 기록상에만 전해지는 성지였고 정확한 위치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게 수백 년 동안 방치되었다가 1896년 독일 고고학자인 포이러(Feuhrer) 박사가 히말라야 산기슭의 작은 언덕을 배회하다가 석주 하나를 발견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석주에는 바라미(Brāhmī) 문자로 "신들의 사랑을 받는 아쇼카는 즉위한 지 20년이 지나 친히 이곳을 찾아 참배하였다. 여기서 부처님이 탄생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돌로 말의 형상을 만들고 석주를 세우도록 했다. 이곳에서 위대한 분이 탄생한바 경배하기 위한 것이다. 룸비니 마을은 조세를 면제하고 생산물의 8분의 1만 징수하게 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부처님이 실존했던 분인가를 두고 19세기 말에 서구학자들 사이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아쇼카 석주의 명문으로 석가가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역사적 실존 인물임을 확인하고 논란은 사라졌다. 룸비니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아놀드 토인비는 아쇼카 왕을 "인류 역사상 수많은 군주 가운데 가장 훌륭한 업적을 남긴 군주이자 성왕"이라고 칭송했다. 인도 역사에서 가장 넓은 통일제국을 건설했던 그는 아쌈 지역과 현재의 인도 전역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네팔 등을 포함하는 인도 대륙의 대부분을 지배했다.그는 살육과 폭력에 의한 승리는 진정한 승리가 아니며 '법에 의한 승리'만이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했다. 그 뒤 전쟁과 물리적 점령을 포기하고 "인간의 본질은 평등하다"는 불교의 진리에 귀의하여 일체의 생명을 사랑하고 관용과 인내, 이익과 안락을 도모하는 문화 정책으로 전환하여 위대한 군주가 되었다.룸비니는 현재의 네팔 남부와 인도의 국경 부근인 히말라야 산 기슭의 카필라성을 중심으로 한 석가족의 작은 나라였다. 석가모니 붓다는 그 나라의 왕 슈도다나(Suddhodana·淨飯王)와 왕비 마야(Maya·摩耶)부인 사이에서 왕자로 태어났다.기원전 563년 마야부인은 당시의 관습에 따라 출산을 하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중 룸비니 동산에 있는 무우수(無憂樹·sal tree) 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게 되고 그곳에서 아기를 낳았다. 아기가 태어나면서 오른손은 하늘을 왼손은 땅을 가리키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외친 탄생게가 그 유명한 '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 하늘 위아래에 오직 나 홀로 존귀하나니 온갖 괴로움으로 덮인 세상 내 마땅히 평안하게 하리라)이다.석가는 샤카(Sakya)라는 민족의 명칭을 한자로 발음한 것이고 모니(muni)는 '성인'(聖人)이라는 의미이다. 석가모니는 '샤키아 족 출신의 성자'라는 뜻이다. 그분의 성은 고타마(Gautama)이고 이름은 싯다르타(Siddhartha)이다. 35세 깨달음을 얻어 붓다(Buddha·佛陀)라 불리게 되었다."천상천하에 현재 자신이 가장 존귀하다"는 이유를 일러주신 부처님의 말씀은 나보다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그분이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는 무한한 능력과 무한한 지혜를 본래 자신이 지니고 있었는지 사람들은 모르고 살아왔다. 사람이 하늘이고 부처이다. 부처님은 자유와 평등의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고 사회의 주인으로 살아가라고 우리 곁에 오셨다.현 정부의 한쪽으로 치우쳐진 적패 청산과 경제 실책에서 벗어나 이땅의 모든 국민을 하늘로, 예수님으로, 부처님으로 예우하며 지역 간 계층 간 서로를 존중하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온 국민이 잘사는 경제를 지향하는 쪽으로 궤도를 수정하지 않는다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정부가 될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5월 12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진리의 등불을 밝혀 나라의 행복을 실천해야 한다.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2019-05-08 10:22:26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인생은 짧고 할일은 많다

디즈니월드가 처음 개장되었을 때 월트 디즈니는 별세한 후였다. 때문에 개장식 연설을 그의 아내 디즈니 여사가 하게 되었다. 사회자가 디즈니 여사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디즈니 여사님, 디즈니 씨가 이 개장식을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참 아쉽습니다." 이 말에 디즈니 여사는 "그는 이미 디즈니월드를 제일 먼저 본 사람이고 꿈 꾼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디즈니월드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그는 디즈니월드를 꿈꾸었고 보았던 것이다.꿈은 사람을 만든다. 꿈은 사람을 이끌어 간다. 꿈은 한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꿈이 있으면 어떤 장애물도 뚫고 나갈 수 있다. 꿈은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필자는 S그룹 계열사의 기술연구원에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 하나로 성악의 길을 선택했다. 그 생각을 가지게 된 동기는 다소 만족스러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막연히 들었던 10년 후의 내 모습에 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이대로 일을 계속하게 된다면 가족도 만족하고 남들도 부러워할만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자신도 행복할까 라는 스스에게의 질문은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나에겐 더 간절한 꿈이 있었기에 한 번 뿐인 인생 못 해보고 후회할 인생은 살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난 막연히 10년 후에 오페라 무대에 주역으로 서있을 내 모습을 그리며 직장을 그만두고 성악을 시작했다. 결국 운이 좋게도 정확히 10년 후 오페라하우스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을 맡았다.이같이 나의 선택의 조건은 꿈이었고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오페라 주역의 꿈을 이룬 뒤 다시 10년 후의 내 모습은 문화기획자이자 제작자였고 지금은 지트리아트컴퍼니 대표로서 그 길을 열심히 걷고 있으며 오페라와 다수의 기획공연들이 성공적인 성과를 내며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가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구구절절 남을 비방하거나 험담을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면 나조차 기가 뺏기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은 얘기만 하기에도 인생은 길지 않다는 생각과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생각을 한다.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주의 운동가인 동시에 태어난지 19개월 만에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었던 헬렌 켈러의 말을 인용하자면 "나에게는 너무나 많은 것이 주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 무엇이 없는지 생각하며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그녀의 말이 오늘도 나에게 울림을 준다. 현동헌 테너

2019-05-08 10:19:13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칼럼] 뮤지컬 도시를 넘어 청년문화산업 도시로

다음 달 21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개막한다. 13번째 열리는 뮤지컬 축제이다. 그동안 DIMF는 뮤지컬 대중화에 앞장서며 대구를 '뮤지컬 도시'로 브랜딩하는 데 큰 성과를 거뒀다.하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고 융합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한 단계 더 도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꿈과 활력을 제공함으로써 도시를 젊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과감하게 시도해야 한다.지난 12년간 DIMF에서 선보인 작품 수만 269개에 이르고, 62만여 명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공연장을 벗어나 거리에서 펼쳐지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을 포함하면 188만여 명에 달한다.올해도 영국, 러시아, 프랑스, 스페인, 중국, 대만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8편의 공식 초청작과 초연하게 될 4편의 창작 지원작, 지역의 우수한 창작 뮤지컬 3편, 패기와 열정이 가득한 대학생 뮤지컬 8편 등 23편의 뮤지컬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뮤지컬이라는 단일 장르의 세계 최초 글로벌 축제인 DIMF는 매년 국내외 뮤지컬 관계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함으로써 교류와 시장 역할을 하는 하나의 '플랫폼'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작년 폐막작인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지난 2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안동 등 6개 도시 투어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또한 개막작으로 소개됐던 체코 '메피스토'는 5월 말 국내 라이선스 초연을 앞두고 있다.DIMF가 한국 창작 뮤지컬 활성화를 위해 제작을 지원하는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은 지금까지 총 58개의 신작 뮤지컬을 탄생시켰으며 '대학생 뮤지컬 페스티벌'을 통해 108개의 대학생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한편 2011년 초연된 DIMF 제작 '투란도트'는 누적 공연 100회를 넘은 대표적 창작 뮤지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지난해 한국 대형 창작 뮤지컬로는 최초로 슬로바키아 노바스쩨나 국립극장과 동유럽 6개 도시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고 내년 초 현지 공연을 앞두고 있다.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잠재력을 미래 흐름에 맞추어 키우고 활용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음악과 공연이 갖는 특징을 살려 다양한 분야와 협력융합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첫째, 관광과 결합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차별적인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올해 DIMF는 한국관광공사의 후원과 대구 관광뷰로, 인터파크 투어 등과의 협력을 통해 뮤지컬과 대구 관광을 연계시킨 다양한 시도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수준 높은 뮤지컬 공연 관람과 서문시장 야시장·대구 근대골목·김광석 거리 등 대구의 관광지, 그리고 막창·납작만두 등 대구만의 먹거리를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새로운 형태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예정이다.둘째, K-POP·인디밴드·게임·웹툰·영화·스포츠 등 다른 문화 장르와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회들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올해부터 세계적 아이돌 그룹 엑소의 수호가 DIMF 홍보대사로 참여하며 바로 이웃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새로운 축구 붐을 조성하고 있는 대구FC와도 협력을 모색하고자 한다.셋째, 청년에게 꿈과 미래를 주는 사업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창업은 해외 사례에서 보듯이 문화 콘텐츠들과 융합하고 축제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DIMF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축제 기간 동안 문화 콘텐츠로 차별화된 창업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있다.끝으로, 인재 발굴 및 육성 사업을 글로벌하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2015년부터 시작한 국내 최초 청소년 뮤지컬 오디션 'DIMF 뮤지컬 스타'는 최근 지원팀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 뮤지컬 오디션으로 성장하고 있다.21세기는 꿈꾸는 자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시대이다. DIMF가 대구를 꿈꾸는 도시로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이장우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이사장(경북대 교수)

2019-05-08 06:30:00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비 내리는 고모령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생각이 짙어지는 요즈음 어느 때보다도 부모님께 죄송하고 감사함이 넘친다. 아직 짧은 인생의 절반정도를 학창시절로 보내면서 겪었던 사춘기와 반항, 제멋대로 굴던 과거의 나에게 '부모님'과 '가족'이란 존재는 그리 소중하지 않았다. 그러나 배우의 인생을 걷기 시작하면서 뜻밖에도 이 일을 통해 나는 부모님에 대한 생각의 전환을 맞게 된다.2013년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공연하였던 '비 내리는 고모령'이라는 작품은 부모님의 존재에 대해 새롭게 각성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동영'과 '연홍'이라는 두 남매가 출세를 위해 대구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고된 일을 하며 살아오지만,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어 '동영'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가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극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을 보며 '동영'과 '연홍'이 건네는 마지막 인사다. 아래는 극중 장면의 대사이다."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머니를 두고 떠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출세를 하면 얼마나 할 것이며 돈을 벌면 얼마나 번다고…. 모두 저 때문입니다. 함께 모여 살아야 그게 가족인데 헤어져서 행복한 가족은 없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돌아오셔서 다리가 부러지도록 종아리를 때려주이소. 제가 잘못했다고 야단을 쳐 주이소. 이게 꿈이라고 생시가 아니라고 말해주이소. 꿈에서 깰 때 까지 또 때리고 또 때려 주이소. 어머니."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 '동영'으로서 상상하며 연기해 왔지만 마지막 공연 당시 실제로 친할머니의 임종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위 장면 속 동영의 감정에 대해 실체적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공연으로 인해 다가오는 임종을 지켜볼 수 없었던 나는 그동안 할머니를 종종 찾아뵙지 않았던 것과 평소 자주 안부전화를 드리지 않았던 죄송한 마음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나는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관객에게 전하는 작품 속 대사는 할머니께 전하는 나의 마지막 말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작품의 막이 내린 후 나에게 동영은 부모님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만들어주었다. 20대 후반의 나는 부모님의 존재가 늘 그 자리에 머무는 분들 일거라 생각하며 살았었다. 그러나 작품 속 인물이 겪는 부모님의 죽음과 그에 따른 감정을 연기하는 것은 실제와도 같은 간접경험으로 작용하였다. 부모는 늙어가며 영원불멸하지 않는다는 자연의 흐름을 모른 척 하며 살던 날들과 달리 공연 이후 부모님의 부재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오늘은 어버이날(5월 8일)이다. 이제는 건강히 계시는 부모님의 존재만으로도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무탈하시기를 바란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07 12:05:14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견 건강체크 어떻게 하나요?

가정에서도 반려견의 건강을 쉽게 체크할 수 있도록 신체 부위별로 가벼운 증상부터 심각한 증상 순으로 나열했다. 가벼운 증상이더라도 빨리 호전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해질 경우 동물병원을 내원하여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눈눈곱이 많아졌다 < 자주 비빈다 < 결막이 충혈되었다 < 눈을 깜박이며 아파한다▷귀냄새가 난다 < 귀지가 늘었다 < 자주 긁는다 < 귀뿌리(이도)를 만지면 단단하고 아파한다▷코코가 말라 있다 < 각질이 생긴다 < 콧물이 난다 < 코피가 난다▷구강냄새가 난다 < 치석이 있다 < 잇몸이 충혈되었다 < 잘 씹지 못한다 < 침을 흘린다 < 치아가 흔들린다▷피부가려워한다 < 특정 부위를 자주 핥는다 < 털이 거칠고 가늘다 < 냄새가 난다 < 피부염이 생겼다 < 탈모가 생겼다 < 상처나 혹이 생겼다▷호흡기침한다 < 콧물이 심하다 < 숨소리가 거칠다 < 깊은 기침이 반복된다 < 입으로 호흡한다 < 숨쉬기 어려워한다▷소화식욕이 줄었다 < 변이 묽다 < 구토를 한다 < 먹지 않는다 < 설사가 심하다 < 배를 아파한다▷심장기침한다 < 산책을 기피한다 < 안았을 때 개의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다 < 밤에 기침이 심하다 < 입으로 호흡한다 < 숨쉬기 어려워한다▷대변단단하다< 배변하는 데 오래 걸린다 < 변이 묽다 < 설사를 한다 < 점액이나 출혈이 발견된다▷소변냄새가 심하다 < 소변색이 진하고 탁하다 < 배뇨를 오래 한다 < 배뇨 시 통증을 호소한다 < 소변에 피가 비친다▷걸음걸이다리를 들고 걷는다 < 다리를 만지면 아파한다▷신경계어두운 곳에 숨으려 한다 < 안을 때 통증을 호소한다 < 머리를 들지 못한다 < 걸을 때 비틀거린다 < 마비 증상을 보인다 < 경련한다▷활동성활달하지 않다 < 빨리 피곤해한다 < 구석진 곳에 숨어든다 < 몸을 만지면 싫어한다▷체중체중이 증가했다 < 자는 시간이 많다 < 운동을 기피한다 < 갈비뼈가 만져지지 않는다 < 등뼈가 만져지지 않는다매우 심각한 건강 이상 징후는 다음과 같다.▷경련한다 ▷혀가 보라색이다 ▷잇몸이 창백하다 ▷피부색이 노랗다 ▷몸을 가누지 못한다 ▷머리가 기울어 있다 ▷2일 이상 식욕이 없다 ▷구토나 설사에 출혈이 있다 ▷소변색이 붉다 ▷통증을 느낀다 ▷몸의 일부가 마비됐다 ▷의식이 불분명하다 ▷숨쉬기 힘들어한다가정에서 응급 처치가 우선된 후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위급 상황도 소개한다.▷저혈당증어린 강아지, 허약견, 당뇨병이 있는 개가 갑자기 혈당이 떨어지면 몸을 떨고 의식을 잃게 된다. 설탕이나 꿀을 묽게 희석해 소량씩 입안에 넣어준다. 의식을 찾고 몸을 가눌 정도가 되면 급여를 중단하고 체온 유지에 신경 써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경련(발작) 증상경련을 일으키면 주변에 담요를 둘러 머리에 충격이 가지 않도록 한다. 주변은 조용히 하고 약간 어둡게 하여야 도움이 된다. 간질 증상은 대부분 1분 내외로 호전되므로 몸을 마사지하거나 소리를 지르면 오히려 뇌 신경계의 흥분을 조장하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경련 증상이 3분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될 경우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출혈출혈이 발생한 부위를 압박하는 것이 도움 되지만 개가 흥분하면 혈압이 상승해 지혈에 방해되므로 최소한의 압박으로 지혈하며, 개를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발톱지혈제는 피부에 난 상처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출혈이 멈추지 않을 경우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외상교통사고, 낙상, 물림 사고, 급성 디스크 환자견을 보호자가 안고 이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흥분한 개에게 물리거나 개의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 캐리어나 큰 종이박스에 담요를 깔아 이동 시 움직임을 최소화하며 신속히 동물병원으로 이송한다.반려견 건강 체크는 반려인의 일상이 되어야 한다. 3~10세의 개는 매년 1회, 10세 이상의 노령견은 6개월 간격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길 권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5-07 09:47:57

인수일(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5월의 파란 하늘, 하얀 구름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전국적으로 각종 과학체험 행사가 열리고 공상과학영화를 모티브로 한 완구와 게임기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원의 상점 앞에는 실물처럼 움직이는 로봇 공룡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끈다. 연신 비눗방울을 뿜어내는 돌고래총도 인기다. 헬륨 가스로 채워진 형형색색의 풍선도 아이들의 손과 발을 분주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조잡하기만 하던 장난감들이 첨단 기술을 만나서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다시 태어났다. 문제는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어져 안전사고에 취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져 금방 고장 난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기쁨을 위해서 지갑을 여는 부모의 마음은 한결 가벼운 날이다. 공원 잔디밭에 누워 있는 가족들도 함박웃음이고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 소리도 낯설지 않다. 하늘도 파랗고 화창하다. 간혹 하얀 구름은 끼지만 먹구름은 보이지 않는다. 팔베개하고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현상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내용을 하나 알아보자. 연인에게 들려주면 더 점수를 딸 수 있겠다.하늘은 왜 파랗고 노을은 왜 붉은가요? 아이들과 파란 하늘이나 붉은 노을을 보면서 감상에 젖다 보면 쉽게 나오는 질문이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지구의 대기 때문이다. 대기가 없는 달은 파랗게 보이지 않는다. 태양에서 오는 빛은 대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나 산소 분자에 의해서 산란을 하게 되는데 이를 레일라이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한다. 즉, 파장이 입자의 크기보다 커서 생기는 산란을 말한다. 대기 중에서는 파란빛처럼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상대적으로 산란이 더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화창한 날 하늘은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노을의 경우는 해가 지면서 빛이 지나오는 경로가 점점 더 길어진다.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산란이 심한 파란빛은 지표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하지만 산란이 적은 붉은빛은 지표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녁에는 세상이 온통 아름다운 붉은색으로 덮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름은 왜 다른 색의 옷을 입을까? 입자가 큰 물방울로 채워진 구름은 모든 빛을 동일한 정도로 산란하기 때문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이를 미산란(Mie Scattering)이라고 한다. 구름이 두꺼워지면 빛이 투과하지 못해서 시커멓게 보인다. 바닷물의 색이 깊이에 따라 다른 이유도 마찬가지로 설명된다.아이들과 무심히 바라본 하늘에 이토록 과학적이고 신비한 자연현상이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위대한 과학의 시작은 자연현상에 대한 감동에서 출발한다. 신기한 자연현상을 관찰하면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기고, 탐구하고, 이를 증명하려고 시도하게 마련이다. 자연현상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물리이고 화학이며 수학이다. 과학이야말로 우리가 이성적으로 사고하게 만드는 깊이 있고 합리적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보다 지식을 쇼핑하는 즐거움이 더 크다는 것을 5월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가리키며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19-05-06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生生之樂(생생지락): 세종대왕은 생업 보장이 정치라 했다.

백성의 삶(生生)의 즐거움(樂)이라는 뜻이다. 중국 고대의 정치 교과서인 서경(書經)의 '반경'(盤庚) 편에 있는 말이다. 반경은 상(商)나라 탕(湯) 임금의 10세손으로 수재(水災)를 피해 엄에서 은(殷)으로 도읍을 옮겨 나라의 중흥을 꾀한 임금이다. '반경' 편에는 천도(遷都)할 때 신하와 백성들을 설득하기 위한 이야기가 있다. 반경은 내가 정치를 잘못하여 너희 백성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즐겁게 살지 못하게 되면(不生生) 탕 임금은 나에게 죄를 물을 것이요, 신하들이 천도에 마음을 모으지 않으면 탕 임금은 "어찌하여 짐의 손자와 더불어 친하지 않는가?"라며 벌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또 "오만과 향락을 일삼으며 유언비어로 민심을 혼란하게 하는 자는 코를 베고 죽여서 이들의 씨조차 새 도읍에 옮겨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러니 너희 백성들은 가서 생업을 즐기며 살아라(往哉生生)"고 했다. 정치는 백성의 생업을 제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세종대왕은 평소 반경의 '생생' 정치를 자주 입에 올렸다. 한글을 창제했을 즈음의 1444년 7월 26일 자에 내린 교지에 '생생지락'(生生之樂)이 나온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하고(國以民爲本)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 농사는 옷과 먹는 것의 근원으로 정치에서 가장 먼저 힘써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백성을 살리는 천명에 관계되는 까닭에 천하의 지극한 노고(勞苦)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위에 있는 사람이 성심으로 지도하여 거느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백성이 부지런히 힘써서 농사에 종사하여 생생지락(生生之樂)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세종이 바라는 정치는 백성이 생업에 종사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최근의 한국 국회를 '동물국회' '식물국회'라 한다. 동물과 식물이 민생을 알겠는가. '생생지락'의 민생을 돌보는 국회를 보고 싶다.

2019-05-06 18:00:00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공감의 법칙 III - '자기공감'을 위한 실타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마음속은 모른다 했던가! 내 마음 나도 몰라 때론 화로 가득해 사랑하는 이를 때리고, 때론 알지 못할 두려움에 고통 받기도 한다. 누군가는 주는 것 없이 밉고, 또 누군가는 괜히 마음이 간다. 이 모든 마음의 작용은 의식의 차원에서 보다 무의식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자기공감, 즉 나를 알기 어려운 것은 그래서이다. 무의식의 차원은 곰곰이 생각한다고 알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깊은 차원의 의식을 알아차리기 위해 사람들은 명상이나 앎을 위한 수많은 방식의 수행법을 만들어오지 않았던가!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가 준 실을 잡고 크레타의 미궁으로 들어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 미노타우르스를 죽이고 아테네인들을 구한다.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테세우스를 살리고 아테네인들을 구했으며, 현재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뜻하게 되었다.자기공감을 위한 비법,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는 무엇일까! 나를 알아차리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다. 사이코드라마에서 그 실타래는 바로 감정과 몸의 반응들이다. 지금 내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몸의 떨림이고 심장의 벌렁거림이다. 떨림과 벌렁거림을 따라 기억의 미궁으로 들어가 몸의 감각과 감정이 일어났던 사건을 떠올리고 그 순간을 재연해봄으로써, 그 순간을 다시, 다르게 살고 지금 여기로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한다. 그리고 그 전과는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아주 조금 인생이 달라지고 길이 달라진다. 똑 같이 어제와 같은 일상이지만 오늘은 다른 빛깔을 느끼고 다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자신을 알고, 자기를 들여다보라는 말은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감정과 감각을 따라가면서, 일어나는 나의 역사를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그때는 눈을 감고 두려워 보지 못했던 그 그림자 속에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게 되리라!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2019-05-06 18:00:00

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 교수의 역사와의 대화]집현전과 규장각에서 찾는 성군의 향기

'천성이 총민하고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아 비록 몹시 춥고 더운 날씨라도 밤을 새워 글을 읽으며…'(세종실록), '임금이 어느 날이나 파조(罷朝)하고 나면 밤중이 되도록 글을 보는 것이 상례였는데 이날 밤에도 존현각(尊賢閣)에 나아가 촛불을 켜고서 책을 펼쳐 놓았고…'(정조실록).위에서 인용한 글의 주인공은 우리 역사 속 대표적 성군으로 평가받고 있는 세종과 정조다. 두 왕은 늘 책을 가까이하며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정책들을 연구해 나갔다. 아예 도서관이자 연구소 기능을 하는 국가기관을 만들기도 했다. 세종 시대 집현전(集賢殿)과 정조시대 규장각(奎章閣)이다.세종은 1420년 집현전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집현전에 '재행연소자'(才行年少者)라 하여 재주와 행실이 뛰어난 젊은 인재들을 모아 방대한 책을 바탕으로 정책을 연구하게 했다. 집현전이 있던 곳은 현재의 경복궁 수정전 자리로 왕의 집무실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만큼 왕의 관심이 컸던 것이다.집현전에 불이 꺼지지 않은 것을 본 세종이 이곳에서 깜빡 잠이 든 신숙주에게 입고 있던 용포(龍袍)를 덮어준 일화는 지금도 전해오는 미담이다. 또한 세종은 집현전 학자들에게 진상품이었던 귤을 하사해 이들의 사기를 높여 주었다. 오랜 기간 근무한 학자에게는 왕이 직접 휴가를 주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를 시행하여 학자들의 재충전을 돕기도 했다.집현전은 세종의 적극적인 후원 속에서 수백 종의 연구 보고서와 50여 종의 책을 편찬했다. '향약집성방' '삼강행실도' '역대병요' '칠정산 내외편'과 같이 의학, 역사, 의례, 국방, 과학 등 전 분야에 걸쳐 편찬된 다수의 책들은 세종 시대 문화의 꽃을 활짝 피우게 했다.정조는 즉위 직후인 1776년 6월 창덕궁 후원 중심에 규장각을 세웠다. 세종이 집현전을 설치해 학문 연구와 정책 결정의 중심 기관으로 삼은 사례를 계승한 것이었다. 정조는 창덕궁에서 경관이 뛰어난 영화당 옆 언덕을 골라 2층 누각을 짓고 규장각이라 했다. 정조는 당파나 신분에 구애 없이 인재들을 규장각에 모았다.규장각의 주요 업무는 역대 주요 책들을 수집, 정리,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정조는 규장각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관직이 높은 신하라도 함부로 규장각에 들어올 수 없게 해 정치적 간섭을 배제했다. '객래불기'(客來不起·손님이 와도 일어나지 말아라)와 같은 현판을 내려서 규장각 신하들이 학문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때로는 이곳에서 학자들과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규장각에서는 '경국대전'과 '속대전'을 계승한 법전인 '대전통편'을 비롯해 외교 문서를 정리한 '동문휘고', 병법서 '병학통', 그리고 각 관청의 연혁과 기능을 정리한 '탁지지' '춘관통고' '추관지' '규장각지'와 같은 책들이 저술되면서 국가기관의 역사와 활동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백과사전 성격의 '증정문헌비고', 사전과 같은 '규장전운', 이순신 장군 전집인 '이충무공전서'도 편찬되었다. 청대의 학술 사조가 총정리되어 있는 '고금도서집성' 5천22책을 수입, 연구하도록 해 선진 학문 수용에도 적극성을 보였다.성군들은 스스로 책을 가까이하였음은 물론이고 도서의 체계적인 수집과 정리, 연구를 통해 문화 국가로 나아가는 기반을 조성했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 하지만 봄볕이 화사하게 들어오는 창가에서, 꽃들로 대궐을 차린 공원 벤치에서 책을 접하는 것은 봄날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세종과 정조를 떠올려 보며 이 봄날에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2019-05-06 18:00:00

이성환 계명대 일본학전공 교수/국경연구소장

[세계의창] 미국과 '천황'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가장 먼저 달려갔다. 지금까지 10번이나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5월 25일 국빈방문, 6월 28일 G20 정상회의로 일본에 온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26일 미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축하를 위해서였다.미국 ABC방송은 트럼프는 협상의 기술자이지만, 아베는 한 수 위 아첨의 달인이라 평했다. 일본 언론은 양국의 친밀함이라고 했다. 아베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외교의 최우선으로 삼고 그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도 했다. 5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나루히토 천황(일본 왕의 고유명사)의 즉위를 축하하는 첫 국빈이다. 아베가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데 대한 답방 격이다. 지금 미일 관계는 전통적으로 최고의 동맹이라 평가받는 미국과 영국의 관계를 능가한다.불과 70년 전 미국과 일본은 서로를 귀축(鬼畜·아귀와 축생)이라 비난했다. 일본은 미국 영토를 공격한 최초의 국가이며 자살특공대로 결사 항전했다. 미국은 원자폭탄으로 응수했다. 일본 국민은 천황 수호를 위해 옥쇄를 다짐했다. 자기 목숨보다 천황이 소중했다.8월 9일 소련(현 러시아)이 참전했다. 천황도 군부도 항복을 택했다. 원자폭탄보다 소련이 더 무서웠다. 공산 국가 소련이 점령하면 봉건제의 잔재인 천황제는 소멸하기 때문이다. 당시까지(지금도) 일본은 천황의 나라, 즉 황국(皇國)이었다. 일본의 군대가 아니라 천황의 군대(皇軍)이며, 국민이 아니라 적자(赤子·왕의 사랑을 받는 갓난아이)이며, 일본 만세가 아니라 천황 만세였다. 소련이 상륙하기 전 미국에 항복하는 것이 천황을 지키는 길이었다.일본 정부는 국영매춘소(특수위안시설)를 설치하고, 미군의 상륙을 환영했다. 어제의 적을 해방군으로 맞았다. 마지막 저항을 우려했던 맥아더는 혼란스러웠다. 맥아더 상륙 약 한 달 후 천황은 그를 찾았다. 늠름한 맥아더 옆에 서 있는 왜소한 천황의 모습이 당시 미국과 일본을 상징했다.연합국은 천황을 전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맥아더는 비무장과 상징천황제로 연합국의 분노를 달랬다. 그리고 아시아에 대한 공산 세력의 팽창을 막기 위한 방파제로 천황의 나라 일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천황제는 살아남았으며, 일본은 미국에 항복한 목적을 달성했다. 맥아더는 귀국 후 상원 공청회에서 일본을 '12살의 교육 가능한 소년'이라고 했다. 소년은 미국의 보호 속에 1969년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항복 이후 일본은 미국에 한 번도 각을 세우지 않았다. 각을 세우면 정권이 붕괴한다는 설도 있다. 여기에 가장 충실한 정치인이 아베 총리이다.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은 일본의 미국 의존성을 강자에의 편승으로 설명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강한 미국, 중국, 러시아와 전쟁을 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생존 전략일까, 천황을 지켜준 고마움 때문일까.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천황의 사죄 요구 발언 이후 한일관계는 회복 불능의 늪에 빠진 듯하다. 일본이 겉으로는 독도 문제를 내세우나, 천황 사죄 발언이 훨씬 충격이었다고 한다. 천황의 사죄를 요구할 만큼 국력이 커진 한국의 존재감에 대한 시의심(猜疑心)도 작용했다.천황이 바뀌었으니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올까. 지금 미일 관계와 한일 관계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미일 관계가 한반도 정세와 한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비핵화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앞서 가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한일 관계가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게다가 G20에서의 한일 정상회담도, 트럼프의 한국 방문도 미정이다.계명대 일본학전공 교수/국경연구소장

2019-05-06 14:46:00

강주원 세종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올리비에 헤어살롱 대표

[기고]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옛말에 미운 자식은 밥으로 키우고 귀한 자식은 매로 키우라는 말이 있다.얼마 전 신문을 통해 '제설기 부모'라는 신조어를 알게 되었다. 자식이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도록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제설기처럼 해결해 주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출가한 자식의 머리 위에서 맴맴 돌며 평생을 따라 다니며 보살핀다는 '헬리콥터 맘'이 신조어로 회자되더니 이제는 내 자식을 위해 쌓인 눈은 물론 모든 것을 싹 밀어버리는 제설기 부모까지 등장하는 세태가 되었다.미용실 고객 중에 아이가 상전인 부모는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젊은 엄마가 다섯 살 된 남자아이를 미용실에 데리고 와서 여러 디자이너들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 참 가관이었다."○○야, 여기 있는 이모들 중에 누가 마음에 들어? 어느 이모가 머리 해주면 좋겠는지 한 명 골라 봐."이런 경우도 있었다. 미용 특강 수업 중 수강생이 실습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막 익힌 엄마가 중학생 딸아이 앞머리를 잘라주게 되었다. 그런데 앞머리를 조금 짧게 잘랐다는 이유로 아이는 "엄마는 다시 내 머리 자를 생각 하지 마!"라고 화를 내며 말하면서 엄마에게 있는 대로 눈을 흘긴다. 그 상황에서 엄마는 아이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다.아이를 상전으로 모시는 엄마들은 얼마든지 많다. 미용실에 와서 파마를 하거나 짧게 자르면 아이에게 혼난다는 엄마, 시종일관 아이에게 예예 하며 존댓말을 하는 엄마도 있다.어떤 아버지는 "나 어릴 때는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먹고 싶어도 아버지가 오셔야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퇴근 후 냉장고에 있는 수박이라도 먹으려 들면 아내가 아이 학원 갔다가 올 때까지 손 대지 말라고 한다"며 섭섭함과 난처함을 토로했다.부모가 자식을 기르는 동안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와 대가는 고스란히 부모가 떠안게 된다. 자식은 부모가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일류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의 학생이 부모가 많은 재산을 남겨줄 것과 60대까지만 살다가 죽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한다.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변질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 스며들 땐 고스란히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고, 살해 현장을 빠져나가는 아들에게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피 묻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고 말한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제설기 부모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자식이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도록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해결해 줄 것이 아니라, 자식을 귀하게 여긴다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우리 아이가 신발 끈을 잘 못 묶으니 살펴봐 주세요.'유치원 선생님께 부탁하는 쪽지가 아니라 군대 지휘관에게 부탁하는 쪽지다. 부대 앞에 방을 얻어 상사에게 자기 아들의 피부가 예민하다며 선크림을 전달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가 아이를 망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부모라면 자기 자식의 감추어진 본모습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2019-05-06 14:41:24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권위는 낮게, 품격은 높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것은?정답은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이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그랬다. 뙤약볕 운동장에서 쉽사리 끝나지 않는 훈화 말씀은 종종 아이들을 쓰러지게 했다. 수업하긴 싫었지만 사무치게 교실행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요즘에야 운동장 조회는 보기 드문 일이지만.계절의 왕 5월이 되니 여기저기 행사들이 많기도 하다. 행사에는 어김없이 내빈 소개가 있고 축사와 격려사가 줄줄이 소시지처럼 이어진다. 주요 내빈들의 인사에 시간이 소요되다 보면 조회 때 서있던 학생들처럼 관중들은 지루함을 느낀다. 행사 취지가 무색해지기도 한다. 축사가 끝나면 내용보다는 길이 여하에 따라 폭풍 박수를 받을 수도 있다.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면 감사하다. 필자도 행사를 진행하면서 바쁜 시간을 할애해서 찾아준 내빈들을 챙긴다. 그 와중에 소개 순서나 자리배정으로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빈으로 소개받고 축사를 한 뒤면 바로 자리를 뜨는 데 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얼굴 도장을 찍으려는 정치인의 경우도 허다하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석하지 않고 박수치며 즐기는 내빈들과 비교 대상이 아닐 수 없다.행사의 성공여부가 유명 인사들의 참석률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윗분들이 많다고 해서 행사의 격이 올라간다는 생각은 구태의연한 '꼰대'적 발상이다. 주관 단체장의 인사말 정도로 개회식을 꾸미고 내빈의 축사는 과감히 생략하거나 초간단 인사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어선지 최근 들어 의전의 간소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위는 낮게, 품격은 높게'를 슬로건으로 비효율적 의전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동해시도 있다. 내빈 위주의 관행적인 운영은 청중들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적용은 아직 먼 느낌이다. 한국식의 과도한 의전문화는 강철처럼 견고해서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전시회나 공연 팸플릿 또한 주요 인사들의 축사로 앞부분을 차지하기 일쑤다. 주최측의 인맥을 자랑하고 싶은건지. 판에 박힌 축사들을 읽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인 1페이지 축사 대신 프로그램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으로 소중한 지면이 할애되어야 한다.관행이라서 계속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익숙함에 머무르다 보면 발전하기가 어렵다. 나눔의 정신을 실천해 온 경주 최부자의 고택은 권위의 상징인 솟을 대문이 낮아 오히려 소박하다. 여느 사대부집처럼 높게 솟은 대문이 아니어도 격조와 품격으로 대대손손 존경받아왔다. 형식적 의전의 되물림을 잘라내는 것은 리더의 마인드에 달렸다. 몸에 익은 불필요한 의전의 묵은 각질은 과감히 벗겨내 버리자. 누가 뭐라해도 최고의 vip는 시민들이지 않은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06 14:18:23

류호성 전 대구미래대 교수

[기고]축적된 부(富)의 행방은?

인간이 원시생활을 할 때는 고작 먹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나무 열매나 사냥감을 찾아 이곳저곳 떠돌아다녀야 했다. 그런 인간에게 새로운 큰 변화가 왔다, 그것은 농업의 발명이었다.사람들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 않았으며 토지 가까이에 마을과 도시를 형성하면서 정착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농업은 그들이 먹을 수 있는 분량 이상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었고, 또 초과분은 저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가와 부유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양상 속에 점차 보이지 않는 계급층이 생기게 된 것이다. 즉 마을의 관리자, 부족의 족장, 왕, 귀족 등 정치적 권력자들이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농민들이 생산해 낸 대량의 잉여 생산량을 나누어 가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은 항상 더 유리하게 가져가곤 하였다.다시 말해 이들은 실질적으로 생산에 필요한 노동에 조금도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었으며 농민들은 그들이 생산해 낸 잉여 생산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가난해야 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현상으로 농민들이 만들어 놓은 부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사회는 놀고먹는 계층, 즉 왕이나 귀족 같은 것들을 서로 차지하려고 끊임없는 투쟁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카를 마르크스는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말했던 것이다.18세기 무렵부터 새로운 사회 형태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산업혁명이었다. 즉 공장이나 철도, 대형 증기선, 그 외에 각종 운송수단의 대변화를 가져오면서 인간은 종전보다 훨씬 더 많은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사회 문명의 발전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전진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되었지만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대량생산의 부는 인간으로서는 실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단한 부를 가져옴과 함께 우리는 또다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계급의 출현을 맛보게 된다.바로 생산수단을 독점하는 자본가 계급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의 임금 거래조건에서 항상 우위를 점하고 있었고, 노동자들은 자신의 몸뚱어리를 헐값에 팔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에 처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부를 착취해 갈 수 있었고, 노동자들은 그들이 만든 부가 사라져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던 것이다.이런 모순에 마르크스는 자본가를 포함하여 왕이나 귀족, 혹은 정치적 관리자라고 하는 모든 계층의 존재를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공동 생산하는 공산국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으며, 이에 구소련을 포함하여 중국, 폴란드, 동독, 북한, 헝가리, 체코 등의 공산국가가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고 묘하게도 이들 국가들은 모두 경제적 몰락을 하고 말았다. 쉽게 이야기해 이들 국가에선 노동자와 농민들이 쌓아 놓을 수 있는 부, 그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결국, 노동자와 농민이 만들어 놓은 축적된 부는 없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떤 형상으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지만, 그 방법은 상당히 지능적이고 교묘하게 마술처럼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사라져 버렸다는 사실이다.

2019-05-05 15:49:05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축제의 계절, 통제의 거리  

5월이 왔다. 거리에 서면 사방팔방 보이는 글자가 다 '교통통제'다. 빨강 바탕, 노랑 고딕의 현수막, 이젠 스쳐봐도 뭐라 쓰인 건지 짐작이 간다.사실 5월 거리에 '교통통제'라 적힌 깃발이 나부끼면 그건 십중팔구 '대구컬러풀페스티벌' 때문이다. 자세히 보면 그 옆 또는 아래에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이라는 이름과 날짜도 적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야말로 자세히 봐야 보인다. 휙 지나쳐도 뇌리에 남을 정도인 '교통통제'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이건 단순히 글자의 크기나 색깔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컬러풀페스티벌'의 시그니처(Signature)가 해마다 바뀌는 데다 실제로도 눈에 잘 띄지 않게 써 놓아서 그렇다. 그에 비하면 몇 년째 일관된 서체와 색상을 유지해온 '교통통제' 글귀는 예쁘진 않아도 한눈에 알아볼 만큼 쉽게 읽힌다. 말하자면 정체성이 생겨난 것이다.물론 그렇다고 '교통통제'라는 보통명사의 조합이 브랜드가 될 수야 없다. 그리고 어떤 도시도 '교통통제'를 브랜드화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건 즉, 우리가 정체성을 불어넣어야 할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교통통제'가 아니라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이라는 이야기다.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같은 현수막 안에서도 영역을 다퉈야 하고 조금이라도 더 시선을 붙잡아야 하는 게 광고의 텍스트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교통통제'와 '컬러풀페스티벌'의 거리전(戰)은 '교통통제'의 압도적 승리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대구컬러풀페스티벌'에서는 별다른 이미지 전략조차 찾을 수가 없다. 도리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흩어놓은 과정들이 보일 뿐이다.2016년 '컬러풀페스티벌'을 상징하는 기본 색상은 빨강이었다. 그런데 다음 해인 2017년에는 빨강과 파랑 계열, 두 종류의 색을 동시에 기본색으로 사용하는 황당한 일이 있었고, 다시 2018년엔 명도가 높아진 또 다른 빨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올해 2019년에는 대구시의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대구'를 차용한,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B·I) 사용 규정을 침범해 만든 함량 미달의 시그니처가 등장했다.지난 몇 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축제의 시각적 정체성을 깨뜨리지 않은 해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축제의 이름이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이 아니라 '컬러풀대구페스티벌'이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국제뮤지컬대구페스티벌'이 된 셈이고 '함평나비축제'가 '나비함평축제'가 된 격이니 축제의 독자성과 차별성을 스스로 뭉개버린 것이다.'시민의 축제'임을 내세우면서 이처럼 심벌과 로고타이프를 해마다 바꾸고 이름마저 이랬다저랬다 하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매년 형편없이 디자인되어 배포되는 전단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올해는 첫머리에 '대중교통 이용을 당부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당부한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250만 대구시민을 상대로 감히 그렇게 말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당부드립니다'는 '교통이 통제됩니다'처럼 어법에도 맞지 않는 문장이니 더욱 쓰면 안 된다.도심에 즐비한 현수막도 그렇다. 보이는 건 온통 '통제'뿐이다. 어디에도 '오시라'는 말은 없다. '함께하자'는 말도 없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통제'는 단속, 금지, 차단으로 읽힌다. 그러니 길 이쪽에 '통제'가 있으면 그 옆이나 저쪽 어딘가에 하나쯤은 '환영' 또는 '개방'을 뜻하는 메시지도 같이 걸려 있어야 한다.덧붙여 '비가 와도 축제는 열립니다'라든가 자동차가 아니면 올 수 없는 장애인이나 노약자의 경우 어떻게 하면 참여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현수막도 간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축제가 끝나면 특정업체가 아니라 대구시민이 행복해져야 한다. 무엇보다 대구다운 축제, 즉 대구사람이어서 더 멋과 흥이 나는 축제, 대구에서 열려야만 제대로 신명나는 그런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을 만들어가야 한다. 거리는 '통제'로 가득하지만 그래도 5월은 의심할 바 없는 '축제의 계절'이다.

2019-05-05 15:42:37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반중 조홍감이

자식의 날은 없는데 어버이날이 따로 정해진 이유가 뭘까? 혹시 어른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어른 중심으로 정한 탓일까? 아니다. 자식을 향한 어버이의 사랑은 거의 본능적인 것이며 365일 한결같아 따로 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해 1년 내내 자식의 날인 것이다. 그러하다면 어버이날을 따로 정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자식들이 어버이께 보내는 사랑은 어버이의 그것 같이 본능적이지도, 한결같지도 않을 수가 있으므로 이날을 맞아서라도 다하지 못했던 효를 되새겨 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필자의 장인은 11개월간 암 투병 끝에 어느 해 9월 1일 새벽 2시에 영면하셨다. 장인은 5남매를 두었는데 그중에 맏이가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 당시 필자의 처형인 맏이는 8여 년간 유학한 후 몇 해 동안 비정규교수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 여름, 다행히도 모 국립대 교수 공채를 통과하여 9월 1일 임용을 앞두고 있었고 처형은 그 대학이 있는 도시에 머물고 있었다. 소식을 들은 처형은 미처 임명장도 받지 못한 채 달려와야만 했다. 맏이가 정규직 교수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고자 했던 간절한 기원이 그분 생의 마지막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으며 임용이 예정된 당일 새벽에는 힘이 부쳐 운명하신 것이다. 이것이 한결같은 어버이의 마음이다.어버이는 자식을 마음속에 품고 살지만 자식들은 생업에 쫓겨 그러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효를 행하려 할 때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나타내는 '풍수지탄'(風樹之歎), 즉 '바람과 나무의 탄식'이라는 말이 회자하는 것 같다. 한시외전에 나오는 말로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려 하나 어버이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유래했다.풍수지탄의 회한을 가장 절실하게 나타낸 시조는 노계 박인로가 그의 나이 마흔 하나였던 1601년에 지은 '조홍시가'(早紅柹歌)의 첫 수이다. 쟁반에 담긴 일찍 잘 익은 홍시를 부모님께 가져다 드리고 싶지만 이미 세상을 떠나고 안 계셔서 그럴 수 없음을 한탄하는 시조이다./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뵈이ᄂᆞ다/ 유자 아니라도 품엄즉도 ᄒᆞ다마ᄂᆞᆫ/ 품어가 반길 사람 없으니 그걸 셜워 ᄒᆞᄂᆞ이다./예전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시조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이 고인이 된 후로는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 멋진 경치를 볼 때, 문득 문득 떠오르는 모습을 어찌할 수가 없다. 부모 돌아가셔 산에 묻는다는 말도 다 거짓이더라. 내 아버지는 열일곱 해 전, 어머니는 열세 해 전에 돌아가셨지만, 내 가슴에 묻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빙긋이 미소 지으며 떠오르더라. 갚아드리지 못한 은혜가 한이 되어 효의 대명사인 노래자의 옷을 입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지만 풍수지탄만 메아리가 되어 울릴 뿐이더라.노계는 조홍시가 세 번째 수에서 부모가 늙어 감을 다음과 같이 탄식하였다. /수만 근 쇠를 늘려 길게 길게 노끈을 꼬아/ 구만리 먼 하늘에 가는 해를 잡아매어/ 북당의 머리 흰 양친 더디 늙게 하리다./ 어느 누가 세월을 비껴갈 수 있겠는가? 오는 어버이날, 공경하는 마음으로 찾아뵙고 무고하게 지내고 있음을 보여드리자.

2019-05-04 0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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