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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컬럼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벽(癖)과 덕 1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학창 시절 수학과 물리 외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수학과 물리 교사들이 보기에는 천재성이 있는 학생이었지만, 다른 교사들이 보기에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 문제아였다. 이 문제아는 자기가 의문을 가진 물리 문제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학교를 빠졌고, 그 결과 규율이 엄격한 김나지움에서 퇴학을 당하고 만다. 독일의 교육 제도 아래서는 대학을 갈 수 없었던 그는 스위스로 가서 취리히 공과대학에 시험을 보지만 수학, 물리 외에는 낙제였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할 수가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태어났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인류 역사에 남은 위대한 천재 중에는 아인슈타인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하나에 몰두하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성향을 나타내는 우리말로 '벽'(癖)이라는 말이 있다. 글자를 풀어보면 병적으로 한 방향으로 치우쳤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 접미사로는 '도벽, 낭비벽'처럼 고치기 어렵게 굳어 버린 버릇이라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이때도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 그런데 실학자로 유명한 박제가는 '백화보'(百花譜) 서문에서 전문적인 기예는 '벽'을 가진 사람이 능히 이룰 수 있다고 하며, '벽'이 없는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까지 말한다. 박제가가 생각한 '벽'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성취해내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오늘날 '벽'과 유사한 의미를 가진 말에는 일본에서 건너온 '오타쿠'가 있다. '오타쿠'는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가라는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는 '벽'과 비슷하다. 그러나 '오타쿠'에는 다른 분야에는 관심이 없어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강하다.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오타쿠'를 '오덕후'(五德侯)로 변형을 하였는데, 오덕후보다 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숫자를 올린 '육덕, 십덕'과 같은 말이 생겨났으며, 줄인 말인 '덕후'는 '영화덕후, 소시(소녀시대)덕후'처럼 접미사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더 줄인 말인 '덕'은 '덕질(취미를 위해 돈과 시간을 쏟는 일), 입덕(주로 아이돌 팬으로 입문하는 것)'처럼 다양한 신조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흥미로운 점은 '오덕후'에서 '덕'으로 말이 줄어들수록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라는 느낌은 떨어지고, '마니아'나 '광팬'의 의미에 가까워진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의 경우만 보아도 창의적인 '오덕후'였고, 물리에 빠져든 '물리덕후'였을지는 몰라도 누군가의 팬으로 '입덕'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2018-12-02 15:05:39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비례대표 대폭 확대에 이의 있다

국민들 아닌 지도부 뜻대로 낙점 지금의 비례대표제 문제점 많아정당별 비례대표 선정·순위 결정 유권자들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활동 중이다. '정치개혁'을 내세웠지만 정개특위의 주된 의제는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것이다. 민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여서인지 국민적 관심은 덜한 듯하다. 하지만 선거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다. 당장의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 건 아니어도 선거제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번 정개특위의 지향점은 정파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정당 지지율과 의석수 간 괴리를 최대한 좁히자는 말이다. 이른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이 그 방법으로 논의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은 개헌보다 어렵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결론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어쨌든 과거에 비해 관심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국회의원의 비례성 강화를 위해서는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야 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1대 1로 하든 2대 1로 하든 마찬가지다. 현재처럼 전체 의원 300명을 유지하려면 250여 개 지역구를 200여 개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 정도로 해야 한다. 의원들이 찬성할 리 만무하다. 의원들의 솔직한 속내는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늘리고 싶은 것이다. 지역구 250명 정도를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150명 정도로 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들에 비해 의원 수가 적다는 등 벌써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말을 하나 마나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렵다.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정개특위의 역량을 지켜보아야 할 문제이다. 예산 국회가 끝나면 선거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 반드시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지금과 같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하에서 숫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와 별도로 행해지는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배분한다. 과거 지역구 후보가 얻은 표만을 계산하던 방식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비례대표에서 심각한 문제는 선출 과정에서 국민들이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정당별 비례대표 선정, 순위 결정 과정 등에 있어 국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 모든 건 정당, 정확히 말해 이른바 지도부 뜻에 좌우된다. 공천헌금, 특별당비, 밀실야합, 뒷거래 등 늘 잡음이 나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정작 국민들은 그렇게 선정된 비례대표 후보를 알지도 못한 채 한 표를 던진다. 정당별로 비례대표 후보자를 공개할 때 반짝 관심을 모으긴 한다. 하지만 비례대표 후보를 보고 정당에 투표하는 유권자는 없다. 비례대표 제도하에서 구속명부제는 위헌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권자들이 순위나 당선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정당이 내세우는 고정된 비례대표 명부는 직접선거 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말이다.비례성 강화의 금과옥조인 정당 지지율도 따지고 보면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는 유권자들이 지역구에서 지지하지 않은 정당, 특히 소수 정당에 정당투표를 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례대표 숫자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기에 별 고민 없이 투표한 것이다. 소수 정당의 스타 정치인들의 인기도 한몫했을 것이다.비례대표가 대세를 좌우할 정도가 된다면 모든 건 얘기가 달라진다. 비례대표 선정부터 당락까지 유권자들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는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석 배분에서뿐만이 아니라 정당 투표에서부터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표출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긴 이런 방식이 앞으로만 필요한 일이겠는가. 진정한 국민의 의사가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식은 현재 제도하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개혁의 방향이다.

2018-12-02 14:59:50

김정숙 작 '가을'

[내가 읽은 책]읽다, 오돌토돌 김용주 시조집/보다, 물끄러미/일일사.

현대 시조문학은 오랫동안 양식의 변형과 계승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학으로서 절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굳건히 지켜왔다. 김용주 시인은 전통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온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출간한 시집이 '본다, 물끄러미'다.김용주 시인은 1964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2009년 '시조세계' 신인상 및 '대구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과 함께 시조 창작을 겸하여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대구시조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원이며, '시조세계포엠'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8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이 시집은 시인의 참신한 사유와 언어미학을 탐색한 결과물이다. 게다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겸용의 시집으로 출간되었기에 획기적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시적 갈증을 풀어주는 마음의 감로수가 되기를 바라며 신선한 서정성과 차분한 느낌으로 마련된 시편들이 실려 있다.김용주 문학의 뚜렷한 주제는 인간 존재의 삶을 사랑과 연민으로 탐색하는 데 있다. 저자의 시적 확대경이 자주 가 닿는 곳은 우주의 섭리에 따르는 자연이며, 그 속에서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난해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기에 편하게 읽힌다. 김용주는 깊고 넓은 사유의 경험을 이타심으로 따습게 펼치며 시어를 조형해 나가는 실력자이다. 자연 사물과 시인 김용주의 언어 조합은 새로운 창조물을 생산해 독자에게 희열을 안긴다. 다음 시 한 편을 기술한다."칼날처럼 몸을 세운 척박한 땅이란 땅/한순간 울컥하고 올라오는 화를 누르며/밟혀도/살아남으리/살아남아 일어서리//지상을 붙들고 산 현기증 나는 목숨/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법을 알아갈 때/비로소/눈부신 생이 /거룩하게 쓰러진다"-21쪽, 「풀」 전문시인은 첫 수에서 '칼날처럼 몸을 세'울 수밖에 없는 풀의 제한된 운명에 시적 자아를 이입한다. 울컥 하고 치미는 화를, 살아남아 다시 일어서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억누르는 능력도 있다는 풀의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한다. 둘째 수에서는 '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법을 알아'가면서 풀은 바람에게 여유롭게 대처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할 때 "비로소/눈부신 생이/ 거룩하게 쓰러진다"라고 술회한다. 한 편 더 살펴본다. "문득, 눈앞에 놓인 하얀 방명록 한 권/무게를 더 하라는 여백의 저 메시지/내딛는 발걸음마다 방점 하나 찍는다"-13쪽, '눈 내리다' 전문시조의 원형인 단수 작품이다. 깔끔하다. 시인은 시상을 펼치는데 친절한 중매쟁이 역할을 자연에게 맡긴다. 세상이 온통 순백으로 변해버린 자연의 풍광을 시인은 '방명록 한 권'이라고 의미를 더해 표현한다. 자신의 삶에 '무게를 더하라는 여백의 메시지'로 수용하며 앞으로 걸어갈 시인의 발걸음이 방점으로 찍히길 기대한다.이 시집에 수록된 48편의 작품들을 읽어나가면서 시인의 서정적 내면세계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고뇌가 고스란히 독자에게 오돌토돌 감지되었다. 공감으로 소통되는 우리 시조를 읽는 재미와 함께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2-01 05:30:00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광장] 수능 국어 31번 문제

아침 신문을 넘기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가 실린 걸 보고선 책상 한편에 접어두었다. 유독 국어가 어려웠다기에 슬며시 호기심도 생긴 데다 은근히 '어려워 봤자 국어잖아!' 하는 자신도 있었다. 그래서 재미 삼아 한번 풀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자 그 신문 위로 다른 신문과 종이가 쌓이고 찰나에 일었던 호기심도 조금씩 사라져갔다. 물론 게으른 탓이겠지만 이래저래 시간도 나질 않았다.그런데 수능, 특히 국어 영역을 둘러싼 논란이 자꾸만 커져갔다. '지나치게 어렵다'에서 '이건 국어 문제가 아니라 과학 문제다'까지, '뭐 그러다 말겠거니' 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논란의 여파와 사회적 파장이 점점 늘어나더니 급기야 수능과는 까마득히 먼 거리에 있는 나에게까지 영향이 미쳤다. 급작스레 책상 위를 뒤적여 예의 그 국어 31번 문제만 찾아서 먼저 들여다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 그리고 몇 초 뒤엔 눈에 힘을 주고 봤으며 다시 몇십 초인지 아니면 1분 정도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하마터면 신문을 집어던질 뻔했다.꽤 이름이 알려진 한 인사는 이 문제를 두고 올해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과학 문제가 아니라 국어 문제가 맞다"고 했다. 국어 시험의 목적은 독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니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은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고도 했다. 그래서 다시 봤다.지문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골라내는 문제, 그 핵심 내용인 만유인력에 관한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1.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당기는 힘이다. 2. 만유인력의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3. 어떤 천체가 자신의 밖에 있는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의 값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이 각각 어떤 질점을 당기는 힘(이 힘도 만유인력이다)을 모두 더한 값과 같다. 단, 이때의 조건은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야 한다.'이다.정리해봐도 여전히 어려운 이 내용을 국어 31번 문제는 새끼줄 꼬듯 이어 붙여 2개의 문장으로 늘어놓았다. 이렇게 말이다. "이때 가정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면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국어를 이렇게 쓰면 안 된다. 우리말은 아름답고 명료하다. 국어 31번 문제의 지문은 지시대명사 '그'를 남발하고 '만유인력은 만유인력을 더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는 식의 문장 구성으로 보는 이를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주저리주저리 늘어진 문장에 복잡한 어순으로 초점마저 흩트린다. 이건 국어 문제냐 과학 문제냐를 떠나 국어사용법상 함량 미달의 문제다. 그리고 난이도와도 관계없고 독해 능력과도 상관없는 문제이다. 국어시험은 국어에 관한 것을 물어야 한다. 수능 첫 시간, 문제지를 받아들며 국어 생각으로 가득했을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라. 대입 수능 국어 31번 문제는 시험이라기보단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정신적 폭력에 가깝다.

2018-12-01 05:30:00

[종교칼럼]나눔의 행복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하 BTS)이 지난 10월에 2018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BTS가 전 세계에 한류와 한글을 확산하고 한국 문화의 위상을 드높인 공로를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정부 행사로 티켓은 무료임에도 한 인터넷 티켓 사이트에서 50만∼150만 원에 판매되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어떻게 BTS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뉴욕에서 한국어로 떼창을 하는 외국인 팬덤을 만들어 냈을까? 신곡 발표 하루 만에 유튜브 조회 수가 5000만 건에 육박했고 대표곡 중 하나인 'DNA'는 누적 조회 수가 5억5천만 뷰를 넘었다. 유튜브에서 BTS의 공연과 음반에 대한 '리액션 영상'이나 그들의 노래와 춤과 연주를 재편곡한 '커버 영상' 또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비결이 무엇인가? BTS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나누었다. 공식 발표하지 않고 CD에도 싣지 않은 미공개 자작곡이나 커버 곡을 멤버의 생일이나 데뷔일, 성탄절에 맞춰 무료로 공개했다. 멤버들이 직접 자기 앨범과 곡들을 리뷰하면서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멤버의 엽기적 사진까지 트위터에 공개한다. 심지어 멤버들끼리 호텔 방에서 장난치는 모습까지 동영상으로 공개한다. 이것이 전 세계의 '아미'(BTS 팬덤)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었다. '아미'가 한글 음을 달고, 자국어 번역을 달아서 다시 유튜브에 올린다. BTS의 성공 비결은 나눔이다.오늘 동성로에서 두 가지 행사가 열린다. 낮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시종식이 각계의 지도자들을 모시고 시작된다. 도시 곳곳에서 이웃 사랑의 종소리가 연말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저녁 시간에는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CBS가 주최하는 성탄트리 점등식이 예정되어 있다. 주제는 '빛으로 오신 예수'다. 예수님은 인류 구원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 빛은 자기를 태워 주위를 밝게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인류의 죗값을 갚아주셨다. 죄와 죽음의 암흑에 있던 백성에게 구원의 빛을 비추어주셨다.행사 기간에는 사랑의 쌀 나누기를 위한 모금도 진행된다. 나눔이란 먼저 내 손의 떡을 이웃을 위해 잘라내어야 한다. 그래야 나눌 수 있다.저작권 문제 등으로 언젠가부터 사라진 동성로의 크리스마스 캐럴도 올해 부활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CBS가 캐럴을 담은 USB를 만들어 동성로 상가에 배포하기 때문이다.하나님은 모든 것을 지으신 창조주시다. 모든 저작권은 하나님께 속해 있다. 사실 이 세상의 모든 저작권자는 하나님의 저작권을 무단 도용하는 것이다. 산의 물, 바닷속의 물을 팔아먹는 오늘날의 물장수들이 물을 만든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름 장수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이 수십억 년 동안 땅속에서 만들어 두신 것을 제 것처럼 꺼내 판매하니, 모두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의 후예 아닌가?진리는 공짜다. 만인에게 거저 주어지는 것이다. 귀중한 것일수록 공짜라야 한다. 귀중한 것이 공짜가 아니라면 대다수 사람이 비극의 주인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하나님은 모든 것을 내어 놓으셨다. 만인이 마음껏 자연을 누리도록 개방하셨다. 신선한 공기 값을 받지도 않으시고 대기 중 산소 사용량에 따라 청구서를 발행하지도 않으신다.단풍 관람을 했으니 입장료를 내라고 하지도 않으신다. 농부에게 과일의 열매 맺음에 대한 기술 특허권을 주장하지도 않으신다.하나님은 외아들까지도 인류를 위해 내어주셨다. 하나님의 아들이 세상에 오신 사건이 성탄이다. 성탄절은 나눔의 계절이다. 손을 펴서 나눔으로써 나눔의 행복을 만끽하자.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11-30 11:18:27

게티이미지 제공

[알쏭달쏭 생활법률] 협의이혼 시 양육비 포기한 경우, 양육비 청구는?

Q : 갑은 을과 협의이혼을 하면서 미성년 자녀의 양육권자 및 친권자로 지정되었는데, 을에 대한 양육비 청구는 포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우 갑은 양육비 청구를 포기하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을에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을까요?A : 협의이혼을 하거나 재판상 이혼을 하면서 미성년 자녀의 양육비를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나 조정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법원으로부터 양육권자 및 친권자 지정은 추후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지만, 양육비를 포기한 경우 이를 번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대법원은 이혼의 당사자가 자의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에 의하여 정하였더라도 필요한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언제든지 그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것이며, 이는 당사자 사이의 협의가 재판상 화해에 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따라서 갑은 협의 이혼을 하면서 양육비 청구를 포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미성년자녀의 복리에 반하므로, 갑과 을의 재산 상황, 미성년 자녀의 의사 등을 참작하여 양육비 부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하여 달라는 신청을 하는 방법으로 을을 상대로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김판묵 변호사

2018-11-30 06:30:0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호미와 굴착기

최근 지역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아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16개 광역문화재단을 포함해서 대략 100개의 문화재단이 있고,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설립 준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설립 근거를 갖게 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예술 영역에서 생산자와 공급자 중심의 예술이 아니라 주민들이 즐기고 참여하는 수요자 중심의 예술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 중심의 삶에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에 기초한 문화가 있는 삶에 대한 갈증도 한몫하고 있다.물론 지역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오해와 편견 등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공연장과 미술전시관, 문화센터 등의 시설을 위탁운영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문화재단이 만들어지더라도 새로운 변화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은 지역문화재단이 이중적 정체성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으로서 법령과 규정에 따른 행정 절차를 따르는 부분과 문화예술 영역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지원하는 유연함이라는 정체성의 측면이다. 이러한 이중성은 어느 쪽에 방점을 두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역문화재단이 어떻게 일할 것인지의 해답은 지역문화재단이 대부분 기초자치단체 영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모든 정책의 마지막 종착지인 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의미이다. 정부나 광역 단위의 정책과 사업, 예산은 부서·분야별로 모두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지역 현장에서는 교육과 문화,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돌봄, 복지 등이 동시에 만나게 된다.그렇다면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일까. 문화재단이라는 이유로 '문화'와 '예술'만 사업 영역으로 설정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삶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고 관통하는 것으로서 지역문화재단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사업이 일어나면 문화재단과는 너무나 먼 얘기일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나 문화적 도시재생 관점으로 들여다보게 되면 도시재생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역공동체의 삶이 단절되거나 파괴되지 않으면서 도시가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될 수 있고 공동체의 삶이 기록되거나 유지되거나 진화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이 공연장이나 전시관, 도서관 등 시설 운영에만 머무르고 만다면, 아마도 인구절벽과 재정절벽의 시대에 조만간 한계에 도달하고 말 것이다. 이제 지역문화재단은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자원들을 발굴하고, 발견하고, 기록하고, 나아가 다양한 방식으로 고유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축적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연결하고, 공공과 민간을 넘어 다양한 공간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그 공간의 연계와 활용을 통해 지역공동체가 함께 공유하고 서로의 삶을 경험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그러한 일은 무언가 새로운 길을 닦거나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존의 골목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면서 가보지 않은 골목을 걸어보고 경험하는 일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것은 굴착기를 장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호미다. 동네의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손에 호미를 하나씩 들고 땅을 파는 일이다. 누군가 고구마 줄기를 발견하면 그 줄기에 엮인 알맹이들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이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지역문화재단 종사자들이 특별한 소명 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만큼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경찰이나 군인, 소방관, 의사, 교사 등 사회적으로 특별한 직업을 갖는 이들이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공에서 일한다는 것이 '먹고사니즘'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소한의 진전으로 향하는 걸음이다. 지역문화재단은 이 시대에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양손에 호미를 들고 굴착기와 싸우는 명분과 자신감으로 무장할 때이다.

2018-11-29 17:01:29

김난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장

[기고] 에이즈, 과학과 현실

12월 1일은 제31회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에이즈처럼 과학과 현실의 차이가 큰 질병은 없기에 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세계적으로 에이즈는 이제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이 됐다. 2018년 네덜란드에서 개최된 국제에이즈대회의 공식 슬로건은 'U=U'였다. U=U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으면(Undetectable) 전파되지 않는다(Untransmissible)는 의미다. 즉 에이즈에 감염되었더라도 약을 복용함으로써 검사 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는 사람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U=U의 중심 내용이다. 이는 14개 유럽 국가에서 1천166명의 감염인과 비감염인 커플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실제로 U=U캠페인은 국제에이즈학회(IAS), 유엔에이즈(UNAIDS), 영국 에이즈협회(BHIVA)와 같은 과학 및 의학 단체를 비롯한 34개국 350개 이상의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단체가 보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U=U는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과학적인 사실이다. 에이즈는 이제 'U=U'라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30년 전 '미지의 괴질'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졌다. 이제 '치료가 가능한 만성질환'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최근 국내에서도 관람객 4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 역시 1991년 에이즈 환자로 삶을 마감했다.하지만 그가 1990년대 후반에 HIV 진단을 받았다면 아마도 2018년 지금, 영화가 아닌 내한 공연 중인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이처럼 과학과 의학의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함께 존재한다. 바로 한국의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 현실이 매우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2015년 의료법의 개정으로 에이즈 감염인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수 있는 법제도적 체계가 마련되었지만, 법과 현실의 간극에서 에이즈 감염인은 여전히 입원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다.또한 2014년에 이뤄진 UN 제6차 세계가치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88.1%가 '에이즈 감염인과 이웃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하여 세계에서 가장 에이즈 감염인을 기피하는 국가로 보고되어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그뿐만 아니라 20대와 30대 청년 감염인의 자살 시도율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무려 39배나 높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한국 에이즈 감염인의 실존 위기를 증명해주고 있다.12월 10일이면 70주년 세계인권선언을 맞이하게 된다. 세계인권선언은 12차 세계대전과 대학살을 겪으면서 우리 인류가 다시금 반복해서는 안 될 인류의 과오를 드러내는 반성문과 같은 것이다. 에이즈의 과학으로 우리들의 혐오와 차별을 거둬내는 것 역시 지난 30년간의 과오를 반성하고 통찰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과학보다 진보한 인간의 감성과 합리성으로 세계 에이즈의날이 기억되어지길 바란다.

2018-11-29 13:05:33

김연실전(문장, 1939. 3.)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신여성을 싫어한 소설가 김동인

소설가 김동인의 대동강 사랑은 유명하다. 김동인이 사랑한 대동강은 지도상의 위치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그 대동강은 삼월 삼짇날부터 사월 초파일, 오월 단오를 거쳐, 유월 유두에 이르는 시기, 기생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풍류 배들이 강을 메우며 축제가 열리던 공간이었다. 그 공간에 대한 사랑이 너무 극진했던 탓일까.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여학생을 동경하던 때에도 김동인은 혼자서 기생 예찬론을 펼쳤다. 예찬론을 펼칠 뿐 아니라 몸소 기생들과 수개월에 걸친 동거생활까지 감행했다. 이 깊은 사랑의 후유증 때문인지 기생을 대체하여 시대의 새로운 히로인으로 등극하기 시작한 여학생, 즉 신여성에 대한 김동인의 증오는 이상할 정도로 깊었다. '김연실전'(1939)은 바로 그 증오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 소설이다.'김연실전'의 김연실은 하급관리와 기생 사이에서 혼외자로 태어나, 새로운 삶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동경유학을 떠난 인물이다. 소설 속 김연실은 말로는 자유연애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성적 방탕과 자율적 연애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무지하며, 남녀평등을 주장하지만 극도로 남성종속적인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상대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장롱 속에 있던 '베개를 내리는 일'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하는 인물이다. 이처럼 김동인은 '김연실전'을 통해 모든 신여성을 매춘부로 묘사해내고 있었다. 신여성에 대한 이와 같은 김동인의 판단은 지나치게 악의적이었지만 일면 부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보수적 조선 사회에서 초기 신여성, 즉 여학생 중에는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으면서 행동 제약에서 자유로운 기생의 딸이나 첩의 딸이 많았다. 그리고 이들 신여성들은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와 갑작스럽게 만나버린 바람에 불륜, 방탕한 연애 등 행동과 의식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들 신여성들은 사회적 제약과 심리적 좌절감에도 불구하고 멈추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삶을 향한 강렬한 열정과 집념으로 자신을 채우고 있었다. 김동인은 그 점에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는 기생의 딸 김연실이 당시 사회를 향해 내질렀던 절망적 비명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도,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서 그녀가 들인 처절한 노력을 돌아볼 생각도 없었다.신여성을 향한 이와 같은 편견은 김동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 지식인 남성 일반의 공통적 인식이었다. 김동인의 편견은 기생을 향한 지극한 사랑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유라도 내걸 수 있었지만 나머지 지식인 남성 일반의 편견은 그런 이유조차 없었다. 그들은 앞장서서 '평등'의 근대적 의식을 부르짖었지만 그 의식을 지식으로 받아들였을 뿐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백 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전문직 엘리트 여성 역시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다. 이 야만적 현실을 보고 있으면 백 여 년 전의 전근대적 조선에서 우리 사회가 과연 한 발짝이라도 진보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11-29 12:10:36

김철환 작.

[갤러리 탐방]어울아트센터 'Vision'전 김철환(12월 8일까지)

백화점이 제공하는 미술전시장을 찾아가면 재미있는 광경을 가끔 본다. 그건 공공미술관이나 화랑에선 좀체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사람들은 고급 쇼핑가에 오면 자신이 지체 높은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나보다. 어떤 부인들은 사교계의 큰 인물인 마냥 전시공간을 가로지른다. 내가 보기엔 미술을 즐기기보다, 그러고 있는 자기 자신을 즐기는 거다. 백화점에 있는 갤러리나 화장실이나 어차피 그들에겐 같은 편의시설이다. 미술에는 그다지 취미가 없지만 귀빈 대접은 받아야 하는 그 분들은 화장실에 가서는 황금변이라도 보는 걸까? 그럴 리가.작가 김철환은 자기 몸에서 떨어져 나간 부스러기들 모아서 자기 작품에 쓴다. 으, 상상만으로도 더럽다. 각질 손발톱 비듬 털이 재료다. 원료 수급이 더딘 점은 있어도, 재료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생각해보자. 내 손발과 눈코입귀와 모든 장기는 내 일부다. 그럼 내가 흘린 콧물과 가래침은 뭔가? 미용실에서 자른 머리카락을 보며 '영원히 안녕'이라고 슬퍼하는 사람이나 상황도 있겠지? 아무튼 우리는 어느 안에 속해있을 땐 괜찮은데 거길 벗어나면 위험하거나 더러운 대상으로 취급한다. 가령 깨끗하게 조리된 밥과 국과 반찬을 입 한 번 대지 않은 채 버릴 목적으로 한 냄비에 부어 담았다. 그 음식물들은 깨끗한가, 더러운가? 인류학자 매리 더글라스가 쓴 '순수와 위험'을 읽으면 우리의 이런 관념을 집요하게 밝히고 설명하니까,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작가가 '생산물-샤워찌꺼기'라고 이름 붙인 이 작품은 욕실에서 머리 감고 싱크 구멍마개에 시커멓게 들러붙은 머리카락을 모아서 만든 작품이다. 한 술 더 떠, 작가는 그렇게 비누 때 낀 잔해를 값비싼 진열장 안에 보물처럼 쌓아서 보관한다. 그 고급스러운 형식이 작품의 포인트라는 건 관객들이 대번에 알 수 있다. 비슷한 유형의 작업이 외국에는 꽤 있는데, 가까이 있다는 명목으로 김철환 작가에게 한 번 물어보자. '도대체 왜 이런 더러운 걸 미술이라고 뻔뻔히 내세우는지?' 작가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좀비나 악령이 나오는 공포영화를 볼 땐 그 세상은 그냥 지옥이에요. 영화가 끝나고 밖에 나오면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가 사는 여기가 천국이라고 느낄 거예요.' 세상에 있는 모든 추함을 한 곳에 모아두면 나머지 곳들은 다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미술이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1-29 11:08:52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휘게(Hygge), 일에 쫒기지 않기

송년회가 하나 둘, 시작되지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 떠나보내야 하는 동료들,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직장 선후배들, 그외 이런 저런 이유의 모임으로 저녁이 없는 삶을 보내다 보면 더 이상 송년은 조용한 성찰이 아니라 번다한 일이고, 잠 도둑입니다.그렇잖아도 바빴던 날들에 더 바쁘고 더 정신없는 날들을 보태며 한 살을 먹기는 아까운 나이가 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우렐리우스의 이 말을 자꾸 화두처럼 챙기는 모양입니다. "너무 많은 일에 쫓겨 스스로를 망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저녁식사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된 까닭에 저녁모임은 가지 않지만 점심 모임은 종종 있는 편입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 몇이서 일요일 점심으로 모였습니다. 집에서 음식 하나씩 해가지고 나눠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 모임입니다. 거기서 잘 나가는 남편을 둔 한 친구에게 대학생인 아이들과 성취지향적인 남편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그 친구 남편은 휴일에도 빼곡한 골프약속으로 인맥을 관리하며 바쁘다는 사실을 성공의 바로메타로 여기는 스타일인데, 아이들도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에 바빠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 남편과 아이들과 마주치는 시간이 종종 생기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대부분을 잔소리로 채운답니다. 휴일 날도 늦잠 자는 꼴을 보지 못하고, 먹는 일부터 스펙 쌓는 일까지 체크하는 남편을 아이들이 왕따하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남편이 그런다네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으니 집안에 자기 자리가 없다고. 그 남편, 사회적으로 잘 나가기 때문에 위기인 줄 모르는 거지만 삶의 위기인 거지요?그랬더니 늘 바쁜 다른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너는 너의 남편의 문제지. 우리 집에선 내가 그래. 자기들 교육비 송금하느라 밤낮없이 일하는 엄마의 노고는 아랑곳없고 지난 방학 때 나와서는 이런 얘기를 하는 거야. 우린,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 한번 제대로 받아본 적 없고, 엄마와 느긋하게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 그런데 뒤통수 맞은 느낌인 거 아니? 아마 네 남편도 그럴 거야. 내가 번 돈 거의 전부를 송금하는데 그게 아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허방이라는 게 처음엔 기가 막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는 무서워지는 거야. 우리 친정집에선 아버지가 일벌레였거든. 아버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곤 일밖에 모르신다는 그것 밖에 없었어. 그런데 내가 내 아이들에게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는 거야."그런 가족이 많지요? 일벌레인 누군가 덕택에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는 너무나 낯선 가족들 말입니다. 당신은 당신의 자녀들에게 어떤 어머니, 어떤 아버지이십니까? 최근에 아이들과 대화를 해본 적이 있으신지요? 대립과 싸움을 통해서도 서로의 마음에 다다를 수 있는 대화가 있고, 예, 알았어요,라는 수긍을 표현을 하면서도 마음을 닫아거는 대화가 있지 않나요?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당신만 믿는 일방적 잔소리 말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아니면 기분 좋게 대립하며 나눠가진 대화의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청춘도 없이, 꽃도 없이, 남의 짐을 지고 사막을 건너는 낙타처럼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 줄 믿고 열심히만 살아온 일벌레 친구들이 가장 가깝다 믿는 아이들의 불만과 반란을 등불 삼아 자기 생을 돌아보고 있는 거지요? 내가 추구해온 가치가, 내가 믿어온 삶의 양식이 허방인 것은 아닐까, 하고."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살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거야, 지금이라도! 그리고 그들이 자기 삶을 찾아 떠날 때 우리와는 다른 그들의 삶의 방식을 존중해주고 믿어주면서 기분 좋게 떠나보내야 하는 거지. 앞으로는 남편이, 아이들이 가족인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이 가족 같지 않니?"북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휘게(Hygge) 전도사가 된 친구의 말이었습니다. 이제는 잘 대접하고 잘 대접받는 데 중점을 두지 말고 편하게 모일 수 있는데 중점을 두자며 서로 음식도 해오지 말자고 하네요. 그보다는 그 날 무엇이 먹고 싶은 지 의기투합이 되면 함께 만드는 과정부터 즐기자는 거였습니다. 오래된 친구끼리, 모이면 행복한 사람들끼리, 감자를 까서 감자전을 부치고, 야채를 씻어서 샐러드를 만들어먹으면서 말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 휘게의 한 형태라고 했습니다.휘게는 편안함, 아늑함, 따뜻함을 뜻하는 덴마크어라면서요? 행복은 크고 화려한 성공에 있지 않고, 1시간 단위로 약속을 해놓고 비즈니스처럼 사람을 만나는 바쁜 삶에도 있지 않습니다. 언제나 명품을 빼입고 그에 어울리는 유능한 사람들과 비싼 호텔식사를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에도 있지 않습니다. 행복은 작고 소소해보이지만 마음이 정화되는 경험, 마음이 열리는 경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아늑한 경험에 있다는 겁니다.내 공간을 정리하고 청소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마음의 정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압니다. 함께 먹을 밥상이건 혼자 먹을 밥상이건, 직접 느긋하게 밥상을 차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음의 여유를 압니다. 시간에 쫓기며 일에 쫓기느라 마음을 나누며 살 수 없다면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방치하고 있는 거지요?지금 늘 바쁘게 살고 있다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빠야 하는 지 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내 삶에서 뺄 수 있는, 필요하지 않는 일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합니다. 나는 일하는 기계, 돈 버는 기계가 아니니까요.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하는 것과 별 필요가 없는 것을 사들이는 것은 심리적으로는 같은 맥락입니다. 그때그때 필요하다 생각되는 것을 다 사서 모으면 내 집은 온갖 잡동사니로 넘쳐나는 여백 없는 집이 될 것입니다. 사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면 풍요로워 보이나 실상은 각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바쁘다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내용인 가난한 인생이 되어있을 테니.휘게는 더 많은 필요를 만드는데서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데서 옵니다. 만나는 사람도, 일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단순화하고 단순화하고 단순화하기, 이것이 요즘 제 화두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살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장書狀'에서 대혜스님이 유발 제자인 증시랑에게 주는 편지는 곱씹을 만 합니다. "있는 것을 비우기 원할망정 없는 것을 채우려 하지 마십시오."

2018-11-29 05: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심각해진 내부의 적의 위협

세계역사를 통해 국가 존립의 위협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치명적서울 광화문 '김정은 환영단 발족식'대한민국이 감당할 한계 초과 징후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존립 문제를 논할 때 대체로 외부의 적에 대한 방어만을 말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 외침에 자주 시달려온 기억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국가 존립에 있어서 더욱 중요시해야 할 대상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데 있어서 보다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기 때문이다.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정도가 심하다는 점은 세계 역사가 입증해준다. 세계 역사를 보면, 아무리 작은 국가라도 내부의 적이 없이 국민이 잘 단결해 있으면 외적의 공격에 쉽게 붕괴된 경우가 없다. 반면 아무리 많은 군대를 가진 강대한 국가라도 내부의 적이 많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상태에서 오래 존속한 경우가 없다.국가의 존립에 대해 내부의 적이 외부의 적보다 더 강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는 까닭은 사물의 본질에서부터 비롯된다. 모든 사물의 유지와 변화에 있어서 사물의 내적 모순은 사물의 외적 모순보다 우월한 작용을 한다. 모든 사물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국가 존립에 대한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의 위협 차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국가 존립에 대한 내부의 적의 위험도는 국가의 정치체제가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폭이 클수록, 그리고 대외적 개방도가 클수록 더욱 높아진다. 그런 정치체제는 내부의 적이 생성·확대될 수 있는 조건을 보다 폭넓게 제공하기 때문이다.모든 선박은 적재 가능한 화물량의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초과하는 양의 화물을 싣게 되면 침몰한다. 모든 국가도 감당해낼 수 있는 내부의 적의 규모가 있고, 내부의 적의 규모가 감당해낼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붕괴된다.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북한 집권자 김정은을 위인으로 찬양하면서 그의 남한 방문을 환영하기 위한 '위인맞이 환영단' 발족식이 있었다. 이 발족식에서 한 연사는 김정은을 위인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여러분도 곧 좋아하게 될 거예요"라고 외쳤다.언론 매체들은 그 집회의 규모가 극히 작고 시민들의 반응이 냉소적인 점을 고려하여 김정은 환영단 발족식을 '똘아이들의 장난질'쯤으로 가볍게 취급했다. 필자의 생각에는 그 집회의 정치적 의미를 가볍게 평가할 일이 아닌 것 같다. 필자의 예상으로는 앞으로 김정은 환영단 발족식 또는 그와 유사한 퍼포먼스가 전국 여러 곳에서 연쇄적이거나 동시다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의 예상대로 그런 퍼포먼스가 확산되면 그것은 대한민국 안에 내부의 적의 규모가 위험수위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그런 일이 아니더라도 남한 사회 내에 내부의 적의 규모가 대한민국이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했음을 시사하는 증후들은 적지 않게 나타났다. 예를 들면 국방 태세 약화를 경고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경멸, 내부의 적을 억제하는 국가 기구와 법제의 무력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공적 조치 및 집단행동의 빈발, 본원적인 적대 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북한을 단지 동족이라는 이유로 국가 존립을 위한 관건적 동맹의 파트너인 미국보다 중시하는 사회 풍조 등이 그것이다.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이 위험수위에 달한 내부의 적의 규모 확대에 경각심을 가지고 그에 대응하는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적재 한계를 초과한 화물을 실은 선박의 모양새가 되어, 외부의 적인 북한에 당하기에 앞서 남한 사회 내부의 적에게 먼저 당할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렵게 될 것 같다.

2018-11-28 11:56:23

아이스크림 만들어주는 점원 로봇.(국립광주과학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암 수술하는 로봇을 만났다!

일본에서 아시모를 만났다. 첨단과학기술을 전시하는 도쿄의 미라이칸에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시모가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곳 직원이 축구공을 보내자 아시모가 걸어가서 축구공을 발로 찼다. 로봇 혼자 스스로 걸어가서 축구공을 차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신기한 눈빛으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다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사람처럼 혼자 걷고 행동하는 아시모를 보면서 기계장치로 생각해왔던 로봇을 다시 보게 되었다. 멀지 않아 휴머노이드 로봇이 예쁜 옷을 입고 명동 한복판을 걸어간다면 사람인지 로봇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요즘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로봇 개발에 대해 열기가 대단하다. 이제 로봇은 먼 나라의 이야기나 미래의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으로 어느샌가 훅~ 들어와 버렸다. 암에 걸려서 국내 병원에 가면 "일반 수술과 로봇 수술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라고 묻는다. 또한 국내 치매 예방센터에서 로봇이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다. 이러한 의료로봇이 요즘 어떤 일을 하는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암 수술하는 로봇, 다빈치전립선암에 걸린 70대 환자 김 모 씨가 2017년 9월에 서울아산병원에서 1만 번째로 로봇수술을 받았다. 이제 대장암, 전립선암, 췌장 질환, 심장판막 질환과 같은 병에 걸리면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로봇 수술하면 뭐가 더 좋을까? 일반 수술보다 로봇수술의 절개 부위가 작아서 환자의 회복도 빠르고 흉터도 작게 남는다. 그리고 의사 입장에서도 수술하는 부위를 3차원 영상으로 10배 확대해서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하게 수술할 수 있다. 또한 수술과정에서 의료진의 과도한 방사선 피폭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로봇수술이 기존 일반 수술보다 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이처럼 암을 수술하는 로봇의 이름은 '다빈치(da Vinci) 수술 시스템'이다.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다빈치를 개발하여 2000년에 세계 최초 수술 로봇으로 미국 식품의약처(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는 2005년에 도입되어 병원에서 암을 수술하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이미 다빈치가 전 세계적으로 4천 대 이상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높고 로봇수술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국내 수술 로봇의 약진세계 두 번째 복강경 수술 로봇인 '레보아이(Revo-i)'를 얼마 전 의료기기 전시회에서 만났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것이어서 더 멋있게 보였다. 이것은 미래컴퍼니에서 개발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2017년 8월에 받았다. 레보아이는 위에서 살펴본 다빈치 수술 로봇처럼 내시경 수술을 하는 로봇이다. 담낭이나 전립선 절제술 등과 같은 내시경 수술에 사용된다. 레보아이도 다빈치와 같은 똑같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외 많은 병원에서 수술 로봇으로 사용되기를 기대해 본다.최근 국내 기업이 다양한 수술 로봇을 개발하여 제품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0년에 세계최초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인 '로보닥'을 큐렉소가 개발하였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보행 재활 로봇, 환자 이동 보조 로봇, 중재기술 로봇 등을 개발하여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7개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이 골절접합 로봇 개발을 완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리고 고영테크놀로지는 뇌수술 의료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외에도 국내 많은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의료용 로봇을 개발 중이어서 앞으로 등장할 로봇들이 어떤 수술을 할지 무척 기대된다.◆환자를 돌보는 의료로봇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로봇은 수술 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재활 로봇도 있다. 병원이나 가정에서 환자의 건강을 돌보며 치료과정을 돕는 로봇이다. 이처럼 환자를 돌보는 의료로봇을 사용하고 있는 병원과 기관에 대한 기사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17개의 인지 치료 게임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실벗'이라는 의료로봇은 서울과 수원의 치매 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실벗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개발한 의료로봇이다.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을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 가면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있다. 페퍼는 환자들에게 인공지능 암센터의 안내를 하며 환자들과 게임도 한다. 또한 경희의료원에 가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 상담부터 진료 후 관리까지 24시간 지원하는 '챗봇'이 일하고 있다.◆쑥쑥 크는 의료로봇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의료로봇의 역사를 살펴보면 매우 짧다. 1985년에 'PUM560'이라는 산업용 로봇을 뇌수술에 사용하면서 의료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 의료로봇을 수술뿐만 아니라 재활이나 간호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기술들이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세계 40개 로봇 의료기기 업계의 2016년도 영업수익이 8조원이었는데 2020년에는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중국 투자자문 공사는 전망하고 있다. 또한 향후 5년간 15%의 안정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술로봇 시장은 2018년까지 540억원 규모로 연평균 45.1%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말 무서운 속도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지금까지 로봇이라고 하면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산업용 로봇을 주로 생각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병원에서 수술하고 환자를 안내하는 로봇을 볼 수 있다. 앞으로는 환자의 치료와 재활에 사용될 다양한 의료로봇들이 속속 개발되어 사용될 것이다. 이러한 의료로봇이 병원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공시설과 가정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점점 확대될 전망이다. 언젠가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가 계란 후라이와 토스트를 들고 침대로 와서 깨워주고 집 청소도 해주지 않을까?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1-28 11:39:01

[권영재의 음악유사]방탄소년단

1961년 일본의 사카모토 큐의 '위를 보고 걷자'가 연속 3주 빌보드 싱글차트에 랭크되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남의 좋은 일에 차마 욕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1964년 도쿄 하계 올림픽이 열렸다. 개막식에서 기미가요가 웅장하게 울려 퍼지자 부러움과 부끄러움에 가슴이 메어지는 아픔을 느꼈다. 눈물을 닦으며 우리도 힘을 길렀다.1988년 서울서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였다. 작년 사이가 '오빠는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빌보드 싱글차드 2위에 올랐다. 사카모토에게 기죽고 기미가요에 울었던 세대들은 "이 정도면 우리의 한도 어느 정도 풀렸어."라고 말 춤을 추었다. 올해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앨범차드 1위를 했다.방탄소년단은 2013년에 데뷰 한 K.M, 슈가, 진, 제이 홉, 지민, 뷔, 정국 7명의 힙합 남자가수들로 짜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조직이다. 겉으로는 다른 보컬그룹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그러나 방탄 소년단의 경영방침은 남다르다.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2011년부터 트위트를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7명이 하나의 계정을 통해 소식을 알린다. 보통 아이 돌은 잘 가꿔지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예쁜 모습들만 팬들에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방탄소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와 망가진 모습, 친숙한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한국가수가 빌보드 50차트 1위를 한 것은 방탄소년단처럼 온라인에서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인기를 얻는 것이 새로운 트랜드라는 것을 증명한다. 방탄소년단에는 두 명의 대구출신가수가 춤과 노래로 열창하고 있어 신이 난다. '슈가(민윤기)'와 '뷔(김태형)'이다.방탄소년의 리드 래퍼 '슈가'는 연습실에서 땀에 젖은 모습의 자신의 사진을 '디다(힘들다)'라는 대구 말 해설을 하며 트위트에 올렸다. 태전초등, 관음중학교를 졸업하고 강북고등 2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갔다. 초등학교 때부터 랩을 시작하여 독학으로 전자악기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 때는 음악을 편곡해서 돈까지 버는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2016년 발표한 앨범에 제목 '724148'은 그가 대구서 통학할 때 타던 시내버스 724번을 표시한 것이라고 했다.'뷔'는 미남인데다 각종 광고나 프로그램에서 대구 말을 하여 경상도 사나이의 매력을 한껏 발휘하여 인기를 끈다. 그는 아버지가 용과 내기 당구를 쳐서 이긴 상품으로 여의주를 받는 태몽을 꾸고 태어났다고 한다.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서 태어나 유치원까지 대구서 다니고 거창 가서 초·중학교를 나오고 다시 대구로 와 대구제일고등을 다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오디션에 합격하여 한국예술고등학교로 전학을 하게 되었다. 2016년에는 드라마 '화랑'으로 연기자 데뷔, 2017년에는 미국 영화 사이트 T,CZ캔들러가 2017년 세계에서 가장 잘 생긴 얼굴에 1등으로 뽑히기도 했다."okay, okay, okay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지./수혈받기엔 좀 힘들어 몸속에 파란 피./이 새끼는 매 앨범마다 대구 얘기를 해도 지겹지도 않나 봐. 생각을 할 수 있지만./ Im a d-boy 그래 난 d-boy 솔직하게 말해 대구 자랑할 게 별 게 없어 네기 태어난 것. / 자체가 대구의 자랑? ho 그래? 아, 그래, 자랑할 게 없기에 자랑스러워 질 수 밖 안 그래?/ ayo. 대구출신 가장 성공한 놈이네 이런 소리를 들을 거야./ 잘 봐라 이젠 내가 대구의 자랑 새 시대 새로운 바람 대구의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 -방탄소년단의 고향 노래 'ma city' 중에서 대구편.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1-28 11:19:25

장하빈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장하빈의 시와 함께] 니기미/김창제(1960~ )

장에서 밥 벌어 먹고 사는 그 아저씨기분이 좋아도 니기미!힘들어도 니기미!저놈의 입엔 니기미가주렁주렁 조롱박같이 붙었다 사장이 보너스를 줘도 니기미니캉 내캉 술 한번 씨기 묵자 니기미니기미가 밥이고니기미가 신발이고니기미가 모자인 주름살 사이사이 퍼지는 니기미새싹이 올라온다고 니기미꽃이 진다고 니기미시냇물이 조잘댄다고 니기미무지개가 희한하다고 니기미켜켜이 니기미가 얼매나 쌓였길래오늘도 싱싱한 니기미, 니기미가 몸 풀고 있다니기미, 니기미 ―시집 '경계가 환하다' (학이사, 2016)* * * '니기미'는 '네미'(너의 어미)의 경상도 방언으로, 몹시 못마땅할 때 욕으로 내뱉는 말이거나 자조적 한탄으로 쓰이는 감탄사다. "사장이 보너스를 줘도 니기미/ 니캉 내캉 술 한번 씨기 묵자 니기미" 이렇듯 막노동하는 아저씨 입에 "주렁주렁 조롱박같이 붙어" 있는, 이 막장 같은 말 '니기미'는 여기선 한낱 욕설이라기보다는 추임새로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니기미가 밥이고/ 니기미가 신발이고/ 니기미가 모자"라니! 이 얼마나 흥에 겨운 랩 가사인가? 반복되는 박자 리듬에 맞춰 힙합이나 깨끔춤이라도 추어야 할까? "새싹이 올라온다고 니기미/ 꽃이 진다고 니기미" 이렇게 입만 뗐다 하면 '니기미, 니기미'! 아무런 구김살 없이 넉살스럽게 터져 나오는 '니기미'가 우리 생의 "주름살 사이사이 퍼지"어 나가는도다. 오, 니기미! 이 가을도 무탈하게 훌훌 떠나보내는구나!

2018-11-27 17:41:32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경제칼럼] 청와대의 위험한 경제 인식

경기 예측 과도한 낙관-비관 금물통계를 바탕으로 객관적인 평가를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는 때대통령 판단 잘못되면 참담한 결과'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대가 자기실현적인 속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들은 소비를 덜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가계들도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였는데 정작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이 투자한 기업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투자할 때 빌린 투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다. 가계도 마찬가지다.문민정부 시절 신경제 5개년 계획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3~1996년 중 평균투자증가율 10.8%, 경제성장률 8.3%를 기록했지만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1996~1997년 중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기업 부도가 증가하면서 1997년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되고 비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 된다. 특히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요즘 한국 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정상적일 경우 82% 수준인 제조업 가동률은 72%까지 하락하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30만~40만 개 증가해 오던 취업자 수 증가는 3천 개까지 떨어졌다가 공공 부문의 급조된 단기 알바 등에 힘입어 겨우 4만~6만 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하루에만 3천500여 개가 폐업하는 등 완전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한국개발연구원과 통계청도 한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고 한국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진단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요 정책담당자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이달 22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면서 "더욱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 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기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근년 들어 주력산업이 추락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국의 '제조 2015' 같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도 없이 강조되어 왔다.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노를 저을 수 있겠는가.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 얼마 전에는 고용악화가 인구구조 탓, 자영업 대란은 대기업 진입이 원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않고는 모든 경제동향을 다 꿰뚫을 수는 없다. 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오도되어 더 이상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2018-11-27 16:24:53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비밀의 진정한 의미

당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다른 면모를 본 적이 있는가? 이때 우리는 아주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한다. 당혹스러움, 혼란스러움, 배신감, 분노, 좌절, 절망감 등일 것이다. 그리고 점차 강한 의구심이 들거나 부정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한다.최근 5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영화 '완벽한 타인'은 비밀이란 주제를 다루고 있다. 34년이나 알고 지냈던 동창생들은 어느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색다른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 아이디어는 바로 식사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으로 연락 오는 내용을 모두 공유하자는 제안이다. 주인공들의 거북스러운 마음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느껴지지만, 주인공들은 서로 태연한 모습으로 제안을 받아들인다. 점차 서로의 비밀이 하나둘씩 파헤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비밀을 숨기고자 일어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들이 재미를 더해주며 영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숨기고자 애써왔던 각자의 면모가 서로 뒤엉킨 채 드러난다.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서 공감하면서도 왠지 모를 씁쓸함은 나만 느끼는 걸까? 드러난 비밀을 마주한 주인공들처럼 관객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런 마음을 눈치챈 듯, 식탁 위 반지가 돌아가는 장면으로 시간을 거꾸로 흐르게 한다. 그리고 동창생들이 처음 만났던 시간으로 되돌려진 영화는 평소처럼 지극히 평범한 저녁 식사와 무탈한 헤어짐으로 끝난다. 영화는 완벽한 타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척, 아니 어쩌면 부인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를 비추는 듯하다.이처럼 비밀은 때때로 우리에게 불편한 진실이 된다. 이러한 비밀을 대하는 자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비밀이 되어버린 과정이나 이유보다는 비밀의 내용에 너무나 당혹스러워한다. 둘째, 그 당혹스러움으로 잡고 있던 상대방의 손을 그만 놓친다. 셋째, 자신의 손이 놓쳐진 것을 본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뒤돌아선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비밀 앞에 연결된 손을 놓고 각자의 제자리로 되돌아가 버리는 영화처럼 말이다. 이때의 비밀은 우리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지 말아야 할 존재이며, 죽을 때까지 숨겨져야 할 존재가 된다. 결국 우리를 더욱 완벽한 타인으로 만들 뿐이다.그러나 때로는 이와 다른 비밀도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이는 배우자의 비밀을 알게 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그에게는 깊은 상처로 남아있다. 그러나 그 당시 그는 비밀을 다르게 대했다. 바로 비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왜 비밀을 만들 수밖에 없었을까?' 하며 배우자의 삶을 궁금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궁금증은 배우자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로 변했다. 이때의 비밀은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기회를 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변화된 나와 네가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창조의 존재, 회복의 존재이다.어쩌면 비밀은 비밀의 내용보다 비밀을 만들게 된 역사와 함께 바라볼 때 비밀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지 않을까?

2018-11-27 10:33:46

마호(8살·페르시안). 출처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얌전한 고양이가 스트레스 더 많이 받는다?…질병으로 이어질 위험↑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 얌전한 고양이를 실속 차리는 사람에 비유한 속담이 있다. 하지만 수의사로서 얌전한 고양이를 관찰해보면 사실은 다르다. '얌전한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마호(8살·페르시안)가 혈뇨와 배뇨장애로 내원했다. 순하고 먹는 걸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화낼 줄 모르는 얌전한 뚱냥이였다.낯선 수의사가 채혈을 위해 앞발을 잡아당겨도 너그럽게 내밀고 바늘이 찔리는 순간에도 거부하지 않았다. 마호의 싫다는 표현은 그저 애잔하게 간호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돌리는 정도였다.마호의 병명은 수컷 고양이에게서 자주 발생하는 '고양이 특발성 배뇨 장애증(FLUTD·feline lower urinary tract disease)'이었다. 주된 증상은 방광염과 요도협착에 의한 배뇨장애다. 수컷 고양이를 모시는 집사라면 꼭 알아두어야 하는 질병으로 방치될 경우 급성 신부전으로 악화될 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긴급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다.마호는 요도협착이 심각해 요도 카테터를 장착하여 배뇨를 유도하며 4일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수의사와 간호사는 입원 기간 내내 마호를 매우 조심스럽게 대하였고 입원실 주변의 소음과 조명조차도 신경 써야 했다. 마호의 얌전한 이면에는 두려움과 소심함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 수컷 생식기는 체구에 비해 작고 요도가 가늘어 방광염 또는 요도염이 발생하면 요도협착이 잘 생기는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스트레스로 인한 고양이 특발성 방광염(FIC·Feline Idiopathic Cystitis)이 10세 이하의 고양이에서 FLUTD가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인(60~70%)으로 밝혀져 있다. 방광 결석은 FLUTD를 발생시키는 원인의 10~20%를 차지하고, 세균감염에 의한 비뇨기 감염증은 신장 질환을 가지는 10세 이상의 나이 많은 고양이에서 다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LUTD의 주원인인 FIC가 발생하는 이유는 불안, 두려움 등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 방광염이 유발되는 고양이의 생리학적 특성 때문이다. 결국 스트레스에 민감한 고양이가 FIC(고양이 특발성 방광염)가 잘 발생하며 FLUTD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할 수 있다.즉 얌전한 고양이가 외향적인 성격의 고양이에 비해 스트레스 민감도는 월등히 높으므로, 얌전한 고양이가 FLUTD 발생 확률이 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얌전한 고양이를 돌보는 집사들이 더 주의해서 고양이를 관찰하여야 하는 이유이다.얌전한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실내 환경의 변화, 집안 가구의 재배치, 사료의 변경, 다른 고양이의 간섭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또 화장실이 맘에 들지 않거나 가족의 생활 패턴이 달라지거나 느닷없이 야단 듣게 되는 등 다양한 상황들이 소심하고 얌전한 고양이에는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보호자가 스트레스의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호자가 얌전한 고양이의 불안 상태를 감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고양이의 생활 패턴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얌전한 고양이가 일상 패턴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면 보호자는 고양이가 이미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이해하고, 평상시 고양이가 가장 편안 해하는 조건들을 하나하나 되짚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얌전하고 소심한 수컷 고양이가 배뇨 습관이 달라지거나, 화장실의 소변량이 줄고, 배뇨 시 통증을 호소하고, 생식기를 자주 핥는 모습이 보인다면 FLUTD를 강하게 의심하고 신속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1-27 10:11:14

오정근(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청와대의 위험한 경제인식

'경제란 심리'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경제정책에서 기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기도 하고 기대가 자기실현적인 속성도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안 좋을 것이라고 경제주체들이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들은 소비를 덜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지 않게 되기도 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면 기업들은 투자를 많이 하고 가계들도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고 소비를 많이 하게 되어 정말로 경기가 좋아지기도 한다.그런데 만약 경기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투자와 소비를 많이 하였는데 정작 경기가 좋지 않으면 많이 투자한 기업은 가동률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에는 투자할 때 빌린 투자금을 갚지 못해 부도가 나게 된다. 가계도 마찬 가지다.문민정부 시절 신경제5개년 계획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3~1996년 중 평균투자증가율 10.8% 경제성장률 8.3%를 기록했지만 원화가치 절상 등으로 1996~1997년 중 수출이 크게 둔화되면서 가동률이 하락하고 기업부도가 증가하면서 1997년 위기를 맞았다. 따라서 경기는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되고 비관적으로 평가해서도 안된다. 특히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요즘 한국경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6개월 넘게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해 5월을 정점으로 장기간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 정상적일 경우 82% 수준인 제조업가동률은 72%까지 하락하고 실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30~40만 개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는 3천 개 까지 급락하다 공공부문의 급조된 단기 알바 등에 힘입어 경우 4~6만 개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는 하루에만 3500여개가 폐업하는 등 완전히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통계청도 한국경제가 하강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고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고 한국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하기까지 했다. 기업들은 내년도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일각에서 나오는 의외의 진단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주요 정책담당자의 진단이라는 점에서 위기감마저 느끼게 한다.이달 22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위기라고 하면서 개혁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고 하면서 "더욱 더 개탄스러운 것은 위기론을 반복하면서 계속 요구하는 것은 기업 기살리기라는 점"이라고 했다. 지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의 기를 살리지 않고 어떻게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21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자동차 조선업이 회복되고 있다며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주문도 했다. 근년 들어 주력산업이 추락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업투자 확대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중국의 '제조 2015' 같은 규제혁파, 노동개혁, 법인세 인하 등 투자환경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수도 없이 강조되어 왔다. 노조는 파업을 지속하고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협력이익공유제 등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어떻게 노를 저을 수 있겠는가.대통령은 얼마 전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성장보다는 분배에 역점을 둔 정책을 지속할 것임을 천명했다.얼마 전에는 고용악화가 인구구조 탓, 자영업 대란은 대기업 진입이 원인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않고는 모든 경제동향을 모두 꿰뚫을 수는 없다. 경제가 위기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판단이 오도되어 더 이상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정확한 보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2018-11-26 16:11:33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어린이를 위한 뉴스

독일 공영방송 'LOGO!' 프로그램어린이에 어려운 뉴스 용어와 내용사진 삽화 그래픽 곁들여 쉽게 설명우리도 아이들 알 권리 충족해줘야평소 뉴스와 시사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지금도 독일 TV와 라디오를 꾸준히 듣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ZDF 프로그램 중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LOGO!'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1989년에 처음 방송되었는데, 8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뉴스이다.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뉴스 용어와 내용을 사진·삽화·그래픽을 곁들여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다. 어른들의 일반 뉴스 방송처럼 LOGO 프로그램 역시 정치, 역사, 교육, 환경, 문화, 스포츠, 날씨 분야의 뉴스를 전하고, 어린이들이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또래 친구)과 이야기하고 궁금해 할 수 있는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LOGO 방송 프로그램에서 흥미로운 것은 어린이가 직접 방송 리포터가 되어 실제로 정치인, 축구선수, 유명 연예인 등을 만나 인터뷰하는 코너이다. 어린이는 주체가 되고, 정치라는 단어를 자신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LOGO 프로그램은 어린이의 시각과 생활세계를 담으려는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LOGO 방송에서 예컨대 정치인과 인터뷰하는 코너는 어린이들이 딱딱한 정치 주제에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들은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다루었던 뉴스 내용과 연관된 배경 지식을 방송 홈페이지에서 심화할 수 있고, 블로그를 통해 제작진과 시청자의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또한 LOGO 방송에서 필자의 눈에 띄는 점은 어린이가 주체가 되어 어른을 인터뷰하는 장면과, 어린이 리포터를 그저 보호해야 하고 길들여야 하는 존재가 아닌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는 어른들의 시선과 태도이다. 그러한 자세에는 어린이는 경험이 적어서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아동기는 성인기의 준비에 불과하다는 견해와 달리, 어린이의 자기 결정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인식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이에 반해 한국의 대중매체 속에 비쳐진 어린이의 이미지는 필자의 과대 해석일지 모르지만, 세상에 당당하게 질문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어른 흉내(예컨대 성인가요, 아이돌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행동)를 내거나 퀴즈를 잘 푸는 영재 어린이의 모습을 자주 접한다. 대중매체에서 재현되는 이러한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 하고 즐거워하는 어른들의 반응에는 아마도 어른들의 기대와 욕구를 어린이에게 투사함으로써 어른들의 지배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유엔 아동권리협약 17조에 의하면, 어린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으며 각자가 마주한 세계에 많은 질문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들은 세상을 알고 싶고 스스로 탐색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어린이를 위한 뉴스는 어린이들이 일상에서 듣고 보는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을 하고 답을 찾으며 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 사회에 어린이를 위한 TV 뉴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 물론 어린이 뉴스를 위한 화제 선별에는 제한이 없지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과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이 담긴 콘텐츠를 어린이에게 그대로 노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어린이 뉴스는 복잡한 세상과 사회의 연관성을 단순화시켜 재구성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축소시키는 것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디지털기기를 접하며 자라난 디지털 세대 어린이들에게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뉴스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 어린이를 위한 뉴스의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11-26 11:20:03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미니멀 라이프 지향

지난 주 필자는 '매일춘추'를 통해서 자발적 '퇴사'를 감행하고 오히려 행복해졌다는 일본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 우리 시대 이슈였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빼먹은 부분이 있다. 그 작가는 퇴사를 앞두고, 최대한 돈을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시켰다는 점,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검소하게 먹고, 입고, 지내고 있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퇴사' 트렌드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미국에서 뜨고 있는 '신(新) 자린고비족' 소식이다.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라고도 부른다. 경제적 자립을 토대로 자발적 조기 은퇴를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으며, 40대 초반쯤 은퇴할 것을 목표로 회사생활을 하고 수입의 70% 이상을 저축해서 나중을 대비한다는 특징이 있다. 당연히 극단적으로 절약하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현직 변호사로 일하는 30대 여성의 경우, 11평정도 되는 아파트에 살면서 한 달 식비로 75달러(8만5천원 정도)를 쓰되, 유통기한이 다 돼서 할인된 식품만 골라서 산다. 어떤 이는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을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기도 한다. 이들은 대개 걸어서 출퇴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 익숙하다.일본이든 미국이든, 또 우리나라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맥락의 사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각 지역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또는 조부모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뒤처져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안전망은 오히려 축소되는 현재를 살고 있다.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방법이라면, 막연히 불안해하기보다는 조기은퇴든 절약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의 생활혁명이 현명해 보인다.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어제까지 단풍을 즐겼는데, 오늘 다시 보니 잎사귀는 간데없고 나무의 골격만 남았다. 박수근의 그림 속 나목(裸木)들처럼 오롯이 있는 모습 그대로 당당하며, 꽃이나 잎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답다. 언제까지 자산을 늘리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자연이 가르쳐주는 방식대로, 이제는 좀 덜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가진 것을 덜어냄으로써 생활을 단출하게 하고, 스케줄이든 물건이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줄임으로써 본연의 것에 더욱 집중하는 삶에 마음이 기운다. 세간에 화제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미니멀 라이프'다.

2018-11-26 11:19:23

이두환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처장

[기고]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질 '신라의 미소'

신라의 돌멩이 하나가 될 뻔했던, 혹은 고향 땅을 밟지도 못했을 뻔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에 관한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끈다. 바로 '신라의 미소'라 잘 알려져 있는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이 수막새의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얼굴무늬 수막새'는 일제강점기 경주 영묘사지(현재 사적 제15호 흥륜사지)에서 출토됐다. 1934년 일본인 의사 다나카 도시노부가 경주의 한 골동상점에서 이 수막새를 사들이면서 일본으로 넘어갔으나 고(故) 박일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1972년 우리나라로 돌아왔다.수막새는 추녀나 담장 끝에 기와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용한 둥근 형태의 와당이다. 이 수막새는 와당 제작 틀에 찍는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달리 손으로 직접 빚었다. 이마와 두 눈, 오뚝한 코, 잔잔한 미소와 두 뺨의 턱선이 조화를 이룬 모습에서 숙련된 장인의 솜씨가 엿보인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려진 삼국시대 얼굴무늬 수막새이다. 신라인들의 염원을 구현한 듯한 높은 예술적 경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신라의 우수한 와당 기술이 집약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이런 수막새를 보물로 지정하겠다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20년 전 이 수막새의 진가를 알아보고 이를 모티브로 한 심벌마크를 제작해 경주와 엑스포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오고 있었기에 이 소식이 더욱 반갑다. 경주엑스포는 1998년 첫 행사를 앞두고 1997년 공모를 통해 수막새와 태극문양을 형상화한 엑스포 공식 심벌마크를 정했다. 리플릿, 포스터, 영상 등 각종 홍보 매체에 이 심벌을 널리 사용했다. 엑스포 정문 지붕은 물론 직원들의 명함, 공중전화카드, 기념주화 등 수막새가 새겨진 기념품을 제작해 경주와 신라를 알려왔다.수막새의 매력적인 모습과 엑스포의 이러한 노력은 경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강하게 다가갔고, 명실공히 '신라의 미소'는 경주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가 됐다. 더욱 의미 있는 일은 신라의 정신이 담긴 엑스포 로고와 행사의 가치가 세계에서도 통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국외 행사였던 캄보디아 '앙코르-경주세계문화엑스포2006'에서는 '신라의 미소'(얼굴무늬 수막새)와 '앙코르의 미소'(바이욘사원 사면상)가 어우러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터키, 베트남 등 모두 아홉 차례 엑스포에서도 얼굴무늬 수막새는 물론 첨성대, 신라 금관과 엑스포 개최국의 스토리, 문화유산과 함께 형상화한 새로운 엠블럼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1998년 첫 경주엑스포 선포식에서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가 간직한 천년의 미소를 통해 인류의 꿈을 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주엑스포가 우리 국민들에게는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드높여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출발점이 되기를, 세계의 다채로운 문화를 공유해 세계인의 문화축제가 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얼굴무늬 수막새'의 보물 지정은 '한국문화의 세계화, 21세기 세계문화의 중심'에 서겠다는 경주엑스포에 새로운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 경주엑스포는 신라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더욱 풍부한 스토리로 엮어 새롭고 특별한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며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2018-11-26 10:12:34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억새 숲에서

이 무렵, 억새 군락에 가보라. 모든 것을 상실한 이의 허망한 자취를 보게 되리. 바람이 웅웅 울고, 마지막까지 남아 은둔할 채비를 하는 이를 만나게 되리. 착실하게 다가오는 계절은 더욱 가깝고, 맨살로 부대끼는 이의 처절한 몸부림이 큰 기척으로 들려올 테니, 태초에 너의 싹이 배양되었던 그 땅을 정독하여 읽어보라. 부풀어 하얀 깃털을 한낮의 환한 반딧불이라 착각하지 마라. 빛은 멀어지고, 몸뚱어리는 가벼워졌으니 이제 불 지를 날도 다 갔다. 사리처럼 엉겨 붙은 저 결정체가 다 날아갈 때까지, 바람은 또 얼마나 잘게 부서져 불어오고 불어갈 터인가. 건들면 순간에 베어버릴 듯했던 시퍼런 오기가 가고, 이제 조금은 누그러진 나를 만날 텐가. 이제 말하리, 나는 무한한 분출의 시간을 갖는 것일 뿐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너를 향해 있던 내 침묵을 지루하게 여기지 마라. 여기, 버려진 허망한 영토에 나는 뜨거웠던 여름 동안 확확 치밀어 오르는 화기를 누르느라 숨이 막혔다. 끝없는 침묵이었다. 그만큼 나는 몰아적 이상을 만나고 싶었고, 또 영원한 세계의 문턱을 기웃거릴 수 있게 되었다.뒤돌아 생의 공허와 모순을 은닉하고 은폐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이 끝없고 먼 계절 또한 홀연히 떠나고 나면, 백주에도 환히 날아올라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부르리. 모든 것을 빼앗긴 이의 허망한 자취를 따라 더 침묵할 터이고, 나는 감당해낼 수 없는 절망에 울 테지. 누가 나를 연민할 것인가. 침묵을 걷는 이여, 침묵을 대변하는 이여, 부디 이 잔상의 뒷자락에서 영혼을 잃게 하라. 그리하여 끝없이 멀고 그리운 이에게 전해 다오. 우리는 공허와 모순을 안고도 질긴 생명적 진실을 육골 속에 새겨 넣는 그런 사이였음을.그리하여 사랑하는 모든 이여, 이제 우리의 절정은 멀어졌고, 지금 내 눈으로 목격하는 저 가벼운 흩날림을 너무 오랫동안 바라보지 마오. 버려진 영토에서 비로소 처연히 서정을 쓰노니, 이제 우리 영원한 세계의 문턱을 함께 넘을 수 있겠소. 저벅저벅 다가오는 발소리, 저 빈 들에서부터 겨울이 오노니, 이제 가련한 겨울의 난민들이 맨발로 바람을 걸어갈 것이오.억새의 군무가 아름답소. 무심한 풍경이라오. 내 그대를 앞세워 겨울을 맞이하노니, 폐허의 지경에서 이상스럽게도 호젓하오. 바람이 잦아들면 가장 먼 곳에서부터 대지가 언다오. 나는 이제 발아래 내려앉은 만감의 그리움을 읊을 것이오. 나는 오랫동안 부재할 것이고, 나의 부재를 그리워하지 마오. 그리하여 내 안에서 환히 비추던 이여, 이제 이 계절에 당신을 봉인하오.

2018-11-26 10:08:56

조희수(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기고] 4차산업혁명, 혁신창업 기회로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경제포럼(WEF) 창립자 클라우스 슈밥이 4차 산업혁명의 화두를 던진 게 2년 전의 일이다.그사이 벌써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해 6월 인공지능의 난공불락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바둑에서 구글(Google)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작년에는 중국 광군제(11월 11일) 할인 행사에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등을 활용하여 하루 동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28조원의 물건을 팔았다. 초당 30여만 건의 주문량을 감당하기 위해 챗봇이 고객과 상담하고, 200여 대의 로봇이 포장과 운송에 투입되었다고 한다.4차 산업혁명은 개인의 삶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필자도 1년 전부터 휴대전화에 탑재된 인공지능을 시켜 음악도 듣고 간단한 톡도 한다.이처럼 이제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한 번씩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큰 성장의 기회를 가지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이다.올해 국내 스타트 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는 온라인 패션 쇼핑몰로 널리 알려진 '스타일난다'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매각된 것이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분 70%가 4천억원 정도의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스타일난다와 같은 창업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창업 시장에 뛰어들면 뻔한 결말인 '실패'밖에 없을 것이다. 기술변혁의 시기에 혁신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창업선도대학 등 전국에 여러 창업지원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다.특히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경일대학교를 비롯한 다수의 대학에서 (예비)창업자를 선발하여 시제품 개발비 등에 최대 1억원을 지원하고 책임멘토, 투자자들을 연결하여 창업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또 경일대와 연세대 등 '입소형 창업선도대학'은 창업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동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창업자에게는 마케팅 자금을 최대 3천만원까지 지원하는 후속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차트 200' 1위에 오르고 세계 청년들의 우상이 된 남성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UN 연설 한 구절이 생각난다. "무엇이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나요?"향후 펼쳐질 세상에서는 근로자의 평균 직장 근속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후 어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를 고민하고 상상해보라. 충분히 준비된 창업은 우리의 꿈을 이뤄주는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다.독자 여러분 중에서 혁신 창업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 소재 창업지원 기관의 문을 과감히 두드려 꿈을 마음껏 펼쳐 나가길 바란다.

2018-11-26 05:30:00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아침에] 생활 적폐 청산? 문 정권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가성비 높은 원자력발전 세우고왜 비효율 태양광으로 대치하나운동권 정치인 앞다퉈 사업 진출넘쳐나는 의혹도 생활 적폐 대상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어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이는 '적폐 청산 시즌 3'에 해당되며 박근혜, MB에 이어 더 이상 청산할 이전 보수 정권이 없자 이제 생활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밑으로 내려왔다.이전 많은 정권들이 정권 지지율이 추락하고 민심을 상실하면 슬그머니 부패 척결 명분의 사정 수사를 전방위로 했던 것이 상투적 수법이었다. 이런 부패 척결 수사치고 제대로 그 목적을 달성한 사례는 어느 정권에도 없었다. 순수하지 못한 정치적 목적 사정의 당연한 귀결이었다.문 정권은 취임 후 1년 반 동안 1차로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2차로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기무사 계엄 문건, 사법 농단 의혹 사건 수사를 집요하게 밀어붙여 왔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 비리 또한 문 정권이 취임 초 야당 의원들을 겨냥해 거세게 밀어붙였던 사안이다. 10만 명이 넘는 전수조사를 하면서 부산을 떨었지만 그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 수준이었다.모든 부패 척결은 특정인 또는 특정 세력의 처벌을 목적으로 할 때 절대로 기대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진정한 부패 척결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통한 제도적 개선이 목적이 되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관하며 학사 비리,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공공기관 채용 비리, 지역 토착 비리 등을 그 해법으로 지적했다. 또 생활 적폐 발굴을 위한 TF 격인 협의회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이제 비리를 '파다 파다가' 적폐 사례 발굴을 위한 TF까지 구성해야 할 정도인가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부패와 적폐를 다 파헤쳐 세상을 맑게 하겠다는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먼저 돌이켜 보는 성찰이 없다면 적폐 청산은 정치 보복적 기술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역대 모든 정권이 부패 척결을 외쳤지만 결국 그 정권 스스로가 부패의 온상이 되어 무너지고 정권이 교체된 후 처벌의 대상이 되기를 반복했다. 역대 한국의 대부분 대통령들이 자신, 형, 동생, 자식, 친인척, 측근의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한 채 퇴임 후 온갖 오욕을 뒤집어썼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마치 정의의 사도인 양 전 정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서슬이 퍼렇다가 결국 후임 정권에 의해 부패 척결의 대상이 되기를 반복해왔다.문재인 대통령의 부패 척결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문 정권도 부패에서 자유로운 '면죄부'를 받은 양 처신해서는 안 된다.문 정권이 정권 초부터 '탈원전'을 주장해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즉 태양광, 풍력을 향후 2030년까지 2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했고 이에 물경 90조원이나 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환경운동가, 토호 운동권,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다는 풍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를 앞서 집중 추진하는 서울시 산하 주요 태양광 사업자들의 면면에서 여실히 이런 소문이 사실임이 확인되었다. 전국 곳곳에 산을 깎고 저수지 위에 빈 공간만 보이면 태양광이 설치되기 시작했고 심지어 평당 백만원짜리 새만금 매립지도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직접 대통령이 현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갑자기 주력 사업이 태양광으로 바뀐 농어촌공사는 특히 자신들이 관리하는 새만금 간척지와 전국 수천 개 저수지 안에 태양광을 설치한다고 앞장선 대표적 기관이다. 그런데 농어촌공사 사장이 취업 직전까지 태양광 회사를 경영했고 지금도 가족, 측근들이 경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자기 돈 하나 없이 운동권 백수가 어느 날 거의 100% 보증기관의 보증과 은행 대출을 통해 태양광 사업자가 되려는 일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들 은행이나 보증기관에는 도대체 누가 압력을 넣은 것인가? 최고 권력 실세와 같은 학교 교수 출신인 전임 산자부 장관은 태양광 전문가로 알려진 사람이다.이렇게 태양광 붐을 일으켰지만 태양광 사업에서 이미 한국은 뒤처져 있고 경쟁력도 없어 중국산 등이 판을 치고 있다. 나아가 한국은 태양광 효율이 기후상 뒤떨어지는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가성비와 효율이 높은 원전을 세우고 비효율적인 태양광으로 이를 대치하려 하는가? 곳곳에 의혹이 난무함에도 왜 생활 적폐 대상에 태양광 의혹은 빠져 있는가?넘쳐 나는 태양광 의혹은 제외한 채 생활 적폐 청산을 외치면 누가 수긍할 수 있겠는가.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2018-11-25 15:46:54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불수능 국어를 대하는 자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나면 언론에서는 물수능, 불수능 하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온다. 올해는 근래 가장 어려웠기 때문에 불수능이라는 불만과 함께 특히 어려웠던 31번 문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문제가 어려웠다는 뉴스만 있고, 정답 오류에 대한 의미 있는 이의제기가 없었던 것을 보면 출제에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뉴스에서는 점수가 폭락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강조하지만, 상대평가인 이상 원점수가 떨어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예로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90점을 맞은 학생이 이번 수능에서 80점을 맞았다고 하면 등급은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오르고, 상대적 점수인 표준점수, 백분위는 모두 상승한다. 원점수는 폭락했지만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더 높은 대학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최근 국어가 어렵게 출제되는 이유는 영어가 절대평가가 된 후로 국어와 수학에 상위권 변별의 책임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는 하위권 학생들도 찍지 않고 풀 수 있는 쉬운 문제와 상위권 학생들의 실력을 변별할 수 있는 소위 킬러 문항 몇 문제를 둔다. 그런데 킬러 문항도 검토의 과정에서 논란이 없도록 답을 명료하게 만들다 보면 킬러 문항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이번에 어렵다고 불만이 많은 31번 문항의 경우 "만유인력은 점과 점 사이에 작용하는데, 구인 지구와 태양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어떻게 구해?", "구를 이루는 얇은 껍질들을 적분하면 돼."라는 내용으로 구성했으면 답이 훤히 보이는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같은 요소를 묻더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진다. 올해 국어가 불수능이 된 가장 큰 이유는 킬러 문항이 나름 성공한 데다 쉬어갈 수 있는 쉬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시간이 부족하게 되고, 중간 난도의 문제 일부도 킬러 문항이 된 것이다.수능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어도 모든 학생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는 이익과 손해를 합해 보면 0이 된다. 단지 손해를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크고, 이익을 본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기 때문에 손해가 큰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금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국어가 불이라고 두려워하거나 내년에는 쉬울 것이라고 기대할 필요는 없다. 그런 계산을 하기 전에 많이 읽어 보고 문제를 많이 풀어 보면서 잘 대비를 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2018-11-25 15:46:40

[종교칼럼]따뜻한 온돌

자연에 의탁해 사는 우리는 추위와 가난을 견디고 이겨 내어야 했다.11월은 모든 것이 나무색으로 검어지고 사유의 시간은 고독한 바위가 된다.산 길에 쌓이는 솔가리를 모아다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굴뚝에 저녁 연기가 뭉글뭉글 구름처럼 피어 올랐다. 겨울 안거가 시작되고 미뤄둔 숙제와 약속을 지킨 홀가분함 때문일끼? 나그네의 숙소를 정비하고 산중생활의 겨울 준비를 했다.보일러 방을 해체해서 아궁이가 있는 온돌방을 만들었다.어느 때 누군가 불편하고 그럴 듯 했는지 멋 없는 기름보일러가 놓여져 있었다. 흰개미에 부식된 삼성각 해체 불사가 마무리 되어서 미장일과 흙벽을 수리하고 담장을 축성하는 한 씨와 박 씨 노인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조가 되어 문화재 보수 전문 장인으로써 40년 동안 일을 하는 베테랑들 이었다.작업은 네 사람이 작업복과 마스크를 쓰고 흙먼지 속에서도 능숙하게 진행되었다. 먼저 비닐장판과 시멘트바닥을 걷어내는 공정이 용이 하지 않았다. PVC관과 깨진 돌을 제거하니 옛날 구들이 온전하게 잘 보전되어 있었다. 망가진 구들과 받침돌을 정리하고 그 위에 새 흙을 두텁게 깔았다. 흙을 펴고 다진 다음 긴 자로 수평을 맞췄다. 황토흙을 얼기미로 걸어내서 물과 섞어 몰탈을 바르니 완벽한 온돌방이 되었다. 없어진 굴뚝도 옛 방식되로 큰 돌 위에 흙과 기와로 켜켜이 시루떡처럼 키 높이로 쌓았다.새집에 좋은 그림을 걸어두면 그대로 부적이 된다. 편안하고 텅빈 작은방은 어머니처럼 나를 태어나게 한다. 문을 열고 가만히 그 방에 앉아만 있어도 행복해진다. 아궁이가 있는 흙방은 신비롭다.한 겨울에 아랫목이 철철 끓도록 장작을 지피고 자리에 누우면 따뜻한 열기에 편안하고 새벽녘이면 따스한 정도로 식어버린다.봄날의 화려한 꽃들도 여름의 무성한 나뭇잎이, 가을에 단풍되어 사라지고, 하얀 눈 펑펑 내리는 날은 아궁이가 친구가 된다. 청산도, 바람도, 구름도, 새소리도, 친구는 많을수록 좋다. 어두워지면 그림자는 산을 감추고 집과 마당을 애워싸며 아궁이에 저녁기도가 내린다.존재하라!풍성하고 온유하게 덜 갖고도 많이 존재하고, 더 겸손하게 작은 마음으로 기쁨을 유지하라.문명의 잡다한 기계로부터 장치로부터 하루 한 순간이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만끽하라.그리고"살아 숨 쉬는 모든 이웃들은 모두 행복하고 안락하라."이 보다 더 큰 기도는 없을 것이다. 기도는 아침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으로 하루의 빗장을 닫는다.누구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간절한 기도는 종교적인 의식이나 형식보다 먼저이다. 간절할 때 기도는 침묵이 된다."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 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마음에 여름날의 따뜻함을 간직하라."임제록에 "살 때는 삶에 철저해서 그 전부를 살아야 하고, 죽을 때는 죽음에 철저해서 그 전부가 죽어야 한다.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나는 여기 있다. 두려움도 외로움도 그리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다. 여름 그 뜨거웠던 기억과 빛났던 마음은 지금은 어디에 머물었을지?11월은 모든 것이 사라진 달이 아니다. 계절과 시간은 숫자로 표시 할 수 없다.'작은 기도는 위대한 마음이다. 위대한 성취는 사소한 그 무엇이다.'청련암 암주

2018-11-23 10:24:41

성승모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장] 음악으로부터 읽어낸 시간 

최근 김광석 길 끝자락에 있는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를 방문했다. 2년 전 홋카이도를 여행하면서 들렀던 '이시하라 유지로 기념관'이 생각났다. 인터뷰집 '배우 신성일, 시대를 위로하다'에서 영화박물관과 함께 언급된 곳이다. 일본의 국민배우이자 가수였던 이시하라 유지로(1934~1987)는 고(故) 신성일 자서전 '청춘은 맨발이다'에도 등장한다. 1991년 개관한 기념관은 방문객의 감소와 건물 노후화로 작년 8월 폐관했다.10월 27일 제1회 대구 레코드 페어가 열린 김광석 길을 찾았다. '제5회 방천아트페스티벌'과 함께하는 축제였다. 대구 레코드 페어는 음악 애호가들과 교류하면서 귀한 음반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성일, 엄앵란 부부가 다정스럽게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실린 앨범을 챙겼다. 영화배우 윤정희 씨의 사진이 포함된 1968년 음반도 구했다.작년 여름 일본 오사카에서 '세계를 변화시킨 레코드전'을 참관하면서 엘피(LP)음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수준 높은 재킷 디자인의 음반은 눈으로 감상하기 위해 구입하게 된다. 1989년 제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기념 음반에는 서도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서도호 작가는 백남준, 이우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로 주목받고 있다.27일 저녁 경북대 대강당에서 '이은하 대구콘서트 with 프레스리'를 관람했다. 이은하 특유의 매력 넘치는 허스키 보이스가 인상 깊었다. 대구에서 경험하기 힘든 최고의 공연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공연 직전 대구 팬들과 함께 이은하 씨를 만나서 음반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우리나라에서 발매된 음반에는 제작 날짜가 표기되어 있다. 뮤지션의 친필 사인에도 대개 날짜가 함께 적혀 있다. 음반에 적힌 날짜를 바라보면서 그 시기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가족과 친지들은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되돌아본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는 '자기 역사를 쓴다는 것'에서 '자기 역사 연표' 만들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좋아했던 아티스트가 발표한 음반의 역사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다.한국 포크블루스 거장인 이정선 동덕여대 명예교수가 11월 16일 대구에서 박강성, 김희진과 함께 '7080 낭만콘서트' 공연을 펼쳤다. 이정선 선생이 작사, 작곡한 '뭉게구름'은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다. '쇼! 음악중심' 프로에서 걸그룹 '여자친구'(GFriend) 유주, 은하, 신비가 불렀던 곡이다.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정선 선생은 김광석 길을 언급하면서 김광석이 다시 불렀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들려줬다. 이정선 선생이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된 이정선 7집 앨범 '30대'에 수록되어 있다.7080 낭만콘서트 공연이 열린 웃는얼굴아트센터 청룡홀은 이은하 콘서트가 열린 경북대 대강당과 마찬가지로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곳이라 음향시설이 뛰어났다. 중장년층을 위한 유익한 음악 프로그램이었던 KBS '콘서트7080'이 11월 3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TV로 만나기 힘들어진 7080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가 공연문화도시 대구에서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

2018-11-23 06: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전파사

깡통차기, 딱지치기, 막대놀이,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말 타기 등이 아이들의 주된 놀이였던 1950~60년대 큰 동네에는 전파상이 한두 개 있었다. 주된 업무는 라디오를 고치는 일이었다. 라디오가 귀한 시절이라 기술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동성로의 점포들은 수리보다는 라디오, 축음기를 주로 판매하였으니 주인들의 자부심이나 사회적 위상도 높은 편이었다.중앙통이나 교동시장, 서문시장 주변 같은 번화가가 아닌 약간 후진 동네 전파상은 큰 돈은 벌지 못했다. 매매할 물건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깟 중고 라디오 몇 대 팔아봐야 남는 게 적었기 때문이다. 라디오나 축음기 수리가 주업이었지만 축음기 음반을 팔아 버는 수입이 더 많았다. 날이 밝고 출근시간 무렵이 되면 음악이 시작된다. 하루 종일 길가를 향한 스피커는 악을 쓰듯 큰 소리를 내었다. 생계가 걸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노래는 밤에 가게문을 닫을 때까지 계속되었다.요즘 같으면 소음공해의 주범으로 고발을 당하여도 여러 번 당했을 것이다. 특히 12월이 오면 크리스마스 케롤이 유난스럽게 소란을 떨었다. 전파상마다 조금씩 버전을 달리하는 크리스마스 케롤을 경쟁하듯이 크게 털어놓았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이 전파상을 통해 음악감상도 하고 최신곡도 배우는 덕에 소란을 참고 견디었다.싱싱싱, 유아마이 션샤인. 다이아나, 오캐롤, 세드무비 같은 서양 노래도 전파상을 통하여 접하던 시절이었다. 클리프 리차드의 디영원스, 탐 존스의 고향의 푸른잔디, 딜라일라 등도 주 메뉴였다. 조영남이 이 무렵 탐 존스의 딜라일라를 번안곡으로 불러 많은 인기를 얻었다. 대개는 우리 가요를 내보내지만 주인의 취향에 따라 외국 곡을 가끔 내보내는 전파사도 있었다. 자신이 최신 음악의 전도사라는 사명감으로 동네 디스크자키 노릇도 했다. 봉봉 사중창단, 뚜아에 모아, 김세환, 송창식, 윤형주 등의 가수들도 전파상 덕에 유명세를 타게 된다. 처녀뱃사공, 이별의 종착역, 외나무다리, 꽃집 아가씨, 사랑을 하면 예뻐져요 등이 전파상의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남진의 가슴아프게, 최희준의 하숙생과 맨발의 청춘, 대구출신 남일해의 빨간구두 아가씨와 오기택의 아빠의 청춘, 김상희의 대머리 총각, 한명숙의 노란샤쓰의 사나이, 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잔 등이 이 무렵에 인기를 끌었던 노래들이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에는 행진곡 같은 빠른 템포의 곡을 틀어주는 재치있는 전파상 주인도 있었다.메이저급 전파사들은 TV가 나오면서 시민소리사는 삼성, 신광소리사는 금성 판매전문점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아세아, 서라벌, 대지, 지구 한일 소리사는 레코드판만 전문으로 팔았다.이 무렵 김광석의 아버지도 방천시장에서 번개전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어린 김광석은 아버지가 틀어주던 노래를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것이다. 방천시장에 있던 광석이네 전파상은 서울로 이사를 갔다. 부자가 모두 고인이 되었지만 오늘날의 방천시장은 번개전파사의 아들 김광석이 부른 노래의 힘으로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8-11-23 05:30:00

송숙 작 '시 똥누기'

[내가 읽은 책]낯설고 불편해서 더 매력적인/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민음사

세상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는 평범한 진리가 뒤집어질 때 우리는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깨어난다. 그것이 소설일 때는 무거우면서도 매력적이다. 20세기 후반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도리스 레싱은 2007년 여든여덟 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88년 발표한 『다섯째 아이』도 레싱의 저력을 보여주는 낯선 인간의 또 다른 경험이다.데이비드와 해리엇은 평범하면서도 정상적인 청춘 남녀이다. 그들에게 행복이란 결혼해서 '적어도 애는 여섯 명 혹은 여덟 명' 이상 낳고, 또 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고 큰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두 사람은 런던에서 떨어진 소도시에 거대한 빅토리아풍의 집을 발견하고는 행복한 미래를 위한 완벽한 공간이라고 확신한다. 보증금도 마련할 처지가 못 되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그 집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이어 루크, 헬렌, 제인, 폴, 네 자녀를 낳으며 그들은 스스로 행복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행복은 너무나 완벽해서 그 누구도 깰 수 없다고 여겼다.그러나 다섯 째 아이, 벤을 임신하면서 그들의 완벽한 행복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벤은 배 속에서부터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세상으로 뛰쳐나오려고 몸부림친다. 결국 열 달을 기다리지 못하고 태어난 벤은 괴이하고 난폭한 작은 괴물이다. 한 살도 안 된 벤은 온갖 폭력을 휘둘러 가족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벤에게서 가족과 어떤 교감도 기대할 수 없다고 생각한 부부는 벤을 요양소로 보낸다. 벤을 버림으로써 가족 모두를 얻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해리엇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이유로 다시 벤을 데려온다. 벤의 등장은 온가족을 다시 두려움에 빠지게 했고, 결국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다. 오직 해리엇만 남아 벤의 엄마로만 살기로 작정한다.모성애의 지극함이 벤을 네 아이와 같이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오게 했다면 이 소설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벤은 그 안에 넘치는 힘으로 살기를 띠고,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삶의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그녀는 그를 통하여 인간성(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던 간에)이 무대를 차지하기 수천만 년 전에 정점에 도달했던 종족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벤의 종족은 위 쪽 땅 위에서는 빙하시대가 진행되는 동안 땅속 동굴 속에 살면서 어두운 심연의 강물로부터 생선을 먹거나 냉혹한 눈 위로 몰래 나가 곰이나 새를 잡았을까? 어쩌다 그들의 씨가 여기 저기 인간의 모체에 남겨졌다가 벤처럼 다시 나타나는 것일까?"(176쪽)해리엇은 벤이 자기와 같은 종족을 찾으려고 뭉툭한 눈을 희번덕거린다고 생각한다. 해리엇의 마음이 헤아려질 땐 엄마인 그녀가 안타까워 책을 덮을 수가 없다. 오늘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수많은 사건과 비상식적인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어쩌면 벤처럼 그들의 세상을 뛰어넘어 오늘로 온 것은 아닌지……. 그들을 보고 고개 젓는 우리의 판단이 사실은 오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벤이 자기 세상에 안착하지 못하고 이 세상에 와서 포악한 괴물로 대접받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까? 작가도 독자도 고민에 빠지는 부분이다.익숙한 모자 관계를 벗어난 해리엇의 아픔과 벤의 충격은 생각보다 여운이 깊다. 벤과 해리엇의 불완전한 행복이 어떻게, 얼마나 지속될지 다른 독자들과도 이야기 하고 싶다.

2018-11-22 11:2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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