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기고] 봄철 산행 시 꼭 지켜야 할 안전수칙

[기고] 봄철 산행 시 꼭 지켜야 할 안전수칙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에 큰 혼란을 가져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1년 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집합금지 등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코로나 블루'로 많은 시민들이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겪고 있다고 한다.매화와 벚꽃, 진달래가 만발하는 따스한 봄을 맞아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함을 해소하기 위해 산행에 나서는 상춘객(賞春客)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산행 인구가 증가하면 산악 안전사고의 발생빈도도 필연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최근 울릉도에서 산나물을 채취하기 위해 산에 오른 50대 주민이 150m 절벽 아래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등 산악 안전사고로 인한 안타까운 소식도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이러한 산악 안전사고는 대구지역에서도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대구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년 산악사고 신고는 총 350건이 접수돼 2019년에 접수된 267건보다 약 31% 증가했으며, 유형별로 분석해보면 타박상과 발목 염좌 같은 가벼운 증상으로 인한 단순 부상(40.3%)부터 개인질환·탈진(9.4%), 실족·추락·조난 같은 위중한 상황(50.2%)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조난사고와 실족·추락 같은 긴급한 상황이 전체 통계의 50%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산행 시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이에 즐거운 마음으로 떠난 산행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산악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수칙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산행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여분의 복장, 등산화는 필수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전화와 보조배터리를 꼭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겨울 내내 굳어있던 근육과 인대가 급격한 자극으로 손상되지 않도록 충분히 풀어주자. 가벼운 복장은 산을 올라갈 때는 좋지만,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낮아지고, 땀이 마르기 시작하면 체온 유지가 어려워져 여분의 복장이 꼭 필요하다. 등산할 때 발목을 잡아주며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등산화를 착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외부와의 통화·위치추적·손전등 등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는 생명을 지켜주는 수호천사와 같다. 조난·고립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보조배터리도 챙기고, 소방대원들이 위치를 찾기 용이하도록 휴대전화의 GPS 기능을 항상 켜두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둘째, 사고가 발생했다면 신속히 구조를 요청해야 하는데, 산에 아주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면 본인의 위치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국가에서는 산림·해양과 같이 도로명주소가 없는 비거주지역을 좌표로 표시해 긴급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소방·산림청 등 기관마다 다른 위치표시체계를 통일하여 효율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지점번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평상시 등산로에 설치된 국가지점번호 또는 산악 위치표지판을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하며 지나가는 습관을 지니면 사고를 당했을 때 신속히 구조될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또한 등산로 일부 지정된 장소에 구급의약품과 소모품이 들어있는 구급함이 설치되어 있어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임시 응급처치가 가능하다.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더라도 산에서는 예기치 못한 사고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체력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코스나 법정 등산로를 벗어나는 비탐방 산행, 과도한 음주는 자제해야 한다. 작은 실수도 큰 부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지기에 하산 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건강을 지키고자 시작한 산행이 건강을 해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안전수칙을 지키며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이겨내길 바란다.이광성 수성소방서장

2021-04-06 15:50:33

[경제 칼럼]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

[경제 칼럼] 기술 발전이 가져다줄 새로운 기회

LG전자가 26년 동안 키워 왔던 휴대폰 사업에서 손을 뗀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적자가 누적되는 사업을 지속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이해하면서도 한때 세계 3대 휴대폰 제조사였던 LG전자의 쓸쓸한 퇴장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가격만이 아니라 기술과 기능으로 충분히 승부할 수 있음을 사실상 처음 입증한 것이 휴대폰이었고, 휴대폰을 둘러싼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치열한 경쟁이 두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됐기에 더욱 안타깝다.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기인 휴대폰 시장은 1990년부터 본격 성장하기 시작, 현재도 매년 10억 대 이상의 휴대폰이 판매되고 있다. 시장 성장 과정에서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고, 수많은 기업들이 흥망성쇠를 거쳤다.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라는 개념을 만들어 휴대폰 종가라고 불렸던 모토로라도,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40%를 넘어 '넘사벽'으로 불렸던 노키아도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수요가 줄거나 대체품이 갑자기 등장하는 등 시장 자체의 큰 위기가 없었음에도 불과 10년 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던 기업들 중, 이제 삼성전자와 애플만 남았다.어느 산업에서나 시장 주도 기업은 변할 수 있고, 시기별 시장 점유율 변동도 당연한 것이지만, 휴대폰 시장에서 기업의 존망은 일차적으로 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 태도에 따라 엇갈렸다. 휴대폰에 적용되는 통신 기술이 발전하면서 1세대에서 2세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노키아가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와 스마트폰의 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됐다. 즉, 현재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적극 도입하여 제품을 개선한 기업만이 살아남았으며, 첨단 제품은 마케팅 등 다른 요인보다 기술이 시장 성패를 결정 짓는 요인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노키아나 모토로라와 같이 휴대폰 시장에서 연간 수십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은 충분한 투자 여력과 막강한 기술적 인재를 가지고 있었다. 신기술 도입에 더 유리한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왜 후발 주자나 신생 기업에 밀린 것일까?여기에 답하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의 다른 속성을 살펴봐야 한다. 즉, 언뜻 보기에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그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이 아니면 수용하기 어려워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은 기술 발전은 언제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피처폰으로 불리던 1세대 또는 2세대 휴대폰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피처폰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에 달하는 라이선스를 구입하더라도 개별 기업이 모든 기능 구현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자체적으로 별도로 구현해야 했기에 대규모 인력 확보와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기능과 성능이 더 발전한 스마트폰에서는 개별 회사가 개발할 업무가 오히려 줄어들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피처폰을 한 번도 만든 적 없는 중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처럼 기술 발전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오히려 기업이나 개인의 역량 차이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개인이 부품을 사서 PC를 조립해서 사용해도 성능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PC 관련 기술이 그만큼 발전해 있기 때문이다.전 산업에서 첨단기술 적용과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화의 방향을 읽고, 적절한 시점에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 애플,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이루어 놓은 스마트폰 기술의 최대 수혜자가 2010년 전후로 시장에 뛰어든 중국 기업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전기차로의 전환과 기술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하면 다음 변동의 무대는 자동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작은 기업이 자동차를 쉽게 만드는 시대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고,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런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기술 발전 열매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과감히 도전해 볼 필요가 있다.

2021-04-06 15:39:29

[매일춘추] 설레는 감정, '처음'

[매일춘추] 설레는 감정, '처음'

매년 이맘때가 되면 문득 설레는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봄을 타는 건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기분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러다 문득 대구연극제 준비로 한창 땀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설레는 감정의 씨앗을 발견한 듯 기시감이 들었다. 처음 연극에 발을 디뎠던 때가 이 계절, 이맘때였고 그때부터 시작된 설레는 감정일 거란 결론에 다다랐다.기실 설레는 감정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시작됐다. 시계를 좀 더 거꾸로 돌려 대학생 시절의 기억에 닿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전공이던 나는 전공 관련 아르바이트를 종종 했었는데 상상했던 업무와 실제 업무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는 정해진 수순이었다.그때의 경험으로 모든 게 조심스러워진 나는 일하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았다. 결국 대학을 졸업하면서 전공과 작별했고,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한참 고민해야 했다. 결론은 하고 싶은 것으로 향했다. 막연히 꿈으로 간직해오던 무대였다. 마음을 먹자 도전은 과감해졌다. 무작정 극단에 들어갔다.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전지식이 전무했던 당시의 나를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이지 '맨땅에 헤딩'이 적절한 표현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 속으로 뛰어든다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꽉 찬 시기였다. 그렇게 처음 극단에 발을 디뎠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그때는 마침 대구연극제 기간이었다. 당시 대표님은 문화예술회관으로 직접 와서 공연을 보라 하셨다. 관객도, 연극 관계자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바라본 연극의 내용이나 배우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두근거렸던 감정만은 또렷하다. 그리고 지난주까지 열린 2021년 대구연극제를 준비하면서 그 처음의 기억이, 설레는 감정과 함께 소환됐다.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처음'을 겪는다. 그리고 '처음'의 감정은 오랜 기간 기억에 남는다. 때론 그 '처음'이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종종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일의 처음 기억을 묻곤 한다.작년은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재난으로 수많은 '처음'이 못 이루어지고, 겪지 않아도 될 '처음'이 생겨난 해였다. 누군가는 "2020년에 20살이 돼서 어른이 된 삶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못 해보고 지나갔다"며 "2020년은 다 같이 없던 해로 치고, 다 같이 나이를 먹지 말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생에 단 한 번밖에 없는 '처음'에 대한 추억을 코로나가 빼앗아간 것이 억울하겠지만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이 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찬찬히 되짚어보니 크고 작은 '처음'들로 인해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졌다. 또, 앞으로 겪을 많은 '처음'으로 내 삶이 흘러갈 것이다. 나는 오늘도 또 하나의 '처음'을 겪으며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박세향 극단 수작 연극배우

2021-04-06 11:50:28

[기고]주·정차 위반 과태료 체납과 가산금

[기고]주·정차 위반 과태료 체납과 가산금

"가산금 좀 빼 주면 안 되겠습니까."주·정차 위반 과태료 등의 세외수입 체납액 징수를 담당하는 팀장으로 발령받아 근무한 지난 1년여 동안 심심찮게 들은 민원인의 요구(?)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런 민원에 대한 답변은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을 수밖에 없다. "민원인의 사정은 이해하나 관련 규정상 가산금을 뺄 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습니다."사실, 주·정차 위반의 경우 자동차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두 번, 아니 그 이상 단속돼 과태료를 부과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흔히 발생하는 위반으로 관련 문의 또한 많다. 이는 세금과 달리 담세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징벌적 성격이라는 점에서 크고 작은 민원이 발생한다.문제는 부과된 금액이 소액이지만, 체납으로 가산금이 매달 부가(附加)될 때에는 그 액수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는 데 있다. 더욱이 체납 건수가 누적된 경우 차량 말소나 명의 이전 시 체납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므로 체납자는 누증된 체납액에 적잖게 부담을 느껴 가산금이라도 납부하지 않을 방법을 문의하게 되는 것이다.대구 달서구의 경우 주·정차 위반 과세 건을 확인해 본 결과, 대체적으로 사전 통지와 본 부과를 통해 70% 정도가 징수되고, 나머지는 체납되거나 가산금이 붙은 상태로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또한 올 1월 31일 기준 차량 관련 체납 과태료(책임보험 미가입, 주·정차 위반, 검사 지연 등) 중에서 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건수에서는 전체의 78%를, 금액에서는 51%를 각각 차지하는 등 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체납 정리에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주·정차 위반 과태료는 '도로교통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단속하고 부과와 징수가 이뤄지고 있는데, 본세액에 추가되는 가산금은 납부 기한이 경과한 날부터 체납된 첫 달에는 100분의 3을 가산하고 그다음 달부터 60개월간 매달 1천 분의 12를 가산하는 등 총 75%를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승용차의 경우 자진 납부 기간에는 과태료가 3만2천원이지만 가산금이 붙을 경우 최고 7만원까지 늘어난다.게다가, 과태료 체납으로 금액이 늘어나면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의거해 자동차 번호판이 영치돼 운행을 못 하게 되기도 하고, 차량이나 부동산의 압류로 소유 재산의 권리행사에 제한을 받는 등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주·정차 위반으로 단속되면, 담당 부서에서는 의견 제출 기한 내에 자진 납부할 수 있도록 부과될 과태료의 100분의 20이 감경된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를 발송한다.따라서 과태료 납부 의무자는 '과태료 부과 사전 통지서' 납부 기한 내에 납부하는 것이 가장 좋고, 그때 완납하지 못할 경우 적어도 그다음에 발송되는 '과태료 납부 고지서'의 기한 내에 납부하는 게 가산금이 붙지 않은 상태이므로 당연히 유리하다.특히, 지난해 11월 10일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6개월이 경과한 오는 5월 11일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불법 주·정차할 경우 과태료가 현행 일반 도로의 2배(8만~9만원)에서 3배(12만~13만원)로 상향된 만큼 가산금을 제외한 본세 금액도 만만치 않다.거기에다가 75%의 가산금이 더해진다면 납세자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앞으로 올바른 주·정차 문화가 정착돼 과태료 부과 건이 대폭 줄어들기를 바라며, 아울러 부과받은 과태료 납부도 통지서의 기한 내에 이뤄져 가산금이라도 빼 달라는 민원 전화를 받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2021-04-06 11:43:32

 [밝은 눈 클리닉] 봄철 꽃가루 황사에 알레르기 결막염 주의보

[밝은 눈 클리닉] 봄철 꽃가루 황사에 알레르기 결막염 주의보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완연해지는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야외에서 산책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봄소식은 반갑지만 최근 황사와 미세먼지 불청객이 잦아지면서 안구 충혈 및 가려움 등의 불편도 커지는 시기이기도다.알레르기 각결막염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특정 항원에 노출된 이후 일어나는 일련의 과민반응을 말한다. 눈꺼풀 및 안구의 가려움, 충혈과 눈물, 흰자라고 불리는 결막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부종, 눈꺼풀 부음, 실처럼 흰색상의 끈적이는 분비물 등이 주증상이다.최근에는 대기오염 악화 및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계절 상관없이 위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통년성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분류된다. 미세먼지, 대기오염 반려동물의 털·비듬, 집먼지, 먼지진드기, 곰팡이 등이 주요 원인이다.봄이나 가을 등 특정 계절에 심해지는 증상이라면 봄철 꽃가루, 풀이나 송진가루 및 황사 등이 유발원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으나 실제로 원인물질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보니 확실한 원인을 알아내기 힘들다. 대게 본래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 아토피와 같은 알레르기성 체질을 가진 경우에 흔하고, 과민성 피부염이 있는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된다.치료는 크게 증상완화와 원인물질에 대한 노출을 막는 것으로 나뉜다. 증상이 미미하다면 눈을 절대로 만지거나 비비지 말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찾아 제거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공눈물을 넣으면 눈에 들어간 원인 항원물질을 희석해주고, 일시적인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되며 항히스타민 안약을 사용해 볼 수 있다.외부 활동 후 증상이 나타난다면 샤워나 손씻기를 통해 외부 물질을 씻어내고 꽃가루나 미세먼지 황사가 심한날에는 가급적이면 외출을 삼가하는 것이 좋다. 외부활동을 피할 수 없다면 선글라스나 보안경 착용 등이 도움이 되고,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에는 냉찜질이 가려움증 및 눈꺼풀 붓기나 결막 부종을 완화시킬 수 있다.충혈이나 분비물이 심해진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 진료 후 단기간 스테로이드 성분 함유 안약을 조심스럽게 사용해볼 수 있다. 염증 조절 효과가 강력해 심한 증상 조절에는 반드시 필요한 안약으로 단기간 사용하는 것인 전혀 문제되지 않으나, 장기간 사용할 경우에는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안과 전문의의 처방 후 사용해야 한다.대부분 급성 증상은 적절한 치료로 호전되지만 자주 재발하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시력저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각막혼탁이나 자주 비비는 습관은 원추각막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겠다.이승현 대구 삼성안과 원장

2021-04-06 10:08:52

[의창]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

[의창]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환자들

얼마 전에 아는 의사의 소개로 50대의 남성 환자가 찾아왔다. 몇 달 전부터 아래 턱과 양쪽 볼 부근에서 뻐근한 정도의 둔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입에서 끈적끈적한 이물질이 생기는 것 때문에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무척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경부 통증과 두통도 가끔 나타나기 때문에 목과 머리 MRI사진도 찍어보고 종합신체검사도 받아보았지만 어떤 이상 소견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증상이 계속되다 보니 환자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었다.이와 같이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와 마주할 때는 우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진찰을 시작해야 한다. 진찰하는 동안에 환자의 병력을 들으면서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환자의 행동이나 신체적 특징, 그리고 습관이나 심리적 상태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이 환자에서 가장 먼저 확인된 문제는 이를 깨물고 있는 습관이었다. 평소에도 이를 종종 깨물고 있었지만 수 개월 전부터 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를 더욱 깨물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에서 업무와 관련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하루에 커피를 10잔 이상 마실 정도로 카페인에 많이 노출돼 있었다. 오래 전부터 고혈압치료제도 복용중이었다.이런 진찰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우선 아래 턱과 양 볼에서 뻐근한 통증을 느끼는 것은 이를 깨무는 습관과 관련될 수 있고, 입에서 끈적끈적한 이물질이 생기는 것은 구강건조증 때문에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강건조증은 스트레스, 이깨물기, 고혈압치료제 장기복용 등과 모두 관련될 수 있다. 커피의 과다 섭취로 중추신경계가 흥분상태에 있기 때문에 모든 신체반응이 예민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이런 설명을 들은 환자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증상을 이해하게 됐다고 하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이런 유형의 환자에게는 별도의 처방이 필요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설명해주는 것 그 자체가 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키고, 환자의 습관이나 행동의 교정을 통해서 치료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에서도 구강내과에서 실시하는 이와 같은 상담과 설명, 혹은 습관수정이나 행동요법에 대한 수가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병원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의료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매우 미흡한 경우에 속하는 환자라고 하겠다.문제는 이런 유형의 환자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특히 구강이나 얼굴에서 나타나는 애매한 증상 때문에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환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도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병원에서 환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 그렇다보니 이것이 증상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이런 환자들은 대개 신체적으로, 행동학적으로, 심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보니 여러 전문가의 도움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행 의료보험체계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이런 애매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히 이뤄지길 기대하지만,지금은 그저 의사의 사명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최재갑 경북대학교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2021-04-06 10:07:32

[기고]'소통에서 안전으로 5030' 공감대 필요

[기고]'소통에서 안전으로 5030' 공감대 필요

"안전속도 5030이 뭐죠?"이달 17일부터 도시지역 중 주거·상업·공업지역 내 모든 일반도로의 최고속도를 별다른 속도제한 표지가 없다면 매시 50㎞로 제한된다. 주택가 생활도로, 학교 주변, 주요 상업지 주변에서는 보행자 안전을 특별히 강조한다는 차원에서 시속 30㎞를 제한속도로 한다. 이를 이르는 말이 '안전속도 5030'이다.이 정책은 한국의 전체 교통사고 82%, 보행자 교통사고 92%가 도시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국내 교통환경을 주목해 만들어졌다.한국 도시부 도로의 제한속도는 그동안 높게 설정돼 있었다. 별도의 제한속도 표지판이 없다면 시속 60㎞가 제한속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이렇게 높은 제한속도를 운영하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한국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한국 전체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도시부 도로 사망자 수 비중이 높은 이유가 제한속도 60㎞와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덴마크, 독일, 호주, 헝가리 등 유럽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도시부 차량 속도를 시속 50㎞로 하향하는 정책이 시작됐다. 이후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 감소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해외 전문가 연구에 따르면 시속 60㎞ 주행 중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할 경우 보행자 10명 중 9명이 사망하지만 이를 시속 50㎞로 낮추면 보행자 10명 중 5명만 사망(중상 가능성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30㎞인 경우는 보행자 10명 중 1명이 사망하는 등 속도와 사망률은 비례했다.이는 도시부 도로에서 '5030 속도관리'가 교통안전에 크게 영향이 있음을 의미한다.UN과 WHO도 이런 점에서 '도시부 차량속도 시속 50㎞' 적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47개국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정부가 2017년 서울 종로, 부산 영도 등 전국 68개 구간에 대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범 운영한 결과 전체 교통사고 건수 13.3%,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63.6%, 사고로 인한 치사율 58.3%가 낮아졌다. 이렇게 제한속도를 줄여도 통행시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종합해보면 자동차 속도를 낮춰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한국은 고도 경제성장을 자랑하면서 교통정책에서 보행자의 안전보다는 자동차의 원활한 소통을 먼저 생각한 게 사실이다. 이제는 좀 천천히 가더라도 안전한 도로, 보행자가 자동차보다 먼저인 도로, 교통사망사고 없는 도로여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절실한 시점이다.포항만 해도 하루 평균 60~70대의 자동차가 신규 등록하는 상황으로 한정된 도로에 자동차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 남구지역에서는 지난 한해 27명이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이제 곧 한국도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작하면 교통사고는 물론 이로 인한 사망자도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는다. 차 속도가 조금 줄더라도, 교통 흐름이 이전보다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짜증내기보다는 '차에서 내리면 나도 보행자'라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2021-04-05 11:22:11

[세계의 창] 시진핑 주석 방한에 목매는 문재인 정부

[세계의 창] 시진핑 주석 방한에 목매는 문재인 정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한국을 방한할 것인가?시 주석은 이 정부 출범 후 4년이 지난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방한하지 않았다. 남은 임기는 1년여. 시 주석은 2019년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지만 방한에 대해서는 요지부동이다.문 대통령이 임기 첫해인 2017년 12월 중국을 국빈 방문한 데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9년 12월 다시 중국을 방문한 바 있지만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한 답방은 고사하고 방한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시 주석이 방한하지 않는 것은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 사태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른 대외 환경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는 등 집착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3일 중국 푸젠성 샤먼(厦门)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대한 양국의 발표문은 크게 달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정 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등 조기 방한 추진에 합의했다며 시 주석의 방한 문제에 대해 양국이 논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러나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 밝힌 발표문에는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한중 양국이 코로나 백신 여권과 코로나 백신 협력에 대해 합의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양국 정부의 발표문을 보면 우리 정부가 중국 측과 만날 때마다 시 주석의 방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오히려 시 주석의 방한은 어렵다는 분명한 거절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코로나 백신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지면서 백신 접종을 통한 코로나 사태 조기 안정 계획도 사실상 불투명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 주석의 방한은 이 정부 임기 내에는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고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조기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지만 코로나 사태는 진정되지 않으면서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문 대통령의 회견에 앞서 방한했던 왕 부장도 우리 정부가 강하게 요청한 시 주석의 방한 문제와 관련, "여건이 성숙하자마자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면서 기자들이 쓰고 있던 마스크를 가리켰다.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시 주석의 방한은 성사되기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사실 시 주석의 방한은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 중국 측이 의지만 있었다면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다. 두 차례 문 대통령의 방중 이후에도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엄중한 상황에서 미얀마를 국빈 방문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우리 정부를 미얀마보다도 중요하지 않게 보거나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집권 5년 차로 접어든 지금 시점에서 한중 관계에 획기적인 관계 개선이나 시급한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시 주석의 방한 문제는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외교 관례상 정상이다. 이 정부의 시 주석 방한 카드는 아마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내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호재로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는 중국이 경색돼 있는 남북 관계와 미북 관계에 돌파구나 지렛대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야만 성사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문제는 중국 측이 판단하기에도 시 주석이 방한을 하더라도 '임기 말'로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선물이나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우리 정부가 시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는 상황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대등하지 않은 굴욕 외교 기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 보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구걸하듯 시 주석의 방한을 요청하는 것은 국격을 던져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우려를 겸허하게 되돌아볼 때다.시 주석의 방한이 한중 관계를 한 방에 풀어줄 '요술 방망이'는 아니지 않은가?

2021-04-05 11:20:32

[매일춘추] 우물쭈물 하다가

[매일춘추] 우물쭈물 하다가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유명한 이 말을 지는 벚꽃을 보며 되뇌었다. 매년 그랬다. 뉴스를 통해 전국 각지 벚꽃 명소의 소식을 접하고 벚꽃 축제 인파를 TV에서 보는 것이 봄의 통과의례였다.대구는 서울보다 먼저 벚꽃이 찾아오고 멀리 가지 않더라도 수성못, 두류공원, 용연사, 동촌유원지 등 아름다운 벚꽃 명소들이 많다. 앞산카페거리도 많은 대구시민들이 벚꽃을 보러 찾아오는 곳이지만 정작 이곳이 생활 터전인 필자는 이런저런 핑계로 벚꽃을 놓치기 일쑤다.내일 구경해야지 하다가 야속하게 오는 비에 꽃잎들은 반쯤 떨어지고, 남은 꽃이라도 한번 봐야지 하고 우물쭈물 하는 사이, 이미 초록빛으로 변한 벚나무를 보며 내년을 기약한다.여름 장미가 지는 것을 이토록 아쉬워하지는 않았다. 가을 국화가 진다고 내년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유독 벚꽃은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남긴다. 어쩌면 사람들의 인식 속에 벚꽃은 그냥 꽃이 아니다. 봄이 오면 벚꽃이 피는 게 아니라 벚꽃이 피어야 봄이 온 건지도 모른다.새하얗게 피어나는 여린 꽃잎들은 잊고 지내던 어떤 감정을 일깨우고, 여전히 빛나지만 맥없이 떨어지는 꽃잎에서 각자의 삶에서 고이 접어야했던 순간들을 엿봤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네 삶이 피어있는 시간도 실은 벚꽃처럼 찰나임을 상기했을 수도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문학작품들을 읽다보면 나 혼자만 서글퍼하는 건 아닌가보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그림책으로 출간되기도 했던 공광규 시인의 '흰 눈'이란 시를 읊어본다.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은/ 매화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남은 눈은/ 벚나무 가지에 앉는다… (중략)앉다가 / 앉다가 / 더 앉을 곳이 없는 눈은//할머니가 꽃나무 가지인 줄만 알고/ 성긴 머리 위에 가만가만 앉는다. 겨울에 내렸던 것은, 매화나무 가지에, 벚나무 가지에, 그리고 앉다가 앉다가 할머니 머리 위에 앉았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언젠가는 그 무엇이 내 머리 위에도 수북이 앉을 터이고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앞으로 몇 번 더 벚꽃을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관광버스를 타고 춤을 추며 꽃구경을 다니던 중년들을 이제 째려보지 못하게 되었다.올해는 코로나로 국내 최대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도 작년에 이어 취소되었고 여의도 윤중로 역시 전면 통제되기도 했다. 여의도 벚꽃축제는 온라인으로 열렸고, 벚꽃길을 한시적으로 추첨을 통해 산책할 수 있단 소식에 '벚꽃 로또'라는 말이 생기고 암표까지 등장했다는 기사도 보았다.지자체에서는 드라이브 스루 벚꽃구경을 권장하기도 했다. 인파 속에서 벚꽃을 누리던 일상이 코로나 방역을 방해하는 눈살 찌푸리는 행위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내년에는 '벚꽃엔딩'을 흥얼거리며 마스크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벚꽃을 만끽하고 싶다.칠레의 민중시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의 '매일 너는 논다'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을 보니 이 분도 내 맘과 다르지 않았나보다.'봄이 벚나무와 하는 것과 같은 걸 너와 함께 하기를'이수영 책방 '하고' 대표

2021-04-05 11:18:34

[매일춘추] 사막을 건너는 방법

[매일춘추] 사막을 건너는 방법

사막을 건너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상상여행을 계획하다 던진 단순한 질문에 되돌아온 답은 꽤 사나웠다.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사막 여행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버킷리스트에 한 항목을 더 추가하는 것 정도의 무게감에 불과했다. 밤이 되면 별똥별이 쏟아지고, 어딘가에서 사막여우는 귀를 쫑긋거리며 숨어있는 곳.그런 장면은 내 청춘을 낭만적으로 장식할 만했다. 이 시국을 핑계로 무한히 밀리는 이 상황도 꽤 괜찮았다. 사막이란 장소는 가고 싶다는 마음만 품고 있어도 충분히 그럴싸한 여행지였기 때문이다.그래서 "네가 뭘 얼마나 안다고 사막을 건너려고 하냐"는 그 대답은 뜻밖이었다. 그런 날카로운 대답을 듣고 나니 뭘 좀 알아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말해주고 싶었다.가장 먼저 사막을 횡단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구해야 했다. 직관적으로 떠오른 수단은 낙타였다. 그러나 사막을 낙타로 건너는 건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일 뿐이다. 현실적인 이동수단이 필요했다. 자동차와 내 다리. 이 두 가지 선택지가 떠올랐다. 고민의 시간은 짧았다. 상상 여행 속의 나는 튼튼한 지프차를 구했다.그 다음엔 식량이 문제였다. 잘 보존되면서도 먹기 간편한 것. 나는 수많은 레토르트 식품 중에서 발열 기능이 있는 전투식량 종류를 택했다. 며칠 정도는 이것만 먹어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부피를 줄여 물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했다. 나는 내 자동차의 짐칸에 2리터짜리 페트병을 수십 개 실었다.밤이 되면 잠을 자야 한다. 여행자를 위한 친절한 숙소는 존재하지 않으니 내가 짊어지고 가야만 했다. 나는 방한이 잘 되는 튼튼한 텐트를 골랐다. 이제 밤마다 텐트가 주는 작은 공간에 옹송그리고 잠을 청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어떤 옷을 입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도달했다. 매일 갈아입어 청결한 상태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의복 본연의 기능만 충실하면 된다. 몸을 보호하는 기능 말이다. 사막의 낮은 뜨겁다. 맨 살갗은 화상을 입을 정도다. 긴 옷을 입어 안에서 땀을 흘리는 게 화상보다 낫다. 나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긴 소매의 옷을 골랐다.'먹을 것, 탈 것, 잘 것, 입을 것'사막을 건너기 위해 필요한 건 의외로 단순하게 정리됐다. 지도와 나침반, 카메라는 모두 스마트폰에 있기 때문에 따로 챙기지 않았다.상상여행 안에서 나는 여러 번 굶어 죽거나 얼어 죽었다. 어떻게든 죽지 않을 방법을 찾다 보니 어느새 나는 사막을 건널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드디어 내가 뭘 얼마나 아는지 대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무언가를 안다는 건 이토록 쓸모 있다.이제부터 나는 그거 알아서 뭘 할래, 라는 질문을 받을 것이다. 아직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하는 그런 질문들 말이다. 진짜로 사막을 건너느냐, 건너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방법을 생각이라도 해보았는가 하는 점이다. 수백 번 실패했다가 결국 사막을 무사히 건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그렇게 찾아낸 각자의 방법을 품고 있다는 것. 그건 사막이 품고 있는 오아시스만큼이나 낭만적인 구석이 있다.이나리 소설가

2021-04-05 06:30:00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천경자(1924-2015), ‘생태(生態)’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천경자(1924-2015), ‘생태(生態)’

천경자는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났다. 고흥보통학교, 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에 다니며 화가의 꿈을 키웠고, 졸업 후 18세 때인 1941년 동경의 여자미술전문학교에 진학했다. 화가나 미술교사가 되려는 여성들을 위한 이 학교에서 배운 조선여성도 여럿 있었다. 나혜석이 1913년 입학해 서양화를 배웠고 일본화 전공으로 천경자의 2년 선배인 정온녀, 1년 선배 박래현이 있다. 천경자는 유학 중 조선미술전람회에 외할아버지를 그린 '조부'로 입선했고, 이듬해 외할머니를 그린 '노부(老婦)'로 연이어 입선하며 일찍이 재능을 알렸다.광복 후 23세 때인 1946년 모교인 전남여고 미술교사가 되었고 학교 강당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화가의 길을 갔다. 천경자의 이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한국전쟁 중에도 화가이기를 멈추지 않았던 그녀가 1952년 부산 국제구락부 개인전에 걸었던 '생태(生態)' 때문이었다. 이 뱀 그림은 산수나 인물 위주인 한국화 화단에 뱀이라는 특이한 소재를 선보이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더구나 "여자가 뱀을 그렸다"는 화제성으로 인해 많은 관객이 모여들어 마감시간이 되어도 전시장 문을 닫기 어려울 정도였다.배경이 없는 막연한 공간에 35마리 뱀이 우글거리는 그림이다. 예로부터 새와 동물을 그리는 영모(翎毛), 꽃과 새를 그리는 화조(花鳥), 풀과 벌레를 그리는 초충(草蟲), 가축과 짐승을 그리는 축수(畜獸) 등의 분야가 있지만 뱀을 주인공으로 한 감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이 꺼리는 뱀을 소재로 선택했다는 사실이 평범하지 않다. 천경자는 왜 초록색 독사를 그렸을까? 그녀의 수필을 보면 독사를 예쁜 허리띠인 줄 알고 집었다가 물려 죽은 어렸을 때 친구, 아버지와 여동생의 죽음이라는 혈육을 잃은 고통, 실패한 첫 결혼과 애증이 교차하는 사랑하는 뱀띠 남자 등 불행한 개인사가 이 그림의 배경에 있다.천경자는 "뱀을 그린 동기는 오직 인생에 대한 저항을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 징그러운 존재를 한 마리 한 마리 직시하며 그려 낸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맞서 이를 극복하려는 저항이었다. '생태'는 20대의 젊은 여성화가인 그녀가 인생을 정면 돌파하는 용기와 힘을 가졌음을 자신의 무기인 그림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천경자의 작가적 기질을 잘 증명한다. 여기에는 이 작품이 불러일으킬 세간의 구설을 감당할 배짱도 포함된다.'생태'라는 제목은 어떤 생명체도 자신의 태어남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았으며, 부여받은 조건들 안에서 타고난 모습대로 살아갈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그림의 주제는 존재에 대한 연민일 것이다. 천경자 자화상의 주제 또한 그녀가 가장 잘 아는 대상인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연민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1-04-05 06:30:00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진보의 위기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진보의 위기

작년 2월 어느 방송에서 논객은 '잠수함의 토끼' 같은 존재라고 얘기한 바 있다. 작년 초만 해도 진보 진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내 행동이 그들에겐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그 신호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금 그들이 탄 잠수함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중도층은 물론이고, 민주당을 떠받들던 20, 30대마저 등을 돌렸다.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 후보를 앞선다. 심지어 '여론의 섬'이라 불리는 40대에서조차 가끔은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이 박영선 후보를 앞서는 조사 결과도 나온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성추행 때문에 벌어진 보궐선거에 '피해호소인' 3인방을 캠프의 전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이 구제 불능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제 오류를 수정할 '능력', 아니 그 이전에 그 '의지'조차 없어 보인다. 일단 문제를 '문제'로 인지해야 해법이 나올 텐데, 아예 문제를 문제로 보지 못하니 문제다.민심 이반의 기폭제는 결국 부동산 정책. 민주당은 180석의 위력으로 국회 토론 한 번 없이 부동산 3법을 통과시켜 버렸다. 그때 야당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합의 처리를 했다면, 정책의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설사 정책이 실패해도 그 책임을 야당과 나누어 질 수 있었을 게다."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큰 방향과 원칙에서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진성준 의원) 이 모두가 야당을 대화 상대가 아니라 척결 대상으로 여긴 결과, 즉 '야당=투기 세력'이며 이들에게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빚어진 일이다.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 마인드를 버리지 못했다. "집값 폭등과 투기에 대한 분노 때문에 집값을 올리려는 토건 투기 세력을 부활시켜서는 안 됩니다."(김태년 대표직무대행) 대체 누가 '토건 투기 세력'일까? 이 나라에 20조 원짜리 신공항을 선거 공약으로 내건 당보다 더 거대한 '토건 투기 세력'이 있는가?수직정원이 세빛둥둥섬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오세훈이든 박영선이든 머리를 '공구리'로 채우고 개발 공약을 남발하기는 마찬가지. 유권자들이 부동산 정책의 '큰 방향과 원칙'마저 불신하게 됐으니, 거기에 영합하려고 두 후보가 경쟁적으로 유권자들의 투기 본능과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이 깊은 불신의 바탕에는 당정청 인사들의 도덕적 실패가 깔려 있다. 투기로 물러났던 청와대 대변인이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여당의 의원 7명이 줄줄이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전월세 인상을 5%로 제한하는 법을 대표 발의한 의원이 제 월세는 9% 올려 받았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셋값을 14.5% 인상했다.이번뿐인가? 그 전엔 청와대 인사들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줄줄이 드러난 바 있다. 그 유명한 법무부 장관 가족의 꿈도 강남의 건물 한 채. 자기들은 본능과 욕망에 충실하면서 국민에게는 그것을 자제하라고 하니 국민, 특히 젊은 세대는 그것을 '공정'의 문제로 여기게 된 것이다. 공정하게 투기할 권리?진보가 '도덕주의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단다. 그래, 도덕의 덫에서 빠져나오니 어떤가? 진보적 기획 자체가 불신받는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 지금 진보가 두려워할 것은 정권을 한 번 내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환멸과 냉소, 거기서 비롯된 진보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 회의다.민주당은 '진보'를 참칭하며 진보의 도덕적 유산을 탕진해 버렸다. 가치를 내버린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회를 진영으로 갈라 제 편을 이념으로 무장시키는 것밖에 없다. 그럼 정책은 정략으로 전락하고, 이는 또다시 문제를 낳을 것이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지금 이 악순환에 빠져 버렸다.중요한 것은 선거의 승리가 아니다. 그놈의 승리는 그동안 충분히 해 오지 않았던가. 필요한 것은 원칙 있는 패배, 그리고 그 패배에 당연히 따라야 할 근본적인 반성과 고통스러운 혁신이다. 하지만 민주당에 과연 그 일을 할 도덕적 역량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의 위기만큼 우리의 회의도 깊다.

2021-04-05 06:10:09

[기고]40년 전에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

[기고]40년 전에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

1980년 제6차 당 대회에서 김일성은 세계 전쟁의 위험을 없애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자 비핵지대, 평화지대를 창설함으로써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조선반도, 즉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지대를 언급했다.세계 모든 지역에서 핵무기 시험 및 생산을 금지하며,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전쟁 때 중공군의 반격을 저지하고자 트루먼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검토했던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처음 배치된 시기는 1958년이었다.이는 1948년 8월 대한민국군 창설 이후 우리 군이 미국에 크게 의존해 왔기에 핵우산이 될 남한과는 달리 북한에는 위협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김일성으로서는 핵무기 철수를 연계시키는 전략적 발언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들고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그러면서도 북한은 핵 개발을 위해 1947년 구소련의 기술 원조를 바탕으로 우라늄 광맥 탐사를 해서 약 9천t의 우라늄을 소련에 보냈고, 1952년에는 원자력 연구 협약을 체결, 본격적으로 핵 기술과 핵 설비를 도입하여 1956년 영변에 원자로를 설치했다.한국은 박정희 정부 때 자주국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자 비밀리에 연구를 시작했으나 미국의 압박에 따라 핵 개발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했고 노태우 정부 시기였던 1991년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무기를 철수했으며 한반도에서 핵의 불사용을 공포한 것이다.북한은 2003년 1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선언하고 국제적으로는 연막전술을 펼쳤다.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2016년 1월 4차 핵실험을 한 후 2016년 5월 제7차 당 대회에서는 자위적인 핵 무력을 강화하여 핵 강대국임을 밝혔다. 한편, 2021년 1월 제8차 당 대회에서도 핵보유국을 기정사실로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무장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지난달 18일 열린 한미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의 2+2회담에서 나온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김일성이 발언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남한에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를 가리키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이미 1991년 철수했기 때문에 한반도에서 핵은 북한의 핵뿐이다.2009년 1월 국회에서 열린 남북경협특위에 참석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쟁점이 되었던 조선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차이에 대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차이가 있다"고 했으며, 한편 "우리가 생각하는 견해하고도 차이가 있다"고도 밝혔다.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한국이 사용해 온 '북한의 비핵화'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반도 비핵화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은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가 그동안 쟁점으로 다루어졌다.그럼에도 북한이 내세운 한반도 비핵화의 화두는 북미 핵 협상 대결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감으로써 전 세계가 비핵화될 때까지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며 세계 비핵화 범주에 진입시키려는 의도로 비치고 있다.

2021-04-04 15:55:39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적게 먹어도 살찌는 이유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적게 먹어도 살찌는 이유들

보리(7Y·7.8kg·코숏)가 내원했다. 케이지를 들고 계신 보호자의 표정만으로도 보리의 몸무게가 만만치 않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보리 몸무게는 7.8kg였다. 그나마 며칠 동안 못 먹어서 살이 빠진 편이라 하셨다. 코숏의 정상 체중이 4kg 정도이니까, 보리는 정상 체중의 2배나 되는 비만 고양이였다.보리의 병명은 췌장염이었다. 고양이 췌장염은 단백질과 지방의 과잉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데, 특히 살찐 고양이가 췌장염으로 장시간 먹지 못하면 지방간증과 신부전으로 악화되기 쉽다. 췌장염 초기에 집중 입원 수액 치료를 받으며 식욕을 회복시켜야 한다.보리는 4일간의 입원 치료를 받고 회복되었지만 퇴원 후 식이 처방과 체중감량을 위해 보호자가 노력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드렸다. 고양이 췌장염은 간식을 먹이거나 영양이 과잉 섭취되면 쉽게 재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4주 뒤 내원한 보리의 몸무게는 8.1kg였다. 오히려 체중이 증가하였다. 보호자는 간식도 끊고 사료도 평상시 보다 줄여서 주는데 왜 살이 빠지지 않느냐며 반문하셨다.동물이나 사람이나 살이 찌는 근본 이유는 신체가 대사하는 열량 대비 섭취한 열량이 많기 때문이다. 섭취하는 열량은 먹는 음식과 신체의 소화 흡수율에 비례한다. 반면에 신체가 소모시키는 열량은 근육 운동량, 체온 유지, 호흡, 뇌 활동과 신진대사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계절, 환경, 나이 등의 변수가 크다.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의 체중 감량을 위해서 지켜야 할 수칙을 두 가지 당부드렸다.▷하루 급여하는 식사량 담아주기하루 급여하는 사료량은 계량하여 미리 뚜껑 있는 용기에 담아두고 제공한다. 가족들이 여럿일수록 일관성 있게 하루 식사량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매일 한 번 체중 체크하기아침 식사 전 또는 저녁 자기 전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체중을 체크하고 기록한다. 고양이와 소형 반려견의 경우 1주 단위로 체중의 1~2%(50~100g) 정도가 줄지 않는다면 하루 사료 급여량을 5%씩 줄여나간다.사료 회사가 제시하는 표준 급여량은 중성화 수술을 받고 나이가 든 반려동물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대부분 영양 과잉을 초래하기 쉽다.보호자가 체중 감량 중인 고양이와 반려견에게 간식을 먹이고 싶다면 목표 체중이 도달 이후부터 가능하다. 매일 체중을 체크하며 체중 증가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식을 급여할 수 있다.이러한 체중 감량 노력에도 개와 고양이가 살이 빠지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의심되면 보호자는 수의사에게 즉시 알려야 하며, 수의사는 보다 전문적인 상담과 검사를 통해 해결책을 찾게 된다.1. 수면 부족수면 시간이 줄어들면 비만해지기 쉽다. 가족과 함께하는 늦은 밤시간 야식을 얻어먹을 확률이 높고,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스스로 사료를 먹기도 한다. 잠이 부족할수록 지방을 분해하는 렙틴(Leptin) 호르몬은 줄어들고, 배고픔을 느끼는 그렐린(Ghrelin) 호르몬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개와 고양이에게도 적용되는 셈이다.2. 스트레스스트레스가 식욕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되면서 식욕이 증가하며 복부 지방은 축적된다.3. 노화나이가 들수록 신진대사는 줄어들며 활동을 덜 하는 습관이 생겨난다. 노화에 따른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장애,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 요인들이 산책 운동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4. 갑상샘저하증갑상샘(샘)의 기능 저하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지면 신진대사가 느려지며 만사가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 적은 양의 식사에도 지방이 쉽게 축적된다. 노령의 반려견이 무기력하고 추위를 잘 느끼며 살이 찐다면 의심할 필요가 있다.5. 쿠싱증후군부신 또는 뇌하수체의 기능 이상으로 코르티솔 호르몬을 과다 분비되는 병증을 쿠싱증후군이라 한다. 다음, 다뇨와 식탐이 주 증상이다. 무기력해지고 외관상 노화가 현저해지며, 탈모와 피부위축, 근육 소실, 목과 복부에 지방이 축적이 촉진된다.6. 약물복용 부작용뇌신경계질환, 피부질환, 면역질환 치료를 위해 코르티솔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외인성 쿠싱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항염증제(스테로이드 약물), 항우울제의 복용이 식욕을 촉진시키며 지방 축적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약물 처방 후 물을 많이 마시거나 식욕이 현저히 증가한다면 수의사에게 그 증상을 알려야 한다.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2021-04-03 06:30:00

[이종문의 한시산책] 구름 샘을 희롱하던 - 일연

[이종문의 한시산책] 구름 샘을 희롱하던 - 일연

달빛 아래 오고 가며 구름 샘을 희롱하던 相過踏月弄雲泉(상과답월롱운천)두 스님 그 풍류가 몇백 년 전 일이던가 二老風流幾百年(이로풍류기백년)골 가득한 연하 속에 옛 나무는 아직 남아 滿壑烟霞餘古木(만학연하여고목)고개 숙인 찬 그림자 나를 맞는 시늉이네 偃昂寒影尙如迎(언앙한영상여영)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연주할 때마다, 유일한 지기(知己)였던 종자기(鍾子期)는 곡조에 담긴 백아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맞혔다고 한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며, 거문고 줄을 딱 끊어버렸다. 한문 문화권에서 우정의 상징적 모델로 단골 등장하는 저 유명한 백아절현(伯牙絶絃)의 고사다.하지만 서구의 칼라일과 에머슨의 만남이 아무래도 조금 더 격이 높지 싶다. 그들은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 뒤 30분 간 상대방을 뻔히 쳐다보다가, 이런 말을 하고 헤어졌다 한다."오늘 참 재미있게 놀았습니다."백아와 종자기 사이에는 거문고 소리라는 매개라도 있었지만, 이 두 사람의 경우는 그 어떤 매개물도 없는 그야말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교감이다. 그러나 그들과는 차원 자체가 아예 다른 만남도 있다.신라 때다. 관기(觀機)와 도성(道成) 두 스님이 대구의 비슬산에 숨어 살았다. 관기는 남쪽 산봉우리에 암자를 짓고 살았고, 도성은 산 북쪽에 있는 굴에서 살았다. 그들은 구름을 헤치고 달을 노래하면서 매양 서로 오고 가고 했다. 도성이 관기가 그리워지면, 산속에 있는 나무들이 관기가 있는 남쪽을 향해 일제히 고개 숙여 절을 하면서 맞이하는 듯한 몸짓을 지었고, 관기가 도성을 그리워할 때는 나무들이 도성이 있는 북쪽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비슬산 나무들의 몸짓을 보고 그리운 도반을 찾아가는 우정의 향연을 벌이곤 했다.'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위의 시는 두 스님의 풍류가 넘치는 우정을 찬양하는 한편, 시대를 초월하여 그 우정의 향연에 동참하고 싶어 했던 저자 일연(一然)의 작품이다. 보다시피 이 두 스님의 사귐은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이심전심이 아니라, 비슬산의 나무들까지 함께하는 자연합일(自然合一)의 우주적 교감이라 할 수 있다. 이 엄청난 교분을 어디서 달리 구할 수가 있으랴?지금 관기와 도성이 오고 가던 비슬산 일대에, 참꽃이 불을 질러 한바탕 불바다를 이룰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4월 중순 절정기가 되면,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리라. 하지만 이제 참꽃만으로 사람들을 끌려 하지 말고, 두 스님의 세계적인 우정을 감동적인 문화콘텐츠로 승화시킨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가 아닐까 싶다. 혹시 묘안이 없는가 몰라.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1-04-03 06:30:00

'당쟁의 시대' 안동 소호헌과 소박한 '탕평의 정치'

'당쟁의 시대' 안동 소호헌과 소박한 '탕평의 정치'

안동에 살기 시작했다. 서울이나 대구 등 대도시에 비해 안동에 사니 편안하다. 안동은 좋다. 날마다 안동을 걷고 안동 음식을 먹는다.익숙한 그것들이 어느 날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동의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했고 안동이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동국시와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혹은 헛제사밥의 심심한 내력도 내 귀에 속삭거리기 시작했다.무심했던 안동에 대한 내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투박한 내 입맛도 호사스럽게 안동을먹게 됐다. 안동에 대한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그냥 안동이야기다.27번째 이야기. 소호헌조선은 왕의 나라인가? 신하의 나라인가?1392년 태조 이성계의 개국부터 1910년 순종까지 조선은 27명의 왕이 이어받아 519년간 존속했다. 그 오백년의 시간은 왕의 시간이었을까, 대신의 시간이었을까, 혹은 백성의 시대였을까?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조선은 왕의 나라도, 신하의 나라도 아니었다. 조선은 성리학의 기반 아래 완비된 과거제도 등에 의해 선발된 엘리트들이 관리하는 통치 체제가 구축된 나라였다. 왕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왕의 나라는 더더욱 아니었다. 영의정과 좌의정 우의정 등 삼정승과 육조판서의 '삼공육경'(三公六卿)이 있었지만 고위관리인 내, 외직의 임명과 파직은 이조(吏曹) 전랑(銓郞)의 권한이었다. 이조는 오늘날의 총무처 그리고 인사혁신처의 역할을 다 갖고 있었다.왕도 신하도 독단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묘한 상호 권력 견제장치였다. 어느 시대에나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세력 간의 갈등은 있게 마련이었고 조선시대는 당파싸움, 즉 당쟁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파는 조선의 통치철학인 성리학의 해석을 둘러싼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서인과 동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그리고 '대북과 소북'으로 당파는 사안에 따라 분화돼나갔다.당파싸움의 시작은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으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한명회가 대표적인 훈구파의 거두라면 사림파는 훈구파에 의해 사화를 겪으면서도 살아남아 조정에 진출한 선비들이었다. 사림파는 서인과 동인으로 분화되고 대표적인 동인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이었다. 즉 초야에 묻혀있던 선비들이 훈구파를 몰아내고 조정에 진출해서 사림파가 되었고 그들의 노선 차이가 다시 서인과 동인으로 갈라서게 한 것이다.안동은 동인의 태두인 퇴계학파의 본산이었다. 조선에서 주자학을 최초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가르친 이가 퇴계였다. 퇴계는 인간의 존재를 이(理와) 기(氣)로 구분하고 '이기이원론'을 폈다. 여기에 고봉 기대승은 반론을 폈고 율곡은 고봉의 주장을 이어받았다. 그것이 '이기일원론'이었다. 조선의 당쟁은 이처럼 주자학을 해석하는 예송논쟁과 '이기'를 둘러싼 해석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물론 퇴계는 동인과 서인으로 분화하기 전의 사림이었지만 스스로 당쟁의 주역인 적은 없었다. 그러나 퇴계의 제자들은 대부분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서인과 대립했고 그래서 조정에 나아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림파의 일원이었던 동인과 서인이 늘 적대적인 관계였던 것은 아니다.심지어 율곡은 벼슬에서 물러나 계상(溪上)서당에 머물고 있던 퇴계를 만나기 위해 1558년 봄 안동에 찾아온 적도 있다. 58세의 퇴계와 약관 23세의 율곡의 세기적인 만남이었다.퇴계의 수제자가 학봉 김성일(1538~1593)이듯, 안동은 그때부터 퇴계학파의 중심이었고 주자학의 본향이 되었다.의 동화작가 권정생 샘의 향기가 묻어나는 안동 일직에는 기념비적인 공간 하나가 있다. 대구에서 의성을 지나 안동 경계에 들어서게 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마을이 일직이다. 일직면 소재지에 도달하기 전, 소호리 국도변에 오래된 고택 한 채가 고즈넉하게 있다. '소호헌'(蘇湖軒)이다.안동에서 '소호헌'은 국가가 지정한 보물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소호헌'은 퇴계 문하가 아닌 율곡 문하에서 공부하고 성장한 약봉 서성의 태실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퇴계학파의 본향에서 서인 계열의 소호헌이 홀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인식하던 사화를 밥 먹듯이 벌이는 적대적인 당쟁과는 거리가 먼 듯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약봉 서성의 부친인 서해가 퇴계의 제자였다면, 어쩔 수 없이 어린 나이에 한양으로 올라가게 된 약봉이 율곡문하에서 공부함에 따라 서해, 서성 부자는 각각 퇴계와 율곡에게 사사받아 동인과 서인을 넘나들게 된 집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소호헌은 조선전기 문신 서해(徐嶰 1537~1559)가 서재로 쓰던 별당이었다. 우리 독립운동의 산실인 임청각을 지은 고성 이씨 집안의 이명(李洺)이 자신의 다섯째 아들 이고(李股)가 결혼을 하게 되자 분가시키면서 지어준 집이었다. 그런데 대구 서 씨인 서해가 이고의 앞을 못보는 딸과 결혼하자, 선물로 이 소호헌을 내어준 것이다.서해는 당대 안동 최고의 가문에 장가를 들었다. 대구 서씨 또한 서거정과 같은 가문으로 서해의 부친 서고(徐固)가 예조참의를 지내는 등 당당한 명문가였다.안타깝게도 서해는 2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서해의 아내는 소호헌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 서성(徐渻 1558~1631)을 데리고 한양으로 가서 술과 약과를 만들어 팔면서 아들을 공부시켰다. 이 소호헌 왼쪽 건물이 바로 약봉(藥峯) 서성의 태실이다.약봉은 안동에서 태어났지만 한양으로 올라가 율곡문하에서 공부를 한 덕에 벼슬길에 올라 승승장구했다. 약봉은 경상, 강원, 황해, 평안, 함경, 경기 등 6도 관찰사와 도승지, 대사헌, 형조판서, 병조판서 등을 역임했다.서성의 네 아들도 모두 입직해서 높은 벼슬에 올랐다. 첫째는 우의정에 올랐고 둘째는 종친부전첨, 셋쌔는 현감, 넷째는 선조의 사위가 됐다. 셋째는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가족을 거느리고 안동 소호헌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소호리 태생 서성이 서울로 올라가서 집안을 크게 일으킨 셈이다.지금의 소호헌은 대구 서씨 종중 소유로 종중에서 관리하고 있다.소호헌에 도착한 때는 노을이 지기 직전이었다. 오백년이 더 지난 고택이었지만 관리가 잘 된 덕분인지 지금도 누군가 문을 열고 나와서 낯선 손님을 맞이할 것 같았다. 소호헌 뒷뜰 목련은 봄 햇살을 받아 작열하듯 꽃을 피우고 있었다.바야흐로 봄의 절정이었다. 그 옆 작은 정원에 '소호헌 보물 제 47호'라고 장난스럽게 장식을 해놓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소호헌은 앞면 3칸, 옆면 2칸이 대청이다. 앞면 1칸, 옆면 2칸은 누마루가 놓여있다. 누마루에 붙은 대청은 'ㄱ'자로 꺾였는데 앞면 2칸 옆면 1칸 크기의 온돌방이 붙어 'T'자 모양의 평면을 이루고 있다. 이 소호헌의 지붕 모서리를 장식한 기와에는 용 두 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민가나 여염집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용 문양이다. 누마루의 숫막새에는 봉황문양이 있다. 용과 봉황을 새겨넣은 기와로 집을 짓는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최고의 사치를 부린 건축이라고 할 수도 있다.그러나 만일 조선 후기에 일반 민가에서 용문양이 들어가 있는 기와를 사용해서 집을 지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아마도 역모의 죄를 범하였다며 삼대가 멸문지화를 당했을 지도 모르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을 것이다.이 집을 지은 이고가 99칸짜리 임청각을 짓는 등 민간에서는 최고의 집을 지은 것과 마찬가지로 소호헌을 지으면서도 나름 최고의 집을 꾸민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당시로서도 왕실에서만 쓸 수 있는 용과 봉황 문양을 기와 문양으로 쓴 것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건축을 실제 담당한 대목수의 실수가 아니라면, 용 문양을 쓸 수 있는 큰 인물이 이 가문에서 나기를 기대하는 보다 큰 뜻이 담겨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유추해볼 수 있지만 근거는 없다.'소호헌'에서 국도를 따라 6.5km정도 안동으로 가다가 낙동강의 지류인 미천이 구비도는 암산유원지 바로 옆에는 고산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고산서원은 퇴계학파의 대학자로 인정받으며 '소퇴계'로 불리는 대산 이상정이 강학한 서원이다. 퇴계학파의 고산서원과 율곡 이이에게 사사받은 약봉의 소호헌이 지척 간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조선당쟁의 격화라기 보다는 '탕평(蕩平)의 정치'가 이곳에서도 소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1-04-03 06:00:00

[광장] 과학의 부작용은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광장] 과학의 부작용은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마당 구석에 텃밭을 만들고 나니 주위에서 흙을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필요한 성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충고를 했다. 검사 결과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성분인 질소, 인, 칼륨이 턱없이 부족했다. 시멘트로 가려진 척박한 도시 땅에 영양분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비료를 쓰기는 싫었다. 야생에서도 그냥 식물들이 자라는데 인간이 너무 보호를 해서 식물들의 자립성을 해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런 땅에 식물을 심었더니 확실히 성장이 느렸다. 나무는 죽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다 치고, 채소는 크기가 작았고 특히 열매를 맺는 채소는 열매가 달리자마자 쭈그러들면서 떨어져 버렸다. 농부들같이 퇴비를 만들어 사용할 수도 없었고, 기껏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흙을 사용했지만 열매는 아예 맺히지를 않았다. 그래서 토마토 등 열매 맺는 채소 재배를 포기해 버렸다.1798년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하면서 식량 문제를 언급했다. 100년이 지나 맬서스의 주장대로 점차 식량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과학자들은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1800년대는 과학의 시대였다.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고 산업에 반영하는 것이 국가의 경쟁력과도 직결되었기 때문이었다.식물을 키우는 비료는 독일에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식물이 자라는 데 결정적으로 필요한 질소는 공기 중에 무궁무진하게 있지만, 워낙 단단한 2중 구조로 묶여 있어 분리가 어려웠다. 촉매제를 이용하고 고온으로 처리하면서 화학자 하버는 질소 분리에 성공했다. 여기에 물에서 분리한 수소를 붙여 암모니아를 만드는 기계는 보슈가 개발했다. 그렇게 질소비료는 하버-보슈 공법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질소비료 덕분에 식량 문제는 일시에 해결됐다. 그 당시 16억 명이던 지구 인구는 현재 70억 명이 되었지만 기아를 걱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 나고 오히려 비만을 21세기 최고 적이라고 하고 있다. 인구론은 50년 전 우리 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진실이었지만 현재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질소비료 탄생 과정과 고등학생 때 배웠던 화학 원자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비료 사용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과학이 만든 성과는 무시하고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요사이 넘쳐 나고 있다. 발달된 기술을 포기하고 원시시대같이 돌아가야 해결이 된다는 생각을 하고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과학적인 사실을 공부하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질소비료의 경우 질소는 그냥 질소다. 다른 의미가 없다. 퇴비에서 생긴 질소나 공기에서 분리한 질소나 똑같은 질소다. 하수도 물을 정화해서 깨끗한 물이 되었다면 원자 차원에서 얘기하면 중금속이나 다른 오염물질들만 없으면 물은 물이다.현재 나는 농사에 질소비료를 사용하지 않지만 대량 재배에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비료의 과다한 사용 때문에 생긴 질산염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질소비료의 문제가 아니라 과다한 사용이 문제다. 즉 인간의 문제다.과학이 현대문명의 많은 부분을 발전시켰다. 부작용이 있다고 과거의 불편한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해결도 과학이 답이다.코로나19 발생과 백신에 대한 음모론 등 소문이 무성하다. 코로나의 원인이 과학이 발전하고 인간이 생태계를 파괴해서 생긴 것은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해결은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을 포함한 과학적인 방법이 답이다.

2021-04-02 17:15:08

[춘추칼럼] 나의 담낭 절제기

[춘추칼럼] 나의 담낭 절제기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유대인을 탈출시킨 지도자 모세가 죽은 후 유대 민족을 고향 가나안으로 인도할 책임에 힘겨워하던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하나님이 당부하신 말이다.쓸개 담(膽) 클 대(大), '쓸개가 크다'는 뜻의 담대(膽大)는 겁 없고 용감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용감한 사람을 '담력(膽力)이 세다'고 한다. 반대로 용기나 줏대 없는 사람을 '쓸개 빠졌다'고 한다. 인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 용기는 쓸개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쓸개, 즉 담낭(膽囊)은 '쓰다'에서 나왔다. 오월동주(吳越同舟), 고대 중국 오나라와 월나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월(越)과 전쟁에서 아버지와 형을 잃은 오나라 왕자 부차는 편한 잠자리 대신 장작 위에 누워 자고 쓰디쓴 쓸개를 씹으며 복수의 칼을 갈았다는 말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씹어 보진 않았으나 쓸개액은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쓰다고 한다. 쓸개액 담즙(膽汁)은 이름과 달리 쓸개가 아니라 간에서 만들어진다. 쓸개는 간에서 흘러온 액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즉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소장으로 내려보내 소화를 돕는데 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위치도 간 바로 밑이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쓸개가 탈 나서 아팠다. 처음에는 별로 심하지도, 자주 아프지도 않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을 때만 아프다 보니 오히려 '음식 조심하라'는 몸의 경고로 생각하고 참고 견뎠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자주, 심하게 아파서 급기야 견딜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없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 싶어 수술하기로 했다.시간 내기가 어려워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에 입원해서 오후에 수술하기로 했는데 생전 처음 하는 수술이라 살짝 긴장도 되었지만 수술대에 눕고 약물이 들어가자마자 곧 정신을 잃었고… 깨어보니 마취 회복실. 그리고 쓸개가 사라졌고 고통도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쓸개 빠진 인간이 되었고 이틀 후 퇴원, 일주일 후 업무에 복귀하였다.지금이야 그다지 어려운 수술이 아니지만 불과 150여 년 전만 해도 담석증은 불치병이었다. 제대로 된 마취도 없고 "배를 열면 공기에 노출된 내장에 염증이 생겨 죽게 된다"고 알던 시절이라 수술은 꿈도 못 꾸었다.1867년, 미국 의사 존 스토 밥스는 4년간 통증에 시달리던 환자가 "죽어도 좋다"며 매달리자 수술을 결심했다. 쓸개에 구멍을 뚫어 돌과 쓸개즙을 빼내어 고통을 덜어줬지만 쓸개는 그대로 둔, 돌과 즙이 쓸개에서 흘러나오는 길을 남겨 놓은 불완전한 수술이었다. 그러나 통증이 사라진 환자는 만족했다.1882년, 독일 의사 칼 랑겐바흐는 쓸개를 제거하는 새로운 수술법 개발을 위해 수년간 연구 끝에 최초의 담낭절제술을 시행했다. 16년간 통증에 시달려 체중이 40㎏이나 감소한 43세 환자의 수술은 성공리에 끝났고 6주 후 건강하게 퇴원하였다. 랑겐바흐는 이 사례를 학회에 발표했으나 무시당했다. 의사들은 여전히 쓸개에 구멍 뜷는 수술을 고집하며 랑겐바흐를 비난했다. 하지만 랑겐바흐는 좌절하지 않고 담낭절제 수술을 계속한 끝에 1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인정받게 되었고 담낭절제술은 이제 충수절제술(맹장 수술) 다음으로 많이 하는 복부 수술이 되었다.불과 20년 전만 해도 담낭절제술은 오른쪽 갈비뼈 밑에 20㎝ 정도 긴 수술 자국을 남기고 1, 2주의 입원 기간, 한 달 이상 회복기가 필요한 큰 수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1㎝ 정도의 작은 구멍만 내고 내시경을 넣어 쓸개를 잘라내는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입원 기간과 회복 기간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심지어 멀리 떨어진 환자에게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해서 수술할 정도에 이르렀다.지금 기준으로 과거를 돌아보면 어이없듯 미래 의사들은 병든 장기를 잘라내는 현대 의료를 비웃을지 모른다. 하지만 과거에도, 오늘날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지금 의학이 가장 최신 의학이다. 그리고 새로운 의술에 몸을 맡기는 환자들과 무관심 및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한 의사들 덕분에 의학은 조금씩 발전한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021-04-01 12:06:09

[기고]민심천심(民心天心)

[기고]민심천심(民心天心)

언제인가 '안보단체 화합한마당 축제'가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내빈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한 인사가 연단에 올랐다.그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후, "여러분! 야구 경기에서 4번타자에게 거는 관중들의 기대가 대단하죠?" 뜬금없는 야구 얘기에 장내가 잠시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그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제가 바로 네 번째 축사를 하게 된 4번타자입니다." 그러자 1천여 명의 관중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렀다. "따라서 여러분이 저에게 거는 기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일순간 또 조용해졌다. "제발 좀 짧게 끝내 달라! 그렇죠?" 그러자 장내는 박수와 환호로 뒤덮였다. 잠시 박수 소리가 가라앉자 "그래서 저는 짧게 끝내겠습니다." 또다시 장내는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우선, 오늘의 화합한마당 축제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 안보 역군인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여러분들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수립, 추진함으로써 여러분들을 위한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축제를 다시 한번 축하드리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축사가 끝나자 장내는 온통 환호와 박수 소리로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연단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았지만 박수와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일어나 두 팔을 들어 환호에 화답했다.박신한 대구지방보훈청장이 이처럼 열렬한 환호를 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행사장에 모인 관중들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축사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즈음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련 땅 투기 논란과 의혹들이 일파만파 거세지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와중에 주무 부처 장관이란 인사는 "LH 직원들이 택지 개발 정보를 모르고 투자했을 것"이라고 두둔하는 발언을 해 국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씀을 하느냐'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제 경험상으로 볼 때 그렇다"고 답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LH 사장을 역임하고 국토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자가 '투자 가치가 없는 맹지를 구입해서 쪼개기에다 보상가 높은 용버들나무를 촘촘하게 심어둔 현장'을 보고도 그런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걸 보면 과연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 인사는 2019년 4월, 제4대 LH 사장에 취임해 1년 4개월간 사장직을 역임했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일대 토지를 집단 매입한 시기와 겹친다. 따라서 LH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편법 투기한 것으로 판명 날 경우 조직 관리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LH는 2019, 2020년 권익위 종합평가에서 모두 4등급을 받았다. 이 또한 그가 재임했던 시기의 평가다. 그런데도 그는 LH 사장 재직 시 청렴을 수도 없이 외쳤다고 한다.'백언불여일행'(百言不如一行)이라 했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의 실천과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말이다. 무릇 공직자라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를 헤아려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부응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논어 안연 편에서 공자는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 했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지 못하는 국가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말이다. 모든 공직자와 위정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이 말, 작금의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2021-04-01 12:05:47

[매일춘추]5G 시대에 대구가 세계 속 음악도시가 되려면(1)

[매일춘추]5G 시대에 대구가 세계 속 음악도시가 되려면(1)

세계가 4차 산업시대의 화두로 제5세대(이하 5G)를 언급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에서는 상용화되고 있지만 최소 2025년까지는 모든 분야에서 "이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성공의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5G는 5세대 이동통신 기술(5th Generation Mobile Telecommunication)을 일컫는 용어로 4G LTE 대비 데이터 용량은 약 1천 배 많고 속도는 200배 빠른 차세대 이동통신이다. 아직은 확장 과정에 있지만 앞으로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실시간 온라인게임 등과 같은 다양한 실시간 쌍방 소통의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하고 있다.필자는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로 활동해오다가 현재 예술행정가로 활동하고 있어서 깊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최소한 코로나 이후 보편화된 비대면 사회의 연장선상에서 보면 전문가들의 예상은 멀지 않은 현실이다.게다가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온라인상에 공유될 콘텐츠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개인과 단체가 시시각각 만들어내는 콘텐츠들이 5G 기반 위에 동시에 온라인 네트워크에 업로드되는 상황도 현실화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결국 최고의 퀄리티 혹은, 특별하거나 독특한 것들만 살아남을 것이 자명하다.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미리 연구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생존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전통적인 방법으로 세계적 인정을 받은 거장들이 한국인 중에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많은 우수한 음악가들이 현재는 그나마 연주자로 살아갈 수 있겠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차선(次善)의 경계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세계라는 벽 앞에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코로나 비대면 교육계의 상황에서 동영상을 통해 강사나 교수, 교사의 능력이 무방비 상태로 평가를 받게 됐다.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를 비롯한 명문대들이 학점을 공유하면서 최고의 강좌에 수강신청이 몰렸다. 많은 비인기 강사들이 강의 기회를 잃게 되었고, 기술의 발달로 하루아침에 인기 직종 기술자들이 실업자가 되었다. 클래식 음악 분야에도 이러한 현상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예감은 필연에 가깝다.그렇다면, 모든 공연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될 경우 그들의 원본을 뛰어넘을 수 있는 콘텐츠들이 서구 음악의 본고장이 아닌 대구에 얼마나 존재할까.결과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고유한 창의적 자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교육 현장으로부터 공연 현장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대구의 것을 교육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서구가 자신들이 주인이라고 하는 문화에만 집중해서는 미래가 보장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인 대구는 그들의 어법을 통해 우리의 것을 그들에게 세뇌시킬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구에는 충분한 능력이 있다.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2021-04-01 12:05:29

[기고] 잔인한 달 4월

[기고] 잔인한 달 4월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계절, 4월이 다가왔다.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힘겹게 보냈던 지난해 4월을 비롯해 과거 지난 4월들의 기억들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았다.2014년 4월, 차가운 바닷속에 304명의 아이를 잃은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4월은 우리에게 아픈 기억들로 가득하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서 잊혀 가고 있는 또 하나의 사건이 있어 되짚어보고자 한다.바로 1995년 4월에 발생한 대구 달서구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이다.당시 상인네거리 지하철1호선 공사구간에 있는 롯데백화점 신축공사장에서 도시가스 배관이 파손되어 현장이 폭발하였다.이 사고로 시민 101명이 사망하고 202명이 부상, 재산 피해는 540억원에 다다랐다.사고 이후 당국은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긴급구난체계의 정비,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하는 등 뒤늦은 대책을 마련하였다.하지만 이러한 재발방지 노력에도 2000년 신남네거리 지하철 공사현장 붕괴사고, 2003년 중앙로역 화재참사, 2011년 범물동 동아백화점 앞 지하철 공사현장 가스누출 사고 등 대구 지하철은 계속되는 사건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켰다.이처럼 우리가 생활하는 곳곳에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가 늘 도사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과거 사례를 거울삼아 현재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그 일환으로 대구경찰은 대구 시내 총 57개소의 지하철 역사를 테러취약시설로 지정, 정기적으로 테러예방 및 안전관리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112타격대와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는 폭발물・총기 대테러 대응훈련도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해 오고 있다.또한 대구도시철도공사와 합동으로 대형 사고 예방 및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관련 매뉴얼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주기적으로 재정비해 나가는 등 대구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미국의 유명한 시인 토마스 엘리엇은 '꽃들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생명의 계절인 4월에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를 황무지로 비유하여 4월을 가장 잔인한 달'로 표현하였다.2021년 4월, 이 땅에 떨어진 수많은 동백꽃들을 애도하며 그 꽃들이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피어나 더 아픔이 없는 아름다운 4월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2021-03-31 16:23:44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권세력의 위선과 도덕 불감증

[홍성걸의 새론새평] 집권세력의 위선과 도덕 불감증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명제다. 그런데 집권 4년 차를 넘어가면서 선거 때 굽신거리며 표를 구걸해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거머쥔 자들의 위선과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정권 초부터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대통령 바로 옆에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 온 김상조 씨는 국민을 큰 고통에 빠뜨린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면서도 법 시행 불과 이틀 전에 계약기간이 한 달이나 남은 자신 소유의 집 전세보증금을 14% 넘게 인상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전셋집의 보증금이 올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그런데 자신이 더 내야 할 전세보증금은 5천만 원인데, 올려받은 전세보증금은 1억2천만 원이었고, 그 시점에 14억 원이 넘는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문재인 대통령은 김 실장을 경질하면서 대국민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경질 바로 다음 날, 청와대에서 생중계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동산 부패 청산을 강력히 추진하라면서도 자신의 정부에서 빚어진 불공정과 위선, 부도덕성에 대한 사과는 단 한 마디도 없었다. 자신도 피해자라는 생각에 대통령이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대통령을 잘 안다는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눈에도 대통령의 화만 보일 뿐, 국민의 분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이 화가 났다는 말에 국민은 울화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청와대 주변의 부동산 적폐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김진애 후보로부터 의석을 물려받아 국토위에 배정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관사에 살면서 동작구에 건물을 매입하는 투기 신공을 발휘해 물의를 일으킨 후 사퇴했다. 노영민 전 비서실장은 서울과 청주에 2주택을 보유하면서 공직자의 다주택 소유를 비판하다가 지역구인 청주의 아파트를 팔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고개를 숙이고 반포의 아파트까지 팔게 되었다. 김조원 전 민정수석도 강남에 두 채의 아파트를 보유했다가 여론의 질타 속에 결국 집을 택하고 직을 사퇴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결코 죄가 아닌데도 집권자 스스로 다주택자를 부도덕한 범죄자로 만들어 도덕성에 치명적 흠집이 생긴 것이다.집권 세력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26일, 설훈 의원 등 73명의 범여권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민주화 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은 집권자들의 위선과 부도덕,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인다. 현재 4·19, 광주 등의 민주화운동 부상자, 사망자, 행방불명자 등을 민주화 유공자로 지정해 혜택을 주는 법안이 이미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제안된 법안은 시위에 나섰다가 유죄판결, 해직, 퇴학 처분을 받았던 사람들을 모두 민주화운동 희생자로 추가해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중·고교·대학 수업료, 직업훈련비, 의료비, 20년 분할 상환이 가능한 주택 구입 및 임차 대부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솔직히 말해 과거 데모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오죽했으면 김영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까지 나서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와 내 가족은 특별법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국민들께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를 오늘로 반납한다"고 썼겠는가.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 개혁이란 미명하에 서울남부지검의 금융특별수사부를 공중분해시켜 사실상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 사건의 수사가 지지부진해졌고, 수차례에 걸친 인사권 전횡으로 울산 선거 개입 사건, 윤미향 사건 등의 수사가 답보 상태다. 전국적인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부패 수사 지시는 한 마디도 없이 한명숙 사건에 올인하고 있다. 이 정도면 법무부는 '정의수호부'가 아니라 '정권수호부'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자신에게 또박또박 대드는 젊은 검사를 보며 기가 차서 한 말이다. 이제 국민이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에게 되돌려 준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겁니까?"

2021-03-31 11:40:36

[기고] 새마을문고 60주년

[기고] 새마을문고 60주년

전쟁의 포성이 울리던 1951년이었다. 탄약통에 이동문고라 적고 책을 한 가방씩 넣어 농촌을 돌며 독서 활동을 지원했다. 최초의 마을문고 울산 이동문고가 탄생했다. 독서를 통한 계몽 활동에 투신한 엄대섭 선생이 사비를 털어 문고를 만든 지 올해로 60주년이 된다. 한국전쟁 중 폐허 속인지라 도서관 운영에 정부도 손을 놓은 상황이었다. 민간 주도 마을문고 활동의 시작이 오늘날 작은도서관 활동의 효시라 할 수 있다.1960년대는 농촌 자연부락마다 마을문고가 설치되고 독서회가 구성되었다. 4칸짜리 서가에 서랍이 두 개 달린 책장이 전부였지만 마을문고가 설치되는 날은 온 동네의 청년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어 기념사진을 찍었다. 마을 독서회가 조직되어야 지원받을 수 있는 터라 마을 유지와 청년들이 힘을 모아 학생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영농 서적을 탐독하는 독서회를 조직했다.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시작되던 시절은 독서의 생활화를 특히 강조해 농어업 관련 새마을 총서와 농업기술 관련 생활교양 아동도서 등 총 59종을 제작해 보급했다. 1980년 마을문고 사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엄대섭 회장이 아시아의 노벨상이라는 막사이상을 수상해 국내외에 여론을 환기시키게 된다. 1982년도에는 새마을중앙회에 편입돼 새마을문고로 이름을 바꾸고 새마을단체로 거듭나게 된다.새마을문고는 현재 전국 시도에 약 13만 명의 회원과 1천323개의 작은도서관, 찾아가는 새마을 이동도서관 33대를 운영하며 국민 독서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올해는 60주년 기념으로 그간의 활동과 새마을문고 작은도서관 운영의 역사를 집대성해 대구 출신 신철원 중앙회장이 도서를 출간, 더욱 뜻깊다.대구 새마을문고의 경우 8개 구·군에 지회를 두고 있고 4천 명의 회원이 산하 동별 새마을문고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회원들의 자발적인 재능 기부와 독서회 구성 등으로 지역의 문화병참기지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한다. 기본적인 독서 지원 활동뿐 아니라 교육문화예술대학, 독서대학, 한글학교, 취미교실, 생활예술, 과학교실, 역사교실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활동으로 축제의 장을 벌이기도 한다. 북구의 북&페스티벌 부키야놀자, 대구 전통활쏘기대회, 국악한마당, 동구의 동촌 천변에서 펼치는 독서감상화대회, 서구의 독서문화한마당, 달성군의 시화배너 쉼터책방, 남구 꿈틀 도서관축제, 수성구 가족 골든벨, 달서구 피서지 독서대회 등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대구시 새마을문고는 올해 '책 읽는 도시 대구 교육문화예술 중심도시 대구 아이들과 함께하는 문화공동체'라는 다소 긴 슬로건으로 시민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우선 대구의 정신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국채보상운동기념관과 함께 독서 골든벨, 그림 그리기 등을 코로나 방역 기준에 따라 비대면으로 실시하고 전시회는 예술회관 등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대구문화재단 공모 사업을 통해 대구 성곽길 탐방 행사를 개발하고 대구 역사 유적 사진전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새마을문고 교육문화예술대학, 영화데이 등을 통해 문화예술 중심도시 대구 만들기에 함께하기로 했다.이러한 지역의 건강한 교육공동체 문화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새마을문고 회원들은 오늘도 도서관을 방역하고 쓸고 닦고 아이들과 시민들을 기다린다. 올해는 60주년이라 새마을문고의 문호를 활짝 열어 대구 문화 전사들을 모시고자 한다. 코로나 시절이지만 문화의 힘으로 역경을 극복하는 대구의 진면목을 보여줄 때다.

2021-03-31 11:40:17

[매일춘추]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연주

[매일춘추]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연주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버린, 미증유의 시간이 어느덧 1년을 지나고 있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친 코로나 사태는 특히나 청중과의 대면이 중요한 음악예술계에 더욱 가혹하게 휘몰아쳤다.보건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은 많은 연주단체와 공연장을 주춤하게 만들었고 공연이 잇달아 취소되기 시작하며 침잠하였다. 처음 겪는 사태에 모두들 적잖이 당황하였지만 그러나 곧 발빠르게 화상 수업이나 회의에서만 사용되던 영상중계를 이용하여 '무관중・비대면 연주'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연주 실황을 중계하거나 녹화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있던 일이었지만 방송국에서 제작하는 영상을 제외하고 온전히 연주 자체가 무관중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일이었다.필자도 작년 한 해 비대면 연주로 몇 번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대부분의 연주가 취소되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라도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감사하였고, 평소와는 다르게 중계용으로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와 많은 스태프들이 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니며 무대 설계를 하는 것을 보고 설렜던 기억이 난다.하지만 막상 연주를 시작하고 현장에서 청중과의 교감이 없으니 어색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무대에서 인사를 하는데 텅 빈 객석을 바라보니 마치 시공간이 분리된 다른 차원에 혼자 동떨어진 기분마저 느꼈던 것 같다.비대면 연주를 접했던 청중들은 어땠을까? 연주장을 찾기 힘든 상황에 아쉽지만 이렇게나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지만 역시나 현장감을 느끼기엔 다소 아쉬웠고 오히려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연주장이 더 그립다는 것이 중론이었다.중계에 의존하는 비대면 연주회가 앞으로의 많은 연주들을 과연 대체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연주자인 내가 감히 있다 없다를 논하기보단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을 할 수 있겠다. 공연예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현장에서 느껴지는 생동감과 연주자와 청중이 같은 시간과 공간속에서 감정을 공유하는데 있다고 생각하는데 비대면 연주는 소리와 감정의 전달방식에 있어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본질적으로 대면이 우선시되는 공연은 결국 시간이 지나 이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어야 완벽히 해결될 문제이기에 참 속상하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많은 연주자와 공연장들이 함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헤쳐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고, 일각에서는 조금씩 나아지는 상황에 비록 마스크를 쓰긴 하지만 거리두기를 병행하는 대면 연주도 서서히 다시 시행하고 있다.모두에게 힘든 시기이지만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음악인들이 조금 더 힘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곧 마스크를 벗고 예전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마음껏 연주회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박소현 피아니스트

2021-03-31 11:39:49

[종교칼럼]종교간 대화 1

[종교칼럼]종교간 대화 1

어느 한 종교가 다른 종교들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갈등과 분쟁을 일으킨다면 이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는 평화를 유지하는 것으로 행세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종교들을 미움과 배척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결국은 표출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현존하는 종교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건전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종교 간의 대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다른 종교들의 교리는 무엇인지, 나의 종교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야 나의 종교가 신봉하는 교리의 정당성도 확고하게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종교들과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 것이고 나아가 서로 인정하고 협조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과학문명이 우세한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이제 종교 자체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종교 자체에 대단한 도전이 되고 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점차 풍부한 자연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지식을 겸비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에 이치에 맞는 정확한 진리로 무장하지 않은 종교 단체에 소중한 시간과 돈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할애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각 종교는 현존하고 있는 타종교들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아 그러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뭉쳐서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반종교적인 시대적 분위기를 이겨나가기 위한 공동의 전선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럽을 가보면 해마다 종교의 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원인은 사람들이 진리를 외면하기 때문이기 보다 기존의 종교가 올바른 진리와 실천으로 무장하기 위한 자기 쇄신을 소홀히 한 것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종교들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앞을 내다보면서 참된 진리로 나아가려는 자기 쇄신을 끊임없이 하지 않고 교만한 마음으로 이미 완성된 진리와 표현 방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여 안주한다면 오래지 않아 외면당하고 말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대단한 정열로 노심초사하기에 그릇되거나 별로 효용성이 없는 일에 오랫동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태도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고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건전한 종교라면 다른 종교들을 존중하고 지역사회의 사람들을 구원으로 인도하기 위한 작업에 협조하기 위한 모임을 주선하여 대화할 것이고, 그런 과정으로 얻은 방안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최후로는 그런 열린 종교가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아 번성할 것이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종교 간의 대화와 평화를 중요한 일로 간주하여, 교황에 즉위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전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교의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초빙하곤 했다. 교황의 이러한 노력은 그 자리에 초대를 받은 각 종교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의식이 깨어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매우 바람직한 작업으로 평가를 받았고, 지구촌의 여러 민족과 종교 간의 대화와 평화 정착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이것은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종교자유에 관한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간 것이기도 했다.이러한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한 편으로 예상치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종교 간의 대화와 평화에서 전제되는 것은 상호 인정과 존중인데, 그렇다면 우리가 믿고 있고 소속되어 있는 종교단체가 다른 종교들보다 특별히 더 낫거나 다른 것이 무엇이기에 굳이 이 종교단체에 머물러야 하며 전교를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라는 정체성 확인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2021-03-31 10:30:00

[경제칼럼]정치는 부동산에 관여치 말라

[경제칼럼]정치는 부동산에 관여치 말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정책이 바뀌고, 그때마다 실수요자만 아픔을 겪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역대 정권별 부동산정책을 살펴보자."김대중 대통령님, 나라 경제가 큰일입니다. IMF 외환위기 상황이라 어떻게든 나라부터 구하고 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부동산은 전방위 산업으로 건설 경기를 부양시켜 내수를 증진할 수 있습니다. 모든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합니다.""아파트 공급을 증가시키려면 공급자의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도록 분양가격을 완전 자율화해야 합니다. 청약통장 가입은 1세대 1구좌가 아니라 성인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도록 청약 자격을 완화해 능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해 줍시다."당시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영해 분양권 전매 허용, 재당첨 금지 폐지, 양도세 한시 면제, 취득세 감면 등의 정책을 펼쳤다. 경제위기는 극복했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다음 정부에 모든 부담을 떠안겼다.다음 정부는 다른 상황을 맞았다. "노무현 대통령님, 투기에 가까운 이상 급등으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분배와 형평성을 추구해야 하는 정부로서 부동산 투기는 참여정부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이에 따라 재건축아파트 안전진단 강화와 후분양 정책이 발표됐고, 소형 평형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도입과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종합부동산세 시행 등의 정책이 이어졌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이때 우리는 정부 대책이 나오는 날을 기점으로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더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다.다음 정권은 어땠을까? "이명박 대통령님,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세계가 금융위기를 맞았습니다. 앞선 정부와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으면 주택시장은 회복됩니다. 주택의 수급 문제는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공급 정책에 신경 써야 합니다."이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70만 호, 장기임대주택 80만 호 발표가 이어졌다. 더불어 정부는 양도세 한시 면제, 취득세 등록세 50% 감면, 상속·증여세율 인하,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해제 등을 잇따라 도입했지만 앞선 정부의 강력한 규제 탓에 주택시장 회복에는 실패했다.미분양을 떠안은 다음 정권은 완화정책을 이어갔다. "박근혜 대통령님, 경제가 위기입니다. 수출이 감소하고 내수가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해서라도 경제는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어떻게 해결하시겠습니까. 빚을 내 집을 사게 하면 됩니다."이 같은 주장에 따라 금리가 인하됐다. 양도세 5년간 면제, 생애 최초 취득세 면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해제, 행복주택 뉴스테이 공급 등의 부양책이 이어졌다. 마지막 임기 1년 부동산 경기 부양에는 성공했지만, 영어(囹圄)의 몸이 되었다.현 정권은 또 다른 입장이 됐다. 앞선 정부가 미분양 해결책으로 다주택자를 양산했다면, 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잇단 규제정책을 발표했지만 역대 가장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오로지 수요 억제와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단절시키고 벽을 더 굳건히 했다.정치는 임기가 있지만, 국민은 집이라는 굴레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이해관계에 따라 바뀌어 왔다. 지난 50년 동안 부동산정책은 빈부격차와 소득격차의 벽을 높이 세우고, 열심히 노력해도 내 집 하나 마련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었다.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고, 출산율 최저 기록을 경신하는 정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미래 세대의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정치는 부동산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정치는 부동산에 관여치 말고, 국무총리 산하의, 오직 국민만 바라보는 정책을 펴는 '주택청'을 신설하기를 강력히 호소한다. 그리하여 정부 임기제에 따른 냉온탕식의 부동산정책이 아니라, 국민과 평생을 함께하는 주거 안정 대책이 수립되기를 바란다.

2021-03-30 13:27:16

[의창] 코로나와 마스크

[의창] 코로나와 마스크

기침을 많이 하고, 코도 막혀서 숨쉬기 힘든 상태에서도 마스크를 꼭 챙겨쓰고 진료실에 들어온 민규를 보면서 '얼마나 답답할까' 안쓰런 마음이 앞섰다.열이 나서 기운없이 축 쳐진 민규를 진찰하며 민규 엄마에게 "민규는 어린이집에서 마스크 잘 하냐요?"라고 물었더니 "얼마나 잘 쓰는데요. 처음에는 답답해서 마스크만 쓰면 울었는데, 이제는 잘하고 있어요. 엄마, 아빠가 마스크 안 쓰고 있으면 한마디 한답니다"라고 답하셨다.요즘은 외출하기 전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마스크이다. '이 아이들에게 마스크 없이 외출하고,어린이 집 가는 세상이 다시 오기는 할까?'라는 생각에 진료를 하는 내 맘도 함께 답답해졌다.이제 마스크는 생필품이다. 집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서 마스크를 써야한다. 대중교통은 물론이고, 건물을 들어갈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착용이 의무화되고, 위반시 과태료까지 내야하는 삭막한 시대를 살고 있다. 답답하고 불편하지만 전염병 예방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고 지켜야 할 약속이다.하루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처음으로 하는 일이 그날 쓴 마스크를 접어서 종량제 봉투에 버리는 일이다. 우리 가족만 해도 매일 4개의 마스크를 버리고 있다.쓰레기 봉투에 버려진 마스크를 보며 '버린 마스크는 어디로 갈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전세계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마스크만 해도 엄청난 분량일 것이다.국내의 경우 한달에 최대 6천만장의 일회용 마스크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매달 전 세계적으로 1천290억 개에 달하는 마스크가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일회용 마스크의 가장 큰 문제는 자연 분해되는데 45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마스크의 주요 소재가 폴리프로필렌(PP)을 가는 실의 형태로 뽑아 부직포 공법으로 만든 즉,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내버려진 마스크는 강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물살에 부딪히며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플랑크톤 등은 미세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해 먹기도 하며, 이는 먹이사슬을 거치고 거쳐 인간의 식탁으로 돌아오게 된다. 홍콩 NGO 단체에 의하면 2020년에만 약 15억 6천만개의 마스크가 바다에 버려졌다고 한다.마스크로 인한 환경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고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여러 기업들이 재사용해도 기능의 저하가 없는 친환경 마스크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으며, 서울시도 'PTFE 마스크 필터' 기술을 이용해 빨아 쓰는 '서울 에코 마스크'를 개발해 판매중이다.올해 3월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친환경 생분해성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남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더 조이너리(The Joinery)'는 폐기물을 재활용해 새로운 가치의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재활용한 플라스틱으로 마스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코로나19 팬데믹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얼마나 더 오랫동안 마스크를 써야 할지 그 끝이 쉬이 보이지 않는다. 덩달아 버려지는 마스크 쓰레기 발생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껏 환경 보호 노력으로 애써 줄여놓은 미세 플라스틱이 일회용 마스크로 인해 폭증하는 것은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다.우리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마스크가 서서히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는 아이러니의 시대다.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2021-03-30 12:44:23

[뷰티 클리닉] 봄철, 기미가 짙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뷰티 클리닉] 봄철, 기미가 짙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날이 풀리면서 반가운 봄이 돌아왔다. 꽃들이 피어나고 새싹이 돋아나는 걸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피부 관리에 신경쓰는 이들에게는 자외선 차단에 신경써야하는 고민거리가 더해지는 시기다. 특히나 자외선이 강한 봄철, 신나게 꽃나들이를 즐겼다간 얼굴에 기미가 짙어져 오랜동안 마음고생을 각오해야 한다.기미는 이마·뺨·눈 주변에 대칭적으로 거무스름한 점이 생기는 색소질환이다. 자외선 B와 A는 각각 표피와 진피 깊숙이 침투해 주름을 늘어나게 하고 피부탄력을 떨어뜨릴 뿐더러 검은 색소인 멜라닌을 과잉 생성해 기미를 유발한다. 과도한 색소세포 생성은 활성산소와 같이 산화 스트레스, 피부보호막과 진피의 손상, 혈관 및 비반세포의 증식 등으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성호르몬이나 장기간의 경구피임약 복용, 자외선 등이 기미를 악화시키는 인자로 손꼽힌다.이 때문에 자외선차단제를 잘 바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실내활동 시에는 SPF30 정도의 자외선 차단제가 권장되며, 외부활동 시에는 SPF50의 자외선 차단제를 권장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단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2~3시간 간격으로 덧발라 줘야한다. 자외선차단제 외에 양산을 쓰거나 선캡을 사용하는 것도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문제는 이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기미가 짙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이 때는 피부과에서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활성산소 생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비타민C를 복용하거나 미백관리 등을 통해서 항산화제를 피부 속에 집어넣어주는 것이 좋다. 또 피부보호막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보습제를 잘 발라주는 것을 생활 습관화 해야 한다.기미 정도가 심각해 진피 손상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을 때는 레이저나 주사 등의 약물 치료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진피손상을 회복시키는 데에는 제네시스 레이저 혹은 진피재생주사가, 혈관 증식을 줄이는 데에는 엑셀브이 플러스와 같은 혈관레이저가, 비반세포의 증식을 줄이는데는 트라넥사믹산(tranexamic acid)이라는 약물 치료가 도움이 된다.레이저토닝이 필요할 경우에는 일반 레이저토닝보다는 PTP방식으로 빔을 2개로 쪼개서 조사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방식이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큐스위치 엔디야그 레이저나 레블라이트 레이저 등을 주로 사용하며 때로는 피코 레이저를 통해 부분 치료만 시행하기도 한다.기미는 난치성이고 오랜 시간 치료가 필요한데다 개인의 피부타입, 치료목적 등에 따라서 기기 시술과 약물·주사 등의 다양한 치료방법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조급한 맘을 내려놓고 경험이 많은 피부과전문의에게 꾸준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이광준 클린업피부과의원 대구범어점 원장

2021-03-30 1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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