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내 개가 물건이라고?"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체리(푸들·2살)가 교통사고로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대기실이 소란스러워서 나와보니 사고를 낸 운전자와 보호자 간에 고성으로 언쟁이 오가고 있었다. "치료비를 다 보상할 수 없다"는 운전자의 주장과 "아이가 다쳤는데 빠져나갈 궁리 만 한다"는 보호자의 주장이 맞부딪혔다.

급기야 경찰이 왔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한 후에야 소동은 가라앉았다. 보호자는 개가 다쳐서 황망스러운 상황에 운전자가 위로는 커녕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말한 탓에 더 화가 치밀었다 하셨다.

경찰의 판단은 냉정했다. 개 교통사고는 인명사고가 아니라 대물사고니까 보호자는 운전자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가입해둔 보험사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호자는 크게 낙담했다. "내 개가 물건이라니…."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고 동물보호가 국민정서로 공감을 얻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하다. 법이 동물을 경시할수록 반려동물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셔터스톡 제공.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하고 동물보호가 국민정서로 공감을 얻고 있는 현실과의 괴리가 심각하다. 법이 동물을 경시할수록 반려동물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증폭될 수 밖에 없다. 셔터스톡 제공.

우리나라 민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한다. 개와 고양이를 가족이라 부르며 동물보호가 시대 정서로 공감을 얻고 있지만 여전히 법과 현실 사이엔 괴리가 있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는 이면에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체리의 경우를 법리적으로 해석해보면 운전자가 누군가의 물건을 손상시켰으니 보험사는 운전자의 과실을 대신하여 동물 치료비, 즉 물건을 수리하는데 해당하는 비용을 보상해주어야 한다. 반려동물의료보험이 생명보험사가 아닌 손해보험사에서 취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을 개인의 소유물로 여길 경우 생명을 경시하고 학대하는 행위가 얼마나 죄의식 없이 행해지는지 그 사례를 소개한다.

2016년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된 '강아지 공장'은 동물을 돈벌이로 삼는 인간들이 얼마나 잔혹하게 동물들을 학대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학대와 반려동물에 대한 불법자가진료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되었다. 셔터스톡 제공. 2016년 SBS 'TV동물농장'을 통해 방영된 '강아지 공장'은 동물을 돈벌이로 삼는 인간들이 얼마나 잔혹하게 동물들을 학대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학대와 반려동물에 대한 불법자가진료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강화되었다. 셔터스톡 제공.

2016년 SBS 'TV 동물농장'을 통해 고발된 '강아지 공장'은 동물이 돈벌이에 눈이 먼 인간들에 의해 얼마나 잔혹하게 학대받을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이다. 뜰창에서 살아가는 번식견의 처참한 모습, 불법 마약류를 투약하며 이뤄진 잔혹한 제왕절개수술, 호르몬과 항생제를 남용하는 불법진료 행위들이 만연해 있었다.

국민들을 공분케 했던 사건의 학대 당사자는 의외로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 당시 동물학대죄에 대한 판례는 대부분 경미한 벌금형에 불과했으며, 불법 수술과 자가진료 행위들은 명백한 수의사법 위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장주들을 배려한 '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허용 규정'을 면죄부 삼아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물권 단체는 불법자가진료를 또 다른 형태의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게 되었다.

여론이 들끓고 나서야 농식품부는 2017년 7월 동물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수의사법 개정을 통해 수의사가 아닌 사람이 진료할 수 범위를 기존 '동물'에서 '가축'(소, 돼지, 닭, 오리, 말, 염소, 당나귀, 토끼 등)으로 제한시켜, 반려동물에 대한 자가진료 행위는 불법자가진료 행위로 규정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동물학대와 불법자가진료에 대한 처벌 형량이 동일하다.

하지만 처벌 형량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올해 2월 부산 수영구에서 고발된 '고양이공장 사건'을 들여다 보면 여전히 동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에 의한 동물학대와 불법자가진료 행위는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2월 부산 수영구 가정집 '고양이공장'의 실태가 확인되었다, 동물학대와 불법자가진료들이 여전히 만연해져 있었으며 현재 번식업자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윗사진은 뜬장에 갇혀있는 번식 고양이들. 아랫사진은 고양이공장에서 죽음 직전에 구조된 새끼고양이.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2020년 2월 부산 수영구 가정집 '고양이공장'의 실태가 확인되었다, 동물학대와 불법자가진료들이 여전히 만연해져 있었으며 현재 번식업자는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윗사진은 뜬장에 갇혀있는 번식 고양이들. 아랫사진은 고양이공장에서 죽음 직전에 구조된 새끼고양이.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이처럼 동물을 소유물로 이해하다보면 동물에 대한 치료 행위를 가볍게 여길 수 있다. 동물약국에서는 소비자가 편하고 비용이 절감된다며 백신을 구입하여 개와 고양이에게 직접 주사하라고 권장한다. 약국에서 아이에게 맞추는 백신을 부모에게 판매하지 않는 상식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백신을 주사한 반려동물의 10% 정도가 발열과 설사, 구토, 두드러기 등의 접종앓이를 호소한다. 시간과 비용이 덜더라도 윤리적으로 해야할 일 들이 있다. 예방주사는 수의사의 검진에 의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의료행위이다. 셔터스톡 제공. 백신을 주사한 반려동물의 10% 정도가 발열과 설사, 구토, 두드러기 등의 접종앓이를 호소한다. 시간과 비용이 덜더라도 윤리적으로 해야할 일 들이 있다. 예방주사는 수의사의 검진에 의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의료행위이다. 셔터스톡 제공.

수의사인 나는 예방접종이 늘 조심스럽다. 백신을 주사한 반려동물의 10% 정도가 발열과 설사, 구토, 두드러기 등의 접종앓이를 호소한다.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예방주사를 편의와 비용 절감을 위해 반려인에게 권장하는 이면에는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담겨져 있다. 시간과 비용이 덜더라도 윤리적으로 예방주사는 수의사의 검진에 의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할 의료 행위이다.

생물학적 주사제재를 일반 가정으로 유통시키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위험하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독화하거나 사독화시킨 생물학 제재이다. 동물병원에서도 생물학적 감염물질이 묻어있는 주사바늘과 폐백신은 의료폐기물 중에서도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해성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별도로 분류하여 지정된 의료폐기물 위탁업체가 처리한다. 위해성 의료폐기물이 생활쓰레기로 버려져서는 곤란하다.

헌법에 동물보호를 명시한 나라는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 인도, 브라질, 룩셈부르크, 이집트 등이있다. 오스트리아는 1988년, 독일은 1990년, 스위스는 2002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생명은 보호하여야 할 대상임을 법으로 규정했다.

영국은 2016년 개와 고양이를 상업적으로 유통하는 행위를 금지시켰으며, 2017년 부터는 동물학대 처벌을 징역 5년으로 강화시켰다. 미국은 2017년 부터 동물학대 행위자를 반사회적 범죄자로 이어질 위험성을 인정하여 모든 주 정부에 동물학대 사건 가해자를 반드시 FBI에 보고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2019년 에는 연방정부가 동물학대범을 처벌하는 팩트법(PACT Act·Preventing Animal Cruelty and Torture)을 통과시켜 동물을 압사시키거나 태우는 일, 익사 또는 질식시키는 행위 등의 폭력적인 행위를 할 경우 최대 지역 7년형에 처하도록 명시하였다.

2019년 농축식품부의 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0%에 해당되는 591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반려인구가 증가하는 만큼 동물을 즉흥적으로 입양하거나 개인의 소유물 정도로 다루는 반려인도 많음을 예상할 수 있다.

반려동물 입양은 동물의 한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다. 생명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아플 수 있다. 동물이 아플 때를 대비하지 않고 입양이 결정되어서는 안되며 동물의료보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의료는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정착돼 소득이 낮은 국민일수록 개인 부담금은 줄고 보험혜택은 많이 받는다. 반면에 소득이 많은 국민들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납부하는 공익적인 구조이다. 반면에 동물의료는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보니 반려인이 개별적으로 동물의료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하는 만큼 보험혜택도 비례하여 보상받는다. 동물의료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일수록 동물의료비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동물 등록시 기본적인 반려동물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 최소한의 동물의료가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없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될 수 있다. 또한 동물을 즉흥적으로 입양하거나 개인의 소유물 정도로 여길려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존중받아야할 대상임을 법에 명시하여 국가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물의료보험 확산에 기여해주길 소망해본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