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부부적 거리 두기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행인데 부부간에도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모 업체 대표님께서 술잔을 내려놓으며 울부짖었다. '제발 부부간에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며 술잔을 움켜쥐었다. 웃자고 한 농담이겠지만 슬펐다. 대표님의 꼭 다문 입술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나에게는 그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는 늘 머리 위에 안테나를 켜 아이디어를 구해야 하는 광고인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세상 모든 것이 워딩의 싸움이구나.' 최근 졸혼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다. 결혼 생활을 졸업한다는 뜻인데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서로 간섭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네이버 국어사전). 어르신들은 얘기한다. 그게 이혼 아니냐고. 따로 사는 것이 이혼이지 왜 졸혼이라는 단어로 포장하냐고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그 속뜻은 차갑다.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워딩이다. 하지만 최대한 냉정하지 않게 코로나에 맞서는 워딩을 만들고자 한 의도가 보인다.

워딩의 싸움은 광고에서 빛을 발한다. 작년 한 법무법인의 이혼 광고를 맡게 되었다. 사실 이혼이라는 워딩이 주는 느낌이 예전보다 좋아졌다. 옛날에야 숨기고 싶은 일이지만 '돌싱'(돌아온 싱글)이라는 단어로 인식이 변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는 여전할 것으로 생각했다.

안 그래도 이혼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부부에게 광고에서조차 화를 주기는 싫었다. 그래서 쓴 문구가 '당신이 이혼하는 이유는 결혼했기 때문입니다'라는 카피이다. 당신에게 큰 문제가 있어서 이혼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싶었다. 그저 '결혼하면 이혼을 할 수도 있으니 쿨하게 생각하자'라는 의도였다. 생각해보라. 광고가 자신을 다독여 주면 얼마나 그 변호사가 이뻐 보일까.

술자리에서 들은 '부부적 거리두기'라는 워딩도 마찬가지다.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부부를 사이에 두고 '부부적 거리두기'라고 쓰니 누가 봐도 이혼 광고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2m이지만 나는 그렇게 쓰지 않는다. '2혼'이라고 썼다.

우리는 하루에 약 5천여 개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일어나면서부터 스마트폰의 광고를 봐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은 세탁소, 학원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운전해 거리에 나오면 택시 광고와 간판으로 도배된 세상을 만난다. 우리는 그만큼 광고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이혼 광고조차 머리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재산을 얼마 빼앗아 올 수 있다든지 외도, 불륜에 관한 얘기를 쓰고 싶지 않았다. 다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상심하지 말라는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말하고 싶었다.

나의 광고주분들은 오늘도 내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가 유명해질 수 있냐고.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죽기 살기로 자신의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렇다. 지금 사회적인 이슈를 잘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는 코로나와 관련된 것들이 이슈이니 그것에 숟가락을 얻는 방법이다. 부부적 거리두기가 바로 그런 형식의 광고이다. 코로나, 부부의 세계, 미국에 중계되는 KBO 리그가 요즘의 이슈이다.

그중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대입해보라. 자신의 브랜드에 맡게 조금 변형해보는 것이다. 그 변형의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이 워딩이다. '부부적 거리두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단어 하나만 바꾼 것이다. 사람들은 단어가 주는 이미지에 따라 그 현상을 받아들인다. 당신의 브랜드를 광고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워딩으로 판을 바꾸어라. 당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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