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

새롭게 개발된 딤프의 CI. 빅아이디어연구소 새롭게 개발된 딤프의 CI. 빅아이디어연구소

'브랜드도 사람과 똑같구나'.

브랜드를 맡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만날 때, 얼굴은 강력한 이미지가 된다. 그 이미지로 그 사람의 성격을 추측하기도 한다. 안성기씨를 보면 어떤 고민도 들어줄 것 같은 따뜻한 사람일 것 같다. 반면 마동석씨를 보면 강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안성기씨가 마동석씨의 이미지를, 마동석씨이 안성기씨의 이미지를 갖는 일을 죽었다 깨어나도 힘든 일이다.

우리가 브랜드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 브랜드의 얼굴을 보고 그 브랜드를 판단하게 된다. 이때 우리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얼굴은 바로 CI(Coporated Identity)이다.

자, 지금 머릿속에 어떤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나이키, 스타벅스,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생각해보자. 그 순간 가장 먼저 머릿속을 차지하는 것이 CI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브랜드 로고에 목숨을 건다. 삼성 역시 브랜드 로고에 수억을 들였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의 혁신적인 정신이 들어가 있다. 그 로고에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딤프의 새로운 컬러 아이덴티티. 빅아이디어연구소 딤프의 새로운 컬러 아이덴티티. 빅아이디어연구소

딤프라는 브랜드가 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의 약자인데 지금은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었다. 2006년에 시작해 전 세계의 프로덕션과 공연관계자, 시민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초의 국제 페스티벌이 매년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셈이다.

작년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회장님은 엑소의 수호를 홍보대사로 보내 아시아 팬들에게 어필하기도 했다. 그만큼 딤프 페스티벌은 국내 잔치용의 브랜드가 아니다. 특히 대구 중심가에 있는 노보텔에는 딤프 축제 동안 더 많은 외국인이 숙박한다. 대구에서 딤프가 차지하는 브랜드 파워는 강력하다.

하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CI가 너무 올드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CI를 개발한 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벅스, 애플의 현재의 로고도 처음 디자인에서 조금씩 변형된 것이다. 디자인 트랜드는 변하는데 한 가지 로고를 너무 오래 쓰면 당연히 올드하게 보인다. 카페베네 역시 위기를 겪고 다시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로고를 교체한 것이다. 이토록 로고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말이 없는 디자인. 하지만 딤프라는 말을 하고 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말이 없는 디자인. 하지만 딤프라는 말을 하고 있다. 빅아이디어연구소

로고의 중요성을 설명하다 보니 잠시 얘기가 다른 곳으로 흘렀다. 다시 딤프로 돌아가면 외국인이 찾는 브랜드인만큼 시각적인 어필이 필요했다. 딤프의 로고만 봐도 '아! 뮤지컬 축제구나!'라는 느낌을 줘야 했다. 즉, 글이 없이도 시각적인 언어를 전달 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수년 전에 개발한 딤프의 로고는 그 점이 부족했다. 필자는 애플 로고를 볼 때마다 스티브 잡스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애플 로고는 성경 속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빗댄 것이라는 설이 있다. 즉, 인간이 취해선 안 되는 것을 한 입 베어 무는 것을 표현해 혁신을 이야기 한 것이다. 그 로고 하나에 애플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여져 있다. 사람들이 나이키 로고를 보면 달리고 싶고 맥도날드 로고를 보면 배고픈 것도 이런 이유다.

필자는 CI 작업의 영감을 얻기 위해 딤프 뮤지컬에 참석했다. 운 좋게도 세계적인 작품인 투란도트를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얻었다. 난생처음 본 뮤지컬의 흥분은 대단했다. 불이 꺼지고 조명이 켜질 때 흥분은 영화관과는 또 다른 묘미였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조명이 뭐라고 사람을 이토록 흥분시키나?' 어둠을 뚫고 나오는 빛은 우리에게 큰 임팩트를 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거였다. 아이디어는 바로 거기에 숨어 있었었다. '사람들은 조명에 흥분하고 박수치니 로고에 그 모습을 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로고를 만드니 누가 봐도 뮤지컬이 연상되었다. 외국인이 봐도 이해되는 브랜드가 완성된 것이다.

아이디어 발표일 찾은 딤프의 사무실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국장님께만 발표하면 될 줄 알았던 시안이 스무 명 정도 되는 딤프의 직원들이 사무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만큼 간절했다는 뜻이다. 그들은 로고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준비한 몇 가지 시안 중 아니나 다를까 딤프 팀 역시 조명 시안에 애착을 뒀다. 기존의 딤프 로고에는 시각언어를 담지 못했는데 그 문제가 해결된 것 같다고 기뻐했다. 필자도 덩달아 행복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이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으니까.

딤프는 분명 매력적인 브랜드다. 하지만 세상에는 매력적인 브랜드가 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님을 맞이할 때 세수를 하지 않거나 화장도 하지 않은 채로 나간다면 그 결과는 뻔할 것이다. 매력적인 브랜드도 그 보이지 않는 매력을 시각화시켜야 한다. 이제 브랜드도 화장해야 팔린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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