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사소한 것의 가치

유재경 영남신학대 기독교 영성학과 교수

유재경 영남신학대 기독교 영성학과 교수 유재경 영남신학대 기독교 영성학과 교수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는 "지금 이 순간에 충만하고 강렬하게 집중하고 있을 때만이 진정한 '존재' 상태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진정한 존재의 상태인 자유와 기쁨은 '지금 이 순간을 살 때'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삶의 참된 가치가 순간에 있듯이 삶의 소중함도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것'에 있다. 우리 인생에서 사소한 것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속담이 생겼겠는가.

우리는 사소한 것 때문에 웃고, 사소한 것 때문에 상처받는다. 어린아이의 환한 미소는 우리의 어두운 마음을 밝게 한다. 거실에 핀 한 송이의 작은 난은 온 집을 향기로 가득 채우고, 마음에 그윽한 기쁨을 머금게 한다. 한편 우리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는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큰 상처로 남을 때가 한두 번인가. 우리는 사소한 것 때문에 불안해하고, 사소한 것 때문에 친구와 이웃 사이, 심지어 형제 사이가 멀어진다.

공감 능력도 사소한 얼굴 표정 하나, 놓치기 쉬운 문장 부호 하나에 주목할 때 생긴다. 독서를 내적 수행이라고 생각해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독서가는 행간을 읽고, 문장과 단어보다 쉼표를 눈여겨 읽는다. 공감에 뛰어난 사람은 말보다 그 사람의 몸짓과 얼굴 표정을 먼저 읽는다. 사소하게 보이지만 글자 없는 여백을 읽어내고, 말하지 않는 말을 듣는 사람이 진정으로 공감하는 사람이다. 노자의 〈도덕경〉 41장에 '큰 소리는 소리가 없으며'(大音希聲)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도 고통이 크면 클수록 소리를 낼 수 없다. 서툰 몸짓 하나, 사소한 얼굴 표정과 침묵 속에 그 사람의 소중함이 담겨 있다.

우리 영혼이 갈망하는 진리도 사소한 자연 속에 있다. 예수님은 새 한 마리,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며 진리를 노래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태복음 6:26) 우리가 찾는 소중한 것들은 위대한 시인의 정신에 있는 것도, 탁월한 철학자의 언어 속에 갇혀 있는 것도 아니다. 진리는 과거의 지혜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일상의 사소함 속에 있다.

중국 우한의 의사 리원량((李文亮, 1985~2020)에 대한 추모 글이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의사로서 그의 삶은 '슬픔'과 '감동'을 넘어 '숭고함'과 '경외심'이다. 리원량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처음 알렸을 때만 해도 그것을 통제할 수 있었다. 지금 중국은 어떤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하루 사망자가 100명이 넘고, 누적 사망자 수가 1천 명을 넘었다고 한다. 젊은 의사의 충고를 귀담아들었어야만 했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국가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 불행은 작은 소리를 가볍게 여기는 데서 시작되지 않았는가.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 속에 소중함이 깃들어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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