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국의 총기폭력과 규제

김기수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수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김기수 영남대 경영학과 교수

미국 시민 1인당 총기 1.2정 보유한 셈
매년 거의 300건 집단 총격 사건 발생

수정헌법 2조'NRA 격렬 반대 넘어서
엄격한 규제 법안 제정 목소리 쏟아져

미국에서는 매년 총기 폭력(gun violence)으로 수만 명씩 죽거나 다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 극장, 나이트클럽, 교회, 야외공연장, 슈퍼마켓 등 공공장소에서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집단 총격 사건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총기 폭력을 관찰하는 한 사이트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년 거의 300건의 집단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보다 대중의 관심을 덜 받는 총기에 의한 자살, 우발적인 사고, 개인적인 살인 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본부에서 나오는 사망률을 자료를 기초로 만들어진 통계에 의하면 매년 11만3천108명이 총기 관련 사고를 당하고, 3만6천383명이 사망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고가 일상화된 이유는 일차적으로 총기 보유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데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인구는 약 3억 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민간 총기는 총 3억9천300만 정으로, 1인당 1.2정을 보유한 셈이다. 세계 인구의 4%인 미국인이 세계 민간 총기의 42%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경찰관의 비무장 흑인들에 대한 총격 사고도 흑인에 대한 경찰의 편향된 조직문화에 크게 기인하지만, 결국은 누구나 총기를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으로 인한 경찰의 과잉 대응이 빚어낸 결과일 것이다.

미국의 높은 총기 보유율 배경에는 수정헌법 2조와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전미총기협회)가 있다.

시민이 총기를 보유하고 소지할 권리를 명시한 200년 이상 유지된 수정헌법 2조는 연방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그 당시 국가가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해야 했던 미국에서는 총기 보유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됐고, 수정헌법 2조가 이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NRA는 1871년에 설립해 현재 500만 회원을 보유하고 엄청난 예산을 활용해 정치인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총기규제 법안 반대를 위한 로비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인과 NRA 사이의 이해 사슬은 총기로 인한 사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음에도 보다 엄격한 총기 규제를 위한 노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NRA는 '총기 보유'를 마치 자신의 가족과 재산을 지키고, 불의에 항거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 등 긍정적 이미지로 전환해 미국의 풀뿌리 총기문화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문화는 특히 보수 성향을 가진 유권자 집단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했다. 따라서 정치인들도 이들의 표를 의식하여 총기 규제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총기의 구입, 판매 및 보유에 대해 매우 관대한 법규를 가지고 있으며, 이마저도 많은 허점을 지니고 있다. 그 결과 집단 총격 사건에 사용된 대용량 탄창과 이를 장착할 수 있는 군사용 자동 및 반자동 살상무기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3월 이슬람교 사원에서 백인 우월주의자에 의해 반자동 소총으로 51명이 사살된 후 총리 주도로 신속하게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을 제정하였다. 그녀는 총기 규제와 관련해 솔직히 미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총기 보유가 뉴질랜드에서는 특권이지만 미국에서는 권리라는 차이가 있다. 권리는 특권보다 제한하기 훨씬 어렵다.

지난 8월 연이어 발생한 텍사스주 엘파소와 오하이오주 데이튼에서의 집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75% 이상의 미국인이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확대 등 보다 엄격한 총기 규제 법안의 제정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도 과거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될지, 아니면 미국의 수정헌법 2조, NRA의 규제 반대 노력 및 뿌리 깊은 총기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최소한의 의미 있는 총기 규제 법안이라도 제정될 수 있을지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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