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어느 산사의 설법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망월사 백련차문화원장

계절의 변화가 실감이 난다. 바람 끝은 쌀쌀하고 나뭇잎은 붉게 물들어간다. 여름의 긴 시간이 끝나고 곡식이 여무는 가을로 들어선다. 산 위에서 바라보는 황금 들녘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펼쳐 놓은 가을 들판은 희망이고 결실이다. 인생도 가을이 오면 후회 없이 넉넉해야 한다.

어느 기업을 경영하는 분이 오랜 사업으로 몸이 지쳤다. 몸을 추스르며 안식의 날을 보내기 위해 휴업을 하고 산에 취미를 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산사에서 열린 법회(法會)를 구경하다가 이런 설법을 들었다.

"극락과 지옥의 환경은 다를 바 없었는데 극락 사람들의 얼굴은 윤기가 나고 복스럽고 행복하다. 반면 지옥 사람들은 피죽 한 그릇 못 먹은 것처럼 피골이 상접하더라. 극락이나 지옥이나 똑같이 팔 길이보다 훨씬 긴 밥숟가락을 하나씩 주는데 왜 그러느냐. 극락 사람들은 먹을 것을 큰 테이블 중앙에 놓고 그 긴 숟가락을 가지고 서로 떠먹여 주다 보니 제때 밥을 먹어 윤기가 날 수밖에 없고 지옥에 있는 사람들은 그 숟가락으로 자기 입에만 퍼넣으려고 하니 흘리고 버려서 결국 쫄쫄 굶더라."

이 우화 같은 얘기에서 "아! 내가 남에게 활용될 때 내 가치가 있구나. 남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고 남을 도와야 그 대가로 얻어지는구나"라며 깊은 감동을 했다.

"범죄를 짓거나 경우에 어긋나는 짓은 안 했지만 남을 위해 살면 손해 보는 것이라고 이제껏 생각하며 살았는데 절에서 설법을 듣고는 '이게 진리야. 남에게 도움을 안 주고는 나도 돈을 벌 수 없다. 잘사는 것은 결국 남을 돕는 경쟁이다'라고 깨달았다. 어떻게 하면 남을 잘 도울 수 있을까? 그렇게 돕는 능력을 향상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남에게 쓰인 만큼 얻어진다"라고 이재호(76) 리골드 회장은 자서전에서 말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될 수 있는 대로 적게 주고 최대의 것을 얻어야 최대의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고 행동했다. 그러나 주는 마음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는 진정으로 얻을 수가 없고, 얻을 수가 없어 실망과 긴장으로 끝나게 된다. 왜 주는 마음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는 얻을 수가 없을까?

하루는 산책을 하다가 꿀을 따는 동박새와 벌을 관찰한 적이 있다. 꽃은 벌에 의해서 수술의 꽃가루를 옮겨 받는다. 그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 열매를 맺어 번식한다. 꽃은 벌에게 꿀을 주고 벌은 꽃의 씨 맺음을 돕는다. 꽃이 꿀을 주지 않으려 하면 꿀벌이 오지 않아 수정이 안 된다. 꿀벌이 수정을 도울 수가 없다면 꽃은 다시 피어나지 못해 꿀을 줄 수 없다. 자연은 꿀벌과 꽃의 현상을 통해서 주는 마음을 가르친다.

우리는 주는 마음이 열려 있어야 무언가를 받을 수 있고 얻을 수 있다. 자연계는 모두 한 생명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남에게 주는 것이지만 주는 행위로 끝나지 않고 내가 나에게 주어 스스로 번성해지는 것이다. 흔쾌한 나눔은 연기법을 알 때 가슴으로 열린다.

조용헌은 "작은 부자들은 돈을 아껴서 부자가 되지만 큰 부자는 돈을 써서 부자가 된다. 인색하면 적은 돈은 몰라도 큰돈은 못 번다"라고 말한다.

애벌레가 오랫동안 낮고 긴 고통을 땅속에서 거쳐야 나비나 매미와 잠자리로 우화하며 하늘을 날 수 있는 새 세상을 만난다. 사람도 거듭 태어나는 우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베풀수록 위험은 줄어들고 복은 늘어난다. 부유한 마음을 연습하면 부자가 되고, 얻어먹고 구걸하는 마음을 연습하면 가난하거나 거지가 된다.

지옥과 극락의 환경 조건은 똑같다. 지옥으로 살 것인지, 극락으로 살 것인지는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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