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있는가?

장정옥 소설가

장정옥 소설가 장정옥 소설가

책을 한 권씩 낼 때마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글을 쓰는 동안 작업에 얼마나 즐겁게 몰두했나 하는 물음이다. 새로운 글을 생각하며 쫓기듯 살아가는 일상이 즐겁기만 할까. 그렇다 해도 소설을 쓰는 순간만은 작가가 행복하고 글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읽는 사람에게 그 느낌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순간이 작가에게 비타민의 시간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마침표를 찍고도 마음이 찜찜하면 그 작품은 아직 세상에 나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책도 마찬가지다. 출간을 앞두고 뭔가 미진하고 불안하면, 그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건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잠시 밀쳐두었다 다시 읽으면 앞서 찾아내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소설을 끌고 가는 것이 괴롭고 고통스러우면 작업에서 손을 떼고 밖으로 나간다. 인고의 고통은 육체보다 정신이 괴로울 때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터여서. 그럴 때는 밖으로 나가거나, 다른 일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며 정신이 쉴 틈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한층 효과적임을 여러 번 경험했다.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소설 한 편 완성하자면 몸과 영혼이 그 작업을 함께 수긍하며 '됐어, 잘했어!' 하고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끝난다.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다. 그 괴로운 순간마저 견뎌내는 것이 작가라고 스스로 다독이며 책을 읽고, 여행을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환담을 나누다 보면 자신의 고민이 의식의 부동에서 오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언제 어떤 계기로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소설이 다가왔고, 책 비슷한 글을 쓰는 것이 좋았다. 문화의 시작은 이렇듯 자아의 표출에서 출발한다. 농부가 땅을 갈고 씨를 뿌리며 열매를 기다리는 것처럼 작가는 늘 기다리고 캐낸다. 새로운 발상과 적확하고 매력적인 문장을 갈고 닦으며. 문화의 어원을 살펴보면 경작 또는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는 기록이 있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듯이 문화는 영혼의 채움을 대신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그곳의 문화를 만나고, 활자를 통해 세계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고, 책 속에 자아를 내려놓을 시간을 가지는 것도 채움에 대한 헛헛한 갈망 때문이 아닐지.

가끔 자신에게 물어본다. '너는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있는가?'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온갖 책임과 의무를 지고 살아가지만, 책임과 의무만으로 살아가기에 인간의 심성은 너무 감성적이고 미묘하다. 이제 풀잎에 흰 이슬이 맺히고 가을 안개가 자욱할 시즌이니 영혼의 충전을 위하여, 천천히 활자를 음미하는 기쁨을 맛보면 어떨지. 장정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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