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공평하지 않은 잣대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우연히 길을 가다 들은 소리이다. "그럼, 애기도 걸어가라고 해. 그래야 공평하지." 5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동생을 업고 있는 엄마를 보고 하는 말이었다. 아마도 자기도 업어달라 떼를 쓰다가 엄마에게 혼이 난 상황인 듯했다.

그러고 보니 이 공평(公平)이란 말은 참 불완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참 좋은 의미를 지니는 듯하지만, 그 의미가 너무 강조되다 보면, 큰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평의 기본 의미는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하는데 사람의 경우라면 '누구에게나 똑같게'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m 달리기를 한다면 누구나 똑같이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라 생각될 수 있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결코 간과(看過)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생김새도 다르고, 각자 처해있는 상항도 그 차이가 있을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20대 청년과 70대 노인을 공평하게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공평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는 공평이 아닌 공정(公正)을 꿈꾸며, 세상이 그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전적 의미를 보더라도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공평한 것에 올바른 것을 더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 하나도 같을 수가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 각자가 처해있는 환경이나 상황들이 다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하물며, 쌍둥이를 보더라도 조금만 면밀히 관찰하면 특성과 개성의 차이점을 금방 구분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김새도 분명 다른 곳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다양성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방식으로 사람을 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공정(公正)한 태도일 것이다. 공평(公平)한 세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공정(公正)이 필요한 것이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에 있어서도 이러한 공정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역별로 서울과 지방의 기준의 그 차이를 인지하고 장르별로도 대중성 있는 장르와 다소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육성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장르의 구분 하여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성과 창작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의 경우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역의 경우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고 마찬가지로 계량적 성과를 강조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향유 하는지에만 치중하여 판단하여 공평한 기준에 의한 판단이라 주장하고 그에 따라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불공정(不公正)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부디 그 다양성을 인지하여 공평하지 않은 잣대로 공정한 기회가 부여되는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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