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ger Script [내가 읽은 책]읽다, 오돌토돌 김용주 시조집/보다, 물끄러미/일일사.

[내가 읽은 책]읽다, 오돌토돌 김용주 시조집/보다, 물끄러미/일일사.

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현대 시조문학은 오랫동안 양식의 변형과 계승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학으로서 절제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굳건히 지켜왔다. 김용주 시인은 전통의 약속을 성실하게 지켜온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출간한 시집이 '본다, 물끄러미'다.

김용주 시인은 1964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나 2009년 '시조세계' 신인상 및 '대구문학'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과 함께 시조 창작을 겸하여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대구시조시인협회, 대구문인협회원이며, '시조세계포엠'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8 '대구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이 시집은 시인의 참신한 사유와 언어미학을 탐색한 결과물이다. 게다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겸용의 시집으로 출간되었기에 획기적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시적 갈증을 풀어주는 마음의 감로수가 되기를 바라며 신선한 서정성과 차분한 느낌으로 마련된 시편들이 실려 있다.

김용주 문학의 뚜렷한 주제는 인간 존재의 삶을 사랑과 연민으로 탐색하는 데 있다. 저자의 시적 확대경이 자주 가 닿는 곳은 우주의 섭리에 따르는 자연이며, 그 속에서 영위하는 사람들이다. 난해하거나 이질적이지 않기에 편하게 읽힌다. 김용주는 깊고 넓은 사유의 경험을 이타심으로 따습게 펼치며 시어를 조형해 나가는 실력자이다. 자연 사물과 시인 김용주의 언어 조합은 새로운 창조물을 생산해 독자에게 희열을 안긴다. 다음 시 한 편을 기술한다.

김정숙 작 '가을' 김정숙 작 '가을'

"칼날처럼 몸을 세운 척박한 땅이란 땅/한순간 울컥하고 올라오는 화를 누르며/밟혀도/살아남으리/살아남아 일어서리//지상을 붙들고 산 현기증 나는 목숨/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법을 알아갈 때/비로소/눈부신 생이 /거룩하게 쓰러진다"

-21쪽, 「풀」 전문

시인은 첫 수에서 '칼날처럼 몸을 세'울 수밖에 없는 풀의 제한된 운명에 시적 자아를 이입한다. 울컥 하고 치미는 화를, 살아남아 다시 일어서리라는 희망이 있기에 억누르는 능력도 있다는 풀의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한다. 둘째 수에서는 '바람에 부드럽게 눕는 법을 알아'가면서 풀은 바람에게 여유롭게 대처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할 때 "비로소/눈부신 생이/ 거룩하게 쓰러진다"라고 술회한다. 한 편 더 살펴본다.

 

"문득, 눈앞에 놓인 하얀 방명록 한 권/무게를 더 하라는 여백의 저 메시지/내딛는 발걸음마다 방점 하나 찍는다"

-13쪽, '눈 내리다' 전문

시조의 원형인 단수 작품이다. 깔끔하다. 시인은 시상을 펼치는데 친절한 중매쟁이 역할을 자연에게 맡긴다. 세상이 온통 순백으로 변해버린 자연의 풍광을 시인은 '방명록 한 권'이라고 의미를 더해 표현한다. 자신의 삶에 '무게를 더하라는 여백의 메시지'로 수용하며 앞으로 걸어갈 시인의 발걸음이 방점으로 찍히길 기대한다.

이 시집에 수록된 48편의 작품들을 읽어나가면서 시인의 서정적 내면세계를 새롭게 확장하려는 고뇌가 고스란히 독자에게 오돌토돌 감지되었다. 공감으로 소통되는 우리 시조를 읽는 재미와 함께 시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김정숙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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