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권미강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국민이 부여한 권력 사용법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안다. 그 폭력은 국가가 아니라 국가의 권력을 손에 쥔 위정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폭력에 노출됐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숨죽여 살거나 스스로 권력에 맞서 투사가 되기도 한다. 역사는 권력을 휘두르는 위정자들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반복되는 전쟁 같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반복되면서 세월은 우리에게 권력과 폭력의 경험치를 전수한다.누군가 그랬다. 위정자(爲政者)는 나쁜 권력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을 일컫는 단어라고. 누가 모르는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서 위정자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국민을 향해 휘두르는 후안무치한 인간들로 저장돼 있다. 그것은 바로 역사가 보여주고 알려준 경험의 산물이다.간첩 사건이나 국가보안법 같은 굵직한 사건에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필자도 국가 폭력의 작은 희생양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지역 문화재단의 문학관 운영팀장이었던 필자는 문학관 공원에 노란 추모 리본과 추모 시화를 설치했다. 어느 날 문화체육관광부 직원 3명이 갑작스레 문학관을 방문했다. 그 후 필자는 갑작스레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고 3개월 뒤에 정리해고됐다. 문학관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성과를 냈지만 정규직 전환 대신 해고 통지서를 받은 것이다. 소명 절차도 그저 형식에 그칠 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필자가 겪은 정신적, 경제적 고통은 상당했다.이후 진실을 알게 됐다. 박근혜 정권이 예술인들에게 씌웠던 블랙리스트라는 올가미에 걸렸다는 것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었다. 블랙리스트에는 전국의 다섯 개 문학관 이름만 명기돼 있을 뿐 개인의 이름은 없었다. 문학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정권이라니. 기막혔다. 다만 진상 조사 과정에서 당시 필자를 정리해고한 과정이 낱낱이 드러났다. 보수 성향의 관장과 원로 문인들, 문체부의 지시가 한데 모여 재단이사장 동의 아래 해고됐던 것이다. 억울하지만 필자는 블랙리스트 안에도 들지 못하는 블랙리스트가 됐다.'국가의 권력은 국민에서 나온다'는 문구가 제값을 하는 선거가 곧 다가온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사람들로 구성된 국민의 대표 기관'이라고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국회'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 선거다. 막걸리 선거니 고무신 선거니 하며 낯 뜨거운 금품선거도 있었고 투표용지 자체를 바꿔치기하는 부정선거와 깡패를 동원한 폭력선거 등 오점으로 기록된 선거들이 있어 왔다. 그 오점 선상에 있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민의를 대변한다며 후보로 나오고 반성은커녕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해가며 국민들의 갈등을 부추긴다. 비례정당제 덕인지 폭행치사에 청소년 강간까지 했던 범죄자들이 후보로 나서는 추악한 꼴을 보이고 있다. '저리 인물이 없을까' 싶다가도 진짜 저런 사람들이 다시 국회에 진출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생각에 몸이 떨린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 나라에는 다시 국가 폭력이 난무하고 필자 같은 희생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다시 말하지만 선거는 상식적이고 민주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국민의 대표를 뽑는 행위이며 국회의원의 권한은 국민이 주는 것이다. 그 권한을 권력으로 착각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 한다면, 그런 음흉한 욕심을 숨기고 선거에 임한다면 언젠가는 그 민낯이 드러나 스스로가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고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2020-03-30 18:00:00

박 원 재 율곡연구원장

[삶 갈피] 역병 이후

얼마 전, 여러 일간지 북 섹션에 책이 한 권 소개되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Cosmos: Possible World)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감이 빠른 분은 이미 알아챘겠지만 1996년에 작고한 유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의 베스트셀러 '코스모스'의 후속작이다. 저자는 칼 세이건의 후반부 인생을 함께했던 세 번째 부인 앤 드루얀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1980년 TV 다큐멘터리와 책으로 선을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우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이끌어냈다. 앤 드루얀은 이때부터 칼 세이건과 작업을 함께한 동료라고 한다.개인적으로 아직 읽어보지 못한 터라 내용을 코멘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여러 매체의 신간 소개란에 실린 내용에 따르면 앤 드루얀의 책은 '코스모스'에 담긴 메시지를 그대로 계승하면서 그 후에 새롭게 알려진 과학적 사실들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저자의 한국어판 서문에서는 과학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거나 또 직면하게 될 위기들을 극복하고 인류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칼 세이건과 관련해서는 널리 알려진 일화가 하나 더 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0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 올린 우주탐사선 보이저1호는 태양계에 대한 탐사를 마치고 성간우주로 들어가기 위해 태양계의 끝자리 명왕성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이때 칼 세이건은 나사에 보이저1호의 카메라 방향을 180도로 돌려 지구를 찍자고 제안했다. 혹독한 환경에서 비행하는 우주선에 예정에 없던 과업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들도 있었지만 칼 세이건은 이를 관철시켜 마침내 지구를 찍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하여 찍힌 지구의 모습은 광활한 우주 공간에 가늘게 이어진 긴 띠 속에 찍힌 아주 작은 한 개의 푸르스름한 점이었다. 그렇게 하여 지구에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 사진을 찍자고 고집한 의도에 대해 뒷날 세이건은 우리가 삶을 기탁하고 있는 지구의 소중함을 일깨워 하나뿐인 이 행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마침 나사에서도 지난달 이 유명한 사진을 새롭게 보정하여 해상도를 높인 버전을 일반에 공개하여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보정의 결과로 좀 더 선명해진 것은 붉은 기운에서 옅은 푸른 계열로 바뀐 배경의 색감일 뿐, 지구는 여전이 창백한 푸른 점 그대로였다.역시 칼 세이건의 참신한 상상력으로 유명해진 우주력에 의거하면, 이 창백한 푸른 점은 우주가 가을로 접어드는 9월 1일경에 태어났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으로 추산되고, 지구의 나이가 그 3분의 1에 해당하는 46억 년쯤 된다니 말이다. 이 상상을 계속 이어가 보면 이렇다. 우주의 나이 138억 년을 1년으로 환산하면 한 달은 11억 년 남짓이고, 하루는 3천800만 년 어림이 된다. 이럴 경우, 포유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이고, 아기 공룡 둘리의 조상이 영문도 모른 채 멸종당한 것은 12월 30일 아침 녘이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태어난 것 또한 아무리 길게 잡아도 12월 31일 밤 11시 45분을 앞서지 않는다. 그리고 인류의 4대 문명이 시작된 것은 대략 밤 11시 59분 50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초쯤 전이다. 우리가 사는 창백한 푸른 점이 걸어온 시간의 궤적이다.무생물이든 바이러스든 고등생명체든, 지구상의 모든 존재의 나이테 속에는 그렇게 얽히며 흘러온 자연사(自然史)의 흔적들이 퇴적되어 있다. 우리의 몸은 지구의 나이만큼 오래되었고, 우주의 나이만큼 늙은 것이다. 그것은 문명의 산물이기 이전에 자연사의 일부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역병은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역병 이전과 이후, 삶과 문명을 바라보는 태도에 아무런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몸을 배우는 수업료는 더 비싸질 것이다.

2020-03-30 18:00:00

김흥규 씨앤앰 바이오(C&M Bio) 이사 겸 의학자문

[기고] 경북대병원장 정호영 선배님께

저는 85년부터 92년까지 경북의대를 다닌 김흥규입니다. 교정이나 병원에서 우연히 스쳤거나 5월의 축제를 함께 즐겼을 거라는 생각에, 직접 인사드리지 못하였으나, 동문의 인연으로 선배님께 짧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2020년 1, 2, 3월은 날짜를 세는 것이 아니라 COVID19 확진자를 세며 지내는 중이고, 대구에서 확진자가 집중되어 시민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헤매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중입니다.저는 대구에서 모 종교의 신자들로부터 수천명의 COVID19 확진자가 발견되었을 때, 고향에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안타까웠지만, 다행히 대구는 현대의학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최상급의 의학교육과 진료능력을 갖춘 4개 의과대학이 있고 1980년대부터 많은 수로 배출된 의학자들이 수만명이며 대구에 6000명 가까운 의사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며 모 종교와 연관되어 대구에 대한 지역혐오가 조장되었으나 중앙정부가 이에 대처하지 못하는 등, 지원과 감독을 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대구시의사회, 예방의학회, 지자체(대구의료원)와 5개 상급종합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의료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대구가톨릭의료원, 파티마의료원)은 경북의 환자까지 수용하며 7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대구시의사회가 중앙정부나 지자체보다 먼저 지역의 의사들에게 호소하며 자원봉사를 조직하고 이에 고향을 떠났던 의사들과 다른 지역 출신의 의사들이 대구로 찾아와 자원봉사가 COVID19 방역의 중심으로 나타났습니다.대구에서 COVID19가 폭발적으로 나타났을 때, 전 세계에서는 한국을 'COVID19를 겪는 최악의 국가'로 말했으나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한 것이 수습의 실패로 되지 않았고 COVID19의 확진자가 감소하고 대구 주변으로 확대되는 것이 지체된 후에는, 한국이 'COVID19방역의 최고 모범국가'라고 평가하는 빅 뉴스가 있었습니다.그런데 중앙정부와 정치인들은 대구에서 이루어 낸 성과가 마치 그들의 역량으로 한 것처럼 사방으로 선전하였고 대구에 대한 지역혐오가 만연한 것은 여전하였고 '대구'라는 단어를 말하는 게 부끄럽도록 여론을 조장하거나 방치하였습니다.한국에서 검사가 많았던 것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고 외국 COVID19 대응의료팀이 한국의 사례를 분석하였으며, 대구에서 매일 수천건의 검사가 확진자로 진단될 때, 5개 상급종합병원에서 450명의 자원봉사한 은퇴의사들이 검진하고 임상병리사들이 24시간 검사했다는 것을 전세계에서 알게 되었습니다.전문가의 희생과 전문가들이 내놓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캠페인을 시민들이 일상활동을 포기하며 지킴으로써, COVID19 폭발이 수습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낙동강전선'을 대구에서 버텨낸 것 같은 상황입니다. 1950년에는 목숨을 던져 낙동강전선을 지켰으나 2020년에는 시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문가들이 희생하고 가용할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였고 시민들은 불안하지만 동요하지 않음으로써 사태를 수습했습니다.현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동산동)에 COVID19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중환자의학회'의 자원봉사 의사와 간호사들이 곧 본래 근무하던 직장으로 복귀할 시점이 다가왔고 대구 전지역 70여명의 중환자들이 매우 위중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고 염려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그리고 한 전국 일간지의 'TK 코로나 중환자 치료 사실상 마비'라는 기사에 대해 대구의 각 대학병원에서 의견을 내셨고 매일신문을 통해 선배님(경북대병원 정호영 병원장)께서 "대구 전체 음압병상 108개 중 여유 병상이 다수 있고, 병원마다 에크모 및 인공호흡기도 여분이 있다"며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것을 읽었습니다.제가 그동안의 상황을 직접 겪은 바가 없으나 정확한 소식을 알아내려고 애쓰고 살펴본 바가 있어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선배님의 말씀은 맞는 점과 틀린 점도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대구에서 COVID19확진자가 폭발하기 전에 한국의 치사율은 2.6%였는데, 1.4%로 낮아진 것은, 대부분의 중환자가 대구에서 치료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5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과 동산병원의 중환자실이 매우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COVID19의 치료제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치사율을 1.4%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동산병원에 중환자의학회 소속 전문의 6명과 간호사 11명이 20병상 규모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다 하는데, 현재 COVID19의 한국의 치사율이 1.4%인 점을 감안하면 20병상은 거의 2000명 이상의 확진자로부터 발생하는 중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만약 20병상이 없어진다면 치사율은 얼마간 올라갈 것이고 2000명 이상의 확진자 중에서 일부의 중환자가 발생하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태가 됩니다.더구나 중환자는 신규확진자의 숫자보다는 나이와 기저질환의 유무에 따라 발생하므로 요양시설 또는 최악의 경우에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이 계속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중환자병상은 더 확보되어야 합니다.그러나 정부와 대구시가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중환자의학회의 일부에서 '대구동산병원이 무너진다'는 표현으로 다급함을 말하며 그 여파가 5개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되는 것을 예상하여 "대구의 COVID19 중환자 진료체계가 위태롭게 된다"고 말한 듯 싶습니다.그들이 우려한 것은 동산병원의 20병상이 없어지는 것이 단순한 숫자놀음이 아니고 치사율이 높아지고 5개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이 한계에 부딪히고, 그 상황에서 의사가 중환자에게 집중되면 다른 질환의 환자가 악화됨을 경고하여 정부와 대구시를 일깨워주려고 했을 것입니다. 서로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 아닙니다.그리고 더 나쁜 것은, 지금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포기했기 때문에 COVID19가 주춤한 것일 뿐, '전문의료인의 자원봉사, 임상병리사의 24시간 검사, 국민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피로현상이 발생하면 다시 COVID19 확진자가 증가하고 한국의 의료시스템의 대응능력의 실상이 드러납니다.선배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대구를 제외한 한국의 전 지역은 대구 만큼의 의료인프라가 없습니다. 서울의 의과대학, 상급종합병원이 대구보다 3~4곳이 많은데 인구는 5배입니다. 치사율이 낮아진 것에 대구의 중환자실이 기여한 바가 크다면, 다수의 중환자들을 대구에서 수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의료인격자'가 따라야 할 진정한 '의학의 道'가 아니겠습니까?이 COVID19의 시련이 얼마나 더 악화될 지 가늠하기 어려운 데, 한국에서 믿을 것은 정부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과 의료전문가라는 것은 이제 분명해졌습니다.공손하지 않은 글을 지면으로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아무쪼록 동문을 위시한 의사와 간호사 등의 연대와 결의를 잘 유지하여 이 상황을 극복하는 중심체로서 대구의 능력을 잘 이끌어주십시오. 건강히 훌륭한 역할을 유지해주실 것을 온 국민과 함께 믿겠습니다.김흥규 씨앤앰 바이오(C&M Bio) 이사 겸 의학자문

2020-03-30 17:20:1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에서 25일 철도 운행이 재개되면서 승객들이 징먼의 징먼 역에서 열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일상중국] 중국, 봉쇄의 정치학

트럼프의 '뉴욕 봉쇄'는 실행되지 않았다. '자본주의의 심장'과도 같은 뉴욕은 중국 우한처럼 봉쇄하겠다고 나서도 봉쇄되는 곳이 아닐 뿐 아니라, 봉쇄할 수도 없는 미국의 상징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아니며, 뉴욕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봉쇄 명령을 "지리적으로 주민을 가두는 것은 격리(quarantine)가 아니라 중국이 우한 시민에 한 것 같은 봉쇄(lock down)"라며 "우리는 중국이나 우한에 사는 게 아니며, 나는 이것이 불법이라 믿는다"고 거부했다.트럼프는 '봉쇄'가 중국의 오래된 전통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중국에선 통하는 봉쇄가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몰랐다.중국은 코로나19의 발생지인 우한(武漢)에 대한 봉쇄 조치를 오는 4월 8일부터 전면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후베이(湖北)성에 대한 봉쇄는 이미 풀었다. 대신 중국은 28일부터 모든 외국인에 대한 중국 입국 금지 조치를 전격 시행하고 있다. 국내 봉쇄를 풀고, 해외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을 전면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이 정도면 기네스북감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해서 중국 전역이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상당수 국가들은 중국인에 대한 전면 입국 금지 등 봉쇄를 택하지 않았다.'봉쇄'에 대한 우리와 중국의 인식은 천양지차이다. 자고 나면 봉쇄령이 내려지는 일은 중국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상'(日常)이었다.겨울철에 폭설이 내리면 우리는 제설 작업을 서두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고속도로에 대한 제설 작업에 앞서 도로를 전면 차단하는 봉쇄 조치를 먼저 발동한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2008년 미세먼지 수치가 높아지자, 베이징과 인근 허베이성(河北)의 모든 공장에 대해 가동중단 명령을 내리는 봉쇄 조치를 취한 것이 중국 정부다. 베이징시내의 모든 차량에 대해서는 강제 '홀짝제'를 올림픽이 열리는 한 달여 동안 시행했고, 전인대와 정협 등의 양회(兩會)가 열리는 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심각해지자, 자율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는 것도 모자라, 아파트 등 집단거주 지역에서 퇴역 공산당원들이 각 가구를 방문, 자동차 키를 회수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통해 홀짝제를 강제 시행한 곳도 중국이었다.인터넷과 SNS 역시 당국의 통제와 우회로를 찾아나서는 창과 방패의 공수(攻守)가 교차하는 전쟁터였다. '만리방화' 시스템을 통해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진싼팡'(金三胖)과 '곰돌이 푸우' 같은 단어를 차단하면서 최고 지도자와 이웃 국가원수에 대한 조롱을 통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그러니 전격적인 봉쇄 조치와 차단에 대해 중국인들은 놀라거나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늘 일어나는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우한 봉쇄령'이 전격 시행되기 직전, 500여만 명의 우한 시민들이 서둘러 우한을 탈출하다시피 한 것은 일상적인 봉쇄 조치에 대처하는 중국인의 일상적인 생활 방식이었던 셈이다.무엇보다 봉쇄와 차단과 탈출은 '마오쩌둥'(毛澤東)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혁명'의 위대한 승리라는 '대장정'도 따지고 보면, 장제스(蔣介石)의 제5차 '초공전'(剿共戰·공산당 토벌작전)에 맞서지 못하고 도망쳐야 했던 중국 공산당 홍군의 필사적인 탈출 작전이었을 뿐이다. 사실 초공전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당시 홍군 근거지인 루이진(瑞金)을 탈출한 홍군 10만여 명 중에서 '옌안'(延安)에 도착한 잔존 병력은 4천여 명에 불과했다.마오(毛)로서는 대장정을 통해 살아남은 중국 공산당과 홍군의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새로운 근거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입어 항일전쟁에 나서지도 못한 채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다.그때부터 중국 공산당은 봉쇄와 차단을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중국 내전의 마지막 승부처였던 창춘(長春) 공략에 나선 홍군은 직접 맞서 싸우는 대신 봉쇄 전략을 구사했다. 6개월간의 창춘 봉쇄로 16만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시민들이 굶어죽었다. 봉쇄의 학습효과는 이처럼 끔찍했다.바이러스는 봉쇄 전략으로는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 우한 봉쇄로 중국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한 것이 아니라 감염 정보를 차단하고 무고한 우한 시민들을 창궐하는 바이러스의 지옥에 고립시킨 것일 뿐이었다.우리는 여전히 중국이 우한발 '코로나19' 사태를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여기지 않는다. 후베이성과 맞닿아 있는 장시성에서 후베이 사람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봉쇄와 차단은 이제 통제 사회에서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바이러스 대처법으로 판명되었다. 봉쇄는 열린 공간에서는 생존력을 잃어버리는 닫힌 체제의 정치적 수사학(修辭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바이러스는 절대로 봉쇄되지 않는다.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0-03-30 16:22:40

권혁욱 니혼대학 경제학부 교수

[세계의 창]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새로운 대구를 꿈꾸며

대구 경제 코로나 넘고 도약하려면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 전환이 답대기업과 연계 커넥티드 도시 설계새 시대 청년 꿈 펼치도록 거듭나길대구는 1980년대 초반까지 세계적인 기업 삼성그룹이 초석을 닦은 곳으로, 쌍용·코오롱·청구·우방 등 많은 기업그룹을 배출한 지역으로, 세계 최대의 합성직물 생산지로 유명하였다. 하지만 자본과 기술집약적인 전자, 자동차산업 등으로 산업구조 전환이 잘 이루어지고, 1995년에 일어난 정보통신기술(ICT) 혁명에 잘 대응한 한국 경제가 1990년대 이후에도 크게 성장했음에도,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광역지자체 중에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과거의 영화에 젖어 산업구조의 전환에 대응하지 못한 대구가 한국 경제 성장의 과실을 다른 지역과 달리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오랜 정체기에 빠져 약해진 대구 경제에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예상을 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위기를 위대한 경제학자 슘페터(Schumpeter)가 말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의 기회로 만들어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위기 전환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현재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패러다임의 전환(Paradigm shift)이 세계적인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6년에 한국에서 있었던 이세돌 기사와 미국 구글(Google)의 알파고(AlphaGo)의 세기적 대결로 유명한 인공지능(AI),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미국의 테슬라 등을 중심으로 한 전기자동차(EV) 개발, 자동운전, 로봇 등 새로운 기술혁신을 위해서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는 경우에 기술 변화의 속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처럼 지수함수적으로 가속화되기 때문에 조금 뒤처지게 되면 따라갈 수 없게 된다.대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 흐름에 대응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들을 다시 배출해서 다시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양을 사실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구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 (Mathematics) 분야의 인재를 풍부하게 배출하고 있다. 대구경북에 소재하는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는 전자와 컴퓨터 관련 학과의 비중이 다른 지역의 대학보다 높았다. 특히 경북대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에 전자공학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되어, 전체 입학 정원의 약 25%를 전자공학과 학생으로 채울 정도로 엄청난 고도 기술 인재를 배출해 왔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출현에 대구 교육계의 기여가 결코 작지 않았다. 이들 대학 이외에도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포항의 포항공과대학(POSTECH)과 같은 세계적인 연구 수준을 자랑하는 공과대학이 있다. 풍부한 인적 자본 덕분에 한국정보화진흥원(NIA), 한국로봇산업진흥원(KIRIA)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이 들어와 있고,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전기 등과 같은 세계적인 로봇기업들의 사업소가 대구에 있을 정도로 로봇산업의 집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이처럼 대구는 한국에서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로 바뀔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더 큰 투자를 해 줄 세계적인 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 미국의 구글은 2017년에 캐나다의 토론토시로부터 사람의 생활 전체를 지원하는 서비스와 물류의 정보를 연결해서 도시 전체를 데이터로 관리하는 커넥티드 도시(Connected city) 사업을 낙찰받아서 진행 중이고,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시즈오카현 스소노시(静岡県裾野市)에 우븐 시티(Woven City)라는 커넥티드 도시 건설에 2021년부터 착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도시 건설을 통해서 자동운전과 통합이동서비스(MaaS·Mobility as a Service), 로봇, 스마트 홈, 인공지능 도입의 효과를 사회적인 실험으로 검증해서 새로운 기술 변화의 흐름에서 우위성을 확보하고자 하고 있다.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대구 시민들은 도시 전체를 데이터로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삼성, LG, 현대차그룹과 연계해서 커넥티드 도시 구상을 실험하고, 실현해서 4차 산업혁명으로 도래할 새로운 시대에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2020-03-30 15:15:28

송민헌 대구경찰청장

[기고] 스쿨존 역사 25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획기적 노력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중상해나 주요 교통법규 위반 외의 교통사고는 보험 가입 시 형사처벌을 면제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 분쟁을 조기에 매듭짓고 의무적 보험 가입을 통해 보상을 담보하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 전반에 교통법규 위반을 상대적으로 가볍게 여기는 인식과 교통사고는 보험처리만 하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이미 1995년부터 초등학교 등의 정문 주변 반경 300m에 스쿨존이 도입되어 전국적으로 1만6천912곳, 대구는 797곳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통사고에 대한 그릇된 풍조와 사회적 인식들은 어린이 안전에 있어서는 치명적 위협이 되고 있다.경찰청의 최근 3년(2016~2018년)간 통계에 따르면 스쿨존 교통사고는 총 1천384건, 그중 사망 19명, 부상 1천460명에 이른다. 대구에서는 총 73건이 발생해 76명이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도 사망자는 없었다.어린이의 교통사망사고는 화목한 가정을 산산조각 내고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긴다. 교통사고로 희생된 어린이 이름에서 비롯된 한음이법, 하준이법, 민식이법은 모두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개정된 법률들의 약칭이다. 사회 곳곳의 교통안전 위협 요소에 국가의 책임 있는 대책과 보호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강한 법적 강제력을 부여한 것이다.어린이들은 성인에 비해 주의력과 상황 대처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뒤처진다. 그렇기에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무단횡단 가능성까지 대비해서 규정 속도인 시속 30㎞ 이하로 서행해야 한다. 또한 시야를 가려 치명적 사고 원인이 되는 불법 주정차도 스쿨존에서는 잠시라도 허용될 수 없다.'민식이법'으로 일컬어지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3월 25일부터 발효되었다. 2022년까지 전국의 스쿨존에 무인 교통단속 장비와 신호등이 설치되고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의 일시 정지가 의무화된다.대구경찰청은 올해 스쿨존에 무인교통 단속장비(98대)와 신호기(167대)를 추가로 설치하고, 도로 폭이 좁은 이면도로같이 신호기 설치가 어려운 구역에서는 과속방지턱, 안전 펜스 또는 시선 유도봉과 같은 안전 시설물을 자치단체와 협조하여 대폭 확충하는 한편 횡단보도 앞에 노란 발자국(100개소), 옐로 카펫(30개소)을 보강할 계획이다.아울러 어린이 등하굣길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하여 보행자 보호 위반, 불법 주정차와 과속·신호 위반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여 어린이 보호와 안전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오늘 아침까지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등교하던 우리의 자녀, 조카, 손자, 손녀가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평생의 상처와 죄책감을 남기는 것이 어린이 교통사망사고이다. 하지만 대부분 나에게 닥칠 수 있는 불행으로 생각하지 못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보호 노력과 인식의 획기적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가상의 불행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현실로 다가온다.지금 대구는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를 맞아 힘겹지만 모두가 뜻을 한데 모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오히려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도 질서 정연한 모습과 성숙된 시민 의식은 그 빛을 발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빛나는 대구의 저력과 시민 의식을 재확인하고 있다. 25년을 넘어서고 있는 스쿨존 제도, 이제는 명실상부한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자리매김할 때가 되었다. 시민들의 적극적 동참과 실천을 기대한다.

2020-03-30 15:01:10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꿈과 희망의 햇빛 영화관

아프리카 대륙 동남부에 위치한 섬나라 말라위공화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다. 부족한 자원과 열악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남수단과 더불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부터 지속적인 식량위기를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성적인 물 부족과 기아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이라는 말라위는 친절한 사람들과 아름답고 찬란한 자연경치로도 유명하다.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말라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마을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의외의 대답이었다. 바로 매일 밤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영화를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소득수준이 높든 낮든, 문명이 발전한 선진국이건 저개발국가이건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말라위와 같은 저개발국에서는 이 같은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고, 공연장이나 전시장 같은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영화관처럼 기본적인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장소도 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말라위에 살고 있는 소년 마틴이 보낸 한 통의 편지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주었다. 소년이 살고 있는 마을은 전력공급조차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말라위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특히 열악한 환경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폐 휴대폰과 태양광 충전 패널을 연결하여, 전기 공급 없이 낮에 태양광을 저장해 두었다가 밤에 스크린을 비추는 에너지로 바꿔주는 '샤이니 프로젝터'의 개발로 말라위의 마을 주민들이 밤마다 행복해질 수 있는 영화관이 완성되었다. 폐 휴대폰을 이용하여 햇빛만으로도 밤하늘에 아름답게 펼쳐지는 영화를 볼 수 있는 작은 '햇빛 영화관'이 아프리카의 소외된 말라위 주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안겨주게 된 것이다.햇빛 영화관이 아프리카 오지 마을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면, 영국의 발명가이자 연주자인 수다 케테르팔은 스파크라는 악기로 아프리카 주민들에게 음악의 즐거움과 에너지 보급이라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준다. 전기가 없는 아프리카에서 밤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 수다는 타악기의 움직임이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해내는지를 연구한 끝에 마침내 악기를 연주하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악기인 '스파크'개발에 성공하였다.깜깜한 아프리카 밤 하늘에 펼쳐지는 영화 한편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소년 마틴, 그리고 스파크를 신나게 흔들어 음악을 즐기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처럼,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에너지와 창의적인 생각을 담아낸 아이디어가 만나 세상 곳곳에 희망의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2020-03-30 13:46:05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공동대표

[이른 아침에] 대구경북이 만만한가?

서문시장 한 바퀴 휙 돌고 나서는TK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행세미래통합당의 내리찍는 공천 행태지역 정서 안중에도 없는 업신여김역동적이다. 그리고 변화무쌍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고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이어져 이달 들어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낳았다. 그새 국민의당은 바른정당을 만나 바른미래당이 되었고 이때, 민주평화당이 갈라져 나왔으며 민주평화당은 지난 1월 대안신당을 파생시켰다. 바른미래당은 파행을 거듭한 끝에 양대 세력이 당을 나가 새로운보수당과 한 번 더 국민의당을 만들고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이 껍데기만 남은 바른미래당과 살림을 합쳐 민생당이 되었다. 이게 다 3년 남짓 만에 일어난 일이다.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잘 모른다.다시, 새누리당이 이름을 바꿔 자유한국당이 되고 지난달에 새로운보수당과 미래를향한전진4.0 등 군소 정당을 통합해 미래통합당이 되었다. 이어 스스로 자매정당이라 일컫는 미래한국당을 낳았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한국당 출신이 만든 대한애국당은 우리공화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유통일당을 만나 자유공화당이 되었으나 금세 또 헤어져 지난주부턴 도로 우리공화당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우리공화당에서 갈라져 나온 친박신당도 있다. 이것도 3년 남짓 만에 일어난 일이다. 마찬가지로 복잡하고 어렵지만 이건 집안 족보 꿰듯이 안다. 대구경북 사람들이 그렇다.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다시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는 이 정당을 우리 편, 우리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이 정당과 관련된 일 또한 우리 동네 우리 일처럼 받아들인다. 스포츠로 치면 대구FC나 삼성라이온즈 격인 셈이다. 물론 대구경북 사람들이 시민축구단 만들 듯 힘을 모아 자발적으로 이 정당을 만든 건 아니다. 그리고 원래부터 이렇게 애착했던 것도 아니다.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대한 지지율은 부산경남이 대구경북보다 훨씬 더 높았다. 즉, 이 정당의 가장 강력한 연고 지역이 TK가 아니라 PK였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신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과 민정당에 대한 정서도 지금과는 성격이 좀 달랐다. 그땐 우리 정당이라기보단 집권여당 또는 전국정당이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덧붙여 이보다 더 전인 1971년의 제7대 대통령선거는 영호남 지역 간의 표 쏠림 현상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고 또 더 전인 1960년에는 이 당의 원조 격인 자유당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TK 지역에서 제일 먼저 터져 나오기도 했다.하지만 이 모든 과거를 뒤로한 채 지금, 면면히 이름을 바꿔온 이 미래통합당의 가장 강력하고도 확실한 연고지는 누가 뭐랄 것도 없이 대구경북이다. 오래전 이 지역 출신들이 대통령을 할 때에 비해 근래 특별히 더 그럴 만한 이유도 없었다. 그렇다고 대구경북에 사는 사람들이 이 정당으로부터 무슨 대단한 혜택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현재 미래통합당은 보수정당의 맥을 잇는 적장자, 그리고 대구경북은 그 보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내지는 보수의 심장이 되어 있다. 1990년 민자당 창당 당시 노태우 최고위원의 인사말이 '우리 당은 중도, 민주, 민족 세력의 믿음직한 결집처'였던 것에 비하면 지금 맹렬히 나부끼는 보수의 깃발이 좀 맥락 없어 보이기까지 하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 최후의 보루, 즉 보수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지난 총선 때는 소위 진박감별사의 온갖 추태를 참아내야 했고 어느 날 갑자기 내려온 이른바 서울 TK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4년을 감내했건만 이번 4·15 총선의 미래통합당 공천 행태를 보면 그건 약과였다. 사천, 막천, 기원전공천, 호떡공천 등 별별 말이 나올 만큼 기준도 원칙도 없이 일방적으로 내리찍은 공천이었고 어찌나 만만하게 보였는지 그 대부분이 대구경북에서 행해졌다. 그야말로 TK의 정서나 형편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대구경북 사람들을 철저하게 업신여긴 '능천'(凌薦)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그러고 보면 근래에 들어 이 정당에서 득세한 이들이 서문시장 한 바퀴 휙 돌고 나선 마치 TK가 자기 것이라도 되는 양 행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신동이 어딘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이다. 우리가 무슨 보수지킴이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이제 그만하자. 대구 사람들은 그냥 대구를 지키고 경북 사람들도 그냥 경북을 지키자. 이 끝 모를 업신여김을 더는 못 하게 해야 한다.

2020-03-29 16:35:32

정영만 한국자유총연맹 대구시회장

[기고] 대구의 품격, 한달만 더 감동을!

자랑스러운 시민 여러분! 앞으로 한 달은 대구의 위상을 가늠하게 될 중요한 분수령입니다.코로나19 사태는 중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확진자 2위를 기록할 때만 해도 세계 각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남의 일로만 치부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이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잠식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하지만 21세기 글로벌 세계에서는 '남의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 맏형이자 초강대국인 미국의 상징적 도시 뉴욕도, 보석 같은 아름다움과 전통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이태리 교황청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가 앞다투어 봉쇄를 언급하는 실정입니다.그러나 이제 세계인 어느 누구도 대한민국, 그리고 대구를 위험한 도시라 매도하거나 왜곡하지 않습니다.우리 대구는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마스크를 구입해 광주로 보내면서 다른 지역을 배려했던 청정지역이었습니다. 그러나 한 종교 단체의 감염 사태가 시작되면서 일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또한 정치인들의 가벼운 입 때문에 '강제 봉쇄'가 거론되는 혐오의 도시로 탈바꿈했었습니다.그러나 우려와 달리 대구는 시민들 스스로가 자가격리와 외부 활동을 자제하면서 예방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셀프 봉쇄로 위기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마치 도시 전체가 스마트하게 훈련된 군대 조직을 방불케 할 정도라는 평을 들을 정도였습니다.중국 우한이나 다른 지역처럼 공포로 짓눌린 회색 도시를 연상하고 대구를 찾은 미국 ABC 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구는 놀랍게도 공황도, 폭동도, 혐오도 없는, 그저 고요함으로 절제의 극치를 보여준, 이해조차 쉽지 않은 질서 있는 도시의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에 일부 언론에서는 '대구의 품격'이라는 찬사를 쏟아내며 응원도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소식은 세계로 퍼져나가 선진국들로부터도 감탄과 존경 그리고 찬사를 받았습니다.사재기조차 없는 침착하고 질서 있는 행복의 도시 대구는 이제 우리의 자긍심입니다. 37일간 집무실 야전침대 생활로 한계에 달한 체력 때문에 결국 혼절까지 한 권영진 대구시장, 그리고 박애정신 하나로 초인적으로 견디고 이겨낸 의료진 등 이러한 숭고한 정신의 숨은 전국 봉사자들이 대구를 지키며 세계를 울리는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코로나19와의 사투로 도시 전체가 피로감이 쌓이고 있지만 지금까지 잘 견뎌온 우리가 조금 더 못 버틸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앞으로 한 달을 버티고, 확진자 한 명 없는 5월을 맞이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함께해왔고, 앞으로도 함께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자랑스러운 대구시민 여러분! 앞으로 한 달간의 자가격리와 예방 수칙 준수를 계속해 대구를 구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끝으로 국가 경제는 먹고사는 문제로 당장은 어렵더라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국민안전은 죽고 사는 생존의 문제로 공기와 같은 것이므로 반드시 함께 지켜내야 합니다.대구경북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여러분이 영웅입니다.

2020-03-29 16:31:22

김경수 경남도지사

[경남도지사 특별기고]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입니다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큰 고비 넘기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서 우리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구경북의 아픔이 가장 큽니다.초기보다는 확진자 수는 줄고, 완치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어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상의 피로와 마음의 상처도 하루빨리 치유해야 합니다.상처가 아무리 크다 한들, 연대와 협력을 통해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습니다. 350만 경남도민은 우리의 이웃인 대구경북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아픔을 함께 나누며, 서로의 유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지난 2월 27일부터 대구경북 확진자 284명이 우리 경남에 있는 국립마산병원과 근로복지공단창원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경남은 대구경북 확진자를 가장 먼저 받은 곳입니다. 지금까지 170여 명이 완치되어 대구경북으로 돌아갔습니다.아픔을 나누는 일에 경남도민도 함께 나섰습니다. 경남 양산의 맘카페 회원들은 성금을 모아 대구동산의료원에 기부했고, 대구경북에서 온 확진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을 위해 객실 전부를 내어 준 창원의 한 호텔 사장도 있습니다. 경남사회혁신가네트워크 회원들은 마스크를 모아 대구사회혁신플랫폼에 전달했고, 유기농 이유식을 대구의 엄마들에게 전달한 기업인도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두기는 하지만, 연대와 협력으로 마음은 더 가까워지려 애쓰는 분들입니다.많은 불편을 견뎌 내면서도 대구와 경북 시도민들이 만들어 가는 차분한 일상은 성숙한 민주주의 사례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모두가 서로에게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희망 백신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숙한 시민의 힘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원동력입니다.전국에서 대구경북으로 모여든 의료진들은 방역 최일선에서 헌신적으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불안을 잠재우며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는 의료진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대구와 부산, 울산, 그리고 경북과 경남. 우리 영남은 역사의 고비마다 국난에 맞서 위기를 기회로 함께 만들어온 자랑스러운 지역입니다. 임진왜란과 일제 수탈 시기에 목숨을 걸고 가장 먼저 침략과 탄압에 맞서 싸운 곳이 바로 영남입니다.올해 60주년을 맞은 대구의 2·28 민주화운동과 마산의 3·15 의거는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어 독재를 무너뜨렸습니다.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시초였습니다. 무엇보다 대구경북은 경남과 부산, 울산과 함께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산업발전의 대동맥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앞장서서 이끌어온 곳이 바로 영남입니다.영남권은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양대축입니다. 낙동강이 굽이쳐 흘러 큰 바다로 이어지듯, 1천300만 영남인이 함께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코로나19로 인해 비록 봄을 마음껏 누릴 수 없지만, 우리 마음에 있는 희망의 봄까지 앗아 갈 수는 없습니다. 희망의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대구경북과 경남이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하루빨리 우리의 일상 곳곳에서 다시 활기찬 웃음소리가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철저한 방역은 물론 위축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이 필요하고 시행되어야 합니다. 권영진 대구시장님, 이철우 경북도지사님과 함께 지혜를 모으겠습니다.위대한 대구경북 시도민 여러분!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입니다. 대구와 경북에 꽃이 피어야 2020년의 진정한 봄은 시작될 것입니다. 350만 경남도민이 늘 함께하며 응원하겠습니다.(김경수 경남도지사)

2020-03-29 16:17:05

비단에 담채, 30×41.5㎝, 개인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정학교(1832~1914) '송무석수'

19세기에 이르러 괴석화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을 때, 괴석을 전문적으로 그려 '정괴석'으로 불렸던 화가가 몽인(夢人) 정학교이다. 전서, 예서, 초서 등 글씨도 잘 썼는데, 수성구 지산동 중화 양씨 재실에 정학교의 '학산재(鶴山齋)' 편액이 걸려 있다. 그의 아들 정대유(1852-1927)도 선업(先業)을 이어 그림과 글씨를 잘한 서화가 집안이다.정대유의 호는 우향(又香)인데 아버지가 처음에 사용한 호 향수(香壽)에서 '향'자를 따 '나도 향(香)'이라고 한 것이다. 호 중에는 아버지나 스승의 호에서 한 글자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부자지간의 호로 하정(荷汀)과 우하(又荷), 소남(小南)과 우남(又南), 일송(一松)과 우송(又松), 자하(紫霞)와 소하(小霞), 하정(霞亭)과 소하(小霞), 금남(錦南)과 소남(小南), 퇴산(退山)과 모산(慕山) 등이 있다. 정학교는 일자무식이었다고 하는 오원 장승업의 그림에 화제를 대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정대유도 아버지를 이어 장승업의 그림에 화제를 남겼고 근대기 미술학교인 서화미술회 강습소에서 서예를 가르쳤다.1907년 정학교가 76세 때 그린 '송무석수(松茂石壽)'는 괴석을 그렸지만 원래의 괴석화와 두 가지가 다르다. 첫째는 문인화의 분위기가 있지만 섬세하고 정밀한 묘사적 필치와 세련된 채색으로 근대적 감각의 조형미 있는 회화라는 점이고, 둘째는 괴석과 소나무를 함께 그리며 "소나무처럼 무성하게, 바위처럼 오래오래 사시기를"이라는 제목으로 축수(祝壽)의 뜻을 뚜렷하게 밝혀 놓은 길상화라는 점이다. 마치 한 쌍의 남녀가 마주 보듯 그려진 소나무와 돌은 모두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이다.북송 때 화론인 『임천고치(林泉高致)』(1117년)에 '석자(石者) 천지지(天地之) 골야(骨也)', 곧 "돌은 천지의 뼈다"라는 말이 나온다. 나무는 춘하추동에 따라 모습이 바뀌고, 산의 흙도 비바람에 쌓였다 흩어졌다 하지만, 바위는 변하지도 움직이지도 않는다. 원래 괴석화는 자연의 불변성, 부동성이라는 추상적 이념을 바탕으로 보통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지 않는 것에서 미적인 것을 발견해 추미(醜美)를 미(美)로 인식하는 지식층의 독특한 심미의식에서 나온 장르이다. 아무나 즐길 수 없는 취향이다.그런데 중국에서 전해진 괴석 취미가 많은 공감을 얻으면서 천연의 조각품인 돌을 사랑하는 애석(愛石)으로 확장되고 장수 기원이 첨가되어 수석(壽石)과 길상화로 애호되었다. 원래의 괴석이 나타내는 차별적 취향이라는 멋짐에 장수 기원의 실익이 더해진 것이다. 감상용 자연석을 중국에서는 기석(奇石), 공석(供石), 청공석(淸供石)으로, 일본에서는 수석(水石)으로 부른다.호에 넣는 글자로 돌 석(石)가 단연 많은 것도 불변부동 한 돌의 속성을 닮고 싶고, 또 석수만년(石壽萬年)의 돌처럼 세상에서의 삶을 오래 누리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0-03-29 06:30:00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광장]왜냐하면…

이유를 설명하라. 우리는 무엇(What)에 집중하느라 왜(Why)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부탁 뒤에 숨은 이유를 사람들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짐작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로맨틱 코미디 '이별후애'(The Break-Up)에서 집들이를 준비하던 제니퍼 애니스톤은 남자 친구에게 레몬 12개를 사달라고 하지만 그는 레몬 3개만 사온다. 제니퍼는 "식탁을 장식하는 데 레몬 12개가 꼭 필요하다"며 화를 내고 결국 큰 싸움으로 번진다. 레몬이 필요한 이유를 미리 말해줬다면 어땠을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이해와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상사와 부하가 있다. 이들 사이에는 정보 격차가 있다. 내밀한 정보에 접근 가능한 상사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반면 부하 직원은 어떤 맥락에서 일하는지, 어떤 일이 예정돼 있는지 모르는 깜깜이 속에서 일한다. 상사는 시간에 쫓겨 또는 귀찮음을 이유로 '언제까지 무엇을 하라'는 통보에 가까운 지시를 하기 일쑤다. 외부용인지 내부용인지,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인지 단순한 현황 파악인지, 목적과 대상에 따라 상이한 결과물이 요구됨에도 말이다. 상사는 부하 직원이 예상과 다른 보고서를 가져온 것에 화가 난다. 부하는 자신이 가진 정보로는 최선의 선택이었음에도 결과적으로 그의 잘못이 되어 기분이 상한다. 맥락을 모르면 일의 방향성이나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 커뮤니케이션은 나의 생각과 정보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어느 세월에 친절하게 이유까지 설명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지라도, 불필요하게 일을 번복하는 것보다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인간은 꽤나 합리적이다. 하버드 대학교의 디팍 말호트라(Deepak Malhotra)와 맥스 베이저만(Max Bazerman)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속성이 있다. 같은 대학의 엘렌 랭어(Ellen Langer) 교수는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복사기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다섯 장만 먼저 복사해도 될까요?"라고 부탁하자 60%가 양보해 주었다. 하지만 같은 문장 뒤에 "왜냐하면 제가 지금 굉장히 바쁜 일이 있어서요"라는 이유를 덧붙였더니 무려 94%가 양보했다. 왜냐하면 첫째, 타당하거나 그럴듯한 이유의 제시는 주장의 신뢰성을 높여준다. 둘째, 일방적인 요청이 아니라 양해를 구하는 배려 있는 행위로 거부감을 줄인다. 상대방이 자발적인 의지로 행동하게 하는 동기부여의 효과가 있다. 셋째, '왜냐하면'에는 발화자의 가치나 방향성, 일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그 이유를 상기시킴으로써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한다.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인 만큼 시민들의 협조와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한 때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발생하는 경우, 대체적으로 법률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상황을 포괄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이해받고 싶다면 당연한 이유라 할지라도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한 번쯤 생각해 볼 것이고, 아무 이유가 없는 것보다 낫다고 여길 것이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을 기회가 많아진다. '왜냐하면'은 상대방을 나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설득 전략이다.

2020-03-27 14:30:00

최병윤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장

[기고] 농업인 삶의 동행, 농지은행과 함께

'초(超)시대, 생활이 되다.'우리 시대는 지금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산업의 진보를 뛰어넘어 초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초시대는 초지능, 초융합, 초연결이라는 3대 핵심 키워드를 바탕으로 사회, 문화, 교육, 산업 등 삶의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화를 의미한다.우리 농업도 예외일 수가 없다. 주곡자급화를 위한 쌀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시설재배로 확대돼 농산물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또 농업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화, 원격화하는 스마트 농업이 확대돼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한국농어촌공사는 그동안 급변하는 농업환경 변화에 맞춰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지원, 농업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1990년 시작한 영농 규모화 사업은 농업인의 영농 규모 확대, 농지 집단화로 생산비 절감·경쟁력 제고에 앞장서 왔으며 전업 농업인 육성에도 이바지했다.2005년부터는 대내외적 농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지은행 사업을 시작했다. 경영위기의 농가 지원을 위한 경영회생지원 사업, 농지 임차인의 안정적 영농을 보장할 수 있는 농지 임대수위탁 사업, 고령이나 질병으로 영농 은퇴를 하는 농업인의 농지를 매입하는 농지매입비축 사업, 농업인이 농지를 담보로 안정적 노후 생활과 영농을 할 수 있는 농지연금 사업 등을 추진해 농업인의 안정적 영농 지원과 노후생활 보장, 농업 구조 개선 등에 힘써왔다. 아울러 기존 농업인의 농업에 대한 현장 경험과 연륜에서 만들어진 노하우를 전수하고 젊은 농업인의 농업 진입 장벽을 줄여 기성세대와 신세대 농업인이 함께하는 '상생의 농업·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부터 농지은행 사업을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 농가 경영회생지원 사업, 농지연금 사업, 과원 규모화 사업, 임대수탁 사업으로 구분해 신·구세대 농업인의 농촌 정착과 육성에 힘쓰고 있다.2020년 한국농어촌공사 경북지역본부는 2019년 대비 362억원이 증가한 1천654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농업인 지원에 힘쓸 예정이다. 세부 사업을 보면 맞춤형 농지지원 사업 968억원, 농가 경영회생지원 사업 423억원, 농지연금 사업 148억원, 과원 규모화 사업 115억원이 지원된다.맞춤형 농지지원 사업은 전업 농업인으로 육성하기 위해 청년 창업형 후계 농업인, 2030세대, 후계 농업경영인, 귀농인, 일반 농업인으로 구분하는 '전업농육성대상자'를 신청, 등록해 농업·농촌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성장 단계별로 최대 6㏊까지 농지 매매와 임대를 지원하고 있다.농가 경영회생지원 사업은 자연재해, 부채 증가 등으로 일시적인 경영 위기에 처한 농업인에게 농지의 장기 임대와 환매권을 보장해 경영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 2011년부터 시행한 고령 농업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 지원을 위한 농지연금 사업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어류종 중에 연어는 모천회귀(母川回歸)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연어가 바다에서 자란 후 알을 낳기 위하여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우리의 농지은행과 농업·농촌도 연어와 같이 모천회귀의 특성을 지닌 것일지도 모른다. 4차 산업혁명, 초시대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런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업이 지금까지 잘 지켜져 왔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100여 년을 농업인과 함께해 왔고 그 속에서 농지은행도 함께해 왔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농업과 농촌을 생각하며 농업인과 함께 성장하는 공사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2020-03-26 15:38:43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

[춘추칼럼] 어둠 속의 희망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가득한 하루 코로나는 근본적 삶의 성찰 요구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미래는 어두운데, 내 생각에는 이것이 대체로 미래가 띨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이다."1915년 1월 18일, 버지니아 울프가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지 6개월 정도 지났을 때이다. 지금처럼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왠지 위로가 된다. 재난과 위기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미래는 항상 어두운 것이다.'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세계와 공동체에 대한, 자본과 경제에 대한, 노동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통째로 바꾸고 있다.주변의 일상은 그야말로 대혼란과 격변의 시대이다. 유치원'초'중'고는 개학을 연기하고, 대학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도 급감해서 단축 운영 및 휴관이나 폐관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공공시설은 대부분 휴관 상태이다.문제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예측은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보면 지금 사태는 우리의 인생과 많이 닮았다.우리의 삶 역시 언제 끝날지 모른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으로 90, 100세를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질병으로, 누군가는 사고로 일찍 죽는다. 이 불확실성은 우리를 어둠으로 이끈다. 그 결과 불안과 두려움을 낳는다. 그 불안과 두려움은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어쩌면 삶의 여정에서 어둠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 속에서 '희망'을 떠올린다.'어둠 속의 희망'이라는 책에서 리베카 솔닛은 말한다. "희망하는 것은 도박하는 것과 같다. 희망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산다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기에, 희망하는 것은 두려움의 반대다. 희망이란, 약속되거나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 또 다른 세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솔닛이 생각하는 '희망'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성취와 성공 가능성이 아니라 '선한 일을 바라보고 그 일을 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지금 우리는 모든 것이 흔들리는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흔들리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지키는 일이다.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좀 더 삶의 근본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은 홀로 살아갈 수 없으며, 우리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개인과 공동체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 우리는 노동을, 시간을, 돈을, 기술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다음은 리베카 솔닛의 책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어느 날 아침 비를 맞으며 케네디의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노라니 참으로 바보 같고 부질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여성파업' 소속의 그 여성은 말했다. 몇 년 후 그는, 가장 주목받는 반핵행동 중 한 사람이 된 벤저민 스팍 박사가 자기 삶의 전환점은 한 작은 무리의 여성들이 비를 맞으며 백악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어둠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일은 대단한 성공도 아니고 거대한 악을 제거하는 일도 아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지키고 서 있는 일이다.누군가는 하찮은 것이라고 비웃을지라도, 비록 큰 목소리는 아닐지라도 작은 위로와 격려의 문자를 보내는 것처럼. 그 일이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선을 향해,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하나씩 쌓아갈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만약 그것을 일상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면 비록 연약할지라도 작은 승리를 만들어가야 한다. 정치와 사회 각 영역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들은 어떤 기준으로도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는 일, 서로의 필요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 것들이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의 미래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희망이 아니겠는가.

2020-03-26 14:54:07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미술, 야나두!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졸업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은지가 8년이 되었다. 기획이라는 분야에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림을 그리면 취향이 생길 것이고, 그 취향에 맞춰 예술을 재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물론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취향이 명확히 나눠지는 것도 아니며, 취향에만 집중하여 기획을 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스스로가 만들게 될 위험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다짐을 하였다.붓을 놓고 난 뒤, 현재까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적이 없다. 아니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생활 반경을 최소화하다 보니 계획한 일들을 진행할 수 없는 데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코로나19에 대처하여 자발적 자가격리를 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이 지루해지기 시작하며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운 뉴스들과 개인적 상황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냈다.'작품을 제작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아닌, 단순히 이 상황과 지금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기간 가둬뒀던 욕구가 나타난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미술적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혹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아기 때 휘젓던 그림 아닌 그림(난화)이 그런 것이겠다. 하지만 말을 하게 되고 문자를 읽게 되면서 그리게 된 그림은 대상이 명료해졌으며, 잘함과 못함으로 구분되어졌다. 그리고 '잘함'이라는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으나 잘 그리기만 할 뿐 그림은 더 식상해져갔다. 어쩌면 미술을 전공을 하게 되면서 즐기려는 마음이 사라졌던 것 같다.미술은 20세기로 접어들며, '잘함'과 '못함'의 구분이 해체되었다. 누구나 미술을 즐길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종의 놀이로써의 역할을 제안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미술에는 엘리트주의가 깔려있다. 미술은 감상에 있어 아무런 지식 없이도 향유할 수 있지만 미술사, 미학 등의 내용과 작가의 개별적 이야기까지 알고 있다면 미술을 한층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엘리트주의'가 나타나게 된다.하지만 제작의 영역에서 엘리트주의는 분명 반감된다. 여기에 더해 '미술', '예술'이라는 단어가 주는 아우라를 배제한다면 엘리트주의는 사라지고, 순수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눈치 보지 않고 지금 눈에 들어오거나 생각나는 것들을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이 표출하게 될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게 된다.요즘처럼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는 상황이라면 한 번쯤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누구에게 보여줄 그림이 아니기에 못 그린다고 겁낼 필요도 없다. 스스로가 자각하지 못했던 내면과 마주하게 되는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박천 / 독립큐레이터

2020-03-26 13:32:49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이사

 [기고]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는 대구시민주간의 슬로건이다. 대구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기념해 대구시는 해마다 2월 21일부터 28일까지를 대구시민주간으로 정해 다양한 기념행사들을 갖는다.올해는 코로나19가 엄습하는 바람에 그냥 지나쳤지만 그 슬로건의 외침은 어느 때보다 더 큰 울림으로 가슴에 메아리친다. 대구시민들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구시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달이 바뀌고 계절이 변해도 흔들림 없는 대구시민들의 강인함과 품격에 가슴 뿌듯한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 평생을 대구에서 살고 있지만 이토록 대구시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참모습은 위기에서 드러난다고 했던가! 250만 대구시민은 들불처럼 번지는 코로나19의 확산에서도 어떤 선진국 유명도시들도 보여주지 못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확진자가 하루 700명을 넘어서고 수백 명이던 환자가 며칠 만에 수천 명으로 급증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시민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침묵하고 차분해지면서 너나없이 무질서와 혼란을 경계했다. 이웃과 약자를 배려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먼저 떠올렸다.특히, 자발적으로 집 안에 머물며 이동을 제한함으로써 한순간에 거리를 통제라도 한듯 비워내는 모습은 국내외 언론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곳에서도 사재기나 무질서로 혼란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일부 언론과 SNS들이 공포를 과장하며 마치 사재기나 도시탈출과 같은 혼란이 대구에서 곧 일어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했지만 시민들은 결코 흔들림이 없었다. 놀랄 만큼 의연했다. 대구와 연결된 모든 길은 열려 있었지만 두려움으로 도시를 떠나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외지에 나간 자식들이나 손님들이 찾아올까봐 손사래 치기에 바빴다.자신과 이웃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묵묵히 실천하며 난무하는 온갖 소문과 가짜뉴스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앙상했던 가로수와 나무들이 이제는 봄꽃을 피우고 있지만 시민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강인한 인내와 이성으로 스스로를 무장해가는 모습이다.대구는 6·25때 낙동강 방어선을 끝까지 지켜냄으로써 나라를 구했듯이 이번에도 대구시민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코로나19 대구방어선'을 지켜내고 있다. 어떻게든 확진자를 줄여 신규 발생자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대구시민들의 피에는 위기 때 더 강해지는 DNA가 흐르고 있는가! 시민들은 기필코 이 국면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무언의 연대감이 강력한 스크럼처럼 짜여진 느낌이다. 그것이 곧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대구의 품격으로 지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전국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단숨에 달려온 수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 등의 헌신과 희생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250만 대구시민들은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대구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제 대구의 극복은 세계의 극복모델이 될 것이다. 코로나19를 이겨 대구의 품격이 한국의 품격, 한국의 힘으로 승화되길 빌어본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지만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다!

2020-03-25 18:57:20

임언미 대구문화 편집장

[찬란한 예술의 기억] 달구벌 환상곡

작곡가 임우상 선생님의 '달구벌 환상곡'을 처음 들은 것은 2000년 여름이었다. 문화예술 잡지 제작을 맡고 얼마 되지 않아, 연주회라는 연주회는 다 찾아다니며 공부할 때였다. 짧은 귀에 곡의 느낌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순 없었지만 '대구의 작곡가가 대구를 노래한 곡'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웠다.'달구벌 환상곡'은 합창과 독창이 포함된 3관 편성의 관현악곡으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1999년 초연했다. 임우상 선생님은 이 곡으로 1999년 제18회 대한민국작곡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선생님은 대구의 전체적인 인상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작품이고, 그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곡은 지난해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재개관 기념 공연 때도 연주됐다.서양음악이 대구에 처음 도입된 이후, 수많은 음악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대구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음악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대구의 근현대 음악인 중 필자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사람은 바로 작곡가 임우상 선생님이다.1935년생인 임우상 선생님은 2000년 계명대 음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이후, 근래까지 작고 음악인 기념사업, 원로음악가회 활동, 아마추어 합창단 지도 등 대구음악계를 위한 크고 작은 노력을 이어왔다. 향토 출신 작곡가 박태준과 현제명 등을 기리는 사업도 상당수 선생님의 주도로 진행됐다.'작곡은 작곡자의 정신이 악보로 창조되는 것'이라는 평소의 지론대로 그는 우리 전통 민요나 민속적인 선율을 바탕으로 현대적 작곡 기법을 융화시킨 '향'(鄕) 시리즈로 9개의 작품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을 정리해보면 독주곡 및 실내악곡이 43곡, 관현악곡 4곡, 합창곡 28곡, 가곡 120곡, 환경노래 36곡 등이다.필자에게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처음 일깨워준 사람도 임우상 선생님이었다. 그는 우리 지역에 제대로 된 기록문화가 없다는 사실을 늘 안타까워했다. 특히 2008년에는 선생님이 직접 주도해서 지역 원로 작곡가들의 육성을 녹음했고, 2009년에는 70세 이상 원로음악가 13명의 증언을 비디오 자료로 남겼다. 그들 중 일부는 지금 세상을 떠났으니, 그의 작업이 더 소중하게 평가된다.필자가 문화예술 잡지를 만들면서 향토 음악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다급하게 수화기를 들어 찾게 되는 사람도 바로 임우상 선생님이다. 그는 그게 어떤 내용이든, 막힘없이, 그리고 객관적으로 답해주시곤 했다. 그러기에 올해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가장 먼저 찾아가 자문과 자료 제공을 부탁드릴 계획이다.그런데 선생님이 며칠 전 전화를 걸어오셨다. 올해부터 음악 관련 강의와 합창단 지도 등 거의 모든 대외 활동을 그만뒀으며, 연내 거주지를 옮길 계획이니 필요한 자료를 가지고 가라는 것이 통화의 요지였다. 혹시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셨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선생님은 다행히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나, 이제 주변을 하나씩 정리해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다.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공기 좋고 조용한 곳으로 집을 옮기신다고 했다.선생님께 올해 대구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에서 반드시 향토 작곡가들의 곡과 음반을 꼭 챙겨서 수집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코로나19가 좀 잦아들면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고 전화를 끊었지만 왠지 모르게 한동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그리고 캐비닛을 열어 그의 '달구벌 환상곡' 음반을 꺼내 들었다.관악기와 타악기의 웅장한 선율로 울려 퍼지는 '달구벌 팡파레'로 시작해, 안개 낀 들판의 조용한 분위기를 알리는 제1악장, 그리고 팔공산과 낙동강을 연상시키는 제2악장, 대구의 중심부인 동성로와 약령시장, 그리고 서문시장의 활기가 느껴지는 제3악장, 다시 희망찬 대구의 미래를 노래하는 제4악장….선생님이 직접 대구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받은 영감을 토대로 만든 곡답게 역동적이면서도 밝은 도시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이러스가 앗아가 버린, 우리가 되찾아야 할 대구의 일상은 '달구벌 환상곡'의 악상처럼 자유롭고 희망적인 것이다.

2020-03-25 18:00:00

김태훈 대구 영남중 교사

[김태훈의 대구 옛 이야기] 신문왕의 달구벌 천도 계획

문무왕의 장자인 신문왕(?~692)은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룬 부왕의 뜻을 받들어 통일신라를 안정되게 이끌어가야 할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먼저 신문왕은 즉위한 지 한 달 만에 김흠돌 세력이 모반을 꾀했다는 이유로 모조리 잡아들여서 주살하였다. 김흠돌은 신문왕의 장인으로서 김유신과 함께 고구려와의 전투에도 참여했던 고위 관료였다.신문왕은 왕권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김흠돌 세력을 3, 4일 만에 소탕하고 김흠돌의 역모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보고하지 않았던 병부령 김군관마저 처형하였다. 동시에 신문왕은 김흠돌의 딸인 왕비를 출궁시키고 김흠운의 딸을 왕비(신목왕후)로 맞이하였다. 신문왕은 김흠운이 655년에 백제군과 싸우다가 전사하였기 때문에 외척의 정치적 개입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였을 것이다. 더욱이 신문왕은 부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문무왕릉비를 건립하고 대왕암 근처에 호국사찰인 감은사(感恩寺)를 창건하였는데, 이는 신문왕이 부왕의 위업을 부각시키고 그의 태자로서 왕위 계승의 정통성을 강조하려던 의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신문왕은 국왕을 호위하고 왕성을 지키는 시위부(侍衛府)에 하급 관리들을 임명하여 무력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신문왕은 군사조직을 개편하여, 중앙군에 신라뿐만 아니라 옛 고구려·백제·말갈·보덕국의 백성들을 참여시킨 9서당을 창설하였다. 동시에 지방행정 구역인 9주에 지방군으로서 국방과 치안을 담당한 1정을 1주마다 배치하여 10정을 완성하였다(군사적 요충지인 한산주는 2정을 주둔시킴).신문왕은 위화부(位和府)를 정비하여 왕권 성장에 도움이 될 인재들을 선발하고 추천하였다. 아울러 국학(國學)을 설립하여 유교 경전을 통해 유교적 충효사상을 익힌 인물을 등용해서 왕권의 지지 기반으로 삼고자 하였다. 신문왕은 대동강에서 원산만에 이르는 영토를 9주 5소경의 행정구역으로 개편하고 각각 지방관인 총관과 사신을 파견하여 지방을 효율적으로 통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더 나아가 신문왕은 토지세와 노동력과 공물을 수취할 수 있는 녹읍을 폐지하는 대신, 토지세만을 거둘 수 있는 관료전을 지급하여 진골 귀족의 경제적·군사적 기반을 약화시켰다.신문왕과 관련하여 만파식적 설화가 전해지는데, 용이 나타나 신문왕에게 만파식적을 불면 온 천하가 화평해질 것이라고 일러주었다는 부분은 신문왕의 정치 개혁 과정이 비교적 순탄하게 전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신문왕의 태자 이홍(理洪, 효소왕)도 등장하는데, 그가 신문왕의 왕위 계승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음을 드러내려는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신문왕이 죽자, 모후 신목태후를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들은 효소왕의 권위를 높이고자 부왕의 넋을 기리는 황복사 3층 석탑과 신문왕릉비를 건립하였다(최근 연구에 의하면, 사천왕사지에서 출토된 비편이 '신문왕릉비'라는 주장을 인용함).그러나 왕권 강화를 위해 거침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였던 신문왕은 재위 말년에 달구벌로 천도하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가 진골 귀족의 반발로 끝내 좌절을 맛보았다. 신문왕은 이보다 앞서 장산성을 순행하고 서원경성을 축조하였는데, 장산성은 현재 대구와 경산의 경계에 위치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서원경성을 지었다는 것은 9주 5소경의 행정 개편이 마무리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신문왕은 달구벌로 천도할 목적으로 사전에 장산성을 방문했고, 9주 5소경이 완성되었기 때문에 달구벌 천도 계획을 추진했던 것이다.달구벌은 낙동강·금호강·신천 등의 수륙교통지였고, 평지와 구릉성 경사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서 경제적 생산력을 높이기에 알맞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또한 팔공산은 5악(五嶽) 중 하나로 신라 왕실에서 제사를 지내던 신성한 자연물이자 국방상 자연 방어시설물이기도 하였다. 현재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송림사는 7세기 후반 무렵에 창건되었는데, 그 배경이 달구벌 천도와 관련하여 세운 사찰이라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일찌감치 달구벌이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2020-03-25 18:00:00

홍성걸 국민대 교수

[새론새평] 4·15 총선, 대구경북의 선택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수많은 비례정당들 난립 상황 유권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 이 나라 민주주의 바로잡아야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괴이한 선거법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정당들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선거법 개정에 동의하지 않았던 미래통합당은 예고했던 대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선거법을 지키겠다고 큰소리치던 더불어민주당도 똑같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통합당을 응징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폈다. 이뿐만 아니라 민주당 추종자들은 제2의 비례정당까지 만들어 친조국, 친문재인 비례 의석 확보에 나섰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 후 연합 가능성을 거론하며 사실상 위성정당임을 인정했다. 여당의 연합비례정당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비례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 급조된 정당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고, 당초 민주당과 비례정당 논의에 나섰던 정치개혁연합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아우성이다.후보 등록일이 다가오면서 공천 불복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나 유명 정치인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현역의 탈락률이 높았던 통합당 대구경북 지역 공천에서는 더욱 그렇다. 중앙당의 공천이 다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공천되지 못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무소속 출마를 거론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자신도 과거 어느 시점에는 신인으로 발탁되어 정계에 진출했던 사람들이다.일부에서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복당을 막자고 한다. 그래서 막아질 것 같은가. 이해찬 대표는 자신이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돼 다시 복당한 사람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이 가슴에 와 닿음을 느낀다.이처럼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선거판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정당과 정치인들이 엉망으로 만든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까. 유권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올바른 선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기준은 다양하다.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국정을 운영해 온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 성과를 평가하는 선거다. 집권 세력이 국정을 잘 운영해왔다고 생각한다면 여당과 그 후보를 지지해주고 그 반대라면 지지를 철회해야 한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의 대응에 대한 단기적 평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다음은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에 대한 평가다. 작금의 경제적 상황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경제적 어려움의 근본 원인이 집권당의 정책 실패에 있다고 보는가, 아니면 코로나19를 비롯한 외부 변수에 있다고 보는가에 따라 유권자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유권자들이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는 조국 사태에 대한 평가다. 소위 친조국 대 반조국에 대한 의사결정이다. 조국 사태는 윤석열 검찰에 의한 쿠데타라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민주당이나 민주당 후보들, 그리고 그 비례 위성정당들을 선택하면 된다. 검찰 쿠데타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다른 정당과 후보들을 선택하면 된다.선거구에 따라서 유권자들은 공천에 불복하고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후보자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 중의 선택에 직면할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표가 나뉘면서 유권자들의 집단적 선택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자신의 뜻이 현실화되도록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결국 최종적인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개별 유권자들의 선택이 모여 공동체의 집단적 선택을 이룬다.준연동형 비례제로 누더기가 된 공천 과정과 수많은 비례정당들 속에서 정치적 책임은 물론, 도의적 책임을 지는 정당과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이 기막힌 상황에서 이 나라의 미래는 유권자들의 집단지성에 달려 있다.이미 대구경북 주민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을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4·15 총선에서 다른 지역은 몰라도 대구경북에서만큼은 그에 버금가는 높은 집단지성이 발현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03-25 14:28:24

문상부회장

[기고]미래통합당 공천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유감

국민주권의 원리를 대의민주주의 방식으로 실현하는 우리나라에서 선거는 주권자가 자신의 통치기관을 결정·구성하고 선출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게 된다.더욱이 우리 헌법은 유럽의 선진 민주국가와 달리 선거 이후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된 정치권력에 대하여 국민소환과 같은 사후 통제제도를 전혀 두지 않는 '백지위임'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거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우리 헌법이 일반 결사와 달리 정당활동의 자유를 더욱 특별히 보호하는 이유는 정당의 정치독점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정당제도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통하여 국민주권의 원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우리 헌법 제8조 제2항도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러한 취지를 확인하고 있다.구체적으로는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 절차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6장의2에서는 일반국민도 특정 정당의 당내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 경선까지 허용하고 있다.그런데 오늘날 지역주의가 만연된 정치현실 속에서 영남과 호남지역에서 치러지는 공직선거는 특정 정당의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선거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되고 국민주권의 원리가 정당주권으로 대체되는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다.실례로 경북지역 선거구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야당 후보들은 본선거 보다 정당 내부의 경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따라서 본선거가 요식행위에 불과한 경북지역에서 진정한 국민주권이 실현되려면 미래통합당의 후보공천은 타 지역의 본 선거에 버금가는 민주적 절차에 의한 공정한 경선이 이루어져만 한다.그러나 경북 안동예천 선거구에서는 경선 등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유권자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특정인을 갑자기 후보자로 공천한 행위는 유권자가 뽑아야할 국민의 대표를 사실상 정당이 지명하려는 것으로서 국민주권의 원리에 위배되는 반헌법적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일찍이 사회계약론자 루소는 "법을 지배하는 자는 사람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을 지배하는 자가 사람마저 지배하려 할 경우 부정이나 기득권을 영속화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안동예천 선거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바로 법을 지배하는 정치세력이 비민주적인 방법의 후보자 공천을 통하여 사람마저 지배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이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일 것을 요구하는 헌법에 위반되고, 국민주권의 원리를 침해하는 행위임은 물론, 민주공화국에 대한 배신이고 특히, 안동지역의 선비정신에 대한 모독이다.이에 대한 반발로 경선의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 정치신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몸담았던 정당을 탈당하여 단일화를 위한 시민경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비록 이번 선거에서는 이를 바로잡기가 어려워 선거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정당이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함에 있어 오만과 독선에 치우치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방법까지 용인하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이것이 바로 정신문화의 수도이자 선비정신이 살아 숨 쉬는 안동과 예천의 선거구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보듬는 길이다.

2020-03-25 14:28:24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배우의 행복과 존재의 힘

연극은 배우예술이며, 배우는 무대예술의 꽃이다. 희곡 속의 인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배우들은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는 빛나는 존재들이기에 충분히 그 가치가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이끌어가는 배우만큼이나 매력적인 직업이 또 있을까. 배우로서의 가치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준 작품이 있다. 뮤지컬 '미스코리아' 이야기다.어린 시절 미스코리아의 상징인 풍성하고 긴 사자머리에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미스코리아를 보면서 한번쯤은 미스코리아가 되겠다는 큰 포부를 품어봤으리라. 뮤지컬 '미스코리아'는 1987년 대구 출신이었던 장윤정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진을 차지하면서 화재가 되었던 그 시절,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대구 여고생들과 대학가요제 참가를 꿈꾸던 대학생들의 사랑과 꿈을 그려낸 작품이다.이 작품은 80·90년대의 암울했던 시대를 살아내고 불투명한 미래에도 새로운 세상은 올 것이라는 믿음과 신념으로 격동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지금의 40·50대가 된 중년들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시대적 흐름 속에 그들의 역사와 인생이 담겨있으며, 그들의 인생에도 '꿈'과 '희망', '사랑'과 '청춘', '추억'과 '낭만'이 있었다.그 시절을 살아온 관객들은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 꿈 많았던 청춘을 끄집어내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인생을 스쳐간 일들은 추억이 되어 작품 속에 흐르고, 작품에 녹아든 그들의 삶의 흔적은 우리가 누리는 행복에 대한 고귀함과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하게 한다. 청춘으로 돌아가 '나'를 만나고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이 작품은 배우로서 다양한 정서와 밀도 있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작품 속에 존재하는 인물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대구 수성못과 동성로, 빨간 선물의 집, 시계탑, 대백 남문과 동문 등 추억 돋는 장소와 텔레비전 광고 영상들, 그리고 80·90년대 인기 가요로 구성된 뮤지컬 넘버는 그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가 관객들과 소통하기 충분했다. 가슴 뛰는 추억을 더듬어 담아낸 정서를 함께 나누며 작품을 통해 교류하고, 재미와 웃음을 통해 희망과 감동을 선물 할 수 있다는 것은 배우로서 느끼는 행복이자 존재하게 하는 힘이며, 창작에 대한 열정과 도전을 꿈꾸게 하는 영광스러운 일이다.코로나19 장기화로 창작에 대한 열정도 일상 복귀를 향한 기다림도 고통스럽게 하는 요즘이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 최악의 고통이라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의 한숨에 시선을 돌려 마음과 우애로 희망을 펼쳐놓아야 할 때다. 성숙한 마음으로 자신을 창조하고 창작을 이끌어 내는 힘을 발휘하여 누군가의 지친 마음에 위로를 건네고, 재미와 감동으로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선물 같은 공연으로 따뜻한 봄날 관객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2020-03-25 13:40:22

[종교칼럼]인간의 존엄과 아가페 사랑

오늘날 사랑은 친근하고 쉬운 말이다. 커피로 치자면 아메리카노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고대 아테네인들에게 사랑은 그들의 삶과 문화의 중심이었고, 언어의 무게 역시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상이 깊고 문화가 풍부할수록 표현이 정교하고 세련되며, 그 의미는 다양하게 분화된다. 그래서 로먼 크르즈나릭은 『원더박스』에서 그리스인들의 사랑을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첫째가 남녀 사이의 사랑인 에로스, 둘째가 우정으로 번역되는 필리아, 셋째가 아이들 사이의 가벼운 사랑인 루두스, 넷째가 오랜 결혼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프라그마, 다섯째가 이타적인 사랑으로 대변되는 아가페, 여섯째가 자기애를 나타내는 필라우티아다.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넓고 깊게 이해했다.니콜라스 월터스토프는 『사랑과 정의』에서 서구인의 정신과 마음을 움직인 세 가지 근본 모티프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첫째, 에로스-모티프는 플라톤과 플라톤의 전통에 가장 잘 나타나 있다. 둘째, 노모스(nomos)-모티프는 율법과 정의에 대한 구약성경 저자들의 진술에 드러난다. 셋째, 아가페-모티브는 예수님의 말씀과 바울의 가르침, 그리고 루터의 저작들에 가장 잘 표현되었다. 그렇다. 아가페 사랑(agapic love)은 기독교의 핵심 사상이고, 기독교는 아가페 사랑을 통해 하나님의 본질을 폭로해 왔다. 예수님의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22:39)는 말씀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3:16)라는 두 말씀에서 기독교의 아가페 사랑이 가장 독특하고 명징하게 나타난다.기독교를 사랑의 종교라고 표현하는 그때의 사랑이 아가페 사랑이다. 아가페 사랑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안데르스 니그렌은 '아가페를 제외한 모든 형태의 사랑을 에로스의 일종'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아가페 사랑은 심지어 대상의 가치에 무관심한 사랑이며, 사랑받은 사람은 그 안에 사랑받을 어떤 가치가 있어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아가페 사랑의 특징은 분배 정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그럽게 주는 자비의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아가페 사랑은 "사랑은 율법의 완성"(롬 13:10)이라는 바울의 말을 무색하게 한다. 심지어 아가페 사랑이 피해자를 양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구약 성경과 기독교 전통은 아가페 사랑은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고, 하나님의 정의는 그분의 사랑을 나타낸다고 한다. 렌 굿맨(Lenn Goodman)의 이야기처럼 '이웃을 정의롭게 대하면서도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 기독교적 사랑이다'. 우리가 이웃을 정의롭게 대하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기독교의 아가페 사랑은 정의에 무관심한 사랑이 아니라 정의로운 사랑이다.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정치, 경제의 지형뿐 아니라 삶의 양식과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이해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다.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의 수가 중국을 훌쩍 넘어서고 있는 이탈리아는 의료 인력 부족은 물론이고 의료기구가 모자라 병원마다 대혼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의사들은 젊은 환자를 먼저 치료해 주고, 인공호흡기도 젊은 사람에게 우선 씌워준다고 한다. 생명의 존엄성이 제한된 자원 앞에서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이란 누구에게도 양도되거나 분배될 수 없는 각 사람의 고유한 절대적 가치가 아닌가. 그것은 권력이 있고 없고, 재산이 많고 적고, 능력이 있고 없고, 나이가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다.하나님은 당신의 형상대로 우리를 지으셨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통해 인간 존재를 회복하셨다. 기독교 하나님은 자기 축소와 자기 죽음을 통해 인간을 존엄하게 만드셨다. 인간의 존엄은 아가페 사랑의 결과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아가페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세워야하지 않겠는가!영남신학대학교 영성과 교수

2020-03-25 11:51:02

헤어스타일에 구멍을 뚫어둔 패키지 디자인. 기왓장이 들어가면 비로소 멋진 헤어스타일이 완성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불황을 이기는 광고

호주 멜버른에는 큰 단점을 가진 샌드위치 가게가 있다. 보통 이런 가게들은 사람들의 방문이 쉬운 1층에 위치하다. 하지만 이 가게는 7층에 위치해 오픈과 동시에 폐업이 예상되었다.마케팅은 이런 극명한 단점이 있을 때 엄청난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바로 단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창업주의 도전 정신이 탄생할 때 말이다. 가게의 사장은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 '7층은 고객들이 올라오기 힘드니 샌드위치를 던지자'라는 미친 아이디어였다. 즉, 샌드위치에 미니 낙하산을 달아서 1층의 고객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한 전략이다.낙하산이라는 아이디어가 붙으니 단점이 엄청난 장점으로 변신했다. 1층의 고객들은 하늘만 쳐다보며 샌드위치가 내려오는 걸 기다렸다. 사람들은 모이기 시작했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 찍기 바빴다. 온라인을 통해 이런 마케팅 방법이 퍼지기 시작했고 이 가게는 멜버른의 관광 명소로 등극한 것이다.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가게의 위치가 1층이었다면 이런 대박은 힘들었을 것이다. 7층에 있다는 단점이 미니 낙하산이라는 미친 아이디어를 탄생하게 했다. 고객이 재미를 느끼니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익힌 샌드위치 낙하산이란 뜻을 가진 재플슈츠의 사례는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최고의 사례로 회자하고 있다.혹시 당신 브랜드에도 극명한 단점이 존재하는가? 단점 속에는 엄청난 장점이 숨어 있다. 단점을 현상 그대로 보지 말고 뒤집는 생각의 연습을 하자. 고객들은 어느 순간 당신의 브랜드에 열광할 것이다. 단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불경기를 이겨낸 사례가 일본에도 있다. 사람들은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햄버거집에 가는 것을 꺼린다. 햄버거의 특성상 먹을 때 입가에 음식물을 묻히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지저분한(?) 모습을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다.일본의 프레시니스 버거(FRESHNESS BURGER)라는 브랜드는 이런 단점을 고민했다. 그들이 낸 아이디어는 패키지 디자인이었다. 패키지 디자인에 사람의 얼굴을 그려두어 햄버거가 입가에 묻는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도록 만든 것이다. 햄버거를 먹는 동안 포장지가 얼굴을 가려줘 깨끗한 얼굴의 모습이 상대에게 보여줬다.이런 재미있는 패키지 디자인을 그냥 둘 고객들이 아니다. 손님들은 바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기발한 마케팅으로 소문이 난 가게는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소개팅과 같은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약속에도 갈 수 있도록 고객을 배려한 것이다. FRESHNESS BURGER 역시 브랜드의 단점을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장점을 창출해냈다. 단순히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을 뿐인데 브랜드의 매출이 달라졌으니까.국내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경북 성주에 있는 '페루프'라는 브랜드는 금속 기와를 만들어 해외 수출을 하는 기업이다. 글로벌 강소기업에 선정될 만큼 해외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브랜드이다. 금속 기와라는 아이템에 어떻게 더욱 고귀한 가치를 담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의 결론은 사람이었다. 세상에 심장이 뛰고 있는 사람만큼 고귀한 가치를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금속 기와를 어떻게 하면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기와가 설치되는 장소를 찾았다. 금속기와는 지붕에 설치되는 만큼 사람으로 비유했을 때 기와는 헤어스타일과 같다. 사람의 지붕이 머리 스타일이기 때문이다.그렇게 패키지 디자인에 사람의 얼굴을 두고 헤어스타일에 구멍을 뚫어두었다. 기왓장을 넣기 전에는 머리가 없는 모습이다. 기왓장을 넣으면 비로소 헤어스타일이 완성되고 남자의 멋진 모습이 나타난다. 심장이 뛰지 않는 기왓장을 의인화한 것이다. 그러니 기왓장이 무언가 생명력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해외 전시회가 많은 이 기업의 특성상 이 사람을 들고 있는 바이어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왓장의 가치는 올라갔고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아졌다.불황으로 인해 힘든가? 불경기 때문에 사업을 그만두고 싶으신가? 그렇다면 당신 브랜드가 가진 단점에 주목하라. 그리고 1도부터 359도까지 다양한 관점으로 그 단점을 바라보라. 시선을 바꿔보면 그 단점 속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장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3-25 08:59:53

마당에 묶여진 개는 좁은 철장에 갇힌 개들 만큼이나 불안해한다. 묶어둔 개가 자신을 반긴다고 개를 잘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 픽사베이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 목줄과 주인의 방임이 빚어낸 잔인함

3월 말, 대구경북의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하다.전화가 왔다. 상주에서 공장 주변을 배회하는 유기견 두 마리가 있는데 목줄이 살을 파고 들어가 고통스러워 하고있다는 상담이였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자주 방영되던 안타까운 구조 상황이었지만 당장 외부의 동물보호단체들의 도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다행히 의뢰인이 유기견들을 달래어 구조하고 인근 동물병원에서 목줄을 제거하는 응급 수술은 받았지만 그 상처가 너무 심각하여 필자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으로 재차 이송하게 되었다.병원에 도착하자 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잠시 해프닝이 있엇다. 의뢰인이 유기견의 이름을 코로와 로나로 등록하셨기 때문이다. 위트있는 호칭에 예민해져있던 스텝들도 웃으며 코로와 로나를 더 애틋하게 돌볼 수 있었다.둘다 같은 종류의 목줄에 의해 유사한 상처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 코로와 로나는 한배 강아지로 추정된다. 강아지 때 주인이 목줄을 묶어 두었다가 방치된 것이었다. 주인의 방임이 얼마나 잔인한 결과를 초래 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목줄이 옥죄어져 살을 파들어가며 형성된 넓은 피부 괴사 부위는 한번의 수술로 완치가 어려웠다. 감염을 방지하며 살이 차오를 때 까지 하루 2번 아픈 상처를 소독하고 재생 붕대를 교체해야 했다. 목줄로 인한 아픔 만큼이나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았었던 코로와 로나도 치료가 반복되자 이제는 수의사들에 대한 경계심이 누그러지며 상처를 내어주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어릴 적 내 기억 속의 개를 떠올려보았다. 흰둥이, 뽀삐라 부르며 마당을 뛰어다니던 모습이 그려지더니 이내 마음이 아려진다. 그 개들의 마지막 모습들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개는 아이들의 노리개이자 집지킴이었고 어느 순간 경제적으로 도움되는 가축이었던 것이었다. 2020년,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40년 전에 개를 가축으로 대하던 관습이 남아있다는 현실이 부끄러워진다마당에 묶여진 개는 좁은 철장에 갇힌 개들 만큼이나 불안해한다. 묶어둔 개가 자신을 반긴다고 개를 잘 보살피고 있다는 생각은 큰 착각이다.자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고 인격체로 대하지 않는 부모는 처벌받는다. 개를 묶거나 가두어 최소한의 권리마저 제한하는 소유주는 동물학대 행위로 처벌받아야 한다. 과거의 보편적인 관습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공감대를 통해 인간답지 않은 행동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유는 명백하다. 생명에 대한 배려가 인간다움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잠재적으로 사회적 약자를 해치는 반사회적 범죄자로 발전할 경향이 높다는 미국 FBI의 지침도 과거보다 더 엄격하게 동물을 학대하는 관습들을 개선시켜 나갈 근거라 할 수 있다.개를 묶어 키우는 관습이 더 이상 보편화 되어서는 안되며, 본의 아니게 개를 학대하는 소유주로 비난받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2020-03-24 18:00:00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뮤지컬 ‘You & It’ 

2019년 뮤지컬 어워즈가 열리는 오페라 하우스에는 근사한 슈트와 드레스를 입은 수상 후보자들이 레드 카펫을 밟으며 각기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상 후보작인 뮤지컬 'You&It'으로 어워즈에 참석한 청년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슬그머니 극장으로 들어가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 후 마치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이번에도 실패일 거야. 그러니 한치의 기대도 하지 말자.'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걸 뮤지컬 '기억을 걷다'의 수상 실패를 통해 뼈져리게 느꼈던 청년은 이번 어워즈 만큼은 양복도 새로 장만하지 않을 것이고 미용실에 들러 고데기를 마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또한 지나가는 카메라 앞에서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 올려 여유만만한 모습을 연출해 보일 것이며 말하지 못할 수상소감 따위는 절대로 준비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2019년 뮤지컬 어워즈 창작 뮤지컬 수상작을 발표하겠습니다!"청년은 만약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올시다!'라고 말한 토머스 에디슨처럼 절대로 좌절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는 제임스 딘의 말처럼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자신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하지만 아나운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오기 시작하면서 일련의 실패를 어떻게 또다시 견뎌내야 할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청년은 수상 발표를 기다리는 팀파니의 우루룩 떨림과 함께 심장 또한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실의에 빠져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이번에도 계속되었다. 뮤지컬 '기억을 걷다'에서는 시간을 되돌려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는 내용을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죽은 아내와 똑같이 복제된 로봇을 구입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내용의 뮤지컬이다. 어쩌면 함께 있을 때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꿈만 좇아 살아가는 청년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과도 같았다.이번 목표만 끝내면 모든 게 다 행복해질 거라 이야기하는 '기억을 걷다', 사랑했던 기억은 추억 속에 있을 때 더 아름다운 거라고 이야기하는 '유앤잇'. 이 두 작품은 마치 경주마나 된 것 마냥 주변을 둘러보거나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이 앞만 보며 질주해 온 청년의 어리석음과도 같아 보였다."수상작은 바로…!"분명 수상에 탈락한 청년의 표정을 담기 위해 카메라가 다가올 것이다. 청년은 연습했던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려 수상자를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야 할 순간이 다가왔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분명 실패일 거야. 괜찮아. 괜찮아.' 청년은 눈을 찔끔 감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우듯 읊조린다. 마침내 팀파니 소리가 멈추고 시상자의 길고 긴 들숨이 끝나는 그 순간 마치 청년의 귓가에 환청이 들리는 듯하더니 수많은 사람들이 청년을 바라보며 그를 일으켜 세운다.이름 모를 눈물방울들이 청년의 두 볼을 에워싼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다. 이지 뮤지컬 '유앤잇'

2020-03-24 14:20:35

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경제칼럼] 중소기업 노마드

앞선 기술로 개발도상국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 목초지 찾아 떠나는 유목민처럼 중소기업도 새 해외시장 도전을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점점 선진국처럼 정보통신(IT), 첨단산업, 문화산업,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반면 섬유, 자동차, 기계, 가전 등 제조업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 더 이상 국내에 새로운 공장을 짓거나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뉴스가 거의 없다는 게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이러한 환경 속에서 대기업의 투자와 수출에 발맞춰 함께 성장해온 중소 제조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생존할 수 있을까?물론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가지고 고수익 제품을 생산하거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업종 변경을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 의존도가 높았던 중소 제조기업 또는 과거에는 앞선 기술이었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력이 없어진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는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해외로 진출해 생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가축의 먹이인 목초지를 찾아 자유롭게 떠나는 유목민을 '노마드'라고 부른다. 우리 중소기업도 노마드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중소기업 노마드'가 되어보면 어떨까?비근한 예로 섬유산업을 보면 과거 영국에서 시작해 일본 한국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그것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생산거점을 옮겨 다녔다. 이처럼 지금 우리 제조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최적화 된 곳을 찾아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이 생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사업장은 기술 개발과 사업 전략을 담당하고 해외 사업장은 생산과 판매를 담당하는 모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해외에 나가 보면 많은 선진국 중소 제조기업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중소기업 노마드가 해외 진출을 할 때 어떤 부분들을 생각해봐야 할까?첫째, 새로운 기회가 있고 우리 회사의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자. 비즈니스는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만들어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사양산업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유망 산업이면 국내 중소 제조기업이 그곳으로 진출해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써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이익을 국내 연구개발에 투자해 현지 기업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통해 국내에도 고급 인력의 일자리를 끊임없이 창출해 나가는 것이다.둘째, 해외 진출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지역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해외시장 개척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분이 해준 말씀이 있다.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대기업처럼 초기부터 물량 공세와 과감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만큼의 자본과 인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의 큰 실패는 곧 그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분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처음 1년은 남들이 보기에 노는 것처럼 보여도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비즈니스 환경과 문화를 충분히 이해한 후 투자 전략을 세워 실행에 옮기라는 것이다.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는 해외로 진출하면 당장 눈에 보이는 공장을 짓고 생산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중소 제조기업이 대기업과 동반 진출을 하거나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중소 제조기업들은 조급함으로 인해 해외 진출에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방에 진출하기보다 하나씩 실행해 가며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통해 그 나라를 배워나가면서 현지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셋째, 개발도상국으로의 진출은 미래에서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다. 이 말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중소 제조기업 관계자로부터 들은 재미있는 표현이다. 대한민국 중소 제조기업은 개발도상국이 가지고 있지 못한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나라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어느 정도 예측을 할 수 있다.그래서 그분들은 해외로 진출한 한국 기업을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비유하는 것이다. 물론 그 나라가 문화, 환경 등의 차이로 우리의 예측과 다르게 발전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분들이 말하고 싶은 것은 개발도상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그곳의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과 불편한 생활 여건만을 보지 말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를 보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2020-03-24 11:43:10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를 이기는 광고법

"피가 마른다" 요즘 자영업자들의 심정이다. 2019년 한국은 전년 대비 2.0%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라는 신종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는 중이다. 사람이 도는 곳에 돈도 도는데 지금은 그 혈이 막혀버렸다. 사실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처음이 아니다. 사스, 메르스 등 낯선 바이러스와 마주해왔고 그때마다 우리의 삶은 고통스러웠다.자, 그럼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막연히 코로나가 지나가길 바란다면 당신의 사업은 큰 희망이 없다. 남들 역시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니까. 이때 기회를 포착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겠다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칼럼에서 항상 밝혔던 것처럼 마케팅 아이디어는 새로울 필요가 없다. 아이디어는 늘 세상에 존재했고 우리는 그것을 우리 사업에 맞게 변형시키기만 해도 된다.예를 들어, 외신들은 요즘 한국의 코로나 진료법에 대해서 극찬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진료가 바로 그 아이디어이다. 하지만, 드라이브스루는 없었던 아이디어가 아니다. 오히려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있었던 아이디어다. 한국은 그 아이디어를 진료에 접목했다. 내리지 않아도 되니 시간이 절약되어 더 많은 진료가 가능했다. 환자도 의료진도 편하니 일거양득이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한국은 그것을 우리 상황에 맞게 지혜롭게 적용한 것이다.한국의 아이디어 적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포항시와 포항시어류양식협회는 다시 이것을 드라이브스루를 적용했다. 음식은 먹고 싶은데 식당에 가는 것이 꺼려지는 사람들의 불편 속에서 답을 찾은 것이다. 드라이브스루 형식으로 회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전략이었다.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는 요즘 소비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한 것이다. 포항시와 포항시어류양식협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고객이 보는 앞에서 수족관에 있는 강도다리를 썰어 고객에게 판 것이다. 싱싱한 횟감을 보여줘 소비자의 입맛을 돋우고 음식의 신뢰도까지 높인 것이다.이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SNS를 통해 전파되었고 3,000마리의 강도다리회가 3시간에 소진되었다. 오히려 코로나가 없던 때보다 훨씬 많은 회를 판매한 셈이 되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불경기니까 움츠려있자는 생각으로는 영웅이 될 수 없다. 그저 폐업하는 수많은 브랜드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불경기일수록 사람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주도면밀하게 사람의 특성을 관찰해야 한다.사업주가 아니라 고객이 되어 봐야 한다. 요즘 사람들은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고 모이는 것을 피한다. 이럴 때일수록 온라인 콘텐츠를 강화해 소비자를 더 편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 속에 감성적인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너도나도 어려운 시기라 감성적 스토리에 반응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이 집에서 우리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의식주가 담겨 있는 집에서 숨 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당신의 브랜드를 녹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에 지인이 보내준 네덜란드 속담에 필자는 큰 감동을 하였다. 이번 칼럼은 이 문구로 마무리 짓겠다. '태풍이 불면 어떤 이는 담을 쌓고 어떤 이는 풍차를 단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20-03-23 18:00:00

백옥경 구미과학관 관장

[과학둘레] 그날이 오면

남편은 산에 가는 걸 내켜 하지 않았다. 직장 근처 뒷산에 올랐다가 멧돼지를 봤기 때문이다. 당시 앞서 가던 사람들이 혼비백산을 하며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그 너머를 보니 멧돼지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지만 그 후론 산에 가는 걸 두려워한다. 부모님 기일에 함께 산소에 가려던 계획은 난관을 맞게 되었다. 말을 꺼낸 사람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은 전염되고 있었다.요즘 도시 주변의 산뿐 아니라 도심 내 야산과 주택가로까지 멧돼지가 내려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한 번이라도 멧돼지와 맞닥뜨려본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불안은 공포감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멧돼지가 인간의 영역에 출몰하는 것이 멧돼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활동해야 할 공간에 인간이 나타나는 것이라 느낄 것 같다. 사실 그들의 천적인 호랑이가 사라지고 그들이 야생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어 늘어난 개체 수를 감당 못해 서식지를 배회하는 상황이 된 것은 우리가 그들의 오랜 터전을 밀고 깎은 탓이 크다.멧돼지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남편은 멧돼지 사냥을 많이 해본 마을 분께 조언을 구했다. 남편이 준비한 건 깡통에 넣은 쇠 수저였다. 흔들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멧돼지가 겁을 먹고 나타지 않을 거라 했다. 멧돼지는 시각보다는 청각과 후각이 뛰어나니 멀리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숨어서 가만히 있을 테고 소리 나는 쪽으로 불쑥 나타나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상상 속 멧돼지 출몰에 대한 두려움과 통하는 듯하다. 두려움을 잠재울 수단이 필요한 것도 그렇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스, 메르스와 더불어 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쥐라면 언젠가 깊은 계곡에 있는 펜션에 놀러갔다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든 주범이다. 무척이나 큰 거실이었다. 마룻바닥에 이불을 깔고 막 잠이 들려는 순간 무언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게 느껴졌다. 비행 속도며 낮게 나는 고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불을 켜자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진 범인은 박쥐였다. 모처럼 만의 나들이가 난리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불을 켜 놓은 채 잠을 설친 다음 날 혹시나 하여 거실에 걸린 커다란 액자 뒤편을 들춰보니 세상에. 그곳에 네댓 마리의 박쥐가 들어있었다.박쥐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바이러스 창고로 불리는 그들 몸속에 있는 많은 종류의 바이러스는 유전물질 간 재조합으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바이러스 종을 만들고 포유류와의 접촉을 통해 그것을 쏟아놓는다.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치사율 60%의 끔찍한 에볼라 바이러스도 종간 장벽을 뛰어넘은 신종 바이러스다. 그 또한 야생박쥐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과일박쥐는 번식기 동안 엄청난 양의 과일을 먹는다고 한다. 그들은 소화되지 않은 과일을 뱉어 바이러스를 노출시키고 원숭이들과 먹이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원숭이를 감염시키고 바이러스에 걸린 원숭이는 다시 침팬지를, 그리고 침팬지는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인간에게 에볼라 바이러스를 옮겼을 거라 추정하고 있다. 벌목과 개발로 인한 산림 황폐는 먹이를 찾아 헤매는 야생동물과 사람과의 잦은 접촉을 가져오고 생명의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다.우리에게 몹쓸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외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간의 DNA는 약 8%가 바이러스 DNA에서 유래했다. 또한 우리 몸속에는 조(兆) 단위의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 함께 진화했으며 우리 몸속에서 유익하거나 해로운 다른 균류, 세균들과 공생하며 미생물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 몸속의 미생물군 또한 어느 한 종의 숫자가 급증하거나 잘못된 장소에 있으면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 외부환경뿐 아니라 우리 몸 내부에서도 생태계 다양성과 균형이 필요한 것이다.산에서 내려오는 길.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우리는 어느덧 두려움과 일상의 경계선을 넘고 있었다.

2020-03-23 18:00:00

석재현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대표

[석재현의 사진,삶을 그리다] 땅이 사라진다

양들이 풀을 뜯어 먹던 초원이 점점 사막처럼 변해간다. 드넓은 풀밭이 있던 곳에 바닷물이 차오른다. 사람들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땅'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참 아이러니하다. 공장도 없고 자동차도 없고 그저 한평생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왔을 뿐인데, 이들을 부르는 이름은 '환경난민'이다. 자연의 분노가 환경을 훼손하지 않던 순한 이들에게 재앙을 선사한 것이다.몽골의 겨울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영하 40, 50℃란 엄청난 숫자들이 일상처럼 기록되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몽골은 겨울철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사라졌다. 예전 같으면 눈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초원에는 강한 바람만 불어온다. 사실 유목민들에게 '눈'은 삶의 전부다. 봄이면 녹아 땅을 적시고 가축들이 먹을 풀을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이 사라지니 물도, 풀도 존재할 수가 없고, 먹을 것이 없으니 가축이 죽고, 가축을 키울 수 없으니 유목민들은 더는 유목민이 될 수 없다. 초원에서 유유자적하던 그들은 지금 살던 곳을 떠나 도시 인근 쓰레기장에서 넝마주이로 전락하고 있다. 재앙이다.급속한 사막화로 몽골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강과 호수, 연못과 개울이 사라졌고, 유목민들은 설 땅을 잃었다. 삶의 터를 빼앗긴 환경난민들이 벌써 수십만 명에 이르는 현실, 사진가 이대성은 그런 몽골 전통 유목민들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업 속에서 몽골의 사막은 박물관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기후가 변하기 전의 사진을 프린트해서 벽판을 설치하고, 그 구조물은 사막화가 진행되는 현재의 공간과 어우러진다. 보존해야 할 과거와 파괴되고 있는 현재, '보존'과 '파괴'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묘한 역설적 아이디어가 이대성의 작업 '미래의 고고학'을 채우고 있다.파리로 삶의 터전을 옮긴 사진가 이대성은 해외 유수 공모전에서 연달아 수상하며 한국 사진가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작가다. 스물네 살, 한국에서 겪은 IMF는 그의 작업의 시발점이 됐다. '모두가 열심히 살고 있는데, 우리는 왜 망하는 거지?'라는 의문은 당시 유행했던 '세계화'란 말에 집중케 했다. 왠지 멋져 보이던 그 말이 왜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서로 영향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촘촘한 연결 고리, 그 정체를 찾다 보니 세상을 받치고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결심했다. 마치 생태계의 피라미드처럼 맨 아랫자리, 가장 낮은 밑바닥의 이야기를 담기로 말이다. 그렇게 그는 세계화와 문명 파괴의 최대 희생자들이 있는 비서구권 오지로 뛰어들었다.몽골의 급속한 사막화를 담은 '미래의 고고학' 외에도 해수면 상승으로 점점 사라지는 인도 고라마라섬을 담은 이대성의 작업, '사라져가는 섬의 해변에서' 역시,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담은 중요한 시대의 기록이다. 환경 변화 때문에 사라져 가는 자연의 소중함과 사람들의 삶을 담은 이대성의 작업들은 여기 좀 봐달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고 조용하다. 그래서 더 생각의 여백이 길게 남는다. 자연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간신히 발을 딛고 올라설 땅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2020-03-23 18:00:00

이장기 대한노인회 대구시연합회장

[기고]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민들의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체험한 세대로서 이번 사태를 겪으며 느낀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전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지만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는 지혜를 나누어 보고 싶어서다.코로나19 국면에서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여전히 미성숙함을 보여주는 정부 관계부처 등 공공 영역의 대응이고 하나는 성숙함을 보여준 국민들의 대처다.공공 영역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겠지만 여전히 미성숙함을 노출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듯 사태 초기 안일하게 대응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또 마스크 공급을 둘러싸고 보여준 좌충우돌 양상도 미성숙한 대응의 전형이었다.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보고했는데 현실은 반대로 흘러가자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며 진화에 나서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스크가 모자라자 위험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면 마스크 사용하기를 권하는 등 수정 발표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 영역의 탁상행정은 그들의 판단 기준이 현장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가장 수준이 낮은 것은 일부 정치인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대구가 미래통합당 지역이니 손절해도 된다"는 발언이 전형적이다. 이는 3주 동안 대구에 머무르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한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의 노력이나 사태 초기부터 현장에서 비상근무를 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대구시, 경상북도 공무원 등 공무원들의 노고에 찬물을 끼얹었다.이에 견줘 국민들이 보여준 공동체 의식은 해외에서도 부러워할 만큼의 성숙함을 보여준다. 대구행을 자원한 전국의 의료진은 고군분투하며 바이러스 확산과 싸우고 있다. 자신의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업도 마다하고 대구를 찾은 그들의 고귀한 정신은 시민 사회의 성숙함을 방증한다. 전국에서 답지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기부금품도 공동체 정신을 잘 보여준다.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철저한 대처, 성숙한 국민들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위기 때마다 늘 특유의 저력을 발휘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비롯,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등 현대사의 고비마다 단결해 난국을 이겨냈다. 특히 대구경북은 국채보상운동, 독립운동 산실 등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하는 데 앞장섰다. 이런 사실은 대구경북 지원의 당위성에 힘을 실어준다.이번 사태의 후유증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죽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먹고사는 문제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적이던 대구 동성로의 상가 3분의 2가 문을 닫고 많은 식당이 휴업 안내문을 내건 모습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고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맞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어 지난 15일 대구경북 일부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하면서 강력한 지원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정부의 이런 노력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그러나 지원을 더 늘려서 피해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를 희망한다. 국가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더 촘촘한 대책을 마련해 대구경북을 비롯, 전국의 피해 지역에 보상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또 공공 영역은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 발상과 행동의 전환을 보여주기 바란다.

2020-03-23 15: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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