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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시상식/노벨박물관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노벨물리학상과 레이저기술

그냥 부러울 때가 있다.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다. 노벨상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우리나라 과학자가 혹시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가 연신 실망으로 바뀐다. 그때 바로 옆 나라 일본에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배가 아프다.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다. 오사카시립과학관을 둘러보다 한쪽 구석에서 눈동자가 커졌다. 과학 전시물은 다 유치하고 오래되어서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그런데 그곳에 노벨상을 받은 일본 과학자들의 사진과 연구가 전시되어 있었다. 일본 어린이들이 그 곳을 보며 '나도 커서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되어야지'라는 꿈을 가질 것을 생각하니 배가 아려 왔다. 이제 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왜 아직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을 분석한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봤다.◆올해 노벨물리학상과 레이저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집어 본 사람은 안다. 가는 머리카락을 집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보다 1,000 배나 더 작은 것을 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과학자가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광학 집게와 고출력 레이저를 개발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노벨위원회는 미국 벨연구소의 아서 애슈킨 박사와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닉의 제라르 무루 교수 및 캐나다 워털루대의 도나 스트리클런드 교수를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애슈킨 박사는 아주 작은 입자나 바이러스를 집을 수 있는 '광학 집게'를 개발했다. 그리고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산업분야와 의학분야에서 중요 기술로 사용되는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개발했다.우선 애슈킨 박사가 개발한 광학 집게를 살펴보자.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작은 족집게로 집어서 옮기면 된다. 그럼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박테리아 한 마리는 어떻게 옮길 수 있을까? 당연히 족집게로 집어서 옮길 수 없다. 박테리아 입장에서 보면 족집게의 가장 뾰족한 끝 위의 넓이가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축구를 할 만큼 넓다. 그러니 훨씬 더 작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더 작고 예리한 집게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애슈킨 박사는 '광학 집게'라는 놀라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바로 빛으로 집게를 만들어 박테리아를 집어서 옮기면 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빛을 이용해서 세포나 작은 입자를 옮길 수 있는 광학 집게가 만들어졌다.빛을 마치 집게처럼 사용해서 물건을 집어서 옮기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그 원리는 이렇다. 우리는 보통 빛이 여러 파장으로 이루어진 파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빛은 파동의 성질 뿐만 아니라 입자의 성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빛이 입자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가 쉽다. 아주 작은 물체에 빛 입자를 보내면 그 빛 입자가 들어갔다가 빠져나오면서 운동량이 조금 변하는데 이것이 그 작은 물체에 전달되어 움직이도록 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방바닥에 작은 구슬이 있는데 그 구슬을 향해서 작은 빛 입자를 보내면 빛 입자가 작은 구슬에 부딪치고 튕겨 나오면서 그 구슬이 움직인다는 말이다. 광학 집게에서 사용하는 빛은 레이저 빛인데 살아있는 세포를 가만히 붙잡아 두기도 하고 빙빙 돌도록 만들기도 한다. 최근 이런 광학 집게를 이용하여 생물학 실험과 나노기술 관련 연구가 요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다음으로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가 개발한 고출력 레이저 기술을 살펴보자.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종이에 불이 붙는다. 이처럼 빛을 모아서 출력을 세게 하면 종이뿐만 아니라 철판도 뚫을 수 있다. 단일 파장의 빛의 에너지를 세게 해서 만든 빛이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저다. 레이저는 많은 산업분야와 의료분야에서 중요한 기술로서 이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 고출력 레이저를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증폭 장치를 이용해서 레이저 펄스 세기를 크게 키우면 될 것 같지만 증폭 장치가 손상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무루 교수와 스트리클런드 교수는 이 문제를 레이다에서 쓰는 기술을 응용해서 해결했다.이들은 두 개의 격자를 이용해서 레이저 펄스를 파장의 성분에 따라 지연시켜 펄스의 시간폭을 늘렸다. 이후 증폭기로 빛의 세기를 크게 증폭시켰다. 그리고 다시 격자 두 개를 이용해서 시간폭을 압축해서 매우 세고 시간폭이 짧은 레이저 펄스를 만들었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요즘은 피코초(1조분의 1초) 레이저, 펨토초(1000조분의 1초) 레이저, 아토초(100경분의 1초) 레이저 등이 개발되어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여 빛과 물질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도 하고 다양한 재료를 아주 날카롭고 작게 절단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또한 라식과 같은 안과 수술에도 이용하고 있다.◆통계로 보는 노벨상노벨상 수상자는 20대에 박사 학위를 받고 30대 중후반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시작해서 50대 초반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연구의 정점을 찍는다고 스웨덴 노벨재단에서 발표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졌다. 연구재단이 1901년부터 2017년까지 노벨물리학상, 노벨화학상,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과학자 599명에 대한 전수 분석을 한 내용을 담은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이렇다.최근 10년 사이에 노벨상을 받은 수상자들은 평균 37.1세에 노벨상을 받게 되는 연구를 시작해서 53.1세에 연구 정점에 도달하고 평균 67.7세에 노벨상을 받았다. 핵심 연구를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17.1년이 걸렸고 노벨상을 받기까지는 31.2년이 걸렸다. 그리고 20세기에는 30대 중반에 연구를 시작해서 40대에 연구를 완성하고 50대에 연구성과를 인정받아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보다 10년 정도 시간이 늦춰졌다. 전체 노벨상 수상의 평균 나이가 57세이지만 최근 10년 사이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67.7세로 올라갔다.노벨상 수상자들은 젊었을 때부터 논문을 많이 쓴 연구광들인데 평생 291.8편의 논문을 쓴다. 이 중에 노벨상 수상과 관련된 논문은 8편이며 이 논문 한 편당 인용수는 1226.2회나 된다. 특히 핵심 논문 31%는 수상자가 20~30대에 쓴 것이다.'프리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울프상과 래스커상을 받은 후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많다. 울프상을 받은 과학자 네 명 중 한 명이 노벨상을 받았고 기초의학 부문에서 래스커상을 받은 과학자의 절반이 수 년 내 노벨상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미국공학한림원에서 주는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도 프리 노벨상에 포함된다. 나라별로 보면 미국이 263명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그 다음으로 영국(87명), 독일(70명), 프랑스(33명), 일본(22명) 등이다.이처럼 진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 아이디어와 연구방법 및 연구결과뿐만 아니라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보면 노벨상을 받는 비결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봄에 씨를 뿌리고 열심히 키우면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하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본다.(*)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2018-12-12 06:30:00

이장우 (경북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경제칼럼] 대학이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

학생수 감소·제조업 쇠퇴 선진국대학·지방정부 손잡고 위기 극복국토부 '대구 북구 경북대' 사업도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모델 성공을21세기 들어와 대학의 역할은 지식 보고로서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제조업과 도시가 쇠퇴하는 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역할이 발휘되고 있다.지금 대학은 축적된 지식·기술과 인재 풀을 기반으로 커다란 재정 지원 없이도 독자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지방정부의 협력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면서 도시와 지역을 재생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했던 스웨덴 말뫼시는 그 자리에 대학을 유치해 바이오, IT, 재생에너지 등에 집중함으로써 저탄소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새로이 대학에 부여된 사명과 역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첫째, 지방분권화 시대에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2007년 대학 입학 희망자 수가 입학 정원 아래로 떨어지는 추세에 대비해 학교교육법을 개정해 '지역 공헌'을 대학의 새로운 사명으로 법제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대학이 지역 재생과 활성화의 거점이 되도록 했다. 대표적 사례로 요코하마시립대는 지역민을 위한 강의와 시설을 개방하고 마을과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실행해 성공을 거두었다.둘째,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도 독자적 기획과 투자를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은 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 없이 자발적 혁신과 투자를 잘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반면에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대학은 재정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애크런시 정부 형편에도 불구하고 경영대학을 도심으로 이전하고 도심의 쇠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헬스케어센터, 보건의료 시설, 기숙사 등을 설치하였다. 그 결과 타이어 산업의 쇠퇴로 죽어가던 도심이 다시 살아남은 물론 대학의 사회적 평판도 높아져 연구비와 기부금이 늘어나고 학생 수와 교육 수준이 향상되었다.셋째,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학의 독자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학내 문제에만 매몰된 채로는 새로운 사명 수행은 물론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의 경쟁력 회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시는 제조업 쇠퇴로 도시 중심이 슬럼화되어 캠퍼스 주변 치안에까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주디스 로딘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은 도시재생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하고 부총장으로 하여금 각 단과대별, 학과별 진행 상황을 매일 점검하도록 했다. 또 매월 지역 주민들과 정기 모임을 갖고 지역 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유펜(펜실베이니아대)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지역은 물론 대학 명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제조업이 어려워지고 도시가 쇠퇴하는 현상은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내년도 대입 정원은 55만4천 명인 데 비해 수능 응시자는 53만 명 정도인 실정이다. 대학과 지역이 동시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 사례는 이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친환경·선진문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도 이러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대구 북구 경북대' 사업은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모델로서 지역 특화재생 사업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정책이다.경북대는 1년 예산 규모가 3천억원이 넘고 2만7천 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지식과 인재의 허브로 성장했다. 이제는 인재를 키워 내보내는 소극적 역할에서 탈바꿈해 '위기 극복'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2018-12-11 14:29:33

[장하빈의 시와 함께]목련두부 박봉희(1961~ )  

목련시장은 목련이 간판이다 거기 두부 가게는 국산 해수 두부만 판다 나는 그 두부만 사먹었다 몇 번의 목련이 피었다 졌을 때 나는 몇 블록 옆 국산 두부와 중국산 두부의 노점상으로 발길을 돌렸다반값 싼 중국산과 국산의 사이는 너무 가까웠다 한번은 국산, 한번은 중국산을 번갈아가며 샀다 또 몇 번의 목련이 피었다 졌다 그러다가 나는 중국산으로 완전히 기울었다두부 앞에 서면 죄 짓지 않아도 죄스러워진다 두부를 살 때마다 막 출소한 자의 심정으로 두부를 받아든다 두부는 두부일 뿐이다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짜고 굳힌 두부의 일대기 같은 목련, 물오른 나뭇가지 위 두부가 돋을새김으로 돋아난다 ―시집 '복숭아꽃에도 복숭아꽃이 보이고' (문학의 전당, 2018) * * * 바로 우리 집 근처에 목련시장이 있다. 목련이 간판이라서 목련시장이라니! 나는 목련아파트 들어서는 길목에 장이 서서 목련시장이라 부르는 줄로만 사뭇 알았다. 남다른 눈을 가진 자가 제대로 된 시인이다. 시인은 목련시장에 들러 두부를 산다. 처음엔 가게에서 국산 해수 두부만 사고, 그러다가 노점에서 국산과 중국산 두부를 번갈아가며 사고, 나중엔 중국산만 산다. 몇 번의 목련이 피고 질 때마다 장바구니에 담기는 두부의 국적이 이렇게 바뀌었다.그래서인가? 중국산 두부를 주문하고 돈을 건넬 때면 "죄 짓지 않아도 죄스러워지"는 까닭은? "막 출소한 자의 심정"으로 두부를 공손히 받아든다. "두부의 일대기 같은 목련"처럼, 놀랍게도 '목련'을 '두부'에 빗댄 것은 아이보리 색상과 부드러운 촉감이 서로 닮은 것도 그러하지만, 목련과 두부가 "돋을새김으로 돋아나"는 생명성에서 비롯하는 게 아니던가? "콩을 불리고 갈고 끓이고 짜고 굳힌 두부" 속에는 가족의 밥상을 위해 일터나 시장바닥을 바지런히 누비고 다니는 서민들의 애락이 오롯하게 배어 있구나!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2-11 11:32:08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기아선상(飢餓線上)의 아리아

어떤 가수는 노래 한 곡 불러 평생 먹고 살고 또 어떤 가수는 몇 년에 한 번 리사이틀만 해도 떼 돈 번다. 노래 한 곡 안 불러도 전국 노래방서 다달이 보내 주는 돈으로 부자로 사는 가수도 있는가 하면 남이 그린 그림을 자신의 것이라며 그 것 팔아 돈 버는 가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수는 배가 고프다. 특히 '인디 가수'들은 굶는다. 무슨 분야든 인디가 붙으면 가난뱅이다. 인디 영화, 인디 음악 하는 사람 전부가 가난뱅이다. '인디'라는 말은 '인디펜던트'가 본딧말인데 독립이라는 말의 영어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부터 독립하겠다고 싸우던 애국 열사들이 얼마나 고생했는가? 목숨까지 빼앗기기도 했다. 음악에서도 상업적인 거대 자본과 유통 시스템으로 부터 독립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부류를 인디라고 한다. 메탈이나 힙합 같은 구체적 장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 창작성과 자율성에 치중하여 활동하는 대중문화의 아웃사이더들이다. 그들은 독립 소자본으로 설립한 인디 레이블에서 음악을 제작한다. 문외한들은 인디 음악가들은 인기가수가 되지 못해서 인디가 되었다거나 혹은 언더그라운드나 아마추어와 비슷한 개념으로 오인하기도 한다.1994년 서울 홍익 대 앞에서 펑크 클럽 '드럭'이 생긴 것이 한국 인디 음악의 시작이다. 1996년에 'OUR NATION'이 제작된다. 초기의 인디는 질펀한 길거리 난장판 음악, 퍼포먼스적인 왜곡된 이미지만 연출하고 젊은이들의 광란이나 유흥문화의 발흥처럼 음악이 전개되었다. 그러자 인디 음악은 인기가 없어지고 팔리지 않는 괴상한 음악이라는 편견과 아마추어들이 구사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이라는 오래를 받고 대중의 관심에서 일단 지워진다. 그러나 2000년대 인터넷,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자체적으로 저비용의 홈 시스템이 가능해지자 2005년 부터 인디음반들이 급증하며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음악도시 대구에도 인디 음악이 들어왔다.2018년 11월 27일 '인디053'이 주관하는 거리공연(스트릿 어택)을 시작으로 '대구독립음악제'가 시작되었다. 대구독립음악제는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인디뮤지션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프로그램은 '스트릿 어택', '대구인디사운드 페스티발', '인디 컬쳐 포럼'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트릿트 어택은 동성로, 수성 못 등의 야외무대에서 4월 27일부터 11월까지 공연을 한다. 참여 뮤지션은 '안녕 엘시사', '더 튜나스', '전복들', '극렬', '톤 셀트'등 50개 팀이 참여한다. 대구인디사운드 페스티벌은 야외 인디음악 축제로써 대구시민생명축제와 함께 진행되는데 8개 팀이 참여한다. 인디 컬처 포럼은 대구 인디 음악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내일을 살펴보는 학술포럼이다. 여기에는 대구 인디음악과 문화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역인디 음악에 대한 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토론을 펼친다.2018년 11월 6일 대구 2.28 중앙공원에서 장례식이 있었다. 장례식은 음원이 3천 번 재생되어야 패스트푸드에서 커피 한 잔 사 마실 수 있은 수입이라며 인디 음악에 합리적인 구조와 지자체의 예술가 지원 사업을 현실적으로 지원해달라는 퍼포먼스였다. 대구의 인디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이 독립의 대가로 굶어 죽어서야 되겠는가? 십시일반의 시민의 후원이 있어야 산다. 예술의 도시 대구에서 예술 하다 굶어죽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나? 현재 대구 인디음악은 기아선상(飢餓線上)의 아리아이다.

2018-12-11 11:28:28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살면서 만나게 되는 8가지 고통 중에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回苦가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해야 하는 고통, 미워하는 사람과 살아야 하는 고통입니다. 만약 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실까요?미워하는 사람과 만나 살아야 하는 원증회고는 삶을 막장 드라마로 만들고, 사랑하는 이와 이별해야 하는 애별리고는 멜로드라마로 만들지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 보셨습니까?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되는 이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바로 애별리고까지도 사랑이 된 남자의 그리움이 지금 이 생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을 각인시켜주기 때문입니다.남들과는 다르게 점점 젊어지는 숙명을 타고 태어난 벤자민은 어느 시간, 처음 보는 순간부터 한눈에 들어 무수히 떠돌던 날들에도 한사코 잊지 못했던 여인과 살고 있습니다. 함께 할수록 좋은 이들의 사랑은 아이의 탄생과 함께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함께 나이 들어갈 수 없으니 아빠 노릇, 남편노릇을 해주기 힘든 겁니다. 그는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여인에게 남겨주고 빈손으로 떠납니다. 아이가 크기 전에 남편노릇, 아빠 노릇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는 기원과 함께. 덕분에 그의 사랑 데이지는 울타리 노릇 제대로 하는 좋은 남자를 만나고, 그들의 딸 캐롤라인은 그 좋은 남자를 아버지로 알고 잘 성장합니다.반면 그들을 떠난 벤자민은 그리움과 함께 세상을 떠돌면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지 못한 딸을 향해 가닿지 못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 싶다고. 5살이 되면 입학식에도 데려가고 싶고, 6살이 되면 네게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싶다고. 슬퍼할 때는 안아주고도 싶다고. 함께 살지 못하는 딸을 향한 그리움을 품고 세상을 떠도는 그의 편지는 삶이 선물하는 비밀들을 훔쳐보게 합니다."살아서 너무 늦거나 빠른 것은 없다. 너는 뭐든 될 수 있다. 꿈을 이루는데 시간제한은 없어, 지금처럼 살아도 되고, 새 삶을 시작해도 돼.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것을 느끼고, 너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 후회 없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후회가 생긴다면 용기를 내서 다시 시작하렴."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 깊은 곳엔 우리가 기억도 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혹은 생명들의 기원이 숨처럼, 물처럼 흐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그 덕택에 우리가 무사히 숨을 쉬고 생을 배우며 여기까지 온 것인지도.점점 젊어지는 숙명을 타고 났다는 건 태어날 땐 늙었다는 거지요? 백내장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노인으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양로원에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젊은 날의 짐을 내려놓은 노인들이 사는 그 양로원은 그에게는 더없이 맞춤한 집이었습니다. 더 이상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 사이에는 묘한 평화가 흐르는 법이니까요.추억과 연륜을 나이테처럼 가지고 있는 그들은 추억도 없이 늙은 아이를 친구처럼 거리감 없이 대하면서도 아이임을 잊지 않고 돌봐줍니다. 책임감으로 무장하지 않고 삶을 나누고, 사랑이랄 것도 없이 사랑을 베푸는 어른들의 품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법입니다.당장 외출할 것처럼 늘 화사하게 차려입고 손가락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빼놓은 법이 없는 할머니는 외출한 적도, 누가 찾아온 적이 없다지요? 그 외로운 할머니가 그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줍니다. 잘 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느끼는 거라고, 느낌을 담아서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할 줄 아는 노인이었습니다.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법이란다."그 외로운 할머니에게서 벤자민은 피아노뿐 아니라 그리움을 배웠습니다. 사실, 지금 외롭지 않은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평생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입니다. 그런데 그 숙명을 소화해내는 방식엔 차이가 있지요? 거기 양로원을 드나드는 또 한 사람에게 벤자민이 배운 것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이었습니다."삶은 외로운 거야. 우리처럼 특별한 사람에겐 더욱! 비밀 하나 말해줄까? 뚱보, 말라깽이, 꺽쇠, 또 이런저런 사람들, 그들도 우리처럼 외로워 해.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외로움을 무서워한다는 거지."그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두려워하는 뿌리인 거지요? 반대로 그 외로움에 대한 사랑이 삶 사랑의 뿌리이고 자유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거지요?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시간을 살고 있습니다. 저마다의 시간을 사는 까닭에 곧잘 잊습니다. 삶은 헤아릴 수 없는 상호작용이고, 그 상호작용의 결과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다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 오면 무수한 상호작용의 무서움을 알게 됩니다. 벤자민의 말대로 우연이든, 고의든 그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벤자민의 사랑 데이지는 그날의 사고로 무릎 뼈가 으스러지게 전에는 전도유망한 무용수였습니다. 그 날 그 택시기사가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르지만 않았어도, 그 때 그 시간 데이지가 공연연습을 5분만 더, 혹은 5분만 덜, 했더라도, 데이지가 신발 끈이 풀려 다시 묶는 동료를 기다리지만 않았어도, 그 택시기사가 잠시 한눈만 팔지 않았어도, 데이지는 다리를 다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데이지는 다리를 다쳤고, 더 이상 무용수일 수는 없었습니다.무수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삶이 바뀌지만 우리 인생을, 그 복잡한 상호작용 탓으로 책임을 전가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한 사람에게서 그 결과가 드러나면 싫든 좋든 그것은 온전히 그의 삶이 되고 그의 책임이 됩니다. 그러니 삶이 외로울 밖에요.나의 외로움을 사랑하고, 나의 불운을 사랑하고, 나의 행운을 사랑하고, 나의 자유를 사랑해야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현실이 싫으면 미친개처럼 날뛰거나, 욕을 하고, 신을 저주해도 돼. 그러나 마지막 순간엔 받아들여야지."거꾸로 가는 시계를 가진 사람들, 영혼이 육체를 배반하고 육체가 영혼을 배반하며 살아가야 하기에 외로움이 숙명이 된 사람들은 방랑하고 헤매지만 외로움이 두려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진 것도 없이 떠돌며 방랑하다 쫌쫌한 나이테와도 같은 단단한 외로움의 무늬를 가지게 된 사람들이 다다르게 된 생의 깊은 곳을 슬쩍 훔쳐본 기분이 드네요.

2018-12-11 11:23:35

고양이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미지출처: www.companionanimalpsychology.com)

"고양이 합사했다가 고양이 전쟁"…초보 집사, 고양이 합사 성공하는 법

한집에서 생활하는 두 마리의 고양이가 동시에 내원했다. 다섯마리 길고양이가 동거하는 가정에 4개월 전 막내(2·수컷)가 입양되었다. 그런데 첫째인 양이(8·수컷)가 막내를 견제한다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둘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둘의 다툼은 더 격렬해졌고 최근에는 다른 고양이까지 싸움에 합세하여 그야말로 "고양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호자는 우려했다.양이와 막내는 둘 다 심인성 방광염(FIC)과 고양이배뇨장애(FLUTD)로 진단되었다. 심리적 불안상태가 지속되면 발병하는 대표적인 심인성 고양이 질병이다. 치료는 동일했지만 둘의 입원 관리에는 차이가 있었다.내성적인 양이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박스를 제공하고 신경안정제를 추가 처방하였다. 비교적 쾌활한 성격의 막내는 주변이 잘 보이는 입원 칸을 배정하고 간호사들이 자주 놀아주도록 하였다. 퇴원하는 날 보호자에게 둘의 다툼이 지속되는 이유와 고양이 전쟁을 막기 위한 방법을 설명했다.◆고양이 전쟁, 작은 갈등이 싸움으로 번지는 이유?고양이는 현재 반려화가 진행 중인 동물로 각 품종이 가지는 본능에 따라 각 개체의 성향과 표현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낯선 고양이와의 합사는 서로 다른 습관과 언어를 가진 이방인과의 불편한 동거에 비유할 수 있다. 특히나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동거가 시작된다면 다툼의 여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야생의 고양이들은 서로의 영역과 짝을 차지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적정한 타협이 존재한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외상은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양이와 막내의 다툼이 장기화하는 이유는 서로의 일상 패턴과 표현하는 행동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고 성급하게 합사한 탓이 크다. 서로가 "오지마" "날 내버려 둬"라고 표현하지만 두려움과 불안감이 고조된 심리 상태에서는 작은 갈등도 다툼으로 번지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특히나 고양이들이 공유해야 할 공간이 좁고, 식기와 화장실이 적을수록 분쟁의 가능성은 커진다.◆고양이 전쟁 피하는 법고양이행동학 전문가들은 고양이들 간의 다툼을 줄이고자 단계적인 친화 과정을 권장하고 있다.▷친화준비단계: 입양할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와 친화될 때까지 별도의 방에 격리한다.▷친화 1단계: 케이지로 격리하여 탐색하기.입양할 고양이를 케이지 안에 두고 다른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방에서 기존 고양이들이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어느 쪽이든 하악질을 하거나 경계심이 높아진다면 별도의 격리된 방으로 이동한다.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사라질 때까지 반복한다. (서로의 냄새 정보와 행동 언어를 체험하는 과정)▷친화 2단계: 짧은 시간 직접적인 대면 시도하기.입양할 고양이를 다른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방에서 기존 고양이들과 대면 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자는 하드보드지를 들고 있다가 어느 쪽이든 하악질이나 경계 행동을 보이면 서로의 시야를 가려서 다툼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하드보드지만으로 다툼을 막을 수 없다면 1단계로 돌아간다. (서로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는 과정)친화 3단계: 합사.본격적인 합사 후에도 잘 지내는가 싶다가도 돌발적인 다툼이 발생할 수 있다. 기존의 고양이들이 누리던 공간이나 화장실을 간섭받지 않도록 고양이 개체 수 이상의 식기, 물그릇, 화장실 등을 비치하여 갈등의 요인을 줄여준다.3주 뒤 양이와 막내의 가정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서로의 존재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 있었던 양이와 막내 역시 이러한 단계적인 친화 과정을 통해 서로의 행동 언어를 이해하고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익히게 된 것이다.최근에는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은 한 생명을 구하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길고양이 한 마리 더 입양하려는 애틋한 마음이 고양이들에게 불행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보호자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인간의 관점에서 길고양이의 입양은 생명을 구하는 최고의 배려지만, 정작 입양되는 고양이는 그저 새로운 환경이 두렵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급급한 심리 상태임을 이해하여야 한다.고양이의 복잡다단한 행동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어야 진정한 애묘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고양이들에게 보호자가 영원한 집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 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 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8-12-11 09:13:33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의창] 쥐라기 괴물

2017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녀평균 82.36세이다. 2008년 79.60세에서 9년 사이에 3년이 더 늘었다. 평균 연령 100세 장벽은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 같다. 미국 버밍엄대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멀지않은 시대에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일리노이대 올샨스키 교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인간 수명 연장을 방해하므로 사람의 수명을 이처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두 교수는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는 내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각각 150달러씩 내어 펀드에 가입한 뒤, 2150년이 되는 시점에 내기에 이긴 사람의 후손이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2016년 네이처지에서 '인간 최대 수명은 114.9세다'라는 발표가 있고 난 후, 600달러로 판돈의 액수를 키웠다.장수를 돕는 과학 기술로는 장기 이식, 기계 장기, 실험실 배양 장기, 생체공학, 유전자 가위기술이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문제있는 유전자를 쉽게 제거하고, 정상유전자로 바꾸어 주는 꿈의 기술이다. 지난달 26일 중국의 허제쿠이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받아들이는 유전자(CCR5)를 제거한 맞춤형 아기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영화로 보아왔던 쥐라기공원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실체는 영화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을 것이다.지난 세기 나치독일이 우생학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학살과 끔직한 인체실험을 자행한 것을 목격한 바 있는 인류는 기대보다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실이라면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카스9의 개발자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그의 실험 과정을 봤을 때 섬뜩했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모든 과학은 가치 중심적이다. 새로운 발견이 문제가 없고 윤리적으로 용납된다면 축복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괴물을 키운 것이다. 2003년 인간게놈연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하느님이 생명을 창조할 때 사용한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내려준 가장 신성하고 성스러운 선물에 깃든 복잡성과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경외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라며 과학자들의 모임에서 종교적인 연설을 하였다. 과학의 진전이 있을 때 우리 인류는 철학자나 종교인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한다.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2018-12-11 09:03:51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세계의 창] 낯선 타인에 대한 예의

낯선 이와 쉽게 친분 나누는 북유럽타협과 합의의 정치 문화 만들어내친해야 할 사람끼리만 친한 우리들모르는 이들에 좀 더 포용적이어야지난 이맘때, 덴마크 한국 식당에서 몇 사람과 점심을 하고 있었다. 한 부인이 우리 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필자의 스웨터 색상이 예쁘다고 칭찬했다.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놀라 얼결에 고맙다고만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세실리아 박사가 이내 그 말을 받아, "나는 당신 코트 색이 마음에 든다"며 그녀와 대화를 시작했다. 소소한 주제로 한참을 웃으며 얘기가 오갔고, 합석이라도 할 기세였을 즈음 부인은 자리를 떴다.그런데 이런 풍경은 덴마크에서 낯설지 않다. 한번은 동료들과 미술관에 갔는데 스티그 박사가 지나가던 이와 반갑게 인사하며 얘기를 시작했다. 한참 후 스티그 박사는 필자까지 불러 소개시켰다. 자신의 이름과 전공을 밝힌 그 사람은 필자의 연구에 대해 물었고 한동안 대화가 오갔다. 그런데 그와 헤어진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은 뜻밖이었다. 필자와 인사한 이는 덴마크국립박물관의 관장이었고 스티그 박사는 그와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다. 'TV 등에 출연하는 걸 몇 번 봤는데 마침 지나가기에 평소 궁금했던 예산 문제를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그 후 문헌을 통해, 낯선 이와 쉽게 친분을 여는 덴마크 사람들의 성향은 오랜 관습임을 알 수 있었다. 금년으로 개장 175주년을 맞은 놀이공원이자 공연센터인 티볼리는 일찍부터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격의 없이 만나고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1874년, 영국 작가 에드먼드 고시가 묘사한 당시 티볼리의 모습이다. "저녁이면 매우 민주적인 덴마크 생활이 티볼리에 펼쳐진다. 노동자가 외무장관에게 담뱃불을 빌리고 상인 가족이 대사와 함께 어울리는 곳."이와 대비되는 일화도 있다. 인류학자 베스터고드 부부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한 무리의 중국 학생들을 만났다. 그런데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가벼운 인사에 응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나가는 이들과 인사를 건네거나 눈을 마주치는 학생도 없어 부부는 놀랍기도 하고 무례하다고도 느꼈는데,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으려니 짐작했다고 한다.낯선 타인을 대하는 예법은 동서양 간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예법은 친분 있는 이들 간의 것이었으며 생면부지의 타인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가족, 친우, 동문, 동향, 사제 관계 등 어떤 형태로든 연고가 중요했고 대부분의 예의는 연고 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그래서 유교는 연고에 한정되는 규범이란 뜻으로, 친해야 할 사람끼리만 친한 '친친'(親親)주의라는 지적도 있다.이에 반해 '우리' 밖의 낯선 타자에 대한 사회 규범은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에겐 기본적으로 무관심하고, 여기에 안전과 신뢰 문제가 더해져 경계하고 외면하는 방책이 굳어진 것 같다. 낯선 이가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말고 피하라는 행동 수칙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걸 보면 '대문 밖 지옥'이란 표현이 과장만도 아니다.사회는 가정과 친분 밖의 낯선 이들을 포괄하는 범주이다.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누구와도 대화하기 어려운 사회가 있다. 타인과의 격의 없는 관계가 기반이 되었을까. 북유럽은 지난 100년간 타협과 합의의 정치 문화를 만들어냈다. 노사대타협을 이끌고 경제위기에선 보수와 진보가 협력했으며, 실리를 위해서는 지금도 좌우가 기꺼이 손을 잡는다.그러나 그들도 최근 대거 유입된 난민과 이민자 앞에서는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북유럽의 관용주의 역시 최소한의 동질성을 전제로 했던 것 같아 씁쓸하다.우리는 모르는 타인에게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승강기 안 낯모르는 타인끼리의 가벼운 인사, 출입문을 밀면서 뒷사람을 위해 잠시 잡아주는 배려-작지만 중요한, 타인에 대한 예절이 새해에는 일상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2018-12-10 11:27:26

김수정 대구오페라하우스 교육홍보팀장

[매일춘추]오페라 '라보엠'의 첫사랑 이야기

#1. 주머니는 텅텅 비었지만 열정 가득한 청년예술가들이 한 칸짜리 옥탑방에 모여 산다. 시인과 화가, 음악가 그리고 철학자. 때는 칼바람 부는 겨울이지만 언감생심 불평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나 죽으란 법은 없었던지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좀 벌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기로 하고, 당장 카페로 가자며 의기투합한다. 오늘은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니까.#2.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곧 뒤따라 가려던 시인은 뜻밖의 방문객을 맞는다. 마찬가지로 춥고 배고픈 처지지만, 어딘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한 미모의 옆방 아가씨가 뭔가 도움을 구하러 온 것이다. 한 눈에 서로 반한 시인과 아가씨는 곧장 커플이 되어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시인은 아가씨의 찬손을 따뜻한 마음으로 녹여주고 싶었다. 거리에는 하얀 눈이 축복처럼 내리고, 불빛 가득한 카페는 파라다이스처럼 아름답다.#3. 시인과 아가씨는 그 해 겨울을 함께 지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가씨는 병색이 짙었으며, 시인은 여전히 가난했다. 서로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지만, 웬일인지 자꾸 부딪치게 된다. 어느 날 크게 다툰 두 사람은 이제 헤어지자며 맘에 없는 소리를 한다. 아가씨는 시인에게 부담을 주는 자신이 미웠고, 시인은 아픈 그녀를 돌보지 못하는 스스로가 못내 괴로웠던 것이다.#4. 아가씨와 헤어진 시인은 하루도 그녀를 잊은 날이 없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항상 서글픈 마음이다. 그녀도 마찬가지였을까. 어느 날, 죽음의 그림자를 이끌고 시인을 찾아온 아가씨는 숨겨뒀던 진심을 전하고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도 없게 된 두 사람. 아픈 첫사랑의 추억만 시인의 몫으로 남았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첫사랑은 누구에게나 그리운 것이다. 젊었고, 그래서 가진 것이 없었고, 매사에 서툴렀고, 늘 뒤돌아서서 후회했던 시간들이지만, 먼 훗날 되짚어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는다.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가장 사랑받는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La Bohème)은 이렇게 아련한 첫사랑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렌트'로 각색돼 또 그만큼 사랑받은 걸 보면, 어느 시대에나 어떤 영화 혹은 TV드라마로 꾸며진다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스토리인 것 같다. 다가올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역시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르게 되는 오페라 '라보엠'. 가장 낭만적이며 품격 있는 연말을 보내는 데 이보다 멋진 순간이 있을까.

2018-12-10 11:22:36

최기문 영천시장

[기고] 더 나은 출산 환경, 저출산 극복 첫걸음

해마다 새싹 돋는 봄이 오면 초등학교 운동장마다 첫발을 내딛는 신입생들의 해맑은 재잘거림으로 가득 찼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광경은 최근 우리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올해 경북도내 22개 초등학교가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영천시도 초등학교 입학생이 2017년 614명, 2018년 553명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고, 2개 학교는 6학년생이 없어 졸업식을 치르지 못하는 실정이다.특히 학년이 낮아질수록 학생 감소나 신입생 부족으로 입학식을 하지 못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시골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줄어들고 지역경제도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영천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중소 지방도시 대부분 공통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구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영천시 합계출산율은 2015년 1.55명, 2016년 1.41명, 2017년 1.35명으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낙후한 출산 환경이 인구 감소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많다. 더욱이 영천시가 인구 10만 명을 유지하는 '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분만산부인과가 없어 인근 대구나 포항, 경산 등으로 원정 출산을 하는 불편을 겪어왔다.이러한 불편 사항을 감안해 영천시는 민선 7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를 인구 증가로 삼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노력의 결과 지난 7월 말 대비 11월 말 기준 인구가 실제로 1천여 명 증가한 가시적인 효과로 나타났다.지난 7월 영천시는 행정안전부의 저출산 극복 공모사업에 응모해 '해피니스 스타영천 패밀리센터 건립사업'이 선정됐다. 이 사업은 완산동 일원에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공동육아 나눔터, 문화센터, 키즈카페 등을 조성해 임신, 출산, 육아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또 지난 9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공모한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도비 지원으로 망정동 일대에 분만산부인과와 소아과, 산후조리원을 갖춘 (가칭)효성여성아이병원을 건립해 안정적인 분만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2019년 말 완공되는 효성여성아이병원은 출산 기반 시설의 불모지에서 영천시가 이루어낸 가시적인 성과이다.이 같은 출산에 필요한 기반 구축과 함께 시는 출산장려금을 첫째 아이의 경우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6배 늘리고, 둘째는 120만원에서 340만원, 셋째는 540만원에서 580만원, 넷째 이상은 9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올리기 위한 조례도 개정 중이다. 아울러 다자녀 가정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조만간 초중고생 자녀에게 50만~100만원, 대학생 자녀에게는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내년 분만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이 들어서면 출산·양육·교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갖춰 저출산 극복과 인구 증가를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영천시와 같이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중소도시의 경우 젊은 인구 유입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든든한 기업 유치로 청년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앞으로 영천시는 기업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출산과 양육, 교육, 주택,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시책 추진으로 기업과 사람이 몰려드는 도시 조성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2018-12-10 11:22:12

박시윤 수필가

[에세이 산책] 눈

한밤중에 눈이 내린다. 겨울이 미처 닿지 못한 도심의 구석진 마을에도 눈이 내린다. 무럭무럭 만개한 천상의 꽃이 만년의 꿈을 품고 아름답게 지상으로의 밀어를 즐긴다. 자고 나면 가뭇없이 과거로 사라져버릴 테지만, 이 순간만큼은 얼마나 넉넉한가. 우리는 모두 잠들었고, 세상은 고요로 가득하다. 지금쯤 인기척 끊긴 저 먼 곳의 대지는 꽁꽁 얼었을 테고, 풀과 꽃들은 다한 생을 접고 한 톨 깜깜한 씨앗으로 눈을 맞으리. 이 추운 계절을 잘 견뎌야만 암흑의 벽을 뚫고 또 한 번의 절정으로 피어나리.나는 해쓱해진 낯빛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벗들을 떠올린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도 절정이 있었으리. 낯모르는 사람들이 만나 인연을 엮고, 무슨 연유로 소원해져 우리는 '이별'이라는 말조차 사치인 양 멀어졌다. 아옹다옹 다툼하던 벗들은 어디에서 이 눈을 맞을까. 아직 혹한의 계절이 절정에 이른 것도 아닌데 요즘 부쩍 밤이 길다.눈은 누구의 부름을 받고 지상으로 오기에 차디찬 대지를 이토록 따스하게 감싸 안는가. 오늘 밤 불면의 이유를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눈'이라 말하리. 이 밤이 지나고 나도 세상은 뭣 하나 달라질 것 없겠지만, 새하얀 저 빛이 누군가의 사소한 허물들을 덮어, 그를 다시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눈! 아침이 오면 누군가에게 가장 희고 깨끗한 처음이 되리. 그의 발에 꾹꾹 짓눌리면서도 가장 선명한 그의 흔적이 되리. 떠나버린 이와의 따뜻한 재회는 기대하지 않으리. 조용히 내게로 다가와 확확 치밀어 오르는 내 화기를 이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인연이라 해도 눈, 이 짧은 이름을 부르리. 발가락이 꽁꽁 얼고, 철저하게 위장되었던 생각과 믿음들이 모조리 빙점에 이를 무렵, 나는 온몸으로 눈을 맞는다. 볼에 떨어진 꽃들이 주르륵 녹아내린다. 냉정한 사람, 냉정하지 못하여 결국 짧은 생을 마감하는 눈꽃. 그저, 당신이어서 좋았다.좀 더 거세진 눈발들이 슬픔의 발자국과 아픔의 손아귀들을 모조리 덮어 나간다. 천상의 꽃이 새하얀 절정으로 피어난 밤. 먼 곳에서부터 겨울이 오고 있다. 눈이 그치고 새까만 동공을 비집고 쏟아지던 깜깜한 밤도 숙면에 든다.숨죽였던 인기척이 되살아나고, 인간사 모두는 백설의 아침과 조우할 수 있을까.수필가

2018-12-10 11:17:16

김형기 교수

[기고] 안보는 속도조절, 경제는 궤도수정을!

안보와 경제, 이 두 가지는 문재인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다. 안보와 경제에 실패하면 문 정부는 실패한다. 문 정부의 실패는 대한민국의 실패다.당면한 안보 문제와 경제 문제는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중대 문제이므로 정파와 정권을 초월해 접근해야 한다. 특히 국가공동체의 존망이 걸린 안보에는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미 장기침체에 진입한 경제가 더 망가지면 회복 불능일 수 있다.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문 정부의 기본 방향은 옳다. 그러나 현 국제정세와 한미, 북미, 남북 관계의 냉엄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문 정부의 안보정책은 '과속'하고 있다. 우선, 북한의 비핵화가 선언만 있고 그 구체적 이행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북 제재 완화를 선행하려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충분히 조율한 전략에 따른 협력행동에 앞서 단독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러한 과속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데 역효과를 낼 뿐이다.'비핵화가 먼저냐 제재 완화가 먼저냐'를 둘러싸고 미국과 북한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제재 완화 선행 여론 형성을 위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 비핵화 선행을 주장하는 '미국-일본-EU' 축과 제재 완화 선행을 주장하는 '중국-러시아-북한' 축 간의 대치선에서 문 정부는 후자로 기울어지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형국은 한미동맹의 균열과 외교고립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국제사회 특히 미국이 문 정부의 과속에 제동을 걸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정책은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 비핵화도 물건너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치밀하고 신중한 전략 수립에 기초한 안보정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경제정책은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근본취지는 옳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이 고용위기와 경기침체를 심화시키고 있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자영업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의 경영기반이 매우 취약하며 대-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가 심각한 한국경제의 구조를 그대로 둔채 추진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큰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따라서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산업정책,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지역정책의 강력한 선행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산업정책과 지역정책의 추진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분배정책을 실시한 결과 고용위기와 경기침체를 초래하였다.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양극화를 심화시킨 역설이 나타났다.아울러 성장잠재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주도성장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혁신주도성장 정책의 방향은 규제완화가 아니라 중소기업 혁신과 지역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역혁신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지방분권으로 지역의 자율성을 크게 높여야 한다. 요컨대,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혁신주도 동반성장' 정책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용기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이한 대응으로 실기하면 안보와 경제 모두 회복 불능의 사태가 닥칠 것이다.

2018-12-09 16:05:09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이른 아침에] 김정은 방남과 갈수록 제 맘대로 정권

북핵 위협에 가장 위험한 文 정권김정은 옹호 행동 이해할 수 없어더 이상 상식을 기대하기 힘들어'한국 사라질 수도' 공포 국민 지배해방 건국 이후 최대의 민족적 사변인 6·25전쟁을 일으키고 이후에도 숱한 도발을 일삼은 북한 김씨 왕조 3대 후계자 김정은의 답방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내부적으로 남북 간 답방을 합의한 뒤 반대 시위를 무력화시키고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뜸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구체적으로 며칟날 방한할 것인지를 감춘 채 교란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미 문 정권과 김정은은 특정 날짜를 확정해 놓고 보수 진영의 대규모 반대 시위 조직화를 무산시키기 위해 답방 날짜나 여부를 흐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회담장 구석 자리'에 가서 30분간 잠깐 만나기 위해 5박 6일간을 날아갔던 이유가 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방문 재가(?)를 받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경제통상 문제가 주의제인 G20회의에서 한국 대통령이 뭘 했는지 보도된 내용이 없다.동맹이나 이념을 중시하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실리적인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서야 북한 비핵화 문제를 최악의 경우 한국에 덮어씌우면 될 일이기에 '한번 해보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40%대 후반 특히 일부에서는 40%대 초반까지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북으로부터 김정은 답방이라는 구원이 없을 경우에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막을 방법이 없는 지경까지 추락했다.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말 유럽 순방에서 가는 곳마다 '대북 제재 완화'를 김정은을 대신해 외치다 유럽 각국 정상으로부터 'CVID'로 반박당하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거듭했다.이번에도 G20회의에 가는 도중에 들른 체코에서 공식 회담을 거절하고 비공식 면담(?)을 하면서 이스라엘 순방으로 출타 중이던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이 'CVID' 서한을 남기는 '외면'을 당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뉴질랜드에서도 저신다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 면전에서 'CVID'와 '인도적 대북 지원도 거부'하고 있음을 회견에서 발표했다.한독 친선협회 회장인 더불어민주당의 4선 이상민 의원은 EU 순방에서 박대당한 문 대통령 일에 격분하여 자신을 인사차 찾은 독일의 외교관에게 이를 따졌다가 "북을 어떻게 믿냐, 위험한 나라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꼴을 지켜봐야 했다.지금 문 정권은 자신들이 북핵의 위협에 가장 위험한 처지이면서도 북 김정은을 옹호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권으로 전락하고 있다. 무엇이 일국의 대통령을 저토록 북한 문제에만 집착하게 만들고 있나라는 의문이 심각하게 들었다.더 이상 문 정권의 상식을 기대하다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많은 국민들을 지배해 가고 있다. 이제 '문 정권의 과속 김정은 스토킹'에 국민이 나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만약 이번에도 4·27 판문점선언이나 9·19 평양선언 때처럼 국민들이 정권의 선동에 속아 김정은 답방을 환영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진다면 머지않아 '베트남식 공산화'되어가는 대한민국의 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지금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이번 방한으로 가공된 거짓 웃음과 겸손, 젠틀함을 보여주려 벼르고 있을 것이다.며칠 전 참다 못한 해병대가 9·19 남북 합의에 따른 'NLL 비행 추진 금지'를 반대했고 해군도 비행 금지 구역 추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서해 NLL 등으로 비행 금지 구역이 확대되면 서해 5도와 서울 방어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긴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김정은 답방에 온 국민이 나서 김정은에게 제대로 분노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생전에 김정은 밑에서 노예처럼 신음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18-12-09 15:47:37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벽(癖)과 덕 <2>

지난주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해서 성취를 하고자 하는 성격을 뜻하는 '벽'(癖)과 어떤 대상을 광적으로 좋아한다는 의미가 강한 '덕'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다.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벽'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우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벽'은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아이가 공부는 안 하고 덕질을 하고 있는 것은 부모들의 큰 근심거리다.하지만 '벽'이 있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부족하고, 주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우울증이 있는 경우도 많다. 반면 '덕'이 꼭 아이들에게 나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영주에 있는 후배네 딸은 아이돌 그룹 세븐틴 '덕후'였는데, 오로지 세븐틴을 더 많이 보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서울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우리 집 큰애도 중학교 때부터 세븐틴 콘서트에 가고 관련 물품들을 사는 데 용돈의 대부분을 탕진했어도, 자기가 하는 것을 인정해 주면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약속을 그런 대로 지켰으니 딱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 요컨대 '벽'은 뛰어난 성취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지만 그것이 항상 뛰어난 성취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덕'이 공부에 방해가 될 수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생활의 활력소로서 새로운 추진력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벽'과 '덕'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여기에서 '벽'을 가지고 있던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위대한 과학자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인슈타인이 대학에 진학해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취리히 공과대학의 민코프스키 교수가 우연히 그의 수학 답안지를 채점했고,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민코프스키는 입시에 실패하고 대학을 포기하려고 하는 아인슈타인을 직접 찾아가 재수를 권하면서 아인슈타인에 맞는 아라우 공립학교를 추천해 주었다. 엄격한 독일의 김나지움과 달리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아라우에서 열심히 공부한 아인슈타인은 1년 만에 취리히 공과대학에 합격을 하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을 살린 것은 교육 제도보다 우연과 특이한 인연들의 영향이 더 컸다고 할 수 있다.아인슈타인과 같은 인재를 키우는 것은 일반적인 교육 제도로는 어렵다. 그에 대한 보완책이 영재 프로그램이고, '벽'을 가진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펴고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경시대회이다. 이에 대해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이 금기시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018-12-09 14:57:27

하응백 문학평론가

[광장] 대충 살자

1960년대 이후 우리는 '하면 된다'는 신화에 사로잡혀 살았다. 식민지 시대의 패배 의식과 전쟁의 상처와 절대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신 무장이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앞장서서 국민정신 개조에 나섰고, 정주영 같은 기업인은 맨땅에 조선소를 건설하는 등의 추진력을 보임으로써 '하면 된다'가 거짓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 그런 '하면 된다'의 정신은 사회적 화두로 등장해, 군대·기업·학교·가정 등 사회의 전 분야에 침투해 주류 이데올로기로 형성되었다. 군대에서는 '까라면 깐다'라는 이른바 'KK정신'으로 미화되기조차 했다.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에서 놀랄 만한 성적을 올리면서 '하면 된다'는 정신은 한국인들에게 더욱 내재화된 것으로 보인다. 86아시안게임에서 가냘픈 소녀 임춘애는 중거리 육상 800m, 1500m, 3000m 세 종목을 석권하면서 '하면 된다' 정신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이 소녀는 당시 '라면 먹으면서 운동' 했다고 해서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라면을 먹고도 세 종목을 석권한 것은 '하면 된다'는 불굴의 정신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어 가능했다는 믿음이, 온 국민에게 종교처럼 퍼져 있던 시절이었다. 임춘애가 "코치 사모님이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주셨다"가 한 언론사에 의해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고요"로 둔갑한 것은, '하면 된다'는 신화에 온 국민이 얼마나 몰두하고 있었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그러나 세상에는 해도 안 되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레슬링 선수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발레리노가 되기 어려운 것처럼, 애초에 안 되는 일은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한 개인으로 보자면 안 되는 일은 수없이 많다. 몸치인 사람은 총검술과 태권도, 무용이나 사교춤에는 젬병이다. 음치인 사람은 일류 성악가가 될 수 없다.'갓바위'에서 부모가 아무리 열심히 절을 해도, 그들의 모든 고교 3학년 자녀가 일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자명한 이치다. 모두 부자가, 모두 성공한 기업인이, 모두 훌륭한 시인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면 된다'는 수십 년 동안 주류 이데올로기가 되어, 해도 안 되는 일이 많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억압을 형성했다. 해도 안 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식에게 혹은 사회 후배들에게 '하면 된다'의 신화를 강요했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하지 말라며, 그들을 윽박질렀다. 하지만 이제 젊은 세대들은 '하면 된다'가 거짓임을 깨닫고 있다. 우리 자신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하려 했던 그 사실을, 기성세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젊은 세대들은 보다 본격적으로 간파하기 시작했다.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의 제목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이다. 나이 40세인 저자는 "열심히 살수록 예상과 다른 결과에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대충, 설렁설렁 살 수도 있고,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오히려 편안해졌다고 말한다.절대 빈곤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하면 된다'의 신화에서 벗어나, 해도 안 될 수도 있으니 대충 살자, 또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살자. 좀 편하게 살자.

2018-12-08 05:30:00

신복순 작 '통나무 집'

[내가 읽은 책]월든(헨리 데이빗 소로우/강승영 옮김/은행나무/개정3판 2011)/월든 호수가 들려주는 이야기

미국 산문 문학의 고전이 된 이 책은 소로우가 28세 되던 해에 월든 호숫가의 숲으로 들어가 2년 2개월을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직접 통나무로 집을 짓고 밭을 갈아 농사를 지었으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던 소박한 생활과 더불어 높은 정신적 삶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렸다."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으며,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깨닫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139쪽)19세기에 실험적인 생활을 했던 소로우의 모든 것이 21세기를 사는 지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대자연을 대하는 태도나 인생을 생각하는 근본적인 부분은 충분한 감동을 준다. 또 명상에 대해서나 공자의 말을 인용한 구절에서는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대자연 속에 산다는 것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느끼며 사는가에 따라 가치와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소로우의 생각과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무척 흥미로웠다.개미나 다람쥐, 다른 여러 동물과 식물들, 월든 호수의 계절에 따른 변화 등, 세밀한 관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얼음을 뚫고 호수의 깊이를 100군데 이상 조사해서 호수 지도를 만드는 모습이나, 언 땅이 녹을 때 변하는 모래의 움직임까지 관찰하는 대목에서는 진정 자연을 사랑하고 교감하며 산다는 것을 느꼈다. 또 눈 속에 갇혀 아무도 오지 않아도 풀밭의 생쥐처럼 포근하게 살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은둔하지는 않았다. 방문자도 많았고 때때로 마을로 찾아가기도 했다. 특히 소로우는 순결, 정결, 절제를 강조했는데 육식과 커피, 차를 멀리하고 소박한 음식을 즐기고 맑고 높은 정신적인 삶을 원했다.눈이 펑펑 내리는 긴 겨울밤에 멀리 시인이 방문하여 유쾌하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나, 또 굳은 신념을 가진 철학자와 장시간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도 진정한 기쁨을 주었을 것이다.1847년 9월 6일 소로우는 월든 호수를 떠났다. 결론 부분에서 소로우는 독자에게 자기 자신을 탐험하고 마음속에 발견 못 하던 지역을 찾아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이 책은 자연 묘사가 뛰어나고 월든 호수 및 숲의 모습, 그 속에 사는 동식물의 모습이 세밀하게 잘 그려져 있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소로우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자연 속에서 살며 깨달은 참다운 인간의 길을 알려주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시절의 체험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신복순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12-08 05:30:00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종교칼럼]로마의 희망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던 무렵의 로마는 제정 시대로 접어들면서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팍스 로마나(로마의 평화)라고 불리는 태평성대를 누리는 동안 로마는 세계 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고, 거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유럽 문명의 기초를 놓아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달러화는 로마 제국의 금화 솔리두스의 제일 앞 자를 따서 S로 쓰고, 영국의 파운드화는 로마 제국의 무게 단위 리브라의 첫 글자 L로 표시한다. 로마의 달력, 로마의 법률과 행정체계들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그러나 로마가 처음부터 압도적인 국력으로 이웃나라들을 제압했던 것은 아니었다. 로마의 찬란한 문화적 업적들은 그리스에서 건너온 페다고기들(교육을 담당한 노예들)을 빼고는 성립할 수 없었으며, 로마인들은 그리스풍의 문예가 이룩한 높은 성취를 동경했다. 서양의학의 천년을 지배한 거성 갈레노스만 해도 로마에서 활약한 그리스 출신 지식인 중의 하나다. 오죽하면 로마의 대시인 호라티우스가 "정복된 그리스가 자신의 정복자 로마를 정복했다"고 감탄했겠는가.그런데 로마가 어떻게 해서 그토록 높은 수준의 문명을 자랑하던 그리스를 제압하고 헬레니즘 세계의 막을 내리게 되었을까. 여러 가설 중의 하나는 그리스와 로마의 신분제에서 답을 찾는다.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은 철저한 순혈주의와 그에 결합된 위계구조를 통해서 계층 간 이동을 막고 엘리트 위주의 사회를 유지한데 반해서, 로마는 타 민족과 문화를 로마의 이름하에 포섭하는데 열려 있었다. 특히 로마의 노예는 10년간의 의무 노동을 마치고 나면 자유인이 될 수 있었는데, 바로 여기서 로마와 그리스의 운명이 갈렸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그러니까 로마의 노예는 비록 천한 신분일망정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유를 누릴 수 있었고, 이는 노예의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으로 작용해서 로마 제국에 대한 충성과 직업적 성실성을 낳게 했다는 것이다. 나는 비록 고생을 하지만 내 자식에게는 새로운 삶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이 그가 몸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로 이어진 경우다.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있다는 희망, 내가 수고하고 애쓴 만큼 내 자식들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은 그만큼 강력한 것이다. 그리고 이 희망은 고대 로마뿐만 아니라 오늘날 대한민국이 누리는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견인한 동기가 되었다. 교육에 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이 입시의 공정성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금수저건 흙수저건 간에 공부 하나라도 잘하면 입신양명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러니까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어떻게든 유지하고픈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욕구임에 틀림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예전 학력고사 시절처럼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줄을 세우자는 의견은 시대의 변화를 외면한 퇴행일 뿐이다. 이미 이전 시대의 입시 위주 교육이 어떤 폐해를 낳는지는 거개가 익히 알고 있다.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를 맞아들이는 시점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 세대가 '나보다 더 많이 벌게 하는', '나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방법이 아닐 것이다. 소유의 크기에 관계없이 다음 세대가 '나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근본이 무엇일지 묻는 것, 삶의 의미에 대해서 묻는 것이 올바른 질문법이 아닐까.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2018-12-07 10:17:17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내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인생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읽는 사람 많으면 그만큼 행복해져소설가 최옥정 유언 독서 이유 설명서른다섯 살 때인가 교도소에 갔었다. 동행한 두 분은 단풍놀이라도 온 듯 여유로웠다. 대조적으로 나는 도살장을 본 황소처럼 떨었다. "저…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저는 막 춥고 무섭고, 얼빠져 갖고 제정신이 아니네요." 내가 엄벙덤벙 주워섬기자, 환갑의 L이 물었다. "혹시 교도소에 처음 와 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자, L은 대견하다는 듯이 뇌었다. "너, 참 세상 편하게 살았구나. 참 착하게 살았어." 불혹지년의 J는 "난 고향에 온 것처럼 친숙한데!"라고 했다. J는 젊은 시절에 시국사범으로 옥살이를 했었다.가장 먼저 들른 무슨 '실'에서 주민등록증과 소지품을 꺼내 놓고 대신 명찰을 받았다. 명찰에 '지도' 혹은 '선도'라고 씌어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다. 그저 '방문'이라고 적혀 있었는지도. 몇 개의 철문을 통과했다. 교도소장은 아니었지만, 교도소에서 꽤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과 차를 마셨다. 그는 좋은 일 하러 오셨다고, 치하해 주었다.'글쓰기반' 담당 교도관은 미안해 했다. "좀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신청자가 거의 없네요. 훌륭한 분들 모셔 놓고 정말 민망하게 됐습니다. 대개 귀찮아하기는 합니다. 종교 하는 분들, 바른 생활이니 도덕 함양이니 정의 실천이니 하시는 분들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자주 오거든요. 그분들이야 봉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말씀을 해주십니다만, 아이고야, 여기 사는 사람들 귀에는 다 지겨운 설교죠. 초코파이나 사탕이나 군것질 거리라도 나눠 준다고 하면 좀 신청자가 있을까. 그래도 이번 프로그램만큼은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글쓰기 강좌는 진짜 처음이거든요. 시, 수필, 소설! 말만 들어도 황홀하네요. 글 쓰게 도와주고 좋은 책 얘기 들려주고 얼마나 좋아요. 똑같더라고요. 지원자가 여덟 명밖에 없어서 스무 살 갓 넘은 애들 여섯 우격다짐으로 끌어왔습니다. 너희들은 감옥이 대학이거니 생각하고 하나라도 배워야 한다. 너희들이 언제 문학을 배워보겠냐 하고 강제로 포함시켰습니다."나는 덜덜 떨며 무슨 '실'로 들어갔다. '글쓰기반'에 모인 수인들은 가슴에 숫자를 달고 있었다. 세 자리 혹은 네 자리. 수인들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여유로웠다. 표정으로만 따진다면, 내가 더 수인 같았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수인님? 대놓고 '수인'이라고 호칭할 용기는 없었다. '아저씨?' 갓 스무 살에서 환갑 넘은 게 틀림없는 백발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포진한 사나이들을 '아저씨'로 퉁칠 수 있을까. 열 명은 파란색 옷, 네 명은 황색 옷이었다. '파란색옷님'과 '황색옷님'이라고 부를까."선생님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성의 없게 하자니 별 볼일 없는 놈으로 깐볼 것 같고, 공들여 하자니 때와 장소도 가리지 못하고 잘난 체하는 놈으로 오해 받을 것 같았다. 적당히 하고픈데, '적당히'처럼 어려운 게 없었다. 나는 문학이 어쩌고저쩌고, 글쓰기가 이러니저러니, 독서가 이러쿵저러쿵 마구 주워섬겼다.수인 한 분이 불쑥 물었다. "근데요 소설 쓰시는 분이라니까 한번 물읍시다. 소설을 왜 읽어야 합니까?" 나는 문득 넋이 나가버렸다. 중3 때부터 소설이 쓰고 싶었고 문예창작학과씩이나 다녔고 좋다는 소설깨나 읽었고 심지어 '소설은 사람의 지식과 사상과 감정을 문자로 형상화하여, 사람 간의 이해와 소통을 가능케 하고, 사람의 소양 발전과 인식 확장과 감정 조율 등에 기여한다'고 떠들고 다녔지만, 사실 소설 따위를 왜 읽어야 하는지 자신 있게 알지 못했다.이제 왜 읽어야 하는지 안다. 왜 읽어야 하냐면, 내 말보다, 향년 54세로 올해 9월 이 세상을 떠난 고(故) 최옥정 소설가의 유언이 명쾌하다. "책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소설을 많이 읽기를 바란다. 나는 믿는다. 소설 읽는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그만큼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내가 아닌 타인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인생을 보여주며 기다리고 있는 소설, 내년에는 많은 사람이 읽기를."

2018-12-06 16:20:13

임재양 외과 전문의

[매일춘추]도시농업<2>,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

시민들이 농사에 관심이 많다보니, 우리 정부도 다양한 지원책들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가 농업기술센터. 농사를 원하는 시민이 각 지역의 센터로 흙을 보내면, 성분분석을 해 준다. 인, 질소, 칼륨, 마그네슘 등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성분들을 분석해 주고, 모자라는 성분을 어떻게 보충하라는 친절한 처방까지 무료로 내려준다.그리고 각 도시마다 대규모로 도시농업박람회를 하고 있다. 도시농업을 장려하고 정보를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대구도 6년 전부터 하고 있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다. 그만큼 도시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증거다. 참가하는 인원수로만 보면 대성공이다.하지만 땅 성분을 분석하고 부족한 것을 처방내리는 방법이나 현재와 같은 도시농업박람회에 대한 아쉬움은 많다. 자기가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사람은 농산물 수확량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농산물을 바란다. 식물이 잘 자라도록 성분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한 농산물을 어떻게 키우는지 정보를 줘야 한다.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한 농산물은 미생물이 많고 다양한 영양분이 있는 땅에서, 자기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물과 영양분을 찾아가면서 자란다. 그렇다면 부족한 영양분을 간단하게 비료로서 해결하라고 알려줄 것이 아니라 좋은 흙을 어떻게 만드느냐를 가르쳐야 한다.도시농업박람회조차 수경재배에 대한 정보가 있고, 실내에서 LED조명으로 키우는 방법을 신기술이라고 선전하고 세미나까지 열고 있는 실정이다. 다양하게 퇴비를 만드는 방법은 아예 없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손으로 뽑는 것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간단하게 비닐 멀칭으로 해결하라고 말하면 안된다. 비닐 멀칭은 손쉽게 잡초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습기가 항상 뿌리 주위에 있어서 식물 스스로 물을 찾아 깊게 뿌리를 내리지도 못하고 다양한 미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은 흙을 만들 뿐이다.정부는 장기적으로 시민을 교육시켜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숙제를 던져줘야 한다. 그래야 농사에 대해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망가진 환경을 생각하고, 건강한 농산물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간다.더불어 궁금한 현실적인 문제에 답을 줘야 한다. 도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궁금한 것은 과연 도심 농사가 안전한가이다. 공기가 나쁜 도심에서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를 키워도 안전한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야 배기가스 영향은 없는지 등 이런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지자체에서 지역에 따라 이런 부분의 안전성에 대해서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2018-12-06 12:17:37

[이종문의 한시산책]나도 몰래 맘에 드네  /     어느 과부

말 위의 하얀 얼굴, 저 선비는 누구일까 馬上誰家白面生(마상수가백면생)요마적 석 달 동안 이름 몰라 애태웠네 邇來三月不知名(이래삼월부지명)내 오늘사 알았다네, 그 이름 김태현을 如今始識金台鉉(여금시식김태현)가는 눈 긴 눈썹이 나도 몰래 맘에 드네 細眼長眉暗入情(세안장미암입정) 우리나라 최초의 시문선집인 '동국문감(東國文鑑)'의 편찬자 쾌헌(快軒) 김태현(金台鉉:1261-1330). 그는 부지런히 노력하여 일찌감치 학문을 이룬데다, 그 풍채가 단아하고 눈과 눈썹이 그림처럼 고왔던 미남자이기도 했다. 그가 일찍이 동료들과 함께 어느 선배 집에서 학업을 익히고 있을 때다. 선배는 빼어난 면모를 지닌 쾌헌을 기이하게 여기고 사랑하여, 여러 번 안채로 불러들여 음식을 대접하곤 했다. 그 선배의 집에는 이제 막 과부가 된 딸이 있었다. 그녀는 시 한 수를 지어 문틈으로 쾌헌을 향해 내던졌다. 그 시가 바로 위의 작품이다.과부로부터 난데없는 연애편지를 받았을 때, 쾌헌의 나이는 몇 살쯤 되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통해서 볼 때, 그는 아직 결혼하기 이전의 총각이었거나, 결혼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유부남이었을 게 분명하다. 좌우간 말 한마디 나누어 본 적이 없는 젊은 외간 남자를 향한 여인의 진솔하기 짝이 없는 고백과 담대하고도 저돌적인 데시가 정말 뜻밖이다. 왕년에 나도 연애편지 깨나 써보았지만, 신체의 어느 부분에 반했다는 등의 거침없는 고백을 해보지는 못했다. 더구나 그녀는 이제 막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여인이 아니었던가."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얼음 위에 댓잎자리 보아 임과 나와 얼어 죽을망정/ 정(情) 준 오늘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널리 알려져 있는 고려가요 '만전춘(滿殿春)'의 한 대목이다. 물론 과부 여인이 지은 시가 '만전춘'과 같은 남녀상열지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좋아하는 남자를 향한 여인의 마음은 '만전춘'처럼 뜨겁게 느껴진다. 둘 다 막가파라는 점도 서로 닮았다. 고려시대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시대 여인과는 전혀 다른 막가파 여인들이 살았던 게다.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너무 궁금해 하지도 마시고, 쓸데없는 상상도 하지 마시라. 쾌헌은 바로 그 날로부터 그 선배의 집에 발걸음을 뚝 끊어버렸다고 하니까. 참 싱겁구나,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도 두어 권 썼더라면 좋았을 텐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18-12-06 12:16:55

유병천 E.World 대표이사

[매일춘추]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 대구

얼마 전 모임이 있어서 대구 삼성 창조 캠퍼스에 갔었다. 넝쿨이 멋들어지게 감싸고 있는 옛스러운 건물들과 그곳에 입주해 있는 벤처기업들, 그리고 대학 캠퍼스가 연상되는 널찍한 공간과 건물들이 매우 근사해 보였다.'대구에 이런 곳이 있었나'라는 생각에 건물들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마침 같이 동행한 대구 토박이 직원이 말을 건넨다. "여기는 예전에 제일모직이 있던 자리이고, 저 넝쿨이 있는 건물이 그 당시 직원 기숙사 건물이예요." 반세기전 청년 기업가였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대구에서 어떤 마음으로 창업을 하고 사업을 일궈갔을까. 역사가 깃든 넝쿨을 올려다보며 기업경영이란 '고난과 극복의 이중주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새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면, 제임스 앨런의 책 '창업자 정신'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읽는다. 기업이 성장을 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위기들을 이겨내는 기업의 잠재력이 무엇인지를 항상 내게 각인시켜 준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은 반역적 사명의식, 현장중시, 주인의식, 이 3가지를 가지고 기업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만들어간다.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성장에 도취되어 한눈을 파는 순간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사명의식이 사라지거나, 현장의 소리를 무시하거나, 관료주의가 고착화되기 시작하면 기업을 성장 가능하게 했던 유연성이 사라지고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속도저하'가 나타나며 어느 순간 끓는 물에 담긴 개구리처럼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자유낙하'가 시작된다는 것이다.기업은 기업 자체가 아니다. 직원과 가족과 지역사회의 이해가 함께 걸려있다. 지속가능 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내년 사업 계획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삼성과 마찬가지로 코오롱, 효성 등도 대구경북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다. 이런 큰 기업들은 아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잘 노출되지 않은 대구의 중견기업들도 꽤 많을 것이다. 이들은 대구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면서 언젠가는 삼성 창조 캠퍼스의 넝쿨처럼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다.4차 산업의 중심에 있는 전기자동차, 로봇산업, 첨단의료산업 등에 대구시의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예전처럼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창업자 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고 있다면 대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한다. 척박한 환경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것처럼, 시시각각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기업들이 대구에서 많이 탄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믿는다. 대구는 글로벌 기업을 만들어낸 창업자의 저력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2018-12-06 12:13:08

이강호 (사) 한반도 통일연구원 고문

[기고] 말의 의미와 가치를 살피다

우리 인간은 말로써 살고, 말로써 생활하고, 말로써 죽는다. 우리는 말이고 말이 우리이다.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하며 인격은 운명을 결정한다.사랑도 배우는 것이며 공포도 배우는 것이며 편견도 배우는 것이며 미움도 배우는 것이며 존경도 배우는 것이며 친절도 배우는 것이며 예의도 배우는 것이다. 이 모두를 말로써 배우고 습득한다. 말로 정서와 사고를 표현하는데 이미 두 살 정도의 나이에 언어 습득 과정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때 배운 어휘들은 그 사람의 세계를 구성하며 남은 일생 이 말을 사용하게 되고 이 말이 습관이 되고 그런 것들이 자신이 되는 것이다.그들은 말을 배울 때 선생님도 없고 교사도 없으며 단지 부단히 청취하고 기억, 분석, 비교를 통해 마침내 모든 단어의 의미를 부여한다.두 살이면 보통 간단한 말을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데 그다지 틀리는 데도 없다. 그들은 부모의 말을 많이 듣는다. 부모의 말이 상스러우면 상스러운 대로 받아들인다.이런 과정에서 자란 아이는 이것을 당연한 것, 매우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 그것이 습관화됨으로써 영영 자기의 것이 되어 버린다. 부모가 하는 말이 그들에게도 습관이 되는 것이다.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다. 말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마음을 잘 다스린다. 말에서 자신을 다스린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부가 혼란되어 있다는 증거이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며 어느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쁜 말은 화(禍)로 돌아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뱉은 말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고 자신을 끊임없이 옭아매기도 한다.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말에 사랑과 진실, 정의가 담겨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말의 빈곤은 지식의 빈곤, 경험의 빈곤, 감정의 빈곤을 의미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 양분을 공급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좋은 말은 자양분이 되고 상스러운 말은 독소가 된다.케네디를 케네디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말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톨스토이, 공자 같은 성인도 말을 잘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상이 전파되고 계승되는 것이다.여기에서 우리가 특별히 유의할 일이 있다. 정치인의 말이다. 그들의 말이 사회와 국가에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함으로써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경우는 실로 헤아릴 수 없다. 근래에도 몇몇 정치인들이 상스럽고 저질적인 언행으로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가 하면 정치 불신을 가져오게도 하였다.정치인이 말을 함부로 하면 사회와 국가는 분열되어 싸움판이 된다. 세계사에서도 보았듯이 전쟁까지도 치르게 된다. 정치인이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함은 그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정치인은 국민의 공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공감은 국민들을 통합시키고 합일시킨다. 이를 국민동원력이라고 하는 것이다.이것이야말로 국력의 주요한 한 부분이다. 21세기를 공감의 시대라고 일컫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말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좋은 사회, 좋은 국가로 나아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2018-12-06 12:02:16

이창남 작

[갤러리 탐방]리안갤러리 이창남 개인전 (29일까지)

내가 살고 있는 집에는 살림살이가 없는 축에 낀다. 그리고 오래된 물건도 그다지 없다. 내가 잘하는 차트 매기기를 하자('쓸데없는 곳에 머리쓰기 베스트' 같은 차트가 있다면 상위권에 오를 만하지만). 우리 집에서 쓰는 가장 오래된 물건 베스트5가 어떨까. 아, 책은 제외. 1위는 누군지도 모를 친척에게 어머니를 통해 들여온 쌀뒤주. 2위는 역시 어머니가 나를 배 속에 가진 기념으로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았다는 이바하 피아노. 3위는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곧잘 쓰던 우윳빛 머그컵. 4위와 5위도 어머니... 따지고 보니 난 오래된 물건을 안 쓴다. 찾아보면 몇 개 있겠지만, 모르겠다. 내가 물건에 그렇게 애착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 스스로도 뜻밖이다. 이런 내가 서양화가 이창남의 그림을 본다. 그렇다면 나는 이 그림이 좋을까, 싫을까.이 사람에게는 새로운 뭔가에 대한 호기심이 도통 없는 건지, 그림 속엔 온갖 오래된 방안의 물건이 묘사된다. 내가 보기에 그는 과슈 물감을 회화에 쓰는 이유가 뭔지 알고 쓰는 흔치 않은 화가다. 전시 제목 앞부분이 'On The Wall'이니까 벽에 붙어있는 가구와 그 속에 포함된 것들, 그리고 벽에 뚫린 창밖 풍경까지가 딱 관찰 범위라 할 수 있겠다. 제목 뒷부분이 'Drawing & Painting'인데, 설명을 들어본즉 (밑그림 식으로 그리는)드로잉과 (물감을 붓질해 입히는)페인팅을 같은 급에 놓고 취급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다 좋은데, 보통 이럴 땐 두 가지 그림 값도 같을지 궁금하긴 하다. 뭐 그런 의미보다 재빠른 손을 필요로 하는 이런 난도의 그림조차 별로 어려울 게 없다는 자부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적어도 그림에 관한 태도가 곧고 순수한 구상 계열의 많은 화가들이 절대적 미를 세워놓고 거기에 전통의 격으로 접근하는 방법과 달리, 이창남은 보통 그림의 격에서 탈락한 후줄근함에 빛을 비춘다. 그는 자기 그림이 탄생하는 그곳의 신산함을 작품 소재로 빨아들이는 리사이클링 과정을 작업에 도입한 셈이다. 분위기 있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무리에게 일절 장식이 배제된 커피집들도 환영받지만, 낡고 허름한 가정집 벽을 터서 원래부터 거기 있었을 법한 가재도구를 둔 채 이사를 가다 만 것 같은 곳에서 커피를 파는 가게도 인기다. 이렇게 뜬금없는 대중의 감성구조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이 작가와 화랑은 가지고 있다.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2018-12-06 11:06:09

삽화 권수정

[이주향의 이야기와 치유의 철학] "누구나 얼굴에 흔적은 있어"

한 사람이 가족으로 온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찾아오는 거지요? 하나의 세계가 훌쩍 들어오니 삶의 지형이 바뀌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로 인해 바뀌는 삶이 반가울 수도 있고,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혹은 반가우면서 버거울 수 있지요? 만약 평범하지 못하고 남들과는 다른 결을 가진 존재가 가족으로 온다면 어떨까요?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는 평범하고 건강했으나 살면서 장애를 겪게 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체 장애를 겪는 사람들, 발달장애를 겪는 사람들,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들, 사고를 당한 사람들, 그들을 가족으로 둔 까닭에 남들과는 다른 아픔과 괴로움과 외로움을 겪으며 좌절하거나, 다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원더(Wonder)'라는 영화, 보셨습니까? 거기 주인공 어기는 남들과는 다른 흉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쳐다봅니다. 그런 불편한 시선을 감당하기에 어기는 아직 어려서 초등학교도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야 했던 소년입니다. 그래도 어기는 복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 누이가 모두 어기를 사랑하니까요.의지할 곳이라곤 가족밖에 없는 아들을 둔 엄마와 아들은 한 몸인가 봅니다. 홈스쿨링을 접고 중학교를 들어간 아이가 외모 때문에 학교에서 받은 상처는 고스란히 엄마의 상처가 되지만 '원더'의 엄마는 아들의 상처를 성장점으로 바꿔낼 수 있는 따뜻한 어른입니다. 왜 난 이렇게 못생겼냐며 처연하게 묻는 어기에게 엄마는 따뜻하고도 단호하게 이렇게 말합니다."아니야, 넌 못생기지 않았어. 네게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알게 될 거야. 누구나 얼굴에 흔적은 있어. 나의 이 주름은 너의 첫 수술 때 생긴 거고, 이 주름은 너의 마지막 수술 때 ... 얼굴은 우리가 갈 길을 보여주는 지도고, 또 우리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는 지도야. 절대로 흉한 게 아니야."참 좋은 엄마지요? 그 덕에 어기는 진실하고, 호기심 많고, 배려할 줄 아는 소년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를 어기에게 내어주고 엄마의 사랑에 목마른 채 외롭게 성장해야 했던 누이 비아는 어떨까요? 비아는 동생의 홀로서기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엄마를 수긍하는 착한 딸이지만 그래도 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 동생에게 전적으로 엄마아빠를 빼앗기고 일찍 철들어야 했던 비아의 독백이 짠,합니다. '어기는 태양이다. 엄마와 아빠와 나는 그를 도는 행성이다. 부모님은 내가 이해심이 많다고 하지만 아니었다. 나는 그저 가족문제를 하나 더 보태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현실에서는 그런 가족이 많지요? 전적으로 돌봐야 하는 형제 혹은 자매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외로움을 친구 삼아 스스로 성장하느라 애늙은이가 되어버린 형제 혹은 자매! 양보가 일상이 되어버린 그 아이들의 외로움은 누가 받아주고 누가 돌봐주나요?다행히 비아에게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모두들 어기를 중심으로 도는 태양이지만 할머니에게는 비아가 태양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단다." 외로운 비아가 따뜻한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어기는요?" 그 때 할머니가 어떻게 대답했을까요?"어기도 사랑하지, 그런데 어기는 지켜주는 천사들이 많잖아. 네겐 내가 있다."비록 그 할머니가 돌아가셨어도 사랑은 남는 거지요? 남아서 문득문득 비아를 숨 쉬게 할 공기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원더'의 가족은 복이 있습니다. 최상의 복은 서로서로 사랑하는 것일 테니.그래도 어기의 학교생활은 만만치 않습니다. 한심한 친구들은 편을 먹고 놀리는데, 학교에 정붙이게 해주었던 친구 잭이 뒤에서 딴소리 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만약 자신이 어기처럼 생겼으면 자살했을 거라구요. 얼마나 망연해졌을까요, 갑자기 학교 자체가 정떨어지겠지요?그런 저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은 가족대로 속이 쓰리지만 어쩔까요? 힘겨운 싸움을 하는 전쟁터의 전사는 어기인데. 엄마아빠 누이가 어기를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학교를 대신 다녀줄 수 없고, 대신 싸워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가족이 할 일은 대신 해주는 일이 아니라, 격려해주고, 지지해주고, 기다려주는 일일 테니.잭도 그렇지요. 어기를 놓고 그렇게 심한 말을 하긴 했어도 그 말이 어기에게 전해질 줄은 몰랐을 겁니다. 그는 생각이 있는 친구니까요. 장난삼아 던진 돌에 어기가 피 흘리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잭은 비열했던 자기 행동을 뉘우칩니다. 그러나 참회의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네요.잭은 부끄러운 자기행동으로 가장 좋은 친구를 잃어버렸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그 때 어기를 괴물이라 놀리며 괴롭히는 줄리앙을 봅니다. 잭은 불이익을 감수하며 비열한 줄리앙을 때려눕힘으로써 진정성에 가닿습니다.어기를 괴롭혀왔던 줄리앙과 줄리앙의 부모를 면담하며 괴롭힘에 대해 단호한 학교 입장을 설명하는 교장선생님의 말씀도 인상적입니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가 시선을 바꿔야지요."장애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지요? 평범하지 않은 사람, 뭔가 불편해 보이는 사람, 사실 그들은 우리의 시선과 연민을 받아야 하는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독특한 자기 운명을 마주하며 자기 생을 살아가는 고유한 존재입니다. 길에서 우연히 그런 사람을 만나면 그가 불편하지 않게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평생을 장애인과 함께 살아온 의사, 장애인 인권이야말로 인권의 바로메타임을 강조하는 이일영선생(한국 장애인 재활협회 부회장)은 지난 세기까지는 서구에서도 장애인을 보는 최상의 시선이 자비심이나 연민이었다고 말합니다. 불쌍하니 도와야 한다는 거지요. 그러다가 20세기 후반부터 장애인의 삶을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됐다고 합니다. 장애인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똑같이 고유한 자기 삶을 사는 시민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그들의 삶은 남의 연민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입니다.그런데 이제는 인권을 넘어 국가 책임의 차원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의 가족들이 그리고 장애인을 돌보는 선생님들이 인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고 국가의 중요한 존재이유라는 겁니다. 국가는 장애인들이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가족들이나 장애인을 돌보는 선생님들이 너무 많은 부담에 지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우린 아직 멀었지만 희망은 있는 거지요?

2018-12-06 05:30:00

박선우 변호사

[알쏭달쏭 생활법률] 이혼소송에서 권리금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까요?

Q : 갑은 배우자인 을과 이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갑과 을은 번화가에서 큰 음식점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음식점의 권리금이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경우 갑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음식점의 권리금을 이혼 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까요? A : 권리금(영업권)은 새로운 형태의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었지만, 권리금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탓에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다뤄지기보다는 재산분할 비율을 정하는데 있어 참작사유 중 하나로 고려되어 왔습니다.그러나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영업권의 가치가 권리금이라는 구체적인 금액으로 산정된 경우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포함한 경우가 있고, 구체적인 가치가 산정되지 않은 경우에도 독자적인 감정을 통해 권리금을 구체화시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도 있어, 권리금을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다룬 사례가 있습니다. 따라서 권리금이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인정되고, 그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이혼소송에 있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박선우 변호사(sunnnw@nate.com)

2018-12-05 22:42:41

[권영재의 대구음악 유사]거지떼

한국 전쟁이후 몇 년 동안 대구 시내에서는 "중앙, 중앙 거지 떼들아! 깡통의 옆에 차고 부잣집으로 달려라, 달려라 부자 집으로."라는 미국 가요응원가 곡에다 가사를 붙인 노래가 유행하여 많은 대구 시내 국민 학교 아이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 특히 대구국민학교나 수창국민학교 남자 아이들은 중앙국민학교 교문 앞에 와서 이 노래를 대놓고 합창했다. 싸움을 걸기 위한 전주곡으로 이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그 시절 중앙국민학교(현 중앙초등학교) 아이들을 왜 '거지 떼'라고 불렀을까? 대구서 모르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도 모르고 문헌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답을 찾을 수가 없다. 한동안 잊혀 가던 이 노래가 다시 기억에 떠 오른 건 얼마 전 서양 교향악단의 연주 중에 '중앙 거지 떼'의 전곡이 연주되었기 때문이다. 행진곡 형태로 신나게 연주되었다. 그 시절 이런 고급 음악에 왜 이상한 가사를 붙여 노래를 했을까?공평동 중앙국민학교 담 너머에 법원과 검찰청이 있었다. 형무소, 육군본부, 도지사 관사, 경찰국장 관사, 시청이 부근에 있었다. 학교의 서쪽에는 동성로 가게골목과 양키시장이 있었다. 동인동, 공평동, 주택가에는 양키시장, 동성로에서 금은방, 카메라 상회, 전자 상회를 경영하는 부자들이 살았다.중앙학교는 고급공무원과 부잣집 아이들과 피난 온 가난한 집 아이들이 같이 학교에 다녔다. 빈부의 차이가 이렇게 심한 학교는 없었다. 피난민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면서 중앙국민학교는 학교 건물은 전처럼 그대로 있어도 알맹이는 팔도조선 축소판 학교로 변질되었다. 여태 보지 못한 아이들의 돈벌이가 시작되었다. 북쪽에서 내려 온 아이들은 주로 신문배달이나 신문팔이를 했다. 구두닦이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극장 포스터 붙이기, 미군들의 사택에서 '하스 뽀이(하우스 보이)'도 했다. 밥 굶고 돈벌이를 하는 초라한 아이들을 보면 분별없는 아이들 눈에는 거지로 보였을 것이다.전쟁이 끝나고 피난민 학교가 없어지며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이들은 중앙국민학교에 편입되어 대구 사람이 되었다. 전쟁 중에는 공평동 학교가 미군에게 징발되고 경북의대 부속병원 앞에 있는 공터에 판잣집(나중에 동덕국민학교가 됨.)을 지어 놓고 저학년은 거기서 공부를 하고 고학년은 신천에서 노천 수업을 하였으니 이들이 거지가 아니겠는가!고급공무원 그리고 부잣집 아이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 그리고 피난민이 주축 되어 거지와 다름없이 겨우 먹고 사는 빈민촌 아이들에 대한 측은지심과 경멸의 감정이 거지 떼라는 단어로 분출되었다고 생각이 된다. 이 노래를 부르던 축들은 어는 덧 노인들이 되었다.'중앙, 중앙 거지 떼' 노래가 어린 시절 들어도 무감동이고 지금 들어도 화가 나지 않는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자신이 거지가 아니었으니 감정이 생기지 않고 못사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거지와 다름없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별 화날 것도 없었다.당시의 거지는 요즘은 거지와 달리 야비하거나 추악하지 않았다. 거지라는 말은 다만 하나의 존재에 대한 명칭이지 멸시의 대상은 아니었으므로 노래 또한 기분상할 일이 되지 못했다. 미스 코리아 손미희자, 가요왕 손시향, 남일해 그리고 야구의 신 이만수와 이승엽등이 거지 떼의 후손들이다. 언제 선후배 모두 모여 '중앙 중앙 거지 떼'들아 크게 합창 한 번했으면 좋겠다.전 대구적십자병원원장

2018-12-05 16:42:49

조종수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장

[기고]대구시의 지역건설 활성화 대책 시의적절

대구는 과거 전국 건설 현장을 누비면서 전국 주택 건설 경기의 호황을 이끌었다. 지역 경제에 있어서도 대구 건설업계는 지역 인프라 확충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왔으며 지역사회 공헌에도 많은 노력을 해왔다.대구의 종합건설업체 수는 현재 407개사로 전국 1만2천607개사 중 3.2%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마다 업체 수, 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역 건설 경기는 2015~2017년 역대 최고 수준의 3조원대 계약 실적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로 전환되고 있다.특히, 대구 건설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건설의 경우 최근 지역 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에서 대부분 외지 대형업체가 독식함에 따라 지역업체가 소외되고 있어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로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우려가 되고 있다. 2017년 이후 최근까지 외지업체들은 13개 단지 1만6천131가구, 3조738억원어치 공사 수주를 싹쓸이했는데, 3조원은 대구 건설협회 전체 회원사의 한 해 동안 수주 금액과 맞먹는 수준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따라서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이러한 때에 대구시에서 건설협회의 건의를 통 크게 수용하여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지역 건설업체 참여율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20%까지 지원하고 설계에도 지역 설계업체가 참여할 경우 가점을 3%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대구지역 정비사업장에서 지역 건설업체와 지역 설계업체를 파트너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최대 23%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지원받게 되는 유례없는 혜택을 받게 되었다. 참고로 20%는 전국 최고 수준으로 대전 17%, 부산 15%, 광주 10%, 울산 5%, 서울인천 0% 등 전국 주요 도시보다 높다.이러한 대구시의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적극적인 지원 대책에 대구 건설업계를 대표하여 환영과 감사의 뜻을 표하며, 이를 계기로 지역 정비사업에 지역 건설업체 참여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민의 관심과 협조도 부탁드리고 싶다. 지금처럼 지역 정비사업을 외지 대형업체가 계속 독식한다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정비사업에는 사회간접자본과 기반시설 등 대구시 공공재원이 대규모로 투입되는데 그에 따른 사업 부가가치와 지역 자본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건설업은 타 산업에 비해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기 때문에, 지역 정비사업을 지역 건설업체가 시공할 경우 하도급사, 자재장비업자 기타 연관 산업과 함께 동반성장 효과를 일으킬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그뿐만 아니라 조합원 입장에서도 용적률 인센티브 지원을 통해 사업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어 조합원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므로 지역 건설업체가 수주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역민의 지역사랑이야말로 지역 건설산업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므로 지역민의 애정 어린 협조와 지원을 다시 한 번 간곡히 당부드린다.

2018-12-05 10:31:00

[장하빈의 시와 함께] 반지/ 이 향(1964~ )

끼고 있던 반지를 벗었다희미한 자국이조금 슬픈 듯 자유로워 보였다 처음,반지를 끼던 날이 생각났다당신 때문이라고 밀어붙이지만내 스스로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걸 빠져나와 보면 너도 알겠지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었다는 걸, 이제조금은 알 것 같다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도꼭 나쁘지만은 않았지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가끔은 공유했던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반지는테두리를 더 고집하게 될지도 모른다 ―시집 『희다』 (문학동네, 2013) * * * 손가락에 대한 '반지'의 사랑을 통해 만남과 헤어짐의 의미를 되짚고 있다.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자,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둥근 테두리! 그것을 보고 슬픔과 자유로움을 함께 느끼는 건 만남과 헤어짐이 동시에 뇌리를 스쳐 가서인가? 때때로, 만남은 억압과 복종을 요구하고, 헤어짐은 해방과 자유를 허락한다. 억압과 해방, 복종과 자유, 옭아맴과 벗어남은 사랑과 결별이 갖는 각각의 속성이다.따라서 사랑은 해방과 자유보다는 억압과 복종에 더 가까운 것! 그렇지만 "저 강기슭 너머까지 우리를 옭아매던 그때"의 황홀한 사랑의 순간을 떠올려 보라! 만해(萬海)의 시구처럼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한"게 아닐까? 그래서 "반지는 반지대로 손가락은 손가락인 채로" 하나의 테두리를 남기듯, 연인은 연인끼리 "외로움을 서로에게 끼우며" 그렇게 사랑하고 공존해야 할 터!시인 · 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12-04 17:17:06

정우창 교수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1)

(정우창 대구가톨릭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경상북도는 민선 7기 "새 바람, 행복 경북"의 역동적 추진을 위해 도지사, 부지사, 실국장, 과장 등 간부 60여 명을 대상으로 매주 금요일 오전 7시에 전문가를 초청하여 특강을 실시하는 조찬 포럼을 실시하고 있다. 이철우 도지사의 아이디어다. 11월 30일에는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필자가 특강을 했다.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모든 간부가 간식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특강에 열중하는 모습에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그 날의 특강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이번 지면에는 산학연관 역할 중 중 기업과 대학의 역할, 다음 지면에는 연구소와 관의 역할에 대해 소개한다.먼저 기업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기업은 학연관으로 부터 지원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산학협력이 아니라 산학지원인 셈이다.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신입사원을 처음부터 새로 가르쳐야 한다"고 불평할 게 아니라 대학 교육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받기만 하는 시스템을 주고 받는 산학협력 관계로 바꾸어야 한다. 먼저 강소 기업, 지역 스타 기업, 프라이드 기업, WC300 기업, 중견 기업 등 지역의 우수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바쁘지만 기업의 작은 봉사가 산학연관 협력을 극대화시키고 기업은 더 큰 이익을 가져 갈 수 있다.다음의 대학의 역할이다. 대학은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연구중심대학은 논문 쓰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많다. KAIST 박종욱 교수에 따르면 신소재과 교수 1인당 연평균 SCI 논문 수는 약 10편, MIT 재료공학과는 5.4편이다. KAIST가 2배나 많다. "매달 1편씩 논문을 쓴다는 것은 연구 없이 글쓰기 만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지난 정부 산업부 R&D전략기획단장을 지내고, 중견기업 규모의 학교기업을 탄생시킨 서울대 박희재 교수는 "공대 교수들조차 산학협력엔 뒷전", "논문만 신경, 대학연구가 산업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지난 10월 30일 중앙일보가 2018년 대학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와 교육여건이 각각 100점, 학생교육 및 성과 70점, 평판도 30점을 합해서 순위를 정했다. 경북대학은 20위 안에 없었고, 영남대학은 3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지역 대학은 대부분 교육중심대학이다. 우수한 논문을 쓰기보다는 학생을 잘 교육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중앙일보는 교수연구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 3개를 합해 교육중심대학 순위도 발표했다. 천안에 있는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학)이 탄탄한 산학협력 시스템을 기반으로 취업률 1위, 창업지표 1위 등을 차지하면서 2009년부터 10년째 1위를 차지했다. 10위 이내에 지역대학은 역시 없었다. 지역 대학의 분발이 요구되고, 코리아텍을 벤치마킹해야 한다.산학협력은 대학 생존과 지역기업을 위해 연구/교육중심대학 모두에게 필수다. 산학협력의 중심은 교수다. 이론으로 무장된 교수가 기업을 열심히 학습하면 기업을 선도할 수 있다. 기업 선도 능력이 있는 교수는 지역기업과 다양한 형태의 산학협력 구축을 통해 교육, 연구, 봉사 등 교수능력 향상, 학생 취업이나 현장실습 기회 제공, 링크 플러스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등 국책사업 수행을 통한 대학 경쟁력 향상, 애로기술 자문이나 교육, 우수한 인력 공급 등 다양한 형태로 지역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 산학협력은 대학과 지역 기업이 윈-윈 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이다. 모든 교수는 산학협력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2018-12-04 11:45:26

김정희 대구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외래교수

[매일춘추]미역, 세대를 연결시켜주는 인연의 끈

딸 아이가 미역국을 찾는 걸 보니, 보양식이 필요한가 보다. 맛있는 것을 먹고 힘내고 싶을 때, 딸은 친정엄마가 만드신 미역국을 찾는다. 다행히 비슷하게 흉내낼 수 있는 나의 음식 솜씨에 안도하면서, 찬물에 미역을 불려본다. 미역은 참 재미나게 생겼다. 물 속에서 자란다는 점도 신기한데, 긴 지느러미를 닮은 모양마저 특이하다. 이런 미역을 왜 우리 선조들은 아이를 출산하거나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생일날 끓여 먹었을까.나도 여느 산모와 마찬가지로 첫 딸을 낳았을 때, 미역국을 먹었다. 한 여름에 태어난 우리 딸 덕분에 광어를 넣은 시원한 미역국을 맛봤다.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한 친정엄마의 특별한 메뉴였다. 딸 아이는 마치 그 때 맛본 친정엄마의 미역국 맛을 기억하듯, 격려와 지지가 필요할 때 이렇게 미역국을 찾는다.나 또한 엄마의 첫 딸이다. 엄마도 나를 낳고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한 그릇을 비웠을 것이다. 그리고 넘쳐나는 젖을 내게 물렸을 엄마의 모습은 마치 나의 육체에 생명수를 공급하는 성모 마리아와 닮았을까. 딸 아이와 달리 외할머니가 끓여주신 미역국 맛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외할머니의 사랑이 엄마를 통해 전달되었던 그 탄생의 순간을 생각하면, 탯줄을 통해 전달된 그 무언가가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미역은 긴 모양만큼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일지도 모른다. 마치 탯줄처럼 말이다. 또 그 인연의 끈은 매년 다가오는 생일날을 기점으로 다시 연결된다. 운동장의 길게 널려진 만국기처럼 한 해의 추억이 깃든 사진을 남기면서 말이다.미역국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온 나는 지인이 초대한 가요제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가요제에 참석한 대부분이 60대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40대 초반인 뭔가 모를 부적절함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짧은 영상이 소개되면서 가요제는 시작됐다. 영상의 내용은 우리 부모세대가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땅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영상이 끝난 직후, 가요제의 분위기는 다소 경건함이 맴돌았다.불과 몇분 전의 부적절함 대신 감사와 존경심이 가득 차올랐다. 너무나 당연해서 가끔은 잊고 있었던 마음이었다. 세 아이의 엄마로서 살았을 엄마의 삶은, 어쩌면 한순간 한순간 지탱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만큼 힘겨울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순간의 고비를 넘기며 나를 낳아준 엄마가 없었다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다. 그 때였다. 미역국을 보면서 느꼈던, 내 안에 전달된 그 무언가가 다시 느껴졌다. 나와 엄마가 다시 연결되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다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이제는 안다. 추운 겨울에 인력거를 끌면서 살아가는 노인에게도 삶의 빈곤함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도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의 삶에서도 사랑과 생명력, 삶의 지혜가 있다는 것을. 오늘도 삶의 고비마다 그들은 어떻게 헤쳐 나갔을지 궁금해하며, 그들의 지혜를 듣는다. 맛있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말이다.

2018-12-04 11: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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