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농학계 대학생들의 꿈

청년들 농장 경영 꿈 키우고 싶어도부모의 반대로 이룰 수 있을지 걱정'투자의 귀재' 로저스 농업 투자 강조미래를 위해 진지한 소통 선행돼야 지난주 한 학기 강의를 마치고 몇몇 학생들과 상담이 이루어졌다.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상담시간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수년간 학생들과 상담을 진행해왔지만 교수와 학생 간 소통의 틈새가 너무 커 때로는 답답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요즘 학생들은 교수가 강의하듯 상담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필자는 짜장면이나 간식 등을 먹으며 상담하는 방법을 좋아한다. 학생들이 즐기는 음식을 나누면서 서로 생각을 허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진로에 대해 상담한 내용을 잠시 소개하자면 '급속하게 변화하는 시대에 조화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목표와 꿈을 가져야 하나?'라는 주제가 가장 많았다. 이번 상담에서는 최근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것을 계기로 맥도날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업계와 글로벌 식품 포장재 기업의 '플라스틱 빨대 퇴출'이 지구촌 공동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과 반발에 대한 내용으로 대화가 이루어졌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것처럼 일부 호텔, 항공사, 크루즈선 업체들이 빨대 퇴출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서 친환경 실천에 대한 법 규정에 앞서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와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대해 토론하였다. 많은 학생들의 의견은 환경친화적 기업이 성공할 수 있고, 변화하는 미래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니 미래산업이니 하는 화려한 문구가 아니더라도 생존을 위한 친환경 산업이 부상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근본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산업은 성장하기 마련이다. 내연기관을 대체할 전기자동차,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와 첨단기술을 이용한 바이오헬스케어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모두가 사람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산업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산업이 있다. 바로 '농업'이다. 농업이야말로 인간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가장 근본이 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농업이 미래산업'이며 여기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몇 년간 상담한 학생들 중 일부는 소나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경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반대로 이를 이룰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말하는 농업이라는 기존의 네이밍(naming)에 갇혀서 새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 미래시대를 준비하는 출발점이라고 이야기해주곤 한다. 첨단 농법이나 스마트 농업이라는 거창한 테두리를 치기보다는 농업 속의 문화, 농업과 함께하는 문화, 삶 속의 문화로서 농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화 시대를 맞이하여 경쟁력 있는 인재양성과 함께 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농업이 중요한 산업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은 한국형 6차 산업화의 주축인 '농업'을 진정한 미래산업으로 이해하고 꿈을 키워가고 있으나, 정작 부모들은 그 꿈에 도전조차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필자도 그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떤 직업군이 미래에 전망이 있을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사람이 시작하고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행복하기를 꿈꾸는 미래시대의 희망을 위해서라도 진지한 소통의 장이 가정에서 먼저 선행되기를 소망해본다. 김민규 얼룩 삽살개 복제 성공. 서울대학교 수의학 박사

2018-06-21 15:29:02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평천하를 꿈꾸며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68년이 지났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장엄한 뜻을 새기고, 명복과 영원한 안식을 빈다. 두 번 다시 이런 전쟁의 비극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엄숙히 해본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러시아 사할린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한을 담은 코르사코프 망향의 동산에 세워진 귀국선 모형의 위령탑 비문에 "짧은 여름이 지나 몰아치는 추위 속에서 이 분들은 굶주림을 견디며 고국으로 갈 배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혹은 굶어 죽고, 혹은 얼어 죽고, 혹은 미쳐 죽는 이들이 언덕을 메우건만 배는 오지 않아, 하릴없이 빈 손들고 민들레 꽃씨 마냥 흩날려, 그 후손들은 오늘까지 이 땅에서 삶을 가꾸고 있습니다."라고 김문환 선생은 쓰고 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한 한인들은 귀국의 푸른 희망을 안고 코르사코프 항구로 모였으나, 모국에 정부가 없다는 이유로 귀국이 거부되어 동토에서 무국적자로 기약 없는 타향살이가 지속되었다. 역사에서 한 사례를 보듯이 국가가 없는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 우리는 나의 조국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아 행동으로 국력을 향상하는데 힘써야겠다. 그러기 위하여는 먼저 자신을 가지런하게 가다듬은 행동으로, 집안을 잘 다스려 화평한 수신재가(修身齊家)를 이루어야 한다. 사자소학의 한 구절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검소하고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다."라는 말이 있다. 독자는 '만원의 행복'이라 불리는 책 한권으로 저자의 사고와 경험을 독서를 통해서 통찰할 수 있다. 그 결과 시대흐름에 맞는 일을 하게 되어, 만인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어 보람과 자아를 실현하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것이다. 돈 또한 수익의 일정액을 저축하여 예금한 가용자본으로 자산을 늘려,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는 자녀양육과 부모 봉양 그리고 가족 간병 등 경제적 문제에 애로가 없도록 하자. 무너져 가는 집안을 일으키는 굴기(崛起)의 정신을 가지고 뜻을 세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개미는 집이 무너진 이유를 헤아리기 전에 잠 잘 집을 당장 짓듯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리더가 되자. 잘 했을 때는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못 했을 때는 격려와 위로를 하는 고수가 되자. 대한민국의 하늘 아래 금수강산에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

2018-06-21 12:14:01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낮잠의 효용성, "Siesta"

"상상만 해도 학교를 다니고 싶게 만들거나, 요즘 학교에 꼭 있었으면 하는 과목은 무엇인가요?"라는 흥미로운 질문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 중 압도적인 비중의 과목은 "낮잠 시간"이었다. 공부도 게임도 하지 못하는 잠만 자는 시간의 과목! 과도한 학습시간으로 인하여 제대로 잘 시간도 쉴 시간도 턱없이 부족한 고된 일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쉴 시간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바램은 비단 아이들의 바램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잠깐이라도 쉬고 자는 것은 무척이나 게으르고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휴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여기에 길들여진 생활패턴은 우리로 하여금 늘 책상에서, 사무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적인 IT기업들을 중심으로 회사 내에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휴식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 참 인상적이다. 낮잠을 인정하고 그 시간을 부여한다. 우리 아이들이 애타게 원하는 과목의 그 시간, 낮잠의 시간과 공간이 그들에게는 주어지는 것이다. 왜?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이 일의 효율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기업의 새로운 시각과 휴식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혁신적인 접근과 시도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잠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생산적인 활동으로 신체와 정신을 회복, 성장시키고자 하는 뇌의 능동적인 작용의 현상이다. 인간은 한밤 중과 이른 오후에 잠을 자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우리 몸안의 생체시계가 하루 2회에 걸쳐 졸음을 유발한다. 기상 후 6∼7시간이 되는 시점, 이 시간대는 하루주기에 있어 즐거움이나 타인에 대한 감정, 정서의 균형상태가 가장 낮아지는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오후의 낮잠은 기분이나 각성도 뿐만 아니라 인지수행 능력과 창의력의 강력한 원천인 몰입의 강도를 증가시켜 학습능력과 업무능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10∼20분 정도의 잠깐의 낮잠으로 우리의 몸과 기분이 가벼워지고 맑아진다. 단, 20분 이상을 경과할 경우에는 수면무력증으로 뇌를 정상상태로 회복하는데 시간적 보상이 필요하게 되고 항상성으로 인하여 밤잠을 방해할 수도 있기에 낮잠의 시점과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효율적인 낮잠의 기술이다. "씨에스타"(Siesta). 더운 나라들에서 점심시간 무렵의 낮잠과 휴식시간을 일컫는 용어다. 무척이나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 여름, 자신만의 시에스타를 누려보자.

2018-06-21 12:12:17

김상운 경북경찰청장

대구시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2018년 7월, 우리 경북경찰의 역사에 큰 획을 긋는다. 52년 동안의 대구 북구 산격동 시대를 마감하고 안동 신청사 시대를 열기 때문이다. 1945년 광복 직후 경상북도 경찰부로 창설된 경북경찰은 1967년 현 청사로 이전했으며, 1981년 대구경찰청 분리 이후에도 계속 대구에 남아 경북의 치안 수요를 담당해 왔다. 경북경찰청의 안동 신청사 이전은 새로운 경북의 중심인 도청신도시로 이전한다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 무엇보다 경북경찰청이 경북도민의 품으로 돌아와 관할 지역에서 치안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이다. 경북은 대표적인 도농 복합지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과 긴 도로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인인구 비중도 19.4%에 달해 전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고령화 지역이다. 또한, 재작년부터 연이어 발생한 경주포항 지진과 일부 국책사업과 관련한 갈등 상황 등으로 치안 부담이 상당한 곳이기도 하다. 경북경찰은 넓은 관할과 고령화된 지역 특성상 교통사고 예방과 노인 안전에 치안의 중점을 두고 있다. 보행자 위주 예방 활동과 안전한 교통 환경 조성 등 교통사고 줄이기 노력을 지속해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교통사망사고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도적으로 노인 안전 종합치안대책을 추진한 결과 노인 대상 범죄 및 보이스피싱 피해가 줄어드는 성과를 보여 '2017년 사회적 약자 보호 분야'에서 전국 지방경찰청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며, 국민의 신뢰와 사랑이 경찰을 지탱하는 근간이다. 안동 신청사 이전과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도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경찰로서 자리매김하려 한다.경청과 소통·배려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주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어려움을 진정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도민 감동치안'을 최우선시하겠다. 아울러 주민과 함께하는 공동체 치안 활동을 강화해 범죄 예방 환경을 조성하고, 전국 최고로 평가받는 사회적 약자 보호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강절도 같은 민생 침해 범죄는 단호히 대응함으로써 도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다. 청사 이전으로 생활 터전을 옮겨야 하는 일부 직원들의 걱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청사 환경에서 근무하는 만큼 새롭게 도약하는 경북경찰의 일원으로서 치안 서비스의 수준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 모든 직원들의 각오다. 경북경찰은 관사 91곳과 2인 1실의 교육동 숙소 25곳을 마련해 직원 주거를 돕고, 9월에는 직장어린이집을 개원한다. 육아와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상 출퇴근을 희망한 직원들을 위해 통근버스 6대를 2년간 운행할 계획으로 일가정 양립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신청사 건립 시작부터 이전까지 헌신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전하며 우리 경찰이 언제나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함께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경북경찰은 7월 경북도민대구시민과 함께한 52년을 바탕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100년을 향해 힘찬 첫걸음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지면을 빌려 대구시민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한다. "경북경찰의 산격동 시간은 행복했습니다. 지난 52년, 대구시민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2018-06-21 11:57:34

[새론새평]헌법에 '지속가능한 발전' 수용 필요성

고문현 한국헌법학회 회장 경제 사회 환경 등 전 분야 걸쳐 추구유엔, 2030년까지 분야별 목표 설정헌법개정안에 시대정신 규정하여한국형 ‘지속가능한 발전’ 수립해야 헌법은 한 국가의 법체계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의미에서 최고법이자 기본 틀을 담은 것이라는 의미에서 기본법이다. 국회에서는 1987년 제8차 개헌 이래 30여 년 만에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발족하여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여야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합의된 개헌안조차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그 결과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헌법개정안에 대한 동시투표조차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더 나아가 지난 3월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대하여 국회에서 표결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국민소환제와 같이 책임을 묻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국회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회(이하 국회개헌특위 자문위)는 합의된 단일안은 아니지만 헌법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본인도 말석으로 참여한 바 있는 위 국회개헌특위 자문위는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빠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공정하고도 중립적인 백년대계를 담은 제10차 헌법개정안을 마련함으로써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의 일부를 담당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제 6·13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국가의 기본틀인 헌법에 담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30여 년 만에 맞이한 헌법 개정 논의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헌법개정안에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1992년 리우 선언 이후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수차례의 국제적인 회의에서 향후의 세계적인 발전을 인도할 기본 원칙으로 확인됐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개념은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세계위원회(브룬트란트) 보고서인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미래 세대가 전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이 정의를 수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5년 제70회 UN총회에서는 경제, 사회,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2030년까지 인류사회가 추구하여야 할 비전과 지구공동체 번영의 지향점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UN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한 바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인류 공동의 목표로서 빈곤퇴치, 건강 및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지속가능한 도시, 지속가능한 농업, 기후 변화 대응, 정의, 평화 등을 포함한 17개 분야, 169개 세부 목표, 232개 지표 설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고 체감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Korean-SDGs)의 수립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과 국회개헌특위 자문위의 헌법개정안의 조문 위치는 각각 다르지만 모두 시대정신인 ‘지속가능한 발전’을 규정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의 헌법에의 수용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각 분야마다 ‘지속가능한 발전’에 힘써서 미래 세대에 대하여서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한국형 지속가능발전 목표의 초석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고문현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2018-06-20 17:56:18

배성희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러시아 월드컵에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스웨덴과의 첫 경기에서 패한 대한민국 팀도 멕시코, 독일과의 남은 두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본선 진출)를 얻길 기대해본다. 월드컵에서도 아름다운 음악은 빠질 수 없다. 클래식 음악과 축구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역시 '쓰리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테너의 화려한 고음은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골 장면 만큼이나 듣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역시 예외없이 개막 축하무대에 성악가와 가수들이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요즘 핫한 미모의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화제에 올랐지만,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내심 섭섭한 마음도 있다. 바로 바리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이야기다. 1962년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태어난 흐보로스토프스키는 넓은 땅 만큼이나 좋은 음악가들이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 음악계에서 그야말로 혜성같이 나타났던 특급 괴물이었다. 1989년 영국 카디프 콩쿠르에서 브린 터펠을 제치고 우승하면서 깜짝 등장했던 그는 독특한 발성, 멋진 외모와 카리스마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인기 오페라 가수가 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을 중심으로 로시니, 베르디, 푸치니 등의 오페라에서 주인공으로도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흐보로스토프스키가 암에 걸려 투병한다는 사실이 최초로 전해진 것은 2015년이었다. 수술 후 병세가 호전되어 다시 오페라 무대에 복귀,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 등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합병증으로 2016년 말 다시 연주 중단을 알렸다. 결국 2017년 11월에 향년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불과 5년 전인 2013년 붉은 광장에서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이중창을 멋지게 부르던 흐보로스토프스키의 모습을 영상으로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최근 그의 마지막 레코딩인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렛토'(2016년 7월 녹음)가 음반으로 출시됐다. 이 작품은 흔치 않게 바리톤이 주인공을 맡는데, 타이틀 롤을 맡은 흐보로스토프스키는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창을 들려준다. 주인공 리골레토는 딸의 불행을 슬퍼하는 역인데, 그 역시 슬하에 자녀 넷을 두어 그 애잔함이 더욱 리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러시아 음악의 영광을 피끓는 목소리로 들려주었던 흐보로스토프스키의 이름과 노래가 오래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018-06-20 11:21:20

남기정 대구고등법원 기획법관

난민 소송 활성화를 바라며

대한민국에 난민법이 제정된 지 5년이 지났다. 이전에는 출입국관리법의 일부로 난민의 출입국 규정만을 두었으나 지난 2013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20년 만에 난민의 출입국뿐만 아니라 그 지위와 보장, 재정착 난민의 수용 등에 관한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아시아 국가 중 진일보한 형태의 독립적 난민법을 최초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이 모아졌고 이는 국제인권법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고하는 데 기여했다.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외국인을 말한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일정한 심사 절차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직업훈련, 자녀의 학교교육 등이 가능한 난민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기회에 도전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따르면 난민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총 1천254건(올해 1월 기준)의 난민 지위 인정 신청이 있었으나 실제 난민으로 인정된 건 에티오피아(정치적 사유)인 3명(0.2%)이 전부였다. 전국적으로도 총 3만4천여 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한 가운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이는 794명(2.3%)에 불과하다. 대구의 경우 신청 사유로는 정치적 사유가 359건으로 가장 많았고 종교가 337건, 특정 구성원 90건, 인종 80건, 내전 53건 순이었다. 난민 인정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신청인은 정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 자체에 대한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데, 사실상 이것이 신청인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기회이자 유일한 사법적 구제수단이다. 현재 대구법원에도 140여 건의 사건이 계류 중이다. 문제는 난민신청인들은 막막한 생계와 언어장벽, 문화장벽 등 사회에서의 입지가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점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의 법률지식이 전무한 신청인이 스스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법부는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재판에 필요한 비용(인지대, 변호사 보수, 송달료, 증인여비, 감정료 기타 재판 비용)의 납입을 유예 또는 면제하는 '소송구조제도'를 장려해왔으나 난민 사건에 대한 소송구조 신청 대비 인용비율은 최근 2년간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난민 관련 소송구조 예산 집행이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등 실질적 활용이 순탄하지 않은 실정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사법부는 소송구조 변호사의 기본보수액도 종전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증액하고 난민 소송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는 등 현실적인 보완책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과거 신청인이 부담해야했던 통번역료에 대해서도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구조결정을 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신청인의 실질적인 부담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대구법원 또한 이런 변화에 발맞춰 올해 난민 사건에 대해서는 직권소송구조결정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의 개선책은 사법적 구제수단에 대한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사법절차에 난민 신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개선책이 마련된 만큼, 널리 알려지고 충분히 활용되어 그 사명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8-06-20 10:25:31

서영옥 미술학 박사

가능성을 찾아

미술도구들은 통나무 화구박스가 아닌 여행용 케리어에 실려 왔다. 칼 대신 자동연필깎이 가 붓꽂이엔 길쭉한 수정 펜이 나란히 꽂혀있었다. 격세지감을 실감케 한 도구들 사이로 긴장감이 감돌던 곳, 고등학생 미술실기대회장의 풍경이다. 며칠 전 참가자들은 하얀 도화지에 5시간을 꽉 채워서 부푼 미래를 그려냈다. 창작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창작자는 코피를 흘리며 투혼을 발휘하곤 한다. 대회장에서 긴장하며 몰입하던 한 남학생의 모습이기도 하다. 화가 마티스는 "작업이란 자기가 표현하는 대상이 자신의 일부가 될 때까지 외부세계를 점진적으로 구체화하고 동화시켜 그를 캔버스에 투사하여 하나의 창조물로 만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작곡가 말러가 "창조적인 예술과 실재의 경험은 결국 동일한 얘기이다." 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여 창작은 종종 자기 경험에 기댄다. 대회장에서 미술실기교육방식을 재점검한 것은 그들이 기울인 노력만큼 다채롭지 못했던 내용과 형식 때문이다. 수잔 랭어가 "미술이야말로 우리의 정서적 경험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것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였듯 자라나는 재능이 주입식기술전수에만 갇혀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미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두루 조망하고, 듣고, 읽고, 입체적으로 사고하며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의미를 찾아 능동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교육환경조성이야말로 개성 있는 창작의 출발점이지 않을까. 며칠 전 미술관에서 특강을 한 문화예술행정가는 4차산업혁명이 도래한 현재의 예술작품들이 20, 30년 후에는 유물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50년 후에는 전시장과 공연장이 텅 비게 될 것이고, 초연결성(Hyper-Connected)과 초지능화(Hyper-Intelligent)가 텔레파시로 소통하는 시대를 열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지난 2016년에는 경매에 붙여진 딥 드림이 그린 작품 29점이 개당 2200달러~9000달러에 팔렸고, AI 화가는 렘브란트 특유의 화풍을 재현한다. 19세기 사진술의 등장 이후 화단에 닥친 또 다른 위기이다. 불완전함은 끊임없이 완전함을 항해 달린다. 그러나 갈망할 뿐 될 순 없다. 불완전함 속에 가려진 가능성을 찾고 실천해야할 몫은 화가에게만 주어진 과제가 아닐 것이다. 균형 잡힌 교육이야말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8-06-19 12:01:32

[기고]끝없는 소비와 지구 파괴

이원락 근래에는 인간 주변에서 일어나는 기온 이변이나 생물종의 변화 등의 환경 변화에 대한 신문기사가 연일 보고되고 있다. 도시는 편리를 위해 대부분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어서, 땅의 숨길을 차단시켜 버렸다. 시골에도 산의 곳곳을 뚫거나 절벽을 만들어 길을 내면 짐승들은 이 산에서 저 산으로 이동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즐겁게 차를 몰면서 흥얼거리겠지만 자연은 조금씩 망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또 절벽에 숨어 사는 새들을 보기 위해 길을 만듦으로써 알을 품고 있던 새들은 화들짝 놀라게 된다. 지상에 너무 많이 살아가는 인간은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전보다 많은 여유 시간을 누리고, 그들 눈에 잘 띄려고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하려고 포장을 과하게 하다가 그만, 쓰레기가 넘쳐나게 되었다. 좀 더 많은 석탄이나 석유를 파내도 과소비를 따를 수 없어서 태양열이나 원자력 등을 개발하다가, 지구의 열이 점차 남아돌게 되어버렸다. 지금 북극의 곰들은 눈이 녹아서 살 곳을 잃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 신은 인간에게 땅을 정복하고 다스릴 수 있는 축복을 주었다. 원래 서양 기독교 문화에서 발생한 자본주의는 대량 생산과 소비로 끝 모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 소비의 뒷수습에는 언급이 없다. 유혹에 잘 이끌리는 인간의 심리를 자본주의는 이용하기만 하고, 자제할 줄 모른다. 자본주의가 더 유혹적인 신자유주의로 변하여 ‘미친X 널뛰듯이 하는 이 시대 상황’에 이젠 ‘고기잡이에도 낚시질은 이해하지만, 깡그리 잡아버리는 그물은 사용하지 말기를 바라는 유교’가 사회를 향해 사자후를 외칠 때가 되었다. 우리는 서구 자본주의 사상이 날뛸 때일수록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유교적 정신을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인(仁), 서(恕), 절제(節制), 검소(儉素), 예의(禮儀), 양보(讓步), 평등(平等), 동정(同情)의 동양정신이 이 시대 상황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불안한 시대에 우리가 믿을 만한 곳은 정부밖에 없다. 4대 강에 보를 쌓아 물길을 막는 것은 뻘을 누적시켜서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으므로 강물은 그냥 흘러가게 하고, 그 주위에서 인간이 살아갈 방도를 취해야 한다. 산을 함부로 깎아내고 터널을 뚫거나, 자연 그대로의 해변이나 바다 모양을 바꾸어서 지도를 변경시키지 말라. 인공으로 꾸며진 자연은 언젠가는 인간에게 그에 합당한 응답을 해줄 것이다. 또 인간들은 상품에 포장을 겹겹이 하지 말아야 한다. 얕은 바다 밑바닥에는 식물들이 죽어서 바위만 드러나고 있고, 어릴 때 산길에서 가끔 보았던 토끼, 노루 등도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같이 먼 옛날의 일이 되어버렸다. 필리핀의 보라카이섬은 쓰레기 집합소가 되어서 지금 폐쇄되었단다. 히말라야 산록에도 쓰레기가 넘치고 있단다. 이 모든 것은 ‘신이 인간 행위에 주신 축복의 결과’란다. 독자들 모두는 이 땅이 자식들이 앞으로 잘 살아가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적당히 비가 오고, 우리의 친구들인 철새나 물고기도 같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한솔요양병원 진료부장

2018-06-18 11:33:35

박시윤 수필가

오늘

한 사람이 떠났다. 그녀와의 시간은 추억이 되지 못했다. 아픔… 아픔이 되었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숨 가쁘게 이어가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도 호흡이 가빴다. 서른여덟, 그녀의 나이는 병을 앓기에 너무 젊었다. 온몸이 붓고, 혈색이 헐거워지고, 숨이 가빠지고…. "호스피스 병동에 자리가 나면 그리로 갈 거예요." 그녀 스스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부엌 구석에서 소리 없이 울음을 삼키던 그녀의 어머니. 어머니를 위해 나는 날이 맑을 때면 바람을 쐬러 가자며 그녀를 휠체어에 앉혔다.친구! 그녀와 나는 친구가 아닌 듯 그렇게 친구였다. 여자라는 것과 아줌마란 것, 무엇보다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친구의 이유였다. 같은 수술을 했고 힘겨운 시기를 같이 넘겼다. 무엇보다 다시 주어진 하루하루를 감사히 여기며, 다시 살아가는 기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병은 재발했고 손쓸 수 없을 만큼 전이되었다.초여름의 바람은 참 고왔다. 푸른 풀냄새가 섞여 있고, 해가 저물면 붉은 노을 냄새가 섞여 있었다.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의 땀 냄새도 스며 있었고, 어느 집 옥상에서 까닥까닥 말라가는 빨래 냄새도 스며 있었다. "바람이 참 좋지요?" 우리 둘은 동시에 같은 말을 곧잘 했다. "세 살, 다섯 살 애들이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참 예쁘겠어요." 그녀의 이마를 쓸어주며 나는 살포시 웃었다. "아무도 생각하지 말아요. 나만 생각해요. 사랑은 내가 다 나은 후에… 그때 건강하게 아낌없이 주면 돼요." 그녀의 핏기 없는 눈이 젖었다. "살고 싶어요. 억울해요. 왜 하필 내게…."부고가 날아왔다. 그녀가 떠나고 나는 한동안 무기력했다. 피곤하다는 것, 춥다는 것이 전제되고 나 역시 전철을 밟았다. 진통제 몇 알로 통증을 대신한다는 건 바보 같은 일일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거뜬히 이겨낼 것이기에 내 부고를 걱정하지 않는다. 나는 경험자다. 한 번 더 경험하는 것일 뿐 달라지는 건 없다. 아니 달라진 게 있다면 그간 아픔을 대하는 내 정신력과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지가 단단해졌다는 것이다.'불꽃처럼 살아야 해 오늘도 어제처럼. 저 들판의 풀잎처럼 우린 쓰러지지 말아야 해.' 노랫말처럼 나, 하루하루 불꽃처럼 살리라. 오늘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할지라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의 '오늘'을 살리라.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오늘을 내가 당당히 살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매일 나를 세뇌시키는 까닭이다.수필가 박시윤 수필가

2018-06-18 11:32:57

최희경 교수

 루이지애나 미술관에는 미술관이 없다

우리나라 일정 규모 이상 문화사업콘크리트 건설 경쟁에 내용 후순위관람자에 감상의 즐거움 돌려주고미술관 찾는 이들 편안한 장소 돼야 코펜하겐에서 동부해안선을 따라 열차로 30분을 달리다 보면 21세기형 미술관으로 주목받는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을 만날 수 있다. 풍성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미술관 입구의 첫인상은 오두막인가 싶게 소박하다. 그러나 작은 마당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탁 트인 정원 너머로 청록 바다가 시원하고, 해안으로 이어지는 내림 경사면에는 숲과 숨바꼭질하듯 전시관들이 흩어져 있다. 그 전시장들은 다시 풍광을 끌어들인 회랑으로 연결되며 자연 속의 미술관이자 미술관 속의 자연을 편안히 연출한다. 로댕 이후 가장 주목받는 실존철학의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은 한쪽 벽이 통유리로 훤히 트인 전시실에 자리하고 있다. 밀림 속 호수 같은 정경을 뒤로, 마르고 단단한 청동 입상이 처연히 드러나고 그의 형형한 눈빛은 공간 가득 조용하다. 절경과 최고의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 공간의 백미를 마주하는 순간, 이 작품은 이 장소를 위해 태어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발걸음 가는 대로 즐기다 보면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주목해야 할 작가를 찾아내어 눈앞에 진열해주는 미술관의 배려가 돋보인다. 햇볕 잘 드는 어린이 방에선 바람 부는 숲의 정경이 특히 빼어난데, 그곳에서 만들고 그리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미술품 같았다. 문득 이곳의 주인공이자 가장 큰 작품은 관람자임을 깨닫는다. 경사진 잔디밭을 구르는 쾌활한 청소년부터 바다를 마주하고 기타 공연에 행복한 노년의 커플까지, 숱한 예술품은 기꺼이 배경이 되어주고 주연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며 시선 닿는 모든 곳은 그 사람만의 볼거리가 된다. 미술관 설립자 크누이드 옌슨(Knud Jensen)은 관람객을 사랑했다. 모든 작품과 공간이 사람과 감각, 감정과 지성에 있는 그대로 말을 건네고 소통하기를 바랐다. 미술관은 기관이나 종교시설이 아니고 예술품을 위한 성소도 아니며, 찾는 이를 위한 편안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관객을 경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작품을 유리관에 보호하기보다는 손과 시선이 닿는 곳에 두어 관람자를 믿고 예우하는 신뢰형 미술관을 만들고 싶어 했다. 그렇게 50년에 걸쳐 완공된 곳에서 사람들은 예술의 전문성에 긴장할 필요도 없고 배워야 한다는 강박도 없이, 모두를 위한 그리고 자신만을 위한 미술관을 갖게 되었다. 필자는 한때 우리나라의 일정 규모 이상 문화사업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 미술관, 박물관, 기념관 건립을 포함한 매분기 수천 페이지의 기획안을 확인하며, 콘크리트 건설 경쟁 같은 사업 내용에 종종 당황했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건물을 올리는 것이 목표인 듯했고 방문객은 물론 문화적 취지나 내용도 후순위였다. 많은 시설이 놀랄 만큼 빠른 완공을 약속하며 어디서도 볼 수 없을 것처럼 제안되었지만 정작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생태와 관람자에게 주권을 돌려주고 감상의 즐거움을 재설계한 미술관이다. 이런 철학을 어떻게 잘 표현하느냐가 21세기 문화시설의 핵심이 아닐까.미술관 없는 미술관을 거닐던 중, "제 소리가 너무 크지 않나요?"(Am I too loud?)라던 피아노 반주자 제럴드 무어가 떠올랐다. 세계적인 성악가와 연주자들이 앞다투어 함께 공연하고 싶어 했던 피아니스트. 마지막 무대에서 독주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가 택한 곡은 연주시간 1분 20여 초의 슈베르트 소품이었다. 사람을 끄는 것은 강한 웅변이나 화려한 형상이 아니라 조용한 배려와 함께하는 모습이라는 걸, 바닷가 작은 마을을 떠나며 소중히 챙긴다.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2018-06-18 11:30:56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최상의 기분을 주는 자연

초등학교부터 노인대학까지 교육연극, 공연예술, 연극치료 등의 수업 일정은 나의 다이어리 공간을 가득 메운다. 그 가운데 오전 1교시부터 진행하는 수업 중 일주일의 반 이상은 현풍으로 이동한다. 대구수목원을 거쳐 현풍까지 이어주는 테크노폴리스로를 이용하면서,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느끼고 감탄하며 산과 산 사이의 도로를 기분좋게 달리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하루의 기분좋은 시작은 신체적·정서적인 즐거움과 집중력이 하루 내내 지속되면서 자연이 사람에게 주는 효과가 얼마나 큰 지 온 몸으로 느낀다. 주의력 회복이론에 따르면, 현대 도시에서 겪는 복잡한 상황들을 통해 '주의 피곤'을 경험하게 되는데, 자연과의 상호작용이 이러한 피곤함으로부터 회복시켜준다. 미시간대와 스탠퍼드대 등은 자연이 정신적인 능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복잡한 도시의 환경과 자연에서 각각 산책을 하고 인지능력과 정서적 상태에 대한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주의력과 단기 기억력에서 자연 속을 산책한 사람들이 도시를 산책한 이들보다 16% 더 향상되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12명의 대학생들에게 자연이 어우러진 사진과 복잡한 도시의 사진을 보여주자, 단순하게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주의력 회복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이 여행 목적지로 자연을 찾고 우연히 마주치더라도 '아, 좋다! 아름답다!'라며 정해진 대사가 아닌 마음에서 저절로 내뱉는 것처럼 자연은 최상의 기분을 준다. 자연은 긍정적인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삶을 살아가면서 정신적인 안정감을 준다. 아침, 산과 산 사이를 가르며 도착해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에게도 행복한 파급효과로 확산되면서 즐거운 수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리고 자연의 사진만으로도 효과가 향상되는 것을 알기에, 수업에서도 많이 적용한다. 예를 들어, 연극에서 배경은 보통 장소나 시간, 계절, 시대 등을 기초로 한다. 배경을 토대로 즉흥극, 상황극 등을 상상하여 만들 때, 자연과 도시 사진을 배경으로 나눠주고 그룹활동을 진행했다. 놀랍게도 학생들의 표현활동과 내용은 큰 차이를 나타냈다. 자연사진을 배경으로 둔 학생들의 긍정적이고 안정된 활동결과가 확연히 보였다. 난 수업 전 자연을 담은 배경사진을 항상 교실에 걸고 시작한다. 자연을 통해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듯 학생들도 함께 느끼길 기대해본다.

2018-06-18 11:29:07

최철영 대구대 교수 법학부

북미 정상회담 승자와 패자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를 놓고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미국이 패자라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회담 성공의 기준으로 회자되어 오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는 명시되었지만 검증가능이나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는 없다. 사실 CVID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부시 정권에 의하여 주장된 용어다. 이때 'D'(Dismantlement)는 핵시설의 분해와 해체를 의미한다. 당시 북한에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D는 더욱 확대된 비핵화를 의미한다. 다종다양한 핵폭탄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이 모두를 포기하라는 용어다. 하지만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로 과거와 다른 강력한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갖춘 북한에 종전처럼 일방적으로 CVID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정치적 낭만주의에 불과하다. 협상은 현실이고 각자에게 각자의 것이 배분되어야 합의 결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검증가능이나 불가역적이라는 용어가 없다고 북미 합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두 용어는 비핵화의 목표가 완전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일 뿐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합의만으로 협상의 핵심목표는 달성된 것이다. 비핵화가 완전하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구체적 방법까지 명시하고 싶은 마음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하지만 상호 간에 불신이 있으면 아무리 구체적인 합의도 이행되기 어렵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포함한 그동안의 합의들이 그랬다. 중요한 것은 북미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만나고 합의 내용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직접 확약했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한국이 패자라는 주장도 한다. 한국 정부에 불의타(不意打)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적 한미 군사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발언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함께 이 부분에서 승자로 등장한다. 양국은 그동안 전략적 위협요인으로 간주되던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국의 패배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대립관계의 해소는 4·27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에 약속된 사항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 대화 환경 조성을 의미한다. 당사자 간의 신뢰 구축과 더 나은 결과를 도모하기 위한 잠정적 선제투자인 셈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논의 틀에 들어오도록 한 국제사회의 승리이다. 북미 정상 합의에 대한 승패 담론은 국제관계에 대한 냉전적 그리고 대결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구시대적일 수밖에 없다.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반자 사이에 승패가 있을 수 없다. 강조되어야 할 방점은 남북미 정상들 간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합의가 도출되었다는 데 놓여야 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발전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8-06-17 16:05:17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보수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국 동향

북풍 착시현상에 여당 지선 대승 대다수 국민 위험한 진실을 몰라 축제 같은 쇼 뒤 냉혹한 안보 현실 훗날 엄중한 대가 치러야 할지도 6월 12일 세계적 관심사였던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회담이 CVID 비핵화는커녕 한미동맹 약화와 안보 우려를 심화시키고 끝났다. 그러나 그다음 날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은 여당의 유례없는 대승으로 끝났다. 거래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자신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김정은의 노련한 버티기에 말려들어 완패했다는 세계적 여론과는 달리 한국에서만 마치 매우 성공적인 회담처럼 언론의 호들갑 속에 전해졌다. 4·27 판문점 선언, 5·26 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12 미북 회담으로 마치 북한 비핵화와 남북미 간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미북 수교, 미국의 대북 제재 해체, 대북 경제지원 등이 임박한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북풍 착시현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70% 중반 지지율을 떠받쳐 여당의 대승과 보수 야당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탄핵 사태 이후 성찰과 쇄신 부족, 공천 개혁의 부재, 기득 성향의 강화와 내분, 투쟁의식 부재가 참패의 또 다른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유례없는 대승을 이룬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으로 정국 주도력, 야권과의 협력 소통 등을 상실하고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고 여당 내에 그 누구도 문 정권의 소수 전횡과 독선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나 최소한의 의견 제시 및 내부 토론 기능강화조차 사라졌다. 여기에 드루킹 사건, 미투 사건이나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 의혹, 게임업체 관련 의혹 등으로 숱한 여권 핵심 인물들이 적폐청산이 무색하게 연루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난 대선의 연장선인 지방선거에서 현 여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문 정권의 향후 정국 장악력을 뒷받침해줬다.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비핵화는 말뿐이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확정되고 주한미군 철수, 대북 제재 완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가시화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국민 다수는 이 문제에 대해 위험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65년 혈맹 우방국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안보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사고관이 확인된 점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돈 낭비라 인식하고 이를 북한, 중국과 같은 시각인 '도발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금은 아니지만' 단서를 달았지만 본인이 원하고 있다고 전 세계 기자 앞에서 공언했다는 점이다. 정작 회담의 주 메뉴인 북한 비핵화는 북의 김정은에 말려들어 회담 직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차원에서 추진한다며 호언장담하던 CVID를 말도 못 꺼내고 양보했다. 11월 중간선거, 탄핵 움직임, 재선 집착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완패라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문 정권이 싱가포르 3자 '종전선언'에 끝까지 집착하고 사실상 '한미 훈련 중단'에 동의하고 '미군 철수 발언' 등에 항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나아가 비핵화는 우리 일이 아니라 미북 간의 과제인 양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공개되지 않은 '이면합의'가 있어 향후 실무회담에서 잘 정리될 것처럼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미북 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 한국 대통령들이 확신하기보다는 그들 임기 중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없다면 이를 용인하며 북에 한미 동맹 해체, 미군 철수, 경제 지원, 제재 해제 같은 선물을 주려한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이스라엘 같은 '인지적 핵보유국'에 접어들었고 미북 협상은 핵보유국 간 군축회담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축제 같은 쇼들이 끝나고 난 뒤 부딪힐 냉혹한 안보 현실에 대해 국민 다수가 진실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애써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 열성 지지자 일부는 이런 우려를 지적하면 철 지난 '안보 장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분들 업보는 훗날 국민 각자가 치러야 될 엄중한 대가로 확인 될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6-17 16:03:28

박용욱 신부

병원의 탄생과 인간의 가치

고대 건축이 보여주는 놀라운 성취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경탄하게 한다. 기원전 2천500년 무렵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피라미드들은 건축학적 놀라움뿐 아니라 그만한 규모의 토목건축을 뒷받침한 효율적 행정체계와 생산력을 증언한다. 서기 125년 경 재건된 로마의 판테온은 무려 2천여 년의 풍파를 견뎌내며 아직도 현역의 위용을 뽐내며, 기원전 19세기 무렵 고대 바빌로니아에 설치된 하수도와 수세식 화장실은 생활에 필수적인 건물과 구조물들이 고대 사회에도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런데 어지한간 것은 모두 갖춘 이집트와 로마 제국에서 찾을 수 없는 건물이 있으니, 그것은 병원이다. 이집트 의학의 창시자요 최초의 의사라 불리는 임모텝은 역사상 최초의 체계적 의학 기록을 남겼지만, 이집트 어디에도 병원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명실상부 세계의 중심(Axis Mundi)으로 기능했던 로마에도 병원 건물은 없었다. 오늘날의 병원과 비슷한 발레뚜디나리아(Valetudinaria)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여기에는 오직 군인들과 노예들만 드나들 수 있었다. 환자들을 위한 돌봄의 기관이라기보다는 손상된 노동력을 보충하는 일종의 수리소였다는 뜻이다. 임모텝이 환자들을 돌본 것도 그가 최초의 피라미드 설계자요 건축가였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임모텝의 의료는 근본적으로 건설에 동원된 수많은 인적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요컨대, 고대 사회는 더 이상 생산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노동력을 보충하는 데 관심을 두었고, 병원을 세워 환자를 돌보는 것은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자원을 낭비하는 일로 여겼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서양 최초의 병원이 체사레아의 주교 바실레이오스(성 바실리오)에 의해 등장한다. 바실레이오스 주교는 그리스도교 복음 정신으로 사회적 이상을 구체화시킨 일종의 사회복지 복합 건물을 세워 여행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주교는 여기서 친히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며 음식과 영혼의 양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호스피치움(Hospicium)이라 불리는 이런 건물들이 곳곳으로 퍼져나가 훗날 병원의 모태가 된다. 신약 성경에 기록된 17개의 치유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고 어떤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존재로 격상되었다.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진"(마태 8,16~17) 예수의 모범을 따라 환자를 돌보는 일은 하느님 나라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 되고, 마지막 날의 심판을 통해 하느님께서 그 수고를 갚아주시리라는 희망이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인간 생명의 가치를 그의 생산력과 분리하게 되는 이 지점이야말로 인간의 가치와 품위가 복음 정신으로 새 옷을 갈아입은 생생한 예일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에 매이지 않는다. 오늘날 의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쟁에서, 그러니까 낙태 합법화라든가 안락사 논쟁 같은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이 명료한 진실을 자주 잊는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2018-06-15 14:07:28

권은태 사)대구콘텐츠플랫폼 이사

누가 방탄소년단처럼 할까?

'방탄소년단이라니!' 이름 한번 별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좀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오그라드는 것 같아 피식 웃고는 채널을 돌렸다. 그 후론 꾸준히 TV에 나와도, 가요 차트에 그들의 이름이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름만 가지고 따지자면 '소녀시대'인들 별다를 바 없건만 그들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온라인에서 애써 활동하면 어느 정도 성과야 내겠지만 그렇다고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못 해낸 일을 겨우 '방탄소년단'(BTS)이 해낼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 세월 케이팝을 이끌어온 주역들은 단연 걸그룹이었다. 그러니 언젠가 우리 음악이 빌보드 차트의 맨 윗줄에 오른다면 그 주인공 또한 당연히 걸그룹일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방탄소년단은 그 흔한 해외파 한 명 없는 작은 기획사의 보이그룹이었다. 그런저런 어쭙잖은 이유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매년 데뷔했다 사라지는 40여 개의 아이돌 그룹 중 하나쯤으로 여겼다. 제대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면서 판단은 참 섣불리 한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수롭잖게 여겼던 이 보이그룹이 대박을 쳤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반짝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밟아 올라 결국 지금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가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를 보고서야 그걸 알게 되었다. 그들의 공연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노래와 퍼포먼스의 차원이 달랐다. '디엔에이'(DNA)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불현듯 오래전 아카데미 시상식이 떠올랐다. '빌리진'을 부르며 '문 워크'를 추는 마이클 잭슨을 향해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장면이 수십 년 만에 오버랩된 것이다. 그렇게 춤추며 노래하는 남자를 그때 이후로 처음 보았다. 그리고 종종 그들을 상징하는, 그러나 좀 부정적으로 들렸던 '칼군무'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그건 일곱 명의 멤버가 한 명처럼 동작을 맞춰 춤을 춘다는 뜻이 아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들의 몸 하나하나가 칼처럼 음악을 파고들었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목숨이 날아가는 칼처럼, 그렇게 그들은 춤을 추었다. 그들의 퍼포먼스에는 철저하게 드라마가 있었다. 그런데 간결했다. 그들의 몸짓에는 눈물도 있었다. 그럼에도 때론 압도적이었다.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빚어내/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지난달 방탄소년단은 새 노래 '페이크 러브'로 빌보드 컴백 무대를 가졌다. 발표된 지 사흘밖에 안 된, 이 예사롭지 않은 가사의 노래를 미국 현지에서 관중들이 소위 '떼창'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 노래가 실린 정규 3집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기쁜 소식을 팬들에게 가장 먼저 전했다. 그들은 오직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아티스트가 되길 원한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높이 오를 때마다, 그래서 잔치가 열릴 때마다 그들은 늘 먼저 내려오고 일찍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팬들을 찾아간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났다. 문제는 승자들이다. 잔치 소리를 뒤로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오직 시민만 바라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누가 방탄소년단처럼 할까?

2018-06-14 17:26:54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현재 지방의원 민원 해결 아닌지속가능 공동체 중재자 돼야문제 해결의 절차 과정 만들어非물질적 삶 나아지는 정치를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 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 해결사가 아니라 민원 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 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 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 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 권경우 중앙대학교 영문학/ 문화연구 박사수료. (사)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역임

2018-06-14 16:33:25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신윤복의 미인도, 대구에 온다

민족 문화의 보고(寶庫), 간송미술관의 보물들이 대거 대구에 온다.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교과서에서 봤던 회화 원작(原作) 100점을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을 통해 6월 15일부터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대구특별전은 간송 전형필 선생께서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보화각'(빛나는 보물을 모아두는 집)을 세운 지 8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고자 열리게 되었다. 특히 지역으로서는 수성구 삼덕동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되는 간송재단 최초의 지방 전시회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간송 전형필(全鎣弼·1906∼1962) 선생은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민족문화·정신 말살정책에 맞서, 사재를 턴 헌신적인 문화재 수집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그의 문화재 수집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정선의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은 문화재 수집을 위해 친일파 송병준(宋秉畯1858~1925)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집의 젊은 주인 송재구의 환대를 받으며 문화재 구입을 논의하다가 해가 저물어 사랑채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길에 우연히 머슴이 사랑채에 군불을 때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 머슴이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문서 뭉치에서 쪽빛 비단으로 꾸민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머슴에게 보관해 두라고 이른 후 아침에 집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20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해악전신첩'으로,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1섹션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는 장으로서 문화재 수집 일화와 함께 그와 관련된 유물 30여 점이 소개된다. 2섹션에서는 조선 초중기의 안견, 신사임당, 이정을 시작으로 조선 후기의 정선, 신윤복, 김홍도를 거쳐 조선 말기의 김정희, 흥선대원군에 이르는 조선시대 대표 거장들의 국보급 풍속화와 산수화가 한자리에 전시된다. 3섹션에서는 전통미술과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 전시, 작품 VR 체험 등을 통해 문화재를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 시는 지난 2015년 7월 간송재단과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공동사업 추진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2016년 10월 시민토론회를 거쳐, 그해 연말 건립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재는 정부의 타당성평가, 투자심사 등 일련의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설계용역 착수를 앞두고 있는 상태로, 2021년이면 전시실과 교육 및 체험 공간, 수장고 등의 기능을 갖춘 대구간송미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통해 대구는 간송이 보유한 독창적이고 배타적인 전통적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한층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등 '대구 정신'이 간송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과 맥을 같이하면서, 호국도시로서의 지역 정체성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2018-06-14 13:20:27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신부 아버지의 덕담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이라고 했다. 사람이 학문에 통하고 직업을 가지는 성인이 되면, 제 짝을 맞이하는 혼기의 때가 온 것이다.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혼인을 선택해야 한다. 봄눈이 대지에 자연스레 스며들듯 청춘남녀 서로가 혼인으로 하나 되기를 기원합니다. 엄숙하고 뜻깊은 혼인식에 의하여 부부는 비로소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으며, 부부사이의 성적결합이 독점되며 경제적 결합도 뒤따르는 것이다. 태어난 생일날이 의미가 있듯이, 혼인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사랑을 하는 데 인간존재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저의 여식이 부부의 의례를 갖추기 위하여 주례가 없는 혼례를 치뤘다. 그 때, 한 덕담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청명하고 화창한 오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여왕 5월에 저의 딸 혼인을 축하해주기 위해 귀한 걸음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고 감사합니다. 자연의 천기와 대지의 화기가 가장 좋은 오늘, 위대하고도 고귀한 기적적인 인연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듬직하고 튼실한 신랑 ○○군과 애지중지 키운 신부 ○○이가 아무 조건없이 좋은 사랑으로 마음을 맞추어 혼인식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안식과 안락으로 서로의 보금자리가 되는 가정을 위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신부아버지가 당부할 말은 이렇게 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고, 계절에 맞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건강하고, 책을 읽고 검소하고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굴기(崛起)의 정신을 가지며, 일상에서는 '지금'이 있음을 늘 고맙고 감사하게 여기며, 모든 일을 순리에 따라 처리하는 편안함이 있고, 이웃에게는 따뜻하고 훈훈한 정을 베푸는, 그런 모범적인 가정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치, 훌륭한 새는 좋은 나무에 둥지를 틀 듯이…." "그리하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 날마다 함께 하여 연리지(連理枝)의 나무가 부러워하고, 나르는 비익조(比翼鳥)가 시기하듯이, 검은머리 파뿌리 되는 그 순간까지 지금처럼 알콩달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머문자리가 늘 아름다운 꽃자리가 되기를….' 워렌 버핏은 오늘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팔만 분다고 병사가 모이는 것은 아니듯 과거에 결혼의 뜻을 세워 탁월한 선택의 결과로 현재의 혼인식이 있는 것이다.

2018-06-14 13:19:55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행복한 노인이 많은 나라

우리나라의 노인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다. 노인인구가 국민 전체인구의 14%를 넘는 현재의 고령사회는 2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직면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생산인구의 감소와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령인구의 증가는 중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중년의 나도 언젠간, 아니 곧 노년층의 세대가 되어 개인적·사회적으로 골칫거리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솔직히 겁이 나고 서글퍼진다. '평균수명 연장,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과연 그 때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 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노화로 인하여 쇠해지는 기력과 질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피할 수 없다. 또한 경제의 중심에서 비켜져 생산성도 경제력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이 듦을 서글퍼하고 한탄할 수만은 없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맞는 각자 나름의 행복을 준비해야 한다. 20년 후, 40년 후, 어쩌면 60년 후의 나의 모습과 삶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특히 건강수명에 집중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더불어 영적으로도 건강하다면 흐르는 시간과 깊어가는 주름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화도 조금은 너그럽게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노인들은 집에서 낮잠이나 TV시청 등의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낮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체활동의 부족으로 건강은 더욱 위협 받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질병과 외로움으로, 게다가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진다면 그 삶은 너무 무겁다. 이것은 지금의 노년세대가 성장한 시대에서 체육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기인하여 운동생활이 없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운동을 하지도, 할 수도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현재의 결과는 더욱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매일 테니스를 치러 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난다. 왜 아프고 불편함이 없겠는가.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운동으로 활력을 찾고 적극적으로 즐거운 사회생활을 만드시는 이 분들의 의욕과 꾸준한 도전이 존경스럽다. 생물학적으로 어른이, 노인이 정말로 많아지는 시대가 우리 앞에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다수가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어야 한다. 열심히, 꾸준한 운동생활을 통한 자기관리로 삶의 연륜과 지혜가 묻어나는 건강한 존재, 행복한 노인이 많은 나라를 기대해 본다.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2018-06-14 12: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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