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기고] 코로나 이후 사회복지 현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기고] 코로나 이후 사회복지 현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사회현상을 경험하게 하였다. 너무나 일상적인 생활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이제는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고 극복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사회복지 현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방식과 전달체계에도 새로운 대응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사회복지시설별(이용자의 특성)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사회복지 대상자의 경우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의 경우는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많다. 아울러 함께 생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세부적인 매뉴얼도 마련되어야 한다.매뉴얼은 코로나19를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 종사자와 복지 전문가, 보건 및 의료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서 시행 가능하고, 거주시설과 이용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둘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재가복지서비스가 확산되어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거주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사망자가 증가하였다. 이는 그동안 시설 중심 사회복지서비스의 취약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요양시설을 선호했던 이용자와 그 가족들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요양시설의 단점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지역사회 내의 복지 제공 기관과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재가서비스의 확대와 지원체계가 확산되어야 한다.셋째, 개별 또는 소규모(집단)의 복지서비스 제공과 전달체계의 전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구와 경북의 대부분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경로당, 무료급식소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과 기관들이 휴관하였다. 이들 기관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던 많은 사회복지 대상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복지서비스 사각지대로 전락하게 되었다.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집단적으로 제공하던 사회복지서비스를 개별 또는 소규모(집단)의 사회복지서비스로, 제공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복지 대상자와 주민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충을 상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달체계가 전문화되고 보강되어야 한다.넷째, 민간과 공공의 거버넌스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많은 후원물품이 접수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나누어 지원할 수 있는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시·군·구별로 행정과 민간의 복지시설과 기관 및 단체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준비되어야 한다. 기존의 사회복지 대상자는 물론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들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가 제도화되어야 한다.코로나19는 그동안의 사회관계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새로운 교환과 소통의 사회관계 방법을 찾고 적응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는 매뉴얼 개발과 서비스 방식 변화 그리고 협력체계 제도화 등 전달체계에 대한 변화와 대응 방안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문가 및 사회복지사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야야 할 때이다.

2020-08-03 18:01:16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요즘 라떼는...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요즘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떤 출연자가 옆에 있는 다른 출연자에게 이 표현에 대해 물으니, 꼰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간결한 설명을 전했다. '왜? 라떼와 꼰대가 무슨 연관인데?' 이해하진 못했지만, 신조어를 알게 된 것으로 자족하고, 일단은 넘어갔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궁금증은 가시질 않아서, 찾아봤다. 인터넷 검색창에 '라떼'를 쓰자마자, 연관검색어로 등록된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가 떴다. 이 말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 어른'들이 자주 쓰는 상투적 표현을 놀이화(化)한 멘트다. 말하자면, 요즘 애들은 '꼰대 짓'을 '꼰대 놀이'로 바꿔 놨다. 요즘 애들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뜨끔했다. 혹시 나도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지 기억을 살핀다. '나 때는 말이야, 예전엔 말이지', 이 표현에는 지나간 시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지나간 시간이 문화적 힘을 갖게 되면, 우리는 이를 '레트로'(retro-respect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레트로가 대유행이다. '힙지로' '미스/미스터 트롯' '싹쓰리'까지.일상 제품에서도 레트로 스타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메그(Smeg)의 시그니처 제품인 FAB 시리즈. 이 시리즈는 이탈리아 가전제품 기업인 스메그가 1950년대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1990년대에 디자인한 제품 라인이다. 1950년대 당시 가전제품에서 유행하던 동글동글하고 작고 깜찍한 형태에 블랙, 빨강, 파랑, 파스텔민트, 분홍, 라임 등의 색상에 크롬 손잡이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그리고 제품 전면에 붙어 있는 S, M, E, G라는 4개 글자의 반짝이는 로고는 멀리서도 스메그임을 알려준다. 1997년 출시되자마자 화제가 되었고, 국내에는 2013년 처음 소개되었다. 당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팝업 매장에서 국내에 첫선을 보이자마자 준비된 물량이 다 팔려 나갔다. 한철이겠지 했던 스메그의 인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일명 '강남 아줌마'에게 한정된 관심이라는 평가를 넘어 1인 가족, 젊은 층 등을 중심으로 타깃을 확장하며, 프리미엄 가전으로 가구와 가전의 경계를 허물고 집안 인테리어의 아이콘이 되었다.가전업계는 스메그의 성공 요인으로 획일화된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말한다. 이를 방증하듯 요즘 레트로 대신 뉴트로(뉴 레트로, New Retro의 줄임말), 영트로(영 레트로, Young Retro의 줄임말)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요즘 레트로'는 중장년층에게 묵직한 추억을 파는 대신, 요즘 사람들에게 새로운 놀이가 되었다. 최신 스타일이 아닌 과거의 스타일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 복붙(복사붙이기)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은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더했기 때문이다. 종래의 레트로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라면 요즘 레트로는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가치'를 말한다. 변화와 혁신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본질을 바꾸고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은 지키면서도 본질이 새로운 가치가 되도록 하는 방법에 있다. 본질을 놓치면, 꼰대 놀이가 아니라 젊은 꼰대가 되고, '예전엔 말이지'가 '예전 같지 않네'가 되기 십상이다.

2020-08-03 16:39:05

[일상중국] 톈안먼의 마오쩌둥 초상화- 마오의 제국

[일상중국] 톈안먼의 마오쩌둥 초상화- 마오의 제국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성루에 내걸린 마오쩌둥(毛澤東)의 대형 초상화는 '신중국'의 상징이다.중국을 여행하는 외국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평생 한 번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가서 직접 보고 싶어 할 정도로 마오의 초상은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오쩌둥은 도대체 중국인에게 어떤 존재로 각인돼 있길래, 지금도 톈안먼 광장 성루에 내걸려 있게 된 것일까? 그가 '신'(神)적인 존재라도 되는 것일까? 사실 마오는 개혁개방 이후 재물신(財物神)으로 추앙받고 있기는 하다. 적잖은 중국인들은 마오의 초상을 신줏단지나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면서 부자의 꿈을 꾼다.그가 사망한 지 올해로 44년이 지났다. 중화인민공화국, 즉 '신중국' 건국을 선포한 1949년부터 마오의 초상은 톈안먼의 일부처럼 그 자리에서 71년째 중화의 부활, '중국몽'(中國夢)을 지켜보고 있다.'마오쩌둥이 없었다면 신중국은 없었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언급처럼 마오의 초상화 없는 톈안먼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코로나19 시대가 계속되면서 중국 입국이 어려워져 중국 여행을 당분간 꿈꾸지 못하게 되었고 중국인들의 베이징 톈안먼 관광도 까다로워졌다. 수도 베이징에 대한 코로나 재확산 우려 때문에 국제항공편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착륙이 전면 금지 조치로 직항편이 사라졌고 내국인의 베이징 입성 검색도 엄격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의 거처, 중난하이(中南海)가 지척인 톈안먼 광장에 대한 경계와 방역도 강화됐기 때문이다.톈안먼 마오 초상에는 적잖은 비밀이 담겨 있다.마오가 사망하자 마오 초상화는 한때 톈안먼 성루에서 끌어내려져 폐기 처분될 뻔했다. 1976년 9월 갑작스럽게 마오가 사망하자, '대약진운동'과 '대기근' 및 '문화대혁명' 등 마오 시대의 과오를 지적하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다. 스탈린 사후 대대적인 격하운동으로 스탈린 동상이 모두 파괴된 상황이 중국에서도 재연될 뻔한 것이다. 덩샤오핑은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논리로 공과 논란을 마무리 짓고 초상화 존치를 결정했다. 수천만 명의 인민과 지식인들을 희생시킨 과오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마오를 끌어내릴 경우에 중국공산당 운명도 인민의 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초상의 존치를 결정한 것이다. 톈안먼의 마오쩌둥은 그렇게 해서 살아남게 됐다.덩샤오핑은 한 서방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마오 주석을 우리 당과 국가의 창시자로 영원히 기념할 수밖에 없다"며 "그의 공과를 말하자면 착오는 2차적인 것이고, 그가 중국 인민들을 위해 한 일은 결코 말살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지금 톈안먼 성루에 있는 초상은 건국 초기 그것과는 다르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후 베이징에 입성한 중공인민해방군이 처음 내걸었던 '마오 초상'은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고 '팔각모'를 쓴 마오쩌둥이었다.지금과 같은 초상이 정착된 것은 8번 판본이 바뀌고 난 후였다.두 달 후인 10월 1일이면 코로나 경계령 속에서도 '신중국' 성립(成立·건국) 71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톈안먼 광장에서 치러질 것이다. 톈안먼 성루에 내걸린 마오의 초상화도 '국경절' 사나흘 전까지 새로운 초상화로 교체된다. 높이 6m, 너비 4.6m, 무게가 무려 1.5t에 이르는 마오의 초상화는 매년 국경절 직전에 교체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요즘은 특수 제작한 물감을 사용해서 초상화가 빨리 변색되지는 않지만, 과거 베이징의 강렬한 태양과 직사광선에 초상화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변색되는 등의 현상 때문에 매년 초상화를 교체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정착됐다.'죽은' 마오쩌둥이 지배하는 신중국은 '마오(毛)의 제국'이다.

2020-08-03 16:37:05

[신병주 교수 역사와의 대화] 240년 전 여름, 박지원 열하를 가다

[신병주 교수 역사와의 대화] 240년 전 여름, 박지원 열하를 가다

240년 전 여름 박지원은 한양을 떠나 북경으로 향했다. 청나라 건륭제의 고희연에 참석하는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에 간 것이다. 1780년 5월 25일 한양을 떠났고, 6월 24일 압록강을 넘었다. 8월 1일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열하로 향했던 것은 건륭제가 여름의 더위를 피해 열하에 있는 피서 산장에서 휴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박지원 일행은 북경을 거쳐 8월 9일 열하에 도착하였고, 이후 다시 북경을 경유한 후 한양으로 돌아왔다. 박지원은 이때 견문 내용을 일기 형식의 기록으로 정리했는데, 1783년에 완성한 「열하일기」가 바로 그것이다. 열하까지 간 여정은 대략 압록강에서 북경까지 약 2천300여 리, 북경에서 열하까지 700리로 육로 3천 리의 긴 여행이었다. 먼 거리와 끊임없이 다가오는 산과 강, 변화무쌍한 날씨가 일행을 힘들게 했지만, 박지원은 가는 곳마다 세심하게 여행 스케치를 했고, 이를 명품 기록으로 남겼다.「열하일기」는 총 26권 12책으로 구성되었다. 각 책 표지의 우측 상단에는 '도강록'(渡江錄)과 같은 소제목을 써서 열람하기 편하게 하였다. 「관내정사」는 산해관에서 연경까지의 일정을 기록한 것으로, 이 부분에는 박지원의 대표적 한문소설 「호질」이 실려 있다. 「태학유관록」은 열하의 태학에서 머물렀던 6일간의 기록으로, 중국의 학자들과 두 나라의 문물 제도에 대해 논평한 것을 기록하였다. 홍대용의 지전설(地轉說) 등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지구의 자전 등에 관심을 보인 내용이 나타난다. 「환연도중록」은 열하에서 북경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교량, 도로, 배의 제도 등 도로와 교통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 있다. 「피서록」은 열하의 피서 산장에서 중국의 저명한 학자들과 시문을 주고받은 내용을, 「옥갑야화」는 옥갑에서 비장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옥갑야화」에는 양반들도 생산에 종사해야 함을 강조한 '허생전'이 수록되어 있다.「열하일기」 곳곳에서 박지원은 관찰한 사물 하나하나와 견문한 내용의 느낌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여정과 거리, 만난 사람들의 행태까지를 폭넓게 담았다. 조선의 토속적인 속담을 섞어 쓰기도 하였고 하층 사람들과 주고받은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기록하였으며, 한문 문장에 중국어나 소설체 문체를 사용하는 등 판에 박힌 글과는 전혀 다른 글을 썼다.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가미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 점도 「열하일기」의 또 다른 미덕이었다. 박지원이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것은 청나라의 발전상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들의 문물을 살펴보았고, 선진 문물 중에서 조선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다.「일신수필」에 실린 '수레를 만드는 법식'에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지원의 생각이 집약되어 있다. '무릇 수레라는 것은 하늘이 낸 물건이로되 땅 위를 다니는 물건이다. 이는 뭍 위를 달리는 배요, 움직이는 방이라 할 것이다. 나라의 큰 쓰임에 수레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 우리 조선에도 수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바퀴가 완전히 둥글지 못하고, 바퀴 자국이 궤도에 들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수레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조선은 바위가 많아 수레를 쓸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나라에서 수레를 이용하지 않고 보니 길을 닦지 않는 것이요, 수레만 쓰게 된다면 길은 저절로 닦일 것이니, 어찌 거리가 비좁고 고개가 험준함을 근심하겠는가?'라는 부분에서는 수레를 만들 것과 수레 이용을 위한 도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박지원을 조선 후기 북학파(北學派)의 중심인물로 꼽는 것은 국부(國富)나 민생에 필요하다면 청나라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선진 학문 수용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강조했기 때문이다. 240년 전의 저술이지만 「열하일기」의 기록이 지니는 의미가 여전한 울림을 주는 것은, 주변국에 대한 정확한 정세 파악과 합리적인 대응이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은 아닐까?

2020-08-03 16:33:59

[세계의 창] 집값 폭등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세계의 창] 집값 폭등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결혼, 살 집이 있어야 하지."젊은이들의 이런 대화에서 한발 더 들어가 보자. 결혼을 해도 집 장만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래서 결혼을 주저한다는 말이다. 결혼을 못 하는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부동산 문제는 빈부 문제를 넘어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되었다. 이보다 심각한 일이 있을까. 다주택이 죄인가라고 항변하는 정치인도 있다. 공감 능력의 문제다. 누군가 주거용이 아닌 집을 덤으로 가지니 집값이 오르고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마저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제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한다. 일본의 장기 불황을 상징하는 말이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경기 침체는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절망을 이야기하는 평론이 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가장 안정적이고 선망받는 국가였다. 빗대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일본형 사회주의라고 했다. 안정적인 자민당의 장기 집권, 전 국민의 80% 이상이 중류층, 특유의 집단(전체)주의 등을 두고 한 말이다.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침체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서 시작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1986년 도쿄 도심의 땅값이 1년 만에 53.6% 상승했다. 이듬해에는 도쿄의 전체 평균 지가가 54% 오르고, 전국의 땅값도 들썩였다. 또 1년 후 수도권 땅값 상승률은 65.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움트고 자금은 부동산으로 더욱 몰린다. 주식시장도 덩달아 과열되고, 경제 전반에 거품이 일었다.1990년대 초반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그 여파로 디플레이션이 엄습했다. 거품과 함께 일본의 성공도 사라진다.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집이 없는 사람은 평생 집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래에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이 격차는 인생에 대한 희망의 격차가 되었다. 하류층에 속한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계급사회의 도래를 예견한다. 사회적 격차와 장래에 대한 불안은 젊은이들의 결혼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되어 자녀를 가지기 위한 경제적, 심리적 안정성이 무너진 것이다. 결혼을 해도 보다 적게 아이를 낳게 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고착된다.근대화와 함께 저출산은 피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기 수) 2.0명은 인구 재생산의 마지노선이다. 그 이하가 되면 인구가 감소한다. 그래도 출산율 1.50까지는 자력으로 회복 가능한 최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은 출산율 1.50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기고,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출산율이 1.26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자력으로는 사회 기반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획기적인 출산 정책이 '무조건' 성공해도 한 세대가 지난 후에나 회복이 가능하다. 일본 사회의 이러한 제 현상을 총합하여 요시미 슌야 교수는 '종말의 예감'이라고 했다.('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한국은 어떤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용케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 외는 다 닮았거나 정도가 더 심각하다. 달리 말하면 부동산 정책이 연착륙을 하지 못하고 잘못되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출산율의 경우, 한국은 2018년에 0.98, 2019년에 0.92를 기록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재생 가능성이 없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자연 소멸한다.한국의 비혼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집값이다. 그러니 집값을 못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참이고, 진실이다.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유세 강화, 토지 공개념, 지역균형발전 등등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나라가 소멸하고 내 집만 남아 있으면 뭐 하나. 30년 전의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우리가 이룬 성과를 앗아갈지 모른다. 그들을 따라가서야 되겠는가. 일본이 고마울 때도 있다.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먼저 가주니 말이다.

2020-08-03 13:25:40

[매일춘추 ] 현타의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춘추 ] 현타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대세 키워드는 '먹방'과 '트로트'이다. 어느 TV채널을 돌려도 두 가지의 키워드가 함축된 방송프로그램뿐이다. 먹방은 음식 관련 생활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하고, 맛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음식점을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송가인에서 유산슬, 임영웅까지, 이제 트로트는 나이 든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촌스러운 탄식과 눈물의 음악이 아니라, 즐거움과 기쁨의 노래가 되었다. 왜 우리는 먹방과 트로트에 이토록 광분하고 있는가? 요즘 청년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현타'라는 신조어가 있다. '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나는 음식도, 음악전문가도 아니다. 다만, 이러한 사회현상 속에서 숨어 있는 불편한 현타의 진실은 조금 말할 수는 있다.먹방과 트로트의 신드롬. 어쩌면 이 현상은 현재 우리가 사고 있는 한국사회가 어둡고 솔직하지 않다는 역설의 증거이기도 하다. 양극화와 불평등 지표인 팔마비율은 1.44로 OECD 회원국 중에서 30번째로 나쁘다. 한마디로 진보와 보수는 없고, 위아래 불평등만 있는 '저녁이 없는 삶'의 신(新)계급사회다. 하류계급에게는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없다. 의식주 중에 생존의 주거공간(住)을 마련할 희망도 없다. 평생 일해서 집 한 채 사기도 힘들다. 아마 좌절의 심리적 대체제가 '먹방'일지도 모른다. 절망의 박탈감이 조금이라도 망각되는 '식(食)의 문제'로 의도적으로 도피한 것이다. 음식은 가격이 아니라, 맛이다. 다소 자본의 가치 경쟁이 약한 고리이기 때문이다. 한편 정치권이 불평등을 미화하고 조장할 때, 민심은 솔직함의 저항으로 대응한다. 그 시작이 노래다. 직설적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트로트 가사가 현재의 답답한 사회에 대한 저항과 분노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대구 계산성당 역사관에는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의 8가지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텔레비전과 많은 시간을 동거하지 말라. 술에 취하면 정신을 잃고, 마약에 취하면 이성을 잃지만, 텔레비전에 취하면 모든 게 마비된 바보가 된다." 이 말을 다시 복기해보면 다음과 같다. "맨 뒤쪽의 설국열차 꼬리칸에서 TV를 보면, 나이 걱정도 되고,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도 하고, 내 이웃과 비교하기도 하고, 자격지심도 생기고, 나만 생각하고, 쉽게 포기하고, 불안의 강박증이 생기고, 막연한 기대감만 생각한다." 춥고 배고픈 우리 시민들이여! 자책하지 마라. 당신의 잘못만은 아니다. 국가와 개인의 책임을 혼동하지 마라.국가는 시민의 하인이지, 주인이 아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클수록 계급적 편견과 혐오로 다양한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아닌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타의 시간이 필요하다.

2020-08-03 11:48:10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이상한 나라의 구속영장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이상한 나라의 구속영장

사법부를 존중한다는 생각에서 그동안 채널A 이동재 전 기자에게 발부된 구속영장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가 왔다. 하지만 검찰에서 증거로 확보한 두 개의 녹취록이 공개되고, 수사심의위에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중단하라는 권고가 내려진 이상, 이제 발부된 구속영장의 정당성을 따져볼 때가 됐다.영장을 내주며 김동현 영장판사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가 있는 점,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한 점" 등을 사유로 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이 사유들이 내 눈에는 매우 이상하게 보인다. 고작 '미수' 사건에 영장씩이나 발부된 것은 아마도 이 일이 '검찰 고위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의심' 때문이리라. 하지만 '혐의가 소명'된 것도 아니고, 그저 '의심'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게 과연 자유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의심스럽다.게다가 검찰이 신청한 영장에는 일단 이 일이 피의자의 단독 범행으로 적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사가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사안에까지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이 이미 지적한 것처럼 이는 검찰이 청구한 범위 내에서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또 검찰 고위직과의 연결을 의심할 '상당한 자료'가 있다고 했으나, 정작 수사심의위에서 '상당'하다는 그 자료들은 하나도 제시되지 않았다. 대체 그는 무슨 '자료'를 본 걸까? 녹취록엔 공모 혐의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한동훈 검사장의 명시적 언급이 등장한다. 이 견고한 사실을 뒤집을 만한 '자료'란 대체 뭘까?취재원 보호를 위해 핸드폰을 초기화한 것을 증거인멸로 본 것은 그렇다고 치자. 도대체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인식론적 필요가 인신을 구속할 사유가 되는가?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이다.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이 판단의 바탕에는 검찰과 언론이 유착되어 있다는 선입관이 깔려 있다. 논리적으로 '선결 문제 전제의 오류'에 해당한다. 그런 판단이 가능하려면 먼저 두 사람의 '공모'가 사실로 입증돼야 한다. 아울러 그와 유사한 사례가 다수 확인돼야 비로소 '검언 유착'이라는 일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우리는 '검언 유착'이라는 것이 작년 조국 사태 이후에 여당 측에서 검찰의 예봉을 꺾으려 만들어 낸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것을 안다. 검찰과 언론은 그 사태의 전이나 후나 늘 똑같이 행동해 왔다. 하지만 검찰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는 동안에는 그 누구도 그 행태를 '검언 유착'이라 비난하지 않았다.'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이라는 말은 한 기자와 한 검사의 개별적 일탈에 관한 언급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의 상황에 대한 어떤 '일반적' 판단, 즉 검찰 집단과 언론 집단이 모종의 유착 관계에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그 판단은 보편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명백히 정치성을 띤다. 그래서 이 사태는 심히 우려스럽다.이 우려는 좀 더 넓은 지평에서 나온 것이다. 이 정권은 자신들이 세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공격하며, 이제 사법부마저 개혁하겠다고 공언한다. 검찰과 감사원에 이어 사법부마저 저들 식으로 '개혁'당하면 이 나라에 권력을 견제할 기관은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의미한다.사법부는 정의의 최후의 보루다. 조국, 윤미향, 박원순 사태를 거치면서 이 사회의 '윤리'는 진영의 희생물이 되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 운운하며 그들은 윤리의 문제를 모두 법원에 떠넘겨 버렸다. 이제 남은 것은 사법부뿐인데, 법마저 진영에 가담한다면 이 나라에서 '정의'라는 말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2020-08-02 15:44:42

[기고]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개관의 의의

[기고] 울진 국립해양과학관 개관의 의의

경상북도에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인해 교통이 불편한 오지가 많은데 울진군도 예외가 아니다. 조선시대 울진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보부상들은 동해 바다에서 생선과 수산물을 수확해 태백산맥을 넘어 봉화까지 가서 농산물과 교환했다.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한 김주영 선생의 장편소설 '객주' 마지막 10권은 바로 봉화를 왕래하던 울진의 보부상들 이야기다. 이들은 소금과 건어물, 미역을 등에 지고 태백산맥 십이령길 열두 고개를 넘고 넘어 봉화의 내성(지금의 봉화읍) 장까지 오갔다. 보부상들이 울진에서 봉화를 한 번 왕복하는 데만 꼬박 열흘이 걸렸다고 하니 당시 조상들의 삶을 위한 의지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지금도 울진은 전국의 80여 개 군(郡) 가운데 고속도로도, 철도도 없는 유일한 군이라고 한다. 필자는 울진에 '동북아시아의 샹그릴라'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샹그릴라는 지상낙원인 동시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외딴 지역을 가리킨다.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농업이 기반인 경상북도 내륙 지역은 급속히 쇠퇴했지만 울진은 상대적으로 쇠퇴 속도가 더뎠다. 바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산업이 존속하거나 새롭게 생겨나 성장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988년에는 울진 바닷가에 한울원자력발전소가 세워지면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기여했다. 울진과 이웃한 내륙인 봉화나 영양의 현재 인구는 산업화 이전의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그러나 울진의 인구는 산업화 이전의 절반 수준에서 더 줄어들지 않고 인구수 5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의 소멸 위험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오직 울진이 바다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나 국가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다가 왜,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한 사례가 바로 울진이라고 생각한다.울진은 올해 들어 상전벽해 중이다. 울진~봉화 구간 36번 개량 국도가 지난 4월 개통되어서 이제 봉화까지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왕피천 케이블카가 지난 7월 1일 운행을 시작했고, 오는 10월에는 아름다운 죽변항 주변 해안 2.4㎞를 따라 레일 바이크를 탈 수 있다. '울진 관광 르네상스'의 원년이 바로 올해이다.울진 변화의 화룡점정은 국립해양과학관 개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과학 전문 교육·전시기관인 국립해양과학관은 지난 7월 31일 '바다의 날'에 울진군 죽변면에서 문을 열었다. 정부가 국립해양과학관을 만든 이유는 우리 삶에서 바다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국민들에게 바다를 교육하는 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바다는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지구 생명체의 80%가 살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해양적 소양(Ocean Literacy)을 높이는 일, 곧 바다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동시에 우리 삶이 바다에 끼치는 영향도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하는 일은 지역사회, 국가, 나아가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필수 불가결하다. 국립해양과학관은 바다의 모든 것을 망라한 본관 전시실 이외에도 해상 해중 전망대(수심 6m)가 과학관 앞바다에 있고, 전망대까지 국내 최장 해상 통로 393m를 바다 위 육교로 걸어간다. 독도와 한반도 간 최단 거리(216.8㎞)인 죽변에 있어 독도를 수호하는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울진에는 국립해양과학관과 함께 관광자원이 즐비하다. 가볼 만한 울진 10경으로 국립해양과학관, 불영계곡, 왕피천 케이블카, 금강송 숲길, 망양정과 월송정(관동팔경), 성류굴, 백암온천 덕구온천, 응봉산 백암산 통고산, 기성망양 등 해수욕장, 죽변 해안 레일 바이크가 있다. 우리나라 생태관광의 수도라고 할 정도로 명승지 천국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울진을 찾는다면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리라 확신한다.

2020-08-02 15:44:12

[매일춘추] 아버지

[매일춘추] 아버지

환갑이 다된 아버지의 귀밑 흰머리를 보고 '애가 무슨 새치가 다 있냐?'면서 타박하시던 할머니. 할머니께서는 그 말씀을 하시고 정확히 16년을 더 사시다가 아흔 여섯에 돌아가셨다. 시간은 흘러 그 당시 할머니의 나이가 되어버린 아버지.당신께서는 삼남이녀의 형제 중 네 번째로 태어나셨다. 지금껏 형제끼리 다툼 한번 없을 정도로 화목한 가정 분위기였지만 어려운 집안 살림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하셨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서당을 다니셨기 때문에 그날그날 배우신 한문을 항상 종이에 쓰고 싶어하셨단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할아버지께 "꼭 오늘은 종이를 사다주세요"하고 부탁드렸지만 해질녘 동구 밖에서의 기다림은 술에 거나하게 취하신 할아버지의 빈손뿐이었다. 없는 살림에 당연히 일찍이 산업전선에 뛰어드셨다. 당신께서는 어릴 때부터 점원 노릇을 하며 배운 양복기술로 타인의 새 정장을 만들며 살아오셨지만 정작 당신의 바지에는 항상 무르팍이 해어져 기워 입은 자국이 선명했다. 묵묵히 평생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가족은 물론이고 고향집의 없는 살림을 돌보셨다. 아버지는 또 큰집 조카들의 뒷바라지도 마다하지 않으셨다.몇 해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갑자기 쇠약해진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셨다. 자식들이 네 명이나 있지만 모두 제 살 길 바쁘니 할 수 없이 내린 처방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뵙고 싶어서 며칠 전 요양원엘 갔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면회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께 전화를 드려 5층 요양원 발코니로 나오시라 해서, 당신께서는 아래로 내려다보시고 나는 건물 바깥에서 위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 버렸다. 이제 겨우 하루에 한 명의 보호자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면회가 허락되었다. 오늘도 나는 한 통의 안부 전화를 드렸지만 당신께서는 두 통의 전화를 더 주셨다. 아버지의 기억 속에는 지우개가 서서히 생기나보다. 금방 전화하신 것도 기억을 못 하시고 또 전화를 주신다. 장남으로서의 역할도 제대로 못해 드렸는데 첫 정이 그렇게도 그리우신가보다. 그런 아버지의 세월 속에는 술잔이 절반이셨지만 그 술잔 속에는 희생이 절반이셨다. 평생 고고한 학처럼 묵묵히 살아 오셨지만 당신의 마음 속에는 바다가 있었다. 오래 전 할머니의 타박을 재미있다는 듯이 지켜보던 소년은 그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되었다. 태산같이 높은 어버이의 은혜를 당연하게만 생각해 왔던 못난 아들이었다. 삶에 쫓겨 앞만 바라보고 살다가 이제 자식 사랑의 깊이를 느껴 효를 행하려 하니 아버지의 기력이 다하셨다. 그 흔한 비행기 한번 태워 드리려 해도 힘이 없어 여행을 못 한다고 한다. 평생을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편찮으셔도 아프다는 말씀 한번 안 하셨다. 후회가 된다. 하지만 아버지! 나머지 빈잔에 큰아들의 못 다한 효를 채워 드릴 테니 할머니처럼 앞으로 16년만 더 살다 가소서.

2020-08-02 14:30:00

[2020 세상 읽기] 대출 권하는 사회

[2020 세상 읽기] 대출 권하는 사회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팔자가 좋아서 조선에 태어났지, 딴 나라에서 났다면 술이나 얻어먹을 수 있나……."암울한 식민지 사회에서 주정꾼 노릇밖에 할 수 없는 지식인이 술을 먹는 이유를 그의 아내에게 말하는 내용으로 현진건의 소설 의 한 구절이다. 학자금, 전월세보증금, 아파트중도금, 주택자금 등 대출 밖에 낼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술 먹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식민지 하의 지식인을 떠올리게 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도대체 그 많은 대출금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 채권을 받고 돈을 빌려 준다. 정부는 그 돈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복지 재원으로 쓰며 민간에게 보조금도 준다. 그렇게 돈은 돌고, 누군가는 월급을 받고, 또 누군가는 수익을 얻으며 그 중 일부를 은행에 저축한다. 은행들은 이 돈을 다시 대출해 주며 새로운 돈은 계속 창출된다.글로벌 경제도 마찬가지다. 제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유럽에 무기를 팔고 금을 받았던 미국은 그 후 달러를 기본으로 금을 바꿔주는 브레튼 우즈 체제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해 국제수지 적자에 놓였던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내었다. 그 결과 달러 가치는 급락하고, 일부 국가들은 금(金)인출을 요구하였다. 결국 금 태환 정지 선언인 닉슨 조치(1971년)로 브레튼 우즈 체제는 막을 내렸다. 이때부터 각국 정부는 금 없이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게 됐는데, 연일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최근 뉴스들은 이때부터 잉태된 셈이다.수출 주도형 경제구조인 우리나라는 수출주력 국가들의 경제 상황에 따라 국가경제가 좌우되기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수경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최근 선진국들의 보호무역 강화, 장기 저성장 시대의 소비 패턴, 고령화·저출산의 국내 현실은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고 내수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불경기 극복을 위한 부양책으로 정부지출을 늘리고 저금리 기조를 선택하는 건 상식이다. 그러나 저금리가 기업의 신사업이나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갈 데 없는 유동성은 부동산으로 몰렸다. 금리가 너무 낮으면 예금에 매력에 못 느낀 자금들은 부동화되는데 이 자금들이 부동산에 몰릴 경우, 투자와 회수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버블이 생기게 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처음으로 1천100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부동산 불패'라는 신념이 우리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부동산 투자로 남들만큼 못 벌어 배 아픈 사람은 있어도 손해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들릴 정도니 말이다.더 오를 거라는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와 주변에서 들리는 갭투자의 성공담은 대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정책들과 내로남불의 끝판왕이 돼버린 기득권층의 행태들은 국민을 분열시켰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정부의 규제들이 탐욕의 부동산 시장에 패배할 때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서민들의 마음은 불안해져만 간다.대출금 회수를 위한 금리인상은 부동산 안정의 대책이 될까?우리나라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변동금리부 대출이라고 한다. 이는 대출 이자율이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올라가므로 가계이자 부담이 늘고 가처분소득은 줄어 오히려 소비가 위축될 소지가 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약 39만가구가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가구가 된다는 과거 한국은행의 분석도 있었다.그렇다면, 공급증대는 그 대안이 될까? 신도시 건설, 재건축, 재개발 등 공급확대는 부동산 안정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공급량을 늘려도 거주 환경이 우수한 선호지역에서 살고 싶은 잠재 수요는 증가하기 마련이다. 내 집을 마련해도 더 편리하고 더 좋은 거주환경에 대한 욕구는 부동산이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쉽게 말해 누구나 돈이 있으면 강남처럼 부촌에 살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여기서 불편한 진실을 하나 소개할 까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자는 부동산과 주식이 올라 부자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부자들은 존경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부자들을 욕하거나 부러워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제 부동산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사회적·경제적 신분계층을 만들었고, 부동산 양극화라는 괴물을 탄생케 했다. 이제 부동산 문제는 가격의 안정이나 아니냐의 문제를 넘어섰다. 부동산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진영대결이 돼버렸다.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생각된다.남의 돈인 대출로 갭투자에 성공한 수혜자들과 남의 돈 무서워, 열심히 저축만 하고 산 부동산 정책의 피해자들은 운명처럼 한 나라, 한 공간에 같이 살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이고 시장경제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땅 한 조각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그의 국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말한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한 세기 전에 던진 질문에 대해 그 누군가는 답을 해줘야 한다.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600조원을 훌쩍 넘었다. 세계경제는 바닥을 기고, 코로나19 팬데믹은 종료되지 않았다. 부동산이 만든 불로소득은 일부에게 돌아가겠지만, 그 거품이 만든 폭탄은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모두에게 터져 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그 피해 정도는 민주적이지 않다. 빚이 많은 중산층들은 하층민으로 전락하고 기존에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더 가난해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움을 준 자본주의가 두 얼굴을 가진 '지킬앤하이드'처럼 느껴지는 이유이다.현진건의 소설 는 이 문장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 고!"알뜰살뜰 저축하며, 하루하루 노동의 대가로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은 지금의 세태를 보며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그 몹쓸 사회가 왜 대출을 권하는 고!"이상철 칼럼니스트

2020-08-01 06:30:00

[광장] 퇴계 선생은 매화와 친구였다

[광장] 퇴계 선생은 매화와 친구였다

최근 산림청에서는 정원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원부서를 발족시키고 '수목원·정원법'을 제정하였다. 제정된 정원법에서는 국가정원, 지방정원 그리고 민간정원 등 여러 유형으로 정원을 구분하고 있는데 국가정원 제1호로 순천만 정원이 지정되었다. '정원은 자연이다'라는 말을 생각한다면 정원이 산림청에 소속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 동시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정원의 필요성을 실감하는 큰 이유는 정원이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깨닫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일 것이다.퇴계 이황은 대유학자이자 철학자였을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건축가이자 정원설계가였다. 그는 이론의 틀을 벗어나 항상 자유롭고 독창적인 생각으로 집과 정원을 조성했다. 퇴계 선생은 공직에서 물러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집 한서암을 지을 때 개울에 인접해서 초가집을 지었다. 홍수의 피해를 모를 리 없었지만 물소리가 좋아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집 주위에 소나무·대나무·매화나무, 즉 삼우(三友)를 심어 작은 정원을 만들었으며, 이에 더하여 국화와 과(오이 또는 모과로 해석), 즉 이우(二友)를 더하여 오절(五節)이라 하였다.지금 우리의 시각에서 한서암은 어찌 보면 정원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조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물소리와 절개를 뜻하는 다섯 종류의 나무와 식물로 이루어진 초기 정원은 청빈과 절개를 자연의 순리로서 마음에 익히고 실천해 간 퇴계의 사상을 실현한 장소였다.한서암 시절 몇 년 후 퇴계는 계상서당을 짓고 이곳에서 10여 년을 보냈는데 그 정원에는 직사각형의 작은 못을 조성하고는 과를 대체해서 연(蓮)을 심었다. 연과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 국화, 여기에 퇴계 자신을 더하여 이 정원을 육우원(六友園)이라 했다. 이처럼 퇴계는 자신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생각했음은 물론 다섯 가지의 식물을 인격화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몸소 보여 주었다.자연 속 개울을 낀 정원은 도산서당에도 조성되었다. 도산서당에 퇴계는 정사각형 연지(蓮池)인 정우당과 작은 개울 건너 화단을 만들었다. 거기에 평생의 친구였던 매화, 대나무, 소나무 그리고 국화를 심고 이곳을 절우사라 했다. 그는 식물들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여두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그렇게 삶을 보냈다. 한서암의 조촐한 정원도, 계상서당과 도산서당의 정원도 모두 퇴계 선생이 평생 추구해 온 자연 합일의 삶을 보여주는 곳, 말하자면 이상과 삶이 하나로 어우러져 만들어진 곳이었다.소박하면서 상징적인 퇴계형 정원 양식 즉 연지와 인격화된 식물이 하나의 세트로 조성된 정원은 그를 따르는 많은 후학들의 정원 구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처럼 전통정원의 식물 선택과 배치에는 유학자들의 사상이 깃들어 있었다. 전통정원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정원의 주체자인 유학자들의 삶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퇴계 선생은 "저 매화에게 물을 주어라"는 유언을 남기고 운명하셨다고 한다. 긴 세월이 흐른 현재, 절우사도 육우원도 퇴계 선생의 손길이 닿았던 그 시대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리되지 않은 채 초라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정원은 우리가 가장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자연이다. 우리는 4계절 정원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찾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다. 이번 여름 모두 한번쯤은 정원에 서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기를 희망한다.

2020-07-31 20:25:31

[기고]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개장 의미

[기고]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 개장 의미

1895년 고종이 지(智)·덕(德)·체(體)를 중심으로 한 '신교육령'을 공포하고 근대적인 의미의 교육기관이 개설되면서부터 체육은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되어 대한민국 체육이 태동하는 인식 전환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리하여 1920년 '건민과 신민, 그리고 저항'을 창립 이념으로 '조선체육회'(현 대한체육회)가 출범하게 된다.이를 바탕으로 대구 체육도 1981년 '대구직할시체육회', 1991년 '대구시생활체육협의회' 출범을 통해 대구만의 독자적인 체육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국가적으로 체육 환경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명분 아래 2016년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을 각각 담당해오던 '대구광역시체육회'와 '대구광역시생활체육회'가 통합하면서 그간 전문 체육과 생활체육을 구분하는 그 경계를 허물게 되었다.체육단체의 통합은 그동안 이원화되었던 체육 시스템으로 단절되었던 엘리트 체육-생활체육의 벽을 허물고 더 나아가 대구 체육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통합체육회로 출범한 후 4년 만에 국가대표선수촌을 제외하고 2020년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 선수촌'인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를 개장하게 되었다.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는 대구 체육이 그동안 걸어왔던 선진적 체육 운영 혁신의 결정체라 할 수 있으며, 그동안 다소 비효율적으로 운영되어왔던 실업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되어 그 절차에서는 좀 더 투명하게, 결과로는 효율적 관리를 통한 경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는 혁신, 선도, 지방자치시대의 전환점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 먼저, 선수촌 내에는 대구 체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체육회뿐만 아니라 대구 직장운동경기부 소속 21개 팀 184명(지도자 27명, 선수 157명)의 지도자 및 선수들이 입촌하여 숙식과 훈련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지역 체육 운영의 혁신이라 할 수 있다.일부 지자체에서는 선수 합동 숙소를 운영하는 경우는 있지만 숙소와 훈련이 한곳에서 이루어지는 '선수촌' 개념은 대구가 최초이며, 국가대표선수촌을 제외하면 17개 시·도 최초의 훈련 클러스터이다.그동안 시설 노후화와 공간 부족을 이유로 숙소와 경기장 및 트레이닝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원룸, 체육관 등을 임차해 종목별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져 훈련하고 있었으며, 최근 불거진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 사건처럼 구타·가혹 행위 등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이러한 관점에서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는 체계적인 선수 관리를 통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 운영 예산의 효율적 사용 등을 이루어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다면 스포츠 4대 악인 조직 사유화, 승부 조작, 성폭력, 입시 비리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체육 분야의 선도자로서 또 한 번 체육계를 선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2020년은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지방자치는 지난 25년간 주민자치의 실현을 통해 대한민국을 발전시켜왔으며, 이제 이러한 발전적 변화가 체육 분야에서도 필요했다. 지금까지 체육 분야는 국가 주도로 하향식 정책이 주를 이루었지만 이제 대구스포츠단훈련센터를 통해 지방이 중심이 되는 체육 자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의 협력으로 체육 분야에서 대구만의 독창적, 자율적 운영 능력을 갖추게 되면 향후 국가 체육 발전에도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20-07-30 16:24:41

[시대산책]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

[시대산책] 북으로 돌아간 탈북자

3년 전 탈북해서 한국으로 왔던 김모(24) 씨가 지난 18일경 강화도 월곳리의 배수로를 통해 월북했다고 한다. 김 씨는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이에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다시 북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배수로에는 철창과 철조망이 있었고 CCTV를 포함한 군의 전자경계망이 있었지만 이를 모두 뚫고 넘어갔다. 철창과 철조망은 원래 벌어져 있었는데 김 씨의 몸이 왜소해서 조금만 더 벌리면 쉽게 지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군의 CCTV에는 김 씨의 모습이 찍혔지만 왜 그 당시에 이를 알지 못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근무 기강이 상당히 해이해져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설사 그 당시에 이를 확인했더라도 김 씨를 붙잡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 씨는 북에서 올 때도 강화도 인근의 바다를 통해 탈북했을 정도로 물에 익숙한 사람이다. 한밤중에 군인들이 출동 준비를 하고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강화도와 북한은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북한과의 접경지역이다 보니 강이나 바다를 자유롭게 수색할 수 없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나는 1991년 강화도의 서쪽 해안 중간쯤에 있는 양도면 건평리 해안에서 북한에서 보낸 반잠수정을 타고 밀입북했다가 2주 후 제주도 서귀포를 통해 돌아왔다. 나중에 공안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이 장소는 나 이외에도 여러 사람이 북한을 오가는 데 이용했다고 한다. 이 장소 외에도 북한의 공작 조직이 이용한 출입 장소가 몇 곳이 더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에도 군 감시망의 허술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경계망을 미리 치밀하게 조사해서 가장 허술한 곳을 찾아 침투하거나 탈출하는 것을 막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북한은 1998년 여수 앞바다에서 북한의 공작선(반잠수정)이 우리 해군에 의해 격침된 이후 지난 22년 동안 북한 공작선이 적발된 사례가 없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이 몰래 보내고 있는데 파악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공작선을 보내 해안으로 침투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큰 반면 큰 효용가치가 없는 일이다. 간첩을 파견할 필요가 있더라도 탈북자나 중국 교포로 위장해서 파견하는 것이 위험 부담도 적고 한국에서 합법 신분을 획득해서 활동하는 데도 더 편하다. 북한 공작선이 들어오는 사례가 없다 보니 군의 경계망이 더 느슨해진 면이 있고, 최근의 군 장병 관리가 과거에 비해 느슨해진 면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어쨌든 군은 경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고 이번에 나타난 문제점을 치밀하게 잘 보완해야 할 것이다. 경찰도 김 씨가 월북한 것으로 보인다는 다른 탈북자의 신고를 묵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문제도 철저히 조사해서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흔히 알려져 있듯이 북한은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인권 수준이 세계 최악이며 폭압적인 나라다. 그런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을 대부분의 한국인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TV에는 북한 사회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고 신문이나 잡지에도 북한 사회의 실상에 관한 구체적인 기사들이 자주 나오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은데도 북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 거의 매년 나온다.2012~2017년 동안 탈북자 중 재입북한 사람이 28명이라고 한다. 평균 매년 5명 가까운 사람이 북으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북으로 되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족 때문이다. 가족을 만나러 잠깐 갔다가 억류되는 경우도 있고 가족에 대한 협박이나 회유 때문에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서 돌아가는 사람도 꽤 있다. 그래도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생각하기만 해도 끔찍한 북한으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지만 일부는 충동적으로 혹은 견디다 못해 다시 북으로 돌아간다. 이번 김 씨처럼 범법 행위를 하고 감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 돌아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우리는 탈북자들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착 지원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20-07-30 16:12:52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내게 꼭 맞는 광고 회사, 이렇게 찾아라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내게 꼭 맞는 광고 회사, 이렇게 찾아라

'창업은 했는데 광고는 어떻게 하지?'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다. 창업은 했지만 소비자와의 소통을 어려워한다. 그럴만한 것이 브랜드 개발과 광고는 엄연히 다른 부분이기 때문이다. 제가 만난 대부분의 광고주가 그랬다. 창업과 광고에 동시에 소질이 있는 분은 없었다.그럼에도 이 칼럼을 보시는 분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업자는 만능일 수 없다.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빨리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의 적임자를 찾으면 된다. 광고 역시 마찬가지이다. 좋은 광고 팀을 만나 브랜드를 키워 가면 된다.네이버에서 광고 회사를 검색하면 끝이 안 보인다. 그 정도로 광고회사가 많다. 여기서 내게 맞는 광고회사 찾기란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찾는 일이다. 하지만 못 찾으리란 법도 없다. 구하는 사람은 찾기 마련이니까. 그렇다면 내게 꼭 맞는 회사를 어떻게 찾을까?첫째, 그들의 결과물을 살펴라. 인간이 하는 일이다보니 광고회사도 실수를 한다. 특히 프로젝트 진행 중에 그런 실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물은 달라야 한다. 과정상에서 실수가 있더라도 결과에는 흠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물은 거짓말을 못 한다.그리고 말 잘하는 광고 회사를 경계하라. 말 잘하는 회사는 과정이 훌륭하다. 광고주를 늘 안심시킨다. 그리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장담한다. 그런 회사의 경우, 데드라인이 되어서야 본색이 들어난다. 광고주가 요구한 부분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발표일이 되어 급하게 작업을 한 경우이다.둘째, 기본을 확인하라.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다면 미팅을 요청해라. 아님 전화 통화도 좋다. 의외로 미팅과 통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고객 응대와 말투, 행동, 서비스 마인드 등과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것들이 광고와 무슨 상관이냐 반문할 수도 있다.하지만, 광고를 잘하는 회사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잘한다. 광고는 명백한 서비스업이다. 나 혼자 예술성 있는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다. 광고주의 돈은 그리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광고는 누군가를 돕는 일이다. 좋은 브랜드를 팔리는 브랜드가 되도록 돕는 일이다. 좋은 광고 회사는 좋은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명함을 주고받는 일, 이메일을 쓰는 요령과 같은 기본을 확인해라. 기본이 없는 회사가 좋은 결과물을 선물할리 없다.셋째, 직원들이 즐거운 회사임을 확인하라. 이것은 '내가 이 회사에 광고를 맡기면 즐거울까?'란 질문과 같다. 회사 자체가 즐거운 곳이 있다. 일이 즐거우니 이직률도 낮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광고회사가 그렇지 못하다. 초과 근무는 기본이고 야근은 필수이다. 우리 회사도 초창기엔 그랬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였다. 그 결과 유능한 직원들을 떠나보내는 쓰라린 경험을 해야 했다. 우리가 즐겁지 못한데 광고주에게 즐거운 광고를 주고자 했던 것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구직 구인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 광고회사의 평판에 대해 알 수 있다. 퇴사한 직원들이 남긴 그 회사의 장단점을 알 수 있다. 물론, 퇴사한 직원들이 좋은 글을 남겼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런 피드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광고회사와 즐겁게 일하고 싶다면 그 회사 내부의 분위기도 보라.넷째, 이유가 있는 광고회사를 선택하라.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이다.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디테일에 있다. 경찰이면서 깡패와 어울리는 이정재가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극 초반 이정재는 밝은 색 계열의 정장을 입고 나타난다. 하지만 깡패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의 양복은 어두워진다. 박훈정 감독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정재의 옷 색깔에도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이런 것이 디테일이다. 여기에서 뛰어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가 구분된다.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광고에는 모두 이유가 있다. 좋은 광고 회사를 찾고 싶다면 광고의 디테일을 살펴라.다섯 번째, 계약서를 보면 그 회사의 문화가 보인다. 보통 계약은 1~2회의 미팅 후 세 번째 미팅에서 이루어진다. 서로의 신뢰를 탐색하는 시간인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절차가 남았다. 바로 계약서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계약서를 보면 그 회사가 고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회사 CEO가 돈을 바라보는 관점도 보인다.악덕 기업의 경우, 계약 해지 시 위약금을 2배로 책정하기도 한다. 명백한 반사회적 조항이다. 그리고 계약 해지의 경우, 상대방의 잘못만 명시되어 있고 광고 회사의 잘못에 대한 언급도 없다. 계약서는 그 광고 회사의 CEO의 입김이 가장 많이 작용하는 서류이다. 그래서 계약서를 보면 이 회사의 CEO가 어떤 마인드로 사업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계약하고 싶을 정도로 믿음이 간다면 계약서를 요청해라. 그리고 변호사에게 자문을 받아라. 이때 자문 비용이 10만 원 정도 발생한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운 소상공인어도 이 돈을 아깝다고 생각지 마라. 그 돈을 아끼려다가 몇 백, 몇 천만 원을 잃을 수도 있다. 반드시 변호사 자문 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라.마지막은 '안 바쁜 회사'이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바쁘지 않아 우리 브랜드에 신경을 많이 써주는 회사, 일이 없으니 우리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회사가 최고의 광고회사이다. 참 아이러니하다. 우리는 일이 많아야 실력 있는 회사라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다. 바쁜데 에는 이유가 있으니까.하지만 그런 순간 광고 의뢰가 '쳐내야할 대상'으로 바뀌기도 한다. '빨리 종료하고 나머지 프로젝트에 돌입하자!'는 식일 수 있다. 잘 찾아보면 스타트업인데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광고회사가 있다. 이들은 간절하다. 이번에 맡은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이들에 내일이란 없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일을 과하게 한다. 자신에게 광고를 맡겨준 것 자체가 감사하고 간절한 이들이다. 물론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럴 때는 광고주로서 이들을 보듬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광고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예측'이다. 절대 예측해서는 안 된다. '내가 5정도 바라면 10정도는 해오겠지' '좋은 게 좋은 거니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예측이 그렇다. 하지만 광고 회사는 내 마음 같지 않다. 이 점을 명심하셔야 한다. 광고회사를 선택할 때에는 한 가지 관점에서 보지 마라.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 기업 문화, 서비스 마인드 등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라. 다양한 시선에서 찾을 때 보석 같은 회사가 당신 앞에 나타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7-30 14:16:45

[매일춘추] 대프리카 2020 / 조수현

[매일춘추] 대프리카 2020 / 조수현

2017년부터 조형물이 등장한 대프리카 시리즈는 대구 현대백화점 동문 광장에서 매년 여름철 전시되는 행사이다. 대구의 큰 이슈가 된 야외 전시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그동안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익어가는 달걀 프라이 조형물, 눌어붙은 슬리퍼와 녹아내린 라바콘 조형물 등 더위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올해 진행되는 대프리카 조형물은 바캉스와 더위를 주제로 한 녹아내린 휴양지가 표현되었다. 대프리카 시리즈에 전시된 조형물들은 일반 시민들에게 더위를 잠시 잊고 즐기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시민들은 조형물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거나 선베드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추억을 남긴다. 이 조형물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을 접할 기회를 선사하는 공공미술로서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대프리카 조형물이 시민들에 의해 활용되면서 여름철 관광의 명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예를 들어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러브)는 뉴욕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조형물로 유명하다. 이 조형물이 관람객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우리의 삶과 밀접한 단어에 의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인다. 또 다른 예로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는 과거에 버려진 섬 혹은 쓰레기 섬으로 불렸지만 '예술의 섬'으로 탈바꿈한 모습을 보여준다. 선착장과 방파제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적 상징인 '호박' 조형물을 비롯해 마을 곳곳에 예술가들의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함께 작품을 제작하는 등의 도심 재생의 역할을 하였다.반면 공공미술을 저해하는 조형물도 있었다. 강남 스타일 '말춤'과 '괴물' 그리고 '꽁치 꼬리' 등 일부 공공 조형물들은 혈세 낭비 논란을 일으키며 관람객의 반감을 초래하였다. 혐오스럽고 기괴한 형상이 지역의 특성이나 정서에 적합하지 않았던 결과로 결국 흉물로 전략한 '꽁치 꼬리' 조형물은 철거되었다.공공미술은 사전적 의미로 '대중들을 위한 미술'로서 일반적으로 공개된 장소에 설치, 전시되는 작품을 의미한다. 전시장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도심의 공공 장소에서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전시 형태인 것이다.필자는 공공 조형물의 역할은 예술성뿐만 아니라 대중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역적 특성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대프리카 시리즈와 일상의 단어를 통해 쉽게 공감을 얻은 러브 조형물 그리고 예술가와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으로 구성된 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들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조형물이 예술에 대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된다고 바라본다. 대프리카 2020의 휴양지 조형물은 예술을 어렵게만 바라보는 편견에서 벗어나 일상의 삶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있다. 올여름 코로나19로 바캉스를 떠나지 못한 대구 시민들의 새로운 휴양지가 되길 기대한다.

2020-07-30 13:54:49

[최재목의 아침놀] ‘가짜, 쓰레기’라 말하는 아픈 사회

[최재목의 아침놀] ‘가짜, 쓰레기’라 말하는 아픈 사회

요즘 세간에서 자주 듣는 말이 '가짜' 아니면 '쓰레기'다. '가짜'란 '참인 것처럼 꾸민 거짓인 것'이다. 겉으론 비슷하나 속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사이비'(似而非),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는 노래의 '짜가'와 같다. 그리고 '쓰레기'란 더 이상 쓸모없어 내다 버릴/버린 물건이나 사람을 뜻한다.세상에는 정말로 가짜도 쓰레기도 있다. 아울러 그렇지 않지만 모종의 전략으로 억울하게 그렇게 몰려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가짜니 쓰레기니 하는 말이나 이들과 합성된 말들–예컨대 '가짜뉴스' '기레기' 등–을 들으면 우선 기분이 상한다. 평소 좋게 생각했던 사람이나 사물들, 뉴스나 정보에 이 말이 붙으면 믿음이 사라진다. 이처럼 부정적 선입견을 갖는 것은 언어의 마력이다.따라서 가짜니 쓰레기니 하는 호칭은 무언가의 기존 가치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혼돈으로 몰아가기에 탁월한 전략이다. 그렇게 낙인찍히면, 본래의 것과 이후의 손상된 이미지가 뒤섞여 긴가민가, 뭐가 뭔지 모를 상황에 놓인다. 원래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일단 그렇게 '호칭'되고 나면 그렇게 '규정'돼, 사실과 진실은 묻지 않고, 그렇게 '인식'한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이 왜, 무슨 목적으로 이런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담는가?먼저, 가짜와 쓰레기를 진실 그대로 알리려는 것이거나, 반대로 완전히 거짓 조작하여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어느 쪽이든 시간이 지나면 사실, 진실이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다음으로, '나는 맞고 상대는 틀리다'는 것을 선전, 홍보하여 자신이 도덕적, 사상적으로 가치 우위에 서려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그들은 수세에 몰렸든 아니든 상대방 비방의 목소리를 높여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여 상황을 반전하려 한다. 이들에게 사실과 진실은 뒷전이다.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마지막으로, '나만 그런가? 너도 그렇다!'는 것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즉 자신과 상대방이 피차일반임을 호소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다 그렇고 그렇지 뭐, 그게 그거지!'라며 공감하도록 하여, 사실이나 진실을 흐려 놓으려 한다. 상대방의 공격, 비판에 물타기를 하거나 물귀신 작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상대가 제기한 문제가 억지이고 어불성설임을 적극 알려 상황을 반전하려는 전술이다.가짜니 쓰레기니 하는 달갑지 않은 이런 종류의 말들이 자연스레 유통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우선 언어의 사회적 수요, 공급 생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한마디로 시장 규모가 제법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만큼의 언어 유통시장을 가진 우리 사회의 몸 상태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적지 않은 내홍을 겪고 있고, 어딘가 앓고 있음을 알려준다.물론 가짜니 쓰레기니 하는 말들은 주로 정치적 맥락에서,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깎아내릴 때 쓰는 것이다. 그런 만큼, 시장을 이끌어가는 장본은 역시 정치인들이거나 그 주변 인물들이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이분화되면서, 상대방을 공격하는 저급 언어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를 다시 읽었다. 뇌리에 남는 한 구절을 곱씹는다. 의식 속에 몸이 존재한다는 것은 삶이 병들었음을 의미한다.다시 위, 심장 등을 계속 느끼는 것, 몸의 작은 부분까지도 의식되는 것, 그것이 병이 아니겠는가? 맞는 말이다. 언어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가짜니 쓰레기니 하는 말들도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아픔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구태여 그런 말도 할 필요가 없다. 말을 한다는 것은 '의식' 속에 그런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 어딘가가 불편하고 아프다는 증거이다.지난날엔 '나라의 대사는 제사와 전쟁에 있다'(國之大事, 在祀與戎)고들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가짜니 쓰레기니 하는 언어의 병 또한 '국가의 대사'로서 치유해 가야 마땅하리라.

2020-07-29 16:30:00

[종교칼럼] 단순한 삶에 자유가 있다

[종교칼럼] 단순한 삶에 자유가 있다

〈공부하는 삶〉이란 책이 있다. 프랑스에서 약 100년 전에 출판되었는데 한국에서는 2013년에 번역되었다. 전문서적도 아닌데, 그 옛날 책을 왜 번역했을까? 세르티양주(Antonin-Gilbert Sertillanges·1863~1948)가 쓴 이 책의 원제는 〈La Vie Intellectuelle〉(1920년)이다. 공부와 관련된 책이나 독서에 대한 책은 서점에 즐비한데 또 공부에 대한 책인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공부보다는 공부하는 사람의 태도에 방점을 둔다. 이 책은 일생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산 세르티양주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드러낸 책이다. 그는 배우는 사람은 '일상을 단순하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다시 힘주어 말한다. "다른 어떤 낱말보다 한 낱말에 유념해야 한다. 반드시 삶을 단순화해야 한다."그에게 공부는 배우는 일과 산출하는 일이다. 세르티양주는 읽기의 첫 번째 원칙을 적게 읽는 것이라고 한다. 지나치게 읽으면 오히려 정신을 둔화시키고, 성찰하고 집중하는 힘을 잃어버려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는 넘치게 읽기보다는 밖으로 나가서 자연이라는 책과 함께 즐기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한다. 또한 내면의 고요를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게 읽는 것이 유익하다. 공부를 하든지 일상생활을 하든지 배우는 자의 삶은 단순함에 있다. 우리는 여기서 단순함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그러나 현대는 속도감과 복잡함이 아닌가. 기술 발전은 인간의 상상력을 앞지르고 변화 속도는 현기증을 일으킨다. 우리는 오늘도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무엇이든 채우면 채울수록 더 복잡해지고, 세상을 알면 알수록 더 혼란스럽다. 이 무질서, 혼란함, 복잡함의 끝은 어디에 있을까!수도승의 아버지 성 안토니우스(St. Anthony·251~356)는 인간 내면에는 두 세계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우리 영혼을 두렵게 하고 생각들을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게 하며, 낙담하고 불화하게 만들고, 냉담과 슬픔을 야기하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평온함과 온유함과 더불어 기쁨과 즐거움과 용기를 주는 세계'라고 했다. 무질서와 혼란 세계는 우리의 정신이 수천 갈래로 나눠진 데서 왔다. 우리 정신의 복잡함이 만든 결과가 바로 무질서와 혼란이다. 그러나 평온함과 온유함은 정신의 단순함이 근원이고 기쁨과 즐거움 역시 단순함의 소산이다.단순함은 소박함이나 간단함(simple)이라는 문자적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단순함은 순수하고, 원초적인 것, 진리 자체인 신성(divinity)을 향하고 있다. 김광명은 '자연, 삶,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복잡성의 깊은 곳에는 단순함이 자리하고 있으며, 단순함은 모든 복잡성의 모태가 되는 우주의 심오한 성찰이다. 단순함이야말로 우리의 존재 기반이며 만물에 숨겨져 있는 구조와 조화이다"고 했다.예수님도 산상수훈에서 단순함에 대한 명쾌한 가르침을 주셨다.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부터 나느니라."(마 5:37)우리 내면에는 수많은 생각들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내면의 복잡함이 '예'를 '예'로 말하지 못하게 하고, '아니오'를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이 단순하면 우리는 '예'를 '예'라 할 수 있고, '아니오'를 '아니오'라 할 수 있다.잊지 말자. 단순함이 자유의 문이고 내면의 고요에 이르는 길임을.

2020-07-29 15:59:48

[도태우의 새론새평] 신속하고 정확한 재검표가 나라를 살리는 길

[도태우의 새론새평] 신속하고 정확한 재검표가 나라를 살리는 길

4·15 총선이 치러진 뒤 106일이 지났다. 그간 25군데 후보자와 107곳의 유권자, 1개 비례정당의 선거소송이 대법원에 제기되었지만 한 곳도 재검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검표 일정이 잡힌 곳조차 없다.이회창 후보의 2002년 대선 재검표는 전국 80개 개표소를 대상으로 했지만 선거 후 39일 만에 실시되었다. 4년 전 총선에서 문병호 후보의 재검표는 두 달 보름 만에 이루어졌다. 1992년 임채정 의원은 118일 만에 실시된 재검표로 당선되었는데, 역사상 가장 늦은 재검표였다.혹시 재검표를 거부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일반 유권자가 매번 같은 이유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소(訴)를 제기한다면 '소권 남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가 아닌 유권자라 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제222조에 따라 선거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국민주권의 핵심 제도가 선거이니만큼 재판청구권은 최대로 존중되어야 한다. 재검표는 신청자가 검증 비용을 부담하기에 세금을 낭비하는 측면도 없다.이번 재검표에서는 신속과 더불어 특히 정확성이 요구된다. 의혹의 상당 부분이 디지털 영역인데 증거보전 단계에서 법원은 전통적인 종이 투표지, 투표록 등만 보전을 허가하고 전산화된 통합선거인명부와 투표지 이미지파일, 서버와 분류기 등의 보전 조치를 거부한 바 있다.이번 선거에서는 고성능 내장형 CPU와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USB 포트를 함께 탑재한 신형 전자개표기(투표지 분류기)가 도입되었다. 기존의 개표 부정 의혹과 달리 빅데이터 분석으로 정교한 목표치를 산출한 뒤 전산 조작과 가공 표 투입으로 정확하게 180석을 도출한 총체적 조작이 의심되고 있다. 미시간대의 월터 미베인 교수와 같은 세계적인 부정선거 전문가는 사전투표 영역에서 7~10%의 사기성 표를 추정한다.이번 선거에 대한 증거보전에서는 봉인(封印)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수많은 봉인 훼손 사례가 발견되었다. 봉인 테이프가 재부착된 것, 봉인 도장이 새로 찍힌 것, 등록된 도장과 다른 도장이 찍힌 것, 옆으로 구멍이 나 있거나 위로 틈이 벌어져 있어 봉인의 의미가 없어진 것, 삼립빵 상자와 이삿짐 박스 같은 비규격함, 겉면에 투표소·투표 종류와 같은 필수 기재 사항이 전혀 기재되지 않은 보관함 등 불법 부정 사례를 다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보관함에 담긴 투표지는 특별 검증 절차를 밟아 유무효를 엄격히 판정해야 할 것이다.결국 정확한 재검표를 위해서는 당일 투표지의 일련번호 확인만이 아니라 통합선거인명부 파일에 기재된 일련번호와 사전투표지 QR코드 번호 대조를 통해 투표지의 동일성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 개표 전후 과정의 부정 투표지 혼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재검표의 본질적인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선관위가 주장하듯 '관리 부실'은 있었지만 디지털 조작, 가공 표 혼입 등 선거 부정이 없었음이 재검표로 입증되면 국가적 신뢰를 드높이는 자산이 된다. 반면, 부정선거 의혹이 사실이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국헌 문란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따라서 어느 입장에서든 신속·정확한 재검표가 필수적이다. 재검표 날짜를 계속 미루며 이 중대한 의혹이 실효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시한을 넘겨 보겠다거나 핵심 정보의 확인을 차단하고 요식행위로 재검표를 치르겠다는 생각은 모두 국민의 건전한 상식과 극도로 배치된다.정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정권의 최후 보루가 되었다는 한탄이 들려온다. 사법부의 장악은 신독재 유사 전체주의의 완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줄기 빛과도 같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4·15 총선 재검표를 주도한 대법관은 미국이 기리는 마샬 대법원장처럼 대한민국을 법치의 죽음에서 건져낸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고 말해진다. 2020년 신속·정확한 재검표 실시는 1987년 직선제 개헌과 같이 우리 사회를 자유민주 법치의 정방향으로 올려 세우는 기념비적 사건이 될 것이다.

2020-07-29 15:03:45

[매일춘추] 대구는 ‘창의적 자치분권’ 도시다 / 서성희

[매일춘추] 대구는 ‘창의적 자치분권’ 도시다 / 서성희

지역에서 영화를 한다고 하면 대구는 다른 도시에 비해 좀 늦지 않았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무엇이 늦었다는 말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른 지역에 비해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이 늦었다는 뜻일 때도 있고, 영화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들기에 늦었다는 뜻일 때도 있다. 대체로 외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대구 영화는 드러난 것보다 더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가 있다. 대구에는 청년 영화인들이 많이 있고 올해만 스무 편의 단편영화와 세 편의 장편영화가 제작 중이다. 지금 그들에겐 관노 출신이었던 장영실의 출신 성분보다 능력을 알아봐 주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꿈을 함께 펼쳤던 세종의 응원과 지지가 필요하다.세종대왕은 혁신적 인재 등용을 통해 정치, 경제, 국방, 과학, 문화, 예술 등 모든 면에서 조선왕조 518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성군이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는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그린다. 당시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명나라에 대한 사대주의와 신분체계야말로 조선의 근간이라는 논리로 세종이 관노인 장영실과 함께 있는 것조차 반대한다. 그러나 백성을 이롭게 하려는 세종의 원대한 꿈은 "이 코끼리 그림은 그저 허상일 뿐이다. 물시계는 조선의 것으로 조선에 맞는 것을 만들면 된다"라고 말한 장영실에 의해 실현된다.중국의 시간이 아닌 우리의 시간을 찾고, 중국의 글자가 아닌 우리의 글자를 만들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권력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에 권력을 가진 사대부는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싫어한다. 명분은 사대주의에 근간한다. 이에 반해 세종대왕은 변화가 백성에게 가져다줄 무한한 이로움을 상상할 수 있는 성군이었기에 변화를 꿈꾼다. 그 꿈은 과학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사대부가 아닌 노비 출신 과학자 장영실과 함께 실현해 나간다.기득권 세력인 사대부는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라는 오래된 관습과 편견에 갇혀 중국의 것이 아닌 '조선의 것'을 만들어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대국을 따라잡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확신하며 현재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변화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만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에 사대하며 세종을 사사건건 반대한다. 결과적으로 '창의적인 생산'보다는 앞선 기존 문물을 '단순히 소비'하는 삶을 선택하며 현실에 안주한다. 대구는 영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소비도시가 아닌 창의적인 생산이 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 대구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다. 문화는 현존하는 세대로 승패가 끝나는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사대주의는 국가 간 사대주의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도시 간 사대주의도 존재한다. 대구는 수도권 사대주의에서 벗어나 대구 영화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세우고 대구 영화계의 존립은 스스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의미의 창의적 자치분권을 이루고 독창적인 영화 도시 대구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

2020-07-29 14:17:53

[기고] 김영만 군위군수 결단을 내려야

[기고] 김영만 군위군수 결단을 내려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후보지를 결정짓는 운명의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공항을 만들어 대구경북의 미래를 활짝 여는 것은 우리 지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다.필자는 한국공항공사 사장 재임 중 최고 당기 순이익을 올렸고 만년 적자 지방 공항의 흑자 전환 토대를 마련하는 등 공항 경영 능력을 평가받은 바 있어 공항의 존재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세계 어느 나라든지 지방자치단체는 공항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건다. 왜냐하면 공항을 자기 지역에 유치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지역에 사회간접자본(SOC) 등 새로운 인프라가 생기고 수백만~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공항을 이용하면서 생기는 일자리 창출 효과와 경제 유발효과로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공항이 완성돼 운항이 시작되면 군위와 의성은 경북 기초자치단체에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도시로 격상하게 될 것이다.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우물 안'을 벗어나 탁 트인 세계로 나아가는 '희망의 문'이다. 이번 기회에 이 희망의 문을 열지 못한다면 후손들에게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통합신공항이 성공적으로 들어서면 대구경북이 다시 글로벌 도시로 탄생하고 전 세계를 잇는 하늘길을 열어 항공 중심지로 거듭나게 돼 재도약의 탄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중국은 공항을 중심으로 주변 경제를 발전시키는 '임공경제'(臨空經濟)를 채택해 공항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가하고 있다. 공항을 중심으로 교통 네트워크 연결, 대외교류, 산업 클러스터 등의 기능은 물론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과 산업 발전을 선도해 나가는 역할을 한다.영국의 작은 도시 '하운슬로' 공항도 지역경제의 거점공항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운슬로는 런던 등 수도권과 20여㎞ 떨어진 작은 마을로 풍부한 관광자원도 없는 평범한 도시다. 그러나 공항이 들어서면서 사방으로 뚫린 도로망과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대도시 못지않은 명품도시로 탈바꿈했다.통합신공항은 연간 1천만 명의 승객을 수용하고 10만t 이상의 화물을 처리한다. 또 통합신공항 건설은 단거리 위주 노선을 벗어나 유럽 등 중장거리 노선 수요에 대비한 국토 중·동부권의 관문공항을 건설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신공항과 배후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9조원을 들여 광역철도망도 구축된다. 대구와 경북의 미래 지도가 바뀌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셈이다.대구경북이 현재 처해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라도 더 이상은 안 된다. 통합신공항 문제가 불거지자 부산·울산·경남은 기다렸다는 듯 가덕도 신공항 카드를 꺼내 들었다. 만약 통합신공항이 무산되거나 부·울·경 쪽에 동남권 신공항을 선점당하게 되면 향후 벌어질 동남권신공항 유치 경쟁에 대응할 동력까지도 상실하게 된다.이제 공항 이전을 위한 종착역까지 왔다. 만일 공항이 공동후보지로 결정되면 당장은 속상하고 허탈할지는 몰라도 군위군의 미래를 생각하면 생각을 달리할 수 있다고 본다.김영만 군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군수가 지역민의 여론을 존중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역민과 지역의 미래가 확실히 담보돼 있는 이 중차대한 일에 지역 주민의 뜻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김 군수도 어느 길이 옳은지 고민할 것이다. 우보만을 주장하는 군민들도 다시 한번 냉철하게 생각해 봐 주길 바란다. 대구경북 모두가 잘살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김석기 국회의원

2020-07-28 19:02:33

[매일춘추] 한가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매일춘추] 한가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지난 반 년 여 우리 대구·경북인들은 '코로나19'를 정말 무던히도 잘 견뎌냈다. 높은 시민의식에 긍지를 느낀다. 7월말, 그래도 휴가철은 왔다. 한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를 빌어 외치고 싶다. "고생한 당신, 떠나라!" 대구지역 하늘 길과 땅 길은 이미 작년 수준을 회복했다고 한다. 코로나19는 지구촌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져주었다. 가히 지각변동이라 할 만하다. 후대인들은 현금의 역사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눌지도 모른다. 벌써 2019년을 21세기의 실질적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꼭 100년 전인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실질적으로 20세기가 시작되었음을 상기하면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만하다. 그만큼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은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제 지금껏 당연시되었던 '활동적인 삶(vita activa)'에서 자아의 참된 행위를 탐색하는 '성찰적인 삶(vita contemplativa)'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각종 인문학 모임마저 사교모임의 한 형태로 변질되는 현실 아닌가.독일인들이 즐겨 쓰는 단어에 '파울렌첸(faulenzen)'이 있다. '한가롭게 빈둥거린다'는 뜻이다. 휴가여행은 수학여행과 달라서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쉬는 것이라는 필자의 말에 아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막상 휴가지에서 파울렌첸을 즐길라 치면 아내의 태도는 표변한다. 그냥 할 일 없이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거의 매번 필자의 판정패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빈둥대어 보리라는 희망은 잃지 않고 있다. 한가롭게 빈둥거린다는 뜻의 파울렌첸을 노장사상에 빗댄다면 '무위(無爲)'라고 해도 될 것이다. 필자가 이해하는 한, '무위'란 그냥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글자 그대로 '무의 행위', 곧 '인위가 아닌 행위'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헤겔에 의하면, '현실'은 '현상'과 '본질'의 합, 말하자면 구체적인 현상과 그 현상 너머의 '빈 공간'을 포괄하는 중층 개념이다. 여기서 '빈 공간'이라 함은 현상형식을 있게 하는 순수형식, 순수잉여, 곧 사물의 본질이며, 이는 '무위'에 다름 아니다. 파울렌첸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이상인 이유다. 코로나19는 이른바 '피로사회'의 한 원인으로서 활동적 삶이 미덕인 시대에 한가함과 무위의 성찰적 삶을 불러내었다. 성찰적 삶은 게으른 삶이 아니다. 인간을 더 인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이었던" 니체의 다음의 말에서 현대인의 문제적 자화상을 보는 것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들은 휴식을 부끄러워하며, 오랜 사색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기까지 한다. 시계를 보며 생각하고, 점심 먹으며 주식신문을 들여다본다. 아무 일도 안 하느니 무슨 일이라도 한다는 원칙이 모든 교양과 고상한 취미를 파괴한다. 사람들은 한가함을 누릴 시간과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2020-07-28 15:22:34

[경제칼럼] 당동벌이 (黨同伐異)

[경제칼럼] 당동벌이 (黨同伐異)

'당동벌이'(黨同伐異), 4글자로 이루어진 고사성어이다.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뜻이 같은 무리끼리는 서로 돕고 그렇지 않은 무리는 배척한다'는 의미이다. '동당벌이'(同黨伐異)도 같은 뜻이다. 유래는 '후한서'(後漢書) 당동전(黨同傳)에서 비롯됐다.중국 송나라에서 사마광의 보수파와 왕안석의 개혁파 간 극단의 대립이 있었다. 치열한 당파 싸움은 송나라를 점차 병들게 하였다. 정권을 잡게 되면 상대방을 간사한 무리로 몰아 삭탈관직하고 유배를 보냈다.그들에게는 옳고 그름의 시비 구분은 없었다. 오로지 자신이 속한 당파 이익만 있었을 뿐이다. 백성을 생각하는 정치와 화합은 없었고 탐욕만 가득했다. 보수와 개혁 사이의 진흙탕 싸움은 북송 멸망 때까지 계속됐다. 결국 당동벌이 당파 싸움이 원인이 돼 북송의 두 황제 휘종, 흠종은 금나라에 포로로 잡혀가는 큰 치욕을 치르게 된다.조선시대에는 당쟁이 있었다. 그 절정이 예송논쟁이다. 효종과 인선왕후의 장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상복을 1년, 3년 중 얼마 동안 입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당파를 지어 치열하게 싸운 것이다. 단순한 장례 문제가 아닌 왕권의 정통성과 당파 이익이 맞물린 집권 세력 간의 싸움이었다.당시 조선은 세계 최고 국력을 보유한 청나라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정통성을 내세우며 벌인 북벌론과 대기근으로 인해 백성들은 굶어죽을 판이었다.하지만 조정은 '상복'을 얼마나 입느냐를 두고 서인과 남인으로 갈려져 소모적인 당파 전쟁을 벌인 것이다. 백성들의 어려운 삶과 궁핍한 살림살이에 대해 집권 세력인 서인과 남인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당파 이익만 우선시됐다.한국은행은 2020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3.3%로 발표했다. 지난 1998년 1분기 이후 2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경제성장률이 -2%대로 폭락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더군다나 2020년 1분기 성장률이 –1.3%였다. 2분기 성장률은 –3.3%로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점이 우려된다.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여진다. 하락 폭이 더 커진 점도 우려스럽다. 우리가 경제에서 믿는 구석인 수출은 2분기 –16.6% 역성장했다. 상반기 국내 경제가 재난지원금 등 여러 경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진행했음에도 경제 상황과 수치는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어려운 경제 상황과 반대로 2020년 대한민국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매매, 전세, 월세를 막론하고 폭등하고 있다. 대도시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 인상 폭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2020년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득은 줄어드는데,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은 오르고 있다. 제대로 벌지 못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뭔가 관리 시스템이 잘못 작동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풀고 해결해야 한다.국가의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기업 활동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 활동과 같은 생산적인 것이 아닌 비생산적인 부동산으로 자원이 모여 가격을 왜곡하고 있다.정부는 위기임을 인식하고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조급하지 않은 접근이 있어야 한다. 경제는 심리이다. 시민들의 조급한 마음을 다스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아울러 혁신과 기업가 정신, 이윤 추구가 존경받고 환영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한정적 국가 자원이 기업으로, 이윤이 창출되는 곳으로 흘러들어 정상적인 부를 창출해야 한다.자원의 흐름을 지켜보고 막힌 부분을 뚫어 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사회인지, 창업하기 좋은 사회인지 끊임없이 스스로 되물어 봐야 하고 필요 없는 규제를 더욱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아울러 백성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 당파 이익이 아닌 시민들의 삶을 살펴야 한다. 어려운 시민들의 삶에 박원순 시장, 백선엽 장군의 장례 논쟁은 딴 세상 이야기다. 불필요한 논쟁은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정해진 규정대로 하면 된다. 여야를 불문하고 한 사람 한 사람 만나 보면 나무랄 데 없는 학자요 선비요 군자들이다. 하지만 당파를 결성하면 달라진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싶다.탕평채라는 음식이 있다. 녹두묵에 고기 볶음,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묵무침이다. 탕평채라는 음식명은 영조 때 여러 당파가 잘 협력하자는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의 음식상에 처음으로 등장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 탕평채를 드시고 이렇게 바뀌었으면 한다.'일의 옳고 그름은 분명하게 따지며, 뜻이 다른 무리라도 서로 돕고, 뜻이 같다고 하여도 시비를 따지는' 당이벌동(黨異伐同)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2020-07-28 11:18:42

[세계의 창]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 시대 변화의 본질에 주목하자

[세계의 창] 4차 산업혁명 및 코로나19 시대 변화의 본질에 주목하자

몇 년 전 괌을 다녀온 적이 있다. 괌은 항구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없었다. 항구에 붙은 설명서가 눈에 띄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엽만 하더라도 괌은 포경선의 기지로서 대성황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괌에서 어획되는 고래 고기는 에너지원인 기름을 생산하는 원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에너지원이 발견됨에 따라 괌의 항구는 쇠락하게 되었다. 과학의 발전이 산업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감했다. 장차 이런 변화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여기에 대처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 괌 여행의 큰 수확이었다.1950년대 전후 전화기 사용이 대중화되었다. 1980년대 삐삐라는 통신수단을 거쳐, 최근에는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정용 전화기나 공중전화기는 그 효용을 잃었다. 곳곳에 설치된 공중전화는 흉물처럼 변했다.지난 학기 코로나19 사태로 진행된 비대면 수업에서 SNS 단체대화의 효용을 톡톡히 보았다. 비대면 수업 초기에는 30여 명의 수강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 대면 강의에서와 같이 학생들의 눈빛과 태도를 파악할 수 없으니,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몇 주가 지나 학생들의 양해하에 30명의 단체 대화창을 개설했다. 그리고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보강할 사항은 무엇인지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했다. 이렇게 단체 대화창은 나와 학생들 간의 긴밀한 비접촉 소통 창구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유튜브의 유용성을 실감하고 틈틈이 동영상을 업로드한다. 선박 충돌 관련 법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항해 법칙에 관하여 알려주어야 했다. 충돌 상황을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어 올려주었다. 수업 중 학생들에게 스마트폰으로 그 동영상을 시청하도록 했다. 즉석에서 학생들이 그 영상을 시청하면서 나의 설명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우정국의 우편 사업 적자가 심하다는 기사를 접했다. 개인 간에 편지를 주고받는 일이 적어졌으니 적자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의 소통수단은 크게 변화가 왔고 산업에도 영향을 주었다.이러한 것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어떻게'(how)할 것인가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이다. '어떻게' 분야에서는 앞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다. 교통이 좋지 않아 한적하여 알려지지 않았던 곳이 더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건물 공간이 여유가 있는 대학은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학생들이 좌석에 앉아 효율적인 대면 수업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선호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그런데,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을(what), 왜(why) 할 것인지와 무관한 것이다. 통신수단의 발달이 사람의 의식주의 본질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어떻게 먹고 어떻게 입는 것의 변화는 있지만, 사람이 먹고 자고 입어야 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큰 변화가 없다.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고 겨울에는 두꺼운 옷을 입고 여름에는 가벼운 옷을 입게 된다. 비바람을 피할 집에는 살아야 한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논농사를 지어야 하고 바다에서 생선을 잡아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오렌지류는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방법은 변화가 있어도 그들을 위한 교육 자체에 대한 수요는 상존할 것이다. 통신수단 중에서 변함없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은 TV와 라디오이다. 출퇴근길 운전에 사용하지 않고 남는 귀로 듣는 FM 라디오의 음악 방송은 우리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이와 같이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시대에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변함이 없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변화하는 것들에 발 빠르게 수용하고 변함이 없는 것들은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균형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20-07-27 16:51:22

[기고] 분노한 청년이여, 세상을 바꿔라!

[기고] 분노한 청년이여, 세상을 바꿔라!

사회학자인 이철승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란 저서를 통하여 386세대의 상층 리더들이 다른 세대에 돌아가야 할 몫을 더 가져갔기 때문에 386세대 리더들의 '약속 위반'에 분노한다고 말한다.그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희생자들은 바로 청년과 여성, 특히 젊은 여성이라고 강조한다. 386세대를 포함하여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심각한 자산 불평등에 절망하고 있다. 산업화 세대가 부동산 시장의 폭등으로 '세대의 기회'를 철저히 이용해 자산계급으로 부상한 결과, 이들의 후손들 일부는 스스로의 노력 없이 '자산계급'으로 편입된다. 부동산 투기 이득을 챙긴 것이다. '금수저' '흙수저' 얘기가 나온다. 부의 대물림을 말한다.기득권 세력들은 젊은 청년 세대들에게 '열심히 노력하라'고만 앵무새처럼 지저귄다. 잠꼬대 같은 얘기다. 젊은 청년 세대들은 1997년 IMF 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2020년 전 세계적 코로나19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데 절망적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하여, 평생직장과 노동의 종말을 넘어서 직업의 종말을 얘기하고, 앙트레프레너 즉 창업의 시대를 예고한다.성공한 CEO들은 일자리 진출과 관련해 창업, 중소기업, 대기업, 공무원 순으로 강력히 추천한다. 실상은 그와 정반대로 모두가 공무원이나 공기업에 올인하고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산업화 세대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과실도 충분히 따 먹었다. 지금 젊은 청년들에게는 일할 기회조차 없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AI 시대 모든 부와 권력은 극소수 엘리트의 손에 집중되면서 대다수 사람은 이들의 착취 대상으로 전락하고 사회와는 완전히 단절되는 이른바 '무용계급'이 된다고 주장한다.젊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 이는 전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책임이다. 아직도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젊은 청년들의 민생고 문제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국회조차도 소수의 젊은 청년을 내세워서 당선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을 따름이다. 청년 일자리와 청년 창업 및 청년 주거 등과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으나, 그 혜택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제 젊은 청년들이 분연히 기득권 세력을 향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낼 만하다.그렇다면, 기득권 세력과 젊은 청년 세대들 간의 새로운 공생의 길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득권 세력인 공무원·군인·사학 연금 수혜자들, 산업화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386세대는 젊은 청년 세대들을 위하여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 그리고 기성세대의 역량 활용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나아가서 연금 수혜자와 기득권 세력의 부에 대해서도 젊은 청년 세대들과 십시일반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필자는 이에 '청년펀드'를 조성, 종합적인 '청년센터'의 구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청년들의 근본적인 문제인 미래 지향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소프트웨어 사업의 발굴을 위하여 국민적 펀드를 조성, 청년들에게 고기를 잡을 줄 아는 방법을 가르쳐 보자는 얘기다. 핵심 내용은 미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AI 시대 사회 적응 능력과 새로운 직업 창조 역량, 미래 일과 미래 직업, 전문직의 미래, 미래 지도자·시민 의식 교육, 청년 정치 아카데미, 창업가 정신 등이다. 젊은 청년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과감하게 개척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

2020-07-27 16:39:36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마추픽추의 “굿바이 보이‘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마추픽추의 “굿바이 보이‘

코르테스가 소총 50정을 지닌 500명의 스페인 병사와 16마리의 말로 아즈텍 제국을 정복하자, 돼지를 치던 그의 친척 피사로도 180명의 병사와 27마리의 말을 이끌고 남미의 잉카로 향했다. 잉카는 안데스 산맥 4천㎞ 길이에 1천200만 명 인구인 큰 제국이었다. 피사로가 1531년 수도 쿠스코 북부에서 평화 회담을 요청하자, 잉카의 젊은 황제 아타우알파는 무장해제한 군대 8만 명을 이끌고 나갔다. 피사로는 협소한 지역에 화승총으로 무장한 보병과 대포도 감췄으나 황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가톨릭 신부가 '개종과 스페인 국왕에 대한 충성'을 압박하자 스스로가 신이었던 황제는 거부하였고, 동시에 대포와 화승총이 불을 뿜었다. 잉카인들은 모두 놀라서 흩어졌고, 황제는 포로가 되었다. 7천 명의 수행원을 대동했던 황제가 순식간에 포획된 것이다. 당시 잉카인들은 미래에 흰 사람들이 큰 동물과 함께 나타나 그들을 구한다고 믿어왔는데, 말 탄 백인 기병들이 그들 앞에 나타나자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고 한다.황제는 자기를 석방해 주면 구금된 방을 금으로 채워 주겠다고 제안하고, 제국의 금 장식을 뜯어 바쳤다. 그러나 피사로는 금만 받고 그를 교수형에 처하였다. 후일 다시 공격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대병력은 즉시 흩어졌고 이후 간헐적인 저항이 무산되며 결국 1533년 잉카제국은 스페인 식민지가 되었다. 잉카에는 소통 가능한 문자가 없었기에 세상에 무지했고 황제는 침략자를 알지도 못하면서도 모두 자신의 권위에 굴복할 것이라고 오만하게 생각하다 자멸했다.아즈텍, 잉카가 손쉽게 정복되자 황금 제국 엘도라도를 찾겠다는 유럽인들의 침탈이 이어졌다. 단단한 철이 없었기에 청동기와 돌 무기로 무장했던 잉카인들은 대포와 총칼을 지닌 유럽인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잉카의 폭정에 시달리던 다른 부족들이 스페인 군대에 협력한 것도 결정적이었다.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잉카인을 신민으로 인정하는 대신 그들의 무료 노동력 사용을 허용하자 잉카인들은 합법화된 착취와 지난한 노동과 기근을 견뎌야 했다. 천연두를 비롯한 유럽의 전염병도 면역력이 없던 남미 원주민 2천만 명 이상을 몰살시켰고, 잉카 인구도 50만 명으로 줄었다.스페인 정복자를 피해 안데스의 깊은 정상에 새 도시 마추픽추를 건설했던 잉카인들은 또다시 어디론가 사라졌고, 이 잉카의 도시는 400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알려진다. 페루의 마추픽추를 돌아본 후 내려오는 버스를 탈 때면 한 남자아이가 손을 흔든다. 한국 사람에게는 "굿 바이"와 "안녕-가세요"를 함께 외친다. 버스가 산길을 돌며 내려오는 동안 소년은 깎아지른 경사를 가로질러 버스를 만나는 길목마다 미리 대기하다가 같은 인사를 반복한다.소년을 일곱 번 정도 만나면 정류장에 도착하는데, 이미 내려와 있던 소년은 버스에 올라 인사를 하고 관광객들은 박수와 함께 돈을 건넨다. '굿바이 보이' '헬로 보이'라 불리는 이 소년은 옛날 잉카의 산길을 뛰어다녔던 파발꾼 '차스키'의 후예이다. 진흙으로 만든 마추픽추의 채색한 소년 종을 흔들면 잉카 파발꾼들의 고난했던 발걸음 소리도 같이 들려온다.

2020-07-27 16:30:00

[박창원의 기록여행] 박물관 병풍을 바람막이로 쓴 시장

[박창원의 기록여행] 박물관 병풍을 바람막이로 쓴 시장

'그런 사실이 있었다면 관계자의 추태로 본다. 이(퇴계) 선생의 서화는 해방 전 일인시전과 소창이 당시에 소장하고 고귀하며 일상애호한 걸로 아는데 오늘 우리들의 양심을 돌아보면 과연 한탄해 마지않는 바에 자손만대의 유적물을 그렇게 소홀히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48년 2월 29일 자)박물관에 있어야 할 유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퇴계 이황의 서화와 조선시대의 병풍, 장롱 등 한둘이 아니었다. 유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 유물이 사라진 종착역은 대구부 관리들의 사택이었다. 특히나 병풍의 용도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하다못해 눈으로 보는 관상용이 아니라 바람막이 방풍용으로 썼다. 게다가 은고리, 주전자, 찻잔 등도 사라졌고 일부 유물은 사무실 집기로 둔갑했다. 기사는 이를 '추태'로 표현했다.대구부립도서관에 있는 문화재를 공직자 자신이 살고 있는 집으로 몰래 가져간 것으로 드러나자 시민들의 여론이 들끓었다.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공직자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다. 한마디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국보급으로 알려진 퇴계의 서화를 가져간 것도 모자라 보물급인 병풍 4개를 각각 방풍용으로 쓴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낯 뜨거운 일이라는 전문가의 질타도 나왔다.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조사는 시작부터 기우뚱했다. 유물을 가져간 관리들이 대구에서 내로라하는 위치에 있었던 탓이다. 이들은 대구 부윤과 부부윤, 학무과장, 사회교육계장이었다. 부윤은 지금의 시장이다. 말하자면 대구시장과 부시장, 교육감 등이 공모자였다. 그러다 보니 심부름꾼에 불과한 직원을 조사하는 선에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박물관의 문화재 유출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 것은 해방 직후의 상황과 맞닿아 있었다. 해방이 되자마자 일본인들은 쫓겨나면서 시장의 가게나 작은 창고 등에 보관 중이던 우리의 귀중품을 가져가려 했다. 시민들은 그런 일본인들을 찾아내 유출을 막고 문화재를 되찾는 데 힘을 보탰다. 이 같은 시민들의 노력과는 달리 고위 관리들이 문화재를 사유물로 여겼으니 분노는 당연한 결과였다.대구의 박물관 건립 움직임은 해방되자마자 일찍이 시작됐다. 1945년 8월 하순 대구박물관설립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듬해 3월에는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한 기성회가 조직되었다. 9월에는 수집품 진열과 내부 공사를 마무리했고, 다음 달에 개관을 계획했다. 하지만 개천절인 10월 3일의 개관은 무산되고 말았다. 아마도 10월 항쟁의 여파였을 것이다. 그러다 1947년 5월에서야 대구부립박물관은 달성공원에서 문을 열었다.대구박물관의 유물 수난은 6‧25전쟁 때도 되풀이됐다. 박물관의 소장품이 파손되고 수십 건의 유물이 골동품상으로 빠져나가 거래되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는 살아 있는 오늘을 비춘다. '박물관은 살아 있다'다. 박물관뿐이랴.

2020-07-27 16:30:00

[김문환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정조와 용주사... 바르트와 추미애

[김문환의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정조와 용주사... 바르트와 추미애

◆북경 천주교 남당 성화…홍대용, 박지원 극찬북경 지하철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선무문 역에 내리면 천주교 남당이 우뚝 솟아 맞아준다. 1605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명나라 황제 만력제의 도움으로 지은 뒤, 여진족의 청나라 순치제 때 아담 샤알이 확장했으니 400년이 넘는 역사다.1644년 인조의 맏아들 소현세자가 아담 샤알을 만나 천주교에 귀의한 뒤, 서양 신부를 조선으로 데려가겠다고 요청한 곳도 남당이다. 남당은 신문물을 갈망하던 실학자들에게 순례 코스였다. 김창업은 1712년 '노가재연행록', 홍대용은 1765년 '을병연행록', 박지원은 1780년 '열하일기'를 통해 한결같이 천주교 남당의 예수님 그림, 즉 성화를 보고 서양화풍에 깊이 감동받았다고 적는다.◆김홍도 통해 남당 성화가 용주사 탱화로1783년 정약용의 매형 이승훈이 남당에서 조선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데 이어 1789년 조선 최고 화가 김홍도가 북경에 다녀왔다. 화가 김홍도가 왜? 정조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효심 깊던 정조는 배봉산 자락 서울시립대 언저리의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 영우원을 1790년 왕릉(융릉)으로 승격시켜 화성에 새로 만들고, 능을 지키는 능침 사찰로 용주사를 세웠다.이때 대웅전에 그린 후불탱화(경기도 유형문화재 16호)에는 서양의 음영법이 녹아들었다. 실학자들이 탄복하던 남당의 성화를 김홍도가 보고 와서 서양화법을 녹여 그렸던 것이다. 문화재청은 현존 작품은 소실된 김홍도의 원본을 본떠 후대 화가들이 새로 그린 것이라고 기록한다.◆정조의 면학 포용 정신, 조지훈의 시혼 깃든 용주사당대 노론 집권 세력은 천주교를 포함해 청나라 문물을 탄압했지만, 정조는 달랐다. 천주교 성화 기법을 배워 불교 탱화를 그리도록 하는 실용적인 포용 정신으로 신문물을 배우자는 중인, 서얼 출신 실학자들을 등용했고, 서양 서적을 모아 펴낸 청나라 백과사전 "고금도서집성"을 규장각에 비치했다. 정조가 100년에 한 번 나올 재상감으로 칭송한 정약용이 이 책의 '기기도설'을 독파해 거중기를 개발하고, 수원화성의 기본 설계도를 완성한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대한민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슴에 담는 일종의 민족시 '승무'는 조지훈이 스무 살이던 1939년 용주사에서 승무를 보고 시상을 가다듬어 '문장'지에 발표한 시다. 이렇듯 용주사는 우리 민족 문화예술사에 실용면학, 개혁, 향내 나는 문학의 산실로 아름다운 획을 긋던 명소다.◆미디어 사진의 여론 공작…오염된 용주사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용주사에 머문 사진이 미디어에 실렸다. 소쉬르의 기호학을 미디어 분석에 적용한 롤랑 바르트는 미디어가 싣는 사진은 겉에 드러난 이미지, 기표(記標)에 불과하고 속뜻, 기의(記意)가 숨겨졌다며 이를 지배 집단의 이데올로기 공작으로 규정했다. 바르트는 1955년 7월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 326호 흑인 병사의 거수경례 표지 사진에 주목했다. 당시 프랑스는 1954년 5월 베트남 디엔비엔푸 전투 패배로 식민지 베트남을 잃고, 1954년 11월 알제리 독립전쟁 발발로 고전 국면이었다.바르트는 흑인 청년의 경례라는 '기표'에는 프랑스의 영광을 위해 아프리카 출신까지 애국주의로 뭉치라는 '기의'가 담겼다며 제국주의 미화 공작의 이면을 파헤쳤다. 사찰에서 마음을 비운 듯한 사진, 즉 '기표'에는 갈등 중인 윤석열 검찰을 속세의 찌든 권력으로 대비하려는 엉큼한 '기의'가 도사린다. 바르트의 예리한 기호학적 분석으로 본심을 들킨 권력과 미디어의 저급한 사진 정치술은 감동은커녕 조롱거리가 되기 십상이다.◆이개 장관(?)…'살아 있는 권력 수사' 지원해야추 장관의 낡은 수법은 청와대 탁현민의 상투적인 '슈도 이벤트'(꾸며낸 사건) 연출과 맥이 닿는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밑으로부터 다원적 가치의 수렴이지만, 추 장관은 걸핏하면 "내 명을 어겼다"는 식의 오만과 독선으로 정치 문화를 "왕이 곧 국가"(L'État, c'est moi)라는 17세기 프랑스 절대왕정의 루이 14세 때로 퇴행시킨다. 한동훈 검사장이 추 장관을 '일개 장관'으로 묘사하자 진중권은 부동산 행정까지 오지랖 넓히는 '이개 장관'이라고 고쳐 불렀다. '이개 장관'하거나 용주사 '슈도 이벤트'할 시간에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명대로 윤석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돕는 것이 그렇게 좋아하는 상명하복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다.

2020-07-27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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