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내가 읽은 책]기성세대로의 연착륙 『호밀밭의 파수꾼』, J. D. Salinger, 민음사, 2018

 누구나 한번은 겪었던 시절, 자기가 속한 세계만 옳다고 생각하는 질풍노도의 시기. 마치 미국판 ‘중2병’을 겪는 주인공을 소재로 한 이 책은 J. D. Salinger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며 존 레논과 케네디 대통령의 살해범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광웅 작 ‘가파도 보리밭’ 명문 사립 팬시고등학교 3학년인 홀든 콜필드는 4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 퇴학당한다. 수요일인 크리스마스에 맞춰 뉴욕에 있는 집에 돌아가려 했으나 룸메이트와 싸우는 바람에 토요일에 학교를 나선다. 그리고 집에 바로 가지 않고 3일 동안 뉴욕에서 경험한 것을 1인칭 시점으로 말하고 있다. 16세, 우리 나이로 18세 즉 청소년기의 마지막이자 막 어른이 되려고 하는 시절에 있는 홀든은 세상을 순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눈다. 시종일관 냉소적으로 얘기하면서도 순수한 대상인 동생 엘리와 피비, 여자 친구 제인, 수녀들을 생각하면 행복감을 느낀다. 반면 다른 세상은 모두 거짓으로 가득 차 있다고 여긴다. 팬시고등학교 홍보물에는 말을 타고 폴로게임을 하는 학생들의 사진이 있지만 정작 학교에는 말이 없다거나 어른들의 세계를 경험하지만 매춘부에게 5달러를 빼앗기거나 믿었던 선생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기도 한다. 홀든은 여동생 피비가 보고 싶어 몰래 집에 들어간다. 피비는 홀든이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지 묻는다. 홀든은 한참 생각하다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주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순수성을 지켜주려는 것이다. 세상 누구와도 어울릴 수 없는 인간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은 대개 도피나 자살이다. 처음에 홀든은 도피를 선택한다. 즉 서부로 떠나려고 결심하지만 피비 때문에 결국 집으로 돌아간다. 물론 이러한 결정은 피비의 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3일 동안 방황하면서 겪은 내적 갈등과 성찰의 결과물이다. 피비가 다니는 학교에 낙서가 쓰여진 것을 보고 처음에는 지우려 했으나 너무 많이 쓰여진 것을 보고 지우기를 포기한다. 그리고 회전목마를 타는 피비를 보며 ‘아이들이 황금의 링을 잡으려 할 때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된다. 그러다가 떨어져도 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즉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포기한 것이다. 소설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홀든이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방황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가려 하면서 끝이 난다. 이 책은 1940년대 미국경제가 호황이던 시절에 만연했던 물질주의, 성공지상주의를 비판하고 가족·세대 간 소통부재, 개인의 고립 등 여러 사회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비속어와 저속한 표현 등 피상적인 이유 때문에 금서로 지정되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권장도서가 되었다. 홀든 같은 문제아도 방황하다 결국 ‘컴백 홈’하여 현실로 돌아온다는 내용이 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홀든의 패배’라고 말하지만 기성세대로의 연착륙을 잘 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할리우드에서 Salinger에게 이 책을 영화로 만들자고 수차례 권유했지만 Salinger는 그때마다 이렇게 말하면서 거절했다고 한다. ‘홀든이 싫어할 것 같아서’.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해 본다.  김광웅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08-21 16:17:16

[임용규의 골프명언3] <5> 정직한 운동, 골프

골프는 정직하다. 수십 가지 변수가 작동하는 민감한 운동이지만 결국은 동반자들의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 그 때문에 골프 매너가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1타 적게 치려고 살짝 자신을 속이는 행동을 하게 되면, 결국 어디선가 그 모습은 본 동반자가 마음속으로 큰 실망을 하게 된다. 그래서 골프는 정직하게 치고, 마음으로 소통해야 한다. #1. 나 안 괜찮아=말하지 않아도 진심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 나는 말보다 침묵이 잘 통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2. 무상=언젠가 많은 것을 말해야 할 이는 많은 것을 가슴속에 말없이 쌓는다. 언젠가 번개에 불을 켜야 할 이는 오랫동안 구름으로 살아야 한다. #3. 한때 소중했던 것들=세월이 흐를수록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늘어만 간다.   국제레포츠협회장

2018-08-21 15:22:35

말레이시아 팜가든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와 페어웨이의 아름다운 전경. (주)킴스여행 제공

[추천! 금주의 골프장] 말레이시아 팜가든 골프클럽

말레이시아 신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 lol 리조트 안에 위치하고 있는 명품 골프장이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20분, 쿠알라품푸르 국제공항에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총 18홀의 챔피언십 골프코스로 설계돼 있으며, 호주의 유명한 코스 디자이너 테드 파슬로우가 디자인했다. 팜가든 코스는 말레이시아 랭킹 5위권의 고급 골프장답게 레이아웃, 코스관리, 위치 등 모든 면에서 많은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린은 '그린 위의 카페트'라고 불리는 버뮤다 티 프와프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조이시아 잔디가 티 박스와 페어웨이에 깔려 있다. 길지 않은 코스이지만 페어웨이의 업&다운은 파도가 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수많은 종류의 돌들과 조경들이 골프장의 경관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한편, 팜가든 골프클럽은 lol 쇼핑몰 주변의 프리미엄급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서, 클럽하우스는 골프 내장객 뿐 아니라 쇼핑몰 방문객들에게도 고급스러운 식사를 하기 위한 레스토랑과 커뮤니티 센터 기능을 하고 있다. (주)킴스여행 김천훈 대표 kims4275559@hanmail.net

2018-08-21 15:05:34

아마추어 골퍼들은 드라이버에서 OB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을 치기 보다는, 찾으러 다니는 것이 더 바쁘다. 황환수 프로 제공

[황환수의 골프인문학] <11>통닭 반바리값 날아갔네!

전날 골프숍에 들러 새 공을 준비하고 오늘 라운드에서 1개의 볼로 경기를 마칠 수 있도록 간절하게 원했다. 그러나 첫 홀부터 미처 풀리지 않은 근육으로 휘두른 드라이버는 악성 훅 구질을 만들면서 볼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전반을 마무리할 시점에 벌써 3개의 볼을 다 소비하고, 5번째 볼로 라운드를 이어가고 있었다. 동반자 플레이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곰곰이 회상했다. 그동안 잃어버린 볼의 금액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티샷과 세컨샷을 하던 골퍼의 중얼거림은 모든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익숙한 장면으로 회상된다. "통닭 반 마리 날아갔네", "생닭 한 마리 사라졌네" 등 쓴 농담으로 위로하며 라운딩을 이어간다. 필자는 이처럼 '로스트볼(분실볼)이 국내에서만 하루 얼마나 될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떠올려봤다. 국내 개장 골프장의 개수를 대략 500여 개로 추산하고, 하루 160여 명이 플레이를 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한 사람당 18홀 라운드 중 3개의 골프공을 분실한다면 하루 24만여 개가 된다. 이를 한 달로 추정하면 약 700만 개가 훌쩍 넘는다. 또 새 공을 개당 3천원으로 환산해 계산하면, 한 달에 약 2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물론 이 가운데 로스트볼 판매업체에서 공급한 공이 다수 섞여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도 100억원은 족히 넘을 것이다. 공중파나 케이블방송, 그리고 각종 골프잡지 등에서 수많은 골프볼 광고가 넘쳐난다. 물론 새 골프공들이다. 메이커마다 자사의 특성을 알리는 홍보(비거리, 정확도 등)가 골퍼들의 판단을 오히려 흐리게 한다. 골프볼 시장 수요가 골퍼들의 증가와 더불어 더욱 확대된다는 점은 당연지사다. 이에 편승해 로스트볼 판매업계도 소비자의 구매 의지를 앞세워 활성화되는 추세다. 로스트볼은 말 그대로 분실공을 다시 회수해 세탁이나 수선을 통해 골퍼들에게 판매하는 볼이다. 로스트볼은 가격이 싸다는 점을 제외하면 단점이 너무 많다. 얼마나 햇볕에 노출되었는지 또는 눈과 비를 맞고 분실된 장소에서 외롭게 얼마나 버텼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고급 피막을 여러 겹 입힌 골프공의 경우 자연 노출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단 구매 타당성을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나 로스트볼 중에서도 투피스볼이나 표면 광택이 있는 크리스탈 볼들은 이러한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비기너나 초중급 골퍼들에게 권유할 만한 경제적 방법이기도 하다. 골프공의 구질이라고 일컫는 특징은 스핀양과 반발력으로 요약된다. 새 볼의 성능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 로스트볼은 분명 새 공과의 차별성을 인정하고 구매토록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아마추어 골퍼들도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가능한 한 새 볼을 사용해 라운딩할 것을 권하며, 부득이 스스로가 로스트볼을 양산하는 실력이면 양질의 로스트볼을 선택하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볼이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골프 칼럼니스트

2018-08-21 14:24:58

이정호 법무법인 천우 변호사

[경제 칼럼] 합리성을 넘는 개성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

다양성 상실한 획일적 직장 선호삶의 질 평가를 연봉순으로 매겨합리적 결정과 판단 재검토 필요개성과 가치 추구하는 유행 기대 최근 취업자 수 증가 폭이 급전직하하듯 낮아졌다고 한다. 취업률 감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용 회피의 결과가 아닌지 의심받고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 여부를 떠나 고용이 불안해진다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형 성장에 정반대의 악영향을 주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가뜩이나 국민연금 고갈과 연금보험료 인상 등으로 다들 맘이 편치 않은데 말이다. 그런데 높은 청년 실업률과 고용 불안 속에서도, 얼마 전 만난 중소 광고기획업을 경영하는 지인은 적정한 인재를 채용할 수 없어 사업 확장을 포기하고 근근이 유지만 해오다 그나마 남아 있는 직원들도 구조조정을 하였다 한다.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고 도전하려면 의욕이 넘치고 그 나름 재능을 갖춘 근로자를 채용하여야 하는데 면접을 볼 때마다 서로가 원하는 조건이 달라 도대체 적격자를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앞선 지인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 고용 문제는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구조적 실업이 대부분이겠지만, 그 일부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여 실업 상태로 대기하거나, 원치 않는 근로조건이지만 할 수 없이 일하게 되는 잠재적 실업건도 꽤 있을 것이다. 구조적 실업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바라는 직장을 찾을 때까지 대기하는 마찰적 실업이나 잠재적 실업은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이나 경쟁력 향상에 큰 마이너스 요인이 되며, 기업이나 부의 독과점, 고급 인력의 대기업 편중 현상을 가중시키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의 합리적 소비나 선택이 낳은 결과적 오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이 취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 행동은 경제 활동에도 반영되어 부동산이나 상품의 소비, 고용 선택의 양식으로 나타난다. 소비에 있어서는 많은 정보를 검색해 내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소비자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가성비'를 좇는 소비자들의 결정은 점점 몰개성적 현상으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고용 시장에서도 계량화하여 비교해 최적이라 할 수 있는 근로조건을 갖춘 직장이 1차적으로 선호된다. 당연히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최우선 순위다. 다양성을 상실한 획일적인 직장 선호도는 이면의 실력과 능력보다 표면의 학력과 '스펙 쌓기'에 더 치중하는 교육 과정이나 취업 준비 단계로까지 이미 철저하게 반영되어 있다. 진학률이 좋은 학교나 학원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고 최우선적으로 선호되며 그렇지 못한 지역은 외지로 취급된다. 그러다 보니 지방 소도시나 읍면은 심지어 인구 감소로 사라지지 않을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삶의 질과 그 지표가 계량화된 직장 연봉이나 근속 가능 연한, 대학 서열 등으로 평가된다. 과연 무엇이 합리적 결정과 판단인지 이제는 아무래도 재검토되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단순 비교가 가능한 가격이 아니더라도 상품이 갖는 개성, 상품을 생산 유통하는 기업의 특징까지도 살펴보는 소비가 필요하고, 당장의 근로조건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성장 가능성, 불확실성에 도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더 큰 열매까지 내다보며 일자리를 선택하자면 너무 공허한 주장일까? 끝으로, 다양한 가치를 좇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성이 남성과 거의 대등하게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시대가 되었으며, 이러한 여성의 대등한 사회참여 기회는 곧 가정이나 사회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남성을 능가함을 의미한다. 가족이 공동으로 선택하여야 하는 교육이나 주거 등의 가장 유력한 소비활동에 있어서는 여성의 선택이 아무래도 결정적이다. 합리적 가격보다는 개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유행이 생겨나길 기대한다. 약력:서울대 법대 졸업. 현 중소기업법률지원단 자문변호사

2018-08-21 14:04:44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매일춘추] 마에스토로의 필요성과 그 힘

악기도 하나 지니지 않은 채, 넓은 무대의 정중앙에서 얇은 봉 하나만을 움직이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 지휘자 없이는 연주가 불가능할까. 정확히 언제부터 지휘자가 생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등장은 약 17세기 쯤으로 추정된다. 작은 앙상블의 연주라면 연주자간에 긴밀히 눈빛과 서로의 몸짓을 교류하는 것으로 음악의 호흡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 처음엔 바이올린 수석 등 연주 구성원 중의 대표자가 음악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휘자의 등장배경은 연주자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은 한 사람이 연주와 전체를 리드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의 크기는 목관악기의 개수로 가늠한다. 총 인원수가 50명 미만일 경우 '챔버 오케스트라'라고하며, 2관 또는 4관 편성인가에 따라 일반적으로 80~100명 안팎으로 구성된다. 극단적인 예로 말러의 '천인교향곡' 연주실황을 보면, '지휘자가 없이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와닿을 것이다. 100명의 연주자가 한자리에 모여,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때문에 여러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전체를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통솔하는 지휘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휘자는 기본적으로 곡의 템포와 박자를 통일시켜야 한다. 더불어 각각의 악기들이 마치 하나의 악기가 울리는 것처럼 고루 사운드를 조절하고,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 또한 선도해야 한다. 카리스마도 필요하지만 독재자처럼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서는 안된다. 리더의 카리스마 그 내면에는 지휘자의 뛰어난 곡 해석 능력이 먼저 검증되어야만 하고,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와 동의가 이뤄져야 하기에 연주자를 설득할 때에는 적절한 논리성이 바탕되어야 할 것이다. 합창지휘 같은 경우에는 손으로만 지휘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케스트라는 많은 인원과 넓은 공간을 차지하므로 지휘봉을 사용하여 지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지휘자와 관련해 흥미로운 얘기도 하나 덧붙인다. 지휘봉으로 인해 죽게 된 지휘자가 있다. 프랑스 왕 루이 14세의 궁정 음악가이자 작곡가인 륄리. 그는 금속재로 만든 무거운 지휘봉을 바닥에 두드리며, 오케스트라 음악을 정리하곤 했다. 한번은 음악이 클라이막스에 다다르자 포르테시모를 이끌고자 혼신의 힘으로 바닥을 두드렸고, 자신의 오른발을 때리고 말았다. 결국 그 상처로 들어온 세균 때문에 패혈증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의 지휘봉은 나무나 유리 섬유로 만들어져 보다 안전하다. 지휘자의 지위는 갈수록 높아져, 우리는 명 지휘자를 존칭하여 '마에스트로'(장인)라고도 부른다.

2018-08-21 11:44:45

안현주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매일춘추] 그들의 신화는 '사상누각'

자수성가의 신화는 무너졌다. 배우자로 자수성가한 사람은 별로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경영실패와 부정부패 등 자수성가자들의 자살골이 영향을 미치기는 했다. 하지만 언론이 만들어낸 휴머니즘 가득한 스토리에 넘어가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똑똑해진 탓일까. 이제 사람들은 평사원으로 시작해 대기업 임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독하게 경쟁자들을 짓밟고 올라섰는가에 주목한다. 좋게 말해 잡초 같은 생명력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습자본주의가 얼마나 나쁜 지에 대해 말하려고 애썼다. 부모 덕분에 돈과 권력을 얻은 전과자들이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끈다면서. 자수성가자들은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됐고, 누군가에게는 '너는 왜 그렇게 못하냐'는 타박이 됐다. 금수저들은 사업을 말아먹어도 툭툭 털고 새 사업을 시작하면 됐지만, 자수성가자들이 추락하는 데는 날개가 없었다. 어쩌면 그들의 신화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맨손으로 시작해 성공한 사람들이 잘 빠지는 함정이 있다. 모든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성품이 나쁘게 변할 만한 환경을 갖지 않는다. 반면 간단한 것조차 투쟁해서 얻어야 하는 사람들은 매 순간이 생존경쟁이다. 그런 상황을 버텨내는 방법은 모든 사람이 자기를 포기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공했을 때, 성공한 경험에 기반해 강한 자기 확신을 갖게 된다. 자수성가형 인물들은 자신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나약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또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을 가르치려 들기도 한다. 작가 프란츠 카프카가 거칠고 궁핍한 환경에서 살아남았기에 더 강한 아버지에게 느꼈던 소통의 단절, 그에서 오는 절망감은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에도 잘 드러난다. 대개는 성공을 원하지만 자기 혼자만 살아남은 무인도에서의 생존력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부가 주는 혜택은 바로 자유다. 창업을 하든, 기부를 하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고한다'며 고기 깨나 사 먹이거나 용돈을 쥐어주려 해도 그렇다. 자수성가 신화를 비판하는 것조차 구태인 시대가 됐다. 차라리 솔직한 절망을 제시하는 편이 환호를 받는다. 샐러리맨의 감동 신화가 디즈니 동화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해피엔딩으로 박제됐다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학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빌 게이츠는 '나를 따라하지 말라'고 했다. 대학 학위를 받는 게 성공으로 가는 더 확실한 길이라면서. 메시지 캠프 기획실장

2018-08-20 14:18:37

구광회 세무사

[기고] 자영업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국세청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세 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자영업자에 대한 일괄 세무조사 면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세무조사 유예조치로 신고내용 확인 대상자의 50%가량이 혜택을 받게 되며, 세무조사 대상자는 실질적으로 25% 수준까지 제외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국세청이 이번 세무 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통해 세무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무조사는 조세 부담의 공평성을 확보하고 성실 납세의무 이행을 담보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납세자에게는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정책 당국에서도 조심해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총사업자 수는 772만6천 명이다.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는 1만7천여 건으로 총납세자 수의 0.2% 수준이나, 탈세 규모가 크지 않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직접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무조사 면제라는 심리적 효과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세무조사 유예 발표 이후 자영업자들 사이에는 '늘어난 인건비를 탈세해서 해결하라는 말이냐'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과세 인프라 구축으로 세원이 완전히 노출되어 자영업자들도 대다수가 성실신고를 하고 있다. 또한 세무조사 면제로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세무행정을 집행하여 성실 납세자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세무조사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인건비 상승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도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했다. 최저임금이 2018년보다 10.9%가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되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 사업이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고 아우성이다. 이들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에 대처하기 위하여 직원 수를 줄여 가족 노동력으로 대체하거나 무인자동화를 시도한다. 이러지도 못할 경우에는 사업을 폐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세액감면 지원대상 확대와 일자리 창출기업에 대한 획기적인 세정지원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세무조사 면제와 같은 한시적 혜택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영업의 생태계를 완전히 회복시킬 수 있도록 임대료 부담 완화,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세 부담 완화 등 자영업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원 대책이 더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및 내수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국세청의 세정지원 대책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구광회 세무사/경영학박사

2018-08-20 14:15:26

김일광 동화작가

[에세이 산책] 헌책

배롱나무꽃이 참 예쁘다.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싱겁게도 나무 둥치를 간질여 보았다. 가지 끝이 약간 간지럼을 타는 것 같았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그 반응이 맞다고, 아니 그렇게 느꼈을 따름이라고' 혼자서 티격태격해 본다. 멀지 않은 곳, 구룡포 아라장터 구경 나선 길에 배롱나무꽃에 그만 마음을 빼앗겼다. 하기야 바쁜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와 약속을 잡은 것도 아니었다. 걸음을 바쁘게 옮겨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아라장터, 벼룩시장. 올망졸망한 상품들이 장터 가장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좌판에 나와 앉은 물건들 얼굴이 모두 선하다. 직접 만든 액세서리, 향초, 수예, 헌 옷가지 등등.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돌고 손이 갔다. 만져보고 놓고, 들어보고 다시 놓고. 참 예쁘다. 사지 않는 게 미안해질 때쯤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이 나타났다. 무료란다. 그 앞에서 우연히 아는 분을 만났다. 장바닥에 나란히 서서 찻잔을 든 채 그동안 안부를 나누었다. 시골 인심이 차만큼이나 맛깔스럽다. 뭔가를 사야 할 텐데 하면서 돌아보는데 한쪽 구석에 책이 쌓여 있었다. 헌책이 까치발을 하고는 손짓을 하였다. 다른 곳과는 달리 지키는 사람은 없고 책만이 삐쭉거리며 앉아 있었다. 헌책을 사러 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주인마저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한 권을 골랐다. 책을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주인이 알아채 주기를 기다리는데 저만큼에서 주인이 달려왔다. 책값을 물으니 엄청나게 싸다. 새 책값의 반의반도 되지 않았다. 이리저리 훑어봐도 새 책과 다를 바 없었다. 그냥 한 권만 사고 말기에는 덤을 마다하는 것만 같았다. 다시 책들을 골라보았다. 볼 만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세 권을 골랐다. 새 책 한 권 값도 채 되지 않았다. 마치 횡재한 기분이었다. 가슴 뿌듯하게 안겨오는 행복감. 책을 사고는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책은 읽지 않아도 사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변화시킨다. 혼자서 그렇게 중얼거려 본다. 선뜻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럴싸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책을 꽂을 곳이 없었다. 책꽂이마다 꽉꽉 찼다. 한쪽에는 책들이 아예 몇 겹으로 누워 있다. 장서가는 결코 아니지만 사 모은 책이 집 안에 차고 넘친다. 아내는 보지 않거나 다 본 책은 좀 버리자고 잔소리다. 그런데 버릴 수가 없다. 책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아라장터에서 사온 책을 책상 위에 눕혀 놓는다. 책이 참 예쁘다.

2018-08-20 11:09:49

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세계의 창] 폭염, 기후변화와 환경의식

전 지구적 자연 재해인 불볕더위해가 갈수록 여름 더 길고 더워져 누구나 '지구 온난화' 걱정하지만자가용'에어컨의 편리함에 의존 올여름 7월 말부터 몇 주째 강렬히 내리쬐는 뙤약볕, 도심 속 수많은 자동차와 건물 외벽에서 힘차게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와 달구어진 아스팔트로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연일 열대야로 숨이 턱턱 막힌다. 정부는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세금 폭탄을 방지하고자 폭염을 자연 재난 현상으로 간주하여 폭염 대책을 강화시키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이러한 불볕더위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이다. 8월 초 독일 쾰른의 낮 최고 기온이 38℃, 스페인 마드리드는 40도, 프랑스 파리 35도, 포르투갈 리스본은 44도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2003년 독일 여름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건물(대학 강의실, 도서관, 관공서 등)에는 에어컨이 없어 무더위와 씨름하며 보낸 기억이 난다. 독일 미디어에서는 무더위를 이기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도심 속 나무 심기, 도로 물 뿌리기, 매일 2ℓ 물 마시기 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전 세계적인 폭염과 가뭄 현상은 일시적이고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기후 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과학 전문가들에 의하면 앞으로 여름이 더 길고 더워질 뿐만 아니라, 겨울도 더 추워진다고 한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 인간이 초래한 것이고, 그것은 인류가 산업화 과정(화석 연료 사용, 자동차, 비행기 운항, 건물 냉난방, 개발의 명목하에 일어나는 무분별한 산림 벌채 등)에서 온실 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한 것에 기인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어떤 노력을 하는가? 인간을 육체적 노동과 자연의 속박에서 자유롭게 해 준 기술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자연의 희생을 대가로 이루어졌다는 성찰과 비판이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환경 파괴의 경각심과 경제 성장의 한계를 인식한 학자들은 보고서(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개렛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와 책(1962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통해 천연자원의 고갈, 생태계의 변화, 환경의 위기를 경고하였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기후 변화에 의한 영향과 인류 생활의 위협에 대한 인식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기는 1980년대 말부터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인류 모두가 협력하고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큰 국제회의로 리우 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한 여러 국제적 협약의 가장 중요한 기본 원칙인 리우 선언이 채택되었다. 2015년에는 세기 말까지 선진국, 개발도상국 관계없이 각국이 산업화 시대 이전 대비 지구의 온도 상승을 낮추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서명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였고, 그 협약은 2020년 이후 적용하기로 하였다. 또한 성장 중심의 경제주의에 따른 부작용을 인식하고, 이에 개발을 하더라도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등장하였다. 이 용어는 '친환경 도시 계획' '지속 가능한 소비 및 생산 체제' '지속 가능 발전 교육' 등의 개념으로 확산되었고, 각 개인들이 국제적, 지역적 차원에서 인류, 사회, 환경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유지하기 위한 책임을 가지고 노력하는 실천적 과정을 뜻한다.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러한 국제사회의 협약과 지속 가능성의 이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에 담긴 원칙은 우리의 일상에서 여전히 '이상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필자 역시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면서 동시에 자동차가 제공하는 편익성과 이동성, 건물 냉난방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상이 된 폭염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환경 의식이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2018-08-20 10:23:34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기고] 입국장 면세점, 대구시민에 유익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구입한 면세품들을 여행가방에 욱여넣는 사람들. 공항 내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여 있는 면세점 쇼핑백들. 외국에 도착해서도 양손에 면세품을 주렁주렁 들고 입국심사를 받는 여행객들. 앞으로는 보기 불편했던 이런 풍경들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최근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부처에 관련 내용 검토를 지시한 후 인천공항공사 등 관련 기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관련 법안들이 발의된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다.일각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대구공항과 같은 지역 공항에는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면세품 인도장도 비좁은데 입국장 면세점 공간 확보는 더 힘들다는 게 그 이유이다. 결국 인천국제공항만 배 불리는 것 아니냐는 피해의식에 가까운 반응까지 있다.물론 열악한 지역 공항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원래 입국장 면세점은 크게 짓지 않는다. 인천공항의 경우에도 부지 규모를 330㎡(100평)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현실에 맞는 규모를 계산하고 공항청사가 비좁다면 조금 더 확대하면 되는 수준이다.무엇보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 인천공항공사는 취업유발계수와 예상 면적 등을 고려했을 때 매장 운영으로 인한 직접고용 인원만 수백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여기에 중소중견기업 진출 기회 확대, 판매물류 산업의 파급 효과 등 간접적 고용까지 감안하면 최소 1천500~3천 명 정도에 이른다고 하니 요즘같이 높은 실업률에 꼭 필요한 규제완화이다.특히 대구공항의 경우 국제선 항공기 운항 횟수가 지난 2013년 1천204편에서 2017년엔 1만852편으로 4년 만에 9배나 증가했다. 동 기간 이용객 수도 약 14만 명에서 150만 명 규모로 무려 10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입국장 면세점으로 인한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국가 차원에서도 여행객들이 외국공항 출국장에서 쓸 돈을 국내에서 쓰도록 유도하여 국부 유출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면세 규모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1인당 면세 한도는 600달러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면세품은 유통수익이 절반이니 국내에서 매매되면 그만큼 해외로 나갈 돈이 국내로 떨어지게 된다. 여행객들이 출국장에서 산 면세품을 여행 내내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도 사라진다. 이런 많은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국회에서는 지난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 이후 입국장 면세점 설치를 위한 개정안이 6차례나 발의되었다. 그러나 번번이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 관련 부처의 반대로 법개정이 무산됐다. 기존의 입국 절차를 변경해야 하니 귀찮았을 것이다.특히 최근 5년(2013~2017년)간 기내면세점 운영으로만 각각 9천668억원, 5천751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집요한 반대도 한몫했다고 한다.입국장 면세점 도입은 실보다 득이 많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유익하다. 지금까지 이해 관계자들의 편의에 따라 입국장 면세점 도입 여부가 결정됐다면 이제는 이용객 즉, 국민의 편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2018-08-19 16:10:04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국회 특활비 폐지는 특권 철폐의 첫걸음

수사'정보와 거리 먼 정부기관도특활비 편성해 쌈짓돈처럼 사용이번에 국회 스스로 족쇄 버리고'감시 제대로 하라'는 게 국민 바람 모처럼 정치권, 국회를 칭찬할 일이 생겼다. 특수활동비, 이른바 특활비와 관련해서다. 꼼수 논란 등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국회는 특활비를 거의 없애기로 결정했다. 국익을 위한 의장단 활동 경비 5억원 정도를 유보한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야박한 말이지만 기왕 결단하는 마당에 모두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면 훨씬 좋았을 터이다. 액수는 문제가 아니다.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특활비는 '수사·정보 및 그에 준하는 활동'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영수증 첨부를 요하지 않는 것도 비밀 유지의 필요성 때문이다. 국회는 그런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용처를 밝히지 못하는 돈을 특활비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는 특권을 즐겼을 뿐이다. 어쨌든 특활비 '거의 폐지'만으로도 국회는 '고무·찬양'의 대상이다. 마지못해 한 것이라도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처럼 '국민 앞에 납작 엎드린' 자세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찬사를 넘어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국회의 움직임은 특활비라는 이름의 특권을 없애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사실 국회 특활비 예산은 별것(?) 아니다. 전체 예산 대비 그렇다는 말이다. 80억원대였던 국회 특활비는 올해 60억원대로 줄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예산 가운데 특활비는 7천800여억원에 이른다. 공정위, 과기부,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 민주평통 등 수사정보와 거리가 먼 기관들도 특활비를 편성했다. 그냥 현금으로 쌈짓돈처럼 쓰는 돈을 특활비라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특활비에 대한 통제가 부실했던 이유는 명백하다. 국회 스스로 큰소리치기 어려운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명해진 국회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드러난다. 국회는 내년 예산에서 정부 기관들이 특활비 필요성을 소명하지 못하면 모두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특활비를 편성한 기관에 대해 감사원이 매년 특활비의 적정한 집행 여부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도록 명시했다. 일보 진전된 방안이다. 정보, 수사 활동과 관련 없는 특활비는 없애야 하고 관련 예산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문제는 특활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보기관의 경우다.국정원 등 정보기관 특활비는 감사원 감사로 통제하기 어렵다.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은 특활비 일부를 청와대에 상납한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 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용도에서 벗어난 특활비 사용인 것만은 분명하다. 다른 기관은 감사원 감사라도 받지만 국정원 예산은 규정상 감사원이 손댈 수 없다. 해당 상임위인 국회 정보위에도 단순 합산 내역만 보고된다. 세부 내역 없는 한 장짜리 보고서로 때우는데 국민의 눈길을 의식하고 돈을 쓸 리 만무하다. 과거 보도를 보면 일부 국회의원들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 기부하고 안가를 수리하는 데 돈을 쓴 국정원장도 있다. 퇴임하는 국정원장이 뭉칫돈을 들고 나선다는 보도도 있었다. 특활비 오용이 비단 직전 정권에서만 있었겠는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돈이야말로 권력 그 자체이다. 고삐 풀린 돈을 써 대는 기관이 특권 계급처럼 군림할 수 있는 게 세상 이치다. 미국처럼 정보기관도 비밀 유지를 조건으로 예산 집행 내역을 국회 정보위에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이 국회의 할 일이다. 시민단체나 언론이 집요하게 국회 특활비 폐지를 추진한 것은 국회만 문제라서가 아니다. 국회 스스로 족쇄를 벗어던지고 국민의 돈을 감시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해 달라는 바람 때문이다. 그런 일을 잘하는 국회라면 비난받을 일이 있겠는가. 앞으로도 국회를 칭찬할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약력:한국경제사회연구회 이사. 사우스웨스턴대 대학원 법학 박사

2018-08-19 15:48:35

민송기 대구 능인고 교사

[민송기의 우리말 이야기] '좋다'

국어사전에서 '좋다'를 찾아보면 18개의 뜻풀이가 나온다. 18개의 뜻이 있지만 대부분은 '품질이 좋다'에서처럼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등이 보통 이상의 수준이어서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에서 확장된 것들이다. '성격이 좋다'에서는 성품이나 인격이 원만함을, '체격이 좋다'에서는 신체적 조건이나 건강 상태가 보통 이상임을, '날씨가 좋다'에서는 만족할 만한 맑은 날씨를 의미한다.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이어서 만족할 만하다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그런데 '좋다'의 의미는 사전에 있는 18개의 의미로도 잘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 "저는 선생님이 좋아요."라고 할 때, 사전에서는 '어떤 일이나 대상이 마음에 들 만큼 흡족하다'로 풀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동사 '좋아하다'에 가깝다. 그리고 단순히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경우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라고 하면 용돈을 많이 주는 아버지가 될 수 있고, '좋은 학교'라고 하면 자기가 대학을 가는 데 유리한 학교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음흉한 생각도 흡족한 느낌을 준다면 '좋은 생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좋은 아버지', '좋은 학교', '좋은 생각'이라고 할 때는 단순히 만족할 만하다는 의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올바름의 의미까지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국 단위 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 출제자들은 교육과정을 충실히 반영하고, 학생들의 사고력을 측정할 수 있는 참신한 문제를 '좋은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정작 문제가 세상에 나오면 학생들은 자기가 아는 문제를 좋은 문제라고 하고,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는 언론의 바람과 반대로 아무런 오류나 논란이 없는 것을 좋은 문제라고 한다. 이처럼 올바름에 대한 생각이 없는 '좋다'는 아전인수가 되거나 때로는 부정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지난주에 우리 학교에서는 야구계의 전설인 이승엽 전 선수를 초청해서 특강을 했었다. 그의 강연을 한마디로 요약을 하자면 그는 '좋은 선수'였고, 지금은 야구장학재단을 이끌며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이상의 실력보다 더 빛나는 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서 실력을 쌓은 올바른 선수였다는 것이고, 지금은 가정 형편으로 인해 아이들이 꿈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 인터뷰에서 사인의 희소가치를 위해 사인을 안 해준다고 말실수했던 것에 대해서 반성하며 팬 서비스에 소홀하지 않는 것도 그의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2018-08-19 14:51:21

곽우은 대구보건고 교사

[제언] 사회적 가치는 4차 산업의 따뜻한 마중물

요즘 4차 산업이라는 말과 더불어 사회적 가치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창조, 혁신이라는 용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상생과 나눔이라는 것을 나타내 준다. 사회적 가치 구현은 정부의 힘만으로 될 수 없다. 모든 국민이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건설적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제안할 때 실현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청소년들도 예외일 수 없다. 대구보건고 해피코리아 동아리는 2009년 노동부 주관 제1회 소셜벤처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아이템은 교복대여사업으로 졸업생으로부터 기증받은 교복을 세탁해 동하복을 합쳐 5만원에 3년간 대여해 주었다.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어머니가 대여하면서 흐뭇해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해피코리아 동아리는 고등학생으로는 유일하게 SK그룹 혁신상을 수상, 인도에서 열린 아시아 소셜벤처대회를 참관했다. 대구보건고 해피코리아 동아리는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3년 소셜벤처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이면지를 모아 상태에 따라 재분류한 후 장애인들이 포스트잇 크기로 자른 후 포스트잇 접착제 풀로 붙여 비닐에 넣으면 된다. 일명 '착한 포스트잇'으로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을 비장애인들이 거리로 나가서 홍보, 판매하면 수익금은 다시 장애인들에게로 환원되는 아이템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장애인들의 단순 일자리를 넘어 그림에 재능이 있는 장애인들이 만드는 색칠 공부책 사업 등 재능을 활용한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게 되었다. 대구보건고 보건간호과 학생들은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만든 멸균처리 안전출산용품을 월드비전을 통해 에콰도르 및 에티오피아 출산 여성 등에 전달했다. 그 덕분에 에이즈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수많은 아기와 출산 여성 등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조금만 작은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면 주변의 사회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 등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고독사 문제, 일회용 쓰레기 문제, 학교 밖 청소년 문제, 아동학대, 가정위기 문제 등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으고 실천한다면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사회적 가치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이런 아이디어는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 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2018-08-16 19:39:58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작가와 글쓰기의 자유

인세'원고료로 먹고살 수 있는 작가우리나라에 스무 명이 채 안 되지만사이버 공간서 '모두가 작가인 세상'우리 사회가 이룬 가장 소중한 진보 '작가'도 뭘 쓰느냐에 따라 과일 종류만큼 세분된다. 드라마작가, 웹툰작가, 게임작가, 동화작가, 시나리오작가, 소설가, 시인, 영화평론가, 저널리스트, 수필가…. 어떤 식으로든 등단 혹은 데뷔를 한, 권위를 얻은 제도권 작가들이다. 지명도로 따져도 다양한 작가가 존재한다. 텔레비전에 자주 혹은 이따금 나오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뜨기도 하는, 페이스북 팔로어가 몇 명인, 무슨 상을 받은,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작가들이 훨씬 많다. 우리나라에서 인세(책이 한 권 팔릴 때 그 책값의 10%가 작가의 몫이다)와 원고료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작가는 스무 명이 채 안 된다. 유명한 작가도 글세(인세+원고료)보다 부가수입(원작료, 강연료, 심사료, 출연료 같은)이 더 클 테다. 흔히 '전업작가'는 일반적으로 '글세+부가수입으로 근근이 먹고사는 작가'를 말한다. 드물지만 글세로부터 자유로운 작가들도 있다. 회당 얼마씩 받는다는 드라마작가, 인터넷문화상거래의 선봉 대세 웹툰작가…. 대개 작가는 따로 직업이 있다. 글과 가깝고 안정적으로 글을 쓸 환경이 되는 직업이 압도적이다. 교수, 교사, 언론인, 공무원, 법조계 종사자…. 하지만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어떻게 글을 쓰는지, 반대로 그 환경 그 조건에서 왜 글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되는, 육체적으로 혹독한 직업에서부터 재벌까지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다. 작가 자신이 직업이 없다면 배우자가 있다. 글쓰기는, 일기가 아닌 이상, 누군가 읽고 재미를 느끼든 감동하든 메시지를 얻든 뭔가 해주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글이 돈과 연관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해도 인정은 받고 싶다.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는 까닭이다. 욕망 자체가 '프로 정신'이겠지만, 아직은 아마추어인 제도권 진입을 꿈꾸는 작가가 무수히 존재한다. '엽서시문학공모전'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모전 정보를 취합해놓았다. 깜짝 놀랄 테다. 이렇게 많은 출판사, 지방자치단체, 사·공기업, 학교가 이토록 많고 적은 상금을 걸고, 이처럼 허다한 글쓰기 공모전을 열고 있다니. 그러한 공모전이 매년 시행될 수 있는 것은 매년 글을 써서 응모하는 이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응모자는 청소년(학생작가)이다. 여러 가지 까닭으로 청소년 대상의 백일장과 공모전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수한 비제도권 작가가 있다. 유사 이래 수천 년 동안, 글쓰기와 읽기는 문자를 만들고 소유하고 장악한 특권계급(상류층)의 것이었다. 모든 계층이 고루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채 100여 년이 되지 않았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게 1443년이지만 80% 이상의 한국인이 한글을 자유자재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1950년대였다. 모든 한국인이 '독자'가 되었지만, 작가는 오랫동안 상류층과 지식인과 등단자의 것이었다. 쓸 수 없었던 게 아니다. 써도 발표할 수가 없었다. 권력자와 상류층이 지면을 소유했고, 그 지면에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자는 등단이라는 문학제도를 돌파했거나 권력집단상류사회·지식인사회의 일원으로 작가적 권위를 덤으로 얻은 이들이었다. 제도권 작가들과 제도권 진입을 열망하는 예비작가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인터넷의 발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새 세상을 열었다. 말 그대로 종이밖에 없던 지면이, 저 사이버 공간에 무한히 있게 되었다. SNS의 무한 확장을 보라! '모두가 작가인 세상'은 우리 한국사회가 이룬 가장 소중한 진보다. 누구나 마음껏 글을 읽고 쓸 수가 있고, 누구나 자기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글을 발표할 공간을 가지는 사회! 아직 이런 자유를 못 누리는 나라와 사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세세히 따지면 우리나라도 갈 길이 멀다. 여전히 글쓰기의 자유가 부족하다. 제도권 작가사회는 썩을 대로 썩었다. 비제도권 작가들이 '재미와 감동과 메시지를 겸비하지는 못하더라도 그중에 하나는 있는'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하면, '작가'에 대한 인식은 새로워지고 글쓰기의 자유는 확산될 것이다. 약력: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처장, 중앙일보 신춘문예 '해로가' 당선

2018-08-16 13:54:35

강두용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팀장

[매일춘추]진정한 관객

10여년전 미국 '위싱텅 포스트'지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워싱턴 랑팡플라자역에서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에게 거리의 악사처럼 허름한 옷을 입고, 35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거리에서 연주해 보라고 한 것이다. 세계 최고의 스타인 조슈아 벨을 알아본 사람들이 사인해 달라고 마구 덤비면 어떡하나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행인들은 그를 알아보기는커녕 그 아름다운 음악을 귀담아듣는 사람조차 없었다. 다들 휴대전화로 통화하느라 정신 없었고, 바삐 출근하느라 걸음을 멈추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역내의 구두닦이만이 그 음악을 알아들었다고 한다. 조슈아 벨은 이날 35억짜리 바이올린으로 45분간 연주하여 150달러를 벌었다. 영국 런던의 워털루역에서도 미모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타스민 리틀이 같은 이벤트를 했다. 45분간 길러리에서 연주하는 동안 다녀간 1000여 명의 행인 가운데 8명만이 발길을 멈추었고, 이날의 연주로 그녀는 14파운드 10실링(2만 5000원 정도)을 벌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피호영교수가 출근길에 청바지와 허름한 남방을 입고 강남역에서 70억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연주를 했다. 이날 5명의 관객만이 그의 연주에 귀를 귀울였고, 그는 연주로 1만 6900원을 벌었다. 이 실험 결과들을 보면 브랜드, 스타성에 영향받고 좌우되는 건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닌 것 같다. 클래식 문화의 선진국 미국에서도 꽃미남 조슈아 벨을, 영국에선 타스민 리틀을 몰라보고, 탁월한 그들의 연주를 알아채지 못했다니 말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악기들로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스타의 명성을 좇아 티켓을 사고, 공연장을 달려간건 아닌지, 남들이 박수를 보내니까 덩달아 그들의 연주에 열광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그리고 국제적 명성이나 개런티, 과대광고 등에 현혹되어 내 귀를 맡겨버린 것은 아닌지, 티켓이 비쌀수록 좋은 연주, 실력 있는 연주자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진정한 관객은 화려하게 포장되지 않아도 묵묵히 실력을 쌓아온 내실 있는 연주를 알아듣고, 나태해진 스타연주자의 추락한 연주를 꾸짖을 줄 아는 귀를 가진 사람이라 생각한다. 음악회의 계절이 다가온다. 진정한 귀를 가진 관객을 만나길 기다려 본다.

2018-08-16 11:48:08

젊은시절 이광수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이완용 사망설'과 이광수 불쾌감의 근원

1909년 12월 22일 수요일. 이광수 일기는 단 한 줄로 끝난다. "이완용이 죽었다!" 매일 기입하던 날씨 기록도 빠트린 것을 보면 이광수는 일기를 쓰면서 상당히 흥분해 있었던 듯하다. 이날 이완용은 귀가 길에 한 조선인에게 습격을 당하여 죽음에 이를 정도 큰 상처를 입는다. 이완용이 죽었다고 일기에 쓴 것을 보면 이광수는 이 상황까지만 전해 들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완용은 이광수 기대와는 달리 용케 목숨을 건진다. 그 때문일까. 다음 날 이광수 일기는 '감기로 아주 불쾌하다'는 말로 시작된다. 이 해 이광수는 열여덟 살이었고 일본 유학 오년 째였다. 열정과 의기, 민족의식이 넘치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이광수의 일기를 읽다가 보면 감기를 핑계로 내세운 이광수 마음의 불쾌함이 과연 이완용 한 사람의 죽음으로 해소될 수 있었던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 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이광수는 한 해 읽은 책 제목을 쓰면서 일기를 마무리 한다. 그 제목을 열거하자면 바이런 시집, 고리키 소설집, 톨스토이 소설, 그리고 몇 몇 일본작가의 소설이다. 모두 일본어 창작물이거나 일본어 번역 소설이다. 이광수를 비롯한 조선 신청년들은 일본근대문학을 통해서 문학과 새로운 세계를 배우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일본이 번역한 서구문학을 통해서 서양의 새로운 사상과 문학, 문화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로마에 반기를 든 스파르타쿠스 연설문을 담은 이광수 '혈루(血淚)'(1908) 역시, 일본어로 번역된 서양 역사물에 빚 진 바 컸다. 이처럼 이광수에게 있어서 일본은 근대적 세계로의 문을 열어주는 고마운 안내자였다. 이와 동시에 일본은 조선을 지배한 침략자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광수를 비롯한 조선 신청년들에게 영향을 미친 일본근대문학 작가 대다수가 어쨌건 강력한 일본의 성립을 희구한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지식의 근원이며 안내자인 일본 그리고 침략국 일본, 이광수는 이 사이에 서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었다. 혼란 속에 있으니 마음이 불쾌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심리적 혼란과 불쾌감은 이완용 한 사람의 죽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제국을 통해 신문물을 흡수했던 식민지 조선 엘리트 일반이 직면한 혼란이었다. 이 혼란 속에서 누군가는 그래도 조선의 독립을 향해 나아갔고, 더 많은 누군가는 친일을 선택했다. 예를 들자면 청년 이광수는 이완용의 죽음을 기대하였지만 장년의 이광수는 이완용이 선택한 친일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인간들의 복잡다단한 삶의 여정이 모여서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만들어 낸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개항기 조선을 다룬 모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이 분분하다. 그 중에는 식민사관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비판도 있다. 드라마 속 조선이 너무 무능하게 그려졌다는 것이 이유이다. 이런 논란이 제기된다는 자체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우리사회도 민족의 '신화'를 넘어 인간과 역사를 바라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역사와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가능해질 때 역사는 현재 우리 삶에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경북북부연구원 연구이사

2018-08-16 11:33:18

김희달 영어교수법(TESOL) 박사

[기고] 영어와 한국어, 두 개의 빙산

영어는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은가요? 영어 교육 현장에서 이와 같은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앞으로 자녀가 한국에서 살 거라면, 한국어를 먼저 잘하게 하는 게 우선이다. 한국어를 위주로 하되, 영어를 함께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요즘은 조기 영어 교육(5~7세)으로 한국어를 못하는 어린 학생들이 너무 많다. 이 학생들의 특징은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표현도 잘 못한다. 게다가 학습을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고 하면 힘들어한다. 영어를 영어로만 배우려고 한 탓에 이해도 못하는 놀이와 쉬운 영어에만 길들어 있는 것이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원어민 교사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쉽고 짧은 영어만 사용하도록 훈련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자녀의 진정한 실력을 모른다. 특히 생활만 함께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어를 직접 평가하지 못하므로, 기본 생활 영어만 잘해도 아이가 정말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한다는 착각에 빠진다. 가장 심한 경우는, 이런 조기 영어 학습을 했는데, 영어도 못하고, 한국어도 못하는 경우다. 조금 더 나은 학생들은 영어를 어느 정도 읽을 줄 알고, 내용도 어느 정도 파악한다. 그러나, 영어로 뭘 어떻게 말하거나 글로 써야 할지를 모른다. 그동안의 조기 영어 붐은 표현력보다는 이해력과 재미에만 치중한 나머지, 학습은 대충대충, 아이와 부모의 눈만 높였고,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한계에 부딪힌다. 영어와 우리말을 한다면, 우리는 하나의 뇌로 두 개의 언어를 말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응용언어학 교수 커민스는 이런 상태를 '바탕이 같은 두 개의 빙산'에 비유한다. 많은 응용언어학자들은 이 바탕이 되는 부분인 모국어의 성숙이 외국어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모국어가 성숙할수록, 그것이 이해의 바탕이 되어 영어도 더욱 빨리 성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우리말보다 더 잘한다는 아이들에게 조금 어려운 개념을 설명해 주려고 하면, 대개는 힘들어한다. 아이들은 영어로도, 우리말로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말 이해가 잘 되는 아이들은 일단 설명을 해주면 이해는 한다. 거기에다 영어 학습을 덧붙이면, 앞의 경우보다 더 빨리 발전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모국어처럼 배운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지만, 한국어는 못한다. 반대로, 성인으로 미국에서 수십 년간 살아도 발음도 안 고쳐지고, 영어를 못하는 교포들이 상당수 있다. 이들은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거꾸로 한국산 영어 교재를 사거나, 한국어로 된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언어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려면, 근본적으로 이해가 쉽고, 빨리 전개할 수 있는 모국어를 바탕으로 하는 학습 방식이 답이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으면? 두 개의 빙산은 그저 산 너머 산이다.조기 영어 교육을 해도 영어를 잘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어와 영어를 둘 다 잘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다. 이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과 어린 학생들이 조기 영어 열풍에 휩싸인다. 누구나 방법만 제대로 알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기본 배움과 사고의 틀인 모국어 교육을 배제한 지나친 조기 영어 교육은 분명 잘못이다.

2018-08-16 10:10:52

송정호 이삭푸드서비스(주) 경영고문

[기고]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론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 간다. 한국은행이 최근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9%로 하향 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 동향' 7월호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어두운 그림자'는 일자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이후 8년여 만에 최악이다. 실업률은 4%로 외환 위기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고 한다. 청년 실업률은 10.5%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이다. 고용 증가는 5개월째 10만 명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제조업 일자리가 지난달에만 12만6천 개 사라졌다고 한다. 수출과 고용을 이끌었던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천350원으로 결정되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기업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후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 인상 폭,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자영업이 많은 우리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의 2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5.8%보다 훨씬 높다. 음식점업으로 비교하면 인구 1천 명당 음식점 수가 미국은 0.6개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8개이다. 편의점 수도 마찬가지다. 인구 비율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두 배가 많다. 음식업과 편의점의 과당경쟁과 인건비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결국에는 폐업으로 내몬다. 세계 주요 국가의 경제는 회복세라는데 이렇듯 우리 경제는 왜 좌충우돌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못 펼친 까닭일까? 정부가 난감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현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세 가지 경제정책 각각은 그 나름의 합리성을 지녔지만 서로 엇박자를 내는 건 아닌지 재삼 고민해봐야 한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고 생산이 늘어 기업이 성장하고, 그 결과 일자리도 늘고 경제도 활성화된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근간이다. 하지만, 경제학 원론에서는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소득도 늘어 소비가 늘어난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경제정책을 우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현 경제팀은 소득을 순환 고리의 출발점에 놓다 보니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을 쏟아내고 후유증을 세금으로 막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인과관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으로 소득을 견인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로 인해 타격을 받는 곳은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소상공인이거나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사업자, 혹은 대기업의 하청업체 등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도 소위 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을과 을의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규제와 혁파가 자유로운 중국은 거의 모든 신산업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축적하며 한국 기업을 따돌리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 4차 산업 시대에는 우리 경제가 중국의 제조 변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길한 조짐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18-08-16 05:00:00

하응백 문학평론가

[광장]대프리카의 사하라, 동대구역 광장

올여름 뭐니 뭐니 해도 최대의 화제는 더위다. 아니 더위보다는 폭염이라고 해야 적당할 것 같다. 1907년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올해는 연일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올림픽 신기록이 경신되듯 계속 신기록이 세워지면서, 한편으로는 신기록 행진에 어쩔 수 없이 평등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해지기도 한다. 더위하면 역시 대구다. 강원도 홍천이 신기록을 작성했다지만, 꾸준히 오래도록 그리고 역사적으로 대구는 폭염의 도시였다. 오죽하면 대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폭염의 도시를 상징하는 달걀 프라이 조형물까지 만들었겠는가. 서울에서 뜨거운 여름에 주위를 잘 살펴보면, 유독 더위를 잘 참는 사람들 중에는 대구 출신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사람들이 덥다고 연신 땀을 훔쳐대면, 대구 출신 족속들은 '뭐 이 정도 가지고 호들갑을 떠나'면서, 무표정하게 인내한다. 그러면서 자긍심을 가진다. 서울의 더위 정도는 얼마든지 인내할 수 있다는 그 강건한 자긍심. 한때 경북고나 대구상고의 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우승에서 자긍심을 드러냈듯이, 이제는 패배하지도 않고 해마다 찾아와 대구를 뜨겁게 달구는 그 폭염에서 대구 출신들은 생뚱맞은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다. 그 자긍심은 긍정적으로 본다면, 타향살이의 삶의 혼탁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작용한다. 대프리카 출신이니만큼, 대구의 폭염도 잘 견뎌냈듯이, 어려운 일도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 사람으로서 동대구역 광장에 대해 한마디 말할 게 있다. 냉방이 잘 된 KTX 열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기 위해, 이제 공사가 끝난 동대구역 광장을 한여름 오후에 가로질러 가 본 적이 있는가? 역사에서 광장으로 나오자마자 훅 숨이 막힌다. 곧이어 온 몸의 땀샘에서는 물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그늘 하나 없는 동대구역 광장의 그 삭막하고 넓은 콘크리트 덩어리는 대프리카 중의 대프리카, 대프리카의 사하라다. 대구 사람이 아닌, 함께 간 내 안의 '서울 사람'이 그 광장을 가로질러 택시를 타고나서 내뱉은 일성(一聲)은 '역시 대프리카,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대구는 대구의 대표적인 관문인 동대구역에서부터 이렇게 방문객들에게 대프리카의 '본때'를 보여준다. 그 '서울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아예 동대구역 광장에 모래를 깔아 낙타 두어 마리 가져다 놓고 대구를 상징하는 '사하라 체험' 관광 상품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나무도 심고 차양막을 설치해 그늘도 만들지. 곳곳에 다양한 분수를 설치해 분수 광장으로 만들어도 좋고, 분수가 많으면 밤에는 시민들이 새로 생긴 백화점에 왔다가 광장에서 놀 수도 있을텐데. 그 광장에서 대구가 자랑하는 '치맥'을 팔아도 좋을텐데. 밤에는 분수에 조명을 예쁘게 설치하면 교통 편리한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대구 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도 끌어들이는 관광 상품도 될 수 있을텐데…."

2018-08-15 18: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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