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관절클리닉] 허리 척추관협착증의 비수술치료

[관절클리닉] 허리 척추관협착증의 비수술치료

척추관협착증은 인대·뼈·관절 등이 비대해지거나 자라 나오면서 척추관을 좁게 만들고 신경을 누르게 되면서 허리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리에 여러 복합적인 신경증세를 일으키는 퇴행성 척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대부분은 40대에서 시작해 50~60대에 점차 악화된다.주요 증상은 허리 디스크와 비슷하게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저리는 증상,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파 쉬어야 하는 증상 외에도 다리와 엉덩이 부위가 저리고 당기는 증상,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감소되는 증상 등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증상 어떻게 다를까? 척추관협착증 증상은 허리디스크와 비슷해 오해하기 쉬운데 허리통증과 다리의 뻐근한 증상이 동반된다거나 허리를 뒤로 젖혔을 때 허리 통증이 더 심해진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허리디스크 증상은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있을 때 더 아프다 ▷서있거나 걸을 때 오히려 허리가 덜 아프다 ▷허리와 다리가 함께 아프다 ▷누워서 다리를 들어 올리면 허리 통증이 생긴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반면에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굽히면 편하다 ▷오래 걸으면 다리가 당긴다 ▷허리보다 다리 저림, 통증이 심하다 ▷다리를 들어 올려도 통증이 별로 없다 등으로 차이를 보인다. 척추관협착증을 방치하면 다리 저림, 발 저림 증상이 심해져 보행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따라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술하지 않고 척추관협착증을 치료할 수 있는 비수술 요법으로 프롤로 주사, 초음파 유도하 주사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프롤로 치료는 손상된 인대, 힘줄 그리고 관절에 주사해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촉진하고 통증을 감소시키는 주사치료 방법이다. 허리의 프롤로 치료는 초음파를 사용해서 허리의 인대나 힘줄, 신경이나 동맥, 정맥 등의 중요한 구조물을 실제 눈으로 확인하면서 정확하게 원하는 부위에 주사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신경 프롤로 치료를 병행을 하면 저림 증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있다.허리 통증 및 근골격계 통증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선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허리 스트레칭과 주변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때는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오히려 척추관협착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자세나 운동법 등 주의사항을 숙지해 통증이 재발되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배기윤 대구 완쾌신경과 대표원장

2021-06-15 11:28:02

[의창] '백신 공포'를 넘어서려면

[의창] '백신 공포'를 넘어서려면

우여 곡절 끝에 코로나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100일여 만에 1차 접종자수는 1천100만 명을 넘어서 전 인구의 22.0%가 완료를 했으며, 2차 접종 완료자도 5.6%에 달한다. 이에 따라, 최근 "백신을 접종해도 되느냐"는 문의를 하는 환자들도 부쩍 늘었다.정부의 거듭되는 백신접종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것일까?백신에 대한 불신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홍역, 볼거리, 풍진에 대한 예방접종이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든지, 소수 인종 집단에 대해 백신으로 생체실험을 하려고 한다든지 등은 오래된 논쟁이다.코로나19 백신도 접종 초기,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된다,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다, 면역력이 약해진다, 불임이 된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지면을 채우기도 했다.백신접종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상반응과 안정성에 대한 의문, 백신 불신, 정부 불신, 종교적 신념, 심지어 의사가 권하지 않아서 등도 포함돼 있다.이런 '백신 공포'의 대부분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비전문가들에 의해 가짜뉴스, 음모론의 형태로 만들어져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백신에 의한 이상반응이 지극히 낮다는 사실 전달 하나만으로 그들의 건강행태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참'과 '거짓'이 섞여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사람들의 건강행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최근 몇 년간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건강식품'을 복용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의를 받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별다른 효과에 대한 근거 없이 해마다 문의하는 건강식품의 종류가 늘고 있고, 유행도 바뀐다는 것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인이나 TV 광고, 건강관련 '쇼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건강식품을 소비하는 행태이다. 본인이 직접 구매를 했든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든 구매직후 바로 복용하지 않고 외래로 들고 와 복용해도 되는지 확인을 하는 분들이 많다. 많게는 서너개의 약통을 꺼내 놓는데, 이럴 경우 질병에 대한 상담보다 건강식품에 대한 설명이 더 길어지기 일쑤이다.건강식품의 효능을 찾아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깝다. 환자도 그렇게까지 좋을리 없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굳이 건강식품을 가지고 와서 의사에게 문의하는 이유는 뭘까?바로 환자의 말 속에 답이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일단 샀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결정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먹어도 괜찮을까요?" 즉,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답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이처럼 건강행태를 결정하는 데는 신뢰가 중요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유례없이 빠른 기간에 백신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과학적 성과에 대한 신뢰를 갖기 전에 접종이 시작됐다. 당연히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기 마련이다.중요한 것은 '백신공포'가 지속되는 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길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40%대에서 둔화되고, 백신에 듣지 않는 델타변이로 인한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의 약 27%정도가 다양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예상보다 높은 백신접종 예약률에 섣불리 안도하기보다 '백신 불안'에 공감하고 백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2021-06-15 11:27:45

[매일춘추] 연극의 순기능

[매일춘추] 연극의 순기능

지난 주말, 경산시민회관에서 뮤지컬 '청의'를 관람했다. '청의'는 학생운동의 첫 출발이었던 2.28민주운동에 관한 내용으로, 당시 대구지역의 상황과 역사 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다. 처음에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이후 뮤지컬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작년에도 이 작품이 공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람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며 비대면 영상 촬영으로 변경됐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먼 거리지만 찾아가서 보게 되었다.공연을 관람하면서 왠지 모르게 벅찬 감정이 계속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에 학생들이 거리로 나가 탄압에 맞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울컥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위에 나가기 직전, 학생들의 "죽으면 천국에서 만나고, 만약에 살아남으면 산에서 화전이나 일구며 살자"던 말과 2.28민주운동기념탑 앞에서 "나가자"고 외치던 노래가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뜻을 굽히지 않았던 그때의 다짐은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린 학생들이 죽을 각오로 거리로 뛰쳐나갔던 그때의 상황을 상상하면 지금도 코끝이 시큰거린다.작품을 보면서 생각했다. 2.28민주운동뿐만이 아니라 3.1운동,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주화운동 등 많은 운동을 학생들이 주도하였는데, 만약 내가 그 시절에 살고 있는 학생이었다면 과연 앞장서서 거리로 나갈 수 있었을까? 대의를 위해 내 한 몸 희생할 용기가 있었을까. 누군가는 그 시대에 살았다면 사회 분위기가 그랬기 때문에 당연히 나서지 않았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앞잡이는 되지 않았겠지만, 학생운동의 선봉에 설 용기도 없었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운동에 발 벗고 나선 학생과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낀다.이것이 연극, 뮤지컬의 순기능이란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 처음 학생민주운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공연을 보기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안에 얽혀있는 사회문제는 어떤 것들인지 등의 자세한 내용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또 공연 안에 2.28민주운동기념탑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실제로 있는 탑인지 공연 속에만 등장하는 허상의 탑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두류공원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기념탑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2.28민주운동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어져서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 덕분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학생민주운동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고, 관련된 다른 시위들에 대한 정보도 공부할 수 있었다.배우로서, 극작가로서 관객들 마음 한 구석에 작은 움직임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이 마음을 관객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나니 다시 한번 생각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기념탑도 들르고, 그때의 학생들이 걸었던 그 길을 걸으며 2.28민주운동기념회관도 가봐야겠다.

2021-06-15 11:26:28

[종교칼럼] 지금 당장 떠나자

[종교칼럼] 지금 당장 떠나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자신의 저서 '호모 노마드'에서 인류를 세 부류로 분류했다. 그는 첫 번째 부류로 망명자나 이주 노동자와 같은 비자발적인 노마드(Nomad), 두 번째는 농민, 공무원 등의 정착민, 그리고 세 번째 부류로 창의적 직업을 가진 자와 여행자 같은 자발적 노마드로 분류했다. 노마드는 한 곳에 오래 정주하지 않고 공간을 이동하며 사는 유목민이다. 아탈리는 우리 인류는 원래 노마드였는데, 노마디즘(Nomadism)을 포기하고 정주하기 시작하면서 부의 독점과 폐쇄성이라는 비극이 찾아왔다고 한다. 심지어 그는 기독교의 근원적 메시지도 노마드 정신과 같이 폭력도 없고, 재산도 없이 약속의 땅인 영원한 세계를 향하여 나아가는 데 있다고 했다.그래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여행에 대한 깊은 갈망에서 노마드의 흔적을 만난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MZ세대인 20·30대의 90%가 '여행을 떠나겠다'고 답하였다. 놀라운 현상이다. 그래서일까?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자 여행사마다 해외여행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장단이라도 맞추듯 정부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에게는 7월부터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온 나라가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사람은 누구나 여행을 하고 싶은 욕망에 공감하고, 그런 바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우리는 종종 다른 곳에서 쉼을 얻고, 다른 지역에서 영혼의 안식을 누리고, 이국적 정서에서 심미적 체험을 한다. 아름다운 건물과 자연을 감상하는 가운데 경이와 숭고함을 경험한다. 진정 여행은 우리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준다. 이뿐인가.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주고, 눈을 열어준다. 토마스 그레이(Thomas Gray)의 말처럼 여행은 "다른 어떤 논증의 도움이 없어도 무신론자에게 경외감을 일으켜 신앙으로 이끄는 장면들"을 만날 정도로 기이하다.그래서 여행은 단순히 공간 이동에 그치지 않는다. 여행은 '삶을 바꾸어주는 성스러운 중심을 향하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여행은 공간을 초월해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왜 21세기를 새로운 노마드의 시대라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지금 이곳에 깊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던 우리의 존재를 흔들어 깨우기 때문이다.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 아버지의 집을 떠나"(창세기12:1)라는 아브람에게 주는 하나님의 지혜와 같이.과연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 카프카의 소설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문에서 하인이 나를 멈추어 세우고는 물었다. "주인 나리, 어디로 가시나요?" "모른다"하고 나는 말했다.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단지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에서 떠나는 거야. 그래야 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어." "그러시다면 나리께서는 목적지를 아신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이미 말했잖아 '여기-에서- 떠나는 것' 그것이 내 목표야."' 그렇다. 진정한 여행은 집을 떠나지 않은 채 떠나는 데 있다.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2021-06-15 11:23:50

[경제칼럼]주 52시간 근로제의 경제학

[경제칼럼]주 52시간 근로제의 경제학

주 52시간 법정근로시간이 오는 7월1일부터 5~50인 미만 규모의 사업체까지 확대 시행된다. 52시간 근로제는 장시간 노동관행의 변화, 일자리 창출과 나누기,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 실현의 긍정적 효과가 있는가 하면, 소규모기업의 인력난과 매출액 감소, 취약계층의 일자리 및 소득 감소라는 부정적 측면이 있다.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사업장 규모별로 주 52시간 근로제가 시행되고 있다.코로나 19의 영향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에서 소규모 사업체의 주 52시간제를 예정대로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소규모 사업체는 단기적인 생산 물량 증가에 추가 인력 확보 보다는 연장근로 확대를 통해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통계청의 지난달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국 취업자 2천800만여 명 중 주당 53시간 이상 근로하는 취업자는 약 334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의 12.1%를 차지한다. 대구경북은 약 32만 명이 53시간 이상 취업자에 해당하며 전국 비중과 비슷하다.사업체조사 기준(2019년)으로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대구경북 7만4천개, 종사자수는 약 84만 명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최근 조사에서 사업장 중 약 25%가 주 52시간제 시행에 준비가 부족하다고 하니 대구경북은 약 1만9천개 사업체의 21만 명 종사자가 이에 해당한다.OECD 국가 중 근로시간이 긴 우리나라에 근로시간 단축이 중요한 과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역 산업구조나 경기 및 시장 수급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52시간 근무제 법제화를 일률적으로 적용해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주 52시간제를 현재 시행하고 있는 50인 이상기업 30.4%가 주 52시간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1~2년의 유예기간으로 소규모 기업이 52시간제를 자체적으로 준비해 정착시키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52시간제 적용에 따른 소규모 사업체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업종별로 확인하고, 인사노무제도 정비를 위한 충분한 교육훈련과 지원제도 마련을 우선적으로 실행했어야 했다. 소규모 사업장이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을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게 변경하도록 홍보와 교육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는 등 선진화한 기업운영 관리 대책도 선행했어야 했다. 기업이 이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우선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했지만 많이 미흡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법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제 정착을 위해 다음의 추가적 사항도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탄력근로시간제의 연장, 근로시간계좌제(저축제)나 고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 면제제도 등 선진 근무형태 도입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이다. 둘째, 기업 맞춤형 유연근로제(탄력, 선택적, 재량)를 노동시간 단축 지원정책과 적극 연동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당사자(노사) 간 자율 합의 시 정부가 연장근로를 추가로 허용하는 광범위한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생산성 증가와 일자리 추가 창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인식이 필요하다. 기업 지원 대책도 이와 연동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단기적으로 발생하는 근로자 임금감소분 보전과 추가 신규채용 시 인건비 및 컨설팅 지원, 시실투자 등 비용 지원과 같은 종합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사업체가 중심이 돼 52시간 근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근로자 역량강화 지원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경쟁력 강화도 중요하다. 그간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노동시장 공급자 측면을 대변한 경향이 있었다. 근로자 '임금'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이윤'도 중요하다. 노동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동시에 고려하는 시각이 필요하다.4차 산업의 대전환기 시대, 새로운 업종에 순응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와 여러 근로시간 유형이 요구되고 있다. 여기에 고용 안전망이 갖추어진다면 진정한 노동시장 선진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혼잡을 피하는 출퇴근 분산으로 사회적 비용 감소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2021-06-15 09:48:02

[기고] 대구경북을 브레인 캠퍼스 시티, K-브레인 밸리로 만들자

[기고] 대구경북을 브레인 캠퍼스 시티, K-브레인 밸리로 만들자

지방대학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지방을 넘어 국가적 문제가 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으로 '지방소멸론'까지 거론되는 현실이다. 구체적 통계를 제시하지 않아도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더 빨리 진행되고 있는 지방인구 감소는 대학의 생존 문제에서 지역 교육여건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위기와 변화 속에서 각 대학은 자체 역량을 집중하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한 차별화, 특성화 전략으로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맞춰 인공지능, IT 기반 등 지방별 특화 전략 산업과 연계해 맞춤형 인재 양성과 이를 통한 지역 취업 전략 등 다양한 생존방안을 모색 중이다.수도권 소재 대학들이 대폭으로 정원을 감축하지 않는 이상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해당 지역 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인재 양성은 필수다. 이런 과정을 거친 인재들이 계속 그 지역에 거주하며 생산이 이뤄지는 '선순환 국가 균형발전'이 이뤄지도록 정부와 지자체, 지역 교육계와 산업계 등 관계기관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필자가 지방대 얘기를 하는 것은 우리 대구경북 대학은 뇌연구 특성화 전략으로 힘을 모아 세계 유례가 없는 '글로벌 브레인 캠퍼스 도시'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지난 2013년 미국은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추진하며 뇌연구를 통해 미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뇌연구는 기초, 응용, 산업화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연구성과를 만들어 내며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일론 머스크의 '원숭이 뇌에 칩을 이식하여 핑퐁 게임을 하는 영상'은 브레인 칩을 활용한 뇌 공학(Brain Tech)의 한 예로 향후 의료-바이오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서 응용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6년 '뇌과학 발전전략', 2018년 '뇌연구 혁신 2030', 2021년 4월 '뇌연구 투자연구개발 전략'을 발표하는 등 뇌연구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속적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대구시는 '대구형 뉴딜'을 발표하며 치매 등 다양한 뇌질환 극복과 뇌 산업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하며 뇌연구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원래 대구경북은 의료-바이오 인프라가 충분해 뇌연구를 포함한 '바이오 융합 클러스터'의 최적지다. 대구경북은 한국뇌연구원,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다수 의과대학 및 첨단 의료인프라를 비롯한 의료-바이오 산업기반이 확충돼 '글로벌 브레인 캠퍼스 시티(Global Brain Campus City)'로 성장기반을 이미 갖췄다.지방의 위기 속에 지역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생존의 한 축을 마련하기 위해 대구시와 지역 산업체, 연구기관 등이 함께 힘을 모아 국가 차원 뇌연구를 활성화하고 관련 인재를 양성해 대구를 '브레인 캠퍼스 시티'로 만들어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길 희망한다.우리 지역이 국가 차원의 뇌연구 거점 도시이자 미래 뇌연구 첨단 인재 양성 대학이 포진한 곳으로 성장한다면, 미국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K-브레인 밸리(Brain Valley)'가 탄생할 수 있다. 뇌 산업을 기반으로 지역 대학을 특성화하고, 인력 양성과 함께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과 경제적 효과로 글로벌 뇌연구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2021-06-14 11:42:59

[매일춘추] 식물의 가르침

[매일춘추] 식물의 가르침

식물을 잘 못 키우는 편이다. 뭔가 잘 만들어내는 사람을 '금손'이라 부르고 반대로 잘 망치는 사람을 우스개로 '똥손'이라 하던데 그렇게 친다면 나는 '식물똥손'에 가깝다.하지만 꽃집을 지나다 예쁜 식물을 보면 어김없이 마음이 움직이고 이번에는 잘 키워보겠다 다짐하며 영화 '레옹'의 마틸다처럼 비장하게 화분을 안고 온다. 물도 잘 주고 나름 신경을 써보지만 한 해를 넘기기 힘들다. 선물 받거나 사온 식물들이 죽으면 모종의 죄책감마저 느끼면서 이런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요즘 식물 공부를 하는 중이다.예전에는 식물에 대해 잘 몰라도 물만 잘 주면 살겠거니 했지만 이제는 식물을 데려오면 인터넷 검색부터 한다. 키우는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린 글을 찬찬히 읽어보고 유튜브에서 영상들을 찾아본다. 그렇게 서너 개의 자료만 훑어봐도 유경험자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맥락을 보며 식물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찾아보니 키우고 있는 식물마다 제각각 존중해줘야 할 개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그걸 무시하고 마음대로 키웠을 뿐.왠지 식물은 햇빛을 많이 볼수록 좋을 것 같고 물도 자주 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식물마다 취향이 천차만별이다. 음지를 좋아하는 식물과 양지를 좋아하는 식물, 물을 좋아하는 식물과 그렇지 않은 식물이 있다. 한여름 땡볕에 광합성 많이 하고 쑥쑥 크라고 일부러 화분을 내놓았다가 예쁘게 키운 알로카시아 잎이 다 타들어간 적도 있고 물을 안 좋아하는 다육이에게 꾸준히 물을 주다 뿌리가 썩어버린 적도 있다.꽃도 다 다른 시기에 핀다. 봄에 피는 식물도 있고 겨울에 피는 것도 있고, 꽃이 피는 건지도 몰랐다가 몇 년 만에 꽃을 보기도 한다. 또 죽은 것처럼 보이는 식물도 부활할 수 있다는 것, 오래된 가지들은 정리해주면 훨씬 잘 자랄 수 있다는 것,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채광만큼이나 통풍이 중요하다는 것 등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식물을 키우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경우의 수들을 알게 되었다.이렇게 식물의 세계에 눈을 뜨면서 배우는 것은 비단 식물의 삶뿐만이 아니다. 식물을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에 빗대어 내 삶을 건강하게 하는 방법을 더 많이 배워간다. 본질적으로 인간도 식물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밝고 외향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음지식물처럼 수줍음이 많고 어두움이 편안한 사람도 있다. 어릴 적에 재능을 꽃피우고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지만 뒤늦게 꽃이 피는 사람도 있고, 꽃이 핀 자리에 열매를 맺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식물로 보자면 이는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일어날 수도 있는 경우의 수일 뿐이다. 각자 자기에게 적당한 방식이 있고 때가 있다.작년 겨울, 6년을 키운 해피트리가 잎을 다 떨구고 비실거렸다. 좀 아까웠지만 톱으로 윗가지들을 몽땅 잘라주었더니 얼마 전부터 잘린 가지 끝에서 새순이 샘솟듯 터져 나온다. 잘려나간 높이보다 더 크고 풍성하게. 폭풍 성장하는 해피트리를 바라보며 내가 잘라내지 못한 내 안의 묵은 가지들을 생각해본다.여전히 식물을 잘 키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식물똥손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시간이 더 흐르면 금손까지는 못가더라도 금은동의 동손, 식물동손은 되지 않을까.

2021-06-14 11:30:49

[세계의 창] 통신 혁명의 명암

[세계의 창] 통신 혁명의 명암

통신(Information Technology) 혁명은 생활을 월등히 편리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제 전화, 전자메일, 컴퓨터 없이는 개인의 생활은 물론 산업 활동도 어려운 시대에 왔다.알렉산더 벨이 1875년 최초의 벨 전화기를 출시한 지 150여 년이 지났다. 고정 다이얼식은 휴대폰으로 진화하였고 거기서 업그레이된 스마트폰은 이제 누구나 상시 휴대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위급한 사건으로 약속을 못 지킬 때는 즉시 통화로 알려줄 수 있으니 옛날과 같이 장시간 헛되게 기다리는 일도 없어졌다.전화기 발명, 전자메일과 같은 통신 혁명으로 생활이 월등히 편리해졌지만 나쁜 점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끊임없이 걸려 오는 원치 않는 통화가 그 하나다. 자동차의 성능 보증기간이 끝났다며 보증 연장을 해 주겠다는 로보콜(자동전화)이 같은 목소리로 매일 두 번씩 온다. 발신자 차단을 설정해 두어도 계속 전화번호가 바뀌니 도리가 없다. 선거철에는 또 수많은 여론조사 기관에서 저마다 잠시만 전화로 설문조사를 하자고 한다.이들 전화는 왜 부당한가? 그것은 재산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는 사유재산이며 나와 무관한 사람이 내 번호로 계속 전화하는 것은 사유재산 침해가 된다. 원치 않는 통화로 뺏기는 시간도 마찬가지다.성가신 전화보다 더 심각한 것은 컴퓨터 해킹이다. IT에 의존하기는 제조업은 물론 의료, 교육, 행정 등 서비스산업이 더하다. 우리 대학의 컴퓨터 시스템도 지난 연말 해킹을 당해 교직원들이 저장해 둔 데이터를 몇 주일간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필자의 사무실 컴퓨터는 복원됐지만 외장 드라이브에 저장한 자료는 회복이 안 된다. 오래된 워킹 페이퍼는 다시 쓸 수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 원격 강의를 하기 위해서 교과목 관련 파일을 일체 복사해 둔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제 학교 컴퓨터나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그인을 한 후 다시 휴대전화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받는 이중 인증의 불편함을 거쳐야 하게 되었다.미국 내의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랜섬웨어(Ransomware) 범죄단은 많은 경우 근원지가 러시아다. 이들은 랜섬웨어라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컴퓨터 네트워크에 설치해 사용자들이 컴퓨터 파일을 열 수 없게 만든 후 파일을 열어 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2020년 미국에서는 2억 회에 달하는 랜섬웨어 공격이 있었고 이 중 3분의 1이 러시아 연방보안국 FSB(KGB의 후신)와 연계되어 있다는 류크(Ryuk) 범죄단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지난달에는 컬로니알 파이프라인(Colonial Pipeline)이 다크사이드(DarkSide)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미 동부의 유류 파이프 라인이 정지됐었다. 이번 달에는 레빌(REvil)의 공격으로 세계 최대 육류 생산 회사 JBS가 미국과 호주에서 쇠고기 생산을 중단해야 했었다. 다크사이드와 레빌 역시 러시아에 소재한 해킹 조직에 의한 것이다.사이버 범죄 조직은 많은 경우 러시아, 중국, 북한 등 불량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측에서도 국가적 지원이 불가피하다. 정보기관이 사이버 범죄의 원천을 파악한 후 검찰과 법원이 범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또 날로 고도화해 가는 컴퓨터 바이러스로부터 컴퓨터 망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개발에도 정부의 역할이 있다.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 정부는 민간 제약 회사들의 백신 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백신 물량을 대량으로 선도 구매함으로써 사태를 극적으로 조기 수습하고 있다. 현재 전 국민의 50% 이상이 접종을 완료했다는 소식이다. 랜섬웨어 등의 사이버 범죄도 코로나19와 같은 심각한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 코로나19 대응에서처럼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다. 새로운 변이 컴퓨터 바이러스가 나타날 때 즉각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보급하고 코로나19에 대한 마스크 착용처럼 백신 설치를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이버 범죄의 소탕에서 예방까지 정부-민간의 협력이 요구된다.

2021-06-14 11:28:31

[기고] ‘보수 철학’ 세워야 할 TK

[기고] ‘보수 철학’ 세워야 할 TK

'보수의 심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TK(대구경북)를 떠올린다. 최근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처럼 전국적 선거 때면 '보수 심장 TK'라는 표현이 언론에 많이 등장한다.보수의 심장이라는 표현은 어색하다. 심장은 가슴 뜀이고 생동적이며 진취적인 모습의 상징이다. 이에 비해 보수는 한국 사회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느낌이나 이미지가 강하다. 대학생들에게 보수에 대해 질문하면 거의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당신은 보수적인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느냐는 물음에는 불쾌함을 넘어 무시당하는 기분이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보수는 당당함이나 호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위기가 깊이 놓여 있다. 보수에 대한 이 같은 인식은 심장의 상징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보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인식이 강하다 보니 '따뜻한 보수' '개혁 보수' '합리적 보수' '젊은 보수'같이 꾸미는 말을 붙이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로 '낡은 보수' '꼰대 보수' '수구 보수' 같은 표현도 나온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 같은 꾸밈말을 붙인다고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모두 보수라는 말을 훼손하는 비정상적 표현일 뿐이다.선거 때면 후보자들은 앞다퉈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갑작스러운 애정을 드러낸다. TK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해서다. 이런저런 공약을 쏟아낸다.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 멀어진다. 지역에서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 배은망덕, 토사구팽, 고립무원 같은 서운함과 상실감을 뿜어 낸다. 정부와 정치권은 TK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언론은 이를 'TK 달래기'처럼 표현한다. 선거 전후로 되풀이되는 공허한 풍경이다.이 같은 현상은 보수의 심장에 맞는 철학(바탕이 되는 가치), 즉 알맹이를 TK가 보여 주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수라는 말의 의미와 인식을 명확하게 하는 첫 단추를 끼우는 게 필요하다.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은 보수를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함'으로 풀이한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TK가 이 같은 의미에서 보수의 중심 지역이라면 이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대학생들도 이런 지역에서 삶을 설계하려는 자신감을 갖기 어렵다.보수의 '보'(保)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보(保)는 부모가 아이를 등에 업고 키우는 모습이다. 여기서 '기르다, 돕다, 안정시키다, 믿고 의지하다'는 의미가 나온다. 아이를 낳아 바르게 양육하는 일보다 소중한 것이 있는가. 보수는 이런 일상의 소중함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태도와 노력이다. 중도 실용적이고 진취적이며 미래 지향적이다. 중도는 이념적 가운데가 아니라 일상 현실의 역동적 균형감이다. 모두 보수라는 말에 본디 들어 있는 의미이고 가치이다. "퇴계 이황은 평생 향상심이 있었다"는 기록은 보수의 본디 의미와 통한다.보수라는 말에서 변화를 싫어하는 답답함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우는 태도와 노력이 떠오르도록 만드는 것은 엄청난 인식 전환이다. 명칭이 바르면 현실도 바뀐다. 공자도 명칭의 뜻을 바르게 하는 정명(正名)이 세상일의 핵심이라고 했다. 보수의 본디 의미가 TK에서 바르게 돼 국어사전의 풀이를 바꾸면 보수의 정상화에 구체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TK에서부터 보수라는 말을 일상에서 당당하게 쓴다면 '보수 정명의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1-06-14 11:28:21

[매일춘추] 모여봐요, 물건의 숲

[매일춘추] 모여봐요, 물건의 숲

내 집은 항상 어수선하다. 위생 문제는 없는데(청소를 좋아한다. 특히 화장실 청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종류별로, 크기와 열을 맞춰서 혹은 색깔별로 분류하는 일은 내게 너무 어렵다. 정리정돈에는 어느 정도 강박증적인 증세가 수반된다고 나는 믿는다. 고로 난 그리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변명해본다.사실 나는 물건을 좋아한다. 약간의 수집벽이 있어서 사 모으는 걸 즐긴다. 물건이 많으니 정리정돈이 되지 않을 수밖에.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삶에 물건 없는 생활이 포함되어 있었던 걸 떠올려보자. 삶과 생활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은 결국 '덜' 가지는 것이다. 그게 욕심이든 물건이든.고백하자면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미니멀리즘이 한창일 때,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고 인증하는 일이 유행했다. 나 역시 인증 미션에 동참했다. 미션 내용은 '2주간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였다. 나는 2주간 열심히 버렸다. 지난 1년간 사용하지 않았으면 버려도 되는 물건이라는 미니멀 지침을 잘 따랐다. 그 후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현재 나는 버렸던 물건을 죄다 다시 사 모았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새 것을 가지기 위해 버리는 게 미니멀리즘이구나!"물론 진짜 미니멀리즘의 지향점이 그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미니멀한 삶에 미련을 버린 나는 곧이어 곱창밴드의 유행과 마주쳤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유행했던 아이템인데 다시 유행하다니. 무척 반가웠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샀다. 문제는, 50개를 샀다는 것. 왜 50개를 샀냐고 많이 묻던데, 그냥 50개를 묶어서 팔길래 별 생각 없이 50개를 샀다고밖에 할 대답이 없다. (이 곱창밴드는 내 집 방문 기념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물론 거부권은 없다)내 집에 물건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취미 부자이기 때문이다. 오랜 취미인 미니블럭 조립, 작년 말부터 시작한 뜨개질, 최근에 시작한 피포페인팅(유화) 등을 비롯해서 등산, 달리기, 킥복싱으로 이어지는 운동의 역사들. 취미에는 물건이 따른다. 각각의 취미활동에 진심을 담아 구입한 물건들은 집안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여기까지 미루어 짐작건대 내 집이 물건의 숲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물건이 좋다. 내가 사 모은 물건에는 그때의 기대와 결심 같은 게 묻어있다. 그런 기억의 역사가 좋다. 이렇듯 미니멀리스트와 정반대의 생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나는 스스로를 맥시멈리스트라고 부른다. 물론 물건의 숲이라는 별칭도 내가 지었다. 나는 자아성찰에 능한 편이니까.'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제목의 닌텐도 게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제목을 흉내 내어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부른다. 물론 '모여봐요, 물건의 숲'에 걸맞게, 헤어질 때 그 손에는 곱창밴드가 들려있다.

2021-06-14 06:30:00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이준석 당선은 보수의 위기(?)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이준석 당선은 보수의 위기(?)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되었다. 불가능이 현실이 된 것이다. 이 이변의 바탕에는 보수층과 중도층이 널리 공유하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깔려 있다. 그 열망이 실현되려면 제1야당의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당이 젊어져야 한다'는 보수층의 절박한 인식이 30대의 젊은 후보에 대한 열광적 지지로 표출된 것이리라.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거기엔 긍정과 부정의 두 측면이 공존한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은 그동안 변화를 완강히 거부해 왔던 보수층이 이제 급진적 변화의 필요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번 경선에서 가장 빛난 대목은 이준석이 대구에 가서 '이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정면으로 말한 순간이었다. 보수는 마침내 탄핵의 강을 건넜다.또 하나는 보수층과 젊은 세대 사이가 연결됐다는 것이다. 30대 젊은 대표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은 젊어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586이 지배하는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됐다. 이는 국민의힘에도 좋은 일이지만, 민주당에도, 특히 그 당의 쇄신파들에게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이제 민주당도 쇄신을 하라'는 여론을 업게 됐기 때문이다.부정적인 측면은 당의 요직을 두루 거친 다선 의원들이 졸전 끝에 0선의 젊은이에게 참패를 했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 당에 변변한 인물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그 당에서 목을 매는 유력한 대선 후보마저도 당의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 존재한다. 대표가 바뀐들 이 상황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보수당의 대표 경선이 이렇게 여론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던가? 경선의 컨벤션 효과로 당의 지지율이 최고를 기록했다. 당 밖에서 움직이는 윤석열의 지지율도 계속 여당 주자들을 큰 차로 압도하고 있다. 그러니 보수층에서 들뜰 만도 하다. 이 둘만 하나로 묶어 내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정권교체도 손에 잡힐 것만 같지 않은가.하지만 이준석 대표 체제나 윤석열의 대권 전망이나 아직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 원래 기대라는 것이 마냥 드높기만 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준석의 혁신안은 마냥 해괴하고, 윤석열의 메시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현실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며 기대치가 급락하지 않고 현실적 수준에 안착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우려스러운 것은 이준석의 사고방식이다. 일단 책임 있는 자리에 올랐으니 과거처럼 노골적인 안티 페미 선동으로 젊은 남녀를 갈라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는 여성 할당, 청년 할당, 지역 할당이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전도된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인생관에서 나온 인식이라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게다.그는 자신의 책에서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은 정글'이고,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 썼다고 들었다. 이렇게 인간 사회를 동물의 왕국으로 간주하는 견해를 '사회생물학'이라고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주로 나치와 같은 극단적 세력들이 내놓은 주장이다. 이는 그의 교양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그러니 대표의 권한으로 국민의힘부터 '자연의 섭리'에 맞게 '약육강식의 원리'가 통용되는 '정글'로 바꿔 놓으려 할 게다. 토론 배틀, 자격시험 등 그가 혁신안으로 내놓는 방안들은 하나같이 세계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이상한 것들이다. 그 해괴함은 '정글의 법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그의 개인적 가치관에서 나온 것이다.그는 정치를 컴퓨터 게임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문제는 이게 당 밖으로 혼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국민의힘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고작 '공정한 것은 정글의 법칙이며, 사회가 약육강식의 원리가 통하는 정글이 되어야 모두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인가? 윤석열도 '정글의 법칙'의 준엄한 집행자가 될 것인가?국민의힘의 변화가 사회에 그렇게 인식되는 순간 보수와 중도의 가치연합은 파괴된다. 그러면 당연히 정권교체의 길도 멀어질 것이다. 보이는 것과 달리 보수는 실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2021-06-14 06:00:37

[기고] 대구 스포츠, 뭉쳐야 쏜다

[기고] 대구 스포츠, 뭉쳐야 쏜다

'뭉쳐야 쏜다'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이 대히트다. 우리나라 최고 농구 스타였던 허재, 현주엽과 스포츠 스타들의 좌충우돌 농구 경기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농구를 생각하면 2011년을 끝으로 대구를 떠난 '동양 오리온스'가 가슴에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양이 대구로부터 야반도주를 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지역에 '구기 전용 실내체육시설'이 없었던 점이 대구를 떠난 가장 큰 이유라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고 본다.필자는 2020년 7월 대구시의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지역 체육시설의 부족함을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광역시별 인구 10만 명당 구기 체육시설 현황을 분석했는데, 서울은 29개소로 0.28, 대전은 3개소로 0.39, 울산은 6개소로 0.52, 부산은 5개소로 0.14인 데 반해, 대구는 3개소 0.11로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동계 프로스포츠에 목말라 있는 대구에 반가운 소식이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인천을 연고지로 활동한 전자랜드 농구단을 선수를 포함해 인수하면서, 구단의 연고지로 우리 대구시를 지정할 것이라는 뉴스다.한데 문제가 있다. 이번에 프로농구단이 대구에 오면, 1970년에 지어 50살이 넘은 산격동 '대구실내체육관'에서 훈련하고 경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대구로 인수되기 전 전자랜드의 경기장은 충북 진천 삼산월드체육관이다. 대지 1만5천 평에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의 시설로 실내체육관은 기본이며 축구장, 수영장, 컨벤션센터까지 구축된 곳에서 선수들은 연습하며 경기해 왔다.반면 대구실내체육관은 50년 세월이 말해 주듯 모든 시설이 낙후돼 있다. 관객도 낡은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응원해야 한다. 가스공사가 농구단을 인수했지만 대구가 연고지임을 즉각 발표하지 않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일까 하는 조바심이 인다.홈구장이 좋아야 팬들도 응원하기 좋고, 선수들이 그 응원에 힘입어 높은 승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좋은 예로 대구FC의 DGB대구은행파크를 들 수 있다. 최신 시설뿐만 아니라 관객과 선수의 거리가 가까워서 관객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대구FC는 최근 10경기 연속 무패 기록을 달성했고 AFC챔피언스리그 본선에도 나간다. 이런 연유로 가스공사 농구단을 위한 새로운 전용경기장, 즉 복합 실내체육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된다.장소로는 대구스타디움과 삼성라이온즈파크가 있는 연호지구가 가장 최적이다. 연호지구 내 1만 석 규모 전용시설이 마련된다면 대구스타디움, 라이온스파크, 실내 육상전용경기장을 연결하는 국제적 복합 스포츠밸리를 갖출 수 있다.그렇게 되면 현재 대구스타디움과 실내 육상경기장의 적자도, 스포츠콤플렉스의 시너지 효과로 반감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인근에 대구미술관과 조성 중에 있는 간송미술관이 들어서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포츠·문화예술·관광타운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여기에 금상첨화로 복합 실내체육시설과 대구스타디움, 삼성라이온즈파크와 미술관 등을 연결하는 트램까지 구축한다면 관광 명소는 물론, 2038년 하계 아시안게임 대구·광주 공동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확신한다.학수고대하던 동계스포츠 프로농구가 10년 만에 대구에 찾아왔다. 가스공사 스스로도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우리 시도 적극적으로 전용구장 신축에 나서야 한다. 또한 국제적 스포츠밸리를 통한 체육·문화예술·관광이 살아 숨 쉬는 대구를 만들자. 지금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때다.

2021-06-13 15:13:51

[광장] 카이사르와 문재인…‘임페리움’의 사유화

[광장] 카이사르와 문재인…‘임페리움’의 사유화

이탈리아 수도 로마 중심부에 '포로 로마노'(로마 포럼)가 자리한다. 로마시대 정치 중심지다. 이곳에 카이사르가 만든 원로원 의사당 쿠리아 율리아도 복원돼 있다. 쿠리아 율리아 옆에 있던 폼페이우스 회랑에서 카이사르가 BC 44년 3월 숨졌다. 그는 왜 암살됐을까?영어 딕테이터(Dictator)는 독재자다. 로마시대 라틴어 딕타토르(Dictator)에서 나왔다. 딕타토르는 무소불위의 독재자라는 의미와 다르다. 로마에서는 공직자의 권한, 법률 테두리 안에서의 명령권을 임페리움(Imperium)이라 불렀다. 오늘날에는 제국주의, 황제정(Imperialism)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바뀌었다. 임페리움을 갖고 법의 정신을 구현하며 행정을 펼치는 공직자를 마기스트라테(Magistrate)라 칭했다. 현대 영어에서 판사를 가리킨다. 마기스트라테의 한 종류가 딕타토르다. 우리말로 독재관이다.로마는 전쟁 같은 국가 위기 시에 오늘날 대통령 격인 집정관(Consul)에게 독재관 지위를 부여했다. 국난을 효율적으로 극복하라는 뜻이 담겼다. 로마가 국운을 걸고 한니발의 카르타고와 전쟁을 치르던 2차 포에니 전쟁(BC 218~BC 202년) 시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임기는 딱 6개월, 1차례뿐이다. 그것도 전쟁 수행 같은 특정 업무 한 가지에만 제한적으로 임페리움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로마가 세세한 규정을 통해 독재관의 임페리움을 제한한 이유는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는 독재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이를 어기고 독재관 지위를 독재정치로 바꾼 사람이 BC 82년 술라다. 하지만, 술라도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독재관을 왕과 같은 영구적 독재정치 수단으로 바꾼 인물이 카이사르다. BC 49년 갈리아(오늘날 프랑스) 원정에서 돌아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독재관에 오른 그는 BC 47년 임기 5년 독재관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자리에 올랐다. BC 46년 4월 북아프리카 탑소스에서 공화파를 격파한 뒤, 10년 독재관 감투를 썼다. 이도 모자랐다. BC 45년 3월 에스파냐(스페인)에서 폼페이우스의 두 아들을 물리친 뒤, BC 44년 1월 종신 독재관이라는 사실상의 왕이 됐다. 물론 원로원 투표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서다. 그리고 BC 44년 3월 15일 공화정을 지키려는 브루투스(카이사르의 애인 아들)와 카시우스 등 원로원 의원들에게 암살됐다. 카이사르와 함께 독재관이라는 지위도 사라졌다. 카이사르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카이사르 누나의 손자)가 제멋대로 임페리움을 행사하는 황제정을 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정책에서 보여주는 임페리움 행사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으로 쌓아온 전통과 품격에서 크게 벗어난다.재판받는 형사 피고인 신분의 박범계 법무부 장관, 운전 중인 택시기사를 술에 취해 폭행한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사임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문재인 정부 33번째로 야당 동의 없이 일방통행으로 임명한 장관급 인사 김오수 검찰총장, 피고인 신분에서 승진한 이성윤 서울고검장, 독직 폭행 혐의 피고인에서 승진한 정진웅 검사장…. SBS 법조 전문 임찬종 기자는 "박범계, 이성윤, 정진웅, 법무-검찰의 요직에 형사 피고인이 세 명이나 포함된 '트리플크라운'"이라고 풍자했다. 이용구 차관까지 치면 '그랜드슬램'이란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총장 임명식에서 '공정한 검찰'을 주문한다. 2천 년 전 공화국 로마를 왕정으로 바꾼 '임페리움', 권한의 사유화다. 주권자인 국민이 준 권한을 제 것으로 사유화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2021-06-12 06:30:00

[내가 읽은 책] 굴뚝도 총이 될 수 있다!

[내가 읽은 책] 굴뚝도 총이 될 수 있다!

광고천재 이제석(이제석 글/ 학고재/ 2010년)저 남자가 누군가. 덥수룩한 머리에 아랫도리만 가린 채 간판 위에 걸터앉아 망치로 간판을 찌그러뜨리는 저 남자, 낯설지 않다. 산야를 풀쩍풀쩍 뛰어다니며 사냥하던 저 남자가 어떻게 이곳 진천동까지 왔을까?그는 이만 년 전의 원시인이다. 오랜 세월을 훌쩍 건너뛰어 그를 이곳으로 불러낸 이는 물어보나마나 광고천재로 불리는 이제석 씨가 틀림없다.광고는 그 도시의 이미지를 굵고 짧게 나타낸다. 달서구는 타 구(區)와 달리 선사유적이 많은 곳이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이제석을 통해 고정관념을 깼음이다.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간판을 보고 지역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했을 수도 있겠다.작가는 의대를 진학한 형과는 달리 중학교 때까지는 부모님의 걱정거리였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그림으로도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의 말대로 죽도록 그림을 그려 계명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 장학생으로 수석 졸업한다. 허나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취직을 못 한다. 그래서 미국의 스쿨 오브 비쥬얼 아트(school of visual arts)에 입학, 안셀모 교수와 둘시디오 교수를 만나면서 광고의 기본을 익히고 크리에이터로서의 교육을 받아 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최고상, 광고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클리오 어워드'에서 동상을 비롯하여 1년 동안 국제적인 공모전에서 29개의 메달을 딴다.이 책은 옆에서 말하듯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1장 '판을 엎어라 룰을 바꿔라', 2장 '다르게 보라 거꾸로 보라', 3장 '아이디어로 승부하라', 4장 '홍익인간 하리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곳곳에 선보여 감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창작을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고 다른 시선으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이는 비단 광고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 미술에서도 다르지 않다. 가치를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관점이 바뀌고, 관점이 바뀌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둘시디오 교수는 "좋은 광고는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야. 아이디어가 좋은 광고는 명쾌하고 단순하고 재미있다. 절대 돈지랄 하지 마."(p143)라고 말했다.그는 교수의 말대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른 시각으로 볼 뿐만 아니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다."내가 공모전에 당선되는 이유는 나는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대신 그림으로 도전했다. 말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그림은 만국 공통이다. 그걸로 핵심을 건드린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드러내고자 하는 메시지가 정확해야 한다.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도 남들과 달라야 한다. 내게 이보다 명료한 노하우는 없었다."(p50)이승엽 선수의 홈런 한 방에는 그만큼의 땀과 피가 들어갔듯, 오늘의 그가 있기까지는 3초의 강의를 위해 300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과 창조적 파괴,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싶은데 자신이 없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우남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21-06-12 06:30:00

[이종문의 한시산책] 돌자라를 노래함 (石鱉歌(석별가)) - 길재

[이종문의 한시산책] 돌자라를 노래함 (石鱉歌(석별가)) - 길재

자라야 자라야 鱉兮鱉兮(별혜별혜)너도 엄마를 잃었느냐 汝亦失母乎(여역실모호)나도 엄마를 잃었단다 吾亦失母矣(오역실모의)내 너를 삶아 먹을 수도 있지만 吾知其烹汝食之(오지기팽여식지)엄마 잃은 신세가 나와 꼭 같아 汝之失母猶我也(여지실모유아야)그래서 너를 놓아준단다 是以放汝(시이방여) 고려말의 선비 길원진(吉元進)이 전남 보성 땅의 대판(大判)이란 벼슬에 임명됐다. 그는 아내와 함께 부임하면서, 여덟 살에 불과한 꼬맹이 아들을 황해도 토산에 있는 처가에다 맡겼다. 워낙 월급이 적어 세 식구가 입에 풀칠을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하지만, 그게 이유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난데없이 외톨이가 된 그 아이는 외가에서 어머니가 그리워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냇가에서 외롭게 놀고 있던 아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이리저리 헤엄을 치고 있는 자라 한 마리를 보게 되었다. 엄마와 헤어져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던 아이의 눈에는 영락없이 엄마 찾아 헤매는 불쌍한 자라였다. 아이는 엄마 잃은 자라를 소재로 한 동시 한 편을 곧바로 지었다. 그것이 바로 위의 작품이고, 그 아이가 바로 고려말 조선 초의 위대한 학자였던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이다.여덟 살 꼬마가 쓴 동시답게 설명이 필요 없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시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참으로 그 의미가 심장하다. 천지간 만물에 대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위대한 사랑이 그렇고, 자신의 처지로 남의 처지를 헤아려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그렇다."내 나이 아홉 살 때/ 먼 산에 가서 나무를 하다가/ 둥지 속에 들어있는/ 새알 다섯 개를 발견했단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아직도 따뜻한 그 알들을/ 주머니에 넣어 돌아오다가/ 송아지를 잃어버린 엄마 소가/ 움모 움모 하며/ 슬프게 우는 소릴 들었단다// 그 울음소리 듣는 순간/ 알을 잃어버리고 땅을 치며 울고 있을/ 엄마 새가 울컥, 떠올라/ 도저히 그냥 올 수 없었단다// 이미 날도 슬슬 저물어/ 천지간에 어둠이 밀려오는데 / 큰마음 먹고 산속으로 들어가서/ 둥지에다 알들을 넣어주고 왔단다// 내가 범에게 잡혀가면/ 땅을 치며 울다가 기절을 하실/ 우리 엄마 모습이 울컥 떠올라서// 도저히 그냥 올 수 없었단다// 야들아, 우야든지 착하게 살아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결국 내 눈에 피눈물 난단다" 야은의 작품을 읽으면서, 재작년에 높은 산으로 이사를 가신 우리 아버지의 말씀을 동시로 바꾼다고 바꾸어 보았는데, 동시가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1-06-12 06:30:00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대구의 춤을 만나다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대구의 춤을 만나다

신라국악원(원장 최금난), 김경자무용학원(원장 김경자), 백년욱무용학원(원장 백년욱), 박은희무용학원(원장 박은희), 경북무용학원(원장 권명화), 정소산무용학원(원장 정소산), 대구바레아카데미(원장 김기전), 사회 김상규…. 1968년 12월 30일 대구방송국 KG홀(현 대구콘서트하우스 위치)에서 열린 '시내 무용학원 및 국악원 합동공연' 전단지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다. 동그랗게 편집된 원장 사진 아래에는 해당 학원의 성격을 보여주는 공연 사진들이 실려 있다.이 전단지는 1960년대 대구의 무용 활동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1965년 경북예술고등학교가 설립되고 1975년 효성여자대학교(현 대구가톨릭대학교)에, 1984년 계명대학교에 무용과가 신설됐지만, 그 이전의 무용 교육은 개인강습이나 학원 위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수록된 사진과 작품명을 보면 김경자무용학원과 김기전의 대구바레아카데미가 현대무용을 선보였고, 신라국악원과 권명화, 백년욱, 박은희, 정소산의 무용학원은 한국무용을 공연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일제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으로 전통춤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던 곳은 기생 조합인 권번(券番) 밖에 없었다. 따라서 1960년대 이전의 향토 한국무용은 권번에서 연희되던 춤이 주류였다. 1960년대부터 극적인 요소가 담긴 창작무용이 등장했고 학원 중심의 무용 발표회가 성황을 이뤘다. 대구에서 한국무용을 정식으로 공연하고 교육을 한 것은 박지홍(1889~1961)과 정소산(1904~1978)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박지홍은 달성권번과 대동권번에서 춤과 소리를 가르쳤다. 해방 후 권번이 쇠퇴하면서부터는 남산동에 무용연구소(경북국악원)를 운영하며 활동을 폈다. 1958년에는 제1회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경북대표로 참가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지홍의 춤은 최희선(1929~2010), 권명화(1934~)에 의해 계승되어 현재 대구 지역 대표적인 전통춤이 되었다. 최희선은 '달구벌 입춤'을 전국에 알렸고 권명화는 1995년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9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활발한 전승활동을 펼쳤다.정소산은 궁중여악 출신으로 1920년 중반 대구에 정착해서 무용인을 길러냈다. 현재는 백년욱(1946~)이 지역 무용계를 지키면서 스승의 춤을 잇고 있다. 1955년 열 살이 되던 해 정소산의 문하에 들어간 백년욱은 스승이 타계할 때까지 함께하면서 독특한 춤 세계를 체득했다. 2015년 정소산의 '수건춤'이 대구시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되고 백년욱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우리나라 근대 서구 문화는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서 유입된 것이 대부분이다. 무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구에 현대무용 공연이 시작된 시기는 1930년대이다. 1931년 최승희가 대구극장에서 공연을 연 것이 첫 현대무용 무대로 기록된다. 이후 남성현대무용가 김상규가 일본의 현대무용 개척자 이시이 바쿠(石井漠)에게 무용을 사사한 후, 대구에 정착했다. 그는 김상규무용단을 운영하며 '신무용' 발표회를 활발히 열었다. 또 김경자와 김기전도 새로운 형태의 무용을 '바레'라 일컬으며 꾸준한 발표 무대를 선보였다. 이들의 제자로 주연희, 이숙재, 구본숙 등이 전문 현대무용단을 이끌며 최근까지 활약했다.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부터는 무용 교육의 중심이 대학으로 옮겨갔고 대학 교수가 중심이 된 무용단의 활동이 시작됐다. 1981년 대구시립무용단이 창단한 것도 향토 무용계의 큰 수확이다. 대학 출신 무용단과 무용수들은 전통 한국춤을 바탕으로 한 창작춤 공연에 매진했고 1990년대까지는 창작춤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의 활동이 전성기를 이뤘다. 박지홍과 정소산의 맥을 이은 전통 춤은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다.1968년 열린 무용공연 전단지 한 장에서 시작해 대구 무용의 역사를 간략하게나마 돌아봤다. 전단지 속에 등장하는 무용가 중 현재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은 권명화, 백년욱, 김기전 등 단 세 분이다. 이들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그리고 원로무용가로 무대 안팎에서 향토 무용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최근 권명화 선생이 살풀이춤 예능보유자 자리를 내려놓고 명예보유자로 물러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80대 후반의 고령에다,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는 건강 상태가 이어지자 과감히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일제강점기부터 격동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향토 무용계를 지탱해 온 원로를 대표해, 자신들을 이을 후배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021-06-11 14:30:00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올바른 음주 습관은 자신의 인격을 지키는 것이다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올바른 음주 습관은 자신의 인격을 지키는 것이다

"생쥐가 술에 취하면 야! 고양이 나오라고 해! 라고 소리치고, 병아리가 술에 취하면 뭐라고 소리칠까? 야! 여기 통닭 안주 어떻게 된 거야?" 술의 힘은 사람을 담대하게 만든다. 삶이라는 것이 순간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술을 못 마시면 적게 마시고, 술을 마시고도 운전하는 나쁜 음주 습관이 있으면 술자리에 차를 안 가져가면 된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인생의 방향이 긍정적으로 바뀌며 삶이 진화될 수도 있다.술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빼놓을 수가 없는 윤활유 역할을 하며, 서로의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지적자본이 실질적인 화폐이다. 지적자본이란 단순한 기술적 지식이나 정보 조각이 아니라 창조적 정신을 구성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감성적, 직관적, 대인적 기술을 의미한다.대인적 기술이란 구성원들을 리드하고 동기부여 시키며 갈등을 관리하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술을 접할 기회가 많으며, 비즈니스의 많은 부분은 음주문화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발전시켜 주는 매개체로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협상의 묘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바람직한 경우의 술은 인간에게 가장 진실한 충복이다. 하지만 술로 자제력을 상실할 경우, 대인관계에 피해를 주고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비즈니스맨의 올바른 음주 매너는 첫째, 과음과 폭음을 피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만일 과할 것 같으면 언동을 주의해 취중의 소동이 일지 않게 주의한다. 둘째, 술자리에서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이유로 첫 잔을 받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시는 척이라도 하며, 잔을 사양할 때는 일어나 건강 등의 구실을 댄다. 셋째, 여러 사람이 함께 자리한 경우엔 대화 중 옆 사람하고만 얘기하는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를 헤친다. 좌석의 분위기를 돋우고, 화제를 풍부히 하여 인상을 좋게 한다.넷째, 상사와 같이 술자리를 할 경우엔 상사보다 먼저 다운되지 않도록 속도 조절에 신경을 쓰며, 회사 비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다섯째, 부하직원들과 함께 마시는 경우엔 너무 마음을 풀어놓고 나 혼자만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절대 위험하다. 자칫 구설수에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여섯째, 술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도록 지명을 받았을 때 이를 거절하면 전체 분위기가 어색해진다. 비록 음치라 할지라도 한 곡 부르며 노래는 가급적 많이 알려진 노래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일곱 번째, 회식 주최자가 계산을 할 때에는 계산대에서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공연히 계산서 금액을 물어보거나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것은 실례가 된다. 개인적으로 접대를 받았을 땐 반드시 다음날 둘이 만 있을 때를 골라서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 예의이다. 마지막으로 전날 술자리에서의 실수나 해프닝은 가급적 화제로 삼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너이다.지나친 음주는 알코올 사용 장애(알코올 의존, 남용)의 진단과 함께 심각한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나타낼 뿐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한다. 스스로 올바른 음주법의 체득은 건전한 술 문화를 정착하고 개인 건강은 물론이고 보다 밝은 사회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성격에 한계가 있고 그 성격의 한계를 벗어나 향상되기는 어렵지만, 인격은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 최고가 되려면 성공에 대한 집요한 노력이 필요하듯, 올바른 음주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은 자신의 건강과 인격을 지키는 것이다. 글 :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2021-06-11 14:30:00

[기고]‘고향세’(稅)와 ‘고향공제’(控除)

[기고]‘고향세’(稅)와 ‘고향공제’(控除)

우리가 흔히 쓰는 '공제'라는 단어는 여러 뜻을 담고 있는 중의어다. 먼저 연말 소득공제처럼 '세금을 공제(控除)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또 다른 의미의 공제(共濟)는 '힘을 합하여 서로 돕는다'는 뜻도 있다. 또, '세'(稅)라는 단어는 조세의 준말로 널리 쓰인다.국회에서 계류 중인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은 한 개인이 자신의 고향이나 혹은 원하는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해당 지자체는 기부금을 주민들의 복리증진 등에 사용하고, 기부자는 세제혜택과 함께 기부액의 일정액을 지역 농특산품으로 답례품을 받는 제도이다.이 제도는 농촌지역의 열악한 재정보완과 함께 기부자에게 해당지역의 국내산 농축산물 수요가 확대되어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08년 '후루사토 납세제'라는 고향세법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이런 취지를 담은 '고향세법' 제정안이 6개월 이상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자, 전국의 농민단체와 지방의회 등을 중심으로 조속한 법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향세'는 사실 세금 명칭 자체가 도시민의 참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세금을 뜻하는 '세(稅)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시민들에게 막연하게나마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고향이나 농촌에 기부를 통해 소득공제의 혜택과 특산물도 받을 수 있는 선량한 취지와는 다르게 세금을 납부한다는 느낌이 먼저 와 닿는다.'고향세'보다는 '고향기부 소득공제'(고향공제)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기부자가 고향을 도우면서 동시에 혜택을 받는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앞으로는 마치 새로운 세금이 부과되는 될 것 같은 느낌의 '고향세'보다는 본래의 뜻을 더 적절히 표현한 '고향공제'로 용어를 바꿔 사용하도록 하자.도시민들도 자신의 고향에 일정액을 기부함으로서 세금 공제(控除)도 받고, 코로나19로 학교교급식마저 줄어들어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농촌과 공제(共濟)하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뿌듯함을 가질 수 있다. 이런 도시민들이 함께 고향공제 도입에 목소리를 더 높인다면, 고향을 위한 관련법의 빠른 국회 통과가 이루어 질 것 같다.

2021-06-10 14:23:51

[춘추칼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춘추칼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앙리 루소의 '잠든 집시'(1897)란 그림을 좋아한다. 화면 오른쪽 상단 푸르스름한 밤의 창공에 하얀 달이 떠 있다. 지평선 아래 갈색의 대지에는 집시가 악기를 옆에 둔 채로 곤하게 잠들어 있다. 잠든 집시에게 수사자가 다가온다. 이 기이한 환각 같은 집시의 꿈을 묘사한 단순한 구도의 그림에 내 무의식은 자극을 받는다.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이 맑고 깨끗한 여름 아침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꿈이 아닐까? 꽃 피고 새 울며, 못 속에 금붕어가 노니는 이 평화로운 아침에 맞는 오늘이 우리가 꾸는 긴 꿈 중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진다.우리는 자는 동안 최소한 다섯 번 이상의 꿈을 꾼다고 한다. 기억하는 꿈은 극히 작은 일부다. 깨어나기 직전에 꾼 꿈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수면 중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가운데 하나인 꿈은 '그림의 연쇄'로 이루어진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꿈은 뇌라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화다.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비이성이 지배하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꿈은 논리나 맥락이 없는 이야기로 무의식에 웅크려 있던 격정과 본능적 욕망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꿈의 재료는 낮 동안 활동할 때 겪은 경험들, 일화 기억들(episodic memory)이다. 때때로 영혼에 숨은 무의식적 힘들이 생생한 현실의 모습으로 나타난다.우리는 잠들지만 뇌는 잠들지 않는다. 우리가 잠에 빠진 동안 뇌는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 간다. 수면은 기억 중추 영역인 해마에 기억을 응고시켜 고착시키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걸 '기억 굳힘'이라고 한다. 꿈은 수면 중 감각기관에서 온 각종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생리학자들에 따르면, 해마는 낮에 수용한 정보를 선별하여 신피질에 있는 장기 저장소로 옮기는데, 이 과정에서 꿈이란 현상이 파생한다고 말한다.세상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꿈이 '장자'의 '제물' 편에 나온다. '호접지몽'으로 알려진 이 꿈에 따르면, 장주(莊周)는 낮잠을 자면서 꿈을 꾼다. 장주가 범나비로 변해 꽃 위를 날아다니는 꿈이다. 나비가 되어 꽃향기에 취한 장주는 즐겁고 행복했다. 장주는 불현듯 꿈에서 깨어난다. 장주는 한동안 자신이 나비 꿈을 꾼 것인지, 혹은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는 꿈의 순간과 생시의 경계가 희미한 몽롱함 속에 머물렀다. 장주와 나비는 엄연히 다른데, 장주는 이 제의적 꿈을 통해 자아와 외물은 본디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쓴다.꿈의 태반은 개꿈이다. 하지만 특별한 꿈도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꾸는 꿈이 태몽이다. 많은 이들이 태몽을 예지몽으로 받아들인다. 과연 꿈에 미래에 대한 예지력이 있을까? 조선 선비 정철(1536~1593)은 '대동야승'에 꿈의 예지력에 관한 신통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의 인생에서 꿈과 현실이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다. 신묘년의 꿈에 강계부사가 되더니 곧 강계로 귀양살이를 갔다. 위리안치 중에 아들이 장원 급제하는 꿈을 꾸었더니 얼마 안 되어 문과인 용방(龍榜)의 선발에 뽑혔다. 이렇듯 꿈과 현실이 부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요즘 어린 시절 옛집과 돌아가신 지 오래인 어머니가 등장하는 꿈을 자주 꾼다. 좋은 꿈도, 나쁜 꿈도 아니다. 아침에 허망하기 짝이 없는 그 요령부득의 꿈을 곱씹어 본다. 왜 나이가 들면서 더 자주 꿈을 꾸는 것일까? 숙면 주기가 짧아진 탓에 더 많은 꿈을 기억하는 탓이다. 살기가 팍팍하고 괴로운 순간 이게 꿈이었으면 할 때도 있다. 그 반대로 달콤한 꿈을 꾸는 동안은 이게 생시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살다 보면 꿈이 생시 같고, 생시가 꿈 같은 찰나를 겪는다. 이상의 말대로,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인 게 인생이다. 우리는 꿈으로 또 다른 생을 얻는다. 꿈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을 수 없는 이면의 삶으로 안내하는 것이다.

2021-06-10 13:56:21

[매일춘추] 아마추어와 프로(Professionalist)

[매일춘추] 아마추어와 프로(Professionalist)

우리말 사전에서 아마추어는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직업으로 삼지 않고 취미로 즐기는 사람', 그리고 프로는 '어떤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독일 유학 생활을 경험하기 전에는 "프로는 반드시 아마추어보다 실력이 탁월한가?"라는 질문이나 법학을 전공하다가 피아니스트와 작곡가가 된 슈만 같은 음악가, 의학을 전공하다가 음악가가 된 경우, 러시아의 보로딘처럼 화학과 교수로서 음악 역사상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긴 작곡가도 있다는 사실들, 그리고 서구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올림픽도 끝이 났으니 이젠 나의 전공에 집중하겠다"라는 인터뷰를 하는 일 등 때문에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와 능력에 대한 궁금증이 컸었다.독일 유학 생활 동안 머물렀던 집의 주인은 함부르크에서 유명한 의사로 활동하던 분이었는데 종종 300km나 떨어진 고향집을 방문하면 2층에 있는 하얀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서 쇼팽의 작품들을 자주 연주하곤 하셨다. 그리고 필자의 독일어 선생님이었던 동갑내기 친구는 그 당시 취미로 탁구를 즐기고 있었는데 그의 실력이 아마추어 선수로서 입상 경력이 매우 많았고, 프로로 전향하더라도 그의 생활이 보장될 수 있는 실력자였다.능력이 되면 거의 프로가 되기를 지향하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무척이나 다른 사고가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어 있는 그들의 일상이 사회 문화 전반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필자의 몸에 부딪치듯 느껴지는 경험들이었다.필자가 살던 집 바로 옆에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문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이 있었다. 한번은 그 김나지움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에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날의 프로그램은 가벼운 서곡과 그 도시의 음대 작곡과 교수에게 위촉해 초연되는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었다.프로그램에서 느껴진 놀라움은 예술고등학교도 아닌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음악동아리 오케스트라가 현대음악 작품을 초연하는 일이 예사롭지 않음과 그 연주 능력이 한국의 대학 오케스트라에서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완성도를 느끼게 한 점이었다. 물론 합주 능력은 구성원 개개인의 개인기 수준과는 다른 팀워크, 즉 앙상블의 능력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칠이 지난 후 이날의 연주가 우리나라의 KBS FM에 준한다고 볼 수 있는 클래식 방송을 통해 전파를 탔다. 녹음 기술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 방송은 그 음악회의 품격이 훨씬 더 높게 인식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오케스트라 악장의 마지막 인사는 이미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감동을 주었다."저는 취미로 바이올린을 공부하기 시작하여 악장으로서 저의 인생의 마지막 경험이 될 오케스트라 음악회를 잘 마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음악인의 삶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저는 이제 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저의 전공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그 전공을 따라 한 직업인으로 평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연주자로서의 이 경험이 평생 저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 같습니다."수백 년간 배출된 독일의 이러한 많은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클래식 음악예술의 나라 독일의 예술 수준을 견인하고 있음이 우리들에게 문화 선진국 대한민국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2021-06-10 13:22:40

[기고] 현실 가능한 ‘저출산’ 대안 마련해야

[기고] 현실 가능한 ‘저출산’ 대안 마련해야

저출산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경우 국가의 존립 기반까지 뒤흔들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의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와 같은 1.1명으로 세계 198개 나라 가운데 198위를 기록했다. 2년 연속 꼴찌란다. 지난해 처음으로 '데드크로스'(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상황)가 발생했다. 비관적이지만 이런 추세로 볼 때 합계출산율이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또 여성가족부의 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중 만 13~24세를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고 응답한 청소년이 60.9%로 집계됐다. '결혼을 하더라도 반드시 아이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응답한 청소년 역시 60.3%로 나타났다. 결국 결혼이나 결혼 후 자녀가 '꼭 필요 없다'고 한 청소년이 10명 중 6명꼴이라는 것이다. 인구 전문가는 현재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수년 안에 '10만 명대 신생아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저출산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는 차고 넘친다.정부에서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상황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악화 일로에 있다. 저출산은 노동력 부족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해 경제 활력을 잃고 저성장과 국가경쟁력 추락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백약이 무효인 현 상황에서 출산율을 끌어올릴 묘책이 무엇인지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저출산은 수십 년간 우리 사회 곳곳에 누적된 문제점과 그 인과관계의 결과물이다. 표면에 드러난 몇 가지 현상을 단기적으로 해소해 본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정부는 저출산의 근본 원인부터 철저히 파악해 현실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자녀의 양육비·교육비 부담이나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맞벌이 가정의 어려움 등 저출산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특히 주거 부담과 일자리 등 청년들의 결혼 장애 요인을 제거하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동산 대책도 민간 공급 확대 쪽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종전처럼 근시안적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국가 전략 없이는 인구 감소 시대가 초래할 수많은 부작용과 폐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경제활동인구가 줄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복지에 쓰이는 돈은 늘어 국가 경제에 '재앙'이 될 수 있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 국내 산아 제한 캠페인 포스터 문구다. 당시 이런 문구가 등장한 배경은 지나친 출산에 따른 빈곤 문제였다. 실로 격세지감이다. 인구는 공동체를 유지해 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저출산 문제는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로, 나라의 장기적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인구가 줄면 국가의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고,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받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든다는 건 우리 사회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심각한 경고음이다.

2021-06-10 13:21:34

[도태우의 새론새평] 새로운 보수의 탄생을 그리며

[도태우의 새론새평] 새로운 보수의 탄생을 그리며

34년 전 오늘, 1987년 6월 10일은 1987년 헌법 개정의 물꼬를 튼 대규모 도심 시위가 처음 벌어진 날이다. 그때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현재 우리나라에는 기존 정치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거세게 표출되고 있다. 내 삶의 문제에 반응하지 않는 정체된 기존 정치에 대한 항의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러한 정치 혁신의 갈망에 부응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짧게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대구경북은 '보수의 심장'이라 불린다. 이 지역과 연이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삼성 이병철 회장이 거둔 독보적인 성공 속에 기존 보수 정치의 중요한 특징이 녹아 있다고 생각된다.1960년대 초 이병철 회장으로 대표되는 기업가 집단과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신진 정치 세력은 차관을 도입하여 대규모 공장을 세움으로써 경제개발을 추진하는 혁신적인 방안을 시작했다. 후대는 이를 '공학적 접근'이라 부르게 되었다. 수치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통해 그 목표를 달성하며, 세계 경영을 지향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우리는 1950년 100만 달러에서 2020년 5천억 달러로 수출액이 증가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그러나 공학적 접근을 통한 성공이 어느 지점을 지나면, 더 이상 새로운 목표가 달성되어도 삶의 질과 정신적인 충만감이 자동으로 향상되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넘어서야 하는 높은 문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소위 '진보 정치'를 표방하는 세력은 이 빈틈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또한 역(逆)공학적 접근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십 년간 은밀한 조직과 운동 이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기존의 공학적 접근을 공격했다. 효율적인 국가기구, 유능한 관리 체계, 합리적인 수치 계산이 이들의 계획적인 공격 아래 다 무너져 내렸다. 그들의 공학은 파괴의 공학이었고, 선전 선동 조작의 공학이었으며, 결국 권력의 공학으로 귀결되었다. 모든 것이 권력의 쟁취와 유지를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수십 년을 지나오면서 진보 운동권의 민낯이 드러났다. 그들이 박 전 대통령의 공학적 접근을 비판하며 내걸었던 삶의 여러 가치들은 결국 채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태생적인 권력만능주의로 인해 공동체의 삶에 더 큰 황폐함이 초래되었다.보수 정치의 본산 대구경북에서 이제 새로운 보수의 노선이 제안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보수 노선은 기존의 공학적 접근을 격상시킨 형태가 되어야 한다. 공학적 접근을 극복한다면서 기만적으로 나타난 여론 몰이, 대중 조작과 같은 역공학적 접근을 단호히 거부해야 할 것이다.새로운 보수 정치는 시민과 국가의 동반 성장, 선순환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기존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진 시민의 성장에 특히 강조점을 두어야 한다. 시민은 개인성과 국민성을 동시에 겸비한 존재다.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개인성과 국민성을 함께 발전시키는 길 속에 근대 국민국가의 활로가 놓여 있을 것이다.파편적인 수당, 금전 복지를 넘어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 각급 단위의 일등 교육으로 일등 시민을 성장시켜 국가를 발전시키며, 다시 그 국가가 미래 시민을 더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이는 동서고금의 선도 국가들이 걸어간 고전적인 경로이기도 하다.변화의 열망이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사회는 더 큰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된다. 성숙한 시민, 성숙한 국가로의 도약이 절실히 요망된다. '쇼'(show)가 아니라 '삶'을 택해야 한다.

2021-06-09 12:48:45

[매일춘추] 체르니 몇 번까지 쳤어요?

[매일춘추] 체르니 몇 번까지 쳤어요?

사석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고 자기소개를 하면 종종 듣는 질문이 있다."체르니 몇 번까지 치셨어요?"가끔씩 들을 때마다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피아노를 위한 연주곡이 존재하는데 이 한 권의 피아노 연습곡 책으로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다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신기하고, 이 책에 나오는 곡을 친 개수로 수준이 판가름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꽤 흥미롭다.체르니!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봤다면 꽤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체르니 100, 30, 40과 같은 숫자가 같이 붙어 있는, 학생들이 가장 치기 싫어하는 악명 높은 책 중 한 권이다. 그러면서도 체르니 옆에 붙은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잘 치는 것으로 간주되어, 하기 싫지만 억지로 꾸역꾸역 하는 경우도 생기는 아이러니한 교본이다.사실 체르니는 악보 제목이 아니라 오스트리아의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이며 음악 교육자인 카를 체르니(Karl Czerny, 1791-1857)의 성(姓)을 따 온 것이다. 그는 동시대의 위대한 음악가인 베토벤의 제자였지만, 연주 활동을 이어가기보다는 음악교육에 자신의 활동의 중점을 두었다. 15세가 된 해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 교육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빈의 상류계층을 주로 가르쳤으며 대단히 인기가 있었다고 전해진다.특히 유명한 그의 제자로는 헝가리의 작곡가이자 기교적인 피아니스트로 잘 알려진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있다. 당시 형편이 좋지 않았던 리스트에게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하였고, 후에 리스트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연주여행을 하며 체르니의 곡을 자주 연주하였고, 몇 개의 곡을 스승인 체르니에게 헌정하기도 하였다.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체르니 30 교본의 정식 명칭은 '30개의 기교를 위한 연습곡, 작품번호 849(Études de mécanisme, Op. 849)'이다. 제목에서와 같이 피아노 연주자의 테크닉을 연마하기 위해 작곡된 곡이다. 체르니는 약 1천 곡 가까이 되는 방대한 양을 작곡하였으며, 특히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 음악 교육을 중점으로 했기에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사람을 위한 수준의 곡부터 엄청난 기교를 요구하는 수준의 곡까지 연습곡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긴 하나, 소나타와 변주곡 등 연주를 위한 곡들도 존재한다."체르니 몇 번까지 쳤냐"는 질문에 답을 하자면, 필자는 체르니 30번도 채 마치지 않았다. 체르니 말고도 피아노 연주자의 손가락 훈련 연습곡은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반복하기에 지루하고 지긋지긋하다는 체르니를 접했던 기간이 짧았던 덕분에 어린 시절 피아노 앞에 오랫동안 머물 수 있었던걸까 하는 재미있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 수많은 작곡가들의 연습곡 중 유명하진 않아도, 아마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쳤을 법한 곡을 지어낸 체르니가 새삼 대단하단 생각을 더해본다.

2021-06-09 11:26:39

[기고] 경북형 혁신 열차는 종점이 없다

[기고] 경북형 혁신 열차는 종점이 없다

'The most necessary quality for change is never to get tired.'(변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은 지치지 않는 것이다)라는 글귀에 밑줄을 그으며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변화와 혁신이란 과정이 그만큼 고단하고, 끊임없이 인내할 때만 가능하다는 의미일 것이다.더욱이 한 개인의 변화도 쉽지 않은 터에, 거대 조직이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내는 것은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철우 도지사 취임 후 경상북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 만 3년을 맞고 있다. 도청 앞마당을 떡하니 차지한 '공룡 뼈 화석'은 변화의 신호탄이 되었고, 도지사실과 직원 명찰에 아로새겨진 '변해야 산다'는 구호는 조직의 경각심을 일깨운다.아침을 여는 '해피 댄스'와 '맨발 산책', 캐주얼하게 바뀐 옷차림은 경직된 직장 분위기와 직원들의 마음을 조금씩 바꾸었다. 벌써 100회를 훌쩍 넘긴 '화공 굿모닝 특강'과 '새바람 행복 아카데미' '석학·명사 초청 특강' 등은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 맞는 소양을 갖추게 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감방 안 가는 한 다 해야 한다' '알아야 면장 한다'라는 말은 변화된 경북을 함축하는 잠언(箴言)이다.특히, 최근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경북형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혁신 경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방역과 지역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경북형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이철우 도지사가 아침 중대본 회의 때마다 "확진자가 많고 인구 밀도도 높은 서울과 확진자가 하나도 없는 울릉도를 같은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수차례 건의한 끝에 어렵게 시작됐다. 지난 4월, 12개 군 지역에서 처음 시행되었지만, 이후 일일 평균 확진자 1.3명으로 잘 관리되는 등 성공적으로 진행돼 현재는 안동, 상주, 영주, 문경 등 4개 시(市) 지역까지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무엇보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는 지역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고 있다. 시범 적용 이후 한 달간 지역의 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적용 지역에서 평균 7.8%가 증가해 비적용 지역 2.1%를 4배 정도나 상회했다. 아직 카드보다 현금 사용이 익숙한 군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매출 증가 폭이 완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크다는 것이다.행정 시스템의 변화도 공인된 성적표로 증명되고 있다.매년 5월마다 각 지자체를 긴장시키는 정부합동평가 결과에서 경북도는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정부합동평가는 1년간의 국정 업무 수행 능력과 행정 역량을 판단하는 일종의 '종합 시험'으로 24개 중앙 부처와 각 지자체의 크로스체크 등 엄정하고 객관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결과가 발표되며, 전년과 비교하기 때문에 2년 연속으로 상위권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평가에서, 매년 최하위권을 맴돌던 경북도가 2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은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안팎의 변화는 국비 예산 확보와 기업 투자 유치, 권역별 신산업 기반 구축 등으로 이어져 경북 재도약에 중요한 성장판이 되고 있다.하지만 '경북형 혁신 열차'는 계속 달려야 한다.날로 심화되는 수도권 블랙홀과 지방 소멸 위험, 지역 대학 위기 등에 단 한 발짝이라도 먼저 대응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서 먹거리를 마련하는 일도 시급하다. 단기간에 답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다시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며 달려갈 것이다.

2021-06-09 11:24:31

[한방칼럼] 교통사고 후유증 제대로 알고 치료하자.

[한방칼럼] 교통사고 후유증 제대로 알고 치료하자.

전신 통증, 경직, 두통, 어지럼증, 속 울렁거림, 구토감, 팔 다리 저림 및 두근거림과 심리적 불안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내원했다. 이 환자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이같은 다양한 증세를 호소했다.교통사고는 척추, 척추 주위 근육, 관절, 두개천골, 혈관, 자율신경계 등의 다발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 증상의 특징은 사고 첫 날에는 뚜렷하지 않고 하루나 이틀은 지나야 손상 부위에 부종이 생기면서 증상이 구체화된다는 점이다.'채찍손상'(편타성손상)은 여러 형태의 교통사고 중 자동차와의 사고 손상 기전을 잘 설명하는 용어이다. 주로 목과 머리 부분에 일어나는 손상을 의미한다.채찍손상은 두 가지의 단계로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는 사고 충격 시 몸 하반신의 전방을 향한 갑작스러운 가속은 목의 과도한 후방 운동과 전방 척추나 인대, 혈관 등의 손상을 야기한다. 두 번째 단계로는 몸 하반신의 갑작스러운 감속으로 견인력과 미세손상은 후방 척추나 인대, 신경 등에 영향을 준다.이러한 손상의 크기는 사고 당시 자세, 사고 강도, 충격의 방향 등이 좌우한다. 이 중 대상자의 위치는 중대한 역할을 하며 머리 위치는 어떤 부분이 채찍손상에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결정한다. 사고 강도는 가속과 감속이 있는 사고가 더 큰 손상을 주게 된다. 또한 충격의 방향에 따라 전방에서 후방, 후방에서 전방, 좌측에서 우측, 우측에서 좌측으로 구분하며 대개는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후방에서 전방으로의 충격에서 채찍손상이 잘 발생한다.교통사고로 인한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데 감별 검사가 필요하다. 영상학적 검사는 충격이 과다한 경우 골절이나 기타 조직 손상을 알아내는데 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손상 부위가 연부조직의 미세 손상인 경우가 많고 이런 것들은 영상학적 검사에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사고 당사자는 통증과 불편감이 매우 심하지만 엑스레이나 CT, MRI 등의 검사에서는 종종 큰 이상이 없다고 듣게 되는 것은 그러한 이유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있는 부위의 가동범위 검사가 중요할 수 있다. 관절의 움직임의 제한을 평가하고 기록하는 것이 환자의 기능적 상태와 예후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한방에서 추나 요법은 손상되어 경직되고 가동성이 떨어진 부분을 찾아 긴장을 줄여주고 가동성을 높여줄 수 있다. 약침 요법은 한약재로 정제해서 만들며 관련 혈자리에 시술하여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한다. 침 치료와 부항요법도 도움이 된다. 한약 요법은 주로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들로 구성하여 처방하는데 전신적인 다발성 손상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다.백상현 대구 수월한방병원 달서점 원장

2021-06-08 11:23:52

[경제칼럼] We are smarter than Me

[경제칼럼] We are smarter than Me

'우리'는 '나'보다 낫다. 혼자보다 다수일 때 더 지혜롭다는 집단지성의 힘을 나타내는 말로, 공유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 이후로 집단지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나 대중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식iN'뿐만 아니라, 기업과 창업 분야에서도 집단지성을 통한 혁신에 관심을 쏟고 있다.창업 생태계에 종사하며 종종 자기 생각에만 매몰돼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창업자들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창업자들이 범할 수 있는 큰 오류이다. 창업자들의 초기 사업 모델은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혁신으로 나아간다. 똑똑한 천재 한 명보다 평범한 사람 백 명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집단지성의 힘은, 기업의 성과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았던 삼성전자에서 집단지성 시스템을 도입해 혁신적인 성과를 끌어낸 경험을 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지난 2012년 말, 삼성전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차원의 창조적 성과를 창출하고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을 출범했다. 약 10여 년간 운영되며 오늘날 사내 벤처 분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C랩이 C랩답게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삼성전자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MOSAIC)가 1등 공신으로 작용했다. 모자이크를 통해 30만 글로벌 임직원이 C랩 과제로 선정될 아이디어를 상시로 자유롭게 제안하면, 청중평가단 100명의 투표 결과가 최종 과제 선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과제당 연간 수억 원의 예산 투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을 임원 주도의 의사결정이 아닌 직급, 직위와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에게 왜, 그리고 어떻게 일임할 수 있었을까? 평균 40, 50대인 임원들과 20, 30대인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의 숫자를 비교했을 때, 임원들보다 직원들이 월등히 많은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C랩 과제가 상당 부분 앱 분야임을 고려할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는 안목은 임원보다 다수의 직원이 뛰어날 것이 너무 자명하지 않은가?집단지성은 수평적 문화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기존 수직적 분위기의 조직 문화에서는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제안하기가 어렵고, 설령 제안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칫 사장될 수 있다. C랩은 모자이크라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아이디어 제안의 장을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구성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모자이크의 본뜻은 여러 가지 조각을 모아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 집단지성을 만든다는 의미로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을 모자이크라고 명명했다. 아이디어를 기꺼이 개방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공유와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 그것이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의 성공 비결이다.집단지성은 비단 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집단지성이 강조하는 개방과 협력의 정신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요구된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토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를 버리고, 개인보다는 협업의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협업에 대한 개인과 기관의 기여를 충분히 인정하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나'보다 '우리'가 낫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다. 내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개방해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며 협력할 때 집단지성의 힘은 발현된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개방하고 공유하자. 그것이 아주 작은 아이디어든, 엉뚱한 발상이든 중요치 않다. 그 아이디어는 다양한 배경과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협력을 거듭하며 혁신이라는 눈덩이로 커 나갈 것이다.

2021-06-08 11:09:14

[의창] "나 때는 말이야"

[의창] "나 때는 말이야"

필자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이면서 의과대학 학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육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병원 특성상 이론 강의보다는 실제 환자 중심으로 실습을 통해 가르치고 있다.요즈음 학생들이나 전공의 선생님과 대화를 해보면 이전 세대와 달리 사회나 대인관계, 직장을 대하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다.필자는 베이비붐 세대로 과거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 밤을 새워 당직을 서도 그 다음 날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20대 젊은 선생님들은 자신의 희생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최근 우리나라 사회갈등은 과거의 이념·지역적 갈등에서 세대 간 갈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 중에도 20대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젊은이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언제나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남긴 글에도 비슷한 얘기가 쓰여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그만큼 세대 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나 있었다.통상 세대구분은 과거에는 30년 주기를 기준으로 하지만, 요즈음은 점점 단축되어서 10년 주기로 명칭을 부여한다. 80년대 초에는 젊은 신세대를 칭하여 386세대, 90년대는 X세대, 2000년대에는 밀레니엄(Y), 최근에는 MZ세대라고 불리곤 한다.베이비붐 세대는 나라에 따라 연령대는 다르지만 대체로 전쟁 후에 태어난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25전쟁 후 1955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900만 명이 해당된다.그들 대부분은 유년시절에는 대가족 내에서 가족끼리 부대끼면서 자랐고, 학창 시절에는 과밀 학급에서 국가, 조직, 이념, 질서를 존중하는 교육을 받았다. 1980년대에는 사회로 진출하면서 산업화가 가져온 경제적 풍요로움과 정치적 민주화의 열망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청년기를 보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각 분야의 지도층으로 부와 명예, 권력을 가지고 있다.반면 밀레니엄(Y),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성향이 많이 다르다.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개인 간의 대면 접촉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한 간접접촉이 더 편하고 익숙하다. 직장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개인의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가진다, 자기의 감정에 솔직하고 정직하다. 그래서 참여는 하지만 참견을 거부한다. 새로운 세대는 참여라는 말에는 긍정적이지만 참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가정에서도 부모의 '따뜻한 무관심'을 좋아한다. 부모나 기성세대가 '나 때는 말이야'로 20대 젊은이나 자식을 가르치려고 하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다. 그래서 20대는 386세대를 '꼰대'라는 이름으로 비하하는 것 같다.최근 세대갈등을 증폭시킨 계기는 우리사회가 과거에 비해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에게 각인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과거 세대는 본인이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 청년세대는 부모 찬스 없이는 좋은 대학도, 직장도, 가정도, 부도 이룰 수 없다는 절망과 분노가 세대갈등을 키우고 있다.우리사회가 이념, 지역 갈등 못지않게 세대갈등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젊은이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꾼다.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산부인과 교수

2021-06-08 11:00:29

[매일춘추]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매일춘추] 길고양이와 공존하기

최근 무대 제작을 위해 제작소에 갔다가 근처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 가족을 만났다. 성묘(成猫)부터 새끼고양이까지 다양한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풀숲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던 새끼고양이의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어제는 햇볕을 쬐고 있던 고양이 세 마리가 나를 보자마자 놀라서 도망가더니 잠시 후 다시 나타나서는 계속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느껴져 대답을 하며 작업을 하는데 급기야는 제작소 안까지 들어와서 기웃거렸다. 길고양이인데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제작소 1층인 공장에서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이렇게 동네마다 길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캣맘'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도 한 분 계시는데, 옆집 아주머니의 이야기로는 동네에 사료를 놔두는 곳이 스무 곳이 넘는단다. 나이도 꽤 지긋하신 그 분은 매일매일 동네를 돌며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아픈 고양이가 있으면 데려가 치료도 해 준다고 한다. 나도 집에서 고양이를 한 마리 키우고 있지만,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자 가지고 있던 사료를 옆집 아주머니를 통해 전해드렸다.그런데 요즘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여러 기사를 찾아보니, 사람의 짓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게 학대한 사건이 많아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대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가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행위에 대한 의견 충돌이다.캣맘과 챙겨주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과의 충돌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캣맘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 의견은 밥을 챙겨 주니 고양이들이 몰리고, 거리가 더럽고 시끄러워진다는 것이다. 시끄럽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발정기의 고양이는 굉장히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때문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그 소리가 스트레스일 것이다. 하지만 거리가 더러워진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다르다. 밥을 챙겨줌으로써 오히려 쓰레기봉투 등을 물어뜯는 일이 줄어들고, 실제로 며칠 전엔 길에서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을 목격했다.길고양이의 수명은 길어야 3년이라고 한다.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12년 정도라고 하니 굉장히 짧은 기간이 아닐 수 없다. TNR(길고양이의 개체수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 포획하여 중성화수술을 한 후 원래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이나 유기동물 입양소 운영 확대 등으로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더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작은 동물이라고 함부로 학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 그런 잔인한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길 바란다.

2021-06-08 10:29:54

[기고] 녹색 씨앗을 심는 푸른 달서

[기고] 녹색 씨앗을 심는 푸른 달서

산야에 가득한 푸른 6월은 코로나19에 지친 인간사를 아는 듯 모르는 듯, 한 폭의 녹색 수채화다. 모름지기 생명체는 녹색이 만든 산소를 마시고 살다가 녹색의 자연으로 돌아간다. 인간은 이러한 생태계에 반하는 이단아라고 하지만 결국 녹색의 자양분으로 합류한다. 녹색은 창조·생명의 색깔이자 인간이 그토록 갈급하는 어머니 색깔이다. 그러기에 자연이 만든 녹색은 아무리 오래 보아도 지침이 없고 그토록 그리워지나 보다.신은 자연과 인간을 만들고 인간은 도시를 만든다. 편리함으로 무장된 도시는 도로, 건물, 나무 그리고 움직이는 자동차와 인간의 탐욕을 품어 준다. 인간 지혜가 집약된 그곳의 삭막함과 분주함에 도시인은 탈출을 꿈꾸며 녹색을 갈급한다. 우리를 품는 푸른 별은 기후변화로 폭염, 폭우, 폭설, 미세먼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스러움의 질서를 좇는 자연이 이제는 고갈되어지는 인내로 인간에게 얼굴을 붉히고 놀란 이들은 탄소중립 선언, 기후변화 협약으로 그리고 기업들은 ESG 명패로 그 노기를 누그리려 한다.그렇다면 우리는 인간 친화적인 자연을 만들 수는 없을까? 전국 최대 지방 산업단지를 가슴에 안고 있는 아파트 밀집 지역인 달서구에서는 녹색이 더없이 절실하다.이에 달서구는 민선 6기 2016년부터 빈 대지, 옹벽, 담벼락 등을 녹색으로 덮는 이른바 '그린 카펫' 정책을 펼쳐 오고 있다. 이러한 녹색 정책으로 구민들의 휴식은 물론 도시열섬현상 및 미세먼지 완화를 위해 편백나무, 고로쇠나무, 과실수, 관목류, 지피식물 등 260만 그루를 식재해 매년 3만㎡의 녹지를 확대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입체 도로의 회색 옹벽, 월곡로·달구벌대로 등 완충녹지 그리고 등산길 곳곳은 녹색으로 입혀지고 있다. 각 동 주민단체들도 매년 나무 심기 운동에 참여하는데 올봄에도 주민과 공무원 1천여 명이 녹색 봉사 행렬에 함께하며 와룡산 불미골, 도원지, 청룡산 등산길, 달서별빛캠프, 장기동 구마고속도로 변, 성서IC 등에 편백과 고로쇠나무 등 3천640그루를 심는 보람을 나눴다.한편 10여 년 전 서구청 근무 때 계성고교 뒤편과 가르뱅이 와룡산 중턱에 심었던 편백 및 고로쇠나무들이 이제는 제법 모양새 갖춘 군락을 이루며 녹색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앞으로도 완충녹지와 조성되는 도원지 둘레길, 와룡산 둘레길, 성서IC 등에 줄기차게 나무를 심고 도시 숲을 조성해 갈 것이다. 이러한 녹색 행복에 대한 달서구민들의 목마름에 응답이라도 하듯 결혼친화공원 도원지의 수달 인공생태 섬에는 수달이 가정을 꾸리며 인간 친화적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달서구는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스마트 도시 조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긴 호흡의 매년 나무 심기로 녹색 행복도 알차게 준비하고 있다.어린 시절 누군가가 심은 감나무에서 감을 따 먹던 기억을 회상하며 달서구는 쉼 없이 녹색을 찾아 나설 것이다. 훗날 새봄에 고로쇠 채취 물통을 들고 콧노래 부르며 다닐 이름 모를 그 누군가를 그려 보면서….기후위기의 지구별도 우리 도시인처럼 녹색을 그리워한다. 이에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담론에 취해 있지 않고 일상의 검소한 소비생활과 나무 한 그루라도 심는 행동은 녹색 행복으로 안내해 줄 것이다.금수강산이었던 우리의 녹색 삶터, 우리가 함께 녹색 시선을 가지면 녹색 무지개는 우리를 포근히 감싸 줄 것이다.

2021-06-07 11:50:13

[매일춘추] 독서모임을 믿으십니까

[매일춘추] 독서모임을 믿으십니까

책이 좋아서 책방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책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일은 여러 주제의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주제의 재미있는 모임이 차고 넘치겠지만 난 유독 독서모임에 정이 많이 간다. 요즘은 어떤 종교를 전파하는 신도처럼 걸핏하면 주변에 독서모임을 해보라고 권하고 다닌다.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꾸준히 읽고 싶지만 혼자서는 시작이 힘들거나 중도 포기했던 경험들을 자주 토로한다. 그래서 독서모임에 참여는 하고 싶지만 바빠서, 시간이 맞지 않아서 막상 모임에 참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런 분들께 늘 이렇게 말한다. "그럼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요?"라고. 십중팔구 본인은 독서모임을 할 만한 지식이나 자격이 없다고 손사래 친다.이상적 독서모임은 대단한 무엇이 아니다. 독서모임이란 말 그대로 모여서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모임이다. 글을 읽을 수 있고 생각을 표현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있는 곳에서,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 시작할 수 있는 모임이다. 모임 멤버들이 이미 구성되어 있는 특정한 곳을 꼭 찾아가지 않아도 내 상황에 맞게 만들어 갈 수 있다.예를 들어 읽고 싶은 소설이 있는데 혼자 시작하자니 읽다가 흐지부지될 것 같다. 이럴 때 주변에 친한 친구나 마음 맞는 직장동료 중에 함께 읽을 사람을 찾으면 된다. SNS를 활용해도 좋지만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보다 나와 성향과 취향이 맞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는 하는 것이 좋다.멤버는 나를 포함해 서너 명이면 충분하다. 장소 또한 책을 들고 편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가까운 곳에 조용한 카페가 있다면 금상첨화고 날씨가 좋으면 근처 공원이어도 된다. 책 선택은 멤버들이 번갈아가며 한다. 일주일에 하루, 약속 장소에서 책을 들고 만난다.퇴근 후 늦은 밤이어도 좋다. 미리 읽어오거나 공부할 필요도 없다. 만나면 딱 1시간동안 타이머를 맞추어 놓고 말을 하지 않고 책을 읽는다. 타이머가 울리면 그날 읽었던 부분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궁금했던 것들을 30분~1시간 정도 이야기 나눈다. 심오한 토론이나 발제문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하루 2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들은 이런 방식으로 한 달에 한 권 읽기가 가능하다.독서모임마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상, 책을 미리 읽지 않고 만나서 1시간동안 각자 묵독하는 방식이 괜찮았다. 책을 미리 읽어야 한다면 숙제처럼 마음에 부담이 되고 못 읽은 경우에는 가기 싫어지는데 그런 부담이 없다. 그리고 친한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면 목적을 잃고 잡담만 나누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책 읽는 시간 동안은 말을 하지 않기로 정한다면 오롯이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도 책에 집중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이렇게 독서모임은 혼자라면 읽지 못했을 책에 도전하게 하고 그런 책을 끝까지 읽게 도와준다. 그리고 내가 지나친 문장들을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재발견하게 되고 혼자 읽을 때보다 훨씬 풍성한 책을 만날 수 있다.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더 좋다. 이렇게 좋은 독서모임, 한번 믿어보시렵니까?

2021-06-07 11: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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