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경제칼럼] 경제는 창의에서, 창의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영국의 해리 브리얼리는 철강회사 연구원이었다. 1912년 점심을 먹고 공장을 산책하다가 고철 더미에서 반짝거리는 물건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오래전에 자신이 실험하다가 버린 쇳조각이었다.순간 실망했지만 버린 지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녹슬지 않고 여전히 반짝거리는 쇳조각이 신기해 연구실로 가져갔다.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은 이렇게 발명되었다.그가 반짝거리는 쇳조각을 재수 없다고 걷어찼더라면 우리는 오늘도 숟가락의 녹을 닦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작은 관심에 열정과 기술이 합해져 스테인리스강이라는 보석이 탄생된 것이다.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기욤에 관한 얘기다. 그는 철에 36%의 니켈을 첨가했더니 온도가 올라가도 열팽창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 공로로 19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이 합금은 '열팽창이 없는 강'(Invariable Steel)의 의미로 '인바'(Invar)라고 불린다. 흥미로운 사실은 니켈양이 36%보다 많거나 적으면 열팽창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36% 니켈이 첨가된 합금에서만 갑자기 열팽창이 없어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석·박사 과정 학생이 이런 실험 결과를 가져오면 대개 지도 교수는 실험을 잘못한 것 아니냐고 혼을 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기욤의 관심이 인바 탄생의 시작이었다.인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바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바가 스마트폰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문제는 우리가 인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소형 OLED는 삼성, OLED TV는 LG가 세계 1등이지만 필수 부품인 인바는 100%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히타치금속의 인바 제조 기술과 다이니폰프린팅(DNP)의 에칭(Etching) 기술이 합해져 만든 섀도우 마스크(Shadow Mask)를 우리가 고가에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요즈음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일본을 굴복시켰듯이 일본이 인바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삼성 휴대폰도, LG OLED TV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자원 전쟁이고 소재 전쟁이다.필자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 거의 10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라운관 컬러 TV의 섀도우 마스크를 국산화시켰다. 개발 과정이 힘들었지만 가격이 수입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보람도 컸다. 개발 효과가 엄청난 OLED 인바 섀도우 마스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라도 듣고 싶다.일본은 1949년 교토대 유가와 히데키 교수가 첫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래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까지 27명(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이명박 정부가 노벨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만들었는데, 일주일 전 방송 뉴스에 이틀 연속으로 보도됐다. '비즈니스 타고 1년 중 100일 출장' '나랏돈 선심' 'IBS에 퇴직 공무원들 요직 차지'가 뉴스 헤드라인이었다. GDP 대비 우리의 기초연구 투자는 0.69%로 주요국들 중 압도적인 1위다. 이스라엘이 0.49%, 미국이 0.46%, 일본은 0.39%, 중국은 0.11%이다. 무엇이 문제일까?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에 '자원은 유한(Resources are limited), 창의는 무한(Creativity is unlimited)'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관심은 창의를 부르고, 창의는 경제를 살린다. 인적 자원이 유한한 대한민국은 브리얼리, 기욤의 탄생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2019-06-26 16: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전우야 잘 자라

해방 다음 해인 1946년 10월 1일 '남조선 노동당'이 대구에서 폭동을 일으킨다. 쌀을 달라는 핑게로 사람들을 죽이며 정부 전복을 기도했다. 해방 뒤 가난한 나라에서 노동자 농민 못지않게 굶주리던 하급 공무원 특히 경찰 공무원들이 혹독한 살육 당했다. 심지어 그들의 가족들 마저도 몽둥이에 맞아 죽거나 죽창에 찔려 죽었다. 이런 무지막지한 수법 탓에 원래 공산당의 본산인 대구인데도 시민들이 호응하지 않았다. 대구가 최초로 남한의 공산당 혁명 기도를 저지한 것이다. 실패한 그들은 지리산으로, 이북으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하게 된다. 반란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남로당은 북로당 김일성과 힘을 합쳐 1950년 6월 25일 나라 전체를 향해 본격적인 난리를 일으킨다. 임진왜란의 재판이었다. 김일성의 난이 일어나자 대통령은 수원으로 재빨리 도망가고 한강 다리를 끊어 버린다. 뒤늦게 피란을 나선 서울 시민들은 일부는 한강에 빠져 죽고 나머지는 본의 아니게 서울 시내로 돌아와 북한군에 부역하게 된다. 서울을 수복했을 때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부역죄로 목숨을 잃는다. 단숨에 주력이 낙동강에 도달한 북괴군은 선발대를 대구 무태(無怠)까지 보낸다. 또다시 대구가 조국의 공산화를 막는데 큰 역할을 맞는다. 대구 동촌 비행장은 북으로 출격하는 전투기의 이착륙으로 활주로가 불이 나고 삼덕동 '카다쿠라(편창,片倉)' 제사공장에서는 신병 훈련에 정신이 없었다. 종각 공원 옆에 있던 육군본부와 대봉동에 있던 미8군이 드디어 북한군을 몰아내고 압록강까지 연합군이 진격한다.일제 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까지 신병 훈련소로 떠나는 만촌동 고모령(顧母嶺)의 이별은 슬프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떠나 올 때엔/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넘어오던 그 날 밤이 그리웁고나./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 해이던가/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어이해서 못 잊는가 망향초 신세/비 내리던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유호 작시, 박시춘 작곡, 현인 노래(1948년)적은 무태를 떠나 시산인해(屍山人海)의 다부재를 넘고 낙동강을 건너 북으로 도망을 간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야 잘 자라/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전우야 잘 자라. 유호작사, 박시춘 작곡, 남인수 노래.(1950년)한국 전쟁이 휴전되었다(1953년 7월 27일). 폐허의 땅에 먹고 사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조반석죽(朝飯夕粥)의 시대였다. U.N에서 우유와 밀가루를 공급하여 겨우 아사는 면하였다. 대구는 섬유와 능금농사로 기사회생의 길을 가고 있었다."능금 능금 대구능금 이 나라의 자랑일세/ 너도나도 손을 잡고 힘을 다해 배양하세/에에헤 좋고 좋다. 에에헤 좋고 좋다. 능금 노래를 불러보자"-'대구 능금의 노래', 이응창 작사, 권태호 작곡(1949년).대구는 능금을 대만에 갖고가 바나나로 바꾸어와 한국민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안정기에 들어가자 '대구 시민의 노래'가 제정되었다."팔공산 줄기마다 힘이 맺히고/ 낙동강 구비 돌아 보담아 주는/질펀한 백리벌은 이름난 복지/그 복판 터를 열어 이룩한 도읍/우리는 명예로운 대구의 시민/들어라 드높으게 희망의 불꽃.-대구 시민의 노래 -백기만 작사, 유재덕 작곡(1955년)5,60년대는 대구와 경북이 합쳐 있던 때라 경북과 대구에서 능금노래와 시민의 노래를 모르면 간첩 취급받았다. 애들은 고무줄 하면서도, 청소하면서도 이 노래를 불렀다. 요즘은 왜 이런 노래를 안 부르는 걸까? 향토 출신 대통령 다섯 명이 암살당하고 사형선고 받고 교도소에 잡혀가 있는 탓에 신명이 준 탓일까?(이번 글로 연재를 마칩니다. 일년 반 동안 졸고를 읽어 주신 독자들께 감사드립니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6-26 11:51:22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 I have a dream!

'I have a dream!'1963년 8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침례교 목사이자 미국 내 비폭력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라는 연설로 인종차별의 철폐와 인종 간의 공존을 호소했던 유명한 말이다.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공감의 능력이 강조되는 말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도 꿈이 있다. 그것은 내가 하는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음악가가 되는 것이었다. 음악은 개인마다 각기 다르게 다가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다. 어떤이에게는 한 음악이 기쁨을 더하게 하는 역할을 또 어떤이에게는 한 음악이 슬펐던 때를 떠오르게도하는데 결국 그 음악은 어느새 슬픔을 견디고 이겨내게 했던 힘이 되어 시간이 지나면 한 켠의 추억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자 존재의 이유이며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큰 동기이기도하다. 필자는 가끔씩 찾아오는 매너리즘과 슬럼프를 겪을때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을 떠올리며 음악을 하게 됐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시간이 지나면서 꿈은 변질되기 쉽다. 남다른 가치를 가지고 그 꿈이 변질되지 않도록 잘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이겐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정신도 필요하다. 初(처음 초)志(뜻 지)一(한 일)貫(꿸 관)자로 처음 먹은 마음을 한결같이 꿰뚫어 나간다는 뜻이다. 처음에 세운 뜻을 이루려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마음이 꿈을 이룰 수 있는 기초가 된다는 말일 것이다. 비록 자신의 디즈니월드 완공식을 직접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디즈니월드를 제일 먼저 보았고 꿈 꾼 사람이었던 월트디즈니처럼, 217명의 투자자들에게 투자거절당했지만 물러서지 않은 결과 성공을 이룬 스타벅스 창업자 하워드 슐츠처럼, NBA시절 무려 9천번의 슛을 실패했고 3천회의 경기에 패배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여 위대한 농구스타가 된 마이클 조던도 초지일관의 정신이 그런 위대한 일을 해 낼 수 있게 했던 것이 아닐까.꿈은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을 이끌어 간다. 꿈은 한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다. 꿈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꿈은 어떤 장애물도 뚫고 나갈 수 있게 한다. 꿈은 결국 사람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다.오늘도 'I have a dream!'을 외치며 나에게 주어진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할 때 그것이 바로 위대한 꿈을 이루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현동헌 테너

2019-06-26 11:38:28

김태환 경북농협 원예유통사업단장

[기고] 고향을 생각하며, 양파 소비에 동참을!

요즘 양파를 보니, 1974년 초등학교 3학년 시절이 떠오릅니다. 부모님은 고추농사를 지었습니다. 당시 고추가 한창 붉어지고 수확시기가 되면 저도 방과 후에 부모님을 도와 고추를 땄습니다.어느 날 새차게 내리는 소나기 속에서 우의를 입은 채 붉은 고추를 하염없이 수확한 적이 있습니다. 비료 포대에 담은 고추는 빗물과 뒤섞여 무척이나 무거웠고, 땅도 빗물에 젖어 발을 떼기도 힘들었습니다.어렵게 수확한 고추를 고추 굴의 건조대에 나란히 정리하고 연탄불 화로로 열을 가해 건조합니다. 마른 고추를 상중하품으로 선별, 큰 보자기에 담아 5일장에 나가 팔았습니다.고추 보자기의 부피는 제 몸보다 컸는데 받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아 허무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돈으로 사탕과 노트, 필기도구를 사며 참으로 뿌듯했고, 돈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습니다.현재 농촌에서 가장 심각한 상황 중 하나가 '인력 부족'과 '비싼 인건비'입니다. 농가에서 인건비를 주고나면 남는 것은 거의 없고, 고된 작업으로 인해 허리가 아프고 몸이 불편해도 어쩔 수 없이 고통을 참아가며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이런 상황에서 올해에는 작황호조로 인해 양파 농사가 대풍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풍년기근'으로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농민과 우리의 고향에 큰 아픔이 되고 있습니다.성인 남성이 힘겹게 들 수 있는 양파 20kg을 시장에 판매하면 받는 돈은 고작 6천원 내외입니다. 겨우 국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돈입니다.양파는 기원전 3천500년 이집트에서 재배한 기록이 있고 올림픽 경기에 참가하는 고대 그리스 선수들과 로마의 검투사들은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파를 섭취했다고 전해집니다.양파의 매운맛을 내는 황화아릴은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주고, 비타민C와 마그네슘도 풍부해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인슐린 작용을 촉진해 혈당 조절을 돕는 성분인 크롬이 풍부해 만병의 근원인 당뇨병 예방을 도와줍니다.또한 알리신 성분도 풍부해 일산화질소를 배출하고 혈압을 낮춰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줍니다. 각종 암세포를 퇴치하는 효과도 있고 황산화제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케르세틴은 피로 해소를 돕습니다.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해주고 각종 암세포를 퇴치하는 효과 등도 있습니다. 양파는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착한 채소입니다. 100g당 40kcal로 낮은 열량에 섬유질은 풍부하고, 케르세틴 성분은 몸에 불필요한 중성지방을 녹여줍니다.필자도 3개월 간 양파즙을 먹어보니 콜레스테롤 수치도 많이 낮아져 건강도 좋아지고 덩달아 기분도 좋아졌습니다.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근간이 바로 '농사를 근본으로 하는' 땅입니다. 대대손손 유지한 그 농지에서 지금 양파가 계속해서 수확 중입니다. 풍요로운 농토와 농촌의 힘을 얻고픈 도시민들의 따뜻한 정을 농민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정이 건강에도 좋은 '양파 소비운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지금 農心은 가슴 속으로 더욱 간절히 당신의 따스한 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9-06-26 11:36:10

천영식 kbs이사

[새론새평]김해신공항 재검토는 악마의 이간질

역사발전의 주체는 대중이라고 하지만, 주요 역사적 사건에는 항상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유능한 지도자를 뽑으려 고민하는 것이다.오랫동안 지켜본 정치지도자의 유형에는 두가지가 있다.하나는 갈등 지향형이고,다른 하나는 통합형 리더십이다. 갈등 지향형은 끊임없이 대중을 갈라치기하고, 통합형은 대중의 힘을 모으는데 고민한다. 갈등지향형은 현재보다 미래를 강조하고, 현재의 고통은 '불가피한 통과의례'라며 갈등을 증폭시킨다. 우리 역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갈등지향형으로 보인다. 그나마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통합지향형으로 분류할수 있다.3년전인 2016년 6월21일 김해신공항 결정이 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그중의 한명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어려운 결정을 잘 내렸다. 박근혜정부 아래서 이뤄진 가장 책임있는 결정"이라고 극찬했다.한국인들은 결정장애를 갖고있다. 그래서 프랑스인이 대타로 투입돼 내린 결정이었는지 모른다. 결정을 주도했던 장 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수석 엔지니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비용과 안전을 따져 오류없이 결정했다.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강조했다.그때 결정은 고르디우스 매듭을 푸는 것 같은 짜릿함이 있었다. 가덕도와 밀양이 첨예하게 갈등을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예상치못한 제3의 대안이 나온 것이다. 당시 정부에서 일하고 있던 필자는 김해신공항 결정이 어떤 반응을 나타낼지 예의주시했지만, 심상정 대표의 말대로 여론이 대체로 칭찬하는 분위기여서 안도했던 기억이 있다. 적어도 국가를 망치게 하는 갈등지향형 결정은 아니었다.두달전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는 당시 차관으로 있으면서 슈발리에 결정을 뒷받침한 김해신공항 전도사였다. 그는 정치권과 각종 단체를 뛰어다니며 김해신공항 결정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그가 문재인정부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어도,김해공항 결정을 번복했을지 궁금하다. 그랬다면 대한민국 공무원은 쓰레기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는 장관에 오르지 못했고,문재인정부는 정치인 장관아래에서 김해신공항을 번복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이 정부가 김해신공항 논란을 다시 끌어낸 것은 정치적 득실 셈법의 결과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PK(부·경남)표를 얻기 위해 TK(대구·경북)를 버리는게 정치적으로 득이라고 결론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정부는 최후의 한가지 명분도 자신하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정부의 결정을 번복하는 것은 여전히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일이라고. 적폐 청산으로 여론을 몰아가면 된다. 그래서 대구는 이 정부가 짜놓은 프레임전쟁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 정부가 갈등지향형 결정을 내린게 아니라 TK 사람이 이기적인 것으로 둔갑할지 모른다. 그런 전쟁에 TK 사람들이 내몰리고 있다.여차하면 국민 일부도 버리고 갈수 있다는 정치적 결정은 갈등형 리더십의 최절정이다. 김정은이 평양 사람만 끌어안고 함경도 사람을 방치하듯이, 이 정부는 TK사람을 버리는 것인가. 적의 침입을 받아 국토와 국민의 일부라도 떼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인가. 역사상 유례없이 국민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겁한 결정이다.신공항과 관련한 투쟁은 시작부터 정신무장을 제대로 해야한다. 우리는 TK를 위해서 싸우는게 아니라 이 나라 분열을 막기위해 싸우는 것이다. TK가 희생양이 되면 다음은 충청도로 강원도로 넘어갈 것이다. 국민 일부는 언제든지 정권의 셈법에 희생양이 될 것이다. '분열의 대한민국'에 맞서는 '완전한 대한민국'의 싸움이다. 당당하고 강하게, 분열을 혐오하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 정치권의 버림을 받는 대한민국의 불쌍한 국민을 구하는 일이다.

2019-06-26 11:33:22

[종교칼럼]침묵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나에게 있어서 휴가란 언어와 생산의 시간에서 벗어나 침묵과 관찰과 수용의 시간이다. 매일 듣던 라디오 뉴스도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전혀 보지 않았다. 새로운 소식이 없을까 하여 틀었던 텔레비전에서 종일 무한반복되는 같은 내용으로부터 해방되어 마음의 공간이 시원해졌다.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사건사고 소식은 앵커가 소개해 주는 제목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잔혹한 범죄에 관하여 시청자의 호기심이 충족될 정도로 보도한다면 그것은 이미 과잉보도다. 전국민의 범죄지식이 올라가는 시간이다.그러면서 걱정이 시작된다. '모방범죄를 촉발시키는 거아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경찰이 부실수사로 종결짓는 건 아닐까?'사건이 보도되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보험은 들었대? 보상액은 얼마래? 그만하면 많이 받았네'같은 루머가 퍼지고 성급한 언론보도까지 나간다. 곧바로 관계자의 신상털기가 시작된다. 불과 며칠 안 되는 애도기간을 지내고 장례를 치르기위해 빈소에 영정이 아직 걸려있는데, 사람들은 애도가 아닌 다른 것에 관심이 더 많다.유족들은 슬퍼할 시간도 없이 온갖 루머에 고통을 당한다.사회적 애도의 기간이 너무 짧아져버렸다.우리는 극심한 고통에 처 한이를 어떤 언어로 위로해야 하나? 위로에는 말로 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언어가 관계의 경계선에서 멈추는 것이 침묵이다. 그때는 언어가 아닌 침묵과 동반과 공감으로 위로하는 것이다. 슬픔은 당사자가 스스로 감당해야만 하는 영역이 있다. 극도의 슬픔가운데서도 스스로 애도할 충분한 시간과 분위기가 주어져야한다. 침묵의 때에는 존재로서 위로한다. 존재로서 소통하고 느낀다.성경에 욥이라는 의인이 나온다. 그가 하루에 전재산을 자연재해와 강도로 다 잃고, 10자녀가 다 죽고, 몸에는 불치의 병이 찾아왔다. 아내는 그를 저주하며 떠났다. 욥의 세 친구는 욥을 위로하러 찾아갔다. 그들은 위로의 말조차 찾지못해 침묵하며 슬픔을 함께했다. 언어의 소통 대신 존재의 소통이다. 좀 더 원초적이다. 위로의 시선, 따뜻한 포옹, 꽉 잡아주는 악수, 음식과 잠자리를 챙겨주는 행위로 소통하는것이다. 이때가 참위로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욥의 친구들이 말을 시작했을 때 이것은 위로가 아니라 훈계와 저주와 심판의말이 되었다. 욥에게 더 큰 고난이었다. 욥은 너무나 억울하여 자신의 고난도 잊은 채 친구들과 논쟁에 몰입한다.우리는 사고의 궁금증을 어디까지 물어보아야 하는가? 당사자가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서꼭 한 단계 더 넘어가고 싶은 유혹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 언어과잉이 문제다. 바닷속의 쓰레기처럼, 우주를 떠도 는쓰레기처럼, 우리 언어가 존재의 쓰레기가 되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우리 언행이 SNS에그대로 기록되어 있다.우리가 평생 소리를 내어 말한 음성이 우주를 떠돌며 메아리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어리석은 말들, 성급한 말들, 잔혹한 말들이 사라지지 않고 우리 영혼의 빈약함과 사악함을만방에 알려주고 있다. 빨리 거두어 들이는 방법은 없을까? 중세의 침묵수도회는 1,000년 전에 이 사실을깨달았다. 이제는 새로 생산되는 언어쓰레기를 줄여야하지 않을까? 우리의 언어소비도 줄이자.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2019-06-26 10:43:43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 커튼콜

배우로서 연극에 참여하거나 또는 관객으로서 공연을 관람할 때 작품의 열기를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커튼콜(Curtain call)이다. 커튼콜은 연극이나 무용, 음악회 등의 공연작품에서 막이 내린 후 공연의 모든 참여자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다. 커튼콜은 작품의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만 볼 수 있으며 작품의 일루전(illusion)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가기 위한 마지막 극적 장치라 볼 수 있다.공연의 마지막 장치인 커튼콜을 진행하는 동안 관객은 작품에 대해 느꼈던 감흥에 답하고자 감격에 겨운 박수를 보내거나 작품이 좋지 못한 경험으로 남을 때는 냉소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한편 배우의 입장에서 커튼콜을 맞이할 때는 귀한 시간을 내어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는 것이며 이 시간 이후 배역으로서의 인물이 아닌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별의 인사를 의미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커튼콜의 경험은 반성과 자책, 배우라는 자긍심을 동시에 가져다주며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연기를 종종 그리워하게 한다.커튼콜은 작품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존재한다. 기약 없는 만남을 서로 약속하듯이, 혹은 무운을 빌어주기라도 하듯이……. 무대 위의 연극배우가 아닌 팬을 쥐고 책상 앞에 앉은 연극배우는 또 다른 커튼콜을 맞이하고 있다. 말은 발화되어 어디론가 사라지지만 글은 스스로의 흔적을 남기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이란 밤잠을 설쳐도 닿기 어려운 것이었다. 때때로 글에 대한 중압감은 나를 날카롭게 하였지만 오늘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지면에서의 커튼콜을 맞이한다.한 젊은 연극배우의 사색을 읽어보는 독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과 호흡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르겠다. 연극이었다면 커튼콜을 통해 관객들의 눈을 직접 마주보며 작품의 열기를 체험할 수 있겠지만 지면을 통한 커튼콜은 달리 확인할 길이 없어 이 점은 아쉽다. 독자여러분들 중 일부는 나의 글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연극배우의 현실을 보며 안타까워 하셨을 수도 있고,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분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독자의 반응은 하나하나 소중하고 귀한 관객이다.글을 쓰는 데에 있어 스스로의 한계와 부족함을 느꼈지만 최선을 다했다. 이제는 글이 아닌 작품에서의 배역으로 관객과 만나고자 한다. 그때는 커튼콜에서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힘찬 박수와 호응을 부탁드린다. 오늘도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커튼콜을 향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독자 여러분의 축복과 평안을 빈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6-25 11:21:07

여름휴가에 애견을 동반하는 반려 가족이 늘고 있다.(사진출처: www.petmd.com)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견 물놀이 하다가 열사병 걸렸을 땐?…여름철 건강 정보

구름이(10·비글)가 고열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구름이는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함께 가 수영을 즐겼다고 한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식욕이 줄며 열이 나고 기력이 없어졌다고 했다.구름이는 내원 당시 체온이 40도를 넘었으며 폐렴이 동반된 것으로 보아 물놀이 과정 중 오연성 폐렴(물이나 이물의 폐 흡인으로 인한 페렴)이 의심되었다. 집중치료를 통해 건강이 호전되어 퇴원하였으나 당분간은 보호자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해 보였다.구름이처럼 휴가 후유증을 겪는 반려견이 적지 않다. 여름철 반려견과 함께 물놀이를 떠나는 반려인에게 도움 될 건강 정보를 알아보자.개들은 물을 좋아하며 수영을 잘한다. 하지만 개들도 돌발 상황에서는 코로 물을 들이켜 재채기를 하며 소량의 물이 폐로 들어가기도 한다.어린이 물놀이 사고 중 '마른 익사' 사고가 있다. 마른 익사란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소량의 물이 폐에 흡입되었음에도 불편 없이 지내다 며칠 후 폐에 고인 물이 흡수되지 못하고 감염을 유발하거나 폐부종을 악화시켜 사망하는 경우를 말한다.허약견, 노령견, 심장 질환이 있는 개는 마른 익사의 경우처럼 폐로 흡입된 소량의 물이 감염과 폐부종을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물놀이 시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위생적이지 못한 애견 수영장은 질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 물놀이 후 몸을 핥는 과정에서 오염된 세균이나 원충에 의해 장염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놀이장 주변에 방치된 상한 음식물, 포도 껍질, 위해 성분이 함유된 액체를 먹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반려견이 이물질을 먹은 것이 분명하다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3% 과산화수소수(급여량 체중 1kg당 1cc) 급여하여 구토를 하게 한다. 1시간 내로 구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일량을 한 번 더 급여할 수 있다. 두 번 급여 후에도 구토를 하지 않는다면 수의사와 전화 상담 후 응급진료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물놀이 후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염된 물로 인한 접촉성 피부염과 귓병, 눈병은 물놀이 후 며칠 뒤 증상이 나타나므로 수의사의 검진 후 적절한 처방을 받길 바란다.강 주변에는 풀이 있다. 풀이 자라는 땅에는 진드기가 존재하며 풀이 젖어있을 때 땅속 진드기가 풀 위로 올라와 지나가는 동물에게 달라붙는다. 산책은 풀이 마른 시간대에 하는 것이 진드기 감염을 줄일 수 있다.여름철 물놀이 중 다발하는 질병은 의외로 열사병이다. 물속을 제외한 한낮의 더운 실외 환경이 반려견에게 고체온증과 과호흡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 차 안은 불과 10여분 사이에 반려견에게 열사병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절대 차 안에 반려견을 혼자 두지 말아야 한다.비만견, 노령견, 심장 질환, 신장 질환이 있는 개는 열사병에 매우 취약하다. 호흡이 빠르고 몸이 뜨거운 상태라면 고체온증을 의심하고 즉시 시원한 물을 소량씩 먹여주고 다리와 엉덩이 부분을 냉찜질을 하거나 차량 내 에어컨을 풀가동하여 체온을 낮춰 주어야 한다. 체온이 안정됨에도 기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동물병원으로 신속히 이동하여 응급 진료를 받아야 한다.반려견과 여행을 함께하는 것은 일상의 선물이자 행복이다. 더위와 물놀이에 대처할 수 질병 상식들을 익혀두어 반려견의 수호천사가 되어주길 바란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6-25 09:46:15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로마, 거대한 수도교 세워 도심 수돗물 공급

◆인천 붉은 수돗물 파동, 대구 수도관은?"인천 붉은 수돗물은 수도관 벽에서 떨어진 물때와 침전물 때문이다."환경부가 지난 18일 내놓은 인천지역 '붉은 수돗물' 진상조사 결과다. 인천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정기 점검으로 5시간 가동을 멈춘 사이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왔던 게 화근이었다. 물의 방향이 바뀌면서 상수도관 벽의 때와 침전물이 요동친 거다. 수도관이 그만큼 낡았다는 얘기인데…. 250만 대구 시민의 수돗물은 낙동강 등에서 끌어온다. 낡은 수도관에 유해 물질이 섞이는 일은 없을 거라 믿어보며 고대 로마의 상수도 문화를 들여다본다.◆고흐와 세잔의 프로방스, 로마 프로빈키아 유래프랑스 남부 지방 프로방스(Provence)로 가보자. 그림처럼 아름답다. 기후도 연중 온화하다. 겨울에도 수도 파리와 달리 햇빛이 자주 든다. 그러다 보니 예술 분야에서 돋보인다. 햇빛을 좇아 빈센트 반 고흐가 1888년부터 1889년까지 15개월을 살며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던 아를이 먼저 떠오른다. 돈 맥클린의 명곡 '빈센트'의 주인공 고흐는 이곳에서 '론강의 별밤'을 그린 데 이어 정신병원에서 '별밤'을 그리며 그의 예술세계를 정점으로 이끈다. 비제의 주옥같은 선율 '아를의 여인' 무대도 아를이다. 프랑스 근대미술의 거장 세잔이 태어나 활약한 엑상 프로방스, 영화의 도시 칸, 니스도 프로방스다. 로마인들이 기후 조건과 환경이 이탈리아 반도와 비슷한 이곳에 속주 프로빈키아(Provincia원래는 통치권이라는 의미)를 세우면서 나온 이름이다. 그러다 보니 로마 유적도 많다. 그중 수도 로마의 콜로세움 다음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로마 유적 퐁 뒤 가르(Pont du Gard)를 빼놓을 수 없다.◆로마 최대 수도교, 님의 '퐁 뒤 가르'프랑스어로 퐁(Pont)은 다리, 가르(Gard)는 아비뇽과 님, 아를 사이 지명이다. 가르 지방에는 가르동(Gardon)강이 흐른다. 이 가르동강 계곡을 가로지르는 로마 수도교가 퐁 뒤 가르이다. 수도교란 수도관이 지나는 다리이다. 퐁 뒤 가르의 위용을 보자. 높이는 무려 48.77m. 콜로세움과 비슷하다. 3층 구조인데, 1층의 아치 높이는 21.87m, 2층 아치 19.5m, 3층 7.4m이다. 수돗물은 교량 맨 꼭대기로 지난다. 놀라운 대목은 당시 전동 가압장치가 없어 수원지 위제스에서 님 저수장까지 50㎞를 오직 고도 차이를 이용해 물이 흐르도록 한 점이다. 위제스와 님의 고도차는 해발 76m대 59m. 구불구불 50㎞ 거리에 고도차가 겨우 17m라면 평균 경사도 0.034%를 적용해야 자연스럽게 물줄기가 이어진다. 심지어 일부 지점의 경사도는 0.007%까지 낮췄다. 로마의 공학 수준에 입을 다물기 어렵다. 퐁 뒤 가르를 누가 만들었을까? 미술 화실에서 소묘할 때 접하는 두상, 아그리파 장군이다. B.C 19년에 만든 퐁 뒤 가르의 기술력을 프랑스가 다시 회복한 것은 18세기다.북아프리카 카르타고 수도교 80㎞, 수도 로마 91㎞50㎞는 짧다. 북아프리카 카르타고(B.C 146년 멸망 뒤 로마 도시가 됨)로 가보자. 수원지 자구안에서 지중해안 카르타고까지 오는 수도교는 길이가 80㎞나 됐다. 대구의 수원지는 물론 서울의 팔당 수원지보다 더 먼 거리다. 수도교의 효시는 수도 로마에 B.C 144년에 완공한 아쿠아 마르키아(Aqua Marcia)다. 길이가 91㎞에 이른다. 로마가 처음 상수도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B.C 312년으로 아쿠아 아피아(Aqua Apia)다. 지상에 수로를 만들거나 수도관을 매설하다 차츰 거리가 멀어지자 아치형 교각으로 고도 차이를 조절할 수 있는 수도교를 세웠다. 3세기 수도 로마에만 11개, 지중해 전역의 속주에 수도교를 설치했다. 지금도 터키, 스페인, 북아프리카를 비롯한 지중해 곳곳에 수도교 잔해가 남아 로마의 위생문화와 토목 기술력을 보여준다.

2019-06-24 18:00:00

박창원 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박창원의 기록여행] 독도 사건 사망자 배상금 6만원

'위문금 3백15원을 가져온 동인동 공민학교 생도를 대표하여 송안자, 이순란 두 여자가 동교 최단진 교원 인솔하에 13일 본사를 내방한 미화가 있다. 비록 적은 금액이나 동인동 일대의 천막촌에 사는 여자들로서 그 생활은 실로 처참한 지경에 있으면서도 넘치는 동족애는 눈물겨운 기금이라 아니할 수 없다.'(남선경제신문 1948년 7월 14일)하루하루의 삶이 절박한 천막촌의 난민들마저 위문금을 냈다. 바로 독도 조난 동포를 돕는 일이었다. 당시의 표현이 독도 조난 동포였지 항해 중 당한 재앙이 아니었다. 미역을 따다 졸지에 당한 참변이었다. 어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미군 전투기의 무차별한 폭격을 받고 희생되었다. 한 달 보름이 지나서야 위령제를 지냈고 십시일반으로 모은 60여만원의 위문금과 의약품, 대구능금 등이 전달됐다.1948년 6월 8일. 그날따라 독도 해안의 파도는 잠잠했다. 전날인 7일 오후 울릉도서 독도로 출발한 주민들은 뒷날 새벽에 도착했다. 이미 울진의 죽변이나 강원도 묵호 등에서 온 10여 척의 배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조그만 발동선과 범선을 합해 모두 20척은 되었다. 배를 타고 온 승선 인원만 60명에 달했다. 이들은 아침을 지어 먹고는 바로 미역 채취에 들어갔다.허리를 펴고 휴식을 취할 즈음인 오전 11시. 비행기 소리가 들렸지만 주민들은 예사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다시 비행기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곧바로 폭탄이 떨어졌다. 산더미처럼 물이 솟아오르고 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주민들은 허겁지겁 바위틈으로 숨어들었다. 그 사이 배가 몰려 있는 곳에도 폭탄이 터졌다.비행기는 미국의 식별 표시가 보일 정도로 낮게 날며 섬 주변을 폭격했다. 기선 5척과 범선 8척이 가라앉고 14명의 선원이 목숨을 잃었다. 독도에서 어민들을 향한 미군 비행기의 사격은 그해 들어서도 처음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어부와 어선을 무차별적으로 겨냥해 쏘지는 않았다. 미군은 폭격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인정했다. 미군의 B29전투기가 어선을 바위로 잘못 보고 연습 폭격을 했다는 게 다였다.그런 뒤에도 미군의 수습 대응은 안하무인이었다. 현장 조사에서 사망자를 발견하자 위생상 이유로 미군 자신들이 타고 간 배에 싣는 걸 거부했다. 대신에 로프로 매달아 끌겠다는 제안을 했다. 게다가 쥐꼬리만 한 배상금은 기준조차 뒤죽박죽이었다. 경상자가 12만8천원인 데 비해 중상자에게는 1만4천원이 책정되기도 했다. 사망자도 34만원에서 11만원으로 격차가 컸다. 심지어 부상자보다 적은 6만원을 받으라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그때 쌀 한 말이 1천원을 오르내렸으므로 대략 6가마니 값이었다.독도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묻혀 있다. 희생자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는 추정이 있을 뿐이다. 6'25전쟁일 아침에 동맹국의 얼굴 위로 당시 승선자의 증언이 오버랩되는 이유다."폭탄이 떨어질 때 비행기를 향해 배에서 죽을 힘을 다해 태극기를 흔들었지만 소용없었다."톡톡지역문화연구소장'언론학 박사

2019-06-24 18:00:00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수학 참고서 저자들의 엇갈린 인생

학창 시절 학문하면 배고프다, 특히 수학하면 밥 굶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문과생은 법상, 이과생은 의공으로 모두 몰렸다.그런 판에 수학 참고서를 써서 큰돈을 번 세 사람이 있었다. 정경진(수학의 완성), 홍성대(수학의 정석) 그리고 최용준(해법수학)이다.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이 가장 먼저 수학 참고서 시장을 평정했고, 이후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이 쓴 수학의 정석이 수학 참고서의 왕으로 군림했고 아직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최용준 천재교육 회장의 해법수학은 명문대 입시생들이 많이 찾았지만, 본고사가 폐지되면서 인기를 잃었다. 어쨌든 세 분은 수학을 공부해도 돈을 많이 벌 수 있음을 입증했다. '부자 되려고 좋은 밭 살 필요 없다. 책 속에 천 종 즉 6천 석 녹봉이 있다'.(富家不用買良田 書中自有千鍾粟) 송 진종의 권학문 시 표현대로다.그중 최용준 회장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이희호 여사의 장례위원으로 다시 한 번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홍성대 이사장은 전주 상산고가 자립형사립고 재지정에서 탈락할 위기라 요즘 핫한 인물이 됐다.남은 한 분 정경진 회장은 10년 전 언론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특별한 행적이 없었다. 그 인터뷰에서 정경진 회장은 "과정 없이 결과만 따지는 교육으로는 21세기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정당한 경쟁 없이 개인도 나라도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사실 18세기 초까지 서양을 압도하던 동양이 서구에 세계사의 주도권을 넘겨준 것은 신대륙의 발견이나 화약, 나침반의 발명이 아니었다. 18세기 이후 뉴튼, 라이프니츠, 가우스 등 천재들의 맹활약으로 수학과 물리학에서 앞섰기 때문이다.21세기 새로운 경쟁 사회에서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수학과 과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국제 사회에서 통용될 만한 천재를 길러내야 한다. 지난번 U-20 월드컵에서 18세 천재 이강인의 위력을 보고도 '무조건 평준화'인가?

2019-06-24 18:0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樂不思蜀(낙불사촉) : 새 것이 즐거워 고향 생각이 안 난다

263년 위나라가 촉나라에 쳐들어갔다. 촉나라의 황제 유선(劉禪)은 순순히 항복하고, 촉나라는 멸망했다. 위나라에서는 그에게 안락공(安樂公)의 벼슬을 내리고, 위나라 수도 허창(許昌)에서 살게 했다.유선은 아비 유비(劉備)와 달리 포부도 없었다. 허창에서도 그는 여전히 놀기를 즐겼다. 사마중달의 아들 사마소(司馬昭)는 유선을 불러 자주 술을 마셨다. 사마소는 연회를 열고 촉나라 사람에게 촉 음악을 연주하게 했다. 유선을 따라온 촉나라 관리들은 눈물을 흘렸다.사마소가 유선에게 물었다. "촉나라 생각이 안 나시오?" 유선은 "지금 즐겁기만 하오. 고향 생각이 안 나오"라고 했다. 사마소는 더 이상 유선을 감시하지 않았다.즐거워서(樂) 촉나라(蜀)를 생각하지 않는다(不思)는 낙불사촉(樂不思蜀)의 유래이다. 현재의 생활을 즐기며 고향이나 조국을 잊어버리는 사람이나 그 행위를 비유하는 말이다.유선의 운명은 순탄하지 않았다. 조조에게 쫓겨 어린 유선은 아비와 사별할 뻔한 적이 있었다. 다행히 장수 조운(趙雲)이 목숨을 걸고 유선을 구출해 유비에게 바쳤다. 유비는 아기 유선을 팽개치며, "아이 때문에 유능한 장수를 잃을 뻔 했소"라고 했다.유선은 황제가 되어서도 제갈량과 같은 권신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데 포로로 위나라에 와서는 시름을 놓고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었다. 적국에서 안락한 삶을 찾은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이다.현재 한국에는 일제 식민지 시대 한반도를 떠났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많이 돌아오고 있다. 1940년 통계를 보면 당시 한반도 인구의 10% 정도가 해외에서 (유랑)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후손이 고향으로 오고 있는 것이다. 결혼 이주여성을 비롯해 많은 외국인들도 정착하고 있다. 우리에겐 그들을 낙불사촉하게 하는 너그러움과 지혜가 있을까.

2019-06-24 18:00:00

[세월의 흔적] (28)교동시장…피엑스 물건 밀매 '양키시장' 주얼리 거리 우뚝

교동이란 이름은 옛날 향교가 있었던 동네라는 뜻이다. 그리고 교동시장은 6․25전쟁의 여파로 생겨난 시장이다. 전쟁으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대구역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교동과 동문동 일대에 피란민들의 임시수용소가 여러 곳 있었고, 그들은 생계 수단으로 교동지역에 상권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주변 건물과 도로변에서 미군부대 피․엑스에서 흘러나온 물건을 팔기 시작함으로써 '양키시장'으로 불리기도 하였다.그 당시 대구역 좌우로 미 군수품 보급창고와 피․엑스가 있었고, 육군본부를 비롯한 군부대가 대구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에 군수품이 암시장으로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 같은 물건을 파는 것은 위법이었기 때문에 수시로 단속하였고, 그럴 때면 문을 닫고 피해 달아나곤 했었다. 그래서 '도깨비시장'으로 불리기도 하였다.1956년 '교동시장'으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보따리 무역, 탈세 수입품, 미군부대 물품 등을 취급하면서 수입품 시장으로 발전하였다. 다닥다닥 붙은 가게에서 갖가지 수입물품을 기반으로 삼아 전자․전기․의류․음식․귀금속 등속의 상권이 넓게 형성되었고, 알음알음으로 단골들도 많았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시장으로 불리며 1980년대까지 호경기를 누렸다.교동시장 주변에는 명소가 많이 있었다. 대구 빵 공장의 전설 같은 존재인 수형당(1946년 개업), 도넛으로 유명했던 공주당(1970년대초 석탑베이커리로 개업), 대구 최초의 예식장이었던 대구예식장(1952년 개업), 6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강산면옥(1958년 이전개업), 혼수 마련의 명소인 주단거리(현재 10여 개 업소가 성업중), 대중가요 '굳세어라 금순아'의 산실인 오리엔트레코드사(1946년 설립), 중앙극장과 명보극장, 그리고 대구 MBC가 대구상공회의소 회관건물에서 라디오 방송을 하였다.1972년 동아백화점이 문을 열었다. 동화백화점은 건축주의 부도로 화성산업이 떠맡은 것이다. 1971년 화성산업이 동문동의 교동상가아파트 공사를 시공하다가 건축주의 부도로 건축물을 인수하였고, 1970년 설립된 동아수퍼체인 23개를 흡수하여 백화점으로 문을 열었다. 그 뒤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였고, 볼링장과 패스트푸드 가게가 들어섰으며, 1984년 KBS의 오픈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문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교동시장은 1990년대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수입 지유화의 여파로 시장의 중심거리와 교동백화점을 중심으로 형성된 수입품 시장은 개점휴업 상태이다. 그러나 대구역에 롯대백화점이 들어선 뒤로 젊은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나면서 컴퓨터와 연관된 상권이 새롭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또한 귀금속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품목 전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귀금속 거리가 생겼다. 이른바 '주얼리 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교동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상가를 새롭게 단장하는 한편, 수리 전문점․귀걸이 판매점․배달 전문업 등으로 세분화함으로써 인기를 얻고 있다.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19-06-24 18:00:00

장동희 새마을세계화재단 대표이사, 전 주핀란드 대사

[세계의 창] 화웨이 사태, 원칙과 일관성 있는 외교 각성 계기로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 북핵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사카 G20 정상회담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일 정상회담 개최조차 불확실할 정도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어 있다.미국의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로 시작된 미중 간의 무역전쟁은 5G, 인공지능, 사이버 등과 같은 기술 분야를 넘어 양국 간의 패권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은 화웨이 사태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우리나라가 이렇게 외교적으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이 크다. 그간 우리 외교는 국제 규범에 입각한 원칙과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미·중 간 대립 양상을 보이는 이슈마다 한국은 양측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다 양국의 신뢰를 모두 잃었다. 미·일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한국은 결국 RCEP에 참가한다. 미국이 반대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동맹국인 미국을 거슬러가며 중국이 주도하는 무역과 국제금융체제에 가입하고서도 중국으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했다.사드(THAAD) 배치 과정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태도는 더더욱 실망스럽다. 사드 발사대 반입 보고 누락, 환경영향 평가 미실시, 국회 비준 동의 필요성 등 제반 이유를 들어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다가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17년 6월 9일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꿀 의도가 없다"고 발표한다. 이후 우리 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조건으로 사드를 임시 배치하기로 결정하자, 중국은 사드 철수를 요구하며 우리나라에 대하여 전 방위적 제재를 가한다. 사드 최종 배치가 지연되자 미국은 미국대로 우리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것을 권유하였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북핵 공조 필요성을 들어 제소 불가 입장을 밝혔다. 결국 우리 정부는 국제 규범이나 원칙보다는 시류를 선택했다. 이는 2017년 10월 말 국회 국정감사 시 강경화 외교장관의 삼불 발언으로 이어져 주권 포기 논란까지 야기시켰다.이러한 상황에서 맞이한 화웨이 사태는 우리에게 더욱 어려운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미국은 보안 문제를 들어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시키는 대로만 하지 말고 옳고 그름을 잘 따져 판단하라고 겁박한다.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이달 초 서울에서 개최된 한 콘퍼런스에서 "신뢰할 만한 5G 공급자 선택이 중요하다"며 공개리에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후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화웨이와 화웨이 장비를 쓰는 'LG유플러스'를 콕 집어 '안보 위협'을 거론했다 한다. 지난 6월 7일 청와대 관계자가 "(화웨이 장비 사용이) 한미 군사 안보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말하자, 해리스 대사는 "나는 그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면 반박했다. 화웨이 장비 사용 문제는 단순한 제품 구매 문제가 아니라, 미·중 간 패권 경쟁의 전초전이다.사드 사태가 '국가 안위에 관한 사항은 주권 사항으로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만 고수하면 되는 2차 방정식이었다면, 화웨이 사태는 경제, 기술, 안보, 국제 전략이 혼재되어 있는 고차 방정식이다. 사드와 화웨이 같은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며 시류에 편승하는 태도를 지속할 경우, 한국은 양측 모두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다. 위기를 잘 극복하면 기회가 된다. 화웨이 사태가 한국이 국제 규범과 원칙에 따른 일관성 있는 외교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보약이 되길 기대한다.

2019-06-24 14:09:18

[기고]"수돗물 마시면 건강하게 오래 삽니다"

인간의 수명이 연장 되면서 최근 '백세시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렇게 우리가 백세시대를 맞이할 수 있었던 가장 핵심 요소는 당연 '물'라고 할 수 있다. 수도시설의 발전과 함께 각 가정로 깨끗한 물이 공급되면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됐다.특히 인체는 70%의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물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체내에 흡수된 물은 신진대사 촉진과 각종 질병 예방, 산소와 영양분 운반 및 공급, 노폐물 배설, 체온조절, 혈액 농도조절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체내에 수분이 2~3% 부족하면 초조함과 무기력, 불쾌감을 느끼고 5% 부족시 매스꺼움과 반혼수 상태, 12% 이상 부족시에는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인간의 노화 또한 체내에서 수분이 줄어드는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아는 약 90%, 청소년·성인은 약 70%, 노인은 약 50%의 수분을 유지한다는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체내 흡수율이 빠른 '물 마시기'만큼 인체에 여러 가지 영양소를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 것이다.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어떤 종류의 물이 마시느냐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물 중에서도 가장 안전하고 미네랄이 균형 있게 포함된 건강한 물을 꼽으라면 '수돗물'이다.수돗물을 꼽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짧은 가장 큰 이유도 수도시설이 없거나 오염된 물을 마시기 때문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영국의 저명한 브리티시 메디컬저널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인간의 평균 수명이 약 35년이 늘어난 이유 중 30년은 수도시설의 발전 덕분인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를 봐도 수도시설의 발전 전후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쉽게 찾을 수 있다.2016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수돗물 섭취 전·후의 신체변화에 대한 임상 실험했다. 실험결과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과 중성지방은 감소했으며,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앞서 녹색소비자연대와 서울시, 고려대학교가 각자 수돗물과 정수기물을 대상으로 수질 검사한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실험 대상이 된 21%∼58%의 정수기물에서 세균과 대장균 등이 발견, 먹는 물로서의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수돗물은 조사대상 전체 401건 중 1건도 기준을 넘지 않았다.이런 연구 결과에도 수돗물에 대한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수돗물은 일간과 주간, 월간, 분기, 연간 단위로 수질 검사와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을 그대로 마셔도 무관하다.또 한국수자원공사가 수탁받아 관리하는 예천군 등 23개 지자체의 상수도는 더 안전하다. 가정에서 직접 받은 수돗물을 직접 수질 검사한 결과를 바로 알려 주는 '수돗물 안심 확인제'를 실시하고 있어서다.바야흐로 '백세시대'다. 건강 관리를 하는 데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수돗물 마시기'다. 기고를 통해 수돗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기대하며,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 마시기에 동참하시기 바란다.

2019-06-24 14:03:57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 인생을 낭비한 죄

어느새 1년 중 반이 찼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빠르다더니 한 주가, 한 달이, 일 년이 금방이다. 가끔은 시간 가는 걸 몰라 내 나이 앞자리수가 바뀐 것도 의식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2인 딸이 진로결정을 두고 조바심이 생기는지 중학교 때 허송세월한 게 후회된다고 자책했다. 나도 후회가 됐다. 그때 공부 좀 하라고 잔소리할 걸.예전에 설날 특집 영화로 TV에서 본 빠삐용이 떠오른다. 누명을 쓴 빠삐용이 꿈 속에서 무죄를 주장하자 재판관이 "네 인생을 낭비한 죄"라며 죽음을 선고했다. 소파붙박이로 주말을 보낸 밤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명대사다.인생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도전'만한 게 없다. 도전은 인생을 쫀쫀하게 만들고 도전으로 인한 극복은 삶의 깊이를 더해 준다. 이 원고를 쓴 것도 나에겐 도전이었다. A4의 하얀 여백은 언제나 압박감을 준다. 읽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며 줄줄줄 써내려 갈 수 있는 필력이 있으면 좋으련만 고만고만한 문장력으로는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참 잘 썼다는 소리를 듣고자 했던 야망을 내려놓으니 글쓰기가 한결 편해지긴 했다. 매주 인증샷까지 찍어가며 피드백을 해 주신 고마운 분들의 격려에 새로운 인생 목표도 생겼다.도전할 것이 있다는 것은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방법은 시작하는데 있다.여차저차 미루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못한다. 자신의 갈 길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모자란 재능은 뛰어넘을 수 있다. 천재적 능력자라는 사실에 비해 덜 화려할 수는 있겠지만 몹시 훌륭하다. 뉴스에 보도된 75세 보디빌더 할머니도, 취미활동이 직업이 된 내 친구도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실천에 옮겼으니 박수받아 마땅하다.오랜 직장을 퇴사하고 인생 2모작, 3모작을 개척하려는 지인들을 자주 본다. 나이를 먹으니 나의 미래가 걱정되고 그들의 미래가 염려되는 오지랖이 생긴다. 100세 시대가 되니 인생은 언제 어느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다시 시작할 때에는 생계만 위한 일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는 일이면 더 바랄 게 없겠다. 그동안 쌓아 온 지혜와 인생 경험이 2부, 3부의 인생을 디자인하는데 내공이 되어 줄 것이다.'부작위 편향'이라고 무언가를 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보다 하지 않고 받는 피해가 낫다는 심리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무기력한 사회가 될 게 뻔하다. 나 또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에 머물러 있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내 인생을 낭비한 범법자가 되지 않으려면 선물같은 오늘부터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인생 팔홉이라고 하니 너무 욕심은 부리지 말자. 100세 더 이상을 살지 어떻게 알겠는가.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6-24 11:12:04

유영애 대구중앙중 교감

[기고] 교사를 가르치는 학생의 질문

초등학교를 마치고 갓 입학한 중학생들의 얼굴은 그래도 맑다. 대한민국 초등생이 겪는 학업 스트레스가 위험 수준에 이른다고 해도 말이다. 중학교에서 1학년은 아직 어설프고 뭔가 잘 모르는, 그리고 조그만 일에도 쪼르르 달려와 이르거나 매달리는 떼쟁이. 뭐 그런 존재로 생각된다.문학 수업을 진행하면 삶의 갈등을 다룰 때가 많다. 이럴 때 기본적으로 깔고 시작하는 것이 '인간의 불완전성'에 대한 강론이다. "인간이 불완전한 이유는 말이야!" 영원히 살지 않는다는 것, 미래를 모른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상상이 위대하다는 것, 그래서 문학이 아름다운 것까지 한데 묶어 열변을 토한다.이런 이야기가 자주 반복되다 보니 하루는 한 학생이 손을 들어 이렇게 질문하는 것이다. "선생님! 그럼 우리는 어디서 완전함을 찾아야 하나요?"순간 교실은 거짓말처럼 조용해졌고 다수의 집중된 눈에서 나온 파란 광선이 정적을 타고 내 얼굴에 마구 꽂혔다. 모두 '맞아! 그게 뭐지?'라는 표정이었다. 머리가 찌르르해지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런 질문이 나올 거라 생각지 못했기에 당황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조금 뜸을 들이며 속으론 버둥거렸다. "그래! 정말 멋진 질문이다.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결국은 존재에 대한 이타심이 아닐까?"라고 대충 얼버무린 것 같다.한참 지나고 보니 그 아이는 가볍게 털어버린 것 같은데 나는 그 질문을 매달고 지낸 것 같다. 이제 성인이 되었을 그 학생도 지금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동분서주하지 않을까 싶다.최일남의 단편소설 '노새 두 마리'를 수업할 때의 일이다. 이 작품은 가난한 아버지의 눈물겨운 이야기다. 말하기 영역을 마무리 활동으로 정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하는 '1분 스피치'로 진행했다. 켄트지를 주고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무엇이든 그려 넣고 여백에다 발표할 내용을 적으라고 했다.한창 발표가 무르익어 갈 때 'NO'라는 글자로 켄트지를 가득 채운 학생이 사연을 얘기했다. 아버지께 뭔가를 요청하면 대부분 "하지 마!"라는 답변이 돌아오니 힘이 좀 안 난다고 했다. 힘이 안 난다는 것을 고백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 학생은 대답 같은 질문을 했다."내가 아버지 말만 잘 들으면 'NO' 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그 순간 뭔가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뒤늦은 깨달음이랄까. '아! 그래, 나는 왜 항상 상대방을 바꿀 생각만 했을까!' 습관이 다른 남편에게 열을 올릴 때마다 개의치 않던 남편의 덤덤한 눈빛과 학생의 건조한 눈빛이 스르르 겹쳤다.학생이 무슨 의미를 갖고 한 질문인지, 아니면 그냥 무심코 던진 질문들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감탄사에 공감이 간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얻곤 한다. 여전히 떼쟁이지만, 그래도 나를 환히 비춰주는 맑은 거울들을 감사하게도 매일매일 만난다.참고로 학생들의 켄트지 속 아버지는 아쉽게도 소주병, 담배, 소파, 텔레비전 등으로 많이 그려졌다. 하지만 아버지가 끓여주는 심야의 라면, 검은색으로 물든 러닝셔츠, 끈 풀린 낡은 구두, 할머니께 입양된 아버지를 위한 커다란 하트도 있었다.

2019-06-24 02:3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정부 전체의 기강해이다

이쯤 되면 남북통일이 된 거나 진배없다. 그게 아니면 자유 왕래 정도는 실현된 것이다. 적어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말이다. 남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으니 하는 얘기다. '제집 드나들 듯'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지 싶다. "내레 북에서 왔수다. 서울에 있는 이모하고 통화하고 싶으니 손전화 좀 빌려주시라요."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선박을 처음 발견한 것은 주민들이었다. 그들 사이의 대화가 이랬을까. 사진을 보면 출동한 경찰도 북한 주민들과 한가로이 대화하고 있다. 국정원은 2명이 돌아가겠다고 하자 즉시 보내 주고 2명만 남았다고 한다. 이게 자유 왕래가 아니고 무엇인가.이번엔 '목선 귀순'이라 해야 하나. 이른바 '노크 귀순'에 이어 처음부터 끝까지 어이가 없는 사건이다. 이른바 '물샐 틈 없는' 경계망은 해상과 해안선에도 펼쳐져 있다. 고속정, 초계정 등과 해상초계기, 해군과 육군의 감시 레이더, 해안 경계 부대와 해경의 감시망까지. 그런데 알고 보니 구멍 뚫린 그물망이 아닌가. 출발부터 도착까지 우리의 어떤 감시망에도 북한 선박은 포착되지 않았다. 새벽에 항구로 유유히 들어오는 동안에도 아무런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백번 양보하여 통통배 수준의 작은 선박까지 식별하고 적발하는 것을 군의 임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자. 우리 어선들과 확연히 다른 북한 배가 유유히 항구에 들어오는 데도 적발 못한 책임은 군보다는 해경이나 해양수산부가 져야 한다. 그럼에도 왜 모든 질책을 군이 받고 있는 걸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함으로써 군 스스로 자초한 수난이라고 해야 한다.군의 처음 브리핑에 따르면 짐짓 별것 아닌 사건이었다. 삼척항 인근에서 표류하던 북한 선박을 우리 군이 발견하여 항구로 예인하였다는 식의 미담(?)이었다. 표류 중이었으니 선원들은 당연히 돌려보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일부가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말에 약간 의아했을 뿐이다. 군이 아닌 주민 신고가 있었고 배는 이미 삼척항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을 향한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변명은 또 다른 변명을 낳고 군이 뭇매를 맞는 상황이 되었다.군은 '경계 실패' 논란에 대해 파고가 높아서 작은 배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당일 평균 파고는 0.2m 내외에 불과했다는 지적에 거짓말이었음이 당장 드러났다. 장비가 좋지 않다는 말이 왜 안 나오나 했지만 여러 변명 끝에 결국 나왔다.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등이 있을 때마다 장비 탓으로 돌리며 막대한 세금을 들여 각종 장비를 보강한 바 있다. 허위 브리핑을 한 국방부를 감싸는 청와대의 변명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해경보고서를 보지 못해 혼선이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등 안보 관련 기관들과 모두 공유한 보고서를 국방부만 보지 못했다? 정부 부처 간 협조가 그만큼 허술함을 자인한 발언에 다름 아니다. 아직은 전가의 보도인 전 정권 탓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가장 책임을 통감해야 할 국방부 장관은 '문책'만을 강조한 사과문을 읽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해도 무탈한 법무부 장관에게서 영감을 받았나 싶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사과를 했다던가. 국정원의 태도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사진을 보면 북한 주민들은 깨끗한 차림이다. 며칠 동안 바다를 헤맨 사람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들의 말만 듣고 두 사람을 신속하게 돌려보냈다."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 군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경계 실패보다 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국민에 대한 허위 보고이다. 국민에 대한 허위 보고보다 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총체적으로 나사가 풀린 정부의 기강 해이다. 이제는 북한이라면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인가. 정부에 묻고 싶고 대답을 듣고 싶다.

2019-06-23 13:48:44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문학을 사랑하라!

소설이 안 읽히는 이유 중 하나는 뉴스가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허구(그럴듯하게 꾸민 일)보다 실제사건이 더욱 흥미진진하고 날마다 계속된다. 그 어이없고 끔찍하고 무서운 사건들에 대해서 '재미'나 '흥미진진한' 같은 표현을 써서는 안 될 테다. 그러나 그 사건들을 보도하는 미디어의 작태와 대중의 반응을 보면, 너무도 즐기는 듯하다. 어쩌면 그토록 소설보다 더 '허구'스러운 일이 실제 남발하는 까닭은 소설을 안 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문학 따위가 사람에게 무슨 필요가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문학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시나 소설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10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문학의 필요성을 인지하면 초중고에서 문학 교육을 하고, 문학에 최소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문학을 종교처럼 떠받들어 줄 것일 테다. 문학을 '긍휼히' 대우해주는 것이다.누가 생각하더라도 가장 먼저 태어난 예술은 미술, 음악, 무용일 것이다. 경험이나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서 그렸든 재미로 그냥 그렸든 동굴 벽화로부터 미술은 발전했을 테고, 신호이든 감정의 반영이든 노래로부터 음악은 성장했을 테고, 제의든 축제든 다 함께 어울리는 행위로부터 무용은 진보했을 테다. 인류가 문자를 만들어 내고서야 문학은 탄생할 수 있었다. 노래를 기록한 것에서 시가 나왔고, 공동체 행사 대본으로부터 희곡이 생성되었다. 시로는 담아 내가 벅찬 이야기들이 수필이 되었고, 비로소 소설이 되었다. 시와 수필과 희곡과 소설을 평가하는 비평이 나왔다.문학이 없었어도 인류는 별문제 없이 존재했을까? 아마도 문학이 없었다면 인류는 지금과 같은 긍정적인 사회를 이루기 힘들을 테다. 문학은 감정을 발달시킨다. 개별적인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해타산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한다. 하여 타자의 처지를 헤아리게 만든다. 존중하게 한다. 배려하게 한다. 또한 문학은 생각하게 만든다. 관념이 고정되지 않도록 문제를 제기한다. 불의와 싸우도록 한다. 모순을 파헤치도록 충동한다. 이 끝없는 감정과 생각 행위, 즉 문학은 대단한 정신노동이다. 인류역사에서 문학하는 자는 언제나 소수였고, 문학이 사회 제 분야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늘 유명무실했지만, 사실은 절대적인 균형추이거나 없으면 안 되는 심장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문학과 더불어 발달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동물의 무리에 지나지 않았을 테다.어느 시대나 일정 수준의 문학인(작가뿐만 아니라 문학을 애호하는 독자)은 존재한다. 어느 시대는 문학인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어느 시대는 급격히 상승한다. 경제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문학인이 많은 시대일수록 상식과 도덕이 통하는 사회일 테다. 문학인이 희박한 시대는 야만 사회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생각하는 훈련을 해본 적이 없는 이들과 감정을 조율할 줄 모르는 이들만 가득한 사회,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국어는 의당 가르쳐야겠지만, 국어 가르치듯이 문학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 문학을 자유롭게 감상하도록 이끌고 다각도로 느끼고 생각하는 방법을 도와주는 게 문학 교육이어야 한다. 평가의 조건으로,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지문으로, 오로지 하나의 해석만 가능한 것으로, 게다가 억지로, 이런 식으로 배우는 건 엉터리다. 그런 식으로 배우니까,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문학이라면 치를 떨고 거들떠도 안 보는 것이다. 시와 소설과 에세이와 희곡과 비평을 즐길 권리를 청춘들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면, 차라리 안 가르치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예컨대 문학을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문학을 접하고 자기에게 맞는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문학을 즐길 테다.감정지수가 0인 듯한, 상식이 아예 없는 듯한, 타인의 마음을 한 번도 헤아려본 적이 없는, 시나 소설을 읽고 감동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은 이들이 등장하는 파란만장한 뉴스는 우리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라.

2019-06-20 18:06:54

김계희 서양 화가

[광장] 천변의 노을

방과 후엔 언제나 학교 옥상에서 그림을 그렸다. 학교 뒤편 화조동(선산군 선산면)의 기와를 그리고, 기와에 드리운 감나무를 그리고, 그 뒤로 봄가을 달라지는 비봉산의 색을 그렸다.일요일 아침이면 그곳에 올라 매일 똑같은 산, 똑같은 지붕을 그렸다. 겨우 달라지는 게 있다면 산빛이거나 하늘빛이거나, 감꽃이 피거나 지는 모습이 다였는데도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 선생님은 매일 아침저녁 우리를 그곳으로 불렀다.계절이 바뀌면 버스를 타고 대회에 가고, 수선스레 분주한 도시의 선생님들 속에서 여전히 아무 말 없으신 선생님이 주신 카스텔라를 먹고, 다음 날이면 또 운동장에 남아 그림을 그렸다. 텅 빈 운동장에서, 그 삼 년 동안 나는 천 번이 넘게 지는 노을을 바라보았다. 노을의 끝에는 언제나 노랗게 물든 선생님이 앉아 계셨다. 나는 자라 어른이 된 후에도 선생님이 그때 무엇을 가르쳐 주셨는지 알지 못했다.훈련을 통하지 않고도 이미 영적인 존재들, 아이들의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노라면 그들의 언어가 어느 먼 아름다운 세계에서 오고 있음을 느끼곤 한다. 이미 창조를 그친 우리가 이토록 창조적인 그들에게 어떻게 별과 밤의 속삭임을, 그 아래 피어나는 백합의 지혜를, 바람이 나무에 들려주는 비밀의 말을, 서로 얼싸안고 공존하는 치열한 포옹을 가르칠 수 있을까?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말들과 도저히 떠올릴 수 없게 된 떠나온 세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까? 온종일 창조를 학습하느라 진정 창조할 여력이 없는 아이들이 창조하지 못하는 선생님에게 창조를 배우러 와서 묻는다."당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칠 건가요?"그럴 때면 나는 내 기억 속 마을을 떠올린다. 숲이 있고 냇물이 흐르고 멀리 강이 보이는 곳. 나무가 잎을 털기 전 무어라 속삭이는지, 텅 빈 운동장에 날리는 태극기가 어떻게 음악이 되고, 그날의 회화가 어떻게 먼 시간을 돌아 마음 깊은 곳에 힘으로 자리하는지 가르쳐 준 내 선생님의 천 번의 노을을 생각한다.우리는 거기에서 사철을 머물며 숲이 우수수 잎을 터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우리는 놀다가 놀다가, 매일매일 놀다가 지겨워 잠이 들것이다. 그리고 흰 눈 쌓인 어느 아침, 아이들은 헛간을 뒤져서 찾은 연장으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할 것이다. 나무를 자르고 못을 박고 철사를 구부리는 광경을 나는 멀리서 지켜볼 것이다. 비로소 미술과 과학이 창조되는 모습을, 토론과 배려와 협력이 드러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해거름 내리는 저녁, 우리의 썰매는 드디어 완성될 것이다.그 저녁, 겨울 강가에서 흠뻑 젖은 시린 무릎을 안고 돌아오는 길, 노을 가득 까마귀가 울고, 문득 나뭇잎 스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볼 때, 우리는 쌓인 흰 눈 속에 먹이를 찾아 내려온 고라니의 선연한 눈망울과 마주할 것이다. 우리의 삶을 이끌고 이끌 거룩한 비밀의 순간,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동화는 그렇게 탄생할 것이다.그곳에서라면 우리는 따로 미학을 배울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덕을, 사랑을, 경건한 예배를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삶을 거쳐 가끔은 외롭고 헐벗은 모습으로 헤매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을 다시 아름다움 속에 세워 놓을 수 있도록, 그날의 빛은 가슴 속에 고요히 뿌리내려 우리를 지켜 줄 것이다.김계희-그림책 화가

2019-06-20 15:20:47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금강을 건너며[도금강(渡錦江)] 윤종억

금강, 저 강물은 몹시도 시퍼런데 錦江江水碧於油(금강강수벽어유) 비 맞는 나그네 되어 나루터에 서 있다오 雨裡行人立渡頭(우리행인입도두) 젊은 날 온 세상을 건지려 했던 꿈이 初年濟世安民策(초년제세안민책) 작은 배로 강 건네주는 사공만도 못하구려 不及梢工一葉舟(불급초공일엽주) .그리하여 마침내 봄이 오면, 아버지의 쟁기질이 시작된다. 음지와 양지가 난데없이 뒤바뀌는 텅 빈 논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통쾌하여 속이 다 시원타. 하지만 저렇게 뒤집어서 이 넓은 세상을 언제 다 뒤집어엎는단 말인가. 그리하여 아들은 고향을 떠난다. 온 세상을 한꺼번에 왕창 뒤엎을 참으로 거대한 꿈을 꾸면서. 그러나 그렇게 떠난 아들들은 세상은커녕 한 마지기 논도 뒤엎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후회하기 일쑤다. 다산(茶山)의 제자 취록당(醉綠堂) 윤종억(尹鍾億:1788-1837), 그는 지금 금강 나루터에 우두커니 서 있다. 강을 건너기 위해 건너편에 있는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배 대신에 추적추적 빗님이 오신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속수무책으로 비를 맞고 서 있는 자신의 신세가 참 서글프다. 그래도 젊은 날엔 도탄에 빠진 세상을 구제하고 백성들을 편안케 하겠다는 큰 꿈을 품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은 강물 하나도 제 힘으로 건너지 못해 뱃사공의 신세를 져야 할 판이니, 뱃사공이 차라리 나보다 낫다. 그 푸르고 푸르던 내 꿈은 도대체 어디 갔나, 아아!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 전체를 죄다 바꾸겠다는 꿈을 가졌다/ 하지만 좀 더 나이가 들어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좀체 바뀌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므로 꿈을 약간 줄여/ 내가 살고 있는 나라라도 바꾸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그것도 역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이라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아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한 자리에 누워서야/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바꾸었더라면/ 그것을 보고 가족들이 바뀌었을 것을/ 거기에서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다 보면/ 세상 전체가 죄다 바뀌게 되었을지" 영국 웨스터민스터 대성당의 지하 묘지에 있다는 어느 주교의 묘비명이다. 세상을 건지려고 하기 이전에 나 자신부터 건져야 하는 건데, 후회는 늘 이렇게 너무 늦게 온다.

2019-06-20 15:07:40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 더불어 사는 길

출근길에 탈북의사가 라디오 앵커와 나누는 대담을 들은 적이 있다. 대담 중에 북한의 의료체계가 양⋅한방 협진 시스템이며 북한의 의사들은 양방과 한방 모두를 공부하고 진료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가? 아직 길이 먼 듯하다. 의료인들은 생명의 질병을 치료해서 그들을 고통으로부터 건져내는 사람을 말한다면 서로 도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는 게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일 것이니 반목질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양⋅한방을 전공한 나의 아들내외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인류 4대문명 중 3대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고, 서양이 중세 암흑시대 1,500년을 어둠 속에서 신음할 때 동양은 종이와 화약과 나침반을 만들어 서양에 전했다. 이와 같은 발명품이 있었기에 서양과학이 발달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할 수 있었고 서양의 산업혁명이 자릴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서양이 이루어놓은 근⋅현대 찬란한 과학문명이 동양으로 돌아와서 동양의 사회를 비롯해 경제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인류문명은 돌고 도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동서양을 구분하지 말고 하나의 세계로 봐서 문명을 읽어내고 발전시켜야할 것이다. 의술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동서양 의술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불치의 병을 함께 고민해야할 때라고 본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미국 내 대다수의 의과대학이 침술과 지압요법, 약초학과 같은 동양의 대체의학과정을 개설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선물인 전기를 만들어냈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발전기, 변압기, 모터를 발명했지만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고 인류에게 기부했다. 과학의 산물은 인류의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과학자로서 양⋅한방 의료인들께 한마디 드리고 싶다. 진단이나 치료에 사용되는 초음파, X-ray, MRI, LASER 등등은 과학자가 발명해서 질병치료를 위한 의료기기로 응용한 것들이니 이것들을 두루 활용해서 고통 받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 주시기 바란다. 사욕에 눈이 멀기보다 난치병에 도전하고 신음하는 환자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는 의료인이 되어주시기 바란다.더불어 사는 길이 시급한 것은 비단 이들 의료계뿐만이 아니다. 사업주와 노동자, 검찰과 경찰, 여당과 야당도 서로를 이해하려고 하는 마음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진정한 상생은 '사람이라는 삶이 힘든 존재와 더불어 산다'는 마음에서 나온다. 좁은 땅에서 서로 헐뜯고 죽이려 든다면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 제발 좀 더불어 살자.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6-20 11:19:23

남종경 대구가톨릭대학교 학생취업처 교직원

[기고] 지원으로 청년일자리 정책, 땜질에 불과

투입이 있으면 산출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이고, 세상살이 이치도 그렇다.투입과 산출의 결과가 항상 정비례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투입 요소에 걸맞은 산출 결과가 따라줘야 한다.서론이 길었다. 현 정부 일자리 상황을 말하기 위해서다. 참담하다. 2년간 일자리 예산 54조원을 투입하고도 '아니 퍼부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그 많던 국민 세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고용지표 개선도 없었다.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가 114만 명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 19년 만이다. 사상 최악의 실업자 수를 기록했다. 애꿎은 혈세만 줄줄 샜다. 정권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 설치를 홍보한 정부치고는 그 결과가 너무 초라하다.고용의 질도 나빠졌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의 일자리가 크게 줄고 정부 주도 재정 투입 성격의 공공일자리만 늘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사회를 외쳤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만 양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이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혁신 성장에 적합한 일자리 창출 방안은 여전히 암중모색이다.청년 실업난도 여전하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청년 취업률이 소폭 상승됐다고 하지만 청년들이 직접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그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악화됐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 지원과 대학일자리사업을 담당하는 필자로서는 무심히 읽고 지나칠 수 없는 소식이었다.한쪽에서는 청년일자리 지표의 개선과 고용 상황 호전을 말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고용 한파를 넘어 고용 참사라는 표현까지 언급하며, 청년 체감실업률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임을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현 상황이 청년이 희망을 말하고 꿈을 꾸고, 펼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아님은 부인할 수 없는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그동안 정부기관에서 청년일자리 정책에 쏟아부은 각종 청년수당과 지원금, 고용 장려금 등의 지원 정책이 과연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을까. 국민 세금으로 일시적인 일자리를 만들고, 대중소기업 간 급여 격차를 줄여주는 지원 방식이 과연 옳은 것인가.정책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것이 정책 운용의 묘미가 되어야 한다. 돈으로 만든 인위적인 일자리는 결국 돈 떨어지는 순간 끝이다. 유사한 사례들을 질리도록 봐왔다.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0여 년 동안 역대 정부가 내놓은 청년일자리 대책들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목표라면 청년일자리 대책만큼은 재탕, 삼탕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일자리, 결국 기업이 만든다.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 산업 환경, 경제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살리고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좋은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상식이다."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어떻게든 불행하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톨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시대다. 세계 각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혈안이다. 일자리 대책, 근본적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

2019-06-20 11:15:05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 진화와 퇴화

몇 주 전 '지금의 이유와 의미' 라는 제목의 원고에 '생각이 방향이 되고 방향대로 생각한다' 는 글귀를 적었었다. 아이와 가정에 집중하며 환경을 바꾸고자 마음먹었고 그렇게 변화하는 시기를 겪으며 주된 관심이나 일상,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 대부분 역시 그 환경에 맞추어 지는 것을 보며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보는 기술은 날이 갈수록 는다. 여유도 있어지고 아이가 차차 커나가면서 필요할 것들에 대해 찾아보고 고민하는 시간도 많아진다. 한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렇게 늘어가는 새로운 스킬만큼 어쩐 일인지 무대에 대한 용기는 줄어들고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공연과 복귀를 신경 쓸 여유가 많지 않음을 느낀다. 그렇게 어느 한 부분은 진해지고 다른 부분은 옅어지고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끼며 씁쓸함이 밀려오다가 아이의 웃음 한번에 싹 하고 사라지고 만다.나의 이런 마음을 읽은 지인이 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사람이 자주 쓰는 근육이 발달하고 쓰지 않는 부위가 둔화하듯이 감정이나 사고방식도 그런 류의 진화와 퇴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계속해서 자주 사용하고 진화시켜야 할 마음가짐이나 감정은 어떤 것 이여야 하며 퇴화되어야 할 감정 같은 것은 어떤 것 이여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억지로라도 건강한 마음의 근육을 움직여 보자.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인 진화와 뒤로 물러선다는 의미인 퇴화의 공통된 점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지인의 이야기 속 진화와 퇴화는 환경의 문제가 아니었다. 몸의 저항을 활용한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듯 의도치 않게 옅어져가는 마음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고 바라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며 마음먹을 수 있도록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자는 것이다.나에게 퇴화가 필요한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위축되고 조급한 마음, 확신 없는 마음. 이따금 나를 흔드는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퇴화를 위한 훈련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딱히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인지하는 것, 알고 있기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진화는 도전이다. 도전하지 않는다면 낮선 환경을 만날 일도 적어질 것이고 낮선 환경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발전의 기회와 변화의 계기를 만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나에게 육아뿐만 아니라 글쓰기는 도전을 요하는 새로운 환경과 같았다. 주제를 정하게 위해 매사에 매모하고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글을 다듬고, 새로운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이제껏 미처 보지 못했던 남다른 시각 갖기, 보다 깊은 사고하기를 실천하기도 한다.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진화와 퇴화를 인지하고 잃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라지는 것에는 응원과 단련을, 반대의 것에는 잘 정돈하여 두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6-20 10:23:06

4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제주도 해수욕장은 코발트빛 푸른 바다와 야간에 펼쳐지는 매력적인 밤바다 등 다양한 특색과 매력으로 올 여름을 준비한다.

[신팔도유람] 무더운 여름, 각양각색의 제주 해수욕장을 즐겨보자

때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해수욕장 개장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제주는 4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각 해수욕장마다 다양한 특색과 함께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올여름을 준비하고 있다.검은색 현무암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코발트빛 푸른 바다와 야간에 펼쳐지는 매력적인 밤바다 등 올여름은 제주 해수욕장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은 어떨까. ▲22일부터 제주 해수욕장 개장제주지역 해수욕장들은 22일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우선 이달 22일 협재와 금능, 이호, 함덕, 곽지 등 5개 해수욕장이 개장된다.이어 다음달 1일에는 삼양과 김녕, 신양, 표선, 중문, 화순 등 6개 해수욕장이 개장해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해수욕장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지만 협재와 이호, 삼양, 함덕 등 해수욕장 4곳은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야간에도 개장된다.▲가족단위 피서객에 안성맞춤 '함덕해수욕장'함덕해수욕장은 고운 백사장과 얕은 바다 속 패사층이 만들어내는 푸른 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시내버스가 운행되면서 관광객뿐만 아니라 제주도민도 즐겨 찾는 대표 해수욕장 중 하나다.특히 수심이 어른 허리에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얕고 백사장 주변 커다란 현무암 바위가 바람을 막아주면서 수면이 잔잔해 가족단위 피서객이 즐기기에 좋다. ▲백사장 대신 검은 모래가 펼쳐진 '삼양해수욕장'흔히들 해수욕장하면 넓게 펼쳐진 백사장을 떠올리게 되지만 삼양해수욕장은 햇빛에 반짝이는 백사장이 아닌 철분이 함유된 검은 모래가 펼쳐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이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신경통과 관절염, 피부염 등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지면서 매년 여름철이면 시원한 해수욕과 함께 모래찜질을 즐기기 위한 도민과 피서객들로 북적인다. ▲은모래와 코발트빛 바다가 절경 '협재해수욕장'제주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손꼽히는 협재해수욕장은 조개껍질이 섞인 은모래와 제주 특유의 코발트 빛 바다가 펼쳐지며 마치 해외로 온 듯한 이색적인 절경을 즐길 수 있다.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기 때문에 수영 초보자에게도 알맞은 해수욕장이며 주위에 소나무 숲과 잔디가 있어 캠핑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야경이 아름다운 '이호해수욕장'이호해수욕장은 제주지역 해수욕장 중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시내관광 중 잠시 들러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또 밤바다와 제주시의 야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등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해 밤 정취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시원한 용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곽지해수욕장'곽지해수욕장은 길이 350m, 폭 70m의 백사장과 평균 수심 1.5m의 해수욕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해수욕장으로 물이 유난히 맑고 모래 속에서 시원한 용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조개가 많아 해수욕과 함께 조개잡이도 즐길 수 있으며,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면 현무암 조각들과 절묘한 생김새의 화산절벽도 감상할 수 있다. ▲환상적인 비양도 낙조 '금능해수욕장'넓은 백사장과 투명한 코발트 빛 바다를 갖고 있는 금능해수욕장은 저녁 무렵 붉게 물든 비양도 저편으로 해가 내려앉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주변에 야영장이 있는 데다 바다에 물이 빠지면 넓은 백사장이 이어지는 만큼 어린이가 있는 가족단위 피서지로 이용하기에 좋다. ▲해변과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김녕해수욕장'김녕해수욕장은 자그마한 백사장에 깔린 부드러운 모래와 푸른빛의 맑은 바다, 주변의 기암절벽이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연출된다.특히 해수욕과 함께 갓돔, 노래미돔 등을 낚을 수 있는 갯바위 낚시는 물론 윈드서핑과 수상스키 등 레져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해양스포츠의 요람 '신양해수욕장'신양해수욕장은 전국 윈드서핑 선수권대회가 열릴 만큼 해양스포츠의 요람으로 제주의 다른 해수욕장보다 덜 알려지면서 상대적으로 한적한 편이다.바닥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수심이 얕으며 파도가 직접 들이치지 않아 아이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붉은 화산송이로 이뤄진 해안을 산책하다 보면 해수면의 높이에 따라 물속에 잠겼다가 드러나는 기암괴석의 절경을 맛볼 수 있다. ▲관광명소와 함께 즐기는 '표선해수욕장'둥그런 호수 같은 모양으로 썰물 때면 백사장이 원형으로 드러나는 표선해수욕장은 모래가 곱고 부드러워 모래찜질을 하면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해수욕장 남쪽에는 포구와 갯바위 낚시터가 있어 싱싱한 어패류와 회 등을 맛볼 수 있으며, 주변에 성읍민속마을과 섭지코지 등 관광명소가 많아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네 가지 색을 띤 모래와 검은 돌의 조화 '중문해수욕장'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중문관광단지에 위치한 중문해수욕장은 흑색과 백색, 적색, 회색의 네 가지 색을 띈 모래와 백사장 뒤로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제주 특유의 검은 돌이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물살이 조금 거친 편으로 어린이들은 조심해야 하지만 윈드서핑을 즐기기에 좋다. ▲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화순해수욕장'화순해수욕장은 검은색을 띈 고운 모래와 한라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바닷가에서 샘솟는 용천수가 있어 제주에서는 드물게 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특히 담수수영장과 워터슬라이드 시설을 갖추고 있어 관광객과 도민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주변에 제주조각공원과 난대수종의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안덕계곡, 하멜기념비 등 볼거리가 많고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도 볼 수 있다.한국지방신문협회 제주신보 김두영 기자

2019-06-19 18:00:00

임성호 한의원 원장

[임성호의 매일보감] 한의학 한류

우리나라 한의학(韓醫學)은 중국의 전통 의학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조선시대 이후 독자적인 발전의 길을 걷는다. 특히 동의보감이 완성되면서 청나라의 온병학(溫病學), 중서회통의학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후 사암도인의 사암침법, 이제마의 사상의학, 이규준의 부양론, 지산의 형상의학 출현으로 중국의 '변증론치'에 대비되는 한류 한의학의 고유한 부분으로 발전, 계승되고 있다.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한의사 제도가 사라져 한의학이 고사 위기에 있었지만, 현재는 의사들이 한방을 공부해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관심은 주로 한방약이고 전체 의사의 74%가량이 한방 처방(보험 적용이 되는 진액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은 산부인과, 피부과에서 비율이 높다고 한다. 이들은 정기신혈(精氣神血) 이론보다 독특한 기혈수(氣血水) 이론에 바탕을 두고 특정 질환에 묶어서 처방하는 탕증을 강조해서 진료의 질이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중국은 공산화 이후, 국가 정책으로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결합을 주창하고 엄청난 투자와 제도 개선을 이루어 중서 결합 의사가 2만여 명이 넘어서며 중의학이 서양의학적 진찰이나 진단기기 사용에 어떠한 제약도 주지 않고 있다.제도적으로 한의사 제도가 사라진 일본과 공산화와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실용주의적으로 재편된 중국에서도 한의학 특유의 장점이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한의학이 대중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어 동양 철학과 전통 의학의 정신이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다른 국가들은 새로운 치료 영역과 시장의 확대를 목표로 한의학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비교 우위에 있는 한의학에 대한 제도적인 장벽을 없애고 과감한 투자로 한의학 한류를 일으켜야 할 것이다.

2019-06-19 18:00:00

말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사진 제공: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대기업 광고 만드는 동네 백수

"10년 고생한 사람은 10년 버틸 힘을 얻고, 20년 고생한 사람은 20년 버틸 힘을 얻습니다."그 말이 나를 버티게 했다. 10년 전 필자는 백수였지만 '10년, 20년 버틸 힘을 얻고 있구나'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돌이켜보면 보이지 않기에 두려워했던 거 같다. 미래에 다가올 행복을 우리는 알 수 없으니 현재의 불행에 두려워했었다. 하지만 문장이 있으면 왠지 두렵지 않았다. 그때부터 문장 수집이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필자의 방이 온통 글로 도배가 되었다. 매일 아침 대구 동성로에 있는 2.28 공원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혼자서 광고를 만들었다. 미국 학교처럼 선생님은 안 계셨지만 혼자서 수업을 이어간 것이다. 매일 브랜드를 정해 새로운 광고를 만들었다. 오늘은 애플, 내일은 나이키, 모레는 삼성. 이런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만들고 회사에 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대기업 광고를 만들 때는 적어도 백수가 아니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때는 유학 실패자가 아니었다. 백수 아들이 아니었다. 그렇게 스스로 위로하며 하루하루 버텨나갔다. 연필 한 자루, 노트 한 권만 있으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광고에 집착했다.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는지 필자의 광고를 본 기업에서 답장이 왔다. 딱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바로 나이키였다. '당신이 만든 광고를 잘 봤지만, 우리는 이미 계약된 광고 에이전시가 있다. 당신의 앞길에 건승을 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 짧은 이메일의 감동은 엄청났다. '세상에! 내가 나이키로부터 답장을 받다니! 그것도 내 광고를 봐줬다니!''나는 이미 대기업 광고를 만들고 있구나. 나도 남부럽지 않은 광고인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으로 느껴보는 성취감이었다.나의 현실은 실패한 백수였지만 상황을 반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부정적인 상황 속에 긍정을 끌어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나이키에서 온 거절 메일 한 통이 내겐 인생의 반전과도 같았다. 내 광고에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그것이 거절인지 승낙인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대기업의 광고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반전이었다.'느리게 걷더라도 이렇게 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수지만 내 삶을 사랑하지 않는 백수는 아니었다. 아침에 눈 떠서 매일 공원으로 출근해서 온종일 광고 만들고 밤이 되어서야 혼자 하는 수업이 끝났으니 충분히 나를 사랑하는 삶이었다.이 글을 읽는 독자도 10년 전 필자만큼 불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업하는 이들은 IMF 이후 체감 경기가 가장 얼어붙어 있다고 한다. 직장인들에겐 월급날은 급여가 잠시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날에 불과하다. 너도 나도 어렵다고 아우성이다.이 불경기를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말과 글의 힘을 믿어보자. 긍정적인 말을 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자. 그렇게 마음을 토해내자.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은 물론이요, 언젠가 유능한 카피라이터가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6-19 14:16:51

[종교칼럼] 섬돌 위에 신발을 벗듯이

아침 햇빛이 드리운 들녘에 개망초 흰 꽃 무리가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나무와 풀들은 무성하고 뿌리는 깊어진다. 아침에 밭에 나가 호미를 들고 풀을 뽑으며 하늘을 올려본다. 흰 구름이 푸른 하늘을 유유히 흘러간다. 흙을 만지며 밭을 정리한다. 유기농으로 키운 채소를 뜯어 상에 올린다. 식자재가 오염에서 벗어나니 먹거리가 맑다. 몸도 맑아진다. 농부들은 모심기를 마치고 뜨거운 태양 아래 성장과 결실을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한 해 중 해가 가장 긴 하지가 지나면 감자를 캐고 수확의 기쁨을 얻는다. 스스로 모종하고 김을 매고 거두는 결실에 만족과 기쁨이 넘친다.만족과 기쁨이 어디 농사뿐이겠는가? 생활과 사회 전반으로 그 행위가 연결되는 것이기에 농자는 그 이치를 공유하라고 한다.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하지 않는가? 농사에도 농부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하늘의 도리와 땅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밭농사, 논농사도 이러한데 자식농사야 더 말할 것도 없다. 부모들도 자연에서 지혜를 배워야 한다.출가자들이 스승으로부터 제일 먼저 배우는 일은 섬돌 위에 가지런히 신발 벗는 일이다. 그 무엇을 가지런히 하려면 마음이 들떠서는 해낼 수 없다. 마음을 모으고 의식이 행위를 따라가야 한다. 벗어놓고 뒤를 돌아보며 확인한 다음에 안으로 들어간다. 수백 명이 모여 생활하는 큰 절에는 신발을 정리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한결같이 반듯하고 가지런하다.신발을 벗을 때 제 자리에 놓았는지, 나갈 때 바로 신을 수 있게 놓았는지 살피는 것이 수행 규칙의 하나다. 반듯하게 신발을 벗는 마음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곳곳으로 연결된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으로 봉사하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 곳으로, 직장과 거친 삶의 일터로, 모두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사회로 연결되기에 하나에서 전체를 본다. 도둑도 남의 집에 들어설 때 신발을 먼저 본다는 말이 있다. 신발이 가지런히 잘 정리되어 있으면 그냥 간다고 한다. 다실에 들어갈 때 신발을 가지런히 하면 상품 차를 대접 받는다."발밑을 잘 살펴라." 조고각하(照顧脚下)는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선화(禪話)에 나오는 화두(話頭)다. 훌륭한 삶의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마음자리를 알아가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이웃에게 끝없이 베푸는 자비의 실천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지금 네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잘 살피고 통찰하라는 뜻이다. 탐욕이 분노로 분노가 어리석음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삶의 과정이나 사업의 길은 어두운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주어진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제대로 보고 상황을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들의 가장 주요한 덕목이다. 발밑의 문제는 본원적 출발점이면서 해결책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과 국정 운영자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한다. 국가 위상은 떨어지고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언제까지 적폐몰이만 할 것인가?6·25전쟁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젊음을 바친 거룩한 호국 영령들 앞에서 김원봉을 추어올려 갈등을 부추긴다. 국론 분열과 이념 갈등을 일으키는 일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매번 허둥대는 문재인 정부에 자신의 발밑이 만신창이가 된 국내 상황을 먼저 점검해 보라고 하고 싶다.

2019-06-19 14:02:36

종이에 수묵, 17.4×54㎝, 간송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김정희(1786~1856)지란병분

김정희는 우람한 영지와 날렵한 난초꽃을 짙고 옅은 먹으로 그리고 "지초와 난초가 향기를 함께 하다"는 지란병분(芝蘭竝芬)으로 화제를 썼다. 그림과 화제의 주제는 모두 우정이다. 왼쪽에 공간을 남겨 둔 것은 처음부터 친구 권돈인과 함께 이 부채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권돈인 또한 인생이 비록 백 년이라도 우정은 끊어질 수 없고, 지란이 시들어 없어지더라도 그 향기는 잊을 수 없다고 화답했다. 그들의 우정은 이 작품으로도 남았다. 권돈인이 3살 많았다. 김정희와 권돈인이 모두 작고한 후 이 부채를 본 이하응, 홍우길이 이들의 우정에 공감하는 글을 써 넣었다. 이하응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이고, 홍우길은 벽초 홍명희의 증조부이다. 4명이 이 부채를 함께 완성한 것이다.그림부채인지, 글씨부채인지 애매해 보이는 이 작품은 문인(文人) 예술의 한 전형이다. 문인은 '문(文)'을 하는 또는 문이 있는 사람인데, 문은 문자, 문장, 문학, 학문 등 어떤 한 단어로 대응해 번역하기 좀 어렵다. 한문 고전을 익힌 학식을 바탕으로 글도 잘 짓고, 글씨도 잘 썼던 지식인을 문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문인은 정치가이자 관료로서 또는 그 예비자이거나 은퇴자로서 지도자를 돕고 국민을 이롭게 하는 치군택민(致君澤民)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였다.문인들에게 시서화는 수양의 지표이자, 자아 표현의 수단이었고, 소통하고 교류하는 매개체이기도 했다. 마음을 담아 선물하며 주고받기도 하고, 감상을 써 넣고 인장을 찍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기념물로 남기며 동류의식을 나타냈다.그래서 문인의 그림인 '문인화'는 화제와 글씨가 그림만큼 비중이 크고, 마음이 일어나게 된 계기가 작품만큼 중요하다. 평소 공부하며 늘 짓고 썼던 글과 글씨가 그림보다 익숙했기 때문이고, 주문을 받아 그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감흥에 따라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그림처럼 때로 주객이 전도되기도 한다. 사실은 그렇게 될 때 문인화는 더 의미가 깊어지고, 가치가 높아진다. '세한도'도 그렇고, '불이선란'도 그렇다.문인화는 친구 사이이건, 사제 사이이건 우정이라는 그들의 스토리가 글과 글씨와 그림으로 융합된 종합물이다. 사람과 사람살이와 예술이 일치된 인문 예술인 것이다. '세한도'에서 오경석을, '불이선란'에서 달준과 오규일을, '지란병분'에서 권돈인과의 우정을 배제한다면 그 의미와 가치가 반감될 것이다. 문인화는 함께 향기로움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06-19 13:43:55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기타와 하모니카와 김광석

"그녀가 처음 울던 날/그녀에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 같애/그녀만 바라보면 언제나 따뜻한 봄날이었지/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아무리 괴로워도 웃던 그녀가 처음으로 눈물 흘리던 날/내 가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 내 가슴 내 가슴 답답했는데/이젠 더 볼 수가 없네 그녀의 웃는 모습을/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 내 곁을 떠나갔다네"-'그녀가 처음 울던 날', 김광석의 기타와 하모니카 반주와 노래.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난 김광석은 어릴 때 바이올린으로 시작해서 성인이 되어서는 기타와 하모니카로 반주하며 노래 부르는 가객(歌客)이 되었다. 그는 '노래 찾는 사람들(노찾사)'과 운동권 활동을 하며 음악을 했으니 오래 살았으면 요즘 추세로 볼 때 밥 딜런에 이어 또 다른 노벨문학상을 탓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의 하모니카는 호네사의 블르스 하프(다이아 토닉)였으며 약 30여곡이 기타와 하모니카로 반주되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일어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은 불후의 명작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최초로 하모니카를 발명한 사람은 아코디언의 발명가로도 알려진 '크리스천 부시만'이라는 독일인 악기 제작자인데, 사실 비슷한 시기에 하모니카처럼 입으로 부는 리드가 달린 악기를 만든 이들이 많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고, 오히려 최초로 (1857년) 하모니카를 양산한 사람인 독일의 시계공인 '마티아스 호너'를 하모니카의 원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호너는 지금도 세계적인 하모니카 제조사이다. 하모니카는 어떤 악기도 따라올 수 없는 휴대성과 편리한 사용법 덕분에, 군용 악기로도 애용되었다.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남군과 북군 병영 모두에서 병사들이 부는 구슬픈 하모니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2차 대전 때 미군 병사들에게 수많은 하모니카를 지급한 나머지 하모니카의 재료인 동판과 목재가 부족할 정도였다고 한다.미국 서부극영화에서도 총잡이들이 들고 다니면서 연주하거나 배경음악으로 많이 깔린다. 하모니카는 '쥬스 하프'와 더불어 서부극의 상징과도 같은 악기다. 영화 음악의 대가인 '엔니오 모니코네'도 60년대부터 이탈리아에서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 주제곡에 하모니카를 많이 사용하였다. 60년대 '리오 부라보'에서 딘 마틴과 리키 넬슨이 주제곡 '에마와 소총과 나"를 주거니 받거니 노래할 때 영감으로 나오는 월터 브레넌의 하모니카 반주 장면은 영원한 서부영화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일 것이다. 그외 '서부의 한때(Once upon a time in western)'에서 주인공 찰스 브론슨이 부는 음산한 하모니카곡 또한 명작이다. 웨스턴에서 영향을 받은 80년대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의 주제가 전주도 하모니카 곡이다.일본을 필두로 한국, 중화권 등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하모니카 국이다. 국내에서도 학교, 학원, 문화센터, 관공서 등에서 흔히 다루는 물건이고 어릴 적 음악 시간에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배워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처음 도입한 일본에서 원본의 음 배열을 변경하여 저음부의 멜로디를 불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반음 하모니카와 마이너 하모니카를 개발하고 3도, 5도, 8도의 중음 주법, 그 응용인 분산화음 주법, 만돌린 주법, 비브라토 주법 등을 창안하여 트레몰로 하모니카의 신기원을 열었다. 따라서 트레몰로 하모니카의 경우 반드시 국산(미화)이나 일제(톰보)를 구입해야 한다. 호너 같은 독일제를 구입했다 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음 배열이 다르기 때문이다. 상술한 것처럼 현재 한국인이 접하는 트레몰로 하모니카는 일본에서 정립한 모델로 아시아에 광범위하게 퍼져서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각 종 주법들도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 많다. 서구권에서는 트레몰로 하모니카를 아예 아시안 하모니카라고 부를 정도로 아시아에서 발전된 물건이라는 이야기이다. 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6-19 11: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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