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안동을 걷다, 먹다] 10. ‘임청각’과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을 걷다, 먹다] 10. ‘임청각’과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 살기 시작했다. 서울이나 대구 등 대도시에 비해 안동에 사니 편안하다. 안동은 좋다. 날마다 안동을 걷고 안동음식을 먹는다.익숙한 그것들이 어느 날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동의 주름살이 보이기 시작했고 안동이 속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동국시와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혹은 헛제사밥의 심심한 내력도 내 귀에 속삭거리기 시작했다.무심했던 안동에 대한 내 시선이 한결 부드러워졌고 투박한 내 입맛도 호사스럽게 안동을 먹게 됐다.안동에 대한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그냥 안동이야기다.◆정신문화의 수도대구에서 안동으로 들어가다 보면 초입인 남선 고갯길 4차선 도로를 가로막고 세운 거대한 관문을 만난다. 이 문에는 '남례문'(南禮門)이라는 현판아래 녹색바탕에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우리나라 수도는 서울이지만 정신문화의 수도는 안동이라는 의미일 것이다.남례문 말고도 안동으로 들고나는 동서남북 4곳의 길목에는 모두 이런 관문이 세워져 있다. 조선시대 한양(서울)에 흥인지문(동대문)과 돈의문(서대문), 숭례문(남대문), 홍지문(북대문) 등 4대문이 있었지만 안동에는 하나 더 보태 5대문(門)이다. 유교의 5대 덕목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상징화한 문으로, 동인문(東仁門)·서의문(西義門)·남례문(南禮門)·홍지문(弘智門)·도신문(陶信門)이 그것이다.이 문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순간, 안동이 조금 더 무겁게 다가왔다. 퇴계학의 본향에다 오래된 종가 고택들이 안동시내 어디에나 산재하고 선비의 기개나 예의범절이 압도하는 도시, 혹은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 의성 김씨 등 3대 권문세가(權門勢家)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는 소문이 안동을 정신문화의 수도가 아니라 고리타분하고 뭔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은 낡은 도시의 이미지로 추락시킨다.안동은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고도 불린다. 공자의 고향인 노(魯)나라와 맹자의 고향인 추(鄒)나라 등 '공맹'(孔孟)을 망라한 유교문화의 원형을 제대로 계승발전하고 있는 유일한 도시라는 의미다. 조선시대 정조가 퇴계 선생 치제문에서 '추로지향'이라고 치하한 적이 있고, 공자의 77세손인 공덕성(孔德成) 선생이 1980년 도산서원을 방문, '추로지향'이라는 휘호를 적기도 했다.21세기에 공자와 맹자 운운하면서 중국도 파괴해버린 유교문화의 본향으로 인정받고 있는 안동이 어떻게 우리 정신문화의 수도를 자처하게 된 것일까 의아했다.◆임청각안동을 다시 걸었다.안동역에서 안동댐이 있는 방향으로 한참을 걷다가 용상동이나 임하방면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속 직진하게 되면 월영교가는 방향이다. 철길 때문에 생긴 굴레방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가면 철길 아래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보행길목이 보인다. '임청각'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그냥 강변길로 걸어간다면 철길 가림방음벽에 가려져서 임청각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치게 된다.'임청각'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다.항일 독립운동의 산실처럼 여겨지는 임청각은 그렇게 강변에서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도록 불편하게 숨겨져 있다. 보물 제 182호이자 국가보훈처가 지정한 현충시설이기도 하지만 일제가 '불령선인'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는 이유로 중앙선 철로를 놓으면서 99칸 집을 허물어 60칸만 남긴 채 그 자리에 있다.임청각 앞에 철도 방음벽에는 "나라를 잃기는 쉽지만 나라를 되찾기는 백배 천배 더 어렵다"는 석주 선생의 불호령이 걸려있어 마음이 아릿했다.독립운동의 본산, 안동.그랬다. 안동을 우리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랑하는 건 오래된 전통과 문화를 지키면서 공동체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비정신을 실천한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본산이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임청각으로 들어섰다. 코로나19바이러스로 인해 지금은 군자정과 사랑채 그리고 우물이 있는 안뜰 정도만 둘러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후 몇 번이나 임청각을 찾았고 2017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대한민국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상징하는 공간'이라고 격찬할 정도로 '임청각팬'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선가 대청마루엔 문 대통령이 방문한 사진도 걸려있다.임청각에 들어서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군자정'은 학문을 탐구하는 수양공간이자 동시에 손님을 맞이하는 접빈(接賓)의 사랑방역할을 동시에 했다. 군자정과 사당 사이에는 정방형의 연못이 있다. 초겨울 햇살이 비친 연못주변에는 떨어진 모과가 은은하게 고택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임청각은 1519년 낙향한 이명이 건축했고 1767년 이종악이 고쳐지었다. 무려 500년이 지난 고성 이씨 종택이다. 우물 옆 사당에는 조상의 신주나 위패가 없다. 석주 선생이 독립운동을 위해 만주로 떠나면서 '나라를 찾지 못하면 가문도 의미가 없다'며 조상의 신주를 모두 땅에 파묻어버렸다. 종가의 종손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나라없는 종가와 종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사랑채에 걸린 작은 '태극기'가 겨울햇살을 받아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공자와 맹자는 시렁 위에 얹어 두고 나라를 되찾은 뒤에 읽어도 늦지 않다.'공맹은 물론이고 오백여년 내려온 조상의 신위도 땅에 묻고 가산을 정리해서 50여가구의 식솔들을 이끌고 만주로 떠난 석주. 그 때가 경술국치 다음 해인 1911년 1월6일이었다.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잇달아 개설한 석주는 평생을 독립운동에 헌신했다.임청각은 석주선생이 만주에서 순국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반 동강이 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으로 독립운동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석주와 그 가족들의 독립투쟁 의지를 꺾겠다며 일제는 중앙선(청량리-경주) 철도를 개설하면서 철길을 만들면서 임청각을 허물고 가로지르는 철로 공사를 강행했다. 당시로서는 강변을 따라 철길을 놓은 것이 가장 쉬운 공사이기도 했겠지만 임청각을 허물어 독립운동에 나선 명문가의 기를 꺾어놓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더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이달 말 안동역사가 버스터미널 옆 송현동으로 이전하게 되면 철로이설공사도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다. 그러면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임청각 복원사업'도 본 궤도에 올라 철길 가림막과 방음벽이 철거될 것이다. 얼마 후에는 철길이 나기 전 본래의 임청각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내앞(川前)마을'은 독립운동의 또 다른 산실이다. 안동 시내에서 안동대를 지나 임하방면으로 가다가 만나는 강이 봉화에서 발원한 반변천이다. 임하댐을 거쳐 내려 온 강줄기 언저리에 자리잡은 유서깊은 마을이 의성 김씨 집성촌이 내앞 마을이다.내앞은 천전(川前)의 한글 이름. 내앞마을은 석주 선생과 함께 만주로 가서 독립운동에 헌신한 김동삼의 생가가 있고, 협동학교 설립지 및 백하 김대락선생의 생가 '백하구려'도 잘 보존돼있는 살아있는 독립운동의 산실이다.내앞마을에 있는 옛 협동학교 자리에는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2007년 안동출신 독립운동가들의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건립했다가 2014년 경북독립운동기념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안동에서도 이 내앞마을이 독립운동의 실제 중심지였고 협동학교 등 독립운동의 산실이기 때문에 이곳에 기념관을 건립한 것이다. 전시실에서 만난 6.10만세운동을 이끈 막난 권오설 선생의 벌겋게 녹슨 '철제관'은 당시 일제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박해가 얼마나 잔혹했는지를 드러내준다. 사회주의계열의 노동운동가이자 독립운동가인 권오설은 체포돼서 고문을 당하다가 옥사했다. 일제는 고문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철관을 사용했고 심지어 용접까지 했다. 영혼까지 관속에 가두려한 것이다.임청각과 내앞마을까지 다녀오고서야 왜 안동이 우리 정신문화의 수도여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나라 잃은 서러움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저항하고 깨어나서 행동하는 애국자들이 안동에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었다.1894년 갑오의병(甲午義兵)에서 1945년 안동농림학교(安東農林學校) 학생항일운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애국지사인들이 독립운동에 목숨을 바쳤다. 2005년 국가보훈처에 등록된 독립운동유공자 700명 중에서 안동출신이 무려 277명에 이르고 독립운동을 이끈 지도자들의 30%가 안동출신이었다는 독립운동사 자료를 보면 안동은 고마운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0-12-05 09:55:36

[광장] 건강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광장] 건강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사람은 옷을 더 입고 불을 때면서 추위를 준비하지만, 나무는 가진 것을 줄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주위 자원을 이용하지만 나무는 스스로 해결한다. 이런 차이는 추위를 견디는 방법만이 아니라 생존 방식도 그렇다.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살아간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공기 중의 산소를 햇빛의 작용으로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든다. 동물은 스스로 살지 못하고 밖에서 영양분을 취해야 한다. 풀만 먹는 초식동물이 있고, 풀을 먹고 자란 동물만 먹는 육식동물이 있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식물이 지구의 중심이다. 식물이 없으면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이끼부터 시작한 식물은 지구의 시작인 45억 년 전부터 살아왔지만, 동물은 5억 년 전에 나타났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은 식물에 배워야 하는 이유다.나의 이런 결론은 작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마당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 생각하다가 회화나무를 떠올렸다. 과거 유적지 답사를 다니면 선비들 집에는 공부방 앞에 회화나무가 보였다. 아이들 회초리 만드는 나무라도 얘기도 있었고, 하여튼 선비 집에 있어야 할 나무라는 기억은 남아 있었다. 8년 전 평생 환자들을 보고 싶어서 한옥으로 병원을 지으면서 자연히 떠올린 나무였다. 줄기가 곧고 색깔도 품위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도시 작은 마당에 심을 나무는 아니었다. 키가 거의 10m는 넘게 자라는 큰 나무였다.그런데 식물은 어떻게 스스로 살아가는지 관찰하다가 의문이 들었다. 나무가 광합성을 하기 위해 땅에서 물을 흡수하면, 뿌리에서 10m 높이의 잎까지 어떻게 물을 끌어 올릴까 궁금했다. 뿌리에서 밀어 올릴까? 잎에서 끌어 올릴까? 만약 인간에게 이런 문제가 주어진다면 해결은 아주 간단하다. 모터로 물을 끌어 올리면 된다. 전기 에너지를 쓰고 항상 웅웅거리는 소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식물은? 그냥 자연의 원리-표면장력을 이용해서 잎에서 조용히 물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수십 미터 높이로.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들도 바쁘다. 남는 당은 뿌리나 열매로 저장을 하고 잎은 물을 최소로 끌어 올린다. 겨울 동안 물이 얼어버리면 세포가 파괴되고 식물은 죽기 때문이다. 수분을 점차 잃은 잎은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기온이 좋을 때는 자연 현상을 이용해서 잎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겨울이 되면 불필요한 부분을 몸에서 떨구고 추위를 견뎌 낸다. 식물이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바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움츠리는 것이다.연약한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 남은 것은 놀라운 적응 능력 때문이다. 의사로서 중요한 문제점만 해결하고 지켜보면 몸은 저절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최종적인 수단으로 남겨 두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사람들은 항상 좋은 것을 찾아다닌다. 중년이 지나면 비타민을 포함한 건강 보충제를 챙겨 먹는다. 암이나 난치병이 걸리면 숨겨진 좋은 것이 없는지 궁금해 한다. 열이 나고 몸살을 앓고 드러누우면 무언가라도 먹어야 힘을 차린다고 귀한 것을 차려 준다. 설사를 하고 배탈을 앓으면 죽이라도 먹인다.하지만 나는 좋은 것을 찾지 말고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열이 나고 감기 들면 푹 쉬자.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면 굶자. 나는 몇 년에 한 번은 지독한 몸살을 한다. 그때는 며칠이고 잠만 잔다.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렇게 쉬고 나면 몸은 날아갈 듯이 개운하다.건강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다.

2020-12-04 15:51:14

[기고]가을이 불러온 안전 불감증

[기고]가을이 불러온 안전 불감증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여러 가지로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마스크가 없는 하루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것과 불필요한 모임을 줄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들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로 인해 자신의 삶과 자연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는 사람도 있다. 필자 역시 익숙한 삶 속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에 대한 감사와 책과 공원이 주는 여유를 누리며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불필요한 모임을 취소하고 삶의 여유를 찾아보고자 달성습지를 찾았다. 이맘때의 달성습지는 억새가 금빛으로 물들고 천연기념물 흑두루미가 찾아와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그림 같은 날갯짓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성습지를 찾은 필자는 너무나도 큰 실망감에 빠지게 되었다.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 때문이었다.그리고, 대구시에서 261억원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달성습지 탐방나루 조성사업' 공사현장은 여기저기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철골 구조물이 튀어나와 있고 방문객들은 공사 중 통행금지라는 표지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을 억새 인생 샷을 찍기 위해 공사현장 안으로 들어가 마스크를 벗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는 어김없이 풀들이 밟혀 인공적인 길들이 만들어져 있었고 억새 주변에는 어떠한 동물들도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달성습지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없었으며 공사가 중단된 위험한 산책로를 걷는 누구도 위험성에 대해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관람객들의 불법주차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달성습지의 지리적 위치로 인해 방문자들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이용하여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달성습지의 주차장 일부는 아직 공사 중이라 이용할 수 없으며 상당수 관람객들은 길가 양쪽에 주차하고 달성습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방문하는 사람들 일부가 그러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길가에 주차를 하다 보니 마치 길가 주차가 생활화된 듯 아무런 경각심 없이 주차를 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이러한 상황들을 그냥 방치하고 있는 지자체 역시 문제가 있다. 가을이 되면 달성습지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현장을 그냥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공사현장 주변에 안전요원 몇 명만 배치하였다면 공사 중인 탐방로를 걸어 다니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억새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자연과의 거리두기 역시 필요하다. 달성습지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등 143종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대구 생태계의 보물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무분별한 자연 관람이 지속된다면 달성습지를 터전으로 살고 있는 동물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며 지금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은 도시의 어둠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대구는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K방역의 중심 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19는 끝이 나지 않았으며 방심할 수 없다. 코로나19를 피해 공원을 찾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공원이라고 해서 코로나19와 상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0-12-03 14:36:19

[김형준의 춘추칼럼]불통과 침묵은 파멸의 전주곡이다

[김형준의 춘추칼럼]불통과 침묵은 파멸의 전주곡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월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기습적으로 징계 요청과 직무 정지 처분을 명령했다. 그러자 전국 59개 검찰청의 모든 평검사와 검사장, 고검장들이 "부당하고 위법하다"며 들고일어났다. 급기야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검란(檢亂)이라고 부른다.하지만 법을 수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헌법과 법치를 훼손한 것에 대해 검찰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총체적으로 저항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정치가 검찰을 내려친 '추미애의 난'(秋亂)은 법원과 검찰 감찰위원회에서 제압됐다. 법원은 윤 총장 직무 정지 명령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몰각하는 것"이라면서 윤 총장 복귀 결정을 내렸다. 감찰위는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해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사태가 이쯤 되면 추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문재인 대통령은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럼에도 징계위원회를 강행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발상으로 법과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리처드 E.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이라는 책에서 대통령의 힘은 설득에서 나온다고 했다. 대통령의 간결하고 명쾌하며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는 설득의 요체가 될 수 있다. 검찰이 집단 반발하는데 "모든 공직자는 집단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들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허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검사와의 담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야 울림이 생기는 법이다. 대통령의 침묵은 설득의 적이고, 불통보다 더 나쁘다.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윤석열 직무 배제 등 현 정부에 불리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침묵을 지켜 왔다. 근본 이유는 자기부정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가령, 문 대통령은 과거 "검찰 독립이 중요하고 검찰 독립에는 검찰총장 임기 보장이 결정적이다"고 했다. 따라서, 윤 총장 해임은 문 대통령이 공언했던 검찰권 독립 및 검찰 개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여하튼 대통령이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침묵하는 것은 스스로 권위를 훼손시키고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다.「대통령의 위기」라는 책을 쓴 크리스 윌리스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부터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16명 대통령의 통찰력과 결단력을 분석했다. 핵심은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암묵적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추 장관의 일탈과 독선은 결국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집권 3년 6개월이 경과하면 예외 없이 위기를 맞고 레임덕에 빠졌다. 실패한 대통령의 공통점은 위기인데도 위기인지 모르거나, 위기인지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유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다"는 유아적인 생각과 "자신은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허황된 믿음 때문이다.현 정권은 경기 침체, 부동산 정책 실패, 추미애의 난 등으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 지지도는 작년 조국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여권의 유력 대권 후보들의 지지도는 링에도 오르지 않은 윤석열 총장에게 역전되기도 했다. 심지어 유권자 절반이 내년 재·보궐선거에서 야당 후보 지지 의사가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추미애 블랙홀'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국민 10명 중 6명(59.3%)은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금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미움을 받더라도 국민들의 이런 요구를 관철시키는 책임과 용기다.우리는 평소 대통령제를 '대통령 중심제'라고 부른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대통령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의 비극은 대통령이 중심에만 있고 침묵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믿을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대통령 책임제'로 전환해야 한다. 설득과 용기는 위기 극복의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지만, 불통과 침묵은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를 종식시킬 수 없다.

2020-12-03 14:26:29

[매일춘추]김치의 손맛

[매일춘추]김치의 손맛

음식은 문화다. 문화는 가족이나 사회 나아가 한 국가를 이루는 공동체의 구성원 속에서 삶들이 모여 품고 또 나누며 배우고 습득하는 생활양식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생활양식은 입고 먹고 함께 살아야 맛과 멋이 통한다. 맛과 멋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것, 느끼는 것, 통하는 것, 바로 손맛이 통하는 문화다. 손맛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김치다. 음식은 요리사의 손맛으로 완성된다. 특히, 한국의 김치는 된장과 쌍벽을 이루며 손맛을 대표하는 음식이다.사계절 김치가 떨어지지 않는 집 식탁에는 귀한 줄 모르는 반찬이 김치다. 그런데 식탁에서 며칠만 없으면 찾는 것도 김치다. 김치는 이래저래 식탁 위의 조연 역할 그 이상의 조연이다. 김치문화의 백미인 김장철에는 김장 맛을 가늠하는 손맛에 따라 확실한 맛으로 보답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교차가 큰 가을 풍부한 햇살 품은 배추, 겉은 푸르나 속은 하얀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 착착 발라 차곡차곡 쌓으면 가까이 혹은 멀리서 모인 가족은 김치로 맛있고 멋있다. 금방 버무린 김치에 삶은 고기를 싸서 나눠먹는 손맛은 모두모두 즐겁다.김장은 가족과 지역마다 자연의 특성을 담아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는 문화다. 입동과 소설 사이에 배추를 절이고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양념을 버무리며 김장하는 날, 시간 따라 김치 맛처럼,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 김치의 숙성되는 맛처럼, 성숙해 지는 시간은 점점 도시문화에 밀려나고 있다.어제는 친구 집에서 김장김치로 저녁식사를 하고, 맛과 멋으로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김치를 안고 집으로 왔다. 김치 냉장고를 채운 김장김치의 존재감은 마음까지 차올랐다. 손맛으로 마음까지 채우는 김치가 2001년 국제연합 산하기구 국제표준이 되었고, 2013년에는 유네스코가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김장은 한국인들에게는 나눔을 실천하고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킨다는 의미에서 김치에 담긴 공동체의 가치를 인정했다.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긴 세월 크고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품고 또 품어서 삶을 통해 낳는 것이다. 정신문화를 구성하는 언어처럼 맛과 멋을 채우는 음식 역시 삶 속에서 만들어 진다. 음식은 공동체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가 투영된 색과 향으로 미각이나 후각 그리고 촉각과 시각을 통해 체험하는 생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공동체는 보고 듣고 말하고 먹는 삶의 순환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욕구의 충족은 사람에 따라 그만의 고유한 본성으로 성장한다. 김치의 손맛에 담긴 가치는 미각의 문화코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를테면 집의 식탁이나 학교 혹은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말하는 미각코드가 있듯이, 오늘날의 음식문화 속에서 개인의 식습관이나 기호가 가질 수 있는 나 혹은 가족 나아가 공동체의 미각코드, 바로 김치의 손맛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20-12-03 11:21:23

[핫키워드]엘렌 페이지

[핫키워드]엘렌 페이지

미국의 영화배우 엘렌 페이지(개명 뒤 엘리엇 페이지)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공개해 2일 온라인을 뒤흔들었다. 페이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앞으로는 저를 'He' 또는 'They'라고 불러달라"고 밝히면서 자신의 이름을 '엘리엇 페이지(Elliot Page)'로 개명했다고 덧붙였다.지난 2014년 미국 네바다에서 열린 인권포럼에서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라고 커밍아웃했던 그는 2018년 연인인 엠마 포트너와 결혼했다.페이지는 2007년 영화 '주노'에서 10대 미혼 임산부를 연기해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다. 2010년에는 영화 '인셉션'에 출연했고 현재는 넷플릭스 시리즈인 '엄브렐러 아카데미'에 출연 중이다.

2020-12-02 18:25:59

[기고]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고]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

며칠 전 기업을 한 군데 방문했다. 영덕에 있는 수산물 사업을 하는 3년 된 기업이었다. 이윤의 60% 이상은 기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사회적기업이었다. 짧은 시간에 20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로 회사는 커졌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좋은 사람을 뽑는데 자꾸 나간다며, 대표는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생존을 걱정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성장을 걱정한다면 분명히 좋은 일인데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소기업의 성장 방식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에 대한 나의 대답이 선명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은 기하급수적 변화와 그 변화의 속도로 인한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대라는 것이다.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순히 업력의 차이인가? 2015년 창업한 마켓컬리는 처음부터 중소기업이라고 불리지 않았다. 몇 년 전 블룸버그는 GE를 124년 된 스타트업이라고 불렀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스타트업처럼 이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대 혜택을 보기 위해서, 인재들이 일하고 싶어 몰려오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첫째는 시선의 지향이 변해야 한다. 현재가 아닌 미래로 시선의 지향이 변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현재에 시선을 맞추고 있다면 스타트업은 미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세상을 바꾸겠다는 담대한 목표(MTP: 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를 가지고 있다. 시선이 미래에 있으니 스타트업들은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성장을 지향한다.둘째는 개방형, 수평적 조직문화에 기반한 일하는 방식이다. 기하급수적 변화의 시기는 코로나와 같은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변화가 일상인 시대라는 것이고 이 시대 어떤 조직도 조직 내부의 자원만 가지고는 이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넷플릭스의 핵심 경쟁력인 시네매치 알고리즘도 넷플릭스 경진대회를 통해 전 세계 천재들의 힘을 빌려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유명하다.셋째는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에서 파괴적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 대부분의 창조는 배열을 달리한 편집이라는 얘기가 있다. 시각을 다르게 하면 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집에 있지 않는 시간에 배송이 되고 그러다 보니 배송과 사용 간에 큰 불일치가 있었다. 마켓컬리는 단지 배송 시간을 새벽으로 바꿈으로써, 받은 제품을 바로 요리해 아침으로 먹게 함으로써 배송과 사용 간 불일치를 해결했다. 그 결과 2015년 연 매출 100억원 규모였던 새벽 배송 시장은 2018년 4천억원 규모로, 2019년 1조원 정도로 성장했다.'중소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과거 중소기업의 성장 방식이 이제는 유용하지 않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 방식은 파이가 커지는 고도성장기에 가능한 산술급수적 방식이다. 세계적으로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처럼 힘껏 달려야만 제자리인 시대로, 기하급수적 성장이 아니면 정체 또는 죽음인 시대이다.이제 크기에 기반한 중소기업이라는 말은 없어져야 한다. 중소기업이라는 말은 기업을 규정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업 성장 단계의 한 시기를 지칭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중소기업 모두가 스타트업으로 거듭나 4차 산업혁명 시대, 이 기하급수적 성장의 시기를 즐기기를 기대한다면 지나친 바람일까?

2020-12-02 11:18:46

[오정일의 새론새평] 가격상한제의 유혹

[오정일의 새론새평] 가격상한제의 유혹

최근 정부가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했다. 대부업법이 개정되면 내년 하반기부터 최고금리는 20%가 된다. 이미 정부는 최고금리를 27.8%에서 24%로 인하한 바 있다. 대부업체의 입장에서 최고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돈을 떼일 위험을 줄여야 한다. 대부업체는 보다 신중하게 대출을 할 것이다.이에 따라 서민들이 돈을 빌리는 것이 어려워진다.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서민 중 일부의 금리 부담이 줄어들지만 다른 일부는 돈을 못 빌리게 된다. 정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연 27.8%는 고리(高利)다. 서민들로부터 고리를 받는 대부업체는 사회악이다. 사회악을 없애려면 최고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대부업체가 금리를 결정하는가? 아니다.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된다. 급전(急錢)에 대한 수요가 있는 한 최고금리 인하는 서민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킨다.지난 7월 말부터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전월세 계약을 갱신할 경우 집주인은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다. 일부에서는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전월세상한제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미 임대료가 폭등했다.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재계약 때 임대료를 충분히 올릴 수 없다면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 많이 올려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로 인해 세입자는 수년에 걸쳐 지불할 임대료를 처음 계약을 체결할 때 지불하게 되었다. 집주인들이 명시적으로는 담합하지 않는다. 집주인들은 묵시적으로 담합한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밖에 게시된 수많은 가격표를 보라. 세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집주인들이 임대료를 인하하지는 않는다. 설사 집을 비워 두더라도 집주인들은 버틴다. 세입자들은 버티지 못한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세입자들이 있는 한 전월세상한제는 서민들의 주택난을 악화시킨다.정부는 분양가상한제도 시행했다. 분양가상한제는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을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사 이윤을 더한 것으로 제한하는 제도이다. 분양가를 건설사가 아닌 정부가 결정한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이다.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낮으니 많은 사람들이 청약을 한다. 분양가가 정해져 있으므로 건설사는 추첨을 할 수밖에 없다. 당첨된 사람들 즉, 분양권을 받은 사람들은 매매가와 분양가의 차액만큼 이익을 얻는다. 청약에 실패한 다수의 서민들은 상실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분양가상한제는 로또(lotto)다.정부는 분양가를 제한하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지만 아파트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분양가상한제는 청약에 실패한 서민들의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 횡재(橫財)를 기대하는 다수의 무주택자들이 있는 한 분양가상한제는 또 다른 로또이다.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실질적으로 등록금상한제가 시행되었다. 지난 10년의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을 단순히 더하면 18.7%에 달한다.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재정은 악화되었다. 등록금 동결이 서민들을 위한 제도임은 명백하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것이 가능한가.대학의 강의실, 도서관, 체육관 시설이 고등학교보다 못하다는 것은 알려진 비밀이다. 고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이 안 되지만 대학에는 수강생이 70명 이상인 강좌가 아주 많다. 일부 대학은 도서관 운영 시간을 단축하고 강좌 수와 학기당 강의 주수(週數)를 줄였다. 등록금을 동결하면 서민들이 적은 비용으로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교육이 양질인지는 의문이다. 등록금 동결은 등록금이라는 가격을 제한할 뿐 교육의 질(質)을 보장하지 않는다. 가격이 낮으면 품질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서민들은 금리가 높아서, 임대료가 폭등해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서, 등록금이 비싸서 고통을 겪는다. 높은 가격이 고통의 원인인가? 그렇다면 대책은 간단하다. 금리, 임대료, 아파트 가격, 등록금을 제한하면 된다. 높은 가격은 고통의 원인이 아니다. 가격이 높은 것은 현상(現象)일 뿐이다. 그래서 가격을 제한하는 정책은 효과가 없다. 부작용만 유발한다. 가격 제한의 부작용은 장기에 걸쳐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2020-12-02 11:18:29

[종교칼럼]성공의 지름길, 집중력

[종교칼럼]성공의 지름길, 집중력

우리는 일상생활 중에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몰두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사 일을 하면 하는 대로 직장에 나가서 본인의 전문성을 살릴 때도 마찬가지이고 공부하는 학생도 집중을 누가 많이 하느냐에 따라 공부의 결정이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답은 알면서 왜 안 될까?아주 쉬운 것인데 습관이 되지 않아서 평생 남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집중하고 몰두하지 못하는 것은 밥을 먹을 때는 밥 먹는 데 집중하고, 일을 할 때는 일하는 데 집중하며 공부할 때는 공부에 집중하면 된다. 본인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 우리 인생은 후회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공부 걱정을 하고, 공부할 때는 또 다른 잡념에 쌓여 망상을 하고, 일할 때는 집 걱정을 하고, 커피 마시면서 다른 생각을 하기때문에 그 순간순간의 인생을 즐길 줄 모르며 내가 하는 일에 만족도 느끼지 못하고 평생을 쫒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충실하면 거기서 만족과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은 눈앞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옛날 어떤 국왕이 총명한 사람을 뽑아 재상으로 삼고자 했다. 여러 사람을 통해서 한 사내를 소개를 받게 되었는데 덕망을 두루 갖춘 자로 위엄이 있어 보였다. 국왕은 어려운 숙제를 내어서 사람을 테스트하려고 이렇게 말했다. "바지에 기름을 가득 부어 30리 떨어진 성까지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가도록 하라. 그렇지 못하면 너의 목을 벨 것이다"라고 명을 내렸다. 왕이 이상한 명을 내렸다는 소문을 듣고 백성들이 물결처럼 몰려왔다. 그러나 그 사내는 바지에 기름만 신경을 쓰며 천천히 걸어가는데 그때 술에 취한 코끼리가 길 안으로 뛰어들어와서 닥치는 대로 들이받았다. 사람들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하다가 끝내는 병사들이 나와서 총으로 코끼리를 쏘아 끝이 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내는 조금도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바지에 기름이 새지 않을까 걱정만을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왕은 기뻐하면서 그 즉시 재상에 임명했다. 다른 어떤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왕은 좋은 재상이 될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하는 바가 잘 안 되고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남을 탓하기 앞서 과연 얼마나 내가 열심히 해왔고 집중했는가를 뒤돌아봐야 한다. 남의 일을 할 때도 100만원의 월급을 받는 사람이라면 120만원의 일을 해주면 사장은 만족해하며 앞으로 회사까지 맡길지 모르는 인연을 심어 놓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10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 80만원어치의 일을 하려고 애쓴다.그것도 잔머리를 굴려 가며 남보다 조금 덜 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이 세월을 지나고 보면 복 지을 인연을 다 놓치고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은 어느 날 시장에서 절굿공이를 갈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 그걸로 뭐 하시려고 합니까?"라고 물었더니 "바늘을 만드는 거란다"라고 했다. 깔깔 웃으면서 "어느 세월에 만드시려고요" 하니 "얘야, 웃을 일이 아니다. 바늘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있으면 언젠가는 만들어지는 법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언제까지 절굿공이로만 남아 있을 뿐이란다"라고 말했다. 이태백은 할머니께 큰절을 올리고 집에 오자마자 덮어 두었던 세계문학사를 모두 보았다. 자만에 빠진 이태백이 끊임없는 자기 훈련을 통해 시인의 우뚝한 봉우리가 되었다. 돌도 갈아 내지 않으면 보석이 될 수 없듯이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할 줄 아는 사람만이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2020-12-02 09:30:12

[경제칼럼] 금지어 ‘라떼’에 대한 단상   

[경제칼럼] 금지어 ‘라떼’에 대한 단상  

얼마 전까지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보면 사회나 인생의 선배가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희화화하며 '나 때'를 '라떼'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이 표현이 처음에는 재미있다가 '라떼'라는 말을 통해 기성세대 및 선배의 경험을 꼰대로 묘사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사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책이나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보다 과거의 경험들이 실전에서 더 많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조직의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그런데 지금의 미디어와 사회는 마치 젊은이들의 생각은 옳고 나이 든 이의 생각은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표현한다. 과거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면 왜 구식으로 취급받고 꼰대로 취급받는 것일까? 그 이유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폄하하고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기 싫은 반발심 때문일까? 아니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과거의 경험이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서일까? 또는 도전하고 경험을 쌓기보다 생각만 하며 조그만 실패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기성세대들 때문일까?아마 양쪽의 입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떤 부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명한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줄 알고 이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기업을 경영하면서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의미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사자성어이다.기업의 전통과 철학 그리고 성장해오면서 쌓아온 기존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생존하는 것이 기업경영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거 기업 성공 요인을 형식에서 찾지 않고 본질의 이해에서 찾는 것이다.'카고 컬트'(Cargo-Cult)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주로에 미군 비행기가 엄청난 군수품을 싣고 오는 것을 본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유사한 모양의 활주로 및 비행기 모형을 만들어 놓고 군수품이 오기를 기다린 것에서 유래한 용어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형식만을 강조하는 현상을 말할 때 쓰는 용어이다.잘나가던 기업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을 보면 과거 성공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단순한 행동 수칙을 만들면서 형식의 틀에 갇혀 '카고 컬트' 현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그래서 정말 좋은 기업은 과거의 형식에 갇히지 않으면서 성공의 본질을 이해하고 승계하면서 과거의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줄 아는 기업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기업의 젊은 세대들이 '라떼'라는 말로 과거의 경험들을 비웃을 것이 아니라 선배와 창업가들의 성공 경험담에 귀 기울이고 그 본질을 이해하고 배워서 기업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슬기로움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기업의 기성세대들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을 강요하면서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을 틀렸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고 그들의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수용하면서 그들 옆에서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과거 기업의 경험과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업이 축적한 경험과 젊은 아이디어가 서로 시너지를 내어 대한민국 기업이 지금의 격변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2020-12-01 15:50:54

[기고] 위암치료는 우리나라가 최고

[기고] 위암치료는 우리나라가 최고

우리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은 암을 꼽으라면 단연 위암이 1위이다. 주변 사람들이나 저명인사들이 위암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종종 접하게 된다.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위암에 대해 가장 많이 받은 질문들에 지금까지의 알려진 답들을 달아 본다.위암의 원인은?위암 발생의 원인은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선천적(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요인을 말한다. 선천적 요인은 유전자 관련 연구를 바라보고 있지만 뚜렷한 해답은 아직 없다. 후천적 요인은 식생활 습관에 주목한다.한국인의 식생활에서 현재까지 가장 의심하는 것은 짠 음식이다. 위암은 위의 안쪽 벽인 점막에서부터 시작이 되는데 짠 음식, 특히 장아찌나 젓갈류 같은 염장 식품이 위 점막에 손상을 주어서 암을 발생시킨다는 주장이다. 불에 바로 태운 음식(직화 구이)의 검댕이 부분도 발암물질로 의심받고 있고 요즘은 위에서 서식하는 헬리코박터란 세균도 의심을 받고 있는데 이것은 입으로 감염이 되므로 우리가 찌개류 등에 숟가락을 함께 넣어서 먹는 습관을 의심하고 있다.위암의 예방은?종합하자면 소금에 절인 너무 짠 음식이나 불에 태운 검댕이 부분은 먹지 않고 탕이나 국에 여러 사람이 함께 숟가락을 담그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만일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균이 있다면 3주 정도의 약 복용으로 쉽게 치료가 된다.위암의 증상은?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속쓰림이나 소화불량은 위염이나 위궤양 때문이 대부분이고 위암은 꽤 진행이 되었을 때 있을 수 있다. 위암이 많이 진행되었다면 통증이 심하거나 출혈로 빈혈이 있는 경우도 있다.위궤양이나 위염이 암이 되는가?위궤양은 위암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위염의 경우에는 위축성 위염에서 암에 도달하기도 하지만 각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매우 일부이다. 다만 심한 이형성을 보일 때는 수술을 권한다.위암의 검사는?내시경이 가장 정확한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에서는 40세 이상에서 2년에 한 번을 권하고 무상으로 해주고 있다.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위암 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매년 하는 것도 권하고 싶다.위암의 치료는?임상 병기에 따라 초기에는 위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이나 복강경을 이용한 위 절제술을, 조금 진행이 되었다면 개복을 통한 위 절제술을 하고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림프절에 전이가 있다면 항암 화학요법을 같이 하는 것이 좋겠다. 절제술의 경우 암의 위치가 식도에 가까운 상부에 있다면 초기라도 위 전체를 절제할 수 있다.위암의 예후는?2018년 발표된 71개국의 각종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2010~2014) 우리나라 위암 환자의 전체 5년 생존률은 69%로 일본의 60%와 미국의 33%를 훨씬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위암 치료 성적이 독보적으로 세계 1위인 만큼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가 넘고, 1기의 경우는 100%에 가까운 완치율을 보인다. 그러므로 위암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대부분 완치도 가능하다. 더구나 우리는 100년이 넘는 수술 경험을 가진 의료의 수도 메디시티 대구에 살고 있다.

2020-11-30 15:43:38

[세계의 창] 트럼프 이후

[세계의 창] 트럼프 이후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대충 끝났다. 주별로 다르지만 최장 선거일 55일 이전부터 시작된 조기투표, 선거 날 이후 도착하는 우편투표, 필라델피아 등지의 개표 부정 의혹 등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였다. 아직도 개표가 진행 중인 하원 선거구도 여럿이다. 이곳 빙햄턴이 소재한 뉴욕 제22하원 선거구도 개표는 끝났지만 민주당 브린디지 후보 15만5천435표, 공화당 테니 후보 15만5천422표로 불과 13표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수백 장의 의혹 투표용지에 대한 주 대법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지난 4년간 러시아와 공모 등 사사건건 혐의를 씌워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이 탄핵에는 실패했지만 트럼프 낙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측이 초접전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오는 14일에 있을 선거인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자금이 공화당의 두 배에 달했고 거대 신문사와 TV 방송국, 인터넷 매체의 거의 전폭적 지지를 업었다. 트럼프는 막말, 튀는 행동, 코로나 역병 발발에 따른 인기 추락, 민주당의 압도적인 금력과 언론 권력 동원, 그리고 8% 내지 12%로 뒤진다던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박빙의 승부를 보여줬다.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0석을 이미 확보했고 내년 1월 조지아주의 상원 결선투표 2석 중에서 1석을 차지하면 과반이 된다. 하원 선거에서는 초접전(tossup)으로 예상됐던 24개 선거구에서 공화당이 싹쓸이를 하여 민주당 대 공화당 의석이 233대 201에서 현재 222대 208이 되어 민주당이 과반 218석을 간신히 상회했다.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정치 지형에 변화가 왔다. 공화당이 가진 자를 대변하고 민주당은 소외된 소수를 위한 정당이라는 공식이 바뀌고 있다. 복지 수혜층, 소수인종, 여성뿐 아니라 금융투자계와 실리콘밸리의 신흥 갑부들과 고소득자들(블룸버거, 소로스, 스타이어 등), 고학력자, 부유 지역의 주민들이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부상했다.반면, 트럼프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공화당의 새로운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원래 민주당의 골수 지지자였다. 세계화와 더불어 미국 제조업이 사양화되고 생산 기지가 아시아와 멕시코로 옮겨가자 많은 근로자들이 실업과 임금 하락을 겪었다. 이들 피해 계층의 다수가 저학력 백인들이다. 이번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선거 결과를 보면 히스패닉계 저소득 근로자들의 공화당 이동도 보인다. 앞으로 화석연료 종식이 본격화되면 자동차 및 에너지 산업의 대량 실업과 피해 근로자의 민주당 이탈이 전망된다. 따라서 복지 수혜 빈곤층과 부유층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공화당은 빈곤 근로계층(working poor)을 포함한 중간 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경향은 앞으로 가속화되리라 예상된다.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조지아의 상원 결선투표 2석에 좌우된다. 2석을 모두 갖게 되어 민주당이 상원 다수가 된다면 당 내 좌파 세력의 득세로 급격한 증세와 화석연료 종식 등 좌파 정책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석이라도 잃는 경우 신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다수당인 공화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당 중도파가 힘을 발휘하게 된다. 민주당의 하원의원들도 이번 선거에 나타난 유권자의 보수 성향을 의식하여 좌파 정책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대외 정책 방향은 NATO와 한국·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UN, WTO 등 세계기구와 협조하는 미국의 전통적 세계 전략으로 회귀하리라 전망된다. 중국과의 관계는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중국에서 받은 뇌물 혐의로 인해서도 유화정책으로 선회하기 어렵다. 국제무역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수출품인 철강 및 전기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된다.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도 무난히 이루어질 것 같다. 한국 부담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낳은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그것은 한국 좌파들의 '미군 강점하의 남조선'이라는 선전이 허구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대폭 수용하고 대신 핵 재처리 허용, 핵무기 개발, 미사일의 사정거리-중량 제한 철폐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0-11-30 15:39:23

[매일춘추] 고집불통(Go집不通)

[매일춘추] 고집불통(Go집不通)

요즘은 혼밥, 혼술이 아니라 홈밥, 홈술이라는 책 제목을 서점에서 보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집(home)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지인과 통화를 하면 "내일부터 재택입니다." "얼마 전부터 집에서 근무합니다." 등 코로나가 심각했던 초기에 듣는 소리를 다시 듣는다.2020년을 압축해서 그림을 그린다면 소재 몇 가지는 확실하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모습이 보인다. 일하는 풍경도 빌딩과 집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면 된다. 배경에는 돌기가 무성한 바이러스균이 있고 사이사이에는 와이파이 표시가 있다. 그림은 창의성은 낮아도 사실성은 높은 작품일 것이다. 10년 후 '아 그때는 정말 이랬지'라는 공감이 절로 나올 만하다.지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최선의 방책이 접촉을 제한하는 일이기에 원천봉쇄 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투 중에도 농번기에는 전투를 멈추고 본연의 직업인 농경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현재의 우리는 코로나라는 적과 대면을 차단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직장에서 집으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를 단축해야 한다. 카페나 노래방이나 사우나 같은 공간을 패싱하고 바로 집으로 가라는 말이다. 아직은 바이러스 정복하는 백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니 확산을 막는 방어책을 쓰는 것이다.인간에게 집은 존재만으로 위안이고 강력한 보호다. 초가삼간의 집이든 100층 건물 펜트하우스든 본질은 '안심'이다. 두 다리 뻗어 누울 수 있는 공간이고 속옷만 입고 다녀도 신경 쓸 일 없는 공간이면 족하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침범은 '안심'이라는 기본을 앗아가는 심각한 범죄다. 무단침입이라는 범죄가 강제적 침입뿐 아니라 비동의한 상태의 사소해 보이는 진입에도 적용되는 이유다. 인간이 법으로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코로나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지책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집인 사실은 다행이다.다시 냉정과 열정을 보여줄 때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종결되거나 내년 설날 마스크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조급하고 감상적 접근으로 해결될게 아니라는 냉정함을 갖자.각자의 영역에서는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다.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에서 전문가들이 역할을 하고 방역당국도 방역에 전념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더 확산되느냐, 줄이느냐의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열쇠는 가장 힘이 없는 우리가 쥐고 있다. 우리의 열정의 표현은,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할 거 없는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하고 당분간, 혹은 오랫동안 집으로 바로 가기를 고집하고 외부와 통(通)하는 일을 금하는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결국 고집불통(Go집不通)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020-11-30 14:29:20

[백옥경의 과학둘레] 인공지능에 지지 않는다는 건

[백옥경의 과학둘레] 인공지능에 지지 않는다는 건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봄이다. 열두 해 전 어느 봄날 식구의 일원이 되었다. 여느 강아지들처럼 세 살 정도 아이의 지능을 갖고 있는 봄이는 자신과 관련된 단어는 물론 문장까지 이해한다. 예를 들어 ○○한테 밥을 달라고 하라면 자신에게 밥을 줄 사람이 ○○이라는 걸 알고 그에게로 가서 정면으로 광선을 발사한다. ○○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 말하면 다른 이에게 가서 꼬리를 세차게 흔든다. 문장 안에서 단어가 변형된 품사를 이해하는 것이다.그런 봄이가 요즘 예전 같지 않다. 잠시 깨어 있는 걸 제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그냥 잔다. 귀가 잘 안 들리기도 하지만 한 해 전부터 앓기 시작한 병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 보니 봄이와의 마지막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 살 천사와 함께한 즐거움이 다가올 상실감으로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포스트 봄이를 키운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 듯싶다.그런데 만일 예쁜 세 살로 변함없이 머물 수 있는 강아지가 있다면 어떨까. 시끄럽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고, 배변 관리도 필요 없고, 털도 날리지 않고, 주인을 반기며,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귀를 쫑긋거리고, 배를 뒤집는 애교까지 부리고, 무언가를 가르치면 배울 수 있는 강아지가 있다면 말이다.인공지능 기술은 그걸 가능케 한다.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딥러닝은 우리의 뇌가 뉴런이라는 신경망을 통해 자극을 처리하는 것처럼 뉴런에 해당되는 컴퓨터의 퍼셉트론이 여러 층으로 깊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마치 복잡한 미로에서 출구를 찾아가듯 데이터에서 규칙을 찾도록 훈련하는 머신 러닝이다. 예를 들어 로봇 강아지는 전면에 부착된 카메라 이미지 픽셀의 명암과 테두리의 반복적인 패턴을 파악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 마이크 구멍을 통해 간단한 명령을 알아듣고 몸에 있는 터치 센서로 행동이 강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강아지 특유의 행동으로 연결되고 주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넘나드는 또 하나의 창조물이 될 것이다.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에 속속 들어와 있다. 우리의 취향을 파악해 관심 분야를 추천하는 인터넷 검색 알고리즘부터 간단한 기능을 수행하는 음성 인식 비서, 높은 단계 자율주행 자동차의 출시 임박까지. 우리의 직업 또한 기술에 의한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안내, 배송, 물류, 방역, 의료 영역에서 자동화된 기계가 도입될 것이고 전체 직업의 반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의 업무가 자동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강아지는 어떨까. 그 또한 애완 로봇의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휴일을 알고 주인과의 산책을 기대하며 아침부터 주인을 따라다니고 행동을 관찰하며 주인이 모자를 쓰는 순간 흥분이 절정에 달한다면. 또 주인을 깨우기 위해 속사포처럼 방으로 달려가 침대로 폴짝 올라간 뒤 주인의 얼굴을 핥고 온몸으로 치대며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로봇은 감정을 흉내 낼 뿐 강아지가 가진 동기와 욕망 그리고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애완 로봇은 이런저런 이유로 강아지 키우길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선택되어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갈 것이다.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는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애완 로봇이 강아지 대신 선택되어 강아지 자리가 줄어들어도 강아지의 배변 훈련을 담당하고 주인이 없을 때 밥을 주고 함께 놀아주는 친구가 되도록 기술이 개발되고 활용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유기견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2016년에 치러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은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경기 후 이세돌은 이세돌이 진 것이지 인간이 진 게 아니라는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인간은 바둑처럼 승패에 대한 면밀한 예측이 필요한 곳에서는 인공지능에 질 수밖에 없지만 인간에겐 인공지능을 만들어 낸 상상력이 있으며, 감동하고, 영감을 받고, 개성을 가지며, 결과보다 과정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줄 능력이 있다. 인공지능에 지지 않는다는 건 결국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 데 있을 것이다.

2020-11-30 13:53:34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변하지 않는 것. 사람, 사랑, 고객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변하지 않는 것. 사람, 사랑, 고객

핵폭탄이 떨어졌다. 이름은 '코로나19'이다. 올해 지구는 유례없는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 폭탄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마스크가 우리의 얼굴이 되었다. 또한 경제, 마케팅, 정치, 소비 등등 코로나의 영향이 끼치지 않은 곳이 없다. 광고인인 나는 아무래도 마케팅에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가 광고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앞으로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역시도 마케팅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첫째, 여전히 사람이다. 우리가 연구하고 집착해야 할 대상은 여전히 사람이다. 우리는 개껌조차 개에게 팔지 않는다. 사람에게 판다. 개의 지갑을 뒤질 필요가 없다. 그곳엔 높은 확률로 돈이 없을 것이다. 개의 소유주인 사람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로봇의 지갑을 열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온라인을 강조해야 하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어떻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같이 있지 않지만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집착해야 한다.둘째, 여전히 사랑이다. 광고는 시대를 따라간다. 그 시대는 그때의 사람들이 완성해 간다. 나는 종종 1970, 80년대 광고를 찾아보곤 한다. 그때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광고는 사람들을 속이기 쉬웠다.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높지 않았던 덕분이다. 그런 이유로 형용사가 난무했다. '아름다운 대저택' '고급스러운 자가용' '짚신벌레도 이해할 수 있는 명강의' 등이 그랬다. 지금은 더 이상 이런 광고에 사람들이 속지 않는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속이는 광고에는 사랑이 없다. 배려가 없다. 한번만 고객의 지갑을 열면 끝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절대 롱런할 수 없다.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지 않으면 그들은 빠르게 알아차린다.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광고에 사랑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셋째, 여전히 고객이다. 코로나 시대는 무대를 바꿔 버렸다. 야외에서 집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우리의 무대가 옮겨졌다. 하지만 무대가 바뀐 것이지 고객이 바뀐 것이 아니다. 고객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들은 밥을 먹어야 한다. 옷을 입어야 한다. 샴푸를 사야 하고 팬티를 사야 한다. 면도를 해야 하고 신발을 신어야 한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사실 그 무엇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점을 잘 파악한 브랜드는 코로나 이후 오히려 더 큰돈을 벌었다. 온라인 샐러드 업체는 '샐러드도 구독하는 시대'라며 돈을 벌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온라인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블랙프라이데이 역사상 최고의 매출이었다. 대신 오프라인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고객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객은 살아 있다.어느 때보다 본질에 집중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뱀처럼 지혜롭게 본질에 집착하자.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묵묵히 사람의 마음을 쫓아다니자.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2020-11-30 13:49:34

[서명수의 일상중국] ‘천자의 나라 중국 칙사 왕이’

[서명수의 일상중국] ‘천자의 나라 중국 칙사 왕이’

'천자'라 불리는 중국 황제가 보내는 서신을 '칙서'라 불렀고 그 칙서를 전달하러 조선에 오는 사신은 '칙사'로서 천자 대하듯 극진하게 모셨다. 조선시대 얘기다. 중국(명·청)이 사신을 통해 황제의 칙서를 보내겠다고 하면, 조선은 국경 '의주'에 영빈사(迎賓使)를 보냈다. 거기서 중국 사신을 맞이하여 한양까지 수행하면서 극진하게 대접했다. 칙사의 거들먹거림과 위세는 도를 지나쳤다. 조선의 왕은 모화관(지금의 독립문)까지 직접 나가 머리를 조아리면서 칙사를 맞이하여 궁궐로 동반 입궐했다.조선시대 칙사 행차에서나 있음 직한 볼썽사나운 풍경이 21세기에 벌어졌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 행차다. 지난 25일 방한해서 27일 오후 중국으로 돌아간 왕 부장의 방한 일정은 그야말로 황제나 칙사의 그것처럼 거침이 없었다.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서열 2위 박병석 국회의장, 문정인 대통령 특보와 윤건영 의원 등 여당 의원 20여 명이 왕이 부장에게 면담 일정을 요청했고, 밥 한 끼 먹는데 '친문' 꼬리표를 단 여당 실세 의원들이 달려들었다. 자가 격리 중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친전' 서한과 꽃다발을 보내 직접 알현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성대한 만찬을 베풀었다. 업무 파트너가 아닌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왕이 부장과의 면담을 추진하다가 불발됐다.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 약속 시간이 지나 숙소를 출발해 놓고 '교통 탓'에 늦었다며 왕 부장은 당당했다. 이 시점에 한·중 양국 간에는 뜨거운 현안은 없다. 굳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차례도 한국에 오지 않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과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일정 정도다. 3국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 측이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일정을 논의할 형편이 아니다.합의 발표한 시 주석의 연내 방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중국 측이 사과를 해야 할 처지다. 코로나 탓이라고는 하더라도 중국은 여러 차례 시 주석의 연내 방한을 약속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왕 부장은 기자들이 착용한 마스크를 가리키면서 코로나 상황이 안정돼야 방한이 가능할 것이라며 방한 일정이 지체되고 있는 것을 코로나 탓으로 돌렸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사스 사태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방중(訪中)을 결심했고, 전 세계가 우려하는 가운데서도 중국을 방문했다. 사스 사태 와중에 사스 사태의 한복판이라고 할 베이징에 외국 국가원수로서는 노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간 것이다.왕 부장이 이번에 일본과 한국을 연이어 방문한 것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미중 관계와 관련한 중국 측 입장을 설명하면서 한일 양국에 우호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 분명했다. 방한한 왕이는 미국 측의 입장을 지지하지 말고 중국을 이해해 달라고 읍소하고 당부해야 할 '을'의 처지였다. 일본에서의 왕 부장의 일정을 비교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왕 부장에게 매달리고 쩔쩔맸는지 짐작할 수 있다.왕 부장은 1박 2일의 방일 기간 중 모테기 외무상과 먼저 만난 후 다음 날 스가 신임 총리를 예방, 20분간 면담했을 뿐이다. 일본 정치권이 실무 방문한 그를 칙사 대접할 이유는 없었다. 청와대에 간 왕이는 문 대통령을 1시간 동안 만났다. 왕 부장은 문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는데 팔꿈치를 들이대다가 마지못해 문 대통령의 손을 잡는 결례를 범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노출됐다. 이전에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툭툭 쳤는데 상습적인 하대 같다.왕 부장이 우리가 극진하게 대접해야 하는 위상을 갖춘 중국 지도자인가 간단하게 따져보자. 2007~2013년 외교부장을 지낸 양제츠(杨洁篪)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겸하면서 중국의 외교 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정치국 위원(25인)인 그의 중국 내 서열이 20위권이다. 왕 부장은 당 서열상 양 위원보다 한참 떨어진다.우리가 정권의 실세를 주중대사로 보내고 있는 것과 달리 외교부 국장과 부국장 사이의 실무자를 주한 중국대사로 보내온 것을 감안하면 중국 외교부장이 '칙사급'은 될 수도 있겠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하지 않았던가. 문재인 정부의 뜬금없는 사대주의 친중 외교는 국격을 떨어뜨렸다. 설사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혈맹 북한을 제치고 우리나라를 챙길 리는 없다. "한반도의 운명을 남북 양측 손에 쥐여줘야 한다"며 맞장구를 쳐준 칙사의 입에 발린 말에 희희낙락할 때가 아니다.외교의 기본은 국격을 지키는 것이다.

2020-11-30 13:48:27

[관풍루]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감염증 3차 대유행 조짐 보이는 가운데 북한, 국경과 휴전선 ‘봉쇄 장벽’ 강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3차 대유행 조짐 보이는 가운데 북한, 국경과 휴전선 '봉쇄 장벽' 강화. 남쪽 장관은 백신도 나눠 주겠다는데 문 더 닫아걸면 어찌 받으려고.○…3차 재난지원금 논의 급물살 타는데 국가 곳간 책임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무 소리도 안 내. 드센 청와대 바람에 갈대가 흔들리다 못해 이제는 아예 드러누운 모양.○…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직무 배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데 침묵하던 문재인 대통령, 서울 오산고 시험장 방문해 '방역 철저' 지시. 국민들은 '지시' 아닌 '의견'을 알고 싶답니다.

2020-11-30 05:00:00

[기고] 코로나19, 관리 개념 도입하자

[기고] 코로나19, 관리 개념 도입하자

현재 3차 대유행 우려가 커지고 있는 코로나19는 감염병이 아니라 만성 질환처럼 '관리'의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질병의 역사는 과거에는 감염(전염)성 질환이 많았으나, 현재는 만성 질환으로 변화하면서 의료의 개념이 완치(cure)에서 관리(management)로 변화하고 있다. 감염성 질환은 완치의 개념이 있지만, 만성형 질환은 완치라는 개념 대신에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완치는 치료가 되면 그 상황이 종료되지만, 만성형 질환은 완치가 안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관리해야 한다. 관리를 잘하지 않으면 증상이 심해지고 관리를 잘하면 증상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질병과 삶이 평생 함께하는 동반자처럼 가야 한다.관리는 365일 24시간 동안 이뤄져야 하는데 의사가 환자 옆에서 그 역할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에 치료의 주체가 의료 전문가에서 환자로 바뀌는 환자 중심 의료(patient centered care) 개념이 생겼다.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을 때 이 병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감염병이라서 완치(BC: Before Corona-cure)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코로나는 치료 과정에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서 감염병의 완치 개념이 아니라, 만성 질환처럼 진행해 왔다. 만성 질환의 관리(AC: After Corona-management) 개념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와 환자가 동반자(WC: With Corona)처럼 같이 가면서 환자가 진료의 주체가 되어 '거마손'(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손 씻기)을 365일 지켜야 할 것이다."코로나로 죽으나, 굶어 죽으나 매한가지 아닌가"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즉 코로나 방역 때문에 경제가 돌지 않아서 굶어 죽겠다는 탄식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코로나로 죽어도 안 되고 굶어 죽어도 안 된다.요즘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시고 있다. 커피 중에 대표적인 메뉴로 아이스 아메리카노(아아)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따아)가 있다. '아아'는 목이 마르면 단숨에 다 마실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씩 나눠 마실 수도 있다. 본인이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반면에 '따아'는 뜨겁기 때문에 본인이 양을 조절해서 마실 수 없다. 일정량을 조금씩 계속해서 마실 수밖에 없다. 현재의 코로나는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서 '신천지' 대량 발생 때와 환경 변화의 차이는 없다. 그래서 환자가 계속 발생한다. 환자 발생 정도보다는 계속해서 발생한다는 것이 방역에서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관리(management)의 개념이 필요한 이유다.경제도 살려야 하고 코로나도 잡아야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코로나 환경은 변화가 없기 때문에 관리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정부에서 방침을 임의로 바꾸지 말고, 따뜻한 아메리카노 마시듯 일정하게 유지해야 할 것이다.정부의 방침은 환자가 조금 감소하면 방역을 풀고 조금 증가하면 방역을 죄고 있다. 오랜 코로나 때문에 국민들은 지쳐 있다. 조그만 핑계라도 있으면 방역에서 일탈하고 싶어 한다. 국민의 경계가 풀어지면 정확하게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고 그러면 방역을 죄는 일을 반복한다. 골프에서 말하듯 냉·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시책이 '양치기 소년'처럼 되기 때문에 신뢰를 얻기 힘들다. '따아'를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듯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0-11-29 15:34:49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검찰총장의 현재는 공수처장의 미래

[진중권의 이른 아침에] 검찰총장의 현재는 공수처장의 미래

검찰총장은 '식물'이 되어 버렸다. 권력의 비리를 캐던 검사들은 손발이 묶였다. 실력 있는 검사들은 줄줄이 한직으로 쫓겨났다. 견디다 못한 이들은 줄줄이 옷을 벗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부하 아래서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먹는 하마'가 되었다. 비리 사건은 그리로 들어가는 족족 소식이 끊겨 버린다.'식물'도 살아 있는 한 안심이 안 되는 모양이다. 권력은 총장에게 파상 공세를 펼쳤다. 한겨레신문은 윤 총장이 성 접대를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허위로 드러났다. MBC는 그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씨를 잡아넣으려 했다고 보도했다. 이 역시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다.본인에 대한 공격이 무위로 끝나고 측근을 통한 공격마저 실패로 돌아가자 가족을 건드린다. 이를 위해 인사청문회 때 자기들이 '문제 없다'고 했던 사안을 다시 끄집어냈다. 하지만 이런 무리수에도 그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엮으려던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그런다고 포기할 그들이 아니다.법무부에서 새로 6가지 누명을 씌워 그의 직무를 정지시켜 버렸다. 그가 판사들을 '불법사찰' 했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펼쳐 놓은 이 야바위판을 키우려고 국무총리와 당 대표까지 나서서 열심히 바람을 잡는다. 그런데 그때 하필 조국 전 장관의 7년 전 글이 발견됐다. 거기서 그는 '불법사찰'을 이렇게 정의한다."1. 정당한 직무감찰과 불법사찰의 차이가 뭐냐고? 첫째, 공직과 공무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불법이다. 2. 대상이 공직자나 공무 관련자라고 하더라도 사용되는 감찰 방법이 불법이면 불법이다. 예컨대, 영장 없는 도청, 이메일 수색, 편지 개봉, 예금계좌 뒤지기 등등." 너무 명료해 아름다울 정도다.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 역시 '불법사찰'의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세평 수집은 일반적인 업무다. 불법이 되려면 미행, 도청 등 불법 수단이 되어야 하고 수집 정보가 개인적인 약점이 되어야 한다." 이들의 정의에 따르면 문제의 문건은 '불법사찰'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말했던 이들이 지금은 딴소리를 한다.권력은 이미 윤 총장을 쳐내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남은 것은 요식행위뿐. 12월 2일에 열리는 징계위에서 추미애 장관은 윤 총장의 면직을 의결할 것이다. 대통령은 아마 못 이기는 척하며 그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일지도 모르겠다. "윤석열 총장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그들은 검찰이 '과도한 권력'을 가졌다고 비판해 왔다. 그 과도한 권력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무소불위'라는 검찰도 권력이 장관 자리에 앉힌 단 한 사람의 '똘끼'를 당해내지는 못한다. 대한민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곳은 오직 청와대뿐. 그곳은 이제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성역이 되었다.오직 '공수처'만이 구원이란다. 과연 공수처가 권력을 건드릴 수 있을까? 그들이 어떤 인물을 처장에 앉힐지는 안 봐도 빤하다. 추미애 사단이 장악한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의 미래다. 권력 앞에서는 사건 먹는 하마, 정적(?)에게는 잔인하고 집요한 하이에나. 이게 그들이 생각하는 사법의 이상이다.행여 실수로 강직한 인물이 그 자리에 앉아도 어차피 청와대에는 손을 못 댈 게다. 그저 한겨레나 MBC를 통해 음해성 보도만 흘려도 웬만한 이는 꺾이고 말 것이다. 게다가 검찰에도 부족한 실력을 충성으로 때우는 기회주의자들이 있다. 이들을 동원해 가족을 털어 대면,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그래도 버티는 이는 그냥 날리면 된다. 공수처장은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고? 검찰총장 임기는 보장돼 있지 않은가. 못된 쪽으론 워낙 창의적이라 그들은 어떻게든 쫓아내는 방법을 고안해 낼 게다. 검찰이라는 거대 조직의 장도 가볍게 날리는 이들에게 그깟 공수처장 하나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그러니 누가 그 자리에 앉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장을 시켜준 것을 '고위공직자를 수사하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총장의 현재는 처장의 미래. 부활한 예수는 반갑다고 달려드는 막달라 마리아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를 만지지 말라."(Noli me tangere) 이게 권력의 메시지다.

2020-11-29 15:14:45

[매일춘추] 알람

[매일춘추] 알람

알람시계가 운다. 휴대전화 알람이 운다. 가족 중 하나가 맨 먼저 잠에서 깨어나 다른 가족들을 깨운다. 별일 없이 하루가 시작된다.알람시계가 운다. 휴대전화 알람이 운다. 시계는 시계대로 전화기는 전화기대로 혼자 운다. 시계와 전화기가 울다 지친다. 오늘 지각이다! 낭패다. 알람(alarm)은 불안, 공포, 경보음, 경고신호 등의 의미를 지닌 영어단어이다. 국어사전에는 '미리 정하여 놓은 조건에 맞추어 저절로 경고음이 나게 되어 있는 장치'라고 나와 있다. 조건(시간)을 미리 정하여 놓는 일은 그 조건(시간)에 무슨 일인가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 즉 그 일의 주체되는 사람이 주로 하게 되어있다. 물론 알람이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새벽 2~3시면 일어나는 사람들 말이다. 그 시간이면 뭐든 어지간한 일은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특별히 알람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자는 일에 꽤 충실한 나 같은 사람은 출근하거나 어디 볼일을 보기로 했다면 반드시 알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알람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한 가족(성장한 자녀가 있는 경우) 안에서도 각자 스케줄이 다르면 가족 구성원의 알람 우는 시간이 다 다를 수 있다. 알람 소리는 구성원의 연령이나 기호에 따라 다르게 설정돼 있을 것이다. 전화기에 내장돼 있는 알람 소리 중 하나를 선택해놓은 경우(나 같은)가 있을 것이고 최신 유행 노래를 알람소리로 설정해 놓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뭐든 정해놓은 미션이 있다면 분연히 떨치고 나아가 수행하라고 알람은 오늘도 내일도 울고 운다.휴대전화 알람 소리를 설정해보자. 소리의 강도는 어떤가? 너무 크면 다른 가족의 단잠까지 방해할 것이고, 너무 작으면 소리를 듣지 못해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선택지도 있다. 휴대전화 설정 창은 알람 소리와 함께 진동도 추가할 것인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울릴 것인지 묻는다. 좀 무감한 사람은 소리든 진동이든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다. 우스개로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는 사람을 보면 깊이 잘 수 있어서 좋겠다 싶다가도 삶의 곤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안됐다.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어느 한 곳 지속해서 알람이 울리고 있지 싶다. 혼자 지치도록 울고 있는 알람을 끄지 못하고, 아니면 듣고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귀를 막고 안 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알람이 들린다면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게 아닐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미리 정해 놓은 일을 시작하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알람은 다행히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행한 일에 대한 경고다. 하라,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작지만 강렬한 메시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지키면서 혹은 소수의 일탈을 묵도하고 있는 수많은 규제와 법규 등은 오랜 시간 축적돼 온 알람의 총체일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젊은 환경운동가는 어떤가?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젊은 죽음들은 어떠한가? 매 순간 인지하지 못 하고 살지만,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거대한 경고음처럼 느껴진다. 자기가 설정해 놓은 알람은 본인이 끄는 게 가장 좋다. 누가 대신 꺼버렸을 때 그 책임은 설정한 사람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지금 누가 알람 소리를 들었는가?

2020-11-29 14:30:0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찐’ 마케팅에는 이자가 붙는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찐’ 마케팅에는 이자가 붙는다.

'찐'올해의 단어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말이다. 영탁의 '찐이야'부터 우리는 '찐'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우리 제품은 찐입니다!" "그거 찐인가요?" "그 사람은 정말 찐이야" 등등 사람들은 이토록 '찐'이라는 단어에 목말라하고 있다. 문제를 뒤집어 보면 답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만큼 '찐'이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가짜가 너무 많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광고가 그렇다. '찐' 광고를 찾아보기 힘들다. 광고판의 햄버거 속 고기는 두툼하다. 마치 돼지 한 마리를 잡은 듯하다. 주문 후 트레이 위의 햄버거는 앙상하기 그지없다. 정말 거지같다.다이어트 탄산음료는 제로 칼로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름진 것과 함께 먹으라며 살찌는 죄책감을 덜어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으로 뇌를 속이는 것에 불과하다. 설탕이 분명 몸속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뇌만 속이니 단 것에 더 집착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롱런하는 브랜드와 단명하는 브랜드의 차이가 난다. 바로 이 '찐'이라는 단어 때문이다.미국 유학 시절의 일이다. 당시 나는 애틀란타에서 광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여느 유학생들처럼 넉넉지 않은 상황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타벅스가 있었다. 거기서 라떼를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당시 나는 학교 안 뷔페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었는데 월급날 꼭 스타벅스를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드디어 급여일, 월급봉투를 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어 스타벅스를 방문했다. 그리고 호기롭게 주문했다. 늘 왔던 단골손님처럼 말이다.Can I get one cafe latte?그렇게 받아든 따뜻한 카페 라떼는 마시기 전부터 맛있었다. 이미 나의 후각은 황홀경에 빠져 있었다. 라떼를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여유 있게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서 펼치는 순간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책을 펼치는 못된 손 때문에 라떼가 바닥으로 쏟아진 것이다. 가슴 속에는 활화산 같은 용암이 분출했고 표정 관리는 기능을 잃었다. 세상을 다 잃은 기분으로 알바생에게 청소도구를 빌리려 했다. 그러자 그는 '그 정도쯤이야 껌이야'라는 표정으로 밀대를 가져와 바닥을 박박 훔쳐냈다. 미안해서 숨고 싶었고 허탈해서 도망가고 싶었다.나는 한 달 뒤 월급날을 기약하며 알바생에게 "thank you"라는 말과 함께 등을 돌렸다. 그러자 이게 웬걸 점원은 이미 다른 라떼를 만들어 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라떼는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다. 바닥에 라떼를 쏟아 가게를 더럽힌 가난한 동양인 유학생을 위해서 말이다. 방금 가슴 속에 뜨거운 용암이 분출했었는데 이번엔 뜨거운 눈물이 터질 차례였다. 그때 내가 다시 받아든 라떼는 인생 최고의 라떼였다. 2001년 8월, 군대 시절 행군하다 아스팔트 위에 잠시 쉬며 먹었던 이온음료와 견줄 정도였다.아무리 광고판 속 라떼가 맛있어 보이면 뭐할까? 아무리 TV 광고 속 카라멜 마끼아또가 달콤해 보이면 무슨 소용일까? 나는 이미 스타벅스에서 이런 황홀한 마케팅을 경험했는데 말이다. 이 이상의 찐 마케팅이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또 다른 사례는 미국이 아니라 경주서 벌어졌다. 서울에서 경주에 오셨다가 찰보리빵을 사간 고객이 있었다. 그런데 자기 집 베란다에 찰보리빵을 둔 사실을 깜빡하고 외국으로 출장을 다녀온 것이다. 한참이 지나 집으로 돌아 왔을 때 찰보리빵은 이미 운명을 달리하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것이다.그것이 너무 안타까워서 경주 찰보리빵집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하소연을 했다. 너무 안타깝다고. 그 말을 듣고 사장님은 곧 바로 고객이 구입했던 똑같은 빵을 서울 집으로 배송했다. 가게 입장에서는 그 만큼의 돈을 받고 그 만큼의 제품을 제공했다. 누가 봐도 공정한 거래였다.하지만 사장님은 고객의 편에서 생각했다. '정당한 돈을 지불했지만 고객은 돈을 쓰고도 찰보리빵을 못 먹었다. 그러니 내가 똑같은 상품을 보내겠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다. 재무제표상, 회계장부상 따질 수 없는 서비스를 베푼 것이다. 그 고객의 감동은 당연한 것이었다.후에 알고 보니 그 고객은 서울의 중소기업의 한 대표이사였다. 찰보리빵 한 박스라 해봤자 24,0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대표님은 그 서비스에 감동을 받아 100만원치의 찰보리빵을 주문한 것이다. 본인 회사 직원들도 그 빵을 먹을 수 있도록 주문한 것이다. 그 사람이 사회적 위치가 높은 사람이었다고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진심으로 마케팅을 한다면 그것은 눈덩이처럼 돌아온다. 진심에는 이자가 있다. 혼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입소문을 타고 여럿이 함께 나타난다. 그것이 찐 마케팅의 힘이다.안타깝게도 요즘은 이런 '찐'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IMF 이후 최고의 불경기 속에 사는 우리는 그걸 더욱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서점에 가면 이런 책들이 많다. 코로나 시대에 세일즈 전략, 코로나 시대의 트랜드, 코로나 시대의 비즈니스와 같은 컨셉의 책들이다. 코로나 시대에 모든 것이 변했지만 전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마케팅의 본질이다. '사람', '사랑', '고객'이라는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코로나 시대에도 변치 않는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만족시키려면 반드시 필요한 단어가 바로 '찐'이다.성경의 마태복음 26장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그 작은 자에게 하려면 '찐'이라는 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진심 없이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이제 10초 뒤에 이 칼럼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나도 고민해보겠다. 나는 정말 '찐' 광고인일까.㈜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 저자

2020-11-29 06:30:00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김홍도(1745-1806?), ‘염불서승’(念佛西昇)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김홍도(1745-1806?), ‘염불서승’(念佛西昇)

구름 위에 앉아 어디론가 향하는 스님의 뒷모습이다. 주인공이 한 명인데 뒷모습뿐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표정도 알 수 없다니! 누군가에게 보여 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가가 스스로를 위해 그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단원 김홍도는 불제자였다. 정조의 어진 제작에 동참화사로 참여한 공로로 1791년(정조 15년) 충청도 연풍(지금의 충북 괴산군 연풍면) 현감에 제수되었을 때 가까운 조령산 상암사에 시주한 일이 있고, 여기에서 기도해 외아들 양기를 얻었다.'염불서승'은 참 특별한 그림이다. 주인공이 뒷모습인 것도 유례가 없지만 먹물 옷을 입은 민머리의 한 스님일 뿐 불보살이나 여느 조사가 아니라는 것도 그렇다. 한 명의 출가자로서 구도의 길을 갔던 스님은 금생의 업을 마치고 서방정토를 향해 구름을 타고 가고 계실 것이다. 앉은 자리도 비슷한 예가 없다. 불보살의 연화대좌는 거대한 한 송이 연꽃이지만 스님의 자리는 송이송이 연꽃과 연잎으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꽃자리이다. 연꽃에는 붉은색을 연잎에는 푸른색을 담채로 살짝 얹어 은은한 영롱함으로 스님을 장엄했다. 연푸른 바림으로 아득한 허공을 드러냈고 유려한 선들의 일렁임으로 구름을 표시했다. 서명은 나이 든 단원인 단로(檀老)이고 인장은 자인 사능(士能)과 호 단원(檀園)이다.스님의 머리를 둘러싼 홍운탁월의 둥근 원은 두광(頭光)의 광배로 보이기도 하고, 하늘의 보름달로 보이기도 하고 둘 다로도 보인다. 그림의 바탕이 종이도 비단도 아닌 결 고운 모시인 것은 우연이었겠지만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이룬 짜임의 촉각적인 화면은 초월의 느낌을 물질화하는 듯하다. 불규칙하게 교차하는 촘촘한 질감이 베틀에 앉아 이 베를 올올이 짰을 어떤 손길을 친근하게 감지시키기 때문이다.불교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하나의 신앙 체계로서 뿐 만 아니라 정치 이념에 있어서나 사회사적, 문화사적으로 한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유교국가가 된 후에도 불교회화는 사찰 전각의 탱화나 야외용 괘불화 뿐 아니라 도석화(道釋畵)로 분류되며 감상용으로도 적지 않게 그려졌다. 수묵화의 필묵의 아름다움과 인간 정신의 성스러움인 종교심이 합일된 이 작품 외에도 관세음보살 등 불교적 소재를 감상화로 그린 김홍도의 걸작이 여러 점 전한다. '염불서승'은 김홍도의 대가다운 영감과 필력이 함께 무르녹은 너무나 조선적인 도석화이다. 중국 선종화, 일본 선화의 선기(禪機)와 선미(禪味)의 파격 대신 담담한 평상심과 무언의 초탈이 있다.

2020-11-29 06:30:00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는 발톱이 짧아야 건강하다.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는 발톱이 짧아야 건강하다.

퐁이(푸들, 4살, 3.9kg)가 앞다리가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다.보호자는 2주 전 미용실에서 발톱을 깎고 부터 불편해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앞다리를 살짝 스쳤음에도 자지러지며 보호자를 물기까지 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손으로 만져보면 크게 아파하지 않는다며 이상해했다.퐁이를 진찰해보니 왼쪽 앞발 발가락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힘을 딛지 못하고 있었다. X-ray 검사에서 뼈와 관절의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반대편 앞발과 뒷다리의 보행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보호자에게 퐁이가 아프기 전에는 산책을 잘 하였는지를 물어보자 보호자분은 그제서야 최근 퐁이를 잘 돌보지 못했고 산책도 못 시켜주다보니 발톱이 많이 길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미용실에 가서 발톱을 깎아야 했고, 미용실에서 발톱을 깎을 때 피도 났다고 했다. 지혈이 되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단다.하지만 퐁이는 발톱에 감염이 발생하면서 2주가 지난 현재까지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었다.개의 발톱 관리를 사람의 손톱 관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보호자가 많다.개의 발톱 속의 기저층(Quick of nail)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에 발톱을 깎는 과정에서 잘려지면 통증과 출혈을 동반한다.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개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걷기조차 힘들어한다.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 이상의 외상 관리가 필요하다.개의 입장에서는 통증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사람에게 공격적인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보호자가 감당안되어 미용실이나 동물병원에 맡기면, 미용사와 간호사들은 부득이하게 강압적인 보정을 동원해 발톱을 깎을 수밖에 없다. 개는 더 더욱 예민해진다.개의 고통을 줄이고 보다 쉽게 발톱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발톱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람 손톱과 개와 고양이의 발톱은 어떻게 다를까?사람의 손톱은 손가락 끝 피부 근처에 손톱이 자라는 기저층(Nile Bed)이 존재한다. 손톱을 관찰하면 혈관이 분포되어있는 부위가 선명하기 때문에 손톱 깍다가 다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개와 고양이의 발톱은 마지막 발가락 뼈에서 부터 유래한다. 투명한 발톱을 관찰하면 붉은 부위가 보이는 데 이 부분이 발톱을 자라게하는 기저층(Quick of nail)이다. 흙을 파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발가락 뼈와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발톱을 깎는 와중에 기저층까지 잘려지는 경우가 곧잘 발생한다.◆ 왜 개 발톱을 깎으면 피나고 아파할까?마지막 발가락뼈와 연결되어 발톱을 성장시키는 기저층(Quick of nail)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되어 있다. 발톱을 깎을 때 기저층을 자르게 되면 극심한 통증과 출혈이 발생한다. 통증은 상상 이상으로 아프다. 이 통증을 경험한 개는 발톱을 만지기만 해도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앞발은 발톱이 길어지면 기저층이 비례하여 자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출혈이 잘 발생하는 편이다.지혈제를 발라 지혈이 멈췄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물이나 오물이 닿으면 쉽게 감염이 진행되면서 기저층을 거쳐 뼈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위험한 부위이기도 하다. 출혈이 발생한 발톱 부위는 5일 이상 소독을 철저히 해 줄 필요가 있다.◆ 발톱은 깍지 말고 갈자어두운 색깔의 발톱은 혈관이 분포한 기저층이 보이지 않는다. 이 경우는 발톱의 끝 부분을 조금씩 잘라가며 개의 반응을 살펴야한다. 개가 통증을 느낀다면 자르지 말아야 한다.보호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손톱 가는 줄과 같은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강압적으로 발톱을 갈기 보다는 10초 정도 발톱을 갈아주고 칭찬하기를 반복한다.개가 통증 없이 칭찬이나 보상에 만족해 한다면 발톱 갈기는 더 수월해진다. 어느 정도 발톱을 가는데 익숙해졌다면 애견용 발톱깎기 그라인드를 이용할 수 있다.◆ 개는 발톱이 짧아야 건강하다.개의 발톱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발톱이 짧게 유지되려면 산책을 자주 시켜줘야 한다. 부드러운 흙바닥보다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발톱 닳기에는 유리하다. 걷기보다는 빨리 달리면 더 유리하다.반면에 산책이 부족해 발톱이 길어지면 발바닥이 충분히 지면을 딛지 못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소형견들이 발톱이 길어지고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이런 까닭에 발톱이 짧은 개가 더 많이 산책했으며, 더 건강하다는 주장은 합당하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2020-11-28 06:30:00

[광장] 청년 농업인, 농촌 공동체의 희망이다!

[광장] 청년 농업인, 농촌 공동체의 희망이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 심지어 소멸 위기라는 자극적 뉴스가 농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 준다. 2019년 우리나라 농업인의 평균연령은 64.6세이며, 농가 인구수는 224만4천738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불과하다. 70세 이상 경영주 농가의 비중이 45.8%로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 14.9%의 3배를 넘어서고 있다. 한마디로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다.농촌진흥청의 '2019년 농업인 복지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승계자가 있는 농가는 8.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농가가 승계농이 없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사람이 없는 농촌은 대부분의 농업 자산이 소멸되고 유령도시가 될 우려가 있다.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우리 농업에 희망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경북 울진의 윤영진 씨는 식품명인인 어머니의 전통 쌀엿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명품 도라지 조청을 개발하고, 포장 디자인을 고급화해 제품 차별화라는 성과를 거둬 가업을 잇는 청년 농업인의 우수 사례로 선발됐다. 안동의 부용농산은 마의 1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마 분말, 차 가공품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성공 사례이다.청년은 농촌의 미래이고 새로운 희망이다. 귀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청년의 숫자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40대 이하 귀농인은 2천914명으로 전체 귀농인의 25.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청년이 직면하는 문제는 비단 소득 창출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의료 등 농촌 인프라 전반의 취약성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여성 청년 농업인은 농업 노동뿐만 아니라 출산과 보육 부담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청년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농촌에서 청년 농업인 문제는 지역 문화, 또래집단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 청년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문화공간이나 또래집단이 없다는 것인데,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전남 보성군은 청년센터를 개소하고 청년 밴드 운영, 슬기로운 청년 유튜버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독서, 강연, 음악 등을 나누는 청년 농업인의 활동도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청년은 농촌공동체를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 생산공동체를 형성해 지역 주민과 청년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청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이 지역민의 경험과 어우러지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또한 청년 농업인들이 복지 서비스를 만들고 지역 취약 계층에 제공할 수 있다면 새로운 복지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청년이 지역에서 공급할 수 있는 복지공동체 사업은 재택 돌봄, 공동 식사, 공동육아와 교육, 세탁 서비스 등 무궁무진하다.우리는 아직 청년 농업인의 정착을 자산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는 유형의 자산뿐만 아니라 무형의 경영, 기술 노하우 등을 포함한 경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별 농가 단위의 승계가 아니라 농업공동체의 유지라는 측면을 고려한 지역 단위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계 가족 단위의 가업 승계뿐만 아니라 3자 승계 등 폭넓은 청년 농업인의 정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간 지원 조직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이는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얘기가 있다. 청년 농업인의 정착은 농촌공동체가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2020-11-27 14:32:53

[이종문의 한시산책] 달밤(月夜·월야) - 두보

[이종문의 한시산책] 달밤(月夜·월야) - 두보

오늘 밤 부주에도 떠 있는 달을 今夜鄜州月(금야부주월)아내가 제 혼자서 바라보겠지 閨中只獨看(규중지독간)가엾구나, 철부지 아들딸들아 遙憐小兒女(요련소아녀)포로된 아비 생각할 줄도 몰라 未解憶長安(미해억장안)구름 같은 머리칼에 향기로운 안개 香霧雲鬟濕(향무운환습)옥 같은 팔 맑은 달빛 싸늘하리라 淸輝玉臂寒(청휘옥비한)어느 때나 빈 휘장에 나란히 기대 何時倚虛幌(하시의허황)달빛에 눈물 자국 말려나 볼까 雙照淚痕乾(쌍조누흔건)두보(杜甫·712-770)의 나이 마흔다섯 살 때, 그는 안록산(安祿山)의 반란군에게 포로가 되어 장안에 억류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달이 몹시 밝았다. 두보가 휘영청 밝은 달을 바라보는 순간, 낯선 타향 부주에서 피난살이 중인 아내의 얼굴이 불쑥 떠올라 골똘한 상념에 잠겼다.오늘 밤 장안에 달이 밝으니 부주에도 응당 달이 밝을 게다. 아내와 늘 함께 바라보던 달인데, 오늘은 아내를 생각하며 혼자서 저 달을 쳐다보고 있다. 아내도 오늘 밤에 내 생각을 하며, 혼자서 우두커니 저 달을 바라보고 있을 게 뻔하다. 저 달을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이 저 달에 반사되어 내 눈에 들어오듯, 저 달을 바라보는 나의 눈빛이 저 달에 반사되어 아내의 눈으로 들어갈 거야. 가엾은 철부지 아들딸들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는지 몰라. 그 어린 것들은 장안에서 포로가 된 제 아비를 생각할 줄도 모르고, 제 아비를 걱정하는 제 어미의 마음도 알 리가 없겠지.오늘 밤 아내는 어떤 모습으로 저 달을 볼까? 향기로운 안개가 보얗게 피어올라 구름같이 틀어 올린 아내의 쪽 찐 머리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겠지. 맑은 달빛은 아내의 옥같이 아름다운 팔을 싸늘하게 비추고 있을 게고. 상상만 해도 환상적이고 몽환적으로 아름다운 아내, 그래서 더욱 더 보고 싶다. 물론 아내가 본디부터 그토록 아름다운 여인은 아니었어. 실제로 지금 부주에 가보면 아내는 피난살이에 지치고 찌들어 차마 바라보기 민망할 거야. 하지만 현실 속의 아내와는 상관없이, 아내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인으로 상상해보는 것은 내 자유잖아. 누가 그것까지 말릴 수가 있겠어.아무렇거나 환한 달빛 아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상상 속의 아름다운 내 아내를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어. 만나게 되면 아내와 달빛을 받으면서 나란히 앉아, 그 환한 달빛에 그동안 흘렸던 눈물 자국을 죄다 말리며 등이라도 토닥토닥 토닥여주고 싶어. 그런데 도대체 그 날은 언제 올까 몰라. 기다리고 기다리다 보면 그런 좋은 날이 언젠가 오기는 오겠지. 달은 저토록 밝건마는, 아아!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0-11-27 14:30:00

[시대산책] 바이든 시대의 대북정책

[시대산책] 바이든 시대의 대북정책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불복하고 있지만 이미 대세는 뒤집을 수 없다.지난 4년 동안 미국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비판해 왔다. 트럼프가 잔혹한 독재자이자 말썽꾼인 김정은을 국제무대에 등장시켜 마치 정상적 지도자인 것처럼 미화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고. 그리고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김정은과 웃으며 사진 찍고, 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그래서 시간만 허비하고 4년 동안 아무것도 해결한 것이 없다고.바이든 당선자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 대선 토론에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며 김정은을 불량배(thug)라고까지 표현했다.이런 것을 본다면 얼핏 바이든 시대의 미국의 대북정책은 트럼프 시대와는 많이 바뀔 것처럼 보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현재 북핵 문제의 주도권은 미국이나 중국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쥐고 있다. 이는 매우 불편한 진실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이 집요하게 핵무기를 개발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이에 제대로 대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부시 행정부도, 오바마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다. 애초에 주도권이 북한에 있었고 미국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던 상황이었다.이런 것을 고려해 본다면 바이든 시대가 됐다고 해도 사실 바뀔 것도 별로 없다. 2년 전 김정은이 협상장에 나온 것은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유인했기 때문이 아니라 핵무기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의 성능이 김정은이 원했던 만큼 충분히 달성됐기 때문이었다.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 오바마 때와 트럼프 때가 달라질 것이 없고 트럼프 때와 바이든 때가 달라질 것이 없다.바이든이 의회에서 오랫동안 외교와 관련된 업무를 맡아왔기 때문에 북핵 해결에서 군사적 방법보다는 외교적 방법의 문제해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조건에서 외교적 해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바이든의 개인적인 성향으로 볼 때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대북 폭격을 감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폭격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기대를 할 수 있는 것이 경제 제재다. 고강도의 대북 제재가 시작된 지 4년이 지났다. 당시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1년 반~2년 정도만 지나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혼란이 시작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북한 경제는 아주 평온하다. 물론 광업 종사자나 무역 종사자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어 북한 주민들의 평균 가처분소득은 줄어든 것으로 보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지난 4년 동안 북한의 환율과 물가는 아주 안정된 상태에 있었고 시장도 안정돼 있었다. 젊고 야심만만한 김정은은 경제발전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자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이며 눈물까지 보였지만 외부의 북한 전문가들이 볼 때는 북한 경제가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며 거의 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정상 무역과 밀무역 대부분이 꽁꽁 막혀 있었던 조건에서 경제적 혼란이 없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우리가 조금만 더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버티면 곧 북한 경제가 한계 상황에 도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북한이 백기를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4년 동안의 과정을 본다면 도저히 그럴 것 같지 않다. 제재를 지속하면 북한 경제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그리고 북한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북한이 핵 문제에서 백기를 들고나올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는 냉정한 현실이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냉정한 현실에 기초해서 대북 정책을 짜야 한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보다는 지금 끊임없이 축적되고 있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을 어떻게 중단시킬 수 있는지, 혹은 줄일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조금 더 현실적인 목표부터 먼저 추구해야 한다.

2020-11-26 15:21:20

[기고] 내실 있는 통합신공항 건설

[기고] 내실 있는 통합신공항 건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잘 건설되고 활성화돼 대구경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할 때이다.경상북도의회 신공항이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원만한 신공항 건설을 위해 제언을 하고자 한다.첫째,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9조원으로 예상되는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하고 세밀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군사 공항은 국방부 예산으로 건설한다고 하더라도 민간 공항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 현재 대구시가 기존 대구공항 부지를 매각해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한다고 하지만, 현재의 경제 여건과 대구의 주택 보급률 등을 고려할 때 과연 필요한 만큼의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이 요구된다.둘째, 예비타당성 조사, 농지 전용, 그린벨트 등 행정적인 절차의 면제 또는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 의성 비안면과 군위 소보면은 많은 농지가 있고 그린벨트 지역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게 되면, 경제적 효율성이 낮게 나올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현재 대구경북의 상황에서 공항 건설이 경제적 효율성이 다소 낮다 하더라도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와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관련 부처와의 신속한 협의와 의성군과 군위군의 신속한 행정적인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셋째, 경북 도민과 대구 시민들의 신공항 이용을 활성화하고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공항 건설 이후 대구 시민들이 신공항을 이용하기에 편리해야 하고, 경산 시민을 비롯해 영천, 경주, 포항 시민들이 쉽게 신공항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경산 시민과 포항 시민 등이 다른 지역 공항을 이용하게 된다면, 대구경북의 신공항은 운영에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지역 공항을 많이 이용하라고 부탁할 것이 아니라, 시·도민이 자연스럽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통합신공항이 국내의 다른 공항과 차별화되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넷째, 항공 물류를 이용할 수 있는 첨단 기업을 경북에 유치해야 한다. 신공항이 위치하는 의성과 군위는 구미공단과 인접해 있다. 그러나 최근 구미공단 내 삼성과 LG 등 첨단 부품을 소재로 하는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이전하는 추세에 있다.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 산업의 경우 항공 물류를 이용한 신속한 수출이 필수적인 기업들이다. 신속하고 안전한 항공 물류의 강점이 첨단 기업의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첨단 기업이 떠나는 구미공단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 유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다섯째, 의성과 군위만이 아닌 대구경북 전체의 성장 동력이 되어야 한다. 이철우 도지사는 이전 부지를 선정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과 약 7조원에 이르는 개발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아울러, 신공항 건설에 대한 효과가 경북 전체로 확산되어야 한다. 낙후된 북부 지역은 물론 경산을 비롯해 청도, 영천, 경주 등 경북의 다른 시군에까지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성장 동력이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시군별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필요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다양한 대내외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상북도의회 신공항이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여러 위원들과 함께 500만 시·도민의 지혜와 역량이 결집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2020-11-26 15:12:49

[매일춘추] 감성도 통역이 되나요

[매일춘추] 감성도 통역이 되나요

감성은 통역이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레짐작을 한다. 감성을 구성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고 먹고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매일매일 보고 듣고 먹고 말하면서 지레짐작만으로 상처를 주기도 또 받기도 한다. 시‧공간을 넘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소통시대,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이다. 말은 한사람만 건너도 오역이기 쉽다. 그래서 말이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다 보면 눈덩이처럼 커진다. 외국도서를 번역할 때 직역과 의역이 있는 것처럼, 감성에도 직역과 의역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직역과 의역이 언제 왜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경계를 안다는 것은 책을 쓴 저자의 의도와 생각에 가닿을 때 가능하다. 한권의 책을 통역하는 것과 한사람의 감성을 통역하는 것은 무대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만큼 크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은 각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다양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거나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는 일은 많다. 그러나 한사람의 감성을 두고 감상을 한다거나 토론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연극을 볼 때 무대에서 주인공이 부당하게 맞고 있다고 그 무대에 올라서 같이 싸우지 않는 것과 같다. 바로 예술과 현실 사이에는 '미적거리'가 있다. 관객이라는 입장에서 봐야하기 때문이다. 연극무대와 관객의 거리는 영화감상이나 독서를 하는 것의 관계와 같다. 코로나19로 우리는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다. 사회적 거리는 바이러스 전염을 막기위한 거리이다. 바이러스 백신으로 사회적 거리가 사라져도 우리가 지켜야 할 거리가 있다면, 그것은 개인과 집단의 감성생태를 위한 거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무대에는 시나리오도 감독도 연기자도 없다. 그래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스스로 감독이 되어 살아야하는 것이 삶의 무대다. 집과 학교, 사무실이나 일터에서 함께 하는 이들과 서로 보고 듣고 말하는 가운데 그만의 감성들이 교류하는 현실이라는 무대에서의 통역은 거울처럼 서로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감성은 일상 속에서 말로 눈으로 행동으로 마치 예술가가 작품을 하듯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서로를 조각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인류는 개인과 개인 그리고 사회와 사회 나아가 국가와 국가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조각해 온 삶의 역사다. 이렇듯 인간은 자연을 조각하고 도시를 조각하고 또한 친구와 연인이 되어 서로의 감성을 말로 눈빛으로 행동으로 조각하며 살아간다. 나의 감성을 조각하고 서로를 조각하는 감성생태, 말없이 가능한 감성통역의 삶이다. 눈으로 소리로 손으로 감각하는 대상, 그 대상은 감성생태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다수와 개인의 감성이 투영된 장소 바로 우리의 몸이고 얼굴이다. 그것은 거울처럼 우리를 보게 하고 그 속에서 나를 마주하는 동안 마법과도 같은 감성소통, 서로를 투영하며 스스로를 조각하는 가운데 그 어떤 자각으로 눈을 뜨게 하고 귀가 열리게 하는 말, 감성생태의 원천이다. 자연의 생명, 도시의 문화 그리고 각각의 구성원 속에 깃들어 있는 것, 서로의 감성을 공감능력으로 조각하는 마르지 않는 샘, 바로 감성통역이다.

2020-11-26 11:46:46

[도태우의 새론새평] 부정선거면 어때?

[도태우의 새론새평] 부정선거면 어때?

근대 자유민주 체제의 본산인 미국에서 부정선거 시비가 일어났다. 11월 3일 투표를 마쳤지만 6개 주에서 선거소송 절차가 진행 중이며 이들 주의 선거인 수를 제외하면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구도 과반수인 270명에 도달하지 못했다.조지아주에서는 서명을 엄격하게 대조하는 절차가 포함된 재검표가 다시 요구되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신청서가 없는 부적격 우편투표가 10만 장에 달한다고 하며, 미시간주에서는 새벽녘에 13만 표 이상의 바이든 표가 순식간에 상승하여 프로그램 조작이 강력하게 의심되고 있다. 네바다주에서는 1만5천 명이 중복 투표를 한 증거가 제출되었으며,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약 70만 표가 제대로 된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고, 10만 표에 달하는 공화당 표가 부정하게 처리되었다는 수학 교수의 분석이 제출되는 등 격렬한 쟁송이 전개되고 있다.미국에서 지난 20일간 드러난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제기되는 문제들은 충격적이다. 선거 전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몰이가 장기간 대대적으로 벌어져 투표도 하기 전에 벌써 승부가 정해진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한다. 또한 신권 지폐와 같은 이상 투표지, 발생 불가능한 배송 기록을 가진 대량의 우편투표, 투표지 이동의 무결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 등이 펼쳐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개표 단계에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전자개표기의 프로그램 조작과 통신망 연결에 따른 외부 조작 문제가 대두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지막 단계는 참관인의 접근을 막거나 불법적인 표와 합법적인 표를 뒤섞어 검증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는 주장도 많다.부정선거는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를 근본으로 삼는 자유 체제의 취약점을 파고든다. 한 표라도 이기면 결과가 바뀌는 것이기에 디지털 시대의 선거 조작은 티 나게 많은 표를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작으로 확보 가능한 목표치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정값(조작값)을 계산해 낸다. 경합 지역에 집중하면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가져올 방법을 고안해 낸다. 우편투표처럼 가장 조작하기 쉬운 하나의 방법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명부 작성, 투표율 부풀리기, 실물 조작과 전산 조작, 사전 조작과 실시간 조작, 사후 보정 등 세부적으로 수십 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구사한다. 혹시 부정의 흔적이 발각되면 단순 실수 관리 부실이고, 결과를 바꿀 정도가 아니기에 법적으로 의미가 없으며 질 만한 이유가 있어 진 것이라고 여론을 몰아 간다.이렇게 치밀하게 부정선거가 저질러졌음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확실한 증거가 없는 한 부정선거 주장은 음모론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은 선거 조작이라는 중범죄를 도와주는 논리일 뿐이다. 우리의 경우 수사는커녕 증거 조사 하나 제대로 진행해 주지 않으면서 '증거를 더 가져오라'는 것 또한 앞뒤가 바뀐 이야기이다.심지어 '부정선거면 어때?'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정체성(identity) 정치'가 난무한다. 역사적 피해자, 약자, 소수자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가해자로 낙인찍힌 편에게는 한 움큼의 관용도 없다. 왜? '우린 피해자이고 순결하며, 너흰 가해자이고 괴물이니까.'이처럼 명백하게 악한 태도를 악(惡)으로 인식하고 투쟁하지 못하는 자유주의는 부패한 자유주의 또는 죽은 자유주의이다. 일찍이 이승만 대통령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게 서서 다시는 노예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1)는 성경 말씀을 평생의 푯대로 삼았다고 한다.자유는 영속되지 않는다. 자유를 얻고, 자유를 누리며 살다가, 다시 노예의 상태로 굴러떨어지는 패턴을 역사는 수없이 증언하고 있다. 불의가 제도가 될 때 저항은 국민의 의무가 된다고 한다. '부정선거면 어때?' 그러면, 세상에 허용되지 않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2020-11-25 17:05:53

[기고] 어촌의 미래, 어촌뉴딜 300사업

[기고] 어촌의 미래, 어촌뉴딜 300사업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해외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어촌이 안전한 곳으로 인식돼 새로운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촌은 바다, 섬, 자연경관, 해양레저, 수산자원 등 다양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지만, 기본적인 인프라와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어촌 지역을 활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어촌뉴딜 300' 사업을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한국농어촌공사 경북본부는 2019년 경주시 수렴항 등 3지구에 대해 완성도 높은 사업 계획을 바탕으로 전국 최초로 사업에 착공했고, 2021년 공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경주시 나정항 등 6지구의 사업 계획을 전국 최초로 승인받고 2021년 초 공사 착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이 사업은 해양관광 활성화와 생활 밀착형 SOC의 현대화를 통한 어촌 주민 삶의 질 제고와 국가 균형발전 실현을 목표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국 300개의 항·포구에 대해 총 3조135억원을 투입해 정비할 계획이었으나, 지방자치단체,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 향후 대상지가 확대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방향으로의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첫째, 지역 특성에 맞게 유형별(어항시설, 어촌마을, 어항시설+어촌마을)로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사업 대상지가 지방어항, 어촌정주어항, 마을공동어항과 소규모 항·포구로 광역 및 지방정부의 역량과 관심도에 따라 어항 및 마을 기반시설이 잘 정비된 지역이 있는 반면 낙후되고 소외돼 정비가 시급한 지역도 여전히 많이 있다. 즉, 어업 및 수산업 활동을 위한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진 지역은 어촌마을 재생이 필요하고, 어촌마을이 잘 정비된 소규모 항·포구인 경우에는 어업활동을 위한 어항 정비가 필요하다.둘째, 무분별한 건축물 신축을 지양하고 마을에 위치한 어촌계회관, 마을회관 등의 기존 시설물을 리모델링해 건축물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기존의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어촌체험관, 어촌계회관 등이 설치되었고, 어촌뉴딜 300 사업 또한 다양한 건축물의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건축물 등기가 어촌계, 마을회로 되어 있는 어촌계회관, 마을회관 등을 리모델링해 사용할 경우 등기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갖게 된다.셋째, 사업 준공 이후 최소 2년간 사업 지속성 확보를 위해 광역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역량 강화 사업의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정책 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의 가시적인 성과 위주로 진행되면서 마을공동체의 회복과 활성화에 대한 지원이 미흡했다. 따라서 사업 안정기까지 지속적으로 지역공동체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운영 조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광역 및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16지구 어촌뉴딜 300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한국농어촌공사 경북본부는 경북도청 환동해지역본부와 추가적인 지원과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들을 진행하고 있다.포스트 어촌뉴딜 사업은 지역 주민의 니즈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과 정체성을 잘 반영해야 한다. 유형별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소멸 위기에 처한 어촌의 활성화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주민 소득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가고 싶고 찾고 싶은 곳으로 재탄생하는 성장의 사다리가 되길 기대한다.

2020-11-25 16: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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