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수료. 새천년민주당 정책위 부의장. 정치평론가

보수 야당의 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국 동향

북풍 착시현상에 여당 지선 대승 대다수 국민 위험한 진실을 몰라 축제 같은 쇼 뒤 냉혹한 안보 현실 훗날 엄중한 대가 치러야 할지도 6월 12일 세계적 관심사였던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회담이 CVID 비핵화는커녕 한미동맹 약화와 안보 우려를 심화시키고 끝났다. 그러나 그다음 날 치러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은 여당의 유례없는 대승으로 끝났다. 거래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자신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김정은의 노련한 버티기에 말려들어 완패했다는 세계적 여론과는 달리 한국에서만 마치 매우 성공적인 회담처럼 언론의 호들갑 속에 전해졌다. 4·27 판문점 선언, 5·26 문재인·김정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12 미북 회담으로 마치 북한 비핵화와 남북미 간의 종전선언, 평화협정, 미북 수교, 미국의 대북 제재 해체, 대북 경제지원 등이 임박한 듯한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북풍 착시현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70% 중반 지지율을 떠받쳐 여당의 대승과 보수 야당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물론 자유한국당의 탄핵 사태 이후 성찰과 쇄신 부족, 공천 개혁의 부재, 기득 성향의 강화와 내분, 투쟁의식 부재가 참패의 또 다른 요인임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유례없는 대승을 이룬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그럴 만한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으로 정국 주도력, 야권과의 협력 소통 등을 상실하고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고 여당 내에 그 누구도 문 정권의 소수 전횡과 독선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나 최소한의 의견 제시 및 내부 토론 기능강화조차 사라졌다. 여기에 드루킹 사건, 미투 사건이나 여배우 스캔들, 조폭 연루 의혹, 게임업체 관련 의혹 등으로 숱한 여권 핵심 인물들이 적폐청산이 무색하게 연루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지난 대선의 연장선인 지방선거에서 현 여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면서 문 정권의 향후 정국 장악력을 뒷받침해줬다.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비핵화는 말뿐이고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확정되고 주한미군 철수, 대북 제재 완화, 종전선언, 평화협정이 가시화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국민 다수는 이 문제에 대해 위험한 진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65년 혈맹 우방국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안보에 대해 매우 우려스러운 사고관이 확인된 점이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돈 낭비라 인식하고 이를 북한, 중국과 같은 시각인 '도발적'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지금은 아니지만' 단서를 달았지만 본인이 원하고 있다고 전 세계 기자 앞에서 공언했다는 점이다. 정작 회담의 주 메뉴인 북한 비핵화는 북의 김정은에 말려들어 회담 직전 '한반도 비핵화 선언' 차원에서 추진한다며 호언장담하던 CVID를 말도 못 꺼내고 양보했다. 11월 중간선거, 탄핵 움직임, 재선 집착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완패라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문 정권이 싱가포르 3자 '종전선언'에 끝까지 집착하고 사실상 '한미 훈련 중단'에 동의하고 '미군 철수 발언' 등에 항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나아가 비핵화는 우리 일이 아니라 미북 간의 과제인 양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공개되지 않은 '이면합의'가 있어 향후 실무회담에서 잘 정리될 것처럼 낙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미북 회담을 바라보는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 한국 대통령들이 확신하기보다는 그들 임기 중 북의 '핵미사일 도발'이 없다면 이를 용인하며 북에 한미 동맹 해체, 미군 철수, 경제 지원, 제재 해제 같은 선물을 주려한다는 평가까지 내리고 있다. 나아가 북한은 이미 이스라엘 같은 '인지적 핵보유국'에 접어들었고 미북 협상은 핵보유국 간 군축회담 같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축제 같은 쇼들이 끝나고 난 뒤 부딪힐 냉혹한 안보 현실에 대해 국민 다수가 진실을 모르거나 혹은 외면하거나 애써 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권 열성 지지자 일부는 이런 우려를 지적하면 철 지난 '안보 장사'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이분들 업보는 훗날 국민 각자가 치러야 될 엄중한 대가로 확인 될 것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

2018-06-17 16:03:28

최철영 대구대 교수 법학부

북미 정상회담 승자와 패자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를 놓고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전문가들 사이에 미국이 패자라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북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회담 성공의 기준으로 회자되어 오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는 명시되었지만 검증가능이나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는 없다. 사실 CVID는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부시 정권에 의하여 주장된 용어다. 이때 'D'(Dismantlement)는 핵시설의 분해와 해체를 의미한다. 당시 북한에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D는 더욱 확대된 비핵화를 의미한다. 다종다양한 핵폭탄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 이 모두를 포기하라는 용어다. 하지만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로 과거와 다른 강력한 대미 협상의 지렛대를 갖춘 북한에 종전처럼 일방적으로 CVID를 관철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정치적 낭만주의에 불과하다. 협상은 현실이고 각자에게 각자의 것이 배분되어야 합의 결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검증가능이나 불가역적이라는 용어가 없다고 북미 합의가 실패한 것은 아니다. 두 용어는 비핵화의 목표가 완전하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일 뿐이다.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합의만으로 협상의 핵심목표는 달성된 것이다. 비핵화가 완전하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할 구체적 방법까지 명시하고 싶은 마음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다. 하지만 상호 간에 불신이 있으면 아무리 구체적인 합의도 이행되기 어렵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를 포함한 그동안의 합의들이 그랬다. 중요한 것은 북미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역사상 처음으로 직접 만나고 합의 내용의 완전하고 신속한 이행을 직접 확약했다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한국이 패자라는 주장도 한다. 한국 정부에 불의타(不意打)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적 한미 군사훈련 중지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발언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과 함께 이 부분에서 승자로 등장한다. 양국은 그동안 전략적 위협요인으로 간주되던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것이 한국의 패배는 아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대립관계의 해소는 4·27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에 약속된 사항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우호적 대화 환경 조성을 의미한다. 당사자 간의 신뢰 구축과 더 나은 결과를 도모하기 위한 잠정적 선제투자인 셈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세계적 관심 속에서 이루어진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을 국제사회의 논의 틀에 들어오도록 한 국제사회의 승리이다. 북미 정상 합의에 대한 승패 담론은 국제관계에 대한 냉전적 그리고 대결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구시대적일 수밖에 없다. 평화와 공동번영의 동반자 사이에 승패가 있을 수 없다. 강조되어야 할 방점은 남북미 정상들 간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대한 직접적이고 포괄적인 합의가 도출되었다는 데 놓여야 한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발전은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2018-06-17 16:05:17

박용욱 신부

병원의 탄생과 인간의 가치

고대 건축이 보여주는 놀라운 성취는 오늘날까지도 우리를 경탄하게 한다. 기원전 2천500년 무렵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피라미드들은 건축학적 놀라움뿐 아니라 그만한 규모의 토목건축을 뒷받침한 효율적 행정체계와 생산력을 증언한다. 서기 125년 경 재건된 로마의 판테온은 무려 2천여 년의 풍파를 견뎌내며 아직도 현역의 위용을 뽐내며, 기원전 19세기 무렵 고대 바빌로니아에 설치된 하수도와 수세식 화장실은 생활에 필수적인 건물과 구조물들이 고대 사회에도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그런데 어지한간 것은 모두 갖춘 이집트와 로마 제국에서 찾을 수 없는 건물이 있으니, 그것은 병원이다. 이집트 의학의 창시자요 최초의 의사라 불리는 임모텝은 역사상 최초의 체계적 의학 기록을 남겼지만, 이집트 어디에도 병원은 따로 존재하지 않았다. 명실상부 세계의 중심(Axis Mundi)으로 기능했던 로마에도 병원 건물은 없었다. 오늘날의 병원과 비슷한 발레뚜디나리아(Valetudinaria)가 존재하기는 했으나, 여기에는 오직 군인들과 노예들만 드나들 수 있었다. 환자들을 위한 돌봄의 기관이라기보다는 손상된 노동력을 보충하는 일종의 수리소였다는 뜻이다. 임모텝이 환자들을 돌본 것도 그가 최초의 피라미드 설계자요 건축가였다는 사실과 연관된다. 임모텝의 의료는 근본적으로 건설에 동원된 수많은 인적 노동력을 최대한으로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요컨대, 고대 사회는 더 이상 생산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노동력을 보충하는 데 관심을 두었고, 병원을 세워 환자를 돌보는 것은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자원을 낭비하는 일로 여겼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그런 가운데, 서양 최초의 병원이 체사레아의 주교 바실레이오스(성 바실리오)에 의해 등장한다. 바실레이오스 주교는 그리스도교 복음 정신으로 사회적 이상을 구체화시킨 일종의 사회복지 복합 건물을 세워 여행자와 가난한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주교는 여기서 친히 허리에 앞치마를 두르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며 음식과 영혼의 양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호스피치움(Hospicium)이라 불리는 이런 건물들이 곳곳으로 퍼져나가 훗날 병원의 모태가 된다. 신약 성경에 기록된 17개의 치유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아무 것도 생산할 수 없고 어떤 보상도 기대할 수 없는 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하느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존재로 격상되었다. "우리의 병고를 떠맡고 우리의 질병을 짊어진"(마태 8,16~17) 예수의 모범을 따라 환자를 돌보는 일은 하느님 나라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일이 되고, 마지막 날의 심판을 통해 하느님께서 그 수고를 갚아주시리라는 희망이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인간 생명의 가치를 그의 생산력과 분리하게 되는 이 지점이야말로 인간의 가치와 품위가 복음 정신으로 새 옷을 갈아입은 생생한 예일 것이다. 인간의 가치는 그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에 매이지 않는다. 오늘날 의료와 관련된 여러 가지 논쟁에서, 그러니까 낙태 합법화라든가 안락사 논쟁 같은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이 명료한 진실을 자주 잊는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박용욱 신부 대구가톨릭대 의과대학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2018-06-15 14:07:28

권은태 사)대구콘텐츠플랫폼 이사

누가 방탄소년단처럼 할까?

'방탄소년단이라니!' 이름 한번 별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좀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오그라드는 것 같아 피식 웃고는 채널을 돌렸다. 그 후론 꾸준히 TV에 나와도, 가요 차트에 그들의 이름이 보여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름만 가지고 따지자면 '소녀시대'인들 별다를 바 없건만 그들의 노래가 빌보드 차트에 진입했다는 뉴스를 봤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온라인에서 애써 활동하면 어느 정도 성과야 내겠지만 그렇다고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못 해낸 일을 겨우 '방탄소년단'(BTS)이 해낼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지난 세월 케이팝을 이끌어온 주역들은 단연 걸그룹이었다. 그러니 언젠가 우리 음악이 빌보드 차트의 맨 윗줄에 오른다면 그 주인공 또한 당연히 걸그룹일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방탄소년단은 그 흔한 해외파 한 명 없는 작은 기획사의 보이그룹이었다. 그런저런 어쭙잖은 이유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매년 데뷔했다 사라지는 40여 개의 아이돌 그룹 중 하나쯤으로 여겼다. 제대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면서 판단은 참 섣불리 한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수롭잖게 여겼던 이 보이그룹이 대박을 쳤다. 그것도 어느 날 갑자기 반짝한 것이 아니라 한 걸음 한 걸음 밟아 올라 결국 지금 자신들의 자리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가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를 보고서야 그걸 알게 되었다. 그들의 공연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노래와 퍼포먼스의 차원이 달랐다. '디엔에이'(DNA)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표정에서 불현듯 오래전 아카데미 시상식이 떠올랐다. '빌리진'을 부르며 '문 워크'를 추는 마이클 잭슨을 향해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장면이 수십 년 만에 오버랩된 것이다. 그렇게 춤추며 노래하는 남자를 그때 이후로 처음 보았다. 그리고 종종 그들을 상징하는, 그러나 좀 부정적으로 들렸던 '칼군무'의 의미도 알게 되었다. 그건 일곱 명의 멤버가 한 명처럼 동작을 맞춰 춤을 춘다는 뜻이 아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그들의 몸 하나하나가 칼처럼 음악을 파고들었다. 한 치의 오차라도 있으면 목숨이 날아가는 칼처럼, 그렇게 그들은 춤을 추었다. 그들의 퍼포먼스에는 철저하게 드라마가 있었다. 그런데 간결했다. 그들의 몸짓에는 눈물도 있었다. 그럼에도 때론 압도적이었다. '널 위해 예쁜 거짓을 빚어내/ 날 지워 너의 인형이 되려해/ 사랑이 사랑만으로 완벽하길….' 지난달 방탄소년단은 새 노래 '페이크 러브'로 빌보드 컴백 무대를 가졌다. 발표된 지 사흘밖에 안 된, 이 예사롭지 않은 가사의 노래를 미국 현지에서 관중들이 소위 '떼창'을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이 노래가 실린 정규 3집 앨범이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기쁜 소식을 팬들에게 가장 먼저 전했다. 그들은 오직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아티스트가 되길 원한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높이 오를 때마다, 그래서 잔치가 열릴 때마다 그들은 늘 먼저 내려오고 일찍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팬들을 찾아간다. 이제 지방선거가 끝났다. 문제는 승자들이다. 잔치 소리를 뒤로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오직 시민만 바라보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누가 방탄소년단처럼 할까?

2018-06-14 17:26:54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정치의 시간, 우리들의 시간

현재 지방의원 민원 해결 아닌지속가능 공동체 중재자 돼야문제 해결의 절차 과정 만들어非물질적 삶 나아지는 정치를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거 평가나 정치공학의 문제가 다른 사람의 몫이라면, 유권자로서 개인은 각자의 삶을 이어가야 한다. 2018년 7월 1일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은 4년이라는 시간표를 짜겠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생활을 지속하는 수밖에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거가 끝났고 새로운 지방정부가 시작한다고 해서 당장 삶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방선거와 우리의 삶의 관계에서 어떤 것들을 생각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층위의 구분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이 구분되어 있고, 각각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대다수는 이러한 구분을 두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에서 강조하는 '자치'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라도 상호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갖고 가는 현상이나, 공약을 살펴보면 기초의원과 광역단체장의 역할도 구분 못 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 차원에서 자치 구조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기초 단위로 갈수록 비전으로 포장된 '허언'이나 망상이 아니라 진짜 지역 현안이 담긴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지방의원은 민원 해결사가 아니라 민원 중재자이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정책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여전히 지역에서 정치 영역은 소수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이다. 그리고 대다수 주민들은 민원을 통한 만남과 지지로 연결된다. 오죽하면 지역 정치인이 '민원인 만남의 날'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겠는가. 지방의원은 단순한 민원의 해결보다는 지역공동체의 통합적 관점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이끌어가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정치인 개인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의 목소리를 모으고 공동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정치라 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의원은 정치인이기 이전에 주민자치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어야 한다. 지방의원은 권력의 행사보다는 지역사회와 함께 더 나은 지역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부족한 지방재정 내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어떻게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누가 무엇을 잘하느냐 혹은 누가 무엇을 했는가의 능력이나 업적 위주의 생각이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어떤 문제를 누구와 함께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절차와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지역 전문가는 많지만 정작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드물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를 대상으로 논의되는 것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보통 인간이 살아갈 때 중요한 요소로 '의식주'를 꼽는다. 실제로 이 세 가지는 인간 삶의 필수 요소이다. 하지만 의식주가 해결된다고 해서 삶의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정치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노력이 곧 정치 활동이다. 의식주 문제가 물질적 측면에 해당된다면, '더 나은 삶'으로서 정치는 비물질적인, 즉 정신과 영혼에 해당되는 것들도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시설을 만들거나 자원을 배분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에서 주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미소로 인사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곧 시작하는 지방정부 4년은 단순한 민원 해결, 재건축, 도로 확장, 복지정책 등의 사업과 정책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과 공간, 마을과 교육,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애쓰는 '정치'를 꿈꾼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건강한 혈관이 흐르는 지역공동체를 꿈꿔본다. 그것은 인간의 삶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정치는 곧 예산과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수단과 무기를 갖고 개인의 일상을 디자인하는 고도의 기술이자 작업이다.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공존하는 지역사회에서 비록 무리인 줄 알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치를 꿈꿔본다. 권경우 중앙대학교 영문학/ 문화연구 박사수료. (사)문화사회연구소 소장 역임

2018-06-14 16:33:25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행복한 노인이 많은 나라

우리나라의 노인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하여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다. 노인인구가 국민 전체인구의 14%를 넘는 현재의 고령사회는 20%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 초고령 사회에 직면하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생산인구의 감소와 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령인구의 증가는 중대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중년의 나도 언젠간, 아니 곧 노년층의 세대가 되어 개인적·사회적으로 골칫거리의 대상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솔직히 겁이 나고 서글퍼진다. '평균수명 연장,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과연 그 때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 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노화로 인하여 쇠해지는 기력과 질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피할 수 없다. 또한 경제의 중심에서 비켜져 생산성도 경제력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이 듦을 서글퍼하고 한탄할 수만은 없다. 거부할 수 없는 현실에 맞는 각자 나름의 행복을 준비해야 한다. 20년 후, 40년 후, 어쩌면 60년 후의 나의 모습과 삶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특히 건강수명에 집중해야 한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더불어 영적으로도 건강하다면 흐르는 시간과 깊어가는 주름도,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화도 조금은 너그럽게 품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노인들은 집에서 낮잠이나 TV시청 등의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낮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체활동의 부족으로 건강은 더욱 위협 받고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어 질병과 외로움으로, 게다가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진다면 그 삶은 너무 무겁다. 이것은 지금의 노년세대가 성장한 시대에서 체육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에 기인하여 운동생활이 없는 것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운동을 하지도, 할 수도 없었던 시대였기 때문에 현재의 결과는 더욱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매일 테니스를 치러 오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만난다. 왜 아프고 불편함이 없겠는가. 하지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정해진 시간에 오셔서 운동으로 활력을 찾고 적극적으로 즐거운 사회생활을 만드시는 이 분들의 의욕과 꾸준한 도전이 존경스럽다. 생물학적으로 어른이, 노인이 정말로 많아지는 시대가 우리 앞에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다수가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어야 한다. 열심히, 꾸준한 운동생활을 통한 자기관리로 삶의 연륜과 지혜가 묻어나는 건강한 존재, 행복한 노인이 많은 나라를 기대해 본다. 이영애 세종정부청사 스포츠센터장

2018-06-14 12:17:28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신부 아버지의 덕담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이라고 했다. 사람이 학문에 통하고 직업을 가지는 성인이 되면, 제 짝을 맞이하는 혼기의 때가 온 것이다.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혼인을 선택해야 한다. 봄눈이 대지에 자연스레 스며들듯 청춘남녀 서로가 혼인으로 하나 되기를 기원합니다. 엄숙하고 뜻깊은 혼인식에 의하여 부부는 비로소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으며, 부부사이의 성적결합이 독점되며 경제적 결합도 뒤따르는 것이다. 태어난 생일날이 의미가 있듯이, 혼인을 통해서 다시 태어나는데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으로 사랑을 하는 데 인간존재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저의 여식이 부부의 의례를 갖추기 위하여 주례가 없는 혼례를 치뤘다. 그 때, 한 덕담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청명하고 화창한 오늘!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의 여왕 5월에 저의 딸 혼인을 축하해주기 위해 귀한 걸음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고 감사합니다. 자연의 천기와 대지의 화기가 가장 좋은 오늘, 위대하고도 고귀한 기적적인 인연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듬직하고 튼실한 신랑 ○○군과 애지중지 키운 신부 ○○이가 아무 조건없이 좋은 사랑으로 마음을 맞추어 혼인식을 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안식과 안락으로 서로의 보금자리가 되는 가정을 위하여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신부아버지가 당부할 말은 이렇게 했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고, 계절에 맞는 식생활과 생활습관으로 건강하고, 책을 읽고 검소하고 부지런함으로 집안을 일으키는 굴기(崛起)의 정신을 가지며, 일상에서는 '지금'이 있음을 늘 고맙고 감사하게 여기며, 모든 일을 순리에 따라 처리하는 편안함이 있고, 이웃에게는 따뜻하고 훈훈한 정을 베푸는, 그런 모범적인 가정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마치, 훌륭한 새는 좋은 나무에 둥지를 틀 듯이…." "그리하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이 날마다 함께 하여 연리지(連理枝)의 나무가 부러워하고, 나르는 비익조(比翼鳥)가 시기하듯이, 검은머리 파뿌리 되는 그 순간까지 지금처럼 알콩달콩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머문자리가 늘 아름다운 꽃자리가 되기를….' 워렌 버핏은 오늘 나무그늘에서 쉴 수 있는 이유는 누군가가 오래전에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팔만 분다고 병사가 모이는 것은 아니듯 과거에 결혼의 뜻을 세워 탁월한 선택의 결과로 현재의 혼인식이 있는 것이다.

2018-06-14 13:19:55

양동안(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한국인의 집단 착각, 평화

CVID 빠진 싱가포르 회담 합의국내에선 평화 기류 더 공고히 돼정부 언론 집단 착각 유도는 위험정권 아닌 국가적 적대 해소돼야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도널드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내용은 공허한 정치 쇼였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한반도 평화 확보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요인들마저 잉태하고 있다. 이 회담이 잉태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확보에 부정적인 작용을 할 요인들이란 합의문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란 용어 대신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한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관련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전자는 한반도 평화 실현의 핵심적 장애물인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한없이 지연시킬 구실을 미국이 제공한 것을 의미한다. 후자는 북한의 조속한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수단을 포기한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싱가포르 회담이 한반도 평화 기류를 더욱 공고히 만든 '세계사적인 회담'으로 긍정 평가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확보에 부정적인 사건을 긍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의 이상한 현상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 나라 국민들이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집단적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사람들이 집단적 착각을 하게 되면 착각의 방향에 거슬리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마비된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집단적 착각은 북한의 김정은이 금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부터 싹트기 시작했다. 그 후 남북한 사이에 감상적 통일 희구를 북돋우는 대중가요 공연단이 오가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간에 특사가 오가면서 그 집단적 착각이 확산되다가 4월 27일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로 그 착각은 바람 만난 들불처럼 우리 사회를 덮쳤다. 휴전선에서는 소총 한 자루도 감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집단적 착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그 바람에 주식시장에서는 '남북 경협주'들의 주가가 폭등하고, 휴전선 접경 지역의 토지 가격이 급등했다. 김정은의 신년사에서부터 싱가포르 회담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이 한반도의 평화 확보에 기여하는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로 인해 지금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한반도의 평화는 이제 모색되고 있을 뿐이다.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려면 적어도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간의 기본적 적대성이 일정 수준 이하로 완화되어야 한다. 이는 문재인 정권과 김정은 정권 간의 적대성 해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국가적 차원의 기본적 적대성 완화 없이 정권 간의 적대성 해소만으로 이루어진 평화는 남북의 정권 중 어느 한쪽이 조국을 배신함으로써 이루어진 변태적 평화일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평화를 저해하는 최대 장애물인 북한 핵무기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제거 또는 대한민국의 핵무장이다. 이 조건이 갖춰지지 않고 이루어지는 평화는 남한이 북한에 굴복하는 평화일 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화 노력은 이 두 가지 기본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나라 국민 사이에 확산된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인식은 큰 집단 착각이다. 국민이 주권자인 민주국가에서 국민 다수가 이런 집단적 착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운영된다는 것은 마치 지하가 동공화된 차도 위를 달리는 것처럼 위험천만한 일이다. 정부와 언론 매체들은 큰 재난을 초래할 수 있는 국민의 집단 착각을 유도조장하는 일을 삼가야 할 것이다. 양동안 합동통신 기자. 경기대 조교수. 저서 '벼랑 끝에 선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2018-06-13 16:10:50

고려야마하 피아노 대표

피아노 앙상블이 전하는 전율

정치와 외교 이슈(미북정상회담)가 나라 전체를 덮고 있지만, 오늘 시작되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역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최대 이벤트다. 아무쪼록 정치 이슈와 관계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축구경기를 즐기고, 우리나라 국가대표 팀을 한 목소리로 응원하는 날들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른바 '팀워크'는 축구 뿐 아니라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필수적인 덕목이자, 11명의 콤비 플레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팀워크보다 독자적인 나만의 플레이가 중요한 직업도 있다.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음악인들 중에는 피아니스트가 가장 단독 플레이의 대명사다. 혼자서 넓은 음역과 사운드의 볼륨을 책임져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때론 측은하기까지 하다. 그런 피아니스트들이 모여서 합주하는 아주 덩치 큰 이벤트가 있는데, 바로 '피아노 앙상블' 음악회다. 얼마 전, 오래된 뮤지컬 영화 '닻을 올리고'를 감상하다 놀란 적이 있다. 프랭크 시내트라, 진 켈리 주연의 이 영화에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호세 아투르비(1895~1980)가 등장해 연주와 연기를 선보였는데, 야외 공연장에서 수십 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의 피아노 앞에 앉아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2번을 연주하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사했다.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 만들어진 이 영화 속 스펙타클한 명장면이 지금 봐도 신기한데, 당시 관객들에게는 얼마나 큰 전율을 선사했을지 짐작이 간다. 거대한 몸집과 기계적 장치를 갖춘 피아노가 귀족들의 음악 살롱에 '붙박이' 악기로 등장한 직후부터 이 악기끼리의 앙상블은 꾸준히 시도돼 왔다. 1대의 피아노에 두 사람이 앉아 연주하는 '네 손을 위한 연탄곡'부터 시작해, 초기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대가였던 쇼팽과 리스트 등 2대의 피아노를 위한 작품은 치밀한 앙상블과 확대된 텍스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화려함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피아니스트들의 친목도모와 레퍼토리 개발, 성대한 이벤트의 필요성 등으로 만들어지는 피아노 앙상블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은 공연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달성문화재단은 '100대의 피아노'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베토벤은 합창 등이 피아노 앙상블로 딱 좋다. 한 번도 피아노 앙상블의 공연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시간을 투자해 한 번 가서 객석에 앉아보길 권한다. 건반 음악이 주는 사운드의 '홍수처럼 쏟아지는 진수'를 맛볼 수 있다.

2018-06-13 13:46:55

장하빈 시인

저녁 일곱시/엄원태(1955~ )

저녁의 창문들은 제 겨드랑이를 지나간 바람이나 이마 위로 흘러간 구름들을 생각하느라 골똘하고 고요하다 나도 하루종일 어떤 생각이란 것에 매달린 셈이다 한동안 뜨겁게 나를 지나간 끝내 내것이 아니었던 사랑에 대해서라면 할말이 그리 많지 않다 이 푸른 저녁 공기는 어떤 위안의 말도 전해준 바 없지만 나는 이미 충분히 위로받은 것이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가는 흰 죽지 새의 쭉, 경련하듯 뻗은 다리의 헛된 결기를 보면 안다 저녁 일곱 시 하루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벌겋게 타오르던 노을이 쇠잔해져 어둠에 사그라지는 것만 봐도 안다 마지막 네 눈빛이 그러하였다 ―시집 '물방울 무덤'(창비, 2007) '저녁 일곱 시'는 낮과 밤, 노동과 휴식, 현실과 꿈, 생과 사의 경계에 오롯이 놓여 있는 시간이다. 또, 그것은 오래전부터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시인이 병상에 누워 피를 걸러내는 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온 생을 반추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참 안타깝게도, 인생의 저녁 시간을 앞당겨 맞이한 그의 "골똘하고 고요한" 생각이 머무는 곳은 바람, 구름, 노을, 사랑, 눈빛 등과 같이 곧 흘러가거나 쉬 사그라지는 애잔한 것들이다. 오직 "푸른 저녁의 공기"만이 흰 죽지 새의 헛된 결기를 지닌 그에게 하루치의 위안으로 다가오고, 마침내 생의 쓸쓸한 긍정에 이르게 한다. '병은 나의 스승이다'고 어느 수상 자리에서 밝힌 그의 소회처럼! 시간과 운명의 신이시여! '저녁 일곱 시'를 '아침 일곱 시'로, 노을의 시각을 먼동의 시각으로 당신의 해시계를 되돌릴 수는 없겠는지요? 시인·문학의 집 '다락헌' 상주작가

2018-06-12 16:26:02

미술학 박사

탈 그루핑의 법칙

이슬 맺힌 들꽃과 눈 마주치면 마음엔 온종일 촉촉한 꽃물결이다. 바로 아침 산책길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산책길에서 만나는 자연을 좋아한다. 비갠 후에는 풍경이 더 선명하다. 가끔은 신을 벗어든다. 흙의 질감을 감촉하기 위해서이다. 맨발로 온갖 새소리의 협화음에 발맞추는데, 먼 산에서 까마귀와 한 남성이 닮은 목소리로 소통을 한다. 훌쩍 키가 자란 상수리나무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동그란 접시꽃 사이를 걷다보면 어느새 들어섰던 그 길이다. 꽃과 새, 나무, 흙, 물, 풀잎까지 제 각각의 모습을 유지하는 자연과 사람이 조건 없이 하나가 되는 산책길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는 '그루핑의 법칙'(rules of grouping)이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 베르타이머가 주장한 이 법칙은 시각 대상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디자인이나 조형예술분야에서 적극 활용되는 이 법칙은 우리의 뇌가 모양이나 크기, 방향, 거리, 색깔, 위치 등이 비슷하면 한 그룹으로 보려고 하는 시지각적 논리가 핵심이다. 유사성(Similarity), 근접성(Proximity), 폐쇄성(Closure), 연속성(continuation) 등으로 구분되는 이 법칙은 빠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에서 그 효용성이 크다. 아침 산책길에서 그루핑의 법칙을 자연에 포개어 보았다. 서로 다른 종과 형상들도 하나로 묶곤 하던 자연이 준 힌트이다. 본래부터 무형(無形), 무색(無色)이었던 것처럼 서로 다른 것들도 조건 없이 품어서 하나 되게 하는 성품은 득과 실을 따지지 않는 자연의 본성인 듯하다. 만약 인간의 마음에도 그루핑의 법칙을 적용하라고 한다면 베르타이머는 어떤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까.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처럼 보이지 않는 마음이 아예 이 법칙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지 싶다. 다양한 마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산다. 개인의 잇속만 챙기려는 마음과 이타심이 큰 마음도 한 그룹의 일원이 되곤 한다. 같은 명찰을 단 단체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통속으로 묶어보는 결례를 범하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먼셀이 20색 상환에서 초록색과 녹색을 각각 다른 색으로 표기하듯, 무턱대고 초록을 동색으로만 치부하면 곤란하다. 개개인의 각각 다른 사정을 세세히 살피지 못하면 한 그룹의 일원이어도 영원히 다른 세상이다. 마음의 탈(脫) 그루핑의 법칙이 되는 셈이다.

2018-06-12 12:10:21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신윤복의 미인도, 대구에 온다

민족 문화의 보고(寶庫), 간송미술관의 보물들이 대거 대구에 온다. 신윤복의 '미인도', 김홍도의 '마상청앵', 김득신의 '야묘도추' 등 굳이 미술을 전공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교과서에서 봤던 회화 원작(原作) 100점을 '간송 조선회화 명품전'을 통해 6월 15일부터 대구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이번 대구특별전은 간송 전형필 선생께서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보화각'(빛나는 보물을 모아두는 집)을 세운 지 8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고자 열리게 되었다. 특히 지역으로서는 수성구 삼덕동에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되는 간송재단 최초의 지방 전시회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간송 전형필(全鎣弼·1906∼1962) 선생은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을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민족문화·정신 말살정책에 맞서, 사재를 턴 헌신적인 문화재 수집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그의 문화재 수집 일화는 유명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정선의 '해악전신첩'(海嶽傳神帖)은 문화재 수집을 위해 친일파 송병준(宋秉畯1858~1925)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집의 젊은 주인 송재구의 환대를 받으며 문화재 구입을 논의하다가 해가 저물어 사랑채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런데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길에 우연히 머슴이 사랑채에 군불을 때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 머슴이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문서 뭉치에서 쪽빛 비단으로 꾸민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을 머슴에게 보관해 두라고 이른 후 아침에 집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20원에 구입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해악전신첩'으로, 이번에 대구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크게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1섹션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삶을 재조명하는 장으로서 문화재 수집 일화와 함께 그와 관련된 유물 30여 점이 소개된다. 2섹션에서는 조선 초중기의 안견, 신사임당, 이정을 시작으로 조선 후기의 정선, 신윤복, 김홍도를 거쳐 조선 말기의 김정희, 흥선대원군에 이르는 조선시대 대표 거장들의 국보급 풍속화와 산수화가 한자리에 전시된다. 3섹션에서는 전통미술과 디지털 기술이 어우러진 미디어아트 전시, 작품 VR 체험 등을 통해 문화재를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제공한다. 우리 시는 지난 2015년 7월 간송재단과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공동사업 추진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2016년 10월 시민토론회를 거쳐, 그해 연말 건립 계약을 체결하였다. 현재는 정부의 타당성평가, 투자심사 등 일련의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설계용역 착수를 앞두고 있는 상태로, 2021년이면 전시실과 교육 및 체험 공간, 수장고 등의 기능을 갖춘 대구간송미술관을 만나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건립을 통해 대구는 간송이 보유한 독창적이고 배타적인 전통적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잠재력과 경쟁력을 한층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분연히 일어났던 국채보상운동, 228민주운동 등 '대구 정신'이 간송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과 맥을 같이하면서, 호국도시로서의 지역 정체성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만수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

2018-06-14 13:20:27

김상욱 엑스코 대표이사 사장

"태국, 아세안 시장 진출 거점으로 활용해야"

넥스트 차이나 대안 국가 부상 국내 기업 진출 아세안 3번째 엑스코 소방전시회 방콕 개최 2019년 대구 넘어 국제화 원년 지난달 국내 한 언론사가 올해 한국과 태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방콕 현지에서 양국 경제인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 참석한 국내 대표 기업 CEO 25명과 태국 정부와의 간담회 자리에는 솜낏 경제부총리가 이례적으로 4개 부처 장관을 대동하고 참석하여 기업 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사드(THAAD) 갈등으로 인해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넥스트 차이나'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 아세안 시장이다.지난해 11월 야심 차게 시작한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이 올 들어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의 관심은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2017년도 아세안 국가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952억달러로 전년 대비 27.8% 증가했다. 해외 경제권별 수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천억달러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는 태국은 인구 6천900만 명으로 아세안 10개국 중 경제 규모가 인도네시아에 이어 2위 경제대국이자,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인접국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밧(Baht) 경제권으로 우회수출국으로 활용이 가능하다.수교한 지 60주년이 되는 올해는 태국 정부의 '타일랜드 4.0'으로 대변되는 최첨단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심의 강력한 경제개발 의지에 따라 우리 기업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류의 열풍에 힘입어 한국에 대한 인식도 매우 좋은 편이다. 태국에는 전기전자, 금속가공 등 제조업과 함께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 서비스 분야 기업, SNS 등 정보통신 관련 기업, 패션과 화장품 등 뷰티 관련 기업, 식품 프랜차이즈 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태국에는 일본의 제조업이 일찌감치 진출하여 현지의 공업화를 이끌었을 정도로 태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일본은 태국 최대 직접 투자국이며 전체 투자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도 2021년 쿤밍과 방콕을 연결하는 고속철 완공을 목표로 양국 간 경제협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아세안의 관문에 위치하고 있는 태국은 전시컨벤션산업에서도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킨텍스는 지난 2016년 한국 최초로 태국 방콕에서 한국뷰티전시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아세안 시장은 평균 연령이 28세로 젊은 디지털 세대와 여성이 소비를 주도하고 있어 향후 이 지역의 뷰티산업 발전 잠재력은 매우 크다. 엑스코는 'VISION 2030' 중장기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4월 태국 최대 전시장인 임팩트(IMPACT)사의 사장을 초청하여 자체 주관 전시회인 국제소방전시회의 해외 진출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태국은 아세안 국가 중 소방안전 분야의 시장 규모가 가장 크고, 역내 국가의 경제 발전에 따른 소방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엑스코는 한국 소방청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2019년 9월 방콕에서 한국소방안전전시회(K-Fire & Safety Expo Bangkok)를 개최키로 태국 임팩트 전시장 측과 MOU를 체결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 방콕 한국소방전이 개최되면 엑스코 설립 이후 18년 만에 최초의 해외 진출 사업이 된다. 엑스코가 대구를 넘어 사업장을 아세안 시장으로 확장하는 국제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상욱 핀란드 알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코트라 모스크바'런던무역관장

2018-06-12 10:24:33

교육극단 '나무테랑' 대표

공연이 끝난 후 "벅찬 행복"

며칠 전 뮤지컬 '삶 인 사랑2' 정기공연이 끝나고 난 후 감격스러운 상황이 펼쳐졌다. 관람하신 분들 중에는 학교와 여러 기관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찾아가는 공연으로 와줄 수 있느냐"고 말씀하셨다. 전화기 너머의 소통이지만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고 공연관람 후의 행복과 공감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연극이 공연을 통해 행복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타인에게 알려주면서, 행복이 급속도로 확산이 되는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한 지역마을 행복에 관한 조사에서는 불행한 사람들은 불행한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있고,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끼리 함께 모여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한사람의 행복이나 불행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 때문이다. 하버드 의대에서 실시한 행복의 전염효과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과 가까이 하면 마치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처럼 행복도 그 확산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1단계로 직접 연결된 사람(친구)이 행복할 경우 당사자가 행복할 확률은 약 15%의 효과가 발생한다. 2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효과는 10%이고,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친구의 친구의 친구)에 대한 행복 확산 효과는 약 6%이다. 그리고 4단계에서는 그 효과가 거의 사라진다. 다시 생각하면 공연을 통한 행복확산이 굉장히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공연을 통한 감동과 포럼을 통한 행복이 직접 연결되면서 15% 늘어나고, 그 분의 친구는 10%, 3단계 친구의 친구 4% 확산된다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함께 감동과 행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은 행복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기분 업(Up)을 위해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면 된다. 우리는 연극을 통해 용기와 희망, 행복을 함께 하기 위해 한마디 한마디의 대사도 소홀함 없이 써내려간다. 모든 관객 분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확산하기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찾아가는 공연 의뢰를 받으면서 행복을 자신 안에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하고자 하는 분들의 마음이 존경스러웠다. '찾아가는 공연'이 아니라 교육극단 나무테랑의 '행복 전파 공연'으로 명칭을 바꾸고 더 많은 공연으로 머지않아 전 국민이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기를 기대해본다.

2018-06-11 12:08:24

김일광 작가

친구의 말맛

그저께까지 들녘에는 보리가 서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모들이 논을 채우고 있다. 오뉴월 들녘은 마술을 보는 것 같다. 카드를 펼쳐 보이던 마술사가 손바닥을 펴들면 한순간에 카드는 사라지고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장면이랄까. 보리밭이 순식간에 무논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초록 벼들이 줄을 맞추고 섰다. 부지런한 농부가 만들어내는 마술이다. 호미곶에는 이장을 하는 친구가 있다. 마술사 같은 농부다. 마을 일을 다 하면서 논농사, 밭농사는 물론 염소 농장까지 거뜬하게 처리해 내고 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무척 바쁜 시기이다. 논두렁에 세워둔 지팡이까지 용을 쓴다는 농번기인 셈이다. 농사일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나는 이때만큼은 그 친구의 농장으로 가지 않는다. 처음에는 일손을 도우려고 마음먹기도 했지만 오히려 일거리를 만들 것만 같았다. 그래서 들에 보리가 사라지고, 논마다 물이 들어오고 이앙기가 부지런히 모내기를 끝낼 때까지 진득이 기다리곤 했다. 그런데 다른 데 정신을 팔다 보니 벌써 빈 논이 보이지 않았다. 내일쯤 전화를 해보아야지 하고 있는데 친구가 먼저 전화를 했다. 저녁 무렵, 삼정 관풍대가 보이는 바닷가에서 만났다. 바람을 볼 수 있다는 섬, 그 관풍대를 보며 마주 앉았다. 친구가 대뜸 물었다. "밭에 뭘 좀 심었나?" 내 텃밭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우리 부부가 먹을 만큼 딱 그만큼 심었어." "거름은 넣었어?" "조금 넣었어." "거름 없으면 가져다줄게." "아니 있어." "거름은 적당히 넣어야 해. 크게 키우려는 욕심에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채소가 제 맛을 잃게 돼. 적당한 것이 제일 좋아."우리가 만나자마자 나눈 이야기이다. 그런데 지금껏 친구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곰곰이 되짚어보면 늘 그 친구가 내게 뭘 주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내가 그 친구에 무엇을 나누겠다는 말은 별로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야채며, 고추며, 처음 이사 왔을 때는 햅쌀까지 싣고 왔다. 농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늘 넉넉한 친구다. 오늘은 거름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나치면 그 작물 고유의 맛을 잃는다고 경고하였다. 그 말을 놓칠세라 내가 한마디 붙였다. "거름이 지나치면 야채 맛을 잃는다고? 사람도 지나치게 부요하면 사람 맛을 잃는 게 아닐까?" 그 친구가 말을 받았다. "내 말이 그 말 아이가." 강사리 농부인 친구의 말맛이 달다. 말의 빛깔을 순식간에 바꾸어 버리는 마술사다. 슬쩍슬쩍 다가오는 밤바다가 맞장구를 쳤다. 김일광 동화작가

2018-06-11 11:52:56

고선윤 백석예술대학교 외국어학부 겸임교수

마쓰리, 신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간과 공간

암흑 속에서 태양신 찾는 축제세상 질서 바로잡는 퍼포먼스지역마다 고유의 색깔 마쓰리새로 시작하는 시간 의미 내포 일본의 여름은 '마쓰리'로 기억된다. 동네 곳곳 신사와 사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마쓰리가 열리고,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어샤 어샤" 큰 소리로 표현하면서 커다란 무리를 이룬다. 사실 마쓰리는 여름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교토의 기온 마쓰리, 아오모리의 네부타 마쓰리와 같은 큰 마쓰리가 여름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리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마쓰리를 '일본의 축제'라고 하지 않고, 고유명사를 고집하는 것은 마쓰리가 가지는 특별한 의미에 다가가고 싶기 때문이다. 마쓰리는 신에 대한 기원과 감사의 종교적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흔히들 말하는데, 나는 노래 가사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그 설명을 대신하겠다. 엔카 가수 기타지마 사부로의 '마쓰리'라는 곡이다. 엔카는 대중음악 장르의 하나인데, 박력 넘치는 이 노래의 가사는 마쓰리를 참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교과서에도 실린 곡이다. "남자는 마쓰리를 통해서 자란다"고 시작하는 이 노래는 "산신이여, 바다신이여, 감사하다"고 한 다음 1절에서는 "풍년 마쓰리다! 흙냄새 품고 있는 아들놈의 손이 보배지", 2절에서는 "풍어 마쓰리다! 아들이여, 첫배를 저어라"면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식을 들먹인다. 마쓰리란 신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내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의 삶도 중요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일본은 지역마다 수많은 신사가 있고, 신사마다 모시는 신이 각각 다르다. 일본은 참으로 많은 신들이 존재하는 나라이고, 마쓰리는 신에 대한 제사라고 할 수 있다. 마쓰리는 제사의 '제'(祭) 자를 쓰고 그렇게 읽는다. 그런데 신들과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아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고기잡이를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으로 보아 마쓰리는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하나의 시간이자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시작은 무엇일까, 나는 마쓰리의 시작을 일본 건국신화에서 찾는다. 동생의 심한 장난에 화가 난 태양신 아마테라스가 동굴 안으로 숨고 바위 문을 닫아버리는 일이 있었다. 하늘은 완전히 암흑이 되고, 지상에서는 생명이 자라지 않게 되었다.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신들이 모여서 궁리한 끝에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였다. 요란스럽게 춤을 추는 한 여신의 옷이 흘러내려 가슴이 드러나자 신들은 손뼉을 치면서 웃어댔고, 동굴 속의 태양신은 궁금한 나머지 바위 문을 살짝 열었다. 이 틈에 힘센 신이 태양신의 손을 잡아 끌어내자 세상은 다시 밝은 세상으로 돌아왔다. 암흑 속에서 다시 태양의 빛을 찾는 일, 이것은 세상의 '일그러짐'을 원래의 질서로 되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툼, 슬픔, 재해, 갈등, 노여움 등등 감당하기 어려운 일상의 일그러짐을 재정비하기 위한 하나의 행위가 마쓰리라고 감히 말한다. 여기에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능동적 의지가 보인다. 그래서일까. 일본에서는 물을 뿌린다거나 물에 씻는다거나 물에 뭔가를 떠내려 보낸다거나 하는 행위가 주가 되는 마쓰리를 볼 수 있다. 일본 3대 마쓰리 중 하나인 오사카 덴진 마쓰리가 대표적이다. 300여 명이 마을 강가에서 몸을 청결히 하고, 나무로 만든 창을 물에 떠내려 보내는 의식으로 마쓰리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본에서 "물에 떠내려 보낸다"는 말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것으로 끝을 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른바 마쓰리를 통해서 이제까지 갈등은 모두 끝내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를 가진다. 지난 억울함을 기억하고 한을 품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시작'의 시간을 마련하는 의식이다. 마쓰리는 각각 고유의 색을 가지고 의미를 담고 있어서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지만, 나는 신들과 인간이 공존하는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 일그러진 세상을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시간임을 말하고 싶다.

2018-06-11 11:53:32

노동일 경희대교수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북미 정상회담에 세계 이목 집중지방선거 열기 달아오르지 않아보수 궤멸 혹은 기사회생 여부가유권자의 한표에 달려있을 수도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All politics is local) 미국 정계의 거물이었던 팁 오닐 전 하원의장의 말이다. 정치인들에게 지역적 기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사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있다. 오닐 전 의장의 이 말은 기실 그가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는 젊은 시절 처음 나선 시의원 선거에서 160표 차로 낙선했다. 가까운 이웃들은 당연히 자신을 지지할 줄 믿고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낙담한 그에게 아버지가 말했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잊지 말아라." 아버지의 충고 덕분일까. 오닐 의장은 무려 34년 동안 의원을 지냈고,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0년간 하원의장을 역임했다. 회고록에서 그는 지역과 유권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정치인은 유권자를 소홀히 대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가로등에 불이 안 들어온다는 민원이 있을 때 시청에 전화하라고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해야 한다. 유권자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 정치인은 곧 유권자의 한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말도 했다. 탄탄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정치인은 사상누각 같은 존재라는 말이다. 이 말을 현재 상황에 적용하면 튼튼한 지역적 기반이 없는 민주주의는 모래성처럼 허약한 존재라는 말이 될 수 있다. 정치가 지역적이란 말은 모든 종류의 정치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그중 특히 중요한 부문은 두말할 것 없이 지방정치이다.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 강화라는 말은 지방분권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역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지방자치 강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지방재정권, 지방입법권 등에서 중앙의 권력을 더 분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의 방향이 맞다. 모든 권력을 가진 국민인 주민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여러 마을이 부락을, 많은 부락이 지방정부를, 다수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만드는 게 역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각 단위마다 구속력 있는 룰을 만들고 이를 집행하는 일이 정치요 정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미국 등 연방을 구성하는 나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각 주가 보유한 완전한 주권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중앙(연방) 정부를 만든 것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라는 말의 시작점은 지방자치에 있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번처럼 선거 열기가 뜨겁지 않은 경우도 드문 듯하다. 워낙 남북 평화무드가 압도하는 정국 상황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선거 전날에는 그야말로 역사적인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이 열린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마당에 당사자인 우리야 말해 무엇하랴. '보수 궤멸'이 공공연히 나도는 판에 나 하나의 선택이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기도 하다. 투표를 하지 않을 핑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영어로 바보 또는 멍청이를 '이디엇'(idiot)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고대 그리스어의 '무식한 사람'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그리스에서 무식한 사람은 공동체에 대해 관심이 없고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다.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대해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바보, 멍청이라는 의미이다.(로버트 파우저, 미래시민의 조건) 하긴 스스로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일에 무관심한 사람이 바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혹시 아는가. 보수 궤멸 혹은 기사회생 여부가 내 한 표에 달려있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들부터 이 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

2018-06-11 05:00:00

권충근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삶의 본

공자의 근본은 '자신을 곧게 세우고 덕을 넓혀 나아가 자신을 감동케 하므로 세상이 나의 감동과 하나가 된다.'(直己 陳德 動己 天地焉應)로 뜻을 밝혀 기본이 바로 서야 나아갈 길이 열리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을 강조하셨다. 인간의 삶이 음양육십이면 120의 수(壽)를 다하는 즐거움이 있는데, 반백(半白)부터 몸이 쇠(衰)하는 까닭은 눈앞의 현상에 치우친 결과 사물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첫째, 자연에서 배우는 즐거움이다. 모든 일을 방편(方便)에 따라 처리하면 편안함이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순리인데, 동력(動力)을 이용하여 아래의 물을 위로 흐르게 할 수는 있지만, 그 만큼의 힘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도(道)에서 배우는 기쁨이다. 천문(天文)과 지리(地理) 그리고 인사(人事)를 알면 널리 이롭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셋째, 허(虛)에서 깨달음을 얻는 새로움이다. 사람은 주먹을 불끈 쥐고 세상에 태어나지만, 손을 펴고 죽는다. 현재의 삶에 고맙게 여기며,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함을 알고, 사회에 공헌할 때, 사명과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사이는 허공처럼 텅텅 비워있기에 인간이 빌딩을 짓는다하여도 하늘이 도전한다 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땅이 무겁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공간에 선(善)을 채우고 덕(德)을 쌓아 인향(人香)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다. 넷째, 해와 달의 이치를 따르는 삶이다. 자연은 때가 되면 반드시 채움과 비움으로 음과 양이 순환하여 조화를 이루어 이 세상이 아름다운 것이다. 사시(四時)의 때에 맞게 의복만 바꿔 입는다고 계절이 바뀌지는 않는다. 마음가짐과 기거(起居)의 절도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다섯째, 원추(鵷鶵)처럼 나쁜 습관을 삼가는 것이다. 원추라는 새는 남해에서 출발하여 북해까지 날아가는데,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를 아니하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를 않듯이 매사의 행동에서 조심하여 훌륭한 삶을 살아야 한다. 훌륭한 새는 좋은 나무에 둥지를 틀듯이, 선배의 역할은 솔선수범과 모범 그리고 본이 되어 주고, 여력이 있으면 후진양성까지 인 것이다. '한결같은 부모와 효(孝)를 다하는 자식과의 화기애애함', '사제(師弟)지간 청출어람(靑出於藍)의 보람', '성인(聖人)의 경전(經典)을 독서하는 즐거움', 그 외에도 '지도자', 'Mentor', 'Role Model', '책 속의 감동받은 한줄',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긍정의 촌철활인(寸鐵活人)', '동기부여가 되는 용기', '좋은 음악과의 만남', '꿈 너머 꿈 설계', '인생의 가치관, 좌우명, 묘비명' 등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권충근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2018-06-10 15:06:39

박병욱 목사

미움이여, 안녕!

내가 처음 본 김일성의 얼굴은 오동통한 우량아의 얼굴이었다. 우리 어릴 때만 해도 보릿고개가 있었고, 우량아 대회도 있었다. 얼마나 먹고 살기가 힘들었으면 요즘 시각으로 보면 영락없는 비만아를 건강의 상징처럼 여기고 상까지 주었을까? 김일성의 살진 얼굴이 북한이 지상낙원이라는 정치 프로파간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리라. 어쨌든 그들은 그런 식으로 김일성의 얼굴을 상징화했다. 금강산 관광을 갔을 때 본 풍경이다. 북한 마을 입구에 이집트의 오벨리스크 같은 모양의 기둥을 높이 세우고 이렇게 써 놓았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성경의 예수님 말씀을 흉내 낸 문구다. 이쯤 되면 김일성은 예수님 급이다. 요즘은 이 구호에 '김정일 동지'가 첨가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북한에서는 김일성 '신격화'가 진행되었다. 남한에서는 김일성 '악마화'가 진행되었다. 군대 내무반 벽에 그려져 있는 김일성의 얼굴은 뿔이 난 빨간 도깨비였다. 그리고 집합을 하면 예외 없이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 구호를 반복해서 외쳤다. 우리는 미국에서 구호 물자로 온 딱딱한 옥수수 빵을 씹으며 마을회관, 면사무소, 학교 등 관공서 담벼락에 써있는 이 구호를 읽었다. 일 년에 한 번 이상은 반공 글짓기 대회, 반공 그림 그리기 대회를 했다. 이때 '공산당, 김일성'은 반드시 빨간색 크레용을 쓰는 것이 공식이었다. 일 년에 한 번 반공 웅변 대회를 하면 어린 학생들은 소리 높여 부르짖었다. "공산당을 때려잡자." 이렇게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김일성 종교화가 진행된 것은 마찬가지다. 북한에서는 신의 모습으로, 남한에서는 악마의 모습으로 종교화된 것이다. 남한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은 종교화된 증오였다. 북한에 강한 증오심을 가질수록 증오종교의 진골 선봉자로 높임 받는 세상이었다. 많이 미워할수록 증오종교의 헌신자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기독교 지주계급은 종교적 경제적 이유로 공산정권에 의해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그들의 아버지가 제대로 재판도 받지 못하고 잔혹하게 처형당하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아야 했다. 평생을 지고가야 하는 고통이었다. 악마가 아니고는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김일성과 공산당 정권은 악의 화신을 넘어 악 그 자체였다. 북한 지역에서 소위 유산자 계급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또한 6·25의 참상은 어떠했는가? 형편이 이러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도 공산당에게는 예외조항이었다. 우리 사회에 분노와 적개심이 왜 이렇게 많은가? 왜 사람들은 내편과 적을 만들어 놓을까? 누구든 증오하도록 만들어진 결과다. 증오의 종교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집단적 트라우마가 분노와 적대감의 씨앗으로 심겨져 남한 사회에서 증오의 싹이 돋아나고 증오의 열매가 맺혀가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분열의 씨앗이다. 우리는 정전 이후 65년을 지내오면서 트라우마가 주도하는 삶만을 살아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경제 발전도 이루었고, 민주화도 이루었고, 지구촌 이웃의 살아가는 모습도 보았고, 지구촌 인류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법도 배웠다. 선진국 국민으로서의 교양도 익혔다. 전쟁의 원한이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여전히 분단의 시대에 붙잡혀 있다면 불행한 일이다. 이제는 우리가 분단의 시대를 끝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여전히 증오의 종교를 섬긴다면 불행한 일이다. 증오의 종교도 사라져라. 증오의 시대여 떠나가라. 빨리 새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 사랑의 종교로 돌아가야 한다. 빨리 돌아가자.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8-06-08 10:35:42

권충근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좋은 습관의 열매는 행복

단오(端午)! 일년 중 만물이 살아 움직이는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날이다. 창포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고, 뿌리를 깍아서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으니 좋은 향기가 난다.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예뻐지려는 인간의 본성이 작용한 것이다. 단오를 전후하여 쑥을 뜯어 서늘한 그늘에 말린 잎을 담요 속에 넣어 잠을 자면 건강하다는 속설(俗說)도 있다. 이 좋은 때에 좋은 습관을 가져 단오처럼 생기 넘치는 행복한 생활을 즐기자.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환하여 꽃들이 지고, 싱그러운 잎과 열매를 자라게 한다. 창공하늘을 나는 새들의 무리들도 법이 없어도 부딪히지 않고, 질서 정연하게 목적지를 향하여 함께 날아가듯, 우리도 흘러가는 인생(Chronos Time)에서 삶의 질을 향상하여 의미있는 시간(Kairos Time)을 가져보자. 우리는 먹고 싶은 데로 먹고, 누구를 만나면 맛 집을 찾는 것에서부터 먹는 욕구를 떨쳐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기름진 고기를 안주 삼아 술을 음료수 마시듯 하는 과식이 문제인 것이다. 그로 인하 여 뱃속이 더부럭하여 만사가 귀찮아질 것이다. '80%만 먹어도 병이 없다'는 옛말이 있다. '적게 먹어 나는 병은 먹어면 되지만, 많이 먹어 나는 병은 '화타'나 '편작 '이 와도 못 고친다'고 하였다. 먹고 싶은 충동이 있을 때 마다 적게 먹어 장수하는 거북이를 생각하며 '절주'(節酒)와 '소식'(小食)을 외쳐보자. 마음이 즐거움만을 추구할 뿐 즐거움의 근원과는 거슬리게 행동하는 관계로 건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알맞게 먹는 음식습관으 로 건강하자. 오늘은 새로운 오늘이다. 어제 같은 오늘이 아닌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벌떡 일어나기가 쉽지는 않다. 밤새 숙면을 못했을 수도 있고, 일상의 피로가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눈을 뜨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과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라는 감사와 희망으로 아침을 여는 것이다. 창문을 열기 전에 마음의 문을 먼저 열어야 하는 것이다. 세수를 하고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산이나 들녘으로 산보를 하면서 신선한 공기도 쇠고 상쾌한 기분으로 오늘할 일도 계획 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건강하자. 물질의 풍요사회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안전(安全)일 것이다.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거나, 운전자가 신호를 무시하거나, 교통약자를 보호하지 않으므로 빚어지는 사건, 사고가 우리에게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사회질서를 지키는 본(本)이 되지 않는 행동을 보면, 자신을 파괴 하는 일을 하는 미움과 분노의 독화살을 맞은 것이다. 이 아픔은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곧 잠잠해지는데도 불구하고, 사소한 일에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눈앞의 현상에 치우친 때문이다. 이럴 때는 대범하게 '상대가 급한 일이 있구나'라고 이해하는 습관으로 편안하자. 빨간신호등 을 조절할 수는 없지만, 반응은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 번만 참으면 두 번 참는 힘이 생길 것이며, 나아가 시비가 없으니 적이 없을 것이다. 워렌 버핏은 '습관이란 처음에는 너무나 가벼워서 느끼지를 못하다가, 나중에는 너무나 무거워서 헤어나지를 못한다.'라고 하여 습관의 중요성을 경고했다. 내가 한 좋은 말과 생각은 행동으로 바뀌고, 그 행동이 지속되어 좋은 습관이라는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그 행복으로 삶이 편안해졌음 좋겠다. 대구시 시민행복콜센터 팀장

2018-06-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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