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진보 꼰대’의 참패…왜 그들만 몰랐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청년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청년들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봄이 디지털뉴스부 차장 김봄이 디지털뉴스부 차장

 

몇 년 전 BBC가 '오늘의 단어'로 '꼰대'(Kkondae)를 선정해 화제가 됐다. BBC는 '꼰대'를 소개하며 "자신은 항상 옳고 남은 틀리다고 주장하는 나이 든 사람"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도 꼰대를 '젊은이들의 복종을 기대하고 비판은 빠르고 실수는 인정하지 않으며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보복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해외 언론들이 다룰 만큼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키워드가 된 꼰대.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진보 꼰대'가 판세를 결정짓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진보 꼰대'의 대척점에는 '2030'이 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표를 던졌던 '2030'은 불과 1년 만에 국민의힘에 표를 몰아줬다. 지난 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 20대의 55.3%가 국민의힘 오세훈 시장을 뽑았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4.1%였다. 30대는 56.5%가 오 시장을, 38.7%가 박 후보를 선택했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투표장으로 향하면서 '정치 무관심론'을 불식시키고 보수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은 '2030 보수화'라기보다는 '진보 꼰대'에 대한 분노에 가깝다.

정부 여당의 아킬레스건은 '공정'이다. '2030'에게 특히 예민한 이슈다. 공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조국 사태'부터다. 그의 딸이 부정한 방법으로 스펙을 쌓았고, 이를 통해 학교에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며 입시 비리 논란이 터졌다. 특히 조 전 장관은 평소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인물이라 '2030'에 호감도가 높았다.

이후 취업준비생들에게 정규직 역차별과 절차적 불공정성 등의 비판을 받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이른바 '인국공 사태'를 거쳐 부동산 가격 폭등과 LH 사태까지 겹치면서 실망감은 분노로 번졌다.

이 와중에 정부 여당은 '자신은 옳고 다른 사람들은 틀리다'고 주장한다. 꼰대의 정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20대 지지율이 낮게 나오면, '정치 무관심론'을 들고나오고 심지어 '20대 개XX론'까지 들먹이며 20대가 틀렸다고 말한다.

지난 1년간의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채 패배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몹시 꼰대스럽다. 재보궐선거 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2030'은 여당에 등을 돌렸음을 표현했다.

3월 말에는 20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6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일부 친여(親與) 커뮤니티에서 "60대 이상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에 응하며 20대라고 답한다"는 등 음모론이 퍼지는가 하면, 한 진보 논객은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 붙들고 앉아서 오세훈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다면 그 청년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 얼마나 외롭기에 여론조사 전화 자동 질문에라도 귀를 기울이며 응대를 하고 있었겠느냐?"라며 20대를 비하하기도 했다.

여당은 여론조사와 바닥 민심은 다르다며 희망 회로를 돌렸고, '샤이(shy) 진보'가 나타날 것이라 믿었지만, 신기루에 그쳤다.

우리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혹시 내가 '꼰대'가 아닐까 걱정한다. 결코 자랑스럽지 않은, 부정적 이미지로 보여지길 원치 않아서다. 하물며 대선을 앞둔 여당에 꼰대 이미지는 치명적일 것이다. 여당이 '진보 꼰대'로 남지 않으려면 눈앞에 산적한 LH 사태 등 공정 이슈를 국민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야 한다. '2030'이 바라는 것은 지도부 총사퇴나 새로운 지도부 같은 '옛날 정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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