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 삼중수소 검출 조사, 정치권은 빠져라

경주시 월성원전 민간환경감시기구가 월성원전 부지 내 삼중수소 검출 논란과 관련,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언론의 보도를 계기로 월성원전 삼중수소 검출을 정쟁으로 확대하고, 국민의힘이 이를 검찰의 원전 수사 물타기라고 주장하며 대립하자 민간기구가 나선 것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할 논란이 여·야 정쟁거리가 되면서 결국 민간 기구의 판단에 맡겨진 꼴이다.

삼중수소 논란은 2019년 4월 월성원전 3호기 지하 배수관 맨홀에 고인 물에서 기준치의 18배가 넘는 ℓ당 71만3천Bq(베크렐)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보고서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삼중수소는 체내에 축적되면 유전자 변형을 일으키는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다. 그만큼 삼중수소 검출은 주민들로서는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관심은 과연 삼중수소가 실제로 외부로 유출되었는지와 인체에 유해했느냐의 여부에 쏠린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외부로의 지하수 유출은 없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한수원은 외부 유출 시 ℓ당 13Bq로 희석해 배출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11월~2020년 7월에 걸쳐 조사한 인근 주민의 체내 삼중수소 최대 농도가 멸치 1g을 먹었을 때의 섭취량과 같다는 자료도 제시했다. 정용훈 KAIST 교수는 "월성 주변 주민의 삼중주소로 인한 1년간 방사선 피폭량은 멸치 1g을 섭취하는 양"이라고 이를 확인시켜 준 바 있다.

문제는 여당이 월성원전에서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를 유출했다는 보도 이후 진상 조사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낙연 대표는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의혹은 7년 전부터 제기됐는데도 그동안 규명되지 못했다. 원전 마피아와의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여당 대표가 한수원이 기준치를 넘는 삼중수소를 유출하면서도 이를 은폐했고 그 과정에 '원전 마피아'를 운운해 괴담 수준으로 끌어올리자 다른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어차피 과학이 정쟁거리로 전락한 만큼 이에 대한 진상 조사는 불가피해졌다. 그렇다면 여·야 정치권은 손을 떼고 민간과 전문가, 관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철저히 과학과 사실에 근거해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여·야 정당은 이후 그 결과에 대해 책임만 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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