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알람

김성민 시인· 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김성민 시인·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알람시계가 운다. 휴대전화 알람이 운다. 가족 중 하나가 맨 먼저 잠에서 깨어나 다른 가족들을 깨운다. 별일 없이 하루가 시작된다.

알람시계가 운다. 휴대전화 알람이 운다. 시계는 시계대로 전화기는 전화기대로 혼자 운다. 시계와 전화기가 울다 지친다. 오늘 지각이다! 낭패다.

알람(alarm)은 불안, 공포, 경보음, 경고신호 등의 의미를 지닌 영어단어이다. 국어사전에는 '미리 정하여 놓은 조건에 맞추어 저절로 경고음이 나게 되어 있는 장치'라고 나와 있다. 조건(시간)을 미리 정하여 놓는 일은 그 조건(시간)에 무슨 일인가를 시작해야 하는 사람 즉 그 일의 주체되는 사람이 주로 하게 되어있다. 물론 알람이 필요 없는 사람도 있다. 새벽 2~3시면 일어나는 사람들 말이다. 그 시간이면 뭐든 어지간한 일은 여유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니까 특별히 알람 같은 게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자는 일에 꽤 충실한 나 같은 사람은 출근하거나 어디 볼일을 보기로 했다면 반드시 알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알람 소리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한 가족(성장한 자녀가 있는 경우) 안에서도 각자 스케줄이 다르면 가족 구성원의 알람 우는 시간이 다 다를 수 있다. 알람 소리는 구성원의 연령이나 기호에 따라 다르게 설정돼 있을 것이다. 전화기에 내장돼 있는 알람 소리 중 하나를 선택해놓은 경우(나 같은)가 있을 것이고 최신 유행 노래를 알람소리로 설정해 놓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여간 뭐든 정해놓은 미션이 있다면 분연히 떨치고 나아가 수행하라고 알람은 오늘도 내일도 울고 운다.

휴대전화 알람 소리를 설정해보자. 소리의 강도는 어떤가? 너무 크면 다른 가족의 단잠까지 방해할 것이고, 너무 작으면 소리를 듣지 못해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것이다. 또 다른 선택지도 있다. 휴대전화 설정 창은 알람 소리와 함께 진동도 추가할 것인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울릴 것인지 묻는다. 좀 무감한 사람은 소리든 진동이든 효과가 없을 수도 있겠다. 우스개로 누가 업어 가도 모른다는 사람을 보면 깊이 잘 수 있어서 좋겠다 싶다가도 삶의 곤함이 느껴져서 마음이 안됐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어느 한 곳 지속해서 알람이 울리고 있지 싶다. 혼자 지치도록 울고 있는 알람을 끄지 못하고, 아니면 듣고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귀를 막고 안 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알람이 들린다면 잠에서 깨어나야 하는 게 아닐까.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미리 정해 놓은 일을 시작하도록 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알람은 다행히 아직 일어나지 않은 불행한 일에 대한 경고다. 하라,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작지만 강렬한 메시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지키면서 혹은 소수의 일탈을 묵도하고 있는 수많은 규제와 법규 등은 오랜 시간 축적돼 온 알람의 총체일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젊은 환경운동가는 어떤가?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당하고 있는 젊은 죽음들은 어떠한가? 매 순간 인지하지 못 하고 살지만,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거대한 경고음처럼 느껴진다. 자기가 설정해 놓은 알람은 본인이 끄는 게 가장 좋다. 누가 대신 꺼버렸을 때 그 책임은 설정한 사람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지금 누가 알람 소리를 들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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