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젠 주민 협박까지…팔공산 불법 성토, 뒤 봐주는 사람 있나

지난달 24일 대구 동구 능성동 한 농지에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동원돼 불법 성토가 이뤄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달 24일 대구 동구 능성동 한 농지에 굴삭기와 덤프트럭이 동원돼 불법 성토가 이뤄지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팔공산 능성동 일대가 불법 성토로 무법천지가 되다시피 하고 있는데도 관할 구청과 경찰의 대응은 의아하기 짝이 없다. 백주 대낮에 성토용 흙을 싫은 대형 트럭들이 팔공산 일대를 헤집자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수개월 전부터 민원을 넣었는데도 제대로 된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가 시작되고 고발 보도가 나가자 이번에는 주민들을 상대로 입에 담지 못할 협박마저 빚어지고 있다는 데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주민들이 밝힌 협박 수위는 듣는 귀를 의심케 할 정도다. 주민의 농막 컨테이너에 괴한이 침입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고, 민원을 제기한 주민은 지난해 "눈알을 뽑아 버리겠다"는 위협까지 들었다고 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집 주변을 맴돌며 사진을 찍는 사례마저 있어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한다. 당사자는 부인하지만 "기자를 따끔하게 교육시키고 구워삶았으며 경찰·검찰 상부에도 손을 써놨다"는 말을 들었다는 주민 증언도 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당국의 어정쩡한 태도다. 주민 신고와 민원, 호소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이 지나도록 구청과 경찰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부터가 석연찮다. 사회 문제가 되자 동구청이 뒤늦게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이 상황에서도 불법 성토는 계속됐다. 대구 도심 여러 건설 현장에서 나온 사토와 건축폐기물들이 성토 작업에 쓰였다는 또 다른 불법 정황도 있다.

대한민국 법치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고서야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 공권력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무모하거나 '믿는 구석'이 있어서일 것이다. 동구청은 원상복구 명령 불이행 시 고발하겠다고 밝혔지만 말에 그쳐서 안 된다. 원상복구가 이뤄지기는커녕 주민을 상대로 한 협박이 저질러졌다면 고발을 미룰 이유가 없다. 경찰도 비리를 묵인한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동구청과 경찰이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면 검찰이 수사에 직접 나서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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