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코로나19와 진정한 종교 생활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전헌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조깅을 아침마다 학교 안에서 하지만 옆 조산천 변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넓은 바위 위나 모래사장에 촛불, 쌀, 과일들을 차려 놓은 모습들을 만나곤 한다. 다른 곳에서도 경험한 것이기에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하고 간 자취란 것을 짐작한다.

예전에는 이런 것을 미신 행위로 여기고 눈살을 찌푸리며 사과나 배를 한두 개 주워 들고 가면서 먹거나 아는 사람에게 주곤 했다. 요즘은 아직도 이런 행위가 있는 것을 의아해하며 그곳에서 기도한 사람의 청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된다.

오래전 하양성당의 주임신부로 일할 때 이곳의 종교 분포를 어느 정도 파악한 적이 있다. 성당 하나에 열 개 정도의 개신교 교회가 있고 이보다 많은 수의 절이 있으며, 남묘호렌게쿄 등 각종 종교들이 마치 종교박람회처럼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대문 옆에 대나무를 세워 놓은 무당집들도 있고 점집들도 있으며 어떤 낯선 이름의 도사를 앞세워 운세를 봐주는 시설도 있다. 이러한 각종 종교 시설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이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들로 하여금 좀 더 깨어나게 하여 일반 생활 영역에서는 물론 종교 영역에서도 진위 여부를 냉철하게 가려 보게 하고 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각종 의식들을 동원하고 수많은 말들로 장식을 했지만 모아서 종합해 보면 결국 막연한 주술적인 행위나 그러한 기도에 불과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기에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로 우리를 힘들게 해온 코로나19는 다른 편으로 우리에게 많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들을 한 종교단체들 중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를 분별할 잣대를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올바르고 진정한 종교는 다시 활력을 찾아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갈 것이다. 다른 기회에는 처리하기 힘들었던 자신 안에 있는 쇄신되어야 할 요소들을 이번 기회에 쇄신하여 신선함을 회복하기도 할 것이다.

많은 화려한 말들과 의식들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왔지만 진정성이 결여되어 결국은 그들을 속이며 등쳐 먹기만 했던 사이비 종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의식이 깨어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고, 시간 속에서 서서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종교가 사람들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진짜 종교이고 어떤 종교가 그렇지 않은 가짜 종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또한 우리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참으로 소중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하는 것이 좋은 것과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것들을 분별할 잣대들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일자리를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보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를 마련하는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기에 일자리 유지와 창출은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편으로는 덜 움직이고 덜 소비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만남들과 부산함으로 정작 매우 중요한 나 자신과의 만남, 나 자신이 되는 데 필요한 고요한 시간, 독서와 성찰, 명상과 기도를 소홀히 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비록 코로나19에 의해 강요되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다소 고요해진 삶의 방식과 현명한 판단력을 유지하여 참된 종교적 삶으로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이웃도 그렇게 되는 데 한몫해 나간다면 삶의 보람을 느끼며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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