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인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 일대의 전경. 대구시 제공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공동후보지인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 일대의 전경. 대구시 제공
이상헌 경북부장 이상헌 경북부장

얼마 전 인생 사진 하나 건지려는 욕심에 경주시 감포읍 전촌리를 찾았다. 한적한 어촌이 나 같은 아재조차 아는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건 해식동굴(海蝕洞窟)인 '용굴' 덕분이다. 날씨 좋은 날에는 촬영 차례를 기다리는 줄까지 늘어서곤 한다.

해병대 작전지역이라 일몰 이후에는 출입이 통제되는 이곳은 2015년 개방됐다. 다행히 산책로가 최근 갖춰져 둘러보기에 불편하지도 않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바닷가 비경인 양남면 주상절리와 함께 둘러보면 여름휴가지로 제격이다.

무엇보다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문무대왕릉과 마찬가지로 용에 얽힌 전설이 감동이다. 옥황상제가 승천을 허락했는데도 네 마리 용은 굴에 남아 왜구로부터 나라와 마을을 지켰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때는 주민들의 피난처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알다시피 문무대왕은 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호국대룡(護國大龍)을 자처해 바다 가운데 바위에 묻혔다. 또 아들 신문왕이 용을 만났다는 이견대, 용이 드나드는 용혈(龍穴)이 있는 감은사, 용이 줬다는 만파식적(萬波息笛) 설화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가 이룬 삼국 통일은 외세 도움을 받은 데다 만주 영토 상실이라는 한계 탓에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적지 않다. 골품제를 유지하고, 수도를 한 번도 옮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라 전체를 '배타적 보수성'이란 단어로 폄훼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일본인 연구자들이 골품제를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 견줘 이해한 까닭에 빚어진 과도한 결론이다.

그럼에도 자칫 이번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가 확정되지 않았더라면 그런 비아냥이 또 나왔을 것이란 생각에 머리털이 쭈뼛 선다. 신라의 뿌리인 대구경북을 넘어 국가 백년대계가 걸린 일을 일부의 이기심으로 그르쳤다는 손가락질이 쏟아졌을 테다. '달팽이 뿔 위에서 영토 싸움을 벌이다 수만 명이 죽었다'는 장자(莊子)의 와각지쟁(蝸角之爭) 고사처럼 부질없는 싸움만 일삼는 동네로 비쳐졌을 게다.

천신만고 끝에 첫발은 내디뎠지만 통합신공항이 지역의 모든 근심을 사라지게 할 만파식적은 결코 아니다. 솔직히 일부 지주와 건설업체의 배만 불려 주는 최악의 결정이었다는 후대의 평가가 나올까 봐 두렵기조차 하다. 우여곡절 끝에 개항하더라도 다른 국내외 공항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지금 꿈꾸는 장밋빛 미래는 현실이 될 것이다.

오히려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지나온 고비보다 훨씬 험한 여정일 수도 있다. 국비 확보, 각종 SOC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숱한 '님비'(Not in my backyard)와 '핌피'(Please in my frontyard) 갈등이 표출될지 모른다. 이미 공항 이전지 일대에는 부동산 투기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대구경북이 동해의 용처럼 힘차게 비상할 계기가 될 통합신공항은 2028년 개항 예정이다. 현재 대구공항 자리는 그 이후에 개발되니 대구 시민들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하려면 앞으로 10년은 지나야 한다. 하지만 소금밭 영종도에 지은 공항을 기반으로 한 인천의 발전을 보노라면 불평·불만보다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둠 스피로 스페로'(dum spiro spero)란 라틴어 명구(名句)도 있지 않은가. 로마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의 표현처럼 우리가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 '희망 고문'이란 시쳇말도 유행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백 배 천 배 낫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