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집값 폭등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이성환 계명학교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서울 집값 상승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경실련 관계자들이 서울 집값 상승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환 계명학교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이성환 계명학교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결혼, 살 집이 있어야 하지."

젊은이들의 이런 대화에서 한발 더 들어가 보자. 결혼을 해도 집 장만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래서 결혼을 주저한다는 말이다. 결혼을 못 하는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부동산 문제는 빈부 문제를 넘어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되었다. 이보다 심각한 일이 있을까. 다주택이 죄인가라고 항변하는 정치인도 있다. 공감 능력의 문제다. 누군가 주거용이 아닌 집을 덤으로 가지니 집값이 오르고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마저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한다. 일본의 장기 불황을 상징하는 말이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경기 침체는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절망을 이야기하는 평론이 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가장 안정적이고 선망받는 국가였다. 빗대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일본형 사회주의라고 했다. 안정적인 자민당의 장기 집권, 전 국민의 80% 이상이 중류층, 특유의 집단(전체)주의 등을 두고 한 말이다.

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침체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서 시작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1986년 도쿄 도심의 땅값이 1년 만에 53.6% 상승했다. 이듬해에는 도쿄의 전체 평균 지가가 54% 오르고, 전국의 땅값도 들썩였다. 또 1년 후 수도권 땅값 상승률은 65.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움트고 자금은 부동산으로 더욱 몰린다. 주식시장도 덩달아 과열되고, 경제 전반에 거품이 일었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그 여파로 디플레이션이 엄습했다. 거품과 함께 일본의 성공도 사라진다.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집이 없는 사람은 평생 집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래에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이 격차는 인생에 대한 희망의 격차가 되었다. 하류층에 속한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계급사회의 도래를 예견한다. 사회적 격차와 장래에 대한 불안은 젊은이들의 결혼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되어 자녀를 가지기 위한 경제적, 심리적 안정성이 무너진 것이다. 결혼을 해도 보다 적게 아이를 낳게 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고착된다.

근대화와 함께 저출산은 피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기 수) 2.0명은 인구 재생산의 마지노선이다. 그 이하가 되면 인구가 감소한다. 그래도 출산율 1.50까지는 자력으로 회복 가능한 최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은 출산율 1.50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기고,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출산율이 1.26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자력으로는 사회 기반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획기적인 출산 정책이 '무조건' 성공해도 한 세대가 지난 후에나 회복이 가능하다. 일본 사회의 이러한 제 현상을 총합하여 요시미 슌야 교수는 '종말의 예감'이라고 했다.('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한국은 어떤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용케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 외는 다 닮았거나 정도가 더 심각하다. 달리 말하면 부동산 정책이 연착륙을 하지 못하고 잘못되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출산율의 경우, 한국은 2018년에 0.98, 2019년에 0.92를 기록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재생 가능성이 없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자연 소멸한다.

한국의 비혼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집값이다. 그러니 집값을 못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참이고, 진실이다.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유세 강화, 토지 공개념, 지역균형발전 등등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나라가 소멸하고 내 집만 남아 있으면 뭐 하나. 30년 전의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우리가 이룬 성과를 앗아갈지 모른다. 그들을 따라가서야 되겠는가. 일본이 고마울 때도 있다.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먼저 가주니 말이다.

이성환 계명학교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