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지진 촉발 증거인멸 논란 빚는 지열발전소 시설 해체

2017년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시추 작업이 촉발시켰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결론이다. 그런데 문제의 지열발전소 시추기가 해체돼 외국으로 반출된다고 한다. 포항지진 발생 책임 공방과 배상 문제 등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진 발생 원인의 핵심 증거물이자 연구 대상물로서 가치가 충분한 시추기가 외국에 헐값에 반출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외국인 기술자가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 해체 작업을 위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지열발전소 운영사였던 넥스지오가 경영난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하자 담보권을 가진 신한캐피탈이 시추기를 인도네시아 업체에 매각한 데 따른 것이다. 법적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매각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시추기가 외국으로 반출되면 증거도 함께 사라진다. 2019년 3월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촉발했다"고 공식적으로 결론 냈기에 향후 법적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해서라도 시추기는 증거물로 보전돼야 마땅하다. 포항지진으로 수능마저 연기될 정도로 온 나라가 난리였는데 시추기 해외 매각을 통해 신한캐피탈이 받는 대금이 고작 19억원이라는 점은 말문마저 막히게 한다. 도입가가 96억원이고 이 가운데 70%가 정부 예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요 증거물을 고철값에 외국에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포항지진 특별법에는 진상 조사를 위한 물품과 자료의 보관 규정이 있다. 이를 근거로 포항시는 진상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시추기 철거를 보류해 달라고 정부와 신한캐피탈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포항지진 원인의 증거를 인멸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 사과도, 손해 배상도 않고 있는 정부가 포항 지진 흔적 지우기마저 모르쇠하는 것은 너무나 유감스럽다. 체결된 매각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해체 시기만이라도 진상 조사가 완료될 때로 미루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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