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결국 한 끗 차이

김태선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 김태선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

매번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일주일 새로운 이벤트도 없었고, 엄청나게 더 먹은 것도 아닌데 집 안 한 편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양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 재활용 쓰레기의 9할을 차지하는 것은 생수병, 주스병, 비닐 등 단연 플라스틱이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배달 음식과 택배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일회용품이 미친 듯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플라스틱은 총쓰레기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작년 대비 25%까지 증가했다.

반면,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플라스틱 재생 원료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재생 원료 수출의 급감으로 지난 4월 PET 재생 원료 판매량은 9천116t으로 46% 감소했으며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거 포기 상태에 직면했다. 우리가 더 사용하고 덜 재활용한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 땅 어딘가에 쌓여가는 중이고, 8월이면 집 앞에 플라스틱 쓰레기산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들려온다.

팬톤체어 팬톤체어

플라스틱! 버려지는 순간 골칫거리지만, 버려지지만 않는다면 가볍고, 저렴하고, 새지 않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요샛말로 '띵'작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엔 플라스틱 판타스틱이란 전시도 열렸었다. 플라스틱은 의자의 역사도 바꿨다. 전통적으로 의자는 나무로 만들어 왔지만, 플라스틱은 다리가 없는 첫 번째 일체형 의자를 탄생시켰다.

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팬톤체어'(Panton chair)가 그것이다.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1926~1998)에 의해 디자인된 이 의자는 1967년 처음 세상에 나온 후 지속적인 소재 연구를 통해 현재는 100%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만큼 열을 가하면 재가공이 가능하고 합성 물질과 천연 섬유로 분리가 가능해 완전 재활용도 가능하며, 의자의 일부는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다.

게다가 팬톤체어는 50여 년 전 디자인되었어도 여전히 감각적인 데다 내구성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스테디셀러로 평가받는다. 변치 않는 디자인은 생산설비를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비 구축을 위해 자원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인위적 폐기를 부추기지 않는다. 그래서 팬톤체어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지만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다.

표면적으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로 보이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행동양식이 문제이다. 플라스틱도 천연자원인 원유에서 왔다. 우리가 그 원유에서 인위적으로 특정 물질을 추출, 합성해서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을 만들어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그것이 우리 손에 들려 있는가 아니면 버려졌는가, '상품'과 '쓰레기'는 결국 한 끗 차다. 플라스틱을 합성하는 기술만 있고 분해하는 기술을 만들지 못한 지금, 기술의 완성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있다. 결국 플라스틱이 판타스틱한 '띵'작일지, 대환장 '땡' 처리 대상일지는 우리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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