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트인낭’ 트럼프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트인낭'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한 말에서 비롯됐다. 퍼거슨은 2011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겼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다. 인생에서는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 차라리 독서를 하기 바란다."

퍼거슨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 표현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 웨인 루니 선수에게 한 조언이었다. 루니가 트위터에서 어떤 팔로워와 논쟁을 벌이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10초 안에 널 때려 눕혀 주마. 이 계집애 같은 놈아"라는 글을 올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구단 감독으로서, 인생 선배로서 한 충고였다.

유명 인사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렸다가 극단적 악플에 시달리거나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SNS가 일상생활 수단이 된 요즘, 언행에 얼마나 신중을 기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경구가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다.

"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 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정약용은 의도치 않았겠지만 이 편지는 생각의 숙성 과정을 생략하고 SNS에 글을 너무 쉽게 올리는 현대인들이 새겨들어야 할 예언적 경구다. 편지를 보여주고픈 열혈 트위터 한 명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숨진 데 분노한 시위가 격렬해지자 트럼프는 트위터에 글을 썼다. "이들(흑인) 폭력배가 플로이드의 기억에 대한 명예를 떨어뜨리고 있다."

트럼프의 이 글에 트위터사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경고 딱지'를 붙였다. 사유는 '폭력 미화'다. 역시나 트럼프는 참지 못하고 분노의 트윗으로 대응했다. 소셜미디어 회사에 대한 면책권을 박탈해야 한다며 행정명령권까지 들먹이면서 트위터사를 압박했다. 명색이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의 트윗질이 점입가경이다. 신분이 신분인 만큼 그의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를 넘어 '인류의 낭비'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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